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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건설, 쿠웨이트 최대플랜트공사 수주

    SK건설, 쿠웨이트 최대플랜트공사 수주

    SK건설이 쿠웨이트에서 12억달러짜리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국내 업체가 수주한 해외 단일 건설공사로는 가장 큰 규모이며 쿠웨이트가 발주한 공사로도 가장 많은 액수다. SK건설은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인 KOC(Kuwait Oil Company)가 발주한 12억 2100만달러짜리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23일 현지에서 계약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손관호 SK건설 사장, 파룩 알 잔키 KOC회장, 송근호 주쿠웨이트 대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공사는 쿠웨이트의 남동쪽 일대에 흩어져 있는 낡은 원유집하시설 10개와 가압장 1개를 증설하고 지하에 매설된 오래된 배관을 대체할 지상 배관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SK건설이 설계·구매·시공 등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턴키방식(일괄도급)으로 진행되며 공기는 25개월이다. 최태원 회장은 “석유 플랜트공사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인 기술력과 그동안 쿠웨이트에서 많은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쌓은 신뢰도를 인정받아 이번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쿠웨이트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를 만나 SK건설의 플랜트 시공능력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등 이번 수주를 위해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
  • [클릭 이슈]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 진통

    [클릭 이슈]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 진통

    지난 19일 인천항운노조 집행부가 정부측에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고용) 추진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공식요청한 것은 상용화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일 전국항운노조연맹, 한국항만물류협회, 해양수산부 등 항만 분야 노·사·정 3자가 내년부터 인천항과 부산항 노무공급권을 노조 독점에서 상용화로 전환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지 불과 13일 만의 일이다. 사용자격인 하역회사들 또한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상용화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당위와 큰 틀에서 합의됐지만 ‘끝나는 지점’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반 노조원들의 반발 인천항운노조의 태도 ‘돌변’은 일반 조합원들의 반발이 촉매가 됐다. 이들은 집행부가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협약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자 “일반 조합원들의 의견은 묵살된 채 대의원들만의 찬반투표로 결정됐다.”며 ‘상용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행부에 반기를 들었다. 일반 조합원 상당수는 이번 상용화가 각종 비리를 저지른 노조 간부들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추진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급속히 세를 모아 전체 조합원 1909명 가운데 1242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나아가 투쟁위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치러진 대의원선거(정원 55명)에 28명이 출마,26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25일 열리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협약안 무효선언과 함께 현 집행부 불신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산항운노조의 상용화 반대모임인 ‘항운노조민주화쟁취본부’와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항운노조 집행부는 아직까지는 ‘판을 깰’ 의향은 없는 것 같다. 협약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식적으로 파기를 선언할 경우 또 다른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천항운노조 최정범 위원장은 “추진일정 연기 요구는 협약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좀더 시간을 갖고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집행부는 일반조합원들을 달래가면서 일정을 계속 늦추거나 해양부 및 하역회사가 제시하는 세부안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어정쩡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국이다. 해양부는 다음달부터 오는 9월까지 세부협상을 한 뒤 고용보장 기간, 퇴직자 처리, 조기퇴직 대상 및 수당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방침이었으나 노조측의 태도변화로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게 됐다. 해양부는 항만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재정경제부·법무부·노동부·경찰청 등과 함께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나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세부협상 걸림돌 상용화는 항만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지적된 노무공급 ‘과비용’과 ‘비효율’에 칼을 대기 위해 추진됐지만 세부협상에 들어가면 각종 ‘암초’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조합원에 대한 고용이 승계될 뿐 아니라 상용화 이후 현행 임금수준이 보장되고 정년 60세도 보장된다.”고 큰 맥락에서 합의했지만 각론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당국은 상용화 과정에서 부산항과 인천항 하역인원의 20%가량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강압적 방식이 아닌, 정년 등 자연감소분 및 고령자에 대해 희망퇴직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 직장을 ‘썩 괜찮은 곳’으로 인식하는 노조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희망퇴직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목표대로 감축을 했더라도 남은 노조원 전원을 고용승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 문제는 기계화가 상대적으로 더 진전돼 유휴인력이 많은 부산항이 인천항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40만TEU의 화물을 처리하는 부산의 한 하역업체는 현재 270명의 노조원이 일을 하고 있지만 정규 채용할 경우 3분의1 수준인 60∼70명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천항에는 30여개의 하역회사가 있지만 상용화에 부응해 자체적으로 노조원을 채용할 여건이 되는 회사는 13∼14개에 불과하다. 해양부는 하역회사 단독 또는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부두운영회사(TOC)가 도입된 부두는 원칙적으로 TOC가 항운노조원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고,TOC가 없는 공용부두 등은 하역회사들이 공동출자, 인력관리회사를 만들어 노조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항만작업 특성상 인력 변화가 심한 것도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는 “하역작업은 제조공정과는 달리 물동량에 따라 투입 인원이 날마다 30∼40%씩 달라지는데 어느 기준에 맞춰 고용할지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세 하역업체에는 상시고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금과 정년은 ‘뜨거운 감자’ 현재 인천항 노조원의 월 평균 임금은 316만원. 그러나 하역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대략 이것의 80% 수준이다. 정년도 노조원과는 달리 55∼57세다. 더구나 이들은 그동안 노조원들의 하역작업을 관리감독해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하역회사가 노조원을 고용할 경우 형평성을 맞추려면 직원들의 봉급 등을 노조원 수준으로 올려주거나, 반대로 노조원들의 대우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후자는 노사정 협약 위반이고, 전자를 따르자니 허리가 휜다. 인천항만물류협회 황치영 이사장은 “회사에 따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상용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노사정 합의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비용 3兆 감감… 정부 지원 절실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비용 3兆 감감… 정부 지원 절실

