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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살인’… 지구, 지금보다 0.3도 더 오르면 100만명당 130명 비극

    ‘폭염 살인’… 지구, 지금보다 0.3도 더 오르면 100만명당 130명 비극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2도 높아져 2도 상승 땐 100만명당 170명 사망 지구온난화로 바닷물도 뜨거워져 참다랑어 체내 메틸수은 56% 급증#1995년 7월 13일 서울보다 위도상 북쪽에 위치한 미국 시카고에 낮 기온이 41도, 체감온도는 48도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날부터 닷새 동안 시카고를 포함한 주변지역에는 40도가 넘는 살인적 폭염이 이어졌다. 이후 4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졌지만 7월 말까지 폭염은 계속됐다. 1979년부터 1992년까지 13년간 미국 전역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5379명으로 연간 413명 수준이었는데 1995년 7월 한 달 동안 시카고 일대에서만 700여명이 더위로 숨졌다. 1907년 한국 근대 기상관측 이후 가장 더웠다는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도 역대 최고 수준인 4526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48명이나 나왔다. 전년도와 대비해서는 4배, 그 이전 가장 더웠다는 2016년과 비교해서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추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할 정도로 자연재해 중에서는 사람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현상이다. 지난해보다는 덜하지만 올해도 7월 말 장마가 끝나자마자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지난 5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7월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7월은 전 지구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이었지만 올 7월은 그때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올 7월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7월 평균 기온보다 0.56도 높았고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서는 1.2도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매년 여름 발생하는 폭염은 대기 흐름으로 인해 계절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2000년대 이후의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막도록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자들이 지금처럼 지구 온도가 상승해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 분석했다. 중국 기상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 난징 정보과학기술대 등과 폴란드 농업·산림환경연구소, 영국 에든버러대,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대 공동연구팀은 중국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상승했을 때, 2도 상승했을 때의 사망률을 예측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100년까지 온도 상승에 따라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수를 예측했다. 예측 결과 연구팀은 1.5도 상승할 경우 온열질환 사망자는 100만명당 104~130명, 2도 상승할 경우 100만명당 137~17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온도 상승에 대해 인간의 적응력을 감안하더라도 1.5도 상승 시 인구 100만명당 49~67명, 2도 상승 시에는 100만명당 59~8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상승하면 1.5도 상승했을 때보다 매년 최소 2만 9000여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기후변화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 공중보건대, 인도 하이데라바드공과대, 캐나다 해양수산부 공동연구팀은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참다랑어나 대구 같은 물고기 체내에 메틸수은(MeHg) 축적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969년 이후 해수온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대서양 참다랑어 체내 메틸수은 농도가 5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마 샤터프 하버드대 박사는 “1970~2000년대까지 3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메틸수은 배출이 증가한 부분도 있지만 참다랑어나 대구 같은 물고기 체내 메틸수은 농축이 이례적으로 증가한 것은 결국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는 해양 온도 변화가 어류의 체내 수은 축적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트럼프 “한국, 방위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한국, 방위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나는 합의를 했다”며 “그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 땅에 3만 2000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약 82년 동안 그들을 도와왔다”며 “우리는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나는 그들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합의를 했다”며 “그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양국간)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내내 수년간 그것(방위비 분담금)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느꼈다”며 “그들은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그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국을 ‘부유한 국가’라고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 대한 (분담금) 지급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양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한국이 9억 900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분담금은 지난해 9602억원이었고, 한미는 지난 2월 올해 분담금을 8.2% 인상한 1조 389억원으로 책정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액이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 원)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6조 775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외교부는 실제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상 대표팀 등의 인선 작업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글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공개 메시지로 보여진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트럼프 “한국은 ‘부자나라’…방위비 인상 협상 시작”

    트럼프 “한국은 ‘부자나라’…방위비 인상 협상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부유한 국가’라고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분담금) 지급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며 “양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한국이 9억 900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분담금은 지난해 9602억원이었고, 한미는 지난 2월 올해 분담금을 8.2% 인상한 1조 389억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미 국방장관도 오는 9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방위비 분담금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액이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 원)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6조 775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미 상원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부자동맹’을 거론하며 공동의 안보에 더 공평한 기여를 하도록 동맹을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실제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상 대표팀 등의 인선 작업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공개 메시지로 보여진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속보] 트럼프 “한국은 부유한 나라…방위비 인상 협상 시작”

    [속보] 트럼프 “한국은 부유한 나라…방위비 인상 협상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부유한 국가’라고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분담금) 지급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며 “양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분담금은 지난해 9602억원이었고, 한미는 지난 2월 올해 분담금을 8.2% 인상한 1조 389억원으로 책정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액이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 원)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6조 775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키 1m…거대 덩치 가진 ‘헤라클레스 앵무새’ 화석 발견

