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수준인
    2025-10-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73
  • [시론] 국민 기만하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 교수

    [시론] 국민 기만하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 교수

    12월26일자 서울신문은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현재보다 입방미터당 3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 줄여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면 서울시민들의 평균 수명이 3.3년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도하였다. 대기오염과 사람들의 수명간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논문은 국제적으로 다수 보고되고 있다. 또한 런던스모그 사건 등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대기오염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수명단축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런 수도권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작년에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환경부는 법 제정 당시 “수도권 대기질 개선은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 법은 경제부처의 강력한 반대로 제정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컸지만, 마침 벌어졌던 경유승용차 허용문제와 연계되어 힘겹게 통과되었다. 정부가 이 특별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현재 입방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 수준인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안에 도쿄와 같은 40마이크로그램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앞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개선목표가 달성되면 수도권 시민들의 수명이 3년 연장되니 국민건강보호 측면에서 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환경부가 오래 전에 설정한 미세먼지 환경기준(입방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을 여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환경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수도권 대기오염 농도와 거의 같은 수치라는데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이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심하지 않는가. 특별법이 목표로 하는 40마이크로그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0마이크로그램으로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마땅하다. 현재 우리의 미세먼지 기준은 OECD국가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나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이 느슨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별법을 제정했으면서도 환경기준을 바꾸지 않는 환경부의 태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환경부가 발간한 환경백서를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1993년에는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등 일부 오염물질이 환경기준을 달성함에 따라 이들 항목에 따른 환경기준을 강화했다.’고 적혀 있다. 아황산가스처럼 오염수준이 낮아지면 그때 가서 기준을 덩달아 낮추고, 미세먼지처럼 오염도를 낮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 수준이더라도 환경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항상 환경기준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즉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환경기준이지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기준은 아닌 것이다. 어느 나라나 환경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더라도 환경기준은 제대로 설정하여야 한다. 그래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평균수명을 3년 단축시키는 미세먼지 농도를 환경기준으로 고집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마침 환경부도 내년부터 ‘환경보건 원년’을 열겠다는 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이참에 환경정책 목표의 근간이 되는 환경기준부터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재정립해야만 한다.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의 근거이며 사회적 약속이었던 미세먼지기준의 강화는 환경부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 교수
  • 기술무역 日에 10~20년 뒤져

    ‘기술무역’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10∼20년 가량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술수출액과 기술도입액을 합한 기술무역 규모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4분의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최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기술무역 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일본은 지난해 기술무역을 통해 111억 8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해 한국은 27억 31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또 일본은 기술수출액(163억 5400만달러)이 기술도입액(52억 47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수출액(14억 1600만달러)이 기술도입액(41억 4700만달러)의 3분의1에 불과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17개 사이버대 2만3550명 모집] 학기당 등록금 120만원선 ‘저렴’

    [17개 사이버대 2만3550명 모집] 학기당 등록금 120만원선 ‘저렴’

    ‘학원에서 배우기 어려운 법학이나 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볼 방법이 없을까.’‘경영학 지식이 좀 부족한데 덜컥 MBA를 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주 5일제 실시와 더불어 자기계발·평생학습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이버 대학이 주목받고 있다. 도입 5년째를 넘기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사이버대의 특징과 모집 일정을 소개한다. 사이버대학은 ‘평생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정규 교육기관으로 정식 명칭은 ‘원격대학’이다. 지난 2001년 9개 대학 6220명의 학생으로 출발해 현재 4년제 학사 학위과정 15곳,2년제 전문학사 학위과정 2곳 등 모두 17개교가 있다. ●시간·비용 절약…30대 직장인이 대부분 사이버대학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140학점을 이수하면 정규 학사학위를 받는다. 주말에 실험·실습 등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곳도 많다. 특히 사이버외대나 경희·한양·세종사이버대 등은 오프라인 대학과 학점 교류가 가능해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거나 도서관 등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대학이 수강 과목에 관계없이 학기당 동일한 등록금을 내는 것과 달리 사이버대는 신청한 학점만큼만 낸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1학점에 5만∼8만원 정도로, 일반 사립대학의 3분의1 수준인 학기당 12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다.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에 재학생의 대부분이 30대다. 특히 직장인이 80% 이상이다.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학생이 3분의1가량이고, 일반대학 졸업자들이 새로운 전공을 찾아 사이버대로 편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버대 학생도 다른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등록금 장기 저리 대출, 병역 연기,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졸업 뒤에는 국내 대학원이나 외국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다양한 전공, 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다양하고 실용적인 전공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사이버대의 장점이다.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경영학, 세무·회계학, 부동산학 등 실용학문에서 문학, 교육학 등 순수학문까지 기존 대학에 개설돼 있는 과정은 물론이고 얼굴경영학과, 보석감정딜러과, 한류문화언어학과, 게임PD전공, 금융보험학과 등 이색 전공도 많다. 최근에는 국내외 기업·기관과의 협력·제휴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디지털대는 삼일회계법인, 삼성SDS,KBS연수원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공동운영한다. 한양사이버대는 삼성전기와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에 나섰고, 지적공사와의 산학협력도 추진중이다 ●17개대 2월 초까지 모집 17개 사이버대는 이달부터 내년 2월 초까지 신·편입생 2만 3550명을 모집한다. 원서는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고교 졸업 또는 동등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주로 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를 평가해 선발한다. 수능점수는 반영하지 않아 직장인이나 배울 시기를 놓친 경우에도 공부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길이 열려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장롱속 유물’ 꺼내 나눕시다

    ‘장롱속 유물’ 꺼내 나눕시다

    #1 얼마 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정태식(48)씨는 깜짝 놀랐다. 집집마다 한두 개씩은 있음직한 병풍과 가구 등 생활유물들이 2층 기증관에 기증자의 이름, 시대소개와 함께 ‘거물급’ 문화재들과 나란히 전시돼 있어서였다. #2 최근 아이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의 ‘진성 이씨 기증유물특별전’을 찾은 이순애(37)씨. 진성 이씨인 그는 문중의 족보와 생활유물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흡족해했다. 유물을 기증받으려는 박물관의 활동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60년 역사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재개관과 더불어 기증관을 신설했는가 하면 다른 박물관들도 기증 유물 특별전 등으로 유물 기증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증 유물로 꽉 차 있는 선진국 박물관과 비교하면 아직도 사들인 유물이 대부분인 게 우리 국공립 박물관의 현실이다. ‘장롱 속 유물’을 끌어내기에는 ‘문화 나눔’의 의식과 기증에 따른 예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개관 이후 230여명으로부터 국보 6점,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690점을 기증 받았다. 전체 소장유물 15만여점의 15% 수준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800여명으로부터 1만 3955점의 유물을 받았다. 소장유물 7만 6353점의 18% 정도. 조선왕실 유물이 대부분인 국립고궁박물관은 전체 4만 5000여점 중 기증분이 2%인 892점에 불과하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도별 공립 박물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소장품 3만여점의 3분의2 수준인 1만 9000여점이 기증 유물이며, 경기도박물관은 1만 1000여점의 20%인 2172점을 기증 받았다. 유물 기증을 이끌어내려는 박물관의 활동은 홍보와 수집, 보존과 전시로 나뉜다. 홍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소극적’인 방법에 의해 이뤄진다. 일부에서는 개인소장가 등을 직접 접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연락하는 소장가들을 만나 유물을 받는다. 역사박물관 진원영 유물수집팀장은 “예산부족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는 하지 못한다.”면서 “기증의사가 있어도 3∼4번씩 접촉해야 기증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한 달간 공들여 최근 춘천에서 은퇴한 교수로부터 고문서 1000여점을 받아 왔다. 기증유물의 활용은 박물관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지만 상설 기증실은 많지 않고, 소규모 기증 코너나 기증유물 특별전이 대부분이다. 유물 기증이 늘어나려면 ‘우리 모두 기증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은 물론 기증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사박물관에 2500여건을 기증한 진성 이씨 종손 이세준씨는 “문중에서 관리하다 보니 도난·훼손이 많아 영구 보존을 위해 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면서 “문중 유물도 우리 민족의 공동 문화유산인 만큼 모두와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경기도박물관장은 “대부분 기증이 무상이지만 유물 평가액의 20%선인 기증보상금을 50%로 높이고, 보상금에 물리는 세금을 전액 감면하는 유인책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7대도시 미세먼지 기준 이하서도 사망률 증가

