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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마스크 해방/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스크 해방/오일만 논설위원

    요즘엔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이 신발 대신 마스크를 흔들며 ‘밖으로 나가자’는 의사표시를 한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는 것 같아 미소를 짓게 된다. 언어 이전의 세상, 갓난아이들은 사물을 분간하는 시기부터 엄마와 눈을 맞추고 엄마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으려고 애쓴다. 말 대신 웃고, 찌푸리고, 인상 쓰고, 화난 표정을 보면서 소통의 능력을 키운다. 무리사회를 이루는 인간 세상에서 공감의 사회성을 키우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본능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안타깝게도 유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에 가린 반쪽짜리 얼굴에 익숙하다. 표정을 보면서 인지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 인생 초창기부터 시련(?)이 닥친 셈이다. 진화의 메커니즘에서 보면 일종의 ‘버그’에 해당된다. 다행히 부분적이나마 마스크를 벗게 됐다. 아이들이 온전한 얼굴을 보면서 공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상의 복귀가 반갑기 그지없다.
  • [사설] 처음 도입된 사후 입법영향평가, 정책 보완에 활용을

    [사설] 처음 도입된 사후 입법영향평가, 정책 보완에 활용을

    법제처가 이른바 ‘민식이법’과 공공재정환수법 등 2개 법에 대한 사후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행정부 내 사전 입법영향평가는 있었으나 사후 평가는 처음이다. 이번 평가가 법적 미비를 질타하는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법령 제ㆍ개정의 현실 부합성이나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따지지 않는 졸속 입법의 문제점을 고치는 정책 보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후 입법영향평가는 행정기본법에 근거한 행정법령이 평가 대상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처럼 사법체계 법률은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오는 9월까지 법령의 효과성과 대국민 인식 조사 등 실태분석을 하고 소관 부처는 이를 토대로 법령을 정비하거나 정부 입법 계획에 반영한다. 사후 평가 대상이 된 두 법은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민식이법’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9살 민식이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 내 시속 30㎞ 제한속도 규정,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최대 무기징역 조항을 마련했으나 ‘운전 현실을 외면한 과잉입법’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입법인 공공재정환수법은 보조금, 보상금 등 공공재정 지급금의 허위 또는 과다 청구를 금지하고 부정 청구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법이나 환수 기준·내용이 제각각인 데다 개별 법령 우선이어서 매년 부정수급 환수율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사후 입법영향평가가 더 많이 활용돼 행정부 내 사전 입법영향평가에서 거르지 못한 기존 법과의 충돌, 포퓰리즘 입법 논란을 없애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의원입법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사전 입법영향분석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통해 과잉 및 졸속 입법 시비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 [열린세상] 외국인 어린이는 누구인가/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외국인 어린이는 누구인가/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알림 하나가 화제가 됐다. ‘5월 궁능 무료ㆍ특별 개방 안내’라는 이름으로 게시된 간단한 공지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이 글이 시민들의 비판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가 된 내용은 어린이날 무료입장을 알리는 공지문의 5월 5일 항목이었다. 모든 궁과 능에 대해 ‘어린이날 동반 보호자 2인 무료입장’이라는 큰 글씨가 해당 항목의 맨 위에 세 줄에 걸쳐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 간격을 두고 작은 글씨로 ‘어린이: 만 12세 이하’, 그 아래로 참고표(※)와 함께 더 작은 글씨로 ‘외국인 어린이 제외’라고 표기돼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 2명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주되, 그 혜택은 한국인 어린이를 동반하는 경우로 제한한다는 말이다. 같은 어린이라도 외국인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는 무료입장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이다.  이 알림을 본 시민들은 분노했다. 외국인 어린이를 왜 차별하고 배제하느냐는 것이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어린이는 다 어린이인데 어린이날의 취지를 살리려면 어린이의 국적을 가려 차별 대우를 하는 게 맞냐고 따졌다. 또 그 아이의 국적을 어떻게 확인해서 동반자의 무료입장 여부를 판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혹시 아이의 외모로 국적을 판단하려는 뜻이라면 당장 그만두라고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문화재청의 감수성 부족을 비판했다.  비판 여론에 문화재청은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하는 해명인지 시민들은 더 답답하기만 했다. 시민들의 이어지는 비판에 기자들이 합세한 덕분에 결국 문화재청은 알림을 바꿨다. 무료입장 대상을 제한하던 작은 글자들을 모두 없애고 어린이날 특별 무료입장의 혜택을 ‘누구나’로 확대했다.  하지만 ‘외국인 어린이’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사실은 더 큰 문제가 있다. 엄연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어린이가 ‘외국인’ 표찰을 달고 분류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 수는 2020년 기준 약 25만 2000명에 이른다.  이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9년이었다. 공공언어에서의 외국인 차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매년 발표되는 행정안전부의 ‘외국인주민’ 통계를 보게 됐다. 통계표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외국인주민 통계에 대한민국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제공하는 외국인주민 유형별 현황표를 보면 외국인주민이 크게 세 범주로 분류돼 제시돼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한국 국적 취득자’, ‘외국인주민자녀(출생)’가 그것이다. 귀화자와 외국인주민자녀(출생)는 분명 대한민국 국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주민 통계에 실려 외국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양한 경로로 문제를 제기했다. 세미나에서 발표도 했고 관련 글도 썼고 책도 냈으며 관련 인터뷰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안부 통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는, 귀화자나 귀화자의 자녀, 그리고 외국 국적자와 결혼한 한국인의 자녀에게 대한민국 국적은 주겠지만 한국인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벌어진 외국인 어린이 차별 논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한 차별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올해 어린이날은 특별하다. 어린이날이 선포된 지 100년 되는 해에 맞는 100번째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으며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차별에 고통받고 있지는 않은지 꼭 생각해 봤으면 한다.
  • [기고] 민생 위한 기업인 특별사면 기대한다/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민생 위한 기업인 특별사면 기대한다/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 청원에 대한 답변 영상에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솔깃한 변화가 감지됐다. 조만간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종합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예측된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특정인에 대한 사면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에 결행하는 특별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한 정권의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돼 왔다. 촛불집회로 정권을 교체한 문재인 정부의 5년이 금세 흘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3년 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리무중인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엄청난 파급효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고령화·초저출산의 인구절벽, 디지털 기술 변화, 지속가능한 기업에 대한 민관 기술·경제 협력이 필요한 대전환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혁신 성장정책’을 내세워 기업 혁신을 이끌려고 했지만 규제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많은 기업은 신사업 투자를 주저했다. 정부의 선의로 추진된 경제정책의 충격파로 노동시장의 불평등은 심화하고, 국민 생활은 직격탄을 맞았다. 폐업, 실직, 빈곤으로 점철된 위기이자 빙하기였다. 고용시장도 위중한 상태였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말과 같이 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산업·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신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경제의 디딤돌 역할을 맡아야 한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만들고 경제 회생을 도모해야 한다. 질 좋은 고용 창출을 위해 기업이 부담감을 덜어 낼 만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세계 경제의 생존 경쟁에서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상부상조가 중요한 시기다. 정부는 투자 환경의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지원자 역할을 책임져야 한다. 나아가 고용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용정책 보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도 민생을 위해 과감하게 동참해 경제 성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욕이 깃든 역사 속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휴일(5월 8일)이 마침 자혜로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 연등회는 국민 화합의 축제와 큰 기쁨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과 동행했던 대통령으로서 민생을 위해 기업인을 특별사면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5월 3일
  • ‘한국 발레의 대모’ 김정욱 前 세종대 교수 별세

