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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의 시대… 숫자 함정에 속지 마라

    팬데믹의 시대… 숫자 함정에 속지 마라

    ‘코로나19 확진자 28만 6294명, 사망·위중증 환자 감소.’ 매일 쏟아지는 숫자의 홍수 속에서 세상을 더 정확하게 읽고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네덜란드 고등연구소 전속 저널리스트이자 수학 전문기자인 사너 블라우는 ‘위험한 숫자들’(더퀘스트)을 통해 ‘수의 팬데믹’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요구한다.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낮은 코로나19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총감염자 대비 사망자의 비율인 치명률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치명률은 특정 국가의 검사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없었다. 그 시기 총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률을 보면 전 세계가 평균 100만명당 84명, 유럽이 100만명당 264명, 미국은 100만명당 453명으로 트럼프의 주장과 정반대였다.지난해 영국에서 ‘올해의 과학작가’로 뽑힌 톰 치버스와 그의 사촌 데이비드 치버스 더럼대 경제학과 교수도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김영사)으로 수많은 통계의 함정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코로나19 덕에 세계는 통계적 개념에 대해 허겁지겁 배우게 됐다”며 연일 확진자수와 치명률, 재생산지수 등 숫자에 따라 흔들리는 각국 정부와 대중의 현실을 설명한다. 영국 언론의 헤드라인과 기사에 인용된 각종 통계를 예로 들어 그 안에 숨겨진 불확실성 구간, 데이터 끼워 맞추기 등 오류들을 생생하게 지적한다.
  •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의 입장객만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3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사유원에서 하루 10만~20만원을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日 팔려가는 모과나무 안타까워 시작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 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물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의심 많은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 아직은 새가 깃들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여섯 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의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놨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 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 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다불유시(多不有時·WC)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돼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 나가고 있다. ●수억원짜리 소나무 곳곳에 자태 뽐내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와 마주보고 있는 카페 몽몽마방의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에게도 나눠 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 낸 한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호텔 객실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놔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구조물을 와이(Y) 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 ●서대구 기차역 생겨 교통 더 편리해져 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의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이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 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 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달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 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자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경북도는 도로 개설 등에 도움을 크게 줬다. 승 대표는 사유원을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 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을 통해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 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흐드러지게… 나만의 봄이 피었다

