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상
    2025-11-23
    검색기록 지우기
  • 񡩾Ʊ׶ ϳ-̸ƽ 񡩾Ʊ׶-pom5.kr- ԰ 񡩾Ʊ׶ Visit our website:(viagrabuy365.com)
    2025-11-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302
  • “55년간 무료 예식 봉사” 백낙삼 할아버지, 뇌출혈로 전신마비

    “55년간 무료 예식 봉사” 백낙삼 할아버지, 뇌출혈로 전신마비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 5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한 백낙삼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1일 MBN ‘특종세상’은 55년간 무료 예식을 진행한 백낙삼(91) 최필순(81) 부부의 사연을 방송했다. 하지만 최씨 옆에 백낙삼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4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침 6시쯤 옥상에 올라가셨다. 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7시가 다 돼 가는데 안 내려오셨다. 가보니까 쓰러져 계셨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최씨는 “옷이 다 젖어 있어 너무 놀라 고함을 질렀다”며 “앞집 새댁이 그 소리를 듣고 119에 전화해줬다. 남편이 1시간 만에 깨어났다. 안 깨어났으면 나도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최씨는 이날 방송에서 아들과 함께 남편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찾았는다. 백씨는 의식은 회복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최씨는 그런 남편을 보고 또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당신 보고 싶으니까 또 올 거야. 사랑해요. 빨리 나아서 집에 오세요. 모시러 올게요. 우리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요. 깨어나서 좀 살다가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최씨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에도 아들과 함께 무료 예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주례와 사진을 담당한다. 최씨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수선했다. 백씨는 1967년부터 경남 마산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예비 부부들의 무료 결혼식을 진행했다. 20대부터 10년 넘게 전문 사진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1967년 3층짜리 건물을 샀고 예식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던 자신을 돌아보며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는 예비 부부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LG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우리도 너무 못살다 보니까 드레스, 턱시도 무료로 드리고 사진값만 받고 해보자 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결혼식 한 쌍 하는 데 사진값만 6000원 받았다. 구두, 드레스, 턱시도, 화장, 꽃, 장갑 다 무료로 해줬다”고 밝혔다. 아들 역시 “여긴 아버지의 땀과 꿈, 철학이 담겨 있는 곳이라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있지만, 소홀히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이유를 전했다. 백씨는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돈이 없어서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기본적인 사진값만 받고 커플들에게 예식을 올려준다고 밝혀 감동을 안긴 바 있다.
  •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함께할 수 없는 슬픔/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함께할 수 없는 슬픔/박록삼 논설위원

    공교롭다. 시인 손택수가 지난달 하순 펴낸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문학동네)는 뭇 생명의 죽음에 대한 도저한 시적 진혼(鎭魂)을 담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무관하게 쓰여진 작품들이지만 마치 이런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집단적 비통함에 빠진 세상을 위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이 담아낸 슬픔에 대한 공감과 성찰의 언어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어 한편으로 다행스럽다. 시인이 겪은 다양한 형태의 죽음과 이별에 공감하다 보면 쉽게 시집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참사 한 달을 넘긴 지금까지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요원해 보이는 사회적 떼죽음 앞에서 시가 주는 위로에만 만족한다면 그저 ‘비겁한 위로’일 수 있다. 시집 제목 역시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일수록 함께해야만 한다는 명백한 당위를 역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변 사무실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발언과 흐느낌으로 뒤엉켰다. 간헐적 절규와 함께 울음바다가 된 공간에서 더이상 세상에 없는 딸에게 써 보내는 편지를 애써 덤덤히 읽는 아빠의 모습은 처연했다. 자신도, 남편도, 떠난 아들도 모두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기에 윤 대통령이 명백히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는 엄마의 모습은 참담한 사고가 정파적 문제로 접근할 일이 아님을 체감케 한다. 또 다른 엄마는 사진도, 위패도, 이름도 없이 분향소를 차려 놓았던 것이야말로 진짜 2차 가해였다며 울부짖는다. 각자 핸드폰 속 아들, 딸의 사진 또는 영정사진을 들고서 진정한 사과를 애원하는 모습은 상식과 가치가 전도된 세상임을 깨닫게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등장한 날의 풍경이었다. 희생자 35명의 유가족이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아들, 딸을 떠나보낸 지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억장 무너지고 비통한 자신들의 얘기를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고 꽁꽁 감춰 두려고만 하니 직접 기자들 앞에 서는 수밖에 없었을 테다. 정부는 일관되게 정서적ㆍ실제적 공감도 없이 오직 참사 희생자를 ‘158’이라는 숫자로만 남겨 놓았다. 마치 희생자들이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을 하다 참변을 당한 것이라도 되는 양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라고 강변했다. 한 진보 인터넷매체가 희생자 전체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디에도 직접적 피해자인 유가족이 없었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이 잠재적 피해자라는 불안과 두려움의 연대 의식이 생겼다. 그럼에도 혈육 상실이라는 고통의 무게는 유가족 당사자 외에는 짐작조차 힘든 일이다. 같은 처지를 가진 이들이 그 구체적인 슬픔과 고통을 모여서 함께 나누고 싶다는데도 정부는 방해 일색이었다. 행안부에서 희생자 명단과 유가족 연락처까지 갖고 있음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버젓이 “명단이 없다. 왜 국무위원의 말을 못 믿느냐”고 했다. 수많은 무책임한 발언에 이은 또 다른 거짓말 사례다. 이것도 모자라 유가족의 기자회견 이후 행안부는 유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 또는 문자로 ‘유가족협의회 구성’, ‘유가족 모임 장소 제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그날 오후 6시까지 답이 없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는 통보까지 덧붙였다. 유가족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함께 모여 슬픔을 나누겠다는 고통의 당사자들 앞에 당위와 이론을 갖다 댈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까지 희생자 66명의 유가족이 모여 유가족협의회를 꾸렸다. 국정조사 등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 참사 수습 과정에 이들의 목소리가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 위에서 다른 이들과 공감하고 나눈다면 어떤 슬픔도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열린세상] 스토커가 되어 버린 정치인들/유창선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스토커가 되어 버린 정치인들/유창선 정치평론가

