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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 고속도로 연계… 교육 여건 우수

    3개 고속도로 연계… 교육 여건 우수

    한화 건설부문이 대전 서구에 HJ중공업과 공동 시공하는 브랜드 아파트 ‘도마 포레나해모로’를 선착순 분양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도마 포레나해모로는 지하 3층~지상 34층, 7개동에 전용면적 39~101㎡ 총 818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일반분양 물량은 568가구로, ▲59㎡A 209가구 ▲59㎡B 111가구 ▲74㎡A 65가구 ▲74㎡B 92가구 ▲84㎡ 86가구 ▲101㎡ 5가구 등의 타입으로 구성된다. 도마변동지구는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도마 e편한세상 포레나(8구역), 호반써밋 그랜드센트럴(11구역) 등 2만 5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브랜드 타운으로 변모 중이다. 또한 대전 유성구 교촌동이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도마 포레나해모로 단지도 수혜를 얻고 있다. 단지는 호남고속도로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통영대전고속도로의 진출입도 용이해 교통 여건이 우수하다. 도보 10분 거리에 대신중고교가 위치해 있고, 반경 3㎞ 내에는 대전오월드, 대전뿌리공원, 산림욕장이 있어 교육·생활 환경도 좋다. 채광 및 일조량 확보에 유리한 남향 위주로 배치되며 전용 74㎡ 이상 중대형은 4베이로 구성되는 점은 한화 브랜드 ‘포레나’만의 차별점이다.
  • 울산 학세권 중심… 초중고 모두 도보 가능

    울산 학세권 중심… 초중고 모두 도보 가능

    DL이앤씨는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e편한세상 신정 스카이하임’을 분양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신정동 1136-3 외 15필지에 위치한 e편한세상 신정 스카이하임은 지하 6층~지상 35층, 2개동으로 건립되는 소형 단지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중소형 아파트가 158가구(A형 95가구, B형 32가구, C형 31가구) 공급된다. 분양가는 주택형과 층 등에 따라 7억 8840만~8억 7950만원에 형성돼 있다. 단지가 위치한 신정동은 울산에서 교육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꼽히는 학군지다. 도보 약 2분 거리에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신정초가 위치해 있으며 도보 거리에 옥동초, 남산초, 울산서여중, 학성중, 학성고, 신정고, 울산여고 등 10여개의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다. 또한 옥동신정동에 밀집된 학원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인근에 위치한 대규모 공원과 태화강 등의 자연환경도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남산근린공원을 비롯해 울산대공원, 태화강, 태화강 국가정원 등이 도보 20분 거리에 있다. 이 밖에 마트, 백화점, 체육관 등 생활 편의시설과 중앙 행정기관도 인근에 밀집해 있다.
  • 영신장학회, 종로구 관내 모범 청소년에게 장학금 전달

    영신장학회, 종로구 관내 모범 청소년에게 장학금 전달

    제22회 대한민국서당문화한마당이 ‘ㅅㄷ, AI에 답하다’를 주제로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다.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와 종로구청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전북특별자치도·남원시가 후원한 이 행사는 앞서 지난달 27일 전북 남원시 사랑의 광장 일원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 영신장학회는 종로구 관내 저소득, 다문화, 조손, 한부모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평소 바른 인성과 예의 실천에 타의 모범이 되는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 300만원을 정문헌 종로구청장에게 전달하였다. 이한국 영신장학회 회장은 “영신장학회는 사해동포(四海同胞) 사상을 바탕으로 생명존중과 환난상구(患難相救)의 정신을 오늘날 실천하고자 하는 장학단체”라면서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훈훈한 가슴으로 내일의 꿈을 키워나가면서 음지와 양지가 구분 없이 고루고루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전했다. 영신장학회는 지난 2002년부터 이번 전달식까지 총 1억 2090만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수여했다.
  • 수원시민과 함께 ‘어린이라는 세계’ 읽고 토론 나선 이재준 시장…“어린이 정책 시정 반영할 것”

    수원시민과 함께 ‘어린이라는 세계’ 읽고 토론 나선 이재준 시장…“어린이 정책 시정 반영할 것”

    “아이를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지만, 정작 존중은 하지 않는 어른이 많은 것 같아요.”(초등학생 키우는 엄마) “많이 놀고 싶은데, 놀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초등학생) 지난 20일 일월수목원 숲정원에서 열린 ‘시장님과 북적북적’에 참가한 시민들은 속마음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이가 행복한 도시를 꿈꾸며’를 주제로 열린 ‘시장님과 북적북적’은 이재준 시장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관련 경험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토론회였다.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어린이집 원장,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오붓한 정원에서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양육 경험 등 저마다의 삶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시민은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 그리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세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고, 한 40대 시민은 “책임져야 할 일과 대상은 많아지는데, 체력과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 매우 힘들고 피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불안하다”고 고충을 토로해 부모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초등학생 3명이 함께했다. 한 어린이는 “더 많이 놀고 싶은데, 놀 곳이 별로 없어 아쉽다”며 “놀이터가 많이 생기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수원시 부시장으로 일하던 시절에 도시계획은 시민,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시정책 시민계획단과 청소년 계획단을 만들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며 “또 아동참여위원회 등을 운영해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시정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신설 요청 등 여러분이 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시는 2022년 5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을 받았다. ‘아동친화도시’는 18세 미만 모든 아동이 권리를 충분히 누리면서 사는 도시, 어린이와 청소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상위단계는 아동친화도시 10가지 구성요소를 4년 동안 성실히 이행한 성과를 평가한 인증이다.
  • 삶이 나를 속일 때 필요한 것은…“옛사람들의 목소리”

    삶이 나를 속일 때 필요한 것은…“옛사람들의 목소리”