    7대도시 미세먼지 기준 이하서도 사망률 증가

    환경오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세먼지를 제외한 수질·대기·토양 중 발암물질의 인체 위해성이 가공할 정도로 높다는 사실(서울신문 12월19일자 1면·5면 참조)도 충격적이지만 미세먼지의 파괴력도 이에 못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미세먼지 농도를 ‘안전 수준’으로까지 낮추려면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확정한 ‘수도권대기환경개선계획’을 통해 “2014년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69㎍(2003년 기준)에서 선진국 수준인 40㎍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목표가 계획대로 달성되더라도 도시시민들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미세먼지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美·日 등 우리보다 환경기준 엄격 연구팀이 제시한 도시별 사망 위해도 추정치는 그동안 선진국에서 시행해 온 연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시카고에서 1985∼1990년에 행해진 연구에서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0㎍ 증가할 경우 사고사 등을 제외한 총 사망률이 0.3% 증가하고, 브라질 상파울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률이 0.5% 증가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산출된 7대 도시 평균 사망자 증가율은 1.1%인데, 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34㎍ 상승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한양대 이종태(환경대학원) 교수는 “외국의 연구는 10㎍ 증가시 사망률 분석을 한 것이어서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 연구결과도 대체로 이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1998∼2001년,1461일치 평균)가 41.15㎍으로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낮았음에도 사망 증가율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종태 교수는 이와 관련,“도시별 먼지의 화학적 성분이나 독성이 다를 수 있고, 시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상태나 연령별 인구분포의 차이 등도 변수”라면서 “이 때문에 사망률에 따라 도시별 위험도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여러 모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변화에 따른 도시별 사망률이 0.9∼2.3% 증가했고,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라는 점에 대해 연구팀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7대 도시의 오염도가 모두 환경기준을 충족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수준에서도)건강에 위해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확증하는 자료”(이종태 교수)라는 것이다. 연구기간 중 7대 도시 전체 평균농도는 57.11㎍으로 환경부가 설정한 연간 미세먼지 환경기준(70㎍ 이하) 이내였다. 서울(68.14㎍)이 가장 높았고, 울산(41.15㎍)이 최저였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현재 설정된 대기환경기준이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미국·싱가포르의 경우 연간 50㎍이며, 일본은 연간 기준 없이 1일 기준을 100㎍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국내 1일 기준(150㎍)보다 한층 엄격한 수준이다. 환경부 안연순 대기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농도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환경기준치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내년 5∼6월쯤이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인데, 현실적으로 대폭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임산부엔 더 큰 영향 노인과 임산부 등 오염물질에 취약한 ‘민감 집단’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7대 도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률은 전체 연령평균치(1.1% 증가)보다 높은 1.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천·광주의 사망 증가율이 2.7%로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됐고, 서울은 1.5%로 가장 낮았다. 임신 말기의 산모 4522명에 대한 미세먼지 영향 추적조사도 진행됐는데,“임신 6∼8개월의 대기먼지 노출이 조산아 출산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8개월 때의 노출은 산모의 연령이나 간접흡연·직업 등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조산아 출산에 유의한 영향을 끼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모의 생체지표도 영향을 받았다. 혈액을 엉기게 해 각종 염증을 유발하는 혈액 내 단백질인 ‘피브리노겐’이 미세먼지에 노출될수록 산모 혈액에서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유전적으로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도 관찰됐는데, 높은 미세먼지에 노출될수록 미소핵 등의 출현 빈도가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비록 저농도의 대기오염 노출에도 불구하고 산모에 부정적인 임신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노인이나 임산부 같은 민감집단에 대한 영향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강남구 ‘소각장 딜레마’

    그동안 서울 강남구만 사용해 왔던 강남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을 인근 자치구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3일 지난해 시가 강남자원회수시설의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인상하자 이에 반대해 강남구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조례개정을 통해 자원회수시설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수도권 매립지 수준인 t당 1만 6320원에서 7만원으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단, 자원회수시설 이용률이 40% 이상이 될 경우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수도권 매립지 수준으로 감면해 주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현재 강남자원회수시설은 강남구만 이용하기 때문에 평균 이용률이 1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강남구는 앞으로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4배 이상 지불해 가며 강남자원회수시설을 ‘독점 이용’하거나, 인근 자치구의 쓰레기를 받아 자원회수시설 이용률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공동 이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11월의 경우 강남구는 하루 평균 227t의 쓰레기를 반입했으며, 인상된 금액을 적용할 경우 강남구는 하루에 120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 한상렬 청소과장은 “강남구가 막대한 예산 지출을 감수해 ‘독점 이용’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여론도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강남구도 방침을 선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자원회수시설을 필두로 나머지 양천·노원 자원회수시설도 공동이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은 강남·양천·노원·마포구 4곳에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마포자원회수시설만 공동 이용하고 있을 뿐 나머지 세 곳은 해당 자치구만 단독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가동률은 20% 정도에 그치고 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자립형 사립고 확대 신중해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엊그제 종교계 인사를 만나 사학법 수용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자립형 사립고 숫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2007년 2월 끝나는 자립형 사립고의 시범운영 기간을 2년 더 연장해 주는 한편 대상 학교를 현행 6곳에서 20곳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가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사학 측에게 ‘당근’으로 제시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교육부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 자립형 사립고는 등록금이 일반 고교의 3배 수준인 데다 별도의 입학전형을 거치기에 ‘귀족 학교’라는 비판 속에서 출발했다. 시범학교 운영 과정에서도 일반고와 다름없이 대학입시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사학법 개정 때 한나라당이 자립형 사립고 제도 도입을 끼워 넣으려고 했으나 초중등교육법 개정시 검토키로 합의해 현재 논의가 유보된 상태이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 측을 설득하면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내세우는 것은 옳은 태도라 할 수 없다. 정부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강조하지만 일반고와 구분되는 특수한 고교들은 전국에 넘쳐난다. 자립형 사립고 6곳 말고도 외국어고·과학고가 43곳 있으며, 영재교육법에 따른 한국과학영재고는 따로 있으니 이들만 합쳐도 영재·수재가 다닌다는 고교가 50곳에 이른다. 이 정도면 고교평준화 이전 전국에 산재했던 명문고 숫자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를 더 늘린다면 이는 국민을 속이는 짓에 다름 아니다.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이제부터 우리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대상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내년초 이라크 미군 7000명 철수”

