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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도 힙합으로 추모…87세 ‘래퍼 할매’의 특별한 장례식

    마지막도 힙합으로 추모…87세 ‘래퍼 할매’의 특별한 장례식

    ‘하늘나라 가서 앞푸지말고(아프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랩을 많이 부르고 있거라. 벌써 보고싶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로 구성된 경북 칠곡 할매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인 서무석(87) 할머니가 지난 15일 세상을 떠났다. 칠곡군 지천면 황학골에서 태어난 서무석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등 시대적 상황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 이후 칠순이 넘어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가난과 여자라는 성별을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시를 썼다. 지난해 8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로 구성된 8인조 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멤버로 뽑혔고, 각종 방송과 국가보훈부의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 활동하며 꿈을 펼쳤다. 서무석 할머니는 지난 1월 목에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 검진을 받았고,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랩 공연을 이어왔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한글주간 개막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6일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이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연습을 빠지지 않고 매주 두 번씩 경로당에서 땀을 흘렸던 서 할머니. 서 할머니의 딸은 “엄마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랩을 통해 억눌려있던 끼를 마음껏 펼치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좋아하는 힙합 음악을 했던 서 할머니를 위해 절친한 친구인 이필선 할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서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쳤다. 할머니들은 영정사진 속 환히 웃는 서 할머니의 복장과 똑같이 맞춰 입고 “무석이 빠지면 랩이 아니지”란 가사의 랩을 하면서 추모 공연을 했다. 할머니들은 80년이 넘은 세월 속 배우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려있던 애환을 랩가사로 읊조리며 덩실덩실 춤을 췄고, 영정사진 속 서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그 순간을 함께 했다.
  • 연대의 손길 내미는 성소수자 영화 ‘럭키, 아파트’, ‘공작새’, ‘대도시의 사랑법’

    연대의 손길 내미는 성소수자 영화 ‘럭키, 아파트’, ‘공작새’, ‘대도시의 사랑법’

    세상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손가락의 끝이 우리를 향하는 듯하다. 성소수자를 내세운 영화들이 극장가를 두드리고 있다. 영화는 우리 사회 속 혐오를 비판하면서, 그들을 포옹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자고 권한다. 30일 개봉하는 ‘럭키, 아파트’는 선우(손수현 분)·희서(박가영 분)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로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여러 혐오의 모습을 그린다. 희서는 부모에게서 지원받아 아파트를 마련해 선우와 행복한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래층에서 지독한 악취가 올라온다. 선우는 관리 사무소, 경찰서 등을 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희서와 선우가 레즈비언 커플임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구설에 오른다. 홀로 사는 노인의 죽음이 알려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 은근히 배제당하는 여성 제약회사 영업사원, 선우가 밝혀낸 아래층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 등은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다.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금 여기, 한국영화’를 비롯해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았다. 연출한 강유가람 감독은 지난 18일 기자시사회에서 “아랫집 여성과 연대하는 장면이 두 사람의 관계가 한발짝 나아간다고 생각해 ‘럭키, 아파트’라고 이름을 지었다”면서 “애도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함께 느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3일 개봉한 영화 ‘공작새’는 돈을 모아 성전환수술을 하려는 댄서 신명(해준 분)의 사연을 담았다. 그는 댄스대회 우승 상금으로 이를 충당하려 하지만 “자기만의 색이 없다”는 심사평과 함께 2등에 그치고 만다. 절망에 빠진 신명에게 그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 덕길의 부고가 전해진다. 농악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추모 굿을 올리면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영화는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게이 클럽에서 시작한 춤인 왁킹과 한국 전통의 농악, 트랜스젠더가 되려는 주인공과 가부장주의 등 서로 상반하는 요소의 충돌을 그렸다. 신명에 대한 고향 어르신들의 시선이라든가, 숨어 있는 다른 성소수자의 사연 등으로 우리 사회 혐오와 아픔을 보여준다. 신명이 추모 굿을 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풀고,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도 풀리는 과정을 통해 연대가 필요함을 그렸다. 특히 왁킹에서 농악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면서 화려한 동작과 풍부한 표현력을 보여주는 주연 배우 해준의 연기가 시선을 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왓챠상, 12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1회 남도영화제 감독상 배우상 등을 받았다. 박상영 작가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 남성의 성장기이다. 고교 시절 어머니에게 동성애자인 것을 들킨 뒤 삶을 겉도는 흥수(노상현 분)는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며 지낸다. 그의 정체성이 탄로 날 찰나, 그를 보듬어준 이는 세상이 ‘헤픈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던 재희(김고은 분)이다. 혐오의 시선에서 힘들어하던 두 사람이 우정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유쾌하게, 때론 묵직하게 담아냈다. 이번 달 1일 개봉 이후 주연 배우들의 연기 호평으로 여전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1일에는 티빙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는 작가 지망생 고영이 여러 남자를 만나며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8부작으로 담았다.
  • 北 “韓무인기, 백령도서 이륙” 그래픽 공개…김여정 “어떻게 짖어댈지”

    北 “韓무인기, 백령도서 이륙” 그래픽 공개…김여정 “어떻게 짖어댈지”

