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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들과 속닥이러 하늘로 간 ‘감성마을 촌장’

    별들과 속닥이러 하늘로 간 ‘감성마을 촌장’

    뇌출혈 투병중 코로나로 폐렴 앓아문학·예능 등 문화계 활발한 활동졸혼·존버·정치적 발언 주목받아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촌장으로 활동하던 ‘기인 문학가’ 이외수 작가가 25일 별세했다. 76세. 유족들은 이 작가가 이날 오후 8시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2014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지만 재작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최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아 왔다.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 중이었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한 이 작가는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한 뒤 8년간 다녔으나 1972년 중퇴하고 같은 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돼 문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75년에는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 신인문학상을 받아 문단에 정식 등단했다. 이후 그는 섬세한 감수성과 환상적 수법이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언어유희로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 존재의 구원을 탐구했다는 평을 받는다. 장편소설 ‘들개’·‘칼’·‘장수하늘소’·‘벽오금학도’ 등을 비롯해 시집 ‘풀꽃 술잔 나비’·‘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에세이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하악하악’·‘청춘불패’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 갔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며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던 그는 1990년 ‘4인의 에로틱 아트전’과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열었다. 이 밖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케이블TV, 광고계를 넘나들며 문화계 전반에서 활동을 펼쳤다. 특히 170여만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리며 강경한 정치적 발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쏟아내 ‘트위터 대통령’으로도 불렸다.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김진태 전 의원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발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발언 등에 대해 SNS로 비판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2012년에는 요즘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로 “존버(힘들어도 버틴다는 뜻)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답해 ‘존버 정신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했다. 거침없는 소신과 입담으로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원로 작가라는 평을 받은 그는 2015년에는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가는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경남 함양 외가에서 태어난 뒤 강원 인제군 본가에서 성장한 그는 춘천에서 30여년간 지내며 집필 활동을 이어 가다 2006년 이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지냈다. 2018년에는 아내와 각자의 인생을 갖자며 졸혼(卒婚)을 선언해 화제가 됐지만, 부인 전영자씨는 고인의 뇌출혈 소식에 “남편이 불쌍하다”며 졸혼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동료 문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호준 시인은 “모든 꽃이 약속하고 진 듯, 느닷없이 세상이 텅 비어 버리고 말았다. 꽃들이 떠난 자리에 어둠이 가득하다. 어찌하나. 어찌하나. 다시는 손잡을 수 없겠구나”라며 스승이자 오랜 친구였던 선생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 작가와 각별한 사이였던 류근 시인도 페이스북에 “애통하고 비통하다”며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썼다. 류 시인은 이 작가에게 ‘격식을 버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늙은이’란 뜻의 ‘격외옹’(格外翁)이란 호를 지어 준 사람이기도 하다. 앞서 2020년 10월 이 작가의 아들 이한얼 영화감독은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위해 트위터에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제게 다시 공유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감독은 당시 “보내 주신 글들을 아버지께 읽어 드렸는데, 그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행복하시기 때문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작가는 올해 1월 1일 회복을 위해 여러 재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으로 새해 인사를 한 바 있다. 이 감독은 당시 “아버지께선 근력이 많이 붙고 있다”며 “‘존버’의 창시자답게 몸소 존버를 실천하고 계신 모습을 보여 준다”고 밝은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씨와 장남 이 감독, 차남 이진얼씨 등이 있다. 빈소는 강원 춘천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033)252-0046.
  • 눈물로 그리던 아버지… 전사자 ‘다리뼈’로 찾았다

    눈물로 그리던 아버지… 전사자 ‘다리뼈’로 찾았다

    신체 일부만 발굴됐던 6·25 전사자의 유해가 참전 사실을 기억하던 외증손주 덕분에 14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은 2008년 강원 인제군 서화면에서 발굴된 6·25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김학수 이병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김 이병의 유해는 골반을 포함한 다리뼈 일부만 발굴됐다. 유해 주변에서 전투화 밑창과 비옷 조각 등이 발굴됐지만 신원을 특정하진 못했다. 이후 군 복무 중이던 고인의 외증손자가 2019년 유해발굴 사업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외증조부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떠올린 그는 부친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를 권유했다. 국유단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가족관계로 추정되는 유해를 특정했고 이후 고인의 딸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부녀관계를 확인했다. 1925년 충북 진천에서 6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이병은 외동딸이 세 살이 되던 1951년 입대했고, 그해 6월 서화리 전투에서 전사했다. 김 이병의 아내는 남편 입대 8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딸 김정순씨는 “아버지가 전사하고 손발톱이 든 네모난 상자가 태극기에 둘러싸여 집으로 돌아왔다고 들었다”며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재울 때 아버지를 눈물로 그리워하며 부르시던 ‘비 내리는 고모령’의 노랫가락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 남을 기쁘게 하라… 불교, 이렇게 쉽죠

    남을 기쁘게 하라… 불교, 이렇게 쉽죠

    매년 500회 이상 법문 기록 모아이야기 덧붙여 3년 만에 책 출간“불교는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오래전 한 택시 기사가 보각(68) 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보각 스님이 “불교를 얼마나 배워 봤느냐”고 되묻자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택시 기사에게 “불교가 알고 보면 참 쉽다”고 답했던 스님이 이제 더 많은 사람이 불교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냈다. 보각 스님이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도로 사는 마음’ 출판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두 번째 책 소식을 알렸다. 책 제목인 ‘기도로 사는 마음’은 평소 스님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아함경’의 “몸뚱이는 음식을 먹고 살고, 마음은 기도를 먹고 산다”란 문구에서 따왔다.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전남 강진의 백련사에 템플스테이를 하러 온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이가 “불교가 이렇게 편하고 좋고 함께할 수 있는 가르침이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작업이 3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보각 스님은 ‘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로 불린다. 스님으로서는 최초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중앙승가대에서 20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 냈다. 승가원, 자제공덕회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사회복지 시설도 그의 손으로 키웠다.많은 스님이 책을 내지만 보각 스님은 활발하게 활동한 것에 비해 출간한 책이 적다. 2019년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가 첫 책이었다. “기록으로 남는다는 게 겁이 났다”는 스님은 앞으로 입적할 때까지 책을 딱 한 권만 더 낼 계획이다. 그동안 보각 스님이 했던 법문 중에 고르고 골라 선정한 문구를 책에 담았다. 스님은 “1년에 강의를 합쳐서 500회 이상 법문을 한 것 같다”면서 “수십년 동안 법문 노트에 기록을 남겼고, 그중 꼭 들려줘야겠다고 한 것을 발췌했다”고 설명했다. 꼭 불교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논어, 속담, 해외 유명 인사의 명언 등 다양한 소재에서 발췌한 문구에 스님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회복지에 앞장서 온 만큼 스님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차별’을 꼽은 스님은 “불교가 모든 중생의 행복에 앞장서는 종교인 만큼 그 역할 역시 차별을 해소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각 스님은 또 “중생을 기쁘게 하는 마음을 자심이라 하고, 남의 고통을 없애 준다는 것이 비심”이라며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남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지 못하면 무자비하게 사는 것이다. 하루라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바로 기도”라고 했다.
  • 에어택시 타고, 로봇 방역… 가상·현실 ‘초연결’이 온다

