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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년간 해온 갓일은 천직… 아들과 다음 세대로 명맥 잇는 게 소원”

    “65년간 해온 갓일은 천직… 아들과 다음 세대로 명맥 잇는 게 소원”

    “조상 4대째 이어져온 갓일을 천직으로 알고 65년동안 해왔는데 한 점 후회도 없습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갓일전통 명맥이 끊기기 전에 우리 아들과 다음세대로 갓 명맥이 계승돼 갔으면 좋겠습니다.” 증조부 때부터 120년간 4대째 갓일을 이어받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박창영(79) 중요무형문화재는 1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내년 팔순을 앞둔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보유자 박창영옹은 전국적으로 갓의 고향인 경북 예천군 예천읍 청복동 돌티마을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갓을 접했다. 8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갓을 만들던 전통적인 갓마을로, 박옹의 증조부 박항길 선생 때부터 시작해 조부 박형석 선생이 대를 이어 받았고 백부 박주해 선생과 중부 박월해 선생, 부친 박경해 선생이 모두 갓을 만들었다. 모두 갓방을 경영하며 총모자와 양태 및 갓을 만들어 예천갓의 중심이 됐다. 갓은 예전에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나로 순 우리말이다. 갓을 한자로 입(笠), 흑립(黑笠), 칠립(漆笠) 등으로 표기하는데 검게 칠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흑립이며, 옻칠해 견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칠립이다. 근래의 갓은 총대우와 양태에다 성근 명주를 덧씌워 옻칠한 것이 일반적이나 바람이 세찬 해안에서는 총대우에 깁싸개를 하지 않는 음양립을 즐겨 썼다. 갓은 조선시대 말까지 성인 남자는 모두 쓰고 다녔으나 한말 개혁 정책으로 단발령과 함께 근대화로 인해 갓 착용이 줄어들었다. 일제 강점기 중엽까지만 해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만들었는데 이 중 광복 후까지 활발하게 제작이 성행했던 곳은 경북 예천, 경남 통영, 대구, 전북 김제·남원 등이다.●갓 무형문화재는 박옹을 포함해 전국서 4명뿐 현재 갓 무형문화재는 박옹을 포함해 전국에서 4명뿐이다. 갓 제작은 한번 앉아 아침부터 시작하면 점심때까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7~8시간 동안 계속한다. 까다롭고 섬세한 공정을 모두 익히려면 짧게 잡아도 10년은 족히 걸리는 취약노동이다. 박옹은 갓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먼저 머리카락보다 가는 말총을 작은 쇠갈고리처럼 생긴 바늘로 정교하게 엮은 뒤 먹칠을 해 총모자를 완성한다. 차양 부분인 양태는 대나무를 삶아 쪼개고 문질러 머리카락굵기로 만들어 이은 뒤 다시 명주실이나 대올을 덧입혀 옻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총모자와 양태는 인두질과 아교칠·먹칠·옻칠을 반복하면서 조립해 다양한 갓을 만들어내는 일이 입자장”이라고 덧붙였다. 갓을 만드는 데는 가느다란 대나무로 갓의 테를 만드는 ‘양태일, 말총으로 총모자를 만드는 ‘총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맞추어 갓을 완성시키는 ’입자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개의 갓이 완성된다. 동네 이웃에 사는 최경희 소하동 통장은 “우리동네에 이렇게 훌륭한 국가무형문화재가 살고 있는데도 여태 몰랐다”면서, “희귀한 우리 전통문화가 끊기지 않고 주민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광명시에서 집앞에 문화재 현판이라도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도구는 화로와 숯불·인두 등 모두 15가지 내외로,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트집잡는 인두란다. 마지막은 옻칠로 마무리한다. 대나무 재료는 3년생이 가장 적당한데 참죽과 분죽이 있다. 분죽은 연하고 잘 쪼개지며 참죽은 테두리할 때 사용한다.●명성황후·장희빈 등 사극에 나오는 갓은 거의 박옹 작품 옛날에는 갓을 완성하는 입자일에서 금목, 골배기, 은간짓기· 천개짓기, 트집잡기, 갓모으기 등 4명이 분업화해 갓을 만들었다. 갓 형태미를 완성하는 것은 양태의 완만한 곡선을 잡는 ‘트집’을 잘 잡아야 제대로 모양이 나온다. 10월이 되면 추석명절과 제사철이라 갓이 없을 정도로 잘팔려 대목날이었다. 그러다 60년대 이후 갓이 잘 안팔리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1978년 서울로 이사했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 사극의 인물들이 갓을 쓰고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방송국을 찾아가 갓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영화 ‘스캔들’에서 주인공 배용준이 쓰고 나온 갓과 KBS 드라마 ‘거상 김만덕’과 ‘태양인 이제마’, ‘명성황후’, ‘장희빈’ 등 사극에 등장하는 갓은 모두 박옹의 작품들이다. 박옹은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서 알음알음으로 많은 국악인들이 찾아왔다. 박동진 명창을 비롯해 조상현·송순섭·남상일 명창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며 ,“욘사마 배용준이 스캔들 영화에서 선뵌 갓을 일본사람이 수천만원을 주고 구입해가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30년 넘게 서울 독산동에 살다가 10여년 전 광명시로 거처를 옮겼다. 박옹은 복원한 갓 중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먼저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 철종어진에서 나온 것으로, 왕이 군복에 착용하는 갓인 전립을 꼽았다. 두 번째로 조선시대 선조때 인물인 약포 정탁이 쓰던 갓을 복원한 것으로, 모자의 높이가 24cm(8치)로 기록에서 나온 갓의 형태와 같다. 양태의 꾸밈은 보통 직선으로 붙여 만드는데 이 유물은 둥그렇게 돌아가면서 죽사가 붙여져 있어 독특한 광택이 난다. ●조선시대 철종어진 갓 복원한 작품 가장 애지중지 세 번째는 박쥐모양갓이다. 박쥐는 행운을 빌어준다고 해서 갓에 새겨넣어 창작한 귀한 작품이다. 명주로 복을 상징하는 박쥐문양을 떠서 양태에 붙였으며 모정(帽頂)에는 선비의 청백리 상징인 옥으로 장식했다. 이 밖에도 갓의 꼭지모양이 둥그러운 작품, 갓 꼭지 크기가 좁고 길다란 작품 등 5개 작품은 팔지 않고 평생 아들에게 물려줘 계승시키고 싶다는 걸작품으로 박옹이 고이 간직하고 있다.2009년 갓일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 박형박(47)씨가 5대째 이어오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석사를 마친 후 단국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형박씨는 “갓일은 5대째 가계로 이어져 저에게 대물려지고 다음 세대에게 가계로 대물림을 통해 전통이 전승되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통이 전승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못하는 것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갓일은 정적인 작업이라 농악이랑 시설을 같이 사용하면 시끄럽고 일을 집중할 수 없어 부적절하다. 소하초중고교 근처에 있는 소하동 어린이그루터기 공원내 운동시설이 있는데 가능하면 이곳에 통합전수관을 세워 작업공간과 전시관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광명시에 제안했다. ●작은 작업실·전시실 마련해 갓전통 계승하는 게 바람 또 “19세기말 고종시기에 통영갓이 나오는데 실제로 통영갓의 실체는 사실상 없으며 안동·예천·통영 일대 문중에 이전 시기의 갓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제작과정의 시현 모습을 광명시내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보급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박옹은 “국가가 일정부분 지원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별도로 대우해 주고 있다. 광명시는 지금까지 아무런 지원이 없으며, 살고 있는 집 앞에 국가무형문화재 존재를 알리는 간판 하나도 없다”고 서운해 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박옹의 작업실 등에 대해 여러 방안을 고민해 왔다. 추경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로 6월부터는 일정금을 지원해줄 예정”이라며, “2024년 완공되는 광명역 복합문화회관에 무형문화재 작업실과 전시관을 마련해 박옹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학대 트라우마 떠안고… ‘月 30만원’ 홀로서기 내몰린 18살

