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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아기부처’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한강

    “후보작에 올려도 되겠냐고 하기에,그러라고는 했지만 실제로 상을 받을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2일 한국소설가협회가 주는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씨(29)의 소감은 “뜻 밖”이라는 것이었다.그는 지난 94년 대한매일의 전신인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된 뒤 줄곧 주목을 받았지만,상은 처음이다. 특히 이 상은 그의 아버지 한승원씨가 지난 80년 받은 적이 있어 소설가 집안의 가족사에 새로운 기록을 하나 추가했다.그의 오빠(그는 꼭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한동림씨 역시 지난 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화제가 됐었다. 한씨의 수상작은 ‘문학과 사회’ 99년 가을호에 실린 ‘아기부처’다.이작품은 어딘지 뒤쳐진 듯한 인물들을 주로 다룬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대의첨단을 걷는 TV앵커가 주인공이다.그러나 잘생기고,화려한 그 앵커 역시 한강이 만든 주인공 답게 어린시절의 흉터로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한씨는 ‘작품이 요새 젊은 사람 것 같지 않다고들 하지 않느냐’는 말에“그렇게 고루하지는 않을텐데…”라면서 웃었다.그는 “고전적 정석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사람마다 생각과 모습이 다른 것 처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괘념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나아가 “21세기니,새천년이니 하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 처럼들얘기하지만,헤어지고 고통받는 삶은 어느 시대이고 변하지 않는다”면서 “좀 더 본질적인 것은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작품처럼) 그렇게 될 수 밖에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지않은 팬,그것도 열성적인 팬을 갖고 있다.96년 창작집 ‘여수의사랑’을 발표한 직후 인터넷에 오른 그의 홈페이지에서는 애정이 물씬 풍겨온다. 한씨는 “우연히 들어가 봤는데,고마웠다”면서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과몇차례 이메일을 주고받기는 했지만,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중·단편을 좀 더 쓰고 싶다”면서도 지난해 발표한 ‘검은 사슴’을 염두에 둔 듯 “장편도 한번 써보니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일상과 조화를 이루며 리듬을 조였다 풀었다하는 것이 어려웠지만,긴 단위의시간을 한편의 소설과 함께 살았던 것이,지나고 보니 좋았다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 이탈리아에서 온 10명의 테너

    오페라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10명의 테너가 한꺼번에 몰려온다.30·31일 오후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10테너 콘서트’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오페라 상설무대(대표 김일규)가 기획한 이 음악회는 지난 96년에 이어 두번째.이 프로그램은 중국으로 수출되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공연될 예정이다. 출연하는 사람은 알도 필리스타트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중견테너들.‘공주는 잠 못이루고’‘그대의 찬손’‘별은 빛나건만’‘남몰래 흘리는 눈물’등주옥같은 아리아들을 부른다.세르지오 올리바가 지휘하는 뉴서울 필하모닉이관현악을 맡으며,소프라노 이정애와 신경희가 찬조출연한다. ‘10테너 콘서트’는 서울에 이어 11월3일에는 순천 문예회관,9일에는 대구시민회관을 찾아간다.(02)743-2666서동철기자 dcsuh@
  • 11월 유럽음악인들 내한 러시

    11월에 들어 유럽의 음악인 및 음악단체가 줄지어 한국을 찾는다.오는 31일과천시민회관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10차례 공연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과 피아니스트 세드릭 티베르기앵,그리고 세계적인 실내악단 이 솔리스티 베네티가 주인공이다. 지난 96년 이후 3년만에 다시 내한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천상의 소리’에 비견되는 독특한 발성으로 유명하다.이번 공연에서는 프랑스를위주로 한 세계각국의 민요와 성가곡,크리스마스 캐롤을 들려준다.일정은 31일 과천에 이어 11월3일 울산 종합문예회관,5일 전주 전북대 삼성예술회관,6일 서울 예술의 전당,7일 수원 경기도문예회관,9일 인천 종합문예회관,11일광주 문예회관,12일 순천 문예회관,13일은 대전 대덕과학문화센터,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다.(02)545-2078. 지난해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티베르기앵은 2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이번 연주회는 콩쿠르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전세계 순회 연주회의 하나.그는 이번에 바흐 작곡,부조니 편곡의 ‘환상곡과푸가’사단조와 프랑크의 ‘전주곡,성가와 푸가’,리스트의 ‘메피스토 월츠’1번 등을 연주한다.(02)391-2822. ‘베네치아 악파의 적자’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이 솔리스티 베네티는 6일 오후3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1959년 창단된 뒤 비발디를 비롯한 이탈리아 작곡가의 전문 연주단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실내악단이다.내한연주회에서는 클라우디오 시묘네의 지휘로 알비노니의 ‘오보에와 현을 위한 협주곡’작품 2,비발디의 협주곡 11번 ‘화성의 영감’과 플루트 협주곡 ‘홍방울새’,비탈리의 ‘샤콘느’,로시니의 ‘클라리넷변주곡’내림마장조,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베니스의 사육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10을 연주한다.플루트 이소영,바이올린 구본주가 협연한다.(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 탱고 중남미 환상문학으로의 초대

    환상문학(The Fantastic)이란 요즘 PC통신 등을 통해 유행하는 판타지(Fantasy)문학과는 다르다.어느쪽의 견해도 확신을 갖고 지지할 수 없도록 하여무한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환상문학이 전통적인 문학구조에 대한 반발이라면,판타지 문학은 터무니 없는 가공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관한 예상을 무시한다.그래서 환상문학은 21세기를 이끌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환타지 문학은 비판받는다. 20세기 환상문학은 중남미에서 시작됐고,또 절정을 이루었다.그러나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요사를 제외하면 국내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소개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중남미 환상문학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단편집 ‘탱고’가 송병선의 번역으로 나왔다.