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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철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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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자보물선/군산앞바다서 운반선 발견 13C 청자 대량 매몰 추정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고려시대에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청자운반선이 발견됐다. 십이동파도 해역에서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10일 오전 조사 성과를 공식 발표한다고 9일 밝혔다. ▶관련기사 10면 한반도 해역에서 고대의 도자기 운반선이 발견된 것은 1975년 전남 신안군 중도면 방축 앞바다와 1983년 전남 완도군 약산면 어두리 바닷가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십이동파도 유물선은 싣고 가던 고려청자의 양식으로 볼 때 13세기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연구소와 해양유물전시관은 지난달 26일 군산시 옥도면 고군산도에 이웃한 십이동파도 안품 해역에서 고기잡이 그물에 622점의 고려청자가 걸려 나왔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1일부터 긴급 탐사를 벌이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군산 청자보물선 발견 의미/고려 선박史 연구 큰 역할 기대

    군산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청자 운반선을 찾아냈다는 소식은 1983년 완도유물선 발견 이후 꼭 20년 만의 낭보이다. 10t급 외돛배인 완도유물선은 11세기 중·후반 해남 진산리에서 3만여점의 청자를 싣고 항해하다가 침몰한 고려시대 장삿배다.당시 일반적인 화물선이 이런 정도의 크기였다면,십이동파도 유물선에도 비슷한 숫자의 청자가 실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침몰선박 추가발견 가능성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그동안에도 도자기 운반선을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탐사작업을 벌여왔다.십이동파도에서 멀지 않은 비안도에서 지난해 이후 3000여점이 넘는 고려청자를 인양한 데다,청자의 종류도 가지가지여서 침몰한 배가 2척 이상일 가능성도 진작부터 제기됐다.지난달까지도 비안도 앞바다에서 침몰선을 찾는 작업을 벌였고,실제로 선체의 잔해일 것으로 보이는 나무조각을 건지기도 했지만,본체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대접 147점과 접시 397점 등 무려 622점이 인양됐다는 신고가 들어옴에 따라 긴급 탐사조사에 들어갔고,결국 선체를 발견해냈다. 이렇듯 군산 앞바다에서 최근 고려시대 유물이 발견되고 있는 것은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방조제 공사가 진척됨에 따라 해류의 흐름이 바뀌었고,물살이 빨라진 지역에서 개펄에 묻혀 있던 유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따라서 침몰선과 유물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부안 유천리 가마서 생산 추정 십이동파도 유물선의 청자는 비안도 것과 비슷한 12∼13세기 것으로 추정한다.부안 유천리 가마에서 만든 청자를 개성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계는 십이동파도 유물선이 고려시대 해저유물에 대한 역사적인 성격과 도자기 유통과정·해상항로·선박구조를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발굴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문화부 청사가 거대한 미술품으로/양주혜씨 건물외벽에 설치미술작업

    서울 세종로에 있는 문화관광부 청사가 ‘미술품’으로 탈바꿈한다.공공건물을 설치미술 작업의 대상으로 삼은 첫번째 시도이다. 설치미술가 양주혜(홍익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씨는 ‘빛의 시’라는 제목으로 11일 건물 외벽을 덮는 작업에 들어간다.오는 15일쯤 작품이 완성되면 조명까지 갖추어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건물에 설치작업을 한다는 아이디어는,문화부 직원들이 일과가 끝난 뒤 생맥주잔을 기울이면서 자연스럽게 공론화시켰다고 한다.여기에 10여년 전부터 세종로를 오갈 때 마다 문화부 청사를 작품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양씨의 뜻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는 후문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마르세유 뤼미니 미술대학에서 공부한 양씨는 지난 91년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시절에는 ‘우정의 문화열차’의 설치작업을 하기도 했다. ‘색점을 찍는 작가’로 알려진 양씨는 12음계를 상징하는 12가지 색깔을 이용하여 작업을 한다.다양한 색을 바탕으로 한 특수천에 색점을 찍어 건물 전체에 리듬을 준다는 것이 제작의도라고 한다. 건물의 아래 부분에는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훈민정음’ 언해본 21장과 양씨가 좋아한다는 서정주 정현종 황지우 강은교 등 시인 25명과 김주영 이문열 등 소설가 15명의 작품을 배열한다. 이성원 문화정책국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가졌던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쁘다.”면서 “이번 시도가 삭막한 광화문에 문화적 충격파를 주어,앞으로는 공공건물뿐 아니라 민간건물들도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작품설치가 끝나면 문화예술인들과 건축분야의 인사들을 초청하여 제막 및 점등행사를 갖기로 했다.양씨는 ‘빛의 시’를 3개월 정도 전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문화유산 보존 정부 인식전환 급선무”/취임 첫 기자회견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장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문화재 파괴의 주범은 사실상 정부였습니다.그런 만큼 정부에서 제가 할 일은 많습니다.” 김홍남(金紅男·55) 신임 국립민속박물관장이 7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하여 유산 보존에 힘써온 그답게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일성으로 내놓았다. 김 관장은 “정부의 문화유산 보존쟁책은 그동안 보존·수리 차원에 머물렀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콘텐츠 위주로 바꾸어야 하며,이런 과정에서 민속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문제에도 “그동안에는 양을 늘리는 데에는 어렵지 않게 예산을 배정하면서도,질을 높이는 데는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제는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미술을 전공한 미술사학자인 김 관장은 이화여대에 재직하며 6년 동안 박물관장을 맡기도 했다.그는 “민속박물관에 한 해에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것은 대영박물관과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가슴벅찬 일”이라면서 “대학 박물관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며 의욕이 넘쳤다. 김 관장은 “민속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전통 문화의 양대 축(軸)”이라고 했다.그는 “중앙박물관이 고고·미술 중심이라면 민속박물관은 생활사 중심으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면서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라 박물관을 옮기는 것은 운명인 만큼 그동안 추진한 용산 이전 계획이 이루어지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김 관장은 최근 민속학계가 민속학 비전공자임을 내세워 취임 반대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서는 “영암 구림마을의 보존에 앞장서는 등 민속에 대한 열정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면서 “15년간의 박물관·미술관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김 관장은 “앞으로 민속박물관을 모든 면에서 여성적 섬세함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면서 “내가 여성적이지 않다고 소문이 난 것은 사회활동을 하는 여자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남자들의 오해”라고 잘라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지금의 꿈”/23·25일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 갖는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57)의 상징은 목을 덮는 검은색 ‘터틀 네크’와 농담이라곤 모르는 ‘진지함’이다.그가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변함없는 옷차림의 백건우는 이날도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은 모험이지만,인생에는 모험이 따라야 한다.”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를 완주하는 것은 베토벤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 보다 음악적으로,체력적으로 훨씬 힘겨운 일”이라고 했다.이런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루카 파프가 지휘하는 서울시교향악단과 23일에는 1·3·4번,25일에는 2번과 5번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한다. 백건우는 프로코피예프가 20세기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레퍼토리라고 설명했다.올해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에서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별로 들을 기회가 없지만 1·4·5번도 너무나 훌륭한 곡”이라면서 “한국에서 전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나로서도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폴란드에 이어 두번째다.프로코피예프는 연주자에게도,청중에게도 어려움을 주는 곡으로 유명하다. 이번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느냐고 묻자 백건우는 “연주자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처럼,듣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런 곡이니까 이렇게 들어달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루카 파프에 대해서는 “현대 음악에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면서 “여러 차례 함께 연주한 적이 있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백건우는 최근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모은 앨범을 펴냈다.피아노 협주곡 1·2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폴란드 민요에 의한 대환상곡’‘돈조바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크라코비아크’ 등을 담았다.그는 “쇼팽을 공부하면서 의문도 많았다.”면서 “바르샤바 박물관에서 너덜너덜한 초간본 악보를보는 순간 그야말로 쇼팽이 살아숨쉬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시 태어나도 피아니스트가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그는 “그렇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안하면 못살 것 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앞으로 지휘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학창 시절 그런 꿈이 있었는데 피아노를 공부할수록 넘어야 할 산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 꿈은 좀 더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건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으로 날아갔다.10일과 11일 도쿄에서 쇼팽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돌아온다.(02)2005-0114. 서동철기자 dcsuh@
  • 책 / 부처, 통곡하다