    학대 트라우마 떠안고… ‘月 30만원’ 홀로서기 내몰린 18살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송다희(17·가명)양은 수학 학원에 다니고 싶다. 공대를 지원하고 싶은데 수학 점수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서다. 송양은 다른 친구들처럼 수학 학원을 보내 달라고 말할 가족이 없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빠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어서다. 지원금을 받아 간신히 월 23만원짜리 영어학원만 다니고 있는데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송양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고등학교 저녁 급식비를 낼 돈이 부족해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 편의점 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운다. 공부에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2년 뒤 성인이 돼 쉼터를 나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송양의 아빠는 학대 사건으로 실형을 살다 출소한 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빠는 그렇게 폭력의 상처와 빚만 남겼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이 만 18세 성인이 되고서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송양처럼 원가정에 복귀하지 않고 시설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학대 피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진학보단 취업을 선택하게 되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에 빠질 확률이 크다. 4일 아동권리보장원 등에 따르면 가정 내 학대나 유기 등으로 보호대상아동으로 지정됐다가 만 18세가 되면서 보호종료된 아동은 지난해 236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보호종료 청소년으로 지정돼 퇴소 후 5년까지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호종료 3년 내 월 30만원의 자립수당과 500만원 이상의 자립정착금이 나오고, 대학 입학금도 지자체에 따라 150만~500만원까지 지원된다. ●보호종료와 동시에 절반은 기초수급자 그러나 이마저도 받지 않고 연락이 끊기는 보호종료 아동이 5명 중 1명에 이른다. 2019년 기준 자립수준평가 대상자(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아동 1만 2796명) 가운데 연락이 끊긴 사람은 3362명(26.3%)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범죄에 연루된 삶을 살고 있는지, 지원을 왜 거절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1363명(10.7%)이었고 학업을 포기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4860명(38.0%)으로 가장 많았다. 보호종료 아동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시설 퇴소 후 당장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아동 중에 26.2%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였다. 특히 퇴소 1년차 보호종료 아동의 수급자 비율은 45.0%에 이르며 이 가운데 13.3%는 5년이 지나도 수급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보호종료아동 43% 月수입 150만원 이하 취업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기준 보호종료 아동의 23.7%가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는 직종인 서비스 판매직·단순노무·기능직 등에 종사했다. 사무관리·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은 13.2%에 그쳤다. 취업해도 고소득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셈이다. 2019년 기준 취업한 보호종료 아동 43.2%의 월평균 수입은 150만원을 밑돌았다. 최근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한 개인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매년 2000여명이 넘게 배출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빈곤과 학대의 대물림 등 부정적 파생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개인의 고단함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회의 비용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자립지원 상담사 제도를 도입해 기댈 곳 없는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영 악화에도 수백억 퇴직금, 출장비는 자녀 유학비… ‘탈세’ 사장님 나빠요

