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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해외대여 대담해졌다

    문화재 해외대여 대담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해외 박물관에 대한 문화재 대여가 대담해졌다. 대여 규모가 커지고, 유물 수준도 높아졌다. 오는 12월 한국실이 문을 여는 미국 휴스턴미술관에는 금관총 금관과 금제허리띠 등 국보 2점을 포함해 37건 59점의 문화재가 나간다. ‘한국미술 5000년전’처럼 국가적 차원의 해외 순회 전시가 아닌 단일 박물관을 위해 국가지정문화재를 대여하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중앙박물관은 오는 5월 문을 여는 체코국립박물관에도 80여점을 빌려주기로 했다. 한국문화의 전반적인 양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선사시대 토기에서 조선시대 생활용품까지 망라한다. 200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는 한국 문화와 한국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유물을 다수 출품한다는 계획이다. 김홍남 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은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발신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해외 대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중앙박물관이나 산하 지방박물관이 전시하지 않고 있는 유물은 앞으로도 적극 대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스턴미술관은 유물 대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실 개관이 불가능하다. 한국실은 새로 개관하는 아시아관의 일부. 아시아관은 한국실·중국실·인도실·일본실로 구성된다. 중국·인도·일본 것은 소장 유물이 많고 기증도 받아 전시실을 꾸미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휴스턴미술관이 갖고 있는 한국 유물은 가야토기 등 4점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모두 23곳의 박물관에 한국실이나 한국 코너가 설치돼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실 설치가 더딘 남부지역의 중심 도시에서 한국문화만 소외될 수도 있었다. 체코박물관은 동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실을 갖는다. 체코는 한 해 1억명이 찾는 관광대국이다. 여기에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다는 유서 깊은 체코박물관은 필수 관광코스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여가 필요하다고 중앙박물관은 설명한다. 중앙박물관은 현재도 419점의 유물을 해외에 대여하고 있다. 영국박물관에 20점, 일본 규슈국립박물관에 186점, 뉴질랜드 오클랜드미술관에 206점, 호주 퀸즐랜드미술관에 7점이다. 규슈국립박물관은 ‘동북아시아 교류 박물관’의 성격을 갖고 있어 다양한 관련 유물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 오클랜드미술관의 유물도 뉴질랜드의 컬렉터가 세상을 떠나면서 중앙박물관이 소유권을 갖되 전시는 현지에서 하는 조건인 만큼 일반적 대여와는 다르다. 문화재 해외 대여는 좋은 일이지만, 대여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성구 학예실장은 “해외 대여는 지정문화재급이 3개월, 나머지는 2년이 보통”이라면서 “휴스턴박물관도 대여 기간 동안 한국 유물을 적극적 수집해 장기적으로는 자체 소장품으로 한국실을 꾸밀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해외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한수 학예연구사는 “문화재 대여가 단시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적극성을 갖고 추진하다 보면 조만간 한국문화를 보는 해외의 시각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황병기 감독의 ‘반가운’ 혁신

    정명훈 예술감독을 지난해 영입해 단기간에 체질개선을 이룬 서울시교향악단은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에도 지난해 2월 예술감독을 맡은 뒤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병기다. 사실 황병기는 과거를 답습하던 가야금에 20세기적인 감수성을 불어넣어 21세기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런만큼 인맥이 뒤얽혀 무슨 일을 해도 구설이 뒤따르는 국책연주단체의 ‘감투’를 쓰는 데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원로에 대한 상징적 예우’로 받아들이고 그저 즐길 수도 있었을 예술감독 자리를 수락한 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새로운 장르인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개척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모두 8편의 신작을 위촉했다. 오는 10월16∼17일 초연되는 ‘네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는 한국 대표 공연상품을 목표로 한다. 기독교, 불교, 도교, 무교를 주제로 나효신, 김영동, 박영희, 박범훈에게 각각 지난해 10월 주문했다. 작품완성에 1년의 말미를 준 것도, 지난 2일 ‘창작발표회’에서 작곡가들이 작품구상을 설명하고 작품의 일부분을 시연토록 한 것도 유례가 드물다.11월29일 열리는 ‘창작음악회’를 위해서도 백대웅, 이해식, 백병동, 이혜성에게 신작을 위촉했다. 창작곡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연주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국악관현악의 부재현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이다. 연장선상에서 이달 31일 여는 ‘국악관현악 명곡전-회혼례에서 만선까지’도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을 선별해 ‘국악관현악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토록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8월31일과 9월1일의 ‘젊은 예인들을 위한 협주곡의 밤’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젊은 국악인의 범위를 학생뿐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실력있는 연주자들에게까지 확대했다. 이렇듯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적 색채가 짙은 진보진영의 애창곡을 전문으로 반주하는 단체’라는 한동안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다. 그렇다고 ‘황병기 체제’가 곧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보수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례로 8년째를 맞은 ‘겨레의 노래뎐’은 오는 6월3일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북한 음악으로만 꾸미기로 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봄과의 설레는 ‘만남’

    봄과의 설레는 ‘만남’