    한국 정치를 40년 넘게 지켜보았지만 요즘 같은 정치는 처음 본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 방문 사진을 ‘빈곤 포르노’라고 비난한 것도 모자라 “최소 2~3개의 조명까지 설치해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 반박하며 고발하자 “안 그래도 한 분이 캄보디아 현지에 갔다”고 밝혔다. 정치적인 이유로 환아를 직접 찾아가 원하는 대답을 받으려는 행위는 인도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논란이 일자 장 최고위원은 “현지에 간 사람에게 확인했다”고 얼버무렸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발언이 허위였음이 드러나는 경우 최소한 사과를 하는 것이 직업윤리다. 그런데 장 최고위원은 고발당한 것만 분했는지 ‘김건희 조명’에 자신의 정치생명이라도 걸 태세다. 대체 그까짓 조명이 있고 없고가 뭐 그리 대단한 문제라고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일까. 고민정 의원은 김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것도 비판했다. “조금 더 공적 마인드가 있었다면 그렇게 안 하지 않았을까”라며 결례라고 힐난했다. 그런 고 의원도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팔짱을 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드디어 팔짱을 끼다”라고 자랑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망하게 됐다. 고 의원도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팔짱’ 비판까지 할 일이었냐는 얘기다. 지난 5월 초에는 김 여사가 관저로 사용할 외교부 장관 공관을 방문할 때 강아지를 데려갔다고 문제삼은 우상호 의원의 ‘김건희 강아지’ 폭로도 있었다.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이런 사례들은 김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집착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쯤 되면 김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스토킹과 같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새벽 술자리를 가졌다는 ‘청담동 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폭로는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는 첼리스트의 진술로 허위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다시 그날로 되돌아 간다고 해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한 장관 관련 폭로에 올인해 ‘한동훈 스토커’라는 소리까지 듣던 김 의원은 연전연패의 기록을 남겼지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 이번 일이 유독 심각했던 것은 한 장관을 미행하는가 하면 무리 지어 집 문 앞까지 몰려갔던 ‘더탐사’라는 유튜브 채널과 국회의원이 협력의 스토킹 체제를 구축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팬덤들의 슈퍼챗에 기대는 유튜버들과 국회의원이 한몸이 됐다면 그것은 정치의 몰락을 의미한다. 돌아보면 근래 들어 우리 정치를 뒤덮어 온 담론들은 이런 것들이다. 쥴리, 김건희 강아지, 김건희 장신구, 바이든 팔짱, 빈곤 포르노, 천공. 위기의 시대에 국가의 앞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담론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찌라시 같은 소문들에 목숨 걸 듯하는 정치였다. 20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오크숏은 통치자의 임무가 사람들의 정념에 불을 지피는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열정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계에는 자신과는 다른 타자가 살고 있음을 환기시키는 것이 통치자의 의무라는 것이다. 신념의 정치를 절제하고 자기를 의심할 줄 아는 정치와 균형을 맞추어야 정치는 파멸을 피할 수 있다고 오크숏은 강조했다. 스토킹과 다를 바 없게 된 우리 정치는 자신에 대한 의심은 없이 신념의 극단만 좇던 정치의 결과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집 ‘로스 카프리초스’(변덕들)의 43번째 작품에 써 있는 말이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그대, 다시는 인류세로 돌아가지 못하리/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그대, 다시는 인류세로 돌아가지 못하리/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권력과 부의 편중, 기후위기 없는 세상을 가져다줄 약속의 ‘탈인류세’(脫人類世) 시대가 인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혁명은 불가능해 보였다. 역사 속 혁명의 주체는 민중이었으나 결국 권력을 또 다른 권력으로 옮기는 일로 귀결되곤 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고 전혀 다른 권력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18세기 산업혁명은 풍요의 시대를 열었다. 독립된 인간임을 느끼게 해 준 근대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면에서 분명 혁명이었다. 지질학적 변화까지 생겼다고 해서 인류세라 한다. 하지만 화석 연료 사용은 환경오염, 기후위기를 만들었고 부의 편중은 더 심해졌다. 돌아보면 산업혁명이 진짜 혁명인지 회의적이다. 풍요를 가져다준 화석 연료 사용에서 인류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까.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정부 간 협의체와 국제기구 중심의 정책 노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들이 나서지 말아야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화석 연료를 남용해 얻은 풍요를 누리고는 이제 다시 재생에너지를 써서라도 풍요를 이어 가려 한다. 대단한 탐욕의 논리다. 인류의 운명은 이제 대중이 결정해야 한다. 기후변화 재앙을 해결하겠다고 각국 정부와 정부가 모인 유엔이 기껏 내놓은 해법은 대중에 가닿지 않는 제로섬 숫자 게임인 탄소중립이란 것이다. 즉, 화석 연료만 사용하지 않으면 탐욕스러운 에너지 남용이 지속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편리하고 폭력적인 논리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생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줬다. 소통 언어가 디지털로 바뀌었으니 소통이 달라졌고 소통이 바뀌니 사회가 변하고 있다. 경제 소통 기호인 돈도 예외가 아니다. 소통하는 주체는 인간이지만 디지털 소통의 최종 결정은 소통으로 생긴 데이터를 갖고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AI)이 하게 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결정도 정부와 유엔 기구가 아니라 AI가 대신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인류의 대표는 더이상 정부와 유엔이 아니다. 이들 권력 기관에 의지하지 않기에 기후변화 재앙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 말이다. 결정 주체가 달라지니 권력이 바뀌고 부의 분배 질서 자체가 바뀐 미래를 대중이 선택할 수 있다. 디지털 언어 소통은 이미 시작됐고 그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권력과 특권층은 움켜쥔 권력과 법으로 저항하겠지만 변화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변화 중 기후위기 극복이 포함될지는 바로 우리 대중이 소통을 통해 선택하기 나름이다. 인류세 탈출의 신호탄이다. 우리는 다시 인류세로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다시는 인류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 [만평] 조기영 세상터치 2022년 12월 2일
  • 유재석 등 초록우산 어워드 수상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제2회 초록우산 어워드’ 시상식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초록우산 어워드에선 아동이 후보 추천부터 심사, 투표, 시상 등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수상자는 ▲인물 부문(우리들의 우상) ‘방송인 유재석’ ▲법·제도·정책 부문(더 나은 세상) ‘아동학대 처벌강화법’ ▲미디어콘텐츠 부문(내 인생 최고의 영상) ‘유퀴즈온더블럭’ ▲기업·단체 부문(아동을 위한 노력이 일상) ‘녹색어머니회’ ▲물건·공간 부문(내 곁에 항상) ‘LED바닥신호등’이 선정됐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재단의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카지노’ 강윤성 감독 “저런 세상 있나 놀랄 것”

