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손성진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41
  • [길섶에서] 꽃의 여왕/손성진 논설실장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집 담벼락에 만개하여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장미꽃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름다움보다 도도함에 취했다고 할까.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꽃의 여왕은 가히 장미라 할 것이다. 겹겹이 겹쳐진 선홍빛 꽃잎의 아름다움은 뭇 꽃들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열정적인 사랑’이다. 사랑하는 여성에게 장미꽃을 ‘바치는’ 이유다. 그보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장미꽃 향기에는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여자들이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장미가 도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역시 매혹적인 모습 뒤에 감춘 가시 때문이다. 어느 날 큐피드가 장미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키스를 하려는 순간 벌이 큐피드의 입술을 쏘아 버렸다. 이에 화가 난 큐피드의 어머니 비너스는 많은 벌침을 장미 줄기에 붙여 버렸는데, 이것이 가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미에 가시가 있는 생물학적 이유는 해충을 막기 위해서란다. 일종의 자기 방어책이다. 아무려면 어떠랴. 그저 아름다우면 그만이지.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여행의 꿈/손성진 논설실장

    늘 떠나는 꿈을 꾼다.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 떨릴 때는 이미 늦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꿈만 꾸지 바쁜 일상에 쫓겨 꿈으로 끝나고 있다. 사흘간의 부산행은 그래서 정말 꿈이 실현된 것 같은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좁은 국토인데도 아직 가 보지 않은, 나에겐 아직도 미지의 세계가 국내에도 많다. 우리 땅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가면 뭐하랴. 언젠가 국토 도보 순례를 혼자서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알고 지내던 전직 은행 임원이 쓴 ‘걸어서 답을 찾다’라는 책을 읽었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장장 800㎞를 29일간 혹한을 뚫고 주파한 경험을 글로 쓴 책이다. 나도 같은 모험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눈이 번쩍 띄는 소식을 접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 해변의 걷기길이 완성된 것이다. 경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울 것이다. 20일은 족히 걸리겠지만 언젠가 해내고 싶은 목표가 설정된 셈이다. 이제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날은 언제 올까.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나라 살리는 지방자치 발전’ 손잡았다

    ‘나라 살리는 지방자치 발전’ 손잡았다

    ‘지방재정포럼’ 열어 예산 부담 줄이고 지방 의원 강좌·재정 컨설팅 등 기획 “지역 정부 문제 해결하는 도구 역할” 서울신문 지방자치연구소와 나라살림연구소가 대한민국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서울신문 9층에서 업무협약식을 했다고 8일 밝혔다.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이날 “지방자치 발전이 민주주의 성숙의 초석이라는 신념으로 지방정부·의회에 대한 소재 발굴과 보도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서울신문이 자치정부 재정혁신 분야의 선두주자인 나라살림연구소와 힘을 합쳐 산적한 지방정부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국내 중앙 일간지 중 유일하게 17개 광역정부와 226개 지방정부의 훌륭한 정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보도해 지방정부에서 정책 연구·개발(R&D) 기능을 맡은 싱크탱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광역·기초 의회의 정책 감사와 조례 제·개정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행정부 예산·결산 등 재정 분야에서 연구해 온 독보적인 연구소로, 최근 수년 동안 국회 예산결산특위 활동을 지원하고 서울시 등 지방정부의 예산결산을 분석, 평가해 재정 건전화와 합리화에 이바지했다. 첫 행사로 서울신문 지방자치연구소와 나라살림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지방재정포럼’을 오는 12~13일 열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예산담당 공무원들과 함께한다. ‘지방재정포럼’에서는 무상보육·급식, 기초노령연금 지급 등으로 급증하는 복지예산의 압박을 경감시킬 수 있는 예산 재구조화와 지출관리, 국비사업 확보 등의 방안 등을 제시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중앙정부가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펴는 만큼 지방정부가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국비로 기반시설이나 주민편의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부터 두 기관 공동기획으로 ‘광역·기초의회 의원 아카데미’도 진행한다. ‘재정분석 기법’ ‘예산 실무’ ‘구정 감시 항목’ 등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강의한다. 또 두 기관은 지방정부의 재정 컨설팅에도 나선다. 광역·기초 정부의 체계적인 예산 편성과 지출 관리 방안 등을 ‘제3자적 시점’을 활용한 재정 컨설팅을 통해 제시할 예정이다. 손성진 서울신문 지방자치연구소 소장(논설실장)은 “서울신문 지방자치연구소는 중앙과 지방 정부 간의 세입 불균형 문제, 인사권 독립, 중앙정부의 과도한 업무 이양 등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도구’가 되겠다”며 “각종 세미나와 포럼, 해외 견학 등도 준비해 미래지향적인 지방자치가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길섶에서] 봄비/손성진 논설실장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메마른 가슴과 타들어 가는 대지를 흠뻑 적셔주어 먼 길 걷다 만난 샘물처럼 고맙기 그지없는 비다. 이 비가 그치면 푸릇푸릇한 신록이 온 산을 덮으리라. 우리네 마음도 촉촉이 젖어 이럴 때면 파전을 곁들인 막걸리 한잔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만개한 꽃잎을 떨어뜨리는 것도 봄비이니 봄비의 분위기는 왠지 서럽고 슬프다.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통속적인 대중가요들이 그렸듯이 봄비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도록 봄비가 내릴 때쯤이면 그 비처럼 기다리던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봄비는 반가움과 기쁨의 느낌을 주는가 하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같기도 하다. 때로는 우산을 들지 말고 따스한 듯 차가운 봄비를 온몸으로 맞아보고 싶다. 세상사에 찌든 답답한 속까지 시원하게 씻어주지 않을까.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손성진 칼럼] 행복지수의 상승곡선을 보고 싶다