    ‘한국 발레의 대모’ 김정욱 前 세종대 교수 별세

    1960년대부터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 무용과 교수를 지내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 낸 ‘한국 발레의 대모’ 김정욱 전 한국발레협회 회장이 2일 세상을 떠났다. 96세. 함남 북청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 신무용의 창시자 최승희(1911∼1969)에게 무용을 배웠다. 1942∼1944년 일본여자체육전문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한 뒤 진명여고 등의 무용부 교사로 활동하다 1963년 수도여자사범대학으로 옮겼다. 1980년 한국발레협회 창립 때 부회장을 맡았고, 1998년에는 사단법인 한국발레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한국 전통과 발레의 결합을 고민했고, 1973년 ‘춘향전’, 1974년 ‘나뭇꾼과 선녀’, 1987년 ‘콩쥐팥쥐’를 무대에 올렸다. 유족은 딸 김지현씨와 사위 정영용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4일 오전 5시 40분, 장지 에덴낙원메모리얼파크. (02)3010-2000.
  • “시크·매혹·러블리 변신 영웅”

    “시크·매혹·러블리 변신 영웅”

    가수 임영웅(31)이 데뷔 6년 만에 처음 정규 앨범을 내고 발라드 가수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2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첫 앨범 ‘아임 히어로’를 공개한 임영웅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팬분들도 저도 정말 오래 기다린 앨범인 만큼 떨리고 기대된다”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간 임영웅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는 ‘트로트 가수’였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곡이 담긴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 변신을 꾀하는 것은 물론 남자 솔로 가수로서 존재감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임영웅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분야에서 어색함 없이 실력을 보여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무엇보다 저와 팬들, 누군가의 이야기가 제 노래를 통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가수 이적이 작사·작곡에 참여하고 작곡가 정재일이 스트링 편곡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3일 공개되는 뮤직비디오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촬영돼 웅장함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주제가(OST)로 사랑받고 있는 동명의 곡을 비롯해 ‘보금자리’, ‘아비앙또’ 등 다채로운 색을 자랑하는 12곡이 수록됐다. 앞서 임영웅은 자체 유튜브 콘텐츠 ‘리로드’를 통해 설운도,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 박상철, 딕펑스 김현우, 윤명선 등 화려한 아티스트들이 작사, 작곡, 편곡 등에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다. 다 만들었던 것도 부족하다 싶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완벽한 만족은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KBS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 중 ‘사랑은 늘 도망가’ 등 드라마 OST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임영웅은 “드라마 스토리와 OST가 어우러졌을 때 감동이 커진다는 걸 직접 느꼈다”며 “노래에 담긴 진심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이번 앨범에는 사람과 사랑, 세상 이야기가 모두 담겼다”며 “시크하고,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임영웅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는 6일부터는 고양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도 개최하는 임영웅은 “‘피케팅’(피+티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매가 어렵다고 들었다.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이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했다.
  •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 별세… 생존자 11명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 별세… 생존자 11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지난 1일 98세 일기로 별세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1명으로 줄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이날 오후 8시 58분쯤 세상을 떠났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경남 창원시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투병하던 중 패혈증 증상으로 창원한마음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김 할머니는 1924년 2월 7일(음력)에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취업을 시켜 준다는 꾐에 빠져 중국에 가서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 해방 후 귀국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김 할머니께서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며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분들께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빈소는 마산의료원 303호, 발인은 4일 오전 7시 30분이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구독’과 ‘좋아요’를 낙점하시오...제주 추사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구독’과 ‘좋아요’를 낙점하시오...제주 추사관

