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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타고 서핑까지”…故송해 마지막 광고, 37만명 봤다

    “말 타고 서핑까지”…故송해 마지막 광고, 37만명 봤다

    생전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한 국민MC 고(故) 송해가 다시 “전국~노래자랑”을 외쳤다. 지난 8일 별세한 송해가 출연한 여행 플랫폼 ‘야놀자’ 광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고인을 향한 추모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에 ‘영원한 국민MC 송해 선생님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1분 분량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17일 오후 8시30분 기준 약 37만회를 기록 중이다. 영상은 고령이던 송해가 장시간 광고 촬영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해 딥페이크와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영상에서 송해는 말을 탄 채 바다를 질주하고, 서핑보드를 들고 전력 질주하기도 한다.야놀자 측은 “선생님께서는 마지막까지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셨다”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선생님 뜻에 따라 기술을 활용해 선생님의 활기찬 전성기 모습을 재현했다. 평생을 5000만의 놀이꾼으로 살아오신 송해 선생님, 이제는 하늘에서 더 신나게 노실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이달 초 송해가 모델로 출연하는 광고 캠페인 ‘야놀자해’를 온라인에 공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별세하면서 추모의 의미로 방영을 중단했다. 이후 15일부터 2주간 한시적으로 온라인 채널과 TV 등을 통해 광고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영상 본 네티즌들 “천국에서도 즐거우시길” 추모 영상을 본 네티즌은 “그곳에서는 더 행복하시길 바란다”, “마음이 먹먹하다. 그 동안 고생 많으셨다”, “끝까지 대한민국을 즐겁게 해주고 가시네요!”, “천국~ 노래자랑 하고 계시죠?”등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추모했다.송해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송해의 발인식에는 임하룡, 엄영수 등 후배 80여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유재석과 강호동이 장례위원을 맡는 등 수많은 코미디언이 참여했다. 고인은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해 70여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 1988년 5월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또 지난 4월에는 95세 현역 MC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한편 후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고인은 생전에 ‘제 2의 고향’으로 여겼던 대구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 송해 공원에 안장된 부인 석옥이씨 곁에 안치됐다. 후배들은 “이곳에서 많은 이들과 ‘전국노래자랑’을 외친 것처럼, 이제는 수많은 별과 ‘천국 노래자랑‘을 외쳐달라”고 말하며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송해공원으로 보냈다.
  • ‘서해 피격 공무원’ 아들, 尹 대통령에 “누명 벗겨줘 감사”

    ‘서해 피격 공무원’ 아들, 尹 대통령에 “누명 벗겨줘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2년 전 조사 결과가 정권이 바뀐 뒤 뒤집히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편지로 전했다. 이씨의 부인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대신 읽었다. 아들은 편지에서 “제 아버지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며 “물에 빠진 어민을 구하셔서 표창장도 받으셨지만, 정작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셨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며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멈춰서는 안 되기에 끝없이 외쳐야 했다.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고.”라며 그간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편지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망도 담겼다. 아들은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을 손에 쥐여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락 끝으로 내몬 것이 전 정부였다”며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고 한다”고 했다. 조사 결과를 뒤집어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준 윤 대통령에게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씨 아들은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주신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이씨 유족을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위로한 바 있다. 아들은 편지 중간에 아버지의 이름을 한 자씩 힘주어 부르며 “세상에 대고 떳떳하게 아버지 이름을 밝히고 월북자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도 썼다.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는 2020년 9월 서해상을 표류하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해경은 군 당국의 첩보와 이씨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가 자진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해양경찰서는 전날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과거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에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가 ‘월북 프레임’에 맞춰 수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서 실종된 미국인 2명, 러 군용 트럭 ‘포로 사진’으로 발견

    우크라서 실종된 미국인 2명, 러 군용 트럭 ‘포로 사진’으로 발견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며 자원 입대했다가 실종된 미국인 2명의 최근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됐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은 러시아군의 포로가 된 것으로 보이는 실종된 두 미국인 사진이 16일 텔레그램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지역 전투에 참전한 이들은 각각 앨라배마 출신의 알렉산더 드루크(39)와 앤디 후인(27)으로,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연락이 끊겼다. 이같은 사실은 가족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일부 언론들은 이들이 전투 도중 러시아군의 포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러시아 국방부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미국 존 커비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들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이번에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면 드루크(사진 왼쪽)와 후인은 러시아 군용 트럭 안에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이 확인된다. 또한 일각의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의 건강 상태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CNN 측은 이 사진은 러시아의 한 블로거가 공개한 것으로 정확한 촬영 날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드루크의 모친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무부가 이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아들은 러시아에 맞서 싸울 우크라이나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그곳에 갔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드루크는 이라크 참전용사 출신이며 후인은 2018년 전역한 미 해군 출신이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현재까지 미국인 실종 문제를 러시아 정부에 제기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로부터 이들을 붙잡고 있다는 어떤 언급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두꺼비 덕분에 매출 ‘폴짝’… ‘진로’ 초당 11병씩 팔렸다