    [손성진 칼럼] 행복지수의 상승곡선을 보고 싶다

    도대체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논제를 꺼내는 이유는 한국의 행복지수가 늘 세계 중하위권이고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유엔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50여개국 중 58위였다. 전년보다 11계단이나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다. 영국 기관의 조사에서는 우리가 100위권 밖이다. 우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성적을 제일 중요시한다. 마찬가지로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돈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의 위치,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과 같은 계량하기 쉬운 경제적, 물질적 지표들이긴 하다. 결국 돈인 셈이다. 그러나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풍요로운 국가의 행복지수가 낮고 빈곤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잘 알다시피 1인당 GDP가 세계 120위인 부탄의 행복지수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사람, 즉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귀영화를 넘어 행복이라고 인정한다면 우리의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 바닥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복지수 문제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1인당 GDP가 세계 28위인 한국이 왜 행복지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지 원인을 따지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역으로 행복지수 지표를 분석하는 일이다. 국민의 91%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부탄은 1972년부터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삼아 통치하고 있다. 그 지표는 삶의 수준, 건강, 교육,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생태적 다양성, 공동체 활력, 시간 활용, 바른 정치, 심리적 웰빙 등 9개 분야로 나뉘어 관리된다. 유엔 ‘행복보고서’의 6개 지표는 GDP,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사회적 신뢰, 선택의 자유, 관대함이다. OECD는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지표들 중에서 특히 우리가 나쁜 점수를 받는 세부적인 지표들을 골라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분야에는 이미 방점이 찍혀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긴 하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부의 양극화, 미흡한 복지체계 등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하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들이다. 물론 낮은 수준의 정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 공동체 생활이나 주거환경, 생태 보존 등도 정부나 지자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관점을 바꾸어 궁극적으로 보면 개인의 행복을 국가가 정책적 노력을 통해 100%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과 사회 분위기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같은 월급 200만원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불평할 수 있다. 이임영 시인은 이렇게 풀이한다. “의식주의 해결과 아픈 곳이 없다면 그건 절대적 행복이다. 삶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상대적 행복의 결여 때문이다.” 불행은 현실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소유욕 충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욕심이 불행을 부른다면 행복을 부르는건 희망이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던 1970년대에는 잘 몰라도 행복지수가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다. 앞으로 더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으면 행복한 것이고 풍족해도 절망을 느끼면 불행하다. 청년이나 노인이나 우리 국민성의 나쁜 점은 너무 쉽게 비관하고 절망하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개인도 스스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사회는 국가, 정부가 못 하는 일을 대신 맡아 주어야 한다. 셋이 삼위일체가 돼 희망을 잃지 않고 애쓴다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상승곡선을 타지 않을까.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고전 영화 보기/손성진 논설실장

