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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보다 귀한 것 얻어가요”

    “돈보다 귀한 것 얻어가요”

    지난 1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강북청년창업센터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한두 대씩 모여들었다. 7살 재영이네 가족은 함께 주차장을 찾은 30여 팀의 가족과 함께 트렁크를 열고 집에서 가져 온 책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았다. 뽀로로가 그려진 돗자리를 펴고 책들을 펼쳐 놓으니 멋진 ‘재영이네 가게’가 완성됐다. 앤서니 브라운 같은 인기 동화작가의 그림책을 인심 좋게 2000원에 팔았지만 매출액은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카 부트 세일(Car Boot Sale)이 열렸다. 카 부트 세일이란 판매자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차 트렁크에 싣고 와 판매하는 일종의 벼룩시장. 아름다운가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120여명의 가족이 참가해 5시간 동안 장터를 열었다. 참가비로 책 한 권을 기증하고 수익의 10%를 기부하는 ‘착한’ 벼룩시장이다. 기부금은 네팔의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위해 쓰인다. 참가 가족들은 “돈보다 귀한 것을 얻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중고책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한편 기부와 놀이, 경제 교육, 집안 정리의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재영이 엄마 조병주(36)씨는 “아이에게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 주고 싶어 참여했다.”면서 “아이와 책 파는 놀이를 하면서 기부까지 하는 등 일석이조”라며 밝게 웃었다. 다섯 살 난 딸 현서와 함께 참여한 이희진(38·여)씨도 “쓰지 않는 물건을 싣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의 남재석(38) 책방사업팀장은 “앞으로는 판매 물건을 다양화해 참가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웹하드 등록제 시행 첫날… 업체 3분의 2 미등록

    영화 ‘건축학개론’ 100원, ‘러브픽션’ 280원…. 웹하드 등록제가 21일부터 시행됐지만 웹하드 업체들의 불법 콘텐츠 유통은 여전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를 버젓이 유통하거나 제목만 살짝 바꿔 업로드하는 등 불법 사례가 줄을 이었다. 단속이 어려운 토렌트(torrent) 등을 통한 파일 공유도 이전처럼 계속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21일 현재 등록을 마친 웹하드 업체는 71곳이다. 새로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모든 웹하드 업체는 3억원 이상의 납입자본금과 저작권 보호기술, 24시간 불법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 등을 갖춰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의 핵심은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3회 이상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등록이 취소되는 ‘웹하드 삼진아웃제’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대로 웹하드 등록제의 빈틈을 노린 불법 콘텐츠 유통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250여개 업체 중 3분의2 이상은 여전히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 등록을 마쳤다고 밝힌 업체들도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불법 업로더들은 ‘러브픽션’을 ‘본 사랑이야기는 허구입니다’ 등의 제목으로 바꾸거나 ‘건축학개론’을 ‘건학개런’이나 ‘건툭’ 같은 파일명으로 올리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웹하드 등록제가 겉도는 것은 이용자들의 그릇된 인식 탓도 크다. 네티즌 신모(28)씨는 “솔직히 공짜로 다운로드가 가능한데 돈 내고 받으면 바보 아니냐.”면서 “문제라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싼 비용에 매료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훈기 저작권보호센터 사이버팀장은 “시행 초기인만큼 한 달 정도 지켜봐야 웹하드 등록제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불법 대출알선’ 금감원 前 부국장 징역 6년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재환)는 건설업자에게 불법으로 대출을 알선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금융감독원 전 부국장 검사역 선모(56)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억 8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금융감독기관 임직원의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 금융감독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건전한 금융거래 질서에 해를 끼친 점, 수수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씨는 금감원 부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건설업자 류모(47)씨와 박모(60)씨의 청탁을 받고 모 은행 안양석수지점장과 송파지역본부장에게 전화, 200억원의 대출을 알선하고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최고령 88세 이종태씨 비밀특훈…외국인 1000여명 ‘우정의 질주’

