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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할 때 안녕히 계세요? “틀렸다” vs “꼰대냐” [넷만세]

    퇴근할 때 안녕히 계세요? “틀렸다” vs “꼰대냐” [넷만세]

    사회초년생에게는 처음이라 더욱 쉽지 않을 직장생활. 때로는 악의 없는 말 한마디가 상사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기에 행동거지 하나도 조심스러울 수 있는 시기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안녕히 계세요 논쟁’은 이처럼 녹록지 않은 직장생활 예절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는 지난 10일 ‘신입사원이 퇴근할 때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가버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본문에 “다음에 또 그러면 불러서 한마디 해야 될까”라고 한 줄만 적었을 뿐이지만 이 글에는 7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말이 상황에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게 이상하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다. 신입사원의 퇴근 인사를 못마땅해하는 글쓴이에 비판적인 인스티즈 이용자들은 “뭐 얼마나 대단한 인사말을 바라는지. 꼰대 정말 싫다”, “신입이니 모를 수도 있지. 인사하고 가는 게 어디야”, “우리나라 인사법 너무 짜증나. 그냥 인사로 받아들였으면”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런 반응이 의외여서 놀랍다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다른 인스티즈 이용자들은 “이게 뭐가 이상한지 모르는 사람들은 사회생활 안 해봄?”, “다른 상급자가 보면 거슬릴 수도 있다. 미리 말해서 고쳐주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 “이게 꼰대면 그냥 꼰대 하련다” 등 댓글을 달며 맞섰다. ‘안녕히 계세요’고 부절적한 표현인지 몰랐다는 한 이용자가 “아직 대학생이라 진짜 모르는데 왜 안 되냐”고 묻자 “그분들도 거기 상주하는 게 아니니까 ‘안녕히 계세요’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퇴근해 보겠습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등이라 하는 게 맞다” 등 조언을 했다. 그럼에도 해당 표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이어졌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은 단순히 헤어질 때 인사말로 쓰는 것이지 실제로 상사에게 ‘상주’하라는 의미로 쓴 게 아닌데 그걸 문제 삼는 건 꼬투리 잡는다는 것밖에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직장생활 중 실제로 논란의 상황을 겪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나도 ‘안녕히 계세요’ 했을 때 ‘난 계속 일하라고?’라고 하는 상사 있었는데 그게 비꼬는 거였구나. 난 장난인 줄 알았다. 예의 바르게 한다고 90도로 고개까지 숙여 인사했는데 내 의도가 곡해됐을 걸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다”고 적었다.‘안녕히 계세요 논쟁’은 다른 커뮤니티들로도 퍼지며 더욱 뜨거워졌다. ‘더쿠’에서는 1200개 넘는 댓글이 달린 가운데 해당 인사말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피곤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쿠 이용자들은 “이게 짜증나는 거면 ‘안녕하세요’에도 ‘안녕 못하다’고 할 사람들임”, “이 세상엔 정말 꼰대가 많구나”, “인사는 인사로 듣자” 등 댓글을 남겼다. 반면 “상황에 적절한 인사말은 아니긴 하다”, “한마디 해주는 게 뭐가 어떠냐. 잘못된 인사법 고쳐주면 고마운 거다” 등 의견도 소수 있었다. 1700개 넘는 댓글이 달린 디시인사이드(디씨)의 관련 글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러 디씨 이용자들은 “그냥 신입이 자기보다 먼저 가는 게 기분 나쁜 거다”, “그냥 한국어 없애고 영어로 해라”, “세대 교체가 돼도 꼰대는 결국 생기는구나” 등 비꼬는 반응이 많았다. “회사에서 안녕히 계시란 말은 좀 이상하지. 퇴근하지 말란 소리냐”라는 댓글에는 “꼰대”라는 비아냥이 달리기도 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앞서 이와 관련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질문·답변 게시판인 ‘온라인가나다’에 지난해 8월 한 네티즌이 올린 ‘회사에서 상사보다 먼저 퇴근할 때 ‘안녕히 계세요’는 잘못된 인사인가요’라는 질문에 국립국어원은 “퇴근을 할 때 써야 하는 인사말이 어법상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표준 언어 예절의 내용을 참고해 답변을 드리면, 직장에서 나가는 사람이 ‘먼저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그와 같은 상황에서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드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죽은 어머니와 집에서 3개월 동거한 딸 “부활 기다렸다”[대만은 지금]

    죽은 어머니와 집에서 3개월 동거한 딸 “부활 기다렸다”[대만은 지금]

    대만 북부 신베이시 싼충구의 한 아파트에서 죽은 어머니와 약 3개월 동거한 딸에 대한 사연이 대만 언론들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9일 오후 어머니의 시체는 밀린 월세를 재촉하러 간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죽은 여성 왕모(54)씨와 함께 살고 있는 딸 린모(25) 씨에게서 3개월 전 왕씨가 잠든 사이 사망했다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시신 상태가 미라처럼 누렇게 건조된 점으로 미루어 사망 시점이 2~3개월 전으로 추정했다. 집안은 향을 피워 연기로 자욱했고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이날 집주인은 건물을 확인하던 중 이 집 대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고는 방세가 3개월이나 밀려 있다고 독촉하며 집안을 힐끔 들여다보게 됐다. 그가 본 건 집안 침대 위에는 노란 종이에 둘둘 쌓인 채 누워 있는 왕씨였다. 집안은 향을 피워 연기와 냄새로 지독했다. 이를 본 집주인은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에 따르면, 모녀는 오랫동안 실직 상태로 집세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가끔씩 시간제 알바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딸 린씨에게 어머니의 사망 원인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린씨는 3개월 전인 지난 9월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잤고 다음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만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린씨는 ‘신앙 문제’라며 어머니가 생전에 죽은 뒤에는 시신을 화장시키지도 말고 묻지도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신들의 도움을 받아 부활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생전에 딸이 자신이 죽는 것을 두려워할까 염려한 나머지 “엄마는 죽으면 부활할 것”이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집안 경제 탓에 딸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 밖에 다니지 못했다. 게다가 왕씨는 미신에 대한 극단적인 믿음으로 인해 남편과의 잦은 갈등 끝에 이혼해 딸과 살았다. 이후 왕씨는 암에 걸렸으나 돈이 없어 치료도 받지못하고 사망에 이르렀다. 딸은 어머니가 죽기 전 배가 부은 채 검게 변해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암 투병을 한 것으로 보고 고인의 전 남편을 찾아 이를 확인했다. 담당 경찰은 처음에 종교 관련 살인사건인 줄 알았으나 조사 과정에서 가족의 사연을 들은 후 눈물을 흘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 구청 직원, 시민단체 등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족에게 전달했다. 10일 신베이시 사회국은 이들이 모은 돈 17만5000대만달러(약 750만원)를 가족에게 전달했다며 향후 장례 및 심리치료 등에 전력으로 협조하겠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왕씨의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검찰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 채령 “5억 상당의 주식 사기 당했다” 고백

