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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종시대 군인 18%가 마맛자국”

    “숙종시대 군인 18%가 마맛자국”

    조선시대에 군역에 동원되는 나이는 ‘경국대전’과 ‘속대전’에 따라 16∼60세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방어군이라고 할 수 있는 속오군(束伍軍)은 창설 시기인 임진왜란 당시 15∼50세로 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17세기 후반에 작성된 군적(軍籍)에 따르면 평균 나이는 34.4세였지만, 불과 10세의 사내아이 종과 밥짓고 가축을 돌보는 69세의 노(老) 화병(火兵)도 있었다. ●평균 34세… 군 편제 소상히 기록 이런 사실은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조선시대 충청지역 병적기록부인 속오군적에 나타난 병사들의 신상을 전산입력해 분석한 결과 밝혀낼 수 있었다. 이 군적은 충청도 관찰사 휘하 군인들의 개인신상 정보를 수록한 3책으로,2책은 작성 시기는 각각 숙종 5년(1679)과 숙종 23년(1697)이며 나머지 1책은 앞장이 떨어져 나가 작성연대를 알 수 없었다. 명부에 오른 사람은 모두 4213명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사람은 3883명이었다. 나이가 기록된 3541명 가운데 16세 미만은 65명이었고,60세가 넘은 병사는 9명이었다. 나이가 가장 적은 직책은 일종의 사환병사인 수솔(隨率)로 26.5세이고, 나이가 가장 많은 직책은 오늘날의 하사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총(旗摠)으로 41.9세였다. 얼굴의 특징이 기록된 사람은 2260명으로, 천연두를 앓으면 나타나는 마맛자국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17.7%에 이르는 402명이었다. 마맛자국은 대단히 심하게 얽은 박(縛)에서부터 잠박(暫縛), 마(麻), 잠마(暫麻), 철(鐵) 등으로 구분했다. 서애 류성룡 집안에 전하는 1596년의 평안도 군적에는 552명의 병사 가운데 27%인 150명의 얼굴에 마맛자국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만큼 임진왜란 이후 천연두 발병률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혼란스럽게 만든 대목은 4.00척(尺)으로 산출된 평균신장이다. ●천민 24%·상민이 74% 차지 김성갑 토지박물관 주임은 “이 시대는 황종척(34.48㎝)이 통용되었고, 실제 이를 적용해 제주 속오군적에 오른 인물들의 평균신장을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46.54㎝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수치가 나온다.”면서 “그러나 똑같은 척도를 적용할 때 충청도의 군인들은 평균키가 137.9㎝밖에 되지 않는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토지박물관은 직접 자를 대고 키를 잰 것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기입해 넣은 데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있다. 군적에 나타난 인물을 신분별로 보면 24%인 929명이 사노나 궁노(宮奴), 내노(內奴)와 같은 천민이었고, 양인(良人)과 한량(閑良), 업무(業武) 등 상민이 74%인 2946명을 차지했다. 군적은 임진왜란 이전 조선 전기에는 군대로 징발할 수 있는 명단이라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했으나, 조선후기에는 군포(軍布)라고 하는 일종의 국방세금을 거두기 위한 기초자료로 주로 활용됐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이건무 신임 문화재청장 “대운하 건설해도 문화재 피해 최소화”

    이건무 신임 문화재청장 “대운하 건설해도 문화재 피해 최소화”

    “대운하는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걸고 나와서 당선된 것입니다. 학계나 환경단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 슬기롭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7일 청와대의 임명 발표 직후 전화로 만난 이건무(61) 신임 문화재청장은 한반도 대운하처럼 자칫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도 피해가지 않았다. 이 청장은 이날 “대운하에 대한 정부의 기본방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일관되게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문화재 조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숭례문의 화재로 문화재청에 국민들의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문화재 관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지정 문화재는 국가가 관리하고 지방 문화재는 지역에서 관리하는 등 관리주체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난 만큼 지방 조직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털어놓았다.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는 대로 소방방재청과 산림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고 효율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방청’의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2003년부터 3년동안 첫 차관급 관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끈 데 이어 이명박 정부의 첫 문화재청장에 임명됨으로써 한국 문화유산계를 대표하는 양대 국가기관의 수장을 모두 맡은 첫번째 인물로 기록되었다. 그는 전임 유홍준 청장 시절에 괄목할 만한 내적, 외적 성장을 이룩한 만큼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국립박물관을 떠난 적이 없었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박물관장을 차관급에서 1급으로 낮추고 업무를 문화재청으로 이관한다고 발표하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두 기관이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일각에서 꾸준히 얘기하듯 장기적으로는 문화유산부 같은 장관급 기관을 만들어 합치는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수원·부천·군포로 ‘놓칠수 없는’ 음악회 가요

