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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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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완동물 금물…약물요법은 필수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 산하 아토피피부염연구회는 최근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일상적인 관리 수칙을 새로 마련했다. 연구회측은 “이 준칙만 지켜도 아토피 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피부는 늘 깨끗하고, 촉촉하게 유지한다. ▲적절한 온·습도의 환경을 만든다. ▲면 소재의 옷을 입고, 손톱은 항상 짧게 깎아준다. ▲원인을 추정하지 말고 진단을 통해 확실한 원인 물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유수유가 중요하다. 이유식은 생후 6개월 이후에 시작한다. ▲집에서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에 따른 약물요법은 아토피 치료에 필수적이다. ▲심한 스트레스나 급격한 실내온도 변화는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를 거친다. ▲아토피의 바른 치료와 예방은 소아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도 예방해 준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4) 소아 아토피 피부염

    [한국인의 질병] (4) 소아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의 기세가 무섭다.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대비 2004년도에 아토피 환자가 무려 7.2%나 증가했다. 유·소아는 더하다.5명 중 1명이 환자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아토피를 ‘새 국민병’이라고 부른다. 아토피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경희의료원 소아과 나영호(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학술이사) 교수를 만나 아토피의 전모를 짚어본다. ●난치 질환… 오죽하면 자살할까 나 교수는 아토피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특히 증가세가 빠른 서울의 경우 2003년 대비 2004년도의 아토피 환자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4배인 17.2%나 됩니다.” 아토피는 난치질환이다. 낫는 듯하다가 재발하기 일쑤여서 많은 환자들이 제풀에 지쳐 치료를 포기한다. 오죽하면 아토피 때문에 자살을 할까.“최근 우리 병원에서 170명의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63%인 107명이 치료를 중단했으며, 그 이유로는 ‘병원 치료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어서’(46.7%),‘약물 의존성이 두려워서’(23.4%),‘식이·민간요법이 더 나아서’(8.4%),‘약물 부작용’(4.7%) 등을 들더군요. 이게 현실입니다.” 이런 추세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아토피를 잘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더 빨리, 더 확실한 치료’를 기대하지만 이 병은 이런 바람에 응답하지 않는다.“이 같은 조사 결과는 단기간에 극적인 치료 효과를 바라는 환자들의 그릇된 기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아토피는 오랫동안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지요.” 아토피피부염은 아토피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만성 소양증을 동반한 표재성(表在性) 염증이다. 원인은 피부 장벽의 결함, 피부 면역반응의 감소, 알레르기 체질과 미생물(집먼지 진드기 등)의 작용 등이 있으며, 발병요인으로는 유전과 환경, 생활습관의 변화, 모유수유의 감소 등이 꼽힌다. 주목할 점은 아토피가 유전성을 가져 가족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아토피 환자라면 자녀들이 아토피를 가질 확률이 무려 80%에 이릅니다. 또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을 가진 이의 4분의3 정도가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반대로 아토피를 가진 아이는 자라서도 비염과 천식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아토피행진(Atopic mar ch)’이라고 하지요. 여기에다 도시의 환경요인이 소인을 자극해 발병을 촉진하지요. 멀쩡하던 애들이 도시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이런 사례입니다.”특히 생후 1년 이내 아토피가 생긴 유아의 30∼50%는 음식물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아들은 면역기능이 완성되지 않아 섭취하는 음식물의 영향이 성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생후 1년 유아, 음식 알레르기와 관련 유·소아기와 달리 성장기 이후의 아토피는 환경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 대기오염과 새집 증후군 등으로 요약되는 환경 요인이 인체 면역체계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이 경우 환경 요인을 호흡함으로써 문제가 되는데, 이는 성인 아토피 환자의 40∼50%가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됩니다.” 아토피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급성기와 아급성기, 만성기로 나눈다. 급성기는 피부가 가렵고, 긁으면 붉은 발진과 진물이 나는 단계이다. 아급성기는 발진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말라 딱지를 형성하는 단계이고, 만성기는 피부가 코끼리 살갗처럼 두꺼워지면서 도드라지는 단계를 말한다. ●대기오염 새집증후군 면역체계 이상 초래 치료는 크게 ▲회피요법 ▲피부관리 ▲약물치료 등 3가지로 구분한다. 회피요법은 피부시험이나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 뒤 유발요인을 철저하게 피하는 치료법이다. “문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달걀이니, 돼지고기니 하는 식으로 원인을 추정하는 것인데, 실제로 전체 환자의 30∼60%만 음식과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원인도 아닌 음식을 못 먹게 해 자라는 애들이 성장장애를 겪어서는 안 되지요.” 아토피는 피부가 습기를 유지하지 못해 생기는 만큼 피부관리, 즉 피부 보습도 중요하다. 환자는 땀이 안 날 때는 2일에 1회, 땀이 날 때는 1일 1회 정도 목욕을 한 뒤 피부가 마르기 전인 3분 이내에 충분한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도 중요하다. 현재 사용하는 피부도포제는 국소스테로이드 제제여서 사람들이 사용을 꺼리나 의사의 처방에 따르면 부작용 걱정은 안 해도 된다.“최근에는 비스테로이드성 면역치료제인 프로토픽이나 엘리델 등이 나와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에 따른 부담을 덜어줬지요. 일부에서는 이런 제제가 림프종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때문에 림프종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병원 치료 못지않게 일상적인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특히 일반인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실내 환경입니다. 먼지 쌓인 책상이나 이불 등에 기생하는 집먼지 진드기가 호흡기로 흡입되거나 피부에 접촉해 아토피를 일으키거든요. 이런 유발요인을 털로 매개하는 애완동물도 안 키우는 게 상책이고, 스트레스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나 교수는 아토피가 완치되는 질환이며, 그래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조언했다.“아토피는 체내에 소인을 가진 상태여서 외부 요인에 의해 재발이 반복됩니다. 따라서 재발했다고 이상할 것도, 나았다고 기뻐할 것도 없는 병이지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치료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병을 이겨낸다는 사실입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나 교수는 미국 콜로라도대학 부설 국립 Jewish medical and research center 연구원,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학술이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홍보이사, 경희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을 맡고 있다.
  • 탈모 머리만 잘 감아도 막는다