    채령 “5억 상당의 주식 사기 당했다” 고백

    임권택 감독의 아내 채령이 힘든 시절을 고백했다. 11일 방송된 TV조선 특집 다큐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 임권택’에서는 60년간 한국영화사를 이끈 ‘거장’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임권택, 채령 부부는 선운사를 찾아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겼다. 알고보니 51년 전 이곳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었다. 1971년 영화 ‘요검’에서 한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7년간 비밀 연애를 했다고 밝혔다. 함께 지내온 시간도 어느덧 50년으로, 모든 순간을 함께 걸어온 임권택, 채령 부부는 선운사를 거닐며 추억을 회상했다. 평생을 함께 걸어온 인생의 반려자로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온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맑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채령은 “(당시) 주식을 처음 들었다. 오직 통장만 가지고 있었다. 지인에게 조금씩 투자를 했는데 그걸 감독님이 알았다. ‘세상에 그런 벌이는 없는 거다’라고 했는데 내가 ‘자기가 뭘 알아’라며 고집을 피웠다. 이미 들어간 돈이 있기 때문에”라고 이야기 했다. 채령은 당시 5억 원 거액의 돈을 잃었다. 이날 정확한 액수를 처음 들었던 임권택은 “나는 이 액수를 처음 듣는다.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라며 깜짝 놀랬다. 이어 그는 “평소에 그런 돈놀이에 끼어들고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그런 일에 휘말려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우리 사는데 지장을 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다. 원래 돈을 별로 가져본 적이 없으니 그건 없어졌다가 있었다가 하는 거지”라며 핀잔보단 아내에게 위로를 전했다. 
  • 4개월 밖에 안된 모로코 대표팀, 어떻게 4강 신화 썼을까

    4개월 밖에 안된 모로코 대표팀, 어떻게 4강 신화 썼을까

    모로코의 월드컵 4강 진출이 가져다준 충격과 감동이 하루가 지나도 식지 않는다. 모두 조별리그 세 경기에 16강전, 그리고 8강전까지 다섯 경기에 자책골 한 골 밖에 허용하지 않고, 심지어는 승부차기까지 단 한 차례도 골문을 열어주지 않는 질식 수비를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모로코의 주전 수비수들은 빠진 상태다. 나이프 아구에르드(웨스트햄)와 누사이르 마즈라위(바이에른 뮌헨)는 스페인과의 16강전을 치르며 부상 당했고, 주장 로맹 사이스(베식타스)는 포르투갈과의 8강전 후반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런데 교체 투입된 멤버들이 포르투갈의 파상공세를 이겨내 끝내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4강에 드는 새 역사를 썼다. 대표팀 수비수로 45경기에 나섰던 왈리드 레크라키(47)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든 것이 지난 9월이란 점은 놀랍기만 하다. 그가 부임한 뒤 8경기 무패를 달리며 7경기에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클린 시트를 작성했다. 캐나다와의 이번 대회 조별리그 자책골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그의 경기 뒤 기자회견 발언인데 조금 길어도 옮겨본다. “가장 어려운 것이 이런 토너먼트다. 우리는 최고의 팀을 상대했다. 하지만 우리는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경기를 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열망을 품고 스스로를 낮추면 행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프리카와 아랍 사람들이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몰아주고 있다. 모두가 우리 뒤에 있어서 이렇게 환상적인 성과를 내고 역사책에도 쓰여지게 됐다. 우리는 세계 4강에 들었다. 엄청난 선수들이 있는데 그들은 온갖 찬사를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팀들도 준결승에, 심지어 결승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토너먼트 초반만 해도 나는 우리가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왜 안되는가? 왜 우리가 꿈을 꾸면 안되는가? 꿈꾸지 않으면, 어떤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데 꿈꾸는 데 돈도 들지 않는다. 유럽 팀들은 월드컵을 우승해 왔다. 이제는 우리가 그곳에 이르러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하는 팀이 됐다. 열정과 마음, 믿음을 드러내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그것을 보여줬다. 유럽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던데 우리가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를 물리치고 크로아티아와 비긴 것은 기적이 아니다. 열심히 뛴 결과다. 아프리카와 아랍 팀들은 열심히 했다. 우리는 국민들을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대륙 전체가 자랑스러워 한다. 로키 발보아(영화 ‘로키’의 주인공)를 보면 응원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의 로키다.”알투마마 스타디움을 찾은 모로코 서포터들은 포르투갈이 공을 잡을 때마다 휘슬을 불거나 야유를 퍼부었다. 모로코 선수들이 공을 몰면 “Seer, seer(가, 가)”를 연호했고, “Dima Maghrib(모로코여 영원히)”를 외쳤다. 스코틀랜드 윙어 출신 팻 네빈은 영국 BBC 라디오5 중계 도중 “이 스타디움의 소음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난 월드컵에서 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려 애썼다. 그들은 자격이 충분했다. 기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렇게 소음을 계속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만 아니라 무슬림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아랍권을 통틀어서도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들었다. 스페인과의 16강전 승부차기에 앞서 모로코 선수들은 이슬람 경전 꾸란 문구를 허리에 차고 나섰다. 포르투갈을 꺾은 뒤 서포터 앞에 몰려가 머리를 조아리는 수주드(sujud, 엎드려 경배)를 했다. 교체 자원 아슈라프 다리(브레스투아)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수비수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은 관중석의 어머니를 찾아 입맞춤했고, 수피얀 부팔(앙제)는 그라운드에 내려온 어머니와 춤을 추며 기쁨을 나눴다. 급조된 대표팀 훈련에는 물론, 월드컵 숙소에까지 가족을 대동할 수 있게 해 선수들의 단결력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레크라키 감독이 이날 그라운드를 맨마지막으로 떠날 정도로 승리의 감격을 쉬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한 번 더 수문장 야신 부누와 함께 입장하며 큰 박수를 받았는데 “알함둘릴라(Alhamdulillah, 신께 감사를”이라고 인사한 뒤 온세상이 이제 모로코와 함께 한다며 “인샬라(Inshallah, 신이 원하는 대로)”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끝난 뒤 운 것은 처음이다. 난 모범이 돼야 하고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때로는 너무 그럴 수도 있다. 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다. 감정이 복받친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거짓말하는 것이다. 해서 그냥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누는 “우리는 여기에 와 마음가짐을 바꿔 열등감을 털어냈다. 모로코는 세상 누구와도 대결할 수 있다. 준결승을 넘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마음가짐을 바꿔놓았다. 우리 다음 세대는 모로코 선수들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 것”이라면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와 함께 하는데 모두 환상적이다. 이제 모로코와 만나는 누구도 최고 수준에서 경기할 것이란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사이마 칼릴 BBC 기자는 모로코 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세 단어로 자부심, 믿음, 확신을 꼽았다. 한 팬은 칼릴 기자에게 “거인과 머리를 당당히 맞대고 설 수 있다는 확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칼릴 기자는 한 단어를 보탠다면 역사라고 했다. 놀라지 마시라. BBC는 13일 오후 5시(GMT)까지 4강 중 어느 팀이 우승할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데 12일 오전 6시 현재 아르헨티나 39%, 프랑스 35%, 모로코 19%, 크로아티아 7%로 집계되고 있다. 베론 모센고옴바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사무총장은 모로코가 대규모 투자와 여자축구 집중 육성 등으로 모범을 보였다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로코와 비슷한 성과를 올리려면 더 많은 투자, 자원들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로코축구협회(FMRF)는 대표팀에 막대한 재정적, 감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재정이야 말할 것도 없이 금전적 처우를 의미하며, 감정 지원은 이민자 가정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머물면서 정신적으로 안정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로코는 4년 동안 여자축구 육성을 위해 2000만 달러를 들여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남자 대표팀의 모하메드 4세 훈련장은 최첨단 시설로 대륙에서 버금가는 곳을 찾기 어렵다. 해서 모센고옴바는 모로코를 모범사례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드론의 시각/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드론의 시각/소설가