    최고령 88세 이종태씨 비밀특훈…외국인 1000여명 ‘우정의 질주’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뛰겠소.” 올해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이종태(88)씨는 지난해에 이어 5㎞에 도전했다. 이씨는 18일 동안 “비밀 특훈을 했다.”며 농담을 섞어 자랑했다. 2시간씩 헬스와 수영, 체조 등을 즐긴다는 이씨는 지금도 법무사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운동을 하니 사람들이 열살은 젊게 본다.”면서 “머리도 아직 까매서 아무도 내가 할아버지인지 모른다.”며 웃었다. 외국인도 1000여명이나 참가했다. 주한 외국인 마라톤 동호회 서울플라이어스 회원 71명은 단체로 참여해 힘껏 뛰었다.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동호회에서는 미군 30여명을 비롯해 영국·호주·러시아·스위스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180여명이 마라톤을 통해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고 있다. 회원인 배선태(54)씨는 “달리기를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사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삼성농아원 학생들은 마라톤을 공감의 자리로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삼성농아원에서 봉사를 해 온 직원들이 마음이 맞는 청각장애인 학생 15명과 짝지어 달렸다. 올해로 4번째 참가다. 김관(18·여)양은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종목 우승자이기도 하다. 김양은 더 긴 코스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뛰기 위해 5㎞ 코스를 달렸다. 서울 일본인학교의 교직원과 학생 30여명도 참가했다. 재미 삼아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게 계기가 돼 동호회로까지 이어졌다. 야마사키 히로키(41) 동호회 단장은 “외국에 나와 살면서 외롭고 적적할 때도 많은데 야외로 나와 즐길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면서 “한국 사람들과 여러 가지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전여옥 ‘일본은 없다’ 표절 굴욕

    전여옥 ‘일본은 없다’ 표절 굴욕

    전여옥(왼쪽) 국민생각 의원(전 한나라당 의원)의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오른쪽)가 표절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표절 논란이 불거진 지 8년 만이다. 전 의원의 ‘일본은 없다’는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8일 전 의원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르포작가 유재순(54)씨 등 5명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전 의원이 유씨로부터 전해들은 취재내용·소재·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 속의 글 중 일부분을 작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근거로 ▲유씨가 르포작가로 활동하면서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관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준비를 해 온 점 ▲전 의원이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유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빈번한 접촉을 한 점 ▲전 의원이 유씨의 취재내용을 무단 사용했다는 점에 대한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인 점 ▲유씨의 자료 중 틀린 내용도 책에 그대로 인용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인터뷰기사 중 전 의원이 유씨의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적시한 부분은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6월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유씨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의원의 책 ‘일본은 없다’가 내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유씨를 비롯, 오마이뉴스 발행인 등 5명을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07년 1심과 2010년 1월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책이 나온 지 20여년, 소송이 제기된 지 8년 만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유씨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JP뉴스 사무실에서 판결 소식을 듣고 “자기(전 의원)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며 ‘인과응보론’을 인용해 답했다. 이어 “(전 의원이) 거짓말에 도둑질까지 했는데, 그런 것이 용납될 때가 제일 힘들었다.”면서 “특히 국회의원이 됐을 때 이 나라가 제정신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전 의원을 겨냥,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주문했다. 유씨는 현재 일본뉴스 사이트인 ‘JP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변호사와 상의 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영·배경헌기자 min@seoul.co.kr
  • “이 약 먹으면 성기능 좋아져” 영양제 속여 판 2명 검거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건강보조제를 정력제라고 속여 판매한 이모(45)씨와 최모(37)씨를 건강기능식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캐나다산 아연보충제를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를 내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 체험 후기 등을 통해 “3개월 복용 시 성기가 1.5㎝ 길어지고 정자 수와 발기력이 좋아진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들이 판매한 제품은 단순한 건강보조제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통에 3만원 하는 제품을 2600여명에게 24만 8000원에 판매해 8배가 넘는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도박 이어 성매수 의혹까지…불교계 진실게임] “명진 스님이 룸살롱 진상 밝혀야”

    [도박 이어 성매수 의혹까지…불교계 진실게임] “명진 스님이 룸살롱 진상 밝혀야”