    ‘카지노’ 강윤성 감독 “저런 세상 있나 놀랄 것”

    월트디즈니가 지난달 30일과 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진행한 ‘2022 쇼케이스’에서는 드라마 ‘카지노’(Big Bet)가 단연 주목받았다.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데다 배우 최민식이 2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2’에서 활약한 손석구가 최민식에 맞서 분투한다. 드라마는 필리핀의 한국인 카지노 왕 차무식의 일대기를 그린다. 어렸을 적부터 머리가 비상하고, 배짱도 두둑한 무식은 부산에서 불법 카지노바를 열었다가 국세청의 추격을 받아 필리핀 마닐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한국 폭력조직 등에 연루돼 위기를 맞지만 특유의 승부 기질로 자신의 왕국을 구축해 나간다. 최민식은 극에서 무식의 청·장년 시절부터 노년까지 20여년간을 폭넓게 연기한다. 강 감독은 1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분에게 이야기를 처음 듣고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중심이 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큰 줄거리를 만들고 극적인 요소를 섞었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의 출연에 대해서는 “이전에 그와 영화를 준비하다 중단됐는데 써 놨던 대본을 줬더니 흔쾌히 허락해 시작할 수 있었다”며 “‘카지노’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할 배우는 한국에서 최민식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믿음을 보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이번 달 21일 시즌 1을 공개하고, 시즌 2는 내년에 선보인다. 극장용 영화만 찍었던 강 감독에게 카지노는 첫 OTT 도전작이다. 영화와 달리 한 편이 끝날 때마다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는 “다음 편을 보게 하는 이른바 ‘클리프 행어’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TV가 아닌 OTT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TV와 달리 OTT는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범죄도시’로 한국형 누아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강 감독은 이번 작에서도 ‘사실성’을 꼽았다. “진짜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게 내 강점”이라며 “관객들은 카지노를 보면서 아마 ‘저런 세상이 있구나’ 느낄 것”이라 말했다.
  • “강남 접근성에 관심”“경쟁 낮을 타입 노려”… 내 집 마련 꿈 ‘후끈’

    “강남 접근성에 관심”“경쟁 낮을 타입 노려”… 내 집 마련 꿈 ‘후끈’

    1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의 인기를 방증하듯 영하 9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추위에도 개관 시간(오전 10시) 전부터 롱패딩과 모자, 핫팩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예비청약자들 사이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부터 신혼부부로 보이는 20~30대까지 뒤섞여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받은 사전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견본주택이 운영되는 오는 4일까지 1만 300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견본주택 1층 중앙에는 아파트 전체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거대 모형이 놓여 있었다. 계단을 오르자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마크와 함께 ‘세상에 없던,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 1만 2032세대 대한민국 영원한 랜드마크’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2층에는 전용면적 49㎡, 59㎡, 84㎡의 견본주택이 마련돼 있었다. 해당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29만원으로,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84㎡ 모든 타입이 12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 영향인지 59㎡ 타입 견본주택 앞에 가장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현장을 찾은 한모(28)씨는 “부모님 댁도 가깝고 강남으로 출퇴근하기도 편해 관심이 있다”며 “신혼부부라 청약가점이 낮은 상태지만 최근 중랑구에서 18점짜리 청약 당첨자도 나왔다는 말에 혹시 당첨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견본주택 한쪽에는 논란이 된 84㎡ E타입의 주방 샘플이 관람용으로 마련돼 있었다. 이웃집과의 거리가 1.8~2.8m밖에 되지 않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이모(45)씨는 “청약점수가 낮은 편인데 경쟁률이 떨어질 것 같은 타입이라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불투명 유리로 돼 있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방뷰 논란이 된 평형은 원래 주방에 창을 낼 수 없는 설계인데 맞통풍을 가능하게 해 주거 쾌적성을 높이고자 특화 설계로 일부러 창을 낸 것”이라며 “싱크대 앞인 데다 불투명창이어서 고의로 쳐다보지 않으면 세대 간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청약은 오는 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6일 1순위 신청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15일이며, 입주는 2025년 1월 예정이다.
  • ‘착각 노동 판타지’서 허우적대는 당신에게

    ‘착각 노동 판타지’서 허우적대는 당신에게

    많은 사람이 ‘나 보라고 쓴 책 같네’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오늘도 우리는 빽빽한 지하철에 몸을 밀어 넣은 채 일터로 향하고, 버스 등받이에 지친 어깨를 기댄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잘사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불안하고, 편안함에 이르지 못할까. 마지막 물음은 2018년 방영돼 많은 이가 기억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 중 박동훈(이선균)이 이지안(이지은)을 오랜만에 만나 묻는 질문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에서 따왔다. 이 책은 불안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잠식하는지, 소비문화가 여가와 쉼을 어떻게 장악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회 전반에 과잉 노동이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한쪽에서는 고급스러운 취향을 누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고, 다른 한편에선 가족의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을 택하는 세상이다. 과로와 일중독에 지친 몸과 영혼을 달래려 또 소비에 몰두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소비를 쉼으로 혼동한다. 알고도 그런다. 일을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여겨야 하는데 목적으로 착각하거나, 일을 자아실현과 동일시하거나, 직업이나 일을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수단으로 여기게 만든다. 글쓴이는 ‘착각 노동 판타지’라고 이름 붙인다. 그가 소비 중독을 강요하는 시스템에 포섭되지 않는 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커먼즈’(commons)의 회복이다. 숲과 공터, 땅과 물, 인류가 쌓아 온 지식처럼 누구나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공유자원을 말한다. 자본주의는 이것마저 상품화하려 하는데 커먼즈를 확대해 스스로 자원을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정지 운동’이란 형용 모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삶의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려 드는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나와 사회 그리고 지구 공동체를 파멸시키는 현재의 시스템을 멈추는 데 다 같이 용기를 내야 한다고 외친다. 이상주의적 접근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는데 그가 한 땀 한 땀 써 내려간 사유의 깊이가 오롯해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하다.
  • 편견 깨기는 설득 아닌 행동! 세상 설계 확 바꿔라

