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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연금’이 ‘불안한 노후’를 만들고 있다. 노후 보장을 위한 은퇴 대비 ‘3단 방어벽’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급액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개인연금’은 보험 민원만 연간 1000여건이다. ‘퇴직연금’은 1년 미만 저리형 단기상품 위주인 데다 수익률도 미미하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상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매달 쪼개 받는) 연금 대신 (한번에 목돈으로 받는) 일시금 선택 비율이 95%가 넘는 등 연금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만큼 지급 방식을 다양화해 실질적으로 연금이 운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연금보험 관련 민원접수 현황’(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을 보면 2012년 1501건, 2013년 1321건, 2014년 1240건으로 연간 민원이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노년층의 상실감은 더 크다. “노후 걱정 말라”는 설계사의 권유에 1998년 8월 S사의 실버그린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없는 형편에 10년간 매월 10만원씩 120회나 부었는데 기대했던 금액의 3분의1에 불과한 연금이 나왔다. “처음과 말이 다르지 않냐”며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구제’ 방법은 없었다. ‘정기예금이율이 변동될 경우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어서다. 가입 시점보다 예금 이자가 크게 떨어져 연금액도 쪼그라든 것이다. 김재현 상명대 리스크관리·보험학과 교수는 “1990년대 개인연금 저축보험이 도입될 때 노후 보장을 위한 설계가 약하고 수익률 공시 등 관리가 부족했던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과 수익률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도 못 미덥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은행이 연 2.4%, 생명보험 2.82%, 손해보험 2.95%, 증권이 3.01%로 저조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사업장도 수두룩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퇴직연금 보장법’까지 만들었지만 몇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퇴직연금 대부분이 1년 미만의 저리형 단기 상품 위주로 운용돼 장기 운용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것도 큰 문제”라면서 “장기 상품을 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대별 성향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 보장을 중시하는 탓에 분기별 운용 수익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연금 가입 유인 효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노후 소득 보장제인 국민연금도 길을 잃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소득대체율 45%를 권장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질 대체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청와대가 연일 싸움 중이다. 실효성 있는 3층 연금제도를 정착시키려면 운용 시스템을 정비하고 저소득층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어떻게 연금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해 주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삼성생명 GA’ 설계사 구조조정? 외형 확장?

    ‘삼성생명 GA’ 설계사 구조조정? 외형 확장?

    삼성생명이 최근 자회사로 보험 법인대리점(GA)을 세우기로 확정한 데 대해 업계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 계열 GA들의 수익이 좋지 않은 만큼 설계사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본다. 외형 확장을 위한 추세적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7월 자본금 400억원을 출자해 설계사 500여명 규모의 자회사 GA를 만들기로 하고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기존 설계사들 가운데에서 지원을 받아 GA로 배치한 뒤 점차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들을 줄이는 동시에 빠져나간 설계사들을 자회사 GA에 둠으로써 외연을 확장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 소속 설계사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GA 숫자는 매년 증가해 대형 보험사들조차도 GA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실적이 나쁜 설계사들에 대한 정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냥 내보낼 수는 없고 일반 대리점으로 나가게 되면 출혈이 크니 자회사형 GA를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생명) 안에서는 좀 부진해도 대리점으로 나가면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지원받아 선발하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설계사를 1만명 이상을 보유한 GA가 등장하는 등 독립 GA의 세력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도 영업 수당을 많이 주는 GA로 이탈하면서 보험사들의 판매 채널 확장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삼성생명에 속한 보험설계사는 2010년 3만 5599명에서 다음해 4만 1833명으로 늘어났으나, 2012년부터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만 9788명에 그쳤다. 반면 전국 GA 수는 2012년 4568개에서 지난해 4715개로 늘어났다. 자회사형 GA라도 삼성생명 본사의 내부 통제력이 GA까지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GA의 불완전 판매가 문제가 되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여전히 보험사가 우선 배상한 뒤 GA에 변제를 청구하고 있다. 전국 300여개 전속 대리점 설계사들과의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생명 전국대리점협의회(성대협)는 이날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자회사형 GA 설립 반대 집회를 가졌다. 성대협은 “전속 법인대리점이 있으면서도 이와 유사한 채널인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것은 전속 대리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GA들은 모든 회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데 반해 전속 대리점은 손해보험 상품은 모두 팔 수 있지만 생명보험은 삼성생명 상품만 팔 수 있다. 보험사 사정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세력화된 성대협 조직에서 수익이 본사와 연결되는 자회사형 GA 쪽으로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지분 4%씩 쪼개 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과점주주’ 승부수