    흐드러지게… 나만의 봄이 피었다

    “꽃들은 햇살이고, 우리 영혼의 음식이자 치료제다.” ‘식물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식물학자 루서 버뱅크가 남긴 말이다. 코로나19의 길고 긴 터널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벌써 세 번째 봄을 맞았다. 몇 해 내리 영혼의 음식도, 치료제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남녘에 벚꽃이 한창이라지만, 코로나 탓에 유명 관광지는 방문할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봄 한정판 풍경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찾아봤다. 사람들과 덜 부딪치며 나만의 사연을 만들 벚꽃 루트를. 봄의 개울 위로 무지개다리가 놓였다. 황톳빛 다리 옆으로는 수양벚꽃이 가지를 늘어뜨렸다. 꼭 보석을 꿰어 만든 주렴을 보는 듯하다. 이른 아침 햇살이 줄기 하나를 비춘다. 반짝이는 꽃잎이 영롱하다. 이 장면을 거울 같은 시냇물이 그대로 비춰 낸다. 수양벚꽃과 맑은 영산천, 황톳빛 무지개 다리가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순간이다. 경남 창녕의 시골 마을인 영산면 동리는 해마다 봄이면 이 풍경 하나로 ‘스타급’ 여행지가 된다. ●무지개다리 위 인생사진 ‘영산 만년교’ 그림 같은 풍경을 갈무리한 다리의 이름은 영산 만년교(보물)다. 조선 후기의 홍예교 축조 기술을 보여 주는 유적이다. 정조(4년) 때인 1780년에 처음 건립됐다가 1892년 개축하면서 영원히 무너져 내리지 말라는 뜻을 담아 만년교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만년교 옆 비석에 이런 내용들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아치 형태로 쌓은 무지개다리는 영산천에 반사되며 둥근 원을 만든다. 제방 좌우로는 노란 개나리꽃과 수양벚꽃이 만개했다. 이만 한 배경에서라면 별다른 기교가 없더라도 누구나 ‘인생 사진’ 하나쯤은 건질 수 있지 싶다.만년교 옆엔 연지못이 있다. 불덩어리 형상이라는 마을 뒤 영축산의 화기를 누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다. 못의 형태가 벼루 모양이어서 ‘벼루 연(硯)’자를 써 연지라 불린다. 봄을 맞은 연못의 자태가 빼어나다. 연못 안에는 다섯 개의 섬이 떠 있다. 하늘에 뜬 다섯 별을 상징하는 인공섬이다. 선조들은 가장 큰 섬에 ‘항미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봄의 정취를 즐겼다. 큰 섬과 이웃 섬 사이엔 구름 같은 나무다리도 놓았다. 만년교처럼 연지못 주변에도 수양벚꽃이 많다. 분홍 벚꽃들이 늘어선 연못 주변을 자박자박 산책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연지못 안에 세운 정자의 이름은 ‘항미정’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거의 모든 글들이 ‘향미정’이라 쓰는 통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조차 ‘향미정’으로 검색하라고 권유할 정도다. 항미정(抗眉亭)은 물의 도시로 유명한 중국 항저우(杭州)의 미정(眉亭)에 빗댄 표현이다. ‘초승달을 닮은 눈썹’이라는 뜻의 아미(蛾眉)가 아름다운 여인을 뜻하는 것에서 보듯, 아름다운 연못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눈썹(眉)이란 단어를 썼을 것으로 보인다. 구름다리 초입의 ‘항미정 기문’에 이 같은 내용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영산면은 창녕 속의 작은 유적지다. 영산고분군, 석빙고, 신씨고가 등 차분히 돌아볼 만한 유적들이 꽤 많다. ●선교사·왕벚나무 사연 품은 ‘대구대교구청’ 창녕 인근의 대구에도 사연 많은 벚나무가 있다. 중구 남산로의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안에 있는 왕벚나무다. 조선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선교활동을 벌인 프랑스의 에밀 타케(한국명 엄택기, 1873~1952) 신부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나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에밀 타케 신부는 우리 식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에밀 타케의 선물’이란 책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55년에 걸친 그의 한국 생활을 요약하면 이렇다.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인 그는 1898년 1월 한국에 들어와 부산, 진주 등에서 사목생활을 하다 1902년 제주로 발령받아 13년을 머문다. 제주도에서 식물채집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그는 1908년 한라산 자락의 관음사 인근에 자생하던 왕벚나무(천연기념물)를 발견해 유럽, 미국 등 학계에 보고했다. 종전까지 ‘사쿠라’라며 일본의 나무로 여겼던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란 사실을 처음 밝힌 것이다. 여태껏 수많은 제주 사람들을 먹여살린 ‘제주 밀감’(온주밀감)을 1911년 들여온 이도 그였고, 이제는 제주의 자랑이 된 구상나무가 고유 특산종이란 사실을 밝힌 이도 그였다. 그의 이름을 따 ‘타케티’라는 학명이 붙은 식물만 해도 한라부추 등 2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1922년엔 대구 성 유스티노 신학교(현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1952년 선종해 천주교 대구대교구 남산동 성직자 묘지에 묻힐 때까지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대구대교구청 경내의 왕벚나무는 이 당시에 심은 것이다. 여러 해 동안 가슴에 담아 뒀던 왕벚나무를 마침내 직관하는 순간이다. 1930년대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는 뜻밖에 둥치가 그리 굵지 않다. 대신 늘씬하게 위로 뻗었다. 검은 나뭇가지 아래로는 수많은 벚꽃들이 매달렸다. 꽃잎은 흰색에 가깝다. 바로 앞 안익사(安益舍)의 낡고 거무튀튀한 기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구대교구청 맞은편의 성바오로수녀원에도 에밀 타케 신부가 심은 왕벚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직접 볼 수는 없었다.아, 앞산 해넘이전망대의 빨래터 공원도 잊지 말고 찾는 게 좋겠다. 주변을 밝히는 두 그루의 수양벚꽃 덕분에 이 빨래터는 봄이면 세상 둘도 없이 고혹적인 장소로 변한다. 아주 오래전엔 수많은 아낙들이 이곳에 모여 빨래를 했을 것이다. 수양벚꽃 늘어진 우물가에 다리를 드러내고 앉은 아낙들을 보며 딴생각을 품었을 남정네가 어디 한둘이었을까. 춘정 가득한 풍경을 보면서도 군자연한 남정네가 있다면 그는 분명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고즈넉함으로 물든 청주 상당산성 무심천(無心川)이 도심을 관통하는 충북 청주에도 결코 무심할 수 없는 벚꽃 명소들이 있다. 인파가 몰리는 무심천변보다는 상당산성 쪽이 고즈넉하다. 산성 남문으로 오르는 길 양옆엔 벚나무 노거수들이 늘어서 있다. 오래된 성벽과 화사한 벚꽃이 잘 어울린다. 이 일대의 벚꽃은 다소 늦게 피어 오래가는 편이다. 다른 지역에서 벚꽃이 끝물일 때도 산성 주변은 흐드러진 경우가 많다. 산성 앞에는 너른 잔디광장이 있다. 가족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 좋다. 상당산성이 처음 축성된 것은 백제 때다. 당시엔 토성이었으나 이후 조선 숙종 때 현재의 석성으로 개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성 안쪽의 솔숲은 진달래의 영토다. 소나무 사이에 무성한 연분홍 꽃들과 만날 수 있다. 능수벚꽃이 절집과 어울린 풍경과 만나려면 우암산 자락의 대한불교조계종수도원으로 가야 한다. 대웅전, 미륵불 주변으로 능수벚꽃이 흐드러졌다.
  • 전쟁 때문에…우크라이나 ‘체조 꿈나무’ 사망

    전쟁 때문에…우크라이나 ‘체조 꿈나무’ 사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집중 포격으로 10세 체조 선수와 그 가족이 모두 사망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산 메트로는 우크라이나 국가대표를 꿈꾸며 운동에 매진해온 10살 체조 선수 카타리나 디아첸코(10)와 그의 가족이 러시아의 잔혹한 포격에 모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에 거주하던 카타리나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공격으로 카타리나 집이 무너져 아버지와 함께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카타리나의 엄마와 남동생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송된 병원이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서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특히 생전 카타리나는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리듬체조 선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체조 연맹은 “카타리나 디아첸코와 그 가족이 남부 해안 도시인 마리우폴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포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러군, ‘이동식 화장시설’로 시신 화장해 민간인 살해 증거 은폐”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그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시설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시의회가 밝혔다. 이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부차에서 대량학살이 문제가 된 이후 러시아 지도부는 마리우폴의 러시아군이 자행한 범죄의 증거를 모두 없앨 것을 지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그들은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숨지거나 살해된 마리우폴 주민들의 시신을 모아 불태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 90% 파괴됐다…재앙 넘어서”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이날 “마리우폴 시내 인도적 대피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마리우폴에 남은 주민들 대부분이 통신이 끊긴 채 햇빛도 물도 없는 상태로 고립되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인도주의 대피로를 모두 차단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우크라이나군에 항복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단체들이 마리우폴의 민간인 대피를 위해 피란민 수송 버스를 보내는 등 시도를 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마리우폴을 점령할 경우 크림반도로 가는 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포격과 공습을 받아 왔다. 시 당국은 도시의 90%가 이미 파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
  • [STOP PUTIN] 1940년 러시아 카틴숲, 82년 뒤 우크라이나 부차

