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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피어난 로맨틱 정동”…24·25일 서울 중구 ‘정동야행’

    “봄에 피어난 로맨틱 정동”…24·25일 서울 중구 ‘정동야행’

    서울 중구는 오는 24~25일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대표 축제인 ‘정동야행(貞洞夜行)’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2015년 서울 중구가 시작한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야행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과,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이화여고, 경향신문사 빌딩에 이르는 정동길에서 근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졌다. 올해 정동야행은 ‘로맨틱 정동, 봄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봄밤의 낭만을 상춘객과 나눈다.24일 오후 6~10시, 25일 오후 2~10시까지 ▲야화(夜花: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문화공연) ▲야사(夜史: 정동길 체험프로그램) ▲야설(夜設: 거리공연) ▲야로(夜路: 역사해설투어) ▲야경(夜景: 야간경관) ▲야식(夜食: 먹거리) ▲야시(夜市: 예술장터·공방)가 펼쳐진다. 올해엔 공공기관, 문화재, 박물관, 전시관, 대사관, 미술관, 종교시설, 공연장 등 36개 시설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4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고궁음악회는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 ‘클럽M’이 올라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조화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주한영국대사관 투어도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는 축제 기간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운영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이화박물관, 구러시아공사관, 중명전까지 걸으며 해설을 듣는다.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정동야행의 ‘스테디 셀러’다. 정동제일교회에서는 24일 오후 6시, 25일 오후 4시 30분 각각 ‘진격의 북소리’, ‘정동의 소리’를 주제로 한국 최초의 파이프오르간과 전통 국악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을 한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24일 오후 7시 30분과 8시 30분, 25일 오후 4시와 5시에 연주회가 열린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정동 전망대에 오르면 정동의 역사와 청취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동 일대 21곳의 문화 공간에서 10개 이상의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중구 관계자는 “정동길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근대 문화가 꽃피우고 저물어갔던 정동의 역사를 되새기며 축제를 만끽하자”고 했다.
  • “모두의 가슴에 살아있는 뭉크… ‘절규’ 넘어 영감 얻는 전시 될 것”

    “모두의 가슴에 살아있는 뭉크… ‘절규’ 넘어 영감 얻는 전시 될 것”

    “에드바르 뭉크는 노르웨이 사람뿐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화가입니다. 누구나 그의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어요.”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대사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 만나 “‘노르웨이의 자랑’ 뭉크의 수많은 작품을 서울에서 한국과 노르웨이 수교 65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에 만날 수 있어 정말 큰 기대가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뭉크의 작품 ‘다리 위의 소녀들’(1901)이 그려진 목걸이를 걸고 왼쪽 가슴에 태극기와 노르웨이 국기가 교차하는 배지를 달았다. 서울신문사가 창간 120주년을 맞아 오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주한 노르웨이대사관이 공동 후원한다. 오빈 대사는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 개인 소장품까지 다양한 뭉크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며 많은 사람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뭉크는 단연 노르웨이의 자랑이다.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 극작가 헨리크 입센과 함께 노르웨이를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예술가로 꼽힌다. 오빈 대사도 “우리의 문화예술사에 없어선 안 될, 매우 상징적이고 자랑스러운 존재”라며 “어릴 때부터 뭉크를 배우고 그의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접하며 자라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문화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자랑 ‘뭉크’인간의 내면 그리며 ‘인류애’ 서사국적 무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 물론 오빈 대사가 한껏 기대를 불어넣는 이유가 뭉크의 국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비욘드 더 스크림’을 언급하며 “가장 대중적인 ‘절규’(1895)를 넘어 다양한 뭉크의 작품을 통해 그가 그려 낸 인간 내면과 감정을 마주하면 누구든 공감하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밀하고도 강렬하게 표현한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자리라는 얘기다. 죽어 가는 누이와 그 옆에서 고개를 푹 떨군 이모의 모습을 기억한 ‘아픈 아이’(1886), 금단의 사랑이 빚어낸 ‘질투’ 시리즈 등 그의 척박하고 힘겨운 삶의 경험은 사랑과 아픔, 슬픔, 고독, 절망 등을 깊은 색채로 투영한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뭉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의 찬란한 빛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기도 하고(‘태양’·1910~1913), 삶의 기쁨을 자화상에 비추기도 하며 시간에 따른 변주도 훌륭하게 빚어낸다. 오빈 대사는 “뭉크는 결국 인간의 내면을 그리며 인류애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적과 국경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오빈 대사의 남편인 톰 오빈도 함께했다. 부부는 즐거운 소풍을 다녀온 아이처럼 지난여름 오슬로의 뭉크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과 뭉크의 작품을 해석한 서적 등을 보여 줬다. 톰 오빈은 “이번 전시가 한국 국민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많은 사람이 ‘절규’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거나, 영화 ‘나홀로 집에’나 ‘스크림’ 속 장면처럼 우스꽝스럽게 기억하기도 한다”며 “‘절규’ 안에도 여러 색깔이 서로 다른 감정들로 엉켜 있고, 많은 선과 색이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규’의 다채로운 면모를 발견하듯 뭉크의 다소 어둡고 암울한 느낌의 작품뿐 아니라 밝고 섬세한 후기 작품들까지 한자리에서 제대로 느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숨결을 더한 뭉크의 작품을 서울에서 만난다는 게 오빈 대사에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서울시극단이 지난 3월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입센의 작품 ‘욘’을 무대에 올렸다. 올여름에는 인천국제공항~오슬로 직항 항공편도 뚫린다. 양국 수교 65주년을 맞는 올해 많은 과제를 풀어내고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뭉크’밝고 섬세한 후기작까지 한자리에양국 수교 65주년 맞아 더 뜻깊어 2022년 9월 한국에 부임한 오빈 대사는 “이미 끈끈했지만 양국 간 교류가 모든 분야에서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출전할 만큼 수준급인 그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겨울 스포츠에 대한 양국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며 “정보기술(IT), 전자제품, 자동차, 화장품 등 한국의 많은 산업이 노르웨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 사람의 80%가 해안가에 살다 보니 언제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저 넓은 세상 끝에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늘 궁금했던 것처럼 한국도, 양국 관계도 늘 기대된다”고 밝혔다.
  • [사고] 인구 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사고] 인구 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서울신문사는 6월 19~20일 ‘인구 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를 주제로 ‘2024 서울신문 인구포럼’을 개최합니다. 저출산의 원인을 심도 있게 논의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지역소멸, 경제인구 확충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먼저 인구 분야 석학인 김정석 한국인구학회장이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공동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마강래 중앙대 교수, 하혜수 경북대 교수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 기업인이 모여 인구 위기에 대한 공론의 장을 펼치고 해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2024 서울신문 인구포럼’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실질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 시:2024년 6월 19일(수) 10:30~16:30, 20일(목) 10:00~16:50 ■장 소: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주 최:서울신문사 ■주 관: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문 의:02-716-3704(사무국), 02-2000-9365(서울신문 ESG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서울인구포럼.com
  • 도쿄 중심부에서 공개된 조선인 6661명 ‘간토대학살’ 그날의 진실

