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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심 무죄 성폭행 피고인, 2심서 법정 구속…검찰 정밀 DNA 분석이 결정적

    1심 무죄 성폭행 피고인, 2심서 법정 구속…검찰 정밀 DNA 분석이 결정적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성폭행 혐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는 법정 구속됐다. 재판 결과가 뒤집힌 배경에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정밀 DNA 분석이 있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 왕해진)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동호회 모임에서 만난 피해자 B씨의 집에서 C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C씨가 귀가하자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음날에도 B씨의 집에 무단침입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의 속옷에서 A씨의 정액 반응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 결과를 토대로 ‘결정적 증거 불충분’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1심 재판 중 B씨가 지병으로 숨지면서 직접적인 증언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검찰은 대검 과학수사부에 2차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B씨 속옷에서 A씨의 상염색체 DNA를 확인했고, 이는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과학수사가 사망한 피해자의 마지막 증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 좌충우돌 출판사 사장 박정민의 화려한 ‘본업 모먼트’

    좌충우돌 출판사 사장 박정민의 화려한 ‘본업 모먼트’

    ‘배우 박정민’이 돌아온다. 최근 몇 달 새 ‘출판사 사장님’으로 친근해진 박정민이 스크린과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에서 박정민은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 역을 소화한다. 배우 인생 최초로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정민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공개된 스틸을 보면 ‘젊은 임영규’와 아들 ‘임동환’을 동시에 연기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임영규’를 연기하는 박정민의 얼굴에서는 얼마간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한편, ‘임동환’으로 와서는 고뇌와 긴장이 느껴진다. 아들 ‘임동환’은 영화에서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돌아온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다. 오는 12월에는 8년 만에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박정민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17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처음이다. 박정민이 연기하는 파이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 작품은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2002년 맨부커상을 받았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2013년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받기도 했다. 박정민은 2019년 설립한 독립 문학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소설가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려놓은 바 있다. TV 예능, 유튜브 등에 출연해 초보 출판사 사장으로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소탈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소설가 성해나의 책 ‘혼모노’ 띠지에 활용된 박정민의 코멘트,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출판사 대표 자격으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산업으로서 문학이 넷플릭스를 이기긴 어렵겠지만,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내밀함이 있다”며 문학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DL건설, 여성찬 신임 대표이사 선임

    DL건설, 여성찬 신임 대표이사 선임

    DL건설이 여성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5일 밝혔다. 여 신임대표는 1972년생으로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e편한세상 서창, 평창 올림픽빌리지 등 주요 현장 소장을 역임하고 2021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임원으로 선임됐다. DL건설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현장통’”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달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약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시 강윤호 대표이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진과 팀장, 현장소장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 “퍼펫 예술의 절정” ‘라이프 오브 파이’ 국내 초연…박정민·박강현 주연

    “퍼펫 예술의 절정” ‘라이프 오브 파이’ 국내 초연…박정민·박강현 주연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라이브 온 스테이지’(Life of Pi-Live on Stage)가 12월 2일부터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 초연의 파이 역에는 배우 박정민과 박강현이 낙점됐다. 2001년 출판된 ‘파이 이야기’는 화물선 사고로 구명보트로 태평양을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가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뱅골호랑이와 227일간 벌인 생존기를 그렸다. 신학과 철학,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치는 이야기는 이듬해 맨부커상을 받았고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출판되며 1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최우수 연출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무대화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호랑이,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다양한 동물을 본뜬 정교한 퍼펫과 실감 나는 망망대해를 표현한 무대 연출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감탄만이 나오게 하는 경이로운 광경” 등 호평이 쏟아졌다. 2022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우수 신작 연극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공연도 토니상 무대 디자인상 등 3관왕에 올랐다. 국내 초연은 오리지널 공연 무대를 그대로 제작하는 레플리카 방식이다. 영국 출신 배우 겸 각본가 로리타 차크라바티가 대본을, 미국 드라마데스크 어워즈를 수상한 연출가 맥스 웹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한 오디션 끝에 초연 캐스팅이 확정됐다. 에스앤코 측은 1500여명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최고의 역량을 지닌 27명의 주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많은 파이 역은 ‘변신의 귀재’ 박정민과 ‘뮤지컬 스타’ 박강현 배우가 열연한다. 이야기 속 등장 인물과 이야기 밖 청자로 흐름에 따라 변하는 조연 캐릭터는 30년 가까이 무대와 TV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로 채워졌다. 동물원을 운영하며 가족의 안전을 위해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는 파이의 아버지는 서현철·황만익, 따뜻하면서도 강인함을 지닌 엄마와 간호사 등은 주아·송인성이 연기한다. 신동원 에스앤코 프로듀서는 “보석 같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가치가 있다”면서 “공연예술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한국에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16조 패션 제국’ 후계자 누가 될까…91세 아르마니 별세