    미국의 사진작가 앤 마이 레의 ‘29그루의 종려나무’ 연작은 작가가 미 해병대의 군사훈련에 직접 참가해 찍은 사진들이다. 훈련은 국경 지대인 사막에서 진행됐으며, 촬영은 높은 고도에서 이루어졌다. 레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황야에서 솟아난 섬광들이 밤하늘에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내는 사진이 먼저 눈에 띈다. 야간 작전에서 장갑차 대대가 쏘아 올린 포탄이 그리는 궤적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 전투 복장의 병사들이 광활한 자연을 가로질러 저 멀리 장난감처럼 보이는 탱크와 수십 개의 점으로 보이는 또 다른 병사 무리를 향해 행군하는 장면도 있다. 이런 사진들은 항공정찰, 위성 그리고 드론의 시점에서 본 전쟁의 풍경이다. 높은 고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드론의 시점에서는 참혹한 전쟁도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이 된다. 미사일이 날아가 목표물에 명중했을 때의 명쾌한 파괴력은 당연히 그 자리에 존재했을 인간의 두려움이나 고통을 쉽게 삭제한다. 드론의 시점에서 인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인간이 보인다면 집단으로서의 군대나 국민, 더 나아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중의 형태일 테다. 표정을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개인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피투성이가 되고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개인이 아니다. 인간을 바라볼 때 이러한 드론의 시점을 취하기 쉬운 위치가 있다. 한 집단의 리더, 군대의 지휘관, 대통령, 기업의 경영자, 고위 관료처럼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갖는 자리들이다.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되면 역할의 특성상 인간의 눈이 아니라 드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구성 단위로 인간을 바라보며, 집단의 움직임과 위치를 근거로 개인의 희생을 유도하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드론의 시각에서는 화물차 운전자 대부분이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하며, 그 외 시간에도 정차한 채로 화물차 안에서 대기하고, 쪽잠 자고, 밥을 먹고,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퇴근하는 각박한 현실을 보지 못한다. 어쩌면 볼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고도가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은 노동자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할 기회가 없어서 현실을 개선하려는 당사자들의 결단과 행동을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쉽게 규정할 수 있다.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태원 참사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파업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멈출 수 없어서 달려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도 국민이고,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운전자가 운행하는 화물차를 도로에서 마주쳐야 하는 개인도 국민이다. 물류가 멈춰서 초토화될지도 모른다는 생산 현장의 국민이나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만이 국민은 아니다. 범주가 애매한 집단인 국민이라는 단어는 쓰임새가 편리하다. 정치가나 기업의 CEO나 고위 관료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치가나 기업의 CEO나 고위 관료의 시선으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개인조차 드론의 시각으로 타인을 보는 건 이상한 일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관한 뉴스에 달렸던 조롱의 댓글을 볼 때, 경제성장ㆍ물가ㆍ일자리 같은 단어를 늘어놓으며 전형적인 훈수 두기를 하던 이들을 볼 때 세상에는 자리와 상관없이 관리자 마인드를 장착하고 사는 사람이 꽤 많음을 깨닫는다. 최저 시급도 못 받는 노동자가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일은 세상 쓸데없다는 연예인 걱정 못지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저는 할머닌데요?/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저는 할머닌데요?/탐조인·수의사

    “저기 저 오리 봐라. 엄마 오리도 있고 아기 오리도 있네.” 지나가는 사람이 일행에게 개천 위의 오리를 가리킨다. 아기 오리라니, 이 겨울에 아기로 보이는 오리가 있을 리가. 손짓한 곳을 바라보니 흰뺨검둥오리 옆에 물결만 남기고 뭔가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하나, 둘, 셋…. 열을 넘게 세고도 더 지나 처음 위치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뾰족한 부리를 가진 둥글넓적한 몸매의 작은 새가 입에 물고기를 물고 쏙 나온다. 논병아리다. 논병아리는 멧비둘기보다도 작은 편이라서 흰뺨검둥오리 옆에 있으면 작은 ‘꼬꼬마’로 보인다. 게다가 몸매가 둥글넓적해서 딱 아이들의 목욕용 장난감 오리같이 생겼다. 그러니 비록 부리가 오리처럼 넓적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오리 옆의 논병아리를 아기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병아리같이 작은 그 새가 물속으로 잠수해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를 곧잘 잡아 오는 걸 보면 사냥 실력은 크기 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논병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들도 아마 논병아리가 병아리처럼 작고 귀여워서 그리 이름을 붙였을 것 같다. 앞에 붙은 ‘논’은 논병아리가 논에서 지내서(사실 논병아리는 논에서 지내지 않는다) 그런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여름 깃이 빨개져서 ‘농병아리’라고 부르던 게 바뀐 거란다. ‘농익다’ 할 때의 그 농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 논병아리의 목과 뺨이 진한 자주색으로 붉어질 때 ‘아주 농익었네’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갈대색과 비슷한 보호색의 겨울 깃이 자줏빛으로 붉어지면 논병아리는 짝을 찾고 엄마 아빠가 된다. 갈대 사이에 수초로 둥둥 뜨는 둥지를 만들어 품다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등에 태우고 다니며 세상을 익히게 한다. 널찍한 등은 아기들이 편히 업힐 수 있는 배 같은 느낌이다. 등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고 털이 부슬부슬한 논병아리의 등을 본 적이 있는데, 새끼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 논병아리의 병아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흥분이 됐다. 병아리는 크면 닭이 된다. 그런데 논병아리는 다 커서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어도, 엄마가 돼도 병아리라고 불린다. 올해 낳은 새끼가 내년에 번식해 할머니가 돼도 여전히 병아리고, 후손이 늘고 늘어 고조할머니가 돼도 늘 병아리 신세다. 논병아리는 그 이름을 맘에 들어 할까 싫어할까. 빨개진 얼굴로 “전 할머닌데요?” 하고 따질지도 모르지.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사람이니까/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사람이니까/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물신(物神)주의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에서의 상품과 돈(자본)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이 신처럼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걸 뜻한다. 영화와 문학 작품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범죄의 뿌리를 따지고 보면 결국 돈을 얻고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다.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다. 돈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은 그럴싸한 말의 포장을 제쳐 두고 보면 결국 더 많은 돈, 그리고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한 결과다. 영화 ‘올빼미’는 권력을 향한, 혹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욕망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권세가 불러일으키는 소용돌이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사소해 보이는 일상, 애정, 우애와 신뢰는 힘을 잃는다. 진실, 올바름, 윤리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더 많은 돈, 명예, 권세를 얻고 유지하기 위한 살벌한 현실정치 투쟁에서는 공허한 말들로 치부된다. ‘올빼미’가 보여 주는 모습을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화제작인 정지아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홀대받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자신이 믿었던 이념을 따라 살았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찾아온 아버지의 지인들을 빨치산의 딸인 ‘내’가 만나고 얽히게 된 사연을 읽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작품의 고갱이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점차 이해하게 되면서도 아버지의 선택에 따라 치러야 했던 ‘나’와 가족의 혹독한 대가를 한국 소설에서는 드물게 위트, 해학, 풍자로 드러내는 ‘나’의 내면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군들 빨갱이의 딸을 선택하겠는가.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이부진이나 김태희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파장까지 알지는 못했다. 사람살이에서 또렷하게 흑백을 구분해서 못박기 힘든 이유다. 굳이 따지면 삶의 색깔은 회색에 가깝다. 빨치산의 딸인 ‘나’는 아버지의 삶에서 물신의 위세로도 제거할 수 없는 사람살이의 덕목을 배운다. 독자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이념과 사상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사람 사이에 작동하는 ‘인심’은 어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소설에서 ‘나’도 차차 인정하게 되지만, 우리는 모두 “실수투성이인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는다. 그 사실을 인정할 때 세상은 사람이 함께 살기에 조금이라도 나은 곳이 될 것이다.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2년 12월 12일
  • 쇳가루 줄줄… 상수도 없는 집, 네 살 수희를 위협하다