    도쿄 중심부에서 공개된 조선인 6661명 ‘간토대학살’ 그날의 진실

    “이 영화는 고발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일본에서 벌어진 간토대학살의 역사를 바로 알고 있는 일본 분들과 그 진실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간토대학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101년 전 일본 간토대지진 때 일어난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찾는 다큐영화 ‘1923 간토대학살’이 13일 일본 도쿄 참의원(상원) 의원회관에서 상영된 후 김태영 감독은 이런 소감을 전했다. 입헌민주당 소속 스기오 히데야 참의원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특별 상영회에는 일본인 150여명과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김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최규석 감독은 “일본 국회에서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사과를 촉구하는 영화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수도권인 도쿄·가나가와·지바 등에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과 관련해 10만 5000여명이 사망했다. 조선인 희생자만 독립신문 조사 기준 6661명이었다. 그러나 조선인 희생자의 대다수는 지진보다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발생했다. 이 사건을 ‘학살’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하지만 100주기였던 지난해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부 조사에 한정한다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일본 우익 세력은 이를 앞세워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18분 분량의 이 다큐 영화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자료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찾는다. 역사와 사회 문제 등에 대한 다큐 영화로 유명한 김 감독 등이 간토대학살을 파헤치게 된 건 4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이 문제와 관련된 사진을 수집해 온 정성길(84) 계명대 역사고고학과 객원교수가 보여줄 게 있다며 공개한 간토대학살과 관련된 수천개의 국제우편과 사진이 그 시작이었다. 그 가운데 이번 다큐 영화에 공개된 게 간토대지진 발생 이후 요코하마의 항구에서 찍힌 다리가 묶인 채 처참하게 죽어있는 조선인들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이는 영국인 장교 조지 로스로 추정된다. 정 교수는 이 영화에서 “다리가 묶여있다는 게 학살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 사진이 진실에 가까운 것이라면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역사적 진실을 우리가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간토대학살 당시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 기사 등을 공개한 이진희 미국 이스턴 일리노이대 사학과 교수는 “무자비한 조선인에 대한 학살을 언급한 기사를 내려고 하니 일본 헌병이 신문사를 찾아가 이를 출간하게 되면 너희 신문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다큐 영화는 한국 내에서조차 무관심한 간토대학살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조선인 학살 문제를 추적해 온 시민단체 ‘봉선화’의 니시자키 마사오(65), 조선인 유골 6구를 발굴한 지바현 실행위원회 히라카다 지에코(83) 위원, 요코하마에서 사건을 쫓은 가나가와현 실행위원회 야마모토 스미코(85) 대표 등이 등장한다. 김 감독은 “일본에 처음으로 취재를 왔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일본 시민단체 분들이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40여년 전부터 추모해오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안경을 벗고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니시자키 이사는 “학살 사실을 증언해준 사람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다”며 “하지만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다음 세대에 이 사실을 전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일본 정치권의 반성의 목소리도 담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비롯해 이번 특별 시사회를 지원해 준 스기오 의원, 구시부치 마리 중의원(하원), 아리타 요시후 전 의원 등이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다. 스기오 의원은 “일본 교과서에도 문서에도 학살의 사실관계를 확실히 밝히고 있다”며 “일본 정부로서도 사죄해야 할 것은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4세 철학자 김형석 “윤석열 대통령,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야”

    104세 철학자 김형석 “윤석열 대통령,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로 104세, ‘한국 최고령 철학자’로 통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건넨 조언이다. 김 명예교수는 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형석, 백 년의 지혜’(북이십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역사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독선에 빠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존경하는 이로도 알려졌으며, 지난 달 윤 대통령과 만나 조언하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리더이기 때문에 주장을 하면 장관들도 모두 옳다고 하면서 따라간다”면서 “그래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장관이 아닌 다방면의 학자들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티타임 하면서 만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앞길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과오를 바로 잡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할 때다. 윤 대통령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1920년생인 그는 대학을 정년 퇴임하고도 30년 넘게 저작과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뛰어난 고찰로 각계각층 전문가가 먼저 가르침을 청하는 ‘큰 어른’으로 통한다. 이번 책은 일간지에 쓴 칼럼을 모아 엮었다. 대중이 잊어버린 사랑·자유·평화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 그리고 교육자로서 다가올 미래에 후손에게 전해줘야 할 것들, 이념적 갈등으로 위태로운 한국인에게 건네는 일침 등이 담겼다. 철학자로서 일했던 김 명예교수는 99세부터 칼럼을 쓰기 시작했단다. “100세가 되면 내 인생이 끝내겠다 싶었는데, 99세에 신문사에서 칼럼을 써달라고 해 썼다”면서 “그동안은 내 마음대로 길게도 짧게도 썼지만, 칼럼은 정해진 글자 수에 내 생각을 묶어야 해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교육자로서 활동한 그의 여러 생각이 담겼다. “누가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묻길래 우선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없애는 것을 꼽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는 미루고 수능 준비하느라 고통받고 아까운 인생을 버리고 있다”면서 “수능을 공부하고 대학생이 된 학생들이 다양성 창조성 잃어버리고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교사가 된 젊은 제자와 나눈 이야기 사례를 들어 공부가 아닌 학문을 하라고도 조언했다. “제자가 ‘대학 시절 A학점이 사회에서 도움이 되진 않더라’고 하길래 ‘난 대학에 다닐 때 들었던 강의, 책 내용 지금도 다 기억한다’고 대답했다”면서 “대학 시절 문제 의식을 가지고 철학 공부를 했다. 그러니 교수 강의 듣고 책 읽으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생각하고 연결하니 지금도 내용을 기억한다”면서 “대부분이 대학은 고교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다. 지금의 대학생이 공부가 아닌 학문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교육부 장관이 되면 하고 싶은 두 번째로 일로 베트남 학생들을 비롯한 동남아의 우수한 학생을 불러 우리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드는 일을 들었다. “그 학생들이 한국서 대학을 나오면 고국으로 돌아가도 한국을 생각할 거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부족하다. 우수한 외국인이 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104세지만, 여전히 전국을 다니며 활동한다. 이와 관련 “가장 행복한 인생은 늙지 않고 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나이 듦에 대해 신체보다는 정신에 달렸다는 이야길 고인이 된 김동길 연세대 교수 사례로 설명했다. “나보다 8살 아래였던 김 교수가 ‘장수클럽’을 만들고 나를 초대했다. 80세 넘은 원로들의 모임이었는데, 자꾸 나오라 하길래 나가보니 전부 늙은이들만 있더라. 그걸 보고 ‘여기 있다간 나도 늙겠다’ 싶어 한 번 나가고는 나가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는 “100살이 넘은 나이지만, 낼모레에도 강남 현대고 학생들에게 강의하러 간다. 그 애들하고 노는 게 즐겁다. 고등학생과도 대화하며 살아가니 젊게 산다”고 설명했다. 대학을 나서면서 다른 일들을 하니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고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정년 퇴임식 송별회 때 ‘대학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서 일해야 한다. 나도 지금 대학을 나가 일을 할 테니 도와달라’고 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이를 가리켜 “대학에 있을 때까지 나는 강 속에 살던 물고기였다. 그런데 대학을 나오니 바다에 나간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니 인생에서 65~70세 가장 행복했다. 그 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늙는다는 건 몸이 늙는 게 아니라 성장이 끝나는 것”이라며 “성장이 멎으면 40대도 늙는다. 젊은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시라”고 조언했다.
  • 뭉크와 입센, 두 거장의 만남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와 입센, 두 거장의 만남 [으른들의 미술사]