    에어택시 타고, 로봇 방역… 가상·현실 ‘초연결’이 온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전 등 생활제품들이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성장하는 시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 2022’는 글로벌 ICT 분야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미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가까운 미래의 생활상을 미리 체험하는 자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으로 열린 대형 전시회에는 개막일인 20일부터 사흘간 5만 545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메타버스 펼친 SKT… AI 로봇 시대 KT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세상에서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이번 전시회의 테마로 잡은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을 선보이고 차세대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사피온은 AI 기반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수행하는 AI 반도체로, SK텔레콤은 글로벌 경쟁 반도체 회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처리 속도 비교 시연을 통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UAM 탑승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전시 공간에는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SK텔레콤은 4차원(4D) 메타버스 기술에 360도로 회전하는 시뮬레이터를 결합해 ‘에어택시’ 탑승 경험을 구현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거나 콘서트를 보는 체험 공간과 아마존 알렉스와 제휴해 한국어·영어 동시 사용이 가능한 AI 스피커 ‘누구 멀티 에이전트’, AI 기술로 미디어 화질을 개선하는 ‘슈퍼노바’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통신사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KT는 최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AI 로봇 분야에 집중했다. 개막 당일 현장을 찾은 구현모 KT 대표는 VIP 투어 중 혼자 LG전자 부스를 방문해 ‘LG 클로이 로봇’의 음성인식과 자율주행 기능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KT 역시 AI 방역로봇과 AI 서비스로봇을 전시관 중심에 배치했다. 방역로봇은 스스로 실내 공간을 돌아다니며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개념으로, 공기 정화는 소독액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플라스마 살균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유해 바이러스 살균은 물론 공기 청정까지 가능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구 대표는 전시 현장에서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로봇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시기가 온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제조사들과 협업해 국내 로봇 생태계를 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결’의 삼성전자 vs ‘업가전’ LG전자 국내외 가전시장 선두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연결성’과 ‘맞춤형 성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에서 공개한 ‘팀삼성’(Team Samsung)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렸다. 팀삼성은 차별화된 AI·사물인터넷(IoT) 기술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TV를 비롯한 가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제품까지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삼성전자는 팀삼성 부스를 한 부부가 보내온 사연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그라피티로 벽면을 채우고 네온사인이 빛나는 체험 공간으로 구현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야간 촬영 기능인 ‘나이토그래피’로 촬영해 네오 QLED 8K TV 화면과 휴대용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등으로 재생해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발표한 ‘업(UP)가전’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방식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업가전은 출시 후 새롭게 개발·추가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항상 신제품처럼 쓸 수 있는 제품으로, LG전자는 올해부터 출시하는 업가전 적용 제품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업가전 체험존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위해 세탁기에 ‘펫케어 기능’을 직접 추가하는 등 고객이 직접 업가전의 개념과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꾸몄다.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이 응집된 ‘시그니처 올레드 8K TV’와 편리한 휴대성으로 인기 제품 반열에 오른 스크린 ‘스탠바이미’, 신개념 식물생활가전 ‘LG 틔운’과 ‘LG 틔운 미니’도 전시관 전면에 배치해 혁신적 가전을 통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 “2006년에 멈춘 전자금융거래법, 핀테크 시대에 맞는 규제 내놔야” [경제人 라운지]

    “2006년에 멈춘 전자금융거래법, 핀테크 시대에 맞는 규제 내놔야” [경제人 라운지]

    “전금법 개정안 조속히 통과돼야핀테크와 은행, 세부 기능 달라규제끼리 충돌해 서비스 제약도경쟁만 보여도 은행과 협업 많아”“핀테크는 조각투자, 비상장 주식 거래처럼 이전에 없던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고 있지만 법은 16년 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근주(62) 한국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 회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에 맞추려고 붉은 깃발을 흔드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현행 규제를 비판했다. 핀테크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2006년 제정 이후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핀산협은 이른바 ‘빅테크 삼대장’으로 불리는 네이버·카카오·토스부터 중소 핀테크까지 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내 정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가 가장 목놓아 기다리는 변화는 국회에 20건가량 계류돼 있는 전금법 개정안의 통과와 시행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와 빅테크 등 기술 기업에 현금 입출금, 국내외 송금, 대금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개방하고, 소비자 보호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핀테크·빅테크에 맞는 규제의 옷을 입혀 달라는 것이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테크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 회장은 “핀테크와 전통적인 금융사는 고객층이나 서비스가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며 “개정안마다 세부 사항이 다르지만 큰 방향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기능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며 “거칠게 분류한 ‘기능’보다는 ‘동일 라이선스 동일 규제’나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동일 기능 적용보다는 리스크가 비슷하거나 같은 라이선스를 가진 사업자들을 동일하게 규제하자는 의미다. 이 회장은 또 전통적인 금융사의 업무 영역과 비교하면 세분화돼 있는 핀테크에 맞는 ‘스몰 라인선스’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업무 범위가 좁으면 리스크도 낮고 자본금도 낮아지기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규제의 충돌로 정책 엇박자가 발생한다는 점도 비판했다. 예컨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됐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가로막히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내는 데는 제약이 생긴다. 그는 “전금법 개정안이 이미 소비자 보호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금소법이 완화돼도 소비자가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스마트금융부장 등을 역임한 이 회장은 제로페이사업을 전담하는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 2월 핀산협 4대 회장이 됐다. 기존 금융권 출신인 그는 “은행과 핀테크 사이에 이뤄지는 협업도 많은데, 경쟁 구도만 부각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금융 당국이 핀테크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종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정의를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건강한 세상을 여는 ‘유기농산업 중심 충북’ 세계에 새긴다