    “지분 4%씩 쪼개 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과점주주’ 승부수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과점주주(寡占株主) 방식의 민영화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과점주주 방식은 특정 세력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 행장은 현행법 최대 허용 한도인 4%(3000억원)씩 쪼개 팔겠다는 구상 아래 전주(錢主)들을 연쇄 접촉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 등 몇몇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은 ‘주주 적합성’만 충족한다면 과점주주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다만, 과거에도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듯 이 행장의 ‘승부수’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올해 초부터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FI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으로부터는 사실상 참여 답변을 얻어 냈다. 키움증권과 키움자산운용이 2%씩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포함해 업무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키움자산운용과 맺었다. 교보생명·새마을금고와도 접촉했다. 새마을금고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과점주주 투자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전달받지 못해 아직 검토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과점주주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대신 금산분리법(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과 주주 적격성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행 금산분리법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4%(의결권 있는 주식)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앞서 네 차례나 시도됐던 우리은행 매각의 ‘흥행 실패’를 가져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시도됐던 우리은행 민영화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이유로 통매각(일괄 매각)을 고수했다. 산업자본의 참여가 어려웠던 만큼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금융자본의 숫자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 내놓은 것이 ‘30%(경영권)+26.97%(소수지분, 콜옵션 포함)’ 분리 매각이었다. 교보생명이 경영권 있는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다 입찰을 포기하면서 유찰됐다. 당시 “개인(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컸다. 지금도 금융 당국은 특정인에게 우리은행을 넘기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51.03%, 콜옵션 포함)을 12~13개 투자자에게 4%씩 쪼개 팔면 산업자본도 부담 없이 뛰어들 수 있다. 4% 지분을 지닌 주주 4~5곳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금융 당국 기류도 과거와 달리 부정적이지 않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다”면서 “아직 우리은행으로부터 (과점주주 방식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 주주로서 적합한지와 ‘돈’을 많이 낼 것인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 당국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해 구체화하지 못했다. 투자자 처지에서 볼 때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고 투자 수익도 확실치 않은데 누가 선뜻 지분을 사려 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어도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일부 갖게 된다면 신용도 향상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며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꽤 된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체받은 300만원 ATM으로 찾으려면 30분 기다려야

    앞으로 300만원 이상을 이체한 경우 은행 자동화기기(CD·ATM)에서 이체된 지 30분이 지나야 돈을 찾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300만원 이상 지연인출제도의 지연 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0분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지연인출제도는 300만원 이상 계좌 이체된 자금을 ATM 등에서 찾을 때 입금 시점부터 일정 시간 동안 현금 인출을 늦추는 제도다. 인출이 늦춰지는 동안 피해자가 범행을 알아채 계좌지급 정지를 요청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2012년 6월부터 10분 지연인출제가 도입됐는데 금융 사기범들이 10분 이상 전화를 끊지 못하게 유도하는 등의 수법으로 이를 피해 나가자 시간을 더 늘린 것이다. 우선 우리은행이 오는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다른 은행은 상반기 중에, 저축은행과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은 오는 9월까지 같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연 시간을 30분으로 늘리면 금융사기 피해를 54%가량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300만원 이상 이체된 자금을 즉시 찾고 싶다면 금융회사 창구를 방문하면 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채권단의 동의 없으면 금감원 구조조정 개입 못해

    앞으로 채권단의 동의가 없으면 금융감독원이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된다. 또 금감원의 기업 구조조정 개입 과정과 결과는 기록으로 남겨 부적절한 관치(官治)를 차단한다. 10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여당 의원들과 11일 공동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협의 후 발의되는 정부·여당안 성격이라 국회 통과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개정안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원의 ‘개입 범위와 선결 조건’을 명확히 했다. 우선 금감원의 개입 범위를 기업 개선계획과 채무 조정, 신용공여 계획 수립 등으로 제한하고 채권단협의회 구성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금감원이 중재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의 중재안은 채권액 비중 75%, 채권자 수 기준 40%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금감원의 기업구조조정 개입을 공식·투명화하자는 취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남기업 구조조정이다. 금감원은 경남기업의 무상감자 없는 출자 전환을 채권단에 종용했다는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금감원의 중재 과정 및 결과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촉법 적용 대상도 모든 기업, 모든 채권자로 확대하고 한시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해 기업 구조조정 강도도 높일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생각나눔] 금융당국 “선택권 확대” vs 보험업계 “불완전판매 급증 우려”