    ‘겨울 추위가 오고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구나.’(‘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논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는 조선시대판 페이스북이었고, 트위터였고, 인스타그램이었다. 1844년 새해를 앞두고 추사는 자신의 충직한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3~1865)에게 띄운 그림 엽서같은 세화(歲畫)가 바로 ‘세한도(歲寒圖)’였다.이에 이상적은 ‘세한도’를 들고, 북경으로 들어가 청나라의 유명한 학자인 장악진(章岳鎭)을 비롯하여 청의 지식인 16명에게 세한도 그림의 찬시를 받아낸다. 한 마디로 ‘좋아요’와 ‘추천’의 글귀인 셈이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세한도에는 수많은 찬시와 배관기(拜觀記:작품을 감상한 글을 그림에 붙은 한지에다가 적는 것)가 댓글처럼 붙는다. 김석준(金奭準)을 위시하여 오세창(吳世昌), 이시영(李始榮) 같은 당대의 명사들의 눈도장과 감상 글이 차곡차곡 세한도 두루마리의 꼬리를 키워 나간다. 그리하여 ‘세한도(歲寒圖)’는 1,469.5cm의 긴 두루마리로 남게 되었다. 거의 15미터나 되는 ‘댓글’과 ‘좋아요’와 ‘추천’의 글귀 가득한 ‘세한도(歲寒圖)’를 만든 추사의 마음을 만나러 제주도에 가 보자.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번지. 바로 제주 추사관(秋史館)이 위치한 곳이다. 혹자들은 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추사관(秋史館)을 두고 볼품없고 초라한 정미소 같은 건물 행색을 드러낸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당초 제주 추사관(秋史館)은 과천의 추사박물관과는 궤를 조금은 달리하는 곳이다. 제주 추사관(秋史館)은 추사의 삶을 아는 이들에게는, 특히 1840년(헌종 6년), 55세에 제주도 척박한 땅에 위리안치(圍籬安置: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돌리고 그 안에 사람을 가둠) 유배객 처지의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큰 공간이다.사실 추사의 집안은 금수저를 넘어서서 다이아몬드 수저급이다. 증조모가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였으며 아버지 김노경은 병조판서를 지냈을 정도이니 그의 집안은 한양 내에서도 손꼽히던 경주김씨 정통 세도가였다. 하지만 안동김씨와 정치적 적대관계로 접어들게 되면서 그의 삶은 격랑을 맞이하였고 정치적으로 패퇴한 추사는 결국 제주도까지 귀양을 오게 된다.  더구나 당시 안동 김씨 문중에서는 끊임없이 추사에게 사약을 내려야한다는 장계를 조정에 올리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추사의 사회적 삶은 거의 끝난 상태였다. 이즈음에 등장한 충직한 제자가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는 역관으로 중국을 드나들며 귀하디 귀한 중국 서적들을 구해 스승인 추사에게 보냈고, 추사는 그의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세한도(歲寒圖)’라는 그림 한 조각과 고마움을 담은 글귀가 전부였다. 하지만 스승의 마음을 받든 이상적은 감격하였고 ‘세한도(歲寒圖)’는 중국과 일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된다.바로 이러하기에 제주의 추사관은 당시 유배객으로서의 추사를 그려내야 하였고, 오로지 정신만 남은 그의 시간을 담아야 했다. 삼각형의 단순한 박공지붕에 감자창고 같은 제주의 추사관은 2010년 이렇게 만들어진다. 황량하고 황폐하고 황무지 밭 가득한 서귀포 한구석에 남아있는 추사의 오롯한 마음을 드러내기에 제주 추사관은 더할 나위가 없다.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욕망의 군더더기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절망의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던 추사의 혼이 느껴진다. 자, 이러하니 우리는 제주 추사관에서는 ‘세한도’ 그림 너머에 있던 소담하고 질박한 추사의 정신을 만나러 가자.   <제주 추사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혼자, 오롯이 혼자. 위기의 중년을 맞이한 50대. 삶의 짐을 지고있는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 자가운전은 제주시 출발 : 1135번 도로(평화로) → 안성교차로에서 우회전 서귀포시 출발 : 1132번 도로 → 안성교차로에서 직전   대중교통(1시간 20분 소요)은 제주공항 출발 : 151번 버스(보성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5분) 서귀포 구 터미널 출발 : 202번 버스(인성리 남문지앞사거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5분)   4. 제주 추사관의 특징은?  - 정치적으로 패배한 조선시대 양반 유배지로서의 공간이다 보니 무얼 그리 볼 것이 많지는 않다. 다만, 당시 서귀포의 한 귀퉁이 망망한 추사의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다.   5. 방문 전 유의 사항은?  - 최소한 나무위키에서라도 추사의 삶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가자. 어차피 세한도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6. 제주 추사관에서 꼭 볼 곳은?  - 추사관 건축물 자체, 추사관 주변의 황량함!!(이게 추사관의 건립 목적임)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추사관 바로 옆에 동네 밥집 몇 군데가 있다. 말 그대로 제주 동네 밥집이다. 학교나 관공서, 아파트 주변 동네 식당이나 동네 시장 주변 추천!! 이건 여행의 국룰이다. 그만 발 닿고 시간 멈추는 동네 식당에서 한 끼를 드시길. 제주 추사관 여행은 그러해야 한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jeju.go.kr/chusa/index.htm   9. 제주 추사관의 관람 안내는?  - 관람시간 : 오전 09:00~18:00(입장 마감시간 17:30)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 람 료 : 무료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50대 중반인 서울 양반 추사의 고단한 제주에서의 삶. 세한도라는 그림을 통해서라도 그를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어느 시대에서나 위기의 삶은 존재했었고 추사는 그러한 삶을 살다가 갔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그때도 그러했다.  
  • “육아는 양보다 질” 오은영 박사의 ‘부모십계명’

    “육아는 양보다 질” 오은영 박사의 ‘부모십계명’

    “매일 지갑에 지니고 다녀요.” 삼둥이 아빠로 유명한 배우 송일국(51)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둔 2일 한 행사에 참석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부모 십계명’을 읽었다. 오은영 박사는 저서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에서 육아의 기본은 인내라고 강조한다. 오은영 박사는 “욱하는 것만큼 꼭 피해야 한다. 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다. 평상시에는 아이를 잘 보호하다가 갑자기 아이에게 욱하면서 화를 내면, 아이는 혼란스럽다”라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10가지를 당부했다. 1. 아이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오 박사는 “아이 말을 끊으면 부모에게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라며 끝까지 경청할 것을 권했다. 2.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세요. 오 박사는 “학습 지도나 밥 차려 주기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사랑의 표현은 부모만이 할 수 있다”라며 훈육을 할 때도 찡그리기 보다는 사무적인 표정으로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 여러 사람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오 박사는 “누구나 창피 당한 기억은 잊고 싶기 때문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4. 때리지 마세요. 오 박사는 “부모에게 맞으면 아이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고 느낀다”라며 “체벌의 90% 이상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5. 그렇다고 버릇없이 키우진 마세요. 오 박사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딱 잘라 얘기해야 한다”라며 소리 지르지 않고도 얼마든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6.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마세요. 오 박사는 “사실이 아닌 말로 그 순간만 모면하려 하면 아이는 부모를 믿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7.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지 마세요. 오 박사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행동”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 자녀에게 사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오 박사는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용서해 준다”라며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는 등 옳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9. 아이가 “엄마 아빠 정말 미워”라고 화낼 때 너무 속상해하거나 같이 화내지 마세요. 오 박사는 “아이가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게 된다”라며 아이의 감정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10. 아빠들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더 신경 쓰세요. 오 박사는 “일주일에 한 번을 놀더라도 진심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라며 함께 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 文 사면 안 할 듯…전여옥 “김경수 사면 중요” 빗나간 예측?