    [핵잼 사이언스] 키 1m…거대 덩치 가진 ‘헤라클레스 앵무새’ 화석 발견

    오래 전부터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종류의 앵무새가 살아왔지만 어떤 종도 헤라클레스로 불리는 고대 앵무종에는 힘으로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신생대 마이오세 초기에 속하는 약 1900만 년 전 아열대 숲이었던 남섬 일대에 서식한 이 새는 커다란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보다 작은 다른 앵무를 먹이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7일 호주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 연구진이 뉴질랜드 남섬 센트럴 오타고에 있는 세인트 배선스 화석 발굴지에서 지구상 가장 큰 신종 앵무새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공식적으로 ‘헤라클레스 이넥스펙타투스’(Heracles inexpectatus)라는 학명이 붙은 헤라클레스 앵무새의 키는 약 1m, 몸무게는 약 7㎏에 달해 네 살배기 아이 만하다.이는 연구진이 2008년 발굴한 새의 다리뼈인 경족근골 화석 2점이 어느 종의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다. 화석화된 각 뼈의 끝부분은 소실됐지만, 그 모양과 힘줄이 붙었던 흔적은 뼈의 소유주가 앵무새라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연구를 주도한 트레버 워시 호주 플린더스대 부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그 옛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였던 세인트 베선스 화석 발굴지를 수시로 방문하며 수많은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해당 화석이 앵무새 종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 고대 앵무새가 이렇게 큰 덩치를 유지하려면 힘이 매우 강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오늘날 지구상에 살아있는 가장 큰 앵무새인 카카포(학명 Strigops habroptilus)의 몸집은 헤라클레스 앵무새의 절반 수준인 키 53㎝, 몸무게 3㎏밖에 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 앵무새는 크고 무거워 오늘날 카카포처럼 부리를 이용해 나무를 오르내리는 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이에 대해 워시 교수는 “카카포는 날지 못하지만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다. 반면 헤라클레스는 대부분 시간을 땅 위에서 보냈지만, 먹이를 잡으러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7㎏이면 코알라보다 크지 않으며 나뭇가지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헤라클레스 앵무새가 현존하는 어떤 앵무새 종과 관계가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케아 앵무(학명 Nestor notabilis)와 카카 앵무(학명 Nestor meridionalis)를 포함한 뉴질랜드 고유종이 속하는 고대 앵무새 무리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앞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술원이 발행하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최신호(7월19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윤태영 누구? 유산 450억 추정+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

    윤태영 누구? 유산 450억 추정+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배우 윤태영이 재조명됐다. 윤태영은 지난 2018년 5월 13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 논현동 인근을 운전하다 차량 접촉사고를 내고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경과한 시간으로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취소수준인 0.140%로 추정했다. 1974년생인 윤태영은 1996년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왕초’, ‘태왕사신기’, ‘심야병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지난 2007년에는 드라마 ‘저 푸른 초원 위에’에서 남매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동료배우 임유진과 결혼,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윤태영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윤태영은 아버지에게 상속받을 유산만 450억 원대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태영은 과거 tvN ‘현장 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450억 유산설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뉴스부 seoulen@seoul.co.kr
  • 靑 “한·중·일 연례 정상회의 시기 조율 중”

    文대통령·아베 대면 계기 될지 주목 연말까지 한일 갈등 땐 성사 불투명 “한일청구권협정 재검토한 바 없다” 청와대가 5일 연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개최를 놓고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국이 해왔던 연례적인 정상회의로, 현재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 한중일 3국 정상이 오는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3국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답변은 원론적 수준인 데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례적이지만,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 국면으로 치닫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면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일 양국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정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의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말까지 한일 갈등이 이어진다면 3국 정상회의 안건 또한 한일 갈등 이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정상회의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5월에는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회동해 4·27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을 지지하고 예정된 6·12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촉구하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한편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이 관계자는 “당이나 여권에서 각자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계 빨라지나

    “日규제 타격 크면 10월 내릴 수도” 가계빚 증가·부동산가격 상승 우려 한일 경제전쟁 여파와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내렸다. 당초 ‘8월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은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주목하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내수경기 부양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속되는 저물가 상황과 수출·투자 부진도 추가 금리 인하 관측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째 0%대에 머물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추이를 지켜보면서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 시기와 관련해서는 당장 이달보다 오는 4분기를 예상한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국내 경기가 타격을 받는다면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씩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연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 기준금리는 1.25%로 조정되며, 이는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00%로 내려간다. 다만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집값이 상승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에 “금융 안정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통화정책 운영에서 이런 상황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사설] 일본의 ‘무도한 경제전쟁’, 의연하고 단호히 대응하자