    ‘16조 패션 제국’ 후계자 누가 될까…91세 아르마니 별세

    프랑스 럭셔리 기업 인수 제안 잇단 거절, 아르마니 재단 중심 후계 구도 주목 자택에서 평온히 눈 감다이탈리아 패션계의 거목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다. 아르마니 그룹은 성명을 내고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영원한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죽음을 알린다”며 “그는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평온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달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 계획이었으나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끝까지 모든 것을 챙긴 완벽주의자”아르마니는 최고경영자(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창작 총괄)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쇼와 컬렉션을 직접 챙겼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 가장 큰 약점은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일중독이라 칭하며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가족·친구와 보내는 시간보다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니멀리즘으로 세계를 매혹하다 1934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를 꿈꾸다 백화점 진열 보조로 일하며 패션에 입문했다. 1975년 동업자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폭스바겐을 1만 달러(1400만 원)에 팔아 창업자금을 마련했고 이듬해에는 여성복 라인을 선보였다. 아르마니는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단순함 속에서 우아함을 구현하는 미니멀리즘(최소주의)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베이지와 회색 같은 절제된 색상에 섬세한 디테일과 고급 소재를 더해 시대를 초월하는 실루엣을 완성하며 전통적인 남성복의 경직성을 무너뜨리고 여성복에도 새로운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그의 대표작은 안감을 뺀 스포츠 재킷과 여성 파워 슈트(어깨 패드 달린 여성 정장)였다.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처드 기어가 입은 아르마니 슈트는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었고, 이후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레드카펫에서 그의 옷을 선택했다. 할리우드와 함께한 영광 아르마니는 아메리칸 지골로 이후 200편이 넘는 영화 의상을 맡으며 명성을 넓혔다. 2003년에는 로데오 드라이브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숀 펜과 앤 해서웨이, 브래드 피트와 소피아 로렌 등 세계적 스타들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소셜미디어(SNS)에 “진정한 친구, 전설”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려 애도를 전했다.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패션계와 문화계는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늘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 그는 역사를 만들었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러셀 크로는 “수많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모두 아르마니와 함께였다”며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SNS에 적었다. 독일 배우 다이앤 크뤼거는 “내 인생의 멘토이자 가장 따뜻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그를 만난 순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새로운 여성이 될 수 있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벤투스 구단과 F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도 추모 메시지를 남기며 애도에 동참했다. 16조4000억 원 패션 제국 아르마니 그룹은 현재 직원 9000여 명을 두고 세계 600개 매장과 7개 생산 거점을 운영한다. 2023년 매출은 23억 유로(3조7000억 원) 규모였다. 아르마니는 그룹의 유일한 지분 소유자였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121억 달러(16조4000억 원)로 평가했다. 아르마니는 향수와 화장품, 가구와 호텔, 레스토랑과 농구팀까지 손을 뻗으며 ‘패션 제국’을 완성했다. 독립 지켜낸 기업, 끊임없는 인수설 아르마니는 생전 프랑스 럭셔리 대기업들의 인수 제안을 거듭 거절했다. 그는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지켰다. 2021년 구찌의 모회사 케링과 이탈리아 아녤리 가문(스텔란티스 회장 존 엘칸)이 인수를 타진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그룹을 상장하거나 외부에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브랜드를 가족과 측근 중심으로 직접 운영했다. 철저히 준비된 후계 구도 아르마니는 2016년 아르마니 재단을 세워 그룹 지배구조를 보전할 장치를 마련했다. 회사 정관에는 ▲사망 후 5년간 상장(IPO)과 인수합병(M&A) 금지 ▲그 이후에도 M&A를 신중히 추진할 것 ▲지분 의결권을 세분화할 것 등이 담겼다. 그는 여동생 로잔나와 조카 실바나·로베르타·안드레아 카메라나, 오랜 동료 레오 델오르코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이미 그룹 경영에 참여하며 창업자가 남긴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 철학을 이어가야 한다. 경영 공백을 메울 인물로는 그룹 베테랑 주세페 마르소치와 다니엘레 발레스트라치가 꼽힌다. 향후 그룹이 단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선택할지, 라인별 다중 체제를 유지할지가 관전 요소다. 규모는 작지만 ‘작아도 아름답다’아르마니 그룹은 케링뿐 아니라 루이뷔통 모회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같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규모는 작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순 현금 5억7000만 유로(6조5300억 원)를 보유하며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했다. 유럽 매출 비중은 절반에 가깝고 미주와 아시아 시장은 각각 20% 안팎을 차지한다. 아르마니는 “나는 규모보다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매디슨 애비뉴 매장과 파리 팔라초 아르마니, 밀라노 엠포리오 아르마니 리노베이션에 적극 투자했다. “패션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아르마니는 “나는 실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다. 실용적이지 않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은 전혀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것들을 사랑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의 우아함과 창의성은 이탈리아 패션을 빛냈다”며 “그는 아이콘이자 지칠 줄 모르는 일꾼이었고 이탈리아의 최고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 ‘16조4000억 패션 제국’ 후계자는 누구?…아르마니 별세 [핫이슈]

    ‘16조4000억 패션 제국’ 후계자는 누구?…아르마니 별세 [핫이슈]

    프랑스 럭셔리 기업 인수 제안 잇단 거절, 아르마니 재단 중심 후계 구도 주목 자택에서 평온히 눈 감다이탈리아 패션계의 거목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다. 아르마니 그룹은 성명을 내고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영원한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죽음을 알린다”며 “그는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평온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달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 계획이었으나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끝까지 모든 것을 챙긴 완벽주의자”아르마니는 최고경영자(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창작 총괄)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쇼와 컬렉션을 직접 챙겼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 가장 큰 약점은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일중독이라 칭하며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가족·친구와 보내는 시간보다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니멀리즘으로 세계를 매혹하다 1934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를 꿈꾸다 백화점 진열 보조로 일하며 패션에 입문했다. 1975년 동업자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폭스바겐을 1만 달러(1400만 원)에 팔아 창업자금을 마련했고 이듬해에는 여성복 라인을 선보였다. 아르마니는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단순함 속에서 우아함을 구현하는 미니멀리즘(최소주의)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베이지와 회색 같은 절제된 색상에 섬세한 디테일과 고급 소재를 더해 시대를 초월하는 실루엣을 완성하며 전통적인 남성복의 경직성을 무너뜨리고 여성복에도 새로운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그의 대표작은 안감을 뺀 스포츠 재킷과 여성 파워 슈트(어깨 패드 달린 여성 정장)였다.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처드 기어가 입은 아르마니 슈트는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었고, 이후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레드카펫에서 그의 옷을 선택했다. 할리우드와 함께한 영광 아르마니는 아메리칸 지골로 이후 200편이 넘는 영화 의상을 맡으며 명성을 넓혔다. 2003년에는 로데오 드라이브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숀 펜과 앤 해서웨이, 브래드 피트와 소피아 로렌 등 세계적 스타들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소셜미디어(SNS)에 “진정한 친구, 전설”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려 애도를 전했다.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패션계와 문화계는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늘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 그는 역사를 만들었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러셀 크로는 “수많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모두 아르마니와 함께였다”며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SNS에 적었다. 독일 배우 다이앤 크뤼거는 “내 인생의 멘토이자 가장 따뜻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그를 만난 순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새로운 여성이 될 수 있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벤투스 구단과 F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도 추모 메시지를 남기며 애도에 동참했다. 16조4000억 원 패션 제국 아르마니 그룹은 현재 직원 9000여 명을 두고 세계 600개 매장과 7개 생산 거점을 운영한다. 2023년 매출은 23억 유로(3조7000억 원) 규모였다. 아르마니는 그룹의 유일한 지분 소유자였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121억 달러(16조4000억 원)로 평가했다. 아르마니는 향수와 화장품, 가구와 호텔, 레스토랑과 농구팀까지 손을 뻗으며 ‘패션 제국’을 완성했다. 독립 지켜낸 기업, 끊임없는 인수설 아르마니는 생전 프랑스 럭셔리 대기업들의 인수 제안을 거듭 거절했다. 그는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지켰다. 2021년 구찌의 모회사 케링과 이탈리아 아녤리 가문(스텔란티스 회장 존 엘칸)이 인수를 타진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그룹을 상장하거나 외부에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브랜드를 가족과 측근 중심으로 직접 운영했다. 철저히 준비된 후계 구도 아르마니는 2016년 아르마니 재단을 세워 그룹 지배구조를 보전할 장치를 마련했다. 회사 정관에는 ▲사망 후 5년간 상장(IPO)과 인수합병(M&A) 금지 ▲그 이후에도 M&A를 신중히 추진할 것 ▲지분 의결권을 세분화할 것 등이 담겼다. 그는 여동생 로잔나와 조카 실바나·로베르타·안드레아 카메라나, 오랜 동료 레오 델오르코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이미 그룹 경영에 참여하며 창업자가 남긴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 철학을 이어가야 한다. 경영 공백을 메울 인물로는 그룹 베테랑 주세페 마르소치와 다니엘레 발레스트라치가 꼽힌다. 향후 그룹이 단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선택할지, 라인별 다중 체제를 유지할지가 관전 요소다. 규모는 작지만 ‘작아도 아름답다’아르마니 그룹은 케링뿐 아니라 루이뷔통 모회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같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규모는 작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순 현금 5억7000만 유로(6조5300억 원)를 보유하며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했다. 유럽 매출 비중은 절반에 가깝고 미주와 아시아 시장은 각각 20% 안팎을 차지한다. 아르마니는 “나는 규모보다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매디슨 애비뉴 매장과 파리 팔라초 아르마니, 밀라노 엠포리오 아르마니 리노베이션에 적극 투자했다. “패션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아르마니는 “나는 실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다. 실용적이지 않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은 전혀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것들을 사랑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의 우아함과 창의성은 이탈리아 패션을 빛냈다”며 “그는 아이콘이자 지칠 줄 모르는 일꾼이었고 이탈리아의 최고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 고독사 44.3%는 기초생활수급자…보호망도 막지 못한 죽음