    책도 고전을 최고로 여기지만 음악이나 영화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명작을 즐겨 듣고 본다. 위키피디아는 고전(클래식)을 ‘옛날 법식(法式), 또는 오랜 시대를 거치며 많은 사람에게 널리 가치를 인정받아 전범(典範)을 이룬 작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전 영화는 옛 명배우의 모습과 더불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영화 속의 인물과 줄거리는 허구이지만 당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생활환경, 건물, 다니는 자동차, 주변의 행인들 등은 모두 실제이니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1961년 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눈부신 오드리 헵번의 외모를 다시 보는 즐거움이 첫째라면 그다음은 55년의 격차가 나는 지금과도 어울릴, 황홀하다 할 패션 감각이다. 당시에 이미 가스레인지, 스피커폰을 갖춘 미국의 가정생활을 보는 것은 덤이다. ‘파 앤드 어웨이’(1992)는 톰 크루즈(조지프)가 니콜 키드먼(섀넌)에게 하는 이런 마지막 대사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 “난 책도, 글도, 해도, 달도 몰라. 내가 아는 건 조지프가 섀넌을 사랑한다는 것뿐이야.”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여성 의원/손성진 논설실장

    ‘역사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클레오파트라나 엘리자베스 1세, 잔 다르크 같은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생소한 여성도 많다. 가난한 집안의 사생아로 태어나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 모델로 등장하는 쉬잔 발라동(1867~1938)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모델에서 예술가들의 연인이 되었다가 그 자신이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워 화가가 된 여성이다. 여성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최초로 주장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편 에멀린 굴덴 팽크허스트(1858~1928) 등은 여권(女權) 운동가들이다. 이미 여성 대통령과 총리를 배출했지만 우리나라의 여성 인권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유리천장’도 상존한다. 그나마 이번 총선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여성 최초의 5선 의원이 등장했고 무엇보다 여성 의원 수가 51명, 17%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여성 정치사에서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래전 고인이 된 최초의 여성 장관이자 의원 임영신, 최초의 여성 당수 박순천이 흐뭇해할지도 모르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국민의 수준/손성진 논설실장

    민도(民度), 즉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문득 정치판을 보면서 생각난다. 배신과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를 보면서 어린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무심코 그들의 언행을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은 인격과 품성이다. 맹자와 같은 성현은 남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갈등과 다툼이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친다. 남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곧 인격, 품성인 것이다. 존중하고 사랑하기는커녕 주변에서 남을 헐뜯고 협박하고 해치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큰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작은 감정을 못 이겨 그렇게 행동한다. 상대방을 억눌러 자신의 기분만 좋아지면 그만이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나라이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예의와 질서 의식이다. 반대로 중국인들의 무례하고 무질서한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반드시 소득수준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그전에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막가는 언행은 정치판에서 사라져야 한다. 정치인의 수준, 정치의 수준이 곧 국민의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봄볕/손성진 논설실장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봄볕이 따사롭다. 햇살 좋은 날, 야외에 나가면 쑥이며 냉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캐는 사람이 없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 이맘때면 산이며 들에는 바구니를 들고 쑥, 냉이를 캐던 아낙네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른 봄 채소가 나기 전에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쑥과 냉이는 귀한 식재료였다. 끓는 물에 어린 쑥이나 냉이를 넣고 된장만 풀면 향긋한 쑥국, 냉잇국이 된다. 쑥으로 설기나 떡, 부침개도 만들어 먹었다. 궁합 맞는 제철 음식으로 알려진 도다리 쑥국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도다리의 제철은 가을이라고 하니 잘못된 상식이라고 할까. 봄볕 하면 떠오르는 말이 며느리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 때문이다. “딸 손자는 가을볕에 놀리고 아들 손자는 봄볕에 놀린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근거가 있다고 한다. 봄볕은 자외선이 강해서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봄볕이 따스하다고 너무 쬐면 쉬 검어진다. 며느리, 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거의 없어진 요즘에야 다 흘러간 말이 되었지만 봄볕은 왠지 며느리들에겐 좀 서글픈 말이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손성진 칼럼] 배신의 시절, 감정의 정치