    두꺼비 덕분에 매출 ‘폴짝’… ‘진로’ 초당 11병씩 팔렸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소주 ‘진로’가 지난 4월 출시 3주년을 맞았다. 진로는 지난 3년간 누적판매 10억병을 돌파, 1초에 11병씩 판매되는 등 참이슬과 함께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브랜드로 성장했다. 진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판매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1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으며 특히 가정용 제품이 약 37% 성장하며 판매를 견인했다. 홈술족을 겨냥한 팩소주와 페트소주는 전체 가정 판매의 17%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판매도 전년동기대비 8%가량 증가하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유흥용 제품은 약 10% 성장하며 유흥 시장 회복의 신호를 알렸다.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으로 인기몰이 진로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이종 업계와 협업한 두꺼비 캐릭터 상품은 80여종에 달한다. 올해도 다양한 협업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며, 일상에서 진로 브랜드를 체험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처음의 주류 캐릭터숍인 ‘두껍상회’의 전국 순회도 지속된다. 지난 5월 11번째 두껍상회 운영을 부산 서면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 8일 12번째 두껍상회를 인천 부평에 열었다. 이 두껍상회는 다음달 12일까지 운영된다. 지금까지 전국 두껍상회를 찾은 누적 방문객은 24만명을 넘어섰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꺼비 월드’ 콘셉트의 진로 신규 TV광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해당 영상은 두꺼비들이 소비자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았으며, 냉장고 속 세상을 두꺼비들이 모여 사는 꺼비 월드로 설정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영상은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완성도를 높였다.
  • “나를 추앙해요”…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던 세기의 연쇄 살인자들 [연쇄살인자를 읽다]

    “나를 추앙해요”…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던 세기의 연쇄 살인자들 [연쇄살인자를 읽다]

    ▣충동성 경계선 성격장애충동성 경계선 성격장애 타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려놓아야만 한다. 변덕이 심하고 종잡을 수 없다. 눈에 띄도록 치장하거나 극단적인 쾌활함, 혹은 자신을 최대한 부풀려서 포장해 타인에게서 주목받고자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도 관심을 얻지 못하면 절망하고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여긴다. 심리학 용어사전 中#1. 1969년 8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친애하는 편집국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  편지 속 주인공은 최근 발생한 2건의 살인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1968년 12월 20일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던 고등학생 데이비드 패러데이(17)와 베티 젠슨(16)을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1969년 7월 4일 숨진 채 발견된 마이클 마주(19)와 달린 페린(22)도 본인이 죽였다고 했다. 이어 “내가 그들을 죽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직 경찰만 아는 몇 가지 사실을 나열하겠다”고 했다. 이를테면 “총 10발이 발사됐다. 소녀는 무늬가 있는 바지를 입고 있었고, 소년은 무릎에 총을 맞았다”라는 내용이었다. 범인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정체불명의 살인마는 같은 날 다른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 ‘발레이오 타임스 헤럴드’에도 편지를 보냈다. 각 편지 끄트머리에는 원과 십자가가 교차한 문양을 인장처럼 남겼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조디악’의 문양이었다. 그때부터 살인마는 조디악이라고 불리게 됐다.조디악은 암호문 하나를 3등분 해 세 곳의 언론사에 나눠 보냈는데, 암호문은 그리스어와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로 뒤범벅된 것이었다. 그는 암호문에 자신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호문을 신문 1면에 싣지 않으면 이번 주말 12명을 더 죽이겠다”고 협박했다.크로니클지는 고심 끝에 다음 날 신문 4면에 ‘살인사건의 암호화된 단서’(Coded Clue in Murders)라는 제목으로 조디악의 편지와 기사를 게재했다. “살인범이 쓴 편지가 맞는지 아직 확신 못하겠다. 당신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담긴 두 번째 편지를 보내달라”는 경찰서장의 요구 내용도 함께 실었다.다행히 살인은 발생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 조디악이 두 번째 편지를 보내왔다. “조디악 가라사대(This is the Zodiac Speaking).” 마치 신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묻어났다.그 사이, 신문을 본 한 교사 부부가 조디악의 암호문 중 하나를 해독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해군정보부가 전부 매달리고도 못 푼 암호문이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게 너무 재밌다. 숲에서 야생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더 재밌다. 인간은 그 무엇보다 더 위험한 짐승이라서, 살인은 내게 가장 짜릿한 경험을 준다. 내 이름은 가르쳐 줄 수 없다. 그랬다간 내 사후세계에서 노예 수집에 방해될 테니까.” 408자짜리 암호문에는 허세와 조롱이 가득했다. 추가 범행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터졌다.조디악이 편지를 보내고 두 달이 흐른 1969년 9월 27일, 호수에서 소풍을 즐기던 연인이 조디악 문양이 새겨진 두건을 쓴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칼에 찔린 여성은 이틀 후 사망했고, 남성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들이 타고 있던 차에는 조디악이 남긴 암호가 쓰여 있었다. 다시 2주 뒤인 10월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기사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 강도 사건을 연쇄살인 사건으로 바꾼 건 조디악이 쓴 편지 한통이었다. 그는 “택시 기사는 내가 죽였다”며 증거물로 피로 물든 셔츠를 보내왔다.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연쇄 살인마의 탓에 도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 속에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범인은 잡지는 못했다. 마지막 희생자가 나온 뒤 53년이 지난 지금까지 2500명에 달하는 용의자만 만든 채 해당사건은 미국의 대표적인 콜드케이스(미제사건)로 남아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그가 ‘명성’에 집착했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세를 타고 싶었던 조디악의 바람대로 그의 이야기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등장했다. ‘조디악’이라는 단어 역시 연쇄살인자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처럼 자리잡았다.조디악처럼 실제 살인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증명하고 떠벌리는 범죄자는 흔치 않다. 여론의 관심이 몰리고 수사진을 자극하면 할수록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다만 우리나라에도 유달리 ‘인정욕구’가 강했던 범인들은 적지 않다. 잔혹한 범행 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긴다거나, 대중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고 싶어한다. 자신이 저지른 2건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을 쓰고 이를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구치소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인 사형수 전모(68)도 그중 하나다. 전씨는 1974년 10대 후반의 나이에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성을 살해해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하다 1992년 가석방됐다. 무기수인 그가 19년 만에 풀려나올 수 있던 것은 구명운동에 나선 A교수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교 후배라는 것 외에 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A교수는 헌신적으로 가석방을 도왔다. 하지만 호의는 악연이 됐다. 출소 후 전씨는 지속적으로 A교수에게 돈을 요구했다. 사업자금부터 생활비까지 이유는 끝이 없었다. 심지어 교수의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난입해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하기까지 했다. 수차례 선의를 배풀다 “더는 어렵다”고 거절하자 전씨의 태도는 돌변했고 결국 A교수에게 흉기로 휘둘러 살해했다. 재수감된 전 씨는 수감생활 중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과 수감 생활 등을 바탕으로 A4 용지 221장 분량의 원고를 정리했고 구치소 측에 해당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정한 책 이름은 ‘어느 사형수의 독백’이었다. 하지만 책은 실제 출간되지 못했다. 부산 구치소측이 “소설 내용이 발신금지조항(형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해당한다”며 발송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 씨는 구치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전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판결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실제 살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 내용이 사건 자체를 잊고 싶어하는 피해자 유족 등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출판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 소설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책 내용의 대부분이 실제 살인 사건과 일치하고, 등장인물 역시 같다는 점도 책을 낼 수 없는 이유가 됐다.
  • 초1에 ‘팬티빨기’ 숙제…“섹시 팬티” 교사, 항소 기각(종합)