    [STOP PUTIN] 1940년 러시아 카틴숲, 82년 뒤 우크라이나 부차

    영화가 시작하면 1939년 9월 17일 안개가 걷힌 폴란드의 어느 다리 위다. 나치 독일의 침공에 밀려 동쪽으로 피란 가는 이들의 눈에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들어온다. 세상에나, 전쟁이 터졌는데 이쪽으로 달려오다니, 저 사람들 정신나갔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쪽에서 소련군이 침공해 피란 오는 이들이었다. 그 해 8월 23일 나치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 조약(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약)을 맺었다. 이를 빌미로 두 나라는 중간에 낀 폴란드를 마음껏 유린할 수 있었다. 나치는 커즌 선(線) 서쪽의 폴란드 땅을, 소련은 같은 선 동쪽의 폴란드 땅에 쳐들어갔다. 해서 앞의 다리 위에서와 같은 비극이 연출됐다. 폴란드 군은 소련의 공세에 압도돼 일찌감치 항복해 버렸다. 수천명의 장교가 포로 신세를 자처했다. 개죽음을 면해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소련의 코젤스크·스타로벨스크·오스타슈코프 수용소에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교들을 비롯해 경찰, 지식인, 엘리트 등 2만명을 훨씬 넘겼다. 그런데 나치가 1941년 6월 소련까지 침공했다. 폴란드 포로들의 행방이 묘연했다. 영국 런던에 있던 폴란드 망명정부가 육군을 재조직하느라 수소문했더니 중국 만주로 달아났다거나 중동으로 이송됐다는 등 소련의 해명이 엇갈렸다. 재조직된 육군의 소집에 응한 것은 448명뿐이었다. 소련에서 1942년 새로 창설된 폴란드 육군이 중동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포로들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소련과 독일이 국경 획정을 놓고 입씨름을 한창 벌이던 1943년 4월 13일, 독일이 스몰렌스크 근교 카틴숲에서 커다란 무덤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시신들이 1940년 4월 이전 코젤스크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폴란드 장교들이라며 소련군이 그 다음달 포로들을 처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틀 뒤 소련 정부는 폴란드 포로들이 1941년 스몰렌스크 서쪽 건설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독일이 그해 7월 이 지역을 점령한 뒤 포로들을 사살한 것이라고 맞섰다. 카틴에서만 4400명의 시신이 나왔는데 민스크에서 3870명, 하리코우에서 3800명, 메드노예에서 6300명이 묻혀 있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인) 키이우와 헤르손에서도 학살극이 있었다. 1943년 4월 25일 소련 정부는 폴란드 망명정부와 단교했다. 폴란드가 조사해보니 소련 보안당국이 이들을 살려두면 폴란드 군이 재건돼 방해가 될 뿐이라는 독일 관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1940년 봄에 집단 처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독일을 패망시키기 위해 소련의 협력이 긴요했던 영국과 미국 정부는 못 들은 척했다. 폴란드인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독일을 위협하는 연합전선의 대오를 흐트러뜨린다며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여 1945년 2월 얄타 회담에서 폴란드와의 국경을 커즌 선으로 합의했다.폴란드의 명감독 안제이 바이다의 2007년 작품 ‘카틴’을 보면 실제 감독의 부친이 포로로 억류된 이후의 일들을 꼼꼼히 기록하는 폴란드 장교로 묘사돼 있다. 그의 모친은 다리 위에서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안나란 여성으로 그려진다. 수용소에서 카틴 숲으로 이송되는 버스로 향하던 장교들이 귀향하게 됐다며 좋아하다가 시체들로 가득한 구덩이를 보고 절망해 성호를 긋는 장면, 아무런 표정 없이 그들의 뒤통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소련군 병사의 표정이 사뭇 충격적이다. 폴란드 장교들의 참담한 운명도 운명이지만, 거의 2만 2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소련이 독일 패망을 앞당길 수 있다며 미국과 영국이 카틴숲 학살의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련의 주장대로 국경을 획정한 사실이 그야말로 어이없기만 하다. 소련이 진실을 고백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1990년 고르바초프가 소련군이 이오시프 스탈린의 명령을 받고 저지른 집단살육이었을 뒤늦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영화에 많은 후원을 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학살 70주기인 2010년 스몰렌스크의 추모비를 참배하려다 항공기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도 안타까움을 더한다.그런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정부의 탈나치화를 목표로 침공(자신들 주장으로는 특별군사작전)한 러시아군이 지난달 30일 퇴각한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 모티진 등에서 두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 뒤쪽에 총알 자국이 박힌 민간인 시신들이 “개들이 (흙을 파내)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묻는 시늉만 한 채로 묻힌 사진이 여러 장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처형하듯 총격을 가한 것은 80여년 전 카틴 숲에서의 모습과 똑닮았다. 한 청년은 코와 눈이 모래 밖으로 훤히 나와 있을 정도로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도 차리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당국과 군이 조작, 연출한 것이라고 오리발부터 내미는 것도 80여년 전 소련 당국의 해명과 똑닮았다. 우리처럼 단일민족에 분단의 아픔을 겪은 폴란드, 망명정부가 얼마나 허망한지는 어느 시인의 시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원자력발전소는 있지만 핵무기와 핵물질 농축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당하고 있는 고통도 못지 않다. 힘없는 민족에게 닥친 불행은 되풀이된다, 이것이 교훈이라면 역사는 너무 잔인하다.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대전관 설립해 5관 체제”…미술한류 원년 선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대전관 설립해 5관 체제”…미술한류 원년 선언

