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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카이치가 꺼낸 ‘아베의 골프채’…트럼프 “전쟁하면 이긴다”

    다카이치가 꺼낸 ‘아베의 골프채’…트럼프 “전쟁하면 이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맞춤형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정성 어린 환대)’ 외교를 선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골프채와 황금 골프공, 그리고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라는 상징적 카드까지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매우 강한 악수였다”…첫 만남부터 화기애애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악수한 직후 “매우 강한 악수였다”고 칭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소를 띠며 “감사하다”고 답했고 곧이어 미국 월드시리즈 3차전 경기(LA 다저스–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첫 여성 총리에 대해 “대단하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똑똑하고 강하다”고 치켜세웠고 외신들은 “과거 다른 정상들과 달리 핀잔보다 칭찬이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아베가 당신 외교를 높이 평가했다”…‘골프채 외교’로 이어받은 인연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를 자주 언급했다”고 밝히며 신뢰의 계보를 강조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가 전시됐고 옆에는 일본 전통 금박 공예로 제작한 ‘황금 골프공’과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의 친필 사인 골프백이 함께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리 진열대에 전시된 선물을 흥미롭게 살펴보며 “아베는 훌륭한 친구였고 당신도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두 정상은 이후 ‘재팬 이스 백(JAPAN IS BACK·부활하는 일본)’ 문구가 새겨진 금색 야구모자에 나란히 사인했다. 이 문구는 아베 전 총리가 2013년 복귀 당시 사용한 구호로,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선거에서 자신의 슬로건으로 재활용한 표현이다. 백악관 “다카이치,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예정”백악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중재 외교를 높이 평가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자리에서 “짧은 기간에 세계가 훨씬 더 평화를 누리게 됐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치켜세웠다. 현지 방송 닛테레(니혼테레비)는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 중 직접 추천 의사를 전할 것으로 보도했다. 그는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중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언급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도 2019년 북한과 긴장 완화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오모테나시 외교’ 총동원…미소와 손짓으로 거리 좁혀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안내하며 어깨와 등을 살짝 짚는 제스처로 친근함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너 있는 리더십’으로 평가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베 전 총리 시절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이날 통역을 맡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작은 총리(junior prime minister)”라고 부르며 농담을 건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회담 분위기를 한층 친근하게 만들었다. 도쿄 시내 주요 랜드마크인 도쿄타워·스카이트리·도쿄도청사는 이날 밤까지 미국 성조기 색상(빨강·파랑·흰색) 조명을 밝혔다.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일본 내 생산된 도요타 차량이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트럭 100대 구매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의제를 의식한 연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벚나무 250그루 선물”…상징 외교로 화답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내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워싱턴DC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해 미일 우호를 기념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선물이다. 우리는 일본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아베 외교의 부활”…동맹 상징으로 자리 잡은 다카이치정치 분석가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회담을 통해 ‘아베 외교의 부활’을 공식화했다고 평가한다. 도쿄 소재 템플대학의 마크 데이비드슨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정치란 개인적 관계다.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매우 전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7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방위비·투자·무역·희토류 협력 등 굵직한 현안을 ‘우호적 무드’ 속에서 풀어낼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신은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새 황금시대” 선언…핵항모 조지워싱턴호 시찰 및 연설 오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오후(현지시간) 기지에 도착해 핵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갑판에서 미 해군 장병들의 영접을 받으며 시찰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함상 연설에서 “우리가 전쟁한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미국은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군대는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만약 누가 우리와 맞선다면 미국 해군이 그들을 산산이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말로 나는 노벨평화상 경쟁에서 탈락했겠지만 괜찮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정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높이 치솟고 있다”며 “해군을 비롯한 군과 경찰, 소방대 입대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지금의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이며 이는 바로 여러분 같은 자랑스러운 미 해군 장병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언급하며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선박을 차단한 작전은 위대한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미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함상에서 미 해군 지휘부를 예방하고 F-35 전투기와 항공 운용 장비를 살펴본 뒤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기념 촬영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포착] 다카이치가 꺼낸 ‘아베의 골프채’…트럼프 “전쟁하면 이긴다”

    [포착] 다카이치가 꺼낸 ‘아베의 골프채’…트럼프 “전쟁하면 이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맞춤형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정성 어린 환대)’ 외교를 선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골프채와 황금 골프공, 그리고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라는 상징적 카드까지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매우 강한 악수였다”…첫 만남부터 화기애애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악수한 직후 “매우 강한 악수였다”고 칭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소를 띠며 “감사하다”고 답했고 곧이어 미국 월드시리즈 3차전 경기(LA 다저스–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첫 여성 총리에 대해 “대단하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똑똑하고 강하다”고 치켜세웠고 외신들은 “과거 다른 정상들과 달리 핀잔보다 칭찬이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아베가 당신 외교를 높이 평가했다”…‘골프채 외교’로 이어받은 인연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를 자주 언급했다”고 밝히며 신뢰의 계보를 강조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가 전시됐고 옆에는 일본 전통 금박 공예로 제작한 ‘황금 골프공’과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의 친필 사인 골프백이 함께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리 진열대에 전시된 선물을 흥미롭게 살펴보며 “아베는 훌륭한 친구였고 당신도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두 정상은 이후 ‘재팬 이스 백(JAPAN IS BACK·부활하는 일본)’ 문구가 새겨진 금색 야구모자에 나란히 사인했다. 이 문구는 아베 전 총리가 2013년 복귀 당시 사용한 구호로,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선거에서 자신의 슬로건으로 재활용한 표현이다. 백악관 “다카이치,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예정”백악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중재 외교를 높이 평가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자리에서 “짧은 기간에 세계가 훨씬 더 평화를 누리게 됐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치켜세웠다. 현지 방송 닛테레(니혼테레비)는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 중 직접 추천 의사를 전할 것으로 보도했다. 그는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중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언급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도 2019년 북한과 긴장 완화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오모테나시 외교’ 총동원…미소와 손짓으로 거리 좁혀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안내하며 어깨와 등을 살짝 짚는 제스처로 친근함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너 있는 리더십’으로 평가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베 전 총리 시절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이날 통역을 맡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작은 총리(junior prime minister)”라고 부르며 농담을 건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회담 분위기를 한층 친근하게 만들었다. 도쿄 시내 주요 랜드마크인 도쿄타워·스카이트리·도쿄도청사는 이날 밤까지 미국 성조기 색상(빨강·파랑·흰색) 조명을 밝혔다.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일본 내 생산된 도요타 차량이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트럭 100대 구매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의제를 의식한 연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벚나무 250그루 선물”…상징 외교로 화답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내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워싱턴DC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해 미일 우호를 기념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선물이다. 우리는 일본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아베 외교의 부활”…동맹 상징으로 자리 잡은 다카이치정치 분석가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회담을 통해 ‘아베 외교의 부활’을 공식화했다고 평가한다. 도쿄 소재 템플대학의 마크 데이비드슨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정치란 개인적 관계다.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매우 전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7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방위비·투자·무역·희토류 협력 등 굵직한 현안을 ‘우호적 무드’ 속에서 풀어낼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신은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새 황금시대” 선언…핵항모 조지워싱턴호 시찰 및 연설 오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오후(현지시간) 기지에 도착해 핵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갑판에서 미 해군 장병들의 영접을 받으며 시찰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함상 연설에서 “우리가 전쟁한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미국은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군대는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만약 누가 우리와 맞선다면 미국 해군이 그들을 산산이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말로 나는 노벨평화상 경쟁에서 탈락했겠지만 괜찮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정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높이 치솟고 있다”며 “해군을 비롯한 군과 경찰, 소방대 입대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지금의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이며 이는 바로 여러분 같은 자랑스러운 미 해군 장병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언급하며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선박을 차단한 작전은 위대한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미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함상에서 미 해군 지휘부를 예방하고 F-35 전투기와 항공 운용 장비를 살펴본 뒤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기념 촬영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애진이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다른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인근 카페. 당시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는 애진씨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 가족들은 부의금과 애진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쓰지 않고 고이 모아 뒀다. 유품을 정리하다 애진씨의 일기장에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 버킷리스트를 발견했고 참사 1주기가 되던 2023년 10월 애진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2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애진씨가 졸업한 생명과학부 학생 2명, 경영전략학회 학생 1명 등 총 3명에게 매 학기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8명의 학생이 ‘신애진 장학금’을 받았다. 고려대 영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형지선(22)씨는 올해 2학기 이 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형씨는 “월·수요일 4시간씩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엔 저도 무언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형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으며 “선배 덕분에 이제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졸업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장학금 수혜자도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진로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며 “애진 선배 덕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 가족은 애진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도 지난해 초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애진씨는 직장 생활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쯤부터 ‘우리가 누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며 청년들을 위한 기부나 사업을 고민했다고 한다. 신씨는 “우리는 애진이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는 심부름꾼”이라며 “딸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앞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김선영 경기도의원, ‘제조기업 인력부족 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 참석해 다양한 정책 제언