    서울지하철공사가 지하철 1∼4호선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오는 2008년까지 2조 8240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안전대책 사업비 1조 353억원, 안전 및 서비스개선 사업비가 1조 5087억원, 노후시설 개선 사업비 2800억원 등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가 3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혼자서는 마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사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해서 서울시민의 35%가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때문에 서울지하철공사는 자체적인 고강도 구조안을 포함한 재원조달 방안을 내놨다. 서울지하철공사가 2조 8240억원 가운데 7672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2조 890억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안이다. 우선 서울지하철공사가 목표한 대로 7672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년쯤 흑자경영으로 돌아서야 가능하다. 공사측은 사당역과 수서역 등 환승역을 신개념 역사로 개발해 3447억원의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경영개선 노력으로 2307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이밖에 전동차 내장재에 대한 국고지원 1918억원을 감안하면 7672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공사측은 나머지 2조 890억원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하철 초기 건설비의 40%인 8921억원을 국가가 소급해 지원해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사가 이처럼 주장하는 것은 도시철도공사와 부산·대구·인천·광주지하철공사의 형평성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초기 서울지하철공사비의 2.7%만 국고로 지원했지만 도시철도공사에는 23.3%, 부산지하철에는 33.1%, 대구지하철에는 49.8%까지 지원했다.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무임수송비용도 전액 국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역시 철도공사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무임수송비를 지원받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또 전력요금도 산업용 전력요금의 62% 수준인 농사용 요금을 부담하고, 현재 25년으로 돼 있는 철도차량 사용연한을 폐지하면 각각 273억원과 3921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립대 손의영 교수는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무임수송비용은 정부관계 부처가 분담, 지원하고 지하철 개통 20년이 넘어 재투자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노후시설의 교체, 보수 및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비 역시 중앙정부가 매년 6000억∼7000억원씩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특허청 5급공무원 특채 삼성전자 직원들 ‘우르르’

    특허청이 삼성전자보다 낫다? 지난 4월 특허청이 실시한 126명의 5급 공무원 특채에 삼성전자의 박사급 직원 20여명이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삼성전자측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이동하자 옮기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고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대기업 출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기업을 고려, 몇 명이 왔는지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변리사 4년차인 김모씨는 “삼성전자연구소에서 특허청으로 박사 출신이 이동하는 것은 그동안에도 종종 있어왔다.”면서 “삼성전자의 과중된 업무, 특허청에 근무했을 경우 변리사 시험 일부 면제 등의 혜택이 있는 것이 큰 이유”라고 밝혔다. 특허청에 5년 이상 근무할 경우 변리사 1차 시험은 면제되고 2차 시험은 4과목 중 2과목이 면제된다. 삼성전자에서 특허청으로 옮길 경우 연봉은 절반 이하로 깎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주거환경, 가족과의 시간 확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 등이 전직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허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특허청 근무 경력은 앞으로 더욱 선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 250명 수준인 특허 전담인력을 오는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현재 특허 전문인력 채용을 진행중이다.LG전자는 특허 전담 인력을 작년 25명에서 올해 40명,2008년 70명 이상 늘릴 계획이다. 특허청도 인력충원을 거쳐 특허심사 대기기간을 현 22개월에서 2006년말 10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남북차관급회담 득과 실

