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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경제 전쟁과 기업가 정신/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경제 전쟁과 기업가 정신/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한국 경제에 포연이 자욱하다.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다니고 곳곳에서 포탄이 터지는 형국이다. 한창 가열된 글로벌 경제 전쟁의 포성이 요란하다. 물가는 너무 오르고 기업을 경영하기는 갈수록 어렵다는 아우성이 넘쳐 난다. 경제 전쟁의 부상이 속출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밝힌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 2962개사의 올 2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4.3%로, 1분기(0.4%)보다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3.6%로, 전년 동기(7.1%)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외감기업의 성장성은 악화됐고 수익성은 둔화됐다는 얘기다. 올해 세수는 60조원가량 펑크가 예상된다고 한다. 실적 부진으로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예상만큼 걷히지 않는 까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7월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4%로 낮아졌다. 세계 경제는 3.0%다. 한국 성장률이 글로벌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장기화된 경제 전쟁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6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9월 통화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가격배율은 올해 기준 26배로, 주요 80개국 중위값 11.9배를 웃돈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보니 결혼도, 출산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78명으로 세계 최저다. 2050년 인구 4000만명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중국의 애국적 소비주의 등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쟁은 한층 격렬해졌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쉬운 때가 있었으랴. 오늘날 국제 경쟁력을 가진 우리 기업 대다수는 일제강점기에 창업했다. 식민지 수탈경제를 기반으로 한 일제시대는 한국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통제했다. 특정 산업에서는 한국 기업이 아예 발도 내딛지 못하게 틀어막았던 당시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독립 투쟁에 투신하는 것 못지않게” 여겼을까.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결국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에게 달려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투자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절박함을 표했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3대 자동차로 도약시킨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발로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기회가 보이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정신이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나오고 혁신도 따른다. 그 결과 나라에는 세금을, 국민에겐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배 만드는 도크도 없이 ‘미포만 사진과 500원짜리 지폐’로 선박을 수주한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일화도 이런 기업가 정신을 상징한다. 기업가 정신이 오늘날 한국이 안은 온갖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완화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기업가 정신이 최근 쇠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풀리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한 탓이리라. 그래도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기댈 것은 기업가뿐이다. 경제 전쟁에 패하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장래도 암울해진다. 기업가 정신을 역동적으로 고취하는 건 돈을 쓰지 않고 하는 투자다.
  • [인사]

    ■매일경제신문 ◇편집국 △국차장 겸 디지털전환팀장 김대영△산업부장 황인혁△경제부장 송성훈△컨슈머마켓부장 황형규△디지털뉴스부장 남기현△지식부장 이진명△사회부장 노원명△선임기자 이향휘△선임기자 서찬동△과학기술부장직대 김기철△콘텐츠기획부장직대 이호승△금융부장직대 김규식△부동산부장직대 이한나△정치부장직대 신헌철△글로벌경제부장직대 한예경△증권부장직대 박용범 △벤처중기부장직대 고재만△오피니언부장직대 이지용 ◇논설실 △논설위원 채수환△논설위원 김병호
  • [세종로의 아침] ‘오펜하이머’와 절멸/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오펜하이머’와 절멸/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국제부 기자로서 ‘오펜하이머’는 보고 또 봐야 할 영화다. 736쪽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3시간으로 옮겨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의 연출력이 대단했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줄리어스 오펜하이머의 내면을 그리면서도 당대를 주름잡던 물리학자들, 정치인들, 군인들과의 관계를 촘촘하게 엮었다. 1940~50년대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이렇게 손에 잡힐 듯 전해준 영화가 또 있나 싶다. 배경을 정확히 알고 관람했어야 할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그가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해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를 되뇌며 첫 원자폭탄 실험을 산스크리트어 ‘트리니티’라 부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을 정확히 읽어내기 힘들었다. 독일 과학자들이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원자폭탄의 원리를 파악하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실험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그는 나치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모든 부담을 떠안는다. 그의 엄청난 추진력과 집중력에 힘입어 미국은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원자폭탄을 만들고 일본의 두 곳에 떨어뜨려 태평양전쟁을 끝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매진해야 한다며 수소폭탄 개발을 한사코 주장하는 에드워드 텔러를 쫓아내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회의에 참석해 진전 사항을 보고하라고 했다. 기자에게는 원폭 투하 이후 소련에 제조 기술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힘겨워하면서도 달관한 듯, 왠지 모르게 즐기는 듯한 오펜하이머를 그린 영화 후반부가 더욱 흥미로웠다.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낸 인물이 뻔뻔하게 손을 내밀어도 씩 웃으며 맞잡아 준다. 의회의 비공개 심문에도 시달린다. 스트로스는 인류를 핵재앙으로 이끈 데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교자인 척 군다고 폭로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 접견 장면. 수소폭탄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핵감축 협정에 나서라고 주장하는 오펜하이머를 매몰차게 쫓아낸 대통령은 비수를 날린다. “징징거리는 애들은 앞으로 내 방에 들이지 마!” 원자폭탄 실험이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둔 뒤 폭탄을 싣고 떠나는 그로브스 대령이 “(당신네 과학자들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을 때 그는 벌써 알았을 것이다. 뭐든지 빨리 배우고 익히는 오펜하이머가 이렇게 될 줄 몰랐을 리 없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 것이란 것, 러시아가 5977개, 미국이 5428개(지난해 미국과학자연맹 집계) 갖는 데 이를 것이란 것을 몰랐을 리 없다. 해서 마지막 장면이 원자폭탄들이 구름 위로 치솟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그의 얼굴이었던 것은 너무 당연했다.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가 계속 떠오른 것은 두 영화가 절멸(絶滅)에 대한 두려움을 깊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 앞 대목은 옥수수밭이 불타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야만 생활이 가능한 지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는데 지금 우리는 묵시록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하고 있다. 세상은 훨씬 여러 갈래가 됐다. 80년 전처럼 미국과 소련이란 강력한 주도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감축 협상이 중단된 것이 3년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에 각자도생이다. 오펜하이머도 느꼈듯, 더 공포스러운 것은 폭탄이 아니라 인류, 사람들이었다.
  • “아이에게 ‘밥 먹었냐’ 외 할말이 없다면”…성평등 돌봄 양육자 특강