    북한이 28일 한국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해 평양으로 비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비행 주체가 한국군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대한민국발 무인기에 의한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를 완전히 분해해 비행 조종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5일부터 이달 8일 사이 작성된 비행 계획 및 비행 이력 238개가 수집됐고, 이 가운데 이달 8일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한국 영역 내에서 비행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비행경로에 대해 “지난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 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 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방향을 바꿔)해 남포시 천리마 구역 상공을 거쳐 평양 상공에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무인기가 지난 9일 1시 32분 8초 평양의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 사이 상공,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 각각 정치선동오물을 살포했다고 했다. 대변인은 “살포 계획에 따라 예정된 위치에 도달하면 비행 조종 모듈이 살포 기구에 신호를 주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달 8일 해당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제작해 공개했다. 녹색 선으로 표시된 비행경로는 백령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상승해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가 같은 경로를 되돌아 백령도로 내려가는 것으로 돼 있다. “재발하면 도발의 원점은 사라지게 될 것”북한은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 전문기관으로 연합조사그룹을 구성해 이 무인기 잔해의 비행조종모듈을 완전히 분해하고 비행계획 및 비행이력자료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연합조사그룹의 분석 결과 “무인기를 우리 국가의 수도상공에까지 불법침입시킨 사건의 책임을 집요하게 회피해온 한국군사깡패들의 가장 저렬하고 파렴치한 도발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저질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국가 대한민국을 포박하고 있는 상전에 대한 맹신과 극도의 도전적 악습으로 인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평양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해 왔다. 19일엔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지역에서 추락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무인기 사진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여정 “서울서 무인기가 삐라 살포하면 어떻게 짖어댈지 궁금” 우리 군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가정된 상황”이라며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 우리(북한)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면서 “세상도 궁금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발표한 ‘최종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확인할 가치도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 [단독]한강의 따스한 시선 머문 그곳… 아이들이 있었다

    [단독]한강의 따스한 시선 머문 그곳… 아이들이 있었다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2007년 낸 그림책 판매 1위 돌풍‘순록의 크리스마스’ 등 3권 번역시적이며 담백한 문체 고이 담겨 “2000년 8월 비가 무척 내리던 날 엄마가 됐고, 어린이책에 깊은 관심을 갖게 돼 이 이야기(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를 썼습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쓴 책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번역가 한강’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어린이책들도 눈길을 끈다. 문학동네는 한강이 2007년 2월 출간한 그림책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를 최근 재인쇄하면서 ‘소설가 한강이 어린이를 위해 쓴 단 한 권의 그림책’이라는 홍보 문구를 뒤표지에 넣었다. 실제로 그의 그림책은 27일 기준, 교보문고 유아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가는 아이가 생기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이 깊어졌다. 그는 책 서두에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천둥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에게…그리고 새벽이에게”라고 썼다. 작품은 장마철을 앞두고 먹구름을 짜느라 여념이 없는 하늘나라 선녀들 중 따분함을 못 견디는 두 명의 꼬마 선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둥과 번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뿌리를 찾아가는 작가의 상상력도 재미나지만 기존 관념을 깬 이야기라는 점에 더 큰 매력이 있다. 과거 옛이야기 그림책 속 선녀는 무거워 고개가 절로 숙어질 것같이 머리를 말아 올리고, 발목에 자꾸 감길 것 같은 치마를 둘렀지만 맹랑한 꼬마 선녀들은 거추장스러운 날개옷을 벗어 던져 버린다. 하늘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존재 역시 남성이 아닌 여성(할머니 선녀)이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는 꼬마 선녀들의 이야기에 할머니 선녀는 불호령 대신 깡똥한 날개옷과 단발머리를 허락한다. 그뿐인가. 할머니 선녀는 제 역할을 다한 꼬마 선녀들에게 마음 놓고 세상 구경을 떠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선물까지 주는 자애로운 어른이다. 한강이 번역한 어린이책 세 권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앞서 그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영어는 어딜 가든 만점을 받았다”며 어릴 적부터 빼어났던 한강의 언어 실력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그림책 ‘순록의 크리스마스’(2004), ‘절대로 잡아먹히지 않는 빨간 모자 이야기’(2006·이하 절대로)와 동화 ‘꼬마 로봇 스누트의 모험’(2005·이하 꼬마 로봇)을 옮겼다. ‘순록의 크리스마스’는 산타 썰매를 끌기 위해 모여든 동물 중 순록이 썰매를 끌게 된 이유를 담았고, ‘절대로’는 기존의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빨간 모자를 오리로, 늑대를 악어로 바꿔 풀어 간다. ‘꼬마 로봇’은 모험과 위기를 통해 차츰 용감해지는 스누투의 이야기다. 한강이 번역한 책 세 권 모두 절판 상태라 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번역서에는 그의 시적이면서도 담백한 문체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가 번역가로서 독자를 위해 남긴 말도 인상적이다. 그는 기존 ‘빨간 모자’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절대로’의 책 내지에 “자신을 잡아먹겠다는 악어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큰소리를 치는 이 귀여운 오리 소녀”는 “용기와 당당함, 그리고 재치가 얼마나 큰 힘인지 알게 해 준다”고 썼다. 그는 또 ‘꼬마 로봇’에는 “어린이들도 ‘의문을 갖는 것’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물음표를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늘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라고 믿는다”고 남겼다.
  • “나도 평생 조연 배우… 언젠가는 빛 본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나도 평생 조연 배우… 언젠가는 빛 본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집필하던 책 제목 ‘안녕히 계세요’“힘들고 슬럼프 있더라도 버텨라”아직 꽃피우지 못한 후배에 조언동료들 “정말 따뜻한 배우” 비통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을 맡으며 인기를 끌었던 개성파 배우 김수미가 영면에 들었다. 지난 25일 오전 ‘고혈당 쇼크’에 따른 심정지로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수미의 발인이 27일 오전 11시 엄수됐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을 한 뒤 고인은 장지인 경기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잠들었다. 유족은 생전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을 위해 예배를 올렸고 이어 정준하, 윤정수, 장동민, 문태주 PD와 함께 장지로 이동할 차에 관을 운구했다. 고인은 생전에 “내 장례식장에서는 곡소리 대신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고 춤추며 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실제 많은 조문객이 모였으며 유족의 손에 들린 영정사진 속 고인은 유쾌하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어서 떠나보내는 슬픔을 더했다. 영정사진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포스터 속 모습이었다. 이틀 전 갑작스러운 그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연예계는 비통에 빠졌다. 특히 ‘전원일기’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안타까워하며 빈소를 찾았다. 김 회장 역할을 맡았던 최불암은 “어린 나이에 자기 외모를 내려놓고 성격적인 연기를 해냈다. 31세라는 나이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머니를 현실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것은 연기자로서 상당히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며 “최근 예능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고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연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며 “화려한 배우라기보다는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응삼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던 김영옥은 “천생 연예인”이라며 “20일 전쯤 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건강이 괜찮다고 했다. 내가 한번 가 볼까 물었더니 ‘다 나았어, 괜찮아’ 하기에 나중에 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비통해했다. 빈소에는 또 아들 일용 역을 맡았던 배우 박은수와 손자 순길이 역의 배우 류덕환을 비롯해 코미디언 임하룡, 가수 인순이, 김종민, 김창렬, 배우 정준호, 남궁민, 이태성, 이병헌·이민정 부부, 방송인 박경림, 이혜영, 강남, 전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 등이 다녀갔다. 가족에 따르면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고인은 ‘안녕히 계세요’라는 제목으로 삶을 정리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생 조연 배우로 살았던 자기 삶을 담담히 풀어내며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버티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아직 꽃피우지 못한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조언과 함께 연예계에서 은퇴한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항일 자금 마련”… 신채호와 함께 외국환 위조한 대만인 동지[대한외국인]

