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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정신장애인 정책, 복지-재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정신장애인 정책, 복지-재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제2선거구)은 는 7월 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개정 정신보건법에 대한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신보건정책 패러다임을 의료적 관점이 아닌 복지패러다임과 당사자 관점의 회복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면서 치료받고 재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혜련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정신의료기관의 병상수가 8만 병상을 초과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에 일본 다음으로 많은 수치라고 한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일수를 보면 OECD 국가는 평균 10일에서 35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 251일을 기록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금번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정신의료기관에 8만명이라는 시민이 정신치료라는 명분으로 감금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해 치료 목적으로 분리·격리하는 정신보건시스템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치료와 자활을 원칙적으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김 의원이 소개한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면 1998년 수용형 정신병원을 완전히 폐지하고, 그 대신에 지역의 정신보건센터가 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장애인 본인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만약 강제 입원해야 할 경우라면 법원의 판사의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입원환자 중에 강제 입원 비율은 8%에 불과하며 90% 이상은 정신장애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입원치료를 받는다. 다만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서 지속적인 관리와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김의원이 분석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을 보면 정신장애인의 치료 여부에 대해 정신장애인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으며, 의무 보호자와 의료인들의 합의와 묵인만 있으면 격리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법률 개정 논의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강제 입원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원 판사의 심사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법원을 통한 인권 보호 방안조차도 누락되어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정신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면서 치료받고 재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토론자 참석들에게 의정활동의 방향과 계획을 제시했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에 대한 대토론회는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연대가 공동주최하고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이 후원하여 열렸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박인환 교수가 사회를 보고,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과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시설의 김락우 대표, 한국정신장애인협회 현귀섭 회장, 대전광역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유제춘 센터장 순으로 정신보건법 개정법률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부진, 소송 외 재산분할 협의 할까