    “경주박물관 앞마당,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가,목잘린 부처들이 나란히 앉아…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시인 정호승은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앉아계시는 목 없는 부처님들을 보고 이런 시상(詩想)을 떠올렸다. 반면 소설가 정동주는 같은 장소의 같은 부처님들을 친견(親見)하고는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경주박물관 마당의 안내판에는 지금도 이렇게 씌어있다고 한다.“조선시대 성리학을 받드는 유생들이 불상의 목을 베고 불상의 몸을 훼손하여 우물 속에 던져넣어 버렸는데 뒷날 이를 발굴했다고….” 정동주가 쓴 ‘부처,통곡하다’(이룸 펴냄)는 글자 그대로 조선왕조 오백년의 불교탄압사(史)이다. 그는 전국 어디를 가나 찾아볼 수 있는 ‘망가진 불상’들을 보면서 누가,왜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의문을 풀고자 ‘조선왕조실록’을 반년 넘게 읽었고,산중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귀중한 문헌과 증언들도 모았다. 길고 긴 박해의 역사 가운데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대목만 가려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는 것이다.말미에는 조선 불교 박해를 위해 유생들이 올린 107편의 상소문도 실었다. 지은이는 충남 금산군 금성면 의총리에 있는 사적 제105호 칠백의총(七百義塚)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한다.1592년 8월1일 의병장 조헌이 지휘하는 의병 700명과 승려 영규가 이끄는 승병 800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청주성을 수복한 뒤 8월18일 금산으로 진격하여 처절한 혈전을 벌인 끝에 전원이 장렬하게 전사했다.그럼에도 역사는,800명의 의승군은 간데 없이 조헌의 뒤를 따른 700명의 의병만을 추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명종대의 고승 보우는 제주로 유배된 뒤 참살됐다.그가 주석하던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는 유생들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최근의 발굴조사에서도 화재로 폐사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나아가 한 유생은 회암사의 부도와 비석을 파괴하고,그곳에 죽은 아버지를 묻었다. 훗날 대원군이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충남 예산군 덕산에 이장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대원군은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라는 말에 가야산 자락에 있던 가야사에 불을 지르고,그 자리에 묘를 썼다.오페르트가 분묘 도굴사건을 일으킨 바로 그 무덤이다. 조선시대 내내 종이를 만들어 정부 및 지방 기관에 바치는 것은 사찰과 승려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어려운 부역이었다.그러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왕실의 친인척은 물론이고 지방의 호족과 탐관오리들까지 사찰에 종이부역을 가중시켰다.그 결과 승려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떠나는 절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1790년의 한 장계는 뜻밖에도 “승려를 머물러 살게 할 대책과 사찰을 소생시킨 방도”를 논의하고 있다.불교에 가한 박해를 참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부역을 부과하기 위하여 속된 말로 ‘키워서 잡아먹자.’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정동주는 “사찰출입을 금지한 법률이 서슬 퍼렇게 존재했음에도 사찰은 종교적 위엄을 더하고 숫자를 늘려갔다.”면서 “조선 유교정치의 불교 탄압 정책이 유생들의 주장을 대변했는지는 몰라도,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치는 아니었다는 역사의 교훈이며,좋은 정치란 어떤 것인지를깨닫게 해주는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삼국지 적벽가’ 리뷰/볼거리 많지만 ‘창극 정체성’ 아쉬워