    “아이에게 ‘밥 먹었냐’ 외 할말이 없다면”…성평등 돌봄 양육자 특강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서울시 성평등주간(9월 1~7일)을 기념해 ‘성평등 돌봄을 위한 양육자 인문학 특강’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다음달 2일부터 7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특강이 열린다. 우선 다음달 2일 오전 10시에는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가 ‘아빠 사랑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남성 양육자만 신청할 수 있다. 센터는 “‘밥 먹었냐’ 외 자녀에게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 모르겠거나 윽박지르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남성 양육자 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강은 로리주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장이 ‘당신은 괜찮은 엄마·아빠·양육자입니까’라는 주제로, 3강은 이유진 한겨레신문사 선임기자가 ‘인공지능 시대의 똑똑한 엄마’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는다. 마지막 4강은 태희원 충남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자녀와 거래하는 엄마들’에 대해 강연한다. 1강을 제외한 특강 모집 대상은 성평등한 양육을 실천하고 싶은 양육자다. 부모 뿐 아니라 고모, 이모, 삼촌, 조부모 등 친인척도 참석할 수 있다. 신청은 오는 31일까지 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구글폼을 통해 하면 된다.
  • [세종로의 아침] 유커의 귀환…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유커의 귀환…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했다.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이후 6년 반 만의 일이다. 해외 출장 중에 이런 소식을 접했다. 동행한 관광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중국 관광객(유커)의 유턴 소식은 줄곧 화제가 됐다. 유커의 귀환이 반길 일인 건 맞다. 한데 얼마나 반길 일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어 보였다. 결론은 대체로 심드렁했다는 거다. ‘그래서 뭐?’ 정도라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첫째,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면세점 등 유통업계와 화장품업계, 중국 자본의 여행업체 등이다. 관광산업이 거의 절멸 상태였던 코로나 시국에도 사실 이들은 이른바 ‘직구’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여기에 이른바 ‘객단가’가 높은 단체관광객이 합세하면 수익은 더 늘어날 터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거둔 수익이 사회 곳곳에 골고루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방문위원회가 단적인 예다. 애초 한국방문위가 출범할 때는 민간에서 돈을 대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돈에 인색했다. 고린 동전 한 푼 내놓지 않았다. 관광객들에게서 갈고리로 돈을 쓸어 담을 때조차 면세점, 화장품업계는 나 몰라라 일관했다. 결국 한국방문위는 정부 관광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관광 활성화를 세금에만 기대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민관이 함께 혹은 순수 민간 조직이 국내외 홍보를 펼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실 그게 맞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광 홍보가 국가의 몫이라고 보는 견해가 팽배하다. 그렇다 보니 곰은 혈세를 뿌리고 이익은 왕서방이 챙기는, 기막힌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중국 자본의 업체들에 이익이 쏠리는 현상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다. 예컨대 면세사업자들이 국내 업체엔 10% 안팎의 수수료를 주면서 중국 자본의 업체엔 두어 배를 더 줬다. 그 탓에 국부 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상식적으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왜 수수료가 비싼 곳과 거래를 하지? 키포인트는 ‘많은 수요자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중국 업체들은 확실하게 ‘물어다’ 준다. 그러니 더 많은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 보면 이런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이 변덕을 부리고, 감염병이 관광산업을 직격하는 동안 관광 접점의 인력과 설비 등 대부분의 자산이 빠져나갔다. 현재 국내 관광산업의 토대는 거의 헐벗은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이 상황에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버스 임차료, 가이드 비용 등이 치솟을 것이다. 숙소 부족에 대한 지적들도 틀림없이 나올 터다. 외국계 공유숙박업체들은 더 많은 국내 시장 개방을 압박할 테고, 숙소 부족을 해결하라며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근데 부디 냉정하시라. 시장원리에 따르면 된다. 필요한 이들이 숙소를 마련하고, 운영하고, 관광객의 식사를 준비하고, 물건을 팔 터다. 그 일을 혈세로 보전해 줄 일은 아닌 듯하다. 셋째, 여기에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까지 더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유커의 귀환에 반색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대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 [부고]

    ●조정수씨 별세, 이균용(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씨 모친상=2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1호, 발인 22일 오전 8시 30분. ●이영임씨 별세, 김규환(데일리안 국제에디터·전 서울신문 국제부 선임기자)씨 장모상=21일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22호실, 발인 23일 오전 11시.
  • 에너지 자원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한 호주 다윈 LNG터미널을 가다