    초1에 ‘팬티빨기’ 숙제…“섹시 팬티” 교사, 항소 기각(종합)

    법원 “성적 학대 인정돼” 이른바 ‘속옷 빨래 숙제’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초등학교 교사 A씨가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교직에서 파면됐다. 17일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박해빈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20년 4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16명에게 속옷을 세탁한 후 인증 사진을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도록 했다. 그러면서 해당 숙제 사진에 ‘이쁜 속옷 부끄부끄’,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교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의 사진에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앞서 2019년 4월에도 비슷한 숙제를 냈으며, 체육 수업 시간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한 혐의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자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아이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에서 해당 숙제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한 사실을 볼 때 성적 학대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이들 숙제 인증사진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성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다”며 “원심의 형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 학부모가 글 올렸다 해당 사건은 당시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로 알려졌다. 자신을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B씨는 ‘이상한 점이 많은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SNS 캡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글쓴이 자녀의 담임교사 A씨가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지자, 지난달 학부모들에게 SNS 단체대화방에 얼굴 사진과 간단한 자기소개 글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A씨는 학생들의 사진과 인사 글에 댓글을 달면서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저는 저보다 잘생긴 남자는 좀 싫어한다고 전해주세요’, ‘우리 반에 미인이 너무 많아요…남자 친구들 좋겠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 등 표현을 썼다. 학부모는 A씨 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이렇게 ‘속옷 빨래 숙제’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A씨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동의가 20만명을 넘기도 했다.
  • 배우 남포동, 10년째 ‘모텔 생활’ 이유