    ‘2007년 통영국제음악제’의 봄시즌 공연이 오는 23일부터 7일 동안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만남(Rencontre)’을 주제로 한 음악제에서 단연 주목되는 연주단체는 미국의 크로노스 콰르텟이다. 1973년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해링턴이 창단한 크로노스 콰르텟은 현악사중주의 연주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예술적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현대음악 연주단체로 성장했다. 크로노스 콰르텟은 23일 개막연주회에서 윤이상과 인도의 라울 데브 부르만, 중국 작곡가 탄둔의 작품을 연주한다. 한국 작곡가 이도희에게 위촉한 작품 ‘뉴욕’도 초연한다. 중국의 여성 비파 연주자인 우만은 2002년 음악제에 이어 다시 초청됐다. 크로노스 콰르텟은 24일에는 ‘선 링스(Sun Rings)’를 아시아에서 초연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니멀리즘의 거장 테리 라일리에게 위촉해 2002년 처음 연주된 작품이다.1977년 발사된 우주탐사선 보이저호가 감지한 우주의 시그널을 이용해 작곡했다. 록그룹 U2와 롤링 스톤스의 비디오 작업에도 참여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이윌리 윌리엄스가 NASA의 비주얼 자료를 넘겨받아 창조한 이미지들도 연주 내내 무대에 영사된다. ‘선 링스’는 ‘우주경치(spacescapes)’라고 불리는 10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휴식시간 없이 90분 동안 연주된다. ‘외계인의 눈에 띄게 될지도 모르는 지구인들’을 상징하는 2개의 악장에선 합창이 등장한다. 이번 공연에는 박신화가 지휘하는 안산시립합창단이 나선다.‘선 링스’는 2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도 공연된다. 또 음악제 기간 동안 크로노스 콰르텟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3개 학생 현악사중주단이 25일 현대음악으로 이루어진 워크숍 콘서트를 갖는다. 29일 폐막 연주회는 독일의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줄리 알버스가 장식한다. 알버스는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경남국제음악콩쿠르의 2003년 우승자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가을시즌은 10월26일부터 11월4일까지 경남국제음악콩쿠르와 함께 펼쳐진다.(055)645-2137.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추사 대표작 ‘명선’ 초의선사에 준 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 서예작 ‘명선’(茗禪·57.8×115.2㎝)은 한국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에게 추사가 직접 지어 선사한 호(號)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양대 정민(국어국문학) 교수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강진 유배시절 제자인 황상(1788∼1863)의 문집 ‘치원유고(梔園遺稿)’에 실린 ‘걸명시(乞茗詩)’에서 확인한 것으로, 이 작품의 해묵은 위작 논란을 가라앉힐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한국학 전문계간지 ‘문헌과 해석’ 2007년 봄호에 기고한 논문 ‘차를 청하는 글:다산의 걸명(乞茗)시문’을 통해 “황상은 초의 스님에게 보낸 걸명시에서 ‘명선(茗禪)이란 좋은 이름 학사(추사)께서 주시었고…’라 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이 걸명시에서 황상이 ‘추사가 명선이란 호를 (초의선사에게)주었다.’고 부연설명까지 한 사실을 들어 ‘명선’을 추사의 진품 서예작으로 못박았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명선’은 세한도(歲寒圖)와 함께 추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예서체 작품으로 현존 추사 글씨 중 가장 큰 것이다.‘명선’이라 쓴 글씨 옆에 ‘초의가 자신이 만든 차를 부쳐왔는데 몽정차나 로아차에 못지않으니 이를 써서 보답한다.’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 미술사·서예사 연구자들은 그동안 이 작품을 막연히 초의선사의 차(茶=茗)와 선(禪) 일치 정신을 높이 산 추사가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라는 뜻으로 써 준 글씨로만 여겨왔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나주는 ‘제4의 고대문화권’

    나주는 ‘제4의 고대문화권’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에서 백제는 물론 신라와도 교섭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형고분군이 발굴됨에 따라 영산강 유역이 고대문화의 보고로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나주는 삼한시대 이후의 대형 무덤이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여럿 발굴되어 반남면 대안리·신촌리·덕산리와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 등 4곳이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고분 밀집지역이다. 이에 정부는 가칭 국립영산강고고학박물관을 오는 2011년까지 나주에 세운다는 계획을 확정했다.10억원의 기초조사용역비도 올 예산에 반영했다. 앞서 2005년에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경주와 부여·창원에 이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4번째 지역 연구소이다. 한반도 구석기 연구의 중심지가 될 중원문화재연구소가 올해에야 충주에 신설될 예정이라는 것도 영산강 유역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이렇듯 나주를 중심으로 하는 영산강 유역 문화권이 경주의 신라문화권과 공주·부여의 백제문화권, 김해의 가야문화권에 이은 제4의 고대문화권으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이웃한 영암 월출산 기슭의 다양한 문화유적과 한국 도기문화의 중심지인 구림에 세워진 영암도기문화센터를 묶는다면 어느 고대문화권에도 뒤지지 않는 관광자원까지 갖추는 셈이다. 영산강고고학박물관은 나주와 영암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으나,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평가단의 현지실사를 거쳐 나주 반남면 신촌리가 예정지역으로 확정됐다. 대안리·신촌리·덕산리 고분군이 밀집한 지역이다. 반남면 일대 무덤 39기에서는 그동안 국보 제295호 금동관을 비롯해 모두 1만 2573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영산강고고학박물관은 이 지역에서 출토된 고대유물을 전시테마로 하는 전문박물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기원전 4세기 이후 삼한시대의 유물과 옹관묘로 특징지어지는 영산강 유역의 매장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게 된다. 이세섭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은 “영산강고고학박물관은 건립단계에서부터 중앙박물관의 지역박물관 특성화 계획이 적용될 것”이라면서 “박물관의 이름도 고고학 발굴성과와 발맞추어 전시와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영동리 발굴현장에서 열린 지도위원회에서 최성락 목포대 교수를 비롯한 지도위원들은 3세기 옹관묘에서부터 7세기 석실묘에 이르는 30여기의 매장시설이 드러난 또 하나의 ‘벌집형 고분’인 영동리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동리 고분군은 하나의 무덤에서 4세기에 걸쳐 41기의 매장시설이 발견되어 ‘벌집형’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복암리 3호분에서 1.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영동리 고분군을 사적 제404호 복암리 고분군에 추가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발굴책임자인 이정호 동신대 교수는 “영동리 고분군은 야외 고분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만 사유지인 만큼 보존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8) 정림사터 오층석탑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8) 정림사터 오층석탑