    미국은 내년 초 이라크 주둔 미군 가운데 최대 7000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또 내년 이라크 새 정부가 자리를 잡는 대로 추가 철수도 계획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철수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 캔자스 포트릴리에 주둔 중인 제1보병사단의 1개 여단과 현재 쿠웨이트에 주둔중인 제1기갑여단 등 2개 여단을 이라크에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5000∼7000명의 미군이 줄어 이라크 주둔 미군은 올 평균수준인 13만 8000명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럼즈펠드 장관이 이라크 주둔 미군을 13만 8000명 이하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주둔 일부 미군의 철수 결정은 이라크 주둔군에 대한 재조정 작업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며, 이는 추가적인 미군 철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조되는 이라크전에 대한 국내외 반대 여론과 철군 압력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결국 굴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이라크에서의 전면적인 철군으로 보기보다는 일부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군의 조정과 함께 역할도 저항세력 소탕 등 치안 유지에서 이라크 군과 경찰 훈련 등 지원업무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치안 확보를 위해 추가로 파병했던 미군 2만명을 내년 1월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니파 아랍족과 세속 시아파 등으로 구성된 이라크내 35개 정치단체는 지난 15일 실시된 총선 결과를 거부하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선거부정 주장이 적절히 검토되지 않으면 새로 구성되는 의회 참여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국산 하이브리드카 시대] 실용화 꿈 무르익는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고 정부도 20일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하이브리드카, 수소 연료전지차의 대중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업계의 하이브리드카 개발 현황, 세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하이브리드 경쟁, 정책과제 및 전문가 제언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기도 이천시청 공무원들은 요즘 관내 출장때면 어김없이 현대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카를 찾는다. 이달 초 10대가 도입된 베르나 하이브리드는 실제 운행 2주만에 대당 1000∼2300㎞를 주행했다. 하이브리드카 배차·운행을 담당하고 있는 이천시 회계과 권건수씨는 “연료비는 기존 관용 차량인 마티즈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승차감, 실내공간, 성능은 경차보다 훨씬 뛰어나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기회가 되면 하이브리드카를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시가 베르나 하이브리드카 구입에 투입한 예산은 대당 870만원. 실제 현대차에 지급되는 돈은 정부(환경부) 보조금 2800만원을 더해 3670만원이다. 물론 이 정도 보조를 받아도 대당 개발비 1억원 이상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공공기관은 화석연료 사용절감을 통한 대기환경 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이 가능했다. 국산 하이브리드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2008년까지 보급대수가 4000대를 넘을 전망이다. 정부도 2010년까지 하이브리드카의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연료전지차의 시범운행을 실시하는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을 앞당기는 방안을 20일 내놓았다.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를 통해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FGV-1(컨셉카)를 선보인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클릭 하이브리드카 50대를 납품한데 이어 올해도 베르나 하이브리드 200대를 추가 공급했다. 기아차도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150대를 보급했다. 경찰청이 70대를 가져갔고 한국전력 12대, 이천시청·고양시청 각 10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7대, 양주시청 6대, 남양주시청 5대 등이다. 클릭 하이브리드(1.4)는 차체크기는 기존 가솔린 차량과 똑같지만 연비는 18㎞/ℓ로 가솔린 클릭(12.5㎞/ℓ)보다 44%나 높다. 베르나 하이브리드 역시 연비가 18.9㎞/ℓ로 가솔린 모델(13.3㎞/ℓ)보다 42%나 효율적이다. 최대 출력도 클릭은 가솔린이 85마력인데 반해 하이브리드는 99마력(83마력+전기모터 16마력)이다. 베르나와 프라이드도 가솔린 모델의 출력이 95마력인데 반해 하이브리드는 각각 104마력,106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는 출발 및 가속시에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출력을 향상시키고 연료소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휘발유값을 ℓ당 1500원으로 잡고 1년에 2만㎞를 운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베르나 하이브리드의 연간 유류비는 158만원으로 가솔린모델(225만원)보다 67만원이나 싸다.5년간 사용할 경우 유류비 차이가 335만원이나 난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카 연비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말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1000대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양산모델은 베르나급이 유력하며 공공기관 보급이 우선이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 등에 따라 일반에게도 구입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2007년에는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201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하이브리드카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투싼 연료전지차를 2009년까지 미국에서 시범운행한 뒤 2010년에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현대·기아차 개발 연혁 및 일정 ▲1995년 최초 하이브리드차 컨셉트카 FGV-1 (제1회 서울모터쇼) ▲1999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컨셉트카 FGV-2 (제3회 서울모터쇼),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 ▲2002년 카운티(버스)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2002년 한일 월드컵 시범운행, 싼타페 수소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 개발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 전기차(50대) 정부 공급, 투싼 수소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 개발 ▲2005년 베르나·프라이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정부 공급(350대) ▲2006년 말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 확대 ▲2007년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 ▲2010년 연간 30만대 규모 양산체제 구축, 수소 연료전지차 양산
  • [외국인 1%시대] 외국인 없는 마을이 없다

    [외국인 1%시대] 외국인 없는 마을이 없다

    외국인 인구가 1%를 넘어섰다.90년대 초반 우리나라 인구 100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은 불과 10여년 사이 100명당 1명꼴로 급증했다. 등록외국인 수는 올 연말 기준으로 50만명을 넘어서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없는 마을이 없을 정도다. 전체 인구의 1%는 사회·인구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경제유발 효과만 해도 수조원에 달한다. 내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외국인들의 범죄행위가 증가하는 등 사회문제도 야기한다. 또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일 민족, 단일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에게 다문화시대의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 중소도시 인구와 비슷 지난해 말 주민등록상 외국인인구(합법적인 체류자)는 46만 9183명.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4905만 2988명의 0.96%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외국인 인구비가 연평균 약 18%씩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전체 인구의 1%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서울신문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주민등록상 인구통계와 2004 출입국관리국 통계연보 등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인구의 1%의 인구규모는 서울의 웬만한 자치구나 지방 중·소 도시의 전체 인구와 엇비슷하다. 성결대 임형백(지역사회개발학)교수는 “인구의 1%라는 규모는 한 사회의 구성집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인구 규모”라면서 “외국인 2세 등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 경우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불법체류자·외국인 자녀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거주 외국인은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인구의 약 1.5%정도가 외국인인 셈이다. 이들이 경제활동에서 생산해내는 부가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임 교수는 “외국인 한 사람이 1인당 최저생계비 수준인 월 40만원씩만 번다고 가정해도 경제유발효과가 연간 2조 2520여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1% 남짓한 수준이다. ●종합적인 외국인 정책 절실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명암도 교차하고 있다.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반면 내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외국인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제도적인 미비점으로 외국인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임 교수는 이에대해 “산업이 고도화되더라도 ‘3D 업종’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는다는 것이 선진국의 사례”라면서 “우리나라의 저임금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수요만큼이나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외국인에 대한 종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대 이성우(지역사회개발 전공) 교수는 “출입국 관리 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수요·공급, 외국인 직접투자 등 종합적 차원의 외국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은주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방영보류 ‘…구본주다’ 17일 방송