    최근 연임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시즌2의 중점 사업으로 대전관 설립을 포함해 전문성·확장성·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윤 관장은 6일 서울관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고 ‘지역, 시대, 세상을 연결하는 열린 미술관’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확장과 연결’, ‘미술한류’, ‘생태미술관’, ‘디지털 혁신’을 테마로 미술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한 윤 관장의 새로운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내년 착공하는 대전관(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대전)이 계획대로 2026년 상반기 개관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천관·덕수궁관·청주관까지 5관 체제가 된다. 대전관은 1932년 건립된 국가등록문화재 ‘대전 충청남도청 옛 본관’을 활용해 조성한다. 연면적 2만 6000여㎡, 지상 3층·지하 2층 규모다. 투입 예산은 454억원이다. 윤 관장은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살리면서도 지역과 미술계 여론을 모아 중부권 문화예술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더불어 청주관은 미술품을 보존하는 ‘종합병원’ 기능을 강화하고, 과천관 미술연구센터는 ‘한국미술연구소’로 확대·재편한다. 특히 서울관은 ‘동시대성’, 과천관은 ‘건축’과 ‘생태’, 덕수궁관은 ‘동아시아 전위미술’과 ‘소외 장르’, 청주관은 ‘보존 과학’, 대전관은 ‘과학과 예술 특화’ 등 미술관마다 중점 연구 주제를 설정해 운영하게 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광주시립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 등 10여 곳을 통해 전시하고, 3개 전시 주제를 만들어 각각 순회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윤 관장은 또 올해를 미술한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 바람에 순수예술이 동참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며 “미술한류 핵심이 될 ‘국제교류 TF’를 꾸려 미술 연구자 초청과 작가 레지던시, 외국 기관과 전시·학술 행사 등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한국국제교류재단, 미국 다트머스대와 ‘한국미술주간’을 개최하고,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 미술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오는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내년 뉴욕 등 해외에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
  • [여기는 대만] 비 새고, 멈추고..대만서 한국산 열차 망신살

    [여기는 대만] 비 새고, 멈추고..대만서 한국산 열차 망신살

    한국이 대만에 수출한 전동차에서 잦은 고장이 발생해 현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된 분위기다. 문제가 된 열차는 지난해 4월 대만 철로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해 운행을 시작한 직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던 전동차였다.  하지만 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사이 누수, 문 열림 고장 등 무려 685건 이상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 관찰자망은 지난해 4월부터 대만에서 운행된 한국 현대로템의 전동차(EMU900) 일부가 문이 닫히지 않거나 객실 내부 낙상 방지판이 비정상적인 작동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열차는 대만 철로가 지난해 4월부터 한국 현대로템에서 520량을 수입해 전격 운행에 도입한 것들로 알려졌다. 당시 대만 철로는 현재로템에 열차 수입 비용으로 총 58억 위안을 지불했다.  열차 수입 당시 대만 철로 측은 열차 내부에 임신부 전용 좌석과 자동 센서 조명등, 분홍색 인테리어를 전격 설치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차 노선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열차 운행이 시작된 지난 1년 동안 출입문 끼임을 방지하는 센서의 감도가 높은 탓에 문 개폐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등 다수의 문제가 이어졌다고 이 매체는 비판했다.  특히 해당 열차가 대만에 전격 도입된 지 1주년이었던 지난 1일 열차가 타이난시 타이치아오역을 진입할 때 객차 사이의 낙상 방지판이 이탈하면서 객실 안에 있던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은 사건 현장에 있었던 탑승객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만 철도관리국 측은 사건과 관련해 ‘열차가 고속 주행 시 풍압에 의해 낙상 방지판의 고정 장치 일부가 풀렸고, 이에 대해 현대로템에 문제 개선을 요청한 상태’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만 철도관리국의 공식 입장이 공개된 이후에도 상당수 대만 누리꾼들은 지난해부터 수 백여 차례 안전 문제가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열차 안전 보수에 대한 수준 높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차라고 포장한 열차가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불안전한 열차였다”면서 “거액의 돈을 주고 한국에서 들여온 열차가 운행된 지 단 1년 사이에 7백 건에 가까운 고장이 보고된 것은 분명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민진당이 한국에서 비싸게 사온 쓰레기 전동차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만 주민들의 피 같은 돈으로 거액을 들여 겨우 이런 전동차를 수입해왔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면서 대만 당국과 한국을 동시에 비난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에서 수입된 같은 전동차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운행 중이었던 열차 탑승객 다수가 다른 칸으로 비상 이동하는 소란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만 철로는 전동차 천장에서 갑자기 빗물이 새기 시작해서 승객들을 비상 이동 조치했다고 누수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승객들 다수가 “지난 10월에도 빗물이 샌 적이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등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 86그룹 퇴조 가속화? 최재성 “시련과 영광의 시간 퇴장”