    에너지 자원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한 호주 다윈 LNG터미널을 가다

    터미널, 거대한 구조물에 그물처럼 얽힌 파이프라인 200㎞ 지난 16일 기자 일행이 호주 북준주 주도 다윈 시내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달리자 마주한 거대한 탱크와 철제 구조물.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이다. 바다와 접한 70헥타르(21만여평)의 시설에는 철제 구조물 속에 다양한 두께의 파이프라인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었다. 공장 내부의 배관 길이는 200㎞에 이른다. 공장에 들어서자 ‘윙윙’ ‘웅웅’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투어 전, 스마트폰을 반입을 금지한 회사 관계자들이 안전모와 고글을 물론 한쪽 귀에 소음 차단 귀마개를 착용하라고 강조한 이유를 알 듯했다. 공장 인근은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도록 평평하게 정지돼 있었다. “年60만톤의 CO2 포집…저장소 없어 연소해 대기 방출” 다윈 LNG 터미널은 북서부 바다로 500㎞ 떨어진 동티모르의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해와 천연가스에 포함된 6%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액화하는 공장이자 LNG 운반선에 싣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터미널 운영사인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의 리처드 힝클리 청정에너지 및 개발총괄 담당 이사는 “저기는 보이는 거대한 은색 탱크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재생탑이다. 흡수제 아민을 이용해 연간 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며 “과거 20년동안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고, 저장할 곳이 없어 연소해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바유운단 파이프라인, CO2 이송용 연결 작업도 한창 LNG 터미널의 다른 한쪽에서는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분리·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모아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바유운단 가스전은 이르면 연말쯤 고갈된다. 하워드 스미스 북준주 CCS 담당 부장은 “가스전이 고갈되면 일자리가 사라져야 되지만 재활용하면서 다윈뿐 아니라 동티모르에도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바유운단 가스전, 年 CO2 1000만톤씩 25년간 넣을 수 있어” 동시에 SK E&S가 1조 5000억원(지분 37.5%) 투자한 바로사 가스전은 2025년쯤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윈 북쪽 380㎞ 바다에서 추출한 바로사 가스를 배관으로 다윈 LNG터미널로 옮겨와 정제하는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저장하는 이른바 ‘바로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를 연 1000만톤씩 25년동안 넣을 수 있다. 힝클리 이사는 “바유운단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배관으로 재활용된다”며 “기술적 장벽은 다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바유운단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도 끝난 상태다. SK E&S, CCS 사업 위해 LNG터미널·바로사 가스전에도 투자 SK E&S는 이런 CCS 사업을 위해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터미널 지분 25%를 인수했다. 바로사 가스전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 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 바유운단 고갈가스전에 저장하는 것이다. 가스전 개발과 동시에 인근에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를 확보해 탄소 포집·저장(CCS)을 하는 것으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에너지 업계에서 혁신적 사례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으로는 SK E&S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북준주 부수상 “천연가스는 에너지전환 중간단계로 지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호주 정부 차원의 기대감도 느낄 수 있었다. 니콜 매니슨 북준주 부수상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중간 단계’로 천연가스와 CCS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깊이 연관된 바로사 프로젝트는 향후 수십년간 많은 경제적 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것이기에 북준주는 계속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보웬 호주 연방정부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서면 인터뷰에서 “CCS가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는 CCS 기술에 대한 규제의 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유운단, CO2 수입 여력도 충분…고갈됐지만 일자리도 창출” 바로사 가스전에서 국내로 도입 예정인 LNG는 연 평균 130만톤으로, 이는 국내 소비량의 3%에 해당한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는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들어설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될 예정이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포집후 수송선을 통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된다. 스미스 부장은 “바유운단 가스전은 1000만톤은 저장할 수 있지만 바로사 가스전에서는 연 200만톤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산화탄소를 수입할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탄소 국경 이동 위해 런던의정서 비준 및 IMO 기탁도 필요 일종의 해양 폐기물인 이산화탄소를 다른 나라로 보내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간 조약 체결과 런던의정서 비준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스미스 부장은 “이산화탄소의 국경 통과를 위한 런던의정서 수정안이 지난 3일 연방 하원을 통과됐고, 상원도 다음달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 런던의정서 개정안을 비준하고, 결의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기탁해 했다. 런던 의정서 당사국이 아닌 동티모르의 경우 양자 또는 다자간 협정과 IMO 통지 과정이 필요하다. 다윈(호주) 이기철 선임기자
  • 세계 최대 CCS 실증센터 곳곳엔 관측정…“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결과 주민과 공유”

    세계 최대 CCS 실증센터 곳곳엔 관측정…“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결과 주민과 공유”