    #1. 창업주 A씨는 경영 사정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연 15억~25억원의 고액 급여를 수령하고, 이 덕분에 퇴직 직전 대폭 증가한 급여를 바탕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까지 챙겨 갔다. 이후 회사를 물려받아 사주가 된 아들 형제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지배하는 B사에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선 수백억원 상당의 경영지원료를 크게 줄여 간접적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또 직원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환전해 해외 체류 중인 가족 유학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2. 건설사 사주 B씨는 아파트 신축 사업 직전에 시행사의 주식을 아무런 사업이행 능력도 없는 초등학생 손자에게 증여했다. 이후 시행사는 전사적인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해 거액의 이익을 달성했다. 국세청은 B씨의 손자에 대해 시행사 주식 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과 관련해 탈세한 증여세와 법인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27일 근로자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을 사주 일가가 독식하거나 ‘부모 찬스’를 통해 거액의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과 그 특수관계인을 포착해 세무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명은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사주 일가만 고액의 급여나 퇴직금을 수령하거나 무형자산을 일가족 명의로 등록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독식한 탈세 혐의를, 11명은 사주의 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개발 예정 부지와 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에 넘기거나 상장·투자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변칙 증여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4명은 기업 자금으로 최고급 아파트나 슈퍼카 등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일삼은 혐의가 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이 특정될 수 있어 밝히기 어렵지만,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총재산은 2019년 기준 9조 3812억원으로, 1인당 3127억원이었다. 특히 주식 관련 재산만 8조 8527억원(1인당 2951억원)에 달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헌재 본안 심사로 넘겨 사회변화 체감구시대적 관습 ‘정상가족 프레임‘ 타파‘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화 첫걸음 핏줄에 기초한 가족개념 성차별 방치혼인신고 때 자녀 성 결정하는 건 모순스웨덴 등 유럽은 부모 성 중 자유선택“우리 사회는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이 있는 가족의 형태를 법과 제도를 통해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죠. 이는 미혼모·미혼부 가족을 ‘비정상 가족’으로 내몰고, 심지어 가족이 되고 싶어도 국가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동성부부 문제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목소리를 낸 궁극적인 목표는 구시대적 관습에 근거한 정상 가족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1990년대생 이설아(27)·장동현(30)씨 부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결혼식은 다음달 30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결혼식에 앞서 지난해 12월 구청에서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면서 법적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혼인신고 과정에서 접한 제도의 부당함에 결국 헌재를 찾았고, 결혼 자금까지 털어 ‘부성(父姓) 우선주의’를 명시한 민법 제781조의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8일 부부를 다시 만나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과 이들이 꿈꾸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비용으로 헌법소원 낸 90년대생 부부 “이틀 전에 변호사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사건이 헌재 본안 심사로 넘어갔다고요. 사실 우리 부부와 변호사님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설마 이게 본안으로 가겠어? 각하하겠지만 그래도 화두라도 던져 보자’면서 시작했거든요.” 남편 장씨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 이후 헌법소원 청구사건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밝혔음에도 애초 헌재가 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헌재 재판관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민법 781조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정치권을 향해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헌재를 찾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본안 사건으로 심사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전문이 개정된 현행 민법 781조는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 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예외적 조항을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은 그해 헌재가 기존 민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됐다. 하지만 장씨 부부는 이마저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6조 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아내 이씨는 “자녀의 출생신고도 아닌 부부의 혼인신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디폴트값(기본값)으로 되어 있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협의서까지 작성해 구청에 내야 한다”면서 “미래의 자녀가 부모 중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이냐는 문제에 앞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통념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녀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방안을 남편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결혼식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제안도 더했다. 독서모임에서 이씨를 만난 장씨는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저와 지향점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해 금방 가까워지게 됐다”면서 “결혼식도 비싼 돈 들여 식장을 빌려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의 일부로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분야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사건을 대리해 진행해 줄 변호사 역시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고, 부부의 뜻에 공감한 변호사가 ‘비교적 싼 비용’에 수락해 주면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 이후 부부에게는 “역시 너희들답다”라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식도 그냥 헌재 앞에서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한국만 강하게 남은 ‘부계 중심 문화 제도’ 이씨 부부의 문제의식처럼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려 보면 한국만 유독 부계 중심 문화가 사회 제도에 여전히 남이 있음이 확인된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자녀의 이름을 정할 때 부모 성 중 하나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자매에게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번갈아 부여하기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 출신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가족도 이에 해당한다. 그레타는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의 성을 따르고, 그의 동생 베에타 에르만은 어머니 말레나 에르만의 성을 따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사건 심리와 별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부성주의 폐지’ 법안 통과 여론전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씨는 “이미 국회에는 민법 781조의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됐고, 그해 10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차별 없이 성·본 쓰기 2법’을 발의했음에도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다양한 정의와 세대 규정을 쏟아내고 있는 ‘90년대생 부부’에게 세대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20대 초반에 기성 정당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의 관점으로 20~30대를 분석하고, 복잡다단해진 개인의 특성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평가하는 일반화는 자칫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20대 여성의 진보화’와 같은 왜곡된 성 대결 구도를 만들게 된다”고 경계했다. ●2030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성대결 우려 장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좌파냐 우파냐’, ‘운동권이냐 아니냐’ 등 너무 극명하고 단순한 프레임만 적용해 온 게 아닌가”라면서 “지금은 관점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30대 남성이더라도 저처럼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가 정치권에 바라는 정책과 대기업 사원이 바라는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책과 제도 수요자의 관점은 급속하게 변해 가는데 공급자의 관점만 한 군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소위 M·Z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저는 ‘가치소비’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자본주의 영역과 사회적 가치의 영역은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 세대들에서는 자신의 소비활동을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분야와 방향에 맞게 하려는 행동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인디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형식의 소셜플랫폼을 창업한 장씨는 가치소비를 위한 소셜플랫폼 창업도 구상하고 있다.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정상 가족 프레임 타파’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법률과 제도에 남아 있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누군가의 성씨를 기준으로 하나의 가족을 개념화한다는 게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면서 “누구누구 집안 사람, 이른바 핏줄에 기초한 폐쇄된 가족의 개념이 가정 내 성차별이나 폭력의 대물림 등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자녀를 실제 양육하지도 않았고 사실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민법상으로만 ‘출산한 어머니’라는 이유로 유산 일부를 가로채는 유명 연예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는 단순히 법과 제도가 규정하는 가족, 특히 혈연주의에서 발생하는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한 개인이 누군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중학생 A양 땅 샀더니…8개월후 3600평 신도시 지정”

    “중학생 A양 땅 샀더니…8개월후 3600평 신도시 지정”

    신도시 후보지 미성년자 소유 16명부산신도시 후보지, 37명의 미성년자 토지 소유 정부가 지정한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비롯해 경기와 부산 택지개발지구에 미성년자 53명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로 지정되기 1년 전부터 미성년자로 명의가 변경된 사례도 발견됐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부산 기장)이 2일 입수한 ‘3기 신도시 내 미성년자 토지 보유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 남양주, 하남, 시흥, 부천, 안산 등에 16명의 미성년자가 2만 1121.4㎡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미성년자는 중학생 A양(14)으로 2018년월27일 남양주 왕숙 지구 내 1만 2000㎡ 크기의 임야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이 증여받은 지 약 8개월 후 이 부지는 신도시 개발지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27일에는 4명이 경기도 시흥 괴림동 일대 필지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림동 일대는 지난 2월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됐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논란이 빚어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대저에서도 미성년자 37명이 3423.2㎡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에는 생후 84개월된 아이와 8살 언니가 360㎡ 규모의 땅을 취득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신도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까지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이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국세행정개혁위 “소규모 자영업자 세무검증 배제 연장…어려운 상황 감안”

