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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끼자루, 임부 몰래 밥상 아래 두면 딸이 아들로?

    도끼자루, 임부 몰래 밥상 아래 두면 딸이 아들로?

    ‘호랑이에게 물리면 참기름 3~4홉을 마시고 상처를 기름으로 씻은 다음 백반을 가루로 만들어 상처에 붙이면 통증이 멈추고 곧 효과가 난다. (중략) 못 먹는 버섯은 털이 있는 것, 아래 무늬가 없는 것, 밤에 빛이 나는 것, 삶아도 익지 않는 것, 요리를 해도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 봄이나 여름에 악충이나 독사가 지나간 것 등이니, 이들 버섯은 먹으면 모두 사람을 죽게 한다.’ 조선 시대 관료들의 행정 편람서였던 ‘고사촬요’(攷事撮要)의 일부다. ‘일을 살핌에 필요한 지식을 요령 있게 추려 엮은 책’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당시 호랑이에게 물리는 사람과 독버섯을 먹고 죽는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자연스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형벌에 대한 규정이나 좋은 주거지를 고르는 법, 벼룩 없애는 법 등 책에 실린 다양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조선의 사회상이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실용서로 읽는 조선’은 당시 쓰인 실용서를 통해 조선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와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2명이 조선시대 실용서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탐색했다. 머리말을 쓴 정호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는 “미시의 관찰 속에서, 포착하기 쉽지 않은 조선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일상을 확인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책이 소개하는 실용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사송유취’(詞訟類聚)나 ‘결송유취보’(決訟類聚補) 등의 법서는 공자의 이상에 따라 소송 없는 사회(無訟社會)를 추구했지만 사법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현실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1527년에 간행된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조금씩 한자의 자리를 대체해 가는 한글의 모습이 드러나고, 어의 이시필이 저술한 ‘소문사설’(?聞事說)에서는 명·청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실용적인 지식을 발전시키려 한 중인들의 단면이 엿보인다. ‘남편이 장날에 새 도끼 자루를 만들어서 임부 몰래 상 아래 두면 여자 태아가 남자 태아로 바뀐다’ 등의 내용을 담은 ‘규합총서’(閨閤叢書)나 ‘태교신기’(胎敎新記) 같은 책에서는 조선 후기 여성들의 출산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방법을 기록한 ‘양화소록’(養花小錄)과 가야금 악보 ‘졸장만록’(拙庄漫錄)에는 팍팍한 일상에서도 삶의 여유와 풍류를 즐긴 정취가 녹아 있다. 저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풍부한 삽화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책을 읽다 보면 후세는 실용서를 통해 2013년의 한국을 어떻게 돌아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어 학습서와 자기 계발서의 시대? 몸매 관리와 재테크의 시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영화 ‘나눔’… 인디음악 ‘자립’… 미술 ‘룰루랄라’

    [주말 인사이드] 영화 ‘나눔’… 인디음악 ‘자립’… 미술 ‘룰루랄라’

    “문화계에서 협동조합이 늘어나는 이유? 간단합니다. 다들 답답하니까요.” 지난 4월 출범한 영화나눔협동조합의 최종태 상임이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플라이 대디’ ‘해로’ 등을 연출한 감독인 최 이사는 “정부 지원이 풍족한 것도 아니고 체계가 공평한 것도 아니어서 예술인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 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나눔협동조합은 돈줄을 쥔 투자·배급사의 영향력에 반발해 설립됐다.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 ‘산업으로서의 영화’ 대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표현하는 ‘문화로서의 영화’를 추구한다. 이 조합이 주력하는 것은 크게 상영과 교육, 웹진 사업으로 구분된다. 조합원이 보고 싶은 영화를 적극적으로 선택해 상영관에 걸고, 다양한 시민교육과 영화 웹진 등을 통해 영화에 대한 소통창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조합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조합비를 모아 영화 제작도 할 예정이다. 지난달 출범한 그림책작가협동조합은 작가들이 출판과 유통, 마케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조합원은 6명에 불과하지만 최근 20여명이 추가로 가입 의사를 밝혔다. 첫번째 프로젝트는 전자책 출판을 통한 판로 개척이다. 최소 6개월, 길게는 수년씩 걸쳐 그림책을 완성하더라도 출판사에 선택되지 못하면 인쇄출판물로 빛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오철 이사는 “어렵게 책 2000부 정도를 출판하더라도 인세 10%가량을 받으면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남짓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음악계에선 인디 음악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자립음악생산조합’이 대표적이다.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거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인디의 정신을 지키려는 음악인과 음악 애호가의 대안 공동체로 자리잡았다. 이 조합의 설립은 무분별한 재개발에 반기를 든 ‘두리반’ 투쟁 과정에서 시작됐다. 2009년 홍대 인근에서 강제로 철거된 음식점 ‘두리반’이 시공사를 상대로 벌인 점거농성은 이를 지지하는 홍대 인디 음악인들의 문화투쟁으로 확대됐다. 투쟁 뒤 협동조합이란 해법을 떠올렸고, 2011년 8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아직 정식 협동조합은 아니다. 단편선 운영위원은 “법에 맞게 운영 방식과 사업 내용 등을 다듬는 한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지지활동 등 다양한 사회 참여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인가받은 ‘룰루랄라 예술인협동조합’은 화가, 조각가 등 미술가들이 주축이 된 국내 첫 미술인 협동조합. 절반이 넘는 화랑의 미술작품 수수료 등 미술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조각가인 전미영 이사장은 “미술가들이 화랑에 내야 하는 수익금을 모아 선순환 구조의 회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말했다. 1계좌(10만원) 이상만 출자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현재 민중미술운동계에서 알려진 작가 신학철, 주재환과 목판화가 이철수, 시인 송경동씨 등 30~60대 회원 6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달 9일까지 열흘여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첫 전시회(‘멘붕 속에 핀 꽃’)를 열기도 했다. 16~31일에는 ‘영 아트 쿱’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tvN 17일 ‘환상거탑’ 첫 방송