    국립창극단이 9월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 ‘삼국지 적벽가’는 한 편의 볼거리로는 손색이 없었다. ‘백만대군’이 맞붙는다는 ‘적벽가’의 스케일을 무대에서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그럼에도 김홍승의 연출은 무대 곳곳과 장면장면에서 관람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국수호의 상징성 짙은 안무도 극의 전개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벽가’가 처음부터 음악·연극·무용 등 공연예술의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악극을 표방했다면,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창극 ‘적벽가’가 국립극장이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창극의 정체성 찾기’에 부합했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창극의 바탕인 판소리는 크게 창(唱)과 발림,아니리로 이루어진다.창이 노래에 해당하는 소리라면 발림과 아니리는 액션과 대사에 해당한다.지난 2000년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ASEM)을 기념하여 한·중·일 합동공연이 열렸을 때를 기억한다.한국은 창극,일본은 가부키(歌舞伎),중국은월극(越劇)으로 ‘춘향전’을 한 무대에서 나누어 공연했다.가부키와 월극 배우들은 ‘춘향전’을 자신들만의 양식화된 창·발림·아니리의 틀에 끼워넣어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갔다.반면 우리 창극은 소리만 전통적일 뿐,발림과 아니리는 현대 연극에서 빌려온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번 ‘적벽가’에서는 발림과 아니리의 양식화가 필요하다는 ‘춘향전’의 교훈을 의식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오히려 창극의 연극화,종합무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적지않은 아쉬움이었다. ‘적벽가’는 ‘의미’보다는 ‘재미’를 추구했다는 느낌이다.관객을 유치하여 수입을 늘려야 성과를 인정받는 현재의 평가시스템을 모르지 않는다.그러나 지금은,다른 장르는 몰라도 창극만큼은 철저하게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과도기의 어려움을 국립극장조차 감수하지 않는다면,창극의 미래는 그리 밝아지지 않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독일 가곡의 ‘20세기 마지막 거장’/페터 슈라이어 독창회… 17일 예술의전당서

    “마음으로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음색을 조절한다.” 도자기로 유명한 독일 마이센 출신의 테너 페터 슈라이어(사진)를 이처럼 잘 설명한 말도 없을 것이다.그의 목소리가 이지적인 것을 넘어 “금속공예품 같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 ‘20세기 리트(독일가곡)의 마지막 거장’이 17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갖는다.꼭 10년 전인 1993년 첫 내한에서 선보였던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다시 들고 온다. 슈라이어는 리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SP시대 게르하르트 히슈에서 LP시대의 한스 호터,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헤르만 프라이,CD시대의 올라프 베어에 이르기까지 리트는 바리톤의 전유물이다시피 하다. 테너로는 슈라이어와 영국의 피터 피어스 정도가 음반사(史)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피어스도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니 테너로는 슈라이어가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슈라이어는 “깊은 내적 세계를 갖고 있어 하나하나의 곡을 해석하는데 노련함이 필요하다.”면서 ‘겨울나그네’를 50세가넘어서야 레퍼토리 목록에 정식으로 올렸다고 한다. 올해 68세인 그는 2005년까지만 공식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이번 공연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특유의 날이 선 목소리로 비극성을 극대화시키던 그의 ‘겨울 나그네’가 여전한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듯하다.바흐와 모차르트의 스페셜리스트로 1979년부터는 지휘자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슈라이어의 이번 내한 독창회는 카밀로 라디케가 피아노 반주를 맡는다.(02)541-6234. 서동철기자 dcsuh@
  • “관요는 조선 도자기문화 메카”