    [손성진 칼럼] 배신의 시절, 감정의 정치

    갓 서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 되어 그를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인물이 조경태 의원이다. “노무현의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당을 옮긴다.” 조 의원이 이런 명분을 내세우며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꾸었을 때 야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은 “이게 바로 ‘배신의 정치’”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게 정치의 속성이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 ‘배신’이 속출하는 요즘 정치판이다.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곤욕을 치르는 유승민 의원은 일찌감치 ‘배신자’의 멍에를 썼다. 하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 뿐이다. 배신이 배신을 낳는 셈이다. “쓴소리가 해당 행위냐”고 반발한 조 의원도 당이 먼저 배신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배신당하고 보복당했으니 나도 그러겠다는데 어찌 보면 변절자라고 심하게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뜻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인사들의 탈당 사태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컷오프는 당사자들에겐 정치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당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무소속으로 홀로 맞서겠다는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 의원처럼 당적마저 바꾸는 행동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수긍할 사람이 많지 않을 듯싶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영 의원의 당적 이동도 그래서 마뜩잖다. 장관 시절 그의 소신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도 정치적 신념이 있을 것이다. 신념이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만든 게 정당이고 생각이 같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다. 그러니 하루아침에 당적을 바꾸는 행위는 자신이 속한 정당만이 아니라, 믿고 따라 준 유권자를 배신하는 일이 된다. 정신세계를 단박에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니 당을 갈아탄 자신도 정체성 혼란을 겪을 것은 뻔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반응을 보면 대체로 몇 부류로 나뉜다. 공천 결과를 깨끗이 수용하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파, 당의 결정을 수용 못 하겠으니 무소속으로 나가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파, 아예 탈당해서 적군의 진지로 들어가 역공을 하겠다는 파다. 백의종군파는 대범하다고 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탈당파를 대의를 저버린 비열한 정치인이라고 딱 잘라 비난할 수도 없다. 속사정이 저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보복 탓일 수도 있고 객관적으로 후보자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탈당 불사파는 대개 전자일 것이고 본인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후자라면 미래를 도모하는 편이 나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깨끗한 승복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후원금을 보내겠다’는 지지자들을 뿌리치고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선언한 것이다. “당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 당의 주인인 당원이 당을 지켜야 한다”는 그의 말을 유권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정치인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그들도 인간인 까닭에서다. 유권자도 다르지 않다. 이성적이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정치행위도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다(‘정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요시다 도루). 맞아서가 아니라 좋아서 받아들이고, 틀려서가 아니라 싫어서 배척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에 난무하는 보복과 배신은 그런 감정적 정치의 산물이다. 유승민 의원의 공천 내홍이나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사퇴 논란도 감정 정치의 결과다. 세상만사가 감정에 휘둘리더라도 정치만은 이성을 지켜야 한다. 정치에서 이성이 실종되면 정의와 불의의 분간이 어려워지고 호불호(好不好)에 판단을 맡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쓴소리가 바른말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고 부당한 보복을 받았더라도 버럭 화를 내듯 감정적으로 행동할 것은 아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정치인은 냉정해야 하고 유권자는 그런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크게 보면 국가와 정당의 흥망이 걸린 문제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슬픈 바둑/손성진 논설실장

    바둑돌을 처음 만져본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좋아한 취미였으니 나와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이상의 인연이다. 실력도 인터넷 바둑으로 5단으로 중고수쯤은 된다. 지금도 간혹 힘들고 외로울 때면 누구보다 먼저 찾는 게 바둑일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처럼 되었다.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수(手)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판의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 같기 때문이다. 기초를 쌓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다가 마무리를 잘해서 이기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 물론 상대방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도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 조훈현이나 이창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거목 이세돌 9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만 상대가 인공지능이라니 왠지 슬픈 것이다.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릴 만큼 사람 간의 소통의 수단이다. 그런 사람의 영역이 인공지능에 침범당한 것 같아 더 슬프고 씁쓸하기도 하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백설찬가/손성진 논설실장

