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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혼 넘친다, 강철 도시

    예술혼 넘친다, 강철 도시

    포항은 철의 도시다. 철로 만든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널렸다. 정점은 ‘스페이스 워크’ 아닐까 싶다. 포항 여정을 뒤틀리게 한 ‘문제의’ 랜드마크. 이 작품이 세워진 환호공원은 덩달아 포항 최고의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철로 만든 예술 작품 속으로 스페이스 워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다만 여행자가 둘러보려면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날이 어둑해지면 문 닫고(겨울철 오후 5시),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조금만 세차도 문을 닫는다. 동시 입장객 숫자도 제한한다. 따라서 기상 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사람이 몰리지 않는 평일 이른 시간에 찾는 게 좋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의 부부 작가가 철로 만든 체험형 조형미술 작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생겼는데, 몸이 뒤집히는 구간을 제외하고 실제 걸어볼 수 있다. 체험엔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감상은 ‘무제한’이다. 특히 저물녘과 경관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느긋하게 감상하기 좋다.스페이스 워크 아래는 포항시립미술관이다. 철의 도시에 걸맞게 ‘스틸 아트’(Steel Art)를 지향하는 곳이다. 미술관 내부는 전시물 교체로 현재 출입 불가다. 그래도 미술관 주변에 볼만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비가 아니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보석 같은 풍경들이다. 고철과 폐기물을 소재로 제작한 ‘돈키호테’, 몸은 텅 비었으되 생식기만큼은 강건한 ‘짜식들’, 수많은 철선 가닥을 꼬아 순록으로 재탄생시킨 ‘나무 꿈을 꾸었어’ 등의 작품이 너른 잔디 정원에 흩어져 있다. 미술관 정문엔 거장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Relatum)이 있다.●영일대 ‘워터 폴리’서 야경 만끽 ‘워터 폴리’도 찾아볼 만하다. ‘폴리’는 장식에 초점을 맞춘 건축물을 뜻한다. 광주광역시가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광주 폴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포항에선 도시와 바다, 강의 경계 어름에 세웠다. 그래서 ‘워터’(Water) 폴리다. 현재까지 조성된 워터 폴리는 모두 3개다. 영일대 워터 폴리는 고래, 송도 해변의 폴리는 갈매기를 각각 형상화했다. 고래의 꼬리지느러미 위에서, 갈매기의 날개 끝자락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맛이 각별하다. 형산강 워터 폴리는 전구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래서 밤에 봐야 제맛이다. 강화 유리 안에서 반짝이는 경관 조명이 제철소 야경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진다.●포항역 ‘철길숲’ 도심 속 문화 산책 포항은 철강 도시 이미지만큼이나 단단하고 활기 넘치는 곳이다. 한데 후미진 곳을 돌다 보면 어딘가 애수 어린 느낌도 들게 된다. 영화 ‘접속’에서 친구의 연인 기철(김태우)을 찾아 포항까지 내려온 수현(전도연)의 낭패한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평생을 혼혈아로 오해받다 세상을 뜬 가수 함중아가 고향을 그리며 만든 ‘형산강’의 노랫말에서도 이곳 사람들만의 애틋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영일대 아래는 옛 도심이다. 중앙로 일대에 볼거리들이 많다. 옛것과 새것이 서로를 완강히 거부하며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옛 포항역 주변이 특히 그렇다. 길 하나를 사이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 듯하다. 조만간 옛 포항역 자리에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나면 집창촌 등 옛 도심의 풍경은 완전히 사라질 터다. 옛 포항역 옆엔 ‘철길숲’이 있다. 폐철도 부지를 활용한 산책로다. 거리는 9.3㎞다. 산책로 곳곳에 조형미술 작품 등 볼거리가 많다. 아파트가 숲을 이룬 도심에서 만나는 문화 공간이라 느낌이 더욱 각별하다. ‘꺼지지 않는 불’로 유명한 ‘불의 정원’도 여기에 있다. 2017년에 터파기 공사를 하다 지하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불꽃이 튀며 발화했는데, 금방 꺼질 듯하더니 어느새 6년 가까이 타고 있다.
  • 서울교육청 ‘고지보다 비싼 학원비 벌점 완화’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공시보다 비싸게 학원비를 받는 학원에 대한 벌점 기준을 일부 완화한 데 대해 학원비 단속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일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학원별 교습 과목·시간·비용을 온라인에 거짓 신고할 경우 20~40점의 벌점을 부과하던 규정이 삭제됐다.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지된 학원비를 초과 징수한 비율 중 30% 미만인 경우에 대해 벌점을 10점씩 줄여 1·2차 적발 때 각각 10점, 30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50% 미만을 초과 징수한 학원에 1·2차 적발 때 각각 20점, 40점을 매겼다. 서울은 벌점 31점부터 최소 일주일 교습 정지를 처분하는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초과 징수가 2회 적발돼도 30% 미만이면 교습 정지를 피할 수 있다. 교육청은 개정 이유에 대해 “다른 시도보다 벌점이 높지만 사교육비 증가 우려가 있어 30% 미만의 경미한 부분에 대해 완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에서 “온라인 정보가 잘못 공시되면 합리적 사교육 소비를 방해할 수 있다”며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고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준이 세분화된 만큼 인력 충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울에는 약 2만 5000개의 학원과 교습소가 있는데 감독 인력은 고작 31명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사교육 업체가 많은 서울은 특수성이 있어 정보 공개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규제를 완화해도 다른 시도보다 매우 강한 편”이라며 “점검 인력은 순차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3년 2월 17일
  •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튀르키예 엄마와 아이, 228시간 만에 구조 [포착]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튀르키예 엄마와 아이, 228시간 만에 구조 [포착]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15일(현지시간) 기준 사망자가 무려 4만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기적의 구조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한 여성과 두 어린이가 지진 발생 후 무려 228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족은 지난 6일 지진 발생 직후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렸으나 다행히 화를 피했다. 그러나 꼼짝없이 사방이 막힌 어둠 속에 갇힌 이들은 하루이틀 사투를 벌이며 무려 228시간(9일 12시간)을 버텼다. 9일 만에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직후 여성이 던진 첫번째 말은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는 것이었다. 구조대원 메흐멧 에릴마즈는 "잔해 속에 깔려있던 여성이 우리를 보는 순간 너무나 기뻐했다"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시켰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은 외국 국적의 어머니와 자녀들로 구조 직후 탈수 증상은 있었으나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앞서 튀르키예 동남부 아드야만에서 77세 여성이 지진 발생 21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으며, 또한 카흐라만마라슈에서도 건물 잔해에 깔려있던 42세 여성이 222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실상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훨씬 지났음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생존자들이 구조되는 기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최악의 참사로 이어진 이번 강진은 지난 6일 오전 4시 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발생했으며, 오후 1시 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뒤따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이 15일까지 집계한 사망자 수는 3만 5418명이다. 여기에 시리아 정부 통제지역 사망자 수는 1414명, 시리아 반군 지역 사망자 수가 4400명에 달해 총 사망자수는 4만 1000명이 훌쩍 넘어섰다. 유엔 구호 당국은 구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현재는 작업의 초점이 주거지와 음식, 교육 지원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 ‘주역 대가’ 김석진 옹 노환으로 별세

