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해킹 이렇게 대비하자]’악의 꽃’해킹 예방이 최선
*실태와 대책.
해커(Hacker),엄밀히 말해 크래커(Cracker)가 대란(大亂)을 몰고 올 조짐이다.전세계가 ‘연쇄해킹’ 사태로 어수선하다.보안에 관한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야후,아마존닷컴,E*트레이드 등의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해커들의 ‘장난’에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해킹방지,인터넷보안 등으로 호들갑을 떨지만 지금 이시간 어느 시스템에또다른 해커들이 침입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해킹은 빈번하게 이뤄지고있다.국내에서도 지난해 거의 600여건에 달하는 해킹사고가 보고됐지만 실제 숫자는 1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최근의 ‘연쇄해킹’ 사태 이후 국내 한 시스템 보안 전문가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면서 “보안을 자동화해주는 도구 역시 있을 수도 없고,있어서도 안되며 있지도 않다”고 단언했다.그는 또 “한 명의 도둑을 100명의 경찰이 막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녕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가.
해커와 시스템관리자 사이의 관계는 흔히 ‘창과 방패’로 비유된다.해커는 ‘방패’를 뚫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시스템관리자 역시 ‘창’을 막기 위해 골몰한다는 얘기다.
해킹을 필요악이라고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보다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고난도 해킹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때문이다.
해커는 목표로 한 시스템의 해킹을 위해 3단계에 걸친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단계는 이용자(user)의 권한을 얻어내는 것이다.해커는 네트워크 상을 흘러 다니는 정보의 기본단위인 패킷(packet)을 조작하는 스니퍼링 기법 등을이용해 이용자의 권한을 획득한다.이 1단계를 방어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보안이다.
해커는 2단계로 시스템의 관리자(root) 권한을 획득하려 한다.시스템 운영체제의 오류 등을 이용해 관리자 권한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면 해커는 시스템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실제 해킹이 이뤄지는 단계다.
2단계를 방어하는 것은 로컬 보안으로 불린다.
마지막 3단계는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이른바 ‘뒷문(backdoor)’을만들어 놓는 것이다.목표로 한 시스템에 잠입하기 위해 번번이 해킹을 시도한다면 ‘꼬리가 길어져’ 언젠가는 결국 잡히기 때문에 해커는 침입한 뒤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내부 버그(트로이 목마)를 남겨놓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전문가들은 해킹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관리자의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늘 시스템 로그파일(이용자들의 접속사실,접속시간 등을 알려주는 파일)을 확인하고 파일시스템을 모니터링한다면 약간의 변화에 대한 파악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안업체인 시큐어소프트의 김홍선 사장은 “해킹 여부를 검사해달라는 업체들을 살펴보면 시스템관리자의 보안점검과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것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100% 안전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고,해킹을 100%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을 수 없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에 대한 인식전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방형 네트워크인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의 최고 책임자들이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네트워크 보안의 기본틀을 세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전문가들은 홍보,교육,정보보호시장의창출 등을 정부가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박홍환기자 stinger@.
*세계 휩쓰는 해킹공포.
전세계가 해커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인 야후가 지난 7일 공격당한 이후 방송사인 CNN,온라인 서점 아마존,경매회사 e베이,바이 닷 컴(Buy.com),전자상거래 사이트 E*트레이드,데이텍,첨단기술정보 사이트인 ZD넷 등 인터넷 기업들이 줄줄이 해킹을 당했다.
유럽에서도 유럽내 최대 스포츠 전문채널인 유로스포츠 TV의 인터넷 사이트가 11일 공격당해 3시간여 동안 마비돼 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입증됐다.
인터넷 사이트 공격을 위해 일반 기업체 컴퓨터도 침투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미국의 기술컨설팅업체인 인비저니어링 그룹의 컴퓨터는 아메리카 온라인(AOL)에 엄청난 메일을 보내는 중간기지로 활용됐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일본의 총무청과 과학기술청의 웹사이트가 해킹당했으며 인터넷 CD판매회사인 ‘CD유니버스’에는 해커들이 침투해 돈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2만5,000명의 고객 명단과 신용카드 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커들이 사용한 수법은 네트워크상에 일종의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서비스 거부’ 수법.해킹 대상 컴퓨터에 수많은 명령을 보내 합법적인 사용자의 접속이 불가능하게 하는 수법이다.바이닷컴 서버는 초당 800메가바이트의 접속이 시도됐고 야후는 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흘러들었다.이같은 접속폭주로 전세계의 인터넷 작업속도가 27%나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고 한 업체가 밝히기도 했다.
