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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독해력과 해석… 식탁이 실종된 사회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독해력과 해석… 식탁이 실종된 사회

    독해력.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와 영어 수업 시간에 그토록 지적받던 독해. 살면서 독해력이 필요할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에피소드 하나로 뜬금없이 학창 시절의 독해가 떠올랐다. 취임 갓 백일을 넘긴 대통령의 발언. “초우대 고객의 초저금리에 0.1%라도 더해 이를 저신용자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그러자 야당의 젊은 대표가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경제 몰이해”라며 발끈했다. 여러 경제학자와 각 언론의 논설도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정책 제안은 자유경제에 반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하자는 제안에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선동이라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사실 동일한 팩트에 다른 해석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텍스트와 팩트는 안중에 없이 진영 논리로 덧칠을 한다는 것이다. 논쟁에 참여하는 이들 면면을 보면 정치인, 언론인, 경제학자 등 언뜻 우리 사회 가장 고학력 그룹의 일원이다. 일컬어 대중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명망 있는 자들로 보인다. 그런데 이름 석 자만으로도 알 만한 이들 중에 타인의 고통을 읽는 감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그가 가진 가치의 중심에는 이성과 시장 효율, 주장의 전개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더라만 정작 사람이 빠져 있다. 풍경 하나를 더 가져온다. 시속(時俗)일까, 요즈음 후마니타스(Humanitas)가 인문학으로 번역돼 문학, 역사, 철학,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여기저기에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리스적 가치의 본래 뜻은 키케로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덕성을 키우고 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고전 중에 특히 ‘향연’으로 소개된 플라톤의 ‘심포지엄’에서 후마니타스의 명장면을 만날 수 있다. 비극 경연대회 뒤풀이로 아테네의 철인들이 아가톤의 집에 모였다. 파이드로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와인을 마시며 ‘에로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철학의 아버지들도 속 깊은 대화를 술자리에서 나누었고 플라톤은 이 대화를 받아 적었다. 그래서 향연이다. 근대의 인물 이마누엘 칸트도 지혜만 사랑하던 책상물림이 아니었다. 칸트는 직접 요리하고 이웃을 그의 집으로 불러 와인 잔을 돌리던 유쾌한 옆집 아저씨였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이웃과 함께 먹고 마시며 늘 한 해의 밀 농사, 포도 작황을 고민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인간다움’을 키케로는 후마니타스라 했다. 그럼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불과 한 세대 전 한국의 일상적 아침 인사는 “진지(밥) 드셨습니까?”였다. 인사말로도 이웃의 밥 걱정을 했고, 참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표현은 “그 집의 숟가락 수도 알고 있는 사이”. 넉넉지 못해도 길손이 떠날 때는 은근히 노잣돈을 마련해 주었다. 일본에 료칸, 유럽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그 같은 숙박 시설이 없었다. 초행길 금시 초면의 어느 곳에도 사랑채가 있는 집에 들어가면 숙식을 제공하는 인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손은 온갖 세상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으로 환대에 갚음을 했다. 사랑채의 대주와 자녀들은 출입하는 길손 식객들로 인해 세상 물정, 지리를 터득했고 멀리 다른 집안의 인심도 귀동냥으로 알았다. 이러면서 타인을 알게 됐고 사랑방 손님과 밥상을 나누며 세상 문리를 깨쳤다. 독해력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만권의 책을 읽은 이일지라도 독해의 역량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타인의 삶을 읽는 데 미숙하기 때문이다. 2023년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갈등 비용은 자그마치 명목 GDP의 10%로 추산된다. 사회적 갈등 비용 총액은 2013~2022년 누적치로 약 232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사회가 이토록 깊은 갈등의 늪에 빠져 있는데도 합리주의자들은 텍스트를 좁게 읽고 해석해 시장경제와 효율만을 강조한다. 해석의 다름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더 넓혀 주기도 하나 독해력 부족은 상호 간의 소통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 중학교에 진학해 배운 단어 독해, 은사님들은 십대 제자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셨다. 김민식 내촌목공소 고문
  • ‘용의 눈물’ 출연 박상조 별세

    ‘용의 눈물’ 출연 박상조 별세

    역사 드라마 ‘용의 눈물’에 출연했던 배우 박상조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0세. 16일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4일 경기 고양 소재 한 병원에서 폐암으로 입원 중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8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고인은 항암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다 지난 9월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9년 MBC 공채 탤런트 1기로 입사했다. 이후 ‘전원일기’, ‘한지붕 세가족’, ‘모래시계’,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장희빈’, ‘어사 박문수’, ‘대왕세종’, ‘태종 이방원’ 등에 출연했다. 
  • 곡식 영그는 무렵… 안동소주 맛에 빠지고 향에 취하다

