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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시계 제로’ 한국 경제… 4대 점검 포인트

    [美 금리인상] ‘시계 제로’ 한국 경제… 4대 점검 포인트

    미국의 ‘제로 금리’ 시대가 17일 막을 내렸지만, 한국 경제는 ‘시계 제로’가 됐다. ‘예견된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이 3%까지 떨어지고 중국발 경기침체 여파 등 안팎의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신흥국이) 물이 천천히 데워지며 냄비 속에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바누 바웨자 UBS신흥시장 자산전략부문 대표)는 우려까지 나오는 만큼 달러의 ‘신흥국 엑소더스(탈출)’도 주시 대상이다. ‘가 보지 않은 길’ 앞에 선 우리 경제의 네 가지 포인트를 점검해 봤다. ●기준금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5% 수준에서 6개월째 동결됐다. 이대로 두면 안전자산인 달러를 좇아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뺄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미약한 국내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시장금리가 따라 오르면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도 부담이 커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0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은 것도 이런 고심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하반기쯤 우리 기준금리도 따라 오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99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가 시작된 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같은 방향으로 조정하는 데 평균 9.7개월 걸렸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신흥국 위기에 휩쓸릴 경우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한두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존재한다. ●신흥국·중국 위기 골드만삭스는 최근 ‘제3의 물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제3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1의 위기(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제2의 위기(유로존 재정위기)에 이어 제3의 위기는 ‘신흥국 부채’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미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는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들의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3450억 달러에서 내년 5550억 달러로 늘어난다(UBS 추산). 원자재 가격 급락 등으로 이미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채권 만기까지 돌아오면 신흥국들은 원리금 상환뿐 아니라 만기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중국발 위기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지속하면 중국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우리 수출이 줄고, 주식 자금도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미국이 아닌 중국 변수로 한국이 금리를 빨리 높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셀 코리아 11월 한 달간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 1조 16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아직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으로 버티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 있다. 신흥국 위기가 심화될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감소, 투자 회수 어려움 등도 예상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괜찮다”는 반응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는 원유·원자재 수출국이 아니며 경상 흑자,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뿐 아니라 재정건전성 등도 양호하다”며 “글로벌 시장 우려가 완화되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가계·기업부채 국내 가계빚은 1200조원에 육박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15일 빚 갚을 능력을 깐깐하게 따지는 ‘새 대출 잣대’를 발표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 역시 문제다. 외부 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지난해 말 15.2%로 급격히 늘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이 뇌관”이라고 지적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이미 시장에서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정부 구조조정과 맞물려 신용등급이 안 좋은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담보대출이 많다 하더라도 대개가 부동산이어서 부동산 경기까지 꺾이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내년부터 카카오택시·직방 가격 공개

    카카오택시(택시앱)와 직방(부동산중개앱)의 가격·거래 조건이 비교 공개된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여행·금융분야 불공정 약관도 집중점검 대상에 오른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 소비자정책 종합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소비자원은 우선 신용카드 부가서비스와 은행서비스, 택시앱, 부동산앱에 대한 가격·거래조건·소비자만족도를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다. 피해 예방을 위해 부동산과 홈쇼핑 분야의 허위·거짓광고와 금융, 여행분야 불공정 약관도 점검해 법 집행을 강화하기로 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감시도 고삐를 조인다. 환경부는 ‘친환경’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을 점검하는 한편 친환경 위장 의심 사례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로컬푸드 등을 대상으로 명절 등 거래량이 많은 시기에 위생 관리를 집중적으로 할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정부가 지난 14일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깐깐히 따지고 처음부터 원금을 갚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내년 2월(수도권)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면 소득 증빙이 힘든 자영업자나 빚을 많이 진 대출자는 집을 담보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집니다. 물론 정부가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사정을 예외로 두긴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자금 용도로 쓰는 돈 중에는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나 자녀 결혼자금처럼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예견하기 힘든 현시점에서 가계빚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당장 쓸 돈이 빠듯한 서민들은 ‘능력만큼’ 빌리라는 정부의 선언 앞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모바일 간편결제 수단 경쟁 등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이들을 유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꼭 기후변화협약을 보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기후협약은 ‘산업화 단물’을 다 맛본 선진국과 이제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이 협력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내용인데요. ‘부동산 버블’ 때 재미를 볼 만큼 본 부자들과 빚내서 집 한 칸 겨우 마련한 서민들이 동일하게 손잡고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물론 가계빚을 줄이고, 빚내라고 권했던 정책을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2금융권 ‘풍선효과’나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에 대해 좀 더 꼼꼼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찌 됐든 대출 옥죄기가 서민 목죄기가 되면 안 되니까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수도권 내년 2월·지방 5월부터 소득 입증 의무화 주택 대출 옥죈다