(문학과 지성사) 이 책에는 환상문학의 선구적 역할을 한 미겔 카네(아르헨티나,1851∼1905)의 ‘세이렌의 노래’와 루벤 다리오(니카라과,1867∼1916)의 ‘아멜리아의경우’,오라시오 키로가(우루과이,1878∼1937)의 ‘깃털 베개’등 12편이 실렸다.특히 ‘깃털 베개’는 20세기초 중남미최고의 단편으로 평가받는다. 마리아 루이사 봄발(칠레,1910∼1980)의 ‘나무’는 초기 페미니즘 문학의선구적 작품이다.주인공은 음악회에서 음악의 감각을 느끼는 데 전념한다.달콤한 모차르트로 어린시절을 회상하고,열정적인 베토벤으로 결혼 이후 사랑싸움에서 승리한 것을 떠올린다.또 쇼팽의 멜로디에서는 자기 남편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염원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환 룰포(멕시코,1918∼1986)의 ‘우리에게 땅을 주었습니다’는 멕시코 혁명의 허상을 보여준다.농지개혁으로 농민에게 땅을 나누어주지만,실상은 쓸모 없는 땅이다.이런 것을 우회적·환상적으로 표현하면서 혁명의 가면속에숨겨진 속셈을 파헤친다. 중남미의 대표적 페미니즘 작가인 로사리오 카스테야노스(멕시코,1925∼1974)의 ‘요리강습’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여성화자를 통해 요리법과 성생활을 연결시키면서 부엌도 창조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루이사 발렌수엘라(아르헨티나,1938∼)의 ‘탱고’는 남성주의 춤의 대명사인 탱고를 통해 현대아르헨티나 여성의 상황을 보여주면서,남성주의 처럼 보이는 탱고의 주도적 역할이 기실은 파트너를 선정할 권리가 있는여성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서동철기자
  • 정호승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49)을 일컬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인’이라고 한다.그런데 그 ‘아름답다’거나,‘서정적’이라는 단어는 한국문단에서는 때론 ‘아름답기만 하다’거나,‘서정적이기는 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되기도 한다. 정호승 역시 그런 인식의 피해자라고 할만하다.그렇게 된 이유는 지난 97년 펴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가 ‘너무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는것이다.아예 안팔리거나 적당히 팔리면 인정받다가도,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순간부터 문학성을 의심하는 것이 우리 문단의 이상한 현실이다. 그런 정호승이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작과 비평사)를 냈다.이 시집 역시 앞선 ‘사랑하다가…’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이라고 ‘비판’받을 만 하다. 이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왜 그의 시가 호응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그의 시는 결코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감싸안고 고뇌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고뇌를 고뇌 답지 않게 맑고 따뜻하게,때로는 희화적으로 극복한 결과 도달한 지점은 극단적인 고뇌를 통해 다다른 곳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그것이 그를 소녀들의 취향에 영합하기만 하는 대중시인과 거리를 두게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 조차,이 시집이 가진 긍정적 의미의 대중성을 부각시키려하기 보다는,애써 대중성을 부정하는 시편에서의미를 찾으려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어쩌면 그것은 시인에 의해 어느 정도의도된 것인지도 모른다.이른바 문학성을 증명해보여야 자신의 본령인 서정성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경주박물관 앞마당/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가/목잘린 돌부처들나란히 앉아/햇살이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자기머리를 얹어본다 소년부처다/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부처가 되어보라고/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정호승이 던지는 화두(話頭)는 ‘소년부처’처럼 어려운 법이 없다.짝을 이루는 ‘햇살속으로’도 마찬가지다. 경주박물관에 가면/몸은 온 데 간 데 없고/돌부처의 머리만 길가에/쓸쓸히앉아있다 나는 어느 여름날/…/그 돌부처의 머리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내 머리를그 자리에 떼어놓고/돌부처의 머리를 내 머리에 얹고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의를 ‘들녁’처럼 간결하면서,훈훈하게 표현하기도어려울 것이다. 날이 밝자 아버지가/모내기를 하고 있다/아침부터 먹왕거미가/거미줄을 치고 있다/비온 뒤 들녘 끝에/두 분 다/참으로 부지런 하시다 한권의 시집에서 이것 이상 어떤 엄청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오늘 지하철을 타거든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읽어볼 일이다.그러다 진짜 눈물이 나면 잠깐 내렸다가,다음 전동차를 타도 좋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마지막 창작오페라 ‘산불’/국립오폐라단

    국립오페라단이 창작오페라 ‘산불’의 초연을 준비하는 분위기는 자못 숙연하다.앞으로 창작오페라에서 손을 떼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오페라단이 속해 있는 국립극장은 기관장에 권한을 주되,경영에 책임을 묻는 책임운영기관((Agency)이 됐다. 지난 21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곧 임명될 새 극장장은 자리를 걸고 경영개선작업에 나설 것이다.그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창작오페라 공연이 감축1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오페라단쪽의 위기의식이다. 자칫 국립오페라단의 마지막 창작오페라가 될지도 모르는 정회갑 작곡 ‘산불’은 차범석 원작으로 연극무대에서 명성을 날렸던 바로 그 작품이다.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평일 오후 7시30분,토·일요일 오후 4시) 이 작품은 6·25를 전후한 소백산맥의 산촌을 배경으로 국군 및 빨치산 치하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주민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다.그러나연출을 맡은 박수길단장은 배경을 ‘6·25’와 ‘소백산’으로 구체화시키지 않고 어느 시대,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로 보편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배역이 여성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작품속 마을의남자들은 대부분 상대편을 피해 ‘산’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특히 주인공점례의 비중이 다른 오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점례역에 소프라노 정은숙과 박경신,사월역에 메조소프라노 김학남과 장현주,귀복역에 테너 임정근과 이현 등이 나선다.박은성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와 국립합창단,새노래합창단,품바,국립창극단이 출연한다. 미묘한 시기에 올려지는 ‘산불’은 출연진에게는 어려우나,관객에게는 볼만한 오페라가 될 것 같다.연극으로,영화로,뮤지컬로 이미 관객들의 검증을받은 줄거리가 강점이다.게다가 원작에 없이 각설이와 엿장사가 장타령과 엿타령을 하는 등 흥을 돋운다. 한 관계자는 “창작오페라를 해서는 흑자를 낼 수 없고,그래서 민간오페라단이 하지않는 일을 우리가 했던 것”이라면서 “만일 새 극장장이 공연수입에만 관심을 가져 창작오페라를 외면한다면 국립극장은 존재의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울해했다.자신이 오페라애호가라고 생각한다면 ‘산불’을 공연하는 나흘 동안 국립극장을 찾음으로서,새 극장장이 창작오페라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무언의 압력’이 한번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02)2274-1151∼8서동철기자 dcsuh@