    19일 타결된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남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양행과 장관급 회담을, 북측은 비료 20만t을 각각 얻어냈다.10개월 만에 남북이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면서 신뢰회복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 주요 성과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양측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회담 내내 ‘동상이몽’을 절감해야 했다. 회담의 ‘격’을 둘러싼 마찰음도 피할 수 없었다. 남과 북이 각각 차관급과 실무자급으로 해석한 결과는 ‘명분’과 ‘실리’라는 확연히 엇갈린 명암을 낳았다. 장관급 회담 시기를 놓고 남측은 6·15 이전을, 북측은 6·15 이후를 고집했다. 남측은 6·15 이전에 회담을 열어야 같은 달 각각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반면 북한은 6·15 5주년 행사를 대규모 축제로 치르는 과정에서 남한측의 자세를 판단하겠다는 일종의 탐색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일정은 잡혔고, 그에 따라 재개되는 장관급 회담은 책임 있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회의체라는 점에서 장성급·경추위 회담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6·15공동선언 5주년행사에 장관급 대표단이 참석키로 한 합의는 한 차원 높은 남북관계를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중심의 행사로 치러져 왔지만 정부 당국이 결합하면서 대규모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측이 민간단체의 독자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한껏 깎아내릴 경우 효과는 반감될 소지가 있다.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합의 직후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북핵문제였다.”라고 실토했다.“합의문에 (우리가 전달하고 촉구한) 모든 내용을 담기는 사실상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북측은 이번 회담을 핵 문제를 다루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 ‘실무회담’이라고 규정하면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부터 논의 무대에 올릴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다. 남측은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조기복귀’입장을 북측에 거듭 밝혔다는 점에 만족해야만 했다. 비료 문제의 경우 당초 북측은 50만t 지원을 촉구했지만, 예년의 봄철 지원 수준인 20만t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나머지 물량은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미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 및 방법과 관련해서는 모내기철이 시작된 북측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해 불과 이틀 뒤인 21일 경의선 도로를 통해 첫 수송을 시작하고 해로를 통해서는 오는 25일 첫 선박을 보내기로 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햇차의 유혹이 시작됐다. 경남 하동군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야생차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자극한다. 화개골은 천년전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 전해진 녹차 시배지. 이 곳에 가면 지리산 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차를 손으로 따 전통 제다법으로 덖어(볶아)낸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탁트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르름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녹차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녹차의 본고장인 이곳에서 19∼22일에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명차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시름을 훌훌털고 입과 코와 눈,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운 ‘원조 녹차’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천년의 향기 그윽한 원조 녹차 맛 따라 눈이 시원하다. 서울을 떠나 4시간 남짓 달렸을까. 야생차밭을 감싸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개골로 가는 쌍계사 입구는 봄 한때 하얀 벚꽃 세상을 연출했던 가로수들이 청량한 녹색 터널을 선사한다. 차창을 열자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볍게 뺨을 스친다. 먼저 찾은 곳은 쌍계사 인근의 녹차 시배지. 우리나라 차의 원조임을 증명하 듯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의 시배지 아래 우리나라에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김대렴 공의 추원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이곳에 심었고,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다고 한다. 이 곳은 지방기념물 61호로 지정돼 있으며, 차인들이 대렴공의 추원비와 시배지탑을 건립하고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어 쌍계사 앞으로 흐르는 화개동천을 따라 올라가자 경사가 급한 산기슭 바위틈 사이로 차밭의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채 손으로 조심조심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산세가 험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다소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광활한 전남 보성의 차밭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고 투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하동 녹차밭의 자랑이다. 비록 대량 생산은 못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평지차가 인삼이라면 산지차는 산삼’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하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차와 구분해 이 곳 차를 굳이 ‘야생차’라고 부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화개면 일대는 일조량이 높고 습도가 높은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가장 좋은 첫물차인 우전(雨前)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무렵을 전후해 차를 손으로 직접 딴다. 이렇게 딴 잎은 멍석에 말린 뒤 가마솥에서 볶고 비벼서 말리는 ‘덖음’과정을 거친다. 차를 덖어 내면 차맛이 은은한 향기를 띠며 차가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국내 유일의 녹차명인을 만나다 이 곳은 시배지 답게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수제녹차’ 명인인 박수근(61)씨가 살고 있다. 다원이 밀집한 화개동천변에서 명인다원(055-883-2216)을 운영하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촌이자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윤포산 스님과 선친인 박봉준 선생으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그는 “차는 색과 향과 미에 기가 더해진다.”면서 “차의 색은 연둣빛이 나야하며, 진하고 구수한 향이 나야 하고, 먹고 나면 단맛이 나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다종을 사용하지만 이 곳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토종 차나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소엽종이지만 천년의 세월이 흘러 토종화된 셈이다. 말린 찻잎은 날로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 작황이 좋지 않아 최고 차인 우전·세작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500통(한 통은 100g)밖에 만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우전은 300통 정도로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전 가운데에서도 한해 10여통 정도밖에 만들지 않는 최고급은 한 통에 55만원 정도. ● 이렇게 가세요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경부·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 시내로 들어와 19번 국도 쌍계사 방향으로 가면 만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에서 나와 임실과 남원, 구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웰빙이벤트 담당(880-2375), 녹차산업계(880-2751) ■ 오~설록차 녹차를 말할 때 제주도를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에는 서귀포 도순다원, 남제주군 서광·한남다원 등 총 40만평의 다원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선사한다. 또 제주를 여행할 때 녹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지나치면 섭섭하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녹차 브랜드 설록차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온다는,‘오∼, 설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녹차의 역사를 담아 녹차밭이라면 보통 보성과 해남, 하동 등을 들지만 제주도야말로 녹차의 유적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 남제주군은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에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랜 곳이다. 결국 많은 다인과 차를 통해 교류하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 섭씨 15도, 강수량 연간 1800㎜, 일조량이 많지 않아 차 재배의 적지이지만 돌투성이 땅에 차를 재배하기는 힘들었다. 태평양은 이곳을 2년동안 개간하고 1984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옥토로 바꾸어 녹차의 명소로 성장시켰다. 15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설록차박물관 오’설록이 세워져 있다. 햇빛 좋고 공기 좋은 최적의 차 생산지,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은은한 차 향기에 취해 1층 박물관에는 차와 관련된 세계의 역사, 공정과정, 삼국시대 토기잔과 상감기법으로 만든 고려잔 등 우리 찻잔 12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2층 오’전망대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서광다원의 차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야외에는 방사탑, 물허벅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아 제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설록의 길’이라는 운치있는 산책로를 마련해놓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코스로도 딱이다. 다점에서는 연녹색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쿠키, 녹차초콜릿 등과 다양한 선물용 녹차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먹는 2500원짜리 시원한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먹는 것을 뺀 입장료, 주차비, 구경값은 모두 무료다. ●찾아가는 길 서광다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제주터미널과 서귀포터미널에서 ‘서광서리’ 가는 차량을 타면 내려서 25∼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동광’ 이정표를 따라 ‘동광검문소’까지 간 뒤 ‘설록차 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다.(064-794-5312·www.sulloc.co.kr) 제주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우려내 다함께 茶茶茶 화개동천변 40리(16㎞)에는 다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무료로 차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업체는 소량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곳까지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25%가 하동에서 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직접 따 덖어내는 고급 차인 우전과 세작이 대부분이다. 천변에 있는 예쁜 목조건물인 고려다원(883-5007)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차밭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장 하구(40)씨는 다산, 추사, 초의선사의 말을 빌여 야생차에 대해 자랑했다. 그는 ‘산다유향’(평지보다는 산지의 차가 향이 그윽하다),‘청취위성’(차의 색은 맑고 대나무 잎처럼 연녹색을 최고로 친다.),‘감윤위상’(맛이 달고, 부드러운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부초배근’(최고의 차는 손으로 덖어서 불에 말린다.) 등을 인용, 야생차의 장점을 말한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찻잎이 여린 첫물에 딴 찻잎일수록 고급이다. 최고의 차는 우전으로 곡우(4월20일) 전후에 채취한 아주 어린 잎이며, 세작은 입하(5월6일) 전후에 딴 차다. 가격은 다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전이 6만∼10만원, 세작이 3만∼6만원, 중작이 2만∼3만원, 대작이 1만 5000∼2만원 정도다. 한편 하동군청은 19∼22일 3일동안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쌍계사)과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제9회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동안에는 각종 차를 20∼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차는 고온도와 습도, 산소, 광선 등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 만큼 진공팩에 넣어 영하 5도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차는 종류와 양, 시간, 다구, 물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관(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도자기)을 사용할 경우 차를 충분히 끊인 뒤 숙우(물식힘 사발)와 찻잔에 붓는다. 이때 찻잔과 다기를 데우는 것으로 70∼80도 정도까지 식힌 뒤 250㎖의 물에 10g(5명 기준)에 식힌 물을 붓고 1∼2분 정도 우려낸 뒤 찻잔을 돌아가며 3회 정도 나누어 따른다. 특히 차는 마시는 것뿐만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으로 다례를 배워두면 좋다. 특히 생활속에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 찻잎을 우렸다가 그물로 헹궈주면 농약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찻잎을 우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넣어두면 찌든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주부 습진과 무좀을 차로 해결할 수 있는데 찻잎으로 손을 씻으면 손에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하동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마포 소각장 다이옥신 미검출