    韓 철회 요구에도 日 백색국가 제외 막무가내 결정 1100개 품목 규제로 국내 생산 큰 차질 예상 글로벌 공급망 교란해 세계경제에 큰 피해줘 일본 요구는 강제징용 판결 대책 내라는 것 무조건 항복 노리는 일본 의도 오만방자 사법부 판단 무시 강요, 결코 수용 못해 정부, 사태 해결책 국민적 총의 수렴하고 피해자 중심주의 입각한 외교 해결로 일본, 60년 경제·협력 파트너십 지켜야 일본 정부가 2일 각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이 한 목소리로 데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경고했는데도 일본은 듣지 않았다.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 입법예고를 철회하라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국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가운데 한국인들 사이에 ‘노노 재팬’(일본 안돼),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데도 아베 신조 정부는 한국을 내리치는 칼을 결국 꺼내들고 말았다. 일본이 경제 전쟁을 먼저 걸어왔으니 우리는 단호히 맞설 수밖에 없다. 한일이 분쟁을 잠시 멈추고 협상을 통해 해결해 보라는 미국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일본이다. ‘21세기판 조선 정벌’처럼 말 안듣는 한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무릎 꿇리겠다는 일본 아베 내각의 오만하고도 무도한 경제전쟁에 맞서 5000만 국민과 정부, 국회가 똘똘 뭉쳐 의연히 싸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도전을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의연하고 단호히 대응의 의지를 강조했다. 아베 내각 각료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로써 한국은 1100여개의 전략물자 규제 품목을 수입할 때 사전 심사 없이 3년에 1차례 포괄허가를 받던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백색 국가 제외 시행은 이달 하순경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들 규제 품목 심사를 개별 허가로 전환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수출 허가를 지연하는 등의 저급하고 악랄한 추가 조치도 전망된다. 국제분업의 안정성을 믿고 지난 15년간 일본산 부품에 의존하던 국내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일본의 경제전면전은 글로발 공급망을 교란하는 행위로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만큼 자유무역체제를 옹호하는 나라로서 좌시할 수 없다. 일본의 백색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우방국 27개국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2004년 한국을 백색 국가로 지정했는데, 무역 분야에선 동맹 개념처럼 인식돼 오던 제도다. 일본이 우리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안보상 우호국가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간 한미, 미일 동맹 속 한미일 공조라는 명목으로 유지해온 한일 안보협력을 더 지속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 협의나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가 응하지 않자 지난 7월 4일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1차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7·4 조치에도 한국이 꿈쩍하지 않자 약 한달만에 한국에 경제 전면전을 선포했다. 일본은 7·4 때도 그랬지만 8·2 백색 국가 제외 결정에도 강제징용 판결과는 관계없는 것이라 옹색한 변명을 할 뿐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관리가 허술하다’는 일본 주장을 반박하고 지난달 하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렸지만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한국 때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의도와 요구는 뻔하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현금화돼 원고에게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한국 행정부 차원의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 민사소송 결과에 대해 행정부가 끼어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6월 19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965년 한일청구협정의 경제협력자금으로 특혜를 본 한국 기업과 피고인 일본 기업이 지급하는 게 마땅하다는 ‘1+1’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은 이를 묵살했다. 일본은 판결 그 자체가 1965년 협정이라는 국제법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 조약을 국내법의 상위에 두는 일본과 국내법과 동등하게 보는 한국의 헌법 체계는 다르다. 그래서 강제동원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반면 한국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과 일본 최고재판소의 상이한 판결은 결국 1965년 협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낡은 ‘65년 체제’에서 비롯된 작금의 사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이전부터 예고돼 온 것이다. 보다 빨리 한일이 대응하지 못하고 사상 초유의 경제 전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이라도 한일은 마주앉아 대법원의 10·30 판결을 어떻게 볼 것인지, 현재 진행형인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향후 예상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줄소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본은 ‘65년 협정으로 모든 것은 해결됐다’는 일방적 주장을 거두고, 역사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긴밀하게 유지되고 발전해 온 한일경제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은 이제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다간 양국의 파국은 불보듯 뻔하다. 경제규모가 일본의 3분의 1의 수준인 한국이 일본보다 더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일본이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시키면서까지 대한민국의 급소를 노려 경제를 무너뜨리고,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면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한국은 1910년 무기력하게 불법적으로 병탄을 당한 100여년 전의 대한제국이 아니다.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일본 만큼이나 많은 우호국가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식민지과 전쟁을 극복하고 빠르고 탄탄하게 민주주의를 성숙시킨 나라가 한국이다. 아베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본이 두고두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하루빨리 냉정을 찾고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전쟁의 장기화는 민간교류 1000만 시대의 한일관계를 파탄내고 그 앙금을 다음 세대로 전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한다. 정부는 일본의 보복 장기화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경제 피해 최소화 등의 대책을 서둘러 가동하는 한편 여론전을 통해 일본의 부당함을 호소해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에 관한 국민적 총의를 수렴해 향후 재개될 대일 교섭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판단 존중과 일본 기업으로부터 위자료와 사과를 받겠다는 피해자 입장에 입각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결코 잊지 말기를 주문한다.
  • 도덕적 해이·내분에 발목 잡힌 바이오산업… 자정노력·규제 개혁 절실