    이부진, 소송 외 재산분할 협의 할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1조 2000억원대 재산분할 소송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임 고문이 지난달 29일 서울 가정법원에 이 사장을 상대로 1조 2000억원가량의 재산분할 소송을 내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산분할 소송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액수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와중에 최근까지 HDC신라면세점 등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해 온 이 사장으로서는 재산분할 소송이 확대되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송이 진행되면서 재산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소유 재산 대부분이 삼성 계열사 주식인 것으로 알려진 이 사장의 재산은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약 1조 7087억원가량 된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5.5%), 삼성SDS(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1년간 두 주식의 최고가로 계산하면 이 사장의 재산은 임 고문이 요구한 액수의 두 배 수준인 2조 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동산 등 공개되지 않은 재산까지 더하면 이 사장의 재산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재산분할 소송은 배우자의 결혼 생활 기간 등이 재산형성 과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재벌가의 특수 상황인 만큼 여러 변수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혼소송 전문인 김보람 변호사는 “이 사장의 재산 대부분이 임 고문과의 결혼 이전에 취득한 것이라 재산형성 과정에서 임 고문의 기여도를 따지기 어렵지만, 재벌가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재산분할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이 이 사장의 재산 세부 내역에 대한 조회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 사장이 이를 원치 않는다면 소송 외 협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측은 “이 사장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소송이 확대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 혹시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을 오픈해 운영 중인 호텔신라는 올 연말 추가되는 서울시내 면세사업자 선정에 뛰어들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과 임 고문 이혼소송의 다음 항소심 재판은 오는 8월 12일 열린다. 이 사장 측 변호인은 “아직 (재산분할 소송과 관련한) 정식 소장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입장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내년 장기요양수가 평균 3.86% 인상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가 올해 수준인 건강보험료의 6.55%로 동결된다. 이에 따라 내년 건강보험 가입자의 월평균 장기요양 보험료는 1인당 1만 536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요양원 등이 받는 수가(서비스 제공 대가)는 올해보다 3.86%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7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어 ‘2017년 장기요양 급여비용과 보험료율’을 이렇게 확정했다고 밝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질환자 중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건강보험료액의 6.55%에 해당하는 장기요양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돈은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 등에 지급한다. 이번에 장기요양서비스 가격을 인상해 내년 약 650억원의 당기적자가 예상되지만, 장기요양위원회는 아직 재정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보험료율을 동결했다. 복지부는 “현재 장기요양 누적적립금이 2조 3000억원 있고, 당기적자 규모가 크지 않아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동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도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급격한 고령화로 2024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 고갈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이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여야, 말 많고 탈 많은 민생법안 개정안 발의] 새누리, 男 출산휴가 더주기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남성 배우자의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3일 이상 5일까지’에서 ‘7일 이상 14일’까지로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을 6일 발의했다.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은 현재 3일에서 7일로 늘렸다. 김 의원은 7일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남성도 출산과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 가족 관련 법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연구보고서(2016)’는 출산 후 첫 1개월이 산모나 신생아 돌봄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면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구 프리미엄 시대’ 저무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구 프리미엄 시대’ 저무는 중국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상하이(上海)의 ‘인구 프리미엄(인구증가에 따른 경제성장) 시대’ 가 저물어가고 있다. 급증하는 노인인구 탓에 4년 뒤인 2020년이면 총인구 부양비율이 50%를 넘어서는 까닭이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에 대한 어린이와 노인 등 비(非)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을 의미하는 총인구 부양비율의 50%는 노동 인구의 지속적인 충원을 통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인구 프리미엄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은 최근 ‘상하이 청서‘(사회발전 및 경제발전 보고)를 통해 2020년 상하이의 총인구부양비율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청서는 이어 2050년까지 상하이의 상주인구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 비중은 44.8%에 이르고, 현재 3.5%인 80세 이상 노인 비중도 8.3%로 급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상하이 상주인구 수는 2015년말 현재 2415만 2700명으로 전년 말보다 10만 4100명이 감소했다. 상하이 인구 수가 15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상하이의 지속적인 인구 유입세가 끝났다는 말이다. 상하이의 인구 감소에는 후커우(戶口·호적)가 없는 외지 출신 인구가 981만 6500명으로 1.5% 감소한 영향이 가장 컸다. 하지만 상하이지역 외국인은 지난 2013년 17만 6000명에서 해마다 7000명 이상 꾸준히 불어나며 2040년이면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두고 상하이 산업구조의 재편과 불법건축물 철거, 주거지 정비사업 등의 성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청소년 인구 수의 지속적인 감소는 ‘인구 프리미엄’의 소멸을 넘어 머지않아 ‘인구 절벽 사태’로 다가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상하이지역 초·중·고교 재학생 수는 2004년 106만 9400명을 정점으로 2015년에는 67만 3800명으로 줄면서 감소율이 무려 37%에 이른다. 중·고교생 인구 감소분만 39만 6500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하이 지역경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게 될 신소비계층이 급감하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하이지역에 유입되는 과학혁신 인재 수는 여전히 광둥(廣東)성과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산둥(山東)성에 미치지 못하고 베이징(北京)보다는 10만 7000명이나 적다는 통계도 상하이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하이의 대학생 수는 베이징보다 2만 5000명, 상하이의 박사 수는 베이징보다 3만 8000명이나 적다.  인구 절벽 사태는 상하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중국 전체의 문제이다.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으로 인구 프리미엄 시대를 누리던 중국의 인구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저출산율로 중국 인구가 급속한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 13억 7500만명의 인구가 이번 세기(21세기) 말쯤 10억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인구 노령화 및 감소 추세는 이제 막을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오는 2100년이 되기 전에 중국 인구가 1980년쯤 인구와 비슷한 수준인 10억명 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중국 노동인구는 절벽처럼 수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는 2011년 9억 4072만명에서 2015년 9억 1096만명으로 3000만 명 가량이 급감했다. 2015년 한해동안 노동인구 감소분은 1886만명으로 이전 3년간의 감소분보다 더 많았다. 2012년부터 노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의 성장둔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지난 20여년간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급락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2000년 이후 출생은 1990년대생보다 3284만명이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1996년 2500만명에 이르던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10년 만인 2005년에는 16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이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에 경제도 3분의 1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이나 차를 사는 수요나 결혼식 피로연을 여는 횟수도 3분의 1이 감소하게 돼 소비 절벽 시대도 도래한다는 얘기다. 정전전(鄭眞眞)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전면적 두자녀 정책 시행에 젊은 부부들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노동인구의 급감은 중국 경제에도 불안한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취업 보장’ 사회맞춤형 학과 5년간 3배 늘린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 공학과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삼성전자 소속 전문연구원의 전공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고 삼성전자에서 현장실습도 받는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현재 이 학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상위 1% 학생이 입학하고 있다. 전문대학인 두원공과대의 자동차과는 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포드 등 국내 수입차 정비업체들과 함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른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수입차 정비 전문가를 키운다. 수업 개발에 참여하는 수입차 업체가 졸업생을 100% 채용하기로 해 인기가 많다. 두 대학이 운영하는 학과와 같은 ‘사회맞춤형 학과’가 앞으로 5년 동안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회맞춤형 학과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사회맞춤형 학과는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취업과 연계하는 학과를 일컫는다. 운영 방식에 따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주문식 교육과정으로 나뉜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 공학과와 같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대학이 특정 기업에 맞는 교육과정을 따로 개설해 운영한다. 2003년 도입돼 지난해 기준 34개 대학 73개 학과에서 1813명의 학생이 배우고 있다. 2015년 기준 취업률은 91.4%로 높은 편이지만, 참여 기업이 341개로 많지 않다. 두원공과대 자동차과와 같은 주문식 교육과정은 기존 학과에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별도 교육과정을 두고 이를 대학이 운영한다. 64개 대학 173개 학과에서 5600여명이 배우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내년에는 사회맞춤형 학과와 관련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신설하겠다”면서 “올해 8000명 수준인 사회맞춤형 학과 정원이 2020년에는 2만 5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하! 우주] 굿바이! 로제타호…발사에서 임무 종료까지