    고독사 44.3%는 기초생활수급자…보호망도 막지 못한 죽음

    2021년 기준 고독사한 사람의 44.3%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국가가 보호하던 이들마저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고독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임을 보여준다. 5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수행한 ‘고독사 주요 사례 심층 연구를 통한 원인분석 및 예방체계 구축’보고서는 고독사의 실태와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중장년층,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고립’가족 곁에서도 발생하는 ‘기능적 고독사’청년층, 출발선에서의 좌절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는 특정 연령대에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매년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50∼60대 남성은 실직, 사업 실패, 이혼 같은 삶의 큰 변곡점을 겪으며 사회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움을 청하는데 서툴러 스스로 고립을 키우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고독사는 발생한다. 치매나 와상 상태의 부모를 돌보던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돌봄이 끊긴 부모가 방치된 채 숨지는 ‘기능적 고독사’가 대표적이다. 1인 가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의 보호에서 벗어난 이들의 죽음은 돌봄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청년층의 고독사도 심각하다.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불안정한 가정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이 얽히면서 극단적인 경우 자해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진입 단계에서 좌절한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세심한 심리·정서 지원과 안정적인 사회적 발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고독사는 지역적 환경과도 관련이 깊었다. 저렴한 원룸이나 고시원이 밀집하고, 단기 체류자가 많은 곳은 주민 간 유대가 약하고 익명성이 높다. 이런 주거 환경에서는 위기 상황이 와도 주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종합적인 예방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흩어져 있는 복지·보건·고용·주거 정보를 통합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공공이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공동체를 회복해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는 노력 또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독사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며 “방 안에 갇힌 이웃의 조용한 신호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 3년간 국립심포니 이끈 지휘자의 마지막 인사

    3년간 국립심포니 이끈 지휘자의 마지막 인사

    열정이 깃든 침묵. 3년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심)를 이끌었던 지휘자 다비드 라일란트(46)가 5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한국을 떠난다. 국심의 예술감독으로서 라일란트는 한국 클래식 팬들의 열정과 침묵에 감동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라일란트는 “한국 관객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끊임없이 공연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지지하고 소통한다”며 “이런 열정은 유럽의 관객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통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 관객의 가장 인상적인 반응은 침묵이었다”면서 “한 악장이 끝나고 박수도, 아무것도 필요 없는 침묵만이 다가올 때 가장 강력한 영감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6일 출국하는 라일란트는 2018년부터 맡고 있는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음악인 생활을 이어간다. 라일란트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다. “클래식 음악의 과거는 유럽에 있었지만, 미래는 여러분에게 있어요.” 유럽이 클래식 음악의 본산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미래를 이끌어갈 힘은 한국에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자기의 음악적 재능과 문화에 대한 존중, 호기심을 합쳐 ‘문화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면 영원히 기억되는 음악적 성취를 세상에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음악가들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음악가들은 프랑스 등 유럽과 달리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항상 돼 있다”며 “유럽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공연 시작과 끝의 집중력이 현저히 다른데, 한국 단원들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빛날까’를 고민하는 개인적인 유럽의 단원들과는 달리 한국의 단원들은 ‘내 재능을 어떻게 전체 오케스트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습한다”고도 덧댔다. 5일 공연에서 라일란트와 국심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 ‘전람회의 그림’은 프랑스적이면서도 독일적인, 이중적인 감수성을 지닌 라일란트와 어울리는 곡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 모두 음악가이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전체를 이뤄내는 협력자입니다. 그래서 모든 음악가는 평등하죠. 겸허히 살아야 하고요.”
  • 문형배·빌 게이츠, 서점가 ‘태풍의 눈’ 됐다

    문형배·빌 게이츠, 서점가 ‘태풍의 눈’ 됐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의장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는 ‘태풍이 눈’이 됐다. 교보문고가 5일 발표한 ‘2025년 8월 5주간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문 전 대행의 첫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특히 문 전 대행의 책은 교보문고뿐만 아니라 예스24와 알라딘까지 국내 3대 온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싹쓸이했다. 이에 따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가공범’은 종합 3위로 내려앉았다. 문 전 대행은 지난 4월 4일 헌정사상 2번째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고, 2주 뒤 퇴임했다. 퇴임 후 행보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최근 시사 인터뷰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이는 문 전 대행의 첫 에세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판매가 급증해 순위도 37계단 뛰어올라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주 구매 독자층은 40대(33.3%)와 50대(29.2%)이었으며 특히 여성 독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와 60대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지난주 국내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의장에 관한 관심은 그가 추천한 책들의 판매로 이어졌다. 방송에서 게이츠 의장은 삶에 대한 조언과 함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천한 인생 책 3종이 눈길을 끌었다. 게이츠 의장이 추천한 책은 한스 고슬링의 ‘팩트풀니스’,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방송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9월 3일까지 8일 동안 이전 대비 판매가 75배나 상승해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특히 ‘펙트풀니스’는 판매가 37.4배나 상승하면서 종합 8위에 올랐고,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인문 분야 7위(종합 38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과학 분야 1위(종합 110위)에 올랐다. 다른 책에 비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판매가 다소 부진한 이유는 1406쪽이나 되는 ‘벽돌 책’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TV셀러’의 돌풍 속에서도 종합 10위권 내에는 여전히 소설이 6권이나 포진하고 있어 문학의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SF 팬들의 인기를 끌고 사랑받아 온 작가 김초엽의 소설집 ‘양면 조개껍데기’는 출간과 함께 종합 7위에 올랐다. 주 구매 독자층도 20대(42.7%)로 나타났고, 성별로 보면 여성 독자의 구매가 82.5%로 집계됐다.
  •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5년 9월 6일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5년 9월 6일