    김선영 경기도의원, ‘제조기업 인력부족 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 참석해 다양한 정책 제언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도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선영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비례)은 10월 2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경기도의회 광주상담소 회의실에서 열린 ‘제조기업 인력부족 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제조기업 관계자 및 경기도일자리재단 직원과 소통하며 현장 중심의 외국인 고용 개선과 제조업 인력 지원 방안에 대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고 전제한 후,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오며 일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무너지면 모두가 설 자리를 잃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 경제노동위원회는 그동안 노동자 중심의 정책뿐 아니라, 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선영 부위원장은 “현행 외국인 고용제도는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중소 제조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인력난으로 문을 닫는 공장이 생겨날 지경인데도, 외국인 고용 절차는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까다롭다”라며, “이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초청 절차의 지연, 비자 제약으로 인한 인력 유출, 숙련 외국인 인력의 연속 고용 불가 등 다양한 현장 애로사항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선영 부위원장은 “성실하게 일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재입국 제한을 완화하고,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에는 장기 체류나 영주권 전환까지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교육 및 훈련비 지원 제도가 복잡하고 접근성이 낮아 실제로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라며, “고용보험에서 적립된 훈련기금이 사장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활용 방안을 경기도가 주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조기업 경영진, 경기도일자리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제조업 현장의 인력 수급 현황과 외국인 고용 정책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나눴는데, 참석자들은 ▲신규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 ▲외국인 기숙사 기준 완화 ▲현장 교육 프로그램 유연화 ▲지역별 고용센터 설치 등을 제안하며, 경기도의 정책적 대응을 요청했다. 끝으로 김선영 부위원장은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면 지역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라며, “경기도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현실을 이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김선영 부위원장의 제안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경기도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향후 관련 조례 정비 및 중앙정부 건의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예정이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한국시리즈 ‘VIP’ 자격으로 관람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한국시리즈 ‘VIP’ 자격으로 관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에 초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사회적인 인식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KBO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정부 지원 배제를 지시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1995~1996년 KBO 8대 총재를 지냈다. KBO는 매년 KS에서 전직 총재를 VIP 자격으로 초청하는데, 올해 KS를 앞두고도 김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전직 총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응한 김 전 비서실장은 전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KS 1차전 현장을 찾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KBO는 김 전 비서실장이 전임 총재라 경기에 초청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 의원은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 전 대표의 개인 자격 관람을 우려했던 KBO가 왜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선 우려스러운 인식 없이 이렇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단 운영과 관련해 사기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지난 2018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KBO 사무국으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 전 대표는 2022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 모습을 드러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KBO 사무국 관계자는 “개인 자격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KBO의 공식 사과와 사회적 유책자에 관한 의전 및 초청 금지 지침 제정을 요구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정부 지원 배제 지시 혐의로 2017년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형 확정 닷새 뒤 윤석열 정부의 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 ‘마라탕후루’가 울려 퍼지던 日 도쿄의 명소, 아메요코 시장