    매일매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변 사람과 갖가지 상황은 가뜩이나 힘겹게 버텨가는 삶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 한순간의 작은 실수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듯한 숨 막히는 사회 분위기는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찾는 소확행에 눈을 돌리거나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외면한 채 살아가도록 한다. 이런 현대인에게 고전과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빌어 “우리 모두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격려하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디플롯)는 장자,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소크라테스, 괴테, 톨스토이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2500년 철학과 문학에서 엿볼 수 있는 불멸의 문장과 지혜를 실었다. 삶이 버겁고 주저앉고 싶은 날에는 “모든 것은 곧 지나긴다”는 노자의 위로를, 새롭게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날에는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 있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조언이 다시 일어날 힘을 준다. 많은 사람이 부와 명예야말로 성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피카)는 항상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는 평범한 삶도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동서고금 많은 현자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삶을 높이 평가했다. 사소하고 평범해도 인생은 이미 완전하며, 충분히 완벽하다는 것이다.평범하지만 찬란한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세상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관심을 갖는 것 이면에 관심을 가지려는 태도라고 말한다. 낮은 곳에서도 크게 배우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절망에서도 희망을 보는 것이 평범하면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만든다고 조언한다. 그런가 하면, ‘마흔에는 고독을 받아쓰기로 했다’(생각정거장)는 가장 느린 책 읽기라는 필사를 통해 품격 있는 삶,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흔에는~’은 허연 시인이 단순한 위로를 넘어 나를 발견하고 단단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이 책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거나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꼰대들의 잔소리를 열거한 것이 아니라, 철학자, 역사학자, 대문호들의 지혜가 담긴 목소리들로 채워져 있어 더 신뢰할 수 있다.
  • [씨줄날줄] 강성 팬덤

    [씨줄날줄] 강성 팬덤

    팬덤은 특정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예전엔 흔히 ‘오빠부대’라고 불렀다. 어린 여성팬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오빠부대 원조 가수로는 ‘가왕’ 조용필을 꼽는 시각이 많다.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 팬클럽은 사회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신곡 ‘시대유감’이 사전심의 논란을 빚자 팬클럽이 검열 폐지를 이끌어 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건이다. 요즘 아이돌그룹의 팬덤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스타의 선한 영향력 전파에 관심이 많다. 불우 이웃 돕기나 친환경 캠페인에 나서는 등 의식 있는 활동으로 아이돌의 이미지 제고까지 생각한다. 한때 자식 세대의 오빠부대를 보며 혀를 차던 중장년층들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팬덤 대열에 올라탔다. 같은 사람을 좋아하며 소통하고 이를 통해 위로를 얻는 건 팬심의 효용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팬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배타적 성격을 띠기 쉽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혐의에도 공연을 강행한 가수 김호중을 두둔하는 팬클럽 분위기를 보자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팬카페에 그가 올린 글에도 나무라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물의를 일으키고도 자숙은커녕 ‘돌아오겠다’는 얘기부터 스스럼없이 하는 것 아닌가. 잘못을 해 놓고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 이런 행태를 되레 옹호하는 도착적 현상은 어느샌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어느 스님이 일갈한 대로 ‘3치’(파렴치, 몰염치, 후안무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풍조를 주도한 곳은 단연 정치권이다. 돈봉투를 받아도, 입시비리를 저질러도 죄가 없다고 울분에 찬 기자회견을 하고 선거에 출마한다. 진영 논리가 강해진 정치권에서 내 편의 잘못은 ‘흐린 눈’으로 봐 줘야 하는 게 지지자의 덕목이 됐다. 흠결 있는 인물일수록 팬덤에 기댄다. 이러다 보니 팬덤이 선을 넘은 지 오래고, 국회의장 경선조차도 휘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인들이 앞장서 사회적, 도덕적 상식과 윤리를 파괴하는 행동을 보이니 연예인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아름다운 비밀

    [정은귀의 詩와 視線] 아름다운 비밀

    당신이 보는 흙은 그냥 흙이 아니오. 그건 우리 조상들 피의 먼지요, 그분들 살의 먼지요, 뼈의 먼지이니. 우리는 다른 인디언이 그걸 빼앗지 못하도록 싸우고 피 흘리고 죽었고 백인들을 도우며 싸우고 피 흘리고 죽었지요. 만약 당신이 자연의 흙을 찾고자 하면 땅 표면을 파고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이오. 땅의 윗부분은 크로의 것이기 때문에요. 이 땅은 그대로, 내 피요, 내 죽음입니다, 이 땅은 신성하기에 나는 어느 한 부분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1936년, 북미 원주민 크로족의 말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드리니 선생님은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의 마당에는 색색의 꽃들이 가득하다. 올봄에 꽃이 유난히 아름다웠다고. “꽃이 예쁘게 잘 피니까 풀도 예쁘게 무성하더라.” 선생님의 말씀은 그대로 내게 그날의 가르침이 된다. 풀이나 꽃이나 다 같은 대지, 같은 바람, 같은 햇살을 받고 자란다는 것. 뜰에 예쁜 꽃만 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고 풀을 그냥 놔둘 수는 없을 것이기에 아마 선생님은 풀도 꽃처럼 다정하게 보시면서 쪼그리고 앉아 풀을 솎아내고 계실 것이다. 풀과 꽃이 알록달록 어우러진 선생님의 뜰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길, 이번에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6월부터 10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 열리는데 이와 관련된 일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많은 이들이 사라진 종족으로 생각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한때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미 대륙에서 절멸에 가까운 학살의 역사를 지나서도 살아 있다.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지금 이 세계에서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만나게 될지, 그들의 세계, 그들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설렘 가득한 기다림의 나날이다. 북미 인디언들은 이 세계의 조화, 평등한 관계를 중시한다. 그 세계관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땅과 물, 대기, 햇살이 모두 사람들과 함께 이 세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다. 몬태나주에 살던 크로족의 이야기는 땅을 재산 가치로 바라보지 않고 그 땅에 살다 간 조상들의 숨결과 함께 바라본다. 흙이 그냥 흙이 아니라 우리 조상의 피와 살과 뼈가 삭아서 내려앉은 것이란다. 그러니 대지의 모든 부분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땅을 정복과 소유의 대상으로만 아는 우리에게 크로족 인디언의 말은 이 세계에 숨어 있는 비밀을 드러낸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이 세계의 전장에서 거저 주어진 것은 없다는 것을. 꽃이 아름다운 계절에 풀도 무성하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세상에 깃들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 땅은 먼저 살다 간 이들이 목숨 바쳐 소중하게 지킨 곳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고 사는, 슬프고 뭉클한 그래서 나누어 가져야 할 아름다운 비밀이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열린세상] 여야 협치,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처럼