    [생각나눔] 금융당국 “선택권 확대” vs 보험업계 “불완전판매 급증 우려”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보험슈퍼마켓’ 출범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온라인 판매 채널인 ‘보험슈퍼마켓’을 연내 내놓겠다고 청와대에 정식 보고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 발표에 ‘대놓고’ 반발하지 못할 뿐 보험업계는 ‘유사영업 채널과의 갈등, 불완전 판매’ 등을 우려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믿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마련해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특히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가 비용과 신속성 측면에서 이 사이트를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 상품에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당국은 이 시스템의 도입이 경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 곳에 ‘장’(場)을 깔아 놓고 골라 보게 하는 만큼 보험사가 가격 등 상품의 질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생각은 다르다. 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쉽게 해약할 수 없는 장기 상품인 데다 약관의 중요 내용(보장범위, 보험금 지급 제한사유 등)을 개인별로 따져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건강, 재무 상태가 다른 만큼 설계사들의 꼼꼼한 설명을 들어야 ‘불완전 판매’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개인이 상품 비교를 통해 가입할 경우 주요 사항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 연구위원은 “보험은 펀드나 예금과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라면서 “결국 보험슈퍼마켓을 통해 팔 수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 같은 간단한 상품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 다이렉트 보험 등 기존 온라인 판매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상품을 살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날 뿐 큰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보험슈퍼마켓’은 지난달 첫돌을 맞은 ‘펀드슈퍼마켓’을 벤치마킹해 기획됐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펀드는 투자 상품이라 수익률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지만 보험은 특약과 보장 기간, 보장 내역이 다 달라 단순 비교가 안 된다”고 반박한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중장년층이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낯설어하는 만큼, 소비자의 편리성이 커진다는 정부의 주장에 업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황진태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인터넷 채널로 생명보험 상품을 파는데 전체 판매량의 1~2% 수준”이라면서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는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한 영업점에서 모두 취급하는 독립 보험대리점(GA)이 보험 상품별로 가격을 비교해 싼값에 인터넷으로 팔고 있는 만큼 ‘먹거리’가 겹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품 틀’ 구성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보험권 사정에 밝은 한 금융사 관계자는 “온라인보험이 성공하려면 쉽고 간편한 일종의 ‘홈쇼핑’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월 5만원, 사망보험금 1억원 같은 명확한 ‘순수보장성’ 위주의 상품을 내놔야 소비자가 사이트를 둘러보다 부담 없이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금융은 ‘공시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의 수보다는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취약 계층을 위한 소수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같은 특화된 상품을 표준화해 파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용어 클릭] ■보험슈퍼마켓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보험사에 관계없이 여러 종류의 상품을 놓고 비교·검색한 뒤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 인터넷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다이렉트 보험과 상품 비교 사이트를 합쳐 놓은 개념이다.
  • [단독] 연말정산 재테크 인기 ‘퇴직연금’…금융당국 일제점검 나선다

    [단독] 연말정산 재테크 인기 ‘퇴직연금’…금융당국 일제점검 나선다

    금융 당국이 이달 중 퇴직연금 시장을 일제 점검한다. 최근 연말정산 재테크 수단과 노후 대비용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을 유치하면서 적립금을 잘 쌓아 뒀는지, 주식형 위험자산의 편입 비중이 너무 높지 않은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신종 꺾기’(대출 등의 조건으로 퇴직연금 가입 종용)나 뒷돈(리베이트) 제공 등의 불건전한 영업 관행이 있는지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7일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의무화가 시행되는 데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이미 100조원을 넘어서 재원 관리 실태와 법규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대형 금융사 4곳을 표본 검사한 뒤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 부서별 협조를 받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나 개인이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거나 대출 금리 인하를 요청할 때 퇴직연금 가입을 종용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가 직접 금융사를 고르는 확정기여(DC)형 가입자에게 특별 신용대출금리를 미끼로 퇴직연금을 유도하는 신종 꺾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금융 계열사를 통한 우회 꺾기도 등장하고 있어 종합적인 실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4월 6일자 16면> 초저금리로 먹거리 비상이 걸린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가장 열성적이다. 퇴직연금 특성상 고객 이탈이 적어 파생상품 연계 영업에 도움을 주는 데다 ‘돈줄’을 쥐고 있는 만큼 대출 등을 통해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에 손 내밀기가 쉬워서다. 금감원의 ‘2014 퇴직연금 영업실적’에 따르면 은행권 비중은 올 2월 기준 49.5%로 가장 높다. 금융 당국은 이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등에 주목하고 있다. ‘몸집’(비중)은 크지만 ‘체력’(수익률)이 약해서 자칫 소비자 피해가 예상돼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은행이 연 2.4%, 생명보험 2.82%, 손해보험 2.95%, 증권 3.01%다. DC형도 비슷한 순서다. 일각에서는 ‘검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2012년에도 금감원이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 58곳을 뒤졌지만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해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나 신종 꺾기 등은 기업의 제보가 결정적인데 금감원 감독 범위 바깥에 있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금감원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이 굳이 당국에 은행과의 ‘은밀한 딜’을 털어놓을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금감원 실무자는 “은행도 치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든 금융사든 물증 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예전처럼 위반 사항만 때려 잡자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퇴직금을 내줄 능력이 있는지 등을 컨설팅 식으로 함께 고심해 보겠다는 차원”이라면서 “최근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의 위험자산 총투자한도(근로자별 적립금의 40%→70%) 고삐를 풀어 준 만큼 이를 틈타 불법행위가 없는지 등도 살펴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은 연금보험, 연금저축과 함께 민간 연금시장의 3대 축이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인 535만명(51.6%)이 가입했다.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7조 1000억원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은행들 핀테크 투자 허용