    ‘주역 대가’ 김석진 옹 노환으로 별세

    주역의 대가로 이름난 대산(大山) 김석진 옹이 15일 분당제생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고인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세부터 당대의 한학자 야산 이달(1889~1958) 선생 문하에서 13년 동안 역경, 시경, 서경을 배웠고 30살 때 대산이란 호를 받았다. 스승이 작고한 이후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정통 주역 공부에 매진했다. 1985년부터 서울 함장사와 흥사단에서 주역을 본격적으로 강의하기 시작했고 주역을 쉽게 풀어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는 ‘대산 주역강의’, ‘주역전의대전역해’ 등 10여권이 있다. 고인은 주역은 최고의 철학이며 유학의 으뜸 경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수(米壽·88세) 기념집 발간을 계기로 2015년 기자들을 만났을 때는 “주역은 세상이 변하는 것, 즉 이치를 알고 점을 쳐서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미래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이치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주역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례는 한국홍역학회 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2호실, 발인은 17일 오전 8시다. 유족으로는 세 아들 한성·한명·한기씨와 딸 한숙씨와 사위 김영환씨가 있다. 장지는 세종시 대전공원묘원이다.
  • 주역 대중화에 제자만 1만명 주역대가 김석진 옹 별세

    주역 대중화에 제자만 1만명 주역대가 김석진 옹 별세

    국내 주역의 대가로 제자만도 약 1만명이 넘는 대산 김석진 옹이 지난 15일 별세했다. 95세.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에 주역에 입문한 뒤 역사학자 이이화(1937~2020) 선생의 부친인 야산 이달(1889∼1958) 선생의 문하에서 13년 동안 역경, 시경, 서경을 수학했다. 스승의 작고 후 고인은 독학으로 주역을 연구해 50대인 1980년대부터 약 30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주역 경전 본문을 가르쳤다. 고인은 2015년 미수(米壽·88세) 기념집 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나 “주역은 세상이 변하는 것, 즉 이치를 알고 점을 쳐서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미래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이치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주역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주역을 알기 쉽게 풀어쓴 ‘대산 주역강의’를 비롯해 주역 관련 저서를 10권 넘게 남겼다. 2019년에는 ‘새로 쓴 대산 주역강의’를 내기도 했다. 별세 소식을 알린 이찬구 한국홍역학회장은 “대산 선생의 제자로 공부한 이들이 약 1만 명, 1년 정도 공부해서 수료한 뒤 호를 받은 제자가 3000명에 이른다”며 “어려운 주역의 대중화에 공헌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장례는 고인이 설립한 한국홍역학회의 학회장으로 치러지며 주역 제자인 김주한 전 대법관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발인은 17일 오전 8시, 장지는 세종시 대전공원묘원.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60년대 핀업 걸로 유명했던 라켈 웰치 83세에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60년대 핀업 걸로 유명했던 라켈 웰치 83세에