    수도권 내년 2월·지방 5월부터 소득 입증 의무화 주택 대출 옥죈다

    내년부터 집을 살 때 대출자는 ‘실제 소득’을 입증해야 한다. 대출금은 나중에 한꺼번에 갚지 않고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 수도권은 내년 2월 1일부터, 지방은 5월 2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빚 갚을 능력을 깐깐하게 따지고 쪼개 갚도록 하겠다는 것인 만큼 돈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장 효과가 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은 강화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은 14일 이런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오는 17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게 되는 만큼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새 대출 잣대가 적용되면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는 규모가 연간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출심사 잣대가 ‘담보’(주택)에서 ‘소득’으로 바뀌는 점이다. 예컨대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내야 한다. 지금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은 최저생계비를 소득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소득 확인이 어려운 전업주부나 대학생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소득(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 매출액 등으로 추정한 소득(신고소득)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빚 갚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원리금(원금+이자)도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 대상은 ▲주택 구입용 신규 대출 ▲고부담 대출(LTV 또는 DTI 60% 초과 대출)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 3건 이상인 경우 등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서민 생계 등을 위해 집단대출이나 불가피한 생활자금(의료비·학자금) 등은 예외로 인정해 준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산출한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가 추가로 적용된다. 예컨대 대출 금리가 2.8%이면 여기에 스트레스 금리 2.7% 포인트를 더한 5.6%로 상환능력을 산출한다. 정부가 권장하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DTI가 80%를 초과하는데도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대출금액이 줄게 된다. 이로 인해 새 대출 잣대가 당장 적용되지 않는 비(非)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 가는 ‘풍선효과’ 우려가 나온다. DTI와 LTV 강화 등 근본 처방이 빠져 가계빚 억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스트레스 금리, 대출액 산정에만 적용… 실제 이자 안 올라

    스트레스 금리, 대출액 산정에만 적용… 실제 이자 안 올라

    14일 정부가 발표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갚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한테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 빚도 나중에 한꺼번에 갚는 게 아니라 즉시 쪼개 갚도록 유도한다.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답으로 짚어 봤다. →내년 2월 1일(지방은 5월 2일)부터 신규 대출은 대출 즉시 무조건 원리금을 나눠 갚아야 하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출 시점으로부터 최장 1년까지는 빚 갚기를 유예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무조건 분할 상환해야 한다. 실제 소득도 증빙해야 한다. →소득 증빙이 힘든 전업주부나 학생은 어떻게 돈을 빌릴 수 있나. -그간 전업주부나 학생 등은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금액증명원 같은 객관적 소득자료가 없는 만큼 신용카드 사용액(신고소득)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추정되는 인정소득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증빙소득의 경우 부부 합산도 가능하다. 이전에 활용되던 최저생계비는 30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대출 이자가 올라갈 수도 있나. -아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을 감안해 대출 규모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수치로 실제 고객의 이자 계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예컨대 연소득 3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억 1000만원(만기 10년, 금리 2.5%)을 변동금리로 대출한다고 치자. 이때 총부채상환비율(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TI)은 79.2%이다. 하지만 지금의 스트레스 금리 수준인 2.7% 포인트를 적용하면 DTI가 89.9%로 80%를 초과하게 된다. →그러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되나. -사실상 그렇다.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DTI가 80%를 넘게 되면 그 밑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대출금액을 줄여야 한다. A씨의 경우 1억 8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단, 변동금리 대신에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스트레스 금리 적용 전의 2억 1000만원을 그대로 빌릴 수 있다.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는 경우도 신규대출로 보나. -단순한 만기 연장이나 금리 조건 변경 등은 기존 대출로 인정한다. 하지만 기존 대출금을 늘리거나 다른 은행으로 갈아탄 경우는 신규대출로 간주된다. →비거치식을 선택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던데.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거나 10년 이상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억 5000만원을 대출받아 비거치식으로 10년 분할상환하면 10년간 이자 절감액과 소득공제 혜택을 합쳐 총 35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금융권 모든 부채를 망라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대출 관리에 활용한다는데 대부업 대출도 조회 가능한가. -카드론, 보험, 저축은행 등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조회되는 대출은 모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대부업 대출은 소액인 만큼 적용 여부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DSR 비율은 대출 심사 시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DSR이 80%를 넘으면 사후관리 대상으로 선정돼 금융권의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용어 클릭] ■스트레스(상승가능) 금리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향후 3~5년간 금리 변동폭을 고려해 금리 상승에 대한 위험성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다. 원리금 상환액을 따질 때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신규 취급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의 최근 5년 내 최고치에서 매년 11월 공시된 가중평균금리를 뺀 수치다. 은행연합회가 은행권과 협의해 제시한다. 지금은 2.7% 포인트다.
  • 보험사 ‘갑질’ 제동