    백자는,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사옹원(司饔院) 분원(分院)이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것이 계기가 되어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전국에 무수히 흩어져 있던 가마에서 만든 ‘지방 백자’의 거칠고 소탈한 맛은,‘분원 백자’의 엄정한 완결성에서 볼 수 없는 조선 백자의 또다른 미덕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지방 백자가 분원 백자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나름대로의 미적·기술적 독립성을 갖게 된 데는 사기장인의 출역(出役)제도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훈 해강도자미술관 학예과장은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를 기념하여 오는 11일 이천 세계도자센터에서 열리는 ‘조선관요 학술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분원과 지방 백자의 관계 시고(試考)’를 발표한다. 미리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1467년경 분원이 설치된 뒤 17세기까지는 지방의 사기장인들이 해마다 280명씩 교대로 출역했다.따라서 분원 양식의 지방 전파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졌고,지방 백자의 기술과 형식 역시 분원으로 쉽게 유입됐다.그러나 1700년 전후부터 분원에 장인이 전속되어 임금을 받는 체제(通三番立役)로 바뀌면서 분원양식의 지방 전파는 더뎌지기 시작했다.분원 백자와 지방 백자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지방 백자가 활성화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전승창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경기도 광주요지 분포검토’에서 “광주의 관요에서는 10년에 평균 9개 정도의 가마가 설치됐다.”면서 “순차적으로 가마가 축조된 것이 아니라,일정한 수의 가마가 동시에 공존한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확인된 293곳의 가마터 가운데 분청사기를 만들던 곳이나,관요 설치 이전에 운영되던 곳을 제외한 255곳은 백자 가마이다.관요가 설치된 1460년대부터 분원이 현재의 남종면 분원리에 고정된 1752년까지 기간이 280여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조선관요의 설치와 그 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분원의 관요에서는 왕실용 최상급만 만든 것이 아니라 중하품에 이르는 다양한 백자를 생산했다.”면서 “궁궐에는 왕과 왕비를 비롯한 그 존비속과 환관 나인 노비 등 다양한 계층이 살았으므로 다른 품질의 그릇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광주 일대로 옮겨간 분원 관요에 대한 조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백자뿐 아니라 등급이 떨어지는 백자가 동시에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김 관장의 이같은 주장은,관요가 최상급 왕실 백자를 제작했던 주요(主窯)와 주변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백자를 만들던 종속요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한편 ‘조선의 도자문화와 관요의 의미’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서 정양모 문화재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광주는 수백년에 걸쳐 왕실용 그릇을 제작한 세계 최대의 자기 제작지”라며 “그럼에도 각종 개발로 유적이 사라져 가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정부와 경기도에 강력한 보존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문화재 보존 관심 큰 학자 여성 첫 국립민속박물관장/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김홍남(金紅男)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다음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립민속박물관장에 취임한다.그는 문화재 분야에서 남녀를 통틀어 이미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가 민속박물관장을 선뜻 맡을 것인지는 그동안 관련 분야의 커다란 관심사였다. 지난 3월 차관급을 격상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건무 현 관장과 막판까지 경합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2급인 민속박물관장은 정부 서열상 중앙박물관장 보다 두 단계나 낮다. 김 교수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자 민속학계의 강력한 반발도 있었다고 한다.‘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민속학 분야에서는 정부의 최고위직인 민속박물관장 자리를 미술사학자가 맡는데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민속학계를 다독이는 것은 그가 취임한 뒤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 교수를 기용한다는 문화관광부의 방침은 일찌감치 결정됐다고 한다.외부 인사를 민속박물관장에 임명하여 공무원 출신 일색인 중앙박물관의 관료화를 견제하겠다는 뜻이 없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 교수는 중앙박물관장 선임 초반 경쟁했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와 서울대 미학과 동기로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6년 동안 역임하면서 박물관학을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는 등 박물관 분야의 발전에 힘을 쏟았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문화유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헐릴 위기에 있던 혜곡 최순우 선생의 성북동 한옥을 모금운동을 통하여 매입, 기념관으로 탈바꿈시켰고,석굴암 역사유물전시관 건립 계획을 무산시키는 데도 한 몫을 했다. 최근에는 반구대 암각화 공원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도 참여하는 등 문화재 보존활동에는 빠진 적이 없다. 북촌문화포럼 대표로 경복궁에서 창덕궁에 이르는 ‘양반동네’를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듯 김 교수의 왕성한 활동력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민속박물관장 취임 이후 경복궁복원계획에 따른 박물관의 용산 이전과 연구 및 전문인력 확충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분위기를 바꾼다며 자칫 이벤트성 행사에만 치중할 경우 발전을 오히려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충고도 없지 않다. 서동철기자 dcsuh@
  • 지상에 울리는 ‘천상의 하모니’/‘노래하는 천사’ 빈 소년 합창단 내한 서울·부산·대구·창원서 5차례 공연

    빈 소년 합창단이 새로운 레퍼토리를 들고 다시 한국에 온다.서울 부산 대구 창원 등 4개 도시에서 모두 5차례 연주회를 갖는다.당초에는 경남 거제에서도 공연할 예정이었으나,태풍 매미가 이 지역을 강타하는 바람에 취소된 가슴아픈 사연도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4개 팀으로 이루어져 있다.한 팀은 오스트리아에 머물며 미사에 참여하고,세 팀은 해외 각국을 순회한다.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빈 소년들은 이번에 ‘실크로드를 따라 떠나는 음악여행’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오스트리아 소년과 중국 유령,낙타가 소년의 삼촌을 찾으려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뮤지컬 형식으로 엮는다고 한다.터키에서 위구르,중국을 아우르는 다양한 민요를 선보인다. 물론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나 슈베르트의 ‘할렐루야’,하이든의 ‘우리의 영혼’,코다이의 ‘집시의 노래’,로저스의 ‘에델바이스’ 등 전통적인 레퍼토리도 빼놓지 않는다.지휘는 케렘 제젠. 연주회 일정은 4일 창원 성산아트홀,5일 부산KBS홀,6∼7일 대구학생문화회관,8일 서울 한전아츠풀센터.모두 오후 7시30분에 시작한다.(02)582-0970. 서동철기자 dcsuh@
  • 이제는 엿장수도 당당한 엔터테이너/바우덕이축제때 ‘엿장수놀음 겨루기’

    요즘 잘나가는 엿장수는 각 지역 축제에서 다투어 ‘모셔간다’고 한다.엿장수가 이렇듯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는 ‘엔터테이너’로 발돋움한데는 안성바우덕이축제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바우덕이축제는 올해도 ‘엿장수놀음 겨루기’를 펼친다.전국의 한다하는 엿장수들이 오는 5일 안성종합운동장 특설무대에서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뽐내게 된다. 올해는 성남의 ‘쇼쇼쇼 품바각설이’와 이천의 ‘팔도유람 각설이’,서울의 ‘유달산’,대구의 ‘그때 그시절을 아십니까’,김해의 ‘자갈치와 이쁜이’,제주의 ‘제주각설이’ 등 6개 팀이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참가팀은 주최측으로부터 50만원 정도의 출전비를 받고,장터에서 엿을 팔 수 있을 뿐 엿장수놀음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상금은 없다.그럼에도 전국의 엿장수들은 이 대회를 목표로 일년 내내 맹훈련을 한다. 엿장수놀음에서 우승하여 ‘뜨면’ 떠돌아다니며 엿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당당히 출연료를 받고 축제에 초청된다.엿을 판 돈은 순수한 부수입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는안성의 ‘작은거인예술단’이 서커스묘기로,엿장수놀음이 처음 벌어진 2001년에는 서울의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엿장수 실연’으로 각각 우승했다.최종실 바우덕이축제 예술감독(중앙대 교수)은 “겨루기를 시작하면서 엿장수들이 펼치는 놀이가 매우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이제 엿장수놀음은 하나의 민중 연희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고,엿장수도 단순히 엿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연희자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성 남사당패의 전설적인 여성 꼭두쇠(우두머리) 김암덕을 기리는 바우덕이축제는 1일 길놀이로 막을 열었다.남사당 공연과 오케스트라 아시아의 ‘바우덕이콘서트’,전국풍물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 뒤 5일 안성국제타악콘서트로 대미를 장식한다.(031)676-4601. 서동철기자 dcsuh@
  • 세계화 가능성 보인 ‘전주 소리축제’