    케이블 채널 tvN은 ‘푸른거탑’ 후속으로 오는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 ‘환상거탑’을 방송한다. 한국판 ‘기묘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환상거탑’은 판타지 옴니버스 드라마다. 매주 20분 길이의 미니 드라마가 2편씩 총 8주간 방송된다. ‘푸른거탑’과 ‘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 작가가 극본에 참여했다. 첫 회에는 배우 조달환과 강성진, 남성진, 사희 등이 출연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단계” 톱스타 원빈·이나영 열애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단계” 톱스타 원빈·이나영 열애

    배우 원빈(36)과 이나영(34)이 열애를 인정하면서 또 한 쌍의 톱스타 커플이 탄생했다. 두 사람의 소속사인 이든나인은 3일 “두 사람이 소속사가 같다 보니 작품이나 광고와 관련해 자주 만나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고,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단계이니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매체는 두 사람의 비밀 데이트 현장을 포착했다며 이나영이 사는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원빈이 드나드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두 사람이 지난 한 달 동안 8차례 이상 데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이나영은 2011년 8월 원빈이 만든 매니지먼트 회사인 이든나인으로 소속을 옮겼다.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광고 출연 외에는 작품활동을 하지 않은 원빈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잠뱅이’ 광고로 데뷔한 이나영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영화 ‘아는 여자’ 등에 출연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전통·아이디어 결합한 ‘브라운칼라’ 청년들의 이색직업

    전통·아이디어 결합한 ‘브라운칼라’ 청년들의 이색직업

    청년들은 위태롭다. 좁디좁은 취업 시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으로 변했다. 지난 5월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7.4%)은 전체 실업률(3.0%)의 두 배를 넘었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한 유로존에서 청년 실업률은 23.8%에 이른다. 어렵게 직장을 갖는다 해도 끝은 아니다. 진짜 원하는 일보다 당장 구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대가는 크다. 청년들은 꿈 대신 월급에 인생을 저당잡힌 듯한 불안과 무기력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KBS 1TV ‘KBS 파노라마’는 4일과 11일 밤 10시 ‘김난도의 내:일’ 편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 교수와 제작진은 10개월 동안 세계 10개국을 돌며 전통적 일자리를 벗어나 새롭게 조명받는 일자리의 움직임을 쫓는다. 이들은 먼저 전통적인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구분을 파괴한 브라운칼라를 찾는다. 브라운칼라란 블루칼라의 노동에 화이트칼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한 계층을 뜻한다. 목수 일을 하는 박준호씨는 “목수라는 직업도 단순한 육체 노동이 아니라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에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제작진은 인력거꾼과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만드는 셰프 등 이색 직업들을 소개한다. 제작진은 프리랜서와 지역에서의 일자리도 조명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휴대용 기기를 활용해 유목민과 같이 이동하며 일하는 ‘노마드 워커’(Nomad Worker), 인터넷을 통해 자기 일을 찾아나서는 ‘이랜서’(E-landcer) 등 신(新)프리랜서를 찾아본다. 지역의 특색 있는 전통과 젊은층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살펴보고, 한국의 청년들이 몰리고 있는 제주도의 일자리들을 살펴본다. 다음 주 방송되는 2부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 일 찾기 전략’을 제시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함께 살아낸 10대의 기억 속 그들의 특별했던 1990년대