    [열린세상] 여야 협치,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처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게 됐다. 우리 앞에 산적한 저출산, 연금과 노동개혁의 과제는 여야 협치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 여야 모두 당면 과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겠지만 아직 합의된 정책은 없다. 안타깝게도 정쟁만 있다. 여야 협치의 대표적 사례로 영국 보수당이 노동당 정책을 수용한 버츠컬리즘과 반대로 노동당이 보수당 정책을 계승한 블레처리즘이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합의’로 불리는 버츠컬리즘은 처칠 정부(1951~1955년)와 애틀리 정부(1945~1951년)에서 각각 재무장관을 지낸 래브 버틀러와 휴 게이츠컬에서 비롯됐다. 처칠 정부는 노동당 애틀리 정부의 복지국가와 국가계획경제 정책을 수용했다. 이런 배경에는 사회 안정과 사회 서비스를 강조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공산주의 확산 방지를 위한 전후 정치경제적 상황이 있었다. 탄광, 가스, 철강, 전기, 통신 산업의 국유화는 물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등 포괄적 복지정책이 도입됐다.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가보건서비스(NHS)법도 1948년 제정됐다. 포괄적 복지정책의 한계는 전후 10여년간의 경제 호황기를 지난 1960년대부터 표면화됐다. 재정지출이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과도한 복지비용, 고물가와 고임금 해소를 위한 사회경제 개혁에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으로 번번이 좌절했다. 심지어 노동조합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정부는 노동당이든 보수당이든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고복지·고비용·저효율, 그리고 근로의욕 상실을 뜻하는 영국병은 심화됐다. 급기야 1976년 노동당 정부는 공적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지원까지 받았다. 버츠컬리즘은 1979년 보수당 대처 정부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대처 정부는 포괄적 복지를 정부·사회·개인의 특성에 부합한 선택적 복지정책으로 전환해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축소, 전후 국영화된 기업들의 민영화, 그리고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을 폈다. 18년 동안의 노력으로 영국병은 치유되기 시작했다. 1997년 집권한 노동당의 블레어 정부는 대처리즘의 폐기보다는 계승·보완하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채택했다. 과거 노동당의 포괄적 복지정책으로 회귀하지 않고 ‘일하는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블레처리즘은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와 마거릿 대처의 이름을 합성한 데서 유래했다. 버츠컬리즘과 블레처리즘은 여야 합의로 그 시대의 당면 과제를 해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명백하다. 정책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세금을 지불할 청년인구는 감소한 반면 의료서비스와 연금을 받는 고령인구는 증가해 왔다. 미래세대에 더 많은 세금 부담과 더 적은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지는 세대 간 불평등이 우려된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통한 세대 간 공정성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 또한 당장 생활고를 겪고 있는 빈곤 노인, 영세 자영업자, 취약계층 지원 방안 역시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생활고로 인해 미래를 꿈꾸기조차 힘든 (특히 청년) 취약계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경제적 부담을 넘기지 않으면서 빈곤·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기에 여야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 환경과 재정 상태가 녹록하지 않다. 영국의 역사적 경험을 참조해 협치 방향을 설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치가 절실하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정년 직전 숨진 사무관 퇴직연금, 모교에 기탁

    정년 직전 숨진 사무관 퇴직연금, 모교에 기탁

    서울 송파구는 구에서 30여년간 재직하다가 정년을 앞두고 숨진 고 조희재 사무관의 퇴직연금을 모교인 경북 상주고에 기탁했다고 20일 밝혔다. 과학기술처에서 공직을 시작해 32년간 송파구청에 재직한 고인은 지난해 2월 공로 연수 기간 중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배우자, 자녀 등 공무원연금법상 연금 수급권자가 없어 퇴직연금 지급이 불가능했고 이에 구는 유족 측에 ‘퇴직연금 특례급여 제도’를 안내했다. 유족 측은 “장학금으로 우수한 인재 양성을 돕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밝혔고 이에 구와 상주고 간 협의를 거쳐 퇴직연금 1억 80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활용하는 ‘조희재 장학금’이 신설됐다. 장학금은 앞으로 ‘조희재 웃음꽃 장학금’, ‘조희재 문예 특별상’, ‘조희재 특별장학금’ 등으로 나뉘어 연간 총 8명의 학생에게 20여년 동안 수여될 예정이다.
  • AI 서울 정상회의 개막… 대통령실 “AI ‘G3’ 도약 발판”

    AI 서울 정상회의 개막… 대통령실 “AI ‘G3’ 도약 발판”

    21~22일 열리는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선 AI 혁신·포용성 원칙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공동 합의문 ‘서울 선언’ 채택이 추진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의 후속으로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공동 주재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AI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AI 서울 정상회의를 바탕으로 확보한 디지털 AI 규범의 글로벌 리더십을 통해 우리나라가 AI 선도 국가로서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고 AI G3 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은 브리핑에서 “각국 정상들은 글로벌 AI 기업 CEO들과 안전성, 혁신, 포용성 등 AI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 즉 규범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첫 회의는 안전성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회의는 포용과 혁신까지 의제를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정상 세션에서는 안전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AI를 위한 합의문 채택도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리는 정상 세션은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가 회의를 주재한다. 주제는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토대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미래로’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20일 한국과 영국 언론에 공동 게재한 기고문에서 “한국과 영국은 AI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에서 AI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한 혁신·안전·포용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장관 세션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미셸 더넬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이 공동 의장을 맡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대면으로 개최한다. 중국은 장관 세션에만 참석한다.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4년 5월 21일
  • “늦게 와서 죄송해요”…외국인 노동자, 100만원 들고 8개월 만에 병원 찾은 사연