    건강한 세상을 여는 ‘유기농산업 중심 충북’ 세계에 새긴다

    공익가치·생태·공정·배려 주제유기농 생활 속 실천 방법 제시 420개 기업·바이어 300명 유치1027명 고용·1722억 효과 기대유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토양 오염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기후변화 극복과 생태계 복원 효과도 커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공익적 가치가 큰 산업이다. 충북도가 2013년 유기농 특화도를 선언한 이유다. 충북이 올해 굵직한 국제행사를 통해 또 한번 유기농산업의 중심지로 전 세계에 각인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번 행사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17일간 괴산군 괴산읍 유기농엑스포공원 일원에서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행사의 주제는 ‘유기농이 여는 건강한 세상’이다.●유기축산·동물복지도 소개 충북에서 유기농엑스포가 열리는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5년 엑스포가 유기농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학술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행사는 유기농의 생활 속 실천과 유기농산업의 확산을 강조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엑스포를 만들기 위해 행사장은 친환경적으로 조성된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품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행사장은 주제전시관, 야외전시관, 유기농산업관 등으로 꾸며진다. 주제전시관은 유기농의 공익적 가치와 4대 원칙인 건강, 생태, 공정, 배려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공간이다. 생활 속에서 유기농을 실천하는 방법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야외전시관에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기농 정원을 소개하고 토양수분측정장치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을 보여 준다. 항생제, 성장 촉진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로 사육하는 유기축산과 동물복지도 접할 수 있다. 동물복지법에 따르면 축사는 소 1마리당 1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엑스포조직위원회는 흑우와 칡소로 동물복지를 보여 줄 예정이다. 자율작업 트랙터 등 첨단 농기계도 만날 수 있다. 유기농산업관에선 대면 및 비대면 수출 상담회가 진행된다. 엑스포조직위원회는 국내외 친환경 및 유기농 관련 420개 기업 및 단체와 국내외 바이어 30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미래시대 유망 직종으로 유기농을 소개하는 진로체험관과 청소년들의 흥미 유발을 위한 유기농곤충관도 운영된다. 행사장에는 유기농식당도 마련돼 친환경 인증과 로컬푸드를 활용한 건강한 식단과 채식 등을 즐길 수 있다. 유기농체험놀이학교, 유기농진로체험학교, 우리씨앗관찰, 유기농사체험장, 생태교육장, 곤충체험학교, 유기농전통놀이마당 등 체험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엑스포 기간에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50주년 기념행사도 열린다. 1972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이 단체는 132개국 848개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한다. 국내에선 괴산군, 흙살림연구소, 카페다, 건국에코써트인증원, 농촌진흥청,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가입했다. IFOAM 아시아 10주년 행사도 함께 열려 전 세계 유기농의 한마당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엑스포는 코로나19로 인해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관람도 가능하다.●“지구·사람을 치유하는 엑스포 ” 조직위는 지난 1월 13일부터 공식 후원사를 모집하고 있으며, 다음달까지 산업전시관 참가 기업들의 신청을 받는다. 현재 150여곳이 참가를 결정했다. 이달부터 7월까지 기반시설 착공, 작물 식재, 조경 등이 이뤄지고 8월에는 시설물 공사에 들어간다. 충북도는 국내외 관람객 72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1722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027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엑스포를 계기로 전국 친환경 인증 농지 면적의 증가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 농지의 5% 수준이다. 엑스포조직위 반주현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같은 인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유기농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지구와 사람을 치유하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 열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관람객 108만명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업은 264곳이 참가했다. 현재 세계 유기농 시장 규모는 112조원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유기농 프리미엄 식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마다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의 친환경식품 매출도 연간 3%씩 늘고 있다. 국내 유기농 시장은 현재 1조 8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조 1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가는 2018년 5만 7261호에서 2020년 5만 9249호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기농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목화를 사용한 의류, 반려견을 위한 유기농 사료, 유기농 화장품, 유기농 밀짚으로 만든 칫솔 등이 생산되고 있다.
  • 소설가 이외수, 투병 중 별세… ‘괴짜’로 불린 베셀 제조기

    소설가 이외수, 투병 중 별세… ‘괴짜’로 불린 베셀 제조기

    ‘들개’·‘장외인간’… 존재의 구원 탐구네티즌이 뽑은 ‘한국의 대표 작가’ 선정수많은 팔로워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SNS 통해 정치적 견해도 적극 밝혀베스트셀러 단골 소설가 ‘괴짜’ 이외수가 25일 투병 중 하늘로 떠났다. 향년 76세. 이 작가는 소설, 우화, 에세이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기인’으로도 불리며 반세기 넘게 독특한 창작 세계를 펼쳐왔다. 유족 측은 이날 이 작가가 이날 오후 8시쯤 폐렴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4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으나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투병하며 재활에 힘써왔다. 이 작가는 3년 전 졸혼(卒婚)을 선언해 화제가 됐으며,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 투병 중 이날 오후 8시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춘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하며, 오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춘천 동산추모공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수의 책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던 류근 시인은 이날 SNS에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면서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애도했다. 이외수는 특히 트위터에서 촌철살인의 글로 젊은 세대와 호흡했으며 2010년 네티즌이 뽑은 올해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나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견습 어린이들’, 1975년 ‘세대’지에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기발한 상상력과 언어유희 예능·라디오 방송 출연 인지도 쌓아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언어유희로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 존재의 구원을 탐구했다는 평을 받는다. 예능과 라디오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광고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정치적인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혀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첫 장편 소설 ‘꿈꾸는 식물’(1978)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장외인간’(2005) 등을 선보였다. 출간 당시 70만 부가 판매된 ‘들개’는 제도와 문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두 남녀가 다 쓰러져가는 교사(校舍)에서 1년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1년이란 기간에 완성한 ‘칼’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을 무장해야 하는가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로 풀어냈다. ‘하악하악’ ‘청춘불패’로 젊은 세대 공감 끌어내 ‘벽오금학도’는 출간 3개월 만에 12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선도(仙道)와 예술의 세계를 다루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해 파고들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방문에 교도소 철창을 달고 4년간 집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자 우화 형식을 빌린 ‘황금비늘’과 7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괴물’ 등도 있다. 이외수는 여자라는 존재가 가진 힘을 유머와 위트로 풀어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이외수의 소통법·2007)를 비롯해 ‘하악하악’(이외수의 생존법·2008), ‘청춘불패’(이외수의 소생법·2009), 트위터에 올린 글 등을 묶은 ‘아불류시불류’(이외수의 비상법·2010) 등 각기 부제를 붙인 에세이집을 펴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 ‘컷 오프 항의’ 박승원 광명시장, 민주당사 앞서 무기한 단식

    ‘컷 오프 항의’ 박승원 광명시장, 민주당사 앞서 무기한 단식

    6·1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과 관련 ‘컷오프’된 현직 단체장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승원 광명시장(이하 예비후보)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당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박승원 예비후보는 25일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다”며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말살하는 이번 경선은 공정하지 않다. 공정한 세상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현직 시장을 경선 기회조차 주지않고 배제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이날 광명시민과 당원 400여 명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흘째 ‘공정 경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권리당원 무시하는 단수공천 철회하라’, ‘광명시장 단수공천 재심하라’, ‘박승원을 살려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광명시장 경선을 촉구했다. 또한 ‘경기도당 공관위의 단수공천을 기각하고 박 예비후보가 공정하게 경선에 참여할 길을 민주당 재심위가 열어달라’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광명시장 후보 경선 요청 탄원 동의서’도 민주당 중앙당에 전달했다. 박 예비후보 캠프측은 이틀 만에 유권자 약 10%가 넘는 2만 4000여 명의 광명시민과 당원들이 탄원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이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정 경선을 통해 승리를 가져오라는 광명시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박 예비후보는 SNS에 올린 글에서 “컷오프를 겪으며 같이 울어주고 기댈 어깨를 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탄원 동의서에 흔쾌히 서명해 주신 많은 분의 뜻을 받들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 가상과 현실 허문 초연결 시대...한국 IT 기술이 이끄는 미래상