    86그룹 퇴조 가속화? 최재성 “시련과 영광의 시간 퇴장”

    “오늘부로 정치 그만둘 것”“정세균 총리와 성장의 시간”“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 찾을 것”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 86그룹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인사 중 하나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저는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둔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은 두번째 퇴장이다. 최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첫 출마를 하던 20년 전의 마음을 돌이켜봤다.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정세균 총리의 덕과 실력, 공인의 자세를 부러워하며 성장의 시간을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원칙, 선한 리더십을 존경하며 도전의 시간을 함께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했던 시련과 영광의 시간과 함께 퇴장한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단언하건대 저는 이제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정치는 그만두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은 일이라도 있다면 찾겠다”고 밝혔다. 최 전 수석은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그룹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경기 남양주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당선된 후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20대(재보선)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의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친문인사로 불리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중량급 86그룹 정치인이 은퇴를 선언한 것은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에 이어 최 전 수석이 두 번째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 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해봤다”며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패배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86그룹의 퇴조 흐름에 가속이 붙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경북 군위군의 사유원(思惟園)은 인구 2만여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를 살리는 건축이다. 사유원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모인 건축테마파크이자 현대인을 위한 수도원이기도 하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한 기업가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만나 군위 산골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수목원이자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장소를 만들어냈다.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만 입장객을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세 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하루 10~20만원까지 사유원에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씨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아직은 의심많은 새가 깃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6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에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각각 다불유시(多不有時·WC)와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되어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나가고 있다.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를 마주 보며 있는 카페 몽몽마방에서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들에게도 나눠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내고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이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놓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들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긴 구조물을 와이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일부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은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도로 개설 등에 경북도의 도움이 컸다.승 대표는 사유원에 대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으로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그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백년대전이다/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백년대전이다/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캘리포니아대학 체제는 전 세계인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학 체제다. 3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로서 캘리포니아 전역에 세계적인 대학 10개를 만들어 탁월성, 민주성,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한 완벽에 가까운 대학 체제이기 때문이다. 1868년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이하 버클리)가 처음 세워졌고, UCLA가 1919년 세워졌다. 연구 중심 대학을 캘리포니아 전역에 만든 캘리포니아대학 마스터플랜은 1960년 완성됐다. 그야말로 백년대계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백년대계가 아니라 ‘버클리 독재’에 맞선 백년대전(百年大戰)이었다. 수백 명의 전사들과 복잡다단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지만 이 긴 전쟁의 양대 진영은 버클리의 독점을 지키려는 버클리 세력과 이 독점을 깨려는 정치인 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서울대’이자 유일한 ‘캘리포니아대학’이었던 버클리는 자신의 독점을 지키기 위해 두 번째 캘리포니아대학인 UCLA의 설립을 줄기차게 반대했다. 1849년 골드러시로 미국 전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인구 측면에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이 정치의 중심이었다. 민주주의는 ‘쪽수’의 정치다. 20세기 초 인구가 늘어난 LA의 정치인들은 2년제 LA 사범학교를 4년제 대학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버클리 총장과 동문들의 줄기찬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LA 중심의 남부 캘리포니아 정치인들은 이런 반대를 뚫고 끝끝내 LA 사범학교를 1919년 대학으로 승격시켜 UCLA를 만들었다. 버클리 동문들은 UCLA가 ‘캘리포니아대학’이라는 이름을 ‘훔쳤다고’ 비난했고, 이 이름을 UCLA가 사용하는 것까지 싫어했다. 이뿐만 아니라 버클리는 캘리포니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대학을 세우려는 노력과 자신들과 같은 ‘유니버시티’의 위치가 되는 것을 줄기차게 반대했다. 193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역 대학 세우기 운동’이 일어났는데 버클리는 자신들의 독점이 흔들린다며 반대에 앞장섰다. 캘리포니아 전역의 정치인들은 버클리의 독점에 맞서 싸웠고, 기어이 자신들의 지역에 대학들을 세웠다. 샌타바버라 정치인들은 샌타바버라 주립 칼리지를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버클리 총장과 동문들의 반대에 막혔다. 하지만 이 지역의 정치인들은 ‘대학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어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루어 냈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캘리포니아대학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버클리의 독점을 깨고 대학을 민주화시킨 정치인들의 백년대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제강점기 대학은 전국에 1924년 세워진 경성제국대학 하나밖에 없었다.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의 대학 설립 노력을 철저히 짓밟았다. 이는 일제의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자 한국 대학 서열 체제의 역사적 기원이다. 이에 맞서 조선인들은 대학에 준하는 전문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일으켰다. 해방 이후 서울의 사립대 총장들이 미 군정과 한국 정부의 대학 정책을 주도했고, 이에 서울의 명문 사립대들의 입지가 탄탄해졌다. 대학의 상향 평준화를 통해 대학 서열 체제를 깨고 지방대학을 살리자는 운동이 18년 전부터 일어났지만 이를 적극 지지하는 정치인 집단이 없었기에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 여야의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은 캘리포니아와 같이 전국에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고 4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 건설을 위한 최상의 방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에야말로 한국의 정치인들은 일제강점기로부터 유래하는 대학 서열 체제를 깨고 백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화가의 시력/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화가의 시력/미술평론가