    쥐 48년생 : 재물은 동쪽에서 왕성하다. 60년생 : 가급적 먼 여행은 삼가는 것이 좋다. 72년생 : 계획대로 얻겠다. 84년생 : 가족끼리 화합을 도모하라. 96년생 : 행동이 차분하면 길하다. 소 49년생 :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61년생 : 이득이 왕성하니 기쁜 하루. 73년생 : 기쁜 일 생기겠다. 85년생 : 몸과 마음이 가볍다. 97년생 : 생활에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호랑이 50년생 : 하는 일마다 행운 따른다. 62년생 :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 즐거운 하루. 74년생 : 냉정한 판단이 운을 상승하게 한다. 86년생 : 꾸준한 수입이 생긴다. 98년생 : 사람 사귈 때 마음을 열어라. 토끼 51년생 : 허전한 마음을 느끼는 날이다. 63년생 : 작은 일들이 성사된다. 75년생 : 어지러운 세상에 휩쓸리지 마라. 87년생 : 가정에 경사가 있는 날이다. 99년생 : 마음과 몸이 안정된다. 용 52년생 : 평가가 좋아진다. 64년생 : 협동하면 성과가 크겠다. 76년생 : 귀인의 도움이 잇따른다. 88년생 : 문서, 금전으로 인한 이익 따른다. 00년생 : 조금만 참으면 큰 이익이 생긴다. 뱀 53년생 : 경솔한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 65년생 : 주변사람과 의논하면 뜻한대로 이룬다. 77년생 : 현상유지가 최선책이다. 89년생 : 윗사람의 뜻에 따르면 길하다. 01년생 : 기쁜 소식이 가득하다. 말 54년생 : 가벼운 언행을 피하면 만사형통. 66년생 : 분수에 맞게 투자하라. 78년생 : 자신의 뜻대로 밀고 나가라. 90년생 : 서둘러 행운을 잡아라. 02년생 :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만족하라. 양 43년생 : 아랫사람의 말 새겨들으면 이득 있다. 55년생 : 휴식을 취함이 길하다. 67년생 : 사람과의 유대 관계가 좋아진다. 79년생 : 좋은 일이 생긴다. 91년생 : 친지와 즐거움 나눈다. 원숭이 44년생 :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는다. 56년생 : 소망한 것 모두 이루어진다. 68년생 : 중요한 사람과 만나겠다. 80년생 :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92년생 : 대인관계를 개선하여라. 닭 45년생 : 남의 일에 참견 마라. 57년생 : 재물이 넘쳐나니 투자운 좋다. 69년생 : 동업은 다음으로 미루어라. 81년생 : 아랫사람으로부터 도움 얻는다. 93년생 : 행운과 이익이 많이 발생한다. 개 46년생 : 이득이 여기저기서 생긴다. 58년생 : 하는 일마다 행운 따른다. 70년생 : 금전융통이 잘 되겠다. 82년생 : 능률 오르고 소득 높겠다. 94년생 : 과격한 행동은 삼가라. 돼지 47년생 : 신수가 환히 트였다. 59년생 :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 진다. 71년생 : 일이 잘 처리되겠다. 83년생 : 행복함을 느끼는 날. 95년생 : 조금만 참으면 큰 이득을 본다.
  • 6년 공백 깬 김정은·시진핑…“北·中은 공동운명체”

    6년 공백 깬 김정은·시진핑…“北·中은 공동운명체”

    6년 8개월의 공백을 깨고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한반도문제 中 입장 높이 평가”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부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정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을 수호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계속해서 북측과 조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진핑, 이념적 동질성과 ‘공동운명체’ 강조시 주석은 자신이 제창한 ‘인류 공동운명체’ 이념과 글로벌 발전·안보·문명·거버넌스 구상에 대해 “북측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호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중은 국제·지역 사안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북·중은 운명을 함께 하고, 서로를 지켜주는 좋은 이웃이자 친구이자 동지”라면서 “두 나라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공동의 이상 신념과 투쟁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이번 열병식 참석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부각했다. 시 주석은 “김정은 총서기가 방중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중 양당·양국이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中 핵심이익 지지 약속…“경협 희망”반미(反美)에 있어 중국과 공통분모를 가진 김 위원장 역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우호의 정은 변하지 않으며, 북·중 관계를 끊임없이 심화, 발전시키는 것은 북측의 확고한 의지”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제·지역 사안에 있어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지할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만·티베트·신장 등과 관련해 ‘국가주권과 영토보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분야 협력 희망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시 총서기의 영도 하에 위대한 발전을 거뒀다”며 “북·중이 모든 단계에서 밀접하게 왕래하고, 당 건설·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하며 호혜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6년 만의 재회, 짧지만 밀도 있는 일정 이날 오후 약 2시간가량 진행된 회담 후 소규모 다과회와 연회가 이어졌으며, 중국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양국 정상의 모두발언을 즉시 공개하는 등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공개된 장면에서 시 주석은 “6년 만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2019년 6월에 북한을 국빈 방문해, 어디를 가든 북·중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김 위원장은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눈에 띄게 중국이 더 몰라보게 변모되고 발전된 것을 깊이 느꼈다”면서 “세상이 변해도 조·중(북·중) 양국의 친선의 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10시 5분경 전용열차로 베이징을 떠나며 5차례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 정상의 만남은 2019년 1월 김 위원장의 방중과 같은 해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6년여 만이다. 과거 네 차례 방중은 모두 2018~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남북·북미 대화가 활발했던 시기에 집중됐던 만큼, 이번 방중도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북·중 밀착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열린세상] 코스피 5000, 경제사에 기록될 것