    ‘마라탕후루’가 울려 퍼지던 日 도쿄의 명소, 아메요코 시장

    2023년 국내에서 ‘탕후루’(糖葫蘆)가 선풍적 유행을 일으켰다. 숏폼 플랫폼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과일 위 설탕 코팅을 깨물 때 나는 ‘바삭’ 소리를 강조한 ASMR 먹방 콘텐츠가 저연령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거리 곳곳에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24년에는 가수 겸 크리에이터 ‘서이브’가 부른 ‘마라탕후루’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탕후루 열풍이 서서히 잦아들던 무렵, 바다 건너 일본 ‘아메요코 시장’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들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 소음이 만들어낸 착각이라 생각하며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분명 ‘마라탕후루’였고, 놀랍게도 번안곡이 아닌 한국어 원곡 그대로였다.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이 익숙한 멜로디는 현재 약 400개의 상점이 밀집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쿄의 대표 명소, 아메요코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철도고가 아래 500m의 시장 아메요코 시장은 JR 우에노역과 JR 오카치마치역 사이의 철도 고가 아래를 따라 약 500m 길이로 상점들이 늘어선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시장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JR 야마노테선 우에노역에서 시노바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자마자 시장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라면의 자존심, ‘농심 신라면’이었다. 이미 K-라면의 위상이 높아져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우리나라 라면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개 패키지에 그 나라 글자가 새겨진 현지화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라면의 원조인 일본 땅에서, 그것도 패키지에 한글이 새겨진 오리지널 신라면이 매대에 놓여 있는 것을 보자 ‘외국에서 한글이 적힌 제품을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애국심이 솟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풍경은 시장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군 물품 암시장에서 관광 명소가 되기까지 아메요코 시장의 공식 명칭은 ‘아메야 요코초’(アメヤ 横丁)이며, 그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요코초’는 좁은 길, 골목, 작은 음식점이 밀집한 거리라는 의미다. 첫 번째는 ‘아메리카 요코초’(アメリカ 横丁) 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미국 물품’들이 이곳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요코초’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아메야 요코초’(飴屋 横丁) 설이다. 당시 설탕이 무척 귀했기 때문에 사탕(飴·아메)이 인기가 많았는데 , 이 곳에 사탕 가게(飴屋, 아메야)들이 많이 모여 있어 ‘아메야 요코초’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전후 혼란 속에서 암시장으로 시작된 아메요코 시장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은 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병참 기지 역할을 했고 , 이에 따라 더 많은 군수물품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는데 , 이 물품들이 암암리에 아메요코 시장을 통해 풀리면서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후 고도 성장기를 맞이한 1970년대에는 저렴한 수입품이 거래되는 공간으로, 각종 해산물과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 쇼핑에 밀려 수많은 재래시장이 쇠퇴했지만 아메요코 시장은 어중간한 변화 대신 전통시장으로서의 본질과 활기를 지키며 오히려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K-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잊을 수 없는 ‘인생 덮밥’의 여운 아메요코 시장은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기 넘치는 곳이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길거리 음식, 일반 식당, 그리고 선술집이 한데 어우러져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선술집 문화가 유명한데 서서 마시는 이자카야가 밀집한 구역에서는 다양한 주류와 함께 꼬치구이, 회, 제철 해산물 등을 맛볼 수 있다. 이곳 아메요코 시장에서 먹은 장어덮밥을 두고 초등학생 아들은 “태어나서 먹은 덮밥 중에 가장 맛있는 ‘인생 덮밥’”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처음 맛본 한 그릇의 장어덮밥은 어린 초등학생의 마음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날 혀끝에 남은 장어덮밥의 여운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메요코 시장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 역사와 추억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도쿄를 찾는 이들에게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 ‘마라탕후루’가 울려 퍼지던 日 도쿄의 명소, 아메요코 시장 [한ZOOM]

    ‘마라탕후루’가 울려 퍼지던 日 도쿄의 명소, 아메요코 시장 [한ZOOM]

    2023년 국내에서 ‘탕후루’(糖葫蘆)가 선풍적 유행을 일으켰다. 숏폼 플랫폼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과일 위 설탕 코팅을 깨물 때 나는 ‘바삭’ 소리를 강조한 ASMR 먹방 콘텐츠가 저연령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거리 곳곳에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24년에는 가수 겸 크리에이터 ‘서이브’가 부른 ‘마라탕후루’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탕후루 열풍이 서서히 잦아들던 무렵, 바다 건너 일본 ‘아메요코 시장’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들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 소음이 만들어낸 착각이라 생각하며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분명 ‘마라탕후루’였고, 놀랍게도 번안곡이 아닌 한국어 원곡 그대로였다.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이 익숙한 멜로디는 현재 약 400개의 상점이 밀집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쿄의 대표 명소, 아메요코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철도고가 아래 500m의 시장 아메요코 시장은 JR 우에노역과 JR 오카치마치역 사이의 철도 고가 아래를 따라 약 500m 길이로 상점들이 늘어선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시장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JR 야마노테선 우에노역에서 시노바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자마자 시장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라면의 자존심, ‘농심 신라면’이었다. 이미 K-라면의 위상이 높아져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우리나라 라면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개 패키지에 그 나라 글자가 새겨진 현지화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라면의 원조인 일본 땅에서, 그것도 패키지에 한글이 새겨진 오리지널 신라면이 매대에 놓여 있는 것을 보자 ‘외국에서 한글이 적힌 제품을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애국심이 솟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풍경은 시장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군 물품 암시장에서 관광 명소가 되기까지 아메요코 시장의 공식 명칭은 ‘아메야 요코초’(アメヤ 横丁)이며, 그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요코초’는 좁은 길, 골목, 작은 음식점이 밀집한 거리라는 의미다. 첫 번째는 ‘아메리카 요코초’(アメリカ 横丁) 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미국 물품’들이 이곳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요코초’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아메야 요코초’(飴屋 横丁) 설이다. 당시 설탕이 무척 귀했기 때문에 사탕(飴·아메)이 인기가 많았는데 , 이 곳에 사탕 가게(飴屋, 아메야)들이 많이 모여 있어 ‘아메야 요코초’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전후 혼란 속에서 암시장으로 시작된 아메요코 시장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은 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병참 기지 역할을 했고 , 이에 따라 더 많은 군수물품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는데 , 이 물품들이 암암리에 아메요코 시장을 통해 풀리면서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후 고도 성장기를 맞이한 1970년대에는 저렴한 수입품이 거래되는 공간으로, 각종 해산물과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 쇼핑에 밀려 수많은 재래시장이 쇠퇴했지만 아메요코 시장은 어중간한 변화 대신 전통시장으로서의 본질과 활기를 지키며 오히려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K-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잊을 수 없는 ‘인생 덮밥’의 여운 아메요코 시장은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기 넘치는 곳이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길거리 음식, 일반 식당, 그리고 선술집이 한데 어우러져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선술집 문화가 유명한데 서서 마시는 이자카야가 밀집한 구역에서는 다양한 주류와 함께 꼬치구이, 회, 제철 해산물 등을 맛볼 수 있다. 이곳 아메요코 시장에서 먹은 장어덮밥을 두고 초등학생 아들은 “태어나서 먹은 덮밥 중에 가장 맛있는 ‘인생 덮밥’”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처음 맛본 한 그릇의 장어덮밥은 어린 초등학생의 마음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날 혀끝에 남은 장어덮밥의 여운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메요코 시장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 역사와 추억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도쿄를 찾는 이들에게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 출산‧양육 취득세 감면 챙겨 주는 강남

    출산‧양육 취득세 감면 챙겨 주는 강남

    강남구는 출산·양육 가정이 주택 취득세 감면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출산서비스 통합처리 신청서’ 서식을 개정하고, 생활현장을 기반으로 한 홍보체계를 본격 가동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6조의5(출산·양육을 위한 주택 취득세 감면) 시행에 따른 것이다. 출산 전후 일정 기간 내 주택을 취득한 부모에게 최대 500만원의 취득세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취득세 공제 대상 요건은 ▲1가구 1주택 보유자 ▲취득 당시 주택가액 12억원 이하 ▲출산 1년 전부터 또는 출산 후 5년 이내 주택 취득 ▲취득 후 3년간 상시 거주 ▲2024년 이후 취득 등이다. 매매·상속·증여·신축 등 다양한 취득 형태도 모두 신청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출산을 하더라도 세금 감면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감면 신청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남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신고 시점부터 감면 제도 안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이를 낳은 부모가 최초에 접하는 통합신청서에 ‘취득세 감면 검토’ 항목을 신설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취득세 감면 제도를 통해 출산과 양육이라는 삶의 중요한 전환기에 있는 가정의 부담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설] 트럼프 “北 핵 보유”… 아슬아슬 벼랑에 몰린 비핵화 원칙