    어느 젊은 날의 겨울, 앞이 안 보이는 함박눈 폭탄 속을 헤집으며 미친 듯 거리를 쏘다닌 적이 있다. 몇 년간 서울에선 이런 눈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다. 겨울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을까. 2월의 마지막 날 하늘은 한바탕 백설을 선사했다. 한들한들, 꽃가루 같은 진눈깨비가 세상을 덮는다. 서쪽에서 몰려온 눈은 교외의 산야를 온통 뒤덮더니 침침한 도회의 음울한 일상까지도 포근히 안아 준다. 수필가 김진섭이 ‘백설부’에서 말했듯 “부드러운 설편(雪片)은 생활에 지친 우리의 굳은 얼굴을 어루만진다.” 눈은 세상의 모든 허물을 덮어 준다. 볼품없는 잡초도 눈꽃을 피워 예술작품으로 만든다. 백설은 엄마가 덮어 주는 하얀 솜이불같이 온 세상을 보듬는다. 그 속에서 화려한 꽃이든 더러운 시궁창이든 모두 한 가지, 눈부신 흰색이 된다. 순결의 흰색보다 더 빛나는 색이 있을까. 눈은 세상을 과거로 돌린다. 수십 년 전의 동심으로 우리를 이끈다. 눈이 내린다. 눈은 소리 없이 우리를 따뜻이 품어 준다. 시끄러운 세상도 눈이 내릴 때만큼은 고요해진다. 그러면서 똑같은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다. “아름답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분노 이상의 감정이 솟구치게 한다. G2를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오만방자함이랄까. 중국의 이런 무례한 언사는 물론 처음도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여하려던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가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사례가 있다. 2013년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필리핀에 전투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필리핀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왜 일개 외교관의 내정간섭성 발언을 우리에게 멋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게 외교의 생리라지만 속국 취급했거나 적대적 관계였던 역사,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삼전도 굴욕’을 거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추 대사의 발언이 보도된 24일은 바로 그 일이 있었던 날이다. 379년 전인 1637년이다. 조선의 인조는 청군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즉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 중국의 애초 요구는 죽은 사람처럼 두 손을 묶고 입으로는 구슬을 물고서 항복하라는 것이었다니 보통 굴욕이 아니었다. 청의 전횡은 구한말에 극에 이르렀다. 26세에 ‘감국’(監國)이란 칭호를 달고 조선에 온 위안스카이의 횡포를 본 윤치호는 “(청에 비하면) 일본의 지배는 견딜 만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사대주의에 빠져 있었던 조선과 21세기 한국의 대중 관계는 같을 수는 없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국민들이 흥분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만약 발생하면 상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썼다. 마치 6·25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북한 편에서 한국을 공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환구시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스로 ‘애독자’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 청대처럼 중국은 한국을 속국(屬國), 번국(藩國)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래에도 함께 가야 하는 중요한 동반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수출액 5270억 달러 가운데 4분의1인 1370억 달러는 중국에 수출한 금액이다. 자동차, 반도체,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생산과 판매에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2018년이면 중국 관광객 1000만명이 한국을 찾아 돈을 뿌릴 것이다.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중국의 ‘중화주의 코스프레’에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도 없고 말려들 이유도 없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경제적 의존도를 의식해서인지 중국의 결례 행위를 못 본 척하며 넘겨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슷한 국력의 일본에는 할 말은 하면서도 유독 중국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신사대주의’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중공군’이 아니었으면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65년 전의 상황은 이미 역사가 됐다. 그러나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국가 관계다. 적이 동지가 됐지만 언제 또 적이 될지도 모르는 게 엄준한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철저히 실리외교를 펴야 한다. 전쟁도 치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만 신의와 도덕을 따지고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 한쪽으론 꾸짖고 대들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어르고 달래고, 챙길 것은 챙기는 ‘이중 플레이’를 서슴없이 보여 줘야 한다.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대립이 양립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중국이 영토와 인구, 국내총생산(GDP)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국임은 분명하지만 대국을 능가하는 소국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당당히 겨뤘던 베트남, 아랍제국에 홀로 맞서는 이스라엘이 그렇다. 중국에게 한국은 건드리면 골치 아픈 존재가 돼야 한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봉사 바이러스/손성진 논설실장