    미국 여배우 겸 모델 라켈 웰치가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매니저는 1960년대 국제적인 섹스 심벌의 한 명으로 여겨졌던 고인이 15일(현지시간) 아침 잠깐의 투병 끝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1966년 영화 ‘공룡 100만년’(One Million Years BC)에 비키니를 걸친 동굴 여인으로 연기하던 모습은 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1974년 ‘삼총사’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의 여성 액션 영웅의 원조였다는 얘기를 듣는다. 1940년 본명 조 라퀠 테하다로 태어난 그녀는 10대 미인선발대회에서 우승했고 나중에 지역 방송 기상 캐스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하며 이혼한 두 자녀의 엄마로서 나이먼 마커스의 의류가게에서 모델 일을 했고, 칵테일 웨이트레스 일도 했다. 1964년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뒤 영화 ‘A House Is Not A Home’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뮤지컬 ‘Roustabout’에 카메오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기회를 붙잡았다. 2년 뒤 공상과학 영화 ‘Fantastic Voyage’와 판타지 영화 ‘공룡 100만년’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영화 ‘쇼생크 탈출’ 주인공 앤디가 탈옥할 때 마지막으로 감방에 남긴 핀업 포스터가 바로 고인의 ‘공룡 100만년’ 핀업 포스터였다. 웰치의 ‘공룡 100만년’ 대사는 몇 줄 되지 않았지만 사슴 살갗을 닮은 투피스 비키니를 입은 그녀 모습을 담은 선전용 스틸 사진이 시대를 풍미하는 핀업 걸로 만들어줬다. 그녀는 오랜동안 자신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에 늘 불만을 토로했는데 한 번은 “섹스 심벌이 될 만하지도 않았고, 내 본성으로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사실은 아마도 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글래머답게, 또 운좋게 오해받은 인물이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웰치는 회곡록 ‘Raquel: Beyond the Cleavage’에서 어린 시절에 대해 입을 열고, 할리우드에서 싱글 맘으로 초기 경력을 닦던 일, 자신의 나이에 대해 거짓말할 줄 몰랐던 이유 등을 털어놓았다. 반세기 영화계에 몸담았지만 30여편의 작품과 50개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했을 뿐이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1968년 영화 ‘Lady in Cement’에서 첫 사랑 역할, 1970년 ‘Myra Breckenridge’에서의 트랜스젠더 여성 역할, 1987년 TV 드라마 ‘죽을 권리(Right to Die)’에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던 연기 등이 손꼽힌다. 말년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가발, 보석, 스킨케어 컬렉션에댜 맥 코스메틱스 화장품 라인을 판매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데이먼 웰치와 딸 겸 여배우 라탄 태니 웰치를 남겼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서강대 교수(매체경영)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자니 좀이 쑤실 게고, 밖에 나가 뭘 좀 해보고 싶어도 따라붙는 국민들의 눈길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요즘은 남녀 구별 없이 각각 제 할 일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각종 논란과는 별개로 대통령 부인이란 이유만으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여사의 경우 돌볼 아이도 없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부인도 일이 있어야 하고 또 일의 품격과 종류가 있다고들 한다. 미국ㆍ일본 등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내조형과 치맛바람형, 즉 외조형이다. 에디스 윌슨은 윌슨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대내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만년의 쇠약해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신 전면에 나선 엘리너 루스벨트는 한술 더 떠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비판자들은 그녀가 “치마 속에 숨은 레닌”(Lenin in Skirts)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천애고아로 고독과 절망 속에서 어렵게 자란 그녀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한 루스벨트와의 결혼을 주저하지 않았다. 강력한 추진력과 함께한 휴머니즘, 겸손함으로 미국인들에게 ‘영원한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지금도 절대적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 철의 여인의 뒤를 이은 베스 트루먼과 메이미 아이젠하워 여사, 케네디 암살로 엉겁결에 백악관에 입성한 존슨 대통령의 부인은 부엌에서 조용히 행주치마를 둘렀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의 치맛바람도 만만찮다. 둘 사이에도 자녀가 없다. 일본 유명 제과회사인 ‘모리나가제과’의 창업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지한파이자 한류 광팬인 그녀는 주관이 뚜렷하다. 아키에를 말할 때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술을 전혀 못 하는 남편과 달리 ‘애주가’인 그는 각종 모임에서 남편 대신 앞장서 건배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선거 때마다 주민들이 권하는 술을 남편 대신 모두 받아 마실 만큼 주량도 세다. 아키에는 남편인 아베 전 총리의 정책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런 그녀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영부인은 정책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Japan’s First Lady Isn’t Shy About Criticizing Policy)고 비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통령 부인의 일이란 대형 국가정책보다는 국민들의 거부감 없는 내조 정도였다. 이렇게 제한된 영부인의 역할을 송두리째 거부한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예일대 로스쿨 학생회장 출신의 이 딱 부러진 영부인은 할머니 같던 바버라 부시에게 익숙해 있던 미국인들을 놀라게 한다. 당시 언론은 “백악관을 점령했다”는 표현으로 그녀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했다.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지만, 반대편의 사람들에게서도 인정받는 것은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꺼리는 의료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득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결국 낙마한다. 