  • 시드니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 조선시대 문화제 90점 출품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제전이기도 하다.2000년 9월15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리는 시드니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시드니 올림픽문화예술축전은 8월19일 시작되어 9월30일까지 계속된다. 세계각국에서 모인4,000여명의 예술가들이 53개의 비중있는 공연과 50개의 전시회를 갖는 한편시내 45개 장소에서는 갖가지 축전을 여는 등 400여가지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한국은 퀸스랜드 박물관과 파워하우스 박물관에서 국보급을 포함한 명품 도자기와 서화가 대거 출품되는 ‘조선시대 미술전’을 갖고,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으로 아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한몫을 하게된다. ‘조선시대 미술전’은 내년 6월16일부터 8월20일까지 브리스번의 퀸스랜드박물관에서 먼저 호주국민들에게 선보이고, 9월8일부터 2001년 1월28일까지는 올림픽 공식프로그램으로 시드니의 명물인 파워하우스 박물관에서 세계인들을 만난다.이 전시회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케치 전’,그리스의 ‘고대 그리스 조각·도예전’과 함께 조직위원회로 부터 “값을 매길수 없을 만큼 소중한 전시품목”으로 극진히 예우받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국보 66호인 백자철화매죽문항아리와 보물 1060호 백자철화수뉴문병,보물 1069호 분청사기조화수조문편병 등 도자기를 중심으로 정선과김홍도,강세황의 그림 등 주요문화재 80∼90점이 출품된다. 전시회 개막식에는 또 김덕수패 사물놀이가 특별공연을 하고,한국음악 워크숍도 갖는 등 이날 만큼은 시드니 한복판에서 한국 문화축제가 벌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올림픽 문화예술 축제는 18일 원주민과 개척자의 첫만남을 상징하는환영식에 이어 19일 수퍼돔에서 열리는 ‘개막 기념 콘서트’로 본격화된다. 핀란드 출신의 거장 에도 데 바르트가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지휘하는데,‘천인 교향곡’이라는 이 곡의 별명에 걸맞게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벵게로프 등세계적인 솔로이스트 8명을 포함하여 모두 1,000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번 축전에는 개막 콘서트에 나서는 시드니 심포니를 비롯하여 에사 페카살로넨이 지휘하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리카르도 무티의 스칼라 가극장,뉴질랜드 심포니,호주 챔버 등 모두 7개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 호주 국립 오페라단인 ‘오페라 오스트랄리아’는 ‘시몬 보카네그라’‘카프리치오’ 등 5개 작품을 공연하고,영국의 DV8 신체극단과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무용단,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도 초청됐다. 이밖에도 연극,재즈,합창,영화,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 걸맞는 세계적인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레오 쇼필드문화예술축전 예술총감독의 설명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오붓한 가족문화공간 없나요-20일 문화의 날 / 문화현실 진단

    그동안 우리 문화예술은 크게 성장했다.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문화예술인들이 배출됐고,매일같이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각종 공연이 줄을 잇는다.그러나 이같은 ‘문화예술의 르네상스’가 아직은 서울같은 일부지역만의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또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도 가족들과 좋은공연을 즐기기는 아직도 쉽지 않다.20일은 28번째 맞는 문화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가족중심의 공연문화’로 가는 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서울에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이라는 두 개의 국제적인 규모의 공연장이 있다.이에 대해 서울의 인구와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대형공연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행정구역상의 서울특별시만 떼어놓고 보면 옳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전제부터가 달라져야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기존의 위성도시들이 고밀도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도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서울과 주변도시 사이의 ‘심리적 경계’는 없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신도시에 살면서 자신이 ‘지방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화공간 문제는 인구 1,200만명인 서울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2,000만명이 넘는 ‘수도권’이라는 초거대도시를 상정하고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초거대도시의 문화공간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공연장까지의 이동시간을 물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조사 결과는 문제의 핵심을잘 보여준다. 조사는 지난 8월 한달 동안 서울시내 공연장을 찾은 1,000명의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30분 이내에 도착했다는 사람이 14.0%,30분 이상 1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람은 47.0%였다.반면 1시간 이상 2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람이33.3%나 됐고,2시간 이상 걸렸다는 사람도 5.8%였다.40%에 가까운 사람들이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시간의 2배 이상을 길거리에 투자했다는 얘기다.그러나 이 수치도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관람을 아예 포기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이처럼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면 필연적으로 가족단위의 관람객은 찾아가기 힘들다.앞의 조사에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을 보아도 10대가 20.4%,20대가 50.4% 등 10∼2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30대는 14.1%,40∼50대는 15%에 불과했다.실제 30∼50대,특히 주부들은 가족단위의 공연관람을 매우절실히 원하고 있다.