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해 특집/지구촌 ‘수자원 전쟁’
물 부족으로 죽어가는 어린이가 하루 5000명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다.그러나 물을 ‘물쓰듯’하는 버릇이 있다고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머지않아 물도 수입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까지 한다.세계는 지금 급속한 인구증가로 물기근에 허덕이고 있다.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물에 대해 생명자원이라는 인식전환과 함께 물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유엔도 물부족을 경고하기 위해 올해를 ‘물의 해’로 지정했다.지구촌은 이미 ‘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물의 해 지정
2003년을 ‘세계 물의 해(IYFW)’로 지정하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말 유엔총회에서 타지키스탄이 발의하고 148개 회원국이 결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이에 앞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물 부족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2500만명에 이르며 물이 없어 죽는 어린이만도 하루 5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또한 10억명은 안심할 수 없는 물을 마시고 있고 아프리카 9개국 사람들은 하루 10ℓ 이하의 물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런 추세로 2025년이 되면 세계인구의 3분의2가 물 부족으로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물의 해’ 지정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담수자원의 지속적인 이용·관리·보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삼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물의 양은 얼마나 되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물의 양은 13억 8500만㎥.이 가운데 97.4%는 바닷물 등과 같은 짠 물이고 담수는 2.6%에 지나지 않는다.담수의 대부분도 얼음덩어리나 지하수이고 호수나 하천 등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0072%에 불과하다.이미 세계 인구는 60억명을 넘어서 물부족 현상을 가중시켜 전세계가 수난(水亂)을 겪고 있다.
이집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 등 세계 18개국은 물 기근에 허덕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미 90년 유엔으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
그동안 14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해 33개의 광역상수도 등을 건설했지만 아직도 지역적으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전 국민의 14%인 659만명이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28개 시·군이 상습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의 인구 증가율을 감안할 때 2011년 남한 인구는 5000만명을 웃돌고 상수도 보급률은 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른 용수 수요는 연간 367억t인데 반해 공급은 347억t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연간 20억t의 물이 부족하게 되는 셈이다.정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오는 2006년 연간 4억t의 물이 모자란 뒤 해마다 부족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자원 이용·관리실태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물소비량은 395ℓ로 이 가운데 25%가량은 쓸데없이 버려지고 있다.프랑스 281ℓ,영국 323ℓ,일본 357ℓ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많다.또 우리나라는 계절·연도·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한 데다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고 하천경사가 급해 수자원 이용과 관리면에서 불리한 자연조건을 안고 있다.정부의 물관리 정책도 이원화돼 있어 비합리적이다.현재 수량은 건설교통부에서,수질은 환경부에서 맡고 있어 하루빨리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진상기자jsr@kdaily.com
★남북한도 물분쟁 조짐
북한이 금강산댐(임남댐)에 이어 최근 임진강 상류에 대규모 다목적댐인 황강댐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남북한간 물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특히 황강댐 건설은 공유하천인 임진강에 일방적으로 저수량 3억~4억t 규모의 댐을 만들어 임진강 하류지역의 물 부족과 홍수피해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유하천을 사용하면서 황강댐이나 금강산댐 등과 같은 대규모 댐을 건설하면서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제법을 무시한 처사”라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공유하천 개발과 관련,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법에는 공유하천의 경우 당사국 간의 동의 없이는 유역을 변경,물길을 돌릴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북한강과 임진강 수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댐건설을 강행하면서 최소한의 정보도 우리측에 제공하지 않았다.또 국제법에 이런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제재조치는 없어 대응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북측 임진강 유역의 댐은 4개.이들 댐은 2001년에 2개,지난해 5월에 각각 2개가 건설됐으며 저수량이 댐당 3500만t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 댐들은 모두 발전 전용댐으로 발전기를 돌린 뒤 하류로 흘려보내 우리측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황강댐은 사정이 다르다.댐이 완공될 경우 물을 임진강이 아닌 예성강 쪽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남측의 경기도 파주·연천지역은 물부족 현상이 빚어지게 된다.정부는 황강댐 건설로 임진강의 물이 줄어들면 하류지역에는 연간 2억9300만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황강댐이 완공돼 본격적인 담수가 시작되면 임진강은 수량부족으로 민물고기 집단폐사 등과 같은 생태계 파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확장공사 중인 금강산댐도 우려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금강산댐은 저수량이 현재 12억t인데 확장공사가 끝나면 26억t의 물을 가둘 수 있어 황강댐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이곳 역시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 하류인 북한강 지류의 어자원 고갈과 용수부족 또한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강산댐을 짓기 시작한 뒤 담수가 시작되면서 북한강 수계 10㎞는 실개천이 될 정도이며 화천댐도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물줄기가 줄어들면서 하류지역엔 이미 메기 등 민물고기의 씨가 말라 버리는 현상도 빚어졌다.이에 따라 북한강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주민들은 보상요구와 정부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또 만약 여름 집중호우 때 북측이 댐 안전 등을 이유로 댐의 물을 남측으로 흘려보낸다면 남측의 홍수피해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른 시일내에 북측과 논의,정확한 실태파악과 함께 공유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용협의체’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진상기자
★전문가 기고
21세기는 환경의 세기이자 물의 위기시대다.지금 세계 각국은 물오염과 물부족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 수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도 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 물부족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기존 확보된 물에 대한 관리와 새로운 수자원 확보를 위해 정부·기업·NGO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가뭄과 홍수가 연중행사처럼 찾아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북한은 1년 전부터 임진강 상류에 4억t 규모의 ‘황강댐’을 건설중인 것으로 밝혀져 물흐름 차단으로 인한 물부족에 대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만일 황강댐 건설로 임진강의 물이 줄어들면 하류에는 연간 3억여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지구환경실천강령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25년까지는 모든 담수계획분야의 세부적 목표가 달성되도록 하는 통합원칙과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수량과 수질을 통합관리하지 못한 채 물관리의 비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먼저 물 보전과 관리 통합원칙에는 수자원의 동적·보완적·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관리에 대한 통합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수자원의 개발·관리·보전 등의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일본에서는 올해 3월16~23일 유엔 제3차 물포럼이 개최돼 세계 물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세계 물의 해’를 맞아 우리도 물정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
안기회 국제환경포럼 중앙회회장
★정부 대책은
정부는 10년 단위의 ‘물수요관리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선 물절약을 위해 물값 현실화,수돗물 누수방지,절수기 보급,용수 재이용 등 물수요관리정책을 추진,오는 2011년까지 22억t의 물을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수계내의 다목적댐과 발전댐에 대한 통합운영과 댐·저수지 준설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며,기존 수자원시설을 활용해도 부족한 수량확보를 위해서는 중·소형 규모의 댐건설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그 다음으로 상수도 취약지역인 농어촌 215개 지역에 대한 안전한 물공급을 위해 2004년까지 8000억원을 투입, 상수도 보급률을 현재 28%에서 5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도서지역도 2005년까지 2218억원을 투자해 상수도 보급률을 현재 22%에서 70%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밖에 수질개선을 위해 규모가 작고 지자체 직영제로 돼 있는 수도사업을 광역화로 통합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급수인구가 10만명 미만 규모여서 수도사업자의 경쟁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변구역 규제강화와 지자체별 오염총량관리제도 시행하고 지하수개발과 새로운 취수방법으로 강변여과수 개발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한다.
강변여과수는 직접 먹을 수 없는 물을 모래층이나 여과장치를 통해 먹는 물을 얻는 것으로 현재 창원과 김해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