    “항일 자금 마련”… 신채호와 함께 외국환 위조한 대만인 동지[대한외국인]

    일본 고관 암살·관공서 폭파 결심신채호·린빙원, 위체 위조 때 체포申 “독립 위한 수단은 정당” 항변린빙원, 재판 전 다롄감옥서 숨져린하이인 “삼촌은 반일 무명 영웅” 1920년대부터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지향하는 독립운동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활약한 언론인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대통령장)도 임시정부를 탈퇴한 뒤 중국과 대만, 일본의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했다. 신채호는 1936년 2월 21일 뤼순 감옥에서 옥사했다. 무정부주의 단체의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환을 위조한 ‘국제위체 위조사건’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리고 신채호와 함께 위조 사건에 가담했다가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20대 중반에 숨을 거둔 대만인 청년 린빙원이 있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던 신채호는 1919년 3·1운동을 통해 ‘민중의 힘’을 절실히 느끼며 아나키즘 활동에 심취하게 된다. 1923년 의열단장 김원봉(1898~ 1958)의 부탁을 받아 의열단 정신에 대해 쓴 ‘조선혁명선언’에서 신채호는 주권을 되찾기 위한 민중의 폭력 혁명과 건설을 위한 파괴 등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24년부터 신채호는 의열단원 유자명(1894~1985·애국장)의 소개로 린빙원과 교류하게 됐다. 이후 린빙원의 안내로 1927년 9월 중국 톈진에서 한국과 중국, 베트남, 인도, 대만, 일본 등 6개국 대표 120명이 모인 ‘무정부동맹 동방연맹’이 조직될 때 유학생 이필현(1902~ 1930·애국장)과 함께 조선 대표로 참여했다. 이필현은 박열(1902~1974·대통령장) 등과 함께 아나키스트 모임 ‘흑우회’를 꾸려 활동했다. 신채호는 1928년 4월 베이징에서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무정부주의동방연맹 북경회의’를 조직했다. 결성 회의를 통해 폭탄 제조 시설을 세워 일본 고관을 암살하거나 일제 관공서를 폭파하고 선전 기관을 설립해 항일 잡지 등을 발행하기로 했다. 활동 자금은 외국환을 위조해 마련하기로 했다. 국제위체 위조사건은 린빙원이 베이징 우무관리국(우편국)에서 국제어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이들은 6만 4000원에 해당하는 외국환 200장을 위조해 한국과 중국 관둥, 대만, 일본 등 32개 우체국으로 나눠 보낸 뒤 린빙원은 관둥과 한국에서, 이필현은 일본에서, 신채호는 대만에서 각각 인출하기로 했다. 린빙원은 1928년 4월 25일 만주의 다롄은행에서 위체 2000원을 ‘장동화’라는 가명으로 찾아 베이징에 있는 이필현에게 부쳤다. 그러나 그사이 거액의 외국환 거래를 포착한 일제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 왔다. 린빙원은 고베 일본은행에서 2000원을 더 찾으려다 체포됐고 신채호도 5월 8일 대만 지룽에서 잡혀 다롄으로 압송됐다. 신채호는 재판에서 “위체 위조 사기가 나쁜 일이 아닌가”라고 묻는 일본 판사에게 “독립을 위해 취하는 수단은 모두 정당한 것이니 사기가 아니며 양심에 부끄럽거나 거리낌이 없다”고 항변했다. 린빙원은 재판 전인 1928년 8월쯤 다롄감옥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린빙원의 형 린환원은 동생 시신을 수습한 뒤 몸져누워 1931년 사망했다. 린빙원의 아내는 다섯살 난 아들을 데리고 대만으로 돌아가 다시는 중국 땅을 밟지 않았다고 한다. 린환원의 딸이자 린빙원의 조카인 대만의 유명 작가 린하이인(1918~ 2001)은 “삼촌은 진정한 반일의 무명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삼촌네는 본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실은 음지에서 일부 조선인들과 항일 공작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항일이 옳긴 하지만 그들은 우체국에서 일하는 삼촌이 직업상 환전에 편리한 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젊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삼촌은 용감하지만 요령이 없어 다롄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인에게 붙들려 감옥에서 죽었다”고 안타까워했다.
  • 약탈된 유물의 목소리를 들어라! ‘다호메이’ [시네마랑]

    약탈된 유물의 목소리를 들어라! ‘다호메이’ [시네마랑]