    함께 살아낸 10대의 기억 속 그들의 특별했던 1990년대

    ‘김정일이 죽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2011년 12월 19일 정오, 나는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역사적 사건은 예측할 수 없고 장대하고 극적이나 개인의 일상은 지극히 범상하고 단조롭다. ‘밥 한 공기와 그저께 끓인 감잣국, 멸치볶음’으로 식사를 하고, ‘세제 거품을 많이 내어 천천히 설거지를’ 하고, 출근을 위해 ‘도봉산행 7호선 전철’을 타는 것이 필부들의 삶이다. 화자는 읊조린다.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받는 과정이었다.’ 정이현의 새 소설 ‘안녕, 내 모든 것’(창비)은 미래가 조금 더 특별할 거라고 믿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정이현에게 그것은 1990년대이고, ‘생에 대해 어떤 기대도 품지 않’게 된 열아홉살 이전의 3년이다. 소설은 그 안에서 특별한 서사를 얽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그 시기를 살아낸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정서와 흔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시곗바늘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으로 돌아간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존파가 붙잡히고, 거액의 유산을 타내기 위해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이 체포된 그해다. 삐삐와 PC 통신이 유행하고, 극장에는 ‘뮤리엘의 웨딩’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걸려 있다. 1990년대 후반 환란을 맞기 직전까지 부동산 개발과 소비의 광풍이 막 몰아치던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세미와 지혜, 준모는 예민하고 불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세미는 부모와 떨어져 부유한 조부모 집에 얹혀 산다. 지혜는 한 번 보거나 들은 것을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졌지만 친구들을 빼놓고는 누구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준모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투렛 증후군에 시달린다. 준모는 세미를 좋아하지만 세미는 준모의 과외 선생을 좋아한다. 세미의 가세가 기울고, 지혜가 입시학원에 가고, 준모가 유학을 결정하면서 세 친구는 조금씩 엇갈린다. 1990년대와 10대라는 시간을 축으로 전개되던 소설은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어느 날 세미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세 사람은 말 못할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상의 휘장을 걷어내고 죽음의 풍경을 엿본 이들에게 미래는 약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이현은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는다. 시간을 밀어내면서, 이들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지 않는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중략) 우리는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반딧불이처럼 사라지는 신인 만화가, 그들을 살리려…

    반딧불이처럼 사라지는 신인 만화가, 그들을 살리려…

    “만화계라는 게 밖에서 보면 거대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안을 들여다 보면 성냥개비처럼 연약한 작가들이 촘촘히 박혀 있죠. 작품이 엄청나게 빨리 소비되고,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시간도 훨씬 짧아졌어요. 강풀 정도를 제외하면 시대를 점유하는 작가가 있을까요. 한 작가가 불에 타면 모두 ‘우’하고 불타 없어질 수도 있는 형국인 거죠.” 웹툰을 등에 업은 만화가 어느 때보다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즈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기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독자들도, 만화 작가도 매일 수십 종씩 업데이트되는 웹툰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름 난 작가의 작품에는 독자가 몰렸지만 흙 속의 진주 같은 신인 작가들은 반짝하고 사라졌다. 안타까웠다. 윤 작가는 어린 시절 다른 사람들과 만화 읽기 모임을 하며 자란 기억을 떠올렸다. ‘좋은 만화를 소개하고 누군가와 함께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이달 중순 창간하는 만화 리뷰 웹진 ‘에이코믹스’(www.acomics.co.kr)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건 지난해 5월 김봉석 영화평론가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평소 만화에 대한 그의 글을 유심히 읽어 온 윤 작가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김 평론가 역시 만화에 대한 소비는 크게 늘어났지만 “학교폭력 같은 사회문제만 생기면 만화에 몰매를 퍼붓는 현실”이 불편하던 차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문화의 영역으로 확고히 인정받게 된 영화와는 달리 만화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도 그를 자극했다. 수면 아래 있는 만화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김 평론가가 편집장을 맡은 에이코믹스는 철저히 만화 리뷰를 중심으로 한다. “영화 잡지에 영화가 없듯, 에이코믹스에도 만화는 없다”는 그의 말처럼 웹툰을 연재하지는 않는다. 중심이 되는 것은 매일 업데이트 되는 웹툰 중 ‘베스트 10’을 골라 소개하는 기사다. 매주 한두 번은 만화에 대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선보이고, 외부 필진의 칼럼도 실을 예정이다. 만화라면 웹툰과 그래픽 노블, 출판 만화 등 국적과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도 ‘모든’(all) 만화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에이코믹스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재정이다. 준비에 1년이 넘게 걸린 것도 ‘미생’을 펴낸 위즈덤하우스에서 일부 도움을 받기 전까지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시작해야 굴러갈 수 있겠다 싶어” 운영 비용도, 마땅한 수익 모델도 없지만 결기만으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 만화 잡지도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리뷰 잡지는 더더욱 드물다. 만화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들은 뭉쳤다. “몸으로라도 때우고 싶다”는 두 사람의 농담은 그래서 더 진지하고 뜨겁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1억 관객 대기록 그들만의 대기록