    곡식 영그는 무렵… 안동소주 맛에 빠지고 향에 취하다

    안동, 소주명가 탐방 프로그램 개발술 빚기·안주 페어링·칵테일 등 체험공식 양조장 9곳에 ‘맹개마을’ 포함밀로 만든 ‘밀소주’도 우리술 인정도수 높을수록 맛은 깔끔 향은 정돈전통 음식까지 곁들이면 술상 완성‘우리술’은 사실상 없다고 믿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통주는 죄다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었다. 한데 천년 넘게, 최소 수백년은 족히 이어 온 지혜가 기껏 40여년의 통제에 묻힌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술’은 고서 속에, 가문과 지역의 울타리 안에 조용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사실 ‘우리술’을 현실 세계에서 사라지게 만든 건 우리, 한국인이다. 그 과정을 이해해야 ‘우리술’을 더 깊이 좋아하게 된다. 특히 ‘전통주의 영혼’이라 할 소주의 역사는 밑줄 긋고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곡식이 영글 무렵이면 술도 익는다. 때는 바야흐로 오곡이 무르익은 만추의 계절. ‘술 빚는 고을’ 경북 안동을 찾은 건 그래서 거의 순리에 가깝다. ●불살라 만든 술 ‘소주’ 먼저 소주의 정의부터 내리자. 이 과정이 퍽 드라마틱하다. 소주(燒酒)는 불살라 만든 술이다. 곡물로 빚은 양조주(밑술)를 불살라 그 영혼(spirit)이라 할 알코올만 취한 것이다. 이 과정을 ‘증류’(distill)라 부른다. 반면 한국인과 더불어 세계가 즐겨 마시는 현재의 ‘희석식’ 소주는 ‘우리술’, 소주의 원형이 전혀 아니다. 그 숨 가쁜 이야기는 잠시 뒤에. 이번 안동 여정에서는 사회 흐름에 맞춰 ‘우리술’을 ‘우리 술’로 띄어 쓰지 않기로 한다. ‘우리나라’라는 단어처럼, ‘우리술’도 보통명사화해 보겠다는 노력으로 이해하면 맞을 듯하다. 나라 안 곳곳에서 우리술의 역사를 다시 세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한 곳이 안동이다. 안동에서 우리술이 살아남은 과정은 다소 얄궂다. 보수적이고 봉건적이어서다. 핵심은 ‘봉제사 접빈객’ 문화다.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대접한다는 뜻이다. 반상을 가리지 않고 제사상에는 좋은 음식과 훌륭한 술을 올렸다. 손님 밥상도 마찬가지다. 비록 개다리소반에 내놓을망정 밥상 위에 온기를 담지 않으면 안 됐다. 그때 필요한 게 소주였다. 물론 우리술을 안동에서만 만든 건 아니다. 한데 안동은 우리술을 만들고 소비할 능력과 문화를 고루 갖췄다. 이런 환경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조선 왕조의 관향인 전북 전주 등 일부에 그친다.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술이 몇몇 지역에서만 완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안동의 봉제사 접빈객 문화에 소주 명가 탐방을 곁들인 여행 프로그램이 최근 선보였다. ‘안동 더 다이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안동소주 명인, 안동시 등이 함께 만든 일종의 시제품이다. 공식 명칭은 ‘2025 K미식 전통주 벨트 사업’, 운용사는 코레일관광개발이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1박 2일 동안 안동을 돌아본다. 안동소주와 안주 곁들임(페어링)은 물론 퇴계 종택 등 안동에 전해 내려 오는 가양주와 금소마을 전계아(煎鷄兒·현 안동찜닭의 원형) 페어링, 청년 팝업 업체 ‘잔잔’의 안동소주 칵테일 체험, 예천임씨 금양파 종택의 막걸리 빚기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10~11월 사이 4차례 진행 예정이다. 이번 여정 역시 ‘안동 더 다이닝’을 미리 엿보는 것으로 꾸렸다. 안동소주 양조장은 공식적으로 9곳이다. 여기에는 밀소주를 만드는 맹개마을이 포함됐다. 이는 쌀뿐 아니라 밀로 만든 소주도 우리술의 영역에 포함된다는 선언적 의미로 여겨진다. ●우리술 심장 누룩은 ‘죽음의 통근버스’ 양조장은 세 곳을 방문한다. 안동소주의 큰 흐름이 세 줄기로 분화되는 현실에 조응한 것이라 여겨진다. 세 곳의 양조장에선 공통적으로 소주의 역사와 빚는 방법을 배운다. 이게 퍽 재밌다. 비슷한 방식으로 증류해 낸 소주가 뭐 그리 다를까 싶은데, 저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갈무리한다는 게 흥미롭다. ‘민속주안동소주’는 안동소주의 원형에 가까운 술이다. 오로지 증류주 원액으로만 알코올 도수를 조절한다. 위스키로 보자면 싱글 몰트라 할까. 이 브랜드를 만들고 키운 조옥화 명인은 별세했다. 아들 김연박 명인과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보기 드문 ‘이과 여대생’이었던 배경화(안동소주 기능 보유자) 부부가 제조법을 전수해 만들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원인은 누룩취라는 독특한 향이다. 발효차인 중국 보이차처럼 발효 과정의 향이 술에 남아 있다.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그 향에 코가 꿴다. 김 명인에 따르면 술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한 1990년 무렵에는 이를 사려는 이들이 ‘오픈런’을 벌였을 정도였다고 한다. 새벽부터 줄을 선 이들을 상대로 국수와 빵 등 먹거리를 파는 이들까지 들어서며 공장 앞이 장사진을 이뤘다는 것이다. ‘명인안동소주’는 반남박씨 가문에서 700년 가까이 이어 왔다는 비전의 술이다. 박재서 명인과 아들 박찬관 명인, 손자 박춘우씨 등 3대가 술을 빚는다. 핵심은 역시 45도 소주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알코올 도수를 19도 정도로 낮추거나 변형을 주기도 한다. 호불호가 덜하고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소주로 꼽힌다. 요즘 젊은 세대와 외국인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안동소주 칵테일의 베이스로도 널리 쓰인다. 맹개마을 ‘진맥소주’는 개혁적이면서 개척자적인 술이라 부를 만하다. 안동과 맹개마을을 ‘소주의 떼루아’(땅을 뜻하는 프랑스어. 술의 세계에선 토양, 기후, 인간의 손길 등을 아우르는 복합 개념으로 쓰인다)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도 넌지시 엿보인다. 진맥소주는 독일에서 번듯한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하던 김선영, 박성호 부부가 ‘유턴’해 만든 브랜드다. 아내가 대표, 남편이 이사다. 이들이 한국에 돌아온 지는 18년 정도 됐고, 소주를 상품으로 내기 시작한 건 몇 해 전부터다. 이들의 가장 큰 파격은 밀소주다. 안동에서 소주의 3요소는 무조건 쌀과 누룩, 물이었다. 그런데 진맥소주는 쌀의 자리를 밀로 대체했다. 근거는 ‘수운잡방’ 등 고서에서 발굴한 ‘진맥소주의 역사’다. 박 이사는 “문헌상 안동의 첫 소주는 1270년 쌀이 아닌 밀로 만든 진맥소주”라고 단언했다. ‘진맥소주’라는 상품명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쯤에서 소주 ‘꼬기’(증류 과정을 통칭하는 사투리) 과정을 짚고 가자. 그래야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맹개마을의 박 이사 강연과 책 ‘우리술 익스프레스’(탁재형 지음, EBS북스) 등을 요약하면 이렇다. 안동의 소주 역사는 700년을 훌쩍 넘긴다. 소주 제조법이 건너온 건 원나라 때다. 1200년 말~1300년대 원나라에서 교육받은 고려 충렬왕, 공민왕 등이 몽골 침입기에 임시 수도를 안동에 꾸리면서 소주 제조가 시작됐을 것으로 본다. 우리술의 심장은 밀로 만든 누룩이다. 누룩은 사실 ‘죽음의 통근버스’다. 누룩곰팡이와 효모라는 두 ‘숙련공’을 알코올 제조 공장까지 빠르고 안락하게 모시는 역할을 한다. 누룩곰팡이는 곡물을 당분으로 만드는 당화 전문가, 효모는 이 당분을 먹고 발효시키는 발효 전문가다. 다른 지역에서는 두 숙련공이 한 버스를 타는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한데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는 둘을 함께 태운단다. 이를 ‘병행복발효’라 부른다.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다. 두 숙련공이 절정의 신공을 펼치면 술독 안에 알코올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알코올은 지상 최고의 ‘살균 머신’이다. 알코올이 18도에 이르면, 저를 만들어 준 효모를 죽이기 시작한다. 술 단지 안의 참혹한 패러독스다. 이 탓에 세상 어떤 양조주도 18도를 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주당’ 선조들은 알코올 도수가 높아질수록 맛이 깔끔해지고 향이 정돈된다는 것을 기막히게 체득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안한 방식이 증류다. 양조한 밑술(혹은 전술)을 소줏고리라는 용기에 넣고 불을 때면 끓는다. 물은 100도이지만 알코올은 78도에서 먼저 끓는다. 밑술에서 기화된 알코올은 찬물을 담근 소줏고리 천장에 부딪히며 순정한 알코올로 맺힌다. 넣지도 않은 과일 향(미방)까지 곁들여진다. 이를 용기 밖으로 빼내면 비로소 증류가 완성된다. 순정한 술을 향한 선조들의 관찰과 노력이 그저 감탄스럽다. ●원액 알코올의 2%는 ‘천사의 몫’ 증류가 곧 완성은 아니다. 반드시 숙성을 거쳐 단정해져야 한다. 동양에서는 항아리에, 서양에서는 주로 오크통에 숙성시켰다. 둘 다 숨을 쉬는 용기라는 게 공통점이다. 최근 위스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크통에 소주를 숙성시키는 양조장들이 생겼다. 예의 맹개마을도 그렇다. 오크통에 숙성시킨 소주를 맹개마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비싼 가격에도 15분 만에 완판된다고 한다. 나무는 품은 알코올을 밖으로 내보낸다. 숙성실 공기에는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데, 이를 ‘에인절스 셰어’(천사의 몫)라 부른다. 보통 1년에 1.5% 정도인 스코틀랜드와 달리 안동은 기후 탓에 5~6%에 달한다. 10년이면 원액의 70% 가까이를 ‘천사’에게 바칠 수밖에 없다. 이걸 낮추는 게 저온 숙성인데, 그래도 천사의 몫이 연 2%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 천사들도 술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이르는 과정이 최소 11단계다. 병입, 포장, 출고 등까지 포함하면 양조장에 따라 14~15단계를 훌쩍 넘긴다. 우리술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우리술의 명맥이 끊긴 ‘드라마’를 살펴볼 차례다. 전통주의 숨통을 먼저 조인 건 일제다. 목적은 쌀 수탈. 더 많은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일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전통주 제조를 막았다. 해방 이후 근현대로 이어지면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라에는 먹을 게 부족했다. 6·25전쟁과 가난 속에서 쌀은 식량으로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다. 결정타는 1960년대 후반 발효된 양곡관리법이다. 당시 정부는 쌀과 보리로 술 빚는 것을 법으로 막았다. 일제의 탄압 아래서도 근근이 명줄을 잇던 소주는 이 법이 시행되면서 살길이 아예 막혀 버렸다. 이후 쌀 막걸리 대신 밀 막걸리가 우리 입맛을 대체했고, ‘에탄올 덩어리’ 주정을 물로 희석한 현재의 ‘희석식’ 소주가 표준이 됐다. 우리술이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이다. 다만 이 과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들면 답이 없는 무저갱으로 빠지고 만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나누고 분리하길 즐기는 정치인들이 또다시 이를 정치 영역으로 끌고 가려 해도, 슬기로운 국민이 단호히 막아 주길 기대한다. ●맛있는 한잔, 맛있는 한입 술상의 완성은 페어링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는 문어, 닭고기 등의 육류가 잘 어울린다. 이런 곁들임 음식에 관한 연구와 개발도 활발하다. 그중 한 곳이 금소마을이다. 저 유명한 ‘안동포’ 산지여서 예전에는 ‘안동포 마을’이라 불렸던 곳이다. 옛 건물을 재활용한 마을 안 ‘연화단지 방앗간’에서는 가양주와 전계아 등 옛 음식의 페어링을 체험할 수 있다. 가양주(家釀酒)는 ‘집에서 담근 술’이다. 일제 이전만 해도 나라 전체에 300여종의 가양주가 있었다고 한다. 안동소주는 그중 하나다. 가문마다 술을 담그는 방식도 달랐다. 그 맛은 아마 맏며느리, 종부(宗婦)의 손끝에서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연화단지 방앗간에서 퇴계 가문에 전해 온다는 ‘노송주’, 의성김씨 문중의 ‘온주법’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황금쥬’ 등의 가양주를 배추전 등 토속 음식과 곁들여 맛볼 수 있다. 고택 금곡재에서 안동포 짜기 시연도 진행되는데, 마을 할머니들의 ‘예능 끼’가 어지간한 연예인 뺨칠 만큼 능란하다. ■ 여행수첩 -맹개마을은 사유지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들어가야 한다. -‘안동 전통주 칵테일 택시’도 별도 운영된다. 개별 여행객들을 위해 안동 관광택시, 안동관광협회 등과 협업해 만들었다. 31일, 11월 1·7·8일 운영된다. 7시간 탑승을 기준으로 1대당 5만원 할인, 전통주 프로그램 참가비 지원 등의 혜택도 준다.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 참조.
  • 유튜브 불과 46분 먹통에… 전 세계 패닉