    “늦게 와서 죄송해요”…외국인 노동자, 100만원 들고 8개월 만에 병원 찾은 사연

    충남의 한 의사가 필리핀 이주노동자에게 부친의 장례비를 주고 8개월 만에 돌려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박현서 충남 아산 현대병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박 원장이 올린 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박 원장은 급성 갑상샘 기능 항진 발작증으로 일주일간 입원했다가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앞둔 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A씨가 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박 원장이 A씨에게 우는 이유를 물으니 A씨의 아버지가 그날 아침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사망해 본국에 돌아가 장례를 치러야 하지만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봐왔고, A씨의 동생들은 나이가 어려 돈을 벌 수 없어 A씨가 보낸 돈으로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박 원장은 A씨 사연을 듣고 선뜻 100만원을 봉투에 담아 A씨 손에 쥐여줬다고 한다. 그는 “어서 필리핀 가서 아버지 잘 모셔라”라며 “빌려주는 것이니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라. 내가 빌려줬다는 말은 절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18일 병원을 다시 찾은 A씨는 박 원장에게 1만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와 영문으로 손수 쓴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빌려주신 돈으로 아버지 장례를 잘 치렀다. 감사하다. 돈을 늦게 돌려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 원장은 “A씨가 잊지 않고 8개월 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고 눈물이 글썽여졌다”며 “A씨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 푼 두 푼 모아서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났다”며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한 사람에게 살아가는 힘을 줬다”, “선한 마음은 통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구하라, ‘버닝썬’ 진실 밝힌 결정적 역할…용감한 여성”

    “구하라, ‘버닝썬’ 진실 밝힌 결정적 역할…용감한 여성”

    2019년 K팝 산업을 뒤흔든 ‘버닝썬 게이트’에서 연예계와 경찰 고위층 간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는 데 고 구하라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BBC 월드 서비스는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했던 박효실, 강경윤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재 뒷이야기를 다뤘다. 다큐멘터리에서는 2019년 세상을 떠난 그룹 ‘카라’ 멤버인 구씨가 ‘버닝썬’ 멤버들의 단체 대화방에 언급된 경찰 고위직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소개됐다. 2016년 7월 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최승리)와 정준영, 전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등이 속해 있던 단체 대화방에서는 ‘경찰총장’이 언급되며 버닝썬을 둘러싸고 승리 등 관계자들이 벌인 불법 행위를 경찰 고위직이 무마해준 정황이 드러났는데, ‘경찰총장’의 정체를 두고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지 등 이견이 분분했다. 해당 대화방의 정체를 처음 보도한 강 기자는 “경찰 유착과 관련해 해당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여부가 풀리지 않는 숙제였는데 구씨에게서 연락이 왔다”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에 따르면 최종훈은 연습생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구씨의 설득으로 강 기자에게 ‘경찰총장’이 실존 인물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경찰총장’은 2016년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윤규근 총경으로 밝혀졌다. ‘버닝썬 게이트’는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 유명 K팝 스타들과 강남의 클럽 ‘버닝썬’ 등이 얽힌 폭행 및 경찰 유착, 마약, 성범죄 등 일련의 대형 범죄 사건이다.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구씨는 전 남자친구인 최종범씨와 폭행, 불법 촬영 등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다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 정병용·정혜영 하남시의원, 하남 동물보호센터 의료봉사 현장 동행

    정병용·정혜영 하남시의원, 하남 동물보호센터 의료봉사 현장 동행

    지난 12일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가 미사동에 소재한 하남 동물보호센터를 방문한 가운데 하남시의회 정병용 의원(더불어민주당·다선거구)과 정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가선거구) 이 동물 의료봉사 현장에 동행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김용만 하남시(을) 국회의원 당선자와 의원들은 유기 동물을 위한 수의료봉사를 위해 하남시 동물보호센터(재단법인 안스 위탁운영)를 방문한 ‘버동수’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한편, 유기 동물 보호 현황 및 센터의 운영·관리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의원들은 ▲보호센터 내 전기시설 및 보호 환경의 쾌적성 여부 ▲견사 재질 상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수질 관리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정병용 의원(자치행정위원장)은 “하남 동물보호센터는 작은 규모이면서도 전기시설, 환풍시설 등 여러 방면에서 유기 동물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열악한 환경”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력 공급량이 적어 환풍기를 계속 작동시킬 수 없어 환기에 문제가 있었으며 곧 날씨가 더워지면 냉방기를 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전력과 관련해서는 화재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전기증설 공사를 시급히 시행해 유기 동물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영 의원은 “유기 동물들이 보호되어있는 견사 철장의 소재가 스테인리스가 아닌 쇠로 되어있어, 심하게 녹슨 상태라서 세균 감염이나 파상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 유기 동물들의 건강 유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혜영 의원은 “관련 부서와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하남 동물보호센터 건물에 대한 하자보수 실시 등 노력을 통해 하남 동물보호센터의 시설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천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대인 만큼, 하남시 동물 복지 증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2013년 유기동물보호소 동물의료봉사와 동물보호정책 개선을 위해 결성된 ‘버동수’는 이날 센터 내 개 48마리를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전(全) 두 수를 대상으로 광견병·종합백신을 접종했다. 하남시 동물보호센터 중성화 수술을 위해 건국대 수의대 바이오필리아, 대학생 동물보호 연합동아리 애니멀메이트, 서울대 수의대 팔라스,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학생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동물자유연대, 사단법인 야옹아안녕,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하남시동물보호협회, 하남시캣맘캣대디협의회 등의 단체들이 봉사활동 및 물품을 지원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해설가가 타석에 나와 만루홈런 치겠네