    보험사 ‘갑질’ 제동

    췌장·간암 등 치료비가 많이 들고 예후가 좋지 않은 ‘중증암’을 보장해주는 암 보험에 가입한 A씨. 갑상선암에 걸린 후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중증암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그 뒤에 나온 설명이었다. “전이위험 때문에 고객님은 암 보험을 갱신할 수 없습니다”. A씨는 “열거한 중증암이 아니라고 보험금은 안 주면서 기존에 이미 가입한 중증암까지 보험 갱신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부터 A씨처럼 ‘중증암’(4기암 및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액 암)이나 ‘2차암’(두 번째로 발생된 암)만 보장하는 보험에 든 가입자가 다른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보험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가입 1년이 안 되면 50%만 주던 태아 보험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의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자율상품 집중심사 결과 통보’ 공문을 최근 각 보험사에 전달했다. 자율상품이란 사전 인가 없이 보험사가 알아서 팔고 추후 판매 현황을 보고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불합리하게 운용하는 부분이 없는지 당국이 1년에 두 차례 점검한다. 금감원은 “계약 소멸 사유도 아닌데 갱신을 막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하면 안 된다’는 약관을 위배한 것”이라며 시정을 지시했다. 태아 보험 감액 기준도 바뀐다. 올 2월 출산한 B씨는 혈액암에 걸린 딸 병원비에 보태려고 암 보험금(1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 가입 기간이 1년 안 됐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절반만 줬다. 보험업계는 “초음파 등을 통해 아기 상태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데도 계약자가 질병을 알리지 않고 가입할 수 있어 1년이란 시간을 정해 놨다”고 주장한다. B씨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암에 걸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금감원은 감액설계가 보험사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보험금을 깎지 못하도록 약관 변경을 지시했다. 여러 질병 중 ‘처음 발생한’ 질병만 보장하는 계약도 퇴출된다. 예컨대 직장인 C씨가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등을 하나의 계약으로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했다고 치자. C씨가 암에 걸린 뒤 뇌출혈이 왔다면 암 진단비만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을 받고 나면 보험 계약도 종료된다. 심지어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보험금을 각각 지급하는 상품과의 보험료 차이가 불과 300원이다. 금감원은 ‘최초 1회 보장’과 ‘각각 1회 보장’ 중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 ‘세 번 받는 CI종신보험’ 등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상품 이름도 쓸 수 없게 된다. 자칫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하거나 보험금을 세 번 받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계약과 연관성이 없는 특약을 강제로 들게 하는 관행도 사라진다. 암보험에 사망특약을 끼워 파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는 불필요한 보험료 상승을 야기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은 2만 2892건이다. 해마다 4만건가량 접수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들이 소비자보다 손해율을 먼저 염두에 두고 상품을 만들다 보니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불완전한 ‘반쪽짜리’ 상품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대출 소득심사 강화 미적대는 정부

    대출 소득심사 강화 미적대는 정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올 연말 1200조원을 넘어서거나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여러 경제예측 기관들이 가계빚 위험을 경고하고 나서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선제적으로 가계빚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해 놓고는 스스로 한발 빼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대출 절벽이 소비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이지만 머뭇대는 사이 소비 위축이 되레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 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나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11월 기준으로는 지난해(6조 9000억원)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금융 당국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돌연 멈춰 섰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내년 1월부터 소득심사 강화 방안을 시행하려 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환계획이 분명하거나 단기 대출, 불가피한 생활자금 등에 대해선 충분한 예외 규정을 두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아예 시행 시기를 3~4월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놓고 수도권에서 먼저 실시한 뒤 몇 달 시차를 두고 지방으로 확대하자는 주장과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전체 적용을 유예하자는 주장 등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안에서도 아직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금융위가 밝힌 공식적 이유는 “지방 은행이 준비가 덜 돼서”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모의 테스트를 해 보니 직원 교육, 전산 시스템 등이 부족했다”면서 “(부동산)시장 충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처 간 이견도 들린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세부 보완 대책을 먼저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른 것은) 대책을 준비하는 건강한 프로세스(과정) 중 하나”라고 말해 이견이 있음을 시인했다.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대출을 조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집토끼(보수층)가 이탈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정책을 조정하는 것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초 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할 수 있는 일인데 이제 와서 유예한다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 시기는 확실히 하고,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집값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는 만큼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서 적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코앞에 닥친 만큼 빨리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지방은 시차를 두고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장은 “당초 지난 10월에 확정하려던 (소득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이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계속 지연돼 이제는 물리적으로 1월 시행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장기 금리가 따라 오르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해외여행 중 카드 분실·도난땐 가장 먼저 ‘사용정지 신청’