    도덕적 해이·내분에 발목 잡힌 바이오산업… 자정노력·규제 개혁 절실

    최근 누구나 한국 경제의 위기를 말한다. 일본의 무역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재만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무역 환경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경쟁국의 기술을 압도할 기술 개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전 같이 국산 자동차 엔진 개발 성공,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독보적 입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개발 등 남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경쟁력이 뛰어난 기술 개발이 없다. 근래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근거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 산업이 주목을 받았다.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경제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손꼽혔다. 그런데 제약업종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 새 3조원 넘게 증발했다. 바이오제약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정부는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3대 주력산업 중 하나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약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 세계 시장의 3분의2를 점유했고,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2017년 우리나라의 신약 기술 수출액은 5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월 전국 경제 투어에서는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2030년 제약·의료기기 500억弗 수출 목표 실제로 바이오산업은 최근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됐다. 2017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산규모는 10조 1264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10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9.3% 늘어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7.8%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출도 전년 대비 11.2% 증가한 5조 1497억원으로, 이 중 3조 5041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8.5% 늘어나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역군으로 거듭날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바이오의약 산업의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3조 8501억원으로 총 생산의 38%를 차지해 3년 연속 바이오산업 분야 중 생산규모 1위를 유지했다. 정부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연간 2조 6000억원 수준인 연구개발(R&D) 투자를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올 들어 바이오의약 산업의 현실은 정부의 청사진과는 달리 먹구름만 잔뜩 몰려오는 상황이다. 코스닥 제약지수가 2분기 만에 17% 급락할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코스피 의약품지수도 상반기에 11%나 떨어졌다. 바이오제약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해결 방안은 뭘까. 우선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세계 최초의 무릎 관절염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의 주성분에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제출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신장세포는 종양(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릎 한쪽 투여에 700여만원을 지불한 인보사 투약자 3700여명은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인보사 사태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바이오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갱년기 치료제’로 알려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 성분 논란을 빚은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산업의 실력과 현주소를 실감케 한다. 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바이오시밀러산업을 삼성그룹의 미래신수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제약은 생명을 다루는 업종이기 때문에 신약 개발업체들이나 의약품 업체들의 높은 도덕성과 안전성에 대한 확신·확증이 담보돼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며 제약업계의 각성을 촉구했다.●소송전 4년째… 다국적 회사 가세 ‘제 살 깎기’ 둘째, 법적 소송전으로 번진 국내 업체들 간의 집안 싸움까지 겹쳐 국내 바이오제약 업체들의 글로벌시장 공략이 ‘공염불’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출처를 놓고 심화되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분쟁이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보톡스 시장 1위 업체인 메디톡스는 2016년 퇴직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이 이를 이용해 보툴리늄 톡신 제제인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내에서의 소송뿐만 아니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제소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2006년 보툴리눔 톡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7년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국내 토양에서 적법하게 발견해 확보한 것”이라면서 “퇴직자가 반출했다는 진정사건은 이미 증거불충분으로 내사종결되고 무혐의 처리됐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오히려 “나보타는 세계시장에서도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심사를 통과했다”면서 “메디톡스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엘러간과 연대해 ITC에 제소하는 등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앨러간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놈 톡신 ‘이노톡스’의 기술 수입사다. 두 회사의 소송전은 워낙 팽팽하게 맞서 있어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국산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소송전은 글로벌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를 놓고 미국 업체들과 연대해 국내 업체끼리 제 살 깎기 혈투를 벌이고 있는 꼴”이라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토대를 허물어뜨리고 나면 경쟁국과 경쟁업체들의 기술은 고도화돼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자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약 허가·관리감독 독점 식약처 견제장치 필요 셋째, 꽃을 막 피우려는 제약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다른 걸림돌은 바이오의약품 허가·관리 체계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등 대형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할 마당을 펼쳐주려면 규제 제거가 시급하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로 끌고 가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들이 시장에 왔다가 사라지면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다”면서 “신약심사와 테스트를 가로막는 규제와 장벽을 혁신적으로 풀지 않으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글로벌시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넷째, 식약처의 인허가 시스템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한 약대 교수는 “식약처가 신약에 대해 허가도 해주고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무관 때 신약을 허가하고 과장 때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취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식약처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다섯째, 기술 이전 성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다. 한미약품이 신약을 개발해 수조원대의 해외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지만 2015년에 맺은 기술수출 계약 6건 중 4건이 이미 해지됐다. 현재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신약 개발비용 총액은 스위스 글로벌 제약회사인 로슈에도 못 미친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문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 발표회를 갖는 등 의욕을 보이긴 했지만 벤처기업이나 신약개발 기업에 활력을 주는 효과는 아직 안 보인다. 바이오산업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첨단 바이오법’은 인보사 파동으로 국회 문턱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다가 1일에야 본회의에 상정됐다. 생명공학은 험난한 길이다. 수천, 수만 번의 연구 실패를 극복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려면 성과를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업계의 모럴 해저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정노력도 절실하다. 글로벌 제약사 앞에서 벌이는 국내 업체끼리의 법적 다툼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재도약을 응원한다. jrlee@seoul.co.kr
  • ‘사면초가’ 한국 수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사면초가’ 한국 수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주력품목 반도체·석유화학 실적 부진 자동차·바이오헬스·농수산품은 증가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번 달 이후 일본 규제의 여파가 가시화되면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0% 줄어든 461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1.7%)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이다. 3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던 지난 6월(-13.7%)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 반도체 업황 부진 및 단가 하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난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8.1%), 석유화학(-12.4%) 등 주력 품목은 단가가 떨어지면서 수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동차(21.6%), 자동차부품(1.9%), 가전(2.2%) 등 주력 품목과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인 바이오헬스(10.1%), 농수산식품(8.7%) 등은 선방했다. 전체 수출 물량이 2.9% 증가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1∼7월 누적 수출 물량은 0.8%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16.3%), 미국(-0.7%) 등은 감소했지만 아세안(0.5%), 독립국가연합(14.5%) 등 신남방·신북방 시장 수출은 늘었다. 최근 수출 규제 조치를 놓고 갈등 중인 일본 수출은 석유화학, 반도체 등의 부진 속에서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조치가 자국 기업의 한국 수출에 장벽을 세운 것인 만큼 아직 한국의 대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대일 수입은 수출 규제 대상인 부품·소재·장비 수입의 감소로 9.4% 하락했다.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올해 월평균과 비슷한 수준인 1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한편 지난달 전체 수입은 4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감소했다. 하락 폭은 6월(-10.9%)에 비해 소폭 줄었다. 무역수지는 24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90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존슨, 브렉시트 예산 3조원 추가 배정… EU에 재협상 공식 타진

    재무장관 “EU 떠날 준비 확실히 할 것”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추진 중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 정부가 관련 준비 예산을 대대적으로 늘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준비 예산으로 21억 파운드(약 3조원)를 추가로 배정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U와 재협상에 실패해 합의 없이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예산을 두 배 수준으로 올린 규모다. 자비드 장관은 추가 예산 가운데 절반 수준인 11억 파운드를 국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즉시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예산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도록 공공에 대한 정보 제공, 국경시설 지원, 비즈니스 지원 등을 위해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국경·세관 인력으로 500명을 추가하고, 항만 주변 수송 인프라 개선에 3억 4400만 파운드가 투입된다. 의약품·의료기기 확보에는 4억 3400만 파운드, 기업 지원에는 1억 800만 파운드가 각각 배분된다. 자비드 장관은 “좋은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합의 없이 EU를 떠난다. 오늘 발표한 21억 파운드로 합의가 되든 안 되든 EU를 떠날 준비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추가 예산 배정에 제1야당인 노동당 등은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한편 존슨 총리의 신임 수석보좌관인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를 처음 찾아 브렉시트 재협상 여부를 공식 타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하와이 男 1달러 벌 때, 女는 고작 83센트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하와이 男 1달러 벌 때, 女는 고작 83센트

