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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태주 신작시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충남 공주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32번 국도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매운탕으로 유명한 마암리가 나온다.여기서 대전가는 길을 버리고 계룡산 갑사(甲寺)쪽으로 접어들어 다시 10분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작은 학교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나태주(羅泰柱)시인의 일터인 왕흥(旺興)초등학교다.교사는 불과 다섯명.때문에 1학년과 3학년이 같은 교실에서 배워야 한다.지난 9월1일 교장으로 승진한 그의 첫 부임지다.그는 교장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물론 직함이 탐나서가 아니다. 몇해전 겨울 어느날,날씨가 심하게 얼어붙자 교감이던 그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교장에게 보일러를 좀 더 켜자고 건의했다.그런데 그 교장은 “당신이교장되면 판공비 떼어 펑펑 때시오”라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자신의 지위가 한스러웠다는 얘기다. 그의 교직관(觀)은 이처럼 거창하지 않다.아이들에게는 실내화신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호령하면서,본인은 실내화 바람으로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는교장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다. 그 교장선생님이 시집을 새로 냈다.‘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혜화당)라는 제목을 달았다.흔한 선생님들의 교육시집일까.그는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집을 20여권이나 낸 중견시인이지만 그렇게 읽어도 좋을 것이다.‘님’은 언제나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니까. 그는 애주가다.술자리에서 ‘한곡조’를 요청받고 부르는 노래는 이 시집에도 실린 ‘산뻐찌나무 아래서’다. 산뻐찌나무 아래서 두 눈이 마주쳤다네/산뻐찌나무 아래서 두 손을 잡았었다네/지금은 어른된 나무 옛날의 키 작은 아기 산뻐찌,산뻐찌나무 아래서 우리는 울면서 헤어졌다네. 그는 이 노래를 ‘동요’라고 주장한다.가락도 동요스럽다.그런데 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이 작은 노래는 처음 읽을 때의 소박한 느낌 대신 절절한이별노래로 다가온다. 이처럼 ‘사랑하는 마음…’은 한마디로 사랑노래집이다.그는 평생 한눈 팔지 않고 시골에 살면서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인이다.그런데 이 시집으로 그를 이제는 뛰어난 ‘사랑노래꾼’으로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실제로 20대 때 ‘여자가 뒤박을 놓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그러고나니 세상이 다시 보이고,인간사와 사물이 훤해지더라는 것이다.이 시집에실린 시들을 그의 이런 경험과 연결짓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그는 세상이 어지럽던 시절에도 현실참여적인 시를 쓰지 않았다.오죽하면지난해 대학 국문과에 들어간 딸이 “아버지의 시 갖고는 세상을 휘어잡을수 없다”고 했을까.그러나 시골에서 서정시를 써온 사람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성공한 교육자이다.그가 성공한 시인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이제 문단의 평가에는 초연한 것 같다.대신 “교장선생님,새 시집에 오자(誤字)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유”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시골독자들의 ‘반응’에 기쁨을 느낀다.55살이 된 이제 세간의 왈가왈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교장선생님 시인이다. 공주 서동철기자 dcsuh@
  • 文人 28% “사회적 지위 낮은편”