    수원·부천·군포로 ‘놓칠수 없는’ 음악회 가요

    음악회를 보러 서울을 벗어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수도권의 예술단체와 공연장이 의욕적인 기획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공연이니 자연히 수도권 도시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인기있는 유명 연주자나 연주단체라면 서울을 중심으로 연주회 일정을 짜고 지역은 ‘끼워팔기’ 수준의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예술단체와 공연장의 노력이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팬들의 발걸음을 역류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김선욱은 13일 오후 7시30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나란히 나선다. 스승과 제자 사이로 연주회에 공개적으로 함께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김대진이 지휘자로 부쩍 커버린 제자와 음악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은다. 보로딘의 ‘이고르 왕자’서곡에 이어 김선욱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하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열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두 사람인 만큼 벌써부터 티켓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5000∼2만원으로 티켓값도 큰 부담이 없다.(031)228-2813.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5일 오후 7시30분과 16일 오후 5시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와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피아니스트 백건우 초청 연주회’를 갖는다. 프라임 필하모닉은 군포시문화예술회관의 상주 교향악단으로 연습장과 지원금을 제공받고 시민을 위한 연주회를 제공한다. 고양아람누리와는 공동기획으로 이번 연주회를 마련했다. 프라임 필하모닉의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백건우는 앞서 12일과 13일에는 각각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런던필과는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 2번, 프라임필과는 쇼팽의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백건우의 연주를 취향에 따라 골라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장윤성 지휘로 김솔봉의 ‘스누즈 판타즘’과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들을 수 있다. 런던필은 5만∼20만원이나 아람누리(1577-7766)는 2만∼7만원, 군포문예회관(031-390-3501)은 3만∼5만원이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1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에서 갖는 정기연주회 ‘쇼스타코비치의 혁명’도 트럼펫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네덜란드 로열 콘세트 헤보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인 테오 월터스와 같은 교향악단의 트럼펫 수석으로 알스테르담 콘서버토리 교수인 프리츠 담로가 나선다.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월터스가 장기로 삼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이다. 전석 1만원.(032)320-3481. 하지만 지역 예술단체와 공연장의 독자적인 ‘중앙공연장급’ 기획은 아직 시작단계인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많은 제약이 따르는 만큼 지역의 의미있는 연주회에는 지역 팬들의 성원이 뒤따라야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아람누리 백성현 공연기획팀장은 “백건우 초청 연주회는 일주일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기대 이상으로 예매가 이루어지는 등 관심이 뜨겁다.”면서 “음악팬의 폭이 두껍지 않아 한 차례 공연에 그쳐야 하는 지역 공연장의 특성상 수준급 오케스트라를 참여시키기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의 성원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일리야 N 마다손 채록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일리야 N 마다손 채록

    ‘아바이 게세르’는 게세르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아바이’는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사는 부랴트인의 구비신화에서 흔히 나타난다. 함경도 방언의 ‘아바이’와 마찬가지로 선조나 아저씨, 혹은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높임말이라고 한다. 바이칼 호수에서 알타이 산맥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알타이어계 민족들에게 아바이는 오늘날에도 남성 연장자의 이름 앞에 붙이는 일반적인 존칭으로 쓰인다. 부랴트어로 ‘뉴르가이’는 코흘리개라는 뜻이다. 부랴트인은 자식이 어렸을 때는 하찮은 이름으로 부르다가 열세 살 이상으로 성장하면 이름을 새로 짓곤 했다. 지상을 떠도는 좋지 않은 영(靈)이 아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배려했는데, 우리가 아이를 개똥이 등으로 부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난 신들의 세계’(일리야 N 마다손 채록, 앵민족 옮김, 솔 펴냄)는 멀리 떨어진 지역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아바이’나 ‘뉴르가이’처럼 우리와 비슷한 정서와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바이칼에서 채록한 게세르 신화와 단군신화 비교 육당 최남선을 비롯한 선학들은 1920년대에 이미 바이칼 호수 일대를 우리 민족문화의 발상지로 주목했다. 육당은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단서로 단군신화 연구의 필요성을 들었는데, 단군신화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부랴트 게세르 신화와의 비교연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세르 신화의 도입부는 이렇다. 하늘신 가운데 가장 명망이 높았던 게세르는 악신(惡神)들이 재해와 빈곤으로 인간 세계를 도탄에 빠뜨리자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게세르는 배반당하고 자신보다 강한 적 앞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겨내는 힘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고통 받은 인간이 안쓰러워 고민에 잠기고 감당해내기 힘든 무리한 싸움에도 나선다. 이런 얼개의 이야기는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칼묵의 ‘장가르’,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부랴트의 ‘게세르 신화’, 그리고 한반도의 ‘단군신화’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나타난 인간주의는 우리에게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으로 친숙하다. 부산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채록된 판본만 해도 100개가 넘고, 티베트나 몽골 것까지 합치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게세르 신화 가운데 채록자의 창작이 포함되지 않은 판본을 찾아 번역하고 상세하게 주석을 달았다. 그는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에서 샤머니즘이 고대인의 관념이 담긴 철학이자 종교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오늘날의 부랴트 샤먼들은 잔혹한 희생제의를 펼치거나 혹세무민의 의식을 펼치는 대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며, 전통 의료행위와 심리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발견된 신화… 보편적 가치 찾아야 부랴트 샤먼들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적극적으로 저술활동을 펼치고 대중교육에 나서기도 하는데, 가장 과학적인 합리성으로 무장한 계층이 당시의 시점으로는 가장 첨단을 달리는 문물을 만들어내는 텡그리(하늘의 신, 단군과 연결짓기도 함)로 활동하던 신화의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게세르 신화와 같은 얼개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채록본이 뜻밖에도 일연의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라는 데 주목한다. 우리가 북방의 신화를 본떠서 단군신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의 얼개가 게세르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세르 신화는 단군신화와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신화일 수도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신화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다가가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8) 전주 경기전 태조 어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8) 전주 경기전 태조 어진