    올해 안에 금융사에 방문하지 않고도 영상통화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실명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의 핀테크 투자도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보고했다. 핀테크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을 뜻한다. 우선 비대면 방식의 신분 확인 방법으로는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전달 때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방식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2개 이상의 방식을 병용해 금융실명법상의 대면확인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연내에 새로운 실명 확인 방식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상의 금융회사가 업무수행과 관련 있는 회사에 출자할 수 있다는 규정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은행의 핀테크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블로그] 사망 뒤 보험금 청구기간 점점 짧아지는 까닭은

    [경제 블로그] 사망 뒤 보험금 청구기간 점점 짧아지는 까닭은

    한 보험회사 보상업무 담당 직원이 그러더군요. “요즘은 사망 뒤 보험금 청구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고요. 정말 그런지 한번 확인해 봤습니다. 4일 기준으로 대형 보험사 3곳의 자료를 뽑아 봤는데요. 사망(사고) 일자부터 실제 보험금을 청구한 일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각사의 3년 평균을 내 봤습니다. 2012년 59.5일, 2013년 57.9일, 2014년 53.4일로 3년간 6.1일 줄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맞네요.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추정합니다. 우선 고인의 금융 자산을 조회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아졌기 때문이랍니다. 예컨대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원스톱 서비스’가 있지요. 상속인이 사망자의 계좌를 찾기 위해 모든 금융기관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이 각 금융기관에 대신 요청하는 겁니다. 예금, 보험계약, 예탁증권 등 금융채권부터 대출, 신용카드 이용대금, 지급보증 등 채무까지 다 알아볼 수 있지요.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지금은 서울시 등 일부만 시행)된다니 보험금 청구 기간이 더 짧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휴면예금·보험금 조회 서비스도 있고요. 고인의 부재에 대한 슬픔과 경제적인 정리를 별도로 여기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경기 침체 여파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장례식장에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고객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예전보다 보험에 대해 잘 아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한 업무 효율화로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여러 사정보다 우리를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보험사들의 얄미운 행태입니다. 지난해 보험 가입자와 금융사 사이에 제기된 보험 관련 소송은 모두 1112건입니다. 이 가운데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만 986건(89%)입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최근 소송 남발 보험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물론 보험금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을 딛고 어렵게 내민 ‘손’이라면 뿌리쳐서는 안 되겠죠.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금융 당국 “김진수 신드롬 생길 것” vs 금융권 “관치금융 끝내야”

    금융 당국 “김진수 신드롬 생길 것” vs 금융권 “관치금융 끝내야”

    경남기업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채권단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성완종 후폭풍’으로 기업 구조조정에도 불똥이 튀었다. 금융 당국은 “협력업체나 지역경제가 어찌 되든 앞으로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며 몸을 사린다. 금융권은 “밑 빠진 독에 팔 비틀기식 물 붓기를 끝낼 기회”라고 주장한다. 기업 구조조정 ‘조정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官)의 우려와 관치에 익숙한 사고방식이라는 민(民)의 반박을 들어봤다. “모든 구조조정을 외압으로 몰면 공무원들 책임 회피 풍조 우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나 몰라라’ 한다고 칩시다.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가 중국 등 외국으로 넘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당국이 중재하고 채권단이 돈 대 살려놓은 겁니다. 지금은 어엿한 흑자기업으로 돌아서 직원들에게 성과급 주고 국가에 세금내고 있지 않습니까. 돈이 걸려 있어 채권단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걸 조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외압이라고 몰아세우면 누가 (그 악역을 맡아) 하려 하겠습니까.” 3일 만난 금융 당국자의 격정 토로다. 이 관료뿐 아니라 요즘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안팎에서는 당분간 기업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은행장을 지낸 한 금융 관료는 “변양호 신드롬에 이어 김진수 신드롬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양호 신드롬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옥살이까지 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빗댄 말이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려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 전직 관료는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김진수 금감원 당시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의 비위가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마치 모든 기업 구조조정을 외압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여서 ‘조정자’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옥석(좀비·회생기업)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하지만 ‘성완종 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성동조선해양도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졌다. 채권단이 50% 이상 요청하면 금감원이 기업 구조조정을 중재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반드시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의원 발의도 진행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금감원의) 개입 근거를 만들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정부가 번번이 묵살해 왔다”면서 “그래 놓고는 이제 와 애꿎은 금감원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회 정무위원이 부르면 금융당국이 쪼르르 달려갈 수밖에 없는 현행 풍토와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업 오너가 아무런 견제 없이 정무위에 배치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성완종 리스트’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금융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통상 대출에 대한 담보를 가지고 있는 은행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대출 규모가 작은 은행은 아예 털고 빠지려고 한다. 상황이 다 달라 채권단 내에서 큰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수시로 당국에 조율을 요청하는 것은 이처럼 이해관계가 달라 자율 합의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방치하면 (당국) 존재감이 없다고 하고, 나서면 외압이라고 하니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털어놓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부실 뻔한 기업 어쩔 수 없이 지원…산업구조·시장 질서 왜곡 부작용 채권단의 지원 거부로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지자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견해는 단호하다. “밑 빠진 독에 더이상 물을 부을 수 없다”는 것이다. 5년 동안 1조 90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채권단 판단이다. 성동조선은 지난해에만 3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금융권에서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추진 중인 기업(은행권 여신 500억원 이상)은 34곳이다. 경남기업 여파로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실상 손을 뗀 뒤로 구조조정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번 기회를 관치(官治)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자리잡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3일 “부실이 뻔한 기업도 금융당국이 팔을 비틀어 어쩔 수 없이 지원에 나섰던 전례가 숱하다”며 “이렇다 보니 좀비기업들이 정치권과 관을 앞세워 끝까지 버티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산업구조와 시장 질서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2011년 성동조선 추가 지원을 거부하며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이탈했던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외압에 못 이겨) 경남기업에 투입된 천문학적 금액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자금이 꼭 필요한 기업에 지원됐다면 자원배분 차원에서도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며 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금융권에) 요구할 수 있다’(은행법 45조·50조)는 법조항을 근거로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해 왔다. 하지만 “원칙보다는 정치적인 입김이나 여론에 등 떠밀려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A은행 기업담당 부행장)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압박해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앞서 2013년 대한조선 추가 자금 지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반대하던 신한과 우리은행에 지역 국회의원이 찾아가 호통을 쳐 자금 지원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도 금융권에선 잘 알려져 있다. B은행장은 “금융당국이 한계 기업 구조조정에 과도하게 개입해도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후 부실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금융권의 몫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구조조정 기업의 대출채권을 회수하려 해도 금융당국이 이를 반대하거나 제지한다면 법에서 정한 감독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官)의 역할을 특정 영역으로 국한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시되고 있다. C은행의 기업개선 담당자는 “조선이나 항만 등 국가기간산업과 연관된 분야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중재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경제 블로그] 금감원 “인턴 교육 똑바로” 보험사에 공문 왜?

