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추석상차림 비용, 수입산의 2배
“제사상에는 수입산을 올리지 말아야 하는데….”
추석을 나흘 앞둔 10일 서울 영등포시장은 제사상을 준비하러 나온 주부들로 붐볐다. 과일이며 생선을 만지작거리는 주부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국산 제수용품 값을 물어보고는 곧바로 외국산으로 눈길을 돌렸다.
●주부들 1년새 오른 물가에 한숨만…
외국산 제수용품을 고른 주부들은 “누가 신토불이가 좋은 줄 모르나.”면서 “조상께 햇곡식은커녕 수입산을 대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은 미어진다.”고 말했다. 정육점 주인 주모(50)씨는 “지난해 추석에 한우를 구입하는 주부들이 30%였지만 올해는 10%도 안 된다.”고 전했다.
기자가 수입산과 국내산 제수용품의 가격을 비교해봤다. 국내산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게 수입산보다 2배 정도 비쌌다. 콩이 든 송편, 산적용 쇠고기, 부침용(동그랑땡·돈저냐) 쇠고기, 탕국용 쇠고기, 무, 산자, 약과, 배, 사과, 밤, 대추, 곶감, 북어포, 부침용 동태, 고사리, 도라지, 조기 등 16개 품목을 국내산으로 사면 15만 5000원이다. 그나마 품질이 좋은 것으로 고르면 18만 4500원이다.
수입산으로는 싸게는 7만 2000원, 품질이 나은 것으로 고르면 10만 3600원이다. 대파, 양파, 밀가루, 숙주, 달걀 등 부재료를 국산으로 구입하면 차례상을 차리는 데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수입품이 없는 사과, 배, 대추, 밤을 빼고 비교하면 국내산 차례상 비용은 14만 8500원으로 수입산 5만 2500원보다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주부 임희옥(54·여)씨는 “지난 설까지만 해도 국산 위주로 차례상을 차렸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과일 빼고는 대부분 수입산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싸다는 소식에 경기도 용인에서 올라온 정모(60·여)씨는 중국산 조기 3마리가 1만원이라는 상인의 말에 “6000원에 2마리만 달라.”고 흥정했다. 정씨는 “중국산도 마음대로 못 사는 세상”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중국산도 더 싸게 곳곳 흥정
상인들은 국내산이 잘 안 팔리자 수입산을 가격별로 앞쪽에 진열해 놓고 있다. 야채상인인 최정은(52·여)씨는 “서민들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더 싼 수입품을 갖다 놓아야 한다.400g에 3만원이나 하는 국산 고사리는 찾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아예 갖다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향자(49·여)씨는 “수입 도라지는 쓴 맛이 강하고, 수입 고사리는 너무 억세고, 수단산 참기름은 고소하지 않아 차례상에 올리려니 조상께 죄를 짓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