    가상과 현실 허문 초연결 시대...한국 IT 기술이 이끄는 미래상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전 등 생활제품들이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성장하는 시대.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 2022’는 글로벌 ICT 분야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미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가까운 미래의 생활상을 미리 체험하는 자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으로 열린 대형 전시회에는 개막일인 20일부터 사흘간 5만 545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메타버스’ 펼친 SKT·‘AI 로봇 시대’ KT‘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세상에서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이번 전시회의 테마로 잡은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을 선보이고 차세대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사피온은 AI 기반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수행하는 AI 반도체로, SK텔레콤은 글로벌 경쟁 반도체 회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처리 속도 비교 시연을 통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UAM 탑승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전시 공간에는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SK텔레콤은 4차원(4D) 메타버스 기술에 360도로 회전하는 시뮬레이터를 결합해 ‘에어택시’ 탑승 경험을 구현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거나 콘서트를 보는 체험 공간과 아마존 알렉스와 제휴해 한국어·영어 동시 사용이 가능한 AI 스피커 ‘누구 멀티 에이전트’, AI 기술로 미디어 화질을 개선하는 ‘슈퍼노바’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통신사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KT는 최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AI 로봇 분야에 집중했다. 개막 당일 현장을 찾은 구현모 KT 대표는 VIP 투어 중 혼자 LG전자 부스를 방문해 ‘LG 클로이 로봇’의 음성인식과 자율주행 기능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KT 역시 AI 방역로봇과 AI 서비스로봇을 전시관 중심에 배치했다. 방역로봇은 스스로 실내 공간을 돌아다니며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개념으로, 공기 정화는 소독액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플라스마 살균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유해 바이러스 살균은 물론 공기 청정까지 가능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구 대표는 전시 현장에서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로봇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시기가 온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제조사들과 협업해 국내 로봇 생태계를 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결’의 삼성전자 vs ‘업가전’ LG전자 국내외 가전시장 선두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연결성’과 ‘맞춤형 성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에서 공개한 ‘팀삼성’(Team Samsung)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렸다. 팀삼성은 차별화된 AI·사물인터넷(IoT) 기술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TV를 비롯한 가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제품까지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고객에게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삼성전자는 팀삼성 부스를 한 부부가 보내온 사연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그라피티로 벽면을 채우고 네온사인이 빛나는 체험 공간으로 구현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의 야간 촬영 기능인 ‘나이토그래피’로 촬영해 네오 QLED 8K TV 화면과 휴대용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등으로 재생해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발표한 ‘업(UP)가전’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방식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업가전은 출시 후 새롭게 개발·추가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항상 신제품처럼 쓸 수 있는 제품으로, LG전자는 올해부터 출시하는 업가전 적용 제품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업가전 체험존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위해 세탁기에 ‘펫케어 기능’을 직접 추가하는 등 고객이 직접 업가전의 개념과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꾸몄다.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이 응집된 ‘시그니처 올레드 8K TV’와 편리한 휴대성으로 인기 제품 반열에 오른 스크린 ‘스탠바이미’, 신개념 식물생활가전 ‘LG 틔운’과 ‘LG 틔운 미니’도 전시관 전면에 배치해 혁신적 가전을 통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 “지구촌 유기농의 중심은 충북입니다”

    “지구촌 유기농의 중심은 충북입니다”

    유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토양 오염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기후변화 극복과 생태계 복원 효과도 커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공익적 가치가 큰 산업이다. 충북도가 2013년 유기농 특화도를 선언한 이유다. 충북이 올해 굵직한 국제행사를 통해 또 한번 유기농산업의 중심지로 전 세계에 각인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번 행사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17일간 괴산군 괴산읍 유기농엑스포공원 일원에서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행사의 주제는 ‘유기농이 여는 건강한 세상’이다. 충북에서 유기농엑스포가 열리는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5년 엑스포가 유기농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학술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줬다면 올해 행사는 유기농의 생활 속 실천과 유기농산업의 확산을 강조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엑스포를 만들기 위해 행사장은 친환경적으로 조성된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품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행사장은 주제전시관, 야외전시관, 유기농산업관 등으로 꾸며진다. 주제전시관은 유기농의 공익적 가치와 4대 원칙인 건강, 생태, 공정, 배려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공간이다. 생활 속에서 유기농을 실천하는 방법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야외전시관에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기농 정원을 소개하고 토양수분측정장치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을 보여 준다. 항생제, 성장 촉진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로 사육하는 유기축산과 동물복지도 접할 수 있다. 동물복지법에 따르면 축사는 소 1마리당 1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엑스포조직위원회는 흑우와 칡소로 동물복지를 보여 줄 예정이다. 자율작업 트랙터 등 첨단 농기계도 만날 수 있다. 유기농산업관에선 대면 및 비대면 수출 상담회가 진행된다. 엑스포조직위원회는 국내외 친환경 및 유기농 관련 420개 기업 및 단체와 국내외 바이어 30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미래시대 유망 직종으로 유기농을 소개하는 진로체험관과 청소년들의 흥미 유발을 위한 유기농곤충관도 운영된다. 행사장에는 유기농식당도 마련돼 친환경 인증과 로컬푸드를 활용한 건강한 식단과 채식 등을 즐길 수 있다. 유기농체험놀이학교, 유기농진로체험학교, 우리씨앗관찰, 유기농사체험장, 생태교육장, 곤충체험학교, 유기농전통놀이마당 등 체험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엑스포 기간에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50주년 기념행사도 열린다. 1972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이 단체는 132개국 848개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한다. 국내에선 괴산군, 흙살림연구소, 카페다, 건국에코써트인증원, 농촌진흥청,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가입했다. IFOAM 아시아 10주년 행사도 함께 열려 전 세계 유기농의 한마당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엑스포는 코로나19로 인해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관람도 가능하다. 조직위는 지난 1월 13일부터 공식 후원사를 모집하고 있으며 다음달까지 산업전시관 참가 기업들의 신청을 받는다. 현재 150여곳이 참가를 결정했다. 이달부터 7월까지 기반시설 착공, 작물 식재, 조경 등이 이뤄지고 8월에는 시설물 공사에 들어간다. 충북도는 국내외 관람객 72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1722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027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엑스포를 계기로 전국 친환경인증 농지면적의 증가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 농지의 5% 수준이다. 엑스포 조직위 반주현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같은 인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유기농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지구와 사람을 치유하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 열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관람객 108만명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업은 264곳이 참가했다. 현재 세계 유기농 시장 규모는 112조원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유기농 프리미엄 식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마다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의 친환경식품 매출도 연간 3%씩 늘고 있다. 국내 유기농 시장은 현재 1조 8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조 1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가는 2018년 5만 7261호에서 2020년 5만 9249호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기농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목화를 사용한 의류, 반려견을 위한 유기농 사료, 유기농화장품, 유기농 밀짚으로 만든 칫솔 등이 생산되고 있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까칠한 건축가/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까칠한 건축가/탐조인·수의사