    길을 가다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을 내쉬면서도 선뜻 주머니를 열지 못한다. 내가 한 푼 주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지만 남을 돕는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실천하지 못하면 허사 아니겠는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이맘때면 연탄배달 봉사를 빼먹지 않고 하는 지인을 보고 사람을 달리 보게 되었다. 일년에 몇 번일지언정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혹한 속에서 연탄을 들고 나르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는 않다. 메마른 듯하지만 의외로 따뜻한 구석이 많은 게 세상이다. 체온만큼 마음도 따뜻한 게 인간이다. 어렵게 번 거액을 희사하는 독지가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돕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연예인들도 연탄 봉사, 목욕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둡지만은 않다. 이젠 행동으로 옮겨 보려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럴 땐 더 힘들 테다. 따뜻한 마음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어려운 시기를 넘겼으면 좋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사진작가 이안 초대전… ‘갤러리 구하’에서 22일까지

    사진작가 이안 초대전… ‘갤러리 구하’에서 22일까지

    사진작가 이안 초대전이 오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12 만나빌딩 1층 갤러리 구하(丘下)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작가가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고, 경험은 기쁨이며 공허함이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했던 “happiness with emptiness.” 시리즈의 단편이다. 살아있음에, 경험할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말할 수 있음에,느낄 수 있음에,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기억 속 찰나를 담은 작가의 스케치다.  “기쁨을 마주한 순간 차오르는 아쉬움이 그리움을 삼켰고 공허를 마주한 순간 떠오르는 그리움이 아쉬움을 가렸다. 우리는 고독한 존재이면서, 혼자여선 안 되는 존재이다. 세상이란 무대의 합(合)과 독백과 무브의 액팅은 때때로 외로움을 던져주며 이는 우리를 다른 세상, 다른 무대 예술의 새로운 캐릭터로 변모시킨다.”  작가는 혼자 여행을 하면서 어떤 주제를 선정하고 계획하지 않고 그저 눈앞에 있는 것을 사진에 담았고 그래서 사진은 그날의 감성일 뿐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예쁜 건물,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과 아름다운 장소들, 그리고 황홀한 순간들. 처음에 마주했을 땐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며 행복하다. 그러다 그것에 익숙해질 때 즈음, 슬며시 다시 찾아오는 외로움. 억지로 누군가를 떠올려 본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누군가와 어울릴 것 같은’ 장소를 마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또렷하지 않음에 공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찾겠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혼자 배낭과 우쿨렐레, 그리고 카메라만을 가지고 여행한 대한민국 20대 청춘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작가의 사진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냥 나의 감성이, 내가 반응하여 자연스럽게 담게 된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4년 11월에 시작해 1년간 6번의 개인전을 통해 나누어 발표했던 “happiness with emptiness”(behind_01, after sunrise_02, old skin_03, sentimental bridge_04, la vie est belle_05) 시리즈 약 140여 점의 작품 중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명절 스트레스/손성진 논설실장

    시골 종갓집을 지키며 사는 종손이나 종부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제사, 시제, 성묘, 명절, 손님 치르기 등 종갓집 대소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닥친다. 서울에 살며 근근이 봉사(奉祀)만 하는 나로선 종손이란 이름조차 부끄럽다. 시제에 가 보면 젊은 후손들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성묘도 일흔이 넘은 어른들이 노구를 이끌고 이어 나가는 형편이다. 젊은 세대의 유교 문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긴 흩어져 있는 선조들의 묘 위치를 여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이제 곧 설이다.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음식 장만하느라 녹초가 되는 명절이 젊은 며느리들에게 반가울 리 없다. 벌써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게다. 제사나 명절을 둘러싼 갈등이 없는 집안은 없다. 제사 지내기 싫어 기독교로 개종하는 며느리도 있다고 하나 욕하기도 어렵다. 명절이나 제사를 집안 파티로 생각하면 어떨까. 자주 보지 못하는 일가친척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고 하면 마음이 좀 가벼울 것 같다. 그러자면 아들이든 딸이든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야 한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손성진 칼럼] 유일호 경제팀에 바란다