    조계종 승려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16일 “신밧드 룸살롱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가봤다는 명진 스님이 당시의 진상을 육하원칙에 따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은 서울신문과 전화통화를 하고 총무원 호법부장 정념 스님이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진 스님 말씀이 자승 스님은 다른 곳에 있다가 중요한 얘기를 하자고 그래서 (신밧드 룸살롱에) 왔다고 한다. 장소가 적절치 않아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나가셨다고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같이 요구했다. 성호 스님은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명진 스님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신밧드 룸살롱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커판을 “놀이 문화”라고 표현한 총무원 호법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스님들이 모이면 화엄경을 봐야지 왜 카드를 보느냐.”고 반박했다. 성호 스님은 문제의 신밧드 룸살롱에 대해 “나도 가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성호 스님에 따르면 신밧드는 ‘2차’(성매수의 은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풀코스 룸살롱’으로, 방이 40개 정도 있으며 여자 종업원이 150명가량 있었다. “다른 스님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호 스님은 “그건 말할 수 없지만 자승·명진 스님의 2001년 술자리에는 J, W 스님도 동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신밧드 룸살롱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영업을 해 오다가 두 차례 이름을 바꾸어 현재는 A 룸살롱으로 영업하고 있다. 업소는 지하 1층에 있는데 5층에 있는 모텔까지 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에 들어갈 때는 가발을 쓰고 평상복을 입는데 스님인 줄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황성기·배경헌기자 marry04@seoul.co.kr
  • 남대문시장 7월부터 ‘가격표시제’… 엇갈린 반응

    “가격 표시 안 하면 벌금 물린다니 시늉이라도 내야겠지만 그걸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손님 먼저 흥정땐 어쩌나” 반발 7월 1일부터 남대문시장에 가격표시제가 적용되면서 상인들이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서울 중구는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제품에 가격표를 붙이지 않으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가격표시제를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16일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가격표시제를 시행해도 결국 값을 깎는 흥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흥정이 관행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의 한 여행 책자에는 ‘한국의 재래시장에서는 물건값을 깎을 수 있다.’는 여행 정보가 실려 있다. 모자점을 하는 박모(52·여)씨는 “제 가격에 내놓아도 무조건 깎으려는 외국인이 대다수”라면서 “결국 흥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가격표시제를 어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물건을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흥정 행위까지 단속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구는 유연하게 가격표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표시 가격을 일종의 상한선으로 두고 그 이상 폭리를 취하는 행위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으면 그마저 불가능하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조모(44)씨는 “상인들이 담합해 가격을 높게 정해 놓으면 그 가격에 사는 손님들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상인들은 우려하는 바가지 행태가 가방과 인삼 등 일부 인기 품목에만 국한된 현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중구 “상한선 이상 폭리만 단속” 외국인 관광객들은 바가지 영업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는 반기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볼리비아 출신 결혼이민자 로미(26·여)는 “중국산도 너무 비싸게 받는다.”면서 “가격표시제가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1970년대부터 사업 때문에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미국인 고든(56)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제품에 모두 가격을 표시한다는 게 실효성이 있겠느냐.”면서 “이거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남대문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주부 한모(32·여)씨는 “재래시장은 나름의 관행이나 특징이 있게 마련”이라면서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으면 바가지 쓰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해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대학가 축제 암표로 얼룩

    “표는 원하시는 대로 구할 수 있습니다. 장당 2만원.” 대학가 축제에 때 아닌 암표가 극성이다. 일부 학교의 축제 티켓은 정가의 2배 넘게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9일 연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세연넷’에는 일부 응원단원이 응원단에 무료 제공된 티켓을 비싼 가격에 거래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응원단원으로 밝혀진 이용자가 11일 열린 축제 ‘아카라카’의 1만원짜리 티켓을 2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티켓 수량은 제한돼 있는데, 판매자는 “원하는 만큼 표를 구할 수 있다.”고 밝혀 부당 거래 논란은 더욱 커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응원단은 10일 사과문을 통해 “암표 거래는 응원단 출신 졸업생 A씨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응원단이 관행상 선배들에게 10장씩 지급해 온 티켓 중 4장을 A씨가 지인 B(29)씨에게 넘긴 것. 하지만 축제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B씨는 A씨와 티켓 처리를 두고 상의했고, A씨는 세연넷을 통해 판매할 것을 권유했다. 두 사람은 세연넷 계정이 없어 B씨는 A씨가 응원단 후배 C(21)씨에게 빌린 계정을 통해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A씨와 C씨 모두 B씨가 티켓을 비싼 가격에 되판다는 사실을 몰랐다. B씨는 A씨에게 받은 초대권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산 티켓도 비싼 가격에 거래했다. 응원단은 B씨가 이 과정에서 18장의 티켓을 구해 모두 12만 6000원의 이득을 남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가 통화 목록을 지워 정확한 거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4일부터 축제 티켓 판매를 시작한 고려대 역시 5월이면 티켓 거래 글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붐빈다. 이처럼 암표가 성행하는 이유는 유명 가수들이 참여해 공연을 갖기 때문이다. 대학 축제 티켓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비싸게 거래된다. 지난주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연세대의 아카라카 티켓을 3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응원단 역시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국내1호 시각장애인 최영 판사 재판 공개현장 가보니…