    [열린세상] 코스피 5000, 경제사에 기록될 것

    최근 경제부총리의 “국내 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 10” 발언을 듣는 순간 투자자들은 귀를 의심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수장의 자본시장 문해력을 비판하며 코스피 5000시대를 이끌 부총리로서의 자질론까지 제기했다. 더욱이 7월 말 기획재정부의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하향 등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시장 폭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현 정부의 코스피 5000 추진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던진다.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가 침소봉대일 수도 있고, 부총리의 해명대로 PBR을 ‘주가수익비율’(PER)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만일 그가 몰랐다면 이번 일을 기화로 자본시장 이해도를 높이면 되고, 실수였다면 향후 코스피 5000의 토대를 놓음으로써 자신의 진면모를 보여 오해를 씻으면 된다. 핵심은 이미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라 향후 정책에서의 실효적 성과다. 하지만 코스피 5000 달성은 말처럼 간단치 않다. 낡은 한국 경제의 근본 틀을 뒤집고,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를 일으켜야 하는 까닭이다. 우선 이제까지 정치권력은 주로 지배주주 손을 들어 줬다. 사익 편취 등 불·편법적 행위에 대해 관대했다. 관대한 만큼 소수 주주들은 피해를 입었다. 그 후과는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스포츠도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는 흥행할 수 없다. 최근 상법 개정 논의의 목적은 기업 지배구조의 평평한 운동장을 통한 자본시장 흥행, 곧 활성화다. 다음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와 그것에 기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장사는 한국 가계 자산의 부동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78%이지만 금융자산은 22%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미국, 영국은 각각 부동산 40%, 35%, 40%이고 금융자산은 60%, 65%, 49% 수준이다. 우리의 과도한 부동산 편애를 웅변해 준다. 이처럼 코스피 500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불공정성과 부동산 불패 신화 레거시를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허들이 있다. 첫째, 정무적 허들이다. 다층적 이해관계가 분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특정 정책을 밀어붙이면 지지층도 적이 되고, 반대층은 더 적이 되는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 재계와 부동산 대출 장사를 하는 은행권 등 기득권 카르텔과 척을 질 수 있다. 둘째, 단기주의 허들이다. 각종 거시지표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면 과거로부터의 관성, 즉 경로의존성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우선 당정대 간 명료한 정책 우선순위와 위계 설정이 필요하다. 코스피 5000 정책을 최우선 과제에 놓으면 최적 로드맵을 설정하고 그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동시에 거시, 통화, 세제, 재정, 산업, 자본시장, 연기금 투자 정책 등을 코스피 5000에 맞게 일렬 정돈해야 한다. 최상위 목표 달성을 위해 여당의 조세 정의 원칙도 일정 기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실이 운전대를 잡고 유관 부처들을 설득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언론을 경유한 기득권의 반발, 관료사회의 보신주의와도 맞서야 한다. 명확한 시간표, 구체적 핵심성과지표, 공정한 성과 평가와 보상 등의 기제도 동시에 작동시켜야 한다. 신정부 출범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 새로운 문제들이 돌출되면서 당초의 목표는 잊혀지거나 희석될 수 있다. 새로운 도구적 목표가 원래의 목표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산적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 대전환은 우리의 근본 과제이자 시대 요청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 과업 하나만 완수해도 역사는 그것을 기록하며 기억할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내가 없던 어느 밤에(이꽃님 지음, 우리학교) “불안함은 전염되는 감정이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클수록 불안함도 더 커졌다. 가을은 표정만으로도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묻지 않아도 먼저 말을 꺼내고 싶게 할 만큼 귀를 기울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과하다 싶을 만큼 말이 많아졌고 과도하게 웃어 댔다. 어쩐지 자꾸만 겉도는 것처럼 보였다.” 청소년 문학의 결정적 이름이 된 밀리언셀러 이꽃님의 신작 장편소설. 문 닫은 한겨울의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기묘하고 아스라한 사건은 주인공인 세 아이가 각자 감춰 온 슬픔과 죄책감을 나누는 밤으로 이어진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일어난 일을 비로소 마주한 이들은 마침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새로운 삶의 출발선 앞에 선다. 228쪽, 1만 4000원. 종말까지 다섯 걸음(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차라리 답을 끝내 모르는 것보다 못하다.” 소설가 장강명의 첫 짧은 소설집. 작가는 생각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세상의 끝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다채로운 이야기 스무 편을 써 내려간다. 사이언스픽션(SF)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 왔던 그는 앞서 SF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펴낸 것에 이어 상상력의 알맹이들을 보다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종말이 확정된 세계,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공포에 질린 채 살아가는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짧은 소설은 즉각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212쪽, 1만 6000원. 천천히 다정하게(박웅현 지음, 인티앤) “살아가는 동안 자기 내면은 단단하게 다져 나가야 하겠지만 살아가면서 사람과 자연, 세상에 대해서는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 생각해 보니 시를 읽는 데 필요한 태도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등으로 독서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번에는 ‘시’로 돌아왔다. 독자들과 함께한 시 강독회의 기록을 엮은 것으로, 시를 분석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시 앞에 천천히 멈춰 서서 다정하게 다가가는 태도’를 담았다. 280쪽, 1만 9000원.
  • 포르노·폭력의 폭탄 세례…그 파괴적인 통쾌함