    [아하! 우주] 굿바이! 로제타호…발사에서 임무 종료까지

    "오는 9월 30일 로제타호는 그간 탐사해 온 혜성과 충돌하며 임무를 끝마칠 예정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이 12년 간 이어져 온 로제타(Rosetta) 프로젝트의 임무 종료를 알려 관심을 끌고있다. 장엄한 피날레로 묘사된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목적지이자 탐사지였던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와 충돌하며 영면에 들게된다. - 로제타 프로젝트의 시작  역사이래 인류에게 혜성만큼이나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 된 천체는 없었다. 그중 세간에 가장 널리 알려진 혜성은 바로 핼리혜성이다. 로제타 프로젝트의 뿌리는 지난 1986년 76년 만에 찾아온 핼리 혜성에 두고있는데 이후 전문가들은 혜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을 넘어 직접 '뚜껑'을 열어볼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특히나 혜성은 태양계 생성당시의 물질로 만들어진 일종의 '타임캡슐'로 연구가치가 그만큼 높다. 이에 ESA 측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손잡고 혜성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NASA의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빠졌다. 이후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ESA는 일부 계획을 수정해 론칭한 것이 바로 현재의 로제타 프로젝트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발견한 로제타석의 이름에서 따온 로제타호는 지난 2004년 3월 인류 최초로 혜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다는 목표로 발사됐다. - 로제타호, 10년 만에 67P에 도착하다 2004년 3월 발사된 로제타호는 무려 65억 ㎞의 대장정 끝에 10년 만인 2014년 8월 시속 6만 6000㎞로 움직이는 혜성 67P 궤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3달 후인 11월 로제타호에 이은 탐사로봇이 무한도전에 나섰다. 로제타호에 실려 발사된 세탁기만한 탐사로봇 필레는 모선에서 분리돼 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내려 앉았다. 로제타호가 혜성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무게 100kg의 필레를 23km 상공에서 혜성 표면에 착륙시킨 것. 그러나 지구 중력의 10만 분의 1 수준인 혜성 표면에 필레가 착륙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필레는 작살을 발사해 혜성 표면에 들러 붙는데에는 성공했으나 햇볕이 잘드는 목표지가 아닌 그늘에 불시착했다. 문제는 필레에 탑재된 자체 배터리 지속시간이 64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필레는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 몸체를 35도 회전시키며 기를 썼지만 결국 배터리 방전으로 휴면상태에 들어갔으며 결국 지난 2월 ESA 측은 사실상 작별을 고했다. - 로제타호와 필레의 업적 혜성 궤도에 진입한 일 자체가 2014년 과학계의 가장 획기적인 성과로 꼽힐 만큼 로제타호와 필레는 혜성에 관한 인류의 궁금증을 많이 풀어냈다. 혜성의 고해상도 표면 사진을 전송해 지리적 특성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대기에서 탄소 성분이 함유된 유기 분자와 코마(핵을 둘러싼 먼지와 가스)에서 산소분자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필레의 드릴 작업을 통해 혜성 표면 아래는 딱딱한 얼음으로 덮여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후에도 과학자들은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온 데이터를 연구해 추가적인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 굿바이 로제타호 오는 9월 30일 로제타호가 연락이 끊긴 필레 옆에 묻히는 이유는 혜성 67P가 태양에서 먼 목성 궤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위치로 가게되면 로제타호의 태양전지 패널이 충분히 에너지를 받지 못해 어차피 임무가 종료된다. 이 때문에 ESA는 로제타호를 혜성 표면에 하강시켜서 죽을 때(충돌)까지 최대한 근접 데이터를 뽑아낼 요량인 것이다. ESA 로제타 프로젝트 매트 테일러 박사는 "하강동안 로제타는 고해상도 표면 사진 등 최대한의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것"이라면서 "이미 로제타는 임무를 초과 달성했으며 보내온 데이터는 놀랄만한 수준으로 학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승객 사망 만취사고 택시기사, 음주 처벌에도 재취업 무사통과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0분 청주의 한 법인회사 택시가 앞서 가던 택시와 전봇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택시기사 송모(41)씨는 소주 1병을 마셨고, 면허취소 수준인 알코올농도 0.12%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했다. 이 사고로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이 머리와 복부 등을 크게 다쳐 숨졌다. 이 사건이 더욱 공분을 불러 일으킨 것은 송씨가 2012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천822명의 택시기사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적발된 운전기사의 76%(1천384명)가 면허취소 처분 대상인 혈중 알코올농도 0.1% 이상의 만취 상태였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려고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이 자신도 모른 채 ‘달리는 흉기’에 운명을 맡길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택시업체들이 기사들의 음주운전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일부 택시업체들은 기사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 운전 전력 등을 알고도 못 본 체하고 채용한다. 택시기사의 음주 사고 원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음주운전 전력 등이 있는 기사들이 어렵지 않게 재취업할 수 있는 것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급여 탓에 인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지역 법인회사 택시기사의 월급은 11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당 등을 포함해도 정부가 올해 고시한 최저임금 126만에 미치지 못한다. 택시기사들은 하루 11만∼12만원 수준의 사납금과 연료비 등을 제하고 남은 돈을 가져가지만 한 달에 200만원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택시회사들이 기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택시회사는 기사가 없어 10∼20%가량의 택시를 회사 차고에 세워둔 채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까지 지원하면서 택시 감차를 추진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택시기사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부적격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택시회사들은 기사로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구직자를 내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술을 마시고 ‘살인 택시’를 운전한 송씨가 바로 그런 사례다. 송씨가 근무했던 택시회사의 한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예전에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을 알았다”면서도 “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음주운전 적발된 이후 운전할 때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송씨의 말을 믿고 채용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 회사에 근무하기 전 다른 택시회사에도 근무했으나 4년 전 음주 운전 전력이 입사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청주의 또 다른 택시회사 대표는 “최근 택시업계가 어려워져 기사들의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면서 기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운행을 하지 못한 채 차고에 세워둔 택시들도 적지 않다”고 푸념했다. 법인 택시회사들은 기사들을 고용할 때 택시기사 자격증, 운전경력증명서, 적성검사 합격증 등의 서류를 받는다. 택시기사 자격증은 택시운송사업조합이 교통법규, 안전운행, 지리 등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러 60점 이상을 받으면 발급한다. 택시기사의 인성이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기 힘들다. 그나마 경찰서가 발급하는 운전경력 증명서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면허 벌점, 과태료 처분 등과 관련된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택시회사에서 참고만 할 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이 법률의 택시기사 자격 제한 기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5년간 음주 운전 등 도로교통법을 3회 이상 위반한 사람 등이다. 결국, 송씨와 같은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택시기사로 일하는 것을 제한할 규정이 없다는 말이다.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았다고 하더라도 기사 채용 여부를 전적으로 택시회사에 맡기는 셈이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대중교통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의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행정당국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요건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격자들이 택시업계에 지원할 수 없도록 지원 등을 통해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데스크 시각] “유연근무제, 우리는 언제쯤 가능할까요?”/주현진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유연근무제, 우리는 언제쯤 가능할까요?”/주현진 산업부 차장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뭐하시는데요?” “다들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거죠 뭐.” 요즘 직장인들의 화두는 단연 유연근무제다. 유연근무제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부터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제까지 탄력적인 출퇴근 문화를 총괄하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는 시차출퇴근제 형태로 유연근무제가 싹을 틔우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은 계열 중 주력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주당 40시간을 채우고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을 일하면 ‘알아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SK와 LG는 SK㈜, SK이노베이션, LG생활건강, LG이노텍 등에서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인지 우리 기업들의 유연근무제는 출근 시간만 ‘조금’ 여유 있게 가져가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실정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유연근무제라고 해도 오전 10시 이후에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SK 내 계열사들의 유연근무제는 규정상 9-6제(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던 근무시간이 8-5제 혹은 10-7제로 바뀐 정도다. 그나마 이마저도 못 하는 기업들이 많다. 당장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임원급은 6시 30분 이전까지, 사원이나 대리도 정규 출근시간보다 30분 이른 7시 30분까지 나와서 업무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SK텔레콤의 유연근무제는 2014년 도입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지난 5월 말부터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서는 밥 먹듯 야근하는 직원들을 배려해 매주 수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칼퇴근’시키는 ‘패밀리데이’가 도입됐는데 이는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근무 문화는 정말 갈 길이 멀다. 미국,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1위인 일본 도요타는 8월부터 1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한다. 1주일 중 하루 출근해 2시간만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이나 외부의 영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본사 전체 인원(7만 2000명)의 20% 수준인 1만 3000명 정도가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일본 기업은 52.8%에 이르고 재택근무도 11.5%로 우리보다 각각 5배 높다. 우리 기업들은 상사 눈치보기, 다른 직원들의 불만, 낮은 인사평가 우려로 인해 유연근무제를 하려는 직원들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 보기엔 우리 조직 특유의 상명하복식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걸림돌이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수시로 거론되는 가운데 임원이 바뀔 때마다 당장 출근시간을 당기고 근무시간을 늘리는 게 보편화돼 있다. 유연근무제는 저출산 망국론으로부터 시작됐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애도 많이 낳을 수 있고,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해 줘야 아이를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바래다주고 데리고 오며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주면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고 집중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jhj@seoul.co.kr
  • 한국의 5G, 자율차·드론시장 움직인다