    편견 깨기는 설득 아닌 행동! 세상 설계 확 바꿔라

    몇 해 전 미국 남부법률구조센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 두 장이 화제가 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 지역 매체의 보도사진을 비교한 것이다. 두 사진 모두 팔꿈치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걷는 주민의 모습을 포착한 건 같았다. 한데 사진 설명은 달랐다. 음료수 상자를 겨드랑이에 낀 흑인 남자의 사진엔 “한 청년이 가게를 약탈한 뒤 가슴까지 찬 물을 헤치며 걷고 있다”고, 빵 봉지를 쥔 백인 커플 사진에는 “주민 2명이 빵과 소다수를 찾아낸 뒤 걸어 나오고 있다”고 썼다. 피부색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무리 성급한 판단과 공허한 도덕의 시대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편향적일 수 있는 걸까. ‘편향의 종말’은 인류 사회 모든 영역에 퍼져 있는 편향에 대해 통찰한다. 편향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한편 해결의 실마리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내면화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의 신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평생의 과정”이라고 했다.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편향적 사고가 편견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이를 평생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불완전해 그렇다 치자. 오류가 없을 것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은 왜 그런가. ‘욕설 기계’라 조롱받는 트위터가 한 예다. 저자는 “트위터 출범 때부터 내재된 풍토병(고질병)”이라 했고, 트위터 설계 책임자였던 레슬리 마일리는 “설계 단계에서 이미 욕설 메커니즘이 내장됐다”고 했다. 사람들은 불안과 분노를 유발하는 부정적 내용에 강하게 끌린다. 여기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에 표출 우선 순위를 두는 트위터의 알고리즘이 결합되며 욕설로 가득한 배설물들이 빠르게 증식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트위터 측은 훗날 이 치명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지만 저자는 “편향이 없는 설계 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통박한다. 트위터 설립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동종성이다. 공동 창시자 네 명이 모두 백인 남성이다. 그들은 여성, 유색인종 등이 온라인에서 겪는 원시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없다. 이 동종성이 트위터의 결정적인 맹점을 만든 것이다. 미국 내 공학 분야 학위 취득자의 18%가 유색인종인데도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의 인력 구조에선 4%를 넘지 못하고, 여성 인력의 절반이 입사 12년 내에 짐을 싸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저자는 “행동을 바꾸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설계”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한 연구가 눈길을 끈다. 구내식당에서 프렌치프라이와 당근을 두고 학생들의 선택을 실험했는데 예상외로 당근이 이겼다. 배고픈 학생들이 가장 먼저 당근을 집게 동선을 설계한 게 주효했다. 실험의 핵심은 이길 수 있는 경쟁에 당근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당긴이 비타민의 보고라고 설득해 봐야 별무신통. 변화를 이끈 건 선택의 설계였던 거다. 마찬가지로 흑인을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백인 경찰들에게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를 외쳐 봐야, 여성의 경쟁력을 본능적으로 낮춰 보는 남성들에게 젠더 평등을 설득해 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 저자는 사람보다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동이 바뀌도록 설계를 바꿔야 사회도 재구조화된다는 것이다.
  • 김동리·황순원·카뮈… 작가를 섭렵한 작가, 끝없는 읽기로 문학적 색깔 다듬어[김언호의 서재탐험]

    김동리·황순원·카뮈… 작가를 섭렵한 작가, 끝없는 읽기로 문학적 색깔 다듬어[김언호의 서재탐험]