워낙 후유증이 컸는지 힐러리 이후에는 지금까지 강력한 영부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젊은 대통령 부인을 두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이전 영부인의 치맛바람에 실망한 한국인들은 김건희 여사에게 조용한 내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는 커리어 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 [데스크 시각] 대지진 이후/안동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대지진 이후/안동환 국제부장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 1985년 9월 19일 오전 7시 19분 멕시코시티를 강타한 규모 8.1 대지진 때도 그러했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정부의 무능한 대응으로 9500여명이 숨졌다. 그 과정에서 수십년 동안 일당 체제를 구축해 온 집권 ‘제도혁명당’의 정치가 지진보다 더 큰 재앙으로 인식됐다. 대지진 후 멕시코에서 주거권 확보를 위한 시민운동이 처음 시작됐고 독립노조들이 탄생했다. 제도혁명당은 1988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2000년 선거에서 71년 만에 무너지는 ‘정치적 대지진’을 겪었다. 지난 6일 일어난 튀르키예 대지진이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진 튀르키예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20년간 장기 집권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 ‘정의개발당’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살펴야 한다. 에르도안 집권기의 튀르키예는 연평균 5%가 넘는 고속성장을 했다. 이스탄불시장을 거쳐 총리와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이 연이은 정경유착 스캔들과 권위주의 흑화에도 지지를 받았던 건 경제적 성과 때문이다. 그와 집권당이 휘두른 마술봉은 재임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정도로 커진 건설산업이었다. 해외 자본을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성장 정책은 에르도안이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2023년)까지 세계 10대 경제국 진입 목표를 제시한 ‘2023 국가발전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대규모 관급공사로 건설붐이 일어났고, 안전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 허가를 쉽게 내주는 대신 압축적인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 큰 피해를 입은 가지안테프주 역시 에르도안 선조가 터 잡은 곳으로 개발 광풍이 거셌다. 최악은 공공녹지 매각이었다. 에르도안 정부는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 건물 지을 땅이 부족해지자 공공녹지 수백 곳을 아파트와 쇼핑몰 개발업자들에게 넘겼다. 이 녹지들은 1999년 8월 이스탄불에서 100㎞ 떨어진 이즈미트 지진으로 1만 7000명이 숨진 후 대피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이었다. 2013년 5월 민주화운동으로 번진 ‘게지 시위’ 사태는 이스탄불의 도심 공원에 대형 쇼핑몰 건설을 허가한 데 반발한 시민들을 경찰이 유혈 진압한 데서 비롯됐다. 집권 초 전국에 지진위원회를 발족했던 에르도안의 정치적 위기는 2021년 33% 인상했던 ‘지진세’ 의혹으로 커지고 있다. 2000년부터 모든 주택 소유자가 납부한 지진세 세수 규모는 23년간 880억 리라(약 5조 9000억원, 현재 가치 환산 시 45조원)로 추산된다. 그는 수차례 지진세 내역과 잔액 행방을 묻는 야당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지진 희생자는 15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포함해 4만 1000명이 넘었다. 불법 증축과 날림 공사로 지어진 건물 4만 7000채 이상이 붕괴됐고, 잔해 속 실종자도 아직 수만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완공한 대형 건물마저 주저앉은 걸 보면 “지진 자체보다 부실 건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이 맞는다. 피해 현장을 사흘 만에 방문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첫 조치는 구호가 아닌 ‘국가애도기간’과 비상사태 선포였다. 그는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허위 비방을 한다”며 소셜미디어(SNS)를 차단했다. 슬픔과 고통은 시간이 흐른다고 극복되지 않는다. 왜 참사가 커졌는지, 국가는 제 역할을 했는지 낱낱이 규명될 때 비로소 사회적 애도와 치유가 가능해진다. 그게 공동체의 원리다. 기존 체제를 뒤집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 대재난의 가능성을 통찰한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거대한 비극 속 희망을 응시한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부디 지옥에서 다시 낙원을 만들어 주길.
  • “같이의 가치 깨닫는 물꼬 트면… 좋은 사람 되어 좋은 세상 만들죠”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같이의 가치 깨닫는 물꼬 트면… 좋은 사람 되어 좋은 세상 만들죠”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勿閑)계곡을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면 대해(大海) 마을이 있다. 몹시 역설적인 지명들이다. 여유로운 산마을이지만 부지런한 이들이 모여 한가롭지 않게 열심히들 살고, 산속 깊은 골이지만 큰 바다처럼 많은 걸 넉넉히 감싸 안아 주는 곳이려니 싶다. 일찍이 폐교된 대해초등학교 분교는 1997년부터 ‘자유학교 물꼬’의 자리가 됐다. 옥영경(55)씨가 이 학교 교장이자 ‘옥샘’으로서 주말과 방학마다 찾아오는 여러 아이, 혹은 어른들과 함께 밥 지어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고, 같이 명상하고 공부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자유학교 물꼬에서 옥씨를 만났다.옥씨는 유아교육 교사이자 초등 특수교육 교사, 중등 국어교사, 예술통합교과 교사, 대학 재활승마 강사다. 이 밖에도 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예컨대 숲길등산지도사, 유아다례지도사, 문해교육지도사를 비롯해 심지어 미용사,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까지 갖췄다. 그는 “교육은 특정한 시기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갖춰 가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상을 꿈꿨던, 한 시절 유행과도 같았던 공동체라는 깃발을 들고 지나온 몇몇 해 세월이 아니다. 무려 34년째다. 1989년 서울에서 ‘열린글 나눔삶터’라는 이름으로 글쓰기를 중심으로 하는 방과후학교 형식의 공동체를 모태 삼아 1994년 시작한 자유학교 물꼬는 도시공동체로 몇 년 지내다가 1997년부터 대해리에 계절 자유학교를 열었다. 그리고 2001년 서울 활동 공간은 접고 아예 이 터로 완전히 스며들었다. 자유학교 물꼬에는 위탁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방학 중 계절자유학교, 장애아 통합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춤명상, 단식수행 등의 프로그램이 있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학교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자유로운 공간이다. 입시, 승진, 출세처럼 세상이 요구하는 경쟁과 효율 등의 가치는 없다. 대신 자신을 발견하는 힘을 기르는 자유로운 교육의 가치로 가득하다.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놀다가 늘어지면 그대로 둔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와 달리 옥씨가 강조하는 공동체 질서는 나름 엄격하다. 옥씨는 “이곳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은 중요한 생활 가치 중 하나”라면서 “처음에는 힘들어해도 5박6일 계절 자유학교 2~3일째면 아이들 대부분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밥을 먹은 뒤에도, 실내화 벗어 놓을 때도, 재래식 화장실 치우는 것도 원래 있던 그대로 스스로 정리하고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크건 작건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서는 질서가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질서에 이르는 과정이 규율을 가르치는 훈육과는 다르다. 