    지난 4개월 동안 KBS ‘열린 채널’에서 방영을 보류해왔던 시청자 제작 다큐멘터리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가 마침내 방송된다. 지난 14일 KBS 편성팀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우리 모두가…’를 17일 오후 1시30분 방송키로 최종 결정했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태준식씨가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일부분을 손질하고, 관련 재판 종결에 따른 상황 변화를 부연 설명하는 등 내용을 다소 고친 데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이찬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장은 “KBS가 시청자 목소리를 자신의 기준에 맞게 재단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공영 방송에서 법으로 보장한 시청자의 표현수위가 어떤 수준인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퍼블릭액세스 권리가 얼마나 미약한지 새삼 느꼈으며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검열인 이중 심의 관련 방송법 개정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모두가…’는 지난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젊은 조각가 구본주씨와 책임보험사 삼성화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삼성화재는 보상과 관련, 구씨의 예술가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도시 일용 노임(사실상 무직)을 적용, 유족들과 예술계의 공분을 샀다. 유족들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1심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삼성화재의 항소가 이어졌다. 태준식씨는 구씨의 작품 세계와 국내 예술계의 시위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지난 7월 ‘열린 채널’에 방송신청을 했다.KBS시청자위원회 심사를 거쳐 9월10일 방영 계획이 잡혔으나, 심의실에서 제동을 걸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10월 말 조정이 성립된 뒤 ‘우리 모두가…’는 새로 구성된 시청자위의 심사를 재차 통과했으나, 이번에는 그룹 회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열린 채널’은 세계적으로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법적으로 규정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다. 시청자가 스스로 제작한 영상물을 내보내고 있다.그런데 방영에 차질을 빚었던 경우가 여럿 있었다.‘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바다 투쟁 6년’에서부터 최근 ‘국가보안법과 한총련’, 하이닉스 노동자 문제를 다룬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가 그 사례이다. 시민단체들은 KBS가 심의실을 통해 ‘열린 채널’에 대해 이중 심의와 검열을 하고 있다고 번번이 항의하고 있으나,KBS는 심의와 편성은 고유 권한이며,‘열린 채널’이라고 해도 심의를 하지 않으면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문화계] (5) 영화계 ‘벼랑끝 기사회생’

    [이슈로 본 2005 문화계] (5) 영화계 ‘벼랑끝 기사회생’

    2005년 영화계는 ‘벼랑끝 기사회생의 해’로 기억될 만하다.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가 일궈낸 르네상스 분위기를 잇지 못해 위기론이 심각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는 잇따른 흥행작들로 위기탈출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지난 7월 개봉한 박찬욱·이영애 커플의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가 가뭄의 단비가 되어 숨통을 텄다. 이어 일주일차로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이 전국관객 800만명을 넘기는 ‘초대박’ 홈런을 쳤다. ●흥행의 힘? 배급의 힘? 두 작품으로 탄력을 받은 한국영화는 가히 신들린 흥행행진에 들어갔다.‘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6주 동안이나 한국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관객 100만∼200만명 동원 기록쯤은 번번이 ‘장난처럼’ 세웠을 정도.‘동막골’ 개봉 일주일만에 잇따라 개봉한 ‘박수칠 때 떠나라’가 전국 247만 5000명을 넘었고,‘가문의 위기’가 560만명을 넘어 국산 코미디의 최고흥행 기록을 세웠다.‘너는 내 운명’(307만 9000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56만 5000명) ‘광식이 동생 광태’(211만 8000명) 등 흥행작들이 줄을 이었다. 상반기 흥행작 ‘말아톤’ ‘마파도’ 등을 포함, 올 한해 흥행 상위 20권 안에 국산영화가 무려 14편. 전국 관객 200만명을 넘긴 영화만 11편이나 된다(CJ CGV 집계·1월1일∼12월11일). 그러나 국산영화의 ‘줄흥행’에는 짚어볼 대목이 있다.200만∼300만명을 넘긴 작품이 빈발했던 주요배경이 멀티플렉스를 동원한 배급의 힘에 있었다는 점이다.“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300만명을 넘기려면 배급파워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해설에 토를 달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멀티플렉스들이 투자지분을 가진 영화에 200∼300개 스크린을 확보해 무차별 관객몰이에 들어가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메이저 배급사들의 ‘스크린 융단폭격’은 올해 더욱 뜨겁게 불꽃을 튀겼다. 무려 전국 46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동막골’의 경우 배급사 쇼박스는 개봉 전 ‘전국 10만명 유료시사’라는 특별이벤트까지 벌여 멀티플렉스(메가박스)의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배급의 위력은 이 12월에 이르러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블록버스터 ‘태풍’은 애초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막강파워를 등에 업고 출발한 작품. 역대 최대수준인 540개 스크린을 확보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만 전국 28만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첫주 150만명 관객확보는 땅짚고 헤엄치기일 것”이라던 업계의 관측이 그대로 들어맞는 셈이다. ●주연배우 판갈이-신인감독 대거 진출 한국영화의 평균 관객동원력이 급강해진 한편으로 주연급 배우들의 판갈이도 2005년의 영화계 이슈였다. 한석규-송강호-최민식으로 대변되던 트로이카 주연 구도가 의미를 잃은 한해였다. 몇몇 남녀 톱스타의 티켓파워가 흥행의 관건이라는 논리가 무색해진 것.‘말아톤’의 조승우,‘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동막골’‘나의 결혼원정기’의 정재영,‘동막골’의 강혜정 등 조연급 배우들의 재발견이 내내 화두로 떠들썩했다. 신인감독들이 일궈낸 성과도 올해 유난히 빛났다.‘마파도’의 추창민,‘말아톤’의 정윤철,‘동막골’의 박광현 등 최고의 흥행작들이 데뷔감독들에게서 나왔다. ●이통사들의 영화시장 진입 막강 돈줄을 쥔 이동통신사들이 한국영화 제작현장으로 들어왔다. 올초 SKT가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HQ의 지분을 인수하며 총 700억원대의 영화펀드를 조성했다. 이어 KTF도 국내 최대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를 인수하는 등 외부자본이 대거 유입됐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이통사의 영화시장 진출, 메이저 제작사들끼리의 합병이 이어진 올해에 이어 새해엔 그들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내년엔 영화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로 뻗는 한국전력(상)] 전기도 수출… ‘글로벌 한전’ 박차