    충남 부여에 정림사터 오층석탑이 없다면 사비시대(538∼660년) 백제의 흔적은 낙화암 전설로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탑이 사비성에서 제 모습을 유지한 거의 유일한 유적일 만큼 백제 문화는 철저히 파괴되었습니다. 정림사터 오층석탑도 나당연합군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잘 알려진 대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반도의 오랑캐가 만리 밖에서 천상을 어지럽게 하여…일거에 평정하였다.’는 글을 1층 탑신에 새겼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오만한 낙서로 훼손되지 않았다면 정림사터 오층석탑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신라군사 쪽에서 보면 정림사는 사비성의 한복판에서 백제왕조의 안녕을 빌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겠지요. 그럼에도 정림사를 폐허로 만들었을지언정 ‘소정방 기념탑’으로 탈바꿈해 버린 오층석탑은 허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불교가 융성했던 백제라지만 남아 있는 석탑은 2∼3기에 불과합니다. 정림사터 오층석탑과 요즘 해체 복원작업이 한창인 익산의 미륵사터 서탑이 그것이지요. 학자에 따라서는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도 백제시대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백제 석탑은 신라의 황룡사 구층석탑처럼 목재로 짜맞추던 탑을 석조로 번안한 것입니다. 정림사탑만 해도 부재가 149개에 이른다고 하네요. 백제 석탑의 모습을 본받은 이른바 백제계 석탑은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부여 장하리 삼층석탑과 서천 비인 오층석탑, 정읍 은선리 삼층석탑, 강진 월남사터 삼층석탑 등 10여개가 꼽힙니다. 모두 백제의 옛 땅입니다. 백제계 석탑이 한결같이 고려시대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백제 석탑의 기술이 그대로 계승되었겠지만, 이 시기에 세워진 백제계 석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윤용혁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신라의 옛 백제땅에 대한 지배정책이 매우 완고하여, 백제계 석탑의 건립조차 불온시되는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불국토(佛國土)를 표방한 통일신라에서 석탑이 갖는 대중적 영향력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그런 마당에 백제계 석탑을 세우는 것은 백제계 주민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반국가활동’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고려시대에 백제계 석탑이 여럿 세워진 배경에도 정치적 해석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천득염 전남대 건축과 교수는 “나말여초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견훤을 비롯한 백제 추종세력에 고무 자극된 지역민들의 백제문화에 대한 향수의 발로였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림사터 오층석탑은 통일신라를 비롯한 후대 석탑에 영향을 미친 한국 석탑의 출발점입니다. 더 이상의 조형적 발전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백제 석탑의 완결판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수백년 동안이나 백제 국권회복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은 정림사탑이 가진 또 하나의 가치입니다. 문화적 산물이 꼭 문화로 한정된 영향력만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벌써 1400년 전에 보여주었습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세상으로 唱을 열다

