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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진
    202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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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자살 왕국/손성진 논설위원

    “죽음에 관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마련이다.”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세상을 떠날 방법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역사상 수많은 인물들이 죽음의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네로,히틀러,고흐,김소월,전혜린,장국영에 이르기까지.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살의 동기는 무려 989가지,방법도 83가지나 된다고 한다.1974년 미국의 여성 아나운서는 생방송 도중 권총으로 자살했다.1983년 프랑스에서는 한 주민이 냉동고에 들어가 목숨을 끊었다. 한강다리가 ‘자살 명소(?)’로 해외토픽에 날지도 모르겠다.한남대교와 반포대교에서 지도층 인사들의 투신이 잇따르자 자살을 막기 위해 경찰을 배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여섯번 뛰어 내렸다가 구조된 뒤 일곱번째 기어코 자살한 60대 노인도 있다.외국에도 자살 명소가 한두 군데씩 있다.일본에서는 후지산 자락의 ‘아오키가하라’ 침엽수림이다.소설의 자살 장소로 나온 이곳에서 발견되는 유해는 한해에 60∼70구나 된다고 한다.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나 호주 시드니의 갭 공원도 유명하다.한국에서는 부산 태종대의 자살바위가 이름났지만 요즘은 거의 자살자가 없다. 1935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우울한 일요일)’라는 노래를 듣고 두달만에 187명이 자살했다고 한다.한 여인을 사랑한 세 남자의 비극을 담은 노래는 몇년전 영화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애틋한 선율과 가사가 자살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그런데 헝가리가 현재 OECD 국가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것이 이채롭다.한국은 헝가리에 이어 핀란드,일본 다음으로 자살률 4위다.헝가리의 경우 마약,알코올 중독,실업 등이 문제라고 한다.장기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일본이 2위라는 것도 의외다.자살률이 소득수준과는 관계없다는 뜻이다.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는 1위다.그만큼 자살률도 낮다.종교의 영향이다. ‘4대 자살왕국’중 헝가리와 핀란드는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더 늘고 있어 문제다.일본의 경우 지난해 자살자가 3만 2082명으로 역대 최고로 기록됐다.우리나라도 10년간 자살증가율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이대로 가다간 자살왕국의 순위가 수년 내에 바뀔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골목길 놀이/손성진 논설위원

    흙먼지가 풀풀 나는 좁은 길에 조무래기들이 뛰쳐 나온다.“맹꽁이는 와 안 나오노.”집에 찾아가 불러낸다.끼리끼리 공기놀이,땅따먹기,술래잡기를 하는 통에 왁자지껄해진다.손은 시커메지고 이마엔 땟국물이 흐른다.그래도 그칠 줄 모르는 깔깔 웃음.어린 시절 골목길 풍경이다.고무줄놀이,말뚝박기,딱지치기,구슬놀이,새총쏘기,제기차기….놀이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목이 마르면 맘씨 좋은 주인아저씨가 있는 구멍가게로 달려간다.지금은 찾기도 힘든 1원짜리 동전만 내면 주는 ‘노란 단물’ 한 봉지의 달콤함.탁 트인 마당에서는 자치기를 한다.연줄 끊기 놀이도 있다.유리나 사기 조각을 가루내 아교에 섞어 연줄에 먹인다.연을 하늘에 띄우고 실을 엇대면 이내 한쪽 줄이 끊어져 연이 하늘로 솟구친다. 아파트로 뒤덮여 가는 서울에서는 골목길도 사진전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신나게 뛰어 놀 공간은 점점 사라져 간다.어디나 넘어지면 피가 철철 나는 시멘트 바닥 뿐.종일 컴퓨터 게임과 씨름하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다.소꿉 친구들이 기다리던 골목길의 정겨움을 알 리 있겠는가.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思母曲/손성진 논설위원

