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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 4선…끔찍한 내전 속 60년 부자세습 달성

    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 4선…끔찍한 내전 속 60년 부자세습 달성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57)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95%라는 비상식적인 득표율로 4연임에 성공했다. 새로 시작하는 7년 임기를 마치면 알아사드 대통령은 총 28년간을 재임하게 된다. 함무다 사바그 시리아 국회의장은 27일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 95.1%를 기록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압달라 살룸 압달라 전 국무장관과 야권 지도자 마흐무드 마레이는 각각 1.5%와 3.3%의 득표율에 그쳤다. 투표율은 유권자 1800만명 중 1420만명이 참여, 78.7%로 집계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열렬한 애국심과 높은 참여율을 보여준 시리아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내일부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수도 다마스쿠스의 주요 광장에는 지지자 수천명이 모여 “피와 영혼으로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키겠다”, “우리는 신, 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 셋만 선택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철권통치를 이어가며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투표 전부터 당선을 사실상 확정하고 있었다. 야권 후보 2명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어용 후보’들이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알아사드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이유였다. 또 반군이 장악한 북부 지역 주민들과 6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이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득표율은 앞선 2014년 대선 때의 88%보다도 상승했다. 이번 선거는 많은 나라들로부터 제대로 된 선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을 400만명가량 수용 중인 터키는 “이번 대선은 불법”이라고 비판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외무장관도 불공정 선거가 될 것이 확실하다며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부친 아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0년 정권을 잡았다. 아들이 이번에 임기를 7년 연장함에 따라 알아사드 부자는 약 60년간 시리아를 통치하게 됐다. 시리아는 2010년 ‘아랍의 봄’이 일어나고 이듬해 오랜 세습독재에 반발한 반군이 봉기한 이후 10년째 내전 상태에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승기를 굳혔고, 현재 반군은 북서부 이들립 일대에서 저항하고 있다. 내전의 영향으로 38만 8000명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절반이 난민이 됐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 신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오영식

    신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오영식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오영식(54)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신임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에 임명됐다.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 출신이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224억 악기 진품 논란…진실 이야기한 ‘나이테’

    224억 악기 진품 논란…진실 이야기한 ‘나이테’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발레리 트루에 지음/조은영 옮김/부키/340쪽/1만 8000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악기 중 하나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 ‘메시아’다. 영국 옥스퍼드대 박물관이 ‘모시고’ 있는 메시아의 가치는 2000만 달러(약 224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데 1999년에 위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20년 가까이 진위 논쟁이 이어졌다. 종지부를 찍은 이는 영국의 연륜연대학자였다. 그는 2016년 메시아의 나이테를 분석해 스트라디바리가 1716년에 만든 것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는 연륜연대학이 세상 사람들에게 또렷이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륜연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벨기에 연륜연대학자가 자신의 경험을 책에 녹여 냈다. 저자조차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다니, 장삼이사들로서는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학문일 터다. 책엔 생경한 만큼이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연륜연대학의 정체는 영문 이름 ‘Dendrochronology’를 나눠 보면 알 수 있다. ‘dendros’는 그리스어로 나무, ‘chronos’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나무의 시간’을 살피는, 구체적으로는 시간이 새겨진 나이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든 나이테는 말을 한다. 그게 역사일 수도, 기후일 수도 있다. 저자는 나이테를 타고 1만년 이상의 시공간을 날아다니며 역사를 재해석하고, 기후를 읽고, 문화와 공간들에 새 의미를 부여한다. 여름 추위에 떤 나무들이 어떻게 로마의 몰락을 이끌었는지, 몽골 제국과 아즈텍 문명은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 읽어 내는 식이다. 나이테에서 비롯된 관심은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한다. 현존하는 지구 최고령 나무가 미국 서부 그레이트베이슨의 5062살 소나무라는 게 규명됐는데, 우린 왜 아직도 추정치로, 그 수치마저 부정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 채 나무들의 수령을 이야기해야 할까. “우리라고 못 할 건 없다”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추천사는 정확히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반포 재건축 이주에… 서초 전셋값 폭등