    해외여행 중 신용카드를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바로 카드사 콜센터에 연락해 ‘사용정지’ 신청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가 이미 카드를 사용했다면 피해액에 대해 ‘해외사용 이의제기’를 반드시 별도로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7일 최근 신용카드의 해외 부정 사용과 관련해 분쟁이 늘고 있다며 ‘해외여행 중 금융소비자가 지켜야 할 신용카드 사용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이재민 금감원 분쟁조정국 국장은 “이의제기는 해외에서 이미 제3자가 쓴 신용카드 금액에 대해 거래 취소를 요청하는 것으로, 카드 사용 정지와 별도로 신청해야 피해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 보증금 영수증 확인도 필수다. 30대 직장인 A씨는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보증금은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된다’는 호텔 직원의 말만 믿고 영수증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귀국 후 보니 보증금은 그대로 결제된 상태였다. 금감원은 이런 분쟁을 미리 막으려면 반드시 ‘보증금 결제취소 영수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수증을 따로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영수증을 대체할 수 있는 담당자의 보증금 결제취소 확인 문서라도 받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유리천장 깬 중졸 종갓집 맏며느리

    유리천장 깬 중졸 종갓집 맏며느리

    중졸 학력의 시골 종갓집 맏며느리가 ‘일’을 냈다. 보험설계사 도전 23년 만에 대기업의 ‘별’까지 올라갔다. 6일 발표된 한화그룹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김남옥(60) 한화손해보험 강남지역본부장이 주인공이다. 김 상무는 1992년 신동아화재(한화손해보험 전신) 설계사로 보험영업 전선에 발을 들여놨다. 스물셋의 나이에 섬진강변 시골마을 종갓집 맏며느리로 들어가 아들 둘을 낳고 살림만 했던 그였다. 쟁쟁한 학력을 자랑하는 설계사들 사이에서 ‘열등감’은 되레 약이 됐다. 껍데기인 졸업장보다 성실함으로 현장을 더 누볐다. 그 결과 김 상무는 과장·부장도 특진으로 달았다. 2006년 10개 넘는 영업소를 관할하는 마산지역단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 부산지역본부장·경인지역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전문위원(상무보)까지 올랐다. 그는 고속 승진 비결에 대해 “한화그룹 특유의 의리와 ‘함께 멀리 가자’는 철학이 원동력”이라며 “(스펙으로) 차별받지 않았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고 강조한다. ‘까다로운’ 고객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지역본부장으로 입성한 그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종갓집 맏며느리 출신 전업주부가 이제 강남까지 들어왔습니다. 이제 최고의 도심인 강남에서 강남 스타일로 한 번 승부를 걸어 볼까 합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음주운전, 걸리면 357만원 날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간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운전자가 단속 장소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30분마다 단속 장소를 옮기는 ‘스폿 이동식’ 방식을 병행한다. 야간뿐 아니라 낮 시간에도 불시에 음주운전을 단속할 계획이다. 경찰은 그간 심야·새벽 시간대(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에 주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것과 달리 음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집중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 분석 결과 지난해 음주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12월이었고 요일별로는 토요일과 일요일, 금요일 순이었다. 음주운전을 했다가 사고가 나면 개인의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소주 2잔을 마신 뒤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면 357만원(직업 운전자 제외), 보행자 사고를 내면 187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주 2~4잔’(혈중알코올농도 0.05~0.10% 미만)을 마시고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경우 ▲벌금 300만원 ▲면허정지 100일(음주 수치별 상이·0.10% 이상 취소) ▲개별 보험료 할증(3년간 54만원) ▲음주운전자 교통안전 소양교육(수강료 3만원) ▲직장 1일 휴가(연차수당 삭감) 등을 종합해 ‘357만원+α’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α는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경우 벌 수 있었던 추가 비용을 뜻한다. 가로수에 부딪히거나 주차된 다른 차량과 충돌했을 땐 ‘457만원+α’가 든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첫 번째 사례에서 추산된 357만원에 본인 차량 수리비(음주운전은 본인 차 수리비 보험 제외)와 대물 피해(자기부담금)액을 더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중 보행자와 충돌해 전치 4주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1870만원+α’가 든다. ▲벌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 적용) 700만원 ▲형사 합의금 300만원(1주당 70만원 추산) ▲운전면허 재취득 직간접 비용 100만원 ▲인적 피해 보험 할증률 70만원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해외원정 도박설’ 카카오 대주주 적격성 논란