    무인차 급제동 때도 지연 없고 드론 임무 수행 정확도 높아져 사물인터넷·원격진료 등 활용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서비스가 시작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확보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G 기가통신연구본부는 SK텔레콤과 함께 ‘서비스 지연속도’를 지금의 10분의1로 단축시킨 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인 ‘저(低)지연 기술’ 개발과 검증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5G 국제통신표준 제정 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R에서 정의한 요구 사항을 처음으로 만족시킨 것이어서 내년 2월 예정된 5G 기술표준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G 이동통신은 로봇,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 드론, 원격진료, 사물인터넷(IoT) 기술들과 결합돼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5G 통신 시대에는 빠른 전송 속도와 다른 장치와의 연결, 낮은 전송 지연시간 등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단말기나 센서가 보낸 데이터가 기지국을 거쳐 다시 단말기로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서비스 지연’ 시간이 거의 ‘0’(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이번 기술은 통신 지연시간을 4G 이동통신에서 나타나는 20ms(밀리초)의 10분의1 수준인 2ms까지 줄였다.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 1ms 주기로 데이터를 보내는 4G 통신 방식에서 벗어나 0.14ms 주기로 데이터를 보내면서 가능해졌다.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속도가 사람이 달리는 정도라면 이 기술이 적용된 5G는 비행기 속도와 비슷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이번 기술은 5G 단말기뿐만 아니라 기존 4G 단말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스스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차량은 물론 도로의 관제 시스템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한다.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나거나 앞쪽 차량이 급정거하는 경우 뒤따르는 차에 순식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충돌 방지 시스템에 이번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단말기, 기지국, 응용 서버로 구성된 테스트베드 개발을 완료해 사실상 상용화 준비를 끝낸 상태다. 저지연 시스템은 향후 스마트폰의 통신 모뎀 칩으로 내장되고 기지국의 칩이나 소프트웨어 형태로 설치될 예정이다. 연구책임자인 정현규 ETRI 본부장은 “다양한 5G 이동통신 기술들에 대해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가 5G 저지연 기술 분야 표준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특별기고] 가습기 살균제 참극의 책임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특별기고] 가습기 살균제 참극의 책임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오는 4일 발표된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 등 관련업체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20여명을 사법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사실 사법적 단죄의 대상은 이들에 그칠지언정 가습기 살균제가 초래한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국회, 언론, 전문가, 사회단체 모두 책임의 일단을 나눠 가져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사법적 책임의 추궁과 결정은 검찰과 법원의 몫이지만 정치적, 정책적, 도의적, 윤리적 책임을 묻고 답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화학물질 관리와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사건 발생 이후 5년이 지나도록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임이 밝혀져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막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그 이후에도 사회 각 분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심각한 폐 손상이 우려되므로 모든 가습기 살균제를 대상으로 사용 및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 이때 가장 긴급한 일은 국민들에게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구입은 물론 집에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말도록 적극 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회단체나 국회의원들이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문제 원인 제품을 밝히라는 요구와 성분명 발표 등 엉뚱한 것들이었다. 모든 가습기 살균제가 대상이라고 발표됐는데도 말이다. 놀랍게도 기업들에 대한 요구나 비판은 없었다. 유해한 제품을 안전하다고 속여 판매했기 때문에 가시적 건강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구매한 모든 소비자가 피해자다. 개인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가해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과 보상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구입한 제품이나 영수증 등 증거도 확보해야 한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집단소송 시도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피해자들은 여럿으로 갈라져 소규모로 각각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수십만 가구가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대규모 사건이 왜소한 규모로 축소된 것이다. 미숙한 대처의 결과는 피해자들 고통의 장기화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해 기업들은 대형 로펌을 앞세워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겼다. 제품의 안전관리, 소비자분쟁의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법규를 바꿔 책임을 타 부처로 떠넘기고 숨어버렸다. 몸통인 산업부와 가해 기업에 대한 비판은 없고 깃털 행정부서만 흔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계속되었다. 우리 사회가 문제 해결 역량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범법자는 처벌해야 하나 그것만으로 사회 수준이 올라갈 리가 없다. 여야 합의에 따라 머지않아 시작될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는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관련해서 부처 간에 어떤 문제가 있고 왜 고쳐지지 않는지 심도 있게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증인들 불러다 호통치고 인기경연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피해자들을 무려 5년 동안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이유도 밝혀야 한다. 거대해져 가는 기업의 힘에 맞서 개별 소비자인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적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 “맞춤반 몇 시에 끝나요?”… 어린이집 혼란 우려