    1964년 부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미래의 작가 조성기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교 1학년 때 조성기는 문학의 길로 가는 독서를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하는 집의 다락방에 누렇게 빛바랜 ‘현대문학’이 창간호부터 100여권 꽂혀 있었다. 조성기는 그걸 전부 읽었다. 고독한 사춘기 시절의 엄청난 문학 체험이었다. 당시 ‘현대문학’은 매월 10여편의 중·단편을 실었다. 1년에 1000여편의 소설을 읽은 셈이었다. 물론 시와 평론도 읽었다.“김동리·황순원·김정한·손창섭·이범선·박영준·안수길·강신재·이호철·최인훈·이봉구·이문희·이주홍·손소희·장용학·강용준·최상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했습니다. 어느새 나는 펜을 들고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창작은 독서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인간과 세상에 눈뜨게 할 것이다.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삶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 다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문학가와 문학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작가 조성기는 ‘읽는 사람’이다. 끝없는 읽기를 통해 그의 문학의 영역은 깊어지고 자기 빛깔을 띨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알베르 카뮈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습니다.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를 읽었습니다. 김동리의 작품을 다 읽었습니다. ‘무녀도’, ‘역마’, ‘달’, ‘정원’, ‘천사’, ‘까치소리’를 읽고는 ‘사춘기의 고독과 육정’이란 평론을 쓰기도 했습니다.” ●책 읽는 작가 조성기 조성기는 자신이 저간에 읽은 책들의 일부를 소개했다. 책들은 그의 문학의 빛과 그림자, 그 세계와 지향을 살펴보게 한다. 작가에게 책 읽기는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고, 작품 쓰기의 역량일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지하생활자의 수기’,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었습니다. 10년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있다가 ‘금각사’를 보고 문학의 열정이 되살아났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대학 1학년 때 3일 밤낮 동안 두문불출하고 독파했는데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소설 분석을 통한 심리 현상과 사회·정치 현상을 통찰하게 해 주는 위대한 평론서였습니다. 수십 번을 독파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를 실제로 살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 최고의 기록문학입니다. 나치에 의해 처형당한 본회퍼의 ‘옥중서신’은 참으로 감동적이지요.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말의 보고입니다. ‘김교신 전집’은 나의 신앙의 모델이 된 김교신을 알게 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기억의 향기에 흠뻑 젖게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카프카의 ‘변신’과 ‘성’은 엄청난 문학의 세계입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한때 나를 탐미주의에 빠지게 했습니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보다 뛰어난 성장소설의 백미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은 나를 과학에 눈뜨게 했습니다. 악의 평범성을 제기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그의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캐런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은 신학 책 중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줬습니다. 피터 버거의 ‘사회학에의 초대’는 사회·정치 현상 분석의 길잡이였습니다. 이태의 ‘남부군’은 빨치산 문학의 백미입니다. 베트남전을 다룬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은 최고의 전쟁 문학입니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토지경제 사상에 관한 결정판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생애를 바꾼 한 권의 책 조성기에게 ‘내 생애를 바꾼 한 권의 책’은 어떤 책일까. 생애를 바꿨다기보다 생애를 견디게 해 준 책,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 빅토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인생을 비굴하게 살지 않도록, 인생을 품위 있게 살도록 도와줬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 그 극한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들을 프랑클은 봤다. 모두가 개돼지처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에게 배급된 빵을 자기보다 더 배고픈 동료에게 나눠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랑클은 수용소 체험을 통해 인간이 환경과 조건에 굴복당하는 존재가 아님을 깊이 확신하게 됐다. 프랑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부인, 두 자식을 잃었다. 프랑 클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의미에의 의지’를 발동해 ‘의미’를 찾으며 인생을 견뎌 냈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당하는 가운데서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조성기는 40대 중반에 유서를 써야 할 만큼 죽음의 문턱에 다가간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그 고통을 견뎌 내기가 힘들어 죽음이 나를 자연스럽게, 포근하게 감싸 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간신히 발을 옮겨 잠깐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딸아이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습니다. 딸아이의 뒷모습이 내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이자 의미였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의 험난한 정치·사회 상황이 조성기에게는 가파른 역사의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1961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용공분자’로 체포됐다. 4월 혁명 후 아버지는 교원노조 부산지부장을 맡아 교육운동에 나섰다. 일본에서 중·고교를 다닌 아버지의 삶은 조성기의 작품에 투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학과 종교와 현실 1971년 대학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만화경’으로 당선됐다. 고향 경남 고성의 들과 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실존을 담았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자신의 삶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심사를 맡은 황순원 선생이 격려했다. “자네는 먼 훗날 신과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소설가가 될 것이야.” 당초 그는 법대를 가려 하지 않았다. 법의 길이 아니라 문학이 그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대는 아버지의 강력한 희망이었다. 법대로 진학했지만 ‘사법고시’ 같은 주제는 그에겐 당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가슴엔 문학과 종교가 공존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엔 기독교 선교가 그의 내면을 치열하게 지배했다. 한때는 문학도 그에게는 파괴해야 할 ‘우상’ 같은 것이었다. 1985년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써낸 ‘라하트 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그간 축적된 문학적 상상력이 폭포수처럼 작품으로 분출됐다. 86년에 전 4권의 장편소설 ‘야훼의 밤’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제4회 ‘기독교문화상’을 받았다. 87년엔 두 장편 ‘가시둥지’와 ‘슬픈 듯이 조금 빠르게’를 냈다. 88년엔 장편 ‘베데스다’와 창작집 ‘왕과 개’를 출간했다. 89년엔 장편 ‘바바의 나라’, 90년엔 창작집 ‘천년 동안의 고독’과 ‘아니마, 혹은 여자에 관한 기이한 고백’을 냈다. 91년 중편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고 장편 ‘우리 시대의 사랑’을 냈다. 92년 창작집 ‘통도사 가는 길’과 종교적인 장편들을 모아 전 7권의 ‘에덴의 불칼’을, 93년 전 5권의 장편 ‘욕망의 오감도’를 펴냈다. 94년 창작집 ‘안티고네의 밤’을, 95년 창작집 ‘우리는 완전히 만나지 않았다’를, 96년 전 2권의 장편 ‘너에게 닿고 싶다’를 펴냈다. ●중국 고전을 읽고 쓰기 조성기는 중국 고전을 읽고 해석해 낼 수 있다. “‘자’(子) 자 돌림의 고전을 다 읽었습니다. 품격 있는 담론을 보여 주는 ‘맹자’를 참 좋아합니다. 제2인자의 철학 ‘안자’(晏子)가 좋습니다. ‘열자’도 좋아합니다.” 1990년 장편 ‘굴원의 노래’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맹자와의 대화’를, 91년엔 전 5권의 ‘전국시대’를, 97년엔 전 3권의 ‘홍루몽’을 펴냈다. 2001년엔 ‘삼국지’를 전 10권으로 정역(正譯)해 냈다. 2003년엔 ‘반(反)금병매’를 써냈다. ‘우리 시대 시리즈’는 조성기의 문학을 해석하는 주요한 작품들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를 비롯해 ‘우리 시대의 무당’, ‘우리 시대의 법정’, ‘우리 시대의 하숙생’, ‘우리 시대의 검열’, ‘우리 시대의 어린이’가 그것들이다. 조성기에게 기독교 세계는 그의 또 다른 글쓰기 장르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장로회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공부했다. 로마서를 해설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마가복음을 해설한 ‘권력을 넘어서’, 사도행전을 해설한 ‘성전을 넘어서’를 써냈다. ‘십일조를 넘어서’를 통해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했다. 2016년에 써낸 ‘헌법의 아홉 기둥’은 법대를 졸업한 작가의 작업이다.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일 것이다. “법의 정신과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법대에서 공부한 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2018년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대인상’을 받았다. “판검사 하는 동창들에게 주는 상이라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그런 상을 받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최인훈 선생이 법대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명예졸업장을 받았고,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선생도 받았다고 권유해 결국 받았습니다.” 2007년엔 ‘카를 융: 기억·꿈·사상’을 독일어 원서를 가지고 번역했다. 조성기가 좋아하는 한 권의 책이다. 그는 대학원에서 융의 심리학을 공부했다. ●인간 김재규를 새롭게 조명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젊은 작가들과 대화했다. 2020년 장편 ‘사도의 8일: 생각할수록 애련한’을 써냈다. 인간 역사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처참한 갈등을 다뤘다. 지금 그는 또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 조성기의 진면을 발휘할 작품이 아닐까. “김재규의 죄와 벌을 쓰고 있습니다. 김재규는 자신을 향해 쏘았지요. 그의 참회록 같은 소설입니다. 생의 마지막에 그는 불교에 귀의했지요. 득도했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죽게 해 달라고 했지만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생은 곧 우리 현대사이지요. 한 작가로서 인간 김재규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조성기는 아버지의 삶이 더 간절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아버지의 삶을, 아버지가 산 시대를 소설로 쓰고 싶어 한다.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지만 이제 그 갈등을 승화된 작품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때그때 일기를 남겼습니다. 제사 지낼 땐 아버지의 일기를 읽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김재규에 의해 사살당한 석 달 후에 아버지도 고단했던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아버지의 그 험난한 시대를 쓰고 싶습니다.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부부가수 해와 달 이혼…홍기성 “지적장애 아들 혼자 키워”