    한국문인들의 48.8%는 문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8.1%로 높다고 생각하는 21.3% 보다 많았다. 그러나 전업작가와 문학관련직업 종사자는 전체보다 많은 37.5%와 40.0%가각각 문인의 사회적 지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소프레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학인 복지실태파악 및 창작지원사업에 대한 조사’에서 밝혀졌다.이번 조사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823명 전원을 대상으로 우편을 통해 이루어졌으나,설문에 응한사람은 19.9%인 160명이었다. 문인의 지위가 높지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46.7%가 ‘경제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17.8%는 ‘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부족’,15.6%는 ‘문학인과 문학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답했다.‘문학인과 문학작품의 질 저하’도 15%에 이르렀다.스스로 ‘수준미달의 문학인,문학작품이 많다’는 지적도 15.6%를 차지했다. 문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0%가 ‘창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 보조방안 마련’이라고답했고,‘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람도43.3%였다. ‘한국문학 창작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71.3%가 ‘창작활동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그러나 ‘역량은 있으나 생활이 어려운 전업작가가 선정됐다’는 항목에는 49.4%가 동의하지 않았다.특히 ‘심사위원구성 및 선정이 객관적이었다’에는 52.5%,‘수혜자가 지역편중없이 분포됐다’에는 50.6%가 각각 불신감을 표시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활동에는 76.3%가 만족하지 못했다.73.1%는 ‘현재의 재정지원말고도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고,그 역할로는 53.0%가 ‘중앙과 지방간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의 중개 및 보급 확산’을 들었다.문인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는 36.3%가 ‘작품발표 기회의 증대’라고 응답했다. 한편 문인들의 올해 월평균 소득은 149만원으로 지난해 159만원 보다 조금적어졌다. 서동철기자
  • 한국 초연 ‘파우스트’ 佛지휘자 장 이브 오송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파우스트’지만 한국 관객들은 처음 만난다지요.개인적으로도 한국에서는 첫 공연이라 매우 흥미롭습니다.”2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지휘할 프랑스 출신의 장 이브 오송스.그는 그동안의 연습이 만족스러웠던 듯 “결과를 주목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송스는 라파엘 쿠벨릭에게 지휘를 배운 뒤 투르대극장 음악감독,BBC 스코티시 심포니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면서 리용오페라·영국 국립오페라·웨일즈 국립오페라 등에서 명성을 쌓은 오페라 전문지휘자.지난 9일 내한한뒤 코리안 심포니와 13차례나 연습하는 등 ‘파우스트’의 성공적 한국 초연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코리안 심포니에게는 “젊은 단원들이 열심이라 소리도 참 좋은 편”이라고 호평했고,출연진에게도 “젊은이들이 모두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특히 “파우스트 역을 맡은 김재형은 아주 뛰어나고,마르가리트 역의 김현주는 좋은 소리를 갖고 있으며,메피스토역의김동섭도 다재다능한 가수”라고 평가했다. 오송스는 “오페라는 원어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한국에오기 전 파우스트를 프랑스어 아닌 한국어로 노래한다는 데 걱정을 많이했었다”고 털어놓고 “그러나 한국어판 베를리오즈를 들어보니 어색하지 않게잘 정리된 것 같다”며 안도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파우스트는 고뇌하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특별히 연출을 맡은 문호근감독의 가족사(그는 고 문익환 목사의 장남이다)를 들으면서 이번에는 파우스트의 자유정신을 좀 더 살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99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프로그램의 하나인 ‘파우스트’는 28일과 10월 3·6일 오후7시30분,그리고 10일 오후4시 등 모두 4차례 공연된다. 서동철기자
  • ‘매직 텔레파시’ 새달 8-10일 호암아트홀서 선보여

    창작 오페라를 키워야 한다고들 말한다.그러나 이런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막상 한국작곡가의 오페라를 구경가자고 하면 망설이게 마련이다. 물론 그동안 좋은 창작 오페라도 있었다.그러나 재미가 있어 반응이 좋았다기 보다는,그 작품이 갖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한마디로 “창작 오페라는 재미는 별로”라는 생각이 어느샌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이종구 한양대음대 교수가 대본과 곡을 쓴 오페라 ‘매직 텔레파시’는 이런 통설을 극복하겠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이 작품은 그가 이끄는 한국창작오페라단이 10월 8∼1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매직…’에는 ‘뮤지컬 같은 오페라,영화같은 오페라,한국적 포스트 모더니즘 오페라’라는 긴 설명이 붙어 있다.‘포스트 모더니즘’은 이 말의 여러가지 용례 가운데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구조’에 촛점을 맞춘다.그동안의 창작 오페라가 “한국음악을 사랑한다면 이 작품을 보아야 한다”는 식으로 도도했다면,‘매직…’은 청중의 입맛에 최대한맞추어 제발로 찾아올 수 있도록 애썼다는 뜻이라고 한다. ‘뮤지컬같다’는 것은 이 작품의 대중음악적 성격을 강조한다.작곡가는 뮤지컬 버전(version)과 대극장용 버전을 따로 만들었다.뮤지컬용은 대중음악가수들과 전기기타·신시사이저 등으로 이루어진 밴드로도 공연이 가능하다. 내년 봄에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뮤지컬용을 공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것은 오페라가수와 전통적 교향악단을 위한 대극장용이지만 대중성은 뮤지컬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같다’는 것은 흔히 3막5장으로 이루어지는 오페라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고,보통 200여 장면(scene)으로 한 작품을 구성하는 영화의 기법을 동원한다는 의미다.이를 위해 공연시간 내내 동영상이 끊임없이 새로운 배경을무대위에 투사하게 된다. ‘매직…’은 일제시대 한 처녀가 종군위안부 명단에 오름으로써 시작된 쌍둥이 할머니의 비극이 대를 넘는 인연이 연결고리가 되어 해원(解寃)한다는줄거리다.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20대 젊은 관객들을 주요타깃으로 삼아 코믹오페라나 경가극처럼 매우 대중적이고 가볍게 접근했다고 한다. 지난 90년 ‘환향녀’에서 작곡자와 호흡을 맞췄던 장수동이 연출하고,대중음악 전문인 MBC관현악단의 엄기영이 오페라 무대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는다.소프라노 정꽃님과 차인경·장지연·이석란,메조소프라노 임정현·박경숙,바리톤 장철·정광빈·최정훈이 출연하고,아시아·태평양 관현악단이 나선다.공연시각은 8·10일 오후7시30분,9일 오후 4시·7시30분.(02)2296-1251서동철기자 dcsuh@
  • 박두진 1주기…유고시집 나와