    국내1호 시각장애인 최영 판사 재판 공개현장 가보니…

    최영(32) 판사는 ‘시각장애인 판사’가 아니라 ‘판사’였다. 다를 거라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았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사건을 보는 듯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북부지법 701호 법정.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민사11부 판사들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와 동시에 국내 첫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 판사가 동료 판사들의 팔을 잡고 법정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초임인 최 판사는 부장판사의 왼쪽, 선임 판사는 오른쪽에 앉았다. 최 판사의 모습과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의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디케는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눈을 가렸다. 최 판사는 다른 판사들과는 다르게 사건 기록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를 장착한 노트북에 연결한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았다. 재판 도중 확인이 필요한 부분의 사건 기록을 듣기 위해서다. USB에 담긴 내용은 재판을 위해 업무보조원이 증거 자료와 사건 기록 등을 미리 음성 파일로 만들어 저장한 것이다. 변론 도중 다른 판사들이 펜으로 메모하는 것과 달리 최 판사는 필요한 내용을 음성으로 듣기 위해 노트북을 두드렸다. 그는 변론을 진지하게 청취했다. 중간중간 다른 판사와 조용히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재판장의 공지 뒤 재판 내용을 별도로 녹음했다. 최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주심을 맡은 전세권 설정 소송에 대한 변론을 주의 깊게 들었다. 법원 측은 최 판사의 업무를 돕기 위해 지난 2월 최선희(30·여) 실무관을 채용했다. 최 실무관은 최 판사에 대해 “시각장애인인데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감동해 자원했다.”고 밝혔다. 최 실무관의 주요 업무는 최 판사가 음성으로 사건 기록을 검토할 수 있도록 내용을 한글 파일로 작성해 주는 일이다. 접수된 사건 기록을 최 판사와 함께 읽고 최 판사가 필요한 부분을 결정하면 해당 내용을 한글 파일로 만드는 것이다. 최 판사는 이후 센스 리더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건 기록을 들을 수 있다. 청취 속도는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빠르다. 눈으로 보아야 할 증거 자료는 손으로, 사진이나 그림은 설명으로 읽는다. 최 판사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자료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보이지 않는 탓에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고교 3학년 때인 1998년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고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최 판사는 현재 방에 불이 켜졌는지 정도만 알 수 있는 1급 장애 상태다. 이창열 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음성 기록 파일을 두 번 정도 들으면 사건 내용을 모두 외울 정도로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면서 “기억력이 좋다.”고 말했다. 최 실무관 역시 “법학 전공이 아니라 어려울 때도 많지만 최 판사께서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 판사는 재판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시각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판사라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장애에 얽매이지 않고 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시각장애인의 임용을 여성 법관 임용에 비유, “처음엔 여성 법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 판사는 “법원도, 저 자신도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고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5·11 입양의 날] 입양아 ‘고독’을 말하다