    文 사면 안 할 듯…전여옥 “김경수 사면 중요” 빗나간 예측?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마지막 사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이와 달리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날 예측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사면을 고민했으나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러한 분위기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통화에서 “사면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사면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 “文 정권 만든 김경수 사면할 것” 전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게 김 전 경남지사”라며 “퇴임 앞둔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사면세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 사면이 그렇게 중한 것”이라며 “김 지사는 ‘문재인 붕어빵’이다. 성격, 행동이 비슷하다”고 적었다. 그는 “쏙 빼닮은 자식이 예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려는 것은 인간적 관계도 있지만 앞으로 김 전 지사를 대권후보로 키우려는 속셈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까지 사면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라며 “정 교수를 풀어주면 온갖 ‘가짜’와 ‘아빠·엄마 찬스’ 등 이 세상 모든 잡범들까지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사면, 현재로선 어려워 그러나 2일 청와대 안팎에 사면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오는 3일 예정됐으나 하루 전인 이날 현재까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 소집 통보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 사면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사면안을 올리는 방안도 나오지만 현재 고려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안팎에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김 전 지사, 이 부회장, 조 전 장관 부인 정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사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 분들의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사법 정의에 부딪힐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밝혔다.
  • 첫 앨범 임영웅 “‘영웅시대’ 만날 생각에 설레…맘껏 떼창해요”

    첫 앨범 임영웅 “‘영웅시대’ 만날 생각에 설레…맘껏 떼창해요”

    가수 임영웅이 데뷔 후 6년 만에 처음 정규 앨범을 내고 발라드 가수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2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첫 앨범 ‘아임 히어로’를 공개하는 임영웅은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팬분들도 저도 정말 오래 기다린 앨범인 만큼 떨리고 기대된다”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간 임영웅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는 ‘트로트 가수’였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곡이 담긴 이번 앨범을 통해서 음악적 변신을 꾀하는 것을 물론 남자 솔로 가수로서 존재감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영웅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분야에서 어색함 없이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무엇보다 저와 팬들, 누군가의 이야기가 노래를 통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가수 이적이 작사·작곡에 참여하고 작곡가 정재일이 스트링 편곡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3일 공개되는 뮤직비디오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촬영돼 웅장함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OST로 사랑받고 있는 동명의 곡을 비롯해 ‘보금자리’, ‘아비앙또’ 등 다채로운 색을 자랑하는 노래 12곡이 수록됐다. 앞서 임영웅은 자체 유튜브 콘텐츠 ‘리로드’를 통해 설운도,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 박상철, 딕펑스 김현우, 윤명선 등 화려한 아티스트들이 작사, 작곡, 편곡 등에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다. 다 만들었던 것도 부족하다 싶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완벽한 만족은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KBS ‘신사와 아가씨’ 중 ‘사랑은 늘 도망가’, tvN ‘우리들의 블루스’ 등 드라마 OST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임영웅은 “드라마 스토리와 OST가 어우러졌을 때 감동이 커진다는 걸 직접 느꼈다”며 “노래에 담긴 진심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이번 앨범에는 사람과 사랑, 세상 이야기가 모두 담겼다”며 “시크하고,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임영웅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일부터는 고양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도 개최하는 임영웅은 “‘피켓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매가 어렵다고 들었다.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이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제게 늘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팬클럽 ‘영웅시대’가 나의 영웅”이라며 “드디어 팬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생각에 저 역시 설렌다. 함께 떼창하고, 즐겁게 소리지르며 놀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가슴 밑라인 노출 패션 ‘언더붑’ 한국서도 유행할까 [넷만세]

    가슴 밑라인 노출 패션 ‘언더붑’ 한국서도 유행할까 [넷만세]

    가슴 밑라인을 드러내는 패션인 ‘언더붑’(Underboob) 스타일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패셔니스타를 중심으로 이미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언더붑 패션이 최근 몇몇 한국 연예인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유행할지 관심이 뜨겁다. 1일 네이트판에는 ‘언더붑 패션 검열’을 주제로 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도 언더붑 극혐(극도로 혐오)”이라면서도 “(일부 여성 네티즌들이) 여성 인권 위하는 척 (언더붑 패션을) 검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 옷차림 검열해놓고 나중엔 또 사회가 억압한 척할 것”이라는 게 글쓴이의 논리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가슴 일부를 드러낸 언더붑 패션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남자 패션은 한결같은데 여자 패션은 점점 노출이 많아지고 불편해진다”, “인권이 격하될수록 노출이 늘어나다”, “상식적으로 팔 하나도 편하게 못올리는 옷이 유행하는게 말이 되느냐” 등 의견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여자들 노출 용납 안 된다. 선진국일수록 노브라에 노출 심해지고 억압 없다”, “이렇게 옷차림 검열하는 게 여성혐오다” 등 반대 의견도 이어졌다.다음 카페 여성시대에서는 언더붑 패션이 한국에서 유행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게 유행하면 가슴 잡아주는 성형 등이 유행할까봐 끔찍하다”, “손 들거나 바람 불면 바로 가슴 다 보인다. 남자를 위한 옷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펨코)에서는 “누가 입으라고 시켰나”, “입을 사람은 입고 아닌 사람들은 안 입으면 그만”이라며 섣부른 우려를 경계했다. 한편에서는 “클론룩 됐으면 좋겠다”, “이런 유행은 오래 가야 한다” 등 여성들의 노출 패션을 환영하는 반응도 나왔다.언더붑 패션이 국내에서도 점차 자주 소개되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언더붑 차림의 미국 톱모델 캔달 제너가 옷을 끌어내리며 가슴 노출을 피하려 하는 사진을 놓고 “조신하게 옷섶 끌어내린 이 사진 한 장으로 언더붑 패션이 팔아먹으려던 주체성, 도발, 발칙, 섹시, 거침없음 등 이미지는 나락 갔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외국처럼 노브라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언더붑 패션이 유행하면 이해하겠는데, 노브라는 뭐라 하는 우리나라에서 언더붑이 유행하려 하는 게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들어 여러 연예인들이 언더붑 패션을 선보이며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가수 비비는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 미국 토크쇼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에 출연한 모습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과감한 언더붑 패션을 선보인 모습이 담겼다.세계적인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도 지난 2022 S/S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언더붑 패션을 선보였다. 2일 데뷔하는 ‘하이브 첫 걸그룹’ 르세라핌의 김채원은 앞서 티저 영상을 통해 언더붑 패션을 연출했다. 해외 패션계에서는 짧은 기장의 상의인 크롭톱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기장이 극단까지 짧아진 언더붑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톱모델 벨라 하디드, 카녜이 웨스트와의 열애설로 최근 화제가 된 줄리아 폭스, 미국의 대표적인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 등 많은 유명인들이 꾸준히 언더붑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김제동 “여자친구 있다” 고백…이승기 ‘울컥’