    [사설] 트럼프 “北 핵 보유”… 아슬아슬 벼랑에 몰린 비핵화 원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직전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남에 100% 열려 있다”는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전후로 수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불렀으나 당시엔 비핵화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번의 명시적 표현은 2019년 판문점 회담 이후 멈춘 북미 대화를 되살리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깜짝 회동’ 가능성을 띄워 국제적 주목을 끌려는 트럼프식 외교의 핵심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접근이 자칫 ‘핵을 가진 평화’의 프레임을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이 최근 밝힌 대화의 전제조건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정한다면 마주 설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건에 부응하는 듯 비친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북미 대화 재개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의 물꼬를 트는 의미 있는 전환점일 수 있지만 이를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려는 접근은 위험하다.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공유해 온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을 협상의 카드가 아닌 대화의 출발점으로 견지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유지한 채 국제적 인정과 제재 완화를 동시에 얻는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현실을 인정하는 트럼프식 외교가 북한의 ‘핵 보유 합법화’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불안을 증폭시키는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 착한 소비와 고퀄 공연… 부산, 2만여명의 따뜻한 환호로 ‘들썩’

    착한 소비와 고퀄 공연… 부산, 2만여명의 따뜻한 환호로 ‘들썩’

    소상공인 매장 영수증 인증해 관람‘1만원 쿠폰’에 푸드트럭 매출 두 배YB·박정현·김연우 등 정상급 출연공연 시작 6시간 전부터 관객 줄 서돗자리 자유 관람에 가족 단위 호응 “처음 너를 본 순간 정신 차릴 수 없어. 내 마음을 들킬까 봐 조심조심해.” 지난 25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에 마련된 야외 특설무대. 인기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이 “하나, 둘, 셋. 손들어”라고 외치며 히트곡 ‘들었다 놨다’를 시작한 순간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손에서 핑거라이트가 별빛처럼 빛났다. 관객들은 손을 흔들고 함께 노래하며 가을밤을 즐겼다. 이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대한민국 상생 영수증 콘서트 in 부산’의 첫날 모습이다. 서울신문과 부산시가 공동주최하고 공공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영수증 콘서트는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을 공연 관람권으로 인정하는 ‘상생형 문화 축제’로 25~26일 이틀간 화명생태공원에서 열렸다. 공연 관람료는 11만원이지만 1만원으로 티켓을 예매하고, 소상공인 매장에서 받은 10만원 어치 영수증을 인증하면 추가 비용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예매에 사용한 1만원도 공연장 주변 푸드트럭과 플리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원권 쿠폰으로 돌려줘 사실상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다. 영수증 콘서트에는 YB, 김연우, 박정현, 서문탁, 데이브레이크, 소향, 린, 케이윌, 케이시, 이무진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시민의 기대를 받았다. 공연 시작 6시간 전부터 객석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이 줄을 설 정도였다. 첫날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노은영(23)씨는 “YB를 좋아해서 얼마 전 경북 경주에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는데, 부산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며 “라인업을 보니 ‘미쳤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장다연(34)씨는 “이런 가수들 공연을 부산에서 볼 기회가 흔치 않다. 한다 해도 관람료가 최소 15만원 이상이라 부담스러운데, 오늘 공연은 그야말로 ‘찐 가성비’”라며 “평소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사용해서 소상공인 영수증을 모으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첫날 공연에서 데이브레이크에 이어 무대에 오른 대표 여성 록 보컬리스트 서문탁은 록발라드 명곡으로 꼽히는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으로 단숨에 무대를 사로잡았다. 서문탁은 “영수증 콘서트에 올 때 지역경제를 살리는 공연의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며 “여기 온 관객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일 것만 같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박정현, 김연우도 무대에 올라 깊어져 가는 가을밤에 정취를 더했다. 10회를 맞은 영수증 콘서트 무대에 세 번째 오른 박정현은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이전 무대와는 다른 곡을 들려 드리려 고민했다”면서 ‘딱 좋아’, ‘이름을 잃은 별을 이어서’, 아델의 ‘Someone like you’, ‘꿈에’ 등을 선사했다. 김연우는 히트곡 ‘여전히 아름다운지’의 전주가 나올 때부터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나와 같다면’을 마이크 없이도 무대에서 100m는 넘게 떨어진 곳까지 또렷하게 들리도록 부르는가 하면 이 곡을 노래한 김장훈의 성대모사도 선보여 관객을 즐겁게 했다.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였던 대한민국 대표 록밴드 YB의 무대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나는 나비’, ‘잊을게’를 열창하자 대부분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썩이며 떼창에 동참했다. 헤비메탈곡 ‘Rebellion’을 연주할 땐 모든 관객이 ‘헤드뱅잉’을 하는 장관까지 펼쳐졌다. YB는 ‘흰수염고래’, ‘사랑 Two’, 신해철의 ‘그대에게’ 등 앵콜만 3곡을 선보이며 관객의 호응에 화답했다. 이날 영수증 콘서트는 가족 단위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받았다. 축구장에 의자를 놓지 않고 돗자리를 펴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게 한 덕분이다. 18개월 여아와 함께 온 남원우(43)씨 부부는 “아기가 아직 어려서 콘서트, 영화관 같은 곳에 가기 어려운데 오늘은 돗자리 펴고 보는 야외 공연이라 걱정 없이 마음껏 즐겼다”며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에 동참하려고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시장과 집 주변 가게에서 장을 봤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장 주변에서 부산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푸드트럭, 로컬 브랜드 제품과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에도 긴 줄이 늘어서면서 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구태균 푸드트래블 부대표는 “공연 티켓을 1만원 쿠폰으로 교환해 준 덕에 푸드트럭 10곳이 다른 행사와 비교하면 배가 넘는 하루 평균 4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며 “관객 모두 소상공인 응원이라는 취지에 동참하는 분들인 만큼 쿠폰 외 현금·카드 매출도 높았다”고 말했다.
  • 김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 먹거리 책임졌다…음식점·마트서 46% 사용