    유튜브 불과 46분 먹통에… 전 세계 패닉

    유튜브 세상이 1시간 가까이 꺼졌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27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동영상 재생 자체가 되지 않는 현상이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유튜브 서비스 역사상 손에 꼽히는 대규모 글로벌 오류로 기록될 전망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 시간 기준 오전 8시 17분부터 유튜브와 유튜브 뮤직, 유튜브 TV 등에서 동영상 재생 오류가 발생했다. 일부 사용자는 광고 동영상만 재생된 뒤 검은 오류 화면을 보거나, 아예 재생 자체가 되지 않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구글에 따르면 오류는 8시 17분에 발생해 9시 3분쯤 정상화됐다. 총 46분 동안 서비스 장애가 이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먹통’ 사태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빗발쳤다. 특히 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 중 일부는 ‘비싼 돈 내고 구독하는데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인터넷 서비스 장애를 추적하는 다운디텍터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날 한국 시간 오전 8시 58분 기준 전 세계에서 39만 3038건의 유튜브 서비스 중단 신고가 접수됐다. 구글은 장애 발생 직후 공지를 통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후 별도 복구 메시지를 내고 모든 서비스 문제가 해결됐음을 밝혔다. 장애 원인에 대해서는 “보안 시스템에 대한 변경 사항이 일시적으로 너무 많은 실제 이용자 요청을 차단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변경 사항을 롤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간 오전 8시 30분부터 롤백 조치를 시작해 9시 10분께 조치 내역이 모두 반영돼 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구글 측은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태가 ‘늑장 신고’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구글은 문제 발생 44분 만인 이날 오전 9시 1분쯤 유튜브 동영상 장애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다. 현행 규정상 구글 등 주요 방송·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장애가 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10분 이내에 재난·발생 사실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 ‘연명의료 중단’ 심정지도 장기기증 가능해진다