그럼에도 공연예술은 현실적으로 학생층이나 일부 전문직 젊은이들의 전유물에 가깝다는 현실을 이 조사는 보여준다. 문화정책개발원의 장미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은 저녁식사 시간 이후에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고 싶어한다”면서 “지역민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있는 문화거점을 이제 시·군·구의 문화회관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각 지역축제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주민의 28.6%에 이르렀고,참여만족도도 5점 만점에 평균 3.17을 기록하는 등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게다가 문화예술의 활동공간을 지역단위로 넓혀가는 것은 주민의 문화향수를 높이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예술인들의 창작의식을 높이는 데도 한몫을 한다는 설명이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각시·도와 시·군·구가 경쟁적으로 공연장을 확보하여 이제 문화거점을 지역으로옮기는 데 따른 공간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말하고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구로 하여금 그 공간을 운영하도록 하느냐”라고 단언했다. 지역민의 욕구를 파악하여,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을,그것도 중앙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손을 빌지 않고는 어렵다.특히 전문인력이 공연장을 운영하게 되면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듯 재정자립도도 높여 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지역문화공간을 가족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공간마련과 함께 인력양성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KBS교향악단·서울시향 연주회 KBS교향악단과 서울시교향악단의 이른바 ‘원 프로그램,투 콘서트’는 공연장 거리가 멀어 연주를 즐기기 힘든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는 시도라는 점에서 바람직스럽다. KBS가 한 프로그램으로 두 차례 연주회를 갖는 것은지난 91년 KBS홀 개관이 계기가 됐다.KBS교향악단은 이후 모든 정기연주회를 목요일에는 여의도 KBS홀,금요일에는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다. 서울시향은 지난 7월 처음 그 뒤를 따랐다.8월에 이어 11월에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각각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서울시향은 내년에는 6차례의 정기연주회를 이같은 방식으로 갖기로 했다.KBS와 서울시향은 이같은 시도로 고정 팬을 두배 가까이 늘리는 효과도보고 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교향악단은 대부분 한 프로그램으로 2∼4차례씩 연주한다.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한 연주장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은 청중에 대한 서비스라는 측면이 강하다.공연장의 거리가 멀어 어려운 가족관람도 가능케한다. 그런 점에서는 서구의 교향악단 보다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BS교향악단의 관계자는 “한 프로그램으로 두차례 연주하게 된 데는 많은비용을 들여 좋은 지휘자와 협연자를 데려오는정기연주회를 한차례 연주로끝내는 것이 아까운데다,조금이나마 보완하여 두번째는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뜻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공연장이 너무 멀다는 청중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BS홀 연주가 강서·영등포·은평·마포·서대문 등 강북지역,나아가 부천·인천·김포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예술의전당은 강남·강동지역은 물론 성남·과천·안양·수원 등지의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라면서 “앞으로 강북지역 중심부에 좋은 연주장이 들어선다면 한 프로그램으로 세차례 연주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 [음악 리뷰] 백혜선 피아노 연주회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지난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던 ‘즉흥과 변주’연주회는 음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그러나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연주회가 끝난 뒤의 기분은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가서냉면(물냉면이라고 부르면 평안도 출신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대신 비빔을먹고 났을 때의 그것이었다. 물론 그 냉면집은 여름이 되어야 붉은 바탕에 흰글씨의 깃발을 내걸거나,귀순동포가 고용한 주방장이 만든 ‘기분만 평양식’이 아니라 이제 몇 남지않은 본포(本鋪)를 말한다.오늘날 전통 평양식 냉면을 만드는 주방장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숫자만큼이나 적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 백혜선을 평양냉면집 주방장에 비유하는 무례를 용서해준다면,이날 연주회는 장기인 냉면 대신 ‘냉면 초보자’와 아이들을 위해 평양식 만두와 빈대떡 등을 한상 가득 차린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그런 만큼 연주회 결과는 냉면을 좋아하는 어른이 아이들을 데리고 냉면집에 갔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꼭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환호했다.슈베르트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즉흥곡들,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의 베토벤 ‘터키 행진곡’듀오,바이올린 이경선과 비올라최은식,첼로 양성원과 함께 꾸민 ‘사랑의 인사’‘아 목동아’,앵코르곡으로는 ‘아침이슬’에 ‘젓가락행진곡’까지 등장했다.연주회장을 나오는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도 환호하고 싶었다.“우리 음악계가 너무 닫혀 있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백혜선의 생각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음악회를 즐기기는 했지만,‘아이’들처럼 환호작약할 수는 없었다.왜 그랬을까.빈대떡도,만두도,비빔도 모두 맛있었다.그러나 오랜만에 ‘진짜냉면집’에 갔는데도막상 냉면은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작은 아쉬움조차도 백혜선의 잘못은 아니다.잘못은 커녕 이번 연주회를 기획한 그녀의 뜻은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대신 그녀의 뜻처럼닫혀 있는 음악인들의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새로운 시도도의미가 있지만,백혜선처럼 ‘큰 피아니스트’는 ‘큰 음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주회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공연라운지] 스타급 연주자들의 ‘오후3시 음악회’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음악회를 눈여겨보라”가을이 가기전,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한번쯤 찾아보겠다고 마음먹고 있는사람들은 이런 충고를 귀담아 들어도 좋을 것 같다.