    어머니.듣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말이다.어머니란 존재는 뭘까.산통을 견디고 낳아 오직 자식을 위해 희생을 다하는 어머니.고난과 역경 속에서 어머니는 가정과 사회를 지탱해온 힘이었다.힘들었던 시절,자식에게는 따뜻한 밥을 먹이고 자신은 찬 보리밥 한술로 끼니를 대신했던 어머니다. 오매불망 남쪽의 어머니를 그렸던 북한의 오영재 시인은 몇해전 ‘아,나의 어머니’를 어머니께 바쳤다.살아 계신 어머니가 아니라 영전이었다. 여자로서 어머니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부모 공양과 남편 뒷바라지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랐다.그러면서도 자식에게는 늘 다정하고 자상하던 어머니였다.포근한 안식처였다.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고려속요 사모곡(思母曲)이다.아버지를 호미에,어머니를 낫에 비유해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보다 더 깊다는 뜻을 담았다. 훌륭한 자식은 훌륭한 어머니 밑에서 나온다.조선시대에 25세에 과거에 합격하고 가평군수,흡곡현령을 지낸 석봉(石峯) 한호(韓濩)의 어머니가 아들과 암중(暗中) 시합을 한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 옮긴 맹모(孟母)나 일곱 남매를 저마다 훌륭하게 키워낸 신사임당도 훌륭한 어머니상이다.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자 동네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말했다.“이제 집안일은 하인들에게 시키고 편하게 지내십시오.”그러자 어머니는 “무슨 말입니까?대통령의 어머니라고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그러고는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더 가난하게 살았다.동네 사람들은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라고 불렀다. 미국에서 기밀누설죄로 복역하다 풀려난 로버트 김의 모친 황태남 여사의 영결식이 8일 열렸다.이역만리에서 감옥에 갇힌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으랴.애타는 모정은 아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을 게다.상주 노릇을 육성 테이프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로버트 김의 사모곡이 심금을 울린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서울광장] 성실과 한탕주의/손성진 논설위원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이란 말이 사회의 지향점이었던 때가 있었다.“열심히 참고 일하라.그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위정자들은 사탕발림의 말로 성실을 강요했다.국민들은 묵묵히 따랐다.노동자,농민들이 공장과 논밭에서 쉼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일에 대한 기약 때문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나.사실 열매가 맺어지긴 했다.속이 꽉 차지 않고 덜 익은 열매였다.그것이라도 피와 땀을 흘린 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는가.수십년간 그들이 꿈꾸었던 미래가 실현되었는가.그렇지 않다.성실을 믿고 따라온 노동자 농민에게 남은 것은?아무것도 없다.가구당 3000만원의 빚과 신용불량의 딱지,백수 신세,OECD회원국중 10년간 자살 증가율 1위라는 기록….남은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열매는 누가 따먹은 것일까.‘가진자’들이다.부(富)는 한 곳으로 몰렸다.중소기업은 죽어가는데 재벌은 공룡처럼 몸집을 불렸다.단칸방을 언제 면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아파트 값은 수억원씩 올라버렸다.내집 마련의 꿈은 언제까지나 아득한 꿈이다.신용불량자는 줄지 않는데 한달에 1000만원 이상 카드를 쓰는 사람이 3만명이 넘는다.더욱이 5000만원 넘게 쓴 사람은 작년보다 80.5%나 늘었다니.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섰는데도 왜 대다수 국민들은 빈곤을 느끼는가.다수가 잘 사는 정책을 펴지 못한 탓이다.성장만능주의의 소산이다.성장의 과실은 부유층 몫이었고 대다수 국민은 배고픔에 허덕인다.한 연구소가 조사해 보니 49.5%가 가정의 경제 상태가 불만스럽다고 했다.“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라.”성장주의자들은 경제교본을 들고 목청을 높인다.경쟁을 통해 도태시킬 것은 시켜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까지 겪었던 ‘못가진자’의 희생을 또 강요하고 있다.가진자만이 더 잘 살겠다는 집단이기주의다.아파트 20층에서 아이를 던지고 죽든 말든 관계없다는 것이다. 못가진자들은 이제 성실을 믿지 않는다.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는 더 이상 아니다.개미처럼 일해 한푼 두푼 모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여긴다.이는 연속적인 저축률 하락,자조적 풍조,근로 의욕 상실로 나타났다.성실이 통하지 않을 때 사회는 아노미에 빠진다.노리는 것은 ‘한탕’이다.한탕주의는 이미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자신도 모르게 한탕 욕구가 마음을 점령했다.로또 광풍,10억 만들기 열풍은 그래서 나왔다.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서는 ‘대박’을 손에 쥐긴 어려운 까닭이다. 범죄도 한탕주의다.몇백만원어치를 터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납치,유괴를 해서 몇억원을 뜯어내려 한다.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을 갈취한다.몇십억원씩 회사돈을 털어 해외로 줄행랑을 놓는 것은 예사다.고위층을 사칭해 수억원씩 가로채는 것도 가장 흔한 사기수법이다.고시열풍도 ‘한탕주의’라 할까.취업은 어렵고 직장을 얻어도 신분이 불안하니 고시로 인생역전을 시도하는 것이다.지난 3일 보도된 전직 증권맨의 사기극은 ‘한탕의 집합체’같은 사건이다.증권사 직원 K씨는 고객 돈 7억원을 맡아 주식투자로 한탕을 노리다 모두 날렸다.다음에 택한 것이 공무원 시험이다.번번이 낙방하자 마지막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사칭해 거액을 뜯으려다 붙잡힌 것이다. 다시 성실로 돌아가자.가진자들은 못가진자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과거에 다 성실했다는 것은 거짓일 수도 있다.그러나 가진자의 부귀는 못가진자의 희생을 딛고 얻은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이제 돌려줄 때가 됐다.경제·사회적 정책이 그쪽으로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성실이 통하는 세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그러면 한탕주의는 저절로 물러갈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술 실력/손성진 논설위원

    친구들과 어울려 영등포 술집에 갔는데 입구에 ‘은주(隱酒)’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조지훈 시인이 주도유단(酒道有段)론에서 6급의 술 실력을 지칭한 말이다.‘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이다.왜 그런 글을 붙여 놓았는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주인보고 “6급이 뭐요,우린 유단자요.”라고 농담을 했다. 술에 관해 당대 ‘최고수’로 ‘논개’의 시인 수주(樹州) 변영로 선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그의 ‘명정(酩酊) 40년’이라는 수필집을 읽은 일이 있다.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는 뜻의 제목 그대로 술을 마셔온 40년간의 일화를 엮은 것인데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다.너무 취해 신발을 잃어버리고 지금의 서울역에서 무악재를 넘어 홍제동까지 엄동설한에 맨발로 걸어 간 일.빗속에 취해서 비틀거리다 개천 급류에 휩쓸려 한참 떠내려 가다 살아난 일. 주도유단론에 나오는 술의 초단은 ‘애주(愛酒·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다.그러나 우리는 역시 유단자는 못 되었다.그날 음미는 고사하고 또 주량을 훨씬 넘도록 마셔 주정을 부리고 말았으니.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명동 땅값/손성진 논설위원