    [5·11 입양의 날] 입양아 ‘고독’을 말하다

    암울했던 시절인 1972년 제인 정 트렌카(40)는 생후 6개월 만에 언니와 함께 미국에 입양됐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경아라는 한국 이름은 몇 번 불리지도 못한 채 지워졌다. 입양 기관은 어머니에게 “변호사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랄 수 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미국인 양아버지는 미네소타의 금속공장에 다니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양어머니는 가끔씩 공장에 나가거나 비서일을 했다. 무엇보다 양부모는 입양된 딸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다섯 살 때였다. 유치원에 특별한 물건을 들고 가서 설명하는 행사가 있었다. 입양을 보내며 친어머니가 넣어 준 한복이 생각났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한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옷은요, …” 말문이 막혔다. 왜 그 한복이 특별한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디에서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친어머니가 나를 키우지 않았는지 알고 싶었죠.” 미국인 어머니는 트렌카의 질문에 침묵했다. 어머니가 등을 돌려 걸어나가는 순간 그는 입양의 아픔을 양부모에게는 결코 털어놓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와 갈등을 겪으며 정체성을 고민하던 트렌카는 2008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트랙(TRACK)을 시작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해외입양인 수십명이 모였다. 이들에게 입양은 아픈 기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입양의 날’을 ‘싱글맘의 날’로 바꾸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상처만 남기는 입양을 지원할 게 아니라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할 수 있도록 두리모(미혼모)를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한국인들은 흔히 아이가 어느 문화든 잘 적응할 거라고 믿죠. 어리니까요. 하지만 그건 판타지에 불과해요.” 트렌카는 단호하게 말한다. 입양인의 관점에서 트랙이 요구하는 건 두리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두리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이유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 국내 입양은 그 다음이다. 해외 입양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는 “목표는 고아원과 입양이 사라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트랙은 해외 입양인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뿌리의 집’과 함께 11일 ‘싱글맘의 날 국제 콘퍼런스’를 갖는다. 그는 말한다. “좋은 입양이란 없어요. 차선의 선택일 뿐이지.”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대기업, 1인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인 도용 논란

    대기업, 1인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인 도용 논란

    “내 디자인을 베꼈다.”(개인 디자이너 측), “보편적인 디자인일 뿐이다.”(유명 의류업체 측) 1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유명 의류브랜드 사이에 디자인 도용 논란이 적잖다. 개인 디자이너들은 비용 탓에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는 상황을 유명 의류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명 의류업체들은 “기본적인 디자인이 비슷할 뿐 도용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1인 디자이너 브랜드인 루치카(Luccica)를 운영하는 최찬범(32)씨는 최근 유명 가방 브랜드인 몽삭(Monsac)을 겨냥, “가방 디자인은 물론 실수한 부분까지 똑같으면 베낀 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몽삭이 올해 출시한 제품이 지난해 초 자신이 내놓은 가방과 실수한 부분까지 너무 유사하다는 얘기다. 몽삭 측은 “보편적인 디자인일 뿐 도용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인 디자이너 브랜드인 얀웍스(Yarnworks)는 이랜드그룹의 스파오(SPAO)가 양말 디자인을 훔쳐 썼다는 글을 지난달 블로그에 올렸다. 지난해 5월 자신이 선보인 양말과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스파오가 올해 초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파오 측은 “논란이 돼 제품을 거둬들였지만 도용 여부는 아직 확인중”이라면서 “얀웍스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디자인 등록 여부 등에 따라 사실관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휠라(FILA)도 소규모 브랜드인 커버낫(Covernat)의 가방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윤형석 커버낫 대표는 지난해 봄 출시한 가방을 휠라 측이 겨울에 다시 출시했다며 트위터에 “라벨 갈이 수준의 카피”라고 비판했다. 휠라 측은 “우연의 일치로 기본적인 모양이 비슷할 뿐 지퍼 모양이나 가죽으로 덧댄 세세한 부분 등이 달라 도용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제일모직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에잇세컨즈(8seconds)는 지난 2월 소규모 액세서리 브랜드 코벨(Coevel)의 양말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유사성을 인정하는 사과글을 게재한 뒤 제품 전량을 소각하기도 했다. 도용 시비는 디자인이 등록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고 있다. 최찬범씨는 “100만원 정도가 드는 시제품 제작 비용을 대기도 힘든 현실에서 디자인 등록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면서 “도용 진위를 가리기 위한 변호사 선임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개인 디자이너 및 소규모 영세업체는 “바라는 건 사과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대기업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문제가 커지면 소액으로 합의하기 일쑤다. 변리사 나모(35)씨도 “소규모 업체가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구제받기가 훨씬 어렵다.”고 강조했다. 남윤자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대형 업체들의 디자인 베끼기는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인 만큼 디자인 산업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의 윤리의식 제고뿐만 아니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결혼뒤 분가 않고 부모곁에 ‘찰싹’ ‘스크럼 가족’ 는다

