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 이유있는 흥행
지역 문예회관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 살 길을 찾아보겠다는 절실한 노력이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경기지역문예회관협의회(경문협) 회원 극장들이 공동 제작한 오페라 ‘나비부인’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달 8∼9일 부천시민회관 공연이 만원사례를 이루었고,16∼17일 고양 어울림극장 공연은 85%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입소문을 타고 지난 8∼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이어 오는 16∼17일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지역 문예회관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오페라를 개별적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웃한 문예회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면 제작 비용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나비부인’의 제작비는 5억원이다.2억 5000만원은 복권기금에서 지원받고,2억 5000만원을 4곳에서 똑같이 나누어 냈다. 부천은 마케팅, 고양은 홍보, 안산은 제작감독, 의정부는 행정과 예산집행 등 역할도 분담했다.
예술감독 임헌정에 연출가 김학민, 지휘자 김덕기, 이제는 ‘빅3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떠오른 부천필하모닉, 소프라노 김유섬과 테너 이현, 바리톤 최종우 등 화려한 제작·출연진에도 1만∼7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티켓값을 책정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시설은 훌륭한데 내용이 빈약하다.’는 가슴앓이에 한결같이 시달리는 문예회관들에 ‘시장원리에 근접한 우수 콘텐츠의 개발’이라는 풀리지 않던 방정식의 해법이 제시된 셈이다.
경기지역 13개 문예회관의 공연기획 실무자가 주축인 경문협은 2004년 8월 출범했다.‘공공극장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으로 시장을 형성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은 그동안 극단 사다리의 ‘이중섭 그림속 이야기’를 초청한 공동구매, 의정부 이미숙 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귀천’과 안산의 국악뮤지컬 ‘반쪽이전’의 지역예술단체 프로그램 교환, 프라하 마리오네트 인형극단의 ‘돈조바니’를 초청한 해외프로그램 공동기획 사업 등을 펼쳐왔다.
공동제작 사업도 ‘나비부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록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6곳의 회원 문예회관에서 모두 15차례 공연했다. 전체 객석점유율은 70% 정도였지만, 공동제작의 의미를 살리고 성과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에는 중소극장용 가족뮤지컬 ‘개구리 왕자’를 제작할 계획이다. 규모를 줄이려는 것은 되도록 많은 극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나비부인’도 당초에는 7곳의 극장이 공연을 희망했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공간이 좁아 포기하고 만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개구리 왕자’는 회원 극장뿐 아니라 서울지역에서도 장기공연해 ‘가외수익’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경문협의 출범을 주도한 소홍삼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계장은 “우리가 가능성을 보임에 따라 영남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권역별 모임이 활성화되어 문예회관들이 제자리를 잡고, 지역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