    포르노·폭력의 폭탄 세례…그 파괴적인 통쾌함

    반인반로봇과 해적의 사랑·혁명애커 특유의 파격적 문체로 풀어주류 백인 남성 이성애자 등 겨냥당대 美사회 의미심장하게 비판 표지에 빤히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만 19세를 넘긴 어른이라고 해도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순 없을 것이다. 그로테스크와 포르노그래피, 조금 쉬운 말로는 폭력과 성행위를 향한 병적인 집착이 엿보인다. 읽는 내내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렇다고 책을 덮을 순 없었다. 도착(倒錯)을 통한 전복(顚覆)이랄까. 규범적 질서를 파괴하는 통쾌함이 소설 곳곳에 깃들었다. ‘드디어’ 한국어로 옮겨진 캐시 애커(1947~1997)의 장편 ‘무의미의 제국’ 이야기다. “전쟁은 전쟁 그 자체로 만물이 탄생하는 게 아니라면 모든 탄생과 쾌락을 향한 희망이다. 부자에게 그리고 특히 빈자에게도. 전쟁이여, 우리의 섹슈얼리티를 비추는 거울이여.”(51쪽)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애커의 독특한 문체 탓이다. 역자 장한길에 따르면 애커는 이 소설에서 가독성이나 명료함, 생동감 등 ‘문학적인 언어’라고 생각되는 모든 걸 무너뜨린다. 그 자리를 욕설이나 그림, 동어반복, 헛소리로 채운다. 역사적 사건이나 다른 작가의 문장을 마구잡이로 짜깁기한다.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불순하고 더럽고 퇴폐적인 것이 떠오른다. 쾌적한 삶을 위해 우리가 저 멀리 치워 버린 것이 소설을 통해 귀환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구를 위한 쾌적함이었나.’ 애커의 글쓰기는 정상성을 독차지한 ‘백인 남성 이성애자’를 겨냥한다. 정치적인 반란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주류에 저항하는 ‘펑크’(Punk) 문화의 정신과도 맞닿는다. “매번 너희 둘 중 한 명하고 얘기할 때마다 내 피부 표피층을 벗겨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직 생생해서 피가 도는, 까만색 갈색 빨간색 흉터 조직이 있는 피부층 말이야. 하나하나 벗겨 내서 너희 얼굴에 점점 많은 피가 튀게 말이야. 이게 여자인 내게 글쓰기가 가진 의미야.”(365쪽) 소설은 총 3부(‘아버지들의 세계를 위한 비가’·‘나 홀로’·‘해적의 밤’)로 구성됐다. 반은 로봇이고 반은 흑인인 사이보그 여성 업호르 그리고 해적 티바이가 사랑과 혁명을 도모하는 이야기다. 알제리인들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하는데, 그 혼란한 틈을 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매음굴의 창녀들을 통해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업호르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백인 남성’의 대척점에 있는 ‘흑인 여성’, 거기에 로봇과 결합한 경계의 존재다. 알제리인들이 파리를 장악하는 일은 또 어떤가. 서구 사상의 중심지인 파리가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지배당하다니. 현실과는 정반대의 세계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미국과 CIA는 곳곳에서 암약한다. 당대 미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도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미국은 죽은 국가다. 미국엔 꿈이 없다. 미국은 우리가 인간의 삶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두 파괴하고 종교까지 대체해 버렸다. … 미국인의 삶의 모든 부분은 이제 죽음에 걸맞다.”(289쪽) 뉴욕에서 태어난 애커는 50세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생전 파격적인 묘사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현재 그의 작품들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정전으로 평가된다. 애커의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번역본 없이 영어 원문으로 알음알음 읽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번역본 출간 즉시 입소문을 탄 책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갈증에 메말랐던 독자들의 가슴속을 빠르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아마,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회가, 역겨움만은 아닌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395~396쪽)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유토피아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의 파격적인 문장을 따라가던 독자로서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거침없음’과 ‘횡설수설’이 교묘히 맞물린, 애커와 아주 잘 어울리는 문장을 인용한다. “죽은 나를, 아니면 나의 시체를, 바다에 던져 버려라. 그러면 모든 물고기가 누군가를 먹으러 외식할 수 있게 될 거다. 왜냐하면 날 먹어 치울 수 있으니까.”(386쪽)
  • 여의도만 협치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기후 위기에도 생태계와의 ‘협치’는 필수

    여의도만 협치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기후 위기에도 생태계와의 ‘협치’는 필수

    휴가지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평년 대비 현저히 적은 강수량, 낡은 인프라, 대체 수원 부족 등의 요인이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변화 때문에 여름 폭염과 극한 가뭄, 홍수, 겨울철 혹한과 폭설 등 예측 불허의 날씨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인다. 당장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더라도 그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까. 생태철학자로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활동, 기후 운동을 벌이다 2023년 세상을 떠난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장이 독립 연구자 이승준씨와 함께 내놓은 유작인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현재 기후 위기는 단순한 미래 위협이 아니라 우리 삶을 지배하는 실질적이고 긴급한 사태다.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국민국가와 대의제는 왜 무능한가.” 이에 대한 답으로 저자들은 기후 협치라는 개념을 내놓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협치는 요즘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뜻과는 차이가 있다. 협치라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책에서 말하는 협치는 ‘거버넌스’, 즉 기후와 관련한 운영 원리를 말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협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관치’가 아니라, 시민과 대중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결정하는 ‘아래로부터의 협치’다. 이들은 “기존 상명하달식 통치가 아닌 수평적 협치”를 제안한다. 또 인간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피해를 본 비인간 존재들까지 기후 협치의 주요 행위자로 포함하는 ‘공생 협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들이 암시하는 것처럼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는 숙고보다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 미술은 혼란스럽고 엘리트주의적이며 흐릿, 도대체 왜