    우리나라 전체의 땅값은 얼마나 될까.건설교통부의 ‘2003년 지가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1354조 5330억원이다.국·공유지를 뺀 908억㎡(275억평)의 공시지가 총액이다.전체 땅값을 처음 조사한 1991년의 1079조 1750억원보다 25.5% 올랐다.한평 평균값은 4만 9246원이다.바위섬 독도에도 공시지가가 있다.2억 6758만원으로 작은 아파트 한채 값이다. 땅은 한국인에게 늘 자산목록 1호다.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다 보니 땅에 대한 집착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우리나라의 땅값은 세계적으로 높다.그러나 외환위기를 겪고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땅값 총액은 지난 1965년 12조 8000억원이었으니 112배나 오른 셈이다.그때는 한평 평균 가격이 429원에 불과했다.땅값은 경기와 맞물려 있다.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은 12년째 땅값이 하락해 1000조엔가량의 자산가치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명동은 여전히 명동이다.거품 걱정이 없는 곳이다.땅 한평에 1억원이 넘어선 지 몇년 됐고 계속 오르고 있다.그러나 ‘노른자위’는 바뀌었다는 소식이다.최고 지가를 기록한 곳은 서울 충무로 1가 24의2 명동빌딩 커피전문점이다.한평 값이 1억 3851만원이다.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다.실제 가격은 평당 1억 5000만∼1억 6000만원선으로 추정된다고 한다.황금 상권이 이동한 것은 대형 패션 전문점이 이곳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14년째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은 5위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땅값이 가장 싼 곳은 어디일까.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산 56번지다.평당 가격이 230원이다.서울 명동 노른자위의 6000분의1에 불과하다.지난해에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가 평당 180원이었는데 올해 평당 260원으로 급등(?)해 꼴찌 자리가 바뀌었다.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역시 뉴욕이다.부동산컨설팅회사인 영국 ‘힐리 앤드 베이커’에 따르면 뉴욕 매디슨가의 한평 가격은 약 7억 8000만원이다.다음은 홍콩 코즈웨이 베이,3위는 파리의 샹젤리제,4위는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로 나와 있다.시드니,모스크바,아테네,뮌헨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한강의 기적’ 론/손성진 논설위원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1960년대 초 유일민·일표 형제가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수십년 동안 일민 형제처럼 성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철교를 건너와 젊음을 불살랐다.그렇게 해서 ‘한강의 기적’은 이루어졌다.‘기적’을 이끈 지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1000불 소득,100억불 수출’을 내걸고 한국을 단기간에 중진국에 올려놓은 업적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경제개발 5개년 계획,새마을운동,경부고속도로 건설,수출드라이브 정책,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상징되는 그의 경제 치적은 개발도상국 지도자중 으뜸이다.5·16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82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640달러로 20배나 불어났다.수출은 4000만달러에서 150억달러로 수직 상승했다.이 기간 한국은 연평균 9.3%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사후 25년이 지난 지금 매우 호의적이다.최근 한 방송사가 분야별 ‘영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9%가 박정희를 정치분야의 영웅으로 꼽았다. 그러나 다른 평가도 있다.그의 고도성장 정책은 빈부·지역격차 확대,경제력 집중,천민자본주의의 만연 등 폐해를 낳았다.가치관의 혼돈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병리적 현상도 고속성장의 후유증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무엇보다 18년 독재로 민주주의를 정체시킨 것은 최대 실정(失政)이다.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형성된 정경유착을 통한 불법지배체제가 IMF사태의 원인이라고까지 말했다.국민을 절대빈곤에서 구한 사람도 박정희지만 쓰러뜨린 사람도 그라는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말살시켰다.’고 그를 비판했다.주돈식 세종대 석좌교수가 ‘소떼를 빨리 몰고 가려고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지난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다.”고 발언,재평가 논쟁의 불길을 다시 댕겼다.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배울 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그러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으로 그를 미화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다.한강은 ‘기적’의 이면에 ‘억압’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지방대 출신 검사장/손성진 논설위원