    흔히 조선 초상화의 핵심 정신으로 영조가 선왕인 숙종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언급했다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곧 다른 사람(一毫不似 便是他人·일호불사 변시타인)’이라는 극도의 사실성을 들곤하지요. 일호불사론(論)은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중국 북송의 사상가 정이의 어록에 먼저 나온다고 합니다. 한오라기 수염이라도 더 많으면 다른 사람이니 영정이 아니라 신주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제의론이었다는 것이지요. 선조 이후 현종까지 250년 남짓한 기간동안 임금의 초상인 어진(御眞)의 제작이 활발치 않았던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합니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의 신권(臣權)이 왕권을 능가할 만큼 강한 시절에는 어진조차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럼에도 어진을 비롯한 초상화는 조선시대 내내 끊이지 않고 그려졌지요. 어진을 더 많은 장소에 봉안하여 권위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왕과 성리학적 명문을 앞세우며 이를 견제하려는 사대부 사이의 갈등이 잠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진은 ‘일호불사’라는 글자 그대로 최대한 ‘모델’의 실제 모습에 가깝게 그려야 했을 것입니다. ●태조 초상화는 모두 26축 그려져 태조 이성계(1335∼1408년)의 초상화는 전신상과 반신상은 물론 승마상까지 모두 26축이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주 경기전 것이 유일하지요. 이 어진이 처음 그려지고,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임금의 초상이 갖고 있는 의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 왕조는 국초에 태조의 초상화를 모시는 진전(眞殿)을 6곳에 세웠습니다. 태조의 아버지인 환조 이자춘의 옛집으로 이성계가 태어난 함경도 영흥에는 준원전, 이씨의 본향인 전주에는 경기전, 왕위에 오르기 전 태조가 머물던 개성의 집터에는 목청전을 지었습니다. 고구려와 신라의 고도인 평양과 경주에도 각각 영숭전과 집경전을 두었지요. 경복궁에는 역대 왕과 왕비의 초상을 가리키는 쉬용(容)을 한데 모아 봉안하는 선원전을 세웠습니다. 영흥과 경주의 어진은 태조 재위 당시 그려졌습니다. 경기전 어진은 태조가 승하한 이듬해인 1409년 경주 것을 모사하여 1410년 봉안했지요. ●도성의 어진 6·25때 대부분 소실 경기전 어진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바닷길로 선조가 머물던 의주를 거쳐 묘향산에 보관됩니다. 어진은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탄 경기전이 광해군 6년(1614년) 중건된 뒤에야 돌아왔습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경기전과 영흥전 것을 제외한 태조 어진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경기전 어진은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무주 적산산성으로 다시 한번 피란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에도 이 어진은 영조 43년(1767년) 전주성에 불이 나서 2300호가 잿더미가 되는 상황에서 향교로 한동안 옮겨졌고,1894년 동학농민혁명군이 전주를 점령했을 때도 위봉산성으로 피란하는 곡절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경기전 어진은 숙종 14년(1688년) 서울 나들이를 합니다. 조선왕실은 이 초상화를 모사하여 남별전에 봉안함으로써 임진왜란 때 선원전이 불타는 바람에 태조의 어진이 도성에서 사라졌던 공백을 마감했지요. 도성의 어진은 1921년 새로 지은 선원전에 한데 모아졌는데,6·25전쟁 당시 피란지 부산에서 그만 대부분이 불에 타버리고 맙니다. 영흥의 태조 어진도 광복 이후까지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행방을 알 길이 없습니다. 현재의 경기전 어진은 고종 9년(1872년)에 다시 모사한 것입니다. 모사 과정은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어진이모도감의궤(御眞移模都監儀軌)’에 자세히 전하고 있지요. 어진을 모사한 것은 초상화가 낡으면 새로 그리고 이전 것은 파기하던 관행 때문입니다. 최근 전주시는 ‘낡고 오래된 어진을 태운 뒤 백자 항아리에 담아 경기전 북편에 묻었다.’는 의궤의 기록에 따라 이 흔적을 찾아나서기로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조선시대에 어진은 살아있는 임금과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경기전의 태조 어진도 격동의 세월을 살아간 역대 왕만큼이나 풍상을 겪었지요. 한 점의 그림에 이 정도의 역사가 담겨 있는 사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dcsuh@seoul.co.kr
  • 국립중앙박물관 ‘베트남, 삶과 문화’ 展

    국립중앙박물관 ‘베트남, 삶과 문화’ 展

    베트남은 14세기 중반 청화백자를 생산하면서 도자기의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때마침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1368년 출범한 뒤 해금(海禁)정책으로 대외무역을 막는 바람에 베트남은 도자기 수출을 늘려갈 수 있었다. 베트남은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에 이르면 양산체제를 구축하여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7년 호이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꾸라오짬 침몰선에는 15세기 세계 도자 문화 발전에 한몫을 했던 베트남의 전성기 도자기 24만점이 실려 있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수민족의 독창적 공예품 소개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시아관에서 11일부터 베트남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베트남,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한 이 전시에는 꾸라오짬 침몰선의 청화백자 접시를 비롯하여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148점의 유물이 출품된다. ‘베트남, 삶과 문화’는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과 국립민족학박물관, 국립미술관에서 빌려온 이 나라 최고의 문화재로 꾸미는 국내 최초의 베트남 관련 대규모 전시이다. 중앙박물관이 2006년 용산 이전 기념으로 아시아관에 마련했던 인도네시아 유물에 이어 앞으로 2년 동안 전시가 이루어진다.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 가족이라면 이 기간에 중앙박물관을 찾는 것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베트남은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섬세하고 독창적인 공예 전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54개에 이르는 소수민족의 수공예품은 베트남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그 다양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도 전통 공예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먼저 베트남 소수민족의 의상과 악기, 인형, 나전칠기 등이 소개된다. 수상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과 전통악기에서는 베트남의 놀이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동손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인 청동북이 출품된 것은 베트남이 인도차이나의 청동기 문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 청동북은 베트남 민족의 긍지이자, 베트남 문화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11~16일 베트남 영화주간도 마련 중앙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맞추어 11일부터 16일까지 ‘베트남 영화주간’도 마련한다. 토니 뷔이 감독의 ‘쓰리시즌’과 트란 안 홍 감독의 ‘시클로’같은 베트남 영화와 ‘그린드래곤’,‘굿모닝 베트남’,‘하늘과 땅’같은 미국영화,‘그린 파파야 향기’와 ‘인도차이나’같은 프랑스 영화, 그리고 공수창 감독의 한국영화 ‘알 포인트’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두 발가락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 경남 남해군서 국내 첫 발견