    ‘연명의료 중단’ 심정지도 장기기증 가능해진다

    앞으로는 뇌사뿐 아니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심정지로 숨진 경우(순환정지)에도 장기 기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심정지 환자의 사망 여부를 두고 의사 판단이 엇갈릴 수 있어 ‘죽음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이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을 지난해 3.6%에서 2030년 6.0%로,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명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추진하는 ‘심장사 장기기증’은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기증에 사전 동의한 환자가 임종기에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뒤 심정지가 확정되면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이다. 미국·영국·스페인 등은 이미 40여 년 전부터 심장사 기증을 허용해왔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장기를 적출하는 게 아니라 완전한 심정지가 확인된 뒤 심장사를 선언하고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환자에게서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면 심정지 상태가 되는데, 이후 몇 분 동안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심장사로 인정하고 장기를 적출한다는 것이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해외에선 보통 5분을 기다리고, 10분을 기다리는 국가도 있는데 시간을 어떻게 정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너무 빠르면 인간 존엄성 훼손 우려가 있고 너무 늦으면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 도중 사망한 환자, 병원 도착 시 이미 심정지 상태인 환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기기증 의사와 가족 동의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기기증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식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화로 장기이식(조혈모세포·안구 제외) 대기자는 2020년 3만 5852명에서 올해 4만 5567명으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기증자는 478명에서 397명으로 줄었다. 이식 대기자는 평균 4년, 신장은 7년 9개월을 기다려야 이식이 가능하며 매일 8.5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다. 심장사 장기이식(DCD)을 시행하려면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22대 국회에서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진은 제도 시행 5년 차에 심장사 기증자가 연간 약 230명, 장기이식 건수는 880건 늘어나 사후 장기기증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장사 후 장기기증 필요성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의료기술과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현행법은 뇌사자 중심으로 장기기증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심장사 기증을 위해서는 법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이식하는 것과 달리, 심정지 상태에서 이식하는 경우 ‘정말 사망에 이르렀는가’라는 판단이 모호할 수 있다.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지, 그 기준 역시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임종 단계에 들어서야 하는데, 뇌사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이 있지만 심장사 후 장기기증의 경우 ‘임종 단계’ 판단이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며 “대상 선정에 대한 세부 기준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의학적 기준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일학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생명윤리와 관련된 사안을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 계획에 포함한 것이 과연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연명의료센터장은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본래 취지는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자는 것인데, 장기기증을 위해 혈류를 유지하는 승압제 등을 투여하면 환자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제도 취지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잠실 아파트 갭투자?…김병기 “13년 실거주” 역공

    잠실 아파트 갭투자?…김병기 “13년 실거주” 역공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자신이 보유한 서울 송파구 소재 재건축 아파트와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제기한 논란에 대해 “‘재건축’의 ‘재’자가 나오기 전부터 실거주했고 갭투자와는 거리도 멀다”며 “국민의힘은 좀 알아보고나 비난하라”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잠실 장미아파트를 보유한 데에 대해 국민의힘이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을 보면 저 당이 망하긴 망할 것 같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1980년 10월부터 부모님과 장미아파트에 거주했고, 1998년 장미아파트 11동을 구입해 입주했다. 이후 2003년에 8동으로 이사해 2016년 동작구 아파트로 전세 입주하기 전까지 13년간 거주했다. 8동은 11동 판 돈과 안 사람이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으로 샀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신규 부동산 대책을 비난하는 야권을 겨냥해 “수억, 수십억 원의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나.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일제히 김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미 다 샀다, 이제부터 너희는 못 산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니 억울하면 부자돼라’라고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재건축 노리는 송파 장미아파트 대출 한푼 없이 전액 현찰로 샀나”라고 적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들은 강남 집 샀으니 청년들의 주거사다리는 걷어차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언급하려면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한 장미아파트부터 팔고 오라”고 지적했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120㎡ 장미아파트 시세는 35억원을 넘는데 공무원만 했던 김 원내대표는 무슨 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나”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를 향해 “한 전 대표는 걸핏하면 정치생명을 걸자고 하는데, 걸겠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원내대표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장미아파트를 샀다고 억울해하는데, 착각하지 말라. 지금 민주당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는 국민들 모두 ‘알뜰살뜰’ 모으며 열심히 사는 분들”이라고 맞받았다.
  • 이경규 “약물운전 당시 죽음까지 생각” 고백…이영자 ‘오열’

    이경규 “약물운전 당시 죽음까지 생각” 고백…이영자 ‘오열’

    코미디언 이경규가 약물 운전 논란 이후 처음으로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15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남겨서 뭐하게’에서 이경규는 스페셜 MC 김숙, MC 이영자, 박세리와 만나 과거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영자와 김숙이 이경규의 방송 인생을 회상하자, 그는 “지나간 얘기는 자제하자”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곧 “내 얘기할 게 얼마나 많냐. 약물 운전”이라며 스스로 화제를 꺼냈다. 이영자가 “그 얘길 뭐하러 하냐”고 말하자, 이경규는 “내가 살아오면서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굉장히 심각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 진정됐지만 트라우마가 오래가더라. 갑자기 들이닥치는 불행은 감당할 길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영자는 “그때 너무 놀랐다. 오빠가 잘못될까 봐 걱정했다”며 눈물을 보였고, 이경규는 “파출소도 가고 경찰서도 갔다. 포토라인에도 선 사람 아니냐”며 웃음 섞인 자조로 답했다. 그는 “예전에 후배가 ‘선배님도 악플 보면 괴로워하냐’고 물은 적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너에게 관심이 없으니 마음에 두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내가 당하니 그렇지 않더라. 세상 사람들이 다 나만 보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경규는 “그때 내가 안 나온 뉴스가 없었다. 일주일에 20개 프로그램을 할 정도로 최고의 전성기였다”며 “이 프로그램 나올 때 그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너희들이 물어보기 어려울 것 같아 먼저 말한다. 그 사건 이후로 많이 착해졌다”고 덧붙였다. 이경규는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공황장애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다 절도 의심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약물 운전’ 논란이 일었으며, 경찰 조사 후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 “하늘 아래 치아 건강만큼은 모두 평등하다” 치구협, ‘천하치평(天下齒平)’ 도전 선언

    “하늘 아래 치아 건강만큼은 모두 평등하다” 치구협, ‘천하치평(天下齒平)’ 도전 선언

    대한민국, 구강돌봄의 세계 표준을 세운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회장 임지준, 이하 치구협)는 10월 15일, “하늘 아래 치아 건강만큼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천하치평(天下齒平, One Sky, One Smile: OSOS)’ 도전 운동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선언은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함께 만들기(건대함)’ 챌린지(10월 30일~12월 17일)의 일환으로, 구강건강의 평등을 인류적 과제로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구강돌봄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임지준 회장은 “2025년은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원년”이라며 “노화가 진행되면 치매·장애·고령의 문제들은 결국 ‘먹는 문제’로 귀결된다. 먹는 것은 생존이며, 그것이 곧 존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동의 어려움, 낮은 치료 접근성, 제도적 한계로 인해 여전히 많은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구강건강의 장벽 앞에 서 있다”며 “이번 ‘천하치평’ 운동은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구강건강의 인권화(Oral Health as a Human Right)’를 실현하기 위한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치과의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을 넘어 ‘장벽 없는 구강돌봄(Barrier-Free Oral Care)’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에 있어서도 이제는 세계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가 배우는 나라로 나서야 한다”며 “구강건강의 장벽을 없애고 누구나 잘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보건정책이 아니라 인류 존엄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어르신들이 치과 진료의 장벽 없이 잘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 출발점을 대한민국이 먼저 선언하고, 세계가 따르게 하자”고 말했다. 이번 ‘천하치평(天下齒平)’ 운동의 슬로건은 ‘One Sky, One Smile – Oral Health Without Barriers. Dignity Begins with the Mouth.(하늘 아래 치아 건강만큼은 모두 평등하게 – 구강건강의 장벽은 없어야 되고, 존엄은 입에서 시작된다.)’이다. 이번 ‘천하치평’ 도전 선언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과 존엄의 가치를 누구에게나 되돌려주는 구강건강 인권운동이다. 치구협은 앞으로 돌봄 중심의 치과의료(Barrier-Free Oral Care)를 세계 구강건강의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로 정립해 대한민국이 기술을 넘어 돌봄과 인류 존엄의 가치를 선도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비혼주의 세태 불편”…배우 송옥숙이 청년들에게 결혼·출산 ‘쓴소리’하는 이유