    ‘다호메이’(Dahomey)는 1892년 다호메이 왕국을 식민지배하던 프랑스가 약탈해간 7천여개의 유물 중 26점이 본국으로 반환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2021년 11월, 다호메이 왕국의 보물 26점이 파리 케브랑리 박물관을 떠나 베냉(과거 다호메이 왕국의 땅을 포함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으로 출발하는 여정을 함께한다. ‘다호메이’에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들썩인다. 1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보물을 반기는 대중과 유물 반환에 대한 열띤 논쟁을 펼치는 아보메이-칼라비 대학 학생들, 그리고 보물 그 자체의 목소리까지. 환희에 차고, 분노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보자. 파리 케브랑리 박물관의 지하 복도 CCTV. 차갑고 삼엄한 이곳은 다호메이 왕국의 보물들의 ‘감옥’이다. 이중 선택받은 26점은 베냉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26번 유물’인 다호메이의 통치자였던 게조 왕의 목조 동상은 130년 동안 어둠 속에 억류되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마침내 고향으로의 항해를 시작하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고백한다. 고향에 돌아가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바뀐 고국의 모습에서 내가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 묵직하고 깊은 목소리에는 침략국에 납치된 것에 대한 분노와 고국으로 향하는 설렘, 새로 맞닥뜨릴 현실에 대한 불안이 한 데 섞여 있다. 게조 왕의 목소리는 아보메이-칼라비 대학 학생들의 열띤 토론에 잠시 중단된다. 청년들은 수천 점 중 ‘단 26점의 유물 반환’이 갖는 의미와 세계열강과 아프리카 사이의 역사·정치적 문제까지 활발하고 광범위하게 논쟁한다. 유럽 박물관에 남은 약탈의 전리품은 치유되지 않은 식민지 피지배국의 아픔이자 되찾아야 하는 정체성이라고 베냉 청년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반환된 26점의 유물은 환영받는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수천 점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신문 1면에 실리고 베냉 사람들은 ​​거리에서 축하 행사를 연다. 아보메이 특별 박물관에 전시된 게조 왕의 목조 동상은 많은 것이 달라진 다호메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낯섦을 느끼고, 그래도 여전한 고향의 바람을 느끼고, 후손들의 얼굴에서 비로소 선명해진다. 유물에 시점을 부여하는 초자연적인 접근 방식으로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꼽힌 ‘다호메이’. 지금 이 시각에도 지배국의 금고에서 곪고 있는 보물들의 절규가 “나는 여기 있다”는 ‘26번 유물’의 목소리를 빌려 세상에 터져 나온다.
  • “피자 잘라달라” 했더니 “추가 요금 내라”…신종 바가지에 난리 난 이탈리아

    “피자 잘라달라” 했더니 “추가 요금 내라”…신종 바가지에 난리 난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한 피자 식당이 피자를 담는 상자 요금과 피자를 조각으로 자르는 데 추가 비용을 청구한 사실리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 트렌티노는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의 한 피자 가게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연을 보도했다. 이 가게를 찾은 세르지오 파올리(60)는 피자를 사고 영수증을 확인했더니 메뉴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청구된 가격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수증에는 피자를 4번 잘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한 번 자를 때 비용이 0.5유로(약 750원)여서 총 2유로(약 3000원)가 추가 청구됐다. 그는 “피자를 포장하는 상자에도 4유로(약 6000원)가 청구됐다”라고 말했다. 파올리가 이에 대해 항의하자 피자 가게에서는 “피자를 조각으로 잘라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게 측은 “우리는 조각 피자 가게가 아니다”라며 “피자를 조각으로 자르는 서비스와 포장 상자에는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당연히 손님이 내야 한다”라고 현지 언론에 해명했다. 블로거이기도 한 파올리는 이 작업의 비용을 계산해 저격했다. 그는 “피자를 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고 바퀴가 날카롭다면 2~3초 안에 두 번의 십자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1분에 20개 이상의 피자를 자를 수 있어 시간당 총 1200개의 피자를 자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가게의 비용으로 계산한 결과 “하루에 6시간, 일주일에 6일, 그리고 매년 50주를 일함으로써 200만개 이상의 피자를 자를 수 있으며 100만 유로 이상을 모을 수 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일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이탈리아에서는 황당한 추가 요금이 종종 발생해 논란이 되곤 한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디저트를 나눠 먹기 위해 숟가락을 더 달라고 한 손님에게 1유로를 청구해 신랄한 리뷰를 받았다. 해당 리뷰를 남긴 고객은 “다시는 오지 않겠지만 혹시 가게 올 거면 집에서 하나 가져와라”라고 했다. 유명 관광지인 이탈리아 코모호수 앞의 한 가게에서도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는 비용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해당 가게 주인 역시 현지 매체를 통해 “샌드위치를 두 조각으로 만들려면 두 개의 접시와 두 개의 냅킨과 두 손을 사용해 서빙해야 한다”며 “고객이 항상 옳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요청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현지 네티즌들은 “불행하게도 이탈리아의 수법인 것 같다”, “말도 안 된다. 뻔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잠시 기억하다 웃으며 보내줘”…생전 김수미가 바랬던 ‘작별의 순간’

    “잠시 기억하다 웃으며 보내줘”…생전 김수미가 바랬던 ‘작별의 순간’

    국민적 사랑을 받은 배우 김수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26일 방송가에 따르면 2018년 11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김수미는 가수 이승기 등 출연진에게 영정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수미는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볼 수 없는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며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사고치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라며 웃었다. 김수미는 “장례식장에 와서 헌화하고 영정 사진을 봤을 때 사람들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장례식장에는 보통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들리는데 내 장례식장에서는 ‘징글벨, 징글벨’ 이렇게 웃으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갔구나. 우리는 김수미를 잠시 기억하자’ 이렇게 보내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수미는 분홍색 드레스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붉은 단풍이 깔린 곳에서 영정 사진을 찍었다. 그는 “굳이 검은 옷 입고, 칙칙한 옷 입고 사진 찍을 필요 없다. 장례식장의 사진을 내가 바꿔놓을 것”이라며 “명을 다 해서, 갈 때 돼서 가는 사진은 밝은 사진도 좋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다. 누구나 죽잖나”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카메라를 든 출연진 앞에서 과감한 포즈를 취했다. 단풍잎 위에 누워 나무를 올려다보던 김수미는 문득 “야, 이 단풍 색깔 봐. 어머. 나 더 살래. 너무 아름답다. 이럴 수가 있니.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며 “너무 좋으니까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영웅은 프리먼, 오타니도 저지도 아니었다…프리먼 10회 말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