    19세기 전반만 해도 화가들이 바깥에 나가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실제 존재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으나 밖에서는 스케치 정도를 했을 뿐이다. 그림은 그것을 토대로 스튜디오에서 그렸다. 프랑스에서는 1830년대에 바르비종 화파가 밖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스튜디오 작업을 병행했다. 19세기 후반 들어 화가들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로 쏟아져 나갔다. 인상주의는 ‘사생’과 떼어놓을 수 없다. 모네는 ‘현장에서 마무리’라는 원칙을 세우고 작업의 전 과정을 밖에서 진행했다. 사생을 통해 인상주의 화가들은 계속 변하는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부산하고 활기찬 도시 생활을 미술의 소재로 만들었다. 르누아르는 튜브형 물감이 없었더라면 인상주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옳은 말이다. 치약처럼 짜서 쓰는 휴대용 물감의 발명은 화가들에게 야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기술적 토대였다. 그러나 눈부신 햇살 아래 장기간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눈에 치명적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력 약화와 눈병으로 고생했다. 모네와 드가는 말년에 시력을 거의 상실했고, 카사트는 완전히 실명해 붓을 놓아야 했다. 피사로도 예순을 넘기고부터 안과 질환에 시달렸다. 의사가 준 약을 넣고 있지만 고름이 나오고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는 편지가 남아 있다. 카미유 피사로가 한때 점묘파에 가담했다가 인상주의로 회귀한 것은 점묘파의 리더인 조르주 쇠라와 의견이 맞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눈 상태 때문이기도 했다. 약해진 시력으로 주의력을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점묘 기법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야외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피사로는 파리, 루앙 등의 호텔 방에 묵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1900년 피사로는 시테섬 서쪽 끝에 있는 한 건물에 세를 들어 190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이 그림은 아파트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왼쪽 아래에 앙리 4세의 기마상이 있는 작은 공원인 베르갈랑광장 끄트머리가 있다. 앞쪽에 보이는 다리는 퐁데자르. 센강 오른쪽 기슭 저 멀리 루브르미술관이 보인다. 뽀얀 봄기운이 가득하다.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경건한 세차 의식의 비밀/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경건한 세차 의식의 비밀/작가

    코로나 확진자 추이의 상승 기세가 예사롭지 않더니, 이제는 주변 사람 중 반 정도는 앓아누웠다가 일어나는 것 같다. 나도 결국 그 대열에 합류해 한동안 고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나의 시청각 레이더망!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면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군이 있다. 그중 한 명. 은퇴하고 집에 온종일 계시는 게 거의 분명한, 한 할아버지다. 그분의 일과 중 내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 들자면 식후 연초. 시간대가 딱 그러하다. 식사 후에 바람도 쐴 겸 1층으로 내려와 담배를 태우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그분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과로 보인다. 아니, 일과가 아니라 거의 ‘종교의식’과도 같은 것인데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중소형 차가 한 대 있는데, 그걸 그렇게 애지중지 여겨서 보이기만 하면 닦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황사가 지나가면 그땐 비상이고. 눈이 오면 득달같이 책받침 같은 것을 가지고 나와서 눈이 더 쌓일세라 계속 털어낸다. 식사하고 나오는 시간, 한 손에는 어김없이 생수병을 들고 있다. 담배를 맛있게 다 피우시고는 생수병에 든 물을 자동차 앞 유리에 뿌리고 수건으로 닦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정말 차에 어떤 곡진한 사연이라도 하나 걸쳐 있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닌가?  아, 여기에서 또 하나 재미난 것은 할아버지의 인상이다. 3년을 넘게 만나면서 할아버지가 웃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봤다. 늘 엄격, 근엄, 진지다. 한 3~4개월 정도 할아버지가 기타를 배우러 다니신 적이 있는데, 아니 악기를 어깨에 메고도 무슨 송장 치우러 가는 표정을 짓고 다니셨다. 게다가 그렇게 이분을 자주 마주치는데도 가족과 함께 지나가는 광경은 단 한 번도 못 봤다. 입성은 늘 반바지 바람이지만, 상당히 깨끗하다. 젊어서 거친 일 하시던 분은 분명히 아니고….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궁금증이 다 풀렸다.  일요일 저녁, 어떤 젊은 여성이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바로 그 차를 몰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 뒤에는 어린 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표정이라고는 전혀 없던 분이 차 안을 들여다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안녕~ 우리 이쁜이들!”  세상에! 웃는 얼굴도 처음 보지만, ‘이쁜이들’이라니! 우리 아기들 귀여워 죽겠다는 이 단어가 그분 입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즉 그 차의 주인은 따님이고, 아침에 와서 아이들을 맡겼다가 저녁 때 데려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낮에는 끊임없이 따님 자동차를 청소해 주는 것이 할아버지가 한 일이다. 주변에서 쉽게 보기는 어려운 아빠 사랑의 형태랄까.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내 마음이 다 안심이 될 정도다. 이쯤 되니 딸 자동차 청소 말고도,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정 붙일 일이 한두 가지 더 생기면 좋겠는데 말이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4월 6일
  • “우크라, 일제 때 한국 같아… 내 작품 대사관에 기증”

    “우크라, 일제 때 한국 같아… 내 작품 대사관에 기증”

