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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감기 최장 20년… 뼈까지 손상”

    시민환경연구소는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구미 불산 유출 사고의 피해가 인도 ‘보팔 참사’처럼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팔 참사는 1984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 지역의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 폭발로 유독 가스가 누출된 사고다. 사고 후 3일간 1만명이 숨지고 1994년까지 총 2만 5000여명이 후유증 등으로 사망했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사람이 고농도 불산에 노출돼 뼛속에 불산이 잔류하면 반감기가 최장 20년이어서 뼈 자체에 손상이 올 수 있다.”면서 “특히 불산의 불소이온은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토양과 식물에 남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산은 기체 상태에서 식물에 세포 괴사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토양 내 칼슘과 결합해 식물에 축적된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불산에 노출되면 피부 통증 등 화상과 호흡 곤란이 오고 심한 경우 심장부정맥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공장 근로자 5명도 불산으로 인한 전신독성이 사인이 됐다. 김성진 계명대 의대 응급의학과장은 “불산가스는 아무리 미량이어도 잠시도 노출되면 안 된다.”면서 “사고 인근지역 주민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어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면 생명에 치명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구미시는 발진 및 호흡 곤란 등의 증세 환자에 대해 심전도와 전해질 수치 검사, 흉부 엑스선 촬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후 정부가 보인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상황 파악을 안이하게 한 채 주민들을 곧바로 일상에 복귀시켰다.”면서 “규제 기관인 환경부는 환경과 관련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하는 편의제공 부서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대구 김상화·서울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유커 뿔났다] (중) 그들이 말하는 한국관광

    [유커 뿔났다] (중) 그들이 말하는 한국관광

    지난 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 중국인 관광객 28명이 성난 표정으로 찾아왔다. 이들은 한 여행사를 통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단체여행객이었다. 이들은 “호텔에서 4박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가이드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우나로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청주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수속을 마친 뒤 호텔로 가서 짐을 풀리라 생각했지만,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공항 인근의 한 사우나였다. 가이드는 항의하는 관광객들에게 “나는 모르는 일이고 여행사에서 사우나로 안내하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여행사는 부랴부랴 경기 파주의 한 호텔을 예약했지만 관광객들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서울을 둘러보기에 이동시간이 너무 긴 탓이었다. 중국의 여행사와 함께 이번 여행상품을 진행한 국내 여행사는 “청주공항 인근의 숙박시설은 예약이 꽉 찼고 일정상 숙박시설에서 묵기는 무리였다.”면서 “사우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중국 여행사 측과 협의됐으나 손님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여행사 측에서 관광객들에게 배상을 해주기로 결론이 났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묵을 만한 저렴한 숙소가 부족해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들은 아직까지는 여행사를 통해 단체여행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불편은 숙박 문제다. 추석과 국경절이 이어진 연휴 기간에 유커들은 대규모로 한국을 찾지만, 이들을 수용할 만한 저렴한 숙박시설이 서울에는 부족하다. 이영일 (사)한중문화협회 총재는 “서울시내에는 숙박시설이 조기에 예약이 끝나 의정부, 양주, 수원 등 경기도에 있는 모텔까지 유커들이 들어차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서 본 남산타워의 야경과 동대문 야간 쇼핑 등은 유커들에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커들은 인천이나 수원 등 경기지역의 비즈니스급 호텔에서 숙박을 하지만, 정작 이들이 주로 관광하는 곳은 서울 시내나 판문점 등 경기 북부 지역”이라면서 “이동 거리나 일정에 대해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여행코스에 지루함을 표출하는 유커들도 있다. 경복궁, 청계천을 1시간 이내에 훑어보고 명동이나 동대문,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식의 전형적인 코스가 유커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장지에(45)는 “4박 5일 일정동안 면세점, 인삼매장, 화장품 등 쇼핑 코스가 하루 최소 1~2시간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쇼핑에 대한 흥미는 떨어진다.”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본 궁궐이나 민속촌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그런 여행상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커들의 이 같은 불만에 대해 국내 여행업 종사자들은 정반대 시각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커들이 부담하는 여행 경비만큼 숙박시설 등에 대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서울시내에 숙박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저가를 찾다 보니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라면서 “저가상품으로 오는 유커들은 용인 수원은 물론 송탄, 오산, 평택에 숙소를 잡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자유여행에서도 유커들의 불만은 엿보인다. 