    ‘해외원정 도박설’ 카카오 대주주 적격성 논란

    인터넷 전문은행 선정이 마무리됐지만 이런저런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카카오은행의 ‘주주 적합성’이다. 이 은행의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 50%)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도 세력은 38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지분율 10%)다. 카카오은행 측은 30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4%(의결권 없는 지분 포함 10%)로 제한한 은행법이 훗날 개정되면 한투보다 지분 1% 포인트를 더 가져와 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해외원정 도박설’이다. 도박 혐의와 관련해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미국에 사법 공조를 신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수 주주도 아니고 카카오가 카카오은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간판 주주인데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첫 사업자로 선정된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를 효성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효성은 KT와 인터파크 컨소시엄 모두에 ‘양다리’를 걸쳤다가 막판에 모두 발을 뺐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횡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효성 오너 일가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결국 컨소시엄에서 모두 빠졌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효성이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은 금융 당국과 무관하다”며 펄쩍 뛰었다. 김 의장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서도 “개인(의 도덕성) 문제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 법인이 금융 법령과 관련해 처벌을 받지 않는 한 대주주 적격성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조차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금융을 운영하게 되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카카오가) 금융 부문에 진출할 만한 자격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4500원(3.88%) 오른 12만 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나아이(5.79%), 로엔(2.98%) 등 다른 카카오은행 참여 업체도 웃었다. 케이(K)뱅크를 이끄는 KT도 0.50% 오른 2만 995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혼자만 탈락한 아이(I)뱅크의 인터파크는 6.17% 급락한 2만 2800원을 기록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KT·카카오은행 내년에 문 연다

    KT·카카오은행 내년에 문 연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와 KT가 이끄는 ‘케이(K)뱅크’가 내년 상반기에 등장한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의 새 은행 탄생이다. 일반 점포 없이 인터넷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결과 등을 종합해 카카오컨소시엄과 KT컨소시엄 등 2곳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컨소시엄이 주축이 된 아이(I)뱅크는 대주주(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의 적격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탈락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혁신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인터넷은행 도전장을 낸)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이 정착되면 인건비와 점포 유지비 등이 절감돼 고객들에게 좀 더 유리한 예금·대출이자와 수수료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기대다. 정체된 금융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다양한 플랫폼을 갖춘 정보기술(IT)산업의 발달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금융 개혁을 일으키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필요 요건을 갖춰 앞으로 6개월 안에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내 손안의 은행’을, 케이뱅크는 공중전화와 편의점을 무기로 ‘우리 동네 은행’을 각각 표방한다. 두 은행 모두 언제 어디서나 은행 일을 볼 수 있다는 편의성과 중(中)금리 대출 활성화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당국의 기대대로 새바람을 일으키려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한 ‘은행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국내 첫 인터넷은행 나온다] 더딘 금융개혁 압박에 서둘렀나

    [국내 첫 인터넷은행 나온다] 더딘 금융개혁 압박에 서둘렀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9월 30일~10월 1일)→금융감독원 심사(10월)→외부평가위원회 심사(11~12월)→예비인가 결과 발표(12월). 당초 금융위원회가 밝힌 인터넷전문은행 심사 일정표다. 그런데 갑자기 한 달 가까이 단축되면서 ‘일요일 전격 발표’로 귀결됐다. 금융위 측은 “주가 등 시장에 미칠 영향이 커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정보 유출 의혹 등에 시달린 ‘면세점 사례’를 참조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청와대 등에서 더딘 금융 개혁을 잇달아 질타하자 그나마 ‘손에 잡히는 성과’인 인터넷은행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은행 심사는 면세점 못지않은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지난 27일부터 2박 3일간 7명의 외부평가위원을 경기 하남시 미사리 산업은행 연수원에 ‘감금’하다시피 하며 심사를 진행했다. 위원들도 연수원에 입소한 뒤 3개 컨소시엄의 구체적인 사업계획 자료를 처음 받았다고 한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컨소시엄 직원이 프레젠테이션(PT) 장소에 들어갔다가 쫓겨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PT가 끝난 직후에는 “후보군 3곳 모두 인가가 난다”는 소문이 돌아 서로 안도했다가 막판에 한 곳이 떨어진다는 첩보엔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키며 탈락자를 지목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 순서로 진행된 PT에서는 주로 혁신성과 사업모델 실현 가능성, 지배구조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웰컴은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이다. I뱅크 측은 “자금 문제가 생기면 다른 주주인 기업은행과 NH투자증권 등이 나서기로 하고 공증까지 마쳤다”고 강변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카카오 ‘카톡 인구’·KT ‘편의점 은행’ 승부수 통했다