    탈모 머리만 잘 감아도 막는다

    가을 바람과 함께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을이 되면서 호르몬 분비체계가 변하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인 이런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마다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병원 관계자들은 “중년 환자들은 물론 초기 탈모증을 보이는 젊은층의 내원율이 예년에 비해 20∼30%나 늘었다.”고 말한다. ●가을에 호르몬 늘어 탈모 심해져 모공은 더울 때 커지므로 탈모는 여름에 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을이 ‘제 철’이다. 가을이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이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DHT라는 물질로 변환되는데, 이 DHT가 모발의 생장 기간을 단축시키고, 모낭의 크기를 줄여 탈모를 초래한다. 그렇지만 원래 탈모가 없던 사람이라면 가을에 머리카락 좀 빠진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사람에게 나타나는 탈모는 일시적 증상으로,3개월 쯤 후면 대부분 다시 나기 때문이다. ●증상 심하면 피부과 찾도록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하므로 자신의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털갈이인지, 병적인 증상인지를 구분해야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가을철 탈모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8∼10개 정도의 모발을 한꺼번에 모아서 잡은 뒤 가볍게 잡아당겼을 때 4∼6개 정도가 빠진다면 탈모 병증이므로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피부과에서는 머리카락을 뽑아 모근의 생장력 상태를 현미경으로 검사하거나 두피조직의 일부를 채취, 모낭의 상태를 검사하는 ‘두피 펀치 조직검사법’으로 탈모증을 진단한다. ●약물~이식술까지 치료법 다양 탈모 치료법은 약물치료에서 모발이식술까지 다양하다. 약물을 사용할 경우 대략 치료 3개월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며,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한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어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최근들어 환자들이 선호하는 치료법 중의 하나가 일명 ‘메조건’으로 불리는 메조세라피이다. 모근을 건강하게 하고 모발의 생장을 돕는 약물을 두피에 주사하는 치료로, 소형 주사로 톡톡 두드리듯 주입해 간편하다.3∼4개월에 걸쳐 10회 정도 시술을 받는데,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빨라 모근이 살아 있는 초기 탈모에 효과적이다. 흔히 자가 모발이식은 ‘마지막 치료’라고들 여기나 그렇지 않다. 모발이식은 초기를 지나 모발이 상당히 남아 있는 중기에 적용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뒷머리 부위에서 채취한 건강한 모발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면 3개월 쯤 지나 새 모근에서 모발이 자라는데, 요즘에는 이식한 모발의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두피에 각질 쌓이는 것 막아야 탈모증은 유전적인 요인도 작용하지만 생활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상적인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두피에 각질이 쌓이면 비듬균, 박테리아 등이 번식해 모근을 해치면서 탈모로 이어진다. 머리에 기름기가 많고, 비듬이 있다면 매일 머리를 감아 노폐물과 지방, 세균을 제거해야 한다. 감을 때는 손가락 끝으로 두피를 고루 마사지한 뒤 세정제를 깨끗이 헹궈낸다. 말릴 때도 드라이어 대신 타월로 조심스럽게 두드려 수분을 제거한 뒤 자연 바람으로 말린다. 두피를 건강하게 하는 마사지법을 익혀 두면 좋다. 양손가락을 쭉 펴 손가락 끝부분으로 두피를 누르면서 작은 원을 그리듯 마사지한다. 이 때는 손 끝에 적당히 힘을 줘야 한다. 이어 가볍게 주먹을 쥐고 귀 뒷부분부터 뒷머리 중앙까지 가볍게 두드린 뒤, 양손바닥으로 머리 양 옆을 누른 채 정수리 쪽으로 끌어 올렸다 내린다. 마지막으로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지그시 누르면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하루에 10분씩 아침, 저녁으로 하되 한 동작을 5회 가량 반복한다. ●다시마·미역 등 탈모 예방에 좋아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식품으로는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가 대표적이다. 해조류에는 머리카락 생성에 필요한 글루타민산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요오드 역시 모발 성장에 도움을 준다. 시금치, 당근, 호박, 토마토, 달걀 노른자 등에 많은 비타민A도 모발의 발육을 촉진한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두피가 건조해져 비듬이 잘 생기고 세포 위축으로 모공이 각질화해 탈모가 빨라진다. 간유, 계란노란자, 우유, 버터, 싹눈, 버섯, 해바라기씨 등에 많은 비타민D는 머리카락 재생 효과가 좋으며, 비타민C는 탈모를 예방해 준다. 반면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동물성 지방과 당분은 적게 섭취하는 게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대장항문학회 ‘대장암 진료 권고안’

    대장암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82년 1318건에 불과했던 등록 건수가 2005년에는 무려 11배나 늘어난 1만 5233건이나 됐다. 사망률도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서구 주요국이 대부분 감소세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대한대장항문학회가 난상토론을 거쳐 ‘대장암 진료 권고안’을 만들었다. 학회 소속 전문의들의 의견을 폭넓게 모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대장암을 경계해야 하는 사람 대장암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세 이후 환자가 전체의 90%를 넘는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대부분 50∼60대에 처음 발견된다. 유방·자궁·난소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씨병 등 염증성 장질환 병력이 있거나, 대장 용종과 대장암 가족력을 가진 사람의 발병률이 높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대장암은 전체의 10% 정도이다. ●발생 경로와 증상 대부분 대장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 이 세포들이 증식해 용종(폴립)이라는 양성종양을 만드는데, 이 용종이 커지면서 용종 속의 양성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고, 이 암세포들이 장벽을 침범하거나 전이되는 과정을 거친다. 용종이 암으로 변하는 것은 유전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예방 및 치료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용종을 제거해야 하며, 지방질이 많은 식사를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채소 위주로 바꿔 균형을 갖추도록 하는 게 좋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림프절 등에 암이 퍼져 있다면 수술에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개복 또는 복강경수술을 거친다. 종양이 항문 가까이에 있어 직장과 항문을 통째로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인공항문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병소가 직장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된다. ●치료 성과 조기암(1기)은 90% 이상이 완치된다. 또 암세포가 주위 임파선이나 조직, 다른 장기에 전이된 상태라도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아 수술 및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검진은 어떻게? 50세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권장하나 일부에서는 2년 단위를 주장하기도 한다.5년은 용종이 암으로 진화하는데 충분한 기간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내시경검사 대신 바륨조영검사,S결장내시경검사도 있다. 특히 대장암 고위험군은 가족이 대장암을 진단받은 나이보다 10년 일찍 조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추석연휴 방심하면 건강 ‘악~’

    추석연휴 방심하면 건강 ‘악~’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는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전국 곳곳에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또 한차례 전쟁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리운 부모 형제를 만나는 일이라 누구도 이런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정담과 웃음이 넘치는가 하면 갖가지 음식도 즐비하다. 이처럼 들뜬 와중에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명절도 탈없이 맞아야 더 의미있고 즐겁다. ●주부의 덫 명절증후군 명절 때가 다가오면 일시적인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들이 있다.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을 앞두고 평소와 다른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이런 증상은 ‘좋은 며느리’라는 강박적 관념에 순응했던 과거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에게 많다. 이 때문에 명절 때 아예 시댁에 가지 못하는 부부도 있다. 증상은 두통과 무기력증, 불안감,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명절 후에 심한 몸살을 앓는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명절에 의해 생기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단기간에 해소되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가정불화가 커져 파국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증상은 명절을 맞아 주부가 감당해야 하는 무리한 가사노동의 부담, 가부장적 문화에서 비롯된 가족들과의 갈등이 원인인 만큼 미리 이런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 대상을 만나기 전에 친구나 남편 등에게 자기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사전에 갈등상황에 적응하는 이른바 ‘환기효과(ventilation)’를 거칠 필요가 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듯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미리 예정된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가족간의 대화도 중요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부들이 명절을 앞두고 느끼는 이런 스트레스를 모두 혼자 삭이려고 드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남편이나 시부모, 며느리들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든가, 남을 새로 이해하게 되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훨씬 낮아진다. ●명절이 무서운 만성질환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 및 신장질환, 간질환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명절이 질환 관리의 고비가 된다.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던 사람들도 명절을 지나면서 리듬을 잃는 사례가 많다. 특히 당뇨환자는 명절 기간 중에 당 섭취를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 과일의 1회 적정 섭취량은 50㎉로 사과나 배 1/3쪽, 귤 1개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배탈, 설사도 조심해야 한다. 심한 설사와 탈수로 인한 저혈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고지방, 고단백, 고열량식이어서 자칫 과도한 영양 섭취로 몸의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만둣국은 470∼600㎉, 잡채는 150∼230㎉, 갈비찜 한 토막은 100~140㎉, 전 1쪽은 110㎉, 식혜는 120㎉의 열량을 갖고 있다. 또 기름을 넣어 조리한 나물 1인분도 140㎉나 된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열량은 2400∼2500㎉, 여성은 1800∼2000㎉인 점을 감안하면 적정 열량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부모님 건강 챙기기 모처럼 뵙는 부모님의 신체 변화를 살피는 것도 자식들의 몫이다. 이 때 안색이나 외모의 변화를 지나치게 언급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므로 조심하되, 당사자가 말하는 증상을 경청해야 한다. 우선, 통증 등 구체적 증상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본인이 느끼는 증세를 파악하되, 식사량과 체중의 변화, 수면 및 치아건강 등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지병이 있다면 상태의 변화와 약 복용 상태 등도 확인해야 한다. 부모가 당뇨를 가졌다면 발에 상처가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증상만으로 섣부르게 병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체 분야 별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질환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를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유념해야 할 노인성 질환에는 기관지천식,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간질성 폐질환, 폐부종, 기관지 확장증, 폐암, 폐렴, 폐결핵 등이 있으며,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당뇨병, 갑상선 질환, 소화기관 장애, 간질환 등이 있다. 또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뇌졸중, 녹·백내장 등 안과 질환도 노인들에게 흔히 있는 질환이다.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잘 걸리는 노인성 후두, 지나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노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운전 후유증, 자세가 관건 귀성길에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어깨나 허리, 발목 등에 ‘긴장성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운전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서 있는 것보다 2배가 넘는 부담이 허리에 가해져 척추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는 엉덩이와 허리를 좌석 안쪽으로 깊숙이 집어넣고, 의자 등받이는 105∼110도 정도로 세워 앉는 게 바람직하다. 체증 구간을 지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추돌에 대비해 머리받침을 머리 높이에 맞게 조정하고, 허리와 등받이 사이에 생긴 공간은 얇은 베개나 허리용 보조 쿠션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 운전 중에는 1시간에 1회 정도 휴식을 갖고, 가볍게 어깨와 허리, 목운동을 하는 등 굳어 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고스톱 즐기다 병 얻을라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레 고스톱을 치게 된다. 그러나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아무리 좋은 자세를 취해도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린다. 이런 자세는 서 있는 자세에 비해 허리 부담이 3배 가까이 크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스톱을 치다 보면 자연히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고, 이때 척추가 가장 큰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허리나 등, 골반의 통증을 예방하려면 소파나 식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방바닥에 앉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 짬짬이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무릎 돌려주기 등의 스트레칭을 해줘야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 음식 장만이나 설거지를 할 때도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만약 주방의 싱크대가 너무 높다면 슬리퍼를 신거나 밑받침을 대고 해야 하며, 싱크대가 낮다면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자주 자세를 바꿔주거나, 아래쪽 싱크대 문을 열어 한쪽 발을 번갈아 디디고 일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반드시 허리를 편 상태에서 무릎을 굽혀서 들고, 큰 상을 옮길 때는 두명이 함께 들도록 해야 한다. ●응급상황에는 이렇게 성묘를 갈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벌에 쏘이는 경우. 이때는 손으로 벌침을 빼지 말고 명함이나 플라스틱 카드로 긁어 벌침을 뽑아야 독이 체내로 주입되지 않는다. 그런 다음 찬물 찜질을 하면 통증과 부기가 빠진다. 그러나 벌침에 쏘인 뒤 심한 두드러기가 돋거나 입술, 눈 주변이 붓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면 빨리 병원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독사 등 뱀에게 물린 경우에는 상처를 깨끗이 씻고, 탄력붕대로 감은 뒤 상처 부위가 심장보다 낮게 고정시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긴다. 얼음을 상처에 대거나 입으로 독을 빠는 행위, 칼 등으로 물린 부위를 째는 행위 등은 하지 말도록 한다. 조리 중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가능한 한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상 부위에 옷이 엉겨붙으면 억지로 떼지 말고 찬 물로 식힌 뒤 가위로 천을 오려 떼어내야 한다. 민간요법인 간장, 기름, 된장 등을 바르지 말고 소독 거즈를 화상 부위에 덮고 붕대를 느슨하게 감아준다. 성묘 후 1∼2주가 지나 열과 오한이 나고, 두통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유행성 출혈열 등 풍토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재억·정현용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힘찬병원 박광열 과장. 우리들병원 장원석 부장.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수면센터 박동선 원장
  •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조병준