    [경제 블로그] 금감원 “인턴 교육 똑바로” 보험사에 공문 왜?

    금융감독원이 최근 각 보험사에 “인턴 교육 똑바로 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이 프로그램의 운영 목적, 활동 및 교육 내용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지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인턴’이나 ‘영업관리직’ 등의 표현으로 마치 보험사 정규직으로 뽑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가능성 없는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것을 조심하라고도 덧붙였지요. 금감원이 이렇게까지 경고하고 나선 것은 과거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갑질 악몽’ 때문입니다. 2013년 ‘정규직 전환’, ‘영업관리자 전환’, ‘교육수당 및 정착수당’ 등 그럴듯한 단어를 내세워 일부 보험사 지점들이 대학생을 뽑아 ‘보험팔이’로 내세웠다가 문제가 됐지요. 취업난에 정규직 전환 하나만 믿고 가족, 친척, 지인들까지 ‘팔아’ 실적을 올렸던 어린 학생들이 시간만 낭비하고 취업 기회마저 놓치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이후 여론 질타를 받고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보험사와 대리점에서 이런 ‘열정 악용’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입니다. 금감원은 사전에 안내해야 할 사항까지 ‘친절하게’ 덧붙여 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규직·보험설계사 채용, 대학생 인턴, 대학생 금융교육 등 목적을 꼭 명확하게 미리 알리라고요. 채용을 전제로 하는지 여부도 밝히도록 했습니다. 업계는 말합니다. 보험 영업으로 사람을 뽑으면 한계가 있어 점차 젊은 피, 즉 대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요. 하지만 보험 영업을 하라고 하면 부정적 인식을 가지니 금융교육이나 아카데미 등의 이름을 달아 마치 금융전문가를 양성할 것처럼 사람을 모은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젊은 영업조직’으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영업조직 증원이나 충원은 지점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본사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본사 역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물론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점이나 본사로 가는 극소수 대학생도 있긴 합니다. 대학가에는 보험사들의 홍보 책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 취업이 힘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하는 대학생들을 더는 울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신뢰 추락·개혁안 진통…금감원 ‘내우외환’ 몸살