    “지하 2000m의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염수를 포함한 지하 지층)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전하게 관리된다. 가스전은 수백만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질에 위치한 데다 그 위에는 누출을 막는 덮개 역할을 하는 지층도 몇 겹 된다.” 15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OITC)’를 방문한 기자들을 현장으로 안내하던 폴 바라클로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설명이다.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차로 3시간 남짓 달려야 도착하는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오트웨이 실증센터. 위는 푸른 초원으로, 소떼가 풀을 뜯고 있지만 발밑에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저장고가 숨어 있다. 호주 국책 연구기관인 CO2CRC가 2004년부터 20년째 운영하는 이 실증센터는 여의도 면적의 약 두 배인 4.5㎢로, 세계 최대 규모다.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시설로 가는 길에는 소떼의 배설물로 질척거렸다. 시설에는 양떼와 소떼의 접근을 막고자 철망이 둘러쳐졌다.이곳은 CCS 실증센터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약 2㎞ 떨어진 인근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데다 지하에는 그동안 안전하게 천연가스를 저장했으나 가스를 다 뽑고 텅 빈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도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매설한 파이프라인으로 끌고 와 지하 저장소인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에 주입하는 구조다. 바라클로그 COO는 “고갈된 가스전 위에 있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층이 일종의 마개 역할을 한다”며 “이산화탄소는 누출되더라도 석유나 가스와는 달리 불도 붙지 않고, 비교적 다루기 쉽다”고 강조했다. 실증센터는 2008년부터 주입한 이산화탄소 9만 5000톤을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주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저장된 대용량의 이산화탄소의 움직임과 지중 압력 등에 대해 관측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실증센터에는 이산화탄소 저장층과 연결된 관측정이 곳곳에 뚫려 있다. 바라클로그 COO는 “광섬유를 이용한 3단계 관측정에서는 이틀 간격으로 이산화탄소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지진 관측은 물론이고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물과 만나 고체인 탄산염으로 변하는지도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결과는 주민과 환경단체들과도 공개한다. 또 매년 3월 이들을 초대해 현안을 공유하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영리단체가 아니어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땅 주인에게 토지 임대료와 사용료를 지급한다”고 말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S 기술이 없다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CC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단일 기술로는 탄소 감축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수치다. 오트웨이 실증센터에는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기술 고도화 투자와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석유 메이저인 셰브론은 오트웨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1600만 호주달러(138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CO2CRC 역시 약 4000만 호주달러(346억원) 규모의 외부 펀딩도 계획하고 있다. 엑손모빌·쉘·BP 등 글로벌 오일·가스 기업들도 협업에 나섰다. 작년 2월 CO2CRC는 SK E&S를 비롯해 한국 K-CCUS추진단, 한국무역보험공사와 CCS 사업 협력 관련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CCS 기술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도 현장 적용을 위해 여기에서 실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트웨이 이기철 선임기자
  • [세종로의 아침] 기술 탈취와 피해자 코스프레/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기술 탈취와 피해자 코스프레/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소위 ‘빅테크’의 기술 탐욕은 끝이 없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2018년 혈액 산소 측정기를 만든 미국 마시모 설립자인 조 키아니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애플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죽음의 입맞춤”이라며 “처음에는 흥분하겠지만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애플이 마시모 직원 30여명을 두 배의 급여로 빼갔고, 2020년 애플워치에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달아 시중에 내놓았다. 키아니처럼 애플에 당한 발명가 등이 20여명에 이른다. 2012년 이후 미국 특허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은 애플이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대기업의 기술 욕심이 어디 애플뿐이랴. 혁신 기술은 기업의 생명줄이다. 그럴진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기술을 탈취하는 것은 강도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혁신 기술 보호에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국가가 총력전을 펴는 연유다. 국내에서의 고질적인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집권당이 최근 당정협의회를 통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5배로 늘리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도 상한액을 5배 또는 10배로 늘리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거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 탈취에 대한 배상액을 올리려는 국회의 행보는 늦었지만 의미가 깊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절차 진행의 신속성이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 하나만 믿고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데 안간힘을 쏟는다. 기술 탈취 문제가 해결에 수년이 걸리는 소송으로 비화되면 이들 스타트업은 변호사 선임 비용 마련은커녕 회사 경영도 엉망이 된다. 제풀에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지연작전도 기업의 전술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호화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대기업과의 소송전을 버틸 스타트업도, 벤처기업도 없다. 기술을 탈취한 증거는 가해자에게 있는데 피해 기업에 입증하라는 것도 개선 대상이다. 노이즈 마케팅 또는 피해자 코스프레도 없진 않겠지만 대다수는 법정으로 가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러들이는 격이다. 기술 탈취와 기술 보호에 관한 법령과 소관 부처는 중구난방이다. 특허청은 영업비밀 보호와 특허권·실용신안권 침해금지,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술자료 요구 금지,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기술자료 요구금지 및 임치제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핵심기술 보호 등으로 나뉘어 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그 성격이 산업기술이냐, 산업재산권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달라 혼란스럽다. 일원화하는 것이 기업에 유용해 보인다. 이런 제도 정비와는 별개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은 가능하다. 요즘 주목받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130억 달러(약 17조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2015년 설립된 오픈AI는 AI 광풍을 몰고 왔고, MS의 기업 가치는 치솟았다. 목소리 큰 경제단체들은 대기업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선 엄단하자면서도 국내 기술 탈취 문제에는 침묵 모드로 일관한다. 대기업과 기술 소송전이 붙은 스타트업은 나락이라는 것은 경제단체들도 잘 알고 있다. 재계 ‘맏형’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침 새 수장 출범과 맞물려 이런 문제를 상생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예컨대 전경련이 앞장서 기금을 조성해 기술 분쟁 중인 스타트업이 굴러가도록 지원하고, 분쟁의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에 추징하는 구조를 구축하면 어떨까. ‘그들만의 리그’를 대변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불식하고 산업계의 상생을 주도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빛나는 굴복’… 거듭 사과한 제국/송한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빛나는 굴복’… 거듭 사과한 제국/송한수 국제부 선임기자