    ‘여인의 세 시기’에 ‘스핑크스’라는 부제가 붙은 까닭은 스핑크스 신화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는 테베로 향하는 길에 스핑크스를 만났다. 스핑크스가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문제를 던진 것에서 여인의 세 단계를 설명하는 제목이 되었다. 스핑크스라는 부제처럼 여인의 시기에 따라 순수한 여성, 관능적인 여성, 죽음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여성의 단계가 그려져 있다. 입센의 위로를 받다 뭉크는 1895년 블로크비스트에서 ‘삶의 프리즈’(Frieze of Life)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전시회를 본 사람 가운데 어떤 이가 뭉크 가문이 광기가 서려 있기 때문에 뭉크 역시 미쳤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문 앞에서 뭉크가 듣고 있었다. 이 대화를 엿들은 뭉크는 충격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시는 선정적이며 문제가 많은 전시라고 소문이 나 사람이 뜸했다. 입소문을 듣고 헨리크 입센(Henrik Ibsen·1828~1906)이 찾아왔다. 뭉크는 이 노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입센은 그 가운데 유독 한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그 작품이 바로 ‘여인의 세 시기: 스핑크스’였다. 뭉크는 입센에게 “여기 있는 여자들은 각각 꿈꾸는 여자/ 향락적인 여자/ 수녀인 여자”라고 설명했다. 입센은 유난히 오른편 구석에 밀려난 남성의 존재에 관심을 보였다. 남성은 바로 뭉크 자신이었다. 즉 밀리와의 첫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은 뭉크는 관 속에 누운 모습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여성 곁에 보일 듯 말 듯 등장한다. 입센은 선정적인 전시로 곤욕을 치르는 뭉크에게 “적도 많겠지만 팬도 많이 얻게 될 것이오”라는 말로 위로해 주었다. 뭉크는 입센의 방문에 많이 위로를 받은 듯 하다. 입센 역시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아 마지막 희곡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쓰기도 했다. 뭉크는 나중에 이 작품을 설명할 때 흰옷을 입은 여성과 누드의 여성에 대해 입센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레네와 마야로 설명할 정도로 입센에게 많은 감명을 받았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입센과 뭉크는 이렇게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았다.다시 파리로! 입센의 우려대로 전시평은 비난 일색이었으며 전시는 별로 흥행하지 못했다. 고국에서 별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뭉크는 1896년 파리로 거처를 옮겼다. 뭉크는 몇 년 전 스캔들로 베를린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일 년에 겨우 한 두 점 파는 정도에 그쳤다. 파리 생활도 여전히 궁핍했다. 그러나 형편이 좋지 못했던 뭉크는 늘 큰 스튜디오가 딸린 집을 임대했다. 큰 집이 필요했던 이유는 작품 때문이었다. 자식들처럼 아낀 자신의 작품이 팔리거나 식사비 대신 지불할 경우 작품을 산 이에게 다시 돌려달라고 빌기 일쑤였다. 자식 같은 작품이라며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뭉크의 말에 사람들은 가슴 아파하며 돌려주었다. 모두 다 돌려준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작품을 돌려받으면 그냥 다락에 처박아 두었다. 뭉크는 작품을 다락이나 창고 등 아무데나 두었지만 그래도 큰 집이 필요했다. 속 썩이는 세입자 그러나 그림은 여전히 안 팔리고 월세 임대료는 자꾸 밀렸다. 어느 날 집주인은 문간에 서서 그간 밀린 집세를 받으려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뭉크는 쉽게 내려가지 못했다. 오늘은 작품들을 살롱에 출품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 끝에 뭉크는 2층에서 작품을 던져 버렸다. 뭉크의 친구들은 뭉크 대신 작품을 주워 마차에 실었다. 길거리로 작품을 던지다 보니 이제 막 완성된 작품 표면에 흙이 묻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했다. 이때 ‘여인의 세 단계’로 추정되는 작품도 가운데 구멍이 생겼다. 당시 프랑스 임대차법에 따르면 해당 임대 가구 외 지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뭉크는 이 법을 이용해 작품을 바깥으로 피신시키고 무사히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뭉크는 마차에 타자마자 아까 던져서 구멍 난 캔버스를 접착제로 메우며 살롱으로 향했다.이젠 고향으로! 1897년 앙데팡당 전시에서 뭉크가 출품한 작품들은 10점이었다. 뭉크는 1892년 베를린에서 일으킨 스캔들 때문에 나름 인지도가 있는 편이라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다. 뭉크는 이 전시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물론 좋은 평도 받았다. 그러나 전시는 곧장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뭉크는 궁핍했다. 여전히 집세는 밀렸다. 뭉크는 파리에서의 삶이 암담하고 앞이 보이지 않자 이제 파리를 떠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뭉크는 떠날 기차비도 없을 정도로 곤궁했다. 알고 지낸 화상의 도움으로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몇몇 작품들을 싼 값에 급히 처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수중에 다만 얼마만이라도 있어 기차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뭉크는 이제 노르웨이로 향했다. 고국에서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이번 전시에는 이번 전시에서 ‘여인의 세 시기: 스핑크스’는 개인소장의 작품과 알베르티나 미술관 소장 판화 작품 두 점이 선보인다. 판화본이 유화본과 다른 점은 좌우가 바뀌었다는 사실과 결정적으로 남성의 존재를 지웠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 소장 작품은 뭉크가 판화에 채색해 화려하게 선보인 버전이다. 이 석판화에서 뭉크는 여인의 얼굴과 머리에 채색했으며 길 위의 풀잎에도 색을 입혀 좀 더 생기있는 판화본을 완성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사고] 2024 연천 DMZ 랠리… 함께, 여름을 달려요