    신뢰 추락·개혁안 진통…금감원 ‘내우외환’ 몸살

    진웅섭 원장이 이끄는 금융감독원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감사원의 ‘경남기업 외압 결론’에 감독기관으로서의 신뢰와 사기는 추락했다. 옛 수장과 임원은 수사 대상에 올랐고 고심 끝에 내놓은 ‘금융검사 개혁안’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보조를 맞추느라 야심 차게 구상했던 ‘혁신’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 청구를 놓고 고심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심 청구는 문책 요구를 받은 기관장의 이름으로 한 달 안에 해야 한다. 억울하다며 재심을 청구하자니 감사원에 ‘반기’를 드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외압’을 인정하는 꼴이 돼 고민스럽다. 지난 23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금융권에 경남기업을 특혜 지원하라고 압력 넣은 게 인정된다”며 담당 팀장(당시 기업금융개선국 팀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문책 지적을 받은) 당사자 의사가 확실해야 기관 이름으로 재심을 청구하는데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면서 “(재심을 하면 안 된다는) 견해도 일부 있지만 (명예가 걸린 만큼) 당사자 의사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 구조조정은 전임 원장(최수현) 때 이뤄진 일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뻗칠지 몰라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조직의 수장 이름까지 오르내리니 분위기가 이래저래 침울하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에 대한 징계도 철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사회 안건자료 등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금감원이 박 전 부사장에게 내린 중징계(감봉 3개월) 제재가 과도하다며 취소하라고 서울고등법원이 전날 판결해서다. 상고할 가능성이 높지만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 집안도 시끄럽다. 야심 차게 내놓은 ‘검사 개혁안’이 실효성 논란에 부딪쳐서다. 금감원 실무자들은 ‘원칙에 따라 검사했다면 해당 금융사에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조항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 수뇌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연내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은행 검사를 담당했던 한 금감원 직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등을 거치면서 면책조항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반대 여론과 국회 벽 등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고 환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면책 조항을 만들기보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나 요구에 대해 거부하고 신분 보장 등을 통해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진 원장의 직속부대인 금융혁신국을 두고도 말이 많다. 애초 혁신국은 업계와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선제적으로 발굴,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금융위 현장점검단 ‘서포터’로 전락했다는 냉소가 나온다. 금융위가 현장점검단이 수집한 금융권 건의사항을 금융혁신국에 넘겨주며 “2주 안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뒤치다꺼리는 우리에게 시키고 생색은 금융위가 내려 한다”며 “시간에 쫓겨 설익은 밥이 나오면 그 책임도 죄다 금감원이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우회 꺾기’ 가능성 큰 4대 금융지주 검사

    금융 당국이 계열사를 활용해 ‘우회 꺾기’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4대 금융그룹을 검사하기로 했다. 보험금을 안 주려고 과도하게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에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꺾기) 근절대책’을 27일 발표했다. 꺾기는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 등 협상력이 낮은 대출자에게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단속 강화로 적발 건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금융지주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꺾기를 하거나 금지기간(대출 전후 1개월)을 피해 예·적금을 강요하는 편법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A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신 해당 금융그룹 산하 B증권의 펀드를 들도록 강권하는 수법이다. 금감원은 신한·농협·하나·KB 등 자산규모 상위 4개 금융지주회사 및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 꺾기 행위를 검사할 방침이다. 우선 자료 분석으로 꺾기 징후가 농후하면 올 상반기 중 현장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보험금을 내주지 않으려고 소송을 마구잡이로 벌이는 보험사도 규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소송을 많이 내는 상위 금융사를 중심으로 ‘소송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소송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부당한 소송을 불공정행위로 분류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호금융조합이나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꺾기 규제가 약했던 금융권역도 은행 수준으로 기준을 점차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꽃집 등 자영업 대상 신종 금융사기 주의

    꽃집을 운영 중인 50대 심모(여)씨는 지난 10일 주문을 받았다가 낭패를 봤다. 10만원짜리 꽃다발에 현금 190만원을 함께 넣어 포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화근이 됐다. 주문액의 두 배가 넘는 500만원이 심씨 통장에 입금됐기 때문이다. 꽃집을 찾은 사기범은 주문한 꽃다발과 과다 입금된 310만원을 받아 유유히 사라졌다. 알고 보니 500만원을 입금한 사람은 사기범에게 속은 또 다른 피해자 A씨였다. A씨가 신고하면서 심씨의 계좌는 지급 정지되고 공범으로 의심받아 졸지에 수사까지 받았다. 신종 대포통장 사기 주의보가 발령됐다. 꽃집이나 금은방 상인 등에게 물건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보낸 뒤 그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영업자들이 쓰는 상거래용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며 물건 가격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들어오면 주의해야 한다고 27일 경고했다. 심씨의 경우처럼 자신도 돈을 떼인 피해자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범행 계좌를 제공하는 결과로 자칫 공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기존엔 노숙인 등을 내세워 대포통장을 만들었지만 단속이 강화되자 이제는 선량한 상인들에게 거래대금인 것처럼 속여 정상계좌를 빌려 쓰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신종 금융사기가 꽃집뿐만 아니라 중고차 매매상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물건 가격보다 많은 금액이 입금되면 거래 금융사에 꼭 송금인의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블로그] 농협과 김석동 참 끈끈한 인연입니다

    [경제 블로그] 농협과 김석동 참 끈끈한 인연입니다

    최근 NH농협금융 소속 보험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SD’가 단연 화제의 인물입니다. SD는 김석동(62) 전 금융위원장의 영문 별칭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자꾸 SD를 마주치게 돼 깜짝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김 전 위원장이 농협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긴 했지만 이미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해 취임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것이지요. 알고 보니 이유는 ‘우연한 동거’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법무법인 지평의 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이 법무법인과 농협 손·생보사가 같은 건물을 썼던 겁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이 건물은 KT&G 소유인데 여기에 농협 보험사가 입주해 있습니다. 6~7층 등에는 손보사가, 11~14층 등에는 생보사가 세 들어 있지요. 법무법인 지평은 8~10층을 씁니다. 김 전 위원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경제연구소장을 지냈습니다. 그 직전에는 농협금융 사외이사였습니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한때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물론 지나간 얘기가 됐지만 퇴임 후 2년 만에 찾은 새 직장이 또 농협과 같은 건물이라니 우연치고는 참 묘해 보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끈질긴 인연 같네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금융권 감정노동자 쉬게 하는 힐링캠프?… 킬링캠프!