    “너희가 박두진을 아느냐” 지난해 9월16일 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한 시인이대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혜산과 지훈(芝薰)·목월(木月)의시가 모두 교과서에 실려 있고,그 세사람을 일컫는 청록파(靑鹿派)가 여전히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마당에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 아닐 수 없다.답변은 “잘 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럼 박두진의 시를 아느냐”고 물었다고 한다.그러나 그를 안다고 했던 신세대도 작품에 이르면 그리 할말이 없는 듯 하더라는 얘기다.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그지만 이렇게 변해버린 세태를 그가 살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 혜산이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고향땅에 묻힌 지 벌써 1년.떠나기 전,마지막 시기에 쓴 76편의 시가 ‘당신의 사랑 앞에’(홍성사)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1980년대 후반에 쓴 것도 몇편 있지만,대부분은 90년대 들어 발표한 것들이다. ‘당신의 사랑…’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누어진다.1부 ‘고향길’에서는 그의 시와 삶의 원체험이 됐던 고향 청룡산 일대의 자연과 체험을 추억한다.2부 ‘수석영가(水石靈歌)’는 ‘수석열전(列傳)’‘수석연가(戀歌)’등 일련의 수석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연작이다.다른 수석연작 처럼 혜산의 신앙고백이자,자기 설득의 노랫말이다. 3부 ‘더 멀리,더 오래’에는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를 위한 계기시(契機詩)를 모았다.누구보다 정치·사회적 현실을 비판해 온 혜산이다.여기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당대 현실에 대한 뜨거운 내면을 표출하고있다는 점에서 ‘기념시’의 차원을 넘어선다.4부 ‘새 하늘,새 땅’에는 평생을 추구한 기독교적 도덕주의를 바탕으로 신 앞에서 인간의 나약성과 근원적 오류를 고백하는 노시인의 인간적 면모가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당신의 사랑…’은 혜산 평생의 시적 편력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렇다고 과거를 되풀이한 것은 물론 아니다. 혜산은 여기서 자연에 대한 순수한 감각의 기쁨에서 출발하여,자연과 인간,그리고 신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귀착한다.초기의 자연친화적인세계와 예언자적 호소가 이 시집에 이르면 하나로 나타난다.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전생애에 걸친 시적 탐색의 완결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고향을 노래한 몇몇 시는 주목받는다.전작보다 진솔하면서 호소력도크지만,혜산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시가 누리는 함축과 함의는 더 풍요하고강렬하다는 것이다.‘남으로 볕을 받는’‘고향길’‘뻐꾹새,고향’ 등이 그것이다.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착을 과장이나,감상없이 간곡하지만 간결하게토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년의 절창’으로 평가된다. “시인은 늙어서도 게으르지 않았는데,왜 당신들은 시를 외면하는가”.이시집을 통해 무덤 속의 혜산이 이렇게 질책하고 있는 듯 하다. 서동철기자 dcsuh@
  • 소설가 구효서, 새 창작집 ‘도라지꽃 누님’ 펴내

    소설가 구효서가 중·단편 11작품을 묶은 ‘도라지꽃 누님’(세계사)을 펴냈다.‘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이후 4년만이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는 것으로 정평이 있다.‘도라지꽃…’ 역시 이런 기대를 충족시킨다.예전 작품보다 쉽게 읽히면서 재미는 더한 것 같다. 구효서는 이 작품들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자식이 마음대로 안되고,골프가 마음대로 안되듯’ 소설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교만과 개성 따위로 미화되던 것들이 정작은 교만과 아집에 지나지 않았다고 술회하고 있다.이전에 보여주었던 ‘소설적 실험’들이 결국 작가 자신도 편치 않았고,독자들도 편케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도라지꽃…’이 재미를 주는 진짜 이유는 그가 작가로서의본령을 비로소 자각한 뒤 썼다는 데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도라지꽃…’은 중·단편을 한데 모은 것이지만,읽다보면 등가적인 작품을 나열한 조곡(suite)이라기 보다는,개별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국하나의통일된 구조를 갖고 있는 교향곡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북녘 어머니와의 해후를 위해 미친 듯 옛집를 지킬 나무를 구한다는 다소무거운 주제를 다룬 ‘나무 남자의 아내’는 1악장쯤이라고 할만 하다.이 작품에선 작가를 ‘주인공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진짜 주인공’들을관찰케하고,그들의 비밀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긴다.‘소설가 소설’이라는 용어를 회자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한다”가 아니라 “아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남편을 거부하는 ‘그녀는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다’가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볍지는 않은 2악장이라면,반신불수의 아내를 위해 10년 동안 생리대를 사며 아이를 기다리는 ‘포천에는 시지프스가 산다’는 3악장의 고뇌에 해당한다. 4악장은 ‘도라지꽃 누님’이다.‘눈밭같고,소금밭같이’ 만발한 도라지꽃은 누님의 자연회귀를 상징하기도 하지만,작가의 염원을 상징하기도 한다.‘도라지꽃…’을 새 창작집의 제목으로 삼은 것도 이 작품이 ‘환희의 송가’에 해당하기 때문은 아닐까. 서동철기자
  • 발해는 누구의 역사인가?‘발해를 다시본다’ 출간