    “비혼주의 세태 불편”…배우 송옥숙이 청년들에게 결혼·출산 ‘쓴소리’하는 이유

    배우 송옥숙이 비혼주의 세태를 비판하며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숙은 지난 14일 배우 송승환의 유튜브 채널 ‘송승환의 원더풀 라이프’에 출연해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이날 송승환은 송옥숙에게 “아이들 잘 크고 있나. 결혼시킬 일만 남았다. 요즘엔 결혼 안 한다는 아이들도 많더라”고 운을 뗐다. 송옥숙은 “결혼시켜야 한다”며 “나는 강력하게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내일 세상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사과나무를 심자는 주의”라며 “젊은 사람들이 결혼 안 하려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잘나서 자란 것 같고 부모가 나를 키운 것 같지만 나라와 사회와 가족과 주변 모든 사람이 나를 키워준 것”이라며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진데 부모가 아이에게 ‘고생하는데 너는 혼자 살아’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옥숙은 “건강하게 가정을 이루고 낳을 수 있으면 아이 많이 낳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가스라이팅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송옥숙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그는 “호적상으로는 그렇게 돼 있다”며 “내가 낳은 아이는 딸 하나다. 한 명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딸 한명은 입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아이는 41살에 낳았다. 둘째를 가졌는데 유산했다. 병원에서는 ‘나이가 많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앞으로 아이를 가질 생각 안 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여자로서 생명이 끝났다는 선고를 받은 느낌이라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송옥숙은 “가족 중에 부모가 이혼해 오갈 데 없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입양했다. 여자아이여서 딸이랑 자매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큰딸은 27살, 작은딸은 25살이다. 송옥숙은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 필요했던 과정 같다”고 돌이켰다. 송옥숙은 1980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6년 주한미군과 결혼했으나 1998년 이혼했다. 이후 해난구조업체 대표 이종인 씨와 결혼했다.
  • [마감 후] 작사·작곡·편곡: AI

    [마감 후] 작사·작곡·편곡: AI

    최근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취향에 딱 맞는 재생목록을 발견했다. 한참을 푹 빠져 듣다가 노래 제목이 궁금해 살펴보니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멜로디로 검색해도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미처 못 보고 지나친 안내 문구를 발견했다. ‘모든 음원은 AI·작곡·편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유튜버가 작곡과 편곡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10곡 안팎의 모든 노래가 내 취향에 딱 맞아떨어졌으니까. 올해 과학 분야 기사를 상당히 많이 썼다. AI 도구 덕분이다. 논문 원문만 넣어 주면 요약은 물론 독자층까지 설정해 정리해 준다. ‘고교생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줘’ 등 명령문만 제대로 입력하면 된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AI가 전문가 또는 직업의 영역을 허무는 과정을 몸소 겪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당장 쉽사리 넘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기자라면 현장성이라든지 폭넓고 깊은 취재원과의 관계 등등. 그러나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문제는 질적인 비교에 그치지 않는다. 양적인 문제가 더욱 크다. 사람 10명이 필요했던 일이 1명만으로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 모든 경영진이 꿈꾸는 세상이다. 경쟁사를 생각하면 회사로서도 생존의 문제다. 동네 태권도장 앞에서 사범 부부와 남녀 어린이 모델 사진이 붙은 입간판을 봤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같았다. 실제 사진이었을지도 모른다. 점점 더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예전 같으면 광고사에서 아역 모델을 섭외하고 사진작가를 불러 화보를 제작했을 것이다. 지금은 명령문 몇 줄이면 된다. 광고사 직원, 모델, 사진작가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장강명 작가는 ‘먼저 온 미래’에서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불어닥친 변화를 들여다봄으로써 AI가 바꿀 미래를 상상했다. 수많은 바둑기사가 AI 앞에 좌절하고 바둑을 대하던 가치관이 크게 흔들렸다. 작가는 문학계에도 비슷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소설을 쓰고 대중의 취향에 딱 맞춘 음악을 쏟아내는 시대엔 자신만의 서사를 쌓아 올리고 그에 열광하는 팬덤을 거느린 이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AI로 만든 음악이 넘쳐나도 팝스타는 여전히 빛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모두가 팝스타가 될 수는 없다. 대다수의 무명씨는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안내방송 성우의 암 투병을 계기로 방송을 AI 음성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성우 단체의 반발을 샀다. 운영자 입장에선 방송 내용이 바뀔 때마다 성우를 불러 녹음하는 것보다 입력문만 수정하면 되는 AI가 훨씬 편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비용이 적다. 누군가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도 한다. 나의 앞선 걱정은 시대의 변화를 너무 두려워하는 기우일지도 모른다. 다만 낙오자를 양산하지 않는 미래가 오길 바란다. 낙오자를 끌어안고 가려는 사회이길 바란다. 신진호 뉴스24 부장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손가락 하트, 슬픈 사랑

    [나태주의 풀꽃 편지] 손가락 하트, 슬픈 사랑

    손가락 하트는 언제부터 유행했을까? 나같이 유행에 둔하고 세상일에 눈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손가락 하트가 도대체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 보면 손가락 하트란 말 외에 손하트란 말이 또 나온다. 손하트가 먼저인 것 같고 손하트가 더 광범위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는 데에 비해 손가락 하트는 한 손의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만을 사용해 가상의 하트 모양을 만들어 상대방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로 되어 있다. 어쨌든 좋다. 손하트든 손가락 하트든 시작은 일부 연예인들의 동작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 일반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이제는 한국민 누구나 즐겨 사용하는 인체 언어가 되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그냥 손하트든 손가락 하트든 그 신체언어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싫다. 그런 잔망스러운 신체 언어가 나의 체질과 생각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자주 사진 찍는 사람인 나는 가끔 그 손가락 하트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고 생각이 어지러울 때가 있다. 정말로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자질구레하고 얄밉고 맹랑한 행동을 일삼으며 사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어린 친구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원숭이 재주 넘듯 초싹거리며 이러는 걸까? 과연 그게 그렇게 필요한 것이고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손하트든 손가락 하트든 그것이 하트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트. 원래의 뜻은 심장이나 가슴이겠지만 여기서는 감정으로, 사랑과 관련된 마음을 말한다. 그러하다. 사랑.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명시적으로 보여 줄 수 없으니 손이나 손가락으로 표현한다는 것인데 그 편리성에 그만 눈이 감겨지려고 한다. 정말로 사랑을 그렇게 손쉽게 표현해도 되는 것이고 그렇게 가볍게 날려버려도 좋은 것일까? 나는 손하트든 손가락 하트든 생각하면 슬퍼지는 마음이 있다. 우리의 인생과 사랑이 너무나 가엾어서 눈물이 나오려고 그런다. 정말로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일회용 종이컵처럼 한 번 가볍게 쓰고 버려도 좋은 것이란 말인가? 사랑이란 아무리 되풀이하고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그 무엇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란 말을 인생이란 말과 함께 무정의 용어라고까지 쓰자고 말하는데 이런 손가락 언어 앞에 나의 마음은 무자비하게 무너져 가루가 되고 만다. 사랑. 그것은 참으로 묵직한 그 어떤 마음이 아니면 안 된다. 가슴 저 깊숙이 나도 모르게 숨어 있는 마음. 평생을 이끌고 가는 마음. 뭉근하게 가슴을 누르는 마음. 우리가 망망대해 바닷물 위에 정박한 배라고 한다면 닻과 같은 마음. 그렇다. 바람을 타는 돛이 아니고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 닻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길거리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아무 데나 버리고 아무한테나 날리고 그런다는 건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다시금 묻고 싶다. 정말로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가볍고 그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그 무엇이어도 좋단 말인가! 어린 친구,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을 때 함께 손가락 하트를 날리자고 그러면 마지못해 나도 따라서 손가락 하트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나이 든 어른들까지 이쪽에서 싫다고 하는데도 빡빡 우기면서 손가락 하트를 하자고 그러면 역겨운 마음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다. 정말로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억지스럽고 가벼워도 좋단 말인가? 평생을 두고 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항구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하고, 비록 그것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런 쪽으로의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번번이 사랑 앞에 나는 마음이 무너지는데 손가락 하트 사랑 앞에 나는 더욱 마음이 깊이 무너진다. 제발 우리의 사랑을 그렇게 가볍게 싸구려로 내돌리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이고 사랑이다. 우리의 생명과 사랑을 더는 슬프게 하지 말자. 그냥 손가락 하트는 연예인들이나 하도록 그들에게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나태주 시인
  • 배우 박현덕, 5명에 새 생명 나누고 무대와 작별