    [최보기의 책보기] 해설가가 타석에 나와 만루홈런 치겠네

    세계의 독자를 위해 세계적인 거장들을 인터뷰한 세계적인 문학지 <파리 리뷰>에서 거장들이 초보 작가에게 수백 페이지에 걸쳐 컨설팅을 해주는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몇 년 동안 관심 분야 책을 진지하게 독파하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덧붙여 어느 거장이 “당신네 아마추어들이 무엇을 쓸까 고민할 때 우리 프로들은 그냥 쓴다”는 말을 했음도 전한다. 『미오기전』,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등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낸 저자 김미옥은 ‘서평가, 문예평론가’로서 SNS 공간에서 지난 몇 년 소위 ‘김미옥 현상’이라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운데 저자의 글이 워낙 쉽고 재미 있으되 진지하고 깊다는 것, 그런 글쓰기란 어지간한 내공으로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팬덤이 형성돼 내용은 훌륭하나 이름이 딸려 읽히지 않던 무명작가들의 책이 저자의 입을 거치면 빛을 보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정도로 일단 정리한다. 박사(博士)가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는 글’을 못쓰는 이유는 한 분야만 학문적으로 죽어라 파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그렇게 못쓰는 이유는 읽기와 쓰기를 덜 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위의 거장처럼 “읽었다면 한 줄이라도 써라. 모든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말한다.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천자를 쓰는 나는 왜 이런가? 그것은 ‘활자중독자 미오기’처럼 제대로 읽지 않아 감(感)과 각(角)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미옥의 글은 전반적으로 내가 겪는 사건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게 해준다. 『미오기전』은 저자의 과거, 현재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산문집이고,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는 ‘활자중독자, 독서선동가’로서 저자의 화려한 개인기가 세계 명저들의 독후감 형식으로 실렸다.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은 어차피 이 글도 읽지 않을 것이다. 일 년에 책 한 권을 읽는 사람에게 『미오기전』을 권한다. 일 년에 책 두 권 이상 읽는 사람은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추가로 권한다. 나에게는 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미찌꼬바에서 산소용접기로 쇠를 녹여 붙이고, 친할머니 조쪼깐(趙早揀) 씨와 외할머니 강도귀달(姜都鬼達) 씨와 위대한 면서기가 있었던 스토리와 서사’가 없을까? 그것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땅한 이야기를 기억해내고, 기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느 인생이든 소설책 열 권 분량의 이야기와 역사는 필히 있는 법이다. 김미옥은 “한때 공황장애를 앓았는데 읽기와 쓰기가 나를 구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철학, 잘만 쓰면 질병도 치료한다”는 제목으로 소개했던 『닥터 필로소피』(김대호. 틈새의시간)도 불안장애를 앓으며 방구석 폐인이 됐던 저자가 살기 위해, 죽는 것이 무서워 ‘마구 철학책 읽기’에 매달린 결과 병을 고치고, 강의도 하고, 책까지 낸 이야기였다. 독서와 글쓰기의 궁극은 자만(自滿)-자기만족이다. 심지도 병을 낫게 하고 밥과 돈이 나오기도 하는 자만이다. 어떤 시집의 주인공 ‘가타하리나 개부치 씨’는 그를 알아챈 김미옥 평론가 덕에 전적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전한다. 개부치 씨 또한 “<최보기의 책보기>가 쓰면 베스트셀러 된다”는 희망의 서사를 이 글에 묻어둘 것을 부탁했다. 미오기의 묘비명은 “읽다가 죽었다”가 제격이겠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나태주의 풀꽃 편지] 마음의 쓰레기통

    [나태주의 풀꽃 편지] 마음의 쓰레기통

    가끔 문학관에 머무는 날 방문객들을 만나면 묻곤 한다. 어디서 왔냐고, 왜 왔느냐고. 대답은 한결같이 멀리서 왔다고, 고달파서 왔다고 그런다. 멀리서 온 것은 알겠는데 고달파서 왔다는 말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 고달픔은 육신이 아니라 마음의 고달픔이다. 예전 사람들은 육신의 고달픔이 문제였다. 그래서 육신의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마음이 고달프고 마음이 피로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 편안히 살아가는데 방해되는 것들이 마음에 많이 쌓인다. 우선은 근심과 걱정, 우울과 짜증, 불안과 상실, 끝내는 절망과 불행감. 모두가 현대 사회의 지나친 경쟁과 비교와 넘치는 소유와 소비가 만들어 낸 부산물들이다. 우리의 삶에 불필요한 것들, 마음의 쓰레기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산같이 많으니 어쩌면 좋으랴.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들을 어딘가 버릴 곳을 찾는다. 마음의 쓰레기통이다. 그 마음의 쓰레기통을 찾아서 원근 각지의 사람들이 기를 쓰고 우리 풀꽃문학관을 찾아온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만이고 오해일까. 나는 우리 풀꽃문학관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의 쓰레기통이 되길 소망한다. 버릴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여기에 버려 주십시오. 쓰레기통은 얼마든지 넓고 많으며 여유가 있답니다. 우리 풀꽃문학관의 쓰레기통은 아무리 많은 쓰레기를 버려도 넘치지 않는 답니다. 그것은 마음의 쓰레기통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풀꽃문학관은 새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다가오는 10월이면 번듯한 건물로 문학관이 새롭게 문을 열 것이다. 현재의 풀꽃문학관 뒤편 봉황산 기슭의 땅을 파고 다듬어 짓는 건물이다. 건평 300평 규모의 건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현재의 문학관을 연 지 10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도 여지없이 10년의 법칙이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문학관 개관을 대비해 국내 여러 곳의 문학관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외국, 특히 일본의 문학관도 여러 군데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대개의 문학관은 어떤 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 기념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학관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오히려 앞으로의 문학관은 활용과 체험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객이든 시민이든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여 활동하는 공간과 시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되는 프로그램 또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문학관은 더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 약속대로 10월이면 정말로 새로운 풀꽃문학관 건물이 봉황산 기슭에 그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다시 한번 꿈같은 일이다.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가. 무에서 유의 생산이란 말이 있는데 그야말로 이것은 무에서 유가 생산된 경우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 모두가 내가 쉬지 않고 시를 쓴 덕택이고, 공주를 사랑하며 산 까닭이다. 직접적인 이유라면 내가 공주문화원장으로 8년 동안 일하며 산 까닭이다. 내 어려서부터의 소원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공주 사람으로 사는 것이었는데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면서 공주의 문화와 자연과 사람을 극진히 받들며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새로 생기는 풀꽃문학관은 더욱더 크고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쓰레기통이 되기를 소망한다. 전국 곳곳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와 마음속 힘겨운 쓰레기들을 고스란히 쏟아놓고 가는 쓰레기통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 문학관은 하나도 더러워지지 않고 어지러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더욱 예쁜 꽃들이 피어 아름답고 푸른 풀들이 예쁘게 자라는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
  •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꽃보다 초록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꽃보다 초록