    김제동 “여자친구 있다” 고백…이승기 ‘울컥’

    방송인 김제동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역대급 거짓말로 ‘집사부일체’ 멤버들을 완벽하게 속였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공간 컨설팅 전문가이자 건축가 유현준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침대 사진을 본 양세형은 “너무 외롭다”고 했고, 유현준은 “딱 봐도 외로워 보인다. 침대가 한쪽 벽에 붙어있지 않나. 그건 혼자 잔다는 뜻이다. 둘이 자면 양쪽으로 나와야하기 때문에 침대가 벽에 붙어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현준은 “이 분은 외로움 그 자체다. 외로움의 대명사”라고 돌직구를 날렸고, 이후 등장한 클라이언트K는 방송인 김제동이었다. ‘집사부일체’ 멤버들은 김제동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음을 확신하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김제동은 “나한테는 여자친구 공개가 남들에게 결혼 정도의 수준은 되지”라면서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사실인 듯 이야기했다. 김제동의 절친 유현준도 “진짜냐”면서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유현준은 “그 때 우리 같이 밥 먹었던 사람이냐”고 물었고, 김제동은 “그 때는 여자친구라고 얘기를 안 했었다. 여기 나왔으니까 여자친구한테 영상편지라도 한 번 보내겠다”고 했다. 김제동은 “긴 시간동안 기다렸다. 현준이 형한테 얘기해서 공간도 좀 꾸미고, 네가 있을 공간이기 때문에 네가 하는 얘기 없이는 세상 어떤 건축가의 얘기도 듣지 않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제동의 진심에 멤버들은 감탄했고, 특히 은지원은 “이건 프러포즈다”라면서 놀랐다. 하지만 이내 김제동은 “만나서 또 얘기하자. 지금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내가 너라고 부를지, 누나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말했다. 김제동의 말에 그제서야 이 모든 것이 김제동의 장난이었음을 눈치챘다. 은지원은 “미친 거 아냐?”라면서 분노했고, 이승기는 “간만에 진상을 보네”라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큰 웃음을 줬다. ‘집사부일체’ 멤버들의 불같은 반응에 김제동은 “처음에는 한두 번 장난치고 끝내려고 했는데, 세형이가 너무 진심으로 기뻐하고, 승기가 울컥하면서 좋아하니까 사실대로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미안해했다. 양세형은 “잠깐이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했고, 감동까지 받았었다”면서 허탈해했다. 김제동은 “신혼집이라기보다는 혼자가 아닌 둘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지 궁금해서 인테리어를 의뢰한 것은 맞다”면서 누군가와 함께 집에서 살아갈 소망을 드러냈다.
  • [사진] 사랑에 빠진 犬, 로미오와 줄리엣...밤마다 몰래 담벼락 키스

    [사진] 사랑에 빠진 犬, 로미오와 줄리엣...밤마다 몰래 담벼락 키스

    세상이 잠든 사이 밀회를 즐기는 반려견 커플의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페루의 한 여성이 최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영상은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 1마리 개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개는 한 주택의 창문 앞에 다소곳이 앉더니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 창밖을 내다봐주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잠시 후 개가 기다리던 주인공이 창문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에 앉은 개가 기다리던 건 이 집의 반려견이었다.  두 마리 개는 서로 마주보게 되자 보고 싶었다는 듯 서로 가까이 하려 한다. 길에 앉아 있던 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앞발을 벽에 딛고 몸을 일으키고, 집안에 있는 개도 상대 개가 너무 그리웠다는 듯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두 마리 개는 얼굴을 비벼대며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두 마리 개는 마치 키스를 하는 듯한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상을 공유한 여성에 따르면 한밤에 남의 집 창문을 찾아간 개는 수컷,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민 개는 암컷이다. 한 동네에 사는 두 마리 개는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다.  수컷 개는 견주가 자유롭게 외출을 허락해 언제든 혼자 세상구경을 하지만 암컷 개는 꽤나 엄한 견주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자유로운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암컷이 외출을 하지 못해 데이트가 불가능한 두 마리 개는 언제나 수컷이 찾아가 밀회를 즐긴다. 수컷은 여자친구와의 만남에 방해를 받기 싫다는 듯 인적이 드문 밤이나 새벽에 암컷의 집을 찾아간다.  창문 앞에 조용히 앉아 꼬리를 흔들고 있으면 어떻게 아는지 암컷은 곧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을 촬영한 여성은 "두 마리 개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일 아무도 모르게 밀회를 즐기며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은 중남미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나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 같다. 저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소설이나 웹툰 소재로도 손색이 없겠다" "동물세계 로미오와 줄리엣이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사랑에 빠진 개 커플을 '도그미오(도그와 로미오의 합성어)와 줄리엣'으로 불러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소아 환자에 1억 기부한 이영애 “재산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고…”

    소아 환자에 1억 기부한 이영애 “재산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고…”

    배우 이영애(51)씨가 소아암이나 희소 질환으로 바깥출입이 어려운 어린이의 나들이를 돕고자 1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1일 앰뷸런스 소원재단(이사장 김신 전 대법관)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경기도 양평의 재단 사무실을 찾아와 재단 대표인 송길원 목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앰뷸런스 소원재단은 호스피스 환우나 말기암 환자들의 ‘소원 들어주기’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다. 외출이 어려운 호스피스 환우 등을 앰뷸런스에 태워 바닷가나 공연장, 박물관 등 평소 가고 싶어했던 곳까지 동행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 소원재단은 봉사대상을 소아암이나 희소 질환 어린이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소아용 특수 앰뷸런스 차량을 물색해왔다. 이를 전해 들은 이씨가 어린 환우들의 나들이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한다. 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송 목사 등을 만나 “앞선 세대가 땀 흘려 우리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었는데 당연히 자신이 속한 세상과 공동체에 보답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재산을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아름답겠지요”라며 기부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고 한다. 소원재단은 이씨의 기부금으로 어린 환우들을 위한 전용 앰뷸런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미리 확보한 15인승 규모 승합차 내부에 2~3명의 어린 환우가 엄마, 아빠와 함께 탄 채 장난감이나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미고 영상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도 설치하기로 했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회복을 향한 첫발을 떼며/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회복을 향한 첫발을 떼며/정신과의사