    1억 관객 대기록 그들만의 대기록

    올 상반기 극장 관객이 1억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약진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영화계에는 반가운 신호다. 극장가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기존 20~30대에서 10대와 40~50대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월 극장 관객 수는 9850만 473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26만 1832명이 극장을 찾은 데 비해 18.3% 증가한 수치다. 극장가가 올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6423억원)보다 12.7% 늘어난 7241억원이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 영화의 점유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는 관객 수 5555만명(점유율 56.4%)으로 외화 관객 수 4294만명(43.6%)을 크게 앞섰다. 한국 영화 점유율은 2009년 같은 기간에 44.6%, 2010년 43.1%, 2011년 48.0%를 기록하던 것이 지난해 53.4%로 외화를 앞지르더니 올해는 강세를 더욱 굳혔다. ‘아이언맨3’(900만명)를 제외하면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7번 방의 선물’(1280만명), ‘베를린’(716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664만명), ‘신세계’(468만명) 등 모두 한국 영화다. 이처럼 극장 관객과 한국 영화 점유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영화의 관객층 자체가 넓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관객 동원을 주도한 ‘7번 방의 선물’이나 ‘아이언맨3’ ‘베를린’ 모두 40대가 40% 이상의 높은 예매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원작 웹툰과 박기웅, 이현우 등 배우들의 높은 인기가 10대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50대 이상 관객은 2006년 전체의 2.0%에서 올 상반기 7.0%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지난해의 한국 영화 흥행이 지속될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7번 방의 선물’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은 세대별 관람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 역시 “현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다양성 영화에도 40~50대 중년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전과 다른 관객이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50~60대 이상으로까지 넓어진 관객층이 역대 최대 관객을 이끈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극장가는 처음으로 관객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7월에만 한효주·정우성 주연의 ‘감시자들’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 허영만 원작의 ‘미스터 고’ 등 굵직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혜수·송강호 주연의 ‘관상’, 김윤석 주연의 ‘화이’ 등도 하반기 기대작이다. 지난 4월 한 증권사는 올해 관객이 2억 3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달콤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은밀하게’ 따위(?)가 1300개를 까면(스크린을 차지하면) 장차 ‘미스터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억원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사람에겐 도리가 있고 상인에겐 상도의가 있는 걸 망각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성토하는 등 흥행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반복됐다. 또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각각 제한 상영가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표현의 자유 문제도 되풀이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영화 프리뷰] ‘빅 픽처’ 부유하지만 지루하게 살 것인가 가난하지만 뜨겁게 살 것인가

    [영화 프리뷰] ‘빅 픽처’ 부유하지만 지루하게 살 것인가 가난하지만 뜨겁게 살 것인가

    폴(로맹 뒤리스)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성공한 변호사다. 높은 연봉과 그림 같은 집,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자식들까지. 그러나 그의 내면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에 시달린다. 한때 사진가를 꿈꿨던 그는 이제 현실과 타협한 위태로운 중산층일 뿐이다. 최고급 카메라와 암실을 구비해 보지만 그것이 실은 생기 없는 삶에 대한 헛헛한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런 남편에게 지쳐 가는 건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이웃에 사는 사진가 그렉과 불륜에 빠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우발적으로 그렉을 살해한다. ‘빅 픽처’(The Big Picture)는 더글러스 케네디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다. 2010년 국내에 출판된 뒤 주요 서점에서 3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던 화제작이다. 작가는 기사 작위를 받을 만큼 프랑스에서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화의 내용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로, 번역된 프랑스판 제목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식들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폴은 고민 끝에 그렉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가짜 여권을 만들고 아내에게는 그렉의 이름으로 ‘촬영 제의가 와서 급하게 떠난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요트를 타고 나가 시체를 유기한 뒤 배는 폭파시켜 버린다. 신문에는 폴의 부고가 뜬다. 몬테네그로에 정착한 그는 그렉으로 살아가며 잃어버린 사진가의 꿈을 키워 간다. 문제는 그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된다. 전 유럽이 주목하는 작가가 된 그는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의 설정은 전반적으로 원작과 유사하지만 결말은 크게 다르다. 새 삶을 시작한 폴이 사랑에 빠지는 신문사 사진부장의 역할은 줄어들었고, 아내가 유명해진 그렉(폴)을 찾아오는 장면도 없다. 그러나 영혼 없이 안정적인 삶과 가난하지만 뜨거운 삶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고 묻는 질문은 같다.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뒤에야 삶을 직시하게 되는 아이러니도 그렇다. 영화의 후반부는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만에서 촬영했다. 최근 개봉한 ‘사랑은 타이핑 중!’의 로맹 뒤리스가 주연했고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카트린 드뇌브도 얼굴을 비춘다. 극 중에서 그렉으로 살아가는 폴이 찍는 사진들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앙트완 다가타가 찍은 작품들이다. 115분. 청소년 관람 불가. 4일 개봉.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인류의 생존, 수수께끼에 달렸다!

    인류의 생존, 수수께끼에 달렸다!