    반포 재건축 이주에… 서초 전셋값 폭등

    서울 반포 재건축 대단지들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4일 기준) 기준 서초구의 전세 상승률은 0.16%로 지난주(0.07%)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서울 전체 평균도 지난주 0.03%에서 0.04%로 커졌다. 서초구에서는 지난 3월 방배 13구역 이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20가구가 이주하는 가운데 이르면 하반기부터 3주구 1490가구도 이삿짐을 싸야 한다. 앞서 정부는 반포발(發) 전세난 우려에 “올해 계획된 서울 및 강남4구 전체 정비사업 이주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지 않아 전세 불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서초구 전셋값은 벌써 한 달째 매주 상승폭을 키워 나가며 주변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작구 전세가 상승률은 0.02%에서 0.06%으로 뛰었고, 강남구는 0.01%에서 0.02%로 올랐다. 지난주까지 보합이었던 강동구도 이번주 전세가 상승률이 0.02%로 늘었다. 노원구(0.10%)와 도봉구(0.05%)는 중저가 및 대단지 위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권은 재건축 위주로, 강북권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은 1주 전보다 0.23% 상승했으며, 서울 상승률은 1주 전과 같은 0.1%로 불안한 모습을 이어 가고 있다. 노원구(0.21%)는 상계·중계동 중소형 위주로, 도봉구(0.13%)는 개발 호재가 있는 창동역세권과 쌍문동 중저가 위주로 올랐다. 서초구(0.18%)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인 반포·서초동 중심으로 올랐고, 송파구(0.16%)는 가락·문정동 위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0.13%)도 강세를 이어 갔다. 거래 허가제로 묶인 목동과 여의도가 있는 양천구(0.1%)와 영등포구(0.09%)도 여전한 상승 가도를 달렸다. 경기도는 교통 접근성이 좋은 시흥시(0.81%)의 상승세가 이어졌고 의왕시(0.66%), 평택시(0.62%)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행정심판 기능 이관 놓고… 김외숙·전현희 ‘물밑 大戰’

    행정심판 기능 이관 놓고… 김외숙·전현희 ‘물밑 大戰’

    행정심판 기능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법제처로 이관하는 내용의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갔다. 이에 법제처 간부들은 법안 통과를 위해 대국회 설득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하지만 법안을 낸 주무부처인 권익위는 겉으로는 협조 모드지만 내심 ‘내 밥그릇 왜 남 주냐’며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행정심판 기능의 법제처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인 데다 법제처장을 지낸 김외숙 인사수석도 뒤에서 지원군으로 있다 보니 권익위로서는 드러내 놓고 반대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과 변호사로 30여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같이 일한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의 신임과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심판은 정부부처 등 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 및 이익을 침해받은 국민이 법적으로 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행정심판법 제정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23년 동안이나 법제처 소관이던 행정심판 기능이 권익위로 넘어간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행정심판을 국민 고충 처리라는 관점에서 본 것이다. 하지만 행정심판은 준사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법적 전문성을 갖춘 법제처가 수행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것이 법제처의 주장이다. 김 수석이 법제처장 시절인 2018년 1월 행정심판 기능을 법제처로 이관하는 내용의 부패방지법과 행정심판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제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하지만 당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경호 기간 만료와 남북 간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 대상 여부 논란이 일었는데, 법제처가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경호할 수 있다”, “‘평양 공동선언’은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는 법적 해석을 내리자 야당은 ‘코드 유권해석’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다 보니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해 줄 리 만무였고, 결국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그러다가 21대 국회 들어 다시 부패방지법과 행정심판법 개정안이 제출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행정심판의 법제처 이관 문제를 김 수석과 전현희 권익위원장 간 한판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수석은 법제처 편에 서 있지만 전 위원장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권익위가 법안 제출을 해놓고 어깃장을 부리는 것은 모순이기에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권익위 수장으로 주요 핵심 기능을 타 부처에 순순히 넘기고 싶겠냐”고 말했다. 전 위원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법안이 국회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도 ‘정치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변호사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 위원장이 결코 김 수석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제 공이 국회로 넘어온 이상 전 위원장이 마음먹고 물밑에서 여당 의원을 상대로 법안 저지에 나선다면 법안 처리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육군, 관사·숙소 건축비 8671억 엉터리 산정