저녁시간 보다,오히려 주말과 휴일의 오후 무렵에 좋은 연주회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10월 들어 토요일인 지난 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벵게로프가 독주회를가졌다. 일요일인 17일에는 바로크첼로의 거장 안느 빌스마가,31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각각 독주회를 연다.이런 추세는 11월에도 이어져 토요일인 6일 클라우디오 시묘네가 지휘하는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솔리스티베네티가 연주한다. 왜 이토록 중요한 연주자들이 변두리 시간대로 밀려난 것일까.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세계적인 연주자들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술의 전당 같은 공연장이라면 여름쯤이면 다음해 대관이 확정되기 마련이다.아무리 세계적인 음악가라도 연주장이 없으면 연주회는 불가능한 법.날짜가 임박해 내한연주의 ‘의사타진’을 받은 매니지먼트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따라서공연장이 비어있는 오후 3시라도 강행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그래도 표가 팔릴 것’이라는 믿음이 그 연주자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녁 연주회에 비해 대관료도 20%쯤 깎아주는 만큼 큰돈은 아니라도채산성을 맞추는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음악외적인 이유로 유행하는 ‘3시 음악회’지만 경험해 본 사람들은 “어느 때 보다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무엇보다 세계적인 연주자의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음악회에 ‘참석’한 것을 커리어로 생각하는 부류는찾아보기 힘들다.대신 예의를 지키면서도 좋은 연주에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이들로 객석이 채워졌으니,분위기는 당연히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다고 해서 흐뭇해 할 일만은물론 아니다.속을 들여다보면 대형공연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불행한 현상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공연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갖가지 편법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음악계의 현실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중견작가 정종명 창작집‘의혹’

    중견작가 정종명(54)의 4번째 창작집 ‘의혹’(뿌리출판사)은 오늘날 작가들이 처해 있는 삶과 문단 및 출판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이 소설집에는 ‘의혹’‘빛과 그늘’ 등 최근작 6편과 ‘숨은 사랑’ 등 과거에 썼으나 새로 손본 2편 등 모두 8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의혹’은 유력한 문예지 주간과 작가가 짜고 표절시비를 만들어내고,일간신문의 문학담당기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창작집을 베스트셀러로 만든다는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특히 작품속 작가의 목소리로 문단의 고질을 비판한다.이를 테면 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는 ‘수상의 물망에 올랐던 작가의 작품까지 싸잡아묶어 팔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편보다 단편을 수상작으로 선호한다. 신문의 문학관련 기사도 주먹만한 활자에 대문짝만한 얼굴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모처럼 대단한 작품이 나왔나하고 훑어보면 고작 100장 안팎의 단편이거나 길어야 300장 안팎의 중편이다.반면 작가가 애써 매달린 장편은 1단 기사로 두세줄,길어야 대여섯줄로 ‘구색’을 맞춘다.신춘문예와 문학상 심사를 몇몇 유력인사가 독점하여 파벌을 만드는 행태도 지적한다.부르는 곳 마다 달려가서 사정(私情)을 교묘히 숨기고 평소에 친한 사람이나 아류(亞流)를 밀어주고 끌어올리기를 능사로 삼는 이가 문단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빛과 그늘’에서는 문예지의 편법 발간이라는 문단의 또다른 어두운 현실을 펼쳐보인다.주인공은 대기업 사보편찬실에서 밀려나자 ‘소설학교’에서창작강의를 하다 한 수강생의 주선으로 월간 문예지의 주간을 맡는다.이 문예지는 그러나 원고료를 주지않는 것은 물론 시집이나 소설집의 발간비용을작가에게 떠넘기고,한달에도 몇명의 신인을 등단시키고는 책을 떠맡겨 발간비용으로 충당한다.그럼에도 주인공은 이 엉터리 문예지 발행인의 기만적 논리에도 중앙 문예지들의 관행을 부정할 수 없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처럼 두 작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두운 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몰라도 실제 문단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작가는 “두 작품은 누구도 감히 말하기를 경계하는,손가락질이나 불이익을 각오하고 우리 문단에 바치는 고언적 메시지”라면서도 “그러나 작품의 궁극적 속살은 역시 사람사는 모습의 일종임을 구태여 부연해 둔다”고 말해‘개인적 체험의 소산’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동철기자
  • 한시영역집‘달빛어린 연못’펴낸 이성일교수

    ‘달빛어린 연못(The Moonlit Pond)’이라는 한국시집이 현재 북미대륙에서 적지않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지난해에는 미국의 학술서적 평가지인 ‘초이스’가 ‘뛰어난 학술서적’으로 선정하여,대학도서관들이 의무적으로사들이기도 했다.어떤 시인이 이런 시집을 냈을까 궁금하겠지만,설명을 들으면 조금은 뜻밖일 것이다. 이 시집은 한국의 한시(漢詩)를 묶은 것이다.통일신라시대 최치원(崔致遠)에서 한말의 황현(黃玹)에 이르는 대시인 92명의 한시(漢詩) 144편을 실었다.‘달빛어린 연못’이라는 낭만적인 제목도 알고보면 조선말의 대문장가 이건창(李建昌)이 지은 ‘월야어지상작(月夜於池上作)’의 영문번역을 다시 한국말로 옮긴 데 불과하다. 이처럼 사실상 두개의 언어를 극복해야 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은 이성일(李誠一) 연세대 영문과교수(57)다.그는 이 노작(勞作)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제정한 한국문학번역상의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11일 기자와 만난 이 교수는 그러나 상을 받는 것 보다는 미국 대륙에 한국 시 문화의전통을 일깨워주었다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왜 한국의 문학적 전통을 해외에 알리는데 노력해야 하는지를 ‘누구누구네 집 몇대손’하면 벌써 다르게 생각하는‘양가집 사위고르기’에 비유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와 외교 등 모든 분야가 문화와 공동전선을 펴야한다는것이다.서양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깨닫도록 하지못하면 신흥국가의 ‘경제동물’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콤플렉스’에 대해 “서구인들에게 우리문화에 대한 예비지식을 심어주지 않은 채,작품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아르헨티나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유구한 스페인 문학의 전통을 물려받았기 때문이고,일본도 그동안 꾸준히 서구에 문학전통을 소개하여 ‘문화가 있는 민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기에 소설이번역되어 나왔을 때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 작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 89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주립대학에 방문교수로 있을 때다.