    하버드 대학의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깨어난다. 마지막으로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날 뿐 며칠간의 기억은 지워진 상태다. 담당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려는 찰나 검은 가죽옷을 입은 여성이 나타나 의사를 살해한다. 미모의 젊은 영국인 의사 시에나 브룩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병원을 탈출한 랭던은 자신의 외투에 숨겨진 최첨단 실린더를 발견한다. 실린더 안에 감춰진 것은 단테의 ‘신곡’에 나타난 지옥을 묘사했다고 알려진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다.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로스트 심벌’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로스트 심벌’에서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비밀 결사조직 프리메이슨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는 ‘인페르노’에서 무대를 다시 유럽으로 돌려 놓는다. 암호와 상징, 기호를 바탕으로 작품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단테와 보티첼리 등 여러 예술품을 주요한 소재로 차용하는 점은 그대로다. 이번 작품이 다루는 것은 인구 문제다. 비밀 단체 ‘컨소시엄’의 암살자와 정부가 보낸 군인들에게 쫓기던 랭던은 자신이 대규모의 생물학적 테러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베일에 싸인 유전 공학자 버트란드 조브리스트는 세계 인구가 과잉이라며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를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이 어떤 단추를 누르면 인류의 절반이 죽지만 지금 당장 누르지 않으면 100년 후에는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다. 인류를 인페르노, 즉 지옥으로 몰아넣으려는 조브리스트의 계획을 막는 것이 랭던의 임무다. 전작들처럼 ‘인페르노’ 역시 빠른 전개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를 선보인다. 작가가 6개월에 걸쳐 조사했다는 단테와 피렌체, 베네치아 등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사실들을 읽는 재미도 있다. 다만 극적 반전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설정을 욱여넣은 것은 약점이다. 작품은 출판되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20만부 이상씩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암호와 상징의 소설가답게 단테가 지옥을 원으로 묘사한 것에 착안해 원주율(3.1415)을 변형한 ‘2013년 5월 14일’을 출판 날짜로 정했다. 해외에서의 평은 다소 엇갈린다. 뉴욕타임스는 “트릭으로 가득 찬 소설”이라는 호의적인 평을 내놓았지만 옵서버는 “댄 브라운은 단순히 못난(bad) 게 아니라 미친(mad) 것 같다. 인페르노는 난잡한 속임수가 뒤섞인 끔찍한 소설”이라는 악평을 쏟아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배우 고수, 3년 만에 안방 극장 복귀

    배우 고수, 3년 만에 안방 극장 복귀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한 삶인지 돈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돈과 성공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분이 장태주라는 인물을 통해 대리 만족과 통쾌함을 느꼈으면 한다.” 배우 고수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후 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한다. 다음 달 1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통해서다. ‘황금의 제국’은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부동산 광풍과 카드 대란 등 한국 경제사 격동의 시기였던 1990년부터 20여년간을 배경으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그린다. 고수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박경수 작가가 신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정말 끌렸다”면서 “처음에는 주제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큰 이야기를 표현해내고 있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고수가 연기하는 장태주는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남자다. 부동산업에 뛰어들어 타고난 배짱과 결기를 바탕으로 굴지의 재벌 기업인 성진그룹에 입성하지만 후계 경쟁에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복수의 날을 품은 그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야망을 키워 간다. 고수는 “태주는 평범하게 자라다 욕망이 들끓는 싸움터로 들어가는 역할”이라면서 “장태주를 연기하면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먼저 양보했다면 장태주를 연기하면서는 왠지 뺏기고 싶지 않고 내가 빼앗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고수의 상대역으로는 최서윤 역을 맡은 이요원이 호흡을 맞춘다. 성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로 장태주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룹을 차지하려는 장태주와 적이 된다. 손현주, 박근형, 류승수 등 ‘추적자’에서 열연한 배우들이 가세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의 성공은 작은 족쇄였다. 고등학생 ‘완득이’와 담임교사 ‘똥주’에 대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동안 김려령(42)의 소설에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딱지가 앉았다. 전작인 ‘기억을 가져온 아이’와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동화책이었다. ‘완득이’ 이후 펴낸 ‘우아한 거짓말’과 ‘가시고백’에서도 주인공은 10대였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소설은 청소년 문학의 외피를 빌렸을 뿐 늘 결핍과 외로움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완득이가 자라는 만큼 똥주도 변하듯이. 김려령의 신작 ‘너를 봤어’(창비)는 성인 소설이다. 한 손에는 사랑을, 다른 한 손에는 폭력과 죽음을 움켜쥐었다. 25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출판간담회를 가진 그는 “‘완득이’를 성장 소설이라고 구분해 본 적은 없다”면서 “풋풋해서 가슴 설레는 사랑이 아니라 인생을 조금 산, 30~40대들이 겪는 사랑 이야기로 첫 번째 소설을 발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내가 처음 소설을 쓴 동기는 매우 불온하다. 나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중략) 펜을 사용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죽음의 정조를 강하게 드리운다. 주인공 ‘수현’은 대중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는 중견 소설가이자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이다. 그에게는 지옥 같은 과거가 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극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한 형은 주먹을 휘두르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을 품게 된 수현은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애정을 갈구하는 아내를 은연중에 자살로 내몬다. 나락에 빠져드는 그에게 어느 날 후배 작가 ‘영재’가 나타난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애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수현에게 영재는 그가 만난 유일한 사랑이다.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2006년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했다가 “서사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다시 썼다. “뭔가 고아하고, 깊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문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어떤 면에서 영재는 저와 닮아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많이 쓰면서 화가 나면 (원고를) 버리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면 또 버렸죠. 배고프면 밥을 먹듯, 소설에 허기가 지면 글을 썼어요. 소설은, 저한테는 밥 같은 거였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미장센 단편영화제