    [세계로 뻗는 한국전력(상)] 전기도 수출… ‘글로벌 한전’ 박차

    한국전력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 등 전력설비는 물론, 송·배전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전력 산업도 수출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16일 노무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필리핀 세부에서 2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기공식을 갖는다. 세계적인 에너지그룹으로 발돋움하는 한전의 해외진출 노력을 살펴본다. ●전력산업, 수출대열에 합류 한전은 지난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건설을 통해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전은 현재 필리핀에서 말라야·일리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 발전용량은 185만㎾로 필리핀내 제2의 민간 발전사업자이자 순이익 기준 10대 기업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10%나 되는 중국에서도 한전은 현재 3개의 발전소를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지난 10월부터 간쑤성(甘肅省)에 4만 9000㎾급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허난성(河南省) 우즈(武陟)에 10만㎾급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허난성에 60만㎾급 2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합의서를 성 정부와 체결했으며, 곧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보조네가라에서 건설·운영사업을 추진중인 75만㎾급 가스복합발전소의 경우 전력판매 대가로 LNG를 받는 구상무역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선민 한전 해외사업총괄팀장은 “한전이 사용하는 LNG와 유연탄 등 발전용 연료는 지난해 기준 7조 4506억원”이라며 “발전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여서 발전연료의 안정적, 경제적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은 또 올해 말 공개입찰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250만㎾급 복합화력발전 및 담수설비 건설·운영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밖에 나이지리아와 레바논에서도 각각 225만㎾급,90만㎾급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팀장은 “현재 해외에서 운영중인 발전설비 규모는 185만㎾로 오는 2010년까지 500만㎾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2015년에는 국내 발전설비의 6분의1 수준인 1000만㎾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강화는 도약을 위한 발판 한전은 해외에서 발전설비 건설 외에 송·변전 기술 등 다양한 용역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미국에서 발전소 진단 용역사업을 수주할 만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서 170만달러 규모의 송·배전 기술용역사업을 수행 중이며, 지난 6월에는 764만달러 규모의 배전분야 용역사업도 신규로 수주했다. 한전은 이처럼 리비아를 비롯, 미얀마·캄보디아·이란·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용역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이 해외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수입은 8500억원 정도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오는 2015년까지 해외사업 부문 매출을 전체의 4% 수준인 7억 5000만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우선 중국과 동남아에 역량을 집중한 뒤 지난 5월과 9월에 각각 협력협정을 체결한 브라질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지역, 중동 및 동구권 등으로 진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허경수 한전 해외사업전략실장은 “지난 80년대까지 연평균 10%나 됐던 전력수요 증가율이 최근 5∼6%대로 낮아졌고, 앞으로는 2∼3%대에서 정체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전력시장 개방압력 등이 갈수록 높아져 세계적인 에너지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해외서 더 인정받는 ‘우량기업’ 한국전력은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우선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직원 1인당 노동생산성은 한전의 경우 1만 5799㎿H이다. 이는 미국(9879㎿H)이나 일본(6281㎿H), 프랑스(4315㎿H) 등 주요 선진국보다 1.5∼3.5배 이상 높다. 또 송배전 손실률은 4.5%에 불과해 일본(5.3%), 프랑스(6.8%), 미국(7.0%)보다 우수하다. 전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정전시간의 경우 한전은 가구당 연간 19분으로 일본의 18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프랑스(50분)와 미국(122분)보다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전기요금은 당 평균 74.58원으로 한전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말 환율 기준 일본의 전기요금은 당 165.88원으로 우리나라의 2.2배다. 영국은 90.08원, 미국은 79.02원 등이다. 다만 전압별로 요금을 책정하는 외국과 달리 한전은 용도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기 때문에 가정용은 비싼 반면, 산업용은 저렴하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전의 장기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국가 신용등급(A3)을 뛰어넘는 국내 최초의 기업이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과 한전의 신용등급을 모두 A­로 평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 신용등급이 양호하고, 해외사업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고래 기업’ 삼킨 새우들

    ‘고래 기업’ 삼킨 새우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 동화에서 나옴직한 얘기이지만 재계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종종 나온다. 올 한해에도 재계에서는 자신보다 큰 회사를 삼킨 회사가 다수 있었다. 국일제지, 크라운제과, 두산중공업, 한창, 바이오메디칼홀딩스 등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 큰 회사를 인수했다. ●너도나도 ‘파이 키우기’ 특수용지 전문업체인 국일제지는 지난 13일 임시 주총을 열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일제지는 국내 제지업계 4위이고, 신호제지는 2위다. 국일제지는 이로써 일약 업계 1위인 한솔제지를 위협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국일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신호제지 5900억원의 12분의1 수준인 480억원에 불과했다. 국일제지는 지난 8월 신호제지의 최대주주였던 아람FSI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일제지와 신호제지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지분경쟁을 벌였으나 19.81%의 지분을 소유한 국일제지가 아람FSI(13.55%), 신한은행(11.76%), 피난사(8.71%), 아람구조조정조합(2.2%) 등 5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신호제지를 삼킬 수 있게 됐다. 올해초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는 M&A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액이 2977억원에 불과하던 크라운제과가 6454억원의 해태제과를 인수, 일약 롯데제과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 직원들의 170일간 파업으로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3·4분기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과자시장 점유율 합계는 33.5%로 지난해 말의 34.6%에 비해 오히려 1.1%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 노조의 장기파업이 지난 14일 끝나 내년이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후년 상반기에는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지난 2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당시 매출액이 2조 4555억원인 두산중공업은 매출액 2조 8606억원인 대우종기를 인수해 화제를 낳았다. 발전·담수분야에서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은 대우종기를 합침으로써 지게차·굴착기 분야에서도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정보통신업계도 M&A 이변 많아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한창탑폰’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한창이 지난달 세원텔레콤을 인수한 것도 고래를 삼킨 사례로 꼽힌다. 한창은 자본금 147억원에 직원수 240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LCF투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해 매출액 993억원인 세원텔레콤을 접수했다. 장외 제대혈업체인 바이오메디칼홀딩스(전 이노셀)도 지난 2월 서울이동통신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바이오메디칼홀딩스는 서울이동통신의 최대 주주인 CFAG5호 기업구조조정조합으로부터 지분 400만주(30.45%)를 46억 4000만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트맥주가 9월 진로를 인수한 것도 올해 이뤄진 M&A 중 최고의 관심을 끈 대목이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순매출액 규모(8608억원)에서는 진로(6930억원)보다 앞섰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판매망에서는 뒤져 있어 재계의 핫 이슈가 됐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정부, 아동급식 긴급 실태조사

    정부는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를 열고 방학기간 아동급식 대책을 점검한 결과, 결식아동에 대한 실태파악이 미진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무관심한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가 파악한 방학기간 중 결식아동 급식대상은 학기중 무료급식 인원(49만명)의 46% 수준인 22만 3000명으로 집계돼 상당수가 누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지부를 통해 아동급식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한 연말 자치단체장 회의시 아동급식에 대한 조치상황을 점검해 부실대응한 지자체에는 재정적인 측면 등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림산업-이준용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림산업-이준용 회장家