틀에 박힌 관광코스에서 탈피해 드라마 명소 방문, 대학가 탐방 등 주제를 정해 여행을 하고 서울 시내의 게스트하우스 등 저렴한 숙소에 묵는 이들은 자신들의 블로그를 통해 한국 여행의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행가이드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지나친 상술과 불편한 언어소통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콜밴의 불법 영업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한 콜밴 기사가 승객을 가장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명동에서 이촌동까지 11만 5000원을 요구했다 경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리진옌(27·여)은 “공항에서 내리니 콜밴 기사들이 호객을 했다.”면서 “인터넷에서 한국의 택시를 구분하는 방법을 참고해서 속지 않았지만, 잘 모르는 외국인은 쉽게 바가지 요금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소통도 마찬가지다. 명동, 인사동 등에서는 중국어 관광안내원이 활동하고, 유명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도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배치돼 있지만 일본어 서비스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편이다.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다양한 곳을 가보고 싶어도 영어 소통조차 어렵다고 유커들은 토로한다. 왕리웨이(30·여)는 “지하철보다 버스를 타고 서울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정거장 노선도에 한글로만 쓰여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김소라·배경헌기자 sora@seoul.co.kr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6) 취재 기자와 전문가 좌담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6) 취재 기자와 전문가 좌담

    ‘음란물 없는 e세상 속으로’ 시리즈는 사이버 음란물 근절을 위해 시작됐다.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물의 실태와 폐해,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들의 움직임 등을 소개했다. 시리즈는 음란물 근절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좌담으로 마무리한다. 좌담은 4일 오전 서울신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 양청삼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장,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청소년보호법 개정 청원에 동참한 남준근 배재고 3학년 학생이 참석했다. 문화부·방통위는 이날 정책 배너광고 동참으로 서울신문의 사이버 클린 운동에 화답하고 나섰다. 진행 박현갑 사회부장 →음란물 근절을 위해 각 부처에서 여러 정책을 폈다. 이에 대한 자체 평가와 향후 추진 방향은. 김성벽 청소년매체환경과장 여가부에서는 인터넷상의 유해 광고 등에 대한 제재를 해왔다. 청소년보호법상 일반 일간지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그 이유는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보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가 자율적인 노력과 규제를 기울일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그 배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 시장이 격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여가부에서는 고발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활용하기 보다는 모니터링을 통한 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언론사에서는 광고를 외주업체에 맡기다 보니 스스로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선은 개선 권고를 하고, 개선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사법당국에 수사의뢰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시적으로만 개선이 된다는 것이다. 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법적 규제보다는 언론사 자체의 강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진식 미디어정책과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기간행물이 1만 3268개가 등록돼 있다. 이 중 인터넷신문이 3153개사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우리나라 언론시장은 8대2 정도로 구독료보다는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디지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란성 광고 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 건전한 언론을 육성·진흥해야 하는 문화부로서는 언론을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 기사를 매개로 정부가 심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율규제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문화부에서는 인터넷 매체, 광고주,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윤리강령과 심의기구를 만들어서 심의결과에 따라 지원사업 등에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문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 증액도 고려 중이고, 유해 광고 게재 사이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논의 중이다. 양청삼 네트워크윤리팀장 방통위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와 여러 가지 음란물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 윤리교육 등을 맡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무선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통이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방심위의 모니터링 요원만 30여명이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해외사이트가 적게 잡아도 600만개 정도나 된다. 