    미장센 단편영화제

    기발한 상상력과 생기발랄한 에너지로 단편 영화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온 ‘미장센 단편 영화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두 번째 막을 올린다. ‘단편 영화는 어렵고 실험적이다’는 선입견을 깨고 장르 영화의 재미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제에는 865편의 국내 출품작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64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룬 ‘비정성시’(17편),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담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6편), 코미디 영화의 유쾌함과 활력을 즐길 수 있는 ‘희극지왕’(9편), 독특하고 오싹한 상상력을 담은 ‘절대악몽’(14편), 통쾌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보여줄 ‘4만번의 구타’(8편) 등 5개 섹션이다. 권혁재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봉준호, 이용주, 장훈, 조성희 등 국내 유명 감독 10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그동안 ‘심사위원의 주관과 취향대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특이한 원칙을 가지고 ‘무산일기’의 박정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늑대소년’의 조성희 등 유망한 신예 감독들을 발굴해 왔다. 초청 프로그램도 경쟁 부문만큼 관심을 끈다. 우선 단편 영화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계속해 온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심판’(1999)과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2003), ‘컷’(2004), ‘파란만장’, ‘청출어람’ 등 5편이 상영된다. 아이폰으로 찍은 ‘파란만장’은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았고, 송강호 주연의 ‘청출어람’은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감독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28일에는 감독과 함께하는 1시간 동안의 마스터 클래스가 마련된다.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을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파란만장’과 함께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관객들을 만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박스오피스] 브래드 피트 ‘월드워 Z’ 개봉 첫 주 1위

    브래드 피트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월드워 Z’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1위에 올랐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일 개봉한 ‘월드워 Z’는 21~23일 전국 962개 상영관에서 130만 3675명(누적 관객수 154만 6717명)을 모으며 정상을 차지했다. 좀비물 특유의 B급 영화 정서를 깨고 오락 영화로 탈바꿈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49개 상영관에서 50만 4997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617만 6193명을 기록했다. ‘7번방의 선물’, ‘아이언맨3’, ‘베를린’에 이어 올해 개봉작 중 흥행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던 슈퍼맨 시리즈 ‘맨 오브 스틸’은 610개 상영관에서 34만 7278명(누적 관객수 189만 9615명)을 동원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연애의 온도’ 상하이영화제 작품상 수상

    노덕 감독의 영화 ‘연애의 온도’가 제16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 경쟁부문인 ‘아시안 뉴탤런트 어워드’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의 ‘크라운플라자 상하이’에서 열렸다. ‘아시안 뉴탤런트 어워드’는 이 영화제가 아시아의 신인 감독이 만든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해 주는 상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심사위원상이 있다. 노덕 감독은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삶과 사람들에 대한 미묘하고 민감하고 진실한 초상”이라면서 “자신감 있고 전문적인 연출 솜씨로 잘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이 영화는 김민희·이민기 주연으로 직장 내 사내 커플의 이별과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꼭 영화로 보고 싶어요” 인기톱 웹툰은 ‘신의 탑’

    [주말 인사이드] “꼭 영화로 보고 싶어요” 인기톱 웹툰은 ‘신의 탑’

    ‘신의 탑’과 ‘노블레스’가 웹툰 독자들이 꼽는 영화화 기대작 1, 2위에 올랐다.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질 경우에는 무엇보다 실사 영화에 어울리는 각색과 연출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과 네이버가 지난 14~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만 7879명을 대상으로 ‘영화화가 기대되는 웹툰’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SIU 작가의 ‘신의 탑’(24.7%)이 1위에 올랐다. 손제호·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23.1%)가 2위, ‘기타’(17.0%) 의견이 3위를 차지했다. 고영훈 작가의 ‘외발로 살다’(7.6%), 박용제 작가의 ‘갓 오브 하이스쿨’(7.4%)이 뒤를 이었다. 문항은 네이버 웹툰의 ‘스토리’ 코너에서 조회수 상위 작품 5개,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는 다음 웹툰의 ‘스토리’ 코너에서 평점 상위 5개를 선택해 구성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와 윤태호 작가의 ‘미생’ 등 영화화 소식이 알려진 작품은 제외했다. 2010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신의 탑’은 한 소년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탑에 올라가면서 겪는 전투 어드벤처물이다. 현재 네이버 ‘스토리’ 웹툰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인기작이다. 두 번째로 조회수가 많은 ‘노블레스’ 역시 판타지물이다. 820년 동안의 수면에서 깨어난 주인공 ‘라이’가 겪는 일을 그렸다. 주목할 것은 ‘기타’ 의견이 3위에 오른 점이다. 조회수와 평점을 바탕으로 문항을 구성했지만 웹툰의 인기와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응답자들이 답글로 영화화를 희망한 웹툰으로는 한 작가의 ‘킬러 분식’과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 조석 작가의 ‘조의 영역’ 등 비판타지물이 꼽혔다.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인기는 많지만 현실적인 제작 여건을 고려했을 때 영화화에 적합한 작품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6766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바라는 점’을 물은 질문에서 가장 많은 답변으로 ‘실사 영화에 맞는 각색과 연출’(36.0%)이 꼽힌 것도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슈퍼맨과 배트맨 등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영화로 구현하기 쉽지 않다”면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강풀 작가 등의 작품이 주로 영화로 만들어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일본에서 특별한 내러티브가 없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드라마로 만들었던 것처럼 영화에 적합한 만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떤 웹툰을 영화로 만들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기획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웹툰 영화 ‘미생’ ‘신과 함께’… ‘은밀하게’ 돌풍 넘으려면 버려야 한다?