    김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 먹거리 책임졌다…음식점·마트서 46% 사용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김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실질적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전북 김제시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설문조사와 선불카드·김제사랑카드 사용처 분석 결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음식점·카페(27%), 마트·슈퍼·편의점(19%) 등 주로 먹거리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의류와 이·미용(18%), 병원·약국(9%), 주유소(7%), 생활용품·잡화(6%), 기타(14%) 순이었다. 이를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지역 내 자금 선순환이 확대되어 지역 상권 활성화와 민생경제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 78%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소비쿠폰 지급 신청 마감이 임박한 만큼 아직 신청하지 않은 시민들께서는 꼭 신청해 주시기 바란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이어받아 김제사랑상품권과 전통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민생정책을 추진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김제시 소상공인협회 및 전통시장·상점가 일원(요촌동, 검산동, 신풍동)을 중심으로 실시했다. 사용처 분석은 1차 지급 시작일인 7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의 선불카드·김제사랑카드의 소비쿠폰 결제명세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1차 소비쿠폰은 지급 대상자 8만 710명 중 99.28%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선불카드와 김제사랑카드로 지급된 153억원 가운데 141억원(92.3%)이 실제 사용됐다. 2차 지급대상자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시민 7만 8160명으로 지난 21일 기준 지급률은 95.55%이다.
  • ‘GDP 5%↑’ 한국 추월한다는 나라, 46만원씩 전국민에 쏜다

    ‘GDP 5%↑’ 한국 추월한다는 나라, 46만원씩 전국민에 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대에 이르며 22년만에 우리나라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는 대만에서 국민 1인당 46만원에 달하는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24일 싼리신문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46만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입법원을 통과해 총통부가 공포한 ‘국제 정세 대응을 위한 중앙 정부의 경제·사회 및 민생·국가 안보 회복력 강화를 위한 특별 예산안’에 따른 조치다. 총 2360억 대만달러(10조 9000원)가 소비쿠폰으로 투입된다. 내달 5일부터 신청을 시작해 은행 계좌 입금과 우체국 창구자동현금인출기(ATM)를 통한 인출 등 5가지 경로로 지급된다. 대상자는 대만인과 대만인의 외국인 배우자, 영구거류증을 취득한 외국인 등이다. 행정원 산하 국가발전위원회(NDC)는 소비쿠폰 지급이 경제성장률을 0.415%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소비쿠폰 지급은 지난해 초과 징수된 세수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이를 내수 진작에 활용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이후 4년 연속 초과 세수가 이뤄져 누적 초과 징수액이 1조 8700억 대만달러(82조 7000억원)에 달했다. 총 10조원 소비쿠폰으로 지급이에 대해 푸본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지급액의 일부가 저축으로 흘러들어가더라도 내수 진작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률 확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푸본은행은 지급액 전액이 올해 안에 50%에서 100%까지 신규 소비에 사용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율은 0.46%에서 0.9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매업체나 음식점의 단기 및 중기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되며, 특히 연말부터 설 연휴 사이의 성수기와 맞물려 효과가 뚜렷할 것이라는 게 부폰은행의 분석이다. 1980년대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은 수년째 전세계에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경제성장률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3%을 기록한 데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를 뛰어넘는 5.3%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0% 성장해 전년(1.6%) 대비 반등하는 듯 했으나,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0.9% 성장하는 데 그쳐 ‘0%대 성장’으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IMF가 최근 내놓은 ‘10월 세계 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5962달러로 전년(3만6239달러)보다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만은 1인당 GDP가 전년(3만 4060달러) 대비 11.1% 증가한 3만 7827달러를 기록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4만 달러, 2030년 뒤에는 5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IMF는 예측했다.
  •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가 변한다…기후위기 대응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가 변한다…기후위기 대응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 주최 ‘제주도시포럼 2025’ 기후재난시대의 대응법을 묻다“80세 이상 어르신은 폭염문자를 보지 않습니다. 폭염이 왔는지조차 모릅니다. 사회취약계층이 기후위기 속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기후와 도시재생의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시재생의 방향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제주에서 나왔다. 제주도와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23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를 주제로 ‘제주도시포럼 2025’ 생활워크숍을 열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도시재생을 단순한 공간정비 사업이 아닌 기후재난 시대의 생존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희철 센터장 “기후·도시재생 메타 협의체 설립” 제안…배보람 부소장 “불평등이 곧 재난”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부서별 대응은 대부분 재난 이후 임시대책에 그치고 있다”며 “주민·행정·전문가·민간이 함께 설계·집행·평가하는 다층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리적 복구만으로는 회복력이 생기지 않는다며 ‘복원→재생→재창조’로의 발전단계 전환을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또 “제주시와 고산은 강수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침수 피해가 잦다”며 “이는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의 회복력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기후·에너지 부서, 재난안전기관,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기후·도시재생 메타 협의체’ 설립을 제안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위기는 기후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는 “회복력이 낮은 집단은 기후재난의 충격을 더 오래, 더 깊게 겪는다”며 “기후정책과 돌봄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부소장은 또 “불평등은 곧 재난이 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불 당시 부유층이 사설소방대를 동원해 피해를 줄인 사례, ‘탄소배출 1위 유명인’으로 지목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불평등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도넛 경제’를 제시했다. “지구의 한계 안에서 순환·재생·분배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철 한국전력거래소 제주지사 실장은 “제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474만t을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관광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에너지 소비를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며 “농업과 1차산업의 강점을 살려야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 나해문 원장 “탄소 줄이려면 소비지향적인 우리 살의 방식 먼저 변해야 한다”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나해문 원장은 이날 “탄소중립이 탄소가 줄어드는 것인가”고 반문한 뒤 “탄소가 줄지 않고 늘어난다는 것은 탄소중립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방증”이라며 “기후위기의 중요한 부분인 임계점, 즉 어느 온도 이상 올라가면 기후위기는 감당할 수 없는 기후재앙으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탄소를 줄이려면 탄소중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서 “소비를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야만 탄소를 줄일 수 있고 그래야만 기후에 대응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탄소중립 그 자체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좌장을 맡은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이사장도 같은 맥락에서 “하버드대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가 말한 ‘3.5% 법칙’을 기억하자”며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가 변한다. 기후위기 대응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주도시포럼 2025’는 10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 제주시 혼디누림터 등 도내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현주현 15분도시추진단장은 “이번 제주도시포럼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www.jejuregen.org) ‘제주도시포럼 2025’ 배너 또는 전화문의(064-727-063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전력 끊겨도 열리는 터널 천장… 다스코 ‘K방재’ 새 역사 쓴다