    발해는 누구의 역사인가.중국과 러시아는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나라로 규정한다.중국은 말갈족의 후예가 만주족으로,이제 중국민족의 일원이 된만큼발해가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한다.러시아 역시 그 후예가 연해주 소수민족이라며 자기네 역사로 해석한다. 우리는 발해를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한 한국 역사로 본다.그러나 발해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통일신라시대 만주에 있었던 대제국이고,대조영이 세웠다는 정도에 그친다. 이처럼 발해가 미지의 세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송기호(宋基豪) 서울대교수가 일반독자들을 위한 최초의 발해사 종합안내서인 ‘발해를 다시본다’(주류성)를 펴냈다.값 8,000원. 그는 발해사가 부실해진 이유로 두가지를 든다.먼저 단편적인 자료만 남아있어 실체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발해연구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데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송교수는 56년생 소장학자다.그럼에도 발해사 연구에서 이미 중요한 위치를차지한다. 이 책은 자료 및 연구성과의 부족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희미한발해의 모습을 또렷하게 들춰낸다. 그는 “발해가 한국 역사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조급성은 일단 제쳐두어야한다”고 충고한다.먼저 발해사를 그 자체로 파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발해사의 객관적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거기서 마침내우리 역사에 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낼 때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말하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독주회

    이성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사람이다.국내무대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는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그가 17일 오후8시 서울영산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이성주는 연주회를 ‘음악을 매개로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런 점에서 이성주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청중과 대화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독주회를 갖는 것은 바로 청중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지난 5월20일에는 헨델의 소나타 6곡 모두를 연주하는 학구적인 무대를 갖기도 했다.이번 독주회에서는 베토벤의 소나타 사장조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내림마장조,이자이의 소나타 작품 27등을 연주한다.피아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료교수인 김대진.(02)598-8277서동철기자 dcsuh@
  • 카운터테너 브라이언 아사와 19일 내한 독창회

    ‘카운터 테너’란 여성의 음역으로 노래하는 남성가수를 뜻한다.변성기 이전에 거세하여 소년기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카스트라토’와는 달리 가성(팔세토)으로 노래한다. 오는 19일 오후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독창회를 갖는 브라이언 아사와가 바로 카운터 테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는 33살의 일본계 미국인이다.안드레아스 숄,로빈 블레이즈,데이비드 다니엘스,요시가츠 메라와 함께 요즘 한창 잘나가는카운터 테너의 한사람이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던 카운터 테너가 이처럼 세력을 얻는 것은 이른바 정격음악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작곡 당시의 악기로 연주하는 정격,혹은 원본연주를 위해서 옛 악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당시의 방식으로 노래하는 성악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사와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다 유난히 강한 팔세토를 갖고 있음을 알았고,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제인 랜돌프를 만나 목소리를 갈고 닦았다고 한다. 지난 91년 카운터 테너로는 처음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우승한뒤 전세계 주요 오페라극장과 독창회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사와는 내한 연주회에서 스카를라티의 ‘갠지스 강가에서’,슈베르트의 ‘송어’‘밤과 꿈’,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사랑의괴로움 그대는 아는가’등을 부른다.피아노는 호주 출신의 피터 그룬버그. (02)598-8277서동철기자 dcsuh@
  • 현대 한국문학 100년을 돌아본다

    한국 현대문학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대규모 학술행사가 준비되고 있다.‘20세기 한국문학,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16·17일 이틀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현대 한국문학 100년’심포지엄이그것이다.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심포지엄은 20세기 한국문학을 특징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검토함으로써 현대문학의 전반적 양상과 성과를 결산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심포지엄의 특징은 두가지로 압축된다.무엇보다 한국문학사의 주류를 이루었던 연대기적 접근에서 벗어나,현대문학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사안들로조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각 주제별로 2명의 발제자와,발제자와는 그동안 관점이 달랐던 2명의 토론자를 채택한다.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한국문학을 조망하자는 취지다. 이런 대전제 아래 이틀 동안 8개의 주제를 다룬다.첫째날은 ▲근대적 문학의 형성과 작가 ▲역사소설의 성취와 반성 ▲민족어와 민족문학 ▲시와 자연과 문화가 주제다.둘째날은 ▲현대문학의 정치이데올로기 ▲한국문학과 민중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작품평가와 문학사를 주제로 삼게 된다. 발제자는 김재홍·조남현(근대적…),이재선·이주형(역사소설…),홍기삼·황현산(민족어…),오세영·이남호(시와 자연…),김병익·김인환(현대문학…),김철·정호웅(한국문학…),김우창·최원식(리얼리즘…),유종호·이동하(작품평가…)이다. 또 발제자와 문학적 성향 및 세대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임헌영·전영태·최유찬·윤지관·이숭원·황종연·최혜실 등을 사회자 및 토론자로 선정했다. 이 심포지엄의 준비는 지난 1월 유종호를 위원장으로 홍기삼·황현산·조남현·정호웅 등으로 기획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기획위원들은 문학사적 정리를 바탕으로 시대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논제를 고르되 과거에 중요시됐던 주제보다는 오늘의 시점에서 의미있는 주제를 선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8개의 주제를 선정했다고 한다. 서동철기자
  • 진해시민 은근한 문학사랑