    민주화운동 시대에만 재야인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21세기 국악계에도 재야인사들이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흐름을 타기보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법통을 올곧게 지켜가면서 제 갈길을 가는 명인·명창들이다. 흔히 인간문화재라고 일컬어지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라는 ‘제도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음악사를 쓰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이런 ‘거물급 재야명창’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다. 주인공은 바로 판소리의 박초선과 시조의 서현숙, 경서도소리의 남혜숙. 이들은 3월15∼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인의 가인(歌人)’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을 묻고 살아온 명창들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여 우리 소리의 다양성을 보여주자는 것이 국립국악원의 기획 취지이다. 이른바 주류 소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같고도 다른 멋과 깊이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세 사람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질 두 차례 공연에서 각자의 장기를 펼쳐놓게 된다. 특히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정선아리랑을 판소리, 경서도소리, 시조의 세 명인이 함께 피날레를 장식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박초선(76)을 재야인사로 분류하는 것은 조금 민망한 일이다. ‘애기명창’으로 자라 김소희, 박록주, 김여란 등 당대 명창에게 두루 배운 뒤 탁월한 기량으로 소리판을 주름잡은 대표적 명창의 한 사람이기 때문. 그는 1960년대 완창 판소리를 음반으로 내자는 제의에 “전통예술을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며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국극이 관객을 불러모을 때도 “판소리 대중화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쉽게 소리를 하는 탓에 목 쓰임새와 타는 길이 변질된다.”고 주장해 논쟁을 불렀다. “소리꾼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권력주변을 기웃거리며 아부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후배들을 다그친다. 그는 정정렬제 춘향가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아닌 보유자 후보로 22년을 보내고 있다. 남혜숙(65)은 경기민요의 전설적인 명창 김옥심의 제자이다. 김옥심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에서 탈락한 뒤 제자들의 ‘줄서기’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다른 욕심 없이 그저 선생님의 소리가 좋아 배웠을 뿐인데 왜 떠나겠느냐.”며 곁을 지켰다. 남혜숙은 크고 높은 소리를 배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덜미청과 비단실을 뽑아내듯 가느다란 속청이 뛰어나고 방울목으로 소리를 굴려서 내는 김옥심의 기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남혜숙의 경서도잡가와 민요가 중요성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현숙(67)은 임춘앵 일행의 여성국극 ‘열녀화’를 보고 국악에 입문한 뒤 23세에 마산 전국시조경창대회 명인부에서 1등을 차지했다. 같은 해 전국의 시조경창대회를 모조리 휩쓸다시피 했다. 이듬해에는 스승인 유종구와 가곡·시조를 담은 음반을 펴냈다. 하지만 단시간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이 부담이었는지, 한동안 경남 남해에서 두문불출했다.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1985년에는 부여백제문화제 시조가곡 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정경태와 유종구를 거쳐 서현숙에게 이어진 향제 시조는 아기자기한 맛이 매력이다. 서현숙의 타고난 성음은 편안하고 단아함을 느끼게 한다. 공연시작은 오후 7시30분.1만∼2만원.(02)580-3333.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백제땅’ 나주서 신라토기 발굴

    독널무덤(옹관묘)으로 특징지어진 영산강 유역 세력권인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의 5세기 말∼6세기 초반 무덤에서 신라토기가 여럿 발굴되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영동리 고분군을 발굴하고 있는 나주 동신대 문화박물관(책임연구원 이정호 교수)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제3차 조사에서 적어도 37기의 무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신라토기 5점은 모두 뚜껑접시(蓋杯·개배)로 제3호분에서 나왔다.굴식 돌방무덤(횡혈식 석실고분)의 입구에 장례의식을 치른 뒤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각집선문과 반원문이 결합된 전형적인 신라시대 것이다. 백제의 색채가 짙은 세발토기(삼족기)도 여러 점이 나왔다. 피장자가 백제 및 신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짐작할 수 있다. 앞서 1996년에는 나주 복암리 제3호분에서 신라의 영향이 짙은 말재갈과 말 장식인 행엽 등이 발굴되기도 했다. 발굴단은 “백제는 475년 고구려의 공격으로 한강유역의 위례성을 점령당하자 웅진으로 천도한 뒤 493년 신라와 국혼을 하고 동맹관계를 긴밀하게 다진다.”면서 “이 관계는 백제의 성왕과 신라의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기까지 60여년동안 지속되는데, 복암리 3호분과 이번에 출토된 신라토기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과 잘 부합한다.”고 설명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백제부흥’ 아닌 ‘백제복국’이 맞다

    백제는 660년 신라와 당나라 군대의 기습적인 협공을 받고 항복했다. 하지만 백제 세력은 곧 이어 왜(倭)에 머물고 있던 풍 왕자를 국왕으로 옹립하여 국가체제를 수립한 뒤 조직적으로 나·당군에 항전한다. 그동안 이런 움직임을 백제부흥(復興)운동, 나·당군에 항전하던 세력을 백제 부흥군(復興軍)이라고 부르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백제 부흥’이라는 용어는 왜가 천황권의 역사적 승리를 과시하고 미화시키기 위해 편찬한 ‘일본서기’ 속의 천하관에 보이는 용어이기 때문에 쓰지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최근 발간된 ‘전통문화논총’ 4호에서 “‘일본서기’는 임나제국이나 임나 재건과 관련하여 한결같이 부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왜의 역할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구절에서 ‘부흥’이 나타나는 만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백제 부흥의 개념은 나라가 망한 뒤 국권을 되찾는 투쟁으로, 한 국가가 쇠퇴했다가 다시 흥기하는 개념의 부흥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면서 “당시 백제의 움직임은 당나라와 신라가 강점하고 있는 자국 영토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일종의 독립투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차라리 ‘부흥’보다는 ‘삼국사기’에 보이는 ‘흥복(興復)’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 볼 때 부흥운동은 복국운동(復國運動)으로, 부흥군은 복군군(復國軍)으로 일컫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백제가 멸망한 뒤 주민들이 국권회복 투쟁을 전개한 것을 부흥운동으로 일컬은 것은 1923년 오다 쇼고(小田省吾)가 ‘조선상세사(朝鮮上世史)’에서 쓴 것이 가장 오래된 용례”라면서 “하지만 이전에 사용한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7) 반가사유상과 모딜리아니