    향나무 안쪽으로 누런 새가 들어가자 직박구리의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곧 사냥의 결과를 보겠구나 기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까치가 나타나 향나무로 돌진한다. 곧 직박구리의 비명은 그치고 새매는 빈손, 아니 빈발로 튀어나와 날아가 버렸다. 까치가 직박구리를 구해 주다니.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까치란 녀석은 성격이 까칠하다. 평소 직박구리에게 절대 친절하지 않다. 또 영역 안에 말똥가리 같은 맹금이 나타나면 일단 떼로 몰려가서 내쫓고 본다. 크기가 비슷한 맹금인 황조롱이하고는 맨날 싸우는 앙숙이다. 심지어 대형 맹금인 흰꼬리수리가 잡은 먹이를 빼앗기도 한다. 그런 까치가 직박구리를 도와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저 맹금을 내쫓으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요에도, 전래동화에도 등장하는 까치는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집으로도 유명한 건축가다. 잘 빗지 않아 심하게 엉켜 있는 머리를 까치집이라고 하는 것처럼 까치집은 나뭇가지를 정교하고 얽어 안정된 형태로 만들어진다. 까치 둥지는 위아래가 막힌 달걀 형태로, 중간에 출입구가 있어 외부에서 새끼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외부와 내부가 2중으로 만들어져 튼튼하고 안정감이 있다. 까치는 둥지를 매년 새로 만들기 때문에 까치가 떠난 후에 남은 둥지는 둥지를 만들지 못하는 비슷한 크기의 맹금인 황조롱이나 새호리기, 여름 철새 파랑새 등이 잘 활용한다. 맨날 다른 새들에게 시비 거는 텃세 대마왕이지만 새들 세상의 멋진 건축가로서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까치의 멋진 둥지는 인간 세상에서는 골칫덩이다. 나무가 모자라니 전봇대나 송전탑에도 둥지를 만들어 해마다 크고 작은 전기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둥지 때문은 아니지만 1991년 겨울 학력고사가 있던 날에는 비에 젖은 까치가 전철 고압선로에서 감전돼 죽는 사고로 인해 수원행 열차가 2시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전에서는 까치 둥지를 정기적으로 철거한다. 안타깝지만 안전을 위해 둥지를 철거하더라도 아무 때나 하지는 말아 달라. 알에서 부화한 까치 새끼가 한창 자라고 있을 때 철거하면 떨어져 다친 어린 생명들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 그러니 가능하면 까치집이 완성되고 1~2주 정도 이내에 철거하면 좋겠다. 그런데 전봇대가 줄고 나무가 늘어 까치집을 철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은 그저 꿈일까?
  • [세종로의 아침] 청와대 개방에 국민의 문화적 총량 모아야/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청와대 개방에 국민의 문화적 총량 모아야/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이제 몇 밤 지새고 나면 청와대가 일반에 공개된다. 국민들로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또하나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걸 직접 목격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터다. 세상에 이렇게 유명하면서도 이렇게 덜 알려진 공간이 또 있을까. 관광업계에선 이미 초미의 관심사다. 코로나로 2년 내리 쫄쫄 굶어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구석이 있어서 말을 아낄 뿐이다. 청와대 개방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곳은 대통령직인수위의 사회복지문화분과위원회다. 청와대 운영 문제를 두고 관광업계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다. 그간의 과정만으로 보면 현재 청와대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관광재단이다. 각종 자리를 통해 서울의 관광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차기 대선 호재로서의 휘발성을 고려하면 서울관광재단이 먼저 치고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인수위의 인적 구성으로 볼 때도 서울관광재단이 매우 유력한 주자인 게 사실이다. 정부 쪽 실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광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는 한국관광공사는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다. 관광공사의 경우 청와대 공간의 일부인 사랑채를 위탁 운영하는 데만 30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하물며 청와대 전체로 영역이 확장되면 서울관광재단의 인력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란 게 관광공사의 판단인 듯하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청와대 개방 시 해마다 최소 1조 2000억원에서 최대 3조 3000억원의 관광 수입이 창출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재작년 문체부가 방탄소년단과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각각 1조 7125억원, 1조 9885억원이라고 분석한 수치와 비교할 때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BTS나 손흥민 ‘급’은 아니지 않냐는 지적인 것이다. 수치로 제시하긴 어려워도, 청와대 개방이 엄청난 관광 자산이란 건 분명하다. ‘청계천급’의 호재란 것도 그리 과장은 아닌 듯하다. 중요한 건 설계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BTS나 손흥민을 뛰어넘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인수위에서 문체부와 관광공사 등에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개방 계획을 세우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활동 기간 안에 청와대 개방의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의사를 밝히고, 갑론을박 끝에 이전이 확정된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청와대 개방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청와대 개방은 서울의 랜드마크를 넘어 한국의 관광지형이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한데 국민들의 참여 기회가 없었다. 국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 국민들의 용광로 같은 문화적 역량을 한데 모으고, 청와대의 변화 과정 전체를 국민들의 시간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마 청와대 안에 있다는 잔디밭 하나만 가지고도 활용 방안이 수십, 수백 가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가장 좋은 건 한시적 개방이다. 약속대로 개방은 하되, 원형을 보존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 과정만 잘 매조지해도 제대로 일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 듯하다. 이렇게 시간을 버는 한편으로, 새 정부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좀더 원대하고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는 거다. 청와대 개방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각색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맥 빠진 채 진행되는 것도 국익에 보탬이 될 것 같지 않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4월 25일
  • 억압에 저항, 파괴적 창조… 행동하는 예술정신[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억압에 저항, 파괴적 창조… 행동하는 예술정신[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중국을 대표하는 현존 글로벌 작가를 묻는다면 아이웨이웨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는 중국인 아티스트이자 인권 운동가로 불리며 2015년부터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다. 2015년 이전까지 중국에 살며 활동하던 작가는, 적극적인 정부 비판으로 인해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여행 금지령을 받는 등 억압된 삶을 살았다. 2015년 독일로 이주한 뒤로 유럽에서 난민의 신분으로 작업을 하며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1999년부터 중국 정부의 표적 그는 1957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30년대 프랑스 파리 미술 유학생 출신인 중국의 유명 근현대 시인이자 동양화가인 아이칭이고 어머니 또한 시인인 가오잉이다. 그러나 이 엘리트 부부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당시 반우파 지식인으로 추방당했다. 문화대혁명 시기는 예술의 자율적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미술이 몰락하는 시기였다. 아이웨이웨이와 중국 정부의 문제는 아마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중국 서부 지역으로 추방된 뒤 성인이 될 때까지 대부분 만주와 신장에서 자랐다. 아이웨이웨이의 작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사회 비판적 성격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겪어 온 아이웨이웨이의 이런 개인적 성장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1978년 베이징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고 당시 그곳에서 중국 최초의 전위예술단체 중 하나인 ‘성성화회’(Stars Art Group)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표현의 자유로서의 예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지만 결국 중국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198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작가는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등의 작품을 만나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확립했다. 1993년 베이징으로 돌아온 뒤 그는 베이징 동부에 차오창디 예술촌을 형성하고, 이곳을 거점으로 몇몇 작가들과 실험 예술 그룹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를 결성했다. 1999년 아이웨이웨이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중국 대표 자격을 얻었지만, 상하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전시를 열며 중국 정부의 표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작가의 반체제적 예술은 이 시기 이후 두드러졌고 이는 오늘날까지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작가와 중국 정부 사이에 본격적으로 다시 문제가 일어나게 된 사건은 2008년 쓰촨 대지진이다. 그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쓰촨성 대지진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허술한 대처를 비판했고,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5000여명의 초등학생 부모들과 연대 활동을 벌이며 그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그의 블로그를 폐쇄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이런 인권 문제가 선진화 앞에 서 있는 중국의 수치라며, 독일에서 쓰촨 대지진으로 사망한 초등학생들의 가방을 연결한 긴 설치 미술작품을 전시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원색으로 만든 매우 이국적인 중국 서체로 쓰인 한자 디자인의 대형 글로서, 뜻은 몰라도 뮌헨 미술관 입구의 파사드는 근사하기만 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글자는 초등학생의 작은 가방들을 연결해 만든 설치 미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읽을 수 없는 글은 ‘그녀는 이 세상에서 7년 동안 아름답게 살았다’라는 뜻이다. 뭉클한 순간이다. 사회적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난민과 인권에 대한 메시지 난민 인권에 대한 그의 관심은 유럽 이주 이후 더욱 활발히 나타난다. 최근엔 한국에선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 문제를 다룬 작가의 대표작 ‘빨래방’(2016)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 위치했던 이도메니 난민캠프에 있던 난민들이 그리스 정부에 의해 강제로 캠프를 떠나면서 남긴 옷들이다. 작가는 이 옷들을 수거해 세탁, 수선하고 다림질한 뒤 목록을 만들어 전시했다. 이 작품엔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옷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를 상기시켜 주면서 난민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인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작가는 인권 외에 중국 전통 예술의 정체성과 현대사회와의 관계도 주요 주제로 다룬다. 중국의 동시대 미술과 서구 자본주의 사이의 문화적 차이와 유사성을 담은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2007년 아이웨이웨이는 독일의 소도시 카셀의 도큐멘타 12에서 개최한 ‘동화’(fairy tale)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위해 직접 비용을 들여 중국의 일반인 1001명을 데려왔다. 이 작품의 콘셉트는 간단했다. 블로그를 매개로 한 작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1001명의 중국인을 모아, 그들에게 옷과 짐을 주고 그들을 카셀의 오래된 섬유 공장 안에 있는 임시 숙소에 머물게 한 다음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는 석 달 동안 도시를 떠돌아다니게 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대상은 옷이나 여행 가방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의 정신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여행의 기회가 거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인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 1001개의 의자를 늘어놓고 전시장 밖엔 1001개의 명·청 시대 가옥의 나무문과 창문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 ‘템플릿’을 설치했다. ●中 사회 개인교류 필요 제기한 ‘동화’ ‘템플릿’은 중국 북부의 산시 지역에서 철거된 집과 사원에서 1001개의 목재 문과 창문을 재배치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 첫날에 조형물이 바람에 무너져 당초 의도한 바와 다르게 모양이 바뀌었지만, 작가는 작품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전시했다. 그는 무너진 작품을 통해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면서 ‘파괴된 모습은 새로운 창조가 아닐까?’, ‘예술이란 영속적인 것이어야만 하나’ 등의 질문을 관객에게 던졌다. 버려진 문짝들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결에 만져지는 것처럼 작가는 그 작품을 자연의 흐름에 맡겨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엉뚱하게 놓여 있는 청 시대의 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일로 온 중국인들은 마치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동화는 결국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했다. 어쩌면 그러한 가짜의 모습이 현실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진리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동화’라는 제목을 단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전체주의 체제와 거대한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중국은 제도가 아닌 개인에 기반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작품은 2010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출품한 ‘해바라기씨’다. 유니레버 후원으로 열린 이 전시회는 중국 최고의 도자기 장인들을 다시 살려낸, 최고의 공공미술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중국 인민을 상징하는 1억개의 도자기로 만든 해바라기씨를 사용한 대규모 설치 미술 작품이다. 1억개의 도자기 해바라기씨는 베이징에서 1000㎞ 떨어진 징더전(景德鎭)이라는 곳에서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은 한나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자기를 생산한 지역이다. 이 마을은 현재까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옛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오늘날까지 중국은 도자기의 나라로 불리는데, 아이웨이웨이는 이 오래된 중국 전통의 미술 형태를 빌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또 중국 사회의 이면을 풍자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장소의 장인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특히 문화혁명을 지나면서 중국의 도자기 장인들은 거의 그 명맥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런 장인들 중 무려 150명에게 1년 반 동안 월급을 주면서, 해바라기씨앗으로 만든 도자기를 제작하도록 한 것이다.●‘해바라기씨’는 14억 중국인 의미 해바라기씨의 상징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기간 동안 도처에서 사용됐다. 특히 국가의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 그리고 더 나아가 전체 인민에 대한 시각적 은유로 자주 사용됐다. 어쩌면 수많은 양의 압도적인 해바라기씨 작품은 14억 중국인을 의미할 수 있다. 문화혁명 당시 굶주림을 경험해 본 인민들은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배고픔을 달랬던 해바라기씨에 대한 추억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 입구를 가득 채웠던 그 해바라기씨로 만든 도자기 카펫 설치 미술작품 위를 거닐던 그 어느 오후를 다시 기억하는 오늘이다. 창조적인 통찰과 전통의 재해석이 이러한 새로운 스펙터클과 예술적 승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숨 프로젝트 대표
  • “문제아 만드는 건 부모… 영혼 파괴하는 학폭, 사회가 나서야”