    40년 전 파릇파릇한 우리들의 청년 김두황(1960~1983)은 참으로 희한한 죽음을 맞았다. ‘특수학적변동자’ 신분으로 엮여 뜬금없이 전방 군부대에 입대한 지 석 달 만인 그해 6월, 야간매복 근무 중 머리가 잘린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만다. 이른바 ‘녹화사업’에 불려가던 터다. 그러곤 줄곧 의문사로 남는다. 정부 진상규명은 도통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군 강제징집에서부터 몇몇 기관이 얽혔건만 어디에서도 한마디 사과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과연 “내가 한 일도 아닌데 왜”라는 인식에 묻혔기 때문인가. 요새 대한민국에 ‘사과’(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란 단어가 넘친다. 정치권에선 지겨울 판이다. 시답잖은 사과, 거짓 사과도 못 헤아린다. 최근 제주 4·3을 김일성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 여당 국회의원 발언에 제주도당이 대신 나섰다. 씁쓸하다. 발언의 당사자를 빼돌리고, 그나마 중앙당을 떠나 사과한다니 그다지 믿을 구석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차라리 ‘세비 한솥밥’ 정계를 먹칠한 일이라 야권에서 사죄의 변을 내놨다면 어떨까. 제주도당을 탓하는 게 아니다. 여론이나 무언가에 밀려 “잘못했으니 다른 얘기나 하자”는 투라면 사안을 깎아내릴 심산이니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제주도당 발표처럼 이를 계기로 뒤늦게나마 역사적 아픔을 보듬는 화해의 시간을 열 수 있다면 의미를 부여해도 좋겠다. 그런데 그 뒤로 얼마나 진척을 이뤘는지 소식을 접하진 못했다. 때마침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7~19세기 세계 도처에 자리한 식민지에서 재산을 쌓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노예무역 제도에 대해 “인도주의에 반하는 끔찍한 범죄였다”며 사죄했다.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사과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일제강점기 ‘위안부’, ‘노역자’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말 사과의 영어 명사(apology)는 그리스어로 ‘방어’(apologia)에서 유래했다.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을 전제하진 않는다. 이와 달리 반성은 필수다. 따라서 쉽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만 어렵게 접근할 것도 없다. 선대의 잘못을 내 잘못으로 말하기에 머뭇거리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적절히 잘 대응해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재출발의 디딤돌로 삼는 ‘윈윈 선언’을 말한다면 어울릴 것 같다. 또한 좋은 열매를 얻으려면 사과를 한 뒤 걸맞은 실천이 따라야 한다. 네덜란드는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 모두 478점의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했다. 과거사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어울리는 자세를 갖추라는 ‘조용한 공격’에 맞선 제대로 된 방어인 셈이다. 이러한 사죄야말로 아름다운 굴복이라고 부르겠다. 누가 승자라고 할 것도 없다. 일례로 나온 제주 4·3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잘잘못과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억울하게 스러진 국민을 돌아보자는 게 무게를 더한다. 더불어 네덜란드와 같은 행보에 함께할 국가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기어이 고개를 돌린다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선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을 이끌겠다는 자부심에 맞춤한, 제대로 된 사과를 반길 만하다. 그리고 이는 국가, 조직, 개인을 통틀어 다를 게 없다.
  • [세종로의 아침] 장소자산과 지방소멸 완화/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장소자산과 지방소멸 완화/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2017년 강원 태백 통동에 있던 옛 한보탄광 2공구의 저탄장 시설이 철거됐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가 헬기 레펠을 하는 장면 등이 촬영된 건물이다. 이 폐산업 시설은 폭격 맞은 폐허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평화로운 초록의 산자락과 너덜너덜한 회색빛 폐광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 강렬한 아우라에 압도된 기억이 여태 선연하다. 몇해 지난 이야기를 새삼 끄집어내는 건 장소자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장소자산의 사전적 의미는 ‘지역이나 장소에 축적된 공간 영역적 자산’이다. 이를 자원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는 미국의 경제지리학자 마이클 스토퍼다. 이후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과 장소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장소마케팅에 나서면서 장소자산은 관광학과 도시경영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시코쿠에서 일본을 읽다’, 2023) 역사적 사건이나 문화와 관련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해 관광자산화하는 작업은 오랫동안 많은 지자체에서 실행해 왔다. 코로나19 이후엔 여행이 폭증하면서 더 많은 공간이 관광자원으로 자산화되고 있다. 이 장소자산이 지방소멸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유는 이렇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중진국이던 101개 국가 중 선진국이 된 곳은 한국 등 13개국밖에 없다. 나머지는 정체됐거나 더 가난해졌다. 한국이 ‘중진국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인은 인재 확보였다. 강한 교육열과 양질의 노동력 덕에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거다. 한데 앞으로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비교하면 알기 쉽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인구 절벽을 경험한 나라다. 인구 감소 사회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자 교토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그 결과 2050년에 일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가 도출됐다.(‘AI가 답하다: 일본에게 남은 시간은?’, 2021) 인구 감소 시점에서 보면 한국은 일본과 15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한다. 한데 출산율은 한국이 얼추 두 배가량 낮고 수도권 집중도는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대로면 한국은 2065년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를 개선하는 데 장소자산이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행의 마지막 단계는 정주다. 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정착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태백의 저탄장 시설을 철거하기 전에 활용 방안을 두고 전국의 관련 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모대회를 열었다 치자. 젊은이들의 눈높이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을 것이다. 이들에게 저탄장 시설을 활용할 기회까지 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들이 또 다른 젊은 여행가를 부르는 ‘바람직한’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았을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듯하다. 스토리텔링과 맥락이 비슷한데, 전남 장흥의 가슴앓이섬(이승우, ‘샘섬’)처럼 소설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을 장소자산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지자체나 정치권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실패가 우려돼 답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들만 정책으로 택하고 싶겠지. 그러다가 아까운 시간만 놓칠 가능성이 높다. 장소자산은 관광객 유치의 도구만이 아니다. 정주하는 여행자를 만들고, 이들로 인해 다시 여행자가 느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마중물이다. 다시 강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은 저어할 때가 아니다. 행동할 때다.
  • [세종로의 아침] 로세토 효과/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로세토 효과/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여름휴가로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토스카나와 돌로미티, 베네치아를 돌아봤다. 대중교통으로만 돌아다녀 겉핥기이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을 영위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돌로미티 동부의 명소 트레치메를 둘러보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숙소인 도비아코행이 맞는지 물어보려는데 버스 운전사와 차장은 이탈리아인 젊은 남녀와 수다를 떠느라 도무지 틈을 주지 않는다. 10분쯤 진득하게 기다렸으나 대화가 끝나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왁자하다. 각국 여행객들이 네 사람을 에워싸고 이따금 질문을 던져 훼방(?)을 놓았지만 넷은 아랑곳 않고 웃으며 떠든다. 네 사람의 수다는 도비아코행 버스가 빈자리에 들어오고서야 멈췄다. 돌로미티의 식당이나 산장에 들르면 음식부터 시키는 한국인들을 보고 뜨악해하는 직원들 반응을 접하곤 한다. 음료나 술을 먼저 시키고 세 메뉴(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를 차례로 시켜야 하는데 뭐가 그리 바쁘냐는 것이다. 토스카나 지역 키우시란 마을의 한 식당 앞 도로를 지나치는 차량들은 모두 멈춰서 손님들에게 아는 척을 했다. 긴 행렬이 만들어지곤 하는데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정말 떠들고 얘기하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코르티나담페초의 한 바는 새벽 4시까지 와인을 마시며 떠드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혈통이 제각각인데도 그렇다. 수다를 떨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떠올랐다. 키우시에서 몬테풀치아노로 갈 때였다. 어디쯤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지 묻자 한참 짧은 영어로 답하던 버스 운전사가 마침 등교하던 고교생들을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너희 중에 영어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나 좀 도와주지 않겠니?” 영어가 유창한 여고생이 우리를 이해시켰다. 