    [손성진 칼럼] 유일호 경제팀에 바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보면 측은지심부터 생긴다. 엄중한 경제 상황은 말할 것도 없지만 둘러싼 현실은 숨이 막힐 지경일 것이다. 우군도 없다. 일도 하기 전에 깎아내리기부터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외생변수 탓이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울한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중국의 바오치(保七·7% 경제성장률 유지)가 무너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0.2% 포인트 낮췄다. 인위적인 정책으로 현실을 타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웬만한 카드는 다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가 ‘백병전’과 같은 군대 용어를 쓰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지만 뾰족한 묘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재정·통화 정책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외국 자본의 이탈이 걱정돼 저금리를 고수할 수도 없다. 대규모 재정 확대도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렵다. 양적완화 등 ‘아베노믹스’의 ‘화살 세 개’도 모두 과녁을 맞히지 못한 마당이다. ‘케인스식’은 이미 ‘낡은 정책’이 돼 버렸다. 성숙한 경제 체제에서는 인위성이 가미될수록 부작용이 비례해서 커진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4대강 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논란만 부추겼다. ‘소득환류세제 3종 세트’도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었음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동산 부양은 가계부채를 늘렸고 그 탓에 소비가 도리어 줄어 내수진작이란 목표에 역행하고 말았다. 정책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어려울수록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유 부총리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경제는 시장경제이므로 시장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정책 과잉의 연속이었다. 5공 때부터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정부 개입의 부작용은 최근 중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주식시장과 환율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다만, 개입 자제를 방임이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 경제주체들이 마음껏 경제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탁상공론적인 대책을 양산해 낼 게 아니라 현장을 뛰면서 애로를 청취하라는 것이다. 기업과 가계 활동의 걸림돌이 뭔지 듣고 제거해 주라는 말이다. 그게 규제완화다. 어느 기업의 고위 임원은 “중국과 일본은 고위 관료들이 해외 수주에 동행해 그쪽 정부와 적극적으로 접촉하면서 도와주더라”라며 우리 정부의 무관심을 탓했다. 유일호 팀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은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분야는 기술과 가격 양면에서 중국에 따라잡혔다. 새로운 미래 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민관이 하나가 돼야 한다. 5년, 10년 안에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침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선두에 서서 지휘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내수를 키우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구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외국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리아 난민에게 문을 열어 준 캐나다를 보라. 인류애 이전에 인구·경제적인 정책적 고려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관광대국 또한 안이한 공직자들의 자세로는 어림도 없다. 중국이라는 최대의 관광객 자원을 바로 옆에 두고서도 우리의 인식은 너무 한가하다. 일본 후쿠오카는 우리의 대전만 한 도시인데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완벽할 정도다. 외유성 출장만 다녀올 게 아니라 실제로 체험하고 배워서 우리 관광 정책에 반영해야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 야당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경제팀이 할 일은 많다. 국회 탓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면서도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게 경제팀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판국에 뭘 하고 있느냐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부화뇌동하지 않는 경제팀이 되기를 대다수 국민은 바랄 것이다.
  • [길섶에서] 낭만과 추억/손성진 논설실장