    카카오 ‘카톡 인구’·KT ‘편의점 은행’ 승부수 통했다

    친구와 카카오톡(카톡·모바일 메신저)을 하다가 며칠 전 봐 둔 고금리 예금 상품이 불현듯 생각났다. 모집한도가 정해져 있어 서둘러야 했다. 카톡으로 가입 신청을 했다. 그사이에 다른 친구는 카톡으로 급전 대출을 신청했다. 지방에 내려가더라도 편의점 GS25에 들러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29일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은행과 케이(K)뱅크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새롭게 선보일 ‘은행 풍경’이다. 일찌감치 ‘세 곳 중 한 곳은 운다’고 예측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승부는 1억 8000만명이 쓰는 카톡과 전국 방방곡곡에 뻗어 있는 편의점 카드의 승리로 끝났다. 금융 당국은 ‘무점포 은행’인 이들 두 곳이 금융시장의 생태계를 바꿀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4% 소유 제한)를 담고 있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핵심 승부수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느냐’, 즉 얼마나 탄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톡으로 1억 8000만여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가 단연 유리했다. ‘내 손안의 은행’을 표방한 카카오뱅크는 카톡 대화창 안에서 은행 업무를 보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의 지급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월렛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카톡으로 들어오는 결혼, 부고 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계좌번호 없이도 바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양한 멤버십 포인트와 이자·수수료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 동네 은행’을 표방한 K뱅크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세븐 뱅크’를 벤치마킹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GS리테일의 전국 편의점 ATM 2만 3000여개와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은행 일을 편의점 이용하듯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이자 상품’도 선보일 복안이다. 또 하나의 핵심 관심사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다. 3000만명의 고객 이용정보와 자회사 BC카드의 2600만 고객 결제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K뱅크는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10%대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G마켓과 옥션의 고객 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등급을 100등급까지 세분화,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인터파크컨소시엄은 고객의 소득과 부채, 지출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재무관리를 해 주는 ‘개인 맞춤형 금융비서’와 수수료 0%의 모바일 직불 결제를 사업모델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지만 논란이 됐던 대주주(대부업 계열 웰컴저축은행) 적격성 시비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작용했다. ‘메기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미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이 충분히 발달돼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차별되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정보통신기업(ICT)의 추가 참여가 어렵고 (은행사업) 판도를 바꿀 참신한 서비스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은 인터넷은행에 특화된 사업모델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ICT 측면에서 차별화된 금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인터넷은행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국내 첫 인터넷은행 나온다] 카카오 ‘카톡 인구’·KT ‘편의점 은행’ 승부수 통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 나온다] 카카오 ‘카톡 인구’·KT ‘편의점 은행’ 승부수 통했다