    서울시는 18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왔던 마포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의 배출가스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득범 시 건설안전본부 시설국장은 “산업기술시험원에 의뢰,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3차례 마포 자원회수시설 굴뚝 배출가스의 다이옥신류 농도를 측정, 분석한 결과 3번 모두 0.00ng/㎥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다이옥신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통상 다이옥신 농도 측정시 소수점 이하 셋째 자리부터는 미미한 수치로 보고 표기하지 않는다. 시는 이런 측정 결과에 대해 “다이옥신의 국내 법정 기준치 0.1ng/㎥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기존 소각장들의 100분의1 수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지난 1월19일부터 시운전되며 매일 마포·용산·중구 3개구에서 반입된 쓰레기 500t가량씩을 처리해 왔으며 이 기간 산업기술시험원 입회하에 성능시험을 한 결과 다이옥신뿐 아니라 중금속 24개 항목에서 모두 합격했다. 이에 대해 마포 쓰레기소각장 건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김종호 위원장은 “주민이 입회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측정했는지도 모르는 일방적인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현재 소각로 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속 반대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다음달 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쓰레기를 마포 자원회수시설로 반입하는 등 1일 최대 처리용량(750t)에서 남는 부분을 다른 지역에서 받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남측 “6자회담 北복귀땐 중요한 제안 할 것”

    남측 “6자회담 北복귀땐 중요한 제안 할 것”

    남북 차관급회담에 참석중인 남한측 대표단은 16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중요한 제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촉구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차관은 이날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남북이 지난 1992년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민족공조도, 남북화해도 불가능하다.”면서 “(중요한 제안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관련국과 협의해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안내용 힐차관보에 전달 정부는 ‘중요한 제안’의 내용을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전달했으나 미측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수석대표는 또 “북한측이 핵보유를 주장하고 영변 5㎿ 원자로 가동 중단과 핵연료봉 인출 등 상황을 악화시켰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 보유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 대표단장인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정면 대응하지 않고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또 제15차 장관급 회담을 6월에 서울에서 개최하고,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해외 민간단체의 6·15 통일대축전에 당국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비료지원과 관련, 남한측은 예년 수준인 20만t 규모로 즉각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웃도는 규모에 대해서는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추가로 논의할 것을 제의했다. 앞서 남북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대축전에 남북한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대표단 구성을 비롯한 절차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수석대표는 “다음달 중 장관급회담을 개최한 뒤 순서대로 당국간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측은 장관급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면회소 조속착공도 제의 남한측은 또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경의선·동해선 도로연결 개통식을 갖자고 제의하는 한편 광복 60주년을 맞아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고 이산가족 면회소를 조속히 착공할 것을 제의했다고 이 수석대표는 전했다. 그는 “북한측은 김일성 조문불허와 충무계획, 작계 5029 등에 대한 재발방지와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날 송민순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북 비료지원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 지원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차관급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확신을 갖는 한편 남북관계 진전이 6자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개성 공동취재단·서울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개성·뉴욕 채널 가동] 남북관계 복원·인도적 지원 논의