    그해도 동백이 붉게 피었다. 남쪽 바다를 건너온 봄바람이 꽃샘바람을 몰아내자 꽃들은 한 시절을 고하고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푸른 잎을 보았다. 초록으로 겨울을 견디고 푸른색으로 무장한 잎들이 반짝반짝 햇빛에 빛나던 순간이다. “아, 참 곱다.” 얼른 잎을 만져 보았다. 매끌매끌하다. 두툼하고 탄력 있는 생명체가 손끝에 잡힌다. “잎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구나.” 꽃보다 잎이 강렬히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초입 때 일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잎보다 먼저 핀다. 그래서 초봄에는 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 연분홍 벚꽃과 하얀 목련이 거리낌 없이 자태를 뽐낸다. 겨울꼬리가 자취를 감추고 산들바람이 불어올 즈음 초록이 점점 융성해지면서 산과 들은 텅 빈 시절은 온데간데없이 초록으로 한껏 부풀어 오르고 논과 밭, 나의 정원조차 푸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잎을 먼저 틔우고 나중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이른 봄꽃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장장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조차 꽃 대접보다는 나무 대접을 받기 십상이다. 초록 세상인 것이다. 꽃이 생명의 번식이라면 잎은 생명을 유지하고 번성하게 하는 생명의 엔진과도 같다. 꽃은 제 몫을 다하면 곧 시들어 떨어지지만 잎은 제 나무를 위해서든 벌레와 동물의 먹잇감이 되든 뭇 생명체를 살리는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오랜 과정에서 헤지고 부서지고 다치면서도 또 나고 자라며 가을걷이까지 견디다 겨울이 되면 홀연히 사라져 어딘가에서 어느 생명체의 뿌리가 된다. 초록의 운명이다. 아이가 웃는다. 아비가 아이를 보며 웃는다. 그 아비의 아비가 둘을 번갈아 보며 빙그레 웃는다. 아이가 꽃같이 예쁘다. 그 아비는 초록과 같아 가슴 찡하다. 그 아비의 아비는 뿌리가 되어 기쁘다. 누구나 꽃 같은 시절이 있고, 초록 시절이 있고, 뿌리에 감동하는 시절이 있다. 그래서인가 눈을 감으면 자꾸만 내 고향 강원도 산골로 달려간다. 자갈밭 귀퉁이 진달래가 분홍빛을 토해낼 무렵이었다. 엄마는 목련꽃을 닮은 하얀 치마저고리를 곱게 갈아입고 시장 병원으로 가셨다. 이따금 오는 시골 버스를 신작로 옆 돌 위에 걸터앉아 기다리던 엄마의 뒷모습이 살아 있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다. 목련꽃이 봄비에 꺾이고 초록 세상이 시작되던 때 엄마는 죽음의 얼굴로 돌아오셨다. 들썩거리는 어른들 어깨 사이로 힐끗 쳐다본 안방에 뉘인 얼굴은 엄마가 아니었다. 흰 얼굴에 검은 얼굴을 뒤집어 쓴 싸늘한 얼굴. 소년은 초록 세상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꽃이 피면 떨어지는 게 싫어 꽃보다 초록이 되고자 했다. 그 탓인가, 나는 운명처럼 어느 초록 세상에 한동안 갇혔고 헤진 초록이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꽃도 좋고 초록도 좋은 세상에 산다. 꽃을 보고 기뻐하고 초록을 보고 감탄하는 뿌리의 시작과 끝이 되는 삶을 산다. 그녀가 떠난 오월, 나의 정원에 들어섰다. 꽃이 있고 초록이 있다. 둘을 번갈아 본다. 그 순간 내게서 초록의 임무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 뒷모습이 저들의 뿌리가 되는 마지막까지 말이다. 초록은 거부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이다. 이붕우 작가‧전 국방홍보원장
  • 어지러운 시간 흐름… 시대 겉도는 배우들… 그래도, 송강호니까