    150×160㎝ 크기의 캔버스 상단 중앙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있고 바로 밑에 ‘승리하리라’라는 뜻의 우크라이나어와 창 모양의 우크라이나 국장이 있다. 좌측에 손으로 지구를 들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측 상단에는 눈을 가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 작가는 푸틴 대통령을 옛 소련 독재자 스탈린처럼 풍자한 방식으로 그리며 ‘왜 같은 역사를 반복해’라는 문구를 새겼다. 콜라주 기법(여러 사진·조각 등을 붙여 만드는 기법)에 오일과 파스텔 등 재료를 혼용한 이 작품을 창작한 순수예술작가 여립(34)씨는 5일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무력으로 행하는 폭력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8일 해당 작품을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여립씨는 “러시아의 현재 행태는 자기만의 명분을 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의 한국 상황과 고통이 겹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침공을 역사로 기억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약소국이든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작가로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여립씨는 “세상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공유하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제사회의 협조로 조속히 평화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평화 기원’ 작품 기증한 예술가 “남 일 같지 않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평화 기원’ 작품 기증한 예술가 “남 일 같지 않다”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한 예술작가 여립작품 완성해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기증작업과정 생중계·시청자 응원도 큰 몫150×160㎝ 크기의 캔버스 상단 중앙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있고 바로 밑에 ‘승리하리라’라는 뜻의 우크라이나어와 창 모양의 우크라이나 국장이 있다. 좌측에 손으로 지구를 들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측 상단에는 눈을 가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 작가는 푸틴 대통령을 옛 소련 독재자 스탈린처럼 풍자한 방식으로 그리며 ‘왜 같은 역사를 반복해’라는 문구를 새겼다. 콜라주 기법(여러 사진·조각 등을 붙여 만드는 기법)에 오일과 파스텔 등 재료를 혼용한 이 작품을 창작한 순수예술작가 여립(34)씨는 5일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무력으로 행하는 폭력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과 민간인 학살 피해를 겪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낙서화(그래피티)와 조각 작업을 하는 작가 여립씨도 ‘명분 없는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세상과 공유하고자 작품에 녹였다. 그는 오는 8일 해당 작품을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폭력적 역사를 그대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예술의 가치가 평화로 향하는 원동력이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여립씨는 “러시아의 현재 행태는 자기만의 명분을 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의 한국 상황과 고통이 겹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침공을 역사로 기억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약소국이든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립씨는 우크라이나 민족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학술논문까지 찾아보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시작한 작품은 20일을 들여 4일 최종 마무리됐다.여립씨가 작품을 대사관에 기증하기까지는 그의 의지뿐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시청자’의 공이 컸다. 지난 2월부터 여립씨는 유튜브와 스트리밍 채널 등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전 과정을 생중계로 방송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에서도 불모지와 같던 순수예술의 세계를 조금 더 친숙하게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작품을 어느 정도 완성한 시점 여립씨가 방송 중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말하자 시청자 2~3명이 “좋은 생각”이라고 적극 호응했다. 그는 직접 대사관에 전화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걱정하며 연락한 대사관 측에서도 “직접 내부에 전시하겠다”고 답했다. 작가로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여립씨는 “세상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공유하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제사회의 협조로 조속히 평화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한국여성기자협회 신임 회장에 김경희 SBS 생활문화부 선임기자

    한국여성기자협회 신임 회장에 김경희 SBS 생활문화부 선임기자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제30대 회장에 김경희 SBS 생활문화부 선임기자를 선임했다고 5일 밝혔다. 임기는 이날부터 2년이다.  김 신임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협회 창립 61주년 기념식 및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여성 기자들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연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코번트리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SBS에 입사해 보도제작부장, 보도제작팀장 등을 지냈다.  감사는 박경은 경향·네이버 합작법인 아티션 대표와 김희균 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 부회장은 윤수희 KBS 뉴스제작3부 기자와 최문선 한국일보 정치부장이 선임됐다. 기획이사는 하현옥 중앙일보 금융팀장, 총무이사는 김지연 연합뉴스 정책사회부 차장, 재무이사는 전지현 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장, 출판이사는 박지연 서울신문 편집부 차장, 디지털이사는 김은형 한겨레 문화기획에디터, 국제협력이사는 신보영 문화일보 국제부장이 맡는다.  일반 이사는 임미현 CBS 뉴스제작부장, 이정애 SBS 미래팀장, 박영진 YTN 글로벌센터 글로벌기획팀장, 이은정 아시아경제 경제부장, 김정순 파이낸셜뉴스 편집부장, 이연선 서울경제신문 디지털편집부장, 김유경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 차장, 신은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 강주화 국민일보 종교부 차장, 백소용 세계일보 산업부 차장, 이고운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등이다.  1961년 설립한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현재 31개사, 1500여명의 여성 기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민영 기자
  • WHO “세계 인구 99% 기준치 이하 공기 호흡..저소득 국가 불평등 현상”

    WHO “세계 인구 99% 기준치 이하 공기 호흡..저소득 국가 불평등 현상”

    전 세계 인구의 1%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는 건강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국가 국민들이 오염된 공기에 더 많이 노출되는 불평등 현상도 두드러졌다. WHO는 4일(현지시간) 세계 117개국 6743개 도시의 공기 질을 분석한 ‘WHO 대기질 데이터베이스 2022’ 보고서를 통해 세계인 99%가 오염된 공기로 숨쉬고 있다고 밝혔다.로이터통신은 2010년~2019년 화석연료 배출에 따른 미립자 물질과 이산화질소가 전 세계 도시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관측됐다고 전했다. 공기 오염 노출 인구 규모는 2018년 직전 조사에서 전 세계 92%로 나타났지만 WHO가 지난해 공기 오염 규정을 강화한 후 처음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7% 포인트 상승했다. 매년 전 세계 700만명이 대기오염 노출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가 경제 수준에 따라 공기 질도 다르게 나타났다. 아프리카와 서태평양 지역의 미세먼지 비율은 WHO 기준치보다 8배 가량 높은 반면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고소득 국가에서 WHO의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권고 기준치를 지킨 도시 비율은 17%인 반면 중·저소득 국가 도시들은 단 1%에 그쳤다. 중·저소득 국가의 기준치 자체가 낮거나 느슨한데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투자가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이산화질소 농도의 경우 중·저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 대비 1.5배 높다고 WHO가 밝혔다. 이산화질소 농도는 지중해 동부에서 가장 높았다. 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두 개의 건강 문제를 조기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는 걸 드러낸다”며 “지금보다 훨씬 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성범죄 예방·대처법, ‘디클’에서 배워요”