결국 우리가 모두 단속할 수는 없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P2P나 웹하드 등을 주로 점검하지만,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단속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해서 모니터링 요원을 배로 증원할 생각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300만명 정도 되는데, 청소년 이용자들의 계약 시 이동통신사가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단속을 하더라도 음성화될 여지는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에도 인터넷 활용에 대해 역발상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전 세계 언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만 그걸 외주 광고를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건 손쉬운 발상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처럼 자기만의 온라인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민선 사무국장 자율 규제를 말씀하셨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수용자 입장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수용자 측에서도 자율 규제에 참여해야 한다. 남준근 학생 현재 방심위의 심의규정에 따르면 아주 변태적인 수준의 심각한 내용에 대해서만 제재를 하고 있다. 요즘은 유치원생부터 인터넷을 하는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속과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나. 이 과장 음란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디까지가 음란물인지, 음란물이 없는 게 좋은 세상인지도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음란물에 대한 의학적 접근 등 다른 시각도 있다.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서 사회적 인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 국장 음란물과 성인물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성인물에 대한 제한적 접근은 허용한다고 해도, 음란물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본다.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간단히 성인인증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수단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유해성 광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던데, 음란성 광고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나. 김 과장 행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법률이 필요하다. 현재는 소지만 해도 처벌되는 아동음란물, 소지는 되지만 유포는 안 되는 일반음란물, 성인들에 한해 유통을 허락한 성인물이 있다. 이외 유해할 수 있는 것들을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정의에 따라 규제나 시정 조치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렇게 구분할 수밖에 없다. 김 국장 기본적으로 음란물은 범죄라고 본다. (정부는)경계선에 있다고 해서 수위를 낮추는 듯한 표현을 하는데 저희는 그냥 음란광고라 부른다. 어른이 판단하는 음란물이 아니라 청소년들 시각에서 봐야 한다. 청소년들이 그걸 봤을 때 이게 얼마나 유해할지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 어른들은 ‘이 정도는 괜찮은데’라는 인식이 너무 팽배하다. 아이들은 그걸로 인해 음란물에 더 무뎌지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시각, 국민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접근성을 따져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차단하는 방안을 고민해줘야 한다. →음란물 단속에 있어 부처 간 협조는 어떻게 보나. 같은 정책을 여러 부처에서 중복 집행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 과장 정부에 정책 협의체가 있다. 정부에서도 노력은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톱다운(top-down) 식으로만 할 수는 없다. 사회적 운동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문화부에서는 네거티브 정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걸 더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과장 부처 간 협조보다도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기본적인 관련 법들은 마련돼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검찰에서 앞으로는 아동청소년음란물을 한번만 내려받더라도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는 방치했다는 얘기 아닌가. 풍선효과가 생길지언정 엄정하게 단속하면 적어도 청소년들이 접하는 건 줄일 수 있다. →서울신문 특별기획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양 팀장·김 국장·김 과장·이 과장 음란물 실태를 다양하게 짚었다고 본다. 특히 경찰과 방통위 등 실제 모니터링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다뤄준 게 인상 깊었다. 언론사의 광고 문제 등 스스로 매를 맞는 일에 나서줬다. 일회성 기획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으면 한다. 남 학생 언론도 상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윤리적인 측면도 봐주길 바란다. 어른들이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교육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리 김정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日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 내년 설립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첫 공익재단이 이르면 내년 초 설립된다. 2일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단 설립 예산 10억원을 반영했다. 재단은 강제동원 관련 국내외 추도사업과 유족 지원, 학술회의 개최 등을 담당하게 된다. 전직 위원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는 이사진을 꾸려 이르면 이달 말 행정안전부에 설립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해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초쯤 재단이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설립되는 재단에는 100억원 출연을 확정한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으로 혜택을 받은 10여개 기업이 출연을 협의 중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현병철, 자격미달 측근 특혜인사 의혹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8월 연임 이후 내부 규정을 어기고 특혜 인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지난달 27일 자로 정모 운영지원과장을 장애차별조사1과장에 임명했다. 