    결혼뒤 분가 않고 부모곁에 ‘찰싹’ ‘스크럼 가족’ 는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맞벌이 주부 안모(31)씨는 2010년 아이를 낳으면서 친정으로 들어갔다.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육아를 감당하기 힘든 데다 전셋값도 너무 올라 경제적인 필요에 따른 결정이다. “부모님이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는 게 안씨의 솔직한 속내다. 1~2인 가구 즉, 전자(電子·Electron)가족의 증가세가 뚜렷한 상황 속에서 취업난과 전·월세가의 급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결혼하고도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는데 눈칫밥이 대수냐.”는 태도다. 대가족제가 다소 변형돼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등장한 이른바 ‘스크럼(Scrum)가족’ 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부모와 생활하는 기혼자 가구를 분석한 결과, 2000년 13만 8609가구에서 2001년 14만 2270가구, 2002년 14만 5411가구, 2003년 14만 8467가구, 2004년 15만 1804가구로 꾸준히 증가, 지난해의 경우, 16만 652가구에 달했다. 11년 만에 15.9%인 2만 2043가구가 늘어났다. 스크럼 가족의 확산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36)씨는 “전셋값 때문에 본가로 들어갈 작정”이라면서 “경제적인 문제 해결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부모가 고학력에다 재산이 많을수록 스크럼 가족의 구성이 비교적 활발했다.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초졸 이하 45.9% ▲중졸 48.8% ▲고졸 49.7% ▲대졸 이상은 54.7%로 나타났다. 초졸 이하의 부모는 40.7%가 자녀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았지만 대졸 이상은 11.0%만 도움을 받았다. ‘스크럼 가족’처럼 한 지붕 아래가 아닌 이웃에 자녀를 두고 사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부모들은 “가까운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입장인 반면 퇴직으로 소득이 준 부모들은 “상부상조라 좋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강모(63)씨는 “자녀라지만 며느리와 함께 살면 불편하다.”면서 “그냥 옆 동네에 사는 게 제일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북 괴산에서 거주하는 정모(59·여)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고 있다.”면서 “가족은 원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 필요에 의한 동거인 만큼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과거 미풍양속에 따른 아름다운 가족 문화가 다시 꽃핀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스크럼 가족 가족 구성원들끼리 어깨동무하듯, 경제적으로 서로 돕는 새로운 가족의 유형. 직업도 갖지 않고 독신으로 부모에 얹혀 사는 ‘파라사이트(Parasite·기생)족’과 달리 경제적으로 부모와 공생관계를 이룬다.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
  •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가족들의 ‘슬픈 어린이날’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5월이면 더욱 가슴이 시리다. 해맑은 웃음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죄책감에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떨칠 수 없는 고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기는커녕 옛 모습에 선연해질 뿐이다. 실종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늘도 곳곳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 서정영(57)씨는 지난 1987년 5월 17일 셋째딸 명창순(29·당시 4세)을 잃어버렸다. 시장에서 장사로 근근이 돈을 모아 서울 성동구 노룬산시장(현 광진구 자양4동)에 제대로 된 가게를 장만해 이사한 날이다. 짐 정리를 하느라 잠시 밖에 나가 놀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서씨의 삶은 이날 이후 송두리째 무너졌다. 딸을 찾아 안 가본 곳이 없다. 서씨는 “벌써 2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아이 우는 소릴 들으면 눈물부터 쏟아진다.”면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슬픔보다 큰 것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말했다. 장기 아동 실종이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실종아동 신고현황에 따르면 2006년 7071건이던 실종은 5년 뒤인 2011년에는 1만 1425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3월 말 현재 2217건이다. 잃어버린 아동들이 곧바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행방이 묘연한 아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실종된 아동이 81명에 달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58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찾기 위해 생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년 전 대전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김기석(55)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5년 가까이 찾아 헤맸다. 김씨는 “5년쯤 지나 돌아보니 24평(79.2㎡) 아파트는 사라지고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서씨도 “4~5년간 장사를 접고 아이를 찾아 헤매느라 삶터는 전세로, 다시 사글세로 내려앉았다.”면서 “다른 자식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하지 못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상실감은 가정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10년전 아이를 잃어버린 A씨는 부인과도 헤어져야 했다. A씨는 “한동안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3~4년에 지난 뒤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이제 그만 잊자’고 한 말이 발단이 돼 아내와 불화가 시작돼 결국 이혼까지 했다.”면서 “아내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실종 등 불행한 사건이 장기화될수록 남아 있는 가족들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의 실종뿐만이 아니라 파산이나 실직 등 처음 불행이 닥쳤을 때는 가족간의 응집력이 강해지지만 문제가 장기화되면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악순환될 경우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얼마나 되나