그는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어른들의 올바른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배움을 얻는다는 얘기다. 공동체 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더니 대답이 싱겁다. “같이 모여 살면 좋잖아요.”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일 수 없다. 같은 꿈을 꾸던 이들이 다시 각자의 삶의 공간으로 흩어지는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 크고 작은 좌절과 상처가 왜 없었을까. “아침마다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오체투지 대배를 100배씩 하는데 거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고 우스갯소리처럼 얘기하곤 한다”는 그의 말만으로도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저부터 비롯해서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 운동을 했으니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죠. 하지만 물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매일 노동하고, 명상하고, 밥 짓고, 같이 먹고, 같이 공부하는 꾸준한 일상의 힘이 저를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옥씨는 “자유학교 물꼬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감에서 벗어나 이제는 꾸준한 일상이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공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우직하게 밀고 온 사이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일상의 꾸준함만으로 버티기에는 변화의 방향도, 속도도 과거의 것과 달라졌다. 버거울 수밖에 없다. 모진 시간과 세월을 버틸 수 있는 진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지 궁금해졌다. “근원을 말하자면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이야말로 제 공동체 활동의 가장 큰 동지들이지요. 계절 자유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자라 중고등학생으로서 ‘새끼 일꾼’이 되고, 또 대학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품앗이 선생님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있어서 자유학교 물꼬는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그는 “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 되게끔 해 주고, 내 삶을 뜨겁게 해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옥씨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집단지성을 갖고 있다”면서 “물꼬 과정을 운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과 상의하고 함께 힘을 모아 가다 보면 충분히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수동적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삶과 교육의 주인이자 주체로 세우는 과정임이 절로 느껴진다. 그는 2001년부터 3년 동안 미국,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러시아, 뉴질랜드,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공동체와 대안교육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 활동 등을 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매년 책을 펴낸다고 해서 지인들 사이에서 ‘연간 옥영경’으로 통한다. 시집과 동화, 교육에세이 등을 꾸준히 써 왔다. 얼마 전엔 아들 류옥하다(25)씨와 함께 쓴 책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한울림 펴냄)를 냈다. 인문학 고전 서평록으로, 공통된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고전을 읽은 모자가 글로 대화하며 서로 같음과 다름을 확인하는 내용을 담았다. 평생에 걸쳐 교육 운동, 공동체 운동을 해 온 옥씨야 겪고 느낀 것들이 몇 날을 지새우며 말해도 부족할 만큼 웅숭깊을 테다. 하지만 그의 아들 역시 사유의 깊이와 글쓰기의 힘이 남다르다. 아들 류옥씨는 열다섯 살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홈스쿨링을 했다고 할 것도 아니다. 그저 산자락에서 뛰어놀고, 자유학교 물꼬의 새끼 일꾼으로서 일 거들고, 농사지으며 살았다. 대신 엄마처럼 매일 일기-날적이라 부른다-를 썼고 책을 열심히 봤다. 논과 밭 그리고 공동체 공간에서 깊어진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가 학문과 이성의 집적물인 책을 통해 체계를 갖춘 셈이다. 그렇게 ‘시 쓰는 뇌과학자’를 꿈꾸던 산골 아이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제도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3년 뒤 서울대와 대전지역 의대에 동시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학부모가 그 결과물에 대해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그는 “아이 교육에 있어 잘한 게 있다면 아이 삶에 덜 개입한 것 아닐까 싶다”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것들을 통해 보고 들으며 배우고 그 배움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야 부럽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쉬 흉내 낼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옥씨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또 새로운 학교, 대안교육을 한다고 해서 제도교육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아들이 스스로 학교를 선택했듯 믿고 맡기는 것이며, 우리의 활동은 제도교육을 보충, 보완해 줄 수 있는 역할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교 물꼬에는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듯 보육원 출신 아이들부터 장애 아이, 재벌집 아이 등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모인다. 제도교육이 학습으로 배우는 데 그치곤 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애써 가르치지 않고 몸으로 느끼고 배우게끔 하고 있다. 옥씨는 “어떤 아이들도 이 세상에 온전한 자기편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히 올바르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더 옳게, 더 바르게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름 많던 이날 사진을 찍으려니 마침 해가 잠시 들었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간 직후 큰바다 마을에는 눈이 소복이 내렸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쨍하면 쨍해서 또 다른 행운의 에너지를 얻은 듯 감사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던 옥샘의 기운이 전해진 듯했다.
  • 영화에선 왜 女과학자 찾기 힘들까