    부부가수 해와 달 이혼…홍기성 “지적장애 아들 혼자 키워”

    부부가수 해와 달의 홍기성이 박성희와 이혼 후 지적장애 1급인 아들을 혼자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가수 홍기성이 1일 MBN ‘특종세상’을 통해 근황을 공개했다. 이날 홍기성은 “아들 정빈이가 태어나서 돌 정도 됐을 때 뇌에 충격을 받아 지적장애 1급 판정받게 됐다”고 밝혔다. 홍기성은 “말이 빠른 애도 있고 늦는 애도 있으니 ‘괜찮겠지’ 했는데 다섯 살이 됐는데도 말을 안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니까 지적장애 1급 진단이 나왔다. 정신연령은 다섯살 정도”라고 설명했다. 홍기성의 하루는 아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잠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홍기성은 “지금은 엄마가 없으니까 챙겨야 한다. 평생 해야 될 일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고 지금보다 더 몇 년 지나서 늙어서 도저히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 정빈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호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홍기성은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라이브 카페하고 소극장하고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차 한잔 정도 마시면서 무대에 집중해서 공연을 보는 장소를 만드는 게 내 꿈이었다”라고 말했다. 아내 박성희와 이혼에 대해서 홍기성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항상 같이 헤쳐 나가고 선후배들이 너무 부러워할 정도의 부부였다”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헤어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헤어졌지만 내가 정빈이를 케어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진 아내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 이견 없이 내가 키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기성과 박성희는 1999년 1집 앨범 ‘그대 사랑 내 곁에’로 데뷔해 부부가수로 활동했다. 해와 달은 그동안 장애인을 돕기 위한 무료 자선공연과 거리공연 등을 펼쳐온 바 있다.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참석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2023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 참석했다.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연시 나눔 캠페인의 진행 현황을 알려 나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김현기 의장은 온도탑 점등식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랑의 온도탑 100도가 된다는 것은 마법이 일어난 것”이라며, “추운 사람도, 배고픈 사람도, 헐벗은 사람도 없고, 오직 따스한 정으로 가득한 우리나라, 평화와 사랑이 강물처럼 넘치는 세상이 되리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막식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윤영석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김나운 홍보대사, 임형주 홍보대사 등이 참석했다.
  • 최민식 주연 ‘카지노’ 강윤성 감독 “관객들 ‘저런 세상 있나’ 놀랄 것”

    최민식 주연 ‘카지노’ 강윤성 감독 “관객들 ‘저런 세상 있나’ 놀랄 것”

    “‘카지노’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할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최민식밖에 없다 생각한다.” 월트디즈니가 지난 달 30일과 1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진행한 ‘2022 쇼케이스’에서는 드라마 ‘카지노’(영문명 BIG BET)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강윤성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데다, 배우 최민식이 무려 2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범죄도시 2’에서 활약한 배우 손석구가 최민식에 맞서 분투한다. 드라마는 필리핀의 한국인 카지노 왕 최무식이 살인 혐의로 잡힌 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극 중 차무식은 어렸을 적부터 머리가 비상하고, 배짱도 두둑한 인물로 그렸다. 부산에서 불법 카지노바를 열었다가 국세청의 끈질긴 추격을 받고 필리핀 마닐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한국 폭력 조직 등에 연루돼 또 다시 위기를 맞는다. 최민식은 극에서 청·장년과 함께 노년까지 20여년 간을 폭넓게 연기한다. 필리핀인 데다 배우 손석구가 등장하기 때문에 언뜻 ‘범죄도시2’와 연관성을 떠올릴 법 하지만, 강 감독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딱히 연결고리가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분에게 이야기를 처음 듣고 이야기를 구상했다. 중심이 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큰 줄거리를 만들었고, 여기에 극적인 요소를 섞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민식 배우와 이전에 영화를 준비하다 중단됐는데, 당시에 써놨던 대본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줘 시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에서 이번 달 21일시즌1을 공개하고, 나머지 시즌2는 내년에 선보인다. 극장용 영화만 찍던 강 감독에게는 첫 OTT 도전작이다. 그는 이와 관련 “극본을 쓰다보니 긴 이야기가 됐고, 시즌 1과 2로 나눠 전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길게 찍었다”고 했다. “영화와 달리 한편이 끝날 때마다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다음 편을 보게 하는 이른바 ‘클리프 행어’ 요소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 중점에 두고 작업했다”고 했다. 드라마임에도 TV가 아닌 OTT를, 특히 디즈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 쪽만 했었기에 TV 드라마 진입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TV와 달리 OTT가 표현에 수위 제한을 두지 않아서 도전해볼만 하다 생각했다. 대본을 각 OTT에 보냈는데 디즈니+가 흔쾌히 결정해줬다”고 설명했다. 범죄도시 1, 2로 ‘한국형 누아르’ 대표주자가 된 강 감독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사실성’을 꼽았다. “사실적인 이야기와 표현을 지향한다. 액션 위한 액션 아니라 진짜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게 내 강점”이라면서 “관객들은 카지노를 보면서 아마 ‘저런 세상 있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30대 유명 여가수 결혼식 올린 밤 ‘사망’

    30대 유명 여가수 결혼식 올린 밤 ‘사망’

    미국 컨트리 가수 제이크 플린트(37)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사망했다. 미국 CNN 뉴스는 제이크 플린트가 지난달 26일 결혼식을 올린 뒤 몇 시간 후에 잠을 자던 도중 사망했다고 1일 보도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지지 않았다. 제이크 플린트 매니저는 “고인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가슴 아파하면서 깊은 슬픔에 빠져 전한다”며 “내 경력에서 내가 함께 일했던 가장 재밌고 열심히 일하고 헌신적인 아티스트로 기억한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인과 고인의 아내 브렌다가 결혼식을 올린 후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며 “우리는 기도가 필요하다. 고인의 아내와 유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 우리는 고인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아내는 SNS에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제이크 플린트는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네 장의 앨범을 발매, 컨트리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 전쟁 피해 독일로 간 우크라 20대 여성, 중동 남성 공격에 사망