    금융권 감정노동자 쉬게 하는 힐링캠프?… 킬링캠프!

    “상처받은 며느리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해 주고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는데 시어머니가 참석한다네요. 이게 무슨 힐링캠프입니까. 킬링캠프지요.”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범금융권 감정노동자 힐링캠프가 ‘관제 행사’ 논란에 휩싸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수 금융 민원업무 종사자 힐링캠프 개최 계획’ 안내 협조 및 요청 공문을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협회를 통해 각 금융사에 전달했다. 힐링캠프는 오는 6월 2일 경기 용인의 한화생명 연수원에서 열린다. 우수 감정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금감원장상을 줄 예정이니 수상 대상자 후보와 참석 명단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250~3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보험업계가 지난해 자율적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콜센터 직원 및 텔레마케팅(TM) 상담원 등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이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와 욕설, 성희롱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같은 업권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고민도 나누고 위안을 찾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금감원이 비슷한 기획을 하면서 판이 커졌다. 금감원이 추진 중인 힐링캠프 구성은 ▲시상식(금감원장상 6명, 협회장상 6명) ▲우수 민원 해결 사례 발표 ▲스트레스 해소 방안, 악성 민원인 대처 방안 특강 ▲공연 등이다. 금감원 측은 “정보 공유 차원에서 범금융권 행사로 기획한 것이고, 인사 고과 등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금감원장상을 포함한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은 투자 손해, 은행은 보이스피싱, 보험은 보상금 등 업권별로 민원의 성격이 다른데 굳이 한데 모으는 것은 금융 감독 당국이 ‘위로연’을 열었다고 생색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진웅섭 금감원장의 ‘가오’(체면)를 세워 주기 위해 감정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관제 세미나’ 논란이 일었던 ‘범금융권 108인 대토론회’가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을 금융권에 분담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힐링캠프 비용은 각 협회와 금감원이 나눠 낸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보여 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니라 감독 당국이 주관하는 진정한 위로연 취지라면 비용도 금감원이 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불만은 얼마 전 열린 금감원·금융권 실무자 협의에서도 터져 나왔다. 한 참석자가 “이런 자리를 왜 만드느냐”고 반발하자 금감원 측은 “원장상 준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나”라고 일축했다. 금감원은 금융민원 업무 종사자들의 ‘최대 스트레스’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정혜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금융노조 조합원 3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악성 민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금감원 등 감독기관 민원 제기’(66%)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방안을 찾다가 낸 아이디어이지, 생색내기용은 아니다”라면서 “금융권의 일부 책임자들이 ‘일할 사람’이 자리를 비우니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성완종 리스트 파문] 감사원 “금감원, 채권단에 경남기업 특혜 압력”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특혜를 주도록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감사원의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은 두 차례에 걸친 워크아웃에 이어 2013년 10월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승인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경남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출자전환이 불가피하고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지분을 2.3대1의 비율로 무상감자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주 채권은행인 신한은행도 이에 동의하고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 담당 국장과 팀장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신한은행 등에 요구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문제의 국장과 팀장은 “귀 은행이 주관하는 문제가 아니니 안건에 동의하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라. 반대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출자전환을 할 때 기준주가(3750원)가 발행가(5000원)보다 낮은 상태라면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한 무상감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됐다. 감사원의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자원 외교비리 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칼날은 금융당국으로도 향하게 됐다. 핵심은 금감원이 어떤 경로로 왜 채권단에 압력을 가했는지, 청탁과 지시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구체적인 외압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황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A회계법인이 실사 과정에서 무상감자 의견을 냈는지 모르지만 금감원과 사전 논의한 일이 없다”면서 “금감원이 받아본 최종 실사 결과에는 감자 의견 없이 출자 전환 의견만 담겨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손창동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개연성이 확인돼 수사 기관에 자료를 넘겼다”면서 “다만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2013년 10월 당시 기업구조조정 담당자는 김진수 선임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현재 금감원을 그만둔 상태다. 금감원은 일단 감사원의 권고 조치가 나온 만큼 조만간 A팀장을 인사조치할 방침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원·엔환율 한때 900원선 붕괴] “엔화 약세 10월까지 지속 예상”… 추락 제동용 금리인하 나서나