그 운전사는 우리가 여고생이 알려 준 곳에서 내릴 준비를 하자, 가만 앉으라고 했다. 환승해야 할 버스가 바로 뒤쫓아오니 혹시 놓칠까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예 종점까지 간 뒤 우리가 갈아타야 하는 버스 운전사에게 냅다 달려가 인계까지 해준 뒤에야 안심이 된다는 듯 눈부신 미소를 날렸다. 베네치아의 부속 섬 무라노의 쓰레기를 치우는 북아프리카계 사람에게 커다란 생수통을 건네는 할머니의 미소도 떠오른다.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야 ‘로세토 효과’란 것을 알게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북부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마을 이름을 딴 것이었다. 바로 옆 동네보다 현저히 심장병 발병률이 낮았다. 범죄도 없었고, 공공부조 신청자도 없었으며, 대학 진학률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좋은 식습관 덕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난했고, 힘들게 노동했으며, 기름진 음식을 즐겼고,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술을 늘 홀짝인 것은 물론이었다. 이웃끼리 어울려 힘을 합치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공동체가 비결인 것으로 조사됐다. 살 만한 곳이란 사실이 알려져 외지인들이 몰려들자 심장병이나 범죄 발생률이 미국 평균으로 수렴됐다. 로세토 효과는 이웃이나 공동체의 가치를 더 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한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며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에 집착하는 미국식 개인주의가 우리의 살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도 말할 것이 없다.
  • [세종로의 아침] 반도체 달인의 추락과 시사점/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반도체 달인의 추락과 시사점/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그가 엊그제 구속기소되자 한국 반도체 업계는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업계에서 ‘수율의 달인’으로 통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18년 동안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세 번 받았고, 임원으로 승진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옮겨 야전침대를 깔고 생활하면서 수율을 잡아 회생의 발판을 다졌다. 은탑산업훈장 수상에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도 선정됐다. 하이닉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와 부사장을 지냈지만, 최고경영자 경쟁에서 밀려 2010년 퇴사했다. 화려한 경력의 그가 2015년 대만에서 메모리 반도체 컨설팅을 하자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2020년 중국 지방정부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로 가면서 기술 유출 문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출신 200여명을 고액의 연봉으로 고용하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최적의 반도체 제조를 위한 환경 조건이 담긴 BED와 공정 배치도 등을 불법으로 취득해 ‘복제 공장’을 짓는 데 사용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추락했지만, 유출된 자료는 이미 해외 경쟁자 손에 들어갔다. 글로벌 기술확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국가적 자산인 우리의 첨단 기술 유출은 심각하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해외로 유출된 사건은 모두 93건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이 75건으로 81%를 차지했다. 피해액은 연평균 5조원으로 추산된다. 보안시스템이 느슨한 중소기업의 유출이 51건으로 55%를 차지했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고 넘어간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 유출로 인한 연간 피해 규모를 국내 전체 연구개발비의 60%인 56조원으로 추산한다. 기술 유출이 끊이지 않는 요인으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꼽힌다. 검찰에 따르면 2019~2022년 선고된 총 445건(1심 기준)의 기술 유출 사건 가운데 실형은 10.6%(47건)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집행유예였다. 이런 처벌은 기술을 빼돌려 큰돈을 벌자는 유혹을 끊지 못하게 하는 방조범과 다름없다. 시쳇말로 감옥 갔다 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핵심 기술 유출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기술이 기업 흥망을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유출된 기술이 적용된 무기가 우리를 겨냥하는 시대가 됐다. 핵심 기술 인력은 애국적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그렇지 않고, 해외로 특히 우리와 안보 대척점에 선 국가로 간다면 불법은 아니라도 도덕적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기술은 국가의 지원과 국민이 세금까지 깎아 주면서 키워 준 기업에서 축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2의 그’가 탄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핵심 인력이 자의든 타의든 퇴직한 이후의 활용 방안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들도 생활인이니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해외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그 한계가 명백하다.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들이 원한다면 학교에서 가르쳐도 좋겠다. 일례로 굴지의 반도체 회사에서 퇴직한 사장이 건물 임대료나 받으며 골프장에서 소일하게 두는 것이 바람직할까. 첨단 기술은 1년이 멀다 하고 급변하는 데다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기술을 보는 혜안과 현장에 적용해 본 이들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가적 기술 자산이다.
  • [인사]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김희원△마케팅기획실장 이성원△콘텐츠비즈팀장 겸 선임기자 허재경△논설위원 박일근△논설위원 김성환 ◇신문국 △신문부문장 이직△편집위원 유병주△편집1부장 김소연 ◇뉴스룸국 △뉴스1부문장 송용창△뉴스2부문장 한준규△정치부장 김광수△사회부장 이영창△충청강원취재본부장 한덕동△대구경북취재본부장 전준호△호남제주취재본부장 박경우△사회정책부장 이훈성△미래기술탐사부장 임소형△엑설런스랩장 강철원△멀티미디어부장 류효진△이슈365팀장 강지원 ◇혁신총괄 △기획영상부장 박서강
  • [세종로의 아침] 드라이빙 미스 안경란/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드라이빙 미스 안경란/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경남 의령의 백산 안희제(1885~1943) 생가 앞. 차 한 대가 천천히 굴러간다. 차 안엔 안경란(84) 여사와 반려견 쭉쭉이가 타고 있다. 둘은 내심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집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무거운 다리로 걷기엔 적잖이 힘이 드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안 여사는 독립지사 백산의 친손녀다. 오늘따라 할아버지 백산과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했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백산고가에 한참을 머물다 해거름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참이다. 그의 할아버지 백산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지사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의 자금줄이었던 백산상회를 부산에서 일궜다. 당시 임정의 운영자금 중 60% 정도를 백산상회가 책임졌다니, 보기 드문 기업가형 독립투사였던 셈이다. 김구는 자신의 호 백범과 백산을 합쳐 ‘양백’이라 부르기도 했단다. 부끄럽게도 그런 위대한 인물을 안 건 지난해였다. 부산 출장 중 우연히 백산기념관을 둘러보게 됐고, 거기서 망개떡 상자가 독립운동 자금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됐다. 망개떡은 익히 알던 의령의 대표 음식이다. 주전부리 정도로 여겼던 망개떡이 독립운동사에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의령의 다른 집들처럼 백산의 집에서도 종종 망개떡을 만들어 먹었다. 안 여사의 기억에 따르면 변장을 하고 몇 달에 한 번씩 생가를 찾은 백산은 그때마다 망개떡을 바리바리 싸갔다고 한다. 좋아하던 망개떡을 동지들과 나눠 먹은 백산이 망개떡 상자를 곰곰이 보다 그 안에 독립자금을 숨겨 운반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건 아닐까.(서울신문 2019년 4월 23일자 27면을 참조하시라. 백산의 일대기가 영화처럼 펼쳐진다.) 이후 백산의 후손이 의령에서 망개떡을 만들어 판다는 걸 알게 됐다. 서둘러 의령을 찾은 건 당연한 수순. 한데 아쉽게도 백산가의 망개떡은 맛볼 수 없었다. 안 여사가 운영하던 백산식품이 오래전 문을 닫은 거다. 망개떡은 만들기가 쉽지 않다. 산에서 망개잎을 따는 것부터, 팥소를 만들기까지 보통 품이 드는 게 아니다. 당신의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할머니가 후계자도 없이 혼자 망개떡을 만든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하얀 빛깔의 망개떡은 달고 쫀득하다. 찹쌀떡처럼 차져 ‘일본 모찌’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불성설이지 싶다. 항일 독립투사가 일본의 주전부리를 즐겨 먹었을 리 없으려니와 형태가 비슷하다고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거라면 우리 고유 음식인 송편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산과 그 가족의 일대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그렇다면 ‘안네의 일기’와 같은 영화도 한 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소녀 안경란의 시선에서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사뭇 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차는 백산생가를 나와 큰길에서 좌회전한 뒤 수백m를 굴러가 멈춰 섰다. 안 여사의 집이다. 요양보호사가 식사 준비를 위해 찾아올 때를 제외하면 집은 늘 조용한 편이다. 대문에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이란 문패가 있지만, 워낙 낡아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비록 서울신문 취재차량이었지만, 내가 운전하는 차로 잠시나마 순국선열의 후손을 모실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언제 다시 이런 값진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안 여사의 건강을 기원한다. 그리고 노년기의 반려견 쭉쭉이가 오래도록 여사의 곁을 지켜 주길 더불어 빈다.
  • [인사]