    하와이 주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서도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여성대학협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 주의 성별간 임금 격차는 미주 전 지역 가운데 격차가 적은 지역 상위 10위에 링크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느끼는 남성 근로자 대비 체감 격차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여성 근로자 1인이 동일노동, 동일시간 근로하는 남성과 비교해 남성 근로자가 1달러를 지급 받는 동안 여성 근로자는 불과 83센트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는 곧, 같은 근로 환경 속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남성 근로자와 같은 임금을 손에 쥐기 위해 여성은 연평균 3개월 이상 더 긴 시간 동안 일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동양인과 같은 일명 ‘유색인종’으로 불리는 근로자일수록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임극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여성정책연구소’가 조사한 현지 상황에 따르면, 백인 남성 1인이 동일시간, 동일업무를 하며 1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근로자는 73센트를 손이 쥐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조건 내에서 라틴계 미국인 여성 근로자의 경우 67센터를 받는 수준에 그쳤다. 물론 이 모든 남녀 간, 인종 간의 임금 격차는 현재 하와이 주에 소재한 전 직업군에서 확인되고 있는 양상이라는 게 해당 보고서의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임금 상에서의 불평등 추세는 오는 2058년까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오직 ‘파라다이스’로만 알려진 이곳에서도 남녀간, 인종간 불평등이라는 사회 문제가 풀리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사회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하와이 주 여성위원회는 공식 성명을 발표, ‘여성 근로자가 직장에 소속된 채 임신, 출산 과정을 겪을 경우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곧 모든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과 사회 내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할 기회가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은 후 여성 근로자의 상당 수는 기존의 직장 대신 교직 또는 유치원 보육 교사 등 비교적 저임금 군으로 분류되는 직종으로 전환 이직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 현지 여성위원회 측의 분석이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용인해온 사회적 차별 문제를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동일노동, 동일 시간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에 대해 남성과 비교해 적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고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규제 대책 마련의 움직임이 시작된 분위기다. 최근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방점을 찍은 법안 규정 사례는 일명 ‘급여 비밀주의’로 불리는 사례다. 이는 여성 근로자 선발, 채용 시 고용주는 해당 근로자의 향후 임금 산정 기준을 과거 여성 근로자가 받았던 임금에 기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즉, 해당 고용주는 채용을 앞둔 여성 근로자에게 그가 과거 받아왔던 임금에 대해 묻거나 열람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여성 근로자의 불평등한 임금 문제는 ‘과거’의 사건으로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서 만큼은 반드시 해당 근로자 본인의 능력에 맞는 공정한 임금을 지불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만일의 경우, 여성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과거 임금 내역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을 시 근로자는 문제의 고용주에 대해 고발, 고소 등의 법적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올 1월 1일부터 그 효력이 발효된 상태다. 반면, 일각에서는 남녀간 임금 격차에 대해 정부가 철퇴를 내리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다소 우려의 목소리는 내는 이들도 상당하다. 특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사회적인 인식이 만연한 미국에서 자칫 정부의 법적인 규제 움직임음 ‘섣부른 것’이라는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지 여성 근로자의 저임금 문제는 비단 여성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오히려 최근 시작된 정부의 움직임이 다소 ‘늦은 것’이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하와이 현지에서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의 절반 수준인 46% 가량이 한 부모 가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한 부모 가정의 생계 책임자 절대 다수가 어머니인 여성 1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직장 내 여성 근로자의 소득 증진 문제는 곧장 자녀의 교육과 의료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현지의 성별 간 불평등 임금 문제는 여성 개인의 문제도, 과거의 문제도 아니다. 자녀의 교육과 의료 등 섬 거주민의 ‘미래’와 큰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우선 과제로 보인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美, 한국산 송유관 최대 39% 반덤핑관세

    미국이 한국산 송유관에 최대 39%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한국산 송유관 철강제품에 대해 넥스틸에 38.87%, 세아제강에 22.7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외 업체의 관세율은 중간 수준인 29.89%로 정해졌다. 이번 판정은 지난달 10일 2차 최종 판정 이후 세아제강이 행정오류를 제기한 데 따라 이뤄졌다. 당시 넥스틸은 38.87%, 세아제강은 27.38%, 기타 업체는 32.49%의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7월 1차 재심 최종판정에서는 현대제철 18.77%, 세아제강 14.39%, 넥스틸을 비롯한 기타 업체 16.58%로 관세율이 정해졌다. 수출 비중이 커진 넥스틸은 이번에 두 배가 넘는 관세를 물게 됐고, 세아제강과 현대제철 등 기타업체의 관세율도 모두 올라갔다. 다만 지난 2월 2차 예비판정 때보다는 관세율이 대폭 낮아졌다. 이때 상무부는 넥스틸에 59.09%, 세아제강에 26.47%, 기타 업체에 41.53%의 관세를 매겼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매긴 것은 ‘특별시장상황’(PMS) 때문이다. 상무부는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할 때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정상가격과 대미 수출가격의 차이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미국 수출가격이 낮으면 그 차이만큼을 관세로 부과한다. 하지만 PMS를 적용하면 수출국의 특별한 시장 상황 때문에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상무부 재량으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소 잃고 외양간 잘 고친 소방청… ‘최고수위 우선대응’ 빛났다