    쇳가루 줄줄… 상수도 없는 집, 네 살 수희를 위협하다

    고속도로 교량 밑 곰팡이 핀 집하루종일 車소음에 한기 감돌아육아·일 벅찬 아빠, 집수리 어려워물량 부족 임대주택 입주 하세월 아동 10명 중 1명 컨테이너 등 거주네 살 이수희(가명)양이 사는 집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딱 두 발자국 거리에 있다. 차가 오갈 때마다 귓전을 때리는 소음은 물론 고속도로 교량 아래 위치해 낮에도 해가 들지 않는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동산면에 있는 수희네 집 주변으로는 한기마저 감돌았다. 수희 아버지 이모(44)씨는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잘 안 되는 데다 비나 눈이 오면 지하수에 녹물과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며 “생수를 끓여서 차가운 생수와 섞은 뒤에 수희를 씻긴 적도 많다”고 했다. 이씨는 4년 전인 2018년 갓 태어난 수희를 안고 이 집으로 왔다. 수희를 출산한 직후 양수색전증을 앓다가 뇌에 이상이 생긴 이씨의 아내(35)는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다. 이씨는 “얼마 전 아내를 보고 왔는데 온몸이 나무뿌리 같았다”며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내의 간병비를 부담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 상황이 버겁다”고 털어놨다.이씨는 5년째 간병비와 병원 물품비로 매달 15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합쳐 정부 지원금으로 135만원 정도를 받지만, 아내의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희를 돌보느라 전혀 일을 할 수 없었던 이씨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으로 버텨 왔다. 올해부터는 수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용직을 포함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버틸 돈을 버는 것도 버겁다 보니 허술한 집을 고칠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집 안 곳곳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수희를 살게 해 주려는 이씨의 노력이 배여 있었다. 창문과 현관문 주변으로 덕지덕지 덧댄 단열재, 화장실 안에 설치된 난방기구, 수도에 부착된 불순물을 거르는 필터, 유독 온도가 높은 수희의 방까지. 올 9월 수희네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물이 새던 지붕도 고쳤고, 그럴듯한 가구도 집 안에 놓였다. 태어나자마자 아빠 품에서 자란 수희가 이씨에겐 세상의 전부다. 이씨가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다. 이씨는 “수희를 위해서 춘천이나 홍천에 임대아파트를 얻어 보금자리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워낙 많아 수희네 가족까지 순번이 돌아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가 열심히 일해 소득이 높아지거나 혹시나 어머니(76)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입주 자격도 후순위로 밀려난다.국토연구원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연계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거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 가구 94.3%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중 25.8%만이 정책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 이근홍 사회복지사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우선 주거환경 개선과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희처럼 법이 정해 놓은 최저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거 환경이거나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아이들은 전체 10명 중 1명꼴로 추산된다. 서울시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84만명 중 12만명(15%), 경기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147만명 가운데 10만명(7%)의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서 지내지 못하고 있다.
  • [단독] “괴롭힘에 몸을 던진 막내, 10년 지나도 악몽은 또렷”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단독] “괴롭힘에 몸을 던진 막내, 10년 지나도 악몽은 또렷”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2011년 12월 20일, 곰살맞은 막내아들을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떠나보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이른 아침 파출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승민이 어머님이시죠. 사고가 났습니다. 빨리 좀 오세요.” 정신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막내 아이가 이미 7층 높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뒤였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당시 따뜻했던 체온을 어머니 임지영(59)씨는 10년이 넘어서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는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날이 그렇게 추운데도 몸이 따뜻했으니까….” 평범한 교사였던 임씨에게는 이후 ‘피해자 엄마’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녔다. 임씨의 아들 권승민(당시 덕원중 2년 14세)군은 목숨을 끊기 전 약 10개월 동안 동급생 2명에게 수시로 돈을 뺏기고, 구타를 당했다. 서울신문은 임씨와 승민군이 잠든 대구 팔공산 추모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씨의 가슴엔 여전히 한이 서려 있었다. “승민이 담임 선생님이나 가해 학생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질 못했어요. 장례 치를 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처를 바란다며 수차례 찾아왔지만 정작 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네요. 직접 와서 승민이에게 사과했다면 저는 애들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걸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교사잖아요.”그날 이후 임씨는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가 됐다. 민사 재판 과정에선 오히려 같은 반 학부모들로부터 ‘평소 아들에게 관심이 없던 엄마’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임씨에게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비난이었다. “제가 못볼 거라고 생각했으니 탄원서에 (엄마들이) 그런 내용을 적었겠죠. 그런데 정말 그러면 안 되거든요. 학교 일 바빠도 학부모 상담 한 번 빠져 본 적 없고,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에도 승민이 담임 선생님께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임씨는 승민군이 학교에서 쓰던 사물함 정리도 직접 할 수 없었다. “유족이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순식간에 정리해서 보내시더라고요. 승민이 물건들이 제대로인지 확인할 길도 없이….” ‘(아이가 베란다 위에 선) 그 순간, 난 왜 (아이의 곁에) 없었을까. 남의 자식 가르친다고 내 아이를 못 지켰구나’ 이런 생각이 평생 교단에 서 온 임씨 부부를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넣었다. 임씨는 지금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남은 가족마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몇 번이고 잠을 깨 큰아들과 남편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동생이 잘못되자 주먹에 피가 나도록 벽을 치며 울던 첫째는 아직도 임씨가 펴낸 2권의 책(‘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여섯 개의 폭력’)을 읽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 교직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승민군의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일을 그만뒀다. 지금은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우리 가족 모두 (승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덜한 건 아니에요.” 임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질 때마다, 눈동자에 승민군 얼굴이 비치는 듯했다. 그간 겪었던 고통보다 남겨질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승민군의 유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교폭력예방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교육의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승민군의 죽음 이후로도 극악한 학교폭력 사건은 계속됐다.“제도는 바뀌었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요.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씨가 내린 평가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현장이, 학교폭력을 다루는 제도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고 누구보다 외쳐 왔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학교의 현실은 참담하다. ‘재발 방지’라는 핑계로 설치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학생들에게 ‘피·가해자’라는 낙인을 양산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한 기관은 여전히 전국에서 대전 해맑음센터가 유일하다. 사건 직후 교육부는 피해자 회복 기관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다년간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접해 온 임씨는 해맑음센터를 전국에 최소 4곳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이라도 학폭 피해를 당하면 위축이 돼요.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두려운 거죠. 일반 학생들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어떻게 피해 전과 똑같이 등교를 할 수 있을까요.”가해자의 반성과 사과도 아직은 먼 나라 얘기다. 임씨는 “요즘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 학생 측도 쌍방으로 신고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서로 먼저 미안하다, 잘못됐다 하면 될 일들도 먼저 굽히질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변호사를 고용해 아이들 대신 부모가 다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서로 화해시키려 나서는 교사들은 ‘누구 편 드는 거냐’라는 학부모의 한마디에 움츠려든다. 교육의 현장에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고, 제도만 남은 셈이다. “제도가 또 바뀐다고 현실이 달라질까요? 가정, 사회, 학교가 맞물려 있어요. 가정과 우리 사회는 학교에 모든 걸 미루지만, 학교에서는 전부 책임질 수 없죠.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가정에서부터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충분히 훈육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죄할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schoolViolence/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미투 논란’ 故김기덕 감독, 타국서 사망 후 벌써 2주기