    검찰 조직은 서울대,그것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 27일 인사발령자 기준으로 검사장 이상 간부 45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73%인 33명에 이른다.워낙 많다 보니 ‘서울법대 마피아’란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1510명인 전체 검사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절반가량이다.지방대 출신은 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명문대 치중 현상은 다소 완화되고 있다.지난해 사시 합격자를 보면 서울대 출신이 340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 170명,연세대 84명,성균관대 54명,한양대 46명,이화여대 28명,경북대 22명,중앙대 22명,부산대 16명,건국대 15명이다.10위권에 두 지방대가 들어있다.전체 지방대 합격자는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사법시험이라는 경쟁을 거쳐야 하므로 검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방대 출신을 홀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렇더라도 검찰 조직에서 지방대 출신 비율은 너무 낮다.지방대 출신은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출세’ 하기가 어렵다고 여긴다.검찰 조직이 그만큼 학벌을 중시한다고 보면 될까.그 때문인지 지방대 출신은 변호사로 일찍 진출하거나 다른 직렬로 옮겨가는 일이 많았다. 22년만에 지방대 출신 검사장이 탄생했다.청주대를 졸업한 권태호 신임 대전고검 차장이다.올해부터 검사 호봉이 단일화돼 검사장 직급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검사장은 ‘검찰의 별’이라 할 만큼 검사들의 선망의 대상이다.지방대 출신 최초의 검사장은 법무법인 삼풍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이용식(고시 8회) 변호사다.조선대 출신으로 1980년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전남대 출신으로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김양균 변호사는 1981년 검사장이 됐다.다음해 부산대를 나온 고 김경회 전 부산고검장이 검사장에 오른 뒤에는 지방대 출신 승진자는 없었다. 2007년부터 행시와 외시 합격자의 20%를 지방대 출신으로 할당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앞으로 로스쿨이 도입되면 사법시험이 없어지므로 검사를 할당제로 뽑기는 어렵다.그렇지만 지방대의 법학교육이 활성화돼서 지방대 출신이 검찰 간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날이 올까.그때는 검찰의 학벌이 파괴됐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길섶에서]詩/손성진 논설위원

    20여년전 학창시절에 어떤 선배가 “내가 외우는 시는 이것뿐이야.”라며 들려준 시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였다.로 시작되는 시가 너무 좋아 중얼거리고 다녔었다.는 구절에 이르면 스스로 감정이 고조되곤 했다.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 문학도랍시고 나도 시작(詩作)을 시도했었다.시를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지.몇번의 습작을 써 보고 느꼈던 그 실망감이란….시인은 천재라고 생각했다.그러다 시를 잊어버렸다. 요사이 우연히 알게 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가 문득 시심(詩心)을 깨운다.되풀이해서 낭송해 본다.메마른 감정에 물을 적셔주는 시다.돌이켜보면 정말 삭막한 시간들을 보내온 것 같다.시집을 사서 읽은 기억이 까마득하니까.가끔 시 한편씩 소리내 읽는 여유를 찾아야겠다. 손성진 논설위원
  • [길섶에서] 物慾/손성진 논설위원

    아들 녀석들이 하찮은 물건을 더 많이 차지하겠다고 다투기에 혼을 내주었다.물욕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생기는 것인가.부자지간에 재산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는 보도는 우리를 너무 슬프게 한다.재물 앞에서는 혈육도 소용없는 모양이다.한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란 비참하기조차 하다.세상사의 모든 갈등과 번뇌는 돈에 얽혀있다.카드빚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고 수억,수십억원을 받아챙겨서 철창 신세를 지고. ‘有求皆苦(유구개고)요 無求乃樂(무구내락)이니라.’선종(禪宗)의 창시자 달마스님은 이렇게 가르쳤다.온갖 고통은 재물에 대한 집착에서 오고 그 집착에서 벗어날 때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그렇게 해서 진정 도(道)에 들어선다고 했다.얼마 전에 어떤 사업가가 평생 모은 수백억 재산을 쾌척한 일이 있다.재물 욕심을 다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베풂으로써 즐거움과 기쁨이 충만한 인생의 황혼을 누리지 않겠나 싶다. 돈이란 그저 사는데 큰 불편만 없으면 충분한 것을.저 중생들의 탐욕을 어찌할꼬.달마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손성진 논설위원˝
  • [서울광장] ‘한국판 마니풀리테’의 결산표/손성진 논설위원