    전북 전주는 판소리의 본고장이다.판소리는 전주에서 들어야 제맛이 난다고들 한다.수준 높은 전주 관객들이 던지는 추임새라면 소리판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좋은 연주를 만난 것이 신나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라도 치면 ‘무식쟁이’ 취급을 받는 서양음악 연주회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지금 전주에서는 ‘세계소리축제’가 한창이다.지난 26일 전야제에 이어 27일 본격적으로 막을 연 세계소리축제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주행사장인 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전통문화센터를 달구고 있다. 그런데 그 자신 소리꾼이기도 한 임진택 총감독은 막상 소리축제가 곧 판소리축제는 아니라고 애써 강조한다.판소리를 북돋우되 다른 나라의 민족음악이 비교되도록 하고,독특한 한국음악을 내세우되 수준 높은 서양음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음악 애호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29일 밤에도 호남오페라단의 창작 판소리 ‘춘향’과 작곡가 우광혁의 렉처 콘서트,민소완 명창의 ‘적벽가’,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드보르자크 ‘미사’연주회가 있었다.임 총감독의 말처럼 우리 음악에 익숙지 않은 서양음악 애호가라도 축제를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속내를 감추어도,소리축제는 판소리 축제일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올해 축제가 의미있는 것은 3년 동안에 걸친 노력의 결과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축제는 국내에서 치러진 어떤 음악제보다 규모가 크다.예산은 첫해인 2001년 4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억원,올해는 다시 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내용은 반비례하여 충실해지는 ‘이상한 축제’다.소리축제에는 ‘축제 속의 축제’가 많다.‘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에는 터키와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오만 스리랑카 미얀마 베트남 등 실크로드 주변 10개국의 민속음악단이 참여하여 매일 놀이마당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판소리 중심 세계소리 다양하게 엮어 ‘실크로드의 음악과 문화’를 주제로 이 지역의 음악학자들을 대거 초청한 학술대회도 10월2일까지 연다.‘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와 학술대회만 묶어도 하나의 훌륭한 ‘국제민족음악제’가 될 것이다.조직위원회는 서양음악과 한국음악 말고도 전 세계에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하여 마련한 행사라고 말하지만,우리 음악을 알리려면 남의 음악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이렇듯 비용이 많이 드는 국제행사도 가능케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리축제 속에는 사실 한국 최대의 판소리 축제가 숨어있다.조통달 김일구 오정숙 박송희 성우향이 나서 유파별 판소리 전승의 역사를 보여주는 ‘판소리 명창명가’와,민소완 송순섭 남해성 정순임 김영자 등 최고 수준의 명창들이 나서는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은 모든 공연이 만원이다. 주운숙 모보경 천명희 정회석 등 명창의 길로 발돋움하는 중진 소리꾼들의 ‘득음의 길-완창발표회’에 올해는 젊은 소리꾼들의 창작의욕을 북돋는 ‘창작판소리 사습대회’도 처음으로 추가됐다. 창작 오페라 ‘춘향’과 판소리 오페라 ‘진채선’,창극 ‘심청’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공연예술의 다양한 양상과 발전방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실제로 27∼29일 공연된 ‘춘향’은 서양음악 기법으로 작곡됐지만,창작 오페라는 재미없다는 통념을 깨면서 2000여석의 모악당을 연일 관람객으로 가득 채웠다.어린이 창극 ‘다시 만난 토끼와 자라’와 일본 호노보노 극단의 인형극 ‘까악까악’,전북어린이오케스트라 연주회,놀이패마루의 ‘개똥아 놀자’ 등으로 이루어진 어린이 축제도 또 하나의 독립된 축제로 손색이 없다. 소리축제는 이처럼 동·서양의 여러가지 음악이 뒤섞이고,우리 음악도 다양한 양상이 한데 얽힌 것 같지만,자세히 살펴보면 판소리를 중심고리로 정교하게 엮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준높은 행사 연중 열었으면… 아쉬움도 올해 소리축제는 국제적인 판소리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지만,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화려한 타이틀에 가리어 의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내용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그런 점에서 소리축제를 열흘 동안 집중적으로 펼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수준 높은 행사들을 연중 고르게 펼쳐 놓는다면 전북도민과 전주시민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0월5일까지 열린다.(063)232-0708.www.sorifestival.com 전주 서동철기자 dcsuh@
  • 서울서 듣는 ‘러시아의 전설’/‘상트 페테르부르크 필’ 연주회 피아니스트 임동혁 협연 나서