    “문제아 만드는 건 부모… 영혼 파괴하는 학폭, 사회가 나서야”

    “학교폭력은 영혼이 파괴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개봉·이하 ‘니 부모’)의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학교폭력은 결코 아이들만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만든 문제”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동명의 일본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가해자 부모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학교폭력 문제의 실상을 파헤친다.명문 국제중학교에 다니던 건우는 담임 선생님 앞으로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동급생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호수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변호사, 병원장, 전 경찰청장 등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덮고 아이들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에 ‘문제 있는 아이는 문제 있는 가정에서 나온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세상 모든 아이의 문제는 부모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학교폭력은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사회 질서에 기인한 것이죠.” ‘니 부모’는 2017년 촬영을 마쳤으나 팬데믹 상황 등과 맞물리면서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하지만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연출과 설경구, 문소리, 오달수, 천우희 등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오래 묵은 작품의 티가 나지 않는다. 김 감독은 “5년간 투자사가 다섯 군데나 바뀌고 개봉이 여섯 번 연기됐지만, 피해자 건우의 아픔이 관객들에게 온전하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면서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여전히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현재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실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자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장면에선 극도의 이기심이 그려진다. 김 감독은 “결국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이 영화의 주제”라면서 “부모와 자식은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제도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에 연출을 하면서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이후 ‘타워’, ‘7광구’, ‘싱크홀’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두고 “김지훈, 반성했네”라는 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를 지었다.“‘화려한 휴가’ 이후 영화적인 포커스를 조금 다르게 가져갔던 것에 대해 식상함을 느낀 분들도 계셨는데 저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죠. 그동안 관객이 원하는 것보다는 제가 보여 주고 싶은 영화를 했던 것 같아요. ‘타워’ 이후 영화적인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으로서 좀더 성숙해지고 영화적인 시야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2011년 발생한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자살 사건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기도 했다는 김 감독은 반복되는 학교폭력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하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물리적인 폭력과 달리 영혼이 파괴되는 학교폭력은 회복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제는 일부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뮤지컬·음악회·연극… ‘어린이날 100주년’ 풍성한 가족공연 보따리 풀린다

    뮤지컬·음악회·연극… ‘어린이날 100주년’ 풍성한 가족공연 보따리 풀린다

    올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여느 때보다 풍성한 어린이 공연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작으로 국내 최장수 가족뮤지컬 ‘반쪽이전’(사진)을 선보인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진행되는 ‘반쪽이전’은 전래동화 반쪽이를 모티브로 장애와 역경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꼭두각시놀음과 전통 마당놀이로 풀어낸 작품이다. 5년 만에 돌아온 ‘반쪽이전’은 1989년부터 30년 이상 창작진이 교체되지 않고 꾸준히 리메이크됐다. 2005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국내 지역문예회관(안산문화재단) 자체 제작 작품으로는 처음 해외에 진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관람 연령을 5세까지 낮춘 가족음악회 ‘꼭 안아줄래요’는 다음달 1일 오후 6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연에서는 ‘꼭 안아줄래요’, ‘어느 봄날’, ‘꿈꾸지 않으면’ 등의 동요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재해석하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넘버와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주제가, 칸초네, 가곡 등을 선보인다.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 라 포엠의 테너 박기훈과 바리톤 정민성, 포르테 디 콰트로의 테너 이벼리와 베이스 손태진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연주는 지휘자 김광현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에게는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어린이들을 찾아간다. 경기도극단은 어린이들이 연극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처음으로 ‘어린이 연극축제’를 개최한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엄마이야기’, ‘크로키키 브라더스’, ‘바다쓰기’ 세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는 인천 10개의 공공기관과 다음달 18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어린이들을 위한 무대를 준비했다. ‘재주 많은 세 친구’, ‘삼양동화’, ‘낱말공장나라’ 등 15편의 뮤지컬, 연극, 인형극, 오브제극, 그림자극, 서커스, 미디어연극이 마련돼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부산 동백섬의 인어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어린이 국악극 ‘인어공주 황옥’을 다음달 5~7일 무대에 올린다.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어 공주가 친구들과 함께 바다를 지키는 모험 이야기다. 경북 포항문화재단은 4월 말부터 한 달간 ‘키즈 페스타 인 포항’을 통해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 원작인 뮤지컬 ‘알사탕’을 비롯해 3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 온전한 서울을 보다, 은밀한 쉼을 맛보다[건축 오디세이]