    정부 지침도 없이 “제대로 할 것”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환영” 우여곡절 끝에 맞춤형 보육이 1일부터 시행되지만 당분간은 보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몇 시에 데리고 와야 하는지, 맞춤반 아이들이 하원한 후 어린이집에 남아 있을 종일반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는지 부모들은 걱정이 크지만 정부는 일선 어린이집에 맞춤형 보육 가이드라인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맞춤형 보육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몇 시에 통원 버스를 운영하고 간식은 언제 줘라, 프로그램은 이렇게 운영하라 등 세부적인 지침은 주지 않고 어린이집 운영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있어 시행 첫날부터라도 각 시·도 행정기관을 통해 어린이집이 프로그램 등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얘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다자녀 가구’ 기준이 기존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에서 ‘36개월 미만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구’로 바뀌면서 맞춤반에서 종일반으로의 대이동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대상인 0~2세 75만명 가운데 3% 정도가 종일반으로 재편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부는 전산 작업을 서둘러 다자녀 가구 대상자를 파악하고 확인 작업을 거쳐 적어도 오는 3일까지는 자격 변동으로 새로 종일반 이용 대상이 된 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할 계획이다. 통보를 받은 부모는 따로 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맞춤반에서 종일반으로 옮겨 가면 된다. 종일반은 12시간 운영한다. 맞춤반 이용자는 하루 6시간 보육을 받고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긴급 보육바우처를 사용해 월 15시간까지 추가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30분 단위로 긴급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긴급 바우처를 쓰기 전 어린이집에 ‘오늘은 30분 늦게 아이를 데려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어린이집이 이를 전산에 입력한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어린이집 운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어린이집 단체의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 정부는 맞춤반 보육료 중 부모보육료만 종일반 보육료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고, 기본보육료는 종일반과 동일하게 주기로 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맞춤반 기본보육료가 종일반과 같은 수준인 2015년 대비 6% 인상돼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평균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인상한 보육료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쓰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보육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여전히 맞춤형 보육에 반대하며 또 임시업무정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다. 정 장관은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복지부는 국공립·공공형·직장 어린이집을 매년 지속적으로 확충해 이용 아동 비율을 현재 28%에서 2025년 4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잠 7시간보다 적거나 많은 남성, 당뇨병 발병 위험 높아”

    “잠 7시간보다 적거나 많은 남성, 당뇨병 발병 위험 높아”

    잠이 너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남성은 당뇨병이 발병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메디컬 센터의 펨케 뤼터스 박사 연구팀이 유럽 14개국 남녀 788명(30~60세)이 참가한 유럽 인슐린 민감성-심혈관질환 연관성 연구(ERIS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가장 짧거나 가장 긴 남성은 수면시간이 평균수준(7.3시간)인 남성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뤼터스 박사는 설명했다. 여성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수면시간과 신체활동량을 조사하는 한편, 정밀검사를 통해 세포가 인슐린(혈액 속의 포도당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호르몬)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잠을 너무 적게 자거나 많이 자는 남성은 수면시간이 평균수준인 남성에 비해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해 포도당을 흡수하는 기능이 손상되고 혈당수치도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당뇨병 발병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성은 반대로 잠을 평균 수면시간보다 적게 또는 많이 자는 여성이 오히려 인슐린 반응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베타세포의 기능도 더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 사이에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남성이 여성보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수면 부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내분비학회 학술지 ‘임상내분비학-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온라인판(이달 29일자)에 게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 7·9급 공무원시험 총평