    [커버스토리] 실종아동 얼마나 되나

    하루 31명, 1시간에 1.29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어버리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실종 아동 신고 건수는 1만 1425건이다. 실종 아동은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6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7071건이던 실종 아동 신고는 5년 새 61.5%나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지난 3월까지 2217건이 신고됐다. 대부분의 실종 아동은 비교적 빨리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다. 8세 미만의 아동은 99.95%, 9~14세는 99.1%가 조기에 해결된다. 문제는 장기 실종에 빠질 경우다. 200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찾지 못한 아동은 258명이다. 2006년 13명을 시작으로 2010년 48명, 지난해 67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실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늦어질수록 찾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실종 뒤 12시간 이내에 발견하지 못할 때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1만 672건의 실종 아동 신고 가운데 ▲1시간 이내에 아이를 찾은 경우는 전체의 41.2%인 4405건 ▲12시간이 지나 찾을 땐 1.2%인 130건에 불과하다. 실종 아동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실종 아동과 보호자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해 일치하는 가족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찰은 2004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실종아동군(실종 당시 14세 미만 아동과 지적 장애인 등) 2만 2990명과 보호자 1492명의 유전자 정보를 대조, 196명을 찾아냈다. 그러나 실종아동군의 유전자 정보에 비해 보호자의 유전자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전자 등록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보호자도 많지 않은 데다 의무 등록도 아니기 때문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커버스토리]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울고있는 부모들

    [커버스토리]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울고있는 부모들

    강동원(52)씨는 2002년 5월 28일 충북 진천 광혜원 주변에서 딸 송이(17·당시 8세)를 잃어버렸다. 하굣길에 사라진 송이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학교 근처 슈퍼에서 사 먹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스크림 포장지뿐이었다. 그날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강씨는 학교는 물론 온 동네를 다 뒤졌다. 하지만 송이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려고 했지만 당시 지방선거 홍보물 때문에 전단지 제작이 늦어졌다. 강씨는 “그때 전단지만 바로 뿌렸어도….”라면서 아쉬움을 털어놨다. 강씨가 10년간 전국에 뿌린 전단지만 16만장이나 된다. 강씨는 최근 미국에서 개발됐다는 얼굴 변형 프로그램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강씨는 “그동안 얼굴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전단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서 “미국에 의뢰해 얼굴 변형 프로그램으로 만든 사진을 다시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석(55)씨는 26년째 아들을 찾고 있다. 김씨는 아직도 아들 호(29·당시 4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얼마 전에도 당시 아들의 얼굴을 컴퓨터로 예측한 사진으로 전단지 1만 2000장을 만들어 대전과 충남 일대에 뿌렸다. 지금도 대전과 논산에는 아들을 찾는다는 현수막이 14개나 붙어 있다. 김씨는 “아이를 잃어버린 것 자체가 죄”라면서 “희망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씨는 실종된 아들을 찾는 과정에서 일부 공공기관의 무성의함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전단지를 동네에 게시해 달라고 전달했는데 중간에 분실했다고 둘러대기도 하더라.”면서 “조금만 더 정성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올 3월까지 아동 실종건수는 5만 8942건. 다행히 이 가운데 5만 8684명의 실종 아동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258명은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사이 생업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가정마저 해체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잃어버린 아이들 중 일부가 해외로 입양되기도 했다. 수십년째 찾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중 일부는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입양돼 스키 국가대표 선수가 된 토비 도슨의 경우도 부모는 한국에서 그를 애타게 찾았지만 정작 그는 미국에 있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 관계자는 “과거 실종 아동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는 일부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실종 아동에 대한 신고와 정보 기록이 법제화되면서부터 이런 일은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아이 찾기를 포기했다는 한 실종 아동 부모는 “1980년대에는 고아나 실종 아동을 구분하지 않고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우리 애도 입양됐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어떻게 부모가 애타게 찾는 아이를 해외로 내보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장기 실종 아동의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박지선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기 실종 아동의 경우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종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하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 “경찰 실종 전담팀 간판만… 장기실종은 손도 못대”