    미술은 혼란스럽고 엘리트주의적이며 흐릿, 도대체 왜

    왜 미술은 모호하거나 혼란스럽거나 난해하거나 기묘하거나 때로는 우스꽝스러울까. 이를 ‘고급 예술’로 포장하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 예술 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매도할까. 전작 ‘코르크 도크’(2017)에서 와인 엘리트의 세계를 파헤친 저자가 이번에는 “단체로 망상에 빠져 있는 것만 같은 세계”라고 여긴 미국 뉴욕의 미술계에 침투했다. 저자는 “좋아하는 색깔을 보면 과호흡을 일으키는 예술가들”, “금속 나부랭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신용카드를 긁은 열정적인 갤러리스트” 등이 몰린 미술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걸작 앞에 서면 머릿속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브루클린의 작은 갤러리 315에 말단 직원으로 취직해 저명한 미술계 인사들과 마주했고, 신진 예술가의 조수를 거쳐 구겐하임 미술관 경비원으로도 일하면서 미술계 전반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가장 처음 배운 것은 “설치미술은 잘 안 팔린다. 그보다는 사진이 낫고 그보다는 회화가 나으며 추상회화보다는 구상회화가 잘 팔린다”는 업계의 기초 팁이다. 어떤 컬렉터들은 여성 작가들을 외면한다. ‘곧 애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커다란 작품은 맨해튼의 좁은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아 잘 팔리지 않는다. 미술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과 친한지, ‘어디’에서 전시회를 열었는지다. 저자는 수년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캔버스를 펼치고 조각품에 피부가 날아가거나 갤러리의 온갖 벽을 페인트칠하며 심지어 예술이라는 이유로 낯선 사람의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 대는 일까지 겪으면서 미술계의 ‘맥락’을 찾아냈다. 갤러리에 가져다 놓은 소변기가 비평가들에게서 예술성을 격찬받기만 하면 조각 작품이 될 수 있는 일은 ‘거물’ 작가와 ‘메이저급’ 큐레이터 같은 영향력 있는 내부자들이 만들어 내는 맥락이다. 이들이 유망주라고 입을 모은 것보다 더 굉장한 맥락은 “뉴욕 현대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한 점 소장했지”라는 말 한마디다. 책은 미술계가 권력과 계급, 허세로 가득찬 난장판이라고만 서술하지 않는다. 곳곳에 치열한 창작의 길을 걷는 예술가와 작품 앞에서 감동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담아내면서 예술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업계 병폐에 대한 신랄한 폭로보다는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순기능이 크다.
  •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3년째 한여름 야간 개장 ‘문화 사찰’범종 타종 뒤 절 한 바퀴 돌며 힐링사사자삼층석탑 등 곳곳 문화유산연기암 이르면 대형 마니차에 시선600여점 압화박물관 관람도 매력섬진강 대숲서 바람 맞으며 ‘죽멍’산사가 외부인에게 깊은 밤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이 시나브로 시작되면 객들은 산문을 내려가야 한다. 해 질 무렵 울리는 범종 소리가 사실상의 축객령이다. 한데 전남 구례의 대가람 화엄사는 독특하게 여름밤에 산문을 연다. 벌써 3년째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을 당겨 7월과 8월, 무려 두 달을 온전히 야간 개장했다. 지나간 8월의 끝자락에 ‘지리산의 꽃’ 화엄사를 다녀왔다. 봄꽃은 이미 졌고, 단풍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한여름의 밤이라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한 스님의 표현처럼 말이다. 범종 소리를 들으며 산사에 앉아 있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타종이 끝날 때까지 떠밀리듯 절집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밤의 절집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밤에도 산사에 머물 수 있다. 한데 일정표에 따라야 하는 게 다소 부담이다. 절집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엔가 얽매이지 않은 채 여기저기 기웃대는 재미도 남다르다. 여름밤의 화엄사에선 그게 가능하다. 오픈 15초 만에 매진된다는 ‘모기장 음악회’나 ‘화야몽’ 등의 인기 이벤트 참가는 언감생심이지만, 수많은 문화유산에다 배롱나무 등 소박한 여름꽃을 보며 괜스레 ‘센치멘털’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이런 행사를 통해 화엄사가 지향하는 건 문화 사찰로의 자리매김이다. 문화는 어우러질 때 형성된다. 공부와 수행이 최고의 목표인 스님들에게 대중과의 어울림은 사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니까 문화 사찰을 지향한다는 건 이런 문제들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록으로만 보면 화엄사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고찰이다. 화엄사 사적기 등에 따르면 544년 인도 승려인 연기 대사가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오래된 문화유산도 많다. 국가 지정 유산만 해도 국보가 다섯 점에 보물이 열 점이다. 이 가운데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범종 타종이 끝난 뒤 절집 구경에 나선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보물)을 차례로 나서면 보제루다. 법요식 등 주요 불교 의식이 열리는 누각이다. 단청 없이 소박하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하나같이 이리저리 휘고 굽었다. 보제루는 어느 절집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개는 보제루 밑을 통과해 본전으로 가는 구조다. 한데 화엄사 보제루는 약간 다르다. 1층 기둥을 낮춰 방문자들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이유는 보제루를 돌아서는 순간 단박에 깨닫는다. 중심 영역인 각황전과 대웅전(이상 국보) 그리고 두 기의 석탑(보물)이 지리산 품에 안겨 장엄한 자태를 펼쳐 내고 있다. 그러니까 보제루를 우회하도록 한 건 절집의 내밀한 공간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였던 거다. 화엄사는 각황전과 대웅전 등 주불전이 두 곳이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 서쪽 탑 위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외형은 2층이지만 내부는 통층으로 트였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것이다. 각황전 앞은 국가 지정 유산이 한가득이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그 옆의 사자탑은 보물이다. 각황전 옆엔 늙은 홍매가 한 그루 서 있다. 봄에 선홍빛 꽃잎을 낼 때면 나라 안팎에서 무수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늙은 매화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화엄사 화엄매’란 공식 이름도 얻었다. 원래 화엄매는 산내 암자인 길상암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백매를 이르는 표현이었다. 한데 각황전 옆 홍매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면서 지위가 슬그머니 역전된 느낌이다. 홍매가 만개할 무렵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데, 이맘때 각황전 뒤란은 거의 발 디딜 틈 없는 ‘국민 포인트’가 된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홍매 이파리 몇 장은 벌써 누런 빛을 띠기 시작했다. 각황전 뒤엔 국보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네 마리의 사자상을 기둥처럼 배치한 구조로 유명하다. 탑 가운데엔 합장한 스님이, 맞은편 석등엔 절하는 스님이 각각 조각돼 있다. 마치 석등의 스님이 석탑의 인물에게 절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화엄사에선 이를 어머니에게 절하는 연기 대사의 효심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한다. 보제루, 화엄사 처마 밑엔 양비둘기가 서식한다. 예전엔 집비둘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으나 현재는 구례 화엄사, 고흥 등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텃새다. 개체 수가 100여마리 정도에 불과해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화엄사 주변에는 가볼 만한 산내 암자도 몇 곳 있다. 불자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연기암이다.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구례 문척면 사성암 옆의 오산활공장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풍경 전망대로 꼽을 만하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는 2㎞ 정도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족히 닿는다. 차로 갈 수도 있지만 화엄사 옆으로 난 ‘어머니의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보길 권한다. 늙은 나무들이 짙은 숲 그늘을 펼쳐 내는 길이다. 연기암에 이르기까지 줄곧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연기암에 들면 황금색의 대형 마니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티베트 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 도구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 있다. 화엄사 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은 것으로 간주한단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경전을 읽기 어려운 신도들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연기암에서 화엄사로 내려오는 차도 옆엔 금정암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금정암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밝히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던 암자다. 위쪽의 연기암엔 지혜를 상징하는 국내 최대(13m) 문수보살상이 서 있고, 그 아래 암자에선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그저 심상한 공간은 아닌 듯싶다. 구층암도 가볼 만하다. 화엄사 대웅전 뒤로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암자 마당에 들면 요사채가 먼저 객을 맞는다.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으로 문과 마루를 낸 특이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기둥이다. 죽은 모과나무를 최소한의 손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갈라진 곳은 갈라진 대로, 골과 결이 파인 곳은 파인 그대로다. 검이불루(儉而不陋)란 표현처럼 소박하되 절대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다. 이번 구례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압화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압화의 순우리말 이름이 더 예쁘다. 꽃누르미, 누르미꽃, 꽃누름 등으로 불린다. 꽃누르미는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터다. 낙엽 지는 가을날, 공연히 ‘센티해져’서 단풍잎 주워다 책갈피에 꽂아 본 기억 말이다. 이게 예술로 확장된 것이 꽃누르미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오래전부터 꽃누르미 예술가였던 셈이다. 꽃누르미는 생화를 말려 수분과 공기를 제거한 뒤 색감을 유지한 말린 꽃을 회화, 공예, 가구 제작 등에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무엇을 만들 건 하나밖에 없는 생화로 만들기 때문에 작품 역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구례 외곽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조성한 압화박물관으로는 전국 유일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압화 전시장이 몇 곳 있지만 구례 압화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역대 대한민국 압화대전 대상 등 수상작을 비롯해 600여점의 꽃누르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압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러시아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작가들이 꽃을 채집하고 이를 그림이나 공예 작품으로 만들어 낸 과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돈도 아니다. 압화박물관 옆에는 지리산 일대의 야생화 표본을 전시한 식물표본전시관, 식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낸 식물세밀화전시관 등이 있다. 이를 모두 찬찬히 둘러보자면 반나절로도 모자란다. 여기는 모두 무료다. 압화박물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섬진강어류생태관과 만난다. 섬진강의 민물고기를 보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여기도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필수 방문 코스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내부에 크고 작은 수조 등 다양한 어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도 민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어류생태관 맞은편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만날 수 있는 수달생태공원이다. 이제 대숲에 이는 바람을 만나러 섬진강으로 간다. 구례가 숨겨 둔 비밀 정원 같은 곳. 벚꽃 흩날리는 초봄의 섬진강을 뇌리에서 지우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지 않을 공간이다. 섬진강 대숲은 개발론자에 앞서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은 한 주민의 지혜로 조성됐다. 섬진강 일대에서 진행된 사금 채취로 모래밭이 유실되자 이를 막기 위해 한 주민이 강변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대숲은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했고, 점점 규모를 늘려 지금과 같은 무성한 대숲으로 자랐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섬진강 대숲에 내걸린 신석정 시인의 시 가운데 일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사례이지 싶다. 대숲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죽멍’도 하고, 섬진강 쪽 샛길 그네에서 인증샷도 찍는다. 밤에도 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구례의 저물녘은 오산활공장에서 맞는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레저 시설로, 패러글라이딩 등을 위해 조성됐다. 너른 풀밭에 서면 구례와 지리산이 한눈에 담긴다. 바로 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오산활공장과 섬진강어류생태관 사이에 구안실(苟安室)이란 마을이 있다. 매천 황현(1855~1910)이 1886년 낙향해 살았던 사적지다.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현 간전면 수평리에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은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23곳? …‘대치동 4세맘’은  문법시험 준비 끝냈다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23곳? …‘대치동 4세맘’은  문법시험 준비 끝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원을 둔 A영어학원은 내년 3월 입학할 7세 유아 모집을 위해 이달부터 사전 등급시험(레벨테스트)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은 영단어와 문법·읽기·쓰기 지필 평가와 원어민 구술시험으로 약 1시간 동안 치러지며, 응시료는 2만원이다. 학원 측은 “레벨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4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의 입학 레벨테스트가 조기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다수 학원이 사전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4일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유아 영어학원은 전국에 총 23곳”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학 전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유아 영어학원은 조사 대상 728곳 가운데 23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서울 11곳, 경기 9곳, 강원 3곳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5~6월, 반일제(4시간) 이상 과정의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이 현장 점검한 결과다. 교육당국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전국적으로 지점을 둔 유명 학원 대부분이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만큼, 적발 건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모든 지점이 시험을 치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보는 중간평가는 이번 조사에선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교육 1번지’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레벨테스트 없는 곳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부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 지점을 둔 B영어학원은 다음달까지 5~7세 상담예약을 받고 테스트를 한다. 7세 자녀를 유아 영어학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도 “영어유치원이든 학원이든 여기서 시험을 안 보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 레벨테스트가 법령 위반은 아니다. 이에 교육부는 23개 학원에 원생 선발을 상담·추첨으로 바꾸라고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레벨테스트 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근본적으로 연령에 맞는 교육과정과 수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벗어난 사교육은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르면 내년 초1부터 AI 교육한다