    서울시 7·9급 공무원시험 총평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시험이 지난 25일 전국 147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접수 인원 14만 7911명 중 실제 응시자 수는 8만 9631명으로 실질경쟁률은 53.1대1을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평이한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게 수험생과 전문가의 평가다. 박문각 남부고시 학원 강사들에게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 시험의 과목별 총평을 들어 봤다. ●국어- 난이도 하락… 7급 17문제가 문법 국어의 특징 중에서는 문법 문제가 비중 있게 출제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유두선 남부고시학원 강사는 “7급 시험의 경우 국어에서 문법이 17문항이나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험가에선 대체적으로 올해 서울시 국어 시험의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고 평가한다. 출제 범위를 보면 전 영역에 걸쳐 고르게 출제됐다. 9급 시험은 크게 문법 13문항, 소설·국문학사 3문항, 쓰기 1문항, 한자 1문항이 출제됐다. 7급 시험은 문법 17문항, 한자 3문항이 출제됐고, 고전문법이 3문항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유 강사는 “기출문제나 특정 주제에 대해 너무 집중하지 말고 기본 이론을 중심으로 기초를 탄탄히 다져가는 학습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사- 순서 배열 문제 난도 높여 한국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평이한 난이도를 보였다는 게 선우빈 강사의 평이다. 9급 시험은 전근대사 12문제, 근현대사 8문제가 출제됐다. 단원별로 보면 초기국가 1문제, 정치사 14문제, 문화사 4문제가 출제됐는데, 무신정변기 사건의 순서를 나열하는 문제와 현대사 순서를 배열하는 문제가 수험생의 체감 난도를 높였다. 7급 시험은 전근대사 12문제, 근현대사 8문제가 나왔다. 주제별로는 정치사 16문제, 문화사 4문제가 출제됐다. 선 강사는 “특히 개항 이후 외국 시찰단 파견 순서를 묻는 문제나 발해 영광탑, 기유약조, 실학자의 토지개혁론 문제 등은 꼼꼼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맞히기 애매한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는 내용을 정확히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가장 옳지 않은 것’, ‘가장 옳은 것’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 ●영어- 빈칸 추론 문제 비중 높아 영어는 7급과 9급 시험 모두 대체적으로 예상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충권 강사는 “문단의 논리를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며 “문법을 공부할 때는 구문과 함께 해석 위주로 공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어휘 문제는 동의어를 중심으로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문법의 경우 능·수동 구분, 수의 일치, 강조 용법, 알맞은 접속사를 묻는 문제 등이 출제됐다. 특히 지문에서 실마리를 찾아내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추론하는 문제의 비중이 높았다. ●행정학- 7·9급 모두 기출중심… 고득점 예상 행정학은 7급과 9급 모두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출제됐다. 신용한 강사는 “과거 시험들과 비교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의 출제였다”고 평했다. 9급 행정학은 총론 5문제, 정책론 1문제, 조직론 3문제, 인사행정론 4문제, 재무행정론 4문제, 행정환류 1문제, 지방행정론 2문제가 출제됐다. 7급은 총론 6문제, 정책론 2문제, 조직론 5문제, 인사행정론 2문제, 재무행정론 3문제, 지방행정론 2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 강사는 “지난해 시험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시 공무원 행정학 시험은 이론과 기출문제 중심으로 학습하면 된다”면서 “시험장에서 평소 실력만 발휘했다면 이번 시험은 무난히 고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법- 판례·이론·조문 적절한 배분 올해 행정법 시험 난이도는 중·상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영 남부고시학원 강사는 “판례 위주로 출제되는 지방직 시험과 달리 서울시 시험은 판례와 이론, 그리고 조문을 적절히 배분해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수험생에게 다소 익숙지 않은 유형의 문제들이 나오면서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김 강사는 전했다. 9급 시험의 출제 비중은 판례 7문제, 이론 8문제, 조문 5문제였다. 난이도에 따라 구분하면 어려운 문제가 3문제, 평이한 수준의 문제가 4문제, 아예 쉬운 문제가 13문제 정도였다. ●경제학- 계산 비중 줄어 체감 난이도 하락 경제학 시험은 계산문제의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체감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평이다. 지난해에는 계산문제가 50%나 출제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경백 강사는 “미시경제학 8문제, 거시경제학 11문제, 국제경제학 1문제가 출제됐는데, 거시경제학의 비중이 커진 점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세부과의 효과를 계산하게 하는 등 꽤 까다로운 문제도 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자주 등장한 문제들이 그대로 출제됐다는 게 수험가의 반응이다. ●헌법- 사시·변호사시험 같은 박스형 문제 헌법은 전체적으로 난도가 높은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기현 강사는 “최신 판례 출제 경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수험생들은 앞으로 시험 직전까지 최신 판례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며 “실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뽑기 위한 시험이라는 측면에서 이 같은 출제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헌정사 파트에서도 출제됐지만 외국의 이론 등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에서 쓰이는 박스형 문제가 나왔다는 점도 특징이다. 박스 안에 여러 지문을 제시하고 이를 조합한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유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신속·과감히 추경 집행해야 ‘브렉시트’ 이긴다

    정부는 어제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는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10조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0조원+α’ 규모의 재정 보강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추경이 10조원 이상 규모로 2년 연속 편성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0조원대의 추경은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하고 나머지는 기금 자체 변경 등 재정 수단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애초 3.1에서 2.8%로 0.3% 포인트 낮췄다. 올해 취업자 증가 수 전망치도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30만명으로 줄여 잡았고 수출은 2.1% 증가에서 4.7% 감소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본격화되는 구조조정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돌발 악재가 겹친 탓에 하방 요인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재정보강으로 성장률을 최소 0.2∼0.3% 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경유차 교체 때 개별 소비세를 감면하고 신산업 연구개발(R&D)·시설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짜면서 재정건전성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이번 운용안에 브렉시트 충격파에 대한 대비책이 빠져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브렉시트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브렉시트 충격파가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주요 교역국들에 몰아닥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수정치(2.8%)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번에도 지난해 추경 편성 당시처럼 구체적인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6월 들어 경제 침체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자 부랴부랴 착수했다는 방증이다. 야당에서도 구체적인 사용처가 없는 이번 추경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상당 부분 손상될 수밖에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의 크고 작은 사회간접자본(SOC) 민원 사업까지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기부양은 민간의 기업 투자, 가계 소비를 끌어낼 수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이 투자와 지출을 늘릴 수 있도록 경제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다. 당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기부양도 필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경제의 체질 자체를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신산업 육성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추경 예산의 성패는 애초 취지에 맞춰 편성과 집행을 얼마나 신속하게 하느냐에 달렸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국회에서의 치열한 토론과 엄격한 심의도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 클래식 등 공연 시설 확충 ‘문화 도시’ 도약하는 서울

    서울시에 2020년까지 클래식콘서트홀, 공예박물관, 시네마테크, 돈화문 국악당, 창동 아레나 등 5대 문화시설이 차례로 문을 연다. 현재 2.3% 수준인 문화예산 비율은 2030년까지 3% 이상으로 확대한다. 서울 시민의 일상을 문화로 채우기 위한 문화휴가제도 도입한다. 시는 28일 문화시민도시 건설의 청사진을 담은 문화 분야 중장기 계획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을 발표했다. 클래식, 공예, 영화, 국악, 공연 분야의 5대 문화시설은 문화창조 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내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 도성에 이어 2020년 한성백제 유적, 2025년 성균관과 문묘, 용산공원이 추가로 세계유산이 되면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인정받는다. 시민의 문화권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가 ‘문화주간’을 정하고 휴가를 독려하는 문화휴가제를 시범 도입한다. 올해 서울시민 문화권을 처음 선언하고, 내년에는 서울문화정책의 방향이 될 ‘문화시민도시 기본조례’를 제정한다. 예술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2030년까지 1000가구가 건립된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문화시민도시 서울 계획은 3년간 5000여명의 시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참여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내년 건보료 8년 만에 동결