    전쟁 피해 독일로 간 우크라 20대 여성, 중동 남성 공격에 사망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을 피해 독일로 간 20대 여성이 중동 남성에게 공격당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방송(BR24)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바이에른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알리나(21)는 출근 중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요르단 국적 남성 샤디 바르함(28)의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망명 신청자들을 위해 마련된 곳으로 알려졌다. 알리나는 이후 다른 입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으나, 한 달이 조금 넘은 지난 11월 27일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피해 머나먼 이국땅까지 건너온 이 여성은 상해 사건에 휘말려 숨지고 만 것이다. 당시 가해자는 범행 후 케이블카를 타고 오스터펠터코프라는 해발고도 2057m의 인근 산에 올랐다. 그는 산 정상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태연하게 식사까지 마치고 밤늦도록 그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현지 경찰은 가해자를 찾고자 공개 수배까지 내렸었다. 그때 레스토랑 매니저가 방송에 나온 가해자의 얼굴을 알아봤다. 이 매니저는 당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나간 가해자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현장에는 경찰들이 대거 출동하면서 가해자는 체포될 수 있었다. 체포 당시 가해자는 체념한 듯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에 가해자는 살인 미수 및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번에 피해 여성이 숨지면서 살인 혐의로 상향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공격한 동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플리트우드 맥의 히트곡 제조기 크리스틴 맥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플리트우드 맥의 히트곡 제조기 크리스틴 맥비

    1970년대와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영국 록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작곡가 겸 보컬리스트 크리스틴 맥비가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30일(현지시간) 고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성명은 “크리스틴 맥비의 가족을 대신해 사망 소식을 무거운 마음으로 알린다”면서 “그는 짧게 병을 앓다가 오늘 오전 병원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임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도 맥비 계정에 성명을 올려 “크리스틴 맥비의 임종에 따른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면서 “맥비는 독보적이면서 특출나고 재능있는 인물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맥비는 밴드에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정도의 성과를 보여준 최고의 뮤지션이자 평생 누구도 가져볼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벗이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밴드 멤버 스티브 닉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다 “그가 아픈 줄 지난달 26일 밤 늦게야 알았다. 곧바로 런던에 달려가 문안을 하고 싶었는데 기다리란 말을 들었다. 그날 한 노래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노랫소리가 그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난 언젠가 이런 말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란 것을 늘 알고 있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 정도”라고 했다. 1943년 영국 랭커셔주에서 태어난 고인의 본명은 크리스틴 퍼펙트였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존 맥비와 결혼한 뒤 초창기 밴드에 합류해 보컬과 키보드를 맡았다. 1977년 앨범 ‘루머스’는 맥비 부부의 파경과 린지 버킹엄과 닉스의 염문을 소재로 다뤄 전 세계에서 4000만장 이상 팔려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밴드가 남긴 최고의 히트곡 가운데 ‘돈 스톱’, ‘에브리웨어’, ‘리틀 라이즈’ ‘세이 유 러브 미’, ‘송버드’ 등이 그가 쓴 곡이었다. 1988년에 발매된 밴드의 ‘그레이티스트 힛츠’ 앨범에 이 세 곡을 비롯해 그가 작곡한 여덟 곡이 실릴 정도였다. 맥비는 1999년 플리트우드 맥의 일원으로 다른 일곱 명과 함께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라이브 앨범 ‘더 댄스’도 성공하자 밴드를 탈퇴해 반(半) 은퇴 생활에 들어갔다. 핑계로는 비행 공포증을 댔다. 켄트주에서 고립된 삶을 즐기며 이따금 세상에 나와 활동을 이어갔다. 2004년 솔로 앨범을 냈고, 2013년 9월에는 플리트우드 맥의 런던 O2 아레나 공연 무대에 함께 선 뒤 이듬해 정식으로 다시 밴드에 합류했다. 고인은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내가 떠난 적도 없었던 것 같아 놀라웠다. 다시 무대에 기어 올라갔더니 그들이 거기 있었다. 얼굴들이 그대로였다” 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7년 BBC 라디오4의 디저트 아일랜드 디스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밴드를 떠난 뒤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 “벌써 3명째” 암호화폐 폭락 탓? 거물들 연달아 사망

    “벌써 3명째” 암호화폐 폭락 탓? 거물들 연달아 사망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암호화폐 관련 사업가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리버텍스’의 공동 설립자인 비야체슬라프 타란(53)은 지난 25일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그를 태운 헬리콥터는 스위스 로잔으로 이륙한 뒤 모나코 인근의 휴양도시 빌프랑슈쉬르메르 인근 지역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35세의 프랑스 조종사도 함께 숨졌다. 현지 언론은 또 다른 신원 미상의 승객이 타란과 함께 탈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당시 기상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락 원인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당국과 헬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는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암호화폐 거래플랫폼 앰버그룹의 공동창업자인 티안티안 쿨랜더(30)도 지난 23일 돌연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사망했으며, 앰버그룹은 구체적인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았다.쿨랜더는 2017년 앰버 그룹을 설립하기 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서 트레이더로 일했고 2019년 포브스 선정 ‘올해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앰버 그룹은 성명을 통해 “쿨랜더는 존경받는 리더였으며 업계의 선구자로 널리 인정받았다. 그의 통찰력과 창의성은 많은 프로젝트,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에 영감을 줬다”라고 밝혔다. 앰버그룹은 “우리는 훌륭한 파트너이자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 지금은 말로 슬픔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라면서 “쿨랜더의 유산은 계속될 것이며 이것이 그의 야망이자 꿈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앰버를 금융업계 리더로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는 헌신적인 남편이었고 사랑스러운 아버지였으며 의리 있는 친구였다”라며 추모했다. 스테이블코인 ‘다이(DAI)’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이 무셰지안(29)도 지난달 28일 숨졌다. 그는 해변가에서 익사한 상태로 다른 서퍼에게 발견됐다. 그는 사망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CIA와 모사드가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정신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란과 쿨랜더, 무셰지안 외에도 2018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등장할 정도로 많은 음모론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암호화폐 회사 설립자 제러드 코튼(30)도 신혼여행을 가던 중 돌연 사망했다. 같은 해 2억 달러 이상의 XRP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 거물 매튜 멜론 역시 마약 재활 클리닉에 들어갈 준비를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바 있다.
  • 잠옷입고 침대 누워 담배 피며 재판을?…콜롬비아 女판사 논란