    [커버스토리] “경찰 실종 전담팀 간판만… 장기실종은 손도 못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이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찰 실종전담팀은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고요.”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지난 2월 실종 아동 보호 및 지원법이 개정되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정부의 법적·정책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는 1995년에 설립해 2010년 사단법인이 됐다. 현재 300여명의 실종 아동 부모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서 대표는 “부모들이 처음에 직면하는 어려움은 경찰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뒤 실종전담팀이 꾸려졌지만 간판만 걸어놨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면서 “그나마 2년 전부터 잦은 성범죄에 실종팀 전체가 차출된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종팀도 관리와 수사, 민원으로 나뉘어 있어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경찰의 수사로 실종이 줄어든 건 인정하지만 법 제정 이전의 장기 실종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만만찮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등 민간 기관은 부모들의 회비 이외에 의존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기대할 수도 없다. 민간에서는 별다른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요량으로 부모들은 전단지를 제작해 돌리지만 “전단지는 실종 아동 부모 스스로도 큰 효과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서 대표는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찾는 데에는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보다 경찰의 적극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잃는 순간 경제 활동도 가족 간의 교류도 중단돼 실종 아동 가정의 70~80%가 경제적 문제에 부딪힌다.”면서 “아이를 잃은 슬픔도 모자라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신문광고 약속 지켜라” 서울·부산·대전 등 촛불집회

    “신문광고 약속 지켜라” 서울·부산·대전 등 촛불집회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의 국내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2008년 이후 정확히 4년 만인 2일 다시 열렸다. ‘식품안전과 광우병 위험 감시를 위한 국민행동’(광우병국민행동)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 소고기 수입중단 및 재협상 촉구 국민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과 단체 관계자 1500여명(경찰 추산, 집회 측 추산 5000여명)은 “2008년 5월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한 신문광고 약속을 지켜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정동영 상임고문,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 등 야당 인사들도 대거 참가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미국산 소고기 검역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에 불신을 드러냈다. 김모(32)씨는 “정부가 광우병이 재발하면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광고해 놓고 이제 와서 담당자 실수라고 변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주부 고모(37)씨는 “정부가 2008년에도 어물쩍 넘어갔는데 이번에도 그럴까봐 집회에 나왔다.”면서 “광우병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일부 언론도 문제가 많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부산·대전·광주·울산·창원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던 김동균 반값등록금넷 조직팀장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2시간 만에 풀려났다. 광우병국민행동은 3일 청계광장, 4일 여의도 문화광장에 집회 신청을 잇따라 냈다. 배경헌·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고려대 이사장 조기사퇴 100억 투자손실 탓?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이 임기 만료를 2년이나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1일 고려대 교수의회 등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재단 측에 사표를 제출했다. 고려중앙학원은 고려대와 중앙고 등을 운영하는 사학재단이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4월 13일까지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을 놓고 고려대 안팎에서 시끄럽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해 재단이 입은 100억원대 투자손실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려중앙학원은 지난해 485억원의 유동성 현금자산을 원금보전이 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했다가 100억원대의 손해를 봤다. 지난해 10월 이사회 회의에서 “이사장이 이사회 심의와 의결 없이 유동성 현금자산의 상당 부분을 ELS 등에 투자해 손실률이 50.64%에 달했다.”고 책임 소재를 따졌다. 비판은 사퇴 압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2월 고려대 총학생회가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폭로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도 공개질의서를 통해 김 이사장의 사퇴 및 외부 감사를 요구했다. 또 한편에서는 김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 간의 갈등이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의장단 3명과 만나 “재단은 2005년부터 적립금을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해 왔다. 내가 손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다.”며 ELS 투자 경위 및 재단, 대학본부의 학내 수익사업 내역 등을 설명한 문건을 전달했다. 신진호·배경헌기자 sayho@seoul.co.kr
  • [학교폭력·자살 더이상은…] “입시교육 중단하라” 고교생 100명 성명발표

    “입시 교육이 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최근 경북 안동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에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가운데 ‘희망의 우리 학교 만들기’ 소속 학생 20여명은 2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과도한 입시 교육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서 작성에는 전국의 고등학생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소모적이고 폭력적인 과도한 입시 경쟁 교육과 학벌 사회가 비인간적인 학교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불행하게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희생자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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