이육사와 윤동주 등 현대시인 4명의 시를 영역하면서 현대시에도 고전시의 정형성을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물론 할아버지 이병호(李炳浩)가 황현의 애제자로 뛰어난 문장가였다는 집안내력도 그로 하여금 이 일에 뛰어들게 한 잠재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이 시집에는 이병호의 작품도 실려 있다. 그는 “한글세대로 한시를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은 만용”이었지만,같은 학교 국문과 송준호 교수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아 만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재 그는 ‘우리 문학전통에서 가장 뛰어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가사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30∼40편을 묶어 내년이나 후년에출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내가 할 일은,우리 문학전통을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이용하여 최대한 서양독자에게 알리는 것”이라면서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사명을지우고 있다”면서 웃었다. 서동철기자 dcsuh@
  • [리뷰] 한국 초연 오페라 ‘파우스트’

    예술의 전당이 만든 베를리오즈 오페라 ‘파우스트’의 한국초연이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4차례 무대에 오르는 동안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던 것 같다.주역급 가수와 오케스트라,무대장치는 합격,연출은 노력상,합창과 무용,조명 등은 불합격이라는 것이다.일부 분야에는 가슴아플 정도의 낮은 평가도 있었다. 6일 공연에서도 이같은 평가가 크게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오히려 무대와의 의사소통이 단절된 가운데 지나치게 유려하기만 했던 지휘자 장 이브오송스의 문제도 있는 듯 했다. 사실 ‘파우스트’에 대한 앞서의 평가는 이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예상됐던 것이었다.프랑스인 지휘자 오송스와 독일인 무대감독 하랄트 B.토르는 ‘파우스트’의 검증된 경력자들이다.주역가수들 역시 검증을 거쳐 발탁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머지 분야는 어떤가.합창과 무용,조명 등 순수 ‘국내산’으로 충당한 분야는 모두 혹평을 들어야 했다.우연의 일치일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연예술쪽에서체계적으로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해내라는 요구는 무리다.오케스트라라면 이번에 코리안 심포니가 보여주었듯 맹연습으로 조금 나은 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지만,오페라 연기를 배우지 않은 합창단에게 한두달의 연습으로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우스운 일이다.그것은 무용단도 마찬가지다.게다가 조명은 벌써부터 심각한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 않은가. 이번 공연에 대한 세간의 평은 연출자인 문호근이 어느 정도는 의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한국 공연예술계의 생생한 현주소를 보여주고,보완방향을제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따라서 이번에 참여한 사람들 개개인에게 실력이 없느니,연습이 부족했느니 하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그렇다고해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평가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초연을 지켜본 사람들,특히 공연예술계 인사들이라면 각자가 앞으로의한국 오페라,나아가 한국의 공연예술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 음악계,나아가 한국 공연예술계에던져준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동철기자 dcsuh@
  • ‘서정시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독주회

    강동석을 두고 바이올린의 시인,그것도 서정시인이라고 부른다.그런 강동석이 가을에 어울리는 시적인 레퍼토리를 골라 독주회를 갖는다.20일 부산에서 시작해 다음달 7일 청주까지 전국 9개 도시를 찾아간다. 강동석이 이처럼 많은 도시를 찾아가는 것은 전례가 없다.아직도 지방에는좋은 음악회가 드문만큼 서울과의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되도록 많은 곳을 찾겠다는 뜻이다.연주자쪽에서도 활동무대와 시장이 넓어지고 새로운 청중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소신이다.여기에 전국 어디든 청중이몰리는 강동석의 인기가 이런 마라톤 독주회를 가능케 했다는 얘기다. 강동석은 이번에 풀랑과 생상의 소나타와 쇼송의 ‘피아노,바이올린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협주곡’등 모두 프랑스 곡으로 프로그램을 짰다.자신의 장기이기도 하지만,한국 청중에게 낯선 곡을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서 새로운 음악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겠다는 뜻도 읽혀진다. 올해가 풀랑 탄생 100주년이자 쇼송 서거 100주년인데다,피아노 반주를 할파스칼 드봐이용이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번 연주회에 대한 기대는 강동석과 20년 지기로 듀오 파트너라는 드봐이용이라는 존재 덕에 더욱 극대화된다.비오티·부조니·리즈 콩쿠르에 입상하고 프랑스인으로는 처음으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한 뒤 독주자로서도 강동석 못지않은 명성을 날리는 피아니스트다.그 또한 강동석처럼‘진정한 시인’이라는 평을 뉴욕 타임스로 부터 들었다고 한다. 연주 일정은 ▲20일 부산문화회관 ▲23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25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26일 울산 현대예술관 ▲31일 서울 예술의 전당 ▲11월 2일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3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5일 목포 문화예술회관 ▲7일 청주 예술의 전당.(02)548-2078. 서동철기자
  •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 독주회