    대림산업은 지난 1976년 상장 이후 주주들에게 기업 이익을 돌려주고 있다. 건설업체 가운데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배당을 한 기업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30여년 동안 배당을 거르지 않았다는 것은 부침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대림이 오랜 전통을 지켜온 명실상부한 전문 건설업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업종으로 출발했던 현대건설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늘린 것과 사뭇 다르다. 특히 단순 제조업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대림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를 떠올린다. 대림 스스로도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는 아니다. 단지 정통 건설 기업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용하게 기업을 일구겠다는 것이 대림산업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1세대, 정미소에서 건설 명가로 성장 고 이재준(수암) 대림산업 창업주는 경기도 시흥(현재 산본 신도시 일대)에서 부친 이규응 옹과 모친 양남옥 여사의 5남4녀 가운데 차남(넷째)으로 태어났다. 고 이재형 전 국회의장이 이 창업주의 바로 손위 형이며 이재연(74) 아시안스타 회장이 막내 동생이다. 부친은 장남에게는 공부를 시켰지만, 사업 기질이 보였던 차남에게는 장사를 배우라면서 보통학교만 졸업시킨 뒤 자기 밑에 두었다. 수암은 이 때부터 부친이 경영하던 서울 서대문 한일정미소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것이 오늘날의 대림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대림의 태동은 1939년 부평에서 목재와 건자재상으로 문을 연 부림(富林)상회에서 출발했다. 초기 부림상회를 이끈 주인공은 3명. 이재준 창업주와 그의 고종 사촌형인 이석구 전 대림산업 사장, 이석구의 매제 원장희로 알려졌다. 사촌지간은 각각 1만 5000원씩 출자했고, 원장희씨는 1만원을 출자했다는 것이다. 이석구는 풍림산업 이필웅 회장의 부친. 결국 대림과 풍림의 뿌리는 부림상회로 같다. 부림상회는 원목을 개발, 사세를 키웠고 광복 이후 군정청으로부터 원목을 값싸게 인수해 교실을 짓는데 들어가는 목재 등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후 사업이 번창해 1947년 건설업에 진출하면서 상호를 대림산업으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평경찰서 신축 공사 수주는 건설업체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계기였다. 주한미군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즈음부터 우리나라 건설업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당시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대림산업·현대건설·삼환기업 등이었다. 49년부터는 건설업이 목재업을 앞질러 주력업종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전쟁 중에는 피란민 수용소를 짓는 등 군 시설 공사를 맡았고, 한국경제 재건기를 거치면서 굵직한 공사를 따냈다.58년 시작된 청계천 복구공사와 청계고가도로 건설, 경부고속도로, 소양강댐건설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현장마다 대림의 깃발이 나부꼈다. 60년에는 풍림산업을 인수, 자회사 형태로 두었다. 서울 영동·잠실·반포지구 개발과 광진교, 영동대교, 양화교 등 한강 다리 공사에도 대림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지하철 시대를 여는데도 대림은 처음부터 참여했다. 동시에 해외공사 수주를 늘리는 등 사세를 키웠다. 54년에 설립한 서울증권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9년 구조조정차원에서 소로스에 매각했다. 지금은 지분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다. 대림통상은 아예 동생 재우씨에게 떼어줘 형제간 사업 분리를 마무리지었다. 대림요업 역시 98년 매각하면서 지분을 대림통상에 넘겼다. 창업주가 생전 계열 분리를 통해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남기지 않았다. ●난형난제(難兄難弟)…운경 이재형 대림산업을 말할 때 흔히 고 운경 이재형 전 국회의장을 끌어들인다. 수암 이재준 창업자와 비교하기도 한다. 정계와 재계에서 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받으며 거목으로 우뚝 섰던 인물이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러운 면모,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말을 아끼는 점에서 같았다. 운경은 자유당·공화당 시절 내내 골수 야당을 했다. 그래서 동생이 운영하는 대림은 자주 곤욕을 치렀다. 대림에서 정치자금을 대주지 않나 하는 의심과 함께 야당 정치인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대림은 수시로 세무사찰을 받아야 했다. 민정당 시절에도 운경과 수암, 그리고 이준용(67) 회장은 형과 동생, 백부와 조카라는 혈연 빼고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았다. 운경이 정치한다고 자금을 요구하지 않았고, 대림 역시 운경에게 베풀거나 받지도 않았다. 서로 철저하게 독립된 길을 걸어온 것이다. ●2세대, 건설업에 유화부문 키워 양대축 형성 수암 이재준은 열아홉 되던 해 수원지역 대지주의 딸인 이경숙과 결혼했다. 이 여사는 그러나 장남 준용(현 대림산업 회장)을 낳은지 4년만에 세상을 떴다. 창업주는 박영복 여사와 재혼, 차남 부용(전 대림산업 부회장·61)을 얻었다. 단출하게 두 아들만 두어 경영권 이양 등에서 큰 불협화음이 없었다. 이 회장은 부친과 달리 정규 교육 혜택을 입고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경기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미국 덴버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귀국했다. 귀국 후에도 영남대와 숭실대에서 잠시 강의를 맡는 등 학자풍의 엘리트였다. 그러면서 한경진 여사와 결혼하고 66년부터 대림산업 사무실에 출근했다. 경영 참여와 관련,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해외 건설시장을 개척할 시기였는데 해외감각과 국제업무에 정통한 사람이 필요했고, 명예 회장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외 공사를 막론하고 창업주를 도왔다. 유창한 영어는 해외공사 수주는 물론 각종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국내에서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78년 당시 부사장이었던 그는 건설업계 최초로 업무 전산화 작업을 추진하는 등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에 앞장섰다. 업계는 이 회장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79년에는 사장에 오르면서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동생 부용씨는 상무로 승진했다. 건설과 양대 축을 이루는 유화부문의 틀도 이때 마련됐다. 창업주가 목재상을 건설업으로 키웠다면, 이 회장은 여기에 유화부문을 더해 건설과 석유화학의 양대 사업을 구축해 안정과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대림산업은 66년 베트남 진출로 국내 최초 해외건설시장을 개척한 이래 중동건설붐의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해외건설 맥을 유지하고 있다.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포항제철 3,4호기 건설공사 등도 대림의 손을 거친 건축물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대림은 국내외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86년 개관 11일을 앞두고 독립기념관에서 화재가 발생,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87년 8월까지 당초보다 더 완벽한 복구공사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88년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란 캉간가스정제공장 현장에서 이라크 공군기의 무차별 폭격으로 13명이 죽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대림이었다. 그런데도 대림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속죄양으로 몰리기도 했다. 대림 역사상 최대 위기였다. 대림은 그 뒤 국내 아파트 공사, 관공서 건물, 평화의 댐공사 등 굵직한 일감을 따내면서 덩치를 키웠으나, 사업 다각화 등으로 몸집을 불린 다른 업체와 달리 한 우물만 고집, 업계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밀렸다. ●3세대, 건설·유화 오가면서 경영 보폭 확대중 이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37) 대림산업 부사장은 건설과 유화부문을 오가면서 경영 수업을 쌓고 지난 7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덴버대 경제학과를 나와 부친과 동문을 이룬다.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2000년 건설부문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4년부터 전무를 맡았다. 지난 5월에는 대림산업 지분의 21%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공동 대표이사에도 취임했다. 대림산업은 계열사 12개를 거느린 재계 27위 규모의 대림그룹 모기업이다. 이 부사장은 현재 대림산업 0.47%, 삼호 1.85%, 비상장 종합물류 회사 대림H&L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분 움직임이 없어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라기보다 다양한 경험 축적 과정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혼맥 1세대는 평범,2·3세대는 화려 이재준 창업자는 조선 선조대왕 7번째 왕자인 인성군(仁城君)의 9대손이다. 가문이 번창했기 때문에 수암의 집안은 늘 북적댔다. 생가가 서울로 향하는 길목이라서 오고 가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500여섬지기 자작농 겸 지주였고 서울에서 큰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경영의 덕목을 키워나갔다. 창업주 세대는 대부분 평범한 가정과 연을 맺었다. 큰 누이는 평범한 가정으로 출가했고, 둘째 누이도 작은 사업가에 시집을 갔다. 형님 이재형 전 국회의장 역시 평범한 집안의 류갑경 여사를 아내로 맞았다. 수암도 예외는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배필을 맞았다. 아래 동생들도 일반적인 가문과 결혼을 올렸다. 하지만 막내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의 결혼에서는 국내 굴지의 재계와 혼인을 맺는다.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구자혜(68)여사와 결혼하면서 대림과 LG는 사돈의 연을 맺는다. 이를 계기로 이 회장은 줄곧 LG그룹 경영에만 참여하고 있다. 자녀들도 명문가문과 연을 맺었다.LG카드 부회장을 지냈으며 LG그룹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은 장인이 강세원 전 희성금속 사장과, 박동복 전 금호전기 회장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과는 한다리 건너 사돈지간이다. 이준용 회장의 형제로 이어진 2세부터는 본격적으로 정·관계, 재계 혼맥이 형성된다. 이 회장은 1965년 연애끝에 이화여대 출신의 한경진 여사와 혼인했다. 장인인 한순성씨는 천안 사업가 집안 출신이었다. 처음에 양가에서 두 사람의 연애결혼을 반대하는 바람에 결혼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남 이부용 전 대림산업부회장도 경희대 출신의 이선희 여사와 결혼, 재계 인맥을 쌓는다.1970년 집안 어른의 중매로 만났으며 장인이 서울주철회장과 헌정회 이사를 지낸 이종수씨다. 