    서울신문사는 오는 6월 15일 경기도 연천에서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2024 연천 DMZ 랠리’를 개최합니다. 세계 유일 비무장지대(DMZ)의 수려한 자연 풍경과 역사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 지하철 1호선 개통으로 더 가까워진 ‘연천’을 자전거로 달려 보세요.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민통선을 포함한 연천만의 아름다운 코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대회명: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2024 연천 DMZ 랠리 ■대회일시:2024년 6월 15일(토) 오전 9시 출발 ■종목:로드사이클 및 로드MTB 개인전 및 클럽단체전(91㎞/119㎞) ■기념품:연천쌀, 베가베리 사이클링 보냉물병, 기념메달 등 ■참가신청:1500명 선착순 마감(http://www.sycrally.com) ■참가비:1인 6만원 ■주최: 서울신문 ■후원:연천군 ■문의:(02)2000-9315
  • 뭉크에게 고통만 안긴 첫사랑 뱀파이어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에게 고통만 안긴 첫사랑 뱀파이어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의 ‘뱀파이어’는 사랑과 고통을 담은 작품으로서 원래 제목 역시 ‘사랑과 고통’이었다. 뭉크의 첫사랑 밀리는 뭉크에게 사랑의 환희보다 고통만 안겼다. 그러나 이 작품의 모델은 첫사랑 밀리가 아니라 다그니거나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또 다른 모델이었다. 첫 사랑을 끝낸 뭉크는 밀리와의 사랑이 점점 더 자신을 아프게 했다고 기억했다. 첫사랑에 대한 뭉크의 기억은 아프게 한 것에서 더 나아가 남자의 피를 빨아 생명을 연장한 흡혈귀처럼 자신을 파괴했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탄생한 작품 어느 날 핀란드 작가 아돌프 파울라는 친구가 베를린에 있는 뭉크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아돌프는 뭉크가 작업 중인 것을 보았다. 뭉크는 아돌프에게 길고 붉은 머리카락의 모델이 앉아 있는 곳에서 무릎을 꿇어보라고 지시했다. 아돌프가 시키는 대로 모델의 무릎에 기대자 뭉크는 다시 모델에게 머리를 숙여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아돌프 목 뒤로 여성의 빨간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아돌프는 후에 이날의 기분을 자세히 기록했다. 아돌프는 갑작스럽게 목 뒤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은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했다고 한다. 뭉크는 머리카락이 쏟아지는 바로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다. ‘뱀파이어’는 그렇게 우연히 탄생했다. 살인 도구 머리카락 전통적으로 풍성한 머리카락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하는 신체 부위다. 중세 로망스 문학에서 여성의 긴 머리카락은 남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현대 영화 속에서도 여성의 머리카락은 극의 전개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카락이나 머리를 질끈 뒤로 묶을 때 드러나는 목선은 남자 주인공이 사랑을 깨닫는 클리셰 장면이다. 중세에서 마법에 걸린 미녀가 기사를 유혹한다는 줄거리는 대체로 기사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등장한다. 따라서 마녀는 긴 머리카락으로 기사를 끈질기게 유혹한다. 기사는 마녀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기사는 긴 머리의 여성에 홀려 마법에 걸린다. 마법에 걸린 기사가 여성에게 다가가자 어느덧 마녀의 머리카락은 기사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살인 도구가 된다. 팜므 파탈의 등장 중세 기사들이 긴 머리를 한 여성에 막연히 느꼈던 두려움은 19세기 말 팜므 파탈 감성을 탄생시켰다. ‘치명적 매력으로 남성을 파멸시키는 여인’이라는 뜻의 팜므 파탈은 19세기 말 남성들의 두려움이 탄생시킨 신조어다. 중세 마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가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팜므 파탈은 실체가 있었다. 19세기 남성들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는 여성이, 그리고 당당하게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집단 두려움은 팜므 파탈이라는 실체를 만들고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문학과 미술에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뭉크의 ‘뱀파이어’의 두려운 감성은 머리카락뿐 아니라 남녀 뒤로 솟아오른 검은 그림자에서도 나온다. 중세 마녀의 머리카락은 기사를 파멸시킬 것이다. 아돌프의 목 뒤로 내려 앉은 머리카락은 아돌프의 섬뜩한 느낌처럼 아돌프를 파괴시킬 것이다. 밀리의 머리카락은 뭉크의 목을 휘감다가 메두사의 뱀 머리처럼 뭉크의 목을 질식시킬 것이다. 뭉크의 ‘뱀파이어’는 뭉크 자신의 두려움일 뿐 아니라 19세기 말 남성들이 느끼는 집단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재’로 남은 뭉크의 슬픈 사랑 [으른들의 미술사]

    ‘재’로 남은 뭉크의 슬픈 사랑 [으른들의 미술사]

    전나무가 빽빽한 숲속에 두 남녀가 있다. 화면 아래 남성이 고개 숙이고 여성은 이제 막 옷을 입으려는 참이다.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은 옷을 추스르고 있고 남성은 머리를 감싸 깊은 후회를 하는 중이다. 뭉크의 사랑 작품에는 사랑의 환희와 수치심이라는 서로 다른 감정이 공존한다. 뭉크는 불타오르는 사랑이 재가 된 순간을 그렸다. 뭉크는 밀리와 처음 사랑을 나눴던 기억을 ‘굴욕감, 엄청난 피로와 슬픔’으로 기록해 두었다. 따라서 화면 아래 머리를 감싸고 큰 슬픔에 빠진 남자는 뭉크 자신이었다. 어둠, 숲속, 그리고 달빛 아래 뭉크와 밀리와의 사랑은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관계였다. 따라서 뭉크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어둠, 숲속, 달빛 아래였다. ‘재’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 역시 숲속에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축복받지 못한 사랑을 시작한 뭉크는 죄의식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반면 우뚝 솟은 여성의 모습은 남성을 지배하고도 남는다. 밀리는 뭉크보다 세 살 연상이었으며, 돈도 더 많았고, 경험도 더 많았다. 밀리가 사랑의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여성은 능동적이고 남성은 수동적이다. ‘재’(Ashes)는 바로 뭉크와 밀리의 힘의 역학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강한 여성과 나약한 남성 머리를 감싸고 있는 뭉크와 밀리의 자세는 연극적이다. 여성은 강하고 남성은 나약하다. 이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바꾼 것이다. 세기말의 데카당 감성은 팜므 파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여성이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끝내 파멸시킨다는 의미다. 클림트의 ‘유디트’는 대표적인 팜므 파탈 도상이다. 밀리와의 사랑을 끝낸 후 뭉크에게 두려움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때문에 이 작품에 남는 것은 공허함, 나약함, 두려움, 욕망, 수치심, 절망이다. 뭉크는 밀리와 사랑에 빠진 후 원인 모를 슬픔에 빠졌다. 뭉크에게 남은 것은 깊은 후회뿐이다. 어느덧 후회는 두려움으로, 공포로 변했다. 두 남녀를 그린 ‘재’의 원래 제목은 ‘타락 이후’였다. 아픈 상처만을 남긴 밀리와의 사랑 이야기는 입안에 재를 한가득 머금은 듯 뒷맛이 썼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뭉크가 그린 도발적인 모습의 ‘마돈나’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가 그린 도발적인 모습의 ‘마돈나’ [으른들의 미술사]