    “남북회담은 종합 경쟁이다.” 남북 차관급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정부 고위 당국자가 던진 소감이다.10개월만에 재개되는 남북 당국간 회담에 거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담겨있는 언급이다.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정부는 준비과정 내내 “포괄적인 주제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남북관계 정상화가 우선 정부는 무엇보다 끊어진 남북관계의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관급·경추위·장성급회담 재개가 관건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정상화·안정화·제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봉조 차관도 “중단된 장관급회담과 경추위·장성급회담 등을 차례차례 복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에는 장기간 대화 중단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측도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 있다. 회담을 제의해 온 권호웅 내각참사가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이 장관급회담을 염두에 둔 실무회담 성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관급회담과 경의선·동해선 건설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협력사업 등 최근 남북간 협력사업이 6·15 정신에 의한 ‘동력’이었음을 고려하면 보다 포괄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총리급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 북핵문제 압박에 대한 전환 의도 엿보여 이번 회담의 주요한 의제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측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6자회담과 관련, 미국과 관련국들의 대북 압박구도를 전환시키려는 데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벗어나 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듯하다. 이 차관은 “우리측은 6자회담 조기 재개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이 미국의 의도에 말리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은 “대외적인 압박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비료지원, 남 ‘20만t’vs 북‘50만t’ 북한은 연초 50만t의 비료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남한측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강조하는 동시에 당국간 회담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차관은 “현 시점에서 비료문제가 논의돼 지원하면 인도적 차원”이라고 강조,“예년 수준인 20만t의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료지원은 주로 해상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도로와 철도 등을 활용하는 육로지원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남한측은 다음달로 3주년을 맞는 서해교전 사태를 감안, 남북간 사전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할 가능성도 높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끝나지 않은 ‘특허전쟁’

    지난해 국내 전자업계는 외국기업들의 ‘특허소송’을 이용한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삼성SDI 대 후지쓰,LG전자 대 마쓰시타전기의 PDP특허분쟁은 타결됐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캐나다의 모사이드가 제기한 반도체 특허소송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전자업계에서 소송은 일상적인 일이어서 남아있는 특허소송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 특허도 일상적인 경영으로 최근 특허업무를 우발적인 업무가 아니라 경영의 한 축으로 격상시킨 삼성전자는 특허분야 전문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변리사, 특허업무 경력자, 해외 특허변호사, 기술가치 평가전문가 등 수십명을 특허 경력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윤종용 부회장이 특허중시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250여명 수준인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는 한편 변리사, 미국 특허변호사 등 자체 인력의 교육, 양성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특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술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기업들 특허분쟁 잇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사용료로 1조 3000억원을 지불하면서까지 가급적 특허분쟁을 피하려 했지만 적지 않은 소송에 걸려 있다. 2002년 마쓰시타전기가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기한 3억달러 규모의 D램 특허소송은 아직 진행중이고 지난해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동문연구재단(WARF)이 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도 자사 직원이 제기한 휴대전화 문자입력 방식인 ‘천지인’ 특허 침해 소송은 합의로 끝냈지만 2002년 11월 발명가 조모씨가 제기한 900억원대의 소송은 아직 타결짓지 못했다. LG필립스LCD와 타이완 CPT의 특허분쟁도 한치 양보없는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고 있다. LPL은 지난 2002년 8월 CPT와 모회사인 타퉁(Tatung)이 LCD 공정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2004년 5월에는 델라웨어 연방법원과 영국 특허법원에도 소송을 냈다. CPT측은 2004년 6월 오히려 LPL이 미국의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반소(Counter-claim)를 제기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LPL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램버스사와 램버스D램 특허소송이 진행중이고 도시바와도 플래시메모리 특허분쟁을 벌였다. ●사후분쟁보다는 사전예방 이처럼 특허소송이 봇물을 이루자 전자업계는 분쟁의 소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예방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소니와 미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 등록된 상대방 회사의 특허 대부분을 별도의 협상 과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 특허제휴’를 맺어 무려 2만건이 넘는 특허에 대한 분쟁을 미리 방지했다.LG전자도 지난 1월 마쓰시타와 PDP특허분쟁을 마무리지으면서 DVD와 PC부문까지 특허공유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사설] ‘보수’ 정형근 의원 옳은 소리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당장 대북 비료지원을 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비료와 당국대화를 연결한 것은 옹졸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대표적 극우파로 분류된다. 과거 정권에서 안기부(국정원)차장을 지냈고, 용공조작·고문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 인물이 북핵위기 상황에서 무조건적 비료지원을 주장한 것은 신선해 보이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 협상과 별개로 구분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고,2002년 2차 핵위기 발발 때도 비료·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왔다.”면서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느닷없는 조건부 비료지원 방침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강조해야 할 논리를 야당의 보수성향 의원이 대신한 셈이다. 여권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반성해야 한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북한은 당국간 공식대좌를 기피하고 있다.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남측의 ‘어정쩡한 상호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협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강경정책은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주장이 그런 유다. 그러나 미국내 매파를 따라 남한까지 초강경정책을 편다면 전쟁위기가 높아질 게 우려된다. 정부의 판단도 온건론 쪽으로 알고 있는데, 비료지원 문제를 못 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비료지원은 봄철 파종기인 이달내에는 해야 한다. 적기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은 2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 때문에 궁지에 몰린 북한에서 대량 아사자까지 발생한다면 극단적 선택이 나올 수 있다. 북한은 올해초 남측에 50만t의 비료지원을 요청했다가 여의치 않자 중국쪽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보여진다. 지금이라도 당국회담에 응하면 좋겠지만, 그를 기다리지 말고 예년 수준인 20만t을 우선 지원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 “1분기 성장률 3% 미달”