    불법대선자금 수사의 일곱달 장정이 종점에 다다랐다.‘한국판 마니풀리테’라 할 이번 수사는 선거문화를 개혁하는 동력원이 돼 많은 열매를 거두었다.지난 총선에서 이미 금권선거의 고목을 자르고 공명선거의 싹을 틔웠다.또 한번 ‘선언’에 그칠지 모르지만 불법자금을 ‘퇴출’시키겠다는 다짐을 정치권 스스로 하고 있다.정치 전반에서 느껴지는 희망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이런 희망들은 반감(半減)된다.오히려 실망으로 바뀐다.죄과를 반성하지 않는 정치인들 탓이다.과거의 진정한 반성이 있을 때 희망의 등불은 밝혀진다.그렇지 못한 것이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이인제 의원은 가스통을 폭파하겠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편을 동원하며 저항했다.회기중 불체포특권과 석방요구안을 들먹이며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이젠 식상할 정도다.국민들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것이 정쟁 때문만은 아니다.허구한 날 속이고 우롱하고 우기기 때문이다. 이런 비난에서 기업인들도 자유롭지 않다.기업인들은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의존하며 처벌을 면하고자 했다.기업인들이 어찌 피해자일 뿐인가.일견 그렇게 볼 수도 있다.하지만 강요에 못 이겨 돈을 준 것이 아님은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난다.돈을 안 줬을 때의 불이익이나 돈을 주었을 때의 이익을 요모조모 재었을 것이다.수십억,수백억원을 타의로 강탈당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적다.국민들은 모든 것을 털어놓는 고해성사를 기대했다.‘정경유착’의 실상이 이렇다고 보여주고 바른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바란 것이다. 이탈리아의 부패추방운동인 ‘마니풀리테’는 그런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부패의 정도야 우리보다 더 심했지만 피의자들은 깨끗이 승복했다.죄를 순순히 인정한 것이다.속죄와 참회는 과거 잘못과의 사슬을 끊는 필요조건이다. 이탈리아에서 죄지은 정치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백 아니면 자살밖에 없었다는 뒷얘기가 있다.그만큼 수사의 강도가 셌다.자살한 피의자가 무려 26명이다.단지 강도 높은 수사에 못 견뎌서가 아니라 진정 속죄하는 뜻으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다.죄를 인정하고 자백하지 않았다면 1200여명이라는 엄청난 피의자들을 기소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이 야권에서 듣는 비난은 형평성 시비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하는 부분이다.이는 검찰이 자기반성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과거에는 형평을 의식해 여야 구속자수를 비슷하게 맞추는 관행까지 있었다.이런 억지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다만 결과가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쳤을 때 공정한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깊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또 최상위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처리 문제도 납득할 만한 결정을 내놓을 것을 국민들은 주문하고 있다.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누군가 죄보다 가볍거나 무거운 벌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이번 수사를 하나의 원인으로 해서 정가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다수 의석이 바뀌었고 전체 의석의 62%를 정치신인들이 차지했다.신구 정치인들은 합심해서 새정치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정치판은 권력투쟁만이 존재하는 헤게모니 전투판이요,서민은 뒷전이다.”얼마전 물러난 민주당 전자정당기획단장 신철호씨는 이렇게 말했다.신씨는 민주당의 총선 슬로건 ‘코리아 마니풀리테’를 기획한 벤처기업인이다.정치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한 정치입문생의 일침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권력투쟁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하겠지만 수단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투쟁의 중앙에는 권력만이 아니라 돈이 있다.돈을 둘러싼 투쟁은 대선자금 수사로 종말을 고해야 한다.정치자금의 투명한 조달과 사용은 자연스레 암투를 그치게 할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
  • [씨줄날줄] 좋은 선생님/손성진 논설위원

    학교 때 선생님 인기 투표를 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여학교에서는 남자 선생님이 잘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1등을 차지하곤 했다.그야말로 인기투표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스승은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 스승에 관해 가장 많이 들어온 옛말이다.스승은 범접할 수 없는 존경의 대상이라는 의미다.인기가 아니라 참된 의미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최근 어느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선생님이 좋으냐.’는 질문에 60.5%가 ‘인격을 존중해 주는 선생님’을 꼽았다.다음으로는 유머 감각이 있을 것,차별대우를 하지 않을 것,실력있을 것,젊고 예쁠 것 순이었다고 한다.요즘 학생들의 눈에는 잘 생겼고 실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선생님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제자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선생님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따뜻한 수업분위기가 되도록 한다,다양하고 재미있는 학습 프로그램을 만든다,최선을 다하여 가르친다.’이것은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라서가 ‘좋은 선생님이 되는 비결’이라는 저서에서 쓴 좋은 선생님의 조건이다. 이보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좋은 선생님의 조건에 관한 글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교육만을 낙으로 삼고 깨끗하게 삽니다.땀 흘리어 가르치고 솔선수범합니다.공평하게 대하고 편애하지 않습니다.누구든지 우선 믿고 의심부터 하지 않습니다.가르쳐도 모르면 태연하게 또 가르칩니다.못한다고 하지 않고 잘하라고 합니다.점수나 성적보다 먼저 사람되라 하십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교육에 몸을 바치고 있다.존경 이상의 예우를 받아야 할 분들이다.15일 스물세번째 스승의 날을 맞았다.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에서는 스승의 날에 즈음한 교육주간(5월10∼16일)의 주제를 ‘좋은 교육,좋은 선생님’으로 정했다.우리 교육이 살려면 어느 학교에나 ‘좋은 선생님’이 넘쳐야 한다. ‘일년의 계획은 곡식의 종자를 뿌리는 것이요,백년의 계획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다(一年之計 在於種穀,百年之計 在於敎人).’라고 했다.백년을 자랄 곡식을 잘 키우는 일은 ‘좋은 선생님’의 몫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 [길섶에서] 젊음, 그 아름다움

    따사로운 봄 날씨를 창밖으로만 바라보기가 아까워 세 식구와 한강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대학생인 듯한 청년이 주변에서 머뭇거렸다.“휴대전화를 잃어 버렸어요.잠시 전화기 좀 빌리면 안 될까요.”흔쾌히 빌려주었더니 자기 번호로 몇번 걸어보고는 다행히 누가 갖고 있는지 알아냈다고 한다.그러고는 인사를 꾸벅 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강변은 활기찬 젊은이들로 넘쳤다.쌍쌍으로 인라인스케이팅이며 달리기를 하는 그들.참 밝다.화단에 활짝 핀 봄꽃보다 눈부신 젊음이다.‘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첫머리가 문득 떠오른다.젊음은 부럽다.나도 청춘시절이 있었겠지.지금은 벌써 사십이 된 아내와 아이 둘을 거느린 중년 가장이지만. 그날 저녁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열어 보니 낮에 만난 청년이 보낸 글이다.“전화기 찾는데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행복한 하루 되세요.” 난 그저 전화 한통 걸 수 있게 해줬을 뿐인데….세상은 젊음이 있음으로 해서 아름답다. /손성진 논설위원
  • [데스크 시각] 촛불집회와 강장관/손성진 사회교육부 차장