    전력 끊겨도 열리는 터널 천장… 다스코 ‘K방재’ 새 역사 쓴다

    화재 3초 내 공기압으로 자동 개방유독가스·열기 배출해 참사 예방설치비 31%, 유지비 49%까지 절감“혁신 넘어 재난 대응 인프라 국산화”말레이시아·태국 등 해외 진출 박차 2022년 12월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불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순식간에 터널 내부를 뒤덮은 유독가스와 열기, 그리고 단전으로 멈춰 버린 배연 장치였다. 이 참사는 터널 안전 시스템이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기가 끊기면 환기·배연·경보 설비가 모두 멈춰 버리는 구조였다. 그로부터 3년, 그 비극의 교훈이 새로운 기술로 되살아났다. 도로안전 전문기업 다스코㈜가 개발한 ‘공압식 자동배연창 시스템’(A.O.S·Automatic Open System)이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신기술(제2025-23호)로 지정됐다.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작동하는 국내 최초의 ‘무전력 자율 개방형’ 방재 기술이다. A.O.S는 전기 대신 공기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 뒀다가 화재 감지 즉시 실린더가 이를 밀어 1~3초 내에 배연창을 완전 개방한다. 전력이 끊겨도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단전·누전 등으로 배연이 불가능했던 기존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핵심은 ‘페일 세이프’(Fail Safe) 설계다. 전원이 차단되면 전자석이 풀리면서 자동으로 창이 열린다. “전기가 끊기면 열린다”는 역발상 구조다. 주 구동부인 실린더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 내열성과 내구성이 높고,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터널은 대부분 전동식이나 유압식 시스템으로, 개방까지 30초 이상이 걸렸다. 화염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았다. 단전 시에는 작동 불능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A.O.S는 전력이 없어도 움직이고 화재가 감지되면 즉시 열린다. 불길과 유독가스를 빠르게 배출해 대피 시간을 늘리고, 구조대 진입도 쉽게 만든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기존 터널은 천장에 제트팬(고속 송풍기)을 달아 연기를 강제로 밀어내는 방식이었지만 설치비가 높고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A.O.S는 이런 제트팬 방식보다 설치비는 최대 31%, 유지관리비는 최대 49% 낮다. 이 기술은 2019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실증사업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았다. 이후 부산 기장 삼성1지하차도, 광주 제2순환도로, 수도권 제2경인고속도로 등 주요 현장에서 실증을 완료했다. 다스코 관계자는 “현장 테스트에서 개폐 속도·내열성·유지관리 효율성 모두 목표치를 웃돌았다”며 “전력 의존형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코는 40년간 도로안전시설 분야를 선도해 온 기업으로, 2024년 기준 방음시설 매출은 470억원, 시장점유율은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신기술 지정으로 ‘K방재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스코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에 A.O.S 시스템 수출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고온 현상이 잦아지면서 터널 화재 위험은 세계적 과제가 됐다. 특히 전력 인프라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공압식 시스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스코 관계자는 “전력이 끊겨도 작동하는 공압식 배연 시스템은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실효성이 높다”며 “K방재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목표로 시장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과천 화재 이후 정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터널의 화재안전 설비를 전면 점검했지만 대부분이 여전히 전력 의존형 구조였다. A.O.S는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자율형 방재 시스템(Self-Activated Safety)이다.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불길이 감지되는 즉시 스스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노후 터널의 안전관리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도 신기술 인증을 계기로 민자도로와 지자체 터널의 화재안전 기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한남철 다스코 대표는 “이번 지정은 단순한 기술 인증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재난 대응 인프라의 국산화 성과”라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품질 혁신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설화수, 뉴욕 미식 셰프들에 한국 아름다움 전하다

    설화수, 뉴욕 미식 셰프들에 한국 아름다움 전하다

    뉴욕서 활동 중인 유명 셰프들 초청‘설화수의 집’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 진행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뉴욕을 대표하는 셰프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서울 종로구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일 진행된 행사는 글로벌 한식 산업화와 인재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난로학원’과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셰프들의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한 자리로, ‘난로 USA’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의 박정은 대표가 함께 참여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미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려 그 의미를 더했다는 게 프로그램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화수에 따르면 참여한 셰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독창적인 미식 세계를 구축해 온 인물들이다. 멕시코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리마’(Corima)의 미슐랭 오너 셰프 피델 카바예로(Fidel Caballero), 프렌치와 일본 요리를 결합한 ‘레스토랑 유’(Restaurant Yuu)의 오너 셰프 유 시마노(Yuu Shimano), 모던 스시 바 ‘나미 노리’(Nami Nori)의 공동 창립자인 지한 리(Jihan Lee), 필리핀 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롤라스’(Lola’s)의 오너 셰프 수잔 컵스(Suzanne Cupps)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한국의 단색화를 모티브로 한 설화수의 지함보 한복을 입고 북촌길을 걸으며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겼다. 동시에 설화수의 핵심 원료인 인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국적 미감과 정서를 오감으로 체험했다. 설화수는 이와 같은 협업을 통해 한국 전통의 미학과 브랜드가 지닌 문화적 깊이를 나누며,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 [마감 후] 개혁의 문체

    [마감 후] 개혁의 문체

    2018년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개혁의 시대엔 열정을 지닌 개인의 과격한 언어들이 밑바닥 진실의 힘을 업고 관행의 언어들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개혁 프로그램들이 한때 무기로 삼았던 과격한 말들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무산되고 말았던 예를 우리는 자주 봐 왔다. 그래서 진실을 꿰뚫으면서도 해석의 여지와 반성의 겨를을 누리는 새로운 문체의 개발이 개혁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함 직도 하다.” 수년 전 스치듯 눈에 담은 문장이 요즘 들어 부쩍 뇌리에 맴도는 이유는 지금이 바야흐로 ‘개혁의 시대’인 탓일까. 지난 13일 시작된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기대가 있었다. 사법부를 둘러싼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모처럼 관계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태의 발단이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라면, 법원은 수차례 되풀이해 온 “국민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선언을 위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단 건지 국회가 대신 따져 물어주길 바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선고도 그런 맥락에서 ‘대표적인 예시’ 정도로 거론될 순 있었으리라. 예컨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대명제를 앞세워 법원이 특정 사건의 심리 기간을 자의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재판에서도 정의란 미명하에 절차적 불투명을 감내하길 강요하는 ‘선민의식’일 수 있단 취지에서 말이다. 그러나 지난주 두 차례에 걸친 국감 현장에 현안은 없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변론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인신공격, 여야의 기싸움이 있었을 뿐이다. 가짜뉴스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4인 회동설’도 망령처럼 다시 등장했다. 사법부가 ‘내란 세력’과 결탁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간편한 공격 논리였다. 연결고리가 입증되기도 전에 자동완성 문구처럼 튀어나오는 “내란 척결”이라는 구호 앞에 개혁의 지향점이었어야 할 사법 신뢰 회복이나 민생은 설 곳을 잃었다. 지난봄부터 광풍처럼 휘몰아친 사법개혁 담론엔 유난히 ‘우열’을 가리는 언어가 자주 등장해 왔다. 법봉보다 의사봉이 강하다는 엄포에서 시작해 ‘선출권력 우위론’이 제시됐다. 재판소원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법원이 높다 한들 헌법 아래 뫼”라는 말도 나왔다. 삼권의 우위를 정하다 못해 사법권 내에서의 교통정리까지 들어가는 모양새다. 그 밑에 깔린 진의가 뭐든 서열 정리의 어휘를 거듭 목격하는 국민들은 개혁의 목적이 실상 권력 간 힘겨루기에 불과하단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분노의 고함은 당장의 파급력은 있을지언정 사회 변혁의 동력이 될 순 없다. 상대의 입을 닫게 하는 으름장이 아닌, 합의를 이끌어 내는 개혁의 언어를 듣고 싶다. 김희리 사회1부 기자
  • “노예 계약엔 노(No) 말해야 대등… 경제·기술로 한미동맹 2.0 열자”[오일만의 천태만상]