    친구와 카카오톡(카톡·모바일 메신저)을 하다가 며칠 전 봐 둔 고금리 예금 상품이 불현듯 생각났다. 모집한도가 정해져 있어 서둘러야 했다. 카톡으로 가입 신청을 했다. 그사이에 다른 친구는 카톡으로 급전 대출을 신청했다. 지방에 내려가더라도 편의점 GS25에 들러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29일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케이(K)뱅크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새롭게 선보일 ‘은행 풍경’이다. 일찌감치 ‘세 곳 중 한 곳은 운다’고 예측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승부는 3800만명이 쓰는 카톡과 전국 방방곡곡에 뻗어 있는 편의점 카드의 승리로 끝났다. 금융 당국은 ‘무점포 은행’인 이들 두 곳이 금융시장의 생태계를 바꿀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4% 소유 제한)를 담고 있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핵심 승부수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느냐’, 즉 얼마나 탄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톡으로 38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가 단연 유리했다. ‘내 손안의 은행’을 표방한 카카오뱅크는 카톡 대화창 안에서 은행 업무를 보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의 지급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월렛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카톡으로 들어오는 결혼, 부고 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계좌번호 없이도 바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양한 멤버십 포인트와 이자·수수료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 동네 은행’을 표방한 K뱅크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세븐뱅크’를 벤치마킹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GS리테일의 전국 편의점 ATM 2만 3000여개와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은행 일을 편의점 이용하듯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이자 상품’도 선보일 복안이다. 또 하나의 핵심 관심사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다. 3000만명의 고객 이용정보와 자회사 BC카드의 2600만 고객 결제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K뱅크는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10%대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G마켓과 옥션의 고객 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등급을 100등급까지 세분화,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인터파크컨소시엄은 고객의 소득과 부채, 지출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재무관리를 해 주는 ‘개인 맞춤형 금융비서’와 수수료 0%의 모바일 직불 결제를 사업모델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지만 논란이 됐던 대주주(대부업 계열 웰컴저축은행) 적격성 시비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작용했다. ‘메기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미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이 충분히 발달돼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차별화되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정보통신기업(ICT)의 추가 참여가 어렵고 (은행사업) 판도를 바꿀 참신한 서비스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은 인터넷은행에 특화된 사업모델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ICT 측면에서 차별화된 금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인터넷은행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1호 인터넷은행 최소 2곳 될 듯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인공이 오는 29일 전격 발표된다. 후보군 3곳 중 최소 2곳이 선정될 전망이다. 당초 금융 당국은 12월 중 심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레 날짜를 앞당겼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오후 6시 30분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한다고 27일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부평가위원회가 27일부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자 3곳이 낸 사업계획 등의 타당성 심사에 들어갔으며 29일 오후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판단을 내릴 것”이라면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2곳이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 3곳은 28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사업계획 등을 설명(프리젠테이션)하고 평가위원 면접을 치른다. 심사결과 발표를 앞당긴 배경에 대해 금융위 측은 “주가 등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는 KT가 주도하는 K뱅크 컨소시엄,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인터파크가 이끄는 I뱅크 컨소시엄 등 3개 컨소시엄이 신청을 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진웅섭 “비금융지주 금융그룹도 통합 건전성 감독 필요”

    진웅섭 “비금융지주 금융그룹도 통합 건전성 감독 필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5일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니면서 다수의 금융 계열사를 가진 금융그룹에 대한 별도의 감독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을 거느린 삼성그룹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그룹과 동부그룹도 포함될 전망이다. 진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그룹 감독 개선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비금융지주 금융그룹들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 같은 별도의 법적 토대나 금융그룹 단위의 리스크에 대한 감독수단이 미흡한 상황”이라면서 “리스크 관리체계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세미나 논의 내용 등을 토대로 내년 중 금융그룹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모범규준을 제정해 통합감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보험·증권 등 서로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대형 금융복합그룹의 경우 업권별 감독으로는 위험관리에 한계가 있어 그룹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가 될 우려가 있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지적했다. 미래에셋, 삼성, 동부 등 3개 대기업집단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기댈 건 투자밖에 없는데… 돈보따리 풀 법안 뭉갠 ‘딴나라 국회’

    기댈 건 투자밖에 없는데… 돈보따리 풀 법안 뭉갠 ‘딴나라 국회’

    “우리 경제는 지금껏 수출로 먹고살았다. 그런데 올해는 수출이 죽쒔다. 다행히 그 자리를 내수가 채워 줬다. 내년에도 수출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소비에 기대야 하는데 소비 카드는 사실상 올해 전부 ‘가불’해 쓴 형국이다. 쳐다볼 데라고는 투자밖에 없는데 (기업들더러 돈 보따리 풀라고 할 만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 묶여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사석에서 한 장탄식이다. 겉으로는 “경제는 심리”라며 내년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큰소리쳤지만 속으로는 ‘고심’이 적지 않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최 부총리는 25일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나 경제활성화법, 청년의 미래가 걸린 5대 노동개혁법, 내년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면서 “그런데 경제활성화법은 몇 년째 낮잠 자고 있으며 노동개혁법은 아예 협상 대상도 아니라고 (야당이)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한·중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연간 1조 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야당은 FTA에 따른 기업 이득을 서로 나누는 ‘무역이득 공유제’와 정책자금 금리 인하, FTA 피해보전 직불제 기준 완화와 같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맞선다. 누리과정(영유아 무상보육) 예산도 FTA 비준안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여당은 FTA 비준안을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안을 정부원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올 들어 수출이 10개월째 뒷걸음질쳤고,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딴 나라 국회’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활력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원격의료법)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등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가 아니더라도 국회 통과가 정말 시급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미리 ‘가불’을 해서 소비 활성화가 이뤄진 만큼 내년엔 투자 카드가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 엔진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최대 69만개 일자리, 관광진흥법은 1만 9000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5만 5000개, 원격진료법은 연간 3만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야당은 ‘일자리 창출 수치가 뻥튀기 됐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업 투자가 대거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원샷법, 관광진흥법의 경우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일단 급한 것부터 빨리 통과되도록 여야와 정부가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5개 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도 사정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좀비기업을 가려내야 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근거법 실종’으로 멈춰 설 위기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처리가 무산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의 근거가 사라져 구조조정 수단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나 법정관리만 남게 된다. 다음달 예비인가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확대를 위한 은행법 논의도 갈 길이 멀다. 내년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의결권 제약을 받아 제대로 된 경영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당국의 ‘구상’이 토대부터 틀어지게 된다. 금융권이 원하는 비대면 실명 인증 및 소비자 피해 분담 규정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도 심의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서비스 혁신을 하려고 해도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인한 각종 규제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읍소한다. 대부업법 개정안의 경우 금융 당국과 여당은 현행 이자 상한선 34.9%를 29.9%로 낮추겠다며 법안 개정을 발의했지만 야당은 대부업체와 여신금융업체의 이자율 상한을 차등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대부업법상 금리 상한 규제도 올해가 일몰이어서 법 개정이 불발되면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 규제가 사라지게 된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한국경제 미래 달린 법안 여야 싸움할 시간이 없다