    어지러운 시간 흐름… 시대 겉도는 배우들… 그래도, 송강호니까

    1950~60년대 정치적 암투 그려송, 데뷔 35년 만에 드라마 도전먹는 것으로 세상 이해하며 소통 회상·진술 많아 따라가기 버거워변요한·이규형 등 연기 아쉬움도 무려 송강호의 ‘드라마 데뷔작’이니까 일단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그런데 다소 어지러운 건 사실이다. 인물들에게 충분히 몰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상과 진술로 시간선을 뒤트니 따라가기 버겁기도 하다. 송강호 외에도 변요한·이규형 등 선이 굵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시대극에 잘 어우러지지 않고 겉돈다는 인상도 있다. 지난 15일 전체 16부작 중 1~5화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했던 송강호가 35년 만에 도전하는 드라마로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전쟁 이후 궁핍했던 혼란의 시대인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묵직한 정치·시대극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이승민’의 자유당과 그에 맞서는 신진 세력 사이의 암투를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박두칠은 자기가 챙기는 사람의 세 끼니는 반드시 챙겨 준다고 해 ‘삼식이 삼촌’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변요한은 미국에서 유학하며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텔리’ 김산 역을 맡았다.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김산의 연설에서 박두칠은 그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깨닫고 그에게 접근한다. 김산에게 세상을 바꿀 기회를 주겠다는 박두칠.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정반대인 두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며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우연입니까?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세요?” 4화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박두칠은 김산에게 이렇게 말한다. 절대 우연을 믿지 않는 삼식이 삼촌은 항상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감탄했던 송강호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철두철미한 사업가 박두칠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김산더러 약혼한 여자친구와 헤어지라고 종용한다. 그의 약혼녀는 평화통일을 주장하며 세를 점차 넓혀 가는 혁신당 대선후보 주인태(오광록 분)의 딸 주여진(진기주 분)이다. 사랑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산은 결국 삼식이 삼촌을 믿어 보기로 하는데…. 5화까지만 공개됐기에 총평은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청자를 확 끌어당길 만한 뚜렷한 요소가 없었다. 물론 이야기의 맥을 짚는 대사들을 묵직하게 소화하는 송강호의 힘은 분명하다. 다만 변요한과 자유당 소속 정치인 강성민 역을 맡은 이규형의 연기는 시대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5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이야기의 방향성이 비로소 분명해진다. 앞선 제작 발표회에서 송강호가 “지금 트렌드가 된 OTT 드라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모험이 될 수도 있고 신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으니 조금 기다려 봐도 좋겠다. 매주 수요일 2화씩, 다음달 19일 14~16화로 결말이 공개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밥 먹었느냐는 질문이 인사말인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엘리트들이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때 삼식이 삼촌은 먹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한다”고 했다.
  • 지그재그, 달팽이 닮은 통나무집… 구불구불, 푸르른 숲속 책 옹달샘 [건축 오디세이]

    지그재그, 달팽이 닮은 통나무집… 구불구불, 푸르른 숲속 책 옹달샘 [건축 오디세이]

    여러 지붕 층층이 겹쳐 쌓아 올려폐목 파쇄장의 변신, 시민 쉼터로자연친화적 ‘공원으로서의 건축’작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등 수상“도서관, 위압적·화려할 필요 없어”지붕 아래 가로로 길게 창 이어져시시각각 다른 빛과 풍경 쏟아져숲 바라보며 책 읽기… 힐링 맛집 5월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비바람이 그친 뒤에 찾아오는 맑은 날은 축복처럼 청량하다. 이런 날은 공원 나들이가 제격이다. 서울 성북구 월곡산을 따라 조성된 오동근린공원. 신록이 우거진 공원 입구에서 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긴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독특한 목조건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푸르른 숲속에 자리 잡은 지그재그 모양의 지붕은 생물처럼 느껴지고 나지막한 통나무집의 긴 처마는 쉼터처럼 안정감을 준다.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공원과 어우러지는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콘셉트로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특별상을 받은 ‘오동숲속도서관’이다. 지금은 번듯한 도서관이 들어섰지만 오랜만에 이 공원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예전에 이곳에는 폐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오동근린공원은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일상의 쉼표가 돼 주는 힐링 공간이지만 공원 입구에 오랜 시간 방치된 폐목재 파쇄장이 눈엣가시 같았다. ‘성북구 마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규(국민대 건축과 교수) 운생동건축사무소 대표는 성북구로부터 도서관 설계를 의뢰받고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하필 폐목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리를 선택했다.“폐목재들이 쌓여 있어 자연과 동떨어진 분위기였어요.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이라 정리가 필요해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위치가 적절해 보였습니다. 공원의 산책로와 연결되는 지점이라 접근이 쉽고, 바로 옆에 청소년센터가 있어서 이와 연계해 도서관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장 교수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공원을 더욱 활발한 쉼터로 만들고자 했다”며 “주민들이 공원 길의 연장선처럼 편하게 들어와서 책을 보고 쉬어 가는 ‘공원으로서의 건축’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공원으로서의 건축’이란 자연 친화적이면서 공원과 도서관 건물이 구분되지 않게 투명성이 강조되는 도서관을 가리킨다. “자연이 주인공인 공원에 들어서는 도서관이 위압적이고 화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에 나무가 쌓여 있던 자리여서 나무로 된 도서관을 지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원을 걷다가 우연히 달팽이가 떠올라서 달팽이 모양으로 도서관을 설계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동숲속도서관은 지붕 모양이 독특하다. 하나의 지붕으로 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 집의 모양처럼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서 여러 개의 지붕이 겹쳐 있다. 토네이도 형태로 된 지붕을 옆에서 보면 나무집에 여러 개의 지붕이 층층이 올려져 있는 모양이다. 제일 아래 지붕의 처마가 길어서인지 한옥 같은 느낌도 든다. 지붕들 사이로 유리창이 가로로 길게 이어진다. 장 교수는 “원래의 디자인 콘셉트는 달팽이처럼 똬리를 튼 모양의 지붕을 사람들이 걸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목조 구조이다 보니 안전상 문제가 있어서 여러 개의 지붕이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서 똬리를 트는 듯한 모양으로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건물 전체를 빙 둘러서 처마 아래로 회랑이 이어진다. 회랑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긴 산책로가 시작된다. 새 소리 들으며 산책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환한 빛 덕분에 공간이 무척 밝아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부터 벽, 책장이 모두 나무로 돼 있어서인지 피톤치드 향이 나는 것 같다. 유리창 밖으로 푸른 공원이 그대로 보인다. 지붕 아래에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것도 온통 푸른빛 자연이다. 도서관 안에 들어와 있지만 공원에 있는 기분이다. 공원의 푸른 숲이 그대로 보이니 눈이 시원하다. 계획했던 ‘공원으로서의 건축’이 제대로 구현된 셈이다. 평일의 이른 아침 시간인데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유리창으로 숲이 바라보이는 동쪽 좌석은 빈자리가 없다. 한쪽에 비치된 어린이 서가 앞에서는 엄마와 함께 공원 나들이 나온 꼬마들이 자유롭게 그림책을 꺼내 보고 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자라는 아이들이 이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들로 가득한 나무 책장과 책을 볼 수 있는 의자가 전부인 공간,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장 교수는 “달팽이 같은 도서관에서 잠시 쉬어 가면서 달팽이처럼 느린 삶을 경험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도서관은 전체 431㎡(약 130평) 중 회랑을 빼고 260㎡(약 80평) 되는 규모다. 그런데 천장이 높고, 빛이 풍부해서인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휘감아 올라가는 토네이도 형식의 지붕이 가운데 메인 공간에서 최고로 높아진다. 낮은 지붕 아래에 위치하는 주변부에서 가운데로 갈수록 산처럼 높아진다. 접힌 지붕들이 서로 다른 높이 차를 가짐으로써 그 사이로 시시각각 다른 방향의 자연광이 내부로 쏟아진다. 공간은 벽으로 나눠지지 않고 천장까지 이어져 있는 높낮이가 다른 책장들이 기둥이자 벽체 역할을 하고 있다. 산세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산책로를 높이가 다른 책장으로 표현했다. 높낮이가 다른 천장과 책꽂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공간감, 여기에 공간을 채우는 빛과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도서관 내부는 외부로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인 책장이 별도로 없이 서가가 건물 내부의 뼈대처럼 공간을 구성한다. “공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책꽂이 월(wall) 구조로 변형시켜 하부에 열린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가구로부터 시작되는 집, 가구가 공간이 되고 가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지붕 모양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책꽂이가 지붕까지 올라가서 가구가 공간과 괴리되지 않고 건축과 융합되는 건축을 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고 가구를 들이는데, 이곳에서는 역순으로 가구가 공간을 만들고 있다. 작은 규모의 다목적 공간을 디자인할 때 장 교수는 ‘가구적 구조’를 시도한다. 장 교수는 노원구 월계동 한내근린공원 안에 있는 ‘한내지혜의숲’을 설계할 때도 ‘책꽂이 벽’으로 가구와 공간과 구조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장 교수는 “책꽂이 월은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이면서 내부의 프로그램을 분할하고 배분하는 장치”라며 “통상적인 벽이 공간적 소통을 막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책꽂이 월은 유동적인 공간을 구성해 서로 소통하며 통합하고 적절히 독립되는 이중적인 미로 구조를 만든다”고 했다. 한내지혜의숲에서도, 오동숲속도서관에서도 가구와 공간과 구조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디자인을 통해 작은 공간은 규모의 협소함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다변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월계동의 한내지혜의숲, 노원구의 수락행복발전소, 성북구의 오동숲속도서관은 장 교수가 운생동건축 신창훈 공동대표와 함께 꾸준히 진행해 온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작은 규모의 공공건축물들이다.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주거집중지역이지만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족했던 지역에 버려진 공공공간을 재활시켜 만든 곳이 한내지혜의숲이다.이곳은 원래 중랑천변과 나란히 자리 잡은 한내근린공원의 초입으로 오래전부터 고장 나고 버려진 분수대가 방치돼 있어 지역 주민들과 공원 사이의 단절된 공간이었다. 작은 주민 커뮤니티를 매개로 지역문화와 자연공원을 결합하는 한내지혜의숲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락행복발전소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개운산에서도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장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공건축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작은 공공건축, 즉 건강한 건축이 더욱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주는 작은 규모의 공공건축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홍대 거리서 템플스테이… “개방적이라 ‘힙한’ 불교”