    사는 게 억울한 사람은 어떤 시를 쓸까? 그렇게 쓴 시가 그에게 혹은 이 시대에 해원(解寃)의 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화해의 손짓이나 용서의 포옹이 될 수 있을까. 자유기고가로, 따뜻한 산문 쓰기와 번역 일에 몰두해 온 조병준의 처녀시집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샨티 펴냄)은 이런 물음에 정직하게 답한다. 그는 “억울한데, 억울하니까 뭔가 세상에 대해 궁시렁궁시렁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 궁시렁궁시렁이 시가 되었나보다.”라고 말한다. 적어도 그의 삶에 있어 시는 유의미한 자기고백인 셈이다.‘아들의 머리,5월’에서 그는 아버지에게서 나에게로, 내게서 다시 아들로 이어지는 민초의 나약한 존재성을 엄혹한 시대상과 대비시켜 명징한 자기고발의 언어를 빚어내고 있다. “아버지께선 내 머리를 자르셨다/어머니와 할머니께선 마루에서 숨죽여 우셨다/아버지께선 내 귀밑머리를 남김없이 잘라내셨다/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넌 내 아들이 아니다/어머니와 할머니께선 마루에서 소리내어 우셨다/머리 긴 젊은 것들은 다 잡아다 죽였다는구나” 이렇듯 그해 5월의 광주, 그 살벌한 척살의 두려움 속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무력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대의 정체성을 함축한 머리카락를 깡그리 자르는 ‘부끄러운 부정(父情)’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 제 친구들을 찾으러 가야 해요/그 애가 죽었으면 머리카락이라도 찾아와야 해요/아버지께서 가위를 놓고 나가신 뒤/어머니께서 비를 들고 들어오셨을 때/나는 가위를 들어 내 앞머리를 잘랐다/아버지, 언젠가 이런 봄날이 또 다시 온다면/그때 저도 제 아들의 머리를 잘라주게 될까요” 시인은 이제 아버지의 ‘부끄러운 부정’이 자신의 몫이 될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슬프고 억울한 대물림은 기실 우리 역사를 엮어온, 나약하면서도 결코 고사하지 않는 민족성의 근원적 동력의 유전자이기도 하다. 모든 세상의 일들을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풀어내려는 시인의 자의식은 그래서 더욱 회고적이고 쓸쓸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나’는 근원적으로 고독하고, 그 모든 나는 어차피 회억(回憶)을 통해 미래를 읽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처럼 모든 현상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시도를 ‘자신과의 부단한 소통’이라고 설명한다.“확실히 제 시는 개인적이며, 그 때문에 비난도 많이 들었고, 어쩌면 그 주눅 때문에 이제야 시집이 나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제 시에 투영된)슬픔이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 슬픔의 원형은 보편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스스로를 주변인으로 규정하는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없음’의 확신으로 현실을 말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 내게 충고했다/나처럼 살아서는 희망이 없다고/절망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대꾸하지 못했다/혼자 또 걸으며 중얼거리기만 했다”(‘가볍고 낭만적으로’ 중). 그러나 그 ‘희망없음’이 아주 특별한 상황이라기보다 이 시대를 관류하는 가장 보편적인 의식의 집약이며, 그래서 “전동차가 서울역 지하를 빠져 나왔을 때/언제나처럼 실내등의 절반이 꺼졌을 때/한 사내가 울기 시작했다/소리 내지 않고”(‘물이 되어 흐른 사내’ 중)라는 그의 시 혹은 발언이 곧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릴 밖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최인호 산문집 ‘꽃밭’

    최인호 산문집 ‘꽃밭’