    영웅은 프리먼, 오타니도 저지도 아니었다…프리먼 10회 말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1차전의 영웅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도 아니었다. 프레디 프리먼(다저스)이었다. 프리먼은 팀이 2-3으로 뒤진 10회 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역전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다저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WS 1차전 홈 경기에서 6-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7전4승제의 첫판을 승리로 장식한 다저스는 2020년 이후 4년 만의 WS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프리먼의 만루 홈런으로 다저스는 W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 63%를 잡았다. WS 통산 최다인 27회 우승에 빛나는 양키스와 통산 8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의 이번 대결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미국 동부의 명문 양키스와 서부의 명문 다저스가 WS에서 격돌하는 건 1981년 이후 43년 만이다. 게다가 1981년 WS에서 다저스의 4승 2패 우승에 힘을 보탠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사흘 전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추모의 의미까지 더해졌다. 1981년 WS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던 스티브 예거와 오렐 허샤이저 등 다저스의 전설이 시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아메리칸리그에서 MVP를 다퉈왔던 오타니와 저지의 격돌로도 관심을 모았다. 경기 초반은 투수전이었다. 양키스 선발 게릿 콜, 다저스 선발 잭 플래허티의 역투가 이어졌다. 다저스가 5회 말 먼저 점수를 냈다. 1사 후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3루타를 때렸고 윌 스미스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1점을 챙겼다. 양키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회 초에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선두 타자 후안 소토가 단타로 출루한 뒤 저지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플래허티를 상대로 역전 2점 홈런포를 때려냈다. 스탠튼은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플래허티의 몸쪽 낮은 너클 커브를 걷어 올려 왼쪽 폴 안으로 공을 떨궜다. 포스트시즌 6호 홈런.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던 다저스는 8회 말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1사 후 오타니가 우익수 쪽으로 2루타를 터트렸고, 양키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나온 실책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진루했다. 후속 타자인 무키 베츠가 중견수 쪽 희생플라이를 쳤다. 양키스는 9회 초 2사 후 글레이버 토레스의 홈런성 타구가 관중이 잡아버리며 인정 2루타로 둔갑하는 불운을 맛보며 끝내 득점에 실패했지만 연장 10회 초 다시 앞서갔다. 1사 후 재즈 치좀 주니어가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앤서니 볼피 타석 때 3루 도루에 성공한 치좀은 볼피가 유격수 땅볼을 치자 홈을 밟았다. 다저스는 10회 말 1사에서 개빈 럭스의 볼넷, 토미 에드먼의 중전 안타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키스는 오타니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좌완 네스토르 코르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오타니는 초구를 때렸으나 3루 쪽 파울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알렉스 버두고의 슈퍼 캐치가 빛났다. 양키스가 베츠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 베이스를 채운 가운데 프리먼이 코르테스의 초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 구혜선, 故김수미 애도 “짜집기 영상 돌아다녀 속상했을 때도 끝까지 챙겨주신 분”

    구혜선, 故김수미 애도 “짜집기 영상 돌아다녀 속상했을 때도 끝까지 챙겨주신 분”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75)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배우 구혜선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21년 KBS2 ‘수미산장’에서 처음으로 선생님을 뵈었어요”라며 김수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선생님이 연보라색 꽃을 좋아하신다기에 순수의 상징인 데이지꽃도 준비해갔었는데요. 정말이지 선생님은 순식간에 말간 소녀의 얼굴이 되어 꽃을 좋아해 주시고 따뜻하게 제 손을 잡아주시고 환영으로 맞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라고 했다. 구혜선은 “촬영 내내 감자(반려견) 한번 쓰담쓰담, 저 한번 쓰담쓰담 예뻐해 주시고 박학다식한 모습으로 자신의 철학적 고찰들을 저에게 나누어 주시고, 진심으로 ‘시기를 못 만났을 뿐이지, 너는 예술가다. 너의 세상이 올 거다’라며 덕담도 듬뿍 주셨다”고 떠올렸다. 구혜선은 “그때의 저는 선생님의 직언을 경청하며 수미 선생님만이 가능한 대체 불가의 매력적 언어이자 애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이후 짜집기된 부정적 영상들이 돌아다니며 저를 재단할 때는 물론 며칠 속상하기도 하였으나 이런저런 서운함을 모두 가릴 만큼 선생님은 제게 끝까지 정성을 다해주셨어요”라고 고마워했다. 또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제 양손에 김치를 가득 안겨주시며 잔반찬들까지 넉넉히 챙겨주시고,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셨던 수미 선생님. 선생님은 한 송이의 보랏빛 향기셨어요”라고 기억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그 마음을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하겠습니다. 마음 편안히 좋을 곳으로 가셨길 바라며.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유명한 김수미는 전날 별세했다. 주요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다.
  • “부탁인데 헤어져 줘”…구준엽, 강원래 사고 후 김송에 편지 쓴 이유는

    “부탁인데 헤어져 줘”…구준엽, 강원래 사고 후 김송에 편지 쓴 이유는

    가수이자 방송인인 김송이 과거 그룹 클론의 구준엽으로부터 현재 남편인 강원래와 헤어져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26일 MBN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보자고GO’ 시즌3 선공개 영상에서 개그맨 홍현희가 과거 강원래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심정을 묻자 김송은 “그때는 (강원래의) 정신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면서 ‘나는 죽을 때까지, 오빠 여든살 될 때까지, 내가 오빠의 손과 발이 되어 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준엽이 오빠가 저한테 매일 왔었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이를 들은 강원래는 “준엽이가 그때 송이한테 편지를 썼다”고 했고, 김송이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구준엽은 편지에서 “군대에 있을 때 원래한테 처음 편지 써보고 두 번째로 너한테 써본다. 송이야 나 부탁이 있는데 지금 원래랑 헤어져 줄 수 있겠니. 네가 어차피 나중에 원래를 버릴 거니까 지금 내 친구를 위해서 그냥 너 인생 찾아가. 그렇게 해도 너한테 돌 덜질 사람 아무도 없어”라며 두 사람을 위해 이별을 권했다고 한다. 김송은 “편지를 읽고 ‘이 오빠가 왜 이러지? 뭐라는 거야?’ 이렇게 생각했다”며 “‘왜 준엽이 오빠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나를 이렇게 쳐다보지’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홍현희가 “구준엽씨가 여동생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편지를 썼을 것 같다”고 하자 김송은 “아니다. 친구가 우선이었던 거다. 친구를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강원래는 “송이가 오해하는 게 있다”며 “준엽이 마음은 ‘너희 둘이 사랑하는 걸 나는 알지만 세상이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 수 있으니까 빨리 헤어지는 게 좋지 않겠니’ 이런 뜻이었다”며 친구의 마음을 대변했다. 하지만 김송은 “아니다”라며 다시 반박했고, 강원래는 “준엽이한테 물어봐”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두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방송인 안정환은 “(지금) 전화해서 물어보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김수미, 마지막 원고에 “난 평생 조연으로 살아…버티면 된다”