    홍대 거리서 템플스테이… “개방적이라 ‘힙한’ 불교”

    작년에만 40개국 6000여명 찾아춤·먹기 명상, 궁극은 마음의 평화불안·미움은 꿈… 울타리서 나오길 대학생과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젊은이들의 거리’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골목.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승려복을 입은 이가 이곳에 있다. 202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템플스테이 ‘홍대선원’을 여기서 운영 중인 준한(46) 스님이다. “신도 중 한 분이 이곳에서 운영 중이던 게스트하우스를 코로나19로 더이상 못 하게 됐다고 해서 ‘선원’을 만들게 됐어요.” 그는 홍대선원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원은 원래 불교에서 스님들이 모여 공부하고 참선하는 장소를 말한다. 홍대선원은 템플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 6층 건물 곳곳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티 라운지, 잠을 자는 숙소, 옥상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5층에 있는 법당에는 세 뼘 남짓의 자그마한 부처상도 있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이들은 지난해 약 40개국 6000여명으로 대부분 20~30대다. 준한 스님은 절 안에서의 댄스파티, 사찰 소개팅 등으로 요즘 불교가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힙하다’(‘개성 있다’는 신조어)는 평가를 듣는 데 대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 불교의 매력”이라며 “홍대선원이 다른 절의 외형을 그대로 본뜨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도, 불교 교리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으로 설파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불교의 개방성 덕분”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이례적으로 많은 젊은이가 모이고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이 불교 교리를 EDM으로 편곡한 공연을 펼치면서 인기를 얻은 것처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며 세대 취향에 맞춰 유연하게 불교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홍대선원에서는 ‘춤 명상’, ‘먹기 명상’과 같이 다른 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시간을 갖기도 한다. 준한 스님은 “명상이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라며 “춤추거나 먹는 그 순간에도 이 행위가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명상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마음의 평화”임을 강조했다. 준한 스님은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겪었고, 당시 동석했던 친구는 의식불명이 됐다”며 “괴로워하다 긴 고민 끝에 수행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20대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려고 홍대선원을 세웠다는 그는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 준다. 내가 나를 못 기다리는 것뿐”이라며 “청년들 마음속에 있는 불안, 두려움, 미움은 실제로는 전부 꿈이니 용기를 내 각자의 울타리에서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준한 스님은 “소백산에는 명상 마을을, 경북 문경에는 캠핑과 템플을 접목한 ‘캠플 스테이’를 만들고 싶다”며 “해외에도 선원을 세워 청년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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