    육군, 관사·숙소 건축비 8671억 엉터리 산정

    육군이 간부 관사·숙소 신축 비용을 엉터리로 산출해 예산이 8671여억원이나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군사시설 사업추진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예하 부대로부터 간부 주거시설의 소요를 제출받아 지난해 5월 국방부에 보고했고,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 매년 간부 주거시설 지원사업의 예산을 편성한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간부 주거시설의 소요정원을 산정하면서 관사(대위·중사 이상)는 2409명, 간부숙소(중위·소위·하사)는 2737명을 과다 산출했다. 간부 주거시설의 소요산정을 위해 부대별 정원 파악 시 다른 부대 등에 근무 중인 부수병력과 대외편제병력을 제외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구나 육군본부는 나중에 취합된 소요정원이 과다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예산 편성 시한이 급하다는 이유로 소요정원을 임의로 조정한 후 지난해 5월 국방부에 보고까지 했다. 잘못 파악된 간부 주거시설을 기준으로 신규 건립을 추진할 경우 관사는 4745억여원, 간부 숙소는 2737억여원 등 총 7482억원이 과다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육군은 또 병영생활관 현대화사업 사업대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기존 병영생활관 전체 실태조사를 실시해 유휴시설·공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신축이 필요한 부대재배치 계획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육군은 활용 가능한 잉여 시설 117개 동을 파악하지 못한 채 병영생활관 시설소요를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육군은 건물안전등급 등 건물 노후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철거·신축 여부를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117개 동을 활용할 경우 간부숙소 등 추가 소요를 대체할 수 있어 총 1189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11만가구 수도권 신규택지 8월까지 지정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추진분당·일산 등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더불어민주당이 밝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기존 정부 공급정책에 민주당의 색깔을 입혔다고 보면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택지를 활용하되 애초 계획 물량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도심복합개발사업을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2·4 부동산대책’의 원활한 추진을 돕는다. 먼저 정부가 이달 택지지구를 지정하려다가 공직자 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정을 미뤄 왔던 11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를 오는 8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수도권 신규택지에 공급하기로 한 18만 가구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2·4 대책에서 밝힌 도심복합개발도 확대 추진한다. 도심복합개발의 경우 4차 선도사업지구를 지정해 11만 가구를 확보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복합개발부지와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1만 가구 더 공급한다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강하게 밀고 있는 ‘누구나 집’도 시범 사업으로 추진한다. 누구나 집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가 집값의 6~20%만 내고 10년간 장기 임대로 거주한 뒤, 최초 입주 때 가격으로 분양 전환되면서 시세 차익을 사업시행자와 함께 나누는 주택공급 방식이다. 이른바 이익공유형 주택이다.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구체적인 가구 증가 물량을 내놓지 못했지만 6개 신도시 공급계획(25만 가구)에서 10%만 늘려도 2만~3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줍줍 로또’ 사라진다… 무주택자 우선 공급