    영화에선 왜 女과학자 찾기 힘들까

    英 연구팀, AI 등장 142편 분석개발 관련된 전문가 92% 남성미국 여성 과학자 2021명 조사63% “X파일 스컬리 박사 모델”선입견 고착화될 가능성 우려도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다. 나는 그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과학사를 살펴보더라도 과학기술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상상력’이었다. 상상력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현실을 이끈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대표적 장르이다. 그렇지만 SF가 과학기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지성연구센터(LCFI), 젠더 및 기술 연구소,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공동 연구팀은 SF영화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성 불평등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기술학 분야 국제학술지 ‘대중의 과학 이해’(PUS) 2월 1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 동안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 약 1400편 중 가장 영향력 있었던 작품 142개를 추렸다. 그다음 영화 속 인공지능 전문가로 등장한 116명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화 속 AI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인의 92%(107명)가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9명(8%)에 불과했다. 여성 캐릭터 9명 중 과학자는 8명, 최고경영자(CEO)는 1명이었다.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 과학자 8명 중 4명은 남성보다 열등하거나 남성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함께 영화 속 AI 과학자 중 3분의1인 37명이 ‘천재’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들 중에도 여성은 1명뿐이며 36명은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나 ‘엑스마키나’의 네이든처럼 ‘신(神) 콤플렉스’를 가진 외로운 남성 천재로 나타났다. 영화 속 남성 AI 과학기술자들의 22%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거나 이상적인 연인을 만드는 등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AI를 연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CFI팀은 “영화 속에 여성 과학자 부족은 감독의 성별에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영향력 있는 AI 관련 영화 중 여성 감독이 단독으로 연출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미국 지나데이비스 미디어젠더 연구소는 2018년 기준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활동하는 25세 이상 여성 2021명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한 결과 63%의 여성 과학자들이 미드 ‘X파일’ 속 스컬리 박사를 역할 모델로 삼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LCFI팀은 영화 속 여성 AI 전문가 부족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LCFI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가의 78%, AI 분야 교수의 80% 이상, AI 관련 학회의 연구 저자 중 88%가 남성이다.스티븐 케이브 케임브리지대 미래지성연구센터 교수(기술철학)는 “1927년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시작으로 SF영화에서 인공지능은 단골 소재였는데 여성은 AI 개발과 관련한 주도적 위치가 아닌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브 교수는 “지난 1세기 동안 영화 속 AI 개발자에 대한 묘사는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위험할 정도로 ‘문화적 고정관념’이 확립된 상태”라며 “현재 AI 산업 분야에서도 성 불평등은 지배적인데 SF 속 고정관념이 계속 강화될 경우 실제 AI 알고리즘에 성 편견이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 美의회, 中 의사 리원량에 최고훈장 서훈 추진

    美의회, 中 의사 리원량에 최고훈장 서훈 추진

    미국 의회가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1986~2020)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칩 로이(텍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리원량에게 ‘의회 골드 메달’을 수여하는 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퍼지던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이유다. 이 메달은 미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으로, 미 대통령이 주는 ‘자유 메달’과 함께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 한동훈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건 서면조사받아”

    한동훈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건 서면조사받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검찰 서면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감 중인 이재명 대표 측근에게 “알리바이를 만들라”고 한 것에 대해선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가 없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공식 입장이냐”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소환조사는 한 바 없고 서면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정확하게 출석 요구를 한 바는 없는데 소환을 위한 변호사와의 협의는 있었다는 게 제가 보고받은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한 장관은 “서면조사를 하고도 왜 무혐의 처리하거나 기소하는 결정을 못 했느냐”는 김 의원의 물음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1심 결과까지 고려해 수사 결론을 내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거나 일정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범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넘도록 서면조사조차 없었다”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정성호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수사받는 공범에게 ‘알리바이를 만들라’는 말은 누구도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소 변경 접견’ 때도 대화 내용을 무조건 녹음하는 조치는 이미 시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흔히 말하는 특별 면회 대상은 아무래도 강자 위주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어 이제부터는 노약자 최우선으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 뇌물 무죄 판결에 여론이 분노하는 것에는 “100% 공감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수사팀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항소심에서 바로잡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했다.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의 관련 질의에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면서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3년 2월 16일
  • 튀르키예 지진 재앙이 드러낸 에르도안의 ‘정치 재앙’