    작가의 속살을 잘 벼린 칼로 저미면 거기에서는 어떤 색깔의 피가 배어날까. 또 그 피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모를 일이지만 작가 최인호에게서는 혈관 속에서 자유롭게 뒤섞인 무지갯빛 피가 솟고, 그 피에서는 ‘남경(南京)사향’의 냄새가 풍길 것 같다. 꼭 그렇기야 할까만, 소설에서는 어지간한 감수성이 아니면 작가의 육취(肉臭)를 맡기가 쉽지 않다. 소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상상의 얼개로 풀어내는 가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근작 최인호의 산문집 ‘꽃밭’(열림원 펴냄)은 그의 살냄새가 물씬한 노작들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작가가 육친의 정을 느낀다는 화가 김점선의 사실적이면서 고졸한 밑그림과 함께. ●화가 김점선이 소박한 삽화 그려 우리 문단에서 최인호만큼 성(聖)과 속(俗)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이야기꾼도 흔치 않다. 언젠가는 신성의 속곳을 들추더니, 또 언젠가는 속물의 뱃구레를 걷어차 왕창 오물을 토하게 하는 식이다. 그는 자신의 무지갯빛 피 속에서 가장 순정한 색만 가려 책 이름을 ‘꽃밭’이라고 붙였겠지만 책이 오로지 순정만 담은 것은 아니다. 암 투병 중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워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라며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일화를 끌어다대더니 ‘한때 녀석과 나는 색줏집에서 만년필인가 시계인가를 맡기고 마실 줄도 모르는 술을 마신 후 할 줄도 모르는 뽀뽀를 끝내고 비내리는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함께 물끄러미 바라본 적도 있었다.’며 저어한 고백까지도 주저하지 않는다. 잡스럽되 결코 추하지 않아서 인간적이고, 고고하되 낯설지 않아서 더 우뚝한 그의 문학세계가 글편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극우파 이시하라에 “자폐의 창호지를 찢어라” 일갈 흔히 최인호를 일러 힘겨운 세상 일에서 한 걸음 비켜선 작가라고들 말한다. 정말 그럴까.‘Yes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편에서 그는 일본 문단의 기린아였으면서 극우 정치인인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를 향해 “이제는 자폐의 창호지를 찢고 한마디하시라.”고 일갈한다. “한국은 일본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국은 귀하가 쓴 소설 ‘완전한 유희’에 나오는 정신병에 걸린 여인처럼 집단적으로 윤간을 당했습니다. 또한 36년간이나 일본의 군국주의에 귀하의 소설 ‘처형실’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처럼 집단 린치를 당하고 말과 이름을 뺏기고 꽃다운 처녀들은 정신대란 이름으로 창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8·15광복으로 해방은 되었으나 남북으로 나뉘어 아직까지 이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이 패전하였다면 일본이 마땅히 독일처럼 두개의 국가로 나뉘어야지 어째서 당사국이 아닌 한국이 두개의 분단국으로 나뉘어야 했던가요.” ●‘선정적 방송´ 신랄하게 비판 조선 세종연간에 살았던 유생 최한경의 ‘반중일기’에 실렸으되,‘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임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노랫말의 연원을 훑는 그의 산문정신은 동서와 고금을 가르지 않는다. 파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TV를 켤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에서는 무차별적 선정주의로 치닫는 요즘 방송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가 하면,‘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씨가 제일이고 그 다음이 나’라며 음식을 빨리 먹는 식습관까지 낱낱이 털어놓고 있다. 확실히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공산주의여, 제국주의여, 체제여, 반체제여, 전라도여, 경상도여, 이승만이여, 박정희여, 김일성이여, 빨갱이여, 볼셰비키여, 양키즘이여,38선이여, 핵폭탄이여, 이제 그만 가라.’고 그는 말한다. 정말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O자형 다리’ 관절염 주의

    ‘O자형 다리’ 관절염 주의

    안짱다리와 퇴행성 관절염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주의해서 살펴보면 적지 않은 관절염 환자들이 ‘O자형 다리’라고도 부르는 안짱다리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안짱다리를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퇴행성 관절염을 앓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 그럴까. ●환자들 체중 쏠려 연골 닳아 보험설계사인 정순화(51·여)씨는 최근 들어 무릎이 자주 아프고, 다리 모양도 점점 안짱다리로 변해갔다. 통증과 함께 휜 다리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여름에도 치마를 잊고 살아야 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정씨의 병명은 퇴행성 관절염 중기였다. 정씨는 “특히 무릎 안쪽 연골이 바깥쪽보다 많이 닳아 다리가 O자형으로 굽고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에는 정씨처럼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증세가 말기로 갈수록 굽은 정도는 더 심해진다. 전문의들은 “우리의 좌식문화 탓에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이런 다리 형태는 걷거나 서 있을 때, 또 쪼그려 앉을 때 한쪽으로 체중이 쏠려 무릎 안쪽의 연골이 훨씬 빨리 손상된다.”며 “이 때문에 다리는 더 휘게 되고, 다리가 휠수록 다리 안쪽 연골의 부담이 커져 관절염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관절염은 일종의 생활습관병 관절염은 일종의 생활습관병이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가사노동이나 과도한 운동 및 개인의 동작 특성이 관절염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사람이 O자형 다리를 가졌다면 무릎 안쪽에 스트레스가 집중해 연골 안쪽이 빨리 훼손되며, 방치하면 안쪽에서 시작된 관절염이 바깥쪽 또는 무릎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은 생활습관을 바꿔 관절을 보호해야 한다. 방석보다 의자에 앉고, 가능한 침대와 좌변기를 사용하며, 무릎을 완전히 구부리는 동작도 피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산 등 관절에 부담을 주는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으로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좋다. 스트레칭으로 무릎과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좋다. 양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려 선 상태에서 무릎이 발가락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구부렸다 편다. 이때 허리를 곧게 펴줘야 관절 부담이 적다. 이 동작을 매일 10분씩, 회당 10회가량 반복하면 된다. ●전문의 검진 받아야 관절염은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무릎 간격이 주먹 크기 이상 벌어져 있거나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할 때 무릎 통증이 심하다면 전문의의 검진이 필요하다. 관절염이 있더라도 연골이 많이 남아 있고, 뼈와 근육이 튼튼하다면 인공관절 대신 변형교정술이 효과적이다. 관절을 보존한 채 다리뼈를 반듯하게 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고루 분산시키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O자형 다리에 관절염이 중기를 넘겼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인공관절은 수명이 15년 정도여서 60대 초반이라면 80세 전후에 수명이 다해 새 인공관절로 바꿔줘야 한다. 그러나 변형교정술 치료를 받으면 관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나중에 인공관절이 필요하더라도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변형교정술은 수술 후 무릎이 정상인과 다름없이 굽혀질 뿐 아니라 연골 손상이 덜한 관절의 바깥쪽으로 체중이 분산되어 일상생활은 물론 테니스나 에어로빅 등의 운동도 가능하다. 절개 부위도 4∼5㎝ 정도로 작고, 출혈과 통증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변형교정하는 수술을 최근에는 변형교정술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이 최근 1년 동안 내비게이션 변형교정술로 치료한 환자 80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전 무릎뼈가 안쪽으로 휜 내반각 7도 정도의 환자 중 98% 정도가 수술 후 정상 무릎을 되찾았다. 또 수술 2개월 뒤 무릎 통증 여부를 조사한 결과 90%가량이 ‘통증이 거의 없다.’고, 나머지는 ‘통증이 있으나 경미하다.’고 응답했다. 이 병원 정광암 과장은 “관절염을 치료할 때는 자신의 관절을 살리는 보존치료가 우선”이라며 “변형교정치료를 받을 때 내비게이션 등 첨단기기를 사용하더라도 무릎뼈의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서 치료를 받는 것이 부작용을 겪지 않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2) 심혈관질환 유발원인 ‘고지혈증’

    [한국인의 질병] (2) 심혈관질환 유발원인 ‘고지혈증’