    온전한 서울을 보다, 은밀한 쉼을 맛보다[건축 오디세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나무에서 연둣빛 새잎이 터져 나오는 요즘의 산하는 정말 그렇다. 몽실몽실 연둣빛 잎이 피어나는 숲이 우리를 부른다. 책 한 권 들고 숲을 찾아 하루를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수려한 풍광의 인왕산 계곡 사이에 자리잡은 ‘인왕산 숲속 쉼터’는 그런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주는 공간이다.지난해 11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 인왕산 숲속 쉼터에 가려면 인왕산 자락길에 위치한 ‘인왕산 초소책방’에서 길을 건너 460여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인왕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서, 혹은 한양도성 성곽 길에서 인왕산 정상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이곳을 만날 수 있지만 어떻게 가든 만만치 않다. 접근이 어려운 만큼 세상과 잠시 단절된 채 차분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인왕산 숲속 쉼터를 설계한 건축가 조남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상언 에스엔건축사사무소 소장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두 차례 정도 쉬면서 내려다보니 청와대와 경복궁, 서울의 중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드디어 도착한 숲속 쉼터는 등산로에서 비껴 나 숨겨진 계곡에 면해 있다. 계곡 사이 필로티 구조 위에 격자의 나무 틀로 된 유리 구조물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북쪽 등산로와 인왕산로에서 올라오는 남쪽 등산로가 쉼터 후면에서 반층의 단차를 두고 연결된다. 반층 더 내려가면 쉼터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의 외피는 규화목을 세로로 붙였지만 건축적 산책로 역할을 하는 진입로와 지붕은 알루미늄 그레이팅 소재를 사용했다. 통로부터 지붕까지 알루미늄 그레이팅으로 이어진 까닭에 바쁜 등산객은 이런 쉼터 공간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조 대표는 “자연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설과 사람의 활동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조화롭게 덧씌워져, 있는 듯 없는 듯 드러나는 서사적 풍경을 추구했다”면서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알루미늄 그레이팅의 간격 사이로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면 시간 속에서 구축물이 자연과 섞여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자리에 이런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답을 얻으려면 먼저 알아야 할 사건이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서울 종로구 세검정고개까지 침투했던 사건이다. 경찰과 대치하며 총격전이 벌어졌던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이름을 따 ‘김신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이 사건 이후 북악산과 인왕산에 30여개의 군 초소가 설치됐고 오랫동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5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2018년 인왕산을 전면 개방하기로 하면서 관련 군 초소 및 경계 시설은 대부분 철거됐다.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된 경계 초소를 2개만 보존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역사적 장소를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인왕산 자락에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지어졌던 경찰 초소(인왕cp)는 이충기 서울시립대 교수의 설계로 리모델링해 ‘인왕산 초소책방-더숲’ 북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초병들이 거주했던 인왕 1분초와 2분초는 철거되고 인왕 3분초는 숲속 쉼터로 변신했다. 두 건물은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숲속 쉼터의 경우 접근성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다. 이곳에 사용된 목재는 공장에서 제조된 목구조를 헬기로 옮겨야 했다. 조 대표는 “초병들의 내무반은 시멘트 블록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이었는데 철근 콘크리트로 된 필로티 위의 상부 구조물을 철거하고 시민을 위한 쉼터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공간의 쓰임과 어울리는 목구조로 만들었다”면서 “쉼터의 기본 평면은 원래 내무반이 있던 구조 그대로이고 지붕의 소재는 달라졌지만 모양은 예전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국방부 소속인 이 건물 지하 1층 통신실도 그대로 있다. 조 대표는 “오랜 반목과 통제의 상징인 3분초가 개방의 시대에 교류를 상징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역설적”이라며 “이 같은 인왕산 숲속 쉼터의 장소적 의미는 서촌의 중인들이 주도했던 ‘위항문학’(委巷文學)과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항문학이라고도 하는 위항문학은 조선 중기와 후기에 한양에서 중인들이 주도한 문학운동이다. 이들은 경치가 빼어난 인왕산 아래 계곡 등지에 모여 시 짓기를 하면서 교류했다. 주로 서촌에 거주했던 중인들은 역관 등을 하면서 중국에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조 대표는 “계급사회 신분의 속박 속에서 지식인으로 성장한 그들은 신분 상승의 욕구와 현실 비판을 위항문학으로 승화시켰다”며 “중인들이 위항문학을 통해 보여 준 문화의 역설을 숲속 쉼터 프로젝트에서 건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숲속 쉼터는 목구조이지만 목구조의 전형적인 원리에서 벗어나 있다. 전통적 목구조 건물은 선이 중심이지만 현대 목구조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면과 덩어리(매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결과다. “목조의 구법은 부재를 입체적으로 조립해 3차원의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텍토닉이라고 하죠. 다양한 크기의 선 부재들이 위계를 따르는 맞춤과 조합을 통해 구조물을 이루는데 숲속 쉼터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기둥 모듈의 2분의1 간격으로 목재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지붕판을 끼워 넣는 형식을 취했습니다.”(조 대표) 목재 구조물에서 하중 전달은 거대한 크기의 지붕판을 목재 기둥 위에 얹는 것으로 처리하는데 여기서는 얹지 않고 그 사이에 끼워 목구조의 무거운 인상이 가벼운 인상으로 변환된다. 이처럼 물질을 비물질로 보이게 하는 구축적 역설을 조 대표는 ‘비결구적 결구’라고 표현했다. 김 소장은 “일반적으로 전통 목구조에서는 포와 서까래 결합이 조합을 이루지만 이곳은 기둥이 있고 여기에 50㎝ 폭의 판들이 끼워진 상태”라며 “보가 판에 통합돼 있고 그 사이에 간접 조명을 설치해 무게감이 없게 만드는 동시에 시선을 밖으로 이끌어 가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내부의 목재는 스프러스 집성목에 흰색 칠을 해서 공간적으로 넓어 보인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창의 프레임을 통해 자연 경관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실내는 가볍고, 현대적으로 보인다. 밖을 향해 창가에 놓인 낮은 안락의자와 서가는 건축가 장영철이 디자인한 것이다. 숲속 쉼터는 긴 테이블을 두어 가끔 지역 문화단체들이 시간을 나눠 쓰며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게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쉼터다. 관 주도의 공공건축은 무언가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이곳은 애초에 용도를 정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소개되는 사진을 통해 이용자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진들에 프레임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면서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이곳은 사람들이 외부 경치를 바라보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는 쉼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조 대표와 김 소장은 “앞으로 공공건축에 예산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건축은 예산이 빡빡해서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것은 개인들이 능력껏 갖추고 살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오히려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건축에 비용을 더 들이고, 잘 만들어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단의 역사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좋은 공간이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유 있게 시간을 내어 다시 찾고 싶다. 인왕산 숲속 쉼터는 월요일과 명절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아파트 뺨치는 ‘사통팔달’ 주거형 오피스텔