    보장성 확대 1조 5000억 투입 등 장기적 건보재정 위협 우려도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 수준인 6.12%로 동결됐다. 보험료율이 동결되는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1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이렇게 정하고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내년도 월평균 보험료 본인부담금은 현재(3월 기준)와 같은 수준인 9만 5485원, 지역가입자는 8만 8895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병원협회 등 7개 의약단체가 내년도 의료수가(의료 행위에 대한 대가)를 올해보다 평균 2.37% 인상하기로 합의해 건강보험료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건정심은 결국 보험료율 동결을 선택했다.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17조원에 이르는 만큼 건보료를 동결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건보료를 올리는 데 대한 부담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계 지출 비용은 덜게 됐지만 건강보험 보장률 상향, 급속한 고령화, 수가 인상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60년까지의 우리나라 장기재정을 전망하면서 현재의 ‘저부담’ 사회보험 체계가 지속된다면 건강보험 재정이 2016년을 정점으로 꺾여 2022년부터 적자를 보게 되고, 2025년에는 고갈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의료 수가 인상으로 내년에 추가 소요될 재정은 8134억원이며,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최대 1조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누적 흑자 일부가 여기에 쓰인다. 복지부는 우선 다음달부터 18세 이하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금을 현재 총 진료비의 30%에서 10%로 완화 또는 면제하기로 했다. 난임치료 시술비와 시술을 위한 제반 비용, 간경화·간암 등 중증 간질환 조기진단과 간 초음파 검사에도 10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정신질환 외래 치료 본인부담금(총 진료비의 30~60%)도 입원과 동일하게 20% 수준으로 낮추고 인지치료, 행동치료 등 비급여 정신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6 상반기 결산] 성추문부터 음주운전까지… 연예계 사건·사고 주의보

    [2016 상반기 결산] 성추문부터 음주운전까지… 연예계 사건·사고 주의보

    언제나 사건·사고가 많은 ‘시끄러운’ 연예계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2016년 상반기 연예계 소식은 신문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을 정도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한 사건이 마무리되는가 싶으면 다른 사건이 튀어나오며 논란의 연속이었다. 연예계 단골사건인 음주운전부터 성폭행 논란 그리고 톱스타의 불륜설까지 세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상반기 연예계 사건, 사고들을 소개한다.◆ 여성 연예인 원정 성매매 논란… 억울한 2차 피해자까지 올 상반기는 연예계 핫이슈는 소문만 무성했던 연예계 스폰서 및 성매매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유명 여가수 A양과 걸그룹 출신 배우 B양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성매매 브로커의 알선을 통해 국내외 재력가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 중 한명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나 약식명령과 달리 정식 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이름과 혐의 등이 공개된다는 것을 알고 재판을 포기했다.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과 액수 등이 담긴 허위사실이 유포되며 억울한 2차 피해자들까지 나왔다. 악성루머의 당사자로 거론된 배우 강소라, 남보라, 신세경, 원더걸스 유빈 등은 소속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찌라시’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적으로 배포, 재생산되고 있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으려 한다. 해당 루머를 추가로 유포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에는 어떤 협의나 선처 없이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너도 나도 음주운전… ‘연예계 릴레이 음주운전’ 연예계 단골 사건인 음주운전은 올해만 벌써 6번 터졌다. 지난 3월 7일 아이돌그룹 초신성 멤버 윤성모(29)가 음주운전 및 음주사고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92%. 이어 4월 20일에는 방송인 이창명(37)이 교통사고를 낸 후 잠적했다가 만 하루 만에 경찰에 출두해 음주운전 의혹이 일었다. 그는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워드마크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16%로 추산했고, 경찰은 결국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이창명 기소 여부 결정을 위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24일에는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31)이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강인은 7년 전 음주 뺑소니 사건에 이어 두 번째 음주운전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큰 질타를 받았다. 현재 강인은 모든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에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소식은 이어졌다. 배우 윤제문(46)과 가수 이정(36)의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고, 래퍼 버벌진트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버벌진트의 고백은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 제작진의 카메라에 이미 담긴 것으로 확인됐고, 이 때문에 그의 고백에 대한 진정성 시비도 일었다.◆ 박유천·유상무… 성폭행 혐의 논란 ‘죄의 유무 떠나 큰 타격’ 개그맨 유상무와 그룹 JYJ의 멤버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며 연예계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유상무는 지난 5월 18일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유상무 측은 “여자친구가 만취해 생긴 술자리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신고를 취소했던 A씨가 신고취소를 철회하며 “유상무와는 며칠 전 SNS를 통해 알게 된 사이”라고 주장해 논란은 커졌다. 박유천은 일주일 사이에 총 4건의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지난 10일 여성 A씨는 “지난 6월 4일 오전 5시쯤 강남의 한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했다”며 박유천을 고소했다가 15일 “강제성은 없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이후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추가로 세 명의 여성이 같은 혐의로 박유천을 고소하겠다고 나서면서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유천 측은 해당 여성들을 모두 무고죄와 공갈죄 명목으로 맞고소했다. 특히 그는 성폭행 혐의가 입증될 경우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초강수까지 둔 상황이어서 대중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터질 게 터졌다? 김민희·홍상수 감독 불륜설 ‘여전히 묵묵부답’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 어쩌면 올해 연예계의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의 불륜설이다. 지난 21일 두 사람이 22살의 나이 차이에도 1년째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촬영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배우인생 전성기를 맞은 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밝혀지며 연예계 생활의 큰 고비를 맞게 됐다. 특히 “이혼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홍상수 부인의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두 사람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 양측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불륜설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연예계 대표 트러블메이커 조영남… 이번엔 대작 논란 자유로운 연애관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연예계 대표 트러블 메이커’ 조영남. 그동안 화투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도 활동했던 조영남이 대작논란에 휘말렸다. 화가 송모씨는 “8년간 조영남을 대신해 3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며 “90% 정도를 내가 그려주면 조영남이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넣어 조영남 작품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그린 작품들이 조영남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됐다며 조영남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그는 조영남으로부터 1점당 10~20만 원의 대가를 받고 그림을 그렸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조영남은 “조수를 쓰는 건 오래된 미술계 관행이다. 어디까지나 조수는 보조 역할이고 아이디어는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뿐만 아니라 미술인 단체 역시 “조영남이 창작 사기 범죄를 면피할 목적으로 대작이 관행이라 호도하며 미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남이 그린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작품을 팔았다면 명백한 창작 사기다”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서울 문화예산 3%로 문화가 일상인 도시 만들겠다