이 회장의 백부인 이재형 전 국회의장은 은행간부 출신인 배상준씨 집안에서 큰 며느리를 맞았다. 이어 큰 딸은 원용덕 전 헌병사령관 아들에게 시집을 보냈다. 작은 사업가와 결혼했던 둘째 고모 고 이임출의 딸은 윤용구 일동제약 회장 아들과 혼인을 맺었다. 숙부 이재연 아시안스타회장은 오세중 세방회장과 추경석 전 건설교통부장관 집안에서 며느리를 얻었다. 3세에 들어서 재계 혼맥은 더욱 두터워진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김선혜(34) 여사와 결혼했다. 장모가 구자경 회장의 큰 딸 구훤미 여사, 장인은 희성금속 회장을 지낸 고김화중씨다. 이들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연애결혼했다. 이로써 대림산업은 LG가와 두번째 혼맥을 만들었다. 차남 이해승씨의 부인 김경애 여사는 전 미국 미주리대 김현영 박사의 딸이다. 3남 이해창(34)씨의 부인 최영윤(30) 여사는 같은 건설업종인 삼환기업 최용권 회장의 큰딸이다. 초창기 우리나라 토목 건설산업을 일군 두 집안이 사돈을 맺게 된 것이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 연애결혼했다. 결혼 당시 양가 부모들은 청첩장에 결혼 일자만 표시하고 장소, 시간은 넣지 않았다. 친지들에게 두 사람의 결혼 사실만 알리고 식장 참석과 축의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막내딸 윤영(33)씨 남편은 외국계 금융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이다. 가족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마다 이 회장 집에서 모인다. 이 회장은 손자들이 보고 싶을 땐 아침 일찍 자식들 집을 찾곤 한다. ●전문 경영인, 업계 최장수 베테랑 대림산업㈜ 이용구(59) 사장은 6년 가까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71년 대림에 입사, 해외·주택 영업 담당 임원, 기획조정실장, 행정본부장, 사우디 사업본부장, 공사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정통 건설맨. 몇 안되는 해외건설 전문가로, 국제감각이 탁월한 국제신사로 알려져 있다.35년간 이 회장과 함께 하면서 임직원들의 맏형 역할을 하는 등 이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대림산업의 한 축인 유화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CEO는 한주희(53) 대표이사 부사장.80년 입사해 관리, 기술기획 및 영업 핵심 업무를 맡았다. 대림 코퍼레이션 기획 담당 임원, 대림 H&L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중국 전문가로 바이어 협상에 있어 귀재로 평가받는다. 고려개발㈜ 오풍영(63) 사장은 95년 관리인 사장으로 임명돼 10년 넘게 장수하는 최고경영자.ROTC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대림산업에 근무하다가 87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로 옮겨 기획·재무부문을 담당했다. 관리인 취임과 동시에 경영혁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당초 2007년까지 계획됐던 법정관리를 9년 앞당겼다. ㈜삼호 신일철(56) 사장은 현장중심 경영자.2001년부터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81년 입사하기 전 금융기관과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기획, 예산, 재경 등을 담당하다가 임원 승진 이후 인사, 자재, 안전 등 전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안전경영을 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 H&L을 동시에 맡고있는 박준형(53) 사장은 76년 대림 석유화학에 입사한 여천 석유화학단지 건설의 역군. 유화 부문 공장장, 구조조정 담당 임원,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주력 무역회사, 대림H&L은 유화 부문 물류 회사. 석유화학 산업 위기를 구조조정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했다. 대림콩크리트공업㈜ 서봉삼(61) 사장도 장수 CEO.200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70년 대림산업 입사 이후 주요 건설 현장을 누볐다. 상·하 구분없이 조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하는 CEO로 평가받는다. 지시와 통제보다 자율과 협력을 강조한다. 오라관광㈜ 김부경(57) 사장은 국내 최대 관광지인 제주에서 512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국제적 수준인 36홀 규모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83년 오라관광에 입사, 국내·외 판촉, 객실 운영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두루 거쳤다. 제주도 관광업계의 산증인. 제주관광협회 부회장, 제주지역골프협회장으로 활동중이다. 대림 I&S 김영복(46) 사장은 38세에 임원,40세 대표이사 등 대림그룹내 최연소 기록을 두루 갖고 있다. 늘 새로운 발상으로 주위를 놀라게 해 ‘아이디어 뱅크’로 소문났다.81년 대림산업에 입사,4년 6개월간 쿠웨이트 현장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한 것이 인연이 돼 대림그룹의 디지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대림자동차공업㈜ 박노균(57) 사장도 2000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73년 대림산업에 입사, 사우디아라비아 현장과 대림엔지니어링 재무담당 이사 및 행정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장경영을 중시해 수시로 지방 사업장을 둘러본다. 외환위기 이후 이륜차 산업의 극심한 침체로 인한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다. 웹텍 창업투자 이대영(50) 사장은 금융 전문가.79년부터 94년까지 은행, 레이니어은행, 한미은행,JP모건, 한국신용정보에서 근무하고 화동창업투자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95년 대림엔지니어링 국제금융 이사로 인연을 맺어 대림산업 구조조정 담당 상무로 있다가 99년부터 웹텍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chani@seoul.co.kr ■ ’닮은꼴’ 창업주 父子 대림산업 창업주 이재준 명예회장과 이준용 회장은 여러 면에서 닮은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곁눈질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고집쟁이라는 점에서 같다.66년 된 회사지만 건설에서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건설이 제자리를 잡을 즈음해서 확장한 분야라고 해봤자 유화 부문 정도다. 덩치를 키우는 것을 자제한 것도 닮았다.‘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만 대림은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 회사다. 하지만 옳다싶으면 금방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장점도 지녔다. 청탁을 하지도 않고 받을 줄도 몰랐다. 창업주는 인사 청탁에 있어서는 매우 완곡해 부모님이 살아 돌아와 청탁해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빽’이나 동창생을 찾아다니면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고 박정희 대통령 생전에 청와대에서 들어온 인사 청탁을 거절한 일화도 있다. 그는 대통령의 부탁을 감히 거절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서 있을 때면 몰라도 당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명예회장과 현 회장 모두 쉽게 권력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사업가로서 자기 일에만 매달렸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져 형제간 독립된 사업을 일구거나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친인척이 배제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움직인다. 그래서 친인척들로부터는 ‘남남만도 못한 회사’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이 회장은 “대림은 대주주라고 무조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본인의 의지와 그에 합당한 능력이 뒤따라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인척 경영에 있어서 창업주와 똑같은 모습이다. 이 회장의 동생 부용씨는 대림산업 부회장을 지냈지만 지금은 대림산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 전 부회장은 대림통상 지분을 놓고 숙부와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chani@seoul.co.kr ■ 李회장 부부 ‘남다른 문화사랑’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 옆에 위치한 대림미술관. 화려하지 않지만 멋스러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림미술관은 유난히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물론 점심 때는 주변 사무실 직장인과 공무원들이 단골 관람객이다. 대림 관련 업체들은 단체로 다녀간다.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문화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이 문화예술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이준용 회장 부부가 문화예술에 갖는 관심의 크기와 비례한다. 이 회장은 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탄생할 때부터 부회장으로서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대외 직함을 좀처럼 갖지 않으려는 이 회장이지만 10년넘게 이 단체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문화예술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한경진 여사의 역할도 크다. 한 여사는 대림미술관을 맡아 대림의 문화공헌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림미술관은 대림이 120억여원을 출연해 문을 연 사진매체 전문 미술관.93년부터 대전에서 운영해 온 한림미술관이 모태인데 2003년 서울로 옮겨 한 단계 발전시켰다. 이 미술관은 프랑스의 미술관 전문 건축가인 뱅상 코르뉘와 루브르 미술학교의 장 폴 미당 교수가 설계했다. 대지 253평에 지상4층, 연면적 366평 규모다. 대부분의 기업은 미술관 설립 때 한번 출연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대림은 운영에도 적극적이다.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미술관이 자립운영을 해나가기에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대림은 전시가 바뀔 때마다 직원들에게 전시를 관람토록 장려하고 경영전략회의나 송년회 등 사내 각종 모임을 미술관에서 열기도 한다. 예술에 대한 친숙도는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워주고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림이 개발한 아파트 외벽 디자인은 미술저작권 등록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건축조형물들이 건축분야의 저작권에 등록되는데 비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술분야의 저작권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 외벽디자인이 적용된 역삼 e-편한세상의 경우 외관의 차별화로 주변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가격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문화적 소양과 미적 안목이 결국 다른 업체와 다른 품질 경쟁력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chan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산업계, 내년 공격경영 나선다