    [주말 인사이드] 웹툰 영화 ‘미생’ ‘신과 함께’… ‘은밀하게’ 돌풍 넘으려면 버려야 한다?

    웹툰의 스크린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역대 웹툰 원작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번 주말 6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강풀 작가의 ‘아파트’에서 시작된 웹툰과 영화의 이종교배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정연식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은 ‘더 파이브’가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변영주 감독)와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김태용 감독),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이정섭 감독) 등 인기 웹툰들도 영화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뛰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웹툰은 그동안 끊임없이 충무로에 영감을 불어넣어 왔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 웹툰 작가들이 꼽는 영화화의 포인트는 뭘까. 영화계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온 강형규, 오성대, 윤태호 작가에게 물어봤다. 영화 ‘이끼’(강우석 감독)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영화화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웹툰 원작 영화의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와 캐릭터, 배경 등 카메라만 갖다 대면 곧바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재료’가 구비돼 있다는 것이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가 된 ‘절벽귀’의 오성대 작가도 “검증된 시나리오와 뚜렷한 팬층을 갖춘 데다 두 매체의 결합에서 오는 홍보효과 등 부가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웹툰의 이미지가 영화의 컷과 동일하다는 착각은 실패한 웹툰 원작 영화들이 번번이 답습한 오류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라스트’의 강형규 작가가 “영화와 웹툰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표현 언어와 호흡은 완전히 다르다”고 잘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오 작가 역시 “웹툰은 한 컷 한 컷 스크롤을 내리면서 독자가 원하는 속도로 음미할 수 있는 반면 영화는 스크린을 따라가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면서 “만화 고유의 속도와 호흡을 영화로 옮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웹툰 원작 영화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뭘까. ‘이끼’를 훌륭한 영화화의 사례로 꼽은 오 작가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되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각색하고 압축했다”면서 “독자들은 원작과의 ‘싱크로’(일치)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원작에는 없는 무언가를 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의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지만 원작을 과도하게 의식해 세세한 요소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를 모범사례로 꼽은 윤 작가는 “원작이 있다는 것은 창작자에게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많은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를 넘어 창작자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웹툰은 어디까지나 만화에 맞는 이야기를 짠 것”이라면서 “매회 기승전결이 있는 연재물의 특성을 영화의 긴 호흡으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화화가 어려운 작품으로는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되거나 뚜렷한 이야기 구조가 없는 작품들이 꼽혔다. 오 작가는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 같은 판타지 웹툰은 만화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도 드문 데다 작품 특유의 아우라를 영화로 표현하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일상툰(이어지는 스토리 없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에피소드식으로 다룬 웹툰)의 내용과 분위기를 두 시간짜리 영화에 넣기는 어렵다”면서 “네 컷 만화였던 일본의 ‘아즈망가 대왕’이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제작 과정에서 더욱 많은 각색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 원작 제작소’란 웹툰의 위상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만화 같다’는 평가가 작위적이고 극단적이라는 뜻이었지만 최근에는 만화에 익숙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친근감을 느끼는 관객이 많아졌다”면서 “웹툰은 그동안 어떤 만화도 가져 보지 못한 강력한 팬덤을 가진 만큼 앞으로도 영화 등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아이들 곁에서… 현대사 속에서… 이오덕의 삶 담은 ‘42년 일기’