    마돈나(madonna)는 이탈리아 말로 귀부인에 대한 존칭으로 쓰이다 점차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 말로 변화되었다. 서양미술사에서 마돈나는 성스러운 여성으로 재현되며 대체로 아기 예수와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뭉크의 마돈나는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가 아니다. 뭉크의 마돈나를 성모 마리아로 볼 근거는 머리 뒤 붉은 후광뿐이다. 뭉크의 마돈나는 가슴을 절반이나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관능적 시선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판화에만 있는 태아와 정자 모양 생명체 뭉크는 베를린 술집 ‘검은 새끼 돼지 클럽’에서 스트린드베리, 프지프셰프스키, 다그니 유엘(Dagny Juel) 등 국적이 다른 문학인들과 매일 밤 모임을 가졌다. 다그니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여성이었다. 거기 모인 모두 다그니를 사랑했다. 뭉크 역시 다그니에게 마음을 품었으나 다그니가 자신의 친구 프지비셰프스키와 결혼한 이후 뭉크는 다그니를 친구의 아내로 대했다. 뭉크는 유화로 ‘마돈나’를 그린 후 이를 1895년부터 1902년까지 여러 점의 판화를 제작했다. 뭉크에게 판화는 유화의 복사본이 아니라 일부 판화에 더 많은 정보를 새겨 넣었다. 뭉크는 일부 석판화 테두리에 유화에는 없는 태아와 정자 모양의 생명체를 추가했다. 오는 5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 전시에서 ‘마돈나’는 8점의 판화로 대중을 만난다.살해당한 마돈나 아픈 추억만을 남긴 밀리와의 첫사랑의 기억 때문에 뭉크에게 성은 곧 죽음이었다. 따라서 에로스(성)와 타나토스(죽음)는 뭉크의 작품에서 한 몸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의 모델이었던 다그니가 서른 셋의 나이에 에머릭(Wladyslaw Emeryk)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성과 죽음이 한 몸이라는 뭉크의 공식을 더욱 단단히 했다. 조지아 출신의 에머릭은 다그니 부부를 후원한 부유한 젊은이였다. 에머릭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부부를 초대했다. 그러나 사랑이 식은 남편은 끝내 오지 않았다. 다그니는 아들 둘만 데리고 에머릭의 초대에 응했다. 다그니를 숭배했던 에머릭은 1901년 6월 다그니를 총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머릭은 5통의 편지를 남겼다. 경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에머릭은 이 살해사건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짓이며 어떤 배후도 캐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다른 편지에서 에머릭은 다그니가 죽은 후 그녀의 사체가 공개될 것을 염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에머릭은 자신이 추앙하는 여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세간에 알려질까 우려한 것이다. 살인자 에머릭이 쓴 마지막 편지에는 다그니는 신성한 존재였다고 썼다. 에머릭은 다그니를 숭배했지만 소유할 수 없었다. 다그니는 살인자의 소유욕과 집착 때문에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다그니의 죽음이 더 불행한 것은 두 아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 마돈나가 아들을 잃었듯이 마돈나의 모델 다그니 역시 아들과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다. 신성한 마돈나 뭉크는 한때 뮤즈이자 오랜 친구 다그니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다그니의 살해 소식은 선정적인 뉴스이자 노르웨이 최대의 가십거리였다. 실의에 빠진 뭉크는 그녀의 부고 기사를 씀으로써 마지막 선물을 했다. 뭉크는 다그니를 추억하며 자신에게 영감을 준 뮤즈로 소개하고 그녀의 문학적, 음악적 역량과 영향력을 언급했다. 뭉크는 ‘마돈나’에서 다그니를 성을 넘어서는 신성한 마돈나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돈나를 만나게 되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KBA 3x3 농구 코리아투어 서울대회, 최다 참가팀 기록하며 성료

    KBA 3x3 농구 코리아투어 서울대회, 최다 참가팀 기록하며 성료

    서울신문사 앞 광장 서울마당 특설코트에서 지난 13~14일 이틀간 ‘2024 KBA 3x3 코리아투어 서울대회’가 열렸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서울특별시농구협회가 주최한 이번 ‘2024 KBA 3x3 코리아투어 서울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서울신문사, 아이에스동서, 프로스펙스, 몰텐, 포카리스웨트 등의 후원으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대회는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남자오픈부, 여자오픈부, 코리아리그 남자부 등 총 6개 종별에 73개 팀이 참가해 역대 최다팀 참가 기록을 세웠다.
  • [부고]

    ●김상은씨 별세, 박성득(전 정보통신부 차관·전 전자신문사 사장)씨 부인상, 박세호(전 SK텔레콤 근무)·상호(KT 팀장)씨 모친상, 최은경씨 시모상= 14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 16일. (02)-2227-7556. ●한순철씨 별세, 한상진(배우)·주영씨 부친상, 박정은(여자프로농구 부산BNK 감독)씨 시부상, 유인동씨 장인상 =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16일. (02)860-3500 ●서영일씨 별세, 서경아·현아·선아씨 부친상, 장진모(교보생명 전무)·정지원(팔코나인 대표)·오근철(우리디앤티부장)씨 장인상=13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 16일. (02)2227-7500
  • 뭉크, 두려운 사랑의 시작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 두려운 사랑의 시작 [으른들의 미술사]

    브란트(뭉크)와 헤이베르그(밀리)는 달빛 아래 오스가르스트란(Åsgårdstrand) 해변을 걸었다. 전나무가 빽빽한 보레 숲을 지나 그란 호텔에 다다르자 밀리가 먼저 춤을 추자고 제안했다. 쑥스러웠던 뭉크는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한 여름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원에서 밀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말을 걸었다. 밀리는 달을 좋아하고 어둠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실없는 말을 나누며 둘은 가까워졌다. 수치심으로 변한 사랑 22살의 청년 뭉크는 그동안 몰랐던 어둠을, 달빛을, 밀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둘은 축복받지 못하는 관계였다. 밀리는 뭉크의 사촌 형수였으며, 딸 아이의 엄마였으며, 자신을 후원하는 이의 제수씨였다. 둘의 관계는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사이였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숲속에서, 어둠 속에서, 달빛 아래일 수밖에 없었다. 사촌 형수를 사랑하게 된 뭉크는 간음하지 말라는 기독교의 계율을 어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격한 계율을 고집하는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것이다. 뭉크는 기독교 교리보다 아버지의 말씀을 어겼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러한 불편한 사랑의 감성은 후에 수치심과 공포로 변했다. ‘여름밤, 목소리’는 뭉크와 밀리가 전나무와 자작나무 가득한 숲속에서 나눈 사랑의 장면을 회상해서 그린 것이다. 곧게 뻗은 전나무와 달빛 기둥, 그리고 혼자 서 있는 밀리의 강한 수직 구성은 나약했던 뭉크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따라서 첫사랑의 떨리고 순수한 감정보다 후회의 감정만 남았다. 수치심 때문에 뭉크는 나무와 달빛 뒤로 숨어버렸다.삶의 프리즈, 뭉크 사랑의 기록 뭉크는 2점의 유화와 판화로 이 작품을 제작했으며 이번 전시에는 판화 버전만 전시된다. 1893년 유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02년 베를린에서 열린 ‘삶의 프리즈’ 전시의 사랑 섹션에 포함되었다. 뭉크에게 사랑은 오스가르스트란 해변에서 밀리와 사랑을 나눈 기억 즉 함께 춤을 추자는 목소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밀리와의 육체적 사랑은 ‘키스’로, 순탄치 않은 밀리와의 사랑의 고통은 ‘벰파이어’로, 성을 넘어서는 사랑은 ‘마돈나’로 그리고 사랑을 잃은 감정은 ‘절망’과 ‘절규’로 이어진다. ‘삶의 프리즈’는 뭉크의 사랑 진행 과정이자 뭉크의 그림 일기였고, ‘목소리’는 그 사랑의 시작이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경쟁·갈등·스트레스에 정신 황폐… 명상 대중화로 치유 나설 것”[최광숙의 Inside]