    소 잃고 외양간 잘 고친 소방청… ‘최고수위 우선대응’ 빛났다

    지난 4월 30일 오후 9시 5분. 경기 군포시 강남제비스코 합성수지 제조공장 5동에서 화염이 피어올랐다. 곧바로 불이 주변 건물로 옮겨붙었다. 불이 난 공장에는 페인트 제조에 쓰이는 톨루엔, 자일렌 등 인화성 물질이 잔뜩 쌓여 있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대응 3단계는 화재 발생 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접 광역자치단체의 소방 인력과 장비까지 모두 동원하는 최고 대응 단계다. 현장 일대는 방화복을 입은 대원과 소방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동원된 인력은 소방과 경찰, 군 병력 등 모두 400여명. 소방서 한 곳의 출동 인원이 5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8개 소방서 수준의 인력이 모였다. 소방당국의 발 빠른 ‘인해전술’로 인명 피해 없이 3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진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초기 진화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서 “높은 대응 단계를 우선 발령해 화재 진압에 실패할 확률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재난 피해 최소화에 초점 맞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방당국은 “재난 대응이 미숙하다”는 질타를 수시로 받았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다’고 할까. 진화작업 체계가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초기 투입 인원으로 통제가 어려울 때만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지만 최근에는 한꺼번에 최대의 인원을 투입해 불길을 잡고 차차 대응단계를 내린다. 소방에 대한 평가를 바꾼 새 대응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때부터 재난출동에 대한 국가적 대응개념을 확립했다. 소방을 ‘육상재난대응 총괄기관’으로 명시하고 소방청장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지휘작전실’을 개통해 전국 단위 통합 지휘와 작전 명령 지시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는 ‘최고수위 우선 대응’ 원칙을 천명해 현장에 도입했다. 그간 지켜오던 단계적 상향 출동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최고 수위로 우선 대응한 뒤 단계적으로 하향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비상대응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하면 대응 1단계를 시작으로 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단계를 높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보다 2∼3단계 높은 대응단계를 우선 발령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전국 최초로 ‘국가단위 대형재난 통합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정례화했다.●마우나리조트·세월호 참사 때 미숙 대응 과거 소방당국은 초대형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되레 참사를 키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체계적이지 못한 대응 시스템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 화재 대응은 기본적으로 시도 등 광역지자체가 맡았고 지역 간 협력대응도 서울과 경기처럼 인접한 곳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명령 체계가 없었다.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지자체별로 달라 소방 내에서도 소통에 어려움이 컸다. 2014년 2월 경북 경주의 마우나리조트 강당 건물이 폭설로 무너져 내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매몰됐다. 당시 경북소방본부가 인근 울산과 대구소방본부에 “소방력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제로 도착한 것은 울산에서 보내준 구조차 1대와 구급차 3대, 펌프차 1대가 전부였다. 사고 현장에 군과 경찰 인력이 도착했지만 이들을 지휘·통제할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1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같은 해 4월 전남 진도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돼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해 304명이 사망했다. 이때도 전남소방본부 등 8개 시도에 소방헬기 출동 명령이 내려졌지만, 지자체별 여건이 달라 즉각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시도지사들이 개별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지휘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 결국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11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 국민안전처가 신설됐다. 국가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와 중앙소방본부(소방)를 하나로 묶었다. 청와대와의 조율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에 재난안전비서관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5월 “세월호 참사 때 대처를 못 해 안전처를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정권을 교체하면 청와대가 대형 재난 컨트롤타워를 맡고 육상 재난은 소방이 현장책임을 지도록 재난구조 대응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독립시켰다. 안전정책·재난관리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했다.●강원산불 화재 2시간여 만에 3단계 격상 올해 4월 4일 오후 7시 17분. 강원 고성군 일성콘도 인근 주유소 앞 도로변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 지역은 지형적 특성으로 해마다 식목일을 전후해 양간지풍(양양~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강풍이 반복된다. 올해도 4월 3일부터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불은 삽시간에 방대한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오후 7시 28분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대원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 탓에 역부족이었다. 오후 9시 30분쯤 산불은 고성군 시내로 확산됐다. 소방청은 8시 31분 전국에 소방차 지원을 요청했다. 9시 44분에는 화재 대응 수준을 전국적 재난 수준인 3단계로 격상시켰다.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이다. 양양고속도로는 각지에서 출발한 소방차들로 가득 메워졌다. 소방차 872대와 소방공무원 3251명이 현장에 투입돼 6일 정오까지 진화에 나섰다. 소방청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수한 불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 연속적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상황은 비상 그 이상의 위기였다”며 “강원도가 보유한 차량만으로는 10분의1도 막아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국 소방차량의 15%, 소방인원의 10%가 현장에 투입됐다. 단일 화재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과거에도 119구조대가 관할지역을 넘어 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시가 떨어져야 가능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소방청은 독립기관이 됐다. 1975년 내부무 소방국이 세워진 지 42년 만이었다. 이때부터 해당 지역의 소방력만으로 부족하면 타지역 소방력 동원을 요청하는 권한이 소방청장에게 넘어갔다. 소방청 단독으로 전국 출동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소방청 단독 전국 출동명령으로 빠른 진화 강원 산불에서는 정부 대응도 체계적이었다. 행안부는 화재 발생 직후인 오후 8시 30분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임기를 하루 남긴 김부겸 장관은 이임식도 치르지 않고 현장을 지키다가 6일 오전 0시 진영 장관에게 중앙재난대책본부장 역할을 인계하고 떠났다. 청와대는 24시간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산불 진화와 피해수습에 나섰다. 하룻밤 사이에 축구장 740개 면적에 달하는 530㏊의 숲이 사라졌다. 그러나 사망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화재 발생 13시간 만에 주불도 꺼졌다. 2005년 4월 강원 양양 산불 때는 낙산사가 전소되고 산림 973㏊가 훼손됐다. 불을 잡는 데만 32시간이 걸렸다. 당시와 견줘볼 때 이번 고성 산불 진화는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방재청이 세월호 참사 뒤 해체되고 국민안전처로 바뀌었고 이제 소방청으로 완전히 독립됐다”며 “소방방재청에서 ‘소방’은 사회 재난을, ‘방재’는 자연재해를 맡았는데 이제 소방청이 단일 체제로 바뀌면서 더욱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콜마의 새 식구 된 씨제이헬스케어… ‘윤리경영 DNA’ 심는다