    두 발가락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 경남 남해군서 국내 첫 발견

    두 발가락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가락 두 개만 찍힌 발자국 화석은 지금까지 중국의 두 곳과 미국의 한 곳에서만 보고됐다. 이 발자국 화석은 충북과학고 교사인 김경수 박사가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 있는 1억∼1억 1000만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 지층을 가리키는 함안층에서 발견했다. 김 박사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3차원 기록ㆍ보존방안 연구를 총괄하는 한국교원대 김정률 교수 연구팀의 일원이다. 발자국 길이는 15.5㎝, 폭은 8.4㎝이며 보폭은 204㎝이다. 이들은 다른 육식공룡과는 달리 뒷발 두 번째 발가락의 발톱이 커다란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어 사냥감을 잡을 때 사용하고, 발자국으로는 찍히지 않기 때문에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자국만 화석으로 남게 된다. 이번 발견으로 한반도의 중생대 백악기에는 대형 육식공룡말고도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떼지어 습격하는 장면에 나오는 벨로시랩터를 비롯하여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데이노니쿠스와 같은 드로마에오사우루스과(科)의 몸집이 작은 육식공룡이 존재했음이 증명되었다고 문화재연구소는 설명했다. 이 발자국 화석은 ‘함안층에서 발견된 드로마에오사우르스의 발자국’이란 의미를 담아 ‘Dromaeosauripus hamanensis(드로마에오사우리푸스 함안엔시스)’라는 신속ㆍ신종으로 명명되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인용색인(SCI) 수록 대상 학술지인 ‘고지리, 고기후, 고생태(Palaeogeography,Palaeoclimatology,Palaeoecology)’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김정률 교수와 김경수 박사말고도 미국 콜로라도대 마틴 로클리 교수, 경북대 양승영 교수, 진주교육대 서승조 교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최현일 박사,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학예연구관이 참여했다. 임종덕 학예관은 5일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공룡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뼈화석과 이빨화석의 발견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관심을 갖고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통영에서 선율과 함께 봄마중을

    통영에서 선율과 함께 봄마중을

    경상남도 통영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95)을 기리는 일곱 번째 통영국제음악제의 봄 시즌이 21일부터 6일동안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올해 봄시즌의 주제는 ‘자유(Freiheit)’.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독일에서 타계한 윤이상이 소망을 담아 작곡한 실내교향곡 제2번 ‘자유에의 헌정(Den Opfern der Freiheit)에서 따왔다. 봄 시즌과 가을 시즌으로 나뉘어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그동안 가을 시즌에 좀 더 중요한 프로그램을 배치했던 것이 사실. 올해는 봄 시즌부터 고음악에서 현대음악, 재즈에 이르기까지 볼 만한 음악회가 줄을 잇는다. 21일 오후 7시30분 대극장에서 열리는 개막 연주회의 주인공은 영국의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러시아의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배운 신예 자난드레아 노세다의 지휘로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떠오른 힐러리 한이 협연한다. 윤이상의 1961년 작품인 ‘교착적 음향(Colloides sonores)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7번으로 프로그램도 매력적이다. 이날 소극장에서는 오후 10시에 플루티스트 클로드 드페브르와 나상아가 윤이상과 메시앙의 작품으로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22일은 파커 스트링 콰르텟과 서울 윤이상 앙상블, 자크 루시에 트리오가 연주회를 갖는다. 파커 콰르텟과 윤이상 앙상블은 현대 음악 전문 연주단체이며,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클래식을 재즈 스타일로 연주하여 화제를 모았다.23일은 강준일과 윤혜진, 백태종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한국의 작곡가들’과 헤이그 타악기 앙상블, 첼리스트 송영훈이 나서는 파커 스트링 콰르텟의 연주회가 잇따라 열린다. 24일은 기욤 부르고뉴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협연하는 TIMF(통영국제음악제)앙상블과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존 홀로웨이가 독주회를 갖는다.25일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공연과 피아니스트 백혜선 독주회가 각각 대극장에서 열린다. 26일은 음악제의 자매행사라고 할 수 있는 ‘경남국제음악콩쿠르’의 2006년 첼로 부문 2위 입상자인 나렉 하크나자리안의 첼로 독주회에 이어 7시30분 ‘KNUA 스트링 앙상블’ 연주로 봄 시즌의 막을 내린다. 통영음악제는 BBC 필하모닉이 최고 10만원,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최고 7만원에 이르지만 다른 모든 공연은 크게 부담이 없는 1만∼5만원에 티켓값이 매겨졌다. 하지만 대극장도 880석에 불과한 만큼 일찍 예매하는 것이 필수이다. 한편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은 봄 시즌에 수도권 음악애호가들을 위하여 공연을 보고 문화관광 명소도 둘러보는 1박2일의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055)642-8662.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공연리뷰] 아람음악당의 ‘마태수난곡’

    [공연리뷰] 아람음악당의 ‘마태수난곡’