    일요일 오후3시,출연자는 첼리스트 한명.레퍼토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위한 조곡 1·3·5번.청중의 즐거움보다는 연주 자체에 의미를 둔 이른바 전곡연주가 아니라면 이런 연주회가 가능할 것인가. 네덜란드의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라면 이런 조건에서라도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는 것이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생각인듯 하다.빌스마의 독주회는 17일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빌스마는 그만큼 ‘거장’의 반열에 드는 첼리스트다.지난해 영국의 음악잡지 ‘CD가이드’는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6인’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를지목했다.다른 5사람은 파블로 카잘스,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자클린느 뒤 프레,다니엘 샤프란이었다. 물론 영국인들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된 듯한 이 결과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렇다 해도 빌스마가 이번에 들려줄 바흐 연주에는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빌스마가 지난 92년 녹음한 무반주 조곡의 음반은“철학적 색채와 사색의 깊이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의 음악전문지 ‘음악세계(르몽드 라 뮈지크)’가 주는 ‘올해의 최고 음반’을 비롯해 몇몇 상을 받는 등 ‘공인’을 거쳤기 때문이다. 빌스마는 1934년생으로 올해 65세.3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다 8살 무렵첼로로 바꾼 뒤 헤이그의 왕립음악원에서 연마했다.지난 59년 파블로 카잘스콩쿠르에 우승함으로써 두각을 나타냈으나 6년 동안은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로주자로 일했다. 이후 작곡 당시의 악기 및 주법으로 연주하는 정격연주 붐이 일자 본격적으로 독주자로 나섰다.이번 연주회에서도 바로크 첼로를 이용하여 정격연주법에 따른 바흐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그는 그러나 현대적인 첼로 연주자로도명성을 얻고 있으며,95년에는 브람스의 소나타 음반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02)599-5743서동철기자 dcsuh@
  • 최기인 장편소설 ‘가락시장의 밤’ 출간

    시장(市場)이 자본주의의 특성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소라는 데는 누구든이의가 없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경력이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시장만큼 근대적인 장소도 드물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특히 곳곳에 들어선 농수산물 도매시장들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유통구조나 상인들의 행태만은 아직도 근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작가 최기인(崔基仁)의 장편소설 ‘가락시장의 밤’(상하 2권,신지성사)은이처럼 근대적이어야 할 것 같은 농수산물 시장이,왜 현실적으로는 근대적이지 못한 장소일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군에 갔다온 주인공 찬우가 대학에 복학하기 위해 리어카를 끌다농수산물 도매시장에 주저앉은 뒤 겪은 이야기를 10여년 동안의 현장취재를바탕으로 엮은 현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우리 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본격 상업소설이기도 하다.일찌기문학평론가 김현은 “한국소설에서 근대인들이 겪고 있는 치명적인 결점은돈에 대한 모멸,경멸에 기반을 두고 있는듯 하다”고 꼬집었다지만,그런 점에서도 그동안 작가들이 기피하던 영역에 도전한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작품에서는 도시보다는 근대화 되지 못한 농촌에 대한 애정이 보다 흠씬묻어난다. 무엇보다 농촌과 도시를 대립적인 공간으로 설정한데다,작가가 의식했건 안했건 등장 인물들도 ‘순수한’ 농촌출신은 정상적으로 상거래를하고 때론 후한 인심을 보이지만,이미 도시생활로 ‘때가 묻은’ 농촌출신은어떤 종류건 술수에 가담한다. 그것은 작가의 경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그는 전북 부안의 농촌 출신이다. 1964년 서울신문(대한매일의 전신)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월간 새농민’에 장편소설이 당선됐다.이후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적지않게 썼고, 근대화 시기 농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또옴방각하’(1989)는 그를 농촌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는 지점장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정년퇴직한 ‘농협 맨’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정신적 기반은 농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협동조합은 또 어떤 곳인가.근대화가 뒤진 우리 농민을 기본단위로 하지만,실제 업무의 주요 부분은 현대사회의 최첨단을 걷는 금융업이다.농수산물 도매시장이 농민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적응토록하는 중간단계이듯이,농협 또한 같은 역할을 한다.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할 수 있다.나아가 그가 쓴 농촌소설들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지모르겠다. 그가 이 작품을 쓴 것은 지난 88년 가락시장과 이웃한 올림픽 패밀리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소설을 구성하며 아예직장도 시장안에 있는 청과시장지점장을 자원했다.이후 낮에는 지점에서 시장상인들을 상대하고,새벽이면 상인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며소설의 소재를 취재했다. 그는 강산이 변한다는 기간 동안 가락시장을 누빈 끝에 남은 것은 “수십권의 자료노트와 이 작품,그리고 시장상인들을 친구로 사귄 것”이라면서 웃었다. 서동철기자 dcsuh@
  • 유서같은 유고소설-장용학 ‘빙하기행’

    “아픔에는 어디까지라는 한계가 없었다.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어디까지라도 아파질 수 있는 육신이 저주스러웠다.그런 육신과 인연을 끊고 싶었다.비명을 흘리면서 뒹구는 자기 자신을 거기에 떼쳐 버리고 도주하고 싶었지만아픔은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8월31일 타계한 장용학(張龍鶴·사진)의 유고(遺稿)소설 ‘빙하기행(氷河紀行)’의 일부다.‘문학사상’이 발굴하여 10월호에 실은 이 작품은 미발표작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의 초고에 해당한다. 장용학은 ‘요한시집’과 ‘역성서설(易姓序說)’‘비인탄생(非人誕生)’등 실존주의적 색채를 띤 일련의 우의(寓意)적 작품들로 한국 지식인 소설의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읽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빙하기행’은 그러나 이례적일 정도로 정치체제의 비판이라는 현실적인문제를 다루고 있다.특히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고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차별적이다. 장용학은 1962년 ‘원형의전설’ 이후 반절필상태에 들어가 1987년 ‘하여가행’ 이후로는 침묵해 왔다.그런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썼으며,왜 발표하지않았을까. 문학평론가 박창원(청양대교수)이 말년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데 따르면장용학은 1960년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나 박정희정권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에 해직됐다. 당시 그는 ‘남산’에 두차례 끌려갔고,이후 감시를 받는 생활을 했다.이런와중에서도 ‘문학실천협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런 제3공화국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칩거를 시작했으나,임종 때까지 이어질줄은 몰랐다고 한다. “개 돼지처럼 취급되는 수모에서 오는 수치감에 자기 혐오의 수렁에 빠졌고,늘 자기를 보고 있는 누구의 눈을 느껴야 했는데 암만 해도 그것은 자기의 눈인 것 같았다.그 눈앞에서 그는 나날이 비굴해지고 천해져갔고 그 눈이두렵고 부끄러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겨울만 있는 세계로쫓겨났고,자기를 보고 있는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했다” ‘빙하기행’의 한 대목이다.바로 장용학이 왜 수모를 당한 이후 오랜 칩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작품활동도 이어갈 수 없었는지를 밝힌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빙하기행’은 유고이자,유서라고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동철기자]