    “1분기 성장률 3% 미달”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3%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부동산값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현 수준인 연 3.25%로 동결시켰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을 앞둔 사재기로 인해 올 1·4분기 담배 생산이 줄어든 요인을 지목하면서 “3%에 못 미치더라도 담배생산이라는 일시적 요인(경제성장률 0.4%포인트 하락)을 감안하면 3% 수준의 성장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올 상반기 성장도 3% 내외”로 추정하면서 “3%에 못 미치더라도 0.1%포인트 차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은이 종전에 제시한 연간 4.0%의 올해 경제전망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연말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3.4%, 하반기 4.4%로 제시했다. ●콜금리 왜 동결했나 박 총재는 “우리 경제는 지난 1·4분기를 저점으로 횡보하는 상황”이라며 “경기회복은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한은은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옆걸음’(횡보)의 L자형 침체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두차례에 걸친 콜금리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은의 이번 콜금리 동결 결정은 설득력을 갖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콜금리를 올린 뒤 경기가 더 나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책임을 덮어써야 하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한은 안팎의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잠정 추계된 것도 동결쪽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세계 경기의 둔화, 유가상승, 북핵문제, 환율하락 등 대외 요인들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데다 내수회복이 수출증가율 둔화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문제는 부동산값 상승 한은은 최근 부동산값의 상승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박승 총재는 “부동산 가격같은 자산버블은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게 금통위와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값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확연히 포착되면 한은이 콜금리 인상을 통해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달 콜금리의 향방은 내수회복과 부동산값 상승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2008학년 논술 교과과정서 출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2일 수도권과 지방의 28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인 가운데 ‘전국 대학 입학처장 회의’를 열고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이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대교협은 이를 위해 다단계 전형을 확대하고, 영역별 가중치를 주는 방안, 영역별로 반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반영 틀을 만들 계획이다. 또 현재 5∼8%대 수준인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서서히 높이되, 갑자기 크게 올리지는 않기로 했다. 대교협측은 “이는 ‘고교등급제’에 의한 평가가 아니고 특별전형이나 수시모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전형 모델을 개발,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 지역 고교 등의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교협측은 또 “대학별 고사인 논술과 면접을 실시할 경우에도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출제, 정상적으로 학교 공부를 한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고 사교육비 부담도 겪지 않는 수준에서 출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본고사형 논술은 안 된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면서 “내신 반영비율을 얼마까지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 대학의 입장이 달라 더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현청 사무총장은 “다음달 30일을 전후해 대학별로 대강의 입시계획을 발표하고, 가을 이전에는 구체적인 전형 지침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각 대학이 합의를 따르도록 구속력을 갖게 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서울법대 “법조인 年3000명 늘려야”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로스쿨 도입 방안에 대해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조인 배출 규모와 로스쿨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교수들은 11일 오전 ‘법학교육 개혁에 대한 서울대 법과대학의 입장’이란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연간 법조인 배출 규모를 1000명선으로 제한하는 사개추위 안은 법률가를 직업이 아닌 특권신분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교수들은 “사개추위가 법조인 양성규모를 1000명으로 제한하고 나서 80% 합격률에 맞추기 위해 입학정원은 1200명으로, 대학수는 8∼10개로 상정하니 대학당 150명의 입학정원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대학 역량에 따라 정원 수가 달라질 수 있는데도 획일적으로 못박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재 우리 사회의 규모를 고려할 때 3000명선이 적절하며 일정 수준에 도달한 대학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서울대는 일본 도쿄대와 비슷한 수준인 300명을 선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나길회 이효연기자 kkirina@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공직자 낙마’ 맥을 끊자/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바다와 산을 휩쓴 수마(水魔)-화마(火魔)와는 별도로 연초부터 정치권에는 또 하나의 ‘마’의 열풍이 불었다. 고위공직자들의 낙마(落馬) 바람이 그것이다. 지난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에 이어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더니, 최근 홍석현 주미대사가 위장전입 사실을 고백하기까지 여러 명의 고위공직자가 옷을 벗거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인공과 연출이 각각 다른 단막극이었지만, 그 바닥에는 하나같이 공직자의 도덕성과 부동산 투기라는 코드가 숨어있다. 이런 고위공직자들의 낙마 사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행태 역시 공통점을 띠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공직자 인사검증 절차의 부재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해당 공직자의 부도덕성에 대해 심판을 내리듯 준엄하게 꼬집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는 그리 단순하게 바라볼 사안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과거 문제가 퇴진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도덕성에 대한 공직사회와 국민여론의 잣대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한번도 도덕성의 기준에 대해 사회구성원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고, 공직자 윤리가 정착되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공직사회의 시스템과 의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 공직자윤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저만치 앞서있는 것이다. 이 괴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재산공개와 이에 대한 여론의 뭇매, 그리고 낙마로 이어지는 지금의 패턴이 계속된다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해당 공직자는 과거에 비해 높아진 도덕성의 기준에 당혹스럽고 나름대로 억울할 것이고, 국민은 국민대로 상대적 박탈감과 도덕적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한편 언론도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기를 비롯한 각종 부조리가 묵인되다시피 하는 공직자 사회의 통념에 그동안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이(서울신문 4월26일자 ‘아파트값 부추기는 언론’) 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이뤄진 뒤에야 부도덕성을 비판하고 나선다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위공직자 낙마 도미노에 관한 서울신문의 보도 행태를 보면 초반의 단선적 접근에서 벗어나 점차 국민의 달라진 도덕성 잣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도덕성 잣대 껑충, 공직자 윤리는 제자리’(3월23일자),‘인권위원장 사퇴부른 국민 눈높이’(3월21일자)에서 공직사회의 인사기준과 국민 기대치의 차이를 지적하며 공직사회 내부의 눈높이 조절을 주문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와 국민간의 간극을 봉합하기 위한 심층적인 보도는 여전히 부족했다. 다만 청문회와 공직자윤리법 등과 같은 제도의 필요성과 제도 자체의 문제에 대해 연속적으로 지적한 점은 돋보였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가운데 백지신탁제의 허실을 지적한 기획 ‘공직자 백지신탁제 도입논란’(4월12일자),‘허점투성이 공직자 백지신탁제’(4월28일자)와 ‘검증자료 없는 청문회 의미없다’(4월2일자) 등의 기사가 그 예이다. 우리는 예부터 청백리 정신과, 청렴결백을 강조하며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 절대적 기준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 사회변화와 맞물려 공직자에 대한 인식은 ‘철밥통’에 비유할 정도로 변질됐다. 공직사회의 비리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며 체념해 온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직사회는 또 한번의 전기를 맞았다. 혁신과 부패척결을 공무원 사회에 대한 기치로 내걸면서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 또한 커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위공직자 퇴진사태는 공직사회의 낡은 의식과 새로워진 국민의식간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은 행정면과 고시취업면을 통해 꾸준히 공직사회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다. 앞으로도 이번 낙마사태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울신문은 크게 두 가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나는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직사회 내부의 의식개혁과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관련하여 겸손하되 이면을 헤집는 날카로운 보도를 기대한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 ‘이건희 회장 고대사태’ 학생들 비판 언론사마다 미묘한 차이