    이르면 내년 초1부터 AI 교육한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에 인공지능(AI) 교육 과정을 도입한다. 현재 중고교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AI 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 조기 교육을 통한 ‘AI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AI 전도사’를 자처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68회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AI를 통한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주 단위로, 차츰 심화하는 학습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화 형식으로 교육하는 등 AI 초중고 교육 과정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구 부총리가 외부에서 강연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AI를 가르치겠다는 건 AI가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치트키’이자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AI를 한글처럼 익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AI에만 10조 1000억원을 배정할 만큼 ‘올인’ 태세다. AI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마련한다. 기재부가 교육 주무 부처가 아닌 만큼 당장 초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하려는 건 아니다.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교육부는 수학·과학·기술 등의 과목에서 AI 실습이 강화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자료와 기자재를 각급 학교에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정규 교과에선 중학생은 ‘정보’(필수과목), 고등학생은 ‘인공지능’(선택)을 통해 AI를 배우고 있다. 구 부총리는 “세상이 못 하는 걸 해야지 남들 다 하는 걸 해선 의미가 없다”며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프로젝트를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로봇·자동차·선박·가전·드론·공장·반도체 등에 AI를 접목해 기술력 승자가 돼야 한다”면서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초전도체·그래핀·특수탄소강·태양광·그린수소 분야 기술 개발에도 재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AI 시대엔 에너지가 쌀인데, SMR이 아니면 어디서 전력을 조달하겠느냐”면서 “SMR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재명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향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서비스 경쟁력 ‘세계 1등론’도 역설했다. 그는 “세계 10등도 대단하지만 그래봤자 세계 1등부터 9등이 몫을 다 챙겨 간다”면서 “세계 10등인 제품·서비스가 1000만개 있어도 1등 하나 못 이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세계 1등 제품·서비스를 몇 개 보유했느냐가 바로 국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는 시대”라고 역설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가 급증할 거란 일각의 부정적 전망에 대해서는 “지출 예산을 늘리지 않는다고 재정건전성이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성장률이 0%대로 고꾸라진 상황인 만큼 빚을 내더라도 경제를 살려야 재정도 확충된다는 논리다. 그는 “재정 지출이 늘어 국가채무가 증가한다고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면서 “재정 사업이 성공해 수익이 선순환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생겨 한국 경제가 살아나면 건전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을 펑펑 쓰는 게 아니라 성과가 나는 분야를 확실하게 지원하고, 성과가 없는 사업은 아예 없애겠다”면서 “내년에는 올해(27조원)보다 더 강도 높게 지출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속보] 조르지오 아르마니 별세

    [속보] 조르지오 아르마니 별세

    이탈리아 패션계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91)가 세상을 떠났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마니 그룹은 성명을 통해 “무한한 슬픔 가운데, 그룹 창립자이자 창조자이며 지칠 줄 모르는 원동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별세를 알린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아르마니는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서 평온히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아르마니는 이탈리아 패션의 상징이었다. 그는 1975년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설립했다. 디자이너로서의 감각과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모두 갖춘 아르마니는 연간 약 23억 유로(약 3조 735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직접 이끌며 ‘킹 조르지오’(Re Giorgio)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르마니는 컬렉션의 세부 사항은 물론 광고와 런웨이 직전 모델들의 헤어 스타일까지 손수 챙기며 사업 전반을 꼼꼼히 지휘해왔다. 올해 1월 2025 S/S 패션위크 때만 해도 무대를 직접 진두지휘했을 만큼 정정했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하면서 6월 밀라노 패션위크에는 불참했다. 그의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룹 측에 따르면 오는 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조문실이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식은 추후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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