    코미디 스타 김형곤의 사망과 가수 방실이의 사례에서 보듯 심혈관질환은 한국인의 일상에 드리운 현실적인 공포이다. 누구나 두려워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 그러는 가운데 심혈관질환이 더 치명적으로 우리를 노리고 있다. 심혈관 질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혈관이고, 다른 하나는 혈액의 문제이다. 동맥경화 등으로 혈관이 좁아져 혈류를 방해하거나,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생긴 혈전이 혈관을 틀어막아 문제를 만든다. 이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병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딱딱하거나 좁아진 혈관은 쉽게 혈전에 틀어막히기 때문이다. ●혈전이 문제이다 혈전이란 혈소판 덩어리이다. 혈소판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잘 엉기지 않지만 핏속에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이 많아 혈액의 농도가 필요 이상으로 진해지면 서로 엉겨붙어 피떡이라는 혈전을 만든다. 콜레스테롤은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인 고지혈증은 예전보다 잘 먹고, 잘 살아서 생긴 선진병이기도 하다. 고지혈증을 말하려면 심혈관 질환을 포괄적으로 거론해야 한다. 상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16.6명 꼴로 134.5명인 암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특히 동맥경화 등으로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계속 높아져 1995년 인구 10만명당 13.1명이던 것이 2005년에는 27.5명으로 무려 110%나 증가했다. 관상동맥질환이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경화에 의한 질환으로,40대 돌연사의 주범인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여성 10만명당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67.3명, 심장질환 38.2명 등이다. 뇌혈관질환의 경우 16.2명인 남성보다 훨씬 높다. ●위험인자 관리가 중요 이런 심혈관 질환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험인자 관리가 필수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우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심혈관질환의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흡연, 비만 등을 중요한 위험인자로 봅니다.WHO(세계보건기구)의 ‘세계건강보고서’에 따르면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세계적으로 매년 900만명에 이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 유병률이 인구 1000명 당 57.68명으로 관절염 다음으로 높아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순환기학회에서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따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문제인데, 고혈압으로 탄력을 잃은 동맥 혈관에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쌓여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신장 및 눈질환 등을 만든다고 경고했다. “고지혈증 문제도 심각합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 이상이면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급증하며, 이 상태에서는 동맥경화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200㎎/㎗ 미만인 사람보다 5배나 높아집니다.” ●예방이 최선 심혈관질환은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특히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과 섭생은 무엇보다 훌륭한 예방책이다. “운동은 심장의 순환기능을 향상시켜 심근경색과 협심증을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고혈압과 동맥경화도 막아줍니다. 또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줄여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운동도 격에 맞아야 한다.“운동 목적이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면 중등도 이상, 즉 일상적인 활동보다는 좀 더 힘겨운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주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주 4회,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해야 하며, 종목은 빠른 걷기, 달리기나 수영, 등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적당합니다. 권장 운동량은 운동 초급자는 최대 맥박수의 40∼50% 수준으로 30분, 중·상급자는 최대 맥박수 60∼70% 수준으로 4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주목받는 아스피린 요법 그러나 운동이나 균형잡힌 식습관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특히 혈전 관리가 과제라면 WHO와 미국심장협회가 권장한 아스피린 요법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조언했다. “미국심장학회가 전 세계 35개국에서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100㎎의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심장병 위험도를 44%, 뇌졸중 위험도를 48%나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용량 아스피린이 폐 색전증과 심부정맥혈전증 발병률도 33% 이상 낮췄다는 보고도 있었지요.” 박 교수는 심혈관 질환은 이제 국가가 관리할 때라고 지적했다.“인구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변화로 환자수가 급증하는 등 발생 규모가 매우 크고 영향력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의 심각성을 알고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게 현실입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정부 차원의 관리를 통해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크게 감소시켰다는 점을 정부가 눈여겨 봐야지요.”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심혈관 예방에 좋은 음식·나쁜음식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5회 이상, 이것이 어렵다면 가능한 한 자주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는 등 균형잡힌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과일과 야채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가 적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녹황색 채소나 과일이 좋은데, 주스류보다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곡물에도 복합 탄수화물과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등이 많은데, 특히 현미류는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식후 포만감이 지속되어 과식에 의한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육류는 저지방의 살코기 위주로 먹되 튀김이나 패스트푸드 등 기름에 튀긴 음식과 중국 음식에 많은 쇼트닝, 마가린 등에도 트랜스지방 등 많은 콜레스테롤이 함유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아스피린 요법은 미국심장학회(AHA)는 최근 ‘하루에 한 알의 저용량 아스피린(100㎎)을 복용함으로써 매년 5000명에서 1만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심혈관질환으로 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WHO는 아스피린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도대체 아스피린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사실, 아스피린처럼 적응증이 드라마틱하게 확대되고 있는 약도 드물다.100여년 전, 해열·진통제로 개발돼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까지 발전했다. 박승우 교수는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의 역할에 있다고 설명한다.“이 성분이 혈전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스타글라딘 합성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세틸살리실산이 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을 멎게 하는 혈소판의 기능을 억제해 혈전 생성을 막는 것이지요.” 박 교수는 40대 이후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을 가졌거나 흡연과 음주,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저용량 아스피린이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은 합병증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4배나 높으므로 더 신경을 써야지요.” 심혈관질환 예방용으로 먹는 ‘아스피린 프로텍트’가 따로 공급되고 있지만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습관적으로 과음하는 사람이나 위장이 예민한 사람은 의사의 조언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또 아스피린이 혈액을 굳지 않게 하는 효과를 가진 만큼 수술을 앞둔 사람은 수술 5일쯤 전부터는 복용을 멈춰야 한다. 지혈작용이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출산을 앞둔 여성, 천식환자 등도 가능한 한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위장 박동으로 질환규명 한다

    위장 박동으로 질환규명 한다

    국내외 연구진들이 위장에도 심장처럼 규칙적인 박동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와 관련된 질환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체에서 대표적인 불수의근(不隨意筋: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근육)을 가진 기관은 심장이다. 그러나 위와 장 등 위장관도 자발적으로 리듬을 만들어 움직이는 불수의근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제21차 세계소화관운동학회에서 국내·외 석학들은 이런 위장관의 운동 체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과연 위장의 박동이란 어떤 것일까. ●심장의 ‘동방결절´ 과 같은 역할 심장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조직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심장에서는 ‘동방결절’이 이 역할을 한다. 이런 심장 못지 않게 자발적인 운동자극이 필요한 기관이 바로 위장관이다. 식도와 위, 소·대장으로 이뤄진 위장관은 지속적인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 배설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른바 음식물을 분쇄, 반죽하는 ‘분절운동’과 밑으로 내려보내는 ‘연동운동’이 그것이다. 이런 위장관에도 페이스메이커가 있다.‘카할 간질세포(ICC)’가 그것이다. 연구 결과, 카할 간질세포가 느린 파장을 발생시켜 연동운동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며, 내장신경에서 소화관의 근육세포로 신경을 중계해 위장관운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카할 간질세포가 만든 파장이 위장관 근육을 자극해 수축운동을 하도록 한다는 것. 이런 수축이 위에서는 1분에 약 3회, 소장에서는 약 10회 정도 이뤄진다. 심장이 1분에 70회를 뛴다면 위장은 3회를 뛰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전도처럼 위장전도도 측정할 수 있을까. 현재 위전도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으나 정확성의 문제 때문에 연구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위장전도 측정할 수 있을까 카할 간질세포에 이상이 있으면 연동운동의 횟수가 변하면서 위장운동의 부조화를 초래해 소화불량, 구토감 같은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변비나 소화불량, 과민성 장증후군 등 소화관 기능성 질환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위장관 박동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밖에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출구인 유문의 근육이 두꺼워져서 생기는 ‘선천성 영아 비대성 유문협착증’이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결장이 커지는 ‘특발성 거대굽이창자’처럼 소화관이 협착되는 환자에서도 카할 간질세포의 손상이 확인된다. ●카할 간질세포연구 이제부터 위장관 박동과 카할 간질세포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이번 세계소화관운동학회에서 삼성서울병원 이풍렬 교수와 미국 네바다주립대 숀 워드 교수팀은 인간의 위장에 분포한 카할 간질세포의 분포와 역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팀 연구 결과 동물의 경우 위장 박동이 위장의 하부에서만 나타나는 데 비해 인체에서는 위장의 상부에서도 박동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카할 간질세포가 위장의 바깥쪽과 안쪽을 둘러싼 근육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됐다. 이 교수는 “이 연구가 위장관 박동 조절 시스템의 변화와 위장관 운동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위장 마비현상의 원인과 치료법을 밝히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피부 검버섯 암 징후일 수도

    피부에 검은 잡티처럼 생기기 시작하다가 점차 두꺼워지며 표면이 우둘투둘하게 변하는 양성 피부질환인 검버섯이 암의 징후일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검버섯은 노화와 유전 및 자외선 노출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며,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 별다른 증상이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증상으로 생각하고 지나친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 교수는 “젊은 층에 갑자기 검버섯이 생겼다거나, 최근 1∼2년 이내에 갑자기 검버섯이 늘어난 경우 흔치는 않지만 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장기에 암이 생겼을 때 피부에 검버섯 형태로 한꺼번에 갑자기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이른바 ‘레제 트렛트 징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교수팀이 최근 이 병원에서 이 징후가 의심돼 피부 조직검사를 실시한 11명의 검버섯 환자 중 3명이 암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레제 트렛트 징후에 대한 정확한 발병률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검버섯 발병률이 높은 사람 중 일부는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버섯이 나타난 사람 가운데 암이 의심되는 경우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겹치는 부위의 피부가 거무스름하게 변하면서 표면에 때가 낀 것처럼 변하는 흑색 극세포증이 손·발바닥이 딱딱해지는 각화증과 동반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에 흔히 동반되는 암은 위암, 유방암, 대장암 등이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일상적 폭력의 다양한 실체