    사람들의 문학을 보는 눈이 전같지 않다는 한탄이 적지않다.한때는 생활의일부였고,가까운 과거까지도 눈에 보였던 문학의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짓기도 한다.그럼에도 해마다 9월 김달진문학제가 열리는 진해에서는 아직도 절망보다는 가능성을 조금 더 발견하게 된다고들 한다. 올해도 그랬다.진해에서 태어나,진해를 사랑한 시인 월하(月下) 김달진(金達鎭·1907∼1989)을 기리는 문학축제가 열린 지난 11∼12일,군항으로 잘 알려진 남해의 작은 도시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문학도시’였다. 그 이틀 동안 진해는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아니더라도 조금은 들떠 있었다.“(문학제가 열리는)시민회관에 한번은 가봐야 될낀데…”라는 택시운전사의 독백은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도 그렇게 보통사람들의 참여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모임을 이끈 박태일 시인은 “문학제가 문인들만의 잔치가되지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준비과정에서 끊임없이 되새겼다고 했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진해사랑 시낭송 대회’를 열었다.‘월하전국백일장’도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넓혔다.특히 문학제의 소외계층이 되기 쉬운 노·장년들은 ‘옛 생활사 구연대회’로 참여를 유도했다.그 결과 청소년들 사이에는 시낭송대회와 백일장이 관심사이자 행복한 스트레스였고,주민들 사이에도 “그 얘기 한번 나가서 해보지…”라는 것이 인삿말이었다고 한다. 또 ‘한국 근대 희귀소설 전시회’를 열면서 진해시의 골목골목까지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사진도 함께 전시해 문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학제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무엇보다 참석자들의 ‘무게’가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원로시인인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노구에도 백일장 심사를 자청하여 수백편의 시를 읽고,평가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고,시낭송대회도 중견시인 이성선과 문학평론가 김종회가 맡아 권위를 더했다. ‘현대시의 사회적 효용’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는 시인 박희진·황동규·박종해·김명인과 문학평론가김윤식·김종주·권택영·하응백·이지엽이대거 나섰다.지역의 젊은이들로서는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볼만한 인물들의들을 만한 얘기가 펼쳐졌던 셈이고,실제로 시민회관 강당은 딱딱한 심포지엄으로는 드물게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진해를 문학도시로 가꾸는 데는 지방자치단체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처럼보였다.진해시는 문학제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지만,‘지원하되 간섭하지않는다’는 쉽지않은 원칙을 잘 지켰다고 한다.심포지엄에 참석한 김병로 시장은 환영사를 하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문학행사에 내가 나서서 되겠느냐”고 사양하는‘정치인 답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구 13만명의 중소도시 진해는 문학제가 열리는 동안 다른 도시와는 무언가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한 시인은 그것을 “진해에서는 아직문학이 제구실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진해 서동철기자 dcsuh@
  • 쇼팽과 4人의 피아니스트

    음악애호가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남성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아마 다음 네 사람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지 않을까.문익주·김영호·강충모·김대진.이렇듯 높이 평가되는 네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호화판’무대가 마련됐다.이름하여 ‘쇼팽과 4인의 남성 피아니스트’.2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을 연다. 이 연주회는 쇼팽 서거 15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것.따라서 쇼팽의 작품으로만 꾸며진다.마치 쇼팽이 이날 연주회를 염두에라도 둔듯 네곡씩 남긴 즉흥곡과 발라드,스케르초를 각자 한곡씩 연주한다.피아노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쇼팽을,그것도 네 사람의 연주를 비교하여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학생들로서는 공부하는 기회라는 것이 강충모의 ‘추천사’이기도 하다. 네 사람은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후배 사이의 깊은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나이는 1955년생인 문익주(서울대교수)가 가장 많고,56년생인 김영호(연세대교수)와 61년생인 강충모(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62년생인 김대진(〃)이 뒤를 잇는다. 연주자들은 한 작곡가라도 체질에 맞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조금은 꺼려지는 곡도 있는 법.그럼에도 네사람은 선배가 먼저 좋아하는 작품을 고른 뒤,후배가 남은 곡을 물려받았다.따라서 ‘막둥이’김대진은 “이번 연주를 위해새로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연주순서도 마찬가지.김대진으로 부터 시작해 강충모와 김영호를 거쳐 맏형인 문익주가 피날레를 장식한다.서로간 경쟁의식이 없을 수 없음에도 철저히 ‘형님 먼저’를 실천한 셈이다.이에 따라 맨먼저 나서는 김대진은 즉흥곡 1번과 발라드 4번,스케르초 1번을,강충모는 즉흥곡 3번과 발라드 3번,스케르초 2번을 들려준다.휴식시간이 끝나면 김영호가 즉흥곡 2번과 발라드 2번,스케르초 3번을,문익주가 ‘환상’즉흥곡과 발라드 1번,스케르초 4번을 연주하게 된다. 서동철기자 dcsuh@
  •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 여행’