    김수미, 마지막 원고에 “난 평생 조연으로 살아…버티면 된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 지난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은 고인에 대해 “너무 여린 엄마였다”고 회상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효림은 시어머니인 김수미를 줄곧 ‘엄마’라고 부르며 “결혼할 때도, 이후에도 주변에서 ‘시어머니 무섭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봤지만 ‘우리 엄마가 나(서효림) 더 무서워해’라고 응수하곤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서효림은 “최근에 엄마가 회사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고 힘들어하셨던 건 사실”이라며 “그럴 때 제가 ‘엄마, 우리 여배우끼리 얘기해보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우리가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져야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더니 엄마가 ‘마음은 나도 너무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하셨다. 많이 여린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고인은 대중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일용 엄니’로만 평생 불려 오다 자신의 손맛을 내건 예능 ‘수미네 반찬’으로 뒤늦게 인생 2막이 시작됐을 때 “늘 ‘욕쟁이 할머니’로만 불려 왔는데 요새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라며 활짝 웃곤 했다. 그만큼 음식과 요리는 김수미에게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 이사와 서효림의 딸인 손녀 조이가 태어났을 때도 그는 가장 먼저 이유식 책을 발간했다. 김수미가 아들 정 이사에게 해준 마지막 요리는 풀치조림이었다. 정 이사는 “엄마가 가장 잘하는 음식이었고, 최근에 생각나서 해달라고 졸랐더니 ‘힘들어서 못 해’라고 하시고는 다음 날 바로 만들어서 집에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풀치조림을 가장 잘 먹었는데, 효림이는 뭐든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엄마가 더 예뻐하셨다”고 덧붙였다. 최근 홈쇼핑 출연 영상으로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던 김수미는 활동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으면서도 간간이 삶을 정리 중이었던 것 같다고 정 이사는 전했다. 정 이사는 “엄마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시는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꽤 많더라. 책 제목도 미리 정해주셨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다. 은퇴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후배들을 향해 ‘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더라”라고 했다. 빈소에는 특유의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속 사진이 영정으로 놓였다. 부부는 그 미소를 보며 아들이 드디어 늦장가를 간다고, 손녀를 품에 안고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엄마를 기억했다. “생전에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써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집에 가면 드라마 재방송 보면서 그대로 계실 것만 같은데. 모든 부모 잃은 자식의 마음이 같겠지만 더 잘하지 못해서 후회되고, 그래도 엄마와 만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 탁재훈·이상민, 故김수미 빈소 못가 비통…“어쩔 줄 모르고 있다”

    탁재훈·이상민, 故김수미 빈소 못가 비통…“어쩔 줄 모르고 있다”

    방송인 이상민과 탁재훈이 25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를 애도했다. 이들은 촬영차 해외에 머물고 있어 빈소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은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어머니, 얼마 전 제게 같이 프로그램하자 하셨는데 아이디어 떠오르실 때마다 제게 전화 주셔서 즐겁게 의논하시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한데 너무 아프다”고 적었다. 그는 “뵐 수 없어 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이상민은 이어 “어머니 지금은 직접 찾아뵙지 못하지만, 먼 곳에서 기도드리고 곧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 어머니 늘 제게 해주시던 말씀 가슴에 평생 간직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이상민은 글과 함께 과거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수미와 함께 출연했던 모습을 캡처해 올렸다. 이상민과 탁재훈은 SBS 예능프로그램 ‘돌싱포맨’ 해외 촬영차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빈소에 화환을 보냈다. 탁재훈은 25일 YTN에 “SBS ‘돌싱포맨’ 해외 촬영차 출국해 조금 전 현지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 밤 10시인데 뒤늦게 김수미 선생님 비보를 접하게 됐다”며 “저뿐만 아니라 이상민, 임원희씨 등 모두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필 해외 스케줄과 겹쳐서 조문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마음이 무겁다”라면서 “지난해에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함께한 뒤 자주 뵙진 못했지만 문자를 종종 주고받긴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실 줄을 몰랐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수미는 25일 오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고혈당쇼크로 알려졌다. 김수미 아들 나팔꽃F&B 정명호 이사는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 주시기 바라며, 저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라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11시다. 장지는 경기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 김정은, ‘애국가’ 듣고 눈물 흘리더니…최근 싹 바꿨다는 가사, 왜?

    김정은, ‘애국가’ 듣고 눈물 흘리더니…최근 싹 바꿨다는 가사, 왜?