    ‘미투 논란’ 故김기덕 감독, 타국서 사망 후 벌써 2주기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 故(고) 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다. 故김기덕 감독은 지난 2020년 12월 11일 라트비아 모처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유족은 공식 입장을 통해 “고인은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약 2주 정도 최선의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도중 발견된 심장 합병증으로 지난 12월 11일 끝내 타계했다”고 밝혔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이후 ‘파란대문’(1998), ‘섬’(2000), ‘수취인불명’(2001), ‘나쁜남자’(2002), ‘해안선’(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 ‘빈 집’(2004), ‘숨’(2007), ‘비몽’(2008), ‘아리랑’(2011), ‘피에타’(2012), ‘뫼비우스’(2013), ‘그물’(2016),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8) 등을 연출했다. ‘사마리아’로는 200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같은 해 ‘빈 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아리랑’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특히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서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거장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2018년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는 국내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해외 위주로 활동했다. 한편 故김기덕 감독 유작으로 알려진 ‘콜 오브 갓’(CALL OF GOD)이 지난 7월 열린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 “옥상에서 뛰어내린 우리 아이…악몽은 10년이 가도 또렷해요”

    “옥상에서 뛰어내린 우리 아이…악몽은 10년이 가도 또렷해요”

    2011년 12월 20일, 곰살맞은 막내아들을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떠나보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이른 아침 파출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승민이 어머님이시죠. 사고가 났습니다. 빨리 좀 오세요.” 정신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막내 아이가 이미 7층 높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뒤였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당시 따뜻했던 체온을 어머니 임지영(59)씨는 10년이 넘어서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는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날이 그렇게 추운데도 몸이 따뜻했으니까….” 평범한 교사였던 임씨에게는 이후 ‘피해자 엄마’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녔다. 임씨의 아들 권승민(당시 덕원중 2년 14세)군은 목숨을 끊기 전 약 10개월 동안 동급생 2명에게 수시로 돈을 뺏기고, 구타를 당했다. 서울신문은 임씨와 승민군이 잠든 대구 팔공산 추모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임씨의 가슴엔 여전히 한이 서려 있었다. “승민이 담임 선생님이나 가해 학생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질 못했어요. 장례 치를 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처를 바란다며 수차례 찾아왔지만 정작 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네요. 직접 와서 승민이에게 사과했다면 저는 애들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걸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교사잖아요.” 그날 이후 임씨는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가 됐다. 민사 재판 과정에선 오히려 같은 반 학부모들로부터 ‘평소 아들에게 관심이 없던 엄마’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임씨에게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비난이었다. “제가 못볼 거라고 생각했으니 탄원서에 (엄마들이) 그런 내용을 적었겠죠. 그런데 정말 그러면 안 되거든요. 학교 일 바빠도 학부모 상담 한 번 빠져 본 적 없고,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에도 승민이 담임 선생님께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임씨는 승민군이 학교에서 쓰던 사물함 정리도 직접 할 수 없었다. “유족이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순식간에 정리해서 보내시더라고요. 승민이 물건들이 제대로인지 확인할 길도 없이….”‘(아이가 베란다 위에 선) 그 순간, 난 왜 (아이의 곁에) 없었을까. 남의 자식 가르친다고 내 아이를 못 지켰구나’ 이런 생각이 평생 교단에 서 온 임씨 부부를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넣었다. 임씨는 지금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남은 가족마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몇 번이고 잠을 깨 큰아들과 남편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동생이 잘못되자 주먹에 피가 나도록 벽을 치며 울던 첫째는 아직도 임씨가 펴낸 2권의 책(‘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여섯 개의 폭력’)을 읽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 교직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승민군의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일을 그만뒀다. 지금은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우리 가족 모두 (승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덜한 건 아니에요.” 임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질 때마다, 눈동자에 승민군 얼굴이 비치는 듯했다. 그간 겪었던 고통보다 남겨질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승민군의 유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교폭력예방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교육의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승민군의 죽음 이후로도 극악한 학교폭력 사건은 계속됐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요.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씨가 내린 평가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현장이, 학교폭력을 다루는 제도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고 누구보다 외쳐 왔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학교의 현실은 참담하다. ‘재발 방지’라는 핑계로 설치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학생들에게 ‘피·가해자’라는 낙인을 양산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한 기관은 여전히 전국에서 대전 해맑음센터가 유일하다. 사건 직후 교육부는 피해자 회복 기관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다년간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접해 온 임씨는 해맑음센터를 전국에 최소 4곳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이라도 학폭 피해를 당하면 위축이 돼요.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두려운 거죠. 일반 학생들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어떻게 피해 전과 똑같이 등교를 할 수 있을까요.”가해자의 반성과 사과도 아직은 먼 나라 얘기다. 임씨는 “요즘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 학생 측도 쌍방으로 신고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서로 먼저 미안하다, 잘못됐다 하면 될 일들도 먼저 굽히질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변호사를 고용해 아이들 대신 부모가 다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서로 화해시키려 나서는 교사들은 ‘누구 편 드는 거냐’라는 학부모의 한마디에 움츠려든다. 교육의 현장에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고, 제도만 남은 셈이다. “제도가 또 바뀐다고 현실이 달라질까요? 가정, 사회, 학교가 맞물려 있어요. 가정과 우리 사회는 학교에 모든 걸 미루지만, 학교에서는 전부책임질 수 없죠.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가정에서부터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충분히 훈육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죄할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 “임대 아파트 가는게 소원”…녹물·추위에 떠는 네살 수희네 겨울