    관련자들로선 곤혹스러웠겠지만, 지난 주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을 둘러싸고 고려대에서 벌어진 소동은 언론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삼성은 대한민국의 간판 기업인데다 어렵다는 신문 시장에서 최대 광고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일 수여식 뒤 3일 고대 보직교수들의 사퇴 선언으로 이어진 이 사건은 3·4일자 신문에 어떻게 반영됐을까. 큰 틀에서 보자면 학생들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사건 추이와 다양한 반응을 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점들은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는 4일자 9면 ‘이건희 명박 후폭풍’ 기사에서 부제목으로 ‘좌파단체 학생들이 주동’,‘경찰, 민노당원 참여 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조선의 정치적 지향점을 감안해보면 포인트를 어디다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인터넷판 제목은 선정성에서 단연 압권이었다. 그러나 사설에서는 균형을 갖췄다. 같은 날짜 사설 ‘이건희 회장 학위 수여식의 일부 고대생’에서 “식장 주변에 피켓라인을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으면서도 “물론 무노조 경영과 편법상속을 둘러싼 논란같은 삼성의 ‘그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기사를 두드러지게 전진 배치했다.3일자 2면에 기사를 배치하면서 부제목으로 ‘기념관 건립 기부금 400억이 모자랐나‘로 뽑은데 이어 4일자에는 1면 하단에 고대 보직교수들의 사의 표명 소식을 싣고 10면에 학내외 반응을 다뤘다.‘대학의 지성 고작 이 수준인가’라는 4일자 사설도 다른 신문들과 달리 사설 가운데 첫번째 꼭지로 다뤄졌고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비난의 톤도 한층 끌어올렸다. 동아는 삼성과 고려대 사이에 끼어있는 관계 때문인지 조선·중앙과는 대별되는 태도를 보였다.3일자 2면에 배치된 기사에서는 학위 수여식 사진을 크게 배치하고 학생들의 시위 사실은 기사 말미에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그러나 4일자에서는 8면에 3꼭지를 할애해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기사의 주요 제목으로 굵게 뽑힌 “불과 60여명이 학교 명예에 먹칠”이 눈길을 끌었다. 일부의 문제일 뿐이라는 강조로 보였다. 사설은 내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한겨레·경향신문의 기사는 학생들과 학교의 문제점을 모두 지적했다. 사설을 내지 않은 한겨레와 달리 경향은 이 문제를 사설로 다뤘다.4일자 ‘유감스러운 고려대의 명예학위 저지 소동’에서 학생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비판한데 이어 대학들의 명예박사학위 수여 기준과 우리사회 전반의 기부문화 문제를 짚으면서 대학의 지성적인 의사소통을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4일자 3면에 ‘고개숙인 고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태의 전말과 엇갈리는 반응을 간결하게 전달했다. 같은 날짜 사설 ‘세계 고대에서 일어난 일’에서는 이 회장을 ‘탁월한 경영인’이라고 평가한 뒤 학생들에 대해서는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증권사 ‘최저수수료제’ 논란