    배우 남포동, 10년째 ‘모텔 생활’ 이유

    남포동이 10년 넘게 모텔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밝혔다. 16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명품 감초배우 남포동의 근황이 공개됐다. 400여 편에 이르는 영화에 출연하며 감초배우로 활약했으나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남포동. 그의 근황은 모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모텔에서 지내는 남포동은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먹으며 하루를 열었다. 이날 남포동은 “간 이식하고 나서 면역력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부쩍 건강이 나빠진 남포동은 최근 돌봄 서비스도 받고 있다. 3년 전에도 모텔에서 지내는 근황을 공개했던 남포동. 그러나 3년 사이 남포동은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었다. 남포동은 차에 내려 식당에 들어가는 것조차도 숨이 차 힘들어했다. 남포동은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렸다. 남포동은 “차를 6개월마다 바꿨다. 6개월 단발 계약으로 광고를 바꿨다. 6개월만 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그 돈을 다 모았으면 빌딩을 몇 개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남포동은 “돈이 많이 모이면 주위에 이상하게 돈을 탐내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옛날에 돈도 많이 벌었지만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털어놨다. 남포동은 모텔 생활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남포동은 “방을 주겠다면서 거기 살라고 한 사람이 많았다. 근데 그게 몸에 배어있지 않다. 혼자 옛날부터 다니던 게 버릇이 돼서 드라마 촬영할 때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모텔 생활이) 편하지 않냐. 그래서 다른 곳 가서 생활하는 게 몸에 안 맞는다”고 밝혔다. 남포동은 2009년 간암 말기 선고를 받고 1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바 있다. 남포동은 “술을 10년 동안 얼마나 마셨으면 간암 말기가 돼서 간 이식을 했겠나. 6남매인데 제일 막냇동생한테 간을 받았다. 딸들도 맞았는데 딸들은 시집을 안 갔을 때다. 해준 것도 없는데 간을 못 받겠더라”라고 밝혔다. 전문의는 남포동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간암 수술 및 치료의 후유증으로 숨 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큰 수술하고 이 정도 버티는 건 본인 기초 체력이 아주 좋으신 분이다. 그래서 이 정도 유지하는 것”이라 밝혔다. 며칠 후, 남포동은 부산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방을 얻었다. 그러나 남포동은 모텔 생활을 정리할 마음이 없었다. 남포동은 “내가 잘해준 것도 없는데 후배들, 지인들이 서로 방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몸이 안 좋아서 아들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신세를 많이 끼치고 있는데 그게 더 병이 된다”고 밝혔다.
  • [서울광장] 우리들의 블루스/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들의 블루스/임병선 논설위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위로받고 싶어 하는지 새삼 깨닫게 한 드라마가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엇비슷하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 ‘나의 해방일지’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웅숭깊은 작품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제주의 시장 사람들이 내뱉는 날것의 언어가 귀에 꽂히는 드라마였다.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킨 노희경 작가가 어떤 에피소드는 혼자, 어떤 에피소드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썼다. 마니아 취향의 여러 전작들과 비교해 이번 작품의 품은 한결 넓었는데, 다른 이의 생각과 시선도 곁을 내준 성과로 내겐 비쳤다. 일년에 한두 번은 한라산과 오름들 오르려 제주를 찾는데 어쩌다 토박이들과 술잔 기울이는 기회가 생기면 한 시간이 흘러도 말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기네끼리 제주말을 주고받았다. 그런 제주말을 이번 기회에 많이 익힐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적어도 외국어 같은 생경함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 다운증후군 배우가 처음 등장한 점도 신선했고, 의미도 작지 않았다. 명품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난 이 모든 것들보다 그저 사람들 얼굴 구경하는 재미가 으뜸이었고 쏠쏠했다. 시장과 거리를 오가는 장삼이사들, 춘희 삼춘(고두심) 등에게 해녀일 가르치며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됨직한 세 분의 진짜 해녀 할망들, 연기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하나같이 진심이었고, 열심이었던 제주 사람들 말이다. 옴니버스 스타일이라 레코드판 위에 새겨진 에피소드 제목은 늘 ‘누구와 누구’였다. 속된 표현으로 지지리 궁상들인데 조금만 고개 돌리면 내 얼굴,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졌다. 결함투성이에 상처 하나씩은 간직한 이들이 부대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소리도 퍼붓고, 이내 후회하고, 쓰레기 더미에 넘어져 울다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아침 해가 떠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과 바다, 일터, 사무실로 향하는 우리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웠다. 칼럼니스트 정덕현은 “우정이든 사랑이든 천륜이든 관계는 늘 갈등을 만들고 우리를 버겁게 한다. 하지만 그 갈등이 결국은 상대에 대한 깊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서운함이고 아픔이고 상처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면서 마지막회 끝 부분 마을 운동회의 2인3각 경기에 작가의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고 했다. 드라마를 끝내며 수많은 얼굴들을 짧게짧게 모아 보여 준 제작진 의도도 그런 맥락이었으리라. “살다 보면 안 재밌을 수도 있지. 오늘처럼 심각해질 수도 있지.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예요. 이런 게 정상이에요.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예요. 좋았다 나빴다 그런 게.” “태풍처럼 모든 게 지나갈 거야.”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 많은 명대사를 남긴 작가의 당부는 싸우고 갈등하면서도 끝내 화해하는 것이 우리네 삶의 비의(秘義)이니 “지금 현재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의무라니? 권리란 단어는 쏙 빼고 의무라고 한 이유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여주인공이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라고 도도하게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난삽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다. 마스크 쓴 채 갑갑하게 살아온 2년 남짓 정치, 경제, 사회, 안보 어느 하나 가닥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 다독여도 시원찮을 판에 사소한 것들 갖고 지지고 볶는다. 그래도 ‘사람이 먼저다’를,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구 역시 늘 옳고, 늘 새롭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정원을 가꾸거나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남겨 놓는 것/자신이 살았음으로 인하여/한 생명이라도 더 편히 숨쉬었음을 아는 것/이것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 [길섶에서] 6월 장마/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6월 장마/문소영 논설위원

    그간 아침마다 날씨가 쌀쌀했다. 털스웨터를 걸치고는 했다. 추운 기분에 어느 날인가는 간절기 코트를 들고 나갔다가 그날따라 낮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이 오르는 바람에 고생했다. 팔뚝을 옷걸이 삼아 코트를 들고 다녔다. 다음날 비가 조금 왔다. 후덥지근한 날 다음날에는 비가 내리는 것인가. 날짜 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문득 오늘이 6월 16일이구나 하고 화들짝 놀란다. 2022년이 절반 가까이 흘러간 것이다. 어른들이 세월이 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났다고 말씀하시면 권태로운 일상에 주리를 틀던 젊은 나는 설마 했었다. 올해는 마치 쏜 화살과 같다. 시나브로 늙은 것이다. 6월 중순에 느닷없이 찾아온 날짜 감각은 장맛비 덕분이다. 봄 가뭄으로 지쳐 나뭇잎들이 타들어 가기 시작할 무렵에 한국의 몬순, 장마가 찾아온다. 극단적인 날씨다. 보라 라일락꽃도 흰 아카시아꽃도 사라진 세상은 한동안 권태로운 녹색과 눅눅한 냄새로 가득할 것이다.
  • [열린세상] 노동개혁,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조재정 법무법인 민 상임고문