    배우 박현덕, 5명에 새 생명 나누고 무대와 작별

    수많은 삶을 연기해 온 배우가 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다섯 생명을 살리고 퇴장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배우이자 예술 강사, 풍물패 단원으로 무대를 누비던 박현덕(60)씨가 뇌사 상태에서 심장·폐·간·신장(양측) 등 장기와 인체 조직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15일 밝혔다. 그의 장기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뼈·피부 등 인체 조직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100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생은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누군가의 심장에서 뛰고 있다. 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내가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2002년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해 두었으며 그 뜻을 기억한 가족이 뇌사 판정 후 기증에 동의했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그는 대학 시절 풍물패 활동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극단 ‘자갈치’에서 탈춤과 마당놀이 무대에 섰고 이후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공연장을 누볐다.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생명·환경운동, 민속예술 계승 활동에도 힘썼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 등 공동체 예술에 꾸준히 참여했다. 10년 넘게 40차례 이상 헌혈했고, 틈날 때마다 직접 농사 지은 작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었다. 지인들은 그를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기억했다. 건강하던 그는 지난 8월 수영하던 중 뇌내출혈로 쓰러져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 푸른 눈 홀린 청자, 추사의 절필작… 근대 컬렉터 7인의 보물창고 열렸다

    푸른 눈 홀린 청자, 추사의 절필작… 근대 컬렉터 7인의 보물창고 열렸다

    개즈비가 품은 고려청자 컬렉션일본 아닌 간송에게 넘겨 국보로김정희 서화로 채워진 민영익 서재마지막 내관 이병직도 추사에 심취 1911년, 20대 중반에 일본으로 건너간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개즈비는 거리의 골동품상에서 아름다운 화병을 발견하고 넋이 빠진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 화병을 구입한 그는 도자기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고려청자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예술품이 됐다. 비색의 자기를 사기 위해서라면 조선까지 왕래도 마다하지 않았다. 개즈비가 사들였던 꽃병은 훗날 일본 중요미술품(국보)으로 지정된 ‘나베시마이로에화훼문병’이 되고 고려청자들은 추후 간송 전형필에게 넘겨져 한국의 국보가 된다. 개즈비부터 조선의 마지막 내관 송은 이병직, 동시대 그들과 공명한 전형필까지. 근대 수장가들의 안목을 살필 수 있는 전시가 찾아온다. 간송미술관은 17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보화각에서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을 선보인다. 근대 한국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한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이병직, 개즈비 7인의 컬렉터들과 그들의 소장품을 소개한다. 국보 4건, 보물 4건을 비롯해 모두 26건(40점)이 전시된다. 전시명은 ‘보화각이 숨기고 있었던 소중한 소장품’이란 의미다. 먼저 조선 말기 외척이자 개화기 온건개화파의 대표이던 민영익의 컬렉션이 눈에 띈다. 그는 중국 상해 망명 시절 ‘천심죽재’라는 이름을 붙인 서재를 일종의 살롱처럼 활용해 현지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 과정에서 추사 김정희와 인연이 있는 서화 작품들을 다수 모으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희가 중국 서예 작품을 공부하며 직접 열람하고 평을 남겼던 청나라 건륭제의 11남이었던 영성의 ‘성철친왕서사체심경’을 만날 수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손기정 가슴에서 일장기를 삭제하고 마라톤 우승 소식을 알린 조선중앙일보의 실질적 사주 윤희중은 신문 폐간 이후 충남 논산을 거점으로 도자와 서화를 폭넓게 수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수집했던 김정희, 상해 출신 화가 서육숭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1908년 내시제 폐지 이후 교육가이자 수장의 길을 걸은 이병직 역시 김정희 작품에 심취한 인물이다.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남긴 절필작 ‘대팽고회’ 예서 대련도 그의 소장품 중 하나다. 이번에는 김정희의 제자였던 서화가 전기의 절필작인 ‘행사기인’ 예서 대련과 나란히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개즈비의 고려청자를 중심으로 한 도자 컬렉션이다. 1936년 전쟁을 예감한 개즈비는 컬렉션 처분에 나서는데, 일본에서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음에도 도자들이 본래 나라로 돌아가길 희망해 전형필과 접촉하고 이듬해 20건의 작품을 넘긴다. 이렇게 돌아온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등 9건을 만날 수 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간송 이전을 포함해 간송이 활동하던 시기의 고미술 유통 구조와 수장사를 한 흐름에 보여 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 엄마가 동화 읽어 주자 미숙아 뇌 발달… 동화 같은 일이 생겼다