    121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30일과 10월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전설적인 지휘자 예프게니 므라빈스키가 이끌던 예전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바로 그 교향악단이다. 함께 내한하는 유리 테미르카노프(사진)는 므라빈스키 사후 단원투표로 상임지휘자에 뽑힌 뒤 15년째 이 악단을 이끌고 있다.2년 전 런던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을 지휘하려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쿠르트 마주어를 대신하여 지휘대에 오르기도 했다. 내한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장기인 러시아 음악으로 짰다.차이코프스키의 작품만으로 이루어진 30일은 ‘예프게니 오네긴’의 ‘폴로네이즈’와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가 솔로이스트로 나서는 바이올린협주곡,교향곡 제5번이다. 10월1일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한다.피아노 협연자는 차세대 한국 음악계를 이끌고 나갈 임동혁.지난 6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등상 수상을 거부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 三 國 志 창극으로 재탄생

    중국 후한조 말기에 황건적의 난으로 천하가 어지럽자 촉나라의 유비는 관우·장비와 형제의 예를 맺는다(도원결의).제갈공명이 천하에 둘도 없는 현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유비는 모사로 초빙하려고 관우·장비와 찾아가나 두번이나 헛걸음친다.세번째 청한 끝에(삼고초려) 제갈공명을 맞이하니 위·촉·오 세 나라의 정립시대가 열린다. 위나라의 조조는 강남을 평정하고자 백만대군을 이끌고 나서는데 신출귀몰한 공명은 불과 삼천명의 군사로 선봉부대를 무찌른다.이어 조자룡은 유비의 장자 이두를 품에 안고 조조의 백만대군 속을 뚫고 나오고,장비는 장판교에 단기로 버티고 서서 천둥같은 호령으로 겁에 질린 조조군을 물리친다.한편 공명은 오나라로 건너가 손권과 주유에게 조조와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도록 유도한다.드디어 벌어진 적벽강 싸움에서 주유는 공명이 동남풍을 빌어준 덕택에 조조의 백만대군을 불화살로 공격하여(火攻) 전멸시킨다.관우는 화용도에 매복하여 도주하는 조조를 사로잡지만,옛 은공을 상기시키며 목숨을 구걸하는 조조를 살려보낸다. ●판소리 ‘적벽가' 29일부터 국립극장 무대에 “도원이 어디인고 한나라의 탁현이라,누상촌 봄이 들어 붉은 안개 빚어나고… 세 사람이 손을 잡고 의맹(義盟)을 정하는데… 의형제는 한 날 한 시에 죽기로써… 도원결의를 이루었구나.” 판소리 ‘적벽가’의 도입부다.그대로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대목이다.이 ‘적벽가’를 국립창극단이 ‘삼국지 적벽가’라는 이름으로 29일부터 10월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최근 다시 불고 있다는 ‘삼국지 열풍’의 덕을 보겠다는 작명(作名)일 것이다.물론 ‘적벽가’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일깨워주겠다는 충정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삼국지’는 우리 국민 가운데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 지도 모른다.‘삼국지’에서도 삼고초려,장판교싸움,주유진영,남병산,주유흉계,연환계,적벽대전,오림산곡,만세유전 등 재미있다는 10개 장면만 들어낸 것이 ‘적벽가’다.그런데도 ‘적벽가’가 아직 제대로 한번 창극화된 적이 없다는 사실부터가 놀랍다. ●힘찬 남성소리·장대한 스케일… 공연 어려워 1985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단순히 역할을 나눈 분창(分唱)형식으로 공연했고,지난해 ‘전통 창극 다섯바탕뎐’에서 30분짜리 도막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전부라고 한다. 무엇보다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인 만큼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가장 호방하고 힘찬 남성적 소리가 ‘적벽가’다.기교보다는 힘과 무게·깊이가 한꺼번에 필요한 ‘서슬’이 있는 소리를 소화하기 어려워 완창 무대도 최근에야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다. 주연급 역량을 지닌 남성 소리꾼이 여럿 있어야 하지만,현실은 남성 소리꾼 자체가 많지 않다.나아가 극의 대부분이 전쟁 장면이어서 장대한 스케일을 요구한다.적벽대전부터가 수백척씩의 배가 적벽강에서 맞붙는 장면으로,무대화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그런 만큼 국립창극단이 ‘삼국지 적벽가’를 무대에 올리는 것도 역량의 축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적벽가’는 송광록-송우룡-송만갑을 거쳐 박봉술로 이어진 동편제와 박유전-정응민-정권진으로 이어진 강산제,유성준에서 나온 정광수 바디 서편제와 정춘풍-박기홍-조학진을 거친 박동진 중고제 등이 대표적이다. ●옛말투 많아 현대 정서에 맞게 손질 이 가운데 박봉술이 이어받은 ‘송판 적벽가’는 소리가 곧고 박진감이 넘치는 등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삼국지 적벽가’는 이 송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1989년 타계한 박봉술 명창은 국립창극단에서 소리를 가르치면서 김경숙 명창에게 ‘적벽가’를 물려주었는데,이번 공연도 김 명창이 지도하고 있다. 여기에 정회천·조영규·박성환으로 이루어진 편극위원회는 사대부들이 즐겨 찾았다는 ‘적벽가’는 한자와 옛말투가 많아 소리를 다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오늘의 정서에 맞도록 고쳤다.3시간 30분이 걸리는 시간도 도창(導唱)을 없애는 등 2시간으로 줄였다. 연출은 김홍승이다.오페라연출가로 유명하지만,국악고등학교 출신으로 음악적 뿌리는 우리 것이다.유비는 최영길,완전히 성격이 다른 제갈량과 장비를 김학용과 우지영이 번갈아 맡는 것도 관심거리.조조에는 왕기석과 그의 제자인 젊은 소리꾼 남상일이,관우에는 주승현과 윤석안이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조자룡은 1985년에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윤충일이 다시 맡는다.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30분,주말과 공휴일 오후 4시.(02)2274-3507∼8. 서동철기자 dcsuh@
  • 오페라 ‘아이다’ 리뷰/엑스트라 1000여명… 2막 개선행진 ‘장관’