    만성 조현병 환자인 A씨에게는 방랑벽이 있었다. 주증상은 환청과 피해 망상이었지만, 병원 치료 시작 전까지 그는 전국을 떠돌며 역전에서 노숙을 했다. 험한 일도 여러 번 당했었다는데, 과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부산의 모 복지원에 수용된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토박이인 A씨가 어쩌다 부산까지 가서 그런 일을 겪게 됐는지 물어봤을 때 그가 해 준 이야기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어요. 하루는 기차의 행선지들을 보고 있는데, ‘부산’의 ‘부’ 글자가 마치 아버지 ‘부’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제가 아버지 없이 자랐거든요. 아버지 얼굴도 몰라요. 그런데 갑자기 부산에 가면 아버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리로 와’라는 아버지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도 했고요. 무임승차로 부산엘 갔죠. 부산역전에서 노숙을 하다가 경찰에게 잡혔는데, 보호자가 없다고 거길 보내더라구요.” ‘부산’은 한자로 ‘아버지 부(父)’가 아닌 ‘가마 부(釜)’ 자를 쓴다. A씨가 한자를 잘 알았더라면, 그래서 ‘부산’은 ‘父山’이 아니라 ‘釜山’이란 것을 알았더라면 그때 무임승차로 부산까지 가지는 않았으려나. 그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 한번은 만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언젠가 A씨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금도 언젠가 아버지가 날 보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사실 저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니까 봐도 아버지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생각은 해 보는 거예요. 정말 우리 아버지가 면회를 올 수도 있을까요?” A씨도 그렇지만 정신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에겐 가족 면회가 큰 기쁨이다. 익숙한 이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은 환자의 빠른 회복과 사회 복귀에 많은 도움이 된다. 환자의 상태가 위중한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따로 면회 제한은 없으니 가족이 올 수만 있다면 매일 면회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상 가족이 자주 면회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 면회를 거르지 않는 가족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에 존경스럽기도 하다. 물론 병원에서도 열심히 치료하지만, 어차피 환자가 돌아갈 곳은 지역사회와 가족이니 면회 그리고 외부 활동을 통한 사회적 접촉의 확대가 환자의 재활에 필수적임은 부연이 더 필요 없을 것이다. 요새 A씨는 퇴원해 지역사회 복지시설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그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을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가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기적적으로 아버지가 찾아온다 해도 그가 여전히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었다면 지난 2년간 부자 상봉은 불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초반부터 정신병원은 방역 지침에 따라 대면 접촉 면회가 전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 병원 진료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외박이나 외출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양병원에는 일시적으로 허용되던 명절 면회도, 지난 4월 18일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도 정신병원만은 예외였다. 코로나 사태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겠지만, 정신병원의 입원 환자들 역시 그렇게 길고 힘든 2년을 보냈다. 다행히 지난 4월 30일부터는 정신병원도 대면 면회가 조건부로 허용됐다. 비록 3주 한정의 짧은 기간이지만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세상이 하나씩 일상을 회복해 갈 때 부러운 눈길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 환자들도 이제 회복의 대열에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부디 단절의 시간으로 다시 뒷걸음질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2년 만의 가족 면회를 준비하는 의료진의 마음 역시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렌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5월 2일
  • 왜군 선발대 도강 막아 북상 지체시켜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왜군 선발대 도강 막아 북상 지체시켜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강원도 조방장(助防將·주장을 도와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장수) 원호(元豪·1533~1592)는 남한강 물길이 경기도로 흘러드는 여주에서 도성으로 향하는 왜군 선발대에 맞섰다. 원호 군사가 남한강을 가로막자 왜군의 북상은 한동안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원호는 양평 개군과 여주 금사를 잇는 구미포 나루터에서도 왜적 잔류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함경도를 휩쓸고 강원도로 남하하는 왜군을 김화에서 저지하다 격전 끝에 낭떠러지에 몸을 던져 순국했다. 원호 장군의 승전 소식은 선조수정실록 1592년 5월 1일자에 처음 보인다. ‘원호가 여강(驪江)에서 적을 공격해 섬멸시켰다. 원호는 강원도 조방장으로 여강의 벽사(寺)에 주둔하여 적이 나루를 건너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선조실록 5월 22일자에는 원호가 ‘심상치 않은 승리’를 거둔 듯하지만 왜적의 머리를 베지 못하고 전리품만 올려보냈다고 했다. 그럼에도 승첩을 보고했으니 걸맞은 상을 내려야 한다는 주청이 이어졌다. 원호는 1567년 무과에 급제하고 오랫동안 함경도 북변에서 활약했다. ‘이탕개의 난’ 때는 엄동설한에 종일 활을 쏘다 손가락이 잘려나가기도 했다는 강골이다. ●고니시 선발대의 발목 잡아 여강은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을 이른다. 벽사는 신륵사의 다른 이름이다. 신륵사에는 지금도 벽돌을 쌓은 전탑(塼塔)이 있다. 이 벽돌탑의 존재로 옛 사람들은 신륵사를 벽사라고 불렀다. 신륵사 앞 남한강에는 1964년 여주대교가 놓였다. 통행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1994년 지금 보이는 새 여주대교가 지어졌다. 원호는 여주박물관과 여주도자세상·여주문화원이 몰려 있는 신륵사국민관광지 주변에서 강을 건너려는 왜적을 막았을 것이다. 신륵사 일주문이 바라보이는 곳에 소설가 박종화가 비문을 지은 ‘원호 장군 임진전승비’가 1990년 세워졌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군 선발대는 4월 13일 부산에 상륙해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점령한 다음 중로(中路)를 택해 양산·밀양·청도·대구·인동·선산을 거쳐 상주에 이르렀다. 여기서 순변사 이일의 조선군을 대파한 뒤 문경으로 진입한다. 가토 기요마사의 제2군은 4월 19일 부산에 상륙한 뒤 경상좌도로 방향을 잡아 장기·기장을 거쳐 울산의 경상좌병영성을 점령하고 경주·영천·신령·의흥·군위를 거쳐 문경에서 고니시군(軍)과 합세했다. 고니시와 가토 연합군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조령을 넘어 충주 탄금대에서 신립의 조선중앙군을 궤멸시켰다. 충주에서 고니시 선발대는 여주와 양근을 거쳐 동대문으로 도성에 들어가고. 