    ‘마태수난곡’은 난곡이었다. 특출한 기교나 뛰어난 감수성이 필요하여 어려운 것이 아니라 연주에 너무나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장벽으로 보였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1시간20분 남짓한 1부가 끝나고 휴식 이후에도 다시 1시간40분이 흘렀음에도 ‘마음 속의 시계’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2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독일의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은 바흐의 종교음악이 어째서 위대하다고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서울 주변’에 자리잡은 공연장이 가지고 있던 ‘학구적인 공연은 표가 팔리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도 뜻깊었다.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가 지휘한 이날 공연에는 65명의 성 토마스 합창단과 40명 남짓으로 편성을 줄인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연주자의 숫자가 아니더라도 ‘마태 수난곡’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합창단이 이끌어가는 음악이었다. 역사가 121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는 성 토마스 합창단은 8세에서 18세에 이르는 남자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날 공연에서 변성기 이전의 소프라노와 앨토 파트는 세일러복, 변성기가 지난 테너와 베이스는 넥타이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의 26장 1절에서부터 최후의 만찬을 거쳐 예수가 십자가에 못막히는 장면까지를 다루었다. 이날 나선 6명의 솔로이스트 가운데,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복음사가(에반젤리스트) 역의 테너 마르틴 페촐트와 예수 역의 바리톤 마티아스 바이헤트르 말고는 그다지 컨디션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해도 성 토마스 합창단의 순수한 목소리와 어울리면서 종교음악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공연이 수도권 공연장이라도 관람객의 취향에 영합하는 공연이 아니라 예술의전당같은 ‘중앙’의 대표적인 공연장 이상의 수준 높은 기획이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도 적지않은 성과였다. 이날 1500석의 아람극장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음에도, 기침소리조차 거의 들을 수 없었을 만큼 관람객의 수준 높은 관람태도는 성 토마스 합창단과 게반트하우스 토케스트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양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남·북을 적신 ‘평화의 아리랑’

    남·북을 적신 ‘평화의 아리랑’

    서울에서도 피날레는 아리랑이었다.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 이번 ‘드라마’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날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이 끝난 뒤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뉴욕 필하모닉의 하피스트 낸시 알렌은 조용히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첫번째 앙코르 곡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에서도, 두번째 앙코르 곡이자 평양 공연의 첫번째 앙코르 곡이었던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가운데 ‘파란도르’에서도 하피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알렌이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젤이 세번째 앙코르를 위하여 지휘대 위에 서자, 곧 이어 북한의 개량악기인 장새납을 대신한 민디 커먼의 피콜로와 알렌의 하프가 북한 작곡가 최성한이 편곡한 ‘아리랑’의 멜로디를 울리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이 28일 오후 1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2500석의 티켓이 매진된 가운데,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 시간에 이처럼 붐빈 것은 예술의전당 20년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뉴욕필은 이날 무대에 오르자마자 우리 ‘애국가’와 미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를 연주했다. 서울 공연이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국가를 연주한 평양 공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첫곡인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기다리던 관람객들은 갑작스러운 ‘애국가’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 연주회에서는 두 나라 국가를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애국가 연주가 없어졌듯 어느 사이엔가 연주회장에서의 국가 연주도 사라졌다. 나이든 관람객들에게는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뉴욕필의 서울 공연은 그러나 지난 26일의 평양 공연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평양 공연에서는 동평양대극장의 객석 조명을 모두 밝혀놓았던 데 반해 이번에는 여느 음악회처럼 불을 모두 끈 것도 달랐다. 평양에서는 공연에 참석한 북한 주민이 닫혀 있던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열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공연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손열음이 협연한 피아노협주곡 2번, 교향곡 5번으로 짜여졌다. 모든 프로그램을 베토벤의 작품으로 구성한 것도 거장 로린 마젤과 뉴욕필에 대한 한국팬들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날 뉴욕필의 서울 공연이 평양 공연만큼이나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관람객들에게 손키스를 날리며 즐거워하는 로린 마젤과, 콘서트홀을 나서는 관람객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두루 확인할 수 있었다. 마젤과 뉴욕필 단원들은 타이베이와 상하이, 홍콩, 베이징, 평양, 서울을 거친 ‘2008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한 이날 예술의전당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겼고, 오후 8시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뉴욕으로 돌아갔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일 역사인식 논쟁의 메타히스토리/한·일, 연대21 엮음

    2004년 11월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일, 새로운 미래 구상을 위하여-교과서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자칫 몰매를 맞을지도 모를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요약하자면 1960년대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정신대와 위안부를 동일시하는 한국인의 집단기억은 성립해 있지 않았다. 정신대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1943년 9월 일본 차관회의로, 우리 교과서에도 정신대란 공장 등에 동원된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반면 위안소는 1932년 중국 상하이의 일본 해군기지 주변에서 생겨났다. 기지 주변의 유흥업자에게 위안소를 위탁했는데, 모집책에 의한 위안부의 모집에는 광범위한 인신약취와 취업사기가 동반된 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신대와 위안부는 역사적 경로에서 확연히 다른 존재였으나 1960년대 후반 교과서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여 1997년에는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로 희생되기도 했다.’고 서술됐다. 국민국가가 국민을 문명인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과서에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신화가 30년간이나 전파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나 배경은 무엇이냐고 이 교수는 묻는다. ‘한·일 역사인식 논쟁의 메타히스토리’(한·일, 연대21 엮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는 이 논쟁 이후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열렸던 ‘한·일, 연대21’심포지엄의 발표문을 모은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주체적인 책임의식과 통합적인 성찰을 얻음에 약간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는 이 교수의 설명이 그대로 이 책을 낸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는 한·일 두 나라 학자 18명의 논문이 실려 있다. 이들은 가해국의 피해자와 피해국의 가해자를 함께 보지 못해서는 21세기의 한·일관계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국의 피해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가해국의 가해자는 규탄당하는 구조에서 가해국의 피해자와 피해국의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다. 현실은 언제나 가해와 피해가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뒤엉켜 있는 것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충돌할 때 그들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일제 능욕에 살아남은 문화유산