    엄마가 동화 읽어 주자 미숙아 뇌 발달… 동화 같은 일이 생겼다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는 아이의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안정적 애착은 아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기반이 된다. 물리적 접촉뿐만 아니라 음성도 애착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엄마의 목소리가 태아기부터 아동기까지 뇌 발달, 사회성, 정서 안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미숙아에게 정기적으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이의 언어중추가 정상 발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인간 신경과학’ 10월 14일 자에 실렸다. 태아의 청각은 임신 기간 40주 중 절반이 조금 지난 시점인 24주쯤부터 발달한다. 임신 후기에는 엄마의 목소리를 포함해 많은 소리가 태아에게 전달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는 출생 시 어머니 목소리를 인식하며 부모가 쓰는 모국어 소리를 다른 언어보다 선호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임신 후반기에 엄마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뇌 성숙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많은 연구에서 엄마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아이의 뇌에 광범위하면서도 특정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자극이 된다고 밝혀졌다. 태아는 엄마의 몸 안에서 신체 조직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의 멜로디와 운율에 익숙해지는데, 이는 출생 후 언어 습득의 핵심 과정이기도 하다. 조산아에게 엄마의 음성과 심장박동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면 일반적인 치료만 받은 미숙아들보다 청각 피질이 유의미하게 발달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예정일보다 8주 이상 일찍 출생한 조산아 46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선천성 기형이나 심각한 합병증이 없으며 퇴원을 앞두고 중간 치료실에 입원한 아이들만 대상으로 했다. 엄마들은 자기 모국어로 동화책 ‘패딩턴 베어’의 한 장을 읽어 녹음했다. 한쪽 그룹에는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10분 간격으로 총 160분 들려주고, 다른 쪽은 들려주지 않았다. 연구팀은 부모의 다른 행동이 실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밤에 틀어 줬다. 밤에 들려준 또 다른 이유는 자궁 내 태아가 엄마의 소리를 듣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실험 대상 조산아들은 퇴원할 때 건강검진 차원에서 뇌 MRI를 찍었다. 연구팀은 ‘대뇌 궁상 섬유 다발’, 특히 언어 처리에 관여하는 좌측 궁상 섬유 다발에 주목했다. 그 결과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를 규칙적으로 들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좌뇌 궁상 섬유 다발 백질이 훨씬 성숙하고 발달한 것이 관찰됐다. 만삭 출산한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언어 경로가 발달한 것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멜리사 스칼라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이의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뇌 발달에 직접 이바지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부모는 다른 어떤 수단보다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칼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이들의 뇌 발달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시도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 지자체 사업·정책 홍보 애니메이션 붐

    지자체 사업·정책 홍보 애니메이션 붐

    자치단체들이 지역 사업과 정책 홍보에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특정한 의미를 누구에게나 쉽게 전하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등 맞춤형 홍보전략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과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시즌1’이 다음달 5일(예정)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KBS 2TV에서 방영되고 이후 케이블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15일 밝혔다. 마법학교에 다니는 강치 5마리(강치·음치·아치·이치·망치)가 등장하는 ‘강치 아일랜드’는 편당 11분씩 총 13편 제작됐다. 독도와 동해를 지키는 수호마법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경북도는 현재 시즌2가 완성 단계에 있으며 후속 시즌을 제작해 바다 생태계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해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경북 안동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엄마 까투리 TV 시리즈’를 시즌6까지 제작해 국내외서 사랑받고 있다. 숲속에 사는 까투리 가족의 따뜻한 일상을 통해 자연과 생명,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가야문화권에 속한 영호남 23개 시군은 가야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교육·홍보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지난 13일 경남 고성군에서 열린 제32차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에 참석한 경남·경북·대구·전남·전북지역 23개 시군 관계자가 의견을 모았다. 서울시는 최근 26부작 TV 시리즈 ‘나의 비밀친구 해치’ 1∼3화 특별 편집본을 EBS 추석 특별방송으로 공개했다. 서울의 수호신 해치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소년 윤호를 만나 펼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룬다. 오는 12월부터 EBS에서 방영된다. 부산시도 지난달 시 청년 정책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아낸 인공지능(AI) 애니메이션 ‘청년 부기의 행복 라이프’를 공개했다. 영상은 시 소통캐릭터 ‘부기’가 출연해 취업부터 결혼과 육아까지 청년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냈다. 경기도는 재난 시 시민 행동요령을 애니메이션으로 알린다. 태풍과 호우, 폭염, 지진 등 재난 발생 때 행동요령을 경기도정 캐릭터 ‘봉공이’를 활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도는 이 영상을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G버스 TV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 ‘19금 챗GPT’ 풀린다, AI 윤리·규제 논란 확산 [INTO]

    ‘19금 챗GPT’ 풀린다, AI 윤리·규제 논란 확산 [INTO]

    올트먼 CEO “콘텐츠 범위 확대성인 인증하면 성애물까지 생성”유료 구독자 늘려 수익 향상 전략 캘리포니아주 아동·청소년 대상내년부터 AI 챗봇 사용 제한 시행한국은 AI 콘텐츠 규제 사각지대2024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14세 소년 슈얼 세처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는 생전 상담 치료에서 불안장애 등을 진단받았지만 비극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 주변인은 아무도 없었다. 세처의 부모는 사후에야 그가 방에서 인공지능(AI) 챗봇(캐릭터닷AI) 여자친구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 속 캐릭터가 모델인 챗봇은 세처에게 “사랑한다. 가능한 한 빨리 내게 와 줘”라고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처는 숨진 채 발견됐다.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개별 주정부들이 각각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는 반면 한국은 AI 콘텐츠가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기술 발전의 순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의 황금률을 찾는 것도 입법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엑스(X)에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 이용자는 성인답게 대하자’는 원칙에 따라 (연령이) 인증된 성인에겐 성애 콘텐츠(erotica) 같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람과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동반자 챗봇’과의 ‘19금’ 대화, 성인 동영상 생성 등 성인 콘텐츠를 유료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트먼은 “당신이 만약 챗GPT가 사람처럼 더 자연스럽게 얘기하길 원하거나 친구처럼 말해 주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AI 콘텐츠의 표현 수위 제한을 푸는 오픈AI의 움직임은 유료 구독자 증가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결국 사회문제를 야기해 규제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AI 빅테크들이 챗봇에서 정치·사회적으로 편향되거나 선정적인 대화에는 일정 수준 이상 답변하지 않도록 안전판 기능을 넣었지만 이런 장벽들을 경쟁적으로 없애는 추세다.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는 지난 8월 자사 챗봇 앱 ‘그록’(Grok)에 유료 성인 콘텐츠 기능 ‘스파이시 모드’가 포함된 ‘그록 이매진’(Grok Imagine)을 공개한 직후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반나체에 가까운 성인 누드 영상을 만들 수 있어 “AI가 포르노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에는 그록의 소녀 캐릭터 챗봇 ‘애니’ 등이 노골적인 성적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파이시 모드는 18세 이상 인증을 해야 하지만 지인 정보를 통한 회피 가능성이 있어 청소년 이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세처의 사례처럼 AI가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자살을 조장하거나 허용 범위를 넘어선 정신 상담까지 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선 16세 소년이 챗GPT와 대화하며 자살 계획을 세운 끝에 사망한 사건이 소송으로 번졌다. 이에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3일 주정부 차원에선 처음으로 아동·청소년의 AI 챗봇 이용 규제 법안을 제정했다. 내년부터 발효되는 법안은 AI 챗봇 기업에 이용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고 챗봇이 생성한 성적인 이미지를 미성년자가 볼 수 없게 차단하도록 했다. 또 이들 기업은 이용자의 자살 충동, 자해 표현을 식별·대응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불법 딥페이크로 이익을 취할 시 최대 25만 달러(약 3억 6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일리노이주와 네바다주, 유타주도 최근 AI 챗봇을 심리 상담·치료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도 2021년 AI 챗봇 ‘이루다’가 개인정보 유출, 소수자 혐오·차별 발언,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 출시 3주 만에 개발사 스캐터랩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AI 윤리 논란이 촉발됐다. 그러나 한국엔 아직 AI 규제·단속 법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AI 챗봇과의 대화는 현행법 체계상 ‘개인 간 통신’에 해당해 이용자의 직접 신고 없이는 규제 기관이 들여다보기 어렵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AI 챗봇형 대화 서비스 이용자 중 중고등학생의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며 “한 국내 업체가 지난해 시작한 공공 챗봇형 서비스는 1년 반 만에 이용자 304만명을 돌파했는데 마약 사용법, 자살 미화 등의 대화가 아무 제약 없이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SF 영화 ‘그녀’(Her)는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와 AI ‘사만다’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소통, 상처 치유’에 대해 기술이 얼마나 해답을 내놓을지, 규제가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지 업계와 입법계, 사용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김성남 경기도의원, 갈월중 학생들과 ‘농업의 미래’ 이야기 나눠