    이탈리아 파르마극장을 초청한 야외 오페라 ‘아이다’는 재미있었다.잠실 서울올림픽경기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세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하는 걱정이 앞섰다.‘투기성 공연’이라는 비판여론이 없지 않았고,폭우로 하루 늦게 막을 올리는 바람에 을씨년스러울 만큼 빈자리도 많았다.그러나 비내린 뒤끝의 청량한 밤공기가 상쾌했던 19일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지루하지 않았다. 오후 8시10분쯤 헬리콥터 한대가 축하비행이라도 하는 듯 굉음을 울리며 운동장 상공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공연은 시작됐다.라다메스 역의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는 당당하면서도 윤기흐르게 ‘청아한 아이다’를 불러 초반부터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수에즈운하의 개통을 축하하는 오페라 답게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인질로 잡혀온 에티오피아공주 아이다와 사랑에 빠지자,이집트공주 암네리스가 질투하여 비극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초반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음향은 갈수록 좋아졌다.도나토 렌제티가 지휘한 파르마극장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대단히 빼어나다는 것도 후반부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기계의 도움을 빌리는 공연의 특성이다.한동안 틀어놓아야 소리가 좋아지는 것은 가정용 음향기기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다. 2막의 개선행진 장면은 주최측이 큰소리친 대로 장관이었다.10마리의 코끼리와 6마리의 낙타,50여마리의 말이 시선을 잡아끌었지만,트랙을 한바퀴 휘돌고도 남는 1000여명의 엑스트라는 더욱 감탄스러웠다.행렬이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을 기다려 유명한 ‘개선행진곡’을 두 차례 연주한 것도 관람객들에게는 ‘보너스’였다. 화려한 전반부보다 비극적인 후반부에 오페라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던 데는 무대미술의 힘이 컸다.파스텔 톤의 푸른색을 밝게 혹은 어둡게 조절하며,붉은색을 있는듯 없는듯 격조높게 사용한 ‘프로젝트 빔’은 이탈리아가 미술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케했다. 4막에서 질투심으로 라다메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암네리스와, 라다메스와 운명을 함께하려는 아이다가 스탠드에서는 구별이 불가능한 푸른색 드레스를나란히 입은 것은 “누구든 아이다가 될 수도,암네리스도 될 수도 있다.”는 의도된 연출은 아니었을까. ‘아이다’는 볼만 했지만,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하다.19일 1만5000여명에 이어 20일과 21일에는 각각 3만여명 정도가 찾았다.8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기대 만큼 관람객을 동원하지 못한 것은 주최측의 몫일 것이다.그러나 이 이탈리아제(製) 오페라가 개선행진에 엑스트라로 참여한 고교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것 말고,우리음악계에 무엇을 남겼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서동철 기자 dcsuh@
  • 문화예술계 保革대결 조짐

    차범석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비롯한 100명의 연극인들이 19일 성명을 내고 진보적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나가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전국 대학 국악과 교수포럼’이 지난 5일 김철호 국립국악원장의 임명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데 이은 문화예술인들의 집단행동이다.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중심으로 문화예술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데 따라 기존 문화예술인들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결집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한 연극인은 이태주 단국대,서연호 고려대,김문환 서울대,김미도 서울산업대 교수 등 원로에서 중견 평론가들이 망라되어 있다.정진수 성균관대,윤호진 단국대교수와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 등 연출가와 박정자,유인촌,송승환 등 배우도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민예총 구성원들을 최근 문화예술진흥원장,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한국영상자료원장,국립현대미술관장 등으로 잇따라 임명하는 배경을 밝히고,문화예술계에 문예진흥기금을 배분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꾸는 절차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예술인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표면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자리’에 이어 ‘자금’까지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 이들의 의구심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화예술계라 할지라도 정부 교체에 따른 인적 구성의 변화는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문화예술 관련 단체장은 대폭 물갈이 됐다.당시에도 국립극장장과 중앙박물관장,문예진흥원장,예술원 회장 등이 크든 작든 정치적 입김을 타고 대거 새로 임명됐다. 다만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호남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대폭 기용된 반면 이번에는 ‘지역’보다는 ‘이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다르다.따라서 연극인을 비롯한 기존 문화예술인들이 반발하는 기저에는 자리나 자금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통적인 문화예술장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서는 기본적으로 예술은 단체가 아니라,개인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예총이라는 조직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민예총이 문화예술인들의 힘을 모아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이후의 순수한 문화예술활동에도 과연 이러한 방대한 조직이 필요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서동철 이순녀기자 dcsuh@
  • ‘아이다’ 오늘부터 올림픽경기장 공연/ 야외 오페라붐 계속될까