    반가사유상은 깨달음에 이르기 전의 싯다르타 태자가 모델입니다. 의자에 앉아 오른쪽 다리를 무릎에 올리고, 손으로는 턱을 괸 채 명상에 잠겨 있습니다.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에 무상함을 느끼고 출가한 뒤 중생구제에 고뇌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삼국시대 반가사유상도 그렇습니다. 삼산관(三山冠)을 쓴 것과 태양과 초승달을 상징하는 일월식(日月飾) 보관을 쓴 것이 각각 국보 제83호와 제7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문화재 해외전시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문화수준을 다시 보게 만드는 존재들이지요. 사실 ‘세계 최고’라는 표현은 화상(畵商)이나 골동품 거간이라면 모를까,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삼산관 반가사유상은 작고한 고고미술사학자 김원룡 선생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에 세계 최고의 조각가가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 못하게 하는 걸작”이라고 토로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미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반가사유상은 두 작품에 그치지 않습니다.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331호 방형대좌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높이가 28.5㎝이니 각각 93.5㎝,83.2㎝인 삼산관, 일월식 반가사유상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이 사유상을 처음 대하는 느낌은 낯설음입니다. 방형대좌(方形臺座)라는 이름그대로 사각형의 높고 널찍한 받침대 위에 앉은 사유상은 너무나도 호리호리해, 흔히 보는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불상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얼굴 표정 역시 냉정해 보입니다. 이 사유상에서 화가 모딜리아니(1884∼1920·이탈리아)를 떠올린 사람은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입니다. 실제로 이 사유상은 모딜리아니의 인물화처럼 얼굴과 가슴·허리·팔이 비현실적으로 가늘고 길게, 극단적으로 변형되고 추상화되어 있습니다. 해체를 통한 재구성이라는 고도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낯설었던 사유상이 볼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장인(匠人)정신’이 아니라, 조각가는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투철한 ‘작가(作家)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방형대좌 반가사유상의 조각가는 과거의 양식적 특징을 극단적으로 적용하여 추상화시키면서 뛰어난 조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모딜리아니보다 무려 1300년이나 앞서 비슷한 원리의 현대적인 조형세계를 보여준 이 사유상이 있어 한국 미술은 조금 더 풍요롭습니다. dcsuh@seoul.co.kr
  • 봄의 길목에서 만나는 ‘세계음악’

    새로 발견됐거나,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피터 본 빈하르트가 한국에 온다. 빈하르트는 2004년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흔히 피아노협주곡 0번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협주곡 WoO4(WoO는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이라는 독일어의 머리글자)를 한국 초연했다.2005년에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직접 편곡한 이반 에르드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했고, 지난해에는 자신이 조직한 압솔루 트리오와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할리우드 영화 모음곡’을 들고 내한공연을 가졌다. 이렇듯 범상치 않은 레퍼토리를 고집하는 빈하르트가 이번에는 ‘세계 음악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20개국에 가까운 나라에서 특유의 이미지를 가진 음악들을 한데 모았다. 한국은 ‘옹헤야’와 ‘도라지’, 아르메니아는 바바드샤니안의 ‘카프리치오‘, 멕시코는 로렌츠의 ‘살사 인글레사’, 중국은 ‘달위로 흐르는 강’, 스페인은 알베니즈의 ‘스페인 모음곡’, 아르헨티나는 피아졸라의‘리베르 탱고’ 등이다. 이밖에 폴란드는 쇼팽, 독일은 베토벤과 슈만, 프랑스는 드뷔시, 러시아는 라흐마니노프, 헝가리는 바르토코, 이탈리아는 토스티의 작품을 내세웠다. 특히 해금연주자 하고운과 타악연주자 정정배, 바리톤 김선일이 참여해 더욱 다양한 무대를 펼친다.하고운은 한국민요와 드뷔시의 ‘달빛의 클레어’, 정정배는 ‘살사 인글레사´와 휘브너의 ‘살사 디 누에바 요크’를 연주한다. 김선일은 슈만의 ‘헌정’과 토스티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공연은 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만∼6만원.(02)2068-8000.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성남 아트센터 ‘예술의 전당 넘어서기’

    성남 아트센터 ‘예술의 전당 넘어서기’

    “예술의전당을 경쟁상대로 삼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갈수록 경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조성진 예술감독) 성남아트센터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까지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0∼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성남아트센터가 올리는 웬만한 공연에는 주민들이 썩 흡족해 하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이라는 존재는 성남아트센터로 하여금 경쟁력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도록 만드는 몸에 좋은 보약이기도 하다. 지역문예회관 수준을 이미 넘어선 성남아트센터의 올해 공연계획에서도 예술의전당을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올해 정명훈이 지휘하고 ‘피아노 스타’로 떠오른 김선욱이 협연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자체 제작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연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라 벨르’ 같은 대형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와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 초청공연도 눈길을 끈다. 오는 3월 작곡가 강석희를 감독으로 하는 ‘현대음악제’와 5월 한국과 독일, 중국의 5개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제1회 국제 청소년 관현악축제’를 여는 것도 지역 문화행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욕적인 기획이다. 예술의전당을 타깃으로 하는 성남아트센터의 전략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예술의전당이 올리는 공연은 자제하는 것이 상도의에도 맞는다.”는 조성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면 성남아트센터 공연은 그만큼 흥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 강북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면 부담없이 유치한다. 또 하나는 티켓값이다. 예술의전당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공연보다 30%를 싸게 책정한다. 예술의전당에서 10만원이라면 성남아트센터에서는 7만원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예술의전당 영향권’인 서울의 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 주민들까지 ‘역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성남과 주변도시의 성장도 성남아트센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재 성남시 주민은 100만명 남짓. 여기에 판교신도시가 완공되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대거 입주하게 된다. 성남아트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주변 용인 및 광주의 인구증가도 놀랍다. 한동훈 홍보실장은 “지난해 성남을 제외한 서울, 용인, 광주시민의 객석 점유율이 40%를 넘었다.”면서 “조만간 성남, 용인, 광주를 합친 인구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황남대총 금귀고리 부장용인 듯