해커들의 융단폭격으로 인터넷사업 종주국 체면이 구겨진 미국은 범인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FBI가 동원되고 있고 민관 대책회의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17일 독일 디벨트지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만 인터넷상의 불법적인 정보유통과 인터넷 서버에 대한 해킹으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200억마르크(약 12조원)에 달할 정도로 해킹은 큰 피해를 가져온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드러나는 손해보다도 인터넷시스템의 취약성이 노출되는데 따른 피해가 훨씬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18일 해킹 방지를 위한 비상대책반의 가동을 시작했고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도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연구소 건립을 제안하는 등세계 각국은 해커들과의 전쟁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희준기자 pnb@.
*전문가 제언. ◆임채호 정보보호센터 팀장.
“최근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연쇄해킹’ 사태가 주는 교훈은 큽니다.특히 컴퓨터와 네트워크 보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국정보보호센터 임채호(林采호·41) 기술지원팀장은 “보안에 왕도는 없다”면서 “시스템관리자나 경영자가 보안의식을 갖추고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을때만 비로소 상대적으로나마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정보 보안에 대해 걱정은 하면서도큰 피해가 없어 유야무야 넘어갔던 것이 사실”이라며 “연쇄해킹 사태를 계기로 보안마인드가 확산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보호센터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커는 모두 2,200여명이다.언제든 해커로 활동할 수 있는 ‘잠재해커’까지 포함하면 더욱더 많아진다. 이 가운데 해킹프로그램을 분석,개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이른바 ‘A급 해커’는 40∼50명 정도라는 게 임팀장의 설명이다. 국내 해커들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해킹당한 외국 기관으로부터의뢰를 받고 추적한 결과,국내 해커가 침입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해커들은 밤새도록 해킹을 시도하는데 시스템관리자는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퇴근해 버립니다.이런 자세로는 해킹을 막을 수가 없지요” 임팀장은 “해킹을 100%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면서 “해킹을 당한뒤라도빨리 적극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긴급대응이 그래서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해커 養兵論 갈수록 설득력.
‘20XX년 X월X일 밤.전력·통신·교통 등 남한의 모든 기간시설이 총체적마비상태에 빠진다.방공망(防空網)을 비롯한 국방부 전산시스템과 공항 관제시스템도 다운됐다.북한 미림대학의 특수해킹부대가 남한의 시설들을 일제히마비상태에 빠뜨리는데 성공하자 인민군의 남한 총진격이 시작된다’ 해커를 국가 안보와 경제를 지키는 ‘사이버 전사(戰士)’로 양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증하는 해킹사고를 타고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해킹은 더 이상 ‘천재들의 장난’이 아니라 국가 운명을 가르는 생존권의 문제로 등장했기때문이다.
‘사이버 정보전’을 위한 대비책이 처음 부각됐던 것은 90∼91년 미국-이라크간의 걸프전쟁 직후.네트워크로 연결된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던 걸프전결과를 분석하면서,미국 정부는 기존 육·해·공 3군 외에 제4군으로 사이버군을 창설하자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98년 컴퓨터 바이러스 부대를 만든데 이어 지난해 해커부대를 창설했다.지난해 4월 미군의 유고 공습 때에도 해커간 ‘사이버전쟁’이 벌어져 백악관 네트워크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지난해8월 중국과 대만 해커간의 치열한 전쟁도 있었다.
국내 해커양병론의 대표적인 주창자는 해커전문 수사관 출신인 이정남(李禎南·46) 시큐어소프트 이사.이 이사는 현재 3,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해커를 10만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국내 기간 전산망의 교란 등 해킹이 국가 안보를 해칠 우려가 어느나라보다 많다”면서 “잘 키운 해커 한명이 100만 대군 이상의 전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출입 통관,은행 거래,항공·철도 제어,의료 등 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건전한 해커’의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보안 전문 자격증 제도 신설,대학내 네트워크 보안 관련학과 신설,건물 준공시 네트워크 보안 점검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덧붙였다.
김태균기자 wind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