    군인이나 경찰지휘관뿐만 아니라 군사정권 때의 ‘재상’들은 통치권자의 수족이었다.시키면 시키는 대로,아니면 스스로 독재자의 앞잡이가 되어서 국민을 으르기도 했고 회유하기도 했다. 국무위원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못한 강금실 법무장관의 언행이 최근 파문을 일으켰다.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철회’를 언급하고 또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만난 것은 온당치 않았다.강 장관의 뒤늦은 해명처럼 탄핵과는 무관한 만남이었다 해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장관의 직분은 혼란을 수습해서 나라가 정상궤도에 복귀하게 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어느 한쪽을 편들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강 장관이 ‘노무현 살리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으며 분주히 움직이지 않아도,국회의 탄핵 의결이 부당한 것이었다면 헌법재판소가 합당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다. 헌법재판소나 국회,장관보다 더 높은 곳에는 국민이 있다.노 대통령과 야당중에 누가 잘못했느냐의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국민의 권한이다.강 장관의 생각이 국민의 생각과 같다 해도 그가 나서기 전부터 국민은 이미 정의를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장관이 독재정권기의 관료처럼 대통령의 대변자가 되어서 옹호할 필요가 없는 시대인 것이다.우리 국민은 이제 무지몽매하지 않다.장관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다. 촛불 집회에 나온 한 40대 시민은 말했다.“찬탈 수법이 좀더 교묘해진 것을 제외하면 ‘6월항쟁’ 때와 매우 흡사합니다.자발적인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우리 국민은 민주화를 거치며 축적된 의식과 세계정세를 정확히 보는 눈을 갖게 됐습니다.학습을 많이 했고 깨어 있습니다.” 광화문의 촛불 행렬을 보며 국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사실 국민이 탄압받고 착취당할 때도 이 헌법 제1조 2항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국민은 억압을 당하다가도 최후의 순간에는 늘 힘을 합쳐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지금 광화문은 이런 상황이다.봉오리 속에 숨어 있던 민중의 힘이 위기의 찰나를 맞아 개화하고 있다.대다수 지역구에서 현역의원이 뒤바뀌는,정치의 대변화가 일어날 조짐은 국민의 의사를 거스를 때 어떤 결과가 되돌아오는지 보여준다.정치 권력층은 국민의 뜻,여론의 방향을 알고자 늘 노력해야 한다.국민과 교감해 민의를 정확히 정치에 비추어 주는 것이 정치인들이 할 일임은 물론이다.광화문은 지금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어린이들도 촛불을 들고 어른들을 배우고 있다.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폭력을 쓰지 못한다.서울대의 한 교수는 예전 학생운동이 선동적 의미가 강했다면 이번 집회는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에 자율적으로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선동과 파괴가 아니라 비폭력 평화적인 수단으로도 의사를 전달하고 역사를 돌릴 수 있음을 국민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 “광화문 거리에 앉는 것은 과거엔 생각도 못했습니다.저 공간은 닫힌 공간이었고 열고 들어가 쟁취하려는 대상이었습니다.지금은 저렇게 많은 민중이 앉아 있는,열린 공간이 됐습니다.”(촛불집회에 참가한 30대 회사원) 정치인들은 정쟁으로 얼룩진 의사당을 박차고 광화문으로 나와 민심을 읽어야 한다.‘민심은 천심’‘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라는 동서양 격언의 의미를 되새기며 위정자들은 민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손성진 사회교육부 차장 sonsj@˝
  • 康법무 “개각은 직무범위 포함 안돼”… 월권 논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 탄핵 의결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그러나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함으로써 사회질서 유지와 선거사범 단속을 맡은 주무장관으로서 적절한 태도인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강 장관은 현재의 상황은 ‘실체적 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국민들 다수가 탄핵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실체적 위기라고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만약 국민들이 실제로 탄핵을 원하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위기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을 놓고 강 장관은 “형식적 법치주의는 이뤄졌는데 내용면에서 법치주의의 이성에 반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풀이했다.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데 대해서는 “미처 읽지 못한 거대한 흐름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역사의 흐름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국민들은 이번 탄핵을 통해 주권자 의식을 인식하게 됐다고 해석했다.그것은 노 대통령을 지지하느냐,야권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정당의 정략적 차원으로 볼 것도 아니며 헌법적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따라서 강 장관은 이번 탄핵을 계기로 국민들이 헌법에 대한 드문 경험을 하고 있고 전체적 흐름을 보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탄핵 의결의 출발점을 강 장관은 대선자금 수사로 꼽았다.법률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분야별 수준은 아직 따라가지 못해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대선자금 수사가 앞서 나간 것이라면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범위에 대한 질문에 강 장관은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관리인의 위치인데 내각 개편 등 인사는 직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통상적인 업무 범위를 지켜야 하고 관리자의 범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보는데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헌재 탄핵소추를 국회에서 철회할 수 있는 것 아닌가.법사위원장이 바뀔 수 있는데.”라는 물음에는 “다음 국회 개원이 6월이나 되어야 할 텐데 그전에 헌재 결정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현실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 있으면 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어떻게 위로를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재미있는 공연 있으면 모시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성진기자 sonsj@˝
  • “총선이후 새 국회서 탄핵취하 검토 필요”