    [열린세상] 노동개혁,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조재정 법무법인 민 상임고문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개혁 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110대 국정 과제엔 담기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격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언급으로 개혁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노동개혁 논의를 주도할 정부의 움직임이나 경영계와 노동계의 뚜렷한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노동개혁 시도는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에 성공한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9월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 내긴 했으나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을 내놓는 바람에 끝내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렇듯 노동개혁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매우 큰 과제다.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개혁안의 국회 통과도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노동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노동개혁은 노사정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경영계와 노동계의 요구 사항을 모두 올려놓고 ‘빅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1998년 대타협에 대한 책임론에 휘말려 지도부가 교체되는 곤욕을 치른 민주노총은 이후부터 노사정 논의에 불참했고, 이로 인해 위원회의 노동계 대표성이 한계를 지니게 됐다. 여타의 노사단체 대표들 역시 합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가급적 합의를 꺼린 것도 사실이다. 정부 또한 너무 합의에 집착한 나머지 당초의 노동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향후 노동개혁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정권 초기 국정 동력이 클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부 힘만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므로 논의는 빨리 시작하되 충분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추상적인 논리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현시점에서 노동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 국민 동의를 구하고 이를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논의 과제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영계는 근로시간과 임금 유연성 제고, 노사관계 규정 선진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최저임금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가 선뜻 동의해 주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따라서 경영계는 좋은 일자리 확대, 양극화 해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 확대 등에서 노동계를 설득할 구체적인 약속을 내놔야 한다. 정부도 규제개혁 추진에 맞춰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책적 지원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노사정 간 충분한 논의는 필요하나 과거와 같은 빅딜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합의되지 않은 과제에 대해서는 공익위원들이 최종 입장을 제시하고 이를 노사정이 수용하는 협상의 룰을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경영계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노동개혁을 정부에만 맡겨선 성공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의 절실함을 보여 줘야 하고 노동계와의 대화와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엎드림/지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엎드림/지연

    엎드림/지연 비 그치고 새 소리는 실 한 줄꽃잎이 열리는 소리는 실 네 줄 이쪽에서 저쪽으로소리 매듭을 만들며 날아간다 바람이 솔잎 살갗으로 건너올 때나는 몇 줄로 이 세상에 수를 놓고 있나 아무 색도 없이방범창에 방울방울그믐 숨소리로 흔들린다 실패에 감긴 실의 후회는 아무것도 아니리살아 있는 순간은 아름다움을 내 귀에 꽂은 날이니 구름 솜에 꽂힌 녹슨 바늘이어도 좋다오늘은 추리닝을 입고 물방울을 바라볼 일 산동네 골목 마을 입구에서 작은 책방을 보았다. 며칠 전까지 보지 못한 책방이다. A4 크기의 나무판에 ‘취미는 독서’라는 상호가 적혀 있다. 두 평 남짓 서가에 신간 시집과 그림책들이 놓여 있다. 도라지꽃을 닮은 주인에게 어떻게 이런 곳에 서점을 낼 생각을 했느냐 물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 사흘 뒤 다시 서점에 들렀다. 개업 후 다섯 권은 팔았느냐는 질문에 영업비밀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살아 있는 순간은 아름다움을 내 귀에 꽂은 날’이라는 아름다운 시 구절이 들어 있는 시집을 ‘취미는 독서’에서 구했다. 세상에는 꿈만 먹으며 낮게 엎드려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곽재구 시인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맹자가 꿰뚫어본 디지털 생태계/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맹자가 꿰뚫어본 디지털 생태계/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언급하십니까(何必曰利).” 어떻게 하면 국익을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한 양혜왕에게 맹자는 ‘하필왈리’라고 답했다. 이익을 내세우는 정치는 백성을 위한 것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맹자는 비판했다. 대신 마음을 잡아 백성이 모이면 나라의 이익은 저절로 생긴다고 강조했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시대 가치가 묘하게 맹자의 하필왈리 가르침과 상통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해진 가치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신 사람이 모이면 그곳에 어김없이 가치가 생긴다. 1989년을 디지털 시대의 원년으로 삼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팀 버너스 리 교수가 그해 월드와이드웹(www) 세상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람들은 www 가상공간에 모였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데 쓰인 ‘html 언어’는 의미를 가진 해석언어가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코드방식 언어이다. 리 교수는 www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이 모여 형성하는 엄청난 가치 덩어리 ‘빅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생겨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자국의 경제 석학들에게 2007년 경제붕괴 원인을 물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오리무중이던 원인이 2008년 와이어드지에 크리스 앤더슨이 기고한 글에서 밝혀지게 되는데 구글 비즈니스 모델의 존재였다. 2008년 이전까지는 사실 구글이란 회사의 존재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었다. 구글은 www에 축적된 빅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경제학 이론이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경제 모델에 구글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니 2007년 경제붕괴가 비로소 설명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www에 모이면 흔적이 남고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처럼 화폐와 신용 기반 자본주의에서 빅데이터 기반 언어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다.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2017년 그의 책 ‘자동화사회’에서 빅데이터 가치는 화석연료로 야기된 기후위기를 의도치 않게 극복하지만 대신 일자리와 고용이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탈인류세(NegAnthropocene) 시대를 경고했다. 1989년 이후 태어난 디지털 세대에게 맹자의 가르침이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다른 차원의 가치가 생성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 구시대 화폐와 신용자본으로 만들어진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말고 디지털 소통을 매개로 디지털 세대가 모여 새 시대 가치를 만들었으면 한다. 디지털을 배워서 아는 기성세대에게 디지털 세대가 배울 디지털 가치는 없다. 디지털 세대가 미래 가치를 주도할 때 맹자의 예언은 실현되고 규범과 자본 중심 사회가 일으킨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해결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6월 17일
  • 소박·절제 미학, 성인의 도 실천…‘처사’ 기풍 오롯이[이동구의 서원 산책]

    소박·절제 미학, 성인의 도 실천…‘처사’ 기풍 오롯이[이동구의 서원 산책]