    신라시대의 화려한 금관과 치렁치렁한 장식이 달린 허리띠, 귀고리는 그동안 평상시 착용한 장신구라는 주장과 무덤에 묻기 위해 부장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려왔다. 이렇듯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무덤에서 출토된 신라 금귀고리를 분석한 결과, 제작기간에 쫓겨 급조한 흔적이 드러났다. 무덤의 주인이 사망하자 장례기간에 맞추고자 서둘러 제작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부장용이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진옥 연구원과 한국전통문화학교 강대일 교수는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금제 태환이식(太環耳飾·굵은 고리 귀고리) 세 쌍의 성분과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쌍의 귀고리에서 한쪽은 금 88%와 은 11.5%가 섞인 반면 다른 쪽은 99.5%의 순은에 금도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한 쌍의 귀고리도 금과 은의 함유비율이 각각 80.95%와 18.59%,87.2%와 12.2%로 서로 달랐다. 제작방식도 한쪽은 하나의 통판으로 만든 반면 다른 한쪽은 두 개의 판으로 반구형 고리를 만들어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통판으로 만든 쪽은 중량이 3.96g이었으나 두 개의 판으로 제작한 쪽은 5.96g으로 1.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나머지 한 쌍의 귀고리는 두 쪽의 성분이 같았으나 금의 비율이 66.4%에 불과해 다른 두 쌍의 귀고리보다 붉은 색을 띠게 됐다.주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그동안의 육안 분석에서 탈피해 첨단 과학기기를 이용한 비파괴 분석방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분석 결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금제 귀고리는 제작기간에 쫓겨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보존과학연구 27호’에 실렸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인류 이동 ‘東進경로’ 밝혀지나

    인류 이동 ‘東進경로’ 밝혀지나

    인류의 전파 경로를 밝히기 위한 한국과 이란의 공동발굴이 카스피해 남부지역에서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된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추진하는 발굴조사에는 이란 국립고고학연구소가 참여한다. 발굴 지역은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서부의 길란이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 발생한 인류가 북상하여 아시아로 가는 갈림길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구석기 고고학자인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이끄는 발굴단은 선발대가 14일 출발했다. 이들은 현지조사를 거쳐 3월 초까지 구체적인 발굴지역을 확정지은 뒤 6월부터 발굴에 들어가 내년 1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의 이란 발굴은 2003년 이루어진 탄자니아 발굴의 연장선상에 있다. 배 교수팀은 당시 탄자니아 남쪽 해발 1600m 고원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아슐리안 구석기 유적인 이시밀라에서 발굴조사를 벌였다. 당시 이시밀라의 강바닥에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깔려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인도 서쪽 지역의 구석기 문화를 특징짓는 유물로 알려졌지만,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출토됨에 따라 주목을 끌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나무를 가공하거나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해체하는 데 쓰인 다목적 도구. 끝을 뾰족하고 납작하게 만든 타원형 석기이다. 배 교수는 “동아프리카가 인류의 기원지라면 한반도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척점”이라면서 “이번 발굴은 아프리카의 인류가 어떤 경로를 거쳐 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배 교수팀은 일단 실크로드가 문명의 교통로라면 구석기시대에도 인류의 전파경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서구학계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막연히 바닷가 루트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측할 뿐 구체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배 교수는 “카스피해 북쪽 그루지야의 드마니시 유적에서 180만년전 인류의 두개골이 발굴됐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이번 발굴조사에서 구석기시대 인류의 흔적을 확인한다면 가설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실크로드를 통한 아시아 전파설에도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이번 중동지역 발굴을 포함한 ‘페르시아 문화연구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수행하고 있다. 고고학은 물론 미술·종교·역사·사회학 등이 대거 참여해 이 지역의 문화변동 상황을 올해말까지 연구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 경기도 여주 신륵사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 경기도 여주 신륵사