    강금실 법무장관이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야권을 비판해 야당측이 반발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어떤 권력이든 균형을 잃으면 위험하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판했다.강 장관은 “권력은 국민의 것인데,그것을 위임받은 기관이 균형을 잃으면 절제를 못지키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또 권력을 위임받은 기관과 국민 사이에는 끊임없이 교감이 있어야 하고 정의감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안되니까 교착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탄핵이 ‘실현’된 데 대해 “형식적 법치주의는 이뤄졌는데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탄핵소추안 가결과 같이)내용면에서 법치주의의 이성에 반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 탄핵 소추 취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라는 질문에는 “총선이 끝나고 새 국회가 구성된 뒤 전임 국회가 결정한 것을 취하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은 “3권 분립의 헌법정신에 따라 입법부가 위법행위를 저지른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 대해 탄핵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한낱 법무장관이 이러쿵 저러쿵 시비를 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또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탄핵 취하 관련 발언에 대해 “선거 중립을 지켜야할 법무장관의 신분인지 직무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나 대변인인지 분명히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손성진기자 sonsj@˝
  • 서초동 여록/ 풀죽은 검찰 “최선 다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표현되는 안희정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인 1일 오전.화창한 날씨에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의 분위기는 몹시 우울했다.검찰은 과연 정도(正道)대로 했는가.이런 질문들이 청사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수사하는데 봐주려고 하지 않았겠어?” 이렇게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검찰로서는 사실 뺨을 두번 맞은 셈이다.영장 기각에다 부실수사 시비까지 겹친 까닭이다.수사 검사 24년째인 안대희 중앙수사부장은 그동안 영장을 기각당한 것은 두번밖에 없고 이번이 세번째라고 했다.영장기각은 무죄판결 다음으로 검사의 자존심이 깎이는 일.그의 주장은 어쨌든 눈치보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수사를 일부러 약하게 해서 ‘기각’을 자초했지 않느냐는 비난이 나오자 검사들은 당황해했다.한 수사간부의 말을 사석에서 들어보면 검찰의 수사 의지는 외부에서 듣는 것과는 달라보였다. 검사들 스스로도 ‘좋은 환경’(수사에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에서 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수사간부는 ‘말바꾸기’ 논란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밤낮없이 고생하는 수사 검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한때 사표까지 내려고 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안씨 수사를 맡은 C검사 얘기를 했다.“C검사는 진짜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며 “그라면 믿는다.”고 말했다.그만큼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안씨의 죄가 다소 약하지만 검찰이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다 기각당한 것인지,가벌성이 강한 다른 죄목을 적용할 수 있는 데도 의도적으로 약한 조항을 갖다 붙였다가 그렇게 됐는지 하는 것이다.진실은 알기 어렵지만,과거의 잣대로만 검찰을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검찰 대변인 같은 말이지만 검찰도 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큰 사건이 있을 때는 수사 상황을 법무부나 청와대에 보고하고,또 그쪽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여하튼 검찰은 ‘좋은 환경’을 십분 활용해서 공정한 수사에 매진하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손성진기자 sonsj@
  • 검찰인사/ 곳곳서 선후배 ‘자리 역전’

    이번 검찰 인사에서는 서열파괴로 선배가 후배 밑에 배치되는 등 ‘역전된’ 곳이 많이 눈에 띈다.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검장급인 김종빈 대검차장은 사시 15회로 송광수 총장 내정자와 두기수 차이가 난다.보통 차장은 총장의 한기 아래 기수가 맡던 관례가 깨진 것이다.검사장급인 대검 참모진중에는 김 차장의 선배와 동기가 많다.선배로는 유창종(14회) 마약부장과 김원치(13회) 형사부장이 있다.곽영철 강력부장과 박종렬 공판송무부장은 김 차장의 동기로 아래 자리의 참모로 일하게 됐다. 본인들도 힘들어 할 것 같은 자리는 서울고검장과 서울고검차장.15회 정진규 검사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장으로 부임했는데,차장은 14회인 장윤석 검찰국장이 옮겨왔다.장 차장검사는 공안검사로서 정 고검장보다 선배이며 검사장 승진도 먼저 했지만 이번에 자리가 역전됐다.그러나 나이는 정 고검장이 4살 위이며 대학(서울대 법대)도 3년 선배라서 별 문제 없지 않느냐는 주변의 반응이다. 이밖에도 16회 김상희 제주지검장이 대전고검장으로 발탁됨에 따라 같은 16회로서 대전지검장과 청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재기·김성호 검사장은 동기생을 상급자로 ‘모셔야’한다.대구고검장에도 16회인 임내현 검사장이 승진했는데 대구지검장은 동기인 박태종 검사장이다.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 참모진 만큼은 정상명(사시 17회) 차관의 아래 기수로 두었다.그러나 법무부 산하기관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는 김진환(14회) 검사장이 전보됐고,사법연수원 부원장에는 정충수(13회) 검사장이 자리를 옮겨 역시 ‘자리 역전’의 예외는 아닌 셈이다. 손성진기자 sonsj@
  • 盧대통령.평검사 공개토론/대통령은 단호, 검사들은 집요