    “임대 아파트 가는게 소원”…녹물·추위에 떠는 네살 수희네 겨울

    네 살 이수희(가명)양이 사는 집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딱 두 발자국 거리에 있다. 차가 오갈 때마다 들리는 소음은 밤낮없이 귓전을 때린다. 상수도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쓰는 탓에 비나 눈이 오면 녹물과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 고속도로 교량 아래 위치해 낮에도 해가 들지 않고, 집 주변으로는 한기마저 감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동산면에 있는 수희네 집 보일러에는 실내온도가 영상 19도로 표시됐다. 창문과 현관문 주변으로 여기저기 덧댄 단열재와 연탄 화로, 기름 보일러가 동시에 돌아가는 덕에 그나마 이 온도가 유지되는 듯했다. 벽지와 장판은 곰팡이가 올라와 있었고, 수희 아버지 이모(44)씨가 지내는 방은 보일러를 틀지 않아 집 밖에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씨는 “비나 눈이 오면 녹물과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며 “생수를 끓여서 차가운 생수와 섞은 뒤에 수희를 씻긴 적도 많다”고 했다. 이씨는 4년 전인 2018년 갓 태어난 수희를 안고 이 집으로 왔다. 이씨의 아내(35)는 수희를 출산한 직후 양수색전증을 앓다가 뇌에 이상이 생겼다. 수희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사지가 마비된 이씨의 아내는 지금까지도 식물인간 상태다. 이씨는 “얼마 전 아내를 보고 왔는데 온 몸이 나무뿌리 같았다”며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내의 간병비를 부담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 상황이 버겁다”고 했다. 이씨는 5년째 간병비와 병원 물품비로 매달 15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합쳐 정부 지원금으로 135만원 정도를 받지만, 아내의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희를 돌보느라 전혀 일을 할 수 없었던 이씨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으로 버텨왔다. 올해부터는 수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76)도 모시고 있는 터라 마음 놓고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수희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며 “일용직을 포함해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틈날 때마다 일을 하지만, 결국 빚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겨울이면 난방비로만 한 달에 50만원을 넘게 써야 한다. 올해도 지난달 초에 벌써 기름 보일러에 100만원 어치 등유를 채워넣었다. 이씨는 “두 달 정도면 기름이 바닥난다”며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잘 안되는데다 보일러도 온전치 않아서인지 난방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 달 동안 버틸 돈을 버는 것도 버겁다 보니 허술한 집을 고칠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집 안 곳곳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수희를 살게 해주려는 이씨의 노력이 배여 있었다. 화장실 안에 설치된 난방기구, 수도에 부착된 불순물을 거르는 필터, 유독 온도가 높은 수희의 방까지. 올해 9월 수희네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물이 새던 지붕도 고쳤고, 그럴듯한 가구도 집 안에 놓였다.태어나자마자 아빠 품에서 자란 수희가 이씨에겐 세상의 전부다. 이씨가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유도 수희다. 이씨는 “수희를 위해서 춘천이나 홍천에 임대아파트를 얻어 보금자리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워낙 많아 수희네 가족까지 순번이 돌아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 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없는 만큼 자리가 나기만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이씨가 열심히 일해 소득이 높아지거나 혹시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입주 자격도 후순위로 밀려난다. 국토연구원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연계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거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 가구 94.3%는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중 25.8%만이 정책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 이근홍 사회복지사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우선 주거환경개선과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수희를 포함해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희뿐 아니라 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방에, 컨테이너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 사는 아이들은 여름철 폭우, 폭염만큼이나 겨울이 두렵다. 2인 기준면적 26㎡, 수세식 화장실·전용입식 부엌 등 법이 정해놓은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거환경에 놓였거나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아이들은 전체 10명 중 1명꼴로 추산된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540만 가구 중 59만 4000가구(11%), 서울시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84만명 중 12만명(15%), 경기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147만명 가운데 10만명(7%)의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서 지내지 못하고 있다. 수희네 가족을 포함해 겨울철 주거 취약계층을 돕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033-762-9171)로 문의하면 된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잉글랜드-프랑스 취재석에 영정 놓인 그랜트 월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잉글랜드-프랑스 취재석에 영정 놓인 그랜트 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잉글랜드를 2-1로 제압하고 대회 2연패 도전을 이어가게 된 10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이 열린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 취재기자석에 영정과 조화가 놓였다. 전날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을 취재하다 세상을 등진 미국 기자 그랜트 월(48)이 영정 속에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그가 실신한 것은 0-2로 끌려다니던 네덜란드가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 승부에 들어가던 시점이었다. 초기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는데 24시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전날 도하에서 친구들과 48번째 생일을 자축했던 그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응급의료진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근처 하마드 종합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소생하지 못했다. 부인 셀린 군더는 트위터에 “완전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많은 친구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미국축구협회도 “가슴 아프다. 축구팬으로서 그가 쓴 질적으로 뛰어난 기사들은 축구에 대한 통찰과 즐거움을 가져다줬다”고 애도했다.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월은 1996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축구와 대학농구를 취재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폭스 스포츠에서도 활동했다. 미국의 축구 저변을 넓히고 여자축구에 대해서도 많은 기사를 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취재해 온 그는 이번 월드컵은 자신이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에 기사를 게재하는 식으로 취재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가 지난달 카타르 당국에 구금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부추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부터 논란이 됐던 무지개 셔츠를 입은 채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하고 30분정도 구금된 일이 있었다. 무지개는 카타르 당국이 그토록 민감하게 구는 성적 소수자(LGBT)를 지지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는 동성애자인 동생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카타르 당국의 지나친 단속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고인이 개인 홈페이지에 지난 5일 게재한 글도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 전 열흘 동안 몸이 좋지 않아 기관지염을 달래려고 항생제를 처방받았다고 털어놓은 것이었다. “내 몸이 끝내 무너지는 것 같다. 지난 열흘 내내 감기에 걸린 것 같았는데 미국과 네덜란드 경기 날 밤에 한결 심각해졌다. 가슴 위쪽이 전과 다르게 지릿지릿해 내내 불편했다. 코로나19에도 걸리지 않았다(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클리닉에 갔고, 오늘은 미디어센터 검진센터에도 갔는데 기관지염인 것 같다고만 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고인의 축구 사랑이 “엄청났다”면서 그의 기사들을 “이 세계적인 종목(축구)을 찾는 모두가 그리워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의 돈 가버 커미셔너(총재), 동성애자인 미국 여자 테니스 레전드 빌리 진 킹,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 등도 추모 대열에 합류했다. 고인은 주초에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두가 시상하는 공로상을 현지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또 다른 기자가 월드컵을 취재하던 도중 사망했다. 카타르 뉴스 ‘AI 카스(Kass) TV’의 사진 기자 칼리드 알 미슬람이 지난 1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매체 ‘걸프 타임즈’도 같은 소식을 전하며 “카타르인 알 미슬람이 월드컵을 취재하던 중 갑자기 사망했다. 우리는 그에게 자비와 용서를 믿으며 그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보도했다. 역시 고인의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 아 해리 케인! 두 번째 페널티킥 실축으로 프랑스에 준결 양보

    아 해리 케인! 두 번째 페널티킥 실축으로 프랑스에 준결 양보

    해리 케인(토트넘)의 두 번째 페널티긱 실축이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의 우승 도전에 길을 터줬다. 케인은 1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에 선발 출전, 오렐리앙 추아메니(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아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두 번째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1-2 패배를 불러들였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추아메니의 선제골과 후반 23분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의 추가골을 엮어 두 대회 연속 준결승에 진출했다. 프랑스의 준결승 상대는 앞서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하고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92년 역사의 대회 4강에 진출한  모로코로 15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00년생 추아메니는전반 17분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서 통렬한 중거리 슈팅을 날려 조던 픽포드 골키퍼의 왼쪽을 뚫고 그물을 출렁였다. ‘백년 전쟁’으로 불릴 만큼 잉글랜드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에서 자신의 월드컵 데뷔 골을 뽑아내 기쁨을 더했다. 2003년에 태어난 잉글랜드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과 전반 내내 자주 충돌했다. 선제골도 벨링엄이 발을 갖다 댄 상황에서 나왔다. 벨링엄은 이번 대회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추아메니는 이 경기 전까지 벨링엄(4회)보다 많은 인터셉트(8회)를 성공했고, 패스 횟수(310회-213회)나 성공률(94.8%-93%) 역시 높았다. 둘은 앞으로 세계축구를 이끌 중원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잉글랜드는 전반 28분 4년 전 러시아 대회 득점왕인 케인이 통렬한 슈팅을 날렸는데 프랑스 수문장 위고 요리스가 쳐내는 바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했다. 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동료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전반 43분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카일 워커(맨체스터 시티)의 진로를 방해하려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프타임 중계 카메라에 추모 공간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전날 아르헨티나-네덜란드 8강전을 취재하다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기자 그랜트 월을 애도하는 자리였다.후반 1분 벨링엄을 막으려던 우스만 뎀벨레가 옐로카드를 받고, 이어진 세트피스 혼전 상황에 흘러나온 공을 벨링엄이 득달같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골문을 향했는데 또다시 요리스가 몸을 날려 쳐냈다. 요리스는 통산 143번째 A매치에 출전, 1994∼2008년 142경기에 나섰던 수비수 릴리앙 튀람을 뛰어넘는 프랑스 역대 최다 출전자로 등극하면서 여러 차례 잉글랜드의 눈부신 공격을 선방했다. 그러나 선제골의 주인공 추아메니는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부카요 사카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오자 발을 쓴 것이었다. 케인이 신경전을 벌인 끝에 요리스가 몸을 날린 반대쪽으로 차넣어 그물을 갈랐다. 그의 A매치 53골로 웨인 루니와 잉글랜드 선수 최다 득점 공동 1위로 올라서게 만든 득점이었다. 후반 33분 지루가 그리에즈만이 올려준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대 그물을 출렁여 2-1로 다시 앞서나갔다. 자신이 보유한 프랑스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53골로 늘렸다. 38분 메이슨 마운트가 테오 에르난데스의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케인이 힘차게 찼으나 골대를 한참 벗어나버렸다. 이날 침묵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는 어린애처럼 활짝 웃었고, 케인은 낙담했다. 후반 추가시간 막판 마커스 래시포드가 페널티 지역 바로 앞에서 프리킥을 얻어 골문을 노렸지만 골대를 살짝 넘기고 말았다. 케인의 페널티킥 실축이 두고두고 잉글랜드 팬들의 입길에 오를 것 같다.  
  • 문 전 대통령과 16년 함께…‘마루’의 마지막 산책길 [김유민의 노견일기]