    국세행정개혁위 “소규모 자영업자 세무검증 배제 연장…어려운 상황 감안”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첫 회의 개최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세무조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납세자의 상황을 감안하기로 했다.26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는 이날 오후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온·오프라인의 총회방식으로 올해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엔 12명의 본위원과 공평과세 실현·성실납세 지원·소통과 혁신 등 3개 분과에 소속된 12명의 분과위원이 참석했다. 국세행정개혁위는 각계 전문가와 경제단체, 모범납세자 등이 참여하는 국세행정 대표 자문기구로, 지난 2013년 발족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2021년도 국세행정 운영방안 ▲전국민 고용보험 지원을 위한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 방안 ▲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한 업무방식 혁신 방안 등 주요 과제에 대해 논의·자문했다. 올해 세무조사 운영방향은 전체 조사건수를 지난해와 비슷한 1만 4000건 수준으로 유지하되, 납세자 예측가능성이 높은 정기조사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소납세자 대상 간편조사는 현장조사 기간을 전체 기간의 50%로 제한하고, 개별 세무쟁점에 대한 내실 있는 컨설팅을 실기하기로 했다. 또한 소규모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무검증 배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매출액이 급감한 차상위 자영업자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차상위 자영업자의 매출 기준은 도소매업 등은 6억에서 15억, 제조업 등은 3억에서 7억 5000만원, 서비스업 등은 1억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다. 다만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나 레저·홈코노미 등 신종·호황 업종, 민생침해 사업자 등 국민새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탈세엔 엄정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 자금 유용, 변칙 자본거래, 신종 역외탈세 등 사익을 편취하고 편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반칙·특권 탈세 차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현실화하기 위해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소득자료 제출주기가 단축된다. 일용근로소득자와 인적용역형 사업소득자는 분기에서 월 단위로, 플랫폼 종사자는 연에서 분기 또는 월 단위로 바뀐다. 최근 국세청은 25명 규모의 소득자료관리준비단을 신설해 안정적인 일선관리와 전산시스템 정비, 관계기관 협의가 가능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등 일부 세목에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올해 1월 연말정산에 이어 향후 근로·자녀장려금과 양도소득세 분야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비상상황에도 중단없이 납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업무환경도 조성할 계획이다. 국세청 측은 “이번 회의에서 개혁위원회 위원들이 논의·자문한 사항들을 향후 세정운영에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소통채널을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국세행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부모는 종일 스마트폰, 자녀에겐 “그만”… 통제보다 선별능력 키워야

    부모는 종일 스마트폰, 자녀에겐 “그만”… 통제보다 선별능력 키워야

    #김서경(42·가명)씨는 원격수업을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초등학교 5학년 딸이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유튜브를 보는지 알 길이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영상을 보는 게 전부라는 딸의 말을 믿을 뿐이다. “하루에 한 시간만 유튜브를 보자”고 말을 꺼냈더니 “아빠도 하루종일 폰으로 게임하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와 김씨는 할 말을 잃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은 스마트기기에 노출돼 있는 자녀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화상수업에 접속만 해놓고 게임을 한다”, “스마트폰을 빌려줬더니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본다”와 같은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쏟아진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스마트기기 노출이 불가피하다면, 학생들이 변별력과 통제력을 가지고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줄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부터 올바른 미디어 이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초등 고학년 10명 중 9명 스마트폰 보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Ⅰ:초등학생’ 보고서는 코로나19를 겪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미디어를 얼마나,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소개한다. 연구진은 지난해 9~10월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 2723명과 학생들의 부모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학생의 87.7%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10명 중 6명(59.7%)은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유튜브’(34.7%)와 게임(30.2%)을 스마트폰의 1순위 기능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3명 중 1명(34.5%)은 “스마트폰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물건이다”라고 응답했으며 10명 중 1명(11.8%)은 “유튜브를 하는 것이 가족과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가정에서 미디어 이용에 대해 적절히 지도하지 못할수록 자녀는 미디어 과사용·과의존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이용에 대한 가정의 지도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학부모의 자녀들의 스마트폰 보유율(92.9%)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학부모의 자녀(84.5%)보다 더 높았으며, 스마트폰을 장시간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학생들은 ‘생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유튜브를 보게 되는 편이다’, ‘게임을 못 하게 되면 초조하고 불안해진다’와 같은 문항에서도 긍정 응답률이 더 높았다. 미디어의 장단점을 자녀에게 설명하는 ‘적극적 중재’ 방식이나 미디어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제한적 중재’ 방식의 지도 모두 자녀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일정 정도 도움이 됐다. 특히 학생 스스로 “부모가 미디어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한다”고 느낄수록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스마트폰 중독 성향에서 음(-)의 상관계수가 뚜렷했다. 다만 자녀의 유튜브 이용 시간과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는 부모의 ‘제한적 중재’가 더 효과적이었으며 부모가 미디어 사용을 통제한다고 응답한 자녀일수록 게임 의존 성향이 더 높았다. ●부모와 자녀의 미디어 이용은 ‘닮은꼴’ 문제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중재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응답한 비율이 13.5%에 달했다. 유튜브 사용에 대해서도 “유튜브 제한 모드를 설정했다”는 학부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46.3%).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나무라는 부모 스스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부모의 습관이 자녀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튜브와 게임 이용 시간이 평균보다 많은 부모와 그 자녀 간 관련도를 보여 주는 ‘피어슨 상관계수’를 측정한 결과 유튜브에서는 ‘0.27’, 게임에서는 ‘0.24’로 각각 전체 평균(유튜브 ‘0.19’, 게임 ‘0.22’)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관련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유튜브와 게임 이용 시간이 평균보다 적은 부모와 그 자녀 사이의 상관계수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부모가 스마트폰 이용을 자제해도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부모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자녀도 높은 확률로 부모의 모습을 닮아 간다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며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지도하는 ‘공동이용 중재’ 방식은 자녀의 유튜브와 게임 이용시간을 늘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은 “부모가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는지 여부가 자녀가 성인이 된 뒤의 미디어 이용 실태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만 ‘하지 말라’는 강압적인 통제보다 자녀가 미디어를 능동적·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배 실장은 강조했다. 배 실장은 “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용한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적극적 중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선별적으로 보도록 시간 등을 스스로 통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의 일부 기능(시간 제한·위치추적 등)들이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배 실장은 “앱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거부감이 커져 효과가 반감된다”면서도 “초등학생에게는 유튜브의 ‘제한모드’를 이용하는 등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3일간에 걸쳐 자신의 하루 일과 속 미디어 이용 행태를 돌아보는 ‘미디어 다이어리’를 작성했다. ‘미디어 다이어리’에는 매 시간마다 15분 단위로 어떤 미디어를 이용했는지를 기록한다. “집에서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식으로 어떤 미디어를 누구와,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이용했는지 기록한다. 또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얼마나 만족했는지도 표시한다. 배 실장은 “자신이 하루에 미디어를 얼마나 소비하는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모했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자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높여야 교육부는 미디어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미디어교육 통합지원 플랫폼인 ‘미리네(miline.or.kr)’를 구축하고 미디어 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사이버 학교폭력’ 등 원격수업에서의 정보 윤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교육부는 인성교육 자료 ‘사이버 미학’을 개발해 이달 중 미리네 홈페이지에 탑재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2종류로 개발되는 자료는 ‘나의 미디어 사용 습관 점검하기’,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 ‘디지털 공간에서의 바람직한 학교 문화’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이 수록돼 있다. 가정에서도 학습지를 풀듯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모의 미디어 이용 습관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학부모들 역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지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클릭! 미디어 리터러시’에 이어 이달 초에는 ‘호모 미디어쿠스’라는 제목의 영상 콘텐츠를 미리네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디지털 성범죄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디지털 시대 자녀와의 소통 방법 등을 다룬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경심, 2심도 똑같은 전략… “검찰이 인권침해”