    한국콜마의 새 식구 된 씨제이헬스케어… ‘윤리경영 DNA’ 심는다

    올해로 창업 35주년을 맞은 씨제이헬스케어가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이하 CP) 등급 평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AA 등급을 획득하는가 하면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 도입(인증)도 선포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씨제이헬스케어는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로 사업을 시작해 2014년 분사했고, 지난해 한국콜마의 새 식구가 되었다. 씨제이헬스케어 관계자는 “2014년 창립기념일이자 공정거래의 날이기도 한 4월 1일을 자율준수의 날로 제정하고 CP 강화를 선포했다”면서 “CP 전담조직을 본격 확대한 씨제이헬스케어는 2016년 12월 대표이사를 자율준수 관리자로 공동 선임하며, 최고 경영진의 자율준수 실천 의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씨제이헬스케어는 2015년 4월부터 매월 CP위원회를 열고 철저한 신상필벌을 통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사내 이행 수준을 평가해 우수 직원에 시상하고, 규정 위반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사 징계를 진행한다. CP위원회가 임원 중심의 의사결정체라고 한다면, CP실무위원회는 각 조직별 팀장급 실무자로 구성되어 있다. CP실무위원회에서 CP위원회 안건을 제언하는 등 씨제이헬스케어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는 구호가 아닌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씨제이헬스케어는 PC,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 등에 전자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공정거래 활동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약사법, 청탁금지법 등 제반 법령을 준수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다른 회사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업계에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임직원 대상으로 CP 표어 및 캐릭터 공모전을 열고, 선정된 작품들은 회사 교육자료와 판촉물 등에 적용되고 있다. 공정거래 관련 법령이나 사례 등을 다룬 CP레터도 2015년부터 임직원들에게 격주마다 발송하여 올해 4월 100호 발행을 하는 등 임직원들이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가깝게 느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노력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급 평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AA’를 획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며 “씨제이헬스케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CP 준수 문화를 확산 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P전문가 육성, 업계 처음 시도 특히 지난해부터는 사내 CP 전문가인 ‘CP Change Agent’ 육성에도 나섰다. 이는 씨제이헬스케어가 산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것. CP Change Agent로 선정된 주요 임원 및 실무 관리자 20여 명은 1년간 실무자 교육, 전문가 특강을 받고 지역별 전문 강사로 직접 나서 CP 준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회사는 CP Change Agent 양성 과정을 밟은 임직원들을 CP Change Leader로 육성할 계획으로, 이들을 필두로 업계 최고 수준의 자율준수 문화 정착 모범사례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씨제이헬스케어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발맞춰 국제표준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인 ISO 37001 도입(인증) 채비에 나섰다. ISO 37001은 규모와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조직에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적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획설계되어 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훈민정음 소장자 “문화재청장 만남 가능…조건 차이 클 것”

    훈민정음 소장자 “문화재청장 만남 가능…조건 차이 클 것”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6)씨가 29일 황천모 경북 상주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화재청장과 삼자대면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황 시장과 만나 황 시장의 중재 역할론을 듣고 문화재청장, 황 시장, 자신 등 3명이 만나는 것도 좋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주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배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주본 공개와 관련해 조건을 타결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입장 차이를 확인해보는 차원에서 3자 회동도 가능하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주본 공개와 관련, 문화재청과 본인의 요구 조건(보상 금액)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라며 “조건을 타결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시장은 지난 26일에도 배씨를 만나 상주본 공개를 요청했지만 배씨는 “상주본을 상주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을 뿐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 거부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경북 상주에서 배익기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 요청 문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반환을 요구했다. 문서에는 배씨가 제기한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대법원이 지난 15일 기각한 만큼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고, 문화재를 계속 은닉하고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배씨는 상주본 보상금으로 상주본 가치의 10분의1 수준인 1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멀지 않은 시기에 상주본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한 독지가에게 보상금을 받고 (상주본을) 전달하는 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독지가 역시 내가 지금까지 보상금으로 주장한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종종 보도되고 있는 100억원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그 돈을 받고 넘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원오 성동구청장, 협동조합 발달 ‘골고루 잘사는 시스템’ 교류 확대