    ■서울신문 ◇120주년기념사업단 △단장(겸임) 이종락 콘텐츠본부장△부단장(겸임) 김성수 마케팅본부장△120년사편찬위원장(겸임) 서동철 논설위원△기획위원 전성준△기획위원(겸임) 최여경 문화체육부장 ◇논설위원 △이동구 황비웅 ◇콘텐츠본부 △국제부장 윤창수△편집1부장 김경희△편집2부장 박지연△전국부 선임기자 최치봉△산업부 전문기자 이제훈△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안동환△국제부 선임기자 송한수 임병선△편집2부 전문기자 이건규△플랫폼전략부 선임기자 이경숙△산업부 차장 박성국△편집1부 차장 박영주△편집2부 차장 정재훈
  • ‘범죄도시 3’ 이상용 감독 “확장되는 MCU에 난 징검다리일 뿐”

    ‘범죄도시 3’ 이상용 감독 “확장되는 MCU에 난 징검다리일 뿐”

    상반기 우리 영화의 부진을 씻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범죄도시 3’이 31일 개봉하는데 전날 이상용(43)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개봉 소감 등을 들려줬다. 서울신문 54기 수습기자 김예슬과 조중헌의 기사를 임병선 선임기자가 하나로 엮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조력자를 던져줬기에 관객들이 8편까지 이어질 ‘범죄도시’ 시리즈를 더 기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뷔작인 2편을 천만 영화로 다듬어 스스로도 놀랐던 이상용 감독은 3편을 제작하면서 안주하려는 마음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저 말고 배우들도 부담이 컸다”면서 “그래도 배우들이 열연하고 스태프들이 열심히 도와줬기에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인은 프랜차이즈로 발전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나름 잘했다고 여긴다고도 했다. 단순한 플롯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떠보자 이 감독은 “앞선 두 작품과 달리 3편에는 결이 다른 주성철(이준혁 분)이라는 악역을 등장시켰다”며 “매력적인 빌런이 ‘범죄도시 3’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존과는 달리 권력을 갖고 있어 상황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악역을 등장시키고, 마석도(마동석 분)와 악한의 일대일 대립이 아니라 새로운 악한(리키-아오키 무네타카)을 더해 갈등의 각이 다채로워진 것이 이번 편의 매력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앞선 시리즈의 악명 높은 빌런 장첸(윤계상)과 강해상(손석구)에 비해 이번 편의 빌런들 캐릭터가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감독은 “빌런의 외형적 차이는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주성철은 권력을 무기로 상황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답했다. 이어 “오히려 악당 둘이 나와 서로 대립하고, 이들 각자가 마석도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마석도 못잖게 사랑받았던 장이수(박지환) 등의 씬스틸러가 부재한 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감독은 “새로운 감초 역이 바로 초롱이(고규필)와 김양호(전석호)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공들여서 구축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관객들이 이 같은 변주를 즐길 것이라면서 시리즈물인 만큼 주인공인 마석도 외의 것들이 새로워야 밸런스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시대상과 잘 맞았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린 그는 “관객들도 코로나로 억눌렸던 답답한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범죄도시’ 시리즈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창구가 됐고, 이게 흥행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1편부터 3편까지 제작사 대표 셋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며 찰떡 호흡을 하고 마동석 배우가 다른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까지 알뜰히 챙겨 어느 영화 제작진보다 끈끈하고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3편을 촬영하면서 4편도 함께 찍었는데 자신은 4편 감독에게 완벽한 인수 인계를 해줘 너무 좋았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영어 약자로는 MCU로 같은 점을 온라인에서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배우 마동석이 만든 시놉시스 여덟 편이 마치 세계관을 구축하고 확장하듯 하나하나 제작되는 현상을 가리킨 것이다.이 감독은 마동석의 처남이며 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인 차우진(본명 예동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처음 그를 봤는데 ‘왜 이렇게 얼어있을까’ 생각했다”며 “2편의 오디션을 본 다음 손석구와 붙여 대본 리딩을 시켜봤는데 너무 잘하더라”고 말했다. “건들건들하고 뻔뻔한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해 캐스팅했다”고 덧붙인 이 감독은 “알고 보니 마 선배의 처남이라더라. 해서 다른 배역도 생각했는데 그 역할에 딱이었다”고 설명했다. 차우진은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맹활약했다. 원래 대본에 없던 리키란 캐릭터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했다. 얼마 전 마동석이 기자간담회 도중 “할리우드에서도 처남의 시나리오를 차씨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고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며 감정 싸움을 잘하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털어놓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영화를 연출하고 싶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약간 당황한 듯 “액션 영화는 많이 했으니 다른 장르”라고 답한 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는 사건이 나오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조명하는 내용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이화언론인클럽 회장 김선희씨