    혹시 2003년 2월15일을 기억하시는지. 이 날은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진 날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일부로는 각인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다수는 이 물음에 “무슨 날이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첫사랑, 마지막 의식’(1975)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서머셋 몸 상을,‘암스테르담’(1998)으로 부커 상을 수상한 영국의 중견작가 이언 매큐언에게 이 날은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한 날이었다. 스스로가 현재 진행중인 세계사, 이를테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이 전쟁에 영국이 참전한 일 따위와는 무관하다고 믿는 한 시민이 어떻게 일상의 폭력에 노출되며, 그 폭력이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인지를 그는 소설 ‘토요일’(문학동네 펴냄)을 통해 고발한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현대인은 일상적 폭력에 갇혀 산다. 그것이 배후에 권력을 업은 거대한 폭력이든, 가정이나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폭력이든, 폭력은 항상 우리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 생존의 기제로 작동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매큐언은 바로 이 폭력성에 주목한다. 그는 작품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개인의 사적인 폭력을 통해 일상적인 폭력의 다양한 실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고 건강하며 정직한 신경외과 의사 헨리 퍼론은 이라크 전쟁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벌어진 날 저녁, 집에서 뒷골목 건달의 끔찍한 폭력과 마주한다. 사소한 자동차 접촉사고로 빚어진 일이 급기야 건달의 주먹에 장인의 코뼈가 내려앉고, 아내의 목에 섬뜩한 칼이 겨눠지는가 하면, 다 자란 딸이 알몸을 드러내야 하는 사태로 발전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이라크 전쟁은 타자의 문제였다. 학정을 일삼는 후세인 정권을 힘 센 미국이 거세하러 나섰다는 정도의 인식이 고작일 정도다. 그런 그의 일상이 연쇄적 상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덩달아 그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폭력의 공포’는 현실, 즉 ‘나의 일’로 환치된다. 그러나 폭력에 의해 더 불확실해지고, 또 훨씬 더 위험해진 일상의 시비에 대해 ‘모든 갈등이 해결된 평화와 비무장의 세계를 위해, 언제든 죽고 죽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의 세계’라는, 등가적 의미를 부여한 작가의 현실인식에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예컨대, 폭력은 그 자체가 악이면서 동시에 항상 가해와 피해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라크 문제와 관련, 미국은 가해국인가 피해국인가. 또 그의 인식처럼 사담 후세인의 제국이 독재와 학정을 거듭해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의 축’에 의해 징벌을 받았다면 아주 강한 나라인 미국이나 영국의 악행은 누가 징벌할 것인가. 작가는 작품에서 9·11테러와 알 카에다, 홀로코스트 등 거대한 폭력의 기층에 주먹돌처럼 쌓여 하나의 인과적 유기체를 이루는 사적 폭력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한 개인에게 공허한 이미지이거나 따분한 거대담론일 뿐인 비일상적이고 거대한 폭력이 어떻게 ‘나의 일’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당신의 토요일 밤은 과연 얼마나 안전한가?”라고.1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세브란스병원 JCI인증 기념식

    세브란스병원 JCI인증 기념식

    세브란스병원(병원장 박창일)은 4일 오후 병원 내 은명대강당에서 JCI 인증을 기념하는 행사와 함께 인증서 현판식을 가졌다. JCI 인증은 1994년 설립된 미국의 국제 의료평가기관인 JCI가 주도하는 세계적 권위의 의료기관 평가제도로, 세계 23개국 125개 병원이 이 인증을 획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300여명의 의사,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의 장기 파업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진료 시스템을 가다듬어 세계를 향한 도전을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지훈상 의료원장은 기념식에서 “국내 최초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JCI 인증을 획득한 것은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계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창일 병원장은 “환자 진료와 병원 관리 등의 분야에서 선정된 총 1033개의 JCI 평가항목을 충족시킴으로써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서비스와 환자 안전도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저타르 순한 담배 폐암 가능성 더 높아

    순한 담배와 필터 담배가 폐암 환자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국내외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순’,‘마일드(mild)’,‘저타르’ 등 이른바 순한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12차 세계폐암학술대회(조직위원장 이진수)에서 미국 터프츠 뉴잉글랜드 의료원의 개리 슈트라우스 박사는 ‘흡연 관련 선암성 폐암의 역학:담배업계 및 필터 담배와 순한 담배의 역할’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줄인 순한 담배와 필터 담배가 선암성 폐암 환자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폐암학술대회서 슈트라우스박사 주장 이 연구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암등록 데이터에 입력된 30만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1970년대와 비교해 선암 증가율이 1990년대 말에 무려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세는 전 세계적으로 담배가 점차 순해지고, 또 필터가 부착되는 경향과 거의 일치했다. 슈트라우스 박사는 “선암 발병률 증가 추세와 맞물려 1950년대에 전체 담배시장의 1%에 불과했던 필터담배가 1964년 64%,1986년 95%에 이어 현재는 98%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상관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급률이 늘고 있는 순한 담배도 흡연자들이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게 하거나 더 자주 피우게 해 그렇지 않은 담배와 차이가 없는 흡연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흡연자의 몸이 필요로 하는 니코틴 양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더 깊게 빨고, 더 자주 피울 수밖에 없어 순한 담배나 필터 담배가 흡연자의 건강에 전혀 이롭지 않은 것. ●“담배맛 향상 발암물질 첨가” 슈트라우스 박사는 “특히 선암성 폐암이 여성과 젊은 흡연층에 많은 것은 최근 필터가 부착된 저타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 그리고 담배 회사들이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이들 담배에 치명적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많이 함유시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용어클릭] 선암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나뉜다. 선암성 폐암은 편평상피세포 폐암, 대세포 폐암 등과 함께 비소세포암으로 분류된다. 전립선 등 주로 인체의 선(腺)을 따라 발생하는 선암의 일반적 특성을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폐암 점유율은 비소세포성이 80∼85% 정도로 소세포암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소세포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발견과 치료가 어렵다
  • 장편 역사소설 추사 낸 한승원