    서울시에 2020년까지 클래식콘서트홀, 공예박물관, 시네마테크, 돈화문국악당, 창동 아레나 등 5대 문화시설이 차례로 문을 연다. 현재 2.3% 수준인 문화예산 비율은 2030년까지 3% 이상으로 확대한다. 서울 시민의 일상을 문화로 채우기 위한 문화휴가제도 도입한다. 시는 28일 문화시민도시 건설의 청사진을 담은 문화 분야 중장기 계획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을 발표했다. 클래식, 공예, 영화, 국악, 공연 분야의 5대 문화시설은 문화창조 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내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도성에 이어 2020년 한성백제 유적, 2025년 성균관과 문묘, 용산공원이 추가로 세계유산이 되면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인정받는다. 서울역고가, 한강공원 같은 상징성 있는 공간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광장, 전통시장, 골목길 같은 일상적인 공간이 무대로 변신하는 ‘만개(滿開)의 무대 프로젝트’는 일상 생활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시민의 문화권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가 ‘문화주간’을 정하고 휴가를 독려하는 문화휴가제를 시범 도입한다. 올해 서울시민 문화권을 처음 선언하고, 내년에는 서울문화정책의 방향이 될 ‘문화시민도시 기본조례’를 제정한다. 인구 10만명당 27.3곳인 시민 생활문화 공간은 2020년까지 30곳으로 늘린다. 예술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2030년까지 1000호가 건립된다. 지난 10여년간 공연장 숫자는 504개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과도한 노동과 학습시간 때문에 시민 문화 수준은 개선되지 못했다. 5회 이상 관람률 63.2%에 이르는 영화를 빼면 나머지 전시, 연극, 공연 등의 관람률은 10%대인 수치가 열악한 문화권리 수준을 보여준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문화시민도시 서울 계획은 3년간 5000여명의 시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참여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기고] 한국어, 유럽 한류의 마중물/연재훈 런던 소아스대 한국학과 교수·런던세종학당장

    [기고] 한국어, 유럽 한류의 마중물/연재훈 런던 소아스대 한국학과 교수·런던세종학당장

    격세지감. 1989년 1‘0월 필자가 영국 런던 소아스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한국학 전공 과정이 처음 개설됐을 때 한국어 전공 학생은 주전공 한 명, 부전공 두 명이 전부였다. 지금은 1학년 학생만 40명이 넘는다. 다른 과목을 전공하면서 한국어에 흥미를 갖고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까지 합하면 거의 80명에 육박한다. 최근 유럽에서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이 인기를 얻는 현상을 보면 소아스의 언어 수강생 수에서 한국어가 중국어는 몰라도 조만간 일본어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도 한다. 한국 드라마를 알아듣기 위해, 한국 노래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는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에 담긴 역동성이 해외에서 통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의 한 축이다. 그래서 문화 속에서 언어를 익히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특정 언어를 쉽고 빠르게 배우려면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해외 한국어 보급도 한국 문화 알리기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해외 한국어 보급 기관인 세종학당이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함께 소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문화 소개나 문화 전파는 중립적이고 성숙한 모습으로 하는 게 좋다. 국가 홍보주의나 자화자찬의 문화 우월주의는 생명이 길지 못하고 촌스럽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미사여구로 포장해 너무 아름답게만 소개할 필요도 없다. 문화 전파는 말을 가르치는 게 먼저다. 한식을 세계화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비용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한국어 교육은 한국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국어 교육은 유럽 지역 한류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나 언어 전파는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지 돈으로 해결될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종학당의 재정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서유럽에서 지금의 지원금으로는 한 명의 전임 운영 요원도 고용하기 어렵다. 세종학당과 가장 유사한 운영 형태를 보이고 있는 중국 공자학원과 비교하면 세종학당은 너무 초라하다. 2004년 세계 최초로 서울에 공자학원을 설립한 중국은 공자학원총부를 통해 2015년 총 3억 1085만 달러(약 3730억원)를 지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종학당과 같은 성인 대상 해외 중국어 보급기관 공자학원 500곳과 해외 초·중등학교 내 중국어 학습 과정인 공자학당 1000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현재 57개국 143곳을 총괄 관리하는 세종학당재단의 올해 총예산은 161억원에 불과하다. 공자학원총부 예산의 20분의1에 그친다. 세종학당 한 곳당 지원금도 2억~5억원 수준인 공자학원의 10분의1 정도다. 한국어 보급은 이제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의 길을 닦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적 뒷받침 등 정책 지원으로 세종학당 등 한국어 보급 기반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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