    잠옷입고 침대 누워 담배 피며 재판을?…콜롬비아 女판사 논란

    부적절한 품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여자판사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콜롬비아 사법부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중대한 사건을 맡았으면서 놀음하듯 재판을 진행한 여자판사를 즉각 파면하라”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문제의 재판은 지난달 16일 열렸다. 콜롬비아에선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군부대 공격사건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개최됐다. 무장 게릴라 단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잔당으로 확인된 일단의 테러범들이 군부대에 자동차폭탄테러 공격을 감행한 사건이다. 2회 연속 폭발이 이어지면서 군 30여 명이 부상했다. 붙잡힌 용의자 중 일부는 이미 징역 30년을 선고받는 등 법의 심판이 마무리됐지만 한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며 구속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의 여자판사는 이 재판의 재판관이었다. 재판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여자판사는 사건을 심의했지만 카메라를 끈 채 재판에 참석했다. 사고는 재판이 시작된 지 57분이 경과된 시점에 우연히 여자판사의 노트북 카메라가 켜지면서 발생했다. 화면에 나타난 여자판사의 모습은 황당했다. 여자판사는 잠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담배를 피면서 재판을 주재하고 있었다. 당황한 검찰이 “판사님, 카메라 켜졌어요.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여자판사는 황급히 카메라를 껐지만 이미 상황은 고스란히 노출된 후였다. 사건은 피고 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피고 측 변호인은 “이런 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에게 재판을 받을 수는 없다. 현명한 판정을 기대할 수도 없다”며 당시 캡처한 화면을 공개했다. 판사가 침대에 누워 흡연을 즐기면서 자동차폭탄테러사건과 관련된 엄중한 사건을 심리했다는 사실에 사회도 분노했다.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판사다. 저런 판사에겐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 “사건의 중요성조차 파악 못하고 있다. 즉각 판사를 해임하라” 비난여론이 비등했다. 궁지에 몰린 콜롬비아 사법부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여자판사의 징계를 결정했지만 징계의 수위는 사회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징계위원회는 여자판사에게 3개월 정직을 결정했다. 징계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불붙은 비판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기업에서도 저런 식으로 근무하면 해고된다. 3개월 정직이 뭐냐”, “옷차림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정신상태가 문제다. 침대에서 담배 피면서 폭탄테러사건을 심리하는 게 제정신이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징계위원회는 “징계기간 동안 판사가 월급을 받지 못한다”며 불을 끄려했지만 사회적 분노는 더욱 격앙됐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징계위원회는 결국 “3개월 정직은 최종처분이 아니라 임시징계였다”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비판여론에 두 손을 든 셈이다 현지 언론은 “국민정서를 읽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사회적 분노를 키운 이유였다”며 사법부의 공감능력 부재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고가의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출시한 신발이 논란이다. 여기저기 해지고 구멍 난 데다 군데군데 지저분한 얼룩이 묻은 것을 신상품이라고 내놓았다. 이는 ‘누더기까지 판매한다’는 노이즈 마케팅인 동시에 럭셔리 하우스로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더기 같은 신발은 시간의 경과까지도 다루는 역량이 갖춰져야 만들 수 있어서다. 쓰레기장에서 들고 오면 되겠다는 사람들의 조롱과 달리 이 신발 아무나 못 만든다. 새로움에 경도된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오래된 것이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리에는 ‘옛날 감성’을 흉내 내는 노포 콘셉트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명품 업계에서는 ‘부식된 형태 만들기’를 방법론으로 삼은 대니얼 아샴 같은 디자이너가 인기리에 섭외된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돼 보일 수 있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니 반대로 ‘오랜 시간’을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노력이 나타난다. 건축에서도 일련의 유행이 발견된다. 일본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는 야마구치현에 있는 한 식당의 설계를 맡아 건물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는 형태를 제안했다. 땅에 구멍을 뚫어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경화된 구조체에 흙이 묻은 채로 마감을 해 마치 땅속 개미굴 같은 형태를 취한 것이다. 종종 쓰이는 ‘풍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표어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건물을 오래돼 보이도록 하는 디자인은 장식적인 문제인 한편 ‘복원’과 관련된 역사적 문제로 이어진다. 보통 ‘원래대로’를 재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원래대로’는 낯설고 어색해 얼마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가령 소박하다고 믿어 온 어느 궁궐의 단청을 원래 색 그대로 화려하게 복원하면 옛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듯 말이다. 오래된 것은 으레 수수할 거라는 통념과 시간을 머금은 지금 상태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아무래도 오늘날 사람들이 복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원래 그대로를 재현) ‘그때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방식’(오래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즉 복원의 1차 과제가 전통적인 시공 방식을 찾는 것이라면 다음 관건은 시간에 따라 낡은 모습을 단기간에 표현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각별한 문제가 돼 왔다. 변화가 잦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까닭에 처음 지을 때부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령 마루를 짤 때면 나무가 움직일 틈을 만들고, 지붕 무게에 처마가 처질 것을 대비해 처마 가운데를 일부러 양 끝보다 처지게 만든다. 따라서 온전한 복원이란 이러한 ‘시간의 누적’까지도 흉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도 발렌시아가의 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것을 인위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과연 ‘오래된 것’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던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는 표어에 의문이 이어진다.언제나 새로움을 좇는 패션 업계에서 내놓은 ‘낡아 빠진’ 신발은 절대적으로 동경해 온 ‘시간’이라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오래된 것에게 바라는 것은 ‘오래돼 보이는 것’에 그칠 뿐인지, 아니면 너머의 무엇에 있는 것인지 등등. ‘복원’이 18세기 과거의 것을 허문 프랑스대혁명이 돼서야 처음 등장한 개념이듯 어쩌면 ‘오래된 것’ 자체가 지금 시대의 어느 유행일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여겨지던 빠름과 느림, 최신과 옛것이 한 곳에 뒤섞이는 트렌드 속에서 여러 질문이 잇따른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