    장편 역사소설 추사 낸 한승원

    일상 속의 우리 전통문화가 인지와 욕구에 의해 양육된 정신과 문명의 결정체라면 추사 김정희는 여기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유장한 젖줄이다. 그는 사상적으로는 실학을 낳은 북학의 실천가였고, 문화적으로는 시·서화를 넘나든 대가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세도정치에 온몸으로 맞선 신념의 선비였다. 그러나 이런 평가조차 기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손끝을 붙잡고 그를 희롱하는 일인지 모른다. 윤곽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커서 마치 태허(太虛)와 같은 추사의 전모와 실체를 지금껏 누구도 명쾌하게 복원해내지 못한 까닭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예인의 삶 실체적 묘사 그런 추사의 불꽃 같은 삶이 문학으로 되살아났다. 문단의 중진인 소설가 한승원(68)의 근간 ‘추사’(열림원·전2권)가 그것. 작가는 추사에 매달려 산 세월을 이렇게 술회한다.‘잠자리에 들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추사 생각을 했다. 추사의 귀로 들으면서, 추사의 머리로 사유했다. 그러다가 추사가 된 꿈을 꿨다.’ 이렇게 복원해낸 장편소설이다. 글밭으로 들어가 보자.‘그래, 나 이 겨울 한파 속에서 그대들의 온정이 있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뜨거운 감회를 주체할 수 없어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심호흡을 했다. 이상적에게 무엇으로 보은할까. 시방 나의 형편으로는 난을 쳐주거나 그림을 그려 보은하는 수밖에 없다.(중략)줄기가 없지만, 칼 같은 잎사귀와, 봉이나 코끼리의 눈 같은 꽃으로 기품을 드러내는 난이 도학자 풍이라면, 줄기가 튼실하고 헌걸찬 소나무는 유학자 풍이다.’ 이런 사유가 마침내 엄혹한 시한의 추위에 갇힌 그를 불꽃처럼 일렁이게 했을 것이고, 붓을 들어 독야청청한 노송으로 거침없이 화폭을 채워나갔으리라. ‘설 전후의 고추 맛보다 더 매운 찬바람이 몰아치자, 모든 짐승과 새들은 모습을 감추고, 푸나무들은 죽은 듯 말라 적막하건만 건장한 소나무만 푸른 가지를 뻗은 채 우뚝 서서 제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하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를 부축하고 있다. 그 부축으로 말미암아 늙은 소나무는 간신히 푸른 잎사귀 몇 개를 내밀고 있다. 그 두 나무 옆에 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은 마음을 하얗게 비운 유마거사처럼 사는 한 외로운 사람의 집이다.’ 우리가 아는 ‘세한도(歲寒圖)’는 이렇게 그려졌다. 더 엄밀하게는 이 묘사가 추사의 그것이 아니라 한승원이 복원한 ‘세한도초(歲寒圖抄)’일 터이지만 시대와 불화했으면서도 이를 불행이라 여기지 않은, 한 꿋꿋한 예인의 삶을 관찰자 시점에서 이렇듯 실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새삼 반가운 한승원의 저력이다.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체험했으면…” 작가는 소설 추사의 집필이 운명적이었다고 말한다. 토굴에서 기거하던 그가 한낮 선잠 속에서 추사를 만나 일상의 담론을 주고받으며, 왜 내게 그렇게 집착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추사와 그의 시대를 읽다 보면,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과 광기어린 삶을 만나게 됩니다. 청나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개혁하려는 북학파 추사를, 지긋지긋하게 탄핵해 죽이려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이 땅의 어떤 거대한 보수집단하고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추사와 그 이야기’를 통해 그 반복되는 슬픈 일을 나 스스로 각성하고,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문단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 소설이 어쭙잖은 무료의 소산과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추사라는, 너무나 크고 넓어 어디서부터 모사(模寫)의 붓질을 해야 될지 아득하기만 한 주제에 이렇듯 치열하게 매몰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상찬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 추사를 통해 누구나 한번쯤은 도대체 역사가 어떻게 되풀이되는지를, 그리고 그 역사의 반복이 왜 무서운지를 체험하라고 채근한다. 이 지점에서 한승원은 작가 이전에 험난한 세상을 치열하게 산 원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2권 각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가정용 혈압기 믿고 쓰세요”

    “가정용 혈압기 믿고 쓰세요”

    최근들어 간편한 가정용 혈압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측정한 소위 ‘가정혈압’은 병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환자가 스스로 혈압을 잴 때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데다 환자가 혈압 측정에 필요한 원칙을 준수했는지, 또 측정기기는 정확한지 등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혈압기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은혈압기에 비해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 주기적으로 측정한 가정혈압 수치가 오히려 환자의 혈압 상태를 더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병원혈압’이 1∼2개월에 1차례 정도 측정하는 데 그치며, 그나마 의사나 간호사가 불과 몇초 만에 1∼2회 측정한 수치를 근거로 고혈압 판정은 물론 치료 여부까지 정하는 데 비해 ‘가정혈압’은 환자가 가정에서 편하게 여러번 측정하기 때문에 표준화만 된다면 훨씬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또 수은을 이용해 혈압을 재는 수은혈압기의 경우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개연성이 없지 않고, 평상시 정상이던 혈압이 의사 앞에서는 높아지는 이른바 ‘백의고혈압’ 현상도 없지 않아 표준화된 ‘가정혈압’을 의료진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혈압기를 몸에 부착하고 24시간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활동혈압’도 정확성은 높지만 이 역시 1개월 중 하루의 혈압을 알려줄 뿐 나머지 29일의 혈압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분야 관련 전문의들이 최근 가정혈압을 재는 방식과 기간, 빈도 등의 문제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가정혈압연구회’를 결성했다. 김삼수 성애의료재단 심장병센터 소장 주도로 결성된 이 연구회에는 노태호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박의현 경북대의대 교수 등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는 앞으로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 어떤 혈압계를 사용해야 할지와 혈압 측정 부위와 측정조건(아침, 밤, 식사 전후 등), 측정 횟수와 기간, 평가 등의 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 교수는 “외국에서는 가정혈압이 병원혈압보다 심혈관계 위험을 예측하는 데 더 우수한 근거가 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 가정혈압의 통일화·표준화·적정화 문제가 해소돼 가정혈압 채택이 보편화되면 혈압치료의 개념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를 근거로 치료 성과를 확인하고 처방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동맥으로 내보내는 혈류로 인해 동맥 벽에 가해지는 혈액의 압력으로,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심장의 펌프질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측정되는 압력 중 최고치를 수축기혈압, 심장이 확장하면서 정맥에서 혈액을 끌어들일 때 측정되는 혈압의 최저치를 이완기혈압이라고 한다. 대한고혈압학회 지침에 따르면 정상혈압 기준치는 120/80㎜Hg 미만이며,120∼139/80∼89㎜Hg에 속하면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단독]암 등 중증 질환자들 속탄다

    [단독]암 등 중증 질환자들 속탄다

    암 환자 등 국내의 중증 질환자들이 실험적인 치료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식약청과 관련 환우회 등에 따르면 환자와 의료진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임상시험 정보공개 사업’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증 질환자와 의료진에게 필요한 임상 정보를 제때 제공하겠다며 사업의 청사진까지 제시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이들 정보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합리적 유인책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식약청이 승인한 임상시험 건수는 2004년 136건에서 2005년 185건,2006년 218건으로 3년만에 60%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국가 임상시험이 61건에서 108건으로 77% 증가했고 국내 임상시험은 75건에서 110건으로 46% 증가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 없는’ 임상정보방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지금처럼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중증 질환자의 현실적인 불이익은 물론 약에 대한 불신·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임상시험 정보공개 요구가 높아지자 식약청은 공청회를 여는 등 논란 끝에 연내에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를 개설하고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임상시험 승인절차와 임상시험 평가지침 등 단순 정보는 즉시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설치된 것이 인터넷 정보 사이트 식품의약품종합정보서비스 내 ‘임상정보방’이다. 지난 6월에는 ‘항암제 정보방’도 개설됐다. 그러나 정부가 국정브리핑과 복지부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항암제 정보방에는 정작 임상시험 계획서 제목만 올라 있을 뿐 임상시험 세부정보는 전혀 없다. 식약청 관계자는 “개방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사이트”라며 “(제약사)기밀도 있는 만큼 공개 범위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제성도, 유인책도 없는 정보공개 시책 문제는 정보 공개에 대한 강제 규정이나 유인책이 없어 국내·외 제약사들이 정보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식약청은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임상정보방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식약청은 “임상시험 정보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라며 “정보 공개 수준은 제약사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여전히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다. 식약청의 태도에 대해 중증 질환자들은 “식약청이 제약사들의 입장만 두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글리벡 내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일명 ‘슈퍼글리벡’의 경우 어렵게 국내 임상 기회를 얻어 2005년 9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지만 관련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생명이 위급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신약을 써볼 기회조차 못 가졌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유경상 교수는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기밀도 보호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임상시험 결과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추세”라며 “대부분의 제약사가 정보 공개에 따를 수 있도록 합리적인 유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억·정현용기자 jeshim@seoul.co.kr
  • 격동기 세대에 띄우는 ‘추억의 노트’