지난해 ‘전문직위’로 지정된 장애차별조사과장직은 인권위 규정상 과장급 직위를 갖고 장애인 인권보호 업무를 4년 이상 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운영지원과장과 재정기획팀장 등을 지낸 정 과장은 해당 업무 과장직을 수행하지 않아 자격이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 과장은 2010년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의 현 위원장 사퇴 농성 당시 농성장 난방을 차단해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라면서 “자격미달의 측근을 주변에 임명한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다. 당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장애인 활동가가 급성 폐렴으로 사망해 인권위의 대응 방식을 두고 비판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현 위원장이 연임 직후 실시한 직원 설문 조사 결과를 일부만 공개한 것도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 위원장은 쇄신을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2일부터 20일간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내부 게시판에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에는 당초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문항 중 ‘위원회 발전을 위해 위원장이나 위원회에 하고 싶은 말’ 등에 대한 답변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80% 이상의 직원이 ‘위원장 사퇴’를 해당 문항에 기입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를 고의적으로 뺐다.”면서 “쇄신을 위한다면 가감 없이 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공무원 직무범죄 증가세… 경찰관 25.9% ‘최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감찰 강화 등 직위 남용 비리를 줄이기 위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범죄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오히려 증가했다. 서울신문이 27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2011~2012년 공무원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488.8건 발생하던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는 올 들어 8월까지 496.6건으로 1.6% 증가했다. 반면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7.4%로 감소했다. 범죄는 느는데 사법처리는 줄어든 것이 오히려 공무원 범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란 직권남용, 알선수뢰, 뇌물공여, 공금횡령, 공무상비밀 누설 등이다. 전체 공무원 범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기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찰청과 법무부 등 사법기관이었다. 경찰 공무원의 범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8%에서 올해 25.9%로 확대됐다. 월평균 입건 수도 지난해 121.4건에서 올해 128.5건으로 늘었다. 재판에 회부되는 기소율은 4.1%에서 6.2%로 증가했다. 경찰과 유흥업소 업주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던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 사건’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이경백 사건으로 전·현직 경찰 18명이 구속됐다. 전체 공무원 범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15.0%)을 차지한 법무부의 공무원 범죄도 지난해 월평균 58.6건에서 올해 74.4건으로 증가했다. 법원·법무부 등 힘있는 기관 소속일수록 범죄 기소율이 낮은 현상은 올해에도 여전했다. 올해 전체 595건의 직무 관련 범죄가 접수된 법무부의 기소율은 0.8%에 그쳤고 117건이 접수된 법원과 8건이 접수된 헌법재판소의 기소율은 각각 0%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월평균 직무관련 범죄는 경기도가 3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3.0건, 전북 17.6건, 전남 15.9건, 경남 15.8건, 강원 14.1건, 경북 13.0건, 충남 8.0건, 충북 7.9건, 광주 6.0건, 부산·인천 5.6건, 제주 3.4건, 대전 3.0건, 대구 2.9건, 울산 2.5건 등 순이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4대강 공사로 태풍피해 커졌다”

    태풍 ‘산바’로 인한 피해가 4대강 공사 때문에 더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대강조사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산바가 지나간 뒤 홍수가 난 낙동강 일대를 조사한 결과 보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특별히 많은 비가 내리지 않은 지역에서 제방 유실 등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보 설치로 하천환경이 변화한 탓”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산바로 인해 낙동강 제1지류인 회천에서 제방이 유실됐고 그 결과 고령군 개진면 농경지 30헥타르(가로·세로 각 100m인 정사각형 면적) 등이 침수됐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바닥 준설로 전체 수위는 낮아지지만 보 근처에서는 오히려 수위가 상승해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급변한 하천환경이 안정되려면 최소 10~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또 합천보에서 지반 내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생겨 물과 흙이 함께 이동하는 ‘파이핑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파이핑 현상이란 보 상류에서 흐르는 물이 호안 등으로 스며드는 일종의 누수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지반 파괴로 제방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조사위 측은 “파이핑 현상을 막으려 보강공사를 했지만 같은 현상이 재발했다는 것은 합천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라면서 “함안보와 달성보, 강정보, 칠곡보, 구미보 역시 침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현황을 추산하고 있다.”면서 “공식 집계가 안 돼 아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박근혜, 뭘 사과했는지 알 수 없어”