    이번 주말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금난새와 함께하는 오페라 여행’을 떠나보자.뉴서울필하모닉이 마련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11일 오후7시30분에 출발한다. 이번에 찾아가는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휘가로의 결혼’과 베르디의 ‘돈카를로’,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등 4작품.출연진들이 의상과 분장을 갖추고 주요 아리아를 노래하며,지휘자 금난새는 오페라들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임수택 연출로 소프라노 서현정과 최성숙,메조소프라노 이우순,테너 장신권,바리톤 김현오가 나선다. 한편 뉴서울필하모닉은 이번 공연에서 허브향기를 상품화한 제품들을 ‘허브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서비스한다.허브티켓을 구입하면 어려운 여건에서활동하는 민간교향악단의 재정난을 더는 데도 큰 도움을 주게된다.(02)3471-4718서동철기자 dcsuh@
  • [리뷰] 백건우·강석희의 피아노협주곡

    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서울시교향악단의연주회가 열렸다.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인 백건우가,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한 사람인 강석희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했다. 백건우의 피아노는 충실했고,서울시향도 짱짱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여기에 페란디스의 정밀성이 가세해 창작음악 연주로는 유례가 없는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주최측도 이 연주회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대개 협주곡은 연주회의 전반을 마무리하게 마련이지만,이날은 연주회의 중심인 후반부 첫번째에 배치됐다.다른 레퍼토리는 협주곡을 위한 전주곡과 에필로그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짜여졌다.그러나 준비가 완벽하다고 해서 모든 연주회가 성공하는것은 아니다.청중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청중들은 어떻게 강석희의 협주곡에 환호할 수 있었을까. 강석희는 국제무대에서는 잘 알려진 작곡가다.그럼에도 국내청중들은 강석희보다는 백건우를 보러 갔는지 모른다.또 이 곡이 지난해 프랑스 연주에서호평을 받은 데 적지않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당시 연주도 백건우와 페란디스가 맡았다.어떻게 보면 이날은 백건우가 ‘국제적 공인’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강석희 협주곡의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는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여기서 ‘스타’에게 부여된 책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기나라 음악’이 있는 연주자는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가 매우 수월하다고 한다.그 나라 음악에 관한한 권위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다.러시아나 헝거리,체코 등이 모두 그렇다.이날 연주회만 해도 페란디스는 강석희를 빼면드뷔시·미요·라벨 등 자기나라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채우지 않았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음악’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 연주자가 된 한국인들의 노력은 그만큼 눈물겨웠다.따라서 후배들 만큼은 같은 어려움을 겪지않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제무대에서 한국작곡가의 작품을 자주 연주하여 한국음악을 일반적인 레퍼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른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연주자’가운데 누가 그렇게 하고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본다.이날 백건우의 강석희 연주가 정말 아름다웠던것은,그가 이런 생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문학평론가 하응백씨“한국문학 르네상스 70년대중반부터…”