    “디지털성범죄 예방·대처법, ‘디클’에서 배워요”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기반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공간이 만들어진다. 여성가족부는 6일부터 ‘디클’ 홈페이지를 시범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디클은 ‘성범죄가 없는 디지털세상, 디지털세상을 클린하게’의 줄임말로,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공간이다. 새달 2일부터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클은 초·중·고등학생별 접속 화면을 구분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그루밍, 불법 촬영 및 비동의 유포, 딥페이크 등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이해하고, 예방·대응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웹드라마와 고민상담소 등의 형식을 차용했다고 여가부는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는 10대(24.2%)와 20대(21.2%)가 가장 많았다. 또 2020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등 피해자는 전년보다 7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경 여가부 양성평등조직혁신추진단장은 “디지털 성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아동·청소년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디클’을 실시간 온라인 교육 공간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대구시장 선거에 대구없다-외지 출신 각축전

    대구시장 선거에 대구없다-외지 출신 각축전

    대구시장 선거가 타 지역출신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 이름을 올린 주요 후보들을 보면 모두 대구 출신이 아니다. 홍준표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 수성을이다. 하지만 대구와의 연결고리는 약하다. 홍 의원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대구의 영남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그의 활동은 대부분 대구와 관계없는 곳에서 했다. 정치 입문은 서울에서 했고 그 곳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리고 고향인 경남으로 내려가 도지사를 2번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신승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김 전 최고위원도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온 것을 대구와 연결고리로 내세운다. 그의 활동에서도 대구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향인 의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에서 3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난번 21대 총선에서는 고향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으나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때 부모님을 따라 대구로 와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녔으나 대구와 그의 인연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유 변호사는 정치활동도 경기도에서 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3번의 총선에 출마했었다. 이같은 타 지역 출신들의 대구시장 선거 출사표에 대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양상이라고 지역 정치권에서 평가하고 있다. 과거 선출직 출마를 고민하다 TK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포기한 사례가 많다. 실제로 경북도경제부지사까지 지낸 Y씨의 경우 선이 굵고 능력이 뛰어나 경북도청 내에서는 선출직에 출마할 인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고향이 경남이었다. 결국 선거에 명함을 내 보지 못했다. 또 대구시경제부시장 출신 L모씨도 행정보다는 정치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역시 TK출신이 아니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평소 “출마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향이 타지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 양상에 대해 긍정과 부정 여론이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세상이 과거와 많이 바뀌어서 대구 출신만 지지한다는 폐쇄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한 정치인은 “취업 원서에도 출신지역을 써지 않는 시대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누가 능력있고 진심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사람의 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은 “권영진 시장도 대구와의 연결고리가 아주 약했지만 8년동안 시장직을 수행했다. 대구를 경영하는데는 출신 지역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찮다. 이들은 지역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대구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지역 구석 구석을 잘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한 시민은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선거가 되니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는 부탁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면서 “어느 후보가 대구를 위해 진심으로 일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 “이은해 결혼 전 사귄 남자친구도 2010년 의문사”

    “이은해 결혼 전 사귄 남자친구도 2010년 의문사”

    ‘계곡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은해(31)씨의 옛 남자친구가 인천에서 의문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씨가 결혼 전 교제했던 남자친구 2명이 2010, 2014년 각각 세상을 떠났는데 이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지명수배된 이씨를 둘러싼 의혹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씨의 옛 남자친구가 2010년 인천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일대에서 교통사고로 의문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씨도 차량에 함께 타고 있었지만 혼자 살아남아 보험금을 수령했고, 동승자인 남자친구만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경찰은 실제로 당시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한편 이씨가 교통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있는지도 보험사 등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사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입건 전 조사 단계”라고 말했다.내연관계 공범과 남편 살해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30)씨는 2019년 6월 가평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법률상 배우자인 A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수령할 목적으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치사량 미달로 미수에 그쳤다. 같은 해 5월에는 경기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수영을 못하는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으나, 잠에서 깬 지인의 도움을 받아 A씨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실패했다. 한 달 뒤인 6월 이씨는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기초 장비 없이 물에 들어가도록 강요한 후 구조 요청을 묵살해 숨지게 했다. 그러나 가평경찰서는 2019년 10월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했다. 2019년 11월 이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고 A씨 지인의 제보로 일산서부경찰서가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지난해 12월 도주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은해씨는 ‘보험사의 만행으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제보를 했다. 제작진은 취재 결과 이씨와 조씨를 의심하게 됐고, 이후 보험사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2020년 10월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출국금지로 4개월째 유령생활  이들은 4개월째 자신들 명의의 신용카드·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생활’을 하며 도피를 이어가고 있다. 4개월째 도피 중인 이들은 자신들 명의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유령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사용내역이나 병원 진료기록 등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장기간 도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밀항했거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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