    “박근혜, 뭘 사과했는지 알 수 없어”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는 불완전한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박정희 정권에서 아버지인 최종길 교수를 잃은 최광준(47)씨는 지난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를 “진정성 없는 사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63)씨도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대체 뭘 사과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박 후보를 비판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과 역사정의 실천연대 주최로 열린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라는 대담회에 참석해 “과거사 청산의 필수 전제는 제대로 된 사과”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최씨의 아버지 고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는 1973년 10월 유신헌법 반대시위를 벌이다 잡혀간 법대생들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간첩죄로 수사를 받다 사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장씨는 “유신 체제에서 말 못할 피해를 겪은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면서 “이번 기회에 역사를 바로 세워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교과부·여가부 ‘클린’ 동참… 청소년보호 배너광고 낸다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교과부·여가부 ‘클린’ 동참… 청소년보호 배너광고 낸다

    범람하는 음란물 탓에 날로 혼탁해지는 인터넷 공간을 정화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특별기획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의 연재를 지난 25일 시작한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 인터넷신문 단체 등은 다양한 대책과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는 서울신문의 ‘사이버 클린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두 부처는 26일 서울신문 특별기획 3편에 소개된 ‘유해 광고를 싣는 인터넷신문에 칼 빼들었다’<2012년 9월 26일자 1, 8, 9면 참고> 보도에 대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보도라며 환영했다. 또 음란성 광고 근절 취지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아동,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을 내용으로 한 배너광고를 싣기로 했다. 이복실 여가부 청소년정책실장은 “정부는 인터넷신문들의 음란성 광고 실태가 심각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다른 인터넷신문들도 서울신문처럼 사회 공기로서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이버 클린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신문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한 대형 인터넷신문들과 포털사이트들은 자정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인터넷신문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인터넷 매체 협회인 온라인신문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이 속한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다음 달 가칭 ‘인터넷신문위원회’를 사단법인 형태로 창립하고 첫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인터넷신문 상설 발전·심의 기구인 이 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인터넷신문 광고 심의 ▲인터넷 기사 심의 ▲인터넷신문 현황·매출 같은 기초 데이터 수집, 분석 등 세 가지다. 특히 광고 심의는 위원회 산하에 독립기구인 ‘광고자율심의위원회’를 두고 모니터링 요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음란성 광고를 실시간 감독한 뒤 심의위원이 유해성 정도에 따라 주의, 경고, 제재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제재를 거부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의 정부기관 지원 사업 대상 업체 선정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단체들도 언론사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 음란성 콘텐츠가 사라져야 한다는 서울신문의 주장에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의 임종섭 교수는 “기다리던 훌륭한 기사”라면서 “독자들 반응도 접목해서 작을지라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일부 언론사 웹사이트들이 음란성 광고 등을 내거는 것은 진정한 저널리즘이 아니며 멀리 봤을 때 이는 자해 행위”라면서 “서울신문이 선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만큼 언론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말로는 사회 안정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배경헌·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시민·전문가가 본 ‘음란광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는 인터넷 언론 잘 들어. 들어가보면 기사는 뒷전이고 민망한 성인 광고들만 가득 차 있지. 명심해, 이런 민망한 광고 당신들의 아이도 본다는 걸.” 지난 8월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용감한 녀석들’이 언론의 음란성 광고를 향해 날린 직격탄이다. 웃음으로 포장됐지만 이 ‘용감한’ 발언은 음란성 광고와 성인용 화보로 가득찬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은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하나같이 “언론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윤세화(39)씨도 언론사 홈페이지 탓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윤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한 여성 연예인의 ‘섹시화보’에 접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윤씨가 “왜 이런 것을 보고 있느냐.”고 다그치자 아들은 대답 대신 “왜 화를 내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윤씨는 “솔직히 아들이 ‘뭐가 잘못이냐’고 물어서 당황했다.”면서 “때가 되면 필요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모보다 인터넷을 통해 성에 대해 배우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어린 아들이 쉽게 섹시동영상 접속” 중학생 딸을 둔 주부 고미현(43)씨의 고민도 비슷하다. 고씨는 “언론사 웹사이트를 보면 ‘가슴 확대’, ‘조루증 해소’처럼 민망한 광고가 가득하다.”면서 “딸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고 싶은 기사가 있어도 성인 광고 탓에 망설여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란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문제는 접속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접속하느냐다.