    이화언론인클럽 회장 김선희씨

    이화여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이화언론인클럽 회장으로 김선희 YTN 시청자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김 신임 회장은 이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YTN에서 10여년간 앵커로 활동했다. 이 회사 전국부장과 한국여성기자협회 이사를 지냈다. 이화언론인클럽 부회장은 권혜숙 국민일보 종합편집부 선임기자, 은지향 SBS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팀장, 최신영 더네이버 매거진 패션&디지털 디렉터가 맡는다.
  • 이화언론인클럽 회장에 김선희 YTN 시청자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

    이화언론인클럽 회장에 김선희 YTN 시청자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

    이화여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이화언론인클럽 회장으로 김선희 YTN 시청자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30일 이화언론인클럽에 따르면 김 신임 회장은 이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YTN에서 10여년간 앵커로 활동했다. 이 회사 전국부장과 한국여성기자협회 이사를 지냈다. 이화언론인클럽 부회장은 권혜숙 국민일보 종합편집부 선임기자, 은지향 SBS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팀장, 최신영 더네이버 매거진 패션&디지털 디렉터가 맡는다.
  • 아름답고 가슴 아픈 성장로맨스 ‘남은 인생 10년’ 박스오피스 4위

    아름답고 가슴 아픈 성장로맨스 ‘남은 인생 10년’ 박스오피스 4위

    서로에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준 두 청춘의 10년 만남을 그린 일본 성장 로맨스 영화 ‘남은 인생 10년’이 지난 24일 개봉했다. 26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이 작품을 본 관객은 4770명으로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1~3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인어공주’의 관객 수와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렇다. 코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 두 주인공 배우는 다음달 5일과 6일 서울을 찾아 CGV 극장 네 곳에서 19회차 상영 분에 한해 무대 인사를 갖는데 예매가 시작된 지 얼마 안돼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7일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서울신문 54기 수습기자 김주환과 백서연의 기사를 임병선 선임기자가 하나로 묶었다. 같은 제목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우울증에 걸린 남자와 난치병에 걸린 여자의 성장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수만명 중에 한 명에게 발병하는 난치병 진단을 스무 살에 받고 10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타카바야시 마츠리(코마츠 나나)는 삶의 의지를 잃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마나베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난다. 둘은 시간과 고통의 제약 속에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추억이 쌓이는 만큼 남은 시간은 줄어든다. 다카바야시와 마나베가 성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벚꽂 풍광과 어우러진다. ‘진짜 같은 거짓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거짓말 같은 사실’을 함께하는 두 주인공이 사랑하게 됐다.(영화 주제곡 가사 인용) 영화 초반 ‘벚꽃 바람’은 빠르면서도 따뜻하게 서로의 삶에 들어온 그들의 사랑을 관객에게 대사 없이 영상만으로도 온전히 전달한다. 로맨스 영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어떤 장면을 클리셰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만든 클리셰는 클래식에 가깝다.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미에 극적인 음악을 더해 감정의 고조를 이끌어낸다. 영화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는 ‘신문기자’(2019), ‘야쿠자와가족’(2021) 등을 내놓은 일본의 유명 감독이다. 특히 ‘신문기자’는 제43회 일본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배우 심은경이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도 낯익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후지이 감독의 연출력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카구치 켄타로와 고마츠 나나는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로맨스 영화의 흥행 보증수표다. 일본에서 지난해 3월 4일 개봉해 두 달 만에 234만 관객을 넘겨 실사 영화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국내 팬들은 오래 전부터 수입해 달라고 배급사 등에 문의했던 터다. 개봉 직후 두 주연 배우가 한국을 찾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았다. 두 배우는 이름값에 어울리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 슬픔을 겪는 이유, 그리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뜨겁고 묵묵하게 연기한다. 영화 후반 스키장 숙소에서 선보이는 둘의 연기는 뒤에 펼쳐진 설경과 대비되면서 관객들 가슴에 먹먹함을 불러일으킨다. 조연들 역시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가 다카바야시의 아버지로 출연, 가족을 지키며 딸의 버팀목이 돼주는 묵직한 연기를 더해준다. 마나베의 정신적 멘토가 돼 주는 겐 사장 역할은 고레에다 히레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유명한 배우 겸 소설가 릴리 프랭키가 맡아 영화의 무게를 잡아준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역시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더해준다. 일본 록 밴드 래드윔프스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애니메이션 3부작의 음악을 담당해 일본을 넘어 우리 팬들에도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래드윔프스가 실사 영화의 음악을 처음 담당했다는 점에서도 국내 관객들은 반갑고 어떤 다른 면모를 선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두려워하던 사람과 삶의 지속에 의미를 찾지 못하던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봐도 좋겠다. 오래 고민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봤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12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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