    “한국문학의 르네상스는 19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동안이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최근 25년 동안 한국 문학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내린결론이다.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지난 76년부터 지난해까지 23차례 발간한 ‘문예연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변화양상을 추적했다. 무엇보다 70년대 중반부터 한국문학은 수치상으로도 독자와 발표지면,시인·작가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활성화 시대를 맞이했다.그런 만큼 상업주의 문학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일기 시작했음에도 그 오염은 현재보다 훨씬 덜했고,영상 매체의 위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것이 이 시기를 ‘르네상스’로 결론지은 이유다. 조사 결과 문학도서의 발행 종수는 지난 76년 3,359종에서 지난해 5,034종으로 늘었다.발행부수도 통계를 시작한 85년 744만부에서 98년에는 1,235만부로 증가했다. 문예지는 76년 22종에서,1989년에는 57종,지난해 192종으로 늘었다.동인지도 86년 355종에서 96년에는 704종이 됐다. 문인은 82년 한국문인협회 등록회원이 1,489명이었으나,올해는 1월1일현재문인협회 회원이 4,202명,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 803명, 한국펜클럽 회원이 1,362명이다.중복 가입자를 감안해도 총수는 5,000명이 넘고,단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더욱 많아진다.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했다고 해서 90년대 문학이 70∼80년대 보다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문학의 주제는 갈수록 개인으로 침잠하는 데다상업주의 세례와 영상매체의 도전에, 최근에는 PC통신의 유사문학까지 세력을 얻어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결국 21세기 한국문학은 양적 팽창속에 질적 고양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교훈인 셈이다. 하응백의 분석은 ‘한국문학의 세기말 점검’이라는 제목으로 문예진흥원이내는 ‘문화예술’9월호에 실렸다. 서동철기자
  • 괴테 탄생 250돌 기념 ‘…편력시대’ 번역 출간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가 그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괴테시대의 문학’회원들에 의해 공동번역됐다.(민음사·전2권) ‘…편력시대’는 전편격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함께 독일교양소설의 고전으로 꼽힌다.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사회현상을 모티브로,몰락하는 사회의 실상과 몰락을 타개해보려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편력시대’는 괴테 만년의 노작(勞作)이기도 하다.52살이던 1807년에쓰기 시작해 14년 뒤인 1821년에 1판이 완성됐고,곧바로 개정작업에 들어가숨을 거두기 3년전인 1829년에야 최종판이 나왔다. ‘괴테시대의 문학’은 지난 93년부터 괴테읽기에 정진해 온 독회그룹이다. 독문학계의 원로로 부터 갓 박사과정을 마친 소장학자까지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회원들은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토론을 통해 다소 난해한 이 작품의 번역상오류를 최대한 수정했다. 또 대표필자인 김희숙 동덕여대교수가 마무리하여문체의 일관성을 기했다. 서동철기자
  • ‘돈 경멸’ 선비들의 美德?…평론가 이동하교수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돈’을 천시했다.한마디로 재물을 철저히 경멸했다. 어떤 이들은 그 결과 조선이 자본주의적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고,결국 조금더 빨리 근대화된 이웃나라의 식민지가 되지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돈,나아가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경멸한 조선의 선비정신에 오늘날에는 상당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그렇다면 한국의 문인들이 돈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문학평론가 이동하(서울시립대교수)는 최근 펴낸 산문집 ‘한 자유주의자의세상읽기(문이당)’의 상당 부분을 ‘한국문학과 돈’문제에 할애했다. 결론은 “돈을 경멸하는 조선시대 사상은 염상섭이나 채만식같은 특출한 작가를 제외하면 20세기 들어서도 한국작가 상당수의 가슴속 깊은 곳에,여전히완강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멸시하는 조선조 선비들의 정신에는 그것대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정신에 깃든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사회를 건강하고,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문화·경제 엘리트가모두 존중받는 가운데 협력하면서,견제하는 관계로 존립해야 한다.그런데 조선조는 앞의 두가지에만 드높은 가치를 부여하고,마지막 한가지는 철저히 배척·부정했다.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집단이 그래도 실학파 지식인들 가운데 북학파다.그러나 북학파를 대표하는 연암 박지원 마저 그 한계를 완벽하게 넘어서지는 못했다.‘열하일기(熱河日記)’가운데 ‘옥갑야화(玉匣夜話)’에 나오는 허생은 연암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스러운 지식인의 모델이다.그러나허생 조차 경제엘리트를 마음속으로 천시하는 등 선비정신의 한계만 선명하게 드러냈다.더 큰 문제는 오늘날에도 ‘옥갑야화’류의 작가정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20세기 한국소설에서 기업인을 다루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으로 부정 일변도다.소설속에서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예는 많지않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때 조차 흔치 않다. 이를 가장 먼저 문제삼은 것은 지난 66년 ‘풍속적 인간’을 발표한 문학평론가 김현이다.그는 “한국소설에서 여러가지 타입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소위 ‘근대인’들이 겪고 있는 치명적인 결점은 돈에 대한 모멸,혹은 경멸에기반을 두고 있는 듯 하다”면서 “한국소설이 그처럼 재미없이 성교를 다루고,그처럼 구질구질하게 관념을 잘게 짓이겨놓은 것은 바로 돈에 대한 경멸때문”이라고 말했다.김현의 통찰은 그러나 아직도 작가와 평론가 모두에게수용되지 않고 있다. 이동하는 조선말의 비극이 시사하듯 “작가들이 돈과 기업인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그리는 경향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그럼에도 그렇게되지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 현대 지식인들 일반의 반자본주의적 편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결국 우리 사회가 참다운 의미에서 근대적 사회,진보된 사회,열린 사회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편향성을 철저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동하의 결론이자 충고다. 서동철기자 dcsuh@
  • ‘21세기 문화광장’주최 내일 ‘국민의 정부‘ 세미나

    ‘국민의 정부’의 문화정책을 중간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된다.8일 오후2시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리는 ‘국민의 정부,문화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그것.문화예술 분야 평론가 모임인 ‘21세기 문화광장(대표 탁계석·음악평론가)’이 마련한 이 자리에서는 현정부의 문화정책에대해 상당한 강도의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태주 단국대교수(연극평론가)는 미리 공개한 기조발표문에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개혁의 의지를 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문화상황은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문화관광부의 정책 기본방향과 추진전략,그리고 주요 사업계획을 확실하게 알 수없으며 무엇이 누구에 의해,어떻게 실천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형주 한국음악평론가협의회장은 “역대정권의 문화정책은 정권의 시녀로서 전시행정의 구색맞추기에 머물렀다”면서 “새정부 역시 장기적인 계획이나 연차적 육성방안 같은 미래지향적인 정책 없이 집권기간에 맞추어 일회용처방에 그치는 역대정권과 같다는 인상이 짙다”고 비판했다. 김태원 한국춤평론가협회장(동아대교수)은 공공예술기관의 각종 위원회 운영에 대해 “비전문가들이나 사정에 밝지못한 이들을 동원하여 안건을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은 문화행정관료들이 집단이기욕이나 사욕을 은밀히 관철시키기 위한 잘못된 기획”이라면서 “이런 관행 속에 무용가들은 로비로 지원을따내려는 불건전한 환경에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18일 창작오페라 ‘이순신장군’ 야외공연