    “한 그루 늙은 소나무 푸르게 길가에 서 있어(一老蒼髥任路塵)/ 괴로이도 오가는 길손 맞고 보내네(勞勞送往來賓)/ 찬 겨울에 너와 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歲寒與汝同心事)/ 지나가는 사람 중에 몇이나 보았느냐(經過人中見幾人)”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변을 따라 올라간 대니산의 한쪽 고갯마루인 다람재에는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의 노방송(路傍松· 길가의 소나무) 시비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서 있다.김굉필은 한국 유교의 성현으로 동방오현(東方五賢: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의 맏형 격이다. 흙먼지를 쓴 채 추운 겨울에도 변치 않고 길가에 서 있는 독야청청 한 그루 소나무를 묘사한 시이다. 물론 김굉필의 삶과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로 알려져 가치를 더한다. 이 시비 왼편에 자치단체가 축조한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쪽을 향해 시선을 두면 왼쪽 발아래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서원이 바로 김굉필의 정신세계를 추앙, 계승하고 있는 도동서원(道東書院)이다.●수현(首賢) 서원의 자긍심을 잇다 도동서원의 첫인상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소박함이다. 다른 서원에서 볼 수 있는 하마비나 홍살문도 없다. 서원 건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강학 공간인 중정당(中正堂)에는 그 흔한 단청도 없다. 그저 수백 년 세월을 간직한 나무의 결과 순백의 한지만이 서원의 창학 이념과 정신세계를 웅변하고 있다. 절제의 미학을 실증이라도 하는 듯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강학당인 중정당의 전면 6개 기둥에 반전이 숨어 있었다. 백색의 한지 한 폭이 기둥 윗부분을 휘감고 있다. 100여m 떨어진 낙동강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선명함이 있다. 바로 도동서원이 동방오현 중 수현을 모시고 있는 서원임을 표시하는 ‘상지’(上紙)이다. 현 도동서원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병판 유사는 “낙동강을 오가는 배들조차 서원의 상지가 보이면 돛을 접고 예를 갖추며 뱃길마저 공손히 재촉했다”고 했다. 후학들과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한훤당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일화다.●아름다움의 절정 보물 흙담장 김굉필을 제향하는 서원은 1568년(선조 1)에 현풍현 비슬산 기슭 쌍계동에 쌍계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 정유재란으로 불타자 1604년 현풍현 서쪽 오설면 대니산 김굉필의 묘소 아래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보로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중건됐다. 다시 1607년 선조 40년에 김굉필의 외증손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이건해 사액을 받았다. 도동서원은 조선시대 서원의 전형적 공간 구성을 가장 우수하게 표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중 가장 급경사지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위계적으로 분절된 서원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냈다. 수월루로 대표되는 유식 공간, 강당과 동서재로 구성된 강학 공간, 사당이 자리한 제향 공간이 전저후고(前底後高)의 지형 위에 18개의 석단으로 계층을 구분해 터를 잡았다. 도동서원의 첫 관문은 환주문(喚主門)이다. ‘마음의 주인을 부른다’는 의미로 다른 서원의 외삼문과 달리 강당 담 사이 공간을 튼 좁고 낮은 사모지붕의 문이다. 갓 쓴 선비가 고개를 숙여야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문이 낮고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올 수 없을 만큼 좁게 지어진 작은 문이다. 선비의 겸손한 마음과 예를 갖춘 자세로 서원에 임하도록 설계된 문이다. 간결함과 엄숙정제의 예는 환주문을 비롯해 도동서원 건축물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다. 서원 최상단에 위치한 사당 또한 담백함의 결정체이다. 여느 사당과 달리 벽면이나 기둥, 천장 등에 족자나 현판 하나 없다. 특이하게도 좌우 벽면에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그림 2점이 400여년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왼쪽 벽에는 달이 뜬 강변 풍경과 작은 배를 그리고 강심월일주(江心月一舟)라는 표기가 있다. 오른쪽 그림은 가지를 흐드러지게 펼친 큰 소나무와 보름달을 그리고 설로장송(雪露長松)이라 써 넣었다. 김굉필의 천인합일과 의리 정신을 나타낸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돈희 도동서원 운영위원은 “그림의 작가를 알 수는 없지만 400년 넘게 보관되고 있다”며 “국가 지정 보물 또는 국보로서의 가치를 따져 볼 만하다”고 말했다. 도동서원이 지닌 아름다움의 절정은 담장에 있다. 진흙에 다섯 단의 기와를 박은 담장은 하늘과 땅, 사람, 음양오행을 상징한다. 사당 왼쪽 담장에는 감(坎)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세사에 쓴 제문을 태우는 시설로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이런 독특한 담장은 중정당, 사당과 함께 1963년 보물 제350호로 지정됐다.●도학 정통 계승에 적극적인 지원 있어야 김굉필은 후대의 선비들에게 ‘조선시대 처사(處士)’의 전범을 보여 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흔히 처사는 별 관직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통칭한다. 하지만 조선의 유교 사회에서 처사는 성인의 도를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는 평가를 함축한 가장 영예로운 명칭이었다고 한다. 김굉필은 평생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 부르는 이유이다. ‘소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유교적 윤리도덕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 책이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죽음을 맞는 자리조차 ‘소학’의 가르침을 외고 임했다. 퇴계 이황은 김굉필을 ‘근세도학지종’이라 하여 조선 유학의 정통을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문화재청, 대구시, 달성군 등은 도동서원과 김굉필 관련 각종 관광문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김굉필의 정신세계를 전승하고자 함이다. 서원 인근에 오현역사관, 문화체험 마을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도동서원 측은 한훤당의 정신세계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향사체험도 구상 중이다. 6월부터는 매주 월~금요일 한국인성예절원과 함께 선비체험, 소학강좌, 서당체험, 다도 및 예절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서만 700여명이 서원을 통해 전통 예절교육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일반인을 위한 ‘유교아카데미’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동서원은 다른 서원들과 달리 지역의 주요 8개 문중에서 십시일반하는 재원으로 그동안 운영관리해 온 만큼 빈약한 재정에 힘겨워하고 있다. 자라나는 후세를 위한 인성교육이나 성인들의 전통 문화예절 교육을 위해서는 자치단체나 문화재청, 정부 지원 등이 조금 더 확대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수영 전임 유사는 “서원 운영비조차 향사 참석자들로부터 갹출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화재청이나 자치단체의 각종 지원이 신속하고도 폭넓게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현재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서원 수리 공사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 프로그램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시섭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운영본부장은 “서원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해 보수작업은 치밀하고 신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서원 운영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서울신문·(재)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 아픔 딛고 7년 만에 돌아온 임재범…“노래 듣는 시간 소박한 위로 되길”