    한국경제 미래 달린 법안 여야 싸움할 시간이 없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보름도 안 남은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법안들이 사장되거나 또 한 해를 넘길 위기에 놓여 있다. 여야 모두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협상 방식을 고집해 극적인 타결을 막고 있는 것이다. 당·정은 ‘모 아니면 도’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야당과 이견이 좁혀진 법안이라도 우선 통과시키고, 야당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고춧가루’를 뿌려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야가 한가하게 ‘싸움박질’할 여유가 내년 우리 경제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법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다. 중국의 비준 절차를 감안하면 26일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아직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 FTA 발효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40억원(연간 1조 5000억원) 안팎의 수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도 크지만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다는 점에서 무형의 손실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FTA에 따른 농어촌 피해 보전 대책이 미흡하다며 여전히 부정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중 FTA 비준안은 아무리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활성화법도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개별소비세 인하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소비 카드’를 앞당겨 쓴 만큼 내년엔 투자 외에는 내수를 살릴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안 통과를 전제로 내년 3%대 성장을 자신하지만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2%대 중반을 제시한다.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의료법만 빼고는 대략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다 갖겠다”는 여야의 태도가 진전을 막고 있다. ‘좀비 기업’을 솎아내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기업 구조조정이 ‘올스톱 위기’에 처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국회는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의 마인드가 안 바뀌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힘들다”면서 “의회 권력이 너무 비대하다”고 우려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보험사기 전담 추적 ‘보험조사원’ 생긴다

    보험사기 전담 추적 ‘보험조사원’ 생긴다

    복지시설 쉼터 여성을 죽인 뒤 빚쟁이인 자신의 시신으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시신 없는 살인’, 베트남에서 형의 부검진단서를 바꾼 엘리트 동생의 몰락, 환자와 공모해 입원기간 등을 조작한 병원장….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 조직화돼 가는 보험사기를 전담 추적하는 ‘보험조사원’(가칭)이 생긴다. 이르면 내년 8월 첫 자격시험이 치러진다. 연간 3조원 넘는 돈이 보험사기로 새나가는 비효율 구조를 손보려는 처방인 동시에 새로운 직업군이 생기는 셈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24일 “수조원대 보험사기가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이를 적발해 낼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외국처럼 보험사기나 보험범죄를 전문으로 추적하는 보험조사원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자는 업계 건의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험연수원은 이달 초 대형 보험사 및 손보·생보협회 실무진과 함께 ‘보험조사원 자격제도 도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태스크포스를 꾸려 자격제도 유형 및 시험과목, 자격관리위원 등을 선정할 예정이다. 보험연수원 측은 “은행권과 달리 보험업권은 보험계리사나 손해사정인을 제외하면 전문 자격제도가 없는 실정”이라며 “보험사별로 운영되는 보험사기 조사전담팀(SIU)이나 자체 조사인력 역량을 강화해 보험산업 전체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험연수원 부원장과 손·생보협회, 업계의 보상담당 임원 등이 자격관리위 위촉위원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자격시험은 형사법, 범죄수사학, 보험관계법, 보험사기 개론 등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과목 시험 등을 통해 ‘공통업무’ 자격증을 부여한 뒤 신체·재물·차량 등 전문 부문(잠정)으로 자격을 세분화할 방침이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관련 업무에 종사한 사람은 일부 과목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전문 대응팀이 생기면 브로커까지 끼는 대형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조사원의 조사가 수사기관의 수사권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5997억원이다. 하지만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은 적발되지 않은 금액까지 포함하면 보험사기액이 2010년 기준 3조 4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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