    격동기 세대에 띄우는 ‘추억의 노트’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도서출판 작가)이라는, 소설가 김영현의 첫 산문집 54쪽에 얹힌 글 ‘고추장과 단식’이 ‘문제’였다. 그 글에서 읽힌 김영현은 ‘용렬하고 치사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다. 그가 얼마나 용렬하고 치사했는지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며 시국사범으로 갇힌 감옥 속에서 일주일간이나 단식을 했다는 대목에서 확인된다. 스스로 단식을 ‘참으로 유서 깊은 항의 방식이자 치명적이기도 하고 근본적이기도 한 자기성찰 행위’라고 규정해 놓았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섰다가 콩밥을 먹게 된 ‘전사’가 별것도 아닌 고추장 한 숟갈을 두고 이처럼 엉망으로 망가졌다니, 그런 일탈 같은 분란이 읽는 사람에게는 마른 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소주의 짜릿함과 흡사한 체험이기도 하고, 또 속살 간지럽도록 재밌는 것은 그걸 여태 속에 담아 뒀다가 군내가 나도록 곰삭은 뒤 오롯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종(種)과 유(類)는 다를지라도 항상 가슴에 앙금처럼 남아 돌이킬 때마다 일말의 부끄러움으로 남는 사람들의 기억을 그는 이렇듯 자신의 이름으로 반추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선지 그의 글편은 따뜻하다. 소설가 현기영은 이런 그의 글에 ‘인간 내면에 가 닿는 그의 웅숭깊은 시선은 이름 없이 흩어지고 사라진 이들을 망각의 어둠으로부터 불러내 우리 앞에 살아있게 한다.’는 다소 우울한 평을 덧붙였지만 유신의 어둠 속을 몸부림으로 헤쳐나온 치열한 시절의 기억답지 않게 글은 온건하면서도 비루하지 않다.‘특별한 시절’을 읽어내는 그의 위치가 그리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책에 올려진 54쪽의 산문 한 편, 그 속에 걸친 글 몇 줄이 내내 뇌리를 떠돌았다. 현란한 미문도 아니고, 심오한 깨우침의 그것은 더더욱 아닌데, 그렇다고 여기면서도 한동안 그 글의 잔영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그것은 오로지 그와 그 글을 읽는 문학 소비자들이 격정의 시대에 관한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리라. 책 말미에 그는 이런 고백을 붙여놨다.“지나놓고 보니, 우리의 삶도 이젠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고. 이 고백처럼 소설가 김영현은 정말 지금을 체념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가슴성형 보형물 다양해졌다

    가슴성형 보형물 다양해졌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 때문에 국내 사용이 금지됐던 유방 보형물인 ‘실리콘젤’에 대해 식약청이 사용을 승인하면서 기존 생리식염수 백, 더블루멘 등과 함께 유방성형의 종류는 한층 다양해지게 됐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의 무책임한 시술에다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보형물 정보를 갖지 못해 남들이 좋다는 보형물을 선택했다가 수술 후 보형물이 터지는 등의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방 성형, 어떤 보형물이 있으며, 각각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 때문에 1992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됐던 실리콘젤 유방 보형물의 사용이 승인됐다. ●259종 실리콘젤 사용 승인 식약청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한국엘러간의 ‘이나메드’ 143종, 미국 멘토사의 ‘멘토’ 116종 등 2개사의 실리콘 젤 보형물을 유방 성형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시판을 최근 허용했다. 단, 부작용 예방을 위해 이들 제품을 ‘추적관리 대상’으로 지정, 수술 3년 후부터 2년마다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실리콘젤 보형물이 터질 경우 조직괴사나 관절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계의 보고 때문이다. 실제로 FDA는 실리콘젤이 암 또는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장기적으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 지금까지 식염수 보형물이 유방 성형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후 ▲실리콘 보형물이 여성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점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점 ▲실리콘이 자가면역 질환과 유방암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증거가 없는 점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의 질병이 보형물과 직접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의 사용을 승인했다. ●‘코헤시브젤´ 유럽·日서 각광 1962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실리콘젤은 액상으로 두껍고 투박하며 파열률이 높은 1∼2세대를 거쳐 파열률 낮춘 3세대 등 최근에 개발된 강한 응집력의 4세대 실리콘젤인 ‘코헤시브젤’까지 진화했다. 이번에 승인된 실리콘젤 보형물은 체내 조직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응집력을 강화해 터져도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이 적고 제거도 용이하다. 또 형상기억 능력이 뛰어나며 보형물의 표면을 안전하게 처리해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코헤시브젤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실리콘젤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유방확대 수술에 사용되는 보형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시술 방법 유방성형 시술법은 ▲유륜 주위 절개법 ▲유방 밑 주름 절개법 ▲겨드랑이 절개법 ▲배꼽 절개법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유륜 주위 절개법은 수술시 시야 확보가 용이하나 흉터가 문제이고, 유방 밑 주름 절개법은 수술 시간이 짧으나 흉터가 노출될 수 있다. 겨드랑이 절개법은 유방에 흉터를 남기지 않으나 수술 후 통증이 나타나며, 배꼽 절개법은 흉터를 감출 수는 있으나 같은 방법의 재수술이 어렵다. 이런 특징을 살펴 환자들이 자신에게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 정유석 원장은 “코헤시브젤은 생리식염수 백보다 촉감이 좋고, 모양이 자연스러워 앞으로 유방확대수술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무면허 시술 등으로 뜻밖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백내장·노안 ‘렌즈 삽입술’로 OK

    백내장·노안 ‘렌즈 삽입술’로 OK

    인공수정체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 노인질환인 백내장은 물론 노안까지 렌즈 하나로 해결하는 데 이르렀다. 더 이상 눈 때문에 답답한 노년을 보내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백내장·노안 동시에 치료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되는 눈의 수정체가 굳고, 혼탁해져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백내장은 50대의 60%,65세를 넘긴 노인 대부분이 경험하는 대표적 노인 질환이다. 이런 백내장을 치료하기 위해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넣어 시야를 맑게 했으나 이 경우 지금까지는 수술 후에 노안을 개선하기 위한 렌즈를 따로 사용해야 했다. 또 백내장과 노안 시술을 따로 해야 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시력 개선 정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40대 들어 빠르게 진행되는 노안의 경우 대부분 노화의 일부로 여겨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백내장 수술 후에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구의 모양근이 약해져 수정체를 적절하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인공수정체인 ‘레스토렌즈’ 삽입술이 최근 국내에서도 시술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치료법은 낡은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곳에 아크릴레이트 재질의 인공수정체를 삽입해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 레스토렌즈는 원거리에 초점을 맞춘 기존 인공수정체와 달리 근·원거리를 모두 볼 수 있도록 렌즈 중심부에 0.1㎛의 동심원을 넣어 눈으로 들어온 빛이 회절하면서 근·원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수술 시간이 5∼10분으로 짧고 기능이 반영구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레스토렌즈 삽입술은 정교한 과정이어서 숙련된 전문의의 시술이 필수적이다. 또 수술로 근·원거리 시력은 좋아지지만 25∼50㎝ 정도의 중간거리 시력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며, 수술 후 야간 빛번짐과 눈부심, 빛의 밝기를 구분하는 대비 감도의 감소 때문에 눈이 침침해질 수 있어 야간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은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레스토렌즈 삽입술 이런 점만 감안하면 레스토렌즈 삽입술의 효과는 뛰어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서울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팀이 최근 6개월 동안 레스토렌즈 삽입술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115안 중 109안이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해 95%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연구 결과도 한쪽 눈에 레스토렌즈 삽입술을 받은 환자의 94%가 다른 쪽 눈도 레스토렌즈 시술을 받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원장은 “기존의 노안수술은 효과가 제한적이었으나 레스토렌즈 삽입술은 노안 및 백내장 때문에 겪는 심각한 불편을 한번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시력개선 치료”라고 말했다. ●인공수정체의 발달 1949년에 개발된 폴리메틸메타 크릴레이트(PM MA)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으나 경성 재질이라 파손 위험이 있고, 수술 시 절개창이 커야 하며, 후발성 백내장 등의 합병증 발생 비율이 높았다. 뒤이어 나온 실리콘렌즈는 연성으로 접을 수 있어 절개 부위가 작았으나 후발성 백내장 발생률이 높으며, 실리콘 오일이 렌즈에 침착되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친수성 아크릴렌즈 역시 수술 후 백내장 발생률이 예상보다 높으며, 시간이 지나면 렌즈에 석회질이 침착된다고 보고됐다. 이에 비해 소수성 아크릴렌즈는 수술 후 안구 내 안정성이 뛰어나고, 굴절률이 커서 두께가 얇아졌으나 근거리용 안경이 따로 필요했으며, 이후 청색광 차단렌즈, 비구면렌즈를 거쳐 레스토렌즈로 진화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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