    [원·엔환율 한때 900원선 붕괴] “엔화 약세 10월까지 지속 예상”… 추락 제동용 금리인하 나서나

    원·엔 환율이 추락하면서 한국은행으로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외환당국이 개입하거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100엔당 900원 선은 지켜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2013년 9월 1.0%를 기점으로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를 웃돌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다. 소비세 인상을 제외하면 보합세라지만 우리나라(0.5%)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다.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화폐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출 진작을 위해서라도 국내 물가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그동안 원·달러 환율보다는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보여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간담회에서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과 대유럽 수출이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크게 줄어든 반면, 일본의 실질수출은 양적완화 이후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박지훈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일본 중앙은행(BOJ)이 (2차 양적완화 1년을 맞는) 10월에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을 때까지는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원·엔 환율이) 850원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원·엔 하락세가 주춤해지거나 상승 반전할 수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10년 전 흐름을 보면 1년 8개월간 쭉 하락해서 740원까지 떨어졌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늦춰진다면 그때와 비슷하게 갈 수 있지만 (올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위험거래 청산 수요가 유입되면서 원·엔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도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 인상 논의로)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한 추가 기대는 약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성장률 둔화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나 추경 편성 등) 정책 여지가 있어 원·엔 환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엔 환율이 9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제조업 등 개별 기업에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당국이 추가 금리 인하 등이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세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24시간 움직인다. 원·엔 환율 100엔당 900원 붕괴는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 원·달러 환율 전날 종가와 개장 전 엔·달러 환율을 비교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최저가는 902.0원으로 900선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임종룡 “대출 철회권 추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원치 않는 대출을 7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는 ‘대출청약 철회권’을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제정과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처음 열린 금융소비자 자문 패널진과의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약철회권은 대출성 상품에 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일주일간 주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취소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 대출 약관을 수정해 청약철회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 위원장은 “불완전판매 등을 막기 위해 금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출청약철회권 등 당장 추진 가능한 과제는 금소법 제정 이전이라도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단독] 퇴직연금 몰아주기 50% 룰 기준 변경… 대형사 봐주기?

    [단독] 퇴직연금 몰아주기 50% 룰 기준 변경… 대형사 봐주기?

    금융 당국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 기준을 완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적립금으로 따지는 일감 몰아주기 비중을 수수료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중소형사들은 “수수료로 기준이 바뀌면 고객이 많고 거래금액이 클수록 유리하다”며 “삼성생명 봐주기”라고 반발한다. 당국은 “기준을 통일한 것”이라고 맞선다. 20일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계열회사와의 퇴직연금 거래에 관한 자율결의문’을 업계에 보냈다. 2013년 퇴직연금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열사 부실에 따른 위험 전이 우려 등이 커지자 업계는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그 해 4월 자율 결의했다. 그런데 이 ‘50%룰’ 기준을 내년 4월부터 적립금에서 수수료로 바꾼다는 게 최근 금융위가 보낸 지도 공문의 주된 내용이다. 적립금은 말 그대로 퇴직금을 쌓아 둔 금액이다. 수수료는 이 적립금을 어떤 식으로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컨설팅 비용을 뜻한다. 이를 두고 중소형사들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 의지 퇴행이라고 지적한다. 한 중형 보험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자율협약이어서 50%룰을 지키지 않는 대형사가 있는데 불이익을 주기는커녕 기준을 되레 완화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50%룰 위반이 가장 심각한 곳은 현대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과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생명이다. HMC투자증권은 계열사 일감 비중이 90%가 넘지만 ‘배째라’ 식으로 아예 자율협약에서 빠진 상태다. 삼성생명은 자율협약에 참여하고 있지만 계열사 비중이 올 3월 말 현재 65% 선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수수료는 통상 예치 기간이 길고 금액이 클수록 할인되기 때문에 계열사가 많은 대형사에 유리하다”면서 “50%룰 기준이 수수료로 바뀌면 삼성생명의 계열사 일감 비중이 50%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종의 ‘착시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적립금에서 수수료로) 기준 변경을 최초로 건의한 곳이 삼성생명으로 알고 있다”며 “의도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측은 “대기업의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등을 보면 수수료가 기준”이라면서 “기준을 통일해 업무 효율을 올리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삼성생명도 “퇴직연금의 운용관리는 자산관리 부문처럼 실질적으로 돈이 오가는 업무가 아니라 퇴직연금을 어떤 식으로 투자하고 운용할지 등의 컨설팅 업무이기 때문에 적립금이 아닌 그에 따른 수수료를 따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맞섰다. 금융위는 자율결의 기간이 끝난 만큼 이달부터 ‘50%룰’을 지키지 않으면 협약 위반으로 간주한다는 태도다. 물론 자율사항인 만큼 협약을 어겨도 법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단, 여론 비난 등 ‘평판 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전문가들은 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적립금이나 수수료 공시만으로는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다”면서 “서비스 질과 운영 능력, 수익률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사업자 선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삼성생명의 경우 올 1분기 원리금보장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0.65%로, 생명보험사 전체에서 꼴찌인 메트라이프(0.36%) 다음이다. 지난해 퇴직연금(DB형) 수익률도 3.2%로 업계 평균(3.38%)에도 못 미쳤다. 수익률이 저조한데도 계열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가입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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