    경기도 여주에 있는 신륵사(神勒寺)는 드물게 강가에 세워진 절입니다. 일대 남한강의 풍경은 조선 세종시대의 문장가 김수온이 “여주는 낙토(樂土)인데 신륵사는 이 형승(形勝)의 복판”이라고 했을 만큼 환상적이지요. 하지만 지난해 7월 강원도 인제와 평창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여강(驪江)이라고도 불리는 하류지역의 신륵사 주변은 범람위기를 맞았습니다. 백지화됐던 영월 동강댐 건설 계획이 다시 등장했을 만큼 위협은 심각했지요. 신륵사는 폭우가 내리면 언제든 물살에 휩쓸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위태로운 곳에 절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리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신륵사는 한국 자생 풍수의 본질에 충실한 비보(裨補) 사찰”이라고 설명합니다. 비보란 글자 그대로 모자라는 것은 채우고, 병든 땅은 고쳐서 쓴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전통 풍수는 땅을 어머니처럼 여기며 모든 사람이 더불어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지요.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곳에 자리잡고는 사랑으로 어루만져서 좋은 땅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바로 비보라는 설명입니다. 이렇게 신륵사에는 남한강변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이 잦은 홍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살펴 달라는 발원(發願)이 담겨 있습니다. 혹간 자비로 중생을 보듬어 주는 부처님의 가피력(加被力)이 미치지 못했을 때라도, 신륵사는 ‘여강의 홍수경보기’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요. 마을보다 먼저 급류가 차오르는 신륵사의 스님들은 비만 내리면 잠 못이루는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신륵사에 높은 뜻이 담겨 있음은 절을 둘러싼 갖가지 전설에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절 건너 마암(馬岩)에서 날뛰는 황룡마와 여룡마를 고려시대에 인당대사가 굴레를 씌워 다스려 신륵사로 이름지었다는 전설은 유명합니다. 날뛰는 누런말(黃龍馬)과 검은말(驪龍馬)이 장마철 급류를 상징한다면, 이것을 잠재울 신령스런 굴레(神勒)는 절을 지은 사람들의 염원이겠지요. 고려시대의 땅이름인 황려(黃驪), 조선시대 이후 여흥(驪興)과 여주(驪州)도 이 전설에서 비롯됐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고구려 때는 여주를 골내근(骨乃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골내근을 굴레끈의 한문 음역으로 해석한 사람은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실장입니다. 굴레끈이란 다름아닌 륵(勒)이니, 신륵이라는 이름은 고구려 때부터 있었을 뿐 아니라 인당대사도 고려가 아닌 고구려 스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한국 자생 풍수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살았던 도선국사에서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지리학계는 설명합니다. 그러나 삼국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신륵사에서도 자생 풍수는 이렇게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땅과,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에 애정을 가진 우리 자생 풍수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신륵사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얼짱 왕자’ 흥영군 이우 납시오

    ‘얼짱 왕자’ 흥영군 이우 납시오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에서부터 4대손인 흥영군 이우(1912∼1945)에 이르는 일가가 한 자리에 모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흥선대원군과 운현궁의 사람들’이란 초상화 특별전으로 이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전시회는 오는 27일부터 4월1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대원군의 초상화 6점과 고종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 3점, 대원군의 아들이자 고종의 형인 흥친왕 이재면(1845∼1912)과 이재면의 아들인 영선군 이준용(1870∼1917)의 초상화 등 모두 12점이 선을 보인다. 이재면, 이준용, 이우의 초상화가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운현궁(雲峴宮)은 현재도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남아 있는 흥선대원군의 사가(私家). 안채인 노락당에서 태어난 고종이 즉위한 뒤 확장·신축하고 궁으로 부르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대원군이 되어야 하겠지만, 젊은 누리꾼들의 관심은 온통 흥영군 이우로 쏠린다. 고종과 귀인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의친왕의 아들. 수려한 외모의 이우는 지난해부터 ‘얼짱 왕자’로 불리며 인터넷 세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제국의 황실이 여전히 존속한다는 설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대박물관의 ‘마지막 황실, 잊혀진 대한제국’특별전이 뜻밖에 많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불러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33세에 세상을 떠난 이우의 초상은 1965년 이당 김은호가 사진을 참고해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무백관이 임금에게 하례할 때 입는 금관조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출품되는 초상화는 대부분 어진화사(御眞畵師)인 이한철과 유숙 등 당대의 대표적인 화가들이 그린 것이다. 조선시대 전통적인 초상화법에서 근대 화풍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5년 전 술집서 한 약속 지킨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강숙 전 총장과 이건용 현 총장이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의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나란히 지휘대에 오른다. 음악이 있는 마을의 상임지휘자 홍준철씨는 12일 “두 분에게 5년전 술집에서 한 약속을 지키시라고 했더니 흔쾌히 응하더라.”고 했다.음악이 있는 마을은 1996년 10월 창단된 아마추어 합창단. 끼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환영한다는 ‘열린 합창단’이지만, 직업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노래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들은 ‘한국음악이 세계에서 애창되는 그날까지’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창단 당시 이강숙 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이건용 음악원장이 단장과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것도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서 새로운 음악문화를 일궈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창단 이후 프로합창단들도 좀처럼 하기 어려운 신작 위촉 및 초연, 악보출판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홍씨는 “이제는 창작곡만 갖고도 즐겁게 음악회를 꾸밀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새로 위촉한 작품이 여럿 선을 보인다. 이수혁 시 강은수 곡의 ‘낮달’과 ‘하얀 겨울의 하늘여행’, 천상병의 ‘하늘, 바다, 그리고 흙과 바람’에 이찬수가 곡을 붙인 ‘하늘’, 추민주가 대본을 쓰고 노선락이 작곡한 ‘진주난봉가’가 그것이다. ‘진주난봉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을 합창이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다. 이번에는 ‘개다리소반 되었네’ 등 그동안 작곡된 5곡을 쇼케이스 형식으로 발표한다.2008년에는 완성된 진주난봉가를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강숙 전 총장이 지휘할 노래는 윤극영 곡 ‘반달’로 이건용 총장이 편곡한 것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교육가가 일가를 이룬 이 전 총장이지만 공식무대에서 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그래서 좀 쉬운 곡으로 골라 드렸다.”는 것이 홍씨의 설명이다. 이건용 총장은 자작곡 ‘여기 사람들 있네’로 지휘대에 오른다. 음악이 있는 마을의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1만∼5만원.(02)520-8170.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입장료만 내면 국악공연 ‘공짜’

    입장료만 내면 국악공연 ‘공짜’