    ‘노인들도 기저귀를 찬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 기저귀를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다. 내 손으로 내가 쓸 기저귀를 만들다니, 사람 사는 것이 이것이구나 깨닫게 된다.’(2001년 2월 1일) 아동문학가 이오덕(1925~2003)의 일기를 엮은 책이 나왔다. 교육자와 우리말 운동가로서의 면모와 함께 그의 인간적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내면의 고백이다. 42년간의 기록을 묶은 ‘이오덕 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경북 상주군 청리국민학교를 비롯한 산골 학교를 옮겨 다니며 교사로 지냈던 1962~1986년(1~2권)과 우리말 살리기 등 사회운동에 힘을 쏟은 1986~1998년(3~4권), 충북 충주 무너미 마을로 내려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1999~2003년(5권)이다. 앞부분에는 답답한 현실에서 방황하는 젊은 교육자의 고민이, 뒷부분에는 자연 속에서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의 회고가 담겼다. 평생 아이들과 약자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본 그의 모습이 소박한 문체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작고하기 이틀 전인 2003년 8월 23일까지 일기를 썼다. 출판사는 원고지 3만 7986장에 해당하는 98권의 일기장에서 이오덕 개인과 시대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일기들을 추렸다. 덕분에 이오덕이 남긴 변주된 자서전이자 격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료로 완성됐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선포와 5·18 광주민주항쟁, 1987년 6월 항쟁 등의 흔적이 꼼꼼히 기록됐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신경림 시인, 문익환 목사 등 그와 친분을 나눴던 인물들에 대한 기억도 담겼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CGV “배급사 몫 더 주겠다”

    국내 최대 극장사업자인 CJ CGV가 다음 달부터 한국영화 배급사에 영화관 입장 수익의 55%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사업자는 입장권 수익의 50%를 배급사에 지급했다. 업계 1위인 CGV의 조정안 발표에 따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사업자들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GV는 20일 자사의 100번째 복합상영관인 CGV신촌아트레온 개관식에서 이 같은 극장 부율 조정안을 발표했다. 서정 CGV 대표는 “7월부터 서울 소재 직영 극장에 한해 현재 5(배급사)대 5(극장)인 한국영화의 부율을 5.5대4.5로 조정한다”면서 “CJ그룹의 상생경영 철학에 입각해 영화제작, 상영, 재투자를 활성화하고자 부율 관행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극장 부율 문제는 영화계 업체 간 이해관계가 오랫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온 사안이었다. 부율이란 배급사와 극장이 수익을 나눠 갖는 비율이다. 현재 서울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의 부율은 5대5, 외화의 부율은 6(배급사)대4(극장)다. 이는 외국 영화의 흥행력이 한국 영화보다 높던 1990년대의 관행이 이어진 결과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은 한국영화의 흥행력이 높아진 만큼 한국영화의 부율을 외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에 따르면 한국영화와 외화의 구분 없이 배급사와 극장의 부율을 5.5대4.5로 일원화할 경우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8.1% 포인트 증가하고 ▲한국영화 투자·배급·제작사의 매출은 10.0% 증가하는 반면 ▲극장의 매출은 6.1~6.7% 감소한다. 국내 최다 상영관을 보유한 CGV의 이번 조치가 다른 업체들의 동참을 유도할지가 영화가의 관심거리다. 당장 극장 쪽의 수익이 악화되는 만큼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2, 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율 조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홍직인 한국상영관협회 전무는 “전체 상영관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일단 CGV만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대다수 극장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극장의 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운영이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기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업계 선두인 CGV에서 먼저 결정을 내린 만큼 장기적으로는 다른 업체들도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GV는 이날 “투자-제작-상영-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강화하고 국내 영화 제작의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모그룹인 CJ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함께 보유한 만큼 CGV 극장 쪽의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데다 ‘상생에 앞장선다’는 명분을 동시에 챙겼다는 것. 무엇보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이재현 CJ 회장의 구명 차원에서 CGV가 서둘러 움직였다는 해설도 잇따른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자동차금지령’ 내리고 사람이 주인 된 도시들

    ‘자동차금지령’ 내리고 사람이 주인 된 도시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총 1887만대다. 인구가 5000만명이 조금 넘는 것을 고려하면 약 2.6명당 자동차 1대가 있는 셈이다. 특히 전체의 3분의2에 해당하는 1236만대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다. 가히 자동차가 도시의 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오염과 소음, 잦은 사고의 원인을 껴안고 사는 것이다. 20일 밤 1시 15분 MBC ‘다큐프라임’은 자동차를 버리고 ‘착한 도시’로의 변화를 시도한 세 도시를 소개한다. 제작진은 먼저 프랑스 ‘제1의 환경도시’로 꼽히는 스트라스부르를 찾는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 로랑은 자동차 대신 노면전차로 출퇴근을 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교통량 탓에 한때 심각한 오염 지역으로 손꼽혔던 스트라스부르는 현재 ‘자동차 통행금지령’을 시행하고 있다. 도시는 노면전차를 도입하면서 자동차를 시내 바깥으로 빼내고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발달시켰다. 직업적 특성상 자가용이 생활필수품이었던 로랑은 “예상과는 달리 노면전차를 타면서 삶의 여유를 되찾았다”고 예찬한다. 제작진은 이어 아시아 최대의 산악 관광명소로 꼽히는 일본의 도야마를 방문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쇠락해 가던 도야마는 노면전차와 관광상품을 연계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40년째 관광가이드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시오도 노면전차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곳은 경기 수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보유한 수원은 뛰어난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200여개의 노선버스가 엉켜 매일 교통 대란을 치른다. 시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과 머리를 싸맨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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