    또 한 편의 복고 드라마 ‘응팔’이 막을 내렸다.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빠져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시간도 없었지만, 그 시절을 뚫고 살아온 사람이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다 겪었기 때문일까. 사실 나는 복고주의자다. 과거지향적이란 타박을 맞으면서도 과거의 삶에 집착한다. 태어나지 않았던, 태어났어도 기억이 없는 시간들에 대한 아련한 동경심이 강하다. 7년 전 1960년대까지의 생활사에 관한 잡문을 엮어 펴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시간이라는 진통제는 고통스러운 과거에 낭만이라는 이름을 덧씌워 준다.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한때, 박인환의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명동백작’에 열광했던 것은 낭만과 추억, 그 두 단어 탓이다. 과거에서 꼭 뭘 배워야 한다는 건 부담스럽다.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 과거는 아픈 우리의 마음을 다스려 주는 엄마 손 같은 존재다. 지금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과거를 떠올리면, 과거가 좋았든 나빴든, 조금은 위안이 된다. 복고 드라마의 열풍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요절한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읽으며 그 시절을 생각한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겸임 <지방자치연구소>△소장 손성진 논설위원실장△부소장 최광숙 논설위원△연구위원 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문소영 사회2부장 이동구 독자서비스국 부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비서관 이용환 ■조달청 ◇서기관 승진△창조행정담당관실 양재규△쇼핑몰기획과 안경훈△시설총괄과 박수천△공사관리과 박영근 ■방위사업청 △계획지원부장 김종출 ■한국전기안전공사 ◇1급 전보△안전관리처장 김권중△기술사업처장 문이연△성장동력처장 박희만△감사실장 유수현△서울지역본부장 민병현△대구경북지역본부장 김주철△광주전남지역본부장 김형보△경기지역본부장 이경남△충북지역본부장 현덕환△전북지역본부장 변석태△제주지역본부장 이주호◇2급(갑) 전보△경영지원처 총무부장 황제하△인재개발실 부처장급 최덕기(국방대 교육 파견)△안전관리처 재난안전부장 김진태△성장동력처 국내진단부장 최병우△전력설비검사처 전력설비총괄부장 김성주△감사실 종합감사부장 황규찬△전기안전기술교육원 교수부장 박재훼△서울지역본부 서울북부지사장 황등연△서울지역본부 서울동부지사장 이조순△부산울산지역본부 울산지사장 이세호△대구경북지역본부 경북서부지사장 천문갑△광주전남지역본부 전남서부지사장 김화순△대전충남지역본부 천안아산지사장 조진희△경기지역본부 용인지사장 김명수△경기지역본부 안산시흥지사장 김용욱△경기지역본부 평택안성지사장 고태영△경기북부지역본부 경기북동부지사장 방하경△경남지역본부 김해양산지사장 김희석△경남지역본부 경남서부지사장 남근우◇2급(을) 전보△경영지원처 노무복지부장 강현경△기술사업처 검사부장 최명락△기술사업처 기술진단부장 최동환△성장동력처 국제협력부장 임형일△성장동력처 국내진단부 서울사무소장 김종섭△전기안전연구원 연구기획부장 오치영△전기안전연구원 안전인증센터장 이은석△전기안전기술교육원 교육지원부장 강수일△서울지역본부 기술진단부장 고병찬△서울지역본부 점검부장 서영환△대구경북지역본부 경주지사장 경수철△대구경북지역본부 검사부장 서국원△대구경북지역본부 기술진단부장 윤성학△대구경북지역본부 점검부장 안원형△인천지역본부 점검부장 정호선△대전충남지역본부 검사부장 김덕훈△대전충남지역본부 기술진단부장 박병하△경기지역본부 점검부장 노명△경기북부지역본부 점검부장 배병일△강원지역본부 검사기술부장 김선구△충북지역본부 검사부장 이종구△전북지역본부 검사기술부장 김기성△전북지역본부 익산지사장 김건수△전북지역본부 군산지사장 배진두△경남지역본부 고객지원부장 정연관△경남지역본부 검사부장 민병갑△경남지역본부 점검부장 조영용△경남지역본부 경남남부지사장 이석구
  • [길섶에서] 손모아장갑/손성진 논설실장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 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 신형건의 시 ‘벙어리장갑’의 앞부분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털실로 떠 준 벙어리장갑을 끼고 다녔던 기억이 삼삼하다. 벙어리장갑이 더 따뜻한 이유는 시 구절 그대로 손가락이 함께 붙어 있어 체온을 나누기 때문이다. 벙어리장갑은 의외로 쓰임새가 많다. 때를 미는 용도의 벙어리장갑도 있고 골프나 스키용도 있다. 어떤 외국 야구선수는 경기 중 손을 보호하려고 벙어리장갑을 끼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왜 하필이면 벙어리장갑일까. 손가락이 들어가기는 하는데 막히어 나오지는 않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이 그럴듯해 보인다. 동전이 들어가는 구멍만 있고 나오는 구멍이 없는 저금통을 벙어리저금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연유일 것이다. 무심코 부르는 벙어리장갑은 그 이름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들어 있어 거슬린다. 몇 해 전 한 단체에서 시민의 의견을 들어 벙어리장갑을 ‘손모아장갑’으로 순화해서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제 누리꾼 같은 순화어처럼 손모아장갑으로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니 작지만 좋은 변화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