    증권사 ‘최저수수료제’ 논란

    은행에 이어 증권사들도 수수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중심이 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최저 수수료제’가 증권사별 자율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수수료 인상을 부추겨 공정거래법의 ‘부당공동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5개 증권사 등을 회원사로 하는 한국증권업협회는 증권사들이 지켜야 할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하기로 했다. 협회는 이와는 별도로 최저 수수료를 신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최저 수수료제는 주식매매 비용의 원가 분석을 통해 수수료의 최저 한도를 정함으로써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주요 증권사 사장단은 지난해말 공정경쟁규약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장단은 당시 ‘소요비용에 비해 현저히 낮은 대가의 수수’를 금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인터넷 매매전문인 온라인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증권사들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0.024% 등 낮은 수수료를 받아 온라인 증권사들의 출혈 경쟁과 오프라인 증권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점을 감안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지점망을 갖춘 오프라인들과 경쟁하기 위해 매우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그 대신에 인터넷 배너 광고비 등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마다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수수료에 대해 협회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 이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증권사들은 일제히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간접적인 가격담함 또는 부당공동행위에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에 대한 최저한도제가 특정 기업군에 이익을 가져오고 자율성을 해치는 요소가 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저 수수료제는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방지의 성격이 크고 온라인 증권사도 인상을 원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상을 통해 출혈경쟁을 피할 때가 됐다는 주장과 온라인의 장점인 낮은 수수료를 포기하면 오프라인과 경쟁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온라인 증권사들은 최근 일부 은행들이 주식매매 업무를 대행하며 챙기는 증권연계계좌서비스의 수수료를 4배 정도 올린 계좌당 1만원을 받기로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키움닷컴, 미래에셋, 이트레이드증권 등이 은행에 의존해 개설하는 연계계좌 비중은 전체 개설계좌의 50∼80%에 이른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정부 “韓·日 FTA 연내 불가능”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11월 6차 협상에서 일본측이 농수산물 개방에 난색을 표명한 데다 올들어 독도 및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간 협상논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일본측의 무성의한 태도와 FTA 체결을 위한 통상적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내 타결은 불가능하다.”며 “다음달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FTA 협상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모두 6차례의 협상을 가졌으나 지난해 11월 사전협의 단계에서의 이견으로 차기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우리측은 농수산물 시장을 포함해 산업기술, 서비스·투자 자유화, 정부조달, 비관세 장벽의 철폐 등 포괄적인 FTA를 바라지만 일본측은 공산품의 관세철폐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FTA가 맺어지면 품목별로 시장을 개방하는 수준인 ‘양허율’을 90%로 정하는 게 보통인데 일본은 농수산물 분야에서 50% 안팎의 양허율만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한국 공산품 시장의 개방을 99%까지 요구, 기술적·생산적 비교우위에 있는 부품소재 등 공산품 위주로만 FTA 협상에 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부는 공산품 부문과 서비스 산업을 일본에 개방, 단기적으로는 무역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본이 농수산 품목을 개방하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이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8월 5차협상에서의 긍정적이던 분위기와 달리 일본 농민단체가 개방에 반대하며 집권 자민당에 강력히 항의하자 태도를 돌변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 농수산품 양허율을 90%까지 높이지 않는다면 FTA 협상은 물 건너간 것과 다름없다.”며 “현재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징후를 발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일간 FTA가 맺어지면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단기적으로 1억달러 정도 악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6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0.22∼0.33%포인트, 중장기적으로는 0.82∼1.9%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FTA로 시장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유치가 활성화되고 중국의 저가공세에도 공동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하려는 주요 농수산품에는 밤, 피망, 장미, 돼지고기, 낙지 이외에도 소주와 라면 등이 꼽히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GM·포드 ‘정크본드’ 전락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해온 포드자동차가 끝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로 추락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GM과 GM의 자회사인 할부금융사 ‘GMAC’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각각 두 단계 낮췄다. S&P는 “주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GM의 경영전략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향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GM은 올해 1·4분기 13년만에 최악의 성적인 1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안전벨트 결함 등 문제가 있는 차량 210만대를 리콜한다고 밝혀 체면을 구겼다. 전날 억만장자인 커크 커코리안이 GM 주식 8억 7000만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고 밝히면서 GM 주가가 18% 급등하기도 했지만 S&P는 “GM의 불확실성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또 S&P는 ‘BBB-’였던 포드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BB+’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S&P는 “포드의 경영전략이 최근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 충분한지 의문”이라면서 특히 포드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예전처럼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GM의 점유율은 지난달 2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포인트 떨어졌고, 포드 역시 17.5%로 지난해 18.8%보다 낮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 더 많은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할 GM과 포드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들에 파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 인테리어 등 관련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두 기업에 거액을 빌려준 은행들의 부실화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편 GM은 S&P에 대해 “GM은 할부금융 자회사를 운영할 만큼 적절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포드도 성명을 통해 “포드의 자금동원력과 신제품 성공 등을 저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업다각화로 5년내 이익 5배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전선의 임종욱 사장은 3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선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의류, 레저에 이은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로 현재 1000억원 수준인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기준 이익 규모를 향후 5년안에 5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5년 2월 창립 이후 5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을 인수하는 등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선박용 전선업체인 진로산업과 소주업체인 진로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보유 중인 진로의 채권만으로도 30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는 등 ‘알짜 경영’을 자랑한다. 지난달에는 전북 무주군과 기업도시개발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오는 2015년까지 총 7600억원을 들여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금평리·덕산리 일대 248만평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개발하기로 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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