    아픔 딛고 7년 만에 돌아온 임재범…“노래 듣는 시간 소박한 위로 되길”

    “마음속 상처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진 않는 것 같아요. 아직도 힘들지만 곁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노래도 하게 됐네요.” 가수 임재범이 7년 만에 정규 7집 ‘SEVEN,’(세븐 콤마)로 팬들을 찾는다. 16일 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긴 공백기와 그간의 아픔을 돌아보며 “다른 가수처럼 소셜미디어도 하지 않는데, 아무런 말 없이 참아 주신 팬들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2015년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애프터 더 선셋: 화이트 나이트’를 발매하고 이듬해 2월 마지막으로 공연한 뒤 그는 잠적하다시피 했다. 2017년 아내인 뮤지컬 배우 송남영씨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임택근 전 아나운서까지 2020년 별세하며 그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임재범은 “음악도 듣지 않고, TV도 보지 않았다”며 “지금도 다 치유된 건 아니지만 곁에서 힘을 준 소속사와 오래 기다려 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새 앨범 제목에는 이제 쉼을 멈추고 숨쉬며 전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날 공개된 앨범의 프롤로그곡 ‘위로’는 혼자 힘듦을 참아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 노래를 듣는 시간이라도 가만히 곁에 서 있고 싶다는 소박한 위로를 담았다. “여러분을 위로하겠다는 뜻이지만 사실 스스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 그래서일까. 임재범 특유의 거칠고 묵직한 목소리 대신 이 곡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는 “앨범에는 발라드를 포함해 록, 미디엄 템포, 새로운 시도까지 담길 예정”이라며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공연도 하고 팬들도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1400명 뚫고 100억 휘두른 ‘마녀’가 됐다

    1400명 뚫고 100억 휘두른 ‘마녀’가 됐다

    “감독님께 (합격했으니) 대본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눈물이 또르륵 흘렀어요. 너무 행복하고 얼떨떨해서 울다 웃다 했죠.” 신인 배우 신시아(24)는 무려 140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마녀2’ 주인공으로 발탁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연기자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은 하루아침에 순제작비 105억원 대작의 흥행을 책임지는 주연이 됐고, 그가 연기한 소녀처럼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마녀2’는 비밀연구소가 초토화되면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초능력 소녀와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를 쫓는 세력들의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다크 히어로물에 독창적인 세계관을 내세운 전작 ‘마녀’는 누적 관객 318만명을 기록하며 주연 김다미를 스타덤에 올려놨다. 4년 만에 돌아온 ‘마녀2’는 개봉 첫날인 지난 15일 26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범죄도시2’를 밀어내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신시아는 “평소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해 ‘마녀’를 개봉 날 보고 두 번째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제가 주인공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 ‘마녀2’의 차별점으로 넓어진 세계관을 꼽았다. “전편보다 세계관이 확장돼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야외에서 휘몰아치는 액션 장면 등 볼거리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녀’의 김다미와 달리 그가 맡은 캐릭터는 연구소에만 있던 실험체로 사회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인물. 자신을 쫓는 비밀요원 조현(서은수) 일행을 피해 젊은 농장주 경희(박은빈)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전편과 달리 일상적이고 코믹한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처음에는 연구소를 빠져나간 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많이 상상했는데, 막 알을 깨고 나온 아기새라 생각하고 촬영 전에 마음을 다 비웠어요. 박훈정 감독님도 백지 상태의 느낌을 원하셨고요.” 영화에서 이름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는 그는 “절제된 표정 안에서 눈빛으로 강렬함이나 감정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소녀의 초능력 가운데 염력이 가장 탐난다”며 웃었다. 맨발로 설원을 걷는 영화 속 첫 장면처럼 모든 것이 낯선 현장이었지만 카메오로 출연한 김다미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신시아는 뮤지컬 ‘카르멘’을 보고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가 생업이 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 그 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껴 2년간 뮤지컬과 연극에 푹 빠져 지냈어요. 그간 본 작품들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부모님을 설득해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데뷔작부터 전작의 흥행 스코어가 부담될 수밖에 없지만 그는 개봉 자체가 감사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을 마치고 1년을 기다렸어요. 부담감보다 개봉을 할 수 있었다는 감사함이 더 큽니다. 무엇보다 소녀 캐릭터가 많은 분들께 공감과 이해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 “이번엔 뉴욕, 공중에 고립된 인류 그리기엔 딱”

    “이번엔 뉴욕, 공중에 고립된 인류 그리기엔 딱”