    북한이 ‘애국가’였던 국가(國歌) 이름을 바꾸고 한민족을 상징하는 가사도 삭제하는 내용의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법(국가법)’을 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3차 전원회의를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열고 ‘국가법’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국가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연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안한 이후 남한과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한민족이나 통일을 내포한 표현을 대폭 수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기존 국가 명칭은 우리와 같은 ‘애국가’였다. 이 때문에 일부 국제 경기 행사에서 주최 측이 남북 간 국가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우리나라 선수 경기에 북한 애국가를 트는 일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4월 18일부터 조선중앙TV에 ‘애국가’라고 송출하던 국가 표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꿨다. 영문 표기도 기존 ‘Aegukka’에서 ‘National Anthem’으로 고쳤다. 지난 2월부터는 국가 가사 중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고 개사했다. 이 역시 한반도 전역을 의미하는 ‘삼천리’ 단어를 의도적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됐다. 올 초 혁명가요 ‘빛나는 조국’에 나오는 ‘삼천리 금수강산’ 부분 역시 ‘어머니 우리 조국’으로 개사했다. 국가법이 새로 채택된 만큼 기존 헌법에 있던 애국가 관련 조항도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수정이 완료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7장 제17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라고 국가의 명칭을 규정해두고 있었다. 한편 북한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에서도 ‘북한’의 국호 영어 명칭을 놓고 우리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비판하며 북한을 ‘North Korea(북한)’라고 말한 것을 트집 잡은 것이다. 북한 측은 “우리 국호를 ‘노스 코리아’라고 부른 대한민국 대표부에 강하게 항의한다. 외교관이 유엔 회원국 이름도 모르면서 국제 평화를 이야기하느냐”라고 말했다. 북한의 유엔 공식 등록 명칭인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 부르라는 것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기존에 한국을 ‘사우스 코리아’라고 했지만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 이후 한국을 ‘ROK(대한민국)’로 부르고 있다.
  • “춤추며 보내줘” 영정사진 속 활짝 웃는 김수미…아들 “기억해달라”

    “춤추며 보내줘” 영정사진 속 활짝 웃는 김수미…아들 “기억해달라”

    지난 25일 갑작스럽게 대중 곁을 떠난 원로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는 빈소에 마련된 영정 사진에서 목도리를 두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수미의 아들은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김수미의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F&B 이사는 25일 오후 입장문을 내 “저의 어머니이시면서 오랜 시간 국민 여러분들께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님께서 오늘 오전 7시 30분 고혈당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연극 ‘친정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저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1970년 데뷔 이래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고인은 이날 오전 심정지 상태로 자택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아들 정 이사에 따르면 김수미의 사인은 고혈당 쇼크다. 그는 연합뉴스에 “사인을 조사한 경찰이 고혈당 쇼크사가 최종 사인이라고 알렸다”면서 “당뇨 수치가 500이 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혈당 쇼크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수미는 14년간 출연했던 뮤지컬 ‘친정엄마’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뮤지컬은 지난 2007년 초연한 연극 ‘친정엄마’의 일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제작사가 표절 시비에 휩싸이면서 김수미는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이사는 “사실 ‘친정엄마’ 때문에 어머니가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해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수미의 영정 사진은 그가 출연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포스터 사진이다. 김수미는 생전에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죽으면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가면서 웃을 수 있는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며 “상여가 나갈 때 곡소리도 나기 마련인데 나는 춤을 추며 보내줬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갔구나’ 그렇게 보내주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수미의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다.
  • 결혼은 사치일 뿐, 사는 것도 힘든 세상…‘결혼, 하겠나?’[영화잡설]

    결혼은 사치일 뿐, 사는 것도 힘든 세상…‘결혼, 하겠나?’[영화잡설]

    선우는 오래 사귀었던 우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침 시간강사 생활도 끝날 조짐이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우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집니다.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선우는 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런데, 이거 참 녹록치가 않네요. 23일 개봉한 영화 ‘결혼, 하겠나?’는 제목만 보면 결혼을 소재로 한 연애영화처럼 느껴질 법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제목을 살짝 비켜 결혼을 앞둔 우리 시대 청년의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결혼보다 돈과 가족 문제, 팍팍한 사회, 그리고 인간으로서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닿습니다. 선우는 완고한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지만, 무슨 일이든 능청스럽게 넘길 수 있는 유쾌한 성격의 청년입니다. 우정(한지은 분)의 어머니와 상견례 날, 어머니에게서 “아버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연락받습니다.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오더니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이 재난 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선우가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해보니, 아버지의 주소가 불명이라 합니다. 선우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됩니다. 선우의 아버지인 철구(강신일 분)는 형의 빚을 잘못 떠안아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철구는 동생과도 크게 싸웠습니다. 철구의 동생은 철구의 주소를 어머니에게도, 자신에게도 올려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빚이 인계될까 봐 취한 조치였습니다. 사실 이 빚 때문에 철구는 이혼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였던 미자(차미경 분)에게도 주소를 올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선우는 아버지의 주소를 등록해달라고 무릎까지 꿇어가며 작은아버지에게 매달립니다. 그러나 “가난은 전염병이다. 모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의 주소는 어디인가’ 같은 제목이 더 어울릴 법한 상황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사치입니다. 선우가 놓인 상황 속에서 우정과의 결혼은 점차 멀어져 갑니다. 게다가 우정이 아르바이트하는 카페 사장은 우정에게 참 잘해줍니다. 우정의 마음도 흔들리게 됩니다. 선우는 아버지 때문에, 돈 때문에 가족도, 사랑도 잃어버릴 판입니다. 연출을 맡은 김진태 감독은 기자시사회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 세대가 현실의 벽에 막혀 고민하는 모습,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여서 애초 ‘모라동’ 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정식 개봉에 맞춰 지금 제목으로 변경했다 합니다. 선우 역의 이동휘 배우가 제안한 제목이었다네요. 다시 선우의 이야기로 가볼까요. 선우의 고군분투는 결국 어머니인 미자가 뿌려놓은 작은 씨앗 덕분에 꽃을 피워냅니다. 모질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따뜻함이 희망이 된 셈입니다. 영화는 김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합니다. 김 감독은 “남에게 베푸는 게 인색한 시대, 청년들에게 현실은 차갑고 유리 천장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깨고 싶지만 깨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다릅니다. 작은 씨앗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저는 오히려 영화 속에서 한국의 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더 주목해서 봤습니다. 그나마 중간에 웃음 요소를 적절히 넣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굉장히 삭막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물론, 이는 코믹 연기에 능숙한 이동휘 배우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동휘의 조금은 다른 모습,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이동휘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사람 냄새 나는 영화”라면서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하실 부분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관객분들께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중간에 웃음 요소가 있으나 가족의 개인사를 너무 파고들어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의 톤 자체가 어둡고요. 다소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점도 조금 걸립니다. 이런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만, 팍팍한 사회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한 번은 곱씹어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잡설’은 놓치면 안 될 영화, 혹은 놓쳐도 무방한 영화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격주 토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 “울 엄니 만나러 가요” 김수미 생전 남긴 ‘유서곡’에 팬들 눈시울