    정원오 성동구청장, 협동조합 발달 ‘골고루 잘사는 시스템’ 교류 확대

    인구 500만, 면적은 우리의 절반 수준인 코스타리카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분쟁으로 얼룩진 중남미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안정된 정치·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이 개발한 행복지수(HPI) 세계 1위를 세 번이나 차지하며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지난 7~19일 코스타리카·미국·캐나다 3개국을 순방했는데 8~12일은 카를로스 알바라도 대통령 초청으로 코스타리카를 방문했다. 합동대표단 단장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다. 방문 첫날 오전부터 마빈 코데로 코스타리카 부통령 이하 관계 부서 장차관과 함께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등 양국 관심 분야 교류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알바라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해 양국 간 우호를 확인하고, 양국 지방정부의 활발한 정책 교류를 위한 코스타리카 ‘경제개발지방정부협의체’(IFAM)와 한국의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간 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만 2000달러에 불과하지만, 발달된 협동조합 조직들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골고루 부를 향유하는 코스타리카의 사회적경제 모범 사례를 집중적으로 탐방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코스타리카는 전체 고용의 16%를 사회적경제가 책임질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사회적경제 분야 선진국이다. 대한민국은 코스타리카보다 훨씬 크고 강한 나라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분야만큼은 우리가 코스타리카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 주변국에 비해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구가하면서도 빈부격차가 현저히 적은 이 나라 번영의 비결이 발달된 사회적경제에 있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 일본 수출규제 이어 WTO 개도국 제외 압박…통상 이중고 우려

    일본 수출규제 이어 WTO 개도국 제외 압박…통상 이중고 우려

    트럼프. 중국 겨냥해 “개도국 혜택 개혁”한국, 농업 부문만 개도국 지위 유지 중WTO 내 개도국 반발로 관철 어려울 수도큰 타격 없어도 미국 자체 규제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비교적 발전된 국가들의 개발도상국 제외를 언급하면서 한국 통상이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까지 위태롭게 됐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된다.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한 국가가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개도국 지위는 WTO 체제 하에서 오랜 논란거리였다. 이 문제는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쟁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OECD를 중심으로 개도국 세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WTO에서는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2월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대조항 역시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도국이라고 해도 우대조항을 활용할 때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한국은 이미 농업 부문 외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대부분 활용하지 않고 있어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공산품 부문에서 한국은 오히려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 개방 확대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농수산물 부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 감축은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33∼47%를 감축해 평균적으로는 약 20%포인트의 감축률 차이가 발생한다. 또 개도국에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s)을 허용하고 있어 할당량 내에서는 관세를 덜 내리거나 아예 면제할 수 있다. 개도국은 관세 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특별세이프가드(S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이전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와 일부 민감 유제품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 이들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 감축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쌀 관련 품목 16개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하면 현행 513%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품목이 되면 70% 감축률이 적용되어 쌀 관세는 154%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농산물 보조감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상당해 선진국의 의무를 이행할 시 농업 정책 운용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출 농산물의 국내외 운송 등 물류 보조는 개도국의 경우 2023년까지 활용이 가능하지만, 선진국은 2015년 말로 즉시 철폐됐다. 다만 개도국이라고 해도 이런 우대조항을 무조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의 반대에 부딪혀 WTO에서는 우대조항과 관련한 협상이 오랜 시간 교착상태에 있다. 만약 개도국 지위를 잃는다고 해도 선진국에 주어지는 민감품목 제도 등을 활용해 쌀 등 주요 농산물의 관세감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법 변경 또는 개도국 세분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게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 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한국은 당분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미국 측이 단행할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준에 속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할 때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이라 영향을 받지 않지만, 추후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미국 측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신용·체크카드 56만 8000개 카드번호·유효기간 도난…“소비자 주의”

    신용·체크카드 56만 8000개 카드번호·유효기간 도난…“소비자 주의”

    약 57만개의 신용·체크카드의 번호와 유효기간이 도둑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비밀번호와 카드 뒷면에 있는 CVC(카드 유효성 검사 코드) 3자리 숫자,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혹시 모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회사에 카드 교체와 해외 거래 정지 등록을 하도록 권고했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총 56만 8000개의 카드 정보가 도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경찰청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모(41)씨로부터 압수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다량의 카드 정보를 발견해 금감원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이 USB에서 나온 신용·체크카드 번호 중 중복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를 뺀 유효카드의 숫자가 56만 8000개다. 모두 2017년 3월 전에 발급됐고 비밀번호와 CVC, 주민등록번호는 없었다. 이씨의 진술과 과거 범행 방식을 볼 때 구형 카드 결제 단말기(POS)에서 도난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14년 4월에도 POS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신용카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거됐었다. 금감원은 “어느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도난 카드 정보가 더 있는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경찰로부터 수사 협조 요청을 받자마자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가동을 강화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도단 당한 카드번호도 금융회사에 바로 알려줬다. 국민카드와 신한카드, 우리카드, KEB하나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농협은행, 씨티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수협은행, 제주은행, 신협중앙회 등 15개 금융사는 FDS 등을 통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소비자에게 바로 연락하고 카드 승인을 차단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56만 8000개의 카드 중 64개(0.01%)에서 2475만원이 부정 사용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도난 사건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권민수 금감원 신용정보평가실장은 “일반적으로 전체 유통 카드량 대비 FDS로 탐지되는 부정 사용 수준이 0.02∼0.03% 수준인데 이번에는 0.01%에 불과하다”면서 “금융회사의 통계적 경험상, 그리고 FDS 담당자의 판단에 따르면 이번 도난에 따른 이상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64건의 부정 사용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피해액을 모두 보상했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해킹이나 전산장애, 정보 유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일어난 카드 피해는 금융사가 보상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비밀번호 등은 유출되지 않아서 도난당한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는 실물 카드를 위조할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카드로 물건을 살 때도 CVC나 비밀번호, 생년월일 등이 필요해 소비자 피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금감원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카드사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카드 비밀번호 등 금융 거래정보를 요구하고 보안 강화 등을 이유로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게 하거나 링크 연결,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등을 유도할 경우 모두 100% 사기이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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