  • ‘백혜선의 즉흥과 변주’ 즉흥연주로 클래식 음악계 색다른…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한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연주가’,한사람은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뮤지션’으로 불리운다. 이처럼 활동영역이 다른 두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13일 서울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15일 대전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백혜선의즉흥과 변주’가 그 무대다. 두 사람은 두 대의 피아노로 베토벤의‘터어키 행진곡에 의한 6개의 변주곡’을 재즈풍으로 연주하게 된다. 백혜선이 정통적인 주법으로 연주해가면,김광민은 즉흥연주로 재즈 분위기를 살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백혜선은 “밝히면 안되는데…”라면서도 “혹시 앵콜이 있으면 한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이 연주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백혜선(34·서울음대 교수)은 79년부터 미국 보스턴의 뉴 잉글런드 콘서버토리에 유학하고 있었다.그런데 김광민(39·동덕여대 실용음악과교수)이 같은 도시의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간 것.김광민이 뉴 잉글런드 콘서버토리의 재즈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는 동창이 됐다. 둘이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최근 김광민이 진행하는 MBC­TV의 ‘수요예술무대’에 백혜선을 초청하여 모차르트의 ‘작은별 주제 변주곡’을 역시 재즈풍으로 같이 연주한 적이 있다.13년 동안이나 친분을 쌓아왔지만 함께 연주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당시엔 김광민이 백혜선을 초청하는 형식이었다면,이번 연주회는 백혜선이 김광민을 초청하여‘빚’을 갚는 셈이다. 두 사람은 이번 연주회를 앞두고 “그동안 음악적 교류가 많았음에도 왜 같이 연주할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최근 나란히 새로운 소품집을 펴냈다.백혜선의 ‘즉흥과 변주’,그리고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김광민의 3번째 앨범‘보내지 못한 편지’가 그것이다.이번 연주회는 백혜선이 새음반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기도하다. 연주회 프로그램도 슈베르트의 즉흥곡과 엘가의 ‘사랑의 인사’등 음반에 실린 곡이 대부분이다. 특히 바이올린 이경선,비올라 최은식,첼로 양성원과 함께역시 새음반에 실린 김민기의 ‘아침이슬’등을 들려주는 또다른‘실험’도 하게 된다. 백혜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클래식 음악계는 너무나도 닫혀있어 다양한 시도가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에서 음반을 만들고,연주회도 마련했다”면서 “그렇다고 백혜선이 이제부터 크로스오버로 간다는 선입견은 갖지 말아달라”고 진지하게 당부했다. 한편 백혜선은 서울과 대전의 ‘즉흥과 변주’공연에 앞서 5일에는 대구 문화예술회관,9일에는 부산 문화회관에서 각각 독주회를 갖는다.시간은 모두 7시30분.(02)518-7343. 서동철기자 dcsuh@
  • 막심 벵게로프 바이올린 독주회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벵게로프가 2일 오후3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1974년 서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태어난 벵게로프는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한사람.탁월한 테크닉에 더하여 25살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원숙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브람스의 소나타 2번과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1번,라벨의 ‘치가느’,사라사테의 ‘바스크 기상곡’,라흐마니노프의 ‘보컬리즈’,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한다.피아노는 배그 파피안.(02)598-8277서동철기자 dcsuh@
  • [음반 리뷰] 한국의 대표 명반 탄생을 기다리며

    체코의 ‘수프라폰’레이블로 나온 체코 국민주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명음레코드)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부럽다는것이었다. 이 음반에는 라파엘 쿠벨릭(1914∼96)과 바츨라프 노이만(1920∼95)이 각각체코 필하모닉을 지휘한 ‘나의 조국’이 들어 있다.쿠벨릭 음반은 지난 90년 ‘프라하의 봄’축제의 실황녹음이고,노이만 것은 75년 프라하의 드보르작홀에서 녹음한 것이다.둘다 각종 음반가이드가 최상위권으로 꼽고 있는 명반들이다. 새로 나온 음반은 그러나 수프라폰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다.국내에서 발매하면서 두개의 음반을 한 케이스에 담은 이른바 ‘투 포 원(2 for 1)’이다.그럼에도 ‘체코 음악은 체코 사람이 가장 잘 연주한다’는 자부심이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음반을 즐기기보다 부러워해야 했던 것은 한국은 이런 음반을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우리 작곡가의 작품을 우리 지휘자가,우리 교향악단을 지휘해 음반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이 음반처럼 해외 각국에서라이선스로 발매할만큼 보편성이 있을 것인가.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자는 누구인가도 다시 생각해 본다.안익태인가,윤이상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는 또 누구인가.정명훈인가.그렇다면 정명훈은 안익태나 윤이상의 권위자인가.한국에는 정명훈만한 지휘자가 또 있는가.게다가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수준의 교향악단은 존재하느냐 따위의 의문들이다.불행하게도 이 모든 질문에의 대답은 아직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체코는 도도하게 흐르는 서양음악이라는 큰 강물에 속해 있는 나라다. 서양음악 역사가 일천한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체코도 흐름의 본류라기 보다는 지류다.국민주의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변방에서 살아갈 길을 궁리한 결과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이 음반은 한국음악계가 가야할 방향 만큼은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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