    ‘아이다’가 대성공을 거두어 야외 오페라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잠실 서울올림픽경기장에서 18일부터 20일까지 펼쳐지는 ‘아이다’는 지난 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에 이어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켰다.‘아이다’에는 연출에 스테파노 몬티,무대감독에 안토니오 마스트로마테이 등 이탈리아 파르마극장의 스태프가 대거 참여했고,테너 주세페 자코미니,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캐스팅됐다. 특히 80억원 수준의 제작비는 국내 오페라 사상 최대 규모.100m에 이르는 무대부터 압도적인데다,1500명의 출연진에 코끼리 10마리와 낙타 6마리,말 55마리 등 70여 마리의 동물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아이다’가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져 야외 오페라가 계속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번 공연에 마련된 객석은 한 차례에 5만여석.18일분 좌석은 17일 오전 현재 1만5000여석이 남아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공연전에 벌써 3만5000여석이 팔려나간 셈이니,놀랄만한 매표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상 초유의 60만원 짜리 VIP석이 1300여석,40만원 짜리 R석이 600여석,30만원 짜리 G석이 아직 2000여석이나 남아있는 것은 고민이다.객석 판매율은 19일과 20일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한 주최측은 내년 봄 같은 장소에서 더 큰 규모로 오페라 ‘카르멘’을 공연하겠다며 지난 7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작발표회를 스페인에서 가졌다.그런가하면 9월 들어서는 원금의 70%를 보장하겠다며 두 차례에 걸쳐 ‘네티즌 펀드’를 모집했으나 모두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으로 ‘아이다’의 매표상황은 ‘한국적 야외 오페라’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18일 공연의 경우 5만원 짜리 B석은 9000여장이나 남았지만,3만원 짜리 C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그럼에도 C석이 없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자 주최측은 시야장애가 있을 수 있어 비워놓았던 스탠드의 일부도 판매하고 있다. 결국 오페라 팬들은 화려하지만,경제적으로 부담없는 야외무대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사실 오페라가 화려하면서 값싸다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거품’ 혹은 ‘과장’을 제거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파르마극장의 거품을 한국인 유망주로 대체하고,코끼리·낙타를 앞세운 과장을 자제했을 때 야외 오페라도 우리 음악계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야외 오페라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도 야외 오페라 지원세력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한편 기상청이 18일 서울·경기지방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는 가운데 주최측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비가 오면 공연을 21일로 순연한다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음악+영상 ‘색다른 만남’/미니멀음악 대가 필립 글래스 새달 14·15일 첫 내한공연

    미니멀리즘 음악은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다.어렵기는커녕 유치할 만큼 단순한 화성과 선율을 지겨울 만큼 반복한다.어지간한 인내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끝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여느 현대음악과 다를 바 없다.그런데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마르셸 뒤샹(1887∼1968)이 전시장에 변기를 갖다 놓고 ‘옹달샘(fountain)’이라고 우겼듯이,단순하기 그지없는 음악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 자체가 ‘작가의 주관을 최소한으로 줄인 예술’을 지향하는 1960년대 미국의 젊은 미술가들이 태동시켰던 만큼 단순하지 않으면 미니멀 음악도 아니다.미니멀리즘의 바닥에는 뒤샹이 추구한 반(反)예술주의가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볼티모어 태생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사진·66)는 스티브 라이히(67)와 함께 미니멀 음악의 양대 거장으로 꼽힌다.1997년 ‘쿤둔(Kundun)’으로 아카데미 작곡상 후보에 올랐고,지난해에는 ‘디 아워스(The Hours)’로 골든 글로브 작곡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그가 14명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필립 글래스 앙상블을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새달 14일과 15일 LG아트센터에서 ‘필립 온 필름’이라는 마당을 펼친다. ‘필립 온 필름’이란 글래스가 영상과 음악을 결합시킨 일련의 작업을 뜻한다.‘아니마 문디(Anima Mundi)’‘미녀와 야수’‘드라큘라’ 등의 작품이다.이번에는 가톨릭 신부였다가 사회운동가가 된 컬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과의 합작품인 ‘삶 3부작’ 가운데 ‘코야니스콰시’(14일)와 ‘포와콰시’(15일)를 선보인다.현대사회의 계속적인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삶 3부작’은 지난 여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조용하게’ 상영된 적이 있는데,필름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삶 3부작’은 영화·비디오·음반으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코야니스콰시’와 ‘포와콰시’는 호피족 인디언 말로 ‘균형 잃은 삶’과 ‘변형된 삶’을 뜻한다.환경과 테크놀로지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코야니스콰시’는 기술로 인한 혼돈과 붕괴,대량생산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자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미리 본 ‘코야니스콰시’는 대형빌딩을 폭파해체하는 모습이나 기차·탱크·비행기·자동차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여기에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화면보다 더욱 숨가쁘게 단순 선율을 반복해간다.그렇지만 단순한 반복 속에 최소한의 조작을 통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미니멀 음악의 특징 그대로다.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인 김승근(작곡가) 서울대 교수는 “필립 글래스를 초청해 이런 공연을 갖는 것은 한국 공연장도 비로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내년 통영음악제에 글래스의 ‘쿤둔’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 “축제 즐기러 안성 오세요”/안성 바우덕이 축제 홍보대사 이상벽 씨

    “고향 얘기가 나오면 안성의 풍경밖에는 안떠오릅니다.제2의 고향인 안성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안성 바우덕이 축제’의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마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를 진행한 방송인 이상벽(사진·56)씨는 “안성은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났지만 네살 무렵 떠난 뒤 유년기를 안성에서 보냈어요.명륜동에서 살면서 안성초등학교와 안법중학교를 다녔지요.지금도 동창회에 가면 옛적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는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동창회였다.”고 전하고 “도울 일이 생겨 목적을 갖고 드나들면 생색도 나고 좋겠다고 생각하여 수락했다.”며 껄껄 웃었다. ‘바우덕이’ 김암덕은 남사당패의 여성 꼭두쇠(지도자)로 경복궁 중건 당시 발탁되어 종3품 벼슬을 받은 인물.그를 기려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안성 바우덕이 축제가 올해는 새달 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이씨는 “오늘 서울까지 올라와서 시범 공연을 했으니 우리 축제도 많이발전한 것 아니냐.”면서 “정성껏 준비했으니 많이들 오셔서 즐겨 달라.”고 홍보대사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10년 넘게 진행한 KBS1 TV의 ‘아침마당’을 전날(16일) 떠난 이씨는 “조금 섭섭하기는 하다.”고 털어 놓고는 시범공연에서 줄타기를 선보인 박지나(16·안성여중 3년)양을 가리키며 “‘아침마당’ 제작진에 힘이라도 써서 저런 전통문화의 유망주는 부각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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