    정경심, 2심도 똑같은 전략… “검찰이 인권침해”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경심(59)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정 교수 측은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내려진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다른 혐의도 모두 부인했다. 1심 때 ‘패착’으로 작용했던 ‘전면 부인 전략’을 2심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 심리로 진행된 정 교수의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교수 측은 딸 조모씨 관련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이 디지털 정보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며 증거의 적법성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이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서 조교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PC에 저장된 자료를 증거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는 검찰 수사권의 남용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은 확증편향의 전형적 사례”라면서 “목격자들의 진술조차 피고인(정 교수)을 위한 거짓말이라며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련 인턴 확인서의 경우 실제 명의자인 한인섭 당시 센터장이 아닌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이 만든 것이고 정 교수 또한 이를 알았을 것이 분명하다며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가 아닌 ‘위조공문서행사죄’를 물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육의 대물림을 위해 결과적으로 공범(조 전 장관)이 붕어, 개구리로 칭한 학생과 학부모가 믿은 (입시) 시스템 공정성을 훼손한 점을 (양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과거 ‘개천에서 용 났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중요한 건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날 양측은 1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내려진 혐의들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향후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사내 청문회에 직접 참여해 소통하는 CEO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오늘 직원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다. 네이버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지만 ‘전년도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자 노조가 반발했다. 이에 이 GIO와 한성숙 대표가 직접 나서서 등급별 성과급 인상률 등을 다시 설명하고 진화를 시도한다. 카카오 김 의장은 자신의 재산 기부 계획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수렴하고자 간담회를 준비했으나, 최근 익명 게시판에서 카카오의 인사평가 제도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두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오래된 대기업에서도 올 들어 전례 없는 성과급과 인사평가 논란이 확산됐다. SK하이닉스·SK텔레콤·LG에너지솔루션·LG전자 등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개선하라며 젊은 세대가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SK 하이닉스는 성과급에 대해 평직원이 불만을 제기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혔고, 이석희 하이닉스 대표는 사과까지 했다. 성과급 논란은 MZ세대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보여 준 사례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의 통칭으로, 20~30대 직장인이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상명하복·연공서열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사내 문화를 바꾸고 있다. ‘평생 직장’이라는 관념도 사라진 만큼 연봉 상승이 확실하면 쉽게 이직한다. ‘부의 대물림’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기존 대기업의 CEO들에게 젊은 사원들의 당찬 행동이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어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기업 CEO들이 사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경영에 반영하지 않으면 인재들을 잡아 둘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이 열린 조직 문화를 일궈 나가길 권고한다.
  • [사설] 신흥 부자들 재산 사회환원, 부의 대물림 점차 사라져야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어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재산의 사회환원을 선언한 ‘슈퍼리치’가 나타난 것이다. 주요국 부자들의 재산 사회환원 소식에 한국 부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던 상황을 비춰 보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미 오래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첫딸을 낳은 뒤 부의 대물림 대신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딸이 자라는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에서 이제서야 기부를 선언하는 부자들이 나타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재산 사회환원은커녕 상속세를 안 내려고 온갖 꼼수를 쓰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 재벌들이 존재하고, 상속세를 제대로 냈다는 이유만으로도 추앙받는다. 낮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세습하는가 하면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주요국 기업들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번 돈 내 자식한테 물려주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건강하려면 부모가 일군 부(富)를 부모세대가 향유하는 데 그쳐야 한다. 게다가 현대 자본주의의 기업들은 주식회사로 창업자라고 해도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게 맞다. 버핏이나 저커버그가 사회주의자라 재산의 99%를 내놓는 게 아니다. 부모의 부가 자식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는 인재가 사장(死藏)되고 계층 간의 이동이 둔화돼 국가 경쟁력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활력 있는 사회라면 부모세대의 부의 정도에 상관없이 자식세대만큼은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새롭게 경쟁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 자수성가 부자 통 큰 기부… 재벌 富대물림과 달랐다