    일제 능욕에 살아남은 문화유산

    치악산 고판화박물관이 27일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겪은 두 점의 문화재를 공개했다. 하지만 수난을 겪었기에 그나마 일부라도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화재 보호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내보인 자료는 19세기 후반 한글 방각본 소설 ‘유충열전’을 찍어낸 목판으로 만든 일본식 분첩과 1899년판 한석봉 초서 천자문의 목판으로 만든 일본식 화로 상자였다. 두 목판은 모두 전주에서 만들어진 완판(完板)이다. 앞서 고판화박물관은 2005년에도 ‘오륜행실도’ 목판으로 만든 일본식 화로 상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방각본은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한 상업적인 민간 출판 도서를 가리킨다. 전국의 서당에서 광범위하게 교재로 쓰였을 한석봉 천자문 역시 방각본이다.‘유충열전’은 필마단기로 적진에 뛰어들어 수만 대군을 격퇴하고 위기에 빠진 황제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었다. 고판화박물관이 충북 충주의 한 고미술상에서 구입했다는 화로 상자(41×41×34㎝)는 한석봉 초서 천자문의 목판 4장으로 만들었다. 양면에 글자가 새겨진 목판의 가운데를 갈라 8장으로 만든 뒤 화로 상자의 바깥에 장식용으로 붙여놓았다. 일본 도쿄에서 입수했다는 분첩(10.5×10.5×2.5㎝)은 ‘유충열전’의 목판을 둥글게 오려낸 다음 뒷면을 파서 뚜껑을 만들었다. 나전칠기 전문가들은 분첩의 옻칠이 ‘마현전칠기법’으로 일본에서는 주로 작은 생활용기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설명한다. ‘유충열전’의 원본 목판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글 소설의 목판을 통틀어도 남아 있는 것은 ‘삼국지’ 목판 1점이 유일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는 민간에서 출판이 대량으로 이루어진 만큼 일제강점기만 해도 방각본의 목판은 너무도 흔해서인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상업 출판에 쓰이고 난 목판은 심지어 땔감이 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는 사이 목판은 일본식 화로 상자도 되고 일본여인들이 쓰는 분첩도 되었을 것이다. 우리 문화재가 일종의 능욕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남아 있는 ‘유충열전’ 목판이 이것밖에 없다면 오히려 일본인들이 분첩으로 만든 것이 방각본의 목판을 보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꼴이 된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선학 관장은 “우리 조상의 삶을 위로해 주던 한글 소설의 목판 원판이 처참하게 오려져 생활도구로 전락한 모습을 두고 일본인들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 자신이 얼마나 문화재를 사랑하고 있는지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마젤 “北서 내 생애 최고의 환대”

    마젤 “北서 내 생애 최고의 환대”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마친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7일 서울에 왔다.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과 단원들은 오후 1시55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서해 항로를 날아 오후 2시5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로린 마젤은 인천공항에서 “북한 사람들로부터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환대를 받았다. 그것은 우리 생애 최고의 환대였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평양 방문 소감을 밝혔다. 마젤은 특히 평양 공연의 앙코르로 ‘아리랑’을 연주할 때 청중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것은 미래 양국 관계의 가능성을 잘 말해 준다.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었으며, 모든 위대한 일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마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연을 참관하지 않은 데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여행의 목적은 북한 사람들에게 평화를 원하며 음악과 문화의 세계에서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음을 믿는 미국인이 많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뉴욕필은 2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평양에 이은 ‘남북한 연속 음악회’를 연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경북지역 민속문화 종합조사 나선다

    경상북도는 다른 지역보다 마을 공동체가 잘 유지되고 있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동족마을도 잘 보존되고 있는 편이다.하지만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널리 알려진 민속마을이 적지 않음에도 다른 많은 지역의 민속은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경상북도가 ‘2009년 경북 민속문화의 해’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이 지역이 갖고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동안 외면받은 민속자원을 발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양한 사업 가운데, 경북도가 종가(宗家)의 역사와 제례, 음식 등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벌이려는 것은 종가를 소재로 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자원화하겠다는 차원이다.반면 민속박물관의 마을조사는 훼손될 위기에 있는 과거 및 현재의 민속을 기록하는 차원이다.민속박물관과 경북도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투입할 예산은 모두 35억 6000만원. 경북도가 17억 6000만원, 각 시도가 3억원을 들인다. 신광섭 민속박물관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7일 경북도청 회의실에서 이 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北주민 한국계 단원 8명에 ‘충격’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그 역사적 의미만큼이나 풍성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음악이 평양 사람들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을 한 것이다. 27일 서울에 온 뉴욕필의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이 “그들은 우리가 친구로 와주기를, 음악의 언어로 우호의 손길을 뻗쳐 주기를 기대하는 듯했다.”고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피바다가극단 배우인 조청미씨는 지난 26일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가 끝난 뒤 “여러 나라의 ‘신세계로부터’교향곡을 들어보았지만 역시 뉴욕 교향악단이 제일인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주민들은 “미국에서도 조선의 교향악단의 공연이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뉴욕 답방’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온 꼴이다. 그만큼 ‘오케스트라 외교’가 상호 교환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졌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도 북한도 아닌 로린 마젤이라는 우스개도 나왔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뉴욕필의 공연 실황을 보면서 ‘뉴욕에서 온 저명한 지휘자’가 정열적으로 지휘봉을 흔들며 온몸으로 블루스 선율을 형상화하자 호감을 느꼈다.“즐겁게, 즐겁게 감상하세요.”라거나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중간중간에 농담을 섞어가며 서툰 한국말로 초반의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간 것도 마젤이 북한에서 ‘뜨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로린 마젤은 그러나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가진 리허설에서는 따끔하게 훈수하여 단원들을 움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젤은 이날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과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서곡을 지휘했다. 그는 때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만을 표시하다가 세심하게 부족한 점을 설명하고 나서는 연주가 좋아지자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뉴욕필에 한국계 단원이 8명이나 있다는 것을 내심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만수대 예술단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전소연씨는 “뉴욕 교향악단에 남조선을 비롯하여 일본 등 동양 사람들이 많이 진출해 보기가 좋았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7) 겸재 정선의 ‘우천’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7) 겸재 정선의 ‘우천’