    주말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는 18∼19일로 날짜를 맞추어 보자.목적지는 충무공을 기리는 현충사와 온양온천이 있는 아산시가 어떨까. 이날 아산을 찾으면 야외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 오페라 ‘이순신’을 입장료없이 볼 수 있다.18일 오후7시30분,아산시내에서 자동차로 5분이면 닿는신정호수가의 특설무대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오페라로 보면 새삼스럽게 이순신장군,그리고 조국을 다시 한번 생각케 된다. 작곡은 이탈리아의 니콜로 유콜라노가 맡았다.그럼에도 ‘이순신’은 ‘한국오페라’다.특히 장군이 살았고,묘소가 있는 아산의 오페라라고 할만 하다. 오페라를 갖고 있는 도시,그곳에 가서 오페라도 보고,현충사에서 충무공도만나보자.아산시내가 번잡스럽다면 20분 거리인 도고온천에서 묵어도 좋다. ‘이순신’은 지난해 9월19일 현충사에서 초연됐다.당시 3만여명이 몰려들었고,야외였음에도 5,000여명은 자리가 없어 돌아가야 했던 기록을 갖고 있다. 오는 11월 20∼21일에는 서울 국립극장에서도 다시 공연한다. 이순신역에는 바리톤 박경준,방씨부인에 소프라노 최원주. 성곡오페라단 오케스트라와 대전시립합창단,공주문화대학 무용단이 출연한다.(042)526-1016. 서동철기자 dcsuh@
  • 안수환 8번째 시집 ‘풍속’

    ‘풍속’.젊은 세대의 도회풍 문학만이 세도하는 시대에 이런 제목의 시집이 서점에 꽂혀 있다면 얼마나 손길을 탈 수 있을까.그렇지만 한편한편 읽어 나가노라면 풍속이라는 낱말이 지닌 조금 전의 ‘촌스러움’이 어느새 새삼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어간다. 그렇다고 안수환(安洙環)의 여덟번째 시집 ‘풍속’(동학시인선)에 실려 있는 시편들의 분위기가 제목보다 덜 촌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전략)엿 주셔유 이건 쓸만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엿가래 길게 떼어 줄 테니/놋대야 말고철사 구부러진 것/숟가락 깨진 것을 들고 오너라/구레나룻 아저씨 철크닥 철 가위를 흔들었다 정 아무것도 없으면/얘들아 이리 오너라/너희들 팔씨름 해 가지고 이기는쪽에/여기 남은 콩엿 다 집어 줄테니(풍속 32) 시인으로서 안수환의 본령은 관념적 형이상학적 세계다.첫시집 ‘신들의 옷(1982)’과 두번째 ‘가야할 곳’ 등이 그렇다.한때는 직선적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검불꽃 길을 붙들고(1988)’를 내기도 했다.그가 어떻게 ‘풍속’을 쓸 수 있었고,또 이 시는 어떻게 오늘의 현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안수환이 생각하는 1999년은 기술과 소유욕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이같은가치관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길은 선인들의 시대에 가졌던 포용의 정신을 되살리는 방법말고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그러니 촌스러움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서양의 미덕이 상호존중이라면,한국은 포용이다.길흉이나 선악·명암·고저·상하처럼 오늘날 가치관의 위기를 불러온 이분법적 사고를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가졌던 포용의 정신으로 감싸안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풍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집착이나 욕심에서 초월해있다.때로는 토담이나 토끼풀같은 미물도 이런 인물들의 심성과 교감한다.그런 인물들이 불행을 맞이하는 자세에 이르면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전략)작두를 밟고/여물 썰던 날 마른 칡 쓴너삼 건초 무더기 속에/억,작은 할아버지/왼손 검지 중지 손가락을 잃어버렸다 이젠 괜찮다/생전에 다 쓴 손가락이다(풍속 47) 때로는 가슴저리게,때로는 미소짓게하는 이런정서는 그러나 전혀 작위적이지 않게 다가온다.생각해 보면 시인의 말처럼 할아버지·할머니로 부터 느꼈던 바로 그것임을 깨닫게 된다. 안수환은 194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시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인물은모두가 그의 고향산천이고,고향아저씨·조카·이웃이다.그는 지금도 천안에살면서,천안에 있는 연암축산원예대학에서 농업철학과 한문을 가르친다. 그는 이 시들을 쓰면서 제자들을 생각했다고 한다.그의 제자들은 학업을 마친 뒤 대부분 농촌으로 돌아갈 것이다.그는 이 시들을 통해 그들에게 “한국인의 얼굴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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