    ‘줍줍 로또’ 사라진다… 무주택자 우선 공급

    새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이른바 ‘줍줍’으로 통하는 무순위 물량도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28일 입주자 모집을 승인 신청하는 단지부터 시행된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계약 취소·해지 등으로 생긴 무순위 아파트는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성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로또 아파트’ 무순위 물량에 타 지역 다주택자 같은 ‘줍줍족’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개정된 규칙은 무순위 물량의 신청 자격을 기존 ‘성년자(지역 제한 없음)’에서 ‘해당 주택 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세대 구성원인 성년자’로 강화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나 세대원만 신청이 가능하다. 규칙은 또 지금까지 무순위 물량의 경우 재당첨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순위 물량은 일반청약과 동일한 재당첨 제한 규제를 받는다. 투기과열지구는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이다. 불법 전매나 공급 질서 교란으로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시행자가 회수해 다시 공급할 때 시세대로 받는 것도 제한된다. 시행자는 별도 입주자 모집의 승인 절차를 거쳐 공급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공급 가격이 적절한지 검토한 뒤 승인해야 한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을 이유로 다른 옵션을 끼워 파는 것도 금지된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은 발코니·가전제품·붙박이 가구 등 추가 선택 품목을 묶음 판매 형식으로 공급해 원치 않는 옵션을 억지로 구매하는 일이 잦았다. 앞으로는 추가 선택품목을 제공할 때 개별 비용을 표시해야 하고, 둘 이상의 추가 선택 품목을 묶음 판매할 수 없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잘 나가는 중국 기업 젊은 총수들 돌연 퇴진 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잘 나가는 중국 기업 젊은 총수들 돌연 퇴진 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지난 20일 중국에서 ‘빅 뉴스’가 날아들었다. 짧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TikTok·글로벌 버전)과 더우인(?音·중국 버전)으로 유명한 쯔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를 창업한 장이밍(張一鳴·38)이 올 연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사내 공지를 통해 “수개월 간 고민 끝에 CEO에서 물러나 회사의 장기적 계획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CEO의 직무와 잘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젊은 나이에, 사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손을 떼는 기업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장 CEO에 앞서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3위 핀둬둬(拼多多) 황정(黃崢·41) 창업자는 지난해 7월에 CEO직을 내던진데 이어 올들어 회장직마저 내놨고, 2018년 9월에는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 마윈(馬雲·54)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연부역강한 CEO들이 줄줄이 퇴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장 CEO의 후임은 회사를 공동 창업한 량루보(梁汝波)에게 맡기기로 했다. 량루보는 회사의 인사(HR)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원활한 임무 교대를 위해 6개월 간 함께 일할 예정이다. 비상장 기업인 만큼 주주 구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장 CEO가 쯔제탸오둥 지분을 20% 이상, 의결권은 5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거취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1983년 푸젠(福建)성 출생인 장 CEO는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트업 여러 곳을 거쳐 2012년 베이징에서 쯔제탸오둥을 창업했다. 쯔제탸오둥은 뉴스 앱 터우탸오(頭條)에 이어 더우인(틱톡)까지 연달아 성공시켰다. 틱톡은 미국 Z세대(10~20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며 사용 금지까지 내렸다. 쯔제탸오둥은 동영상 소셜미디어 외에 뉴스 서비스 진르터우타오(今日頭條), 온라인 교육 등이 주요 사업이며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500억 달러(약 283조원)로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특히 장 CEO가 30대 후반의 나이에 쯔제탸오둥이 기업공개(IPO·상장)를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정한 것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쯔제탸오둥은 올해 2분기에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쯔제탸오둥의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숨에 텅쉰(騰訊·Tencent)과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시총이 많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런 만큼 그의 퇴진은 미스터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산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기업에 대한 견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 CEO의 퇴진이 불확실한 정치 환경과 관련됐다는 얘기다. 마윈 전 화장이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금융감독 당국을 비판한 뒤 공산당과 정부가 본격적인 ‘인터넷 공룡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규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알리바바그룹에 대해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고, 디디추싱(滴滴出行)·메이퇀(美團)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불러 ‘군기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 기관은 지난달 ‘웨탄’(約談·예약 면담) 형식으로 중국의 인터넷 각 분야를 대표하는 테크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금융 사업 자제를 요구했는데 쯔제탸오둥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에 반발해 알리바바그룹의 최고 경쟁자로 떠오른 핀둬둬 황정 전 회장이 지난 3월 사임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돈다.상황이 이런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마윈:이 녀석 어릴 때부터 똑똑하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윈 전 회장이 실제로 한 말은 아니지만 현재 중국에서 빅테크기업들의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직접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쳐 29.4%의 지분을 통제하고 있는 데다 차등의결권(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그가 보유 의결권은 80.7%로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회장 사퇴로 한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모두 잃게 됐다. 중국 내 배달대행업계 1위 메이퇀 왕싱(王興) 창업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국의 규제를 ‘분서갱유’(焚書坑儒)에 빗댄 한시를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왕 CEO는 지난 6일 트위터와 비슷한 중국 SNS인 판퍼우(飯否)에 당나라 시인 장갈(章碣)이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렸다. 28자로 된 이 한시는 “책 태운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 산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유방과 항우는 원래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중국에서 체제 비판적인 시로 읽힌다. 왕 CEO가 이 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 CEO의 퇴진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CEO들이 회사 경영에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보니 이들의 잇단 퇴진에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9월 당시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의 퇴진에 대해 “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징조가 전혀 없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마 회장이 신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유시보의 논리는 이렇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로 분류되는 마윈 전 회장이 시진핑 정권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그룹에 장 전 총서기의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마 회장도 장 전 총서기 계열로 비쳐졌다. 중국 당국은 2015년 5월 중국 증시 폭락사태를 두고 마 회장이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도와 공매도(주식을 빌려 판 뒤 가격이 하락하면 그 주식을 사서 갚는 과정에서 시세사익을 챙김)를 통해 대규모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암묵적으로 비판했다. 마 회장은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 류윈산(劉雲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 등 장쩌민 계열 인사들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인사들은 시진핑 정권 들어 ‘부패 척결’의 미명 아래 제거됐다. 류러페이는 2015년 10월 외화유출 및 불법 자금 수수 등 혐의로 체포됐고, 장즈청은 권력 남용을 통해 1000억 위안대 재산을 모았다는 정황이 드러나 공안 당국에 붙잡혔다. 이들 외에도 시진핑 정권이 반부패 사정 칼날을 겨눈 장쩌민 계열 기업인에는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 회장, 왕젠린 (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자유시보는 시진핑 주석은 성장 둔화와 채무 압력, 자금 유출에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샤오 회장과 우 회장, 왕 회장과 함께 천이(陳毅)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왕젠(王健) 전 하이항(海航) 그룹 회장 등을 부패 척결의 이름으로 숙청했다고 주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vs “규제 해제 미진해”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vs “규제 해제 미진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에 대한 전문가 반응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또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 중 1주택자에 한해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 임대사업자에 대해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등록말소후 6개월 이내에 중과를 배제하기로 했다. 종부세는 ▲과세기준 9억원에서 12억원 상향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 ▲현행유지 및 공정가액비율 90% 동결, 납부유예 제도 도입 등 안이 의총에 올라왔지만 당내 의견이 갈려 내달까지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의 의견을 정리해 본다. ●종부세 공시가 상위 2% 부과… 6월로 연기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세금 부담은 집값이 올라서 늘어나는 것이지 정부가 근본적으로 접근하려면 집값을 먼저 잡아야 한다”며 “세율 완화로 가면 또 집값을 상승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세율 완화에 대해 반대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종부세 상위 2% 부과는 주택 부동산에 따라 국민을 서열화하고 계급화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정책”이라며 “금액 기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을 2%와 98%로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부동산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은형 한국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상위 2%는 물가변동 등의 사회변화를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다”며 “향후에도 별다른 조치없이도 가능하기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상위 2%라면 공시가 기준 12억원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위 2% 과세는 과거 종부세를 9억원으로 정한 것과 비교하면 과세기반이 넓어졌다”며서 “비율로 정한 것은 인두세와 비슷하니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 2%를 정확하게 줄 세울수 있는지도 사실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LTV 최대 70% 확대 … “조건 까다로워”vs“거품 걷어야”민주당은 무주택자에게 LTV 우대율을 추가 10%p 적용해 최대 20%p로 확대했다. 무주택 세대주의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현행 8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에는 현행 9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1000만원 확대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LTV 적용 대상 주택들의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예상된다”며서 “젊은 층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있기에 LTV를 모두 적용받아 대출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는 “주택은 자기 자본으로 사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대출이 불가피하다”며 “규제를 완화했으니 긍정적이지만 경제 규모나 물가에 반영해 조금 더 올려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DSR 산정시 장래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의 장래 소득을 어떻게 추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의 집값에 끼어 있는 거품을 걷어내야지 LTV를 완화해 사라고 부추길 것이 아니다”며 “거품 없는 주택에 대해 실수요자들이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자산관리원장은 “부부합산 소득에서 1000만원 상향 한 것은 많이 미진해 보인다”며 “LTV 대출에는 조건이 많이 붙어있어 까다롭다”고 말했다. ●임대등록업 개선… “시장 영향 미미”vs“매물 늘어나 것” 매입임대는 페지되고, 작년 7월 이전에 등록한 사업자에 대해 매매시 6개월간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했다. 즉 올 연말까지 임대사업자가 매물을 많이 내놓도록 유도한 것이다. 고 원장은 “임대사업자들은 눈여겨 볼만한 개선이지만 시장 안정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임대 사업자가 내놓은 매물 유형은 소형 평형이거나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택유형과는 맞지 않아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면서 매물 유통량을 늘리는 순기능이 있겠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대도시 살인범죄 32% 증가...너도나도 경찰예산 ‘증액’ 바람