가토 제2군은 죽산과 용인을 거쳐 남대문으로 입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근은 양평의 일부다. 1908년 양근과 지평을 합치면서 두 지역에서 한 글자씩 따와 양평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원호의 300명 남짓한 군사가 나루터를 파수하자 왜군은 며칠 동안이나 강을 건너지 못했다. 원호의 군사는 왜군이 강을 건너려고 할 때마다 공격해 도강(渡江) 의지를 꺾었다. 하지만 여주는 경기도 땅이고 원호는 강원도 조방장이었다. 원호는 강원도 관찰사 유영길이 격문으로 보낸 ‘본도 방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호와 그의 군사가 강원도로 소환되자 고니시 선발대는 어려움 없이 남한강을 건널 수 있었다. 조방장은 변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조정이 파견하는 경장(京將)이지만 방어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란 당시 전국 각 도의 관찰사는 방어사를 겸하며 군사권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근왕군을 이끌던 전라도 순찰사 이광이 ‘왜군이 도성을 점령했으니 국사(國事)가 이미 그릇되었다’는 내용의 격문을 곳곳에 보내고 강원도 군사마저 와해되는 상황에 이르자 원호는 다시 남한강으로 돌아와 지역 군사를 불러모았다. 선조실록에는 비변사가 ‘원호가 향병(鄕兵)을 소집해 여주 위쪽에서 잇따라 적을 죽이거나 생포하는 공을 세웠습니다. 백성들이 감동하고 있으니 원호를 여주군수에 제수하소서. 그리고 조방장을 겸임시켜 강원·경기 양도(兩道)의 적을 초멸하는 데 온 힘을 쓰게 하소서’라고 임금에게 아뢰는 대목이 보인다. 원호의 군사는 여주를 중심으로 남한강 북쪽을 폭넓게 오가는 게릴라전으로 여러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유영길의 정치적 횡포’ 당쟁 시각도 선조수정실록은 ‘원호가 적이 구미포에 주둔한 것을 보고 새벽에 습격해 50여 급을 베니 나머지는 도망쳤다. 이로부터 적이 여주의 길에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유영길이 다시 격문을 보내 원호를 불렀다’고 했다. 신륵사에서 구미포에 가려면 양수리 방향으로 30분 이상을 달려야 하니 꽤 멀다. 구미포 전투로 여강 북쪽의 지평, 양근, 가평은 왜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원호가 떠남에 따라 이 지역은 다시 왜군의 통행로가 됐다. 유영길의 잇따른 원호 부대 소환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본격화되기 시작한 당쟁과 연결시켜 ‘서인 원호에 대한 북인 유영길의 정치적 횡포’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왜란 발발 직후 조정에서 임명한 원호는 아마도 도성을 오가는 왜적을 남한강에서 격퇴하는 것을 소임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반면 강원도 관찰사 유영길은 임지 방어에 역점을 두는 게 당연했고 믿을 만한 휘하병력도 원호의 군사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원호의 집안 원주 원씨는 강원도의 유력 가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향은 지금 경기도다. 원호의 무덤이 있는 장암리는 강원도 원주 땅이었다. 하지만 1914년 경기도에 합쳐지면서 여주군 북내면이 됐다. 장암리는 신륵사에서 북쪽으로 15분 남짓 달리면 나타난다. 신륵사와 남한강은 고향 마을의 초입에 해당한다. 현장을 돌아보면 원호에게는 나라를 지키면서, 동시에 고향에도 왜적의 발길이 닿게 하지 않겠다는 본능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호는 양주 평구의 이진자 김덕수로부터 학문을 익혔다. 양주 평구는 오늘날의 남양주 삼패동이다. 김덕수는 중종시대 조광조와 함께 사림을 주도하던 김식의 아들이다. 대동법 시행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김육은 김덕수의 증손자다. 김육은 원호가 충장(忠壯)이라는 시호를 받을 수 있도록 효종에게 올리는 시장(諡狀)을 짓기도 했다. 서인의 중진 윤두수·윤근수 형제는 김덕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절친이다. 더구나 원호의 아들 원유남과 손자 원두표는 훗날 서인이 북인을 몰아낸 인조반정의 공신이 된다.●“강원도에 적 막을 인물 하나도 없다” 반면 유영길의 동생 유영경은 이산해와 세력을 양분했던 북인의 거물이다. 1594년 유영길을 한성부 우윤에 임명하는 선조실록에는 ‘본성이 교만하고 경망하였다. 시종 현명하거나 능력 있는 사람 해치는 것을 자기 임무로 삼았다. 그가 관동의 관찰사로 나아가서는 원호를 다급히 재촉해 끝내 죽어서 돌아오는 흉화를 일으켰다’는 사관의 첨언이 담겼다. 상식을 넘어서는 혹평일수록 당파적 시각의 개입을 의심하게 된다. 북인이 몰락하고 서인의 세상이 되면서 원호를 높이고 유영길을 낮추는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됐다. 앞선 선조실록 기사에서 비변사가 상주한 대로 선조는 원호에 여주군수와 강원도·경기도 조방장을 제수했다. 하지만 원호가 전사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원호가 경기도 조방장에 여주군수 직함까지 갖고 있었다면 유영길이 또 다른 임지인 여주에 머물던 여주군수 겸 경기도 조방장 원호를 소환할 명분은 크지 않다. 원호의 최후를 선조수정실록은 이렇게 서술한다. ‘조방장 원호가 전사했다. 적이 이미 관북에 침입해 경성(鏡城)에 이르렀다. 유영길이 원호로 하여금 김화의 적을 공격하게 했는데, 적이 복병을 두어 원호는 포위되고 형세가 위축되어 마침내 해를 입었고 병사들도 탈출한 자가 적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 ‘이로써 강원도에는 적에 대항할 인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적었다.
  •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불현듯 그날 밤 광장에서의 횃불 시위의 광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연시빛 불빛에 따스하게 젖어 흔들리던 그 이름 모를 수많은 얼굴들. 어둠이 깔린 거리를 따라 흐르던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렬. 수천 수만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부르던 노래… 이내 짙은 잿빛의 수면 위로, 누군가의 얼굴들이 물방울처럼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윤상현, 무석형, 칠수, 순임이, 민태, 민호…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얼굴들. (중략) 저만치 맞은편 섬의 둥근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늦은 봄날의 아침이었다.” -임철우 ‘봄날5’ 중에서1998년은 소설가 임철우가 등단한 지 17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는 18년이 되는 때였고, 소설 ‘봄날’이 다섯 권으로 완간된 해였다. 임철우는 꼬박 10년에 걸쳐서 ‘봄날’을 집필했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국 문학사 최초로 광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기록으로 읽으라니. 이는 어떤 층위로 해석해야 하는가. “하느님, 제가 그날을 소설로 쓰겠습니다.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이것은 소설 속의 대사가 아니다. 생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사코 그것만을 꼭 써내고자 한 사람의 혈성이며, 광주항쟁을 온몸으로 겪고 살아남은 자가 내지른 속울음의 다른 말이다. 기록자로서 기꺼이 신의 몸주가 되기를 자청한 이의 운명적 토설이자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총성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고 기록한 자가 토해 내는 숨비소리다. “이건 아무래도 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쓰는 내내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게 구속당해 있었다. 자유도 없었다. 십 년 동안, 자신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대리인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열흘 동안,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남들한테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현실이다, 수없이 더듬고 주물러야 하는 현실….”