    설 연휴에 찾는 국악 공연은 즐거움이 곱절이다.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공연내용에 갖가지 민속놀이와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공연은 박물관 입장료만으로 즐길 수 있다. 국립국악원과 정동극장도 가족단위 관람객이라면 큰 폭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립국악원 설날인 18일 오후 5시 예악당에서 ‘정(丁)과 해(亥)가 만나는 새해, 복을 담아’를 공연한다. 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 창작악단, 무용단이 총 출연한다. 궁중무용 ‘처용보등무 합설’과 정악 ‘수용남극지곡’, 시조 ‘태평가’, 전래동요 ‘잠자리 꽁꽁’, 강상구의 실내악 ‘봄을 여는 소리’와 이준호의 ‘판놀음’,‘한강수타령’과 ‘개성난봉가’같은 경서도민요를 들려준다. 예악당 로비와 야외광장에서는 짚풀공예와 신년운세 사주보기, 전통악기 및 전통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8000∼1만원.3대가 관람하면 할아버지·할머니는 무료다.24세 이하도 20% 깎아준다.(02)580-3333. ●국립민속박물관 17일 오후 2시 천익창의 개량악기 연주회,18일 오후 2시 남동현과 함께하는 퓨전음악이 펼쳐진다. 개량악기 연주회에서는 뼈피리와 신석기시대 한반도 현악기, 철기시대 현악기 등을 선보인다.19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30분,3시30분은 심명전 남사당놀이 이수자가 엿파는 모습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에게 엿을 나누어주는 엿장수 시연이 열린다.18∼19일 박물관 마당에서는 연과 단소, 탈 만들기와 세화 그리기, 한지공예 등 체험교육과 투호·굴렁쇠 등 신나는 민속놀이도 펼쳐진다.(02)3704-3107. ●국립중앙박물관 17일 ‘국악으로 듣는 설날 동요’,18일 ‘국악으로 듣는 설날 민요’,19일 ‘퓨전 국악 실내악’이 으뜸홀에서 마련된다. 전통국악그룹 스케치가 출연한다. 오후 3시,5시 두차례씩 공연한다.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은 또 가족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한다.17일 ‘맨발의 기봉이’,18일 ‘아이스케키’,19일 ‘마음이’를 대강당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상영한다.(02)2077-9732. ●정동극장 17∼18일 오후 3시10분에 장구 장단을 체험하고, 오후 4시부터는 전통예술무대를 즐긴다. 쌈지마당에서는 투호놀이, 로비에서는 윷놀이와 토정비결 봐주기, 전통차와 전통주 시음, 떡잔치도 열린다.2만∼3만원, 청소년 1만원. 한복을 입은 사람과 3인 이상 가족, 외국인 근로자는 50% 할인해준다.(02)751-1500.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백제 공동화장실 발굴

    백제 공동화장실 발굴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백제 말기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공동화장실이 발굴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사적 제408호 왕궁리 유적의 서북쪽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형 화장실 3기를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만들어진 이 화장실은 내부의 오수를 좁은 통로를 이용하여 밖으로 빼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구덩이가 화장실이라는 사실은 고려대 기생충학교실에 의뢰한 토양 분석에서 회충과 편충의 알이 대량으로 발견됨에 따라 확인될 수 있었다. 회충과 편충의 알은 주인공들이 농사를 지으며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고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설명했다. 회충과 편충알의 발견은 또 백제인들이 주로 채식을 하고, 육류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보여준다. 회충과 편충은 채소를 섭취할 때 감염되는 대표적인 채식성 기생충이다. 고기를 먹을 때 감염되는 육식성 기생충인 조충의 알은 확인되지 않았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시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남북 490m, 동서 240m에 이르는 장방형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국유사는 이곳을 한때 백제 무왕이 천도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박물관은 문화전쟁 이길 창조성의 바탕”

    “박물관은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그 설립주체에 관계없이 공적시설입니다.사립박물관은 개인이 설립한 것이니 정책에서 홀대되거나 소외돼도 좋다는 인식이 정부나 사회에 퍼져 있다면, 그건 바꾸어야 합니다.” 배기동(55) 한국박물관협회 신임회장은 11일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가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제5대 박물관협회장에 지난 5일 취임한 배 회장은 대표적인 구석기 고고학자의 한 사람이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이 대학 박물관장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전국의 400여개 박물관·미술관이 회원으로 있는 대형조직을 이끌고 가야 한다. 배 회장이 생각하는 박물관은 사회적 운동이자, 학술적 연구와 대국민 서비스가 이뤄지는 문화의 거점이다.나아가 세계가 문화전쟁에 뛰어든 마당에 한국이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창조성의 근본 바탕이다. 배 회장은 “보이지 않는 문화제국주의의 공격에서 승리하기 위한 문화투자의 공격적 확대는 국방비의 지출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서 “문화관광부 차원만의 일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립박물관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운영비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기반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자격증을 준 1500여명의 학예사가 유휴인력에 머물고 있는 것도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배 회장은 “올해의 목표는 ‘존경받는 박물관·미술관’으로 정했다.”면서 “문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충실히 활동해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실마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배 회장은 “2500여개의 박물관이 있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일본은 오사카와 교토지역에만 2000여개의 박물관이 있어 서양관광객들에게 동양의 창(窓)으로써 구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문화의 양적으로도 갈수록 중국과 일본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 박물관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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