    美대도시 살인범죄 32% 증가...너도나도 경찰예산 ‘증액’ 바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줄줄이 삭감됐던 미국 대도시의 경찰·치안 관련 예산이 1년 만에 다시 복원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경찰서 신설을 취소하기로 했던 지난해 결정을 번복, 올해 관련 예산 9200만 달러(약 1029억원)를 원상복구시켰다. 브랜든 스콧 볼티모어시장은 최근 경찰 예산을 2700만 달러 늘려 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했다. 지난해 시의원 시절 자신이 주도해 감축시켰던 예산 2240만 달러보다도 460만 달러나 더 많은 액수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시장도 지난해 삭감된 1억 5000만 달러의 경찰 예산 가운데 3분의1인 5000만 달러의 복원을 시의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오클랜드의 리비 샤프 시장도 올해 삭감분 2900만 달러 중 330만 달러를 지난달 복원시켰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와 강력사건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샤프 시장은 2400만 달러의 추가 증액을 시의회에 요청 중이다.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들에서는 지난해 경찰 예산 삭감이 유행처럼 번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 속에 경찰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여 그 돈을 사회복지 등 분야로 돌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수용한 결과였다. 지난해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하면서 비롯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는 여기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주요 도시에서 범죄가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이면서 치안 수요가 전보다 더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들의 살인사건은 32.2%나 증가했다. 경찰과 범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경찰인력 감축 등을 범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 예산이 다시 늘어나게 된 데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여력이 커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가는 속에 경기회복과 연방정부 지원 확대 등으로 곳간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경찰행정연구포럼 척 웩슬러 이사는 “경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을 더 늘리고 잘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며 “예산을 줄이는 것이 경찰행정 개선의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WSJ에 말했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 ‘위안화 딜레마’ 빠진 中…“혼자만 잘 나가도 문제”