    튀르키예 지진 재앙이 드러낸 에르도안의 ‘정치 재앙’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 1985년 9월 19일 오전 7시 19분 멕시코시티를 강타한 규모 8.1 대지진 때도 그러했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정부의 무능한 대응으로 9500여명이 숨졌다. 그 과정에서 수십년 동안 일당 체제를 구축해 온 집권 ‘제도혁명당’의 정치가 지진보다 더 큰 재앙으로 인식됐다. 대지진 후 멕시코에서 주거권 확보를 위한 시민운동이 처음 시작됐고 독립노조들이 탄생했다. 제도혁명당은 1988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2000년 선거에서 71년 만에 무너지는 ‘정치적 대지진’을 겪었다. 지난 6일 일어난 튀르키예 대지진이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진 튀르키예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20년간 장기 집권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 ‘정의개발당’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살펴야 한다.에르도안 집권기의 튀르키예는 연평균 5%가 넘는 고속성장을 했다. 이스탄불시장을 거쳐 총리와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이 연이은 정경유착 스캔들과 권위주의 흑화에도 지지를 받았던 건 경제적 성과 때문이다. 그와 집권당이 휘두른 마술봉은 재임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정도로 커진 건설산업이었다. 해외 자본을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성장 정책은 에르도안이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2023년)까지 세계 10대 경제국 진입 목표를 제시한 ‘2023 국가발전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대규모 관급공사로 건설붐이 일어났고, 안전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 허가를 쉽게 내주는 대신 압축적인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 큰 피해를 입은 가지안테프주 역시 에르도안 선조가 터 잡은 곳으로 개발 광풍이 거셌다. 최악은 공공녹지 매각이었다. 에르도안 정부는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 건물 지을 땅이 부족해지자 공공녹지 수백 곳을 아파트와 쇼핑몰 개발업자들에게 넘겼다. 이 녹지들은 1999년 8월 이스탄불에서 100㎞ 떨어진 이즈미트 지진으로 1만 7000명이 숨진 후 대피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이었다. 2013년 5월 민주화운동으로 번진 ‘게지 시위’ 사태는 이스탄불의 도심 공원에 대형 쇼핑몰 건설을 허가한 데 반발한 시민들을 경찰이 유혈 진압한 데서 비롯됐다.집권 초 전국에 지진위원회를 발족했던 에르도안의 정치적 위기는 2021년 33% 인상했던 ‘지진세’ 의혹으로 커지고 있다. 2000년부터 모든 주택 소유자가 납부한 지진세 세수 규모는 23년간 880억 리라(약 5조 9000억원, 현재 가치 환산 시 45조원)로 추산된다. 그는 수차례 지진세 내역과 잔액 행방을 묻는 야당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지진 희생자는 15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포함해 4만 1000명이 넘었다. 불법 증축과 날림 공사로 지어진 건물 4만 7000채 이상이 붕괴됐고, 잔해 속 실종자도 아직 수만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완공한 대형 건물마저 주저앉은 걸 보면 “지진 자체보다 부실 건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이 맞는다. 피해 현장을 사흘 만에 방문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첫 조치는 구호가 아닌 ‘국가애도기간’과 비상사태 선포였다. 그는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허위 비방을 한다”며 소셜미디어(SNS)를 차단했다. 슬픔과 고통은 시간이 흐른다고 극복되지 않는다. 왜 참사가 커졌는지, 국가는 제 역할을 했는지 낱낱이 규명될 때 비로소 사회적 애도와 치유가 가능해진다. 그게 공동체의 원리다. 기존 체제를 뒤집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 대재난의 가능성을 통찰한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거대한 비극 속 희망을 응시한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부디 지옥에서 다시 낙원을 만들어 주길.
  • 한동훈 “곽상도 ‘50억 무죄’ 공분 100% 공감…항소심서 바로잡을 것”

    한동훈 “곽상도 ‘50억 무죄’ 공분 100% 공감…항소심서 바로잡을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던 곽상도 전 의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국민 공분, 들끊는 여론에 공감하느냐”고 묻자 “100%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누가 동의하겠느냐. 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항소심에서 바로잡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검찰이 ‘제 식구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며 “너무 말랑하게 수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그 사건의 영장 청구와 기소는 지난 정부에서 구성된 팀이 한 것”이라며 “검찰이 지금부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곽상도·윤미향 사건, 새로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앞서 한 장관은 이날 회의에 출석하며 ‘곽 전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의 1심 결과가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검찰에서 끝까지 제대로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두 사건을 제대로 밝혀내지 않고서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겠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 안 하실 거 같고 저도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반드시 공권력을 동원해서 정의로운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지난 8일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윤 의원도 1심에서 8개 혐의 중 횡령 혐의만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 美의회, 中 의사 리원량에 최고훈장 추진

    美의회, 中 의사 리원량에 최고훈장 추진

    미국 의회가 전 세계에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1986~2020)에 훈장을 추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칩 로이(텍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리원량에게 ‘의회 골드 메달’을 수여하는 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퍼지던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이유다. 이 메달은 미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으로, 미 대통령이 주는 ‘자유 메달’과 함께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당시 중국 당국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정체 불명의 호흡기 질환의 존재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우한중심병원 안과 의사이던 리원량은 2019년 12월 30일 의대 동창 대화방에서 “우리 병원에서 7명이 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고, 이는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는 이 일로 공안에 불려가 질책을 받고 반성문을 썼다. 중국 정부는 리원량의 글 때문에 마지못해 괴질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자들을 치료하다가 감염돼 2020년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현재 중국 당국이 관련 언급을 금해 리원량은 중국에서 사실상 ‘잊혀진 존재’가 됐다.
  • 영화 속 과학자들은 왜 모두 남자일까