    자수성가 부자 통 큰 기부… 재벌 富대물림과 달랐다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봉진(45) 의장이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최소 5500억원으로 추정되는 금액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배민 김봉진 의장, 최소 5500억 기부 그동안 국내 재벌 총수들은 개인 재산보다는 회삿돈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들은 부를 사회와 나누고 사회문제 해결을 돕겠다며 기부에 나서고 있어 기존 재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 돕겠다”… 재벌과 차별화 우아한형제들은 18일 김봉진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219번째 기부자이자 한국인 첫 가입자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로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으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 등이 회원이다.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서약에서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의장은 자수성가한 ‘흙수저’ 출신이다. 30가구도 안 되는 섬인 전남 완도군 소안면 구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상경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화가를 꿈꿨지만 수도전기공고로 진학해야 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서울예술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실력 덕분에 네오위즈, 이모션, 네이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창업이 성공하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8년 전세 보증금 등을 투자해 대치동에 가구 회사를 차렸다가 1년 만에 폐업했다. 이어 웹디자이너 출신이란 강점을 살려 ‘전화번호부 앱’ 콘셉트로 배달의민족 사업 아이템을 잡아 2010년 회사를 창업했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자 음식 배달앱 쪽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당시 이를 위해 직접 온 동네를 다니며 전단지를 수거한 일화는 그의 근성을 보여 준다. 김 의장의 재산은 최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을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등을 포함하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의장은 2019년 말 DH에 기업가치 약 4조 7500억원 평가를 인정받아 지분 87%를 매각해 큰 화제를 낳았다. 나아가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아시아 11개 지역의 사업을 총괄할 계획이다.김 의장은 기부 서약서에서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2017년 100억원의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장은 사랑의열매에 71억원을 기부하는 등 최근까지 100억원 넘게 기부했다. 사랑의열매 기부금은 역대 개인 기부액 중 최고치다. 기부금은 음식 배달 중 사고를 당한 배달업 종사자(라이더)들의 의료비와 생계비로 쓰이고 있다. 김 의장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업’이 아니라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다는 김범수 의장의 철학처럼 사업을 시작하며 기부라는 꿈을 꿔 왔다고 한다. 성공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돈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 저커버그보다 돈을 더 벌 수 없는 게 분명하고 돈으로 1등 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내린 성공의 정의는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봉진·김범수 재산 절반 기부…‘富 대물림’ 재벌과 다르다(종합)

    김봉진·김범수 재산 절반 기부…‘富 대물림’ 재벌과 다르다(종합)

    카카오 김범수·배민 김봉진 재산 절반 이상 기부“기부 문화 정착되면 사회에 신선한 바람”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결정, 자수성가 창업주의 잇단 대규모 기부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의 재산 사회 환원은 ‘부(富)의 대물림’으로 상징되는 기존 재벌 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금수저’ 출신도 아닌 이들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을 이뤘다. 김봉진 의장은 수도전기공고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디자인그룹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에 다니다가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배달의민족’을 국내 배달앱 1위로 키운 김 의장은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민을 40억 달러(4조 4000억원)에 매각했다. 김 의장이 매각 대금으로 받은 DH 주식의 가치가 뛰면서 그의 재산은 현재 1조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18일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19번째 기부자이자 첫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5000억원 이상을 기부하게 됐다.앞서 지난 8일에는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와 계열사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의 재산은 카카오 주식 등 10조원이 넘어 기부액이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건국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 입사했다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했고,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았다.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이들은 그간 재벌 기업들이 재산 사회 환원보다는 부의 대물림에 집중했던 모습과는 다르다.또 그동안 재벌 기업들은 주로 개인 재산보다는 회삿돈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봉진 의장은 서약서에서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며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 문화예술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은 “격동의 시기에 사회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하는 것을 목도하며 더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봉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부를 사회와 나누는 가치와 사회 문제 해결을 기부 동기로 밝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통 큰’ 기부가 자극제가 돼 재계의 기부 행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범수 아들딸은 ‘카카오수저’ 주식 받고 아버지 회사 재직

    김범수 아들딸은 ‘카카오수저’ 주식 받고 아버지 회사 재직

    기업이나 재산을 대물림 받지 않고 스스로 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주식 부호인 김범수(55)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김범수 의장의 아들·딸이 카카오 지분을 가진 김 의장의 개인 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25일 카카오 등에 따르면 김 의장 아들 김상빈(28) 씨와 딸 김예빈(26) 씨는 지난해부터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재직 중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공시 기준으로 김 의장의 남동생 김화영(52) 씨가 대표이사다. 김 의장 부인 형미선 씨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의장 최측근 예닐곱 명 외에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18년에는 15억8천만원, 2019년에는 14억100만원을 급여로 지출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카카오 지분 11.21%를 가진 회사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74%와 케이큐브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사실상 카카오 지분 24.95%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김 의장 개인 회사고 카카오에는 주주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 성격이라고 본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투자 및 경영 컨설팅 회사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인 기업 활동을 보인 바는 없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달 ‘티포인베스트’라는 회사를 올해 3월 1일 자로 흡수합병한다고 공고했는데 티포인베스트 역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가졌던 회사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아들·딸을 케이큐브홀딩스에 취직시키고 개인 회사 구조를 정리하는 등의 행보를 종합했을 때 김 의장이 ‘카카오 승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 개인 회사로, 승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1452억 원 주식 친인척에 증여 김범수 의장은 최근 자신이 가진 카카오 주식을 아내 형미선 씨와 자녀 상빈·예빈 씨에게 6만주씩(262억원 상당) 증여했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 33만 주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고 1공시했다. 이날 카카오 종가는 44만 원으로 증여된 주식의 가치는 1452억 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배우자인 형미선 씨와 두 자녀 상빈·예빈 씨에게 각각 6만주씩 증여했다. 이외 김행자(2만5000주)·김명희(2만800주)·김대환(4200주)·김화영(1만5000주)·장윤정(5415주)·김예림(4585주)·김은정(1만5900주)·김건태(4550주)·김유태(4550주)·형미숙(1만9000주)·박효빈(6000주)씨 등 친인척에게도 주식을 넘겼다. 이에 따라 김범수 의장의 지분율은 14.20%에서 13.74%로 감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시의회 반민특위, 독립운동가 능멸·대한민국 헌법 부정한 윤서인 엄벌 촉구