    ‘위안화 딜레마’ 빠진 中…“혼자만 잘 나가도 문제”

    중국 위안화 환율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7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069위안 내린 6.4030위안으로 고시했다. 2018년 6월 14일(6.3962) 이후 최저치다. 위안화 환율은 미중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7월 중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가 이후 경제의 빠른 정상화 기대감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위안화 환율이 6위안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환율 하락(가치 상승)에 미중 간 금리차가 커지면서 외국 자금이 중국 증시로 밀려들고 있다. 홍콩거래소와 상하이·선전거래소 교차거래 시스템(후강퉁·선강퉁)을 통해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북향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 25일(하루 기준) 217억 위안(약 3조 8000억원)에 이른다. 2014년 교차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대다. 외국인이 중국 증시로 몰리는 것은 최근 주가 약세, 기업 실적 개선과 위안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 상승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위안화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란 관측도 위안화 강세도 부추기고 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추가로 용인함으로써 가격이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 수입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내수 위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환 중국으로선 위안화 강세로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를 북돋우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빠른 환율 하락은 경계하고 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아시아 외환 담당 수석전략가는 “중국의 1분기 성장 모멘텀 둔화를 감안할 때 인민은행도 위안화 강세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수출 감소뿐 아니라 외국자금 유입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인민은행의 레버리지(차입) 안정화 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달러당 6.4위안에 근접했을 때 ‘큰손’인 국유은행들이 달러화를 사들이면서 위안화 흐름을 조절하려 했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동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서 조사한 경찰

    아동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서 조사한 경찰

    ‘3세 아이를 학대한 배우자를 경찰에 고소한 A씨는 경찰관이 가해자인 배우자와 피해자인 아이를 한자리에서 같이 조사하는 것을 보고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인 B씨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고소하려고 경찰서를 방문했다가 사소한 일까지 신고한다며 퇴짜를 맞았다.’ 일반 시민들의 경찰 관련 고충민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부터 최근 4년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경찰 분야 고충민원은 모두 5458건이다. 2017년 667건에서 2018년 733건, 2019년 1634건, 2020년 1745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년간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679건이 접수됐다. 민원 내용을 분야별로 보면 수사 관련 사안이 4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찰행정과 관련된 내용이 25.8%, 교통사고·단속 분야가 21.3%를 차지했다. 권익위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871건의 경찰 분야 고충민원을 해결했고, 이 가운데 당사자간 합의로 해결된 사안이 613건, 시정을 권고하거나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식 표명한 사안이 25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찰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권익을 침해 받았을 때는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센터(국번없이 110)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NYT “코로나 백신 면역력 수년 간 지속된다”

    NYT “코로나 백신 면역력 수년 간 지속된다”

    코로나19 백신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최소한 1년 이상, 어쩌면 영구 지속될 수 있고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계속되는 우려를 잠재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기억하는 메모리 B 세포가 골수에 남아 있어 필요할 때마다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생물학연구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된 또다른 연구 결과는 이처럼 기억력을 가진 세포들이 초기 감염 이후 적어도 12개월 동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숙해지고 더 튼튼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1년 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두 가지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에서 회복돼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추가 백신 접종(부스터샷)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미 펜실베니아대학 면역학자 스콧 헨슬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이러한 바이러스는 몇 년마다 크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면역력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변이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해 생산되고 백신 접종으로 강화된 메모리 B 세포는 바이러스 변이까지도 방해할 정도로 강력하다. 미 뉴욕 록펠러 대학의 면역학자 미셸 누센츠바이그 박사는 “코로나에 감염돼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항체를 진화시킨다. 나는 이렇게 진화된 항체들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백신 접종만으로 면역력을 갖춘 사람의 경우 면역 기억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추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는 감염됐다 회복됐지만 강력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극소수의 사람들 역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줍줍 아파트’도 무주택자에게 공급