    영화 속 과학자들은 왜 모두 남자일까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다. 나는 그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과학사를 살펴보더라도 과학기술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상상력’이었다. 상상력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현실을 이끈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대표적 장르이다. 그렇지만 SF가 과학기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지성연구센터(LCFI), 젠더 및 기술 연구소,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공동 연구팀은 SF영화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성 불평등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기술학 분야 국제학술지 ‘대중의 과학 이해’(PUS) 2월 1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 동안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 약 1400편 중 가장 영향력 있었던 작품 142개를 추렸다. 그다음 영화 속 인공지능 전문가로 등장한 116명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화 속 AI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인의 92%(107명)가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9명(8%)에 불과했다. 여성 캐릭터 9명 중 과학자는 8명, 최고경영자(CEO)는 1명이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 과학자 8명 중 4명은 남성보다 열등하거나 남성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함께 영화 속 AI 과학자 중 3분의1인 37명이 ‘천재’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들 중에도 여성은 1명뿐이며 36명은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나 ‘엑스마키나’의 네이든처럼 ‘신(神) 콤플렉스’를 가진 외로운 남성 천재로 나타났다. 영화 속 남성 AI 과학기술자들의 22%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거나 이상적인 연인을 만드는 등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AI를 연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CFI팀은 “영화 속에 여성 과학자 부족은 감독의 성별에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영향력 있는 AI 관련 영화 중 여성 감독이 단독으로 연출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미국 지나데이비스 미디어젠더 연구소는 2018년 기준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활동하는 25세 이상 여성 2021명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한 결과 63%의 여성 과학자들이 미드 ‘X파일’ 속 스컬리 박사를 역할 모델로 삼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LCFI팀은 영화 속 여성 AI 전문가 부족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LCFI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가의 78%, AI 분야 교수의 80% 이상, AI 관련 학회의 연구 저자 중 88%가 남성이다. 스티븐 케이브 케임브리지대 미래지성연구센터 교수(기술철학)는 “1927년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시작으로 SF영화에서 인공지능은 단골 소재였는데 여성은 AI 개발과 관련한 주도적 위치가 아닌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브 교수는 “지난 1세기 동안 영화 속 AI 개발자에 대한 묘사는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위험할 정도로 ‘문화적 고정관념’이 확립된 상태”라며 “현재 AI 산업 분야에서도 성 불평등은 지배적인데 SF 속 고정관념이 계속 강화될 경우 실제 AI 알고리즘에 성 편견이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 [속보] 홍준표 “곽상도 무죄 어이없어”…‘50억클럽’ 특검 촉구

    [속보] 홍준표 “곽상도 무죄 어이없어”…‘50억클럽’ 특검 촉구

    검사 출신이자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15일 “사사건건 시비나 거는 어느 소수 야당이 ‘50억 클럽’ 특검 주장을 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예뻐 보인다”며 ‘50억 클럽’ 관련 특별검사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무슨 이유로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등 고위직과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연루됐다는 소위 ‘50억 클럽’을 여태 수사 안 하고 방치하고 있다가 어이없는 곽 전 의원 무죄 사태를 초래했나. 이러고도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내세울 수 있나”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어 “김만배의 혀끝에 놀아나는 무능 수사로 지난 2년 동안 국민적 상실감만 키워온 대장동 수사는 언제 끝나나. 과거 검찰은 아무리 복잡하고 큰 사건도 석 달을 넘기지 않았다”며 “무능하고 무기력한 검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슨 수사를 한다고 거들먹거리나”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로잡는 게 검찰인데, 요즘은 ‘눈치 검찰’ 때문에 세상만 더 어지러워졌다”고 덧붙였다. “30대 아들 퇴직금이 50억?” 곽상도 전 의원은 지난 8일 1심에서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당시 국회 부동산 특조위원으로서 의정활동이 대장동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아들이 퇴직금으로 수령한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직접 지급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홍 시장은 “30대 초반 아들 보고 그 엄청난 돈을 줬을까. 이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적용했던 경제공동체 이론을 적용할 수 없었나”라며 “그 검사 사법시험은 어떻게 합격했나. 검사가 이러니 검수완박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검찰을 질타했다.
  • 김건희 팬카페 “尹대통령 부부 사진 ‘활쏘기’ 행사 단체 고발”

    김건희 팬카페 “尹대통령 부부 사진 ‘활쏘기’ 행사 단체 고발”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은 주말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진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이벤트를 한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측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두 단체는 16일 자주민주평화통일위원회를 명예훼손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는 활쏘기 이벤트로 대한민국 대통령과 영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활쏘기에 참여하게 해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활쏘기 이벤트는 11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주최한 제26차 촛불대행진 집회 현장에서 열렸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는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부스를 설치한 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활을 쏘도록 했다. 인형 뒤로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한가운데 있는 과녁과 함께 ‘난방비 폭탄’, ‘전쟁위기’, ‘깡패정치’, ‘친일매국’ 등 문구가 인쇄된 현수막이 걸렸다. 이 같은 이벤트가 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력을 정당화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면서 “여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고, 어떤 폭력도 정당화되거나 혹은 학습되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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