    서울시의회 반민특위, 독립운동가 능멸·대한민국 헌법 부정한 윤서인 엄벌 촉구

    최근 웹툰 작가 윤서인씨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회 친일반민족행위청산 특별위원회(이하 ‘반민특위’, 위원장 홍성룡)는 “윤씨의 막말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의 극치”라고 규탄하고, “독립운동가를 능멸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한 윤씨를 엄벌에 처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앞서 윤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걸까?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며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반민특위 홍성룡 위원장(더불어민주당·송파3)은 “광복 직후 구성된 ‘반민특위’가 제대로 가동돼 친일청산이 이루어졌더라면 이러한 반민족적인 언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친일한 사람들은 부를 대물림 받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삶은 피폐했고, 후손들은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씨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께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홍 위원장은 “언론 보도 등을 보면 윤씨가 올린 친일파 후손의 집은 친일파 이해승 손자의 집으로 추정된다”며 “2009년 11월에 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보면, 이해승은 일제강점 직후인 1910년 10월 일본 정부로부터 당시 조선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작위인 후작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조선귀족관광단의 일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 귀족을 대표해 일왕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안중근 의사가 저격했던 이토 히로부미의 묘소도 참배했다. 1911년에 일제로부터 고액(당시 16만8000엔)의 은사공채를 수령했으며, 1912년에는 ‘종전(한일병합 전) 한·일관계의 공적이 있는 자’로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다. 총독부 최대 외곽단체인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과 1940∼1941년 전시체제 최대 민간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참여하는가 하면 1942년에는 조선귀족회 회장 자격으로 일제 육·해군에 각각 1만원씩의 국방헌금을 조선총독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 등 수많은 매국행위를 일삼은 친일파의 거물이다”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우리민족과 독립운동가를 핍박하고 친일과 매국으로 축적한 부를 대물림 받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을 두고 소위 ‘열심히 산 삶’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는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친일·매국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씨의 언동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공표한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요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막말을 일삼으면서 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윤씨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한 후원금을 자랑하고 있는데, 윤씨 같은 사람에게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놀랍기까지 하다”고 말하고, “후원금의 출처가 친일반민족단체 또는 일본 자금이 아닌지를 명백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위원장은 끝으로 “이렇듯 친일반민족행위는 비단 일제 강점기에만 행해졌던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범죄행위를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제2, 제3의 윤서인이 나오지 않도록 조속히 ‘친일반민족행위청산’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울시의회 반민특위가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과 관련 법안 입안에 마중물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정경심 교수의 입시비리 전부 유죄판결한 법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어제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뒤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16개월 만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하거나 허위발급해 입학전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공직자 윤리규정을 피하려고 사모펀드로 차명투자하고, 코스닥 상장사의 미공개 정보로 이익을 본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15개 혐의 중 11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모펀드 의혹과 증거인멸 등은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지만 입시비리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는데, “우리 사회가 입시 시스템에 갖고 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입시비리 혐의는 당시 특수목적고 재학생과 학부모들 간의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위법이기보다는 윤리의 문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허위서류 발급 등은 특권계층만이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지위와 부의 대물림에 악용돼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탓에 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국과 공모한 것이 인정된다”고 해 향후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또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횡령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증거인멸교사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고위 공직자 재산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수행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을 고위 공직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우려되는 지점은 법원의 1심 선고로 또 진영으로 나뉘어 국론이 분열될까 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시기인 만큼 서로 자제하고 상급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 ‘재벌간 혼맥’ 더 끈끈해졌다..대기업 자녀 절반이 타 기업과 혼인

    ‘재벌간 혼맥’ 더 끈끈해졌다..대기업 자녀 절반이 타 기업과 혼인

    ‘재벌간 혼맥’이 더 끈끈해졌다. 1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녀들이 부모 세대보다 다른 대기업과의 혼인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의 대기업간 혼사가 46.3%(81명)였다면 자녀 세대에선 50.7%(72명)로 과거보다 더 늘었다. 총수 자녀 절반이 다른 기업 가문과 혼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기업간 혼인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기업 경영에 대한 정·관계 영향력이 과거보다 떨어지면서 정·관계 혼맥은 부모 세대보다 대폭 줄었다. 부모세대에서는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가 28%(49명)로 대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나 자녀 세대에선 7%(10명)로 크게 떨어졌다. 대신 총수 일가 자녀가 일반인과 결혼한 비중은 부모 세대 12.6%(22명)에서 자녀 세대에 와서는 23.2%(33명)으로 늘었다. 오너 일가에서도 개인 의사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이뤄졌던 대기업 오너 일가의 혼인 가운데 3건이 일반인과 이뤄졌고 대기업과 학계는 각 1건씩이었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사내 연애로 만난 일반인 정모씨와 지난해 결혼했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도 올해 일반인 여성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 7월 교육자 집안 여성과 혼인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는 10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와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대기업 가문과 법조, 학계, 의료계와의 혼인은 부모와 자녀 세대간 차이가 크게 없었다. 법조계와의 혼사는 부모 세대가 5.1%(9명), 자녀 세대가 5.6%(8명)로 비슷했고 학계는 각각 8명(부모 세대 4.6%, 자녀 세대 5.6%)이었다. 다만 대기업 오너가와 언론계와의 혼사가 부모 세대에 0.6%(1명)에 불과한 반면 자녀 세대에선 3.5%(5명)로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그룹과 사돈을 맺은 혼맥 수는 GS그룹와 LS그룹이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세아, 태광, LIG, 벽산, 아세아, 삼표, 부방 등과 사돈 관계가 됐다. LS그룹은 두산, 키스코홀딩스, OCI, BGF, 천일여객, 사조, 현대자동차, 삼표 등의 대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각각 6곳과 사돈을 맺어 대기업 간 혼맥 수로 뒤를 이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부동산 세금 탈루 철저히 추징하라