    아파트 뺨치는 ‘사통팔달’ 주거형 오피스텔

    DL이앤씨가 인천 중구 항동7가에 짓는 주거형 오피스텔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를 다음달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39층 4개동 총 592실(단일 전용면적 82㎡) 규모로, 4종류의 주택형을 선택할 수 있다. 오피스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4베이 판상형 구조를 도입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상위층 일부 호실에서는 바다도 볼 수 있다. 단지 내에는 실내스크린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라운지카페, 개인오피스, 키즈스테이션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된다.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는 인천항 일원에 공급된다. 인천항과 배후 지역은 5대 특화지구(해양문화지구, 복합업무지구, 열린주거지구, 혁신산업지구, 관광여가지구)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인천세관역사공원을 조성해 일부를 개방했고 인천항 8부두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상상플랫폼 조성사업’도 올해 상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잘 조성돼 있다. 반경 1.5㎞ 내에 인하대병원과 인천 중구문화회관, 인천 중구국민체육센터 등 편의시설이 있고, 홈플러스와 이마트도 반경 2㎞대에 있다. 반경 1㎞ 안에 신선초와 신흥중, 신흥여중 등이 있다. 단지 주변 인천지방조달청, 인천 중구청 등 관공서나 CJ제일제당,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민간 기업 출퇴근도 자유롭다. 편리한 교통망도 장점이다. 9개 노선을 갖춘 버스정류장이 단지와 인접해 있고 수인분당선 숭의역과 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역, 동인천역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매소홀로, 서해대로를 통해 용현학익지구와 송도국제도시로 오갈 수 있다.
  • ‘득녀’ 이정현 출산 후 근황 “엄마가 됐다는 것 믿기지 않아”

    ‘득녀’ 이정현 출산 후 근황 “엄마가 됐다는 것 믿기지 않아”

    결혼 3년 만에 딸을 얻은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이 출산 소감과 회복 근황을 전했다. 이정현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 4월 20일 축복이가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함께 공개된 사진 속에는 이정현이 딸 ‘축복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정현은 이어 “축복이를 실제로 맞이한 순간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 없다”며 “제 배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 사실과 제가 정말 엄마가 됐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정말 존경한다”며 “저도 회복이 너무 빨라서 주치의 교수님, 병원 관계자분들 모두 놀라신다”고 덧붙였다.앞서 이날 오전 이정현의 소속사 파인트리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정현이 지난 2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모와 아이는 건강한 상태이며, 기쁜 마음으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정현은 오는 6월과 하반기에 영화 ‘헤어질 결심’과 ‘리미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출산 후 차기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정현은 2019년 3세 연하의 정형외과 의사와 결혼했고, 지난해 임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 여자로 태어나 한탄했지만…세상 바뀌니 대접도 달라졌다 [클로저]

    여자로 태어나 한탄했지만…세상 바뀌니 대접도 달라졌다 [클로저]

    규중문학의 정수 내방가사‘문 안’ 여성들의 이야기시대상 반영 개인사 다수한글로 담은 시대사귀중한 기록으로 “사람마다 원하는 것 노력하면 되지마는생남생녀 그일만은 마음대로 안되나니무슨죄가 지중해서 여자되어 생산하며무슨적선 많이해서 남성으로 태어날꼬” (신혼가) 문학은 시대상과 작가정신의 반영입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글을 내방가사라 부르는 건 앞선 문장이 완벽히 구현된 결과는 아닐까 하는데요. 엄격한 유교질서 탓에 여성은 주로 내방에 머물러야 해 ‘가사’에 ‘내방’이 붙은 것일 테니까요. 본래 규중 여인들을 중심으로 ‘가사’나 ‘두루마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내방가사는 여인들이 지었다는 특성 탓에 구체적인 시기나 배경을 알기는 무리가 있어요. 그 이름이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은 개인적 자료이기 때문이에요. 내방가사는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 남성 중심주의 사회였던 동아시아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노래한 글입니다. 다만 가사들이 여인의 생활을 담았다는 점과 시대의 한계, 민족의 상처, 남녀평등 교육의 시작 등이 순차적으로 담겨 있어 오랜 시간 이어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죠. ● 기록 남겼더니시대 흘러 유산이 됐다 어쩌면 그들은 당연히 기록을 남겼을 뿐인데 이를 내방가사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거 세계 여성들에게는 글이나 기록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오늘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일견 이해되기도 하죠. 조선 시대 여성의 공간은 주로 ‘문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닫힌 공간의 여성이 지은 내방가사라면 흔히 시집살이에 슬퍼하는 한·설움을 떠올리죠. 그러나 내방가사 주제는 참 다양했습니다. 한글을 사용해 자신들의 생각과 삶을 주체적으로 표현해 서구 여성운동처럼 동아시아 여성들만의 가치를 드러낸 자료예요. 격변기 여성들만의 진솔한 생각을 담았고요. 상대적으로 기록이 적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들 주체적으로 기록한 글이라 가치가 높습니다. 한글이 여성들의 속풀이에 도움이 됐던 증거이기도 하고요. 한글이 일반에 받아들여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의미도 있죠.● 수동성만 담았나우리도 꿈이 있지 흔히 내방가사라 하면 여성의 수동적인 이야기를 담았을 것 같지만 그 시대 여성들에게도 다양한 꿈이 존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결혼하지 않은 것을 흠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존재했는데, 이를 노래한 여성들의 노래도 존재하죠. 또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신여성과 기존 전통을 답습하는 구여성 사이의 갈등도 소재였습니다. 하나의 고정관념에 갇힌 여성상이 아닌 참으로 다양한 소리가 존재했던 거죠. 당시 시대의 한계 탓에 여성이기에 가져야 했던 이름들도 있습니다. 노처녀 같은 단어가 그렇죠.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더라도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혹은 시대의 인식 탓에 그릇된 이름을 가져야 했습니다. ● 구여성·신여성 구분도교육 현장 격변기까지 내방가사를 보면 당시 여성에게 결혼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알 수 있죠. 앞서 언급한 신혼가 역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런가 하면 개화기를 거치면서 구여성과 신여성의 구분이 지어지고 여성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자 여성의 노고를 담은 이야기도 펼쳐졌습니다. 또한 남녀평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교육 현장에 새 내용이 들어오자 이를 반가워 하거나 혼란스러워 하는 등의 기록도 존재합니다. “낡은 도덕에 일신을 가둬놓고 행복을 꿈꾸는가마음용기 다하여서 이사회를 개벽하세마음이 열렬해도 모르면 아니된다여와 우리 여자님네 배울학자 명심하여” (해방가) “하물며 남녀가 평등하다 하니규방안의 부인네도 쓰개치마 벗어버리고이목구비 남자와같고 지각포부 같을진대제분수로 하는일이야 남녀가 다르겠소” (위모사) 이렇듯 내방가사는 작자·연대 미상이라는 단점이 있으나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해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과거 여성들은 제약된 삶을 살았으나 방 안에서 미래에 조명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었네요. 서양의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썼듯 동양에선 수많은 이름없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글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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