    ‘줍줍 아파트’도 무주택자에게 공급

    새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계약취소 등으로 나온 무순위 물량도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이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28일 입주자모집을 승인신청하는 단지부터 시행된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계약 취소·해지 등으로 생긴 무순위 아파트는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성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로또 아파트’ 무순위 물량에 타지역 다주택자 등 ‘줍줍족’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개정된 규칙은 무순위 물량의 신청 자격을 기존 ‘성년자(지역제한 없음)’에서 ‘해당 주택 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세대 구성원인 성년자’로 강화했다. 이렇게 하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나 세대원만 신청이 가능하게 된다. 규칙은 또 지금까지 무순위 물량은 재당첨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순위 물량은 일반청약과 동일한 재당첨제한 규제를 받는다. 투기과열지구는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이다. 불법전매나 공급질서 교란으로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시행자가 회수해 다시 공급할 때 시세대로 받는 것도 제한된다. 시행자는 별도 입주자모집 승인 절차를 거쳐 공급하고, 지자체는 사업주체의 주택 취득금액이나 부대비용 등을 고려해 공급가격이 적절한지 검토한 뒤 승인해야 한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을 이유로 다른 옵션을 끼워 파는 것도 금지된다. 지금은 분양가상한제 대상 주택이 아닌 일반 주택은 발코니·가전제품·붙박이 가구 등 추가 선택품목을 묶음판매 형식으로 공급해 원치않는 옵션을 억지로 구매하는 일이 잦았다. 앞으로는 추가 선택품목을 제공할 때 개별 비용을 표시해야 하고, 둘 이상의 추가 선택품목을 묶음 판매할 수 없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용산공원 북쪽 미군기지 3만㎡ 공원으로 편입

    용산공원 북쪽 미군기지 3만㎡ 공원으로 편입

    서울 용산공원 북쪽 주한미국대사관이 소유한 ‘캠프코이너’ 기지 가운데 대사관 직원 숙소를 지으려던 땅(3만 236㎡)이 용산공원으로 흡수된다. 대신 국토교통부는 용산 철도고 옆에 들어서는 아세아 아파트 150가구를 기부채납 받아 주한미국대사관에 넘겨준다. 국토부와 주한미국대사관과 27일 두 부동산을 교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이에 따라 용산공원은 북쪽으로 3만㎡가량 더 넓어지고 용산 후암동 등 북쪽에서 접근성도 개선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용산공원 북쪽의 옛 방위사업청 부지(9만 5600㎡)를 용산공원으로 편입하는 등 공원 면적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현재 공원 부지는 300만㎡다. 국토부는 숙소 예정지를 용산공원 조성지구에 편입해 공원으로 만들고 북쪽에서 들어오는 출입구도 지을 계획이다. 미국대사관은 애초 직원 숙소를 지하철 숙대입구역에서 용산고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담장을 따라 용산공원의 북단과 나란히 길게 지어질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용산공원 북쪽인 청파동이나 후암동에서 공원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우회해야 했다. 아세아아파트는 용산 미군부대, 국군 복지단, 군인아파트 등 군부대 용지로 쓰이던 땅을 부영그룹이 사들여 짓는 아파트다. 한미 양측은 2025년 1월 아세아아파트 준공 시점에 맞춰 부동산 소유권을 교환할 예정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LH, 다주택자 직원 승진 제한...내부 혁신안 마련

    LH, 다주택자 직원 승진 제한...내부 혁신안 마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다주택자 직원에 대해 승진을 제한하고, 부동산 취득 제한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되면 즉시 직권면직하기로 했다. LH는 최근 최근 제2회 LH 혁신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강력한 내부 혁신방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LH는 실거주 목적 이외의 다주택자와 투기행위자에 대한 상위직 승진을 제한하는 등 채용·복무·승진·평가를 비롯한 인사제도 모든 과정에서 공직 기강과 청렴성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 정서와 괴리된 사회적 물의 행동을 유발해도 직위를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부정·비리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LH는 임직원 부동산 보유 현황 등록을 이른 시일 안에 마치기로 했다. 오는 10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부동산 신고·등록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지난 10일부터 임원진과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등록하고 있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 의혹을 원천 차단하고자 택지개발 등 중요 정보 접근 권한 통제를 강화하고, 내부정보 유출 방지 시스템도 조기에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문제가 된 매입 임대주택의 매입절차·매입기준에 대한 불공정 의혹에 대해서도 업무 추진과정 전반을 자세히 분석·점검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 주택 매입 제한대상을 현직 직원과 직계가족에서 퇴직 직원 소유 주택까지 확대하고,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시 시행해 불공정·부조리가 확인되는 경우 즉시 수사 의뢰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기로 했다. LH가 발주하는 공사의 입찰·심사에 내부 직원은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LH는 입찰·심사 과정의 전관특혜 의혹과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건축설계공모 심사위원을 전원 외부위원으로 교체했다. 전·현직 임직원의 사적 이해관계 모임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김준기 LH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LH가 본연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2·4대책’ 등 주택공급확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내부 통제를 겹겹이 강화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해 청렴·공정·투명한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전통종이 제조 김삼식·신현세·안치용, 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 인정 예고