    산업계, 내년 공격경영 나선다

    국내 산업계가 내수 부진과 환율 하락,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인한 올해의 부진을 딛고 내년 사업목표를 올해보다 높여 잡고 있다. 내년에도 환율과 유가 등 대외 여건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투자 확대, 마케팅 강화 등으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칫 쓰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자동차업계는 내년에도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380만대를 판매해 지난해 337만대보다 13%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이보다 70만대(18%) 많은 450만대 안팎을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아반떼XD 후속모델, 기아차는 카렌스 후속모델을 각각 내놓고 내수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15만대 수준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을 내년에는 30만대로 늘리고 제2유럽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며, 기아차도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GM대우는 매그너스 후속 중형세단 토스카와 첫 SUV를 내세워 내년 판매량을 25∼3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GM대우는 지난해 90만대, 올해 115만대에서 내년에는 최대 150만대 판매를 노리고 있다. 내수에만 주력했던 르노삼성도 내년에 SM3 3만대를 닛산브랜드로 수출한다. 삼성전자는 내년의 국내외 상황이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올해보다 사업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57조 6000억원에 영업이익 12조원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3·4분기 현재까지 매출 41조 9000억원, 영업이익 5조 9000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정보통신,LCD 등 각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 실적에 희망이 실리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는 매출목표(28조∼30조원) 달성에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신사업·글로벌마케팅 강화로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LG전자의 올해 예상 매출은 23조 6000억∼23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24조 6000억원보다 줄었다. 올해 사상최대 수주를 달성한 조선업계는 내년에도 순항할 전망이다. 올해 매출이 10조 1600억원선인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는 고가의 선박가격이 반영돼 매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4조 6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대우조선은 생산량 증가로 내년 매출이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매출이 올해 5조 2000억원에서 내년에는 5조 30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조 9000억원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내년에는 이보다 6000억원 많은 8조 5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신세계는 이마트 점포 10개 추가, 죽전 프로젝트, 광주 복합몰, 부산 센텀시티 등 새 사업 추진에 1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부 ukelvin@seoul.co.kr
  • 소나무 이어 참나무도 죽어간다

    소나무 이어 참나무도 죽어간다

    우리나라 산림 생태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백두대간으로까지 확산된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향후 소나무의 절멸 상황이 우려되는 가운데, 참나무도 ‘괴질’에 걸려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산림 병충해와는 달리 ‘신종 토착병’일 가능성이 높고, 고사율도 70∼80%에 이르러 치명적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참나무 몸체에 수백∼수천개의 촘촘한 구멍이 뚫려 수분 이동이 차단되면서 참나무가 말라죽는 ‘참나무시들음병’이 전국 21개 시·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경기·강원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충북 제천·영동 지역으로까지 번졌다. 고사목 수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가 경기지역 중 일부를 골라 ‘표본 조사’한 결과 고사목이 지난해 630그루에서 올해 1220그루로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성남시 정철수 산림조사원은 “올해 참나무시들음병에 걸려 베어낸 고사목 수가 (성남시에서만) 2900그루이고, 감염목은 1만여그루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1990년대 중반까지 해마다 100여그루씩의 피해만 낸 점을 감안할 때 참나무시들음병 확산속도는 발생초기 국면에서 훨씬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에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매달리느라 참나무 고사목이나 감염목 집계는커녕 발병 사실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소나무 재선충병에다 참나무시들음병까지 겹치는 등 올해 우리나라 산림생태계 상황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초기 방제에 실패하는 바람에 현 상황까지 치달은 재선충병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참나무시들음병에 대한 방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사적지에 을사오적 선정비가…

    ‘을사오적’ 박제순의 ‘선정비(善政碑)’가 인천시 남구 관교동 인천도호부청사 옆 인천향교 마당에 세워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의 인천시장 격인 인천도호부사를 지낸 15명의 업적을 기리는 선정비 18기중 뒷줄에 박제순의 영세불망비(行府使朴公齊純永世不忘碑)가 있다.박제순은 1888년 5월부터 1890년 9월까지 인천도호부사를 지냈다. 박제순은 1905년 일본과 을사늑약을 체결한 대한제국 대신 중 한명이며,1910년에는 내무대신으로서 한일합병조약에 서명한 대표적인 친일파다. 이 때문에 매국노의 선정비가 문화유적지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사연구소 남달우 연구위원은 “박제순의 선정비가 오랫동안 향교에 세워져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정비를 철거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길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을사오적을 기리는 비석이 아직까지 인천의 심장부에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은 친일청산이 어느 수준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인천시는 이제라도 선정비를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다음주 인천향교에서 친일 청산과 선정비 철거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가질 예정이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우리 남편은 공명형? 히틀러형?

    우리 남편은 공명형? 히틀러형?

    ‘내 남편(아내)의 폭력성향은?’ 부부간의 가정폭력 성향을 간단히 진단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 테스트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부부 폭력성향 체크리스트’를 개발, 오는 12일부터 연말까지 홈페이지(www.mogef.go.kr)에 올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행동유형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배우자의 행동방식을 선택하는 형식으로 모두 10문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진단 결과에 따른 배우자의 유형을 5가지로 구분, 폭력성향이 어떤 수준인지를 이해하고 충고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배우자 유형으로는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갈공명형’(신사임당형)을 비롯해 가벼운 정신적 폭력에 해당하는 ‘햄릿형’(백설공주형), 심한 정신적 폭력 유형인 ‘놀부형’(팥쥐형), 가벼운 신체적 폭력 유형인 ‘변학도형’(뺑덕어멈형), 심한 신체적 폭력에 해당하는 ‘히틀러형’(장희빈형) 등이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