    “경쟁·갈등·스트레스에 정신 황폐… 명상 대중화로 치유 나설 것”[최광숙의 Inside]

    정치권 상대에 증오 발언 쏟아내양극화 현상 심화, 갈등·불안 만연사회병리적 범죄·마음의 병 심각눈을 감고 마음 진정시키는 명상심성은 바르게 하고 시야는 넓혀하루 5~10분 해도 격정 가라앉아마음 평안해져 문제 해결에 도움 AI, 인간 고민 제대로 파악 못 해종교 도움 없이는 ‘병’ 해결 어려워‘선명상’ 올해 사찰 150곳서 시행국민엔 힐링… K명상 세계화 기대 고물가·경제난에 묻지마 범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 고질적인 정치 양극화로 인한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국민들 마음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다음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K명상’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진우 스님은 “요즘 같은 혼란한 사회일수록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특유의 달변으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가도록 풀어냈다.-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너무 혼란스럽다. “정치인들은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막말 정치, 포퓰리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당장은 먹힐지 몰라도 큰 틀에서 보면 우리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 ●상대 죽여 내가 사는 정치는 사회 해악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언행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진영으로 갈라져 무조건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상대를 적대시하는 말들을 마구 쏟아 내는 것이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 등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 “이긴 당은 겸손하게 안정된 정치를 해야 하고, 진 당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해 분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극단적인 일까지는 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서로 상생하는 활로를 찾아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은 혼란한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통합과 치유를 위해 나서야 한다. 대중이 의지할 곳은 궁극적으로 종교밖엔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롭다 해도 우리의 마음, 정신은 상대적이라서 절대 행복은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절대 불행도 있을 수 없다. 마음을 중도(中道)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종교가 마음의 안정과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 불교의 보살과 자비정신, 기독교의 사랑에 귀착되면 평안한 마음이 된다.” -우리 국민의 마음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다. “경제성장으로 잘살게 됐지만 사회 불안은 더 증가하고 자살률, 저출산, 스트레스 지수 등 세계에서 1위 하는 게 많다. 더 불안하고 더 힘들어진 것이다. 잘사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불편한가를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 -왜 그런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의 본래 마음을 모르는 거다. 모르고 찾지 못하다 보니 불안해지고 트라우마가 생긴다. 자기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5분 명상, 감정 기복 없애 지혜 생겨 -경쟁이 심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욕심은 많은데 좌절되니 마음에 병이 오는 것 같다. “욕심을 줄여 소욕지족(少慾知足)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행복이 중요하다.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맛있는 것 찾아다니고 여행 다니는 등 자극적인 것만 찾는다. 여행도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면 좋겠는데 그냥 겉모양만 쳐다보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만 치우쳐 있다. 사회병리적 범죄나 마음의 병 등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도 명상을 한다는데. “지금 미국과 유럽에선 명상을 모르면 지성인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현대적인 명상은 붓다의 마음챙김 수행법에서 유래됐다. 부처님 말씀을 현대인의 언어와 사고, 정서에 맞도록 재해석한 게 명상이다. 조계종에서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명상이 필요한 사람을 꼽는다면. “어릴 적부터 명상을 했으면 좋겠다. 명상은 인성과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고를 객관적으로 하게 하며 시야를 넓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정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을 했으면 좋겠다. 바른 생각이 나오고 번뜩이는 지혜가 생기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웃음).” -명상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릴 때 인성과 심성 교육이 잘 안 된 채 성인이 되면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고 범죄 등 사회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치유시설에서 갱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건상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명상을 정책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이유다. 이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감정의 기복이 없어야 하는데 하루에 5분, 10분만 명상해도 격한 감정이 가라앉는다.”●명상을 하면 ‘화 내면 안 된다’고 자각 -명상이 상처받은 국민들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인간은 감정으로 살아가는데, 감정은 상대적으로 나타난다. 좋은 감정이 생기면 싫은 감정도 동시에 생긴다. 극한 즐거움은 극한 괴로움을 동시에 만든다. 이에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불행 또한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평안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게 쉽지 않다. “화가 날 경우 먼저 숨을 고르게 쉬거나 눈을 감고 움직임을 최소화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명상을 하면서 동시에 화를 내고 있는 나의 화는 어디서 일어나는가, 그런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또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나는 화를 내는데 웃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의 웃는 감정과 내가 화를 내는 감정의 근원은 무엇인가 들어가면 결국 나의 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그러면 화를 내서는 안 되겠다고 자각하게 된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이 명상이다.” -명상 프로그램은 어떻게 실행하나. “올해 안에 조계종 선명상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템플스테이 사찰 150여곳에서 선명상 프로그램을 시범 실행할 것이다. 센터는 국민들에게 힐링과 평안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명상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K명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요즘 마약이 급속히 번지고, 묻지마 범죄도 늘고 있다. 명상이 치유 역할을 할 수 있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불안한 마음 때문에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희열에 심취하고 묻지마 범죄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다. 국민 정신건강을 획기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돼야 한다. ” -요즘 스마트폰 등 비대면 접촉이 주를 이루면서 개인을 외톨이로 만드는 것 같다. “불교는 나도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종교다. 선명상을 통해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혼자 즐거움을 찾는 것보다 나와 남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훨씬 더 평안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꼬였던 실이 풀어지듯 모든 사회적 악재가 해결될 것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종교·실존에 대한 고민을 AI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종교의 역할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나 로봇이 등장해도 인간의 감정과 고민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외적 조건이 바뀌어도 내 감정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AI로 본질적인 감정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종교 특히 불교적 가르침을 빌리지 않고서는 인간의 문제, 즉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4일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열어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 주는 마음수행 프로젝트 ‘담마토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우리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불안하게 살고 있다. 결혼도 안 하고 저출산도 다 그런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청년들의 정신이 건강해야 마음을 다잡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겠나.”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조계종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에 단일 후보로 추대돼 선거 없이 2022년 9월 취임했다. 종단개혁(1994년)으로 시행된 총무원장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강백 백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백양사 주지, 불교신문사 사장, 교육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취임 후 문화재 관람료 감면 정책 등 현안을 해결했다. 요즘 관심사는 ‘K명상’의 대중화를 통한 국민들 마음 건강 챙기기다. 유튜브에 진우 스님의 ‘오늘의 명상’과 법문을 올리는 등 종단의 어른으로는 드물게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신심명 강설’,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등 4권의 저서가 있다.
  • 금지된 사랑을 시작하다 [으른들의 미술사]

    금지된 사랑을 시작하다 [으른들의 미술사]