    “모욕감을 느끼지만 넘어가자.”“이쯤 되면 막가는 거지요.”“그런 표현을 앞으로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는 용납될 수 없는 말들이 대통령과 검사들 사이에 거침없이 오갔다.‘저러다 도를 넘지 않을까.’노무현 대통령과 검사 10인의 토론은 보는 사람도 시종 아슬아슬했다.마치 고성이 오고갈 것 같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 대통령이나 검사들이나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망설임없는 검사들의 발언 검사들은 ‘밀실 인사’ ‘토론의 달인’ ‘독재정권의 인적청산’이라는 표현을 망설임없이 썼다.또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부산지검에 민원성 전화를 건 사실과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인사 청탁 해프닝까지 들춰내며 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처음 시도된 대통령과 검사의 토론은 사상 처음 시도되는 격의없는 대화로 의견차를 좁히는 성과를 거두었고 신선한 느낌도 남겼다.그러나 감정적인 표현들이 자주 등장함으로써 냉철하고 차분한 토론이 되지 못했다.노 대통령이나 배석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나,권위나 계급을 버리고 털어놓고 대화를 해보자는 생각이었겠지만 솔직한 검사들의 발언에 냉정을 잃었다는 느낌을 주었다.검사들도 왠지 소신있는 발언을 했다기보다는 흠집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순수한 뜻을 스스로 왜곡시키고 좋지 않은 인식을 주는 결과를 빚었다.때문에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검사들의 행동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토론의 달인…모욕감 느낀다 대통령과 검사들은 시작부터 부딪쳤다.서울지검 허상구 검사가 노 대통령을 ‘토론의 달인’으로 지칭하며 이 토론은 보나마나 대통령의 승리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노 대통령은 “상당히 모욕감을 느끼지만 웃으며 넘어가자.”고 대응했다.노 대통령은 “삶의 밑천으로 하나하나 증명해 토론에서 밀리지 않았지 말재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약간의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다.또 ‘밀실인사’나 ‘검찰 장악 의도’라는 검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가장 쟁점이 된 검찰 인사권에 대해 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 지휘하에 검찰을 두는 것은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로 문민 통제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자 서울지검 박경춘 검사는 “문민화라는 표현 자체가 군사독재 시절에 나온 말인데 제가 군사독재의 주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 시간 이후부터는 안 썼으면 좋겠다.”고 ‘충고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박 검사는 또 강 장관이 법무부에 부임했을 때 ‘점령군’으로 불렸다고 하자 “점령군이라는 표현은 후배 법조인이 듣기에 거북했다.”면서 “용어 선택에 유념해 줬으면 좋겠다.”고 장관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쯤 되면 막가는 거지요’ 또 한번의 충돌은 노 대통령이 “이제까지 검사에게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에서 벌어졌다.수원지검 김영종 검사는 “대통령은 취임 전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 있다.뇌물사건 잘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왜 전화했나.검찰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고 따졌다.김 검사는 또 “인사위원회 관련 제도가 설치돼 있지만 사람이 마음에들지 않아서 안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한 것”이라고 공격했다.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가자는 거지요.양보없는 토론이 되는 것 같다.”고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노 대통령의 발언은 그때부터 매우 단호해졌고 어조도 강해졌다.검사의 말을 끊으며 “계속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 공격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발언권을 넘겨받은 서울지검 이정만 검사는 “혼자만의 견해로만 되는 게 아니라 친인척,형님 등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노 대통령의 형이 최근 인사에 개입한 문제를 거론했다.이에 노 대통령은 “대통령 형중 어수룩한 사람이 있어 기자들에게 어수룩하게 대답했다가 해프닝이 벌어졌다.그 말을 이 자리에서 해서 대통령의 낯을 깎으려고 해서 되겠나.”라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성진기자 sonsj@
  • 하반기부터 법무사도 경매대행,불법중개인 비리 크게 줄듯

    올 하반기부터 법무사에게 경매대행권이 주어져 경매 방식이 크게 바뀐다.법무사들이 경매에 참여함에 따라 경매 비리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일 대법원과 대한법무사협회에 따르면 법무사에게 경매와 공매에서의 상담 및 매수,입찰 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무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 법이 발효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매나 공매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저렴한 대행료를 내고 법무사에게 위임해 안전하게 입찰을 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대한매일 1월28일자 29면 보도) 법무사협회는 개정법의 시행을 앞두고 법무사들이 경·공매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전국 4000여명의 법무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또 경·공매 대행료율을 정해 대법원의 승인을 받기로 했다.현행법에서는 경·공매의 대리권은 변호사만 행사할 수 있지만 대리 비율은 0.29%에 불과할 정도로 변호사들의 활동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매 법정에는 일반인들의 무지를 노린 경매 브로커들이 설쳐많게는 낙찰금액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요구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경매비리는 지난 2000년 110건이었던 것이 2001년에는 두배로 증가했다. 손성진기자 s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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