    국세청이 그제 발표한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 행태가 가관이다. 사회 초년생 A씨는 고가 아파트를 5촌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고 주장했으나 그 돈은 A씨 아버지가 친척 계좌를 통해 우회 증여한 돈이었다. 근로자 B씨는 아버지에게 30년에 걸쳐 갚기로 하고 돈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샀다고 했으나 B씨 소득은 그 돈을 갚을 만큼 많지 않다. 수십억 원의 전세금을 아버지에게 받고 허위 차용증을 쓰거나, 축산업을 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자금을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해 고가 아파트를 사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올해 7차례에 걸쳐 1543명을 조사해 1203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을 통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이자 민생침해 행위이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난으로 월세 난민이 속출하며 ‘벼락거지’(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상황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까지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현상이 우려되는데 ‘부모 찬스’를 이용해 세금도 내지 않고 고가의 집을 장만했다는 소식은 국민의 분노를 부추긴다. 대다수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부의 양극화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는 모든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공개돼 정확하게 세금을 내는 근로자와의 조세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4차 추경 등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모든 세금 탈루는 철저히 적발해 세수를 확보하고, 불법적인 세금 탈루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서울·중부지방국세청, 7월 대전·인천지방국세청에 이어 이번 달에 부산·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에 부동산거래탈루대응TF를 추가 설치했다. TF 설치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의 세금 탈루 행태를 철저히 조사해서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부동산을 이용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도 부동산거래 탈루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바란다.
  • [서울광장] 금태섭은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태섭은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사실상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서울시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선거에서 맡을 역할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0∼21일 서울 거주자 1019명을 조사해 그제 공개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금 전 의원은 야권 후보 중에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2위권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을 탈당한 뒤 야권 후보로 변신하려는 금 전 의원은 과연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 초선 의원만 지낸 금 전 의원이 일약 서울시장 후보에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맞아 독특하게 형성된 정치 지형이 금 전 의원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금 전 의원의 체급을 올려 줬다. 바른말하는 금태섭을 품지 못한 것이다. 금 전 의원도 “공천 탈락 이후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당에서 갑자기 징계를 해서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다”면서 “토론을 충분히 하고 당론을 정하면 따라야 되는데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에서 뺄 정도로 ‘입을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그때는 따르기가 어려웠다”며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지만 여당의 이런 독선적 태도에 실망해 중도로 돌아선 사람들이 금 전 의원을 지지할 수 있다. 금태섭이 뜨면 중도 성향의 여당 지지자들이 옮겨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여당 지지자들이 최근 들어 중도로 빠져나가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유권자 2514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42.7%로 부정평가 53.0%보다 10.3% 포인트 낮았다. 긍·부정 평가 격차가 두 자릿수를 나타낸 것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주차(14.7% 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민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이 31.4%를 기록하면서 30.3%의 민주당을 역전했다.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이 7%가 앞선 상황에서 서울시가 뒤집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 여당을 나와 중간지대에서 배회하는 중도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정치인은 금태섭이 최고다. 민주당은 현재 중도로 빠져나가는 지지층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필패하니까 금태섭을 꼭 데려오거나 주저앉혀야 한다. 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으로 못 오는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야당의 고민이 겹치는 교집합이 금태섭이다. 그의 거취가 이번 서울시장의 최대 변수인 셈이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고, 제1야당의 변화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되면 그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며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그로선 지난 2011년 무소속 후보로 머물다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경선한 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금태섭의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의 옛 동지들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아직 탈당계에 잉크도 안 말랐다”면서 “당에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나갔다고 해도 본인이 몸을 담았던 당에 대해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사적 욕망과 탐욕을 위장하는 방패로 친정집 우물에 침을 뱉지 마라”고 공격했다. 혹독한 검증도 이뤄지고 있다. 20대인 두 아들에게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서울 청담동 초고가 빌라를 증여하면서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자녀의 증여세를 내기 위해 도와준 부분의 증여세까지 다 냈다”며 적극 해명했지만 ‘바른말하는 정치인’으로 상징되던 금 전 의원이 한국 사회 부유층의 전형적인 부(富) 대물림 행태를 답습했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는 중이다.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견제가 본격화되면 ‘혈혈단신’ 금태섭은 두 거대 정당의 ‘블랙홀’에 순식간에 빠져들 수도 있다. 초선 의원 출신의 정치 실험이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태섭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저 때문에 민주당도 긴장하고, 국민의힘도 변하게 할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요.” jrlee@seoul.co.kr
  • [사설] 20대 아들들 수십억대 증여 논란 휩싸인 금태섭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두 아들이 20대임에도 각각 16억원(서울 강남 빌라지분 7.3억원+예금 8.7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아들이 외가 등에서 상속받은 재산이다. 금 전 의원은 증여세를 깔끔하게 해결했다지만, 한국 사회 부유층의 전형적인 부(富) 대물림 형태이자 절세 방식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2017년 홍종학 중소기업부 장관 지명자 청문회에서도 미성년자인 자녀가 처가로부터 수억원의 증여를 세대를 뛰어넘어 받은 사례가 있고,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자녀도 역시 세대를 건너뛴 증여를 받아 논란이 됐다. 거액을 증여받은 자녀들의 재산 상태가 공개되자 금 전 의원에게 특히 비판이 쏟아진 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관련 의혹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의 박탈감’을 들먹였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면서 당시 조 전 장관 딸이 받은 5000만원의 증여를 비판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지경이다. 금 전 의원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 딸이 장학금이나 불공정한 인턴 기회를 받은 점을 지적했을 뿐 증여를 비판한 적은 없다고 항변한다. 이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비판받을 수는 없다. 본인이 능력을 발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으로 쌓은 부라면 오히려 칭송을 받아도 좋다. 그러나 조부모나 부모로부터의 부의 대물림은 청년세대에서 출발선상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계층 이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대중 정치인이라면 부의 대물림을 삼가며 솔선수범하는 게 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금 전 의원은 “불공정하거나 잘못된 삶을 살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보다는 ‘좋은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이나 불공정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 증여세 증빙 자료도 제시해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계획한다면 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 조국 “윤석열의 ‘국민의 검찰론’은 위험하고 반헌법적”

    조국 “윤석열의 ‘국민의 검찰론’은 위험하고 반헌법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이 강조한 ‘국민의 검찰론’은 검사가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숨은 의미가 있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난 9일 진천 법무연수원을 찾아 신임 차장 검사들을 대상으로 70분간 강연을 하며 검찰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검찰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국민의 검찰론이란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한을 받았기에 국민에게만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검찰이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산하 행정부의 일부지만,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통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숨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 총장의 국민의 검찰론은 대한민국 헌법체제에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직접’ 받은 사람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밖에 없기에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선출직 공무원 외에는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민주적 정당성’이 없고, 검찰권은 애초에 국민으로부터 직접 부여된 적이 없다”며 “국민은 검찰총장을 선거로 뽑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국민에게 책임지기 이전에,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에게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이 국정감사 도중에 한 발언인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란 발언도 군대와 비교해 어느날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에게 맞서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또 윤 총장이 법무부가 보낸 감찰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 및 기소권 오남용은 대통령, 법무부장관,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검찰은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며 검찰권은 언제든지 국회의 선택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검찰은 경찰과 수사권이 조정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더라도 OECD 국가 검찰 중 가장 강하고 광범한 권한을 보유한다며, 다음 정부는 2단계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자녀 증여 논란과 관련해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자녀에게 각각 5000만원을 (합법) 증여하였고, 이 돈을 5촌 시조카의 권유에 따라 문제 사모펀드에 넣었으나 사모펀드의 가치가 사실상 0이 되어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언론과 야당은 이상에 대하여 ‘편법 상속’, ‘부의 대물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저는 ‘가진 자’로 국민들께 위화감을 드린 점에 대하여 공개 사과하였다”면서 에둘러 금 전 의원을 저격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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