    1889년 뭉크는 프랑스 생 클루에서 파리 유흥가의 활기찬 분위기를 보며 ‘생 클루 선언’을 발표한다. 생 클루 선언은 사랑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살아있는 감정을 그리겠다는 뭉크의 다짐이다. 이후 뭉크는 자신의 작품을 ‘삶, 사랑, 죽음을 노래한 시’라는 의미에서 ‘삶의 프리즈’라고 명명했다. 삶의 프리즈에 포함된 ‘키스’, ‘공포’, ‘흡혈귀’, ‘불안’, ‘절규’와 같은 주제들은 뭉크의 삶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살아있는 인간의 감정을 그려야 한다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죽음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의 마음을 지배하는 불안함이 근원은 죽음의 공포였고 이 공포는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뭉크에서 삶, 사랑, 죽음은 서로서로 아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즉 삶은 죽음이고, 사랑도 죽음인 셈이다. 뭉크를 적극적으로 후원한 인물 가운데 프리츠 타울로프(Frits Thaulow)가 있다. 프리츠는 뭉크와 먼 사촌지간으로 뭉크가 1889-1891년까지 3년 동안 계속해서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다. 프리츠에게는 카를(Carl)이라는 동생이 있고 그의 아내는 밀리 타울로프(Milly Thaulow)다. 잘생기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카를과 화려하게 치장한 밀리 커플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카를과 밀리 커플은 각종 사교 모임에 빠짐없이 등장했으며 카를 요한 거리의 유명한 인사들이었다.사랑의 열병을 앓다 뭉크는 1885년 세 살 연상의 여인과 첫사랑을 시작했다. 첫사랑의 상대는 사랑해선 안 될 사촌 형수 밀리였다. 이 금지된 사랑으로 뭉크는 극심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뭉크는 자신의 첫사랑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소설과 같은 형식으로 자기의 첫사랑을 기록했다. 그 소설에서 뭉크는 브란트로, 밀리는 헤이베르그 부인으로 나온다. 뭉크는 빛이 인체에 어떻게 비치는지 보고 싶어 밀리에게 잠시 모델을 부탁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예술과 파리 얘기로 밤을 새웠다.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밀리가 수줍음이 많고 어리숙한 뭉크를 먼저 유혹했다.첫사랑의 상대가 불륜 두 사람의 위험한 관계는 ‘키스’ 연작에 드러난다. 남녀는 창가에 숨어 몰래 키스를 나눈다. 가장 떨리고 벅찬 순간이 마치 들키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둘은 창가에서 떨어져 있다.둘이 포갠 머리는 서로 구분이 안 되어 하나로 녹아 들었다. 수년간 뭉크를 괴롭힌 첫사랑은 1889년 막을 내린다. 뭉크는 서툴렀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30년에 걸쳐 풀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점의 ‘키스’는 뭉크가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의 기억을 회화와 판화 버전으로 변용한 것을 보여준다. 뭉크에게 첫사랑은 달콤하고 아련하게 기억되지 못했다. 형수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오히려 수치스럽고 파괴하고 싶은 과거의 행적이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전현무, ‘이 신문사’ 기자 출신이었다…일주일 만에 퇴사

    전현무, ‘이 신문사’ 기자 출신이었다…일주일 만에 퇴사

    방송인 전현무가 광화문을 찾아 과거 기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29일 방송되는 길바닥 먹큐멘터리 MBN ‘전현무계획’ 7회에서는 ‘광화문 맛집’ 탐방에 나선 전현무, 곽튜브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날 광화문에 간 전현무는 “내가 여기 (○선일보) 일주일 다녔어”라며 “일주일 다녀서 맛집은 잘 모르고, 일주일 내내 술 마시고 토한 기억뿐”이라고 과거 편집국 수습기자 시절을 떠올렸다. 전현무는 이어 시민들이 추천한 광화문 김치찌개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식당 사장은 아침 9시에 방문한 이들에게 “지금 촬영을요? 먹을 수는 있다”며 즉석에서 촬영 허가를 해준다. 사장이 전현무에게 “평상복 입어서 누군지 못 알아봤다”고 말하자, 전현무는 “평소에 평상복밖에 안 입는데요?”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자리에 앉은 전현무와 곽튜브는 식당 사장이 추천한 ‘김치두루찌개·제육직화·계란말이’ 세트를 주문한다. 기대에 찬 전현무는 “신문사 옆에 있는 식당은 맛없으면 바로 아웃이야”라고 말하고, 곽튜브는 “맛없으면 기자 분들이 기사 써버리니까?”라고 되묻는다. 이에 전현무는 “안 와 버리지. 기자들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데”라며 기대감을 높인다.
  • 본사 신춘문예 당선작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 무대에

    본사 신춘문예 당선작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 무대에

    “야 이 개×끼들아! 이 와중에도 니들 밥그릇만 챙기냐. 나는 그릇도 없다! 아무리, 아무리 내가 계약직이라지만 사람 목숨까지 일회용이냐!” 어느 회사의 오리엔테이션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정규직 신입사원 김영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별안간 절벽에 매달리게 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얼른 구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정규직 사원들은 그보다 다른 것에 골몰한다. 누가 구할 것인가. 혹시 저 녀석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2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의 줄거리다. 극작가, 연출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송천영(35)의 ‘2024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김영수와 정규직 신 대리, 구 과장, 지 부장 네 사람이 벼랑 위에서 펼치는 블랙코미디다. 인간미가 사라진 비정한 현실을 절박하면서도 유쾌한 언어로 통렬히 꼬집는다. 이 연극은 한국연출가협회가 주최하는 ‘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참가작 중 하나다.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신문을 비롯한 국내 주요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된 희곡으로 당선자와 기성 연출가가 함께 무대를 꾸린다.
  • 아버지의 빈 자리…뭉크의 생 클루의 밤 [으른들의 미술사]

    아버지의 빈 자리…뭉크의 생 클루의 밤 [으른들의 미술사]