    김성남 경기도의원, 갈월중 학생들과 ‘농업의 미래’ 이야기 나눠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김성남 의원(국민의힘, 포천2)은 14일 갈월중학교 신문부 학생들과 ‘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경기도의회 포천상담소는 밝혔다. 이날 갈월중학교 신문부 학생들은 포천상담소를 방문하여 김성남 의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은 ▲농정해양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지 ▲농업을 미래의 직업으로 삼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농업 분야에서 일하려면 꼭 시골로 가야 하는지 ▲도시에 사는 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농업 관련 일은 무엇인지 ▲도의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지 ▲포천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주제로 질문을 이어갔다. 김성남 의원은 “농정해양위원회는 경기도의 농업과 수산, 식량 정책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상임위원회”라며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환경, 기술, 미래세대의 삶과도 연결된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천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포천의 학생들은 포천의 미래이자 경기도의 꿈나무이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주역”이라며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더 큰 세상에서 꿈을 펼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포천상담소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도정과 시정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현장 소통 창구로, 청소년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의회 바로알기’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자치와 민주 시민교육의 의미를 확산하고 있다.
  • 연극인 박현덕, 생의 마지막 무대서 다섯 생명 불 지피다

    연극인 박현덕, 생의 마지막 무대서 다섯 생명 불 지피다

    수많은 삶을 연기해온 배우가, 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다섯 생명을 살리고 퇴장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배우이자 예술 강사, 풍물패 단원으로 무대를 누비던 박현덕(60) 씨가 뇌사 상태에서 심장·폐·간·신장(양측) 등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5일 밝혔다. 그의 장기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뼈·피부 등 인체조직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100여 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생은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누군가의 심장에서 뛰고 있다. 박 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내가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2002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해두었고, 그 뜻을 기억한 가족이 뇌사 판정 후 기증에 동의했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그는 대학 시절 풍물패 활동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극단 ‘자갈치’에서 탈춤과 마당놀이 무대에 섰고, 이후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공연장을 누볐다.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생명·환경운동, 민속예술 계승 활동에도 힘썼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 등 공동체 예술에 꾸준히 참여했다. 10년 넘게 40차례 이상 헌혈했고, 틈날 때마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었다. 지인들은 그를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기억했다. 건강하던 그는 지난 8월 수영 강습 중 뇌내출혈로 쓰러져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내 김혜라 씨는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한다”며 “사랑하고 고맙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 과학고 입학생 10명 중 7명 ‘학군지’ 쏠림…강남 등 5개구 ‘절반’

    과학고 입학생 10명 중 7명 ‘학군지’ 쏠림…강남 등 5개구 ‘절반’

    전국 20개 과학고 입학생 10명 중 7명이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특정 시군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 입시에 쏠림현상이 큰 만큼 입학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5일 발표한 ‘2022~2025학년도 과학고 입학생 출신 중학교(시군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전국 과학고 입학생의 평균 67.4%가 특정 시군구 또는 학군지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과학고 3곳의 경우 강남구 등 5개 자치구 출신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서울의 세종과고는 강남구·노원구·서초구·송파구·양천구 등 5개 자치구 학생이 4년간 평균 54.4%였다. 한성과고는 위 5개 자치구 출신이 평균 47.6%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기북과고 역시 고양시·수원시·성남시·안양시·용인시 등 대표적인 사교육 학군지 5곳 출신이 4년간 평균 61.8%로 집계됐다. 경남 창원과학고의 경우 경남 전 지역(총 18개 시군)에서 지원이 가능하나, 거제·김해·양산·창원시 등 4개 지역 출신이 최근 4년간 평균 98.1%에 달했다. 경북과고는 22개 시군구 중 경주시·안동시·포항시 3곳에서 평균 89.1%, 경남과고는 거제시·김해시·진주시·창원시 4곳에서 평균 89.2%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전국 20개 과학고 입학생의 특정 학군지 쏠림은 2022학년도 65.0%에서 올해 67.4%로 2.4%포인트 증가했다. 사걱세와 강 의원은 “과학고는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수목적고”라며 “사교육 특구나 소수 시군구에서만 입학생이 몰리는 현실은 과학고의 입학전형과 교육과정, 진로·진학 정책에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한글학자 ‘아보 송병수 선생’ 출판기념회, 순천에서 개최

    한글학자 ‘아보 송병수 선생’ 출판기념회, 순천에서 개최

    한글 연구와 교육에 평생을 헌신한 순천 출신의 독보적인 한글학자 고 송병수(1919~2002) 선생님의 출판기념회가 오는 17일 순천대학교 산학협력단 1층 파루홀에서 열린다. 선생님을 기리는 유고집 ‘아보 송병수 선생’ 출판기념회다. 한글 이름짓기의 새 길을 여러 큰 올림을 남긴 송 선생은 한글 이름짓기의 선구자로 70여년 전부터 자녀 이름을 순 우리말로 지었다. 순천사범학교, 순천농전(현 순천대학교), 순천매산고, 순천효천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행사는 ‘한글학자 아보 송병수 발간을 기리는 사람들’이 주관하고, 순천사범학교 제자들을 비롯 국립순천대학교 총동문회, 순천매산고등학교 총동문회, 순천효천고등학교 총동문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아보 송병수 선생은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시절에도 한글 연구와 보급에 헌신한 대표적인 한글학자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국어 교사로 교단에 선 이후 46년 동안 한 번도 교육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열다섯 살 중학생 시절 조선어학회에 가입한 후 우리 말과 글을 다듬고 지키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외숙이자 조선 말기의 양명학자 황병중 선생의 학문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 송어지니 씨는 “소박하지만 강직했던 삶을 기리고자 펴냈다”며 “몇 년 전 아버지 서가를 정리하던 중 일제가 금지했던 ‘조선어학회’ 발간물과 귀한 한글 관련 자료들이 발견돼 아버지의 평생 한글사랑이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한글학자 ‘아보 송병수 발간’을 기리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업적과 인간미를 담은 ‘아보 송병수 선생’이 4년여의 노력끝에 세상에 나왔다”며 “이 책은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우리말과 글의 가치를 드높이고, 민족의 정신을 일깨운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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