    “노예 계약엔 노(No) 말해야 대등… 경제·기술로 한미동맹 2.0 열자”[오일만의 천태만상]

    한미 투자 협상, 수익 불균형 우려통화 스와프·외환 안정장치 필요성군사 넘어 반도체·데이터 협력 과제 中 한화오션 제재, 미중 충돌 산물한중 교류에 불필요한 자극 피해야AI·공급망·탄소중립, 신안보 핵심다극화 시대 실용외교 주도 과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면서 세계 질서의 변화가 확연해지고 있다. 통상에서 시작된 보호무역 흐름이 안보 질서의 재편으로 번지며 세계는 다시 세력 경쟁의 시대로 진입 중이다. 이 격랑의 중심에서 한국은 한미동맹 재조정, 미중 전략 경쟁, 북중러 연대, 공급망 재편 등 동시다발적 압박에 놓여 있다. 안보와 산업, 기술이 얽힌 복합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 2.0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중의원연맹 사무총장, 한미의원연맹 이사를 맡고 있는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복합 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가 지향해야 할 현실적·균형적 방향점을 짚어 본다. -한미 투자 협상이 막바지에 들어섰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조급한 타결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수익 구조의 불균형입니다. 미국안대로 이익의 90%를 가져간다면 동맹이 아니라 종속입니다. 협상의 기본은 공정성·대칭성·상업적 합리성입니다.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노예 계약’을 고집한다면,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관세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우리가 서둘러 합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의 산업 전략과 국익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 투자 협상 성패의 가늠자는 무엇인지. “핵심은 통화 스와프와 외환 안정장치입니다. 이번 투자 협상의 숨은 축이기도 합니다. 자금 이동 규모가 워낙 커서 환율·채권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IMF 시절의 금융 불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투자 협약·금융 안전망·정책 공조가 하나로 작동해야 합니다. 진짜 동맹이라면 위기 때 금융시장을 열어 주는 것이 신뢰의 증거입니다. 이것이 말로만 하는 동맹이 아닌, 위기 공조형 경제동맹의 출발점입니다.” -트럼프 집권 이후 글로벌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데. “소련 붕괴 이후 35년간 지속된 미국 주도의 일극 질서는 이제 균열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며 ‘경제 안보화’를 강화하고, 중국은 기술·에너지·해양 패권에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인도·브릭스 국가들이 각자의 축을 세우면서 세계는 다극 경쟁 체제로 전환 중입니다. 과거의 자유무역·세계무역기구(WTO) 중심 질서가 약화되고, 안보·기술·경제가 얽힌 복합 질서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방향은. “기존의 한미동맹이 ‘안보·군사 중심의 단일 동맹’이었다면, 이제는 경제·기술 동맹의 다층화된 구조로 가야 합니다. ‘반도체 동맹’, ‘인공지능(AI) 윤리규범 협의체’, ‘탄소 중립 공동기금’ 같은 형태로 협력이 산업과 제도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이것이 제도로서의 동맹, 즉 ‘한미동맹 2.0’입니다. 한미동맹 2.0의 목표는 단순한 방위 협력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산업 질서의 공동 설계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군사훈련보다 데이터 표준, 탄소 배출권, AI 거버넌스 같은 신경제 질서가 동맹의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트럼프 2기 이후 고율 관세가 부활하면서 동맹국 간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데. “미국의 관세정책은 ‘미국 우선의 경제 체제로 개편하기 위한 동맹의 재조정 과정’입니다. 트럼프 2기는 한국·일본·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이자 동맹국을 상대로 ‘비용형 동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의 정책을 역이용해 한국형 고부가가치 모델을 심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No)를 말할 수 있는 외교’입니다. 우리가 ‘No’를 말할 수 있을 때 협상은 비로소 대등해집니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우리의 필요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실용 외교의 본질입니다.” -최강국 앞에서 ‘No’를 말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동맹을 거래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복종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진짜 동맹은 조건부 신뢰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양보가 있다면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고, 대가가 없다면 협상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스(Yes)만 외치는 동맹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가 No를 말할 수 있어야 미국도 우리를 진짜 파트너로 대합니다. 결국 외교의 핵심은 ‘관계의 대칭성’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흔들림 없는 동맹으로 유지하되 정치적 동조와 경제적 종속은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 중심의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입니다. 민감한 분야는 분리하고, 비민감 분야는 협력하는 ‘분리+완충 전략’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의 최대 무역 파트너입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동맹의 본질은 대립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한중 관계에는 전략적 모호성보다 전략적 명료성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하되 협력의 문을 닫지 않는 것이 외교의 기술입니다.” -최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중국의 제재 조치도 이런 복합적 관계의 단면인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보복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강화한 규제에 중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연쇄적으로 걸린 것입니다. 사드(THAAD) 때처럼 특정 국가를 직접 겨냥한 보복이 아니라 미중 산업정책 충돌의 부산물입니다. 중국은 최근 비자 완화와 관광·문화 교류 재개 등에서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이나 정치적 과잉 반응은 피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분석과 ‘조정 외교’의 복원력입니다.” -복합적 외교 환경 속에서 앞으로 한국이 주도해야 할 새로운 의제는. “첫째는 AI, 둘째는 공급망, 셋째는 탄소 중립입니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입니다. 데이터의 투명성과 윤리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공급망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반도체·희토류·배터리 원재료의 공동 비축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탄소 중립은 지속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이 세 축은 군사안보를 대체하는 ‘신(新)안보의 방향’입니다. 특히 AI는 단순한 산업혁명이 아니라 윤리와 책임의 혁명입니다. 한국이 이 논의를 선도할 수 있다면 기술 강국을 넘어 규범 설계 국가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그런 전환점인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AI 표준, 반도체 조기 경보, 전환금융과 같은 실질 의제를 제안할 겁니다. 이건 선언이 아니라 룰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APEC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실행형 동맹 시스템으로 가는 시금석이 되어야 합니다.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사무국·민간·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동맹은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이런 다극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방향은. “다극화는 기회이자 위험입니다. 기존 질서의 안정성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협력 구조를 주도할 여지가 있습니다. 핵심은 유연한 실용주의입니다. 첫째, 동맹의 축을 유지하되 종속은 피해야 합니다. 둘째, 인도·베트남·유럽연합(EU) 등 중견국과의 다층 협력을 넓혀야 합니다. 셋째, 반도체·배터리 등 기술 자립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거대한 다극의 해류를 거슬러 오를 수는 없지만, 방향을 먼저 읽는 나라만이 주도권을 쥡니다. 한국 외교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수동형 외교에서 주도성 외교로 전환해야 합니다.” -중견국 한국이 지향해야 할 국익 외교는. “지금 세계 질서는 미중 두 강대국의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유럽, 중동 등 중견국들이 외교적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공간을 넓혀야 합니다. 패권은 쥘 수 없지만, 규칙을 설계하고 네트워크를 주도할 수는 있습니다. 중견국 외교의 핵심은 ‘균형’과 ‘연결’입니다. 가치사슬이 맞는 국가들과 산업·기술·에너지 연대를 형성해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컨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재가동, 중견국 산업·기술 연합(MITA) 같은 협력이 그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견국 외교는 초강대국 틈새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한 축을 세우는 능동적 외교입니다. 한국은 그 중심에 설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 홍기원 의원은 외교관 출신이자 중국과 미국 양국의 외교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략통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근무했다. 이후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겨 주중대사관 참사관, 주이스탄불 총영사 등을 역임하며 통상과 국제 외교의 복잡한 현장을 경험했다. 2020년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현재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며 외교·안보·통상 분야의 주요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한중의원연맹 사무총장, 한미의원연맹 이사로서 양대 외교 축을 잇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실무형 전략·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 그는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며 “균형 잡힌 국익 외교”를 강조해 왔다. 오일만 논설위원
  • 울산 시민야구단 연내 창단… 내년 퓨처스리그 참가