    문 전 대통령과 16년 함께…‘마루’의 마지막 산책길 [김유민의 노견일기]

    조금 특별했던 흰 개 ‘마루’가 16살이 된 해 겨울, 사랑하는 주인 곁에서 눈을 감았다. 이미 노견이었던 마루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활동이 줄어들었다. 17살 찡찡이와 유기견이었다가 2015년 입양된 토리까지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들 나이들이 많다”며 “점점 활동이 줄어들고 있어 안쓰럽다. 시간이 나는대로 산행도 시켜주고 있다”고 말했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마루가 자신의 곁에서 눈을 감았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마루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이자, 가족의 든든한 반려였다고. 마지막 산책을 함께 하고, 숨을 거둘 때 쓰다듬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양산 매곡 골짜기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긴 세월을 함께한 반려견이었다. 문 전 대통령에게 마루는 매곡 골짜기에서 제일 잘 생기고 위엄있는 수컷이었다. 전국 곳곳으로 2세도 많이 퍼트렸다. 청와대로 가서는 북한 풍산개 곰이와 사랑을 나누고 남북합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잘 산 견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뒷산 다락을 마음껏 뛰어다녔던 마루는 느릿해진 발걸음으로 마지막 산책길, 여느 때처럼 떨어진 홍시감을 먹었다. 그리고 산책 중에 스르르 주저 앉아 마지막 숨을 쉬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숨을 쉬는 마루를 쓰다듬고, 화장하여 마당 나무 사이에 수목장으로 묻었다. 그리고 고맙고, 또 고맙다고, 다음 생이 있다면 좋은 인연으로 꼭 다시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 ·노견·노묘의 기준 - 보통 소형견을 기준으로 8살 이상이 되면 노견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노화 시기가 늦춰져 10살 이상을 노견으로 본다. 고양이는 평균 12살이 넘으면 노묘로 간주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보다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이상 증상을 보이면 수의사를 찾아 확인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이 노령이 되는 10살이 넘으면 이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뒤 심한 무기력함,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문을 열면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고, 실수했을 때 마지못해 혼냈던 기억이 생각나 후회가 밀려온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더 슬퍼진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가족으로 함께한 반려동물이었기에 느끼는 슬픔이다.한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타이타닉‘ 주제곡 셀린 디옹에 연이은 불행, 몸 뻣뻣해지는 불치병

    ‘타이타닉‘ 주제곡 셀린 디옹에 연이은 불행, 몸 뻣뻣해지는 불치병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으로 2014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프랑스계 캐나다 출신 팝스타 셀린 디옹(54)이 희귀 불치병을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하며 아카데미상 5개와 그래미상 2개를 수상한 디옹은 8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 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을 앓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최근 100만명 중 한 명꼴로 걸리는 매우 희귀한 질환을 진단받았다”며 “이 병이 나의 모든 (근육) 경련을 일으킨다는 점을 이제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불행하게도 이 경련은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며 “때때로 걷는 것을 어렵게 하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성대를 사용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PS는 근육 경직을 유발해 사람의 몸을 뻣뻣하게 만들고, 소리와 촉각, 감정적 자극에 따른 근육 경련을 일으킨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걷거나 움직이는 데 장애를 겪을 수 있고, 자동차 경적과 거리 소음에도 경련을 일으켜 넘어지기도 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SPS는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고, 항우울제와 근육이완제를 사용해 병의 진행만 더디게 할 수 있다. 이번 진단에 따라 디옹은 내년 2월 유럽 콘서트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투어 공연 스케줄을 2024년으로 연기했다. 그는 “저의 힘과 공연 능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 스포츠의학 치료사와 함께 매일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투쟁이라는 점을 나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노래이고, 그것이 내 평생 해온 일”이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팬들의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디옹에게는 오스카를 수상한 2014년부터 궂긴 일이 잇따랐다. 그 해 남편 르네 앙젤릴이 암 투병 중이라며 음악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년 뒤 활동을 재개했지만 2016년 초 다시 무대를 떠났다. 남편과 오빠 다니엘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었다. 2019년 스튜디오 앨범 ‘커리지’(Courage)를 발표했는데 시아, 샘 스미스, 데이비드 궤타 등과 협업했다. 앨범 홍보를 위해 세계 투어를 계획했는데 팬데믹 때문에 많은 공연이 연기됐다. 해서 부득이하게 올해로 일정을 재조정했는데 이마저 “심하고도 끈질긴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라스베이거스 레지던시 공연에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국 버밍엄, 글래스고, 맨체스터와 런던 야간공연 등은 미뤄졌고 다른 공연들 역시 취소되고 있다.
  • 괴테 시의 80%를 8권에 수록, 임우영 번역으로 8년 만에 완간