    “스스로 불멸의 존재라 믿는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취약성을 그리고 싶었죠.” 한국어로 낸 책의 누계가 3000쇄에 달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2018), ‘문명’(2021)에 이어 최근 ‘행성’(2022)을 출간해 고양이 3부작을 완성했다. 그는 앞서 2015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를 겪으며 3부작을 기획했다. 행성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  열린책들/376·312쪽/각 1만 6800원프랑스에서 2020년 발표된 ‘행성’은 코로나19 영향 탓인지 전작에 비해 디스토피아적 성격이 강해지고 인간에 대한 비판도 강화됐다. ‘진화의 정점에 도달한 종이라는 인간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어. 자기 파멸’, ‘인간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죽음의 충동이 새겨져 있어.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을 표출하지 않으면 끝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 등 인간을 비관적인 존재, 혐오의 존재로 그린다. 베르베르는 최근 서울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3부작에서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는 것은 페스트와 내전인데, 코로나 바이러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벌써 그런 재난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류가 직면할 위협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바이러스, 또 하나는 인류 스스로를 향한 공격성”이라며 “이 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배경은 뉴욕이다.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파리를 떠나 신세계 뉴욕으로 오지만, 뉴욕 역시 이미 쥐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4만명만 남은 인간들은 200여개 고층 빌딩에 숨어 살고 있다. 그는 “공중에 고립된 인류를 그리기엔 초고층 도시 뉴욕만 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하늘에 닿을 듯한 빌딩들이 숲을 이룬 뉴욕이야말로 지상을 점령한 쥐들에게 쫓겨 높은 곳으로 올라간 인류의 모습을 그리는 데 적합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기 위해 수시로 수의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물론 자신이 키웠던 고양이 세 마리에게 큰 영감을 얻었다. 주인공을 암컷으로 설정하고 어머니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를 놓고는 “3부작에서 남성 캐릭터보다 여성 캐릭터를 강하게 그린 것은 우리의 미래가 여성적 에너지에 달렸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작품에서 힐러리는 살아남은 인류의 총회를 이끈다. 그는 “힐러리에게 일종의 복수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다. 베르베르는 한국을 주 무대로 한 소설을 쓰겠다는 약속을 재차했다. “올가을 출간할 신간은 한국이 주 무대가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적 색채가 짙은 소설을 조만간 쓰게 되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제 집필 계획에 들어 있으니까요.” 
  • 대법 ‘구미 여아 바꿔치기’ 파기환송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의 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며 2심까지 내려졌던 징역 8년형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은 물론 1, 2심이 모두 인정한 범행 시점 등이 증거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이런 판단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며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미성년자 약취라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정황, 행위의 태양(양태)과 종류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피고인이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유전자 검사에서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석씨의 딸)가 실상은 숨진 여아의 언니로 밝혀지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친모는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였다. 동생을 자신이 낳은 딸로 알고 키우다 방치해 숨진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 2심에서 징역 20년을 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 ‘내책내낸’ 젊은 세대 독립출판 붐 [먼저 온 주말]

    ‘내책내낸’ 젊은 세대 독립출판 붐 [먼저 온 주말]

    2018년 유소미(36)씨는 난데없는 뇌출혈을 경험한다. 한창 젊은 나이에 이상하다 싶어 검진을 받아 보니 난치병인 모야모야병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몸의 아픔은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유씨는 문득 자신의 마음을 담은 흔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유하’란 필명으로 하나둘 써내려 간 글은 ‘내일은 알 수 없지만’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책은 250부를 찍었고, 유씨가 직접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보하고 독립서점에 입고시키는 모든 과정을 책임졌다. 유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200쪽이나 되는 책을 썼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올라갔다”며 웃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시대다.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기성출판계를 통해 책을 내기 어려운 젊은 세대가 독립출판의 주를 이루고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늘며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준민 전남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는 “독립출판의 성장은 소셜미디어 발달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진 영향이 있다”며 “주류 시장을 견제하고 방향성을 조정해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꾸준히 성공을 이어 가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 “푸틴의 만행과 부패에 분노” 우크라軍이 된 러시아인의 사연

    “푸틴의 만행과 부패에 분노” 우크라軍이 된 러시아인의 사연

    러시아 정권의 만행과 부패에 분노해 우크라이나군이 된 러시아인의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 출신 볼로디미르 그로츠코프(48)는 조국인 러시아를 독재 정권으로부터 해방하고자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고 밝혔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현재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악성 종양이다. 가식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2011년 러시아 부정 선거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인식에 변화가 생겼고, 반부패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폭로 영상을 보고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푸틴의 측근 중 한 명이 송유관 프로젝트에서 거액의 돈을 빼돌린 정황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독재 정권을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그는 전쟁이 발발하자 푸틴 정권과 싸우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우크라이나라고 판단하고 의용군에 합류했다. 그는 푸틴 정권의 만행을 알면서도 러시아 정규군으로 참전한 같은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도 격분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자 99%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이 폭격당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에 진저리가 났다”고 말했다.이제 그는 러시아의 문제가 푸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권 자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는 “난 푸틴을 개별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푸틴이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늘날의 러시아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러시아는 세계라는 몸에서 암이다. 시리아나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적 충돌을 살펴보면 언제나 크렘린궁의 개입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러시아군과 싸우는 유일한 러시아인이 아니다. 러시아 은행 가스트롬방크 부회장 출신인 이고르 볼로부예프는 최근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볼로부예프는 러시아의 만행을 방치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출신 여러분, 푸틴 정권을 증오하고 러시아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길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해달라”는 말로 우크라이나군 합류를 독려했다.이밖에도 자유 러시아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이라는 부대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러시아군들 중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뒤 스스로 자원해 전향한 러시아군 포로들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한 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나치가 있다는 선전을 들었다. 하지만 여기(우크라이나)에는 파시스트도, 나치도 없고 민간인들이 있다”라며 “무법천지인 푸틴 정권과 싸우고 싶다”고 선언했다. 자유 러시아군단 측은 몇 명이 소속돼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하루에 300통 이상의 지원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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