    “울 엄니 만나러 가요” 김수미 생전 남긴 ‘유서곡’에 팬들 눈시울

    배우 김수미(75)가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수미가 3년 전 방송에 출연해 직접 쓴 ‘유서곡’의 가사를 공개한 내용이 주목받으며 팬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5일 방송가에 따르면 김수미는 지난 2021년 10월 방송된 MBC 에브리원 ‘나를 불러줘’에 출연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틀 ‘유서곡’을 의뢰했다. ‘나를 불러줘’는 의뢰인의 사연을 받아 그들의 인생을 담은 노래를 즉석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김수미는 첫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수미는 방송에서 “내 장례식장은 파티까지는 아니어도 ‘웃으면서 작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내 장례식에서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밝은 유서곡을 써달라며 가사는 직접 썼다고 밝혔다. 김수미가 이날 공개한 가사는 “난 울엄니 만나러 가요. 굿바이 굿바이”로 시작한다. 이어 “꽃피는 봄도 일흔 번 넘게 봤고 함박눈도 일흔 번이나 봤죠. 자알 놀다가요. 굿바이 굿바이”, “누군가가 내 잔디이불 위에 나팔꽃씨를 뿌려주신다면 가을엔 살포시 눈을 떠 보라빛 나팔꽃을 볼게요. 잘 놀다가요. 굿바이 굿바이”로 이어진다. 가사에 등장한 ‘나팔꽃’에 대해 김수미는 “나팔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김수미는 “어머니가 생전에 애지중지 나팔꽃을 피워 늘 엄마 주위에 나팔꽃이 있었다”면서 “지금도 나팔꽃을 피우며 물을 줄 때마다 ‘엄마’ 하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겨울 눈이 펑펑 오는 날에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무작정 항공권을 사서 괌에 갔다”면서 “따뜻한 곳에서 피는 나팔꽃이 피어 있어서 그곳에 엎드려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수미가 쓴 가사에 밝은 곡조를 붙여 완성된 유서곡 ‘나팔꽃’이 공개됐다. 밴드 부활의 보컬 김재희가 ‘나팔꽃’을 불러 김수미를 비롯한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김수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25일 김수미의 ‘유서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팬들은 “그 곳에서 어머니를 꼭 뵈셨으면 좋겠다”, “빈소에 이 곡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첫 문장부터 눈물이 난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이날 오전 8시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서 주연을 맡고 불과 한달 전까지 tvN ‘회장님댁 사람들’에 고정 출연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해왔던 김수미는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김수미의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F&B 이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인은 고혈당 쇼크사”라면서 “당뇨 수치가 500이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고혈당 쇼크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의 장례식장은 한양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으로 남편 정창규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 등이 있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독도의 날’인데 이래도 독도가 일본 땅? 아니라는 증거 여기 다 있다

    ‘독도의 날’인데 이래도 독도가 일본 땅? 아니라는 증거 여기 다 있다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도를 기리는 가운데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고 동해가 일본해라고 우길 수 없도록 증거가 집대성된 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동북아역사재단 김종근 독도연구소장의 편찬 책임하에 오상학 제주대 지리교육과 교수, 심정보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한일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라는 책을 얼마 전 발간했다. 이 책은 2022~2023년 동북아역사재단 및 국내외 도서관에 소장된 동해 표기 및 독도 관련 한국과 일본 고지도를 정리 및 연구하는 사업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김 소장은 “독도 영유권 강화 및 동해 표기 정당성 강화를 위해 고지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지도는 한국인, 일본인 그리고 제삼자가 독도 및 동해 표기와 관련해 어떤 지리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이고 동해도 일본해가 아닌 동해지만 일본의 막무가내식 주장에 대응하고 국제적으로 명확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역사적인 근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일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는 제목 그대로 옛날 지도에 독도와 동해 표기가 드러난 자료들을 가득 모았다. 한마디로 일본이 찍소리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총 42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지도 도판 126개와 논고 3편이 수록됐다. 도판을 수록한 제1부 ‘도판과 해제’ 편에는 고지도 상에 재현된 한반도의 형태 변화 및 독도와 동해 표기의 변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한국 고지도 74점과 일본 고지도 52점 등 총 126점이 수록됐다. 논고는 제2부에 실렸다. 책에는 2022년 김 소장이 최초로 학계에 소개한 미국 해군 장교 버나두가 1885년 조선에서 수집한 ‘해동전도’ 및 영국 국립도서관 소장 ‘필사본 대동여지도’, 미국 해군 장교 포크가 수집한 ‘여지도’ 내 강원도 지도 등 다양한 지도가 담겼다. 자료조사 능력이 현대와는 비교할 수 없게 떨어지는 시대에 작성돼 조금씩 오차가 있지만 책에 나온 지도들이 증명하는 바는 분명하다. 독도는 일본 영토인 적이 없으며 동해는 일본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측 지도에도 이를 증명하는 표기가 나와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책에는 지도 전문가인 김 소장이 역량을 발휘해 구한 다양한 지도 전체 그림과 울릉도·독도 부분을 확대한 그림이 설명과 함께 나란히 실렸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일본이 얼마나 헛된 주장을 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들은 논고를 통해 현재까지 독도 관련 고지도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를 담아냈다.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황당한 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라든지 일본 고지도에 독도를 그리지 않았던 점 등을 짚어가며 독도가 왜 한국 땅인지를 역사적, 논리적으로 살핀다. 김 소장은 “전근대 시기 및 개화기에 제작된 한국과 일본의 고지도가 상당수 존재하며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지도뿐만 아니라 그에 반대되는 지도 또한 존재한다”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더 많은 고지도를 분석해 보다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소장된 한국과 일본 고지도를 파악하고 이미지를 수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은 비매품으로 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에서 PDF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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