    괴테 시의 80%를 8권에 수록, 임우영 번역으로 8년 만에 완간

    들장미(Heidenr?lein) 한 소년이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그렇게 어리고 아침처럼 고와 가까이 보려 서둘러 달려가 너무나 즐겁게 쳐다보았네. 장미화야, 장미화야, 붉은 장미화, 들에 핀 장미화. 명심(BEHERZIGUNG) 아아, 인간은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나은가? 달라붙어 꼭 매달려야 하는가? 계속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가? 자신이 살 작은 집 지어야 하는가? 천막 아래 살아야 하는가? 바위 위로 감히 걸어가야 하는가? 그 단단한 바위들조차 떨고 있는데.독일의 시성((詩聖)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평생에 걸쳐 쓴 시 가운데 80%를 포함한 ‘괴테 시선’ 7권과 8권이 지난달 말 발간돼 8년에 걸친 기획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만지(대표 박영률)가 내놓은 ‘괴테 시선’(전 8권)에는 괴테가 일곱 살 때 새해를 맞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위해 쓴 ‘1757년이 즐겁게 밝아 올 때…’부터 1832년 3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시민의 의무’에 이르기까지의 주옥같은 시들이 시기별로 나누어 수록됐다. 특히 ‘베네치아 에피그람’과 에피그람 유고들 및 기타 에피그람, ‘크세니엔’이나 ‘온순한 크세니엔’은 국내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소개한다. 저본은 함부르크판 괴테 전집(Goethe. Werke. Hamburger Ausgabe)을 기본으로 하되, 그 뒤 나온 여러 전집 판본을 참고해 보완, 교감했으며, 함부르크판에 누락된 ‘크세니엔’(괴테 시선 4), ‘서동시집’(괴테 시선 6), ‘온순한 크세니엔’(괴테 시선 8) 등은 바이마르 전집(Weimarer Ausgabe)을 참고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지낸 임우영 교수(한국외국어대)가 번역을 맡아 시의 운율과 해학을 살렸으며 자세한 해설과 주석으로 작품을 좀 더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임 교수는 “당시 시대 상황과 작품의 배경, 인간관계, 작품이 풍자하는 대상 등을 이해해야 괴테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면서 문학은 물론 자연 과학, 정치, 철학, 의학 등 다방면을 깊이 모색했던 그의 삶과 사상이 시 안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괴테 시선’은 독일어와 우리말의 언어 차이로 시적 감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던 번역본들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교수는 ‘신’이라는 ‘형이상학적 존재’를 인간의 인식력으로는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오로지 선한 행동을 통해서 보다 숭고한 존재인 ‘신’을 “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방대한 괴테 문학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며, 이런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이 괴테 시의 본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시를 읽고 스스로 의미를 파악하려 시도한 뒤 해설을 읽고 다시 한번 읽어 보라”고 조언한다. 국내에서 괴테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희곡 ‘파우스트’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세계 3대 시성으로 꼽힐 만큼 출중한 시 세계를 자랑한다. 괴테 문학의 진수는 시에 있다고도 할 수 있으며 그의 시는 슈베르트의 가곡 ‘들장미’를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리스트, 브람스 등 수많은 거장들에 의해 음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번에 간행된 ‘괴테 시선 7’은 마지막 순간까지 후세들에게 유언처럼 남겼던 인생의 깊은 의미를 담은 시들을 담고 있으며, ‘괴테 시선 8’은 괴테가 죽은 뒤에야 정리됐던 격언 모음집 ‘온순한 크세니엔’을 수록하고 있다. 각권 288~948쪽, 1만 8000원~3만 2800원이며 한 질 가격은 19만 5480원이다.
  • “곧 올 다문화 3세대도 대비돼야…‘구별 짓기’ 없는 사회 만들자”

    “곧 올 다문화 3세대도 대비돼야…‘구별 짓기’ 없는 사회 만들자”

    10일은 유엔 ‘세계 인권 선언의 날’서울시 2022 인권문화행사 주간인권 토크쇼서 ‘함께 사는 사회’ 고민“저의 디폴트(기본) 값은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부모님은 자연스레 수어로 대화를 하고 저도 수어를 모어로 배웠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죠. 저희 부모님이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농인 부모의 자녀인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이길보라 감독이 9일 ‘2022 서울시 인권문화행사 토크 콘서트’에서 전한 말이다. 이길보라 감독은 “저에겐 수어가 익숙하고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언어로 느껴지는데 사람들은 ‘너희 엄마 아빠가 안들리나봐. 불쌍해’라며 연민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적이고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어요”라며 “그게 제가 처음 ‘아 우리집 세상과 다른 집의 세상이 다르구나’ 느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계인권선언의날’(12월 10일)을 기념해 이날 인권 토크쇼를 열었다. 이현웅 YTN 앵커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크쇼에는 이길 감독을 비롯해 다문화 학생 패션분야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인 ‘꿈토링스쿨’ 교장인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네팔 출신 배우 검비르, 지체 장애인 최초 박사 윤은호씨 등이 참석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주제로 한 이 자리에서는 다채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폭넓은 의견이 나왔다. 이상봉 교장은 “이제는 다문화 1세대를 넘어 다문화 자녀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유럽 등에서는 다문화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가 이중 언어 쓰는 것 등에 긍지 느끼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한국말 이 외에 어머니나 아버지의 언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다문화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당당하도록 그들이 사회와 같이 어울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문화 세대가 벌써 2세에 와 있고 곧 3세로 내려올 텐데 우리 사회가 준비가 돼 있으면 좋겠다”며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비르 배우도 “다문화 청소년 멘토링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떳떳하게 엄마가 베트남, 필리핀, 네팔 출신인 것을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다문화 행사와 관련해 “우리도 모르게 주말에 다문화인만 불러서 교육을 하고 있더라”며 “그게 아니라 친구와 함께 엄마 모국 음식과 문화를 나누는 경험을 주고, 이중 문화를 가진 것이 떳떳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길 감독은 “200만 다문화 시대라는데 이미 우리도 한 사람에게 수많은 유전자가 섞여 있는 몸이지 않나”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 위해서는 다문화인, 장애인, 코다 각자가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성, 내 친구와 내 옆사람의, 그러니 곧 나의 문제가 되면서 구별 짓기를 하지 않아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냈다. 토크쇼에서는 이 외에도 최근 자페 스펙트럼 장애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증인’ 등 문화 콘텐츠에 담긴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두고 토론하는 시간도 있었다. 한편 한국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짚는 내용도 나왔다. 과거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볼 때 주로 ‘노동하기 위해 온 사람’에만 그쳤던 시선이 최근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시선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시는 오는 14일까지 서울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인권 전시회도 진행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공모전 수상작과 장애인 작가(해오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작품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 오디오 콘텐츠 시장 커진다… V로그 이어 ‘A로그’ 뜰까

    오디오 콘텐츠 시장 커진다… V로그 이어 ‘A로그’ 뜰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세상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다시 바쁜 일상 속에 짬짬이 즐기는 콘텐츠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사랑을 받고 있다. 귀에 기기만 착용하면 이동 중이나 운동, 산책, 집안일 등을 하는 중에도 완결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골드만삭스는 전세계 오디오 플랫폼 콘텐츠 시장이 2019년 220억 달러(약 26조3000억원)에서 2030년엔 753억 달러(약 9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의 대표 콘텐츠는 오디오북이다. 오디오북은 ‘책을 읽어주는’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쉽다. 국내 오디오북 플랫폼은 윌라가 선도하고 있다. 소설을 중심으로 텍스트 자동 음성 변환(TTS) 방식이나 한 사람의 음성으로 낭독하던 방식이 위주였다면 최근엔 여러 인물이 출연해 연기를 하는 드라마 형식도 늘어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10월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웹소설을 원작으로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어 온 네이버 오디오클립도 풍부한 자사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장 쟁탈전에 나섰다.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공급되는 비디오로그(V로그)에 이어 오디오 콘텐츠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오디오로그(A로그)도 점점 사용자와 크리에이터를 늘려 가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제작 면에서 영상과 같은 고급 편집 기술이 필요가 없어 크리에이터 진입 장벽이 낮다. 이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플로는 지난해 MZ세대를 겨냥해 서비스를 확장하며 ‘오디오 플랫폼’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7월부터는 누구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으로 전환하고 크리에이터 전용 서비스도 열었다. 플로 오디오 크리에이터는 앱 내에서 스트리밍되는 음원을 저작권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오디오 오픈플랫폼 중 유일하게 콘텐츠 재생 당 수익을 창출하는 재생 기반 성과보상 시스템(PPS)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플로 오디오 로그 중엔 대학생 신분 크리에이터가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아직은 대학생’, 연극 배우 문병설이 지인들을 초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문병설의 세상만사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이야기 봇짐’ 등이 유명하다.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은 누구나 DJ가 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 서비스 출시 뒤 1년 만에 해외 시장에 진출, 현재 일본·중동·미국 등 국가에서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일반인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와 콘텐츠로 오디오북을 제작·배포할 수 있게 만들어진 플랫폼 나디오는 영상 콘텐츠에서 유행하는 ‘숏폼’ 바람을 오디오에서도 일으키고 있다. 3분 가량의 형태로 구성하도록 한 숏폼 오디오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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