    전통종이 제조 김삼식·신현세·안치용, 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 인정 예고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김삼식(왼쪽·75), 신현세(가운데·74), 안치용(오른쪽·62)씨를 인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한지장은 우리나라 전통 종이 제조 기술을 보유한 장인으로, 현재는 홍춘수(79)씨가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다. 경북 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보유자인 김씨는 1955년부터 67년째 한지를 제작해 왔다. 한지 생산을 위한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도구와 설비 등을 현대화하면서도 전통성을 고수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았다. 경남 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인 신씨는 1961년에 입문해 보수·복원 및 사경용 전통한지를 특화해 생산하고 있다. 1981년부터 한지를 제작한 안치용씨는 충북 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2013년 별세한 류행영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에게 한지 제작 기술을 배워 숙련도가 높다. 문화재청은 이번 한지장 보유자 인정을 위해 2년간 현장실사, 무형문화재위원회 검토를 진행했다. 앞으로 30일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지장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김창열 ‘물방울’ 14억 자체 경매 최고가

    김창열 ‘물방울’ 14억 자체 경매 최고가

    지난 1월 별세한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홍콩 경매에서 14억원에 낙찰돼 작가의 자체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매사 크리스티 코리아는 지난 24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이브닝 경매에서 김창열의 1978년작 ‘CSH 1’(182×227.5㎝)이 985만 홍콩달러(약 14억원)에 낙찰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추정가 약 7억~8억 7000만원을 크게 웃도는 가격이다. ‘물방울’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기존 경매 최고가 작품은 지난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10억 4000만원에 낙찰된 1977년작 ‘물방울’(161.5×115.7㎝)이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크고 작은 사각형… 단색이지만 다색… 평면이지만 입체

    크고 작은 사각형… 단색이지만 다색… 평면이지만 입체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건 용서 못해요. 변화해야 합니다.” 89세 노화가의 눈빛은 형형했고, 어조는 단호했다. 독창적인 격자 구조 화면으로 한국 단색조 추상의 한 획을 그은 정상화 화백은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 대가임에도 여전히 새로운 예술에 목말라했다. “작품 속에 나의 핏줄이 있고, 심장 박동이 있다”는 그의 말은 지치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수행으로 한평생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값진 자부심일 것이다.정 화백의 60년 화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9월 26일까지 펼쳐진다. 전시 제목은 ‘정상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가 된 그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만나는 자리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 신입생이던 1953년에 그린 ‘자화상’을 시작으로 전위적인 표현주의적 추상 실험을 거쳐 1970년대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그리고 1990년대 격자화의 완성과 심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평면 작업의 지평을 넓혀 온 과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학창 시절 정물화나 인물 크로키 같은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던 정상화는 졸업 후 한국현대미술가협회, 악뛰엘 등의 단체에 참여하며 즉흥적이고 격정적인 표현주의 추상에 몰두했다. 전후 폐허가 된 현실에 대한 충격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광기처럼 분출된 시기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정 화백은 “남이 못 하는 걸 하려고 했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1967년 가족을 두고 홀로 프랑스 파리로 떠난 이유도 “내 눈으로 직접 바깥세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해외 체류는 1992년 영구 귀국 때까지 일본 고베와 파리 등에서 25년간 이어졌다.격자형 화면 구조는 수많은 추상 실험 끝에 찾은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 기법이다. 캔버스 윗면에 고령토를 3~5㎜ 두께로 발라 건조시킨 다음 뒷면에 미리 그어 둔 선에 맞춰 캔버스를 접으면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크고 작은 사각형들이 드러난다. 사각형에서 고령토를 칼이나 조각 도구로 뜯어낸 뒤 물감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화면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현한다. 정 화백은 “화가들이 붓으로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처럼 나는 드러내고, 메우고, 다시 드러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화면에 설득력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작업을 멈춘다”고 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반년에서 1년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조수를 한 번도 두지 않고, 혼자서 작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수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평면이되 ‘입체적인 평면’이고, 단색이지만 ‘다색의 단색’이다. 그는 “백색 단색화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흰색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종이와 프로타주(탁본 기법) 등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발표 작품들도 소개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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