(조경란, ‘십 년 동안의 고독’ 중 임철우 인터뷰)●비유·상징 은폐됐던 5·18 꺼낸 작품 소설 ‘봄날’의 다섯 권은 에필로그까지 포함해 전 8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소설은 오롯이 광주항쟁만을 그리고 있다. 그전까지 그 사건에 대한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에 관한 한 최대치로 우회하거나 비유를 통째로 쏟아부어야 했고 지명을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일은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1998년은 아니 그가 ‘봄날’을 쓰기 시작한 1980년대는 예술 작품마저도 철저한 검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철저히 비유와 상징으로 은폐된 광주를 임철우가 세상 속으로 꺼내 놓았다. 그리하여 임철우는 처음 호명한 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소설이자 하나의 기록이 되게 하기 위해 온 생을 걸었고, 그의 이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소설은 광주항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1980년 5월 16일의 새벽 산수동 오거리에서 시작돼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아침 전남도청 앞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전체 87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것은 앞서 작가가 밝힌 대로 이야기를 넘어선 어떤 기록이자 피로 쓴 항거 일지라 보아도 무방하다. “끝내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았던 그 봄날 열흘/ 저 잊혀진 도시를 위하여 이 기록을 바친다.”(임철우, ‘봄날1’)임철우는 1954년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에서 태어나 전남대 및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도둑’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물 그림자’, ‘그리운 남쪽,’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전남대 영문과에 73학번으로 입학한 임철우는 혼자 소설 습작을 시작했고 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해 교내 문학상에 두 번 연속으로 당선이 된다. 1980년 5월에는 영문과 4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한 채로 황석영의 소설 ‘한씨 연대기’를 각색한 연극에도 참여한다.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계엄 확대와 휴교령이 내려져 연극 연습을 중단한 채 학생들은 각자 피신을 해야 했다.대학생 임철우는 활화산 같은 시위 현장으로부터 두 번의 부름을 받는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P가 전화를 걸어 동참을 권했던 것이다. 그는 숨어 있던 방문을 열고 나와 약속 장소를 향해 걷는다. “불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러나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가 다가올수록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커졌다. 나도 모르게, 지름길을 놔두고 넓은 차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침내 서점 앞에 왔을 때, 나는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그날 친구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다음날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 시위 현장으로 나갔으나 이번에는 그가 선뜻 손을 들어 친구에게 향하지 못한다. 그는 그때의 선택으로 평생 어떤 마음을 형벌처럼 짊어진 자가 돼 버린다. 자의 반, 운명 반이 이런 때 쓰여도 되는 말일까. “아무 일도 못했다는 사실, 비겁하게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에 끝없이 시달렸다. 그때까지 나를 지탱해 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만 듯한 절망감, 어느새 감쪽같이 살인자들의 몫으로 둔갑해버린, 조작된 정의와 진실에 대한 미칠 것만 같은 분노와 증오에 짓눌린 채 나는 헐떡거렸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항쟁 후 2년간 은거 ‘혼돈의 시간’ 항쟁 이후의 광주는 유언비어와 서로 간의 반목, 사라진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다치고 죽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임철우는 처참해진 광주를 빠져나가 어느 섬과 해남 대흥사 앞에 은거하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낸다. 그로부터 2년쯤 뒤에 서울의 대학원에 진학한 임철우는 “광주사태 때 정말로 그렇게 많이 죽었나? 자네도 직접 봤어?”라는 해맑은 얼굴들 앞에서 깊이 좌절한다. 광주 바깥에서는 그저 폭도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는 그곳의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자가 받은 충격의 강도는 뭇사람이 함부로 짐작하기 어려운 것일 터.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임철우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적어 두었다.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 그가 써낸 중단편들은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비명도 아우성도 아니다. 입이 틀어막힌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모든 나무상자가 관으로 보이고, 냇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같은 분홍빛 조각들이 아이들의 손톱인 세계, 처처에 시취가 물큰거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을 파괴하는 세계, 거듭되는 악몽의 세계, 뚜벅거리는 발자국은 모두 군화 소리이고 모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세계, 무기력한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들의 세계이다. 광주는 그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상징의 성채이다.”(서영채, 임철우론 ‘봄날에 이르는 길’) 임철우는 소설의 화자가 아닌 냉철한 카메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가감 없이 기록했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불가한 것들의 최대치까지도 견뎌낸 까닭일까. 그의 소설에 유독 많이 나오는 부사어는 ‘한사코’다. 작가에게 체화된 단어들 중 하나이리라.억울하게 산화된 영혼들과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은 때로는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신의 소환을 받은 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그것을 읽고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그때의 일을 아직도 현실로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1980년 5월 광주가 과연 ‘지나간’ 일인가. 반성과 후회, 깨달음과 기억은 누구의 몫인가. 그 역사는 지금 다른 옷을 입은 채로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우리 모두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운가. 기억하고 읽는 일이 과연 그것으로 인하여 송두리째 삶을 뺏긴 자들보다 힘들다 말할 수 있는가. 언제나 그 섬에 가고 싶던 등대지기 같은 백년 여관의 작가가 돌담에 혈흔으로 기록한 1980년의 5월의 광주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날의 아침이 한사코 우리 곁으로 다가든 봄날이다. 소설가 이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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