    겸재 정선(1676∼1759년)은 65세 되던 영조 15년(1740년) 양천현령에 임명되었습니다. 양천현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로, 지금은 아파트가 가득 들어찬 가양지구 한 복판에 현아(縣衙)가 있었지요. 양천은 도성이 강 건너로 멀지 않은 데다, 물산이 풍부하고 경치도 좋아 현령 자리를 노리는 인사가 많았다고 합니다. 영조가 진경산수화풍이 경지에 오른 겸재를 양천현령에 임명한 것을 두고 한강변의 경치를 마음껏 그려보라는 뜻이라고 해석한 사람은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입니다. 겸재는 영조가 ‘기대’한 대로 부임 첫해와 이듬해에 걸쳐 한강변의 경치를 33폭에 담았는데, 바로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입니다. ●시화첩 경교명승첩 중 한 작품 ‘경교명승첩’은 겸재와 당대 진경시의 거장으로 절친한 벗인 사천 이병연(1671∼1751) 사이의 우정이 낳은 시화첩(詩畵帖)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겸재의 양천현령 발령으로 헤어지게 되자 너무나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서 한양의 사천이 시를 써 보내면 양천의 겸재가 시제에 맞추어 그림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경교명승첩’의 화폭마다 천금을 준다고 해도 남에게 넘기지 말라고 ‘千金勿傳(천금물전)’이라고 낙관한 것도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뜻이겠지요. ‘우천(牛川)’에도 화면의 왼쪽 아래에 ‘千金勿傳’ 도장이 보입니다.‘우천’은 ‘경교명승첩’에 담겨있는 한강변 풍경 가운데 가장 상류지역에 해당하지요. 지금은 경안천이라고 불리는 우천은 경기도 용인에서 발원하여 광주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었습니다. 경안천 하류는 팔당댐이 지어진 뒤 거대한 호수로 탈바꿈했지요. ‘우천’이 눈길을 끄는 것은 풍경도 풍경이지만 분원(分院)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원은 조선시대에 왕실에 음식을 공급하는 총괄기관인 사옹원의 그릇을 만드는 하부조직이었습니다. 일종의 국영 도자기 제작소였지요. 조선의 마지막 분원이 있던 곳이 바로 그림 속에 집들이 보이는 지금의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입니다. 기관의 이름이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된 것입니다. ‘우천’에 나타난 분원의 모습은 왜 이곳이 왕실 도자기 제작소로 이름을 떨쳤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맑고 풍부한 물과 충분한 땔감, 원료의 조달과 완성품의 수송이 손쉬워야 한다는 도자기 가마의 입지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분원은 세조 13년(1467년)에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사옹방을 사옹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관리를 임명한 이후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보통 10년을 주기로 옮겨다녔습니다. 땔감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경종 즉위년(1720년)에는 더 이상 가마에 불을 지필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고 하지요. 이듬해 지금의 광주군 남종면 금사리로 분원을 옮긴 것은 장작을 나르는 배가 지나다니는 강가에 자리잡으면 땔감을 사서 쓸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천’에 보이는 산중턱의 큰 기와집이 분원인지는 얼마간 의문도 없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가마를 허물고 국민학교를 지은 바로 그 지점이기는 하지만, 금사리에 있던 사옹원 분원이 분원리로 이전한 것은 영조 28년(1752년)으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경교명승첩’이 제작된 시기와는 10년이 조금 넘는 시차가 있습니다. ●남종면 일대 풍경 압축적으로 그려 금사리는 그림에 보이는 마을의 오른쪽 고개를 넘으면 바로 나타납니다. 겸재가 찾았을 당시 사옹원과 관련한 어떤 시설이 이미 지금의 분원리에 세워져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겸재가 화폭에 분원을 앞당겨 분원리에 가져다 놓은 것은 진경산수 정신이 낳은 상상력의 발로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우천’은 남종면 일대의 풍경을 압축하여 밀도있게 재구성해 놓았지요. 산허리에 기와집이 보이지 않고, 강가에는 마포로 도자기를 실어날랐을 돛단배가 없었다면 ‘우천’은 심심한 그림이 되었을 것입니다. dcsuh@seoul.co.kr
  • 평양에 울려퍼진 ‘성조기여 영원하라’

    평양에 울려퍼진 ‘성조기여 영원하라’