    울산 시민야구단 연내 창단… 내년 퓨처스리그 참가

    울산시가 내년 퓨처스리그에 참여할 시민야구단을 창단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프로야구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에 참가할 시민야구단 창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면서 “선수와 코치진 등 구성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리그에 곧바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허구연 KBO 총재와 신생 야구단 설립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했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와 올해 울산에서 ‘울산-KBO 가을(Fall) 리그’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2023년 초부터 시민야구단 창단을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야구단 규모는 선수 35명을 비롯해 코치진과 사무국 직원 등 총 50여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우수한 감독과 용병 선수를 영입해 창단 첫해부터 우승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시장은 “현재 선수 영입과 구성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고, KBO는 신생 구단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저조한 경기력으로 리그에 참여해 들러리를 설 생각은 없고, 첫해부터 우승권에 들어갈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울산 시민야구단 홈구장은 남구 옥동 문수야구장을 사용한다. 문수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의 제2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는 시민야구단 창단과 내년 첫해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50억∼60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시는 창단 후 3년 정도 직접 운영한 뒤 구단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공모를 통해 시민이나 지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퓨처스리그는 10개 프로야구단 2군과 상무 등 총 11개팀으로 구성됐다. 내년에 울산 시민구단이 참가하면 12개 구단으로 늘어난다. 시와 KBO는 오는 11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야구단 창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 지자체, 농가에 친환경 미생물 공급 경쟁

    지방자치단체들이 친환경 농법을 위해 유용미생물(EM) 공급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경북 안동시는 이달부터 농업 유용미생물의 배송지역을 녹전·도산·예안면까지 확대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풍산읍, 풍천·서후·일직·길안·북후·와룡면 등 10개 지역으로 늘어난다. 시는 현재 ▲고초균·광합성균·유산균·효모 등 4종 혼합균 ▲BT균(원예용) ▲광합성균(축산 퇴비 부숙 및 악취 저감) 등의 유용미생물을 농가에 공급한다. 경북 청송군은 연말까지 유용미생물을 100t 이상 생산해 무상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황금사과연구단지에 미생물배양실을 설치해 고초균과 광합성균, 유산균, 효모균 등 다양한 유용미생물을 연간 최대 250t을 생산한다. 청송군이 공급하는 유용미생물은 토양환경 개선, 작물 생육 촉진, 병해충 억제, 축산 악취 제거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니며, 특히 과실 품질 향상에 탁월해 사과 농가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미생물 활용을 통한 병해 관리와 토양 개선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예천군은 친환경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음달부터 ‘미생물 배양장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7억원을 투입해 예천군 친환경농업바이오센터의 노후된 멸균배양기와 미생물 이송라인을 교체한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미생물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서다. 군은 매년 혼합균 3종, 단일균 5종 등 총 8종, 약 100t의 유용 미생물을 지역 농가에 보급한다. 이밖에 대구 동구·군위군, 인천시 옹진군, 경기 수원시, 경남 밀양시, 거창군, 강원 동해·춘천시, 정선·화천·양구군, 충남 보령시, 충북 증평군, 전북 정읍·김제시 등이 농가에 유용미생물을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유용미생물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중 사람과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며 유익한 작용을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미생물을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작물 생육 증진부터 가축 분뇨 처리까지 모두 가능해 비용면에서 훨씬 저렴하다.
  • 마곡지구 즉시 입주 가능한 신축 오피스텔

    마곡지구 즉시 입주 가능한 신축 오피스텔

    지난해 준공한 ‘롯데캐슬 르웨스트’(투시도)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신축 오피스텔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 CP2블록에 있는 복합 주거단지로, 지하 6층~지상 15층 5개 동, 전용 45~103㎡, 총 876실의 오피스텔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에 있다. 특히 단지 지하 2층에 마곡역과 마곡나루역으로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눈에 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LG아트센터, 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섰다. 다채로운 평면 구성과 1.5룸, 2룸, 3룸 설계를 통해 1인가구부터 4인가구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타입별로 발코니 면적을 제공해 실사용 공간을 넓혔다. 전용 69㎡ 타입은 3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해 통풍을 극대화했다. 전용 91㎡ 타입은 3면 개방 타워형으로 설계해 탁 트인 도심뷰를 누릴 수 있다. 벽, 상판, 주방가구 등에 이탈리아산 미끄럼 방지 타일을 비롯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현관 중문, 전기오븐, 세탁기, 건조기, 김치냉장고, 냉장고 등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풀 퍼니시드’ 시스템도 갖췄다. 분양 홍보관은 롯데캐슬 르웨스트 에비뉴(AVENUE) 767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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