    중절모를 쓴 신사가 달빛 창문 아래 쓸쓸히 앉아 있다. 이 작품은 뭉크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린 작품이라 대체로 작품 속 인물을 뭉크 아버지로 해석한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의 모델은 뭉크의 친구인 덴마크 작가 엠마누엘 골드슈타인이다. 변변찮은 직업의 노총각 뭉크의 아버지 크리스티안 뭉크(Christian Munch)는 군의관으로서 오슬로 근교에서 병원을 운영했다. 당시 노르웨이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뭉크 아버지는 군대에 소속된 말단직 의사였다. 뭉크 아버지는 혼기를 놓쳐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46살이라는 나이에 23살이나 연하인 로이라 카트리네 비욀스타(Laura Catherine Bjølstad)와 결혼했다. 크리스티안은 고집스럽고 완고했지만 로이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1860년 결혼해 소피에, 뭉크, 안드레아스, 로이라, 잉게르 등 1~2년 터울로 5남매를 두었다. 그러나 몸이 약했던 로이라는 고작 서른 살에 다섯 아이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뭉크 아버지는 더욱 고집스럽게 변했다. 뭉크 아버지는 시간이 갈수록 종교에 의지하고 병적으로 집착했다. 뭉크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며 잘못을 하면 큰 벌을 받을 것이라고 무섭게 혼냈다. 그의 강박적인 종교 신념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넷째 로이라는 어려서부터 종교에 광적으로 의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뭉크는 1889년 여름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뭉크를 배웅하기 위해 항구에 나왔다. 아버지는 낡았지만 옷장에서 가장 좋은 양복을 꺼내 입고 아들을 배웅했다. 아버지는 몸이 약한 아들에게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백발의 구부정한 노인이 손을 흔들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뭉크는 콜레라를 피해 파리 시 외곽에 위치한 생 클루(St. Cloud)에 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12월, 뭉크는 아버지의 사망을 알리는 전보를 받았다. 뭉크는 차가운 생 클루의 밤거리를 걸었다. 반대편에서 구부정한 노인이 다가왔다. 뭉크는 헤어지던 날 손을 흔들던 구부정한 아버지를 생각했다. 흐릿한 눈으로 본 노인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뭉크는 지금 이 순간 온통 아버지 생각뿐이었다. 왜 그렇게 차갑고 냉랭하게 대했을까. ‘먼저 사랑한다고 손을 내밀 걸’,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할 걸’ 뭉크는 카페에 들어가 전보를 읽고 또 읽었다. 아버지가 떠나셨다는 말만으로도 가슴 한 켠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생 클루에서 살면서 가깝게 지낸 골드슈타인이 카페로 다가와 위로를 전했다. 뭉크 곁에 또 한 번의 죽음이 찾아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아버지의 첫 번째 선물, 아들의 마지막 선물 남성은 창가에 기대 앉아 있다. 창문틀의 모양은 십자가이며 달빛이 바닥에 긴 십자가 그림자를 남겼다. 뭉크의 아버지는 중절모와 낡은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뭉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뭉크 아버지는 뭉크가 16살이 되었을 때 뭉크에게 기도서를 선물했다. 기도서 표지에 ‘아직 젋었을 때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여라’라는 글귀를 적어 두고 아들이 바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뭉크는 종교에 심취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갈등을 많이 일으켰지만 점점 아버지를 닮아간다. 어두운 방 안에 외롭게 앉은 남성을 그린 이 그림은 종교적 신념에 일생을 바친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 정의와 진리 독점한 듯한 진보 정치의 말, 진보를 좀먹다

    정의와 진리 독점한 듯한 진보 정치의 말, 진보를 좀먹다

    미국 사회에서 ‘니그로’라는 단어는 절대적인 금기어다. 뉴욕타임스에서 45년간 기자로 일했던 도널드 맥닐 주니어는 2019년 학생들과 인종차별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단어를 입에 올렸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악의 없는 표현이었지만 그는 신문사에서 해고됐다. 이제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가 강의 중 인종차별 주제에서 ‘N****’이라는 니그로의 축약어만 써도 징계받는다. 페미니즘과 연관된 젠더 이슈나 인종, 난민 등 예민한 주제를 다룰 때 단어 하나만 잘못 써도 경력이 끝장나거나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늘고 있다. 한국도 표현의 예민도가 크게 높아졌다. 식당에서 20대 점원을 ‘아가씨’라고 불렀다가 여성 비하로 곤욕을 치른 사례도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혐오 발언’이나 ‘상처를 주는 말’의 범위가 대폭 확장됐다. 표현의 허용 한계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자칫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독일 진보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 르네 피스터가 쓴 이 책은 ‘정치적 올바름’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위기에 빠트렸는지 통찰한다. 그는 이른바 ‘깨어 있다’고 자부하는 목소리 큰 소수가 다수를 침묵시키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새로운 독단주의’라고 명명한다. 저자의 비판적 시선은 좌파에 더 할애된다. 미국 사회에서 여성참정권 보장과 인종 분리에 반대한 민권 시위, 반전 캠페인, 동성혼 법제화 등 주류 기득권에 진보가 맞설 수 있었던 건 강력한 표현의 자유 보장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 진영마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의견을 제압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공격한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로 쪼개졌다. 한쪽은 진보적 변화에 선의를 가진 사람들조차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 빠르게 ‘혐오 발언’ 범주가 갱신되며 사람들의 도덕적 위계를 매긴다. 반대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확장해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고 욕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는 양극단에 질려 침묵하는 대중의 분노를 파고든다. 저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를 통제하려는 진보 정치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의와 진리를 독점한 듯한 모습은 진보 정치를 축소하고, 극단적 보수 우파를 득세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뭉크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 [으른들의 미술사]

    뭉크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 [으른들의 미술사]

    방 한 구석 침대에서 누군가 죽음을 맞고 있다. 죽음을 맞은 이 앞에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이 작품에서 죽은 이의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다. 다만 슬퍼하는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뭉크는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가족 가운데 어머니와 누나 두 명을 잃었다. 뭉크 어머니 로이라는 1868년 12월 5남매를 남겨두고 죽음을 맞았다. 로이라가 숨을 거둔 그날 새벽 누군가 소피에와 뭉크를 깨워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했다. 로이라는 두 아이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나는 너희들 곁을 떠나야 돼. 내가 가버리면 슬플 거야. 우리는 곧 하늘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신께서 너희와 함께 하기를...” 5살의 뭉크는 이 말의 뜻을 몰랐지만 무서웠다고 술회했다. 요람을 흔드는 죽음의 천사 창백한 얼굴들,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과 그림자, 그리고 단축법으로 표현된 죽은 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엔 슬픔과 침묵만이 흘렀다. 뭉크의 가족은 모두 죽음은 잠자는 것이라고 믿었다. 뭉크는 훗날 ‘질병, 광기, 죽음은 늘 내 요람 곁에 있었지’라며 죽음이 그의 작품의 주요한 모티프였음을 밝히고 있다. 뭉크는 20여 년에 걸쳐 이 작품을 유화, 파스텔, 석판화 등 여러 버전으로 제작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알베르티나 미술관 소장의 석판화와 개인소장(작품명 ‘임종’) 석판화 두 점이 선보인다. 임종을 맞은 이 주변에 5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다만 맨 앞에 있는 여성만 관객을 향해 있다. 다른 버전의 작품들을 보면 이 여성은 환자 머리맡에 놓인 물병과 약병을 챙겨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인물을 카렌 이모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옆의 노인은 뭉크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카푸트 모르툼, 죽은 이의 머리 흥미로운 점은 유화 버전과 달리 벽지에 알 수 없는 두 인물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성별도, 연령도 알 수 없는 두 영혼은 죽은 이를 바라본다. 유화 버전에서 이 벽은 적갈색의 빈 공간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 안료 이름은 카푸트 모르툼(Caput Mortuum)이다. 이는 라틴어로 ‘죽은 이의 머리’라는 뜻이다. 카푸트 모르툼은 연금술에서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를 의미하는데 바로 산화철로 적갈색을 띤다. 뭉크는 유화에서는 ‘죽은 이의 머리’ 색으로, 판화에서는 죽은 이의 머리를 그려 넣은 것이다. 예술로 승화된 그리움 여기 누워 죽음을 맞은 이가 뭉크의 어머니나 누나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뭉크는 1895년 서른 살이 넘어 어릴 적 어머니와 누나의 상실감을 표현했다. 뭉크 작품의 특징은 어릴 적 기억을 그렸지만 어릴 때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모두 성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통해 끝나지 않은 뭉크 삶의 슬픔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고 닥칠 일이다. 누군가 슬퍼하고 기억해 준다면 잘 산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뭉크는 어머니를, 누나를 죽는 날까지 그리워했다. <편집자주>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전시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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