    동평양대극장만큼은 어제의 평양이 아니었다. 북측 관람객들은 미국을 상징하는 ‘신세계 교향곡’을 기립박수로 받아들였고, 뉴욕 필하모닉은 북한 작곡가의 ‘아리랑’으로 화답했다.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평양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가졌다. 오후 6시부터 남북한 방송은 물론 CNN 등은 이 뜻깊은 공연을 전세계에 TV로 생중계했다. 뉴욕필은 음악감독 로린 마젤의 지휘로 청중들이 모두 기립한 가운데 북한 국가와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것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전주곡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했다. 박수가 이어지자 뉴욕필은 비제의 ‘파란도르’와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으로 앙코르를 이어갔고, 마지막이자 세번째 앙코르로 북한 작곡가 최성한이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하여 관람객 전원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팬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연장에 ‘깜짝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는 달리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젤은 기자회견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1959년 옛 소련에서 이뤄진 뉴욕필의 공연은 소련 국민들이 정부가 해온 말들에 회의를 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소련 정권의 붕괴를 초래한 개방화 과정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한편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날 영국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내년 초 평양에서 콘서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힘에 따라 ‘콘서트 외교’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린 마젤과 뉴욕필은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을 협연한다. 오후에는 28일로 예정된 서울 공연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뉴욕필 평양공연] 평양 신세계 연 오케스트라 외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오후 7시50분쯤 모두 끝났다. 두 나라 국가와 세 곡의 정규 프로그램에 이어진 세 곡의 앙코르까지 끝나자 관람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악기를 챙겨들고 무대를 떠나려던 단원들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연주회가 시작될 무렵의 긴장과 기대, 어색함이 엇갈리던 표정의 관람객은 동평양대극장에는 더 이상 없었다. 연주회는 26일 오후 6시6분쯤 북측 여성 아나운서가 “오늘 공연은 두 나라 예술교류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뉴욕 교향악단의 이름있는 지휘자”라고 로린 마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역사적 공연의 출발은 북한과 미국 국가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북한국가 ‘애국가’와 미국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로 시작됐다. 뉴욕필 단원들은 첼로 파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어서서 연주했고, 관람객들도 모두 기립했다. 이날 동평양대극장의 무대 왼쪽에는 성조기가, 오른쪽에는 인공기가 게양되었다. 알려진 대로 미국 교향악단이 북한국가를 연주한 것은 처음이고, 평양에서 미국국가가 연주된 것도 북한정권 수립 이후에는 처음이다. 공연은 MBC TV가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는데, 우리 방송에서 북한국가가 모두 나간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밝은 대리석으로 내부를 치장하고 녹두색 천으로 관람석을 화사하게 새로 꾸민 평양대극장은 1500석이 관람객으로 가득찼다. 앞서 이날 오전에 있었던 리허설에도 음악학도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대부분의 객석이 채워지는 등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두 나라 국가에 이어진 정규 프로그램의 첫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의 전주곡. 결혼식에서 흔히 행진곡으로 쓰이는 ‘혼례의 합창’도 바로 이 ‘로엔그린’에 나온다.3막의 전주곡 역시 결혼을 축하하는 밝고 화사한 성격으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는 셈이다. 이어진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는 뉴욕필이 미국을 방문한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에게 위촉하여 1893년 초연한 작품.‘신세계’란 바로 미국을 가리키며, 이후 뉴욕필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로린 마젤은 이날 ‘신세계’를 소개한 뒤 서툰 우리말로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외쳐 관람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로린 마젤은 재즈의 선율을 담은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을 소개하면서 “언젠가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노래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은 北 작곡가의 ‘아리랑’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에 나오는 ‘파란도르’에 이어진 두번째 앙코르곡으로는 오랫동안 뉴욕필에 몸담았던 지휘자이자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을 연주했다. 로린 마젤은 특히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간직되어 있다.”고 말하고 “마에스트로 부탁합니다.”라며 마치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듯 지휘자없는 연주를 유도했다. 동평양대극장은 대부분의 관람석이 1층에 있고 2층과 3층은 좁은 발코니 형태로 되어 있었다.1층 앞줄에는 북측 관람객이, 뒷줄에는 각국의 외교사절과 한·미 두 나라에서 초청된 인사들이 자리잡았다. 처음 북측 관람객들은 뉴욕필의 연주에 소극적으로 반응했으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는 등 갈수록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마지막 앙코르는 북한 작곡가 최성한이 편곡한 ‘아리랑’이었다. 뉴욕필이 남측이 아니라 북측의 ‘아리랑’을 연주한 것이 ‘관계 정상화’를 위하여 올바른 선택이었음은, 감개를 억누르는 표정이 역력한 관람객들에게서도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뷰티풀 평양!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5일 아시아나항공 특별기 편으로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공항을 출발해 오후 4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상임지휘자인 로린 마젤은 순안공항 도착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눈이 내리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좋은 공연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각도국제호텔에 여장을 푼 단원들은 김일성광장 등을 둘러본 데 이어 저녁에는 북한공연예술교류협회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북한 문화상 부상 송석환은 이 자리에서 “이번 공연이 북·미 문화교류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뉴욕 필하모닉은 26일 오후 6시부터 동평양대극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펼친다. 이날 북한 국가인 ‘애국가’를 미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연주한다. 이어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초로 평양에서 연주하게 된다. 이날 공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람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에 지휘자와 단원들을 격려하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공연장에 깜짝 등장하지 않는다면 오후 8시부터 양각도호텔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MBC가 국내에 생중계하며, 북한에서는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부고] 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 보유자 김정애씨

    [부고] 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 보유자 김정애씨

    중요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의 보유자인 김정애 씨가 24일 오전 2시3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71세.1938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통 가·무·악 분야에서 두루 높은 경지를 보여 준 보기 드문 예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인은 1960년대 포항 조지중·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한 이후 진주시립무용단 단무장 등으로 전통 가·무·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암이 발병한 1987년부터는 기악에만 전념하다 1996년 거문고 연주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다. 구례향제줄풍류는 전남 구례에서 전승되는 향토색 짙은 실내악으로 거문고, 가야금, 양금을 주축으로 대금, 해금, 단소, 장고가 편성되기도 한다. 유족은 남편인 김문대 전 생초종합고 교감과 김종록 휴렛팩커드 차장 등 1남 3녀. 빈소는 경남 진주시 제일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6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진주시 나동 천주교공원묘지.(055)750-7100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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