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지만 언론사의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에 대한 의식을 둔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양모(14)군은 “언론사 홈페이지는 주로 아이돌이나 연예인 화보를 보려고 찾는다.”면서 “솔직히 ‘야동’(음란 동영상)도 보는 마당에 언론사 홈페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언론사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적 충동이 강한 시기에 언론사의 음란성 화보에 익숙해지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면서 “성범죄를 촉발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을 좇아 성인용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언론사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음란물이 성범죄 원인이라더니…”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모(32) 경사는 “음란물이 성범죄의 원인이라면서 음란성 광고를 올리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면서 “언론사도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정적 콘텐츠는 결국 언론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현실적 사정은 이해하지만 언론의 본분을 생각한다면 성인용 콘텐츠보다는 다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숨바꼭질이죠. 매일 반복되는.” 최갑영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과 수사총괄팀장은 음란 전단지 단속을 이렇게 정의했다. 서울시가 2008년 특별사법경찰관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음란 전단지를 단속해 왔지만 술래잡기는 좀처럼 끝날 줄 모른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전단지가 사라진다. 단속반이 돌아가면 거리의 주인은 다시 낯뜨거운 전단지가 된다. 지루한 숨바꼭질을 지켜보는 건 아이들이다. ●특별사법경찰관제 4년… 숨바꼭질 반복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서부수사팀과 동부수사팀 22명이 합동 단속을 벌인 강남구 선릉역 일대. 선릉역과 역삼역 주변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지역이자 음란 전단지 배포 구역이다. ‘여대생과의 순수하고 풋풋한 만남’처럼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함께 반라의 여성 사진이 실려 있는 전단지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지난 4년간 음란 전단지는 제작부터 배포까지의 전 과정이 지능화됐다. 단속 초기처럼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광고하는 전단지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대신 넌지시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이 늘었다. 배포자를 적발하더라도 성매매 전단이 아니라고 우기면 현행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도보·오토바이·차량조로 나눠 살포 배포 방식도 지능화됐다. 2~3명으로 이루어진 ‘도보조’뿐 아니라 ‘오토바이조’ ‘차량조’의 조직적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량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차에서 전단지를 살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최 팀장이 ‘전문 배포꾼’이라고 설명한 이들은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적발되더라도 수십만원의 벌금만 내면 그만인 데다 벌금도 성매매업소에서 대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 방식도 진화됐다. 알선책이 인쇄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연결하고 거래는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이뤄진다. 한쪽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적발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성매매업 전체가 아닌 전단지 배포에 대한 단속 권한만 가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20일 단속 현장에서 전단지 배포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최 팀장은 “어디선가 단속반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숨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는 완전히 달랐다. 거리는 음란 전단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 주던 이모(52·여)씨는 “오후 5시쯤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와서 여기저기 흩뿌리더니 금세 사라졌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1·여)씨는 “아침마다 전단지 치우는 게 일”이라면서 “인터넷 음란물도 문제지만 주변에 학원도 많은데 낯부끄러워서 애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 압수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단지 유포자 65명을 검거하고 39명을 형사입건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의 음란 전단지를 압수했다. 그나마 적발하지 않았으면 거리에 뿌려졌을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성매매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전단지 배포도 계속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최 팀장의 뒤로 미술 학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음란물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걱정돼요.”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 광고를 규제해 달라.”는 취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 청원서를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다는 배재고 2학년 노지명(18)군의 말이다. 청원에는 노군을 비롯한 ‘좋은 학생, 좋은 교사들의 모임’(Good Students and Good Teachers·GSGT) 소속 2500여명 등 총 1만여명의 학생, 교사들이 동참했다. ●“음란 스팸메일 하루 7통 이상” 청소년이 청소년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음란물 탓이다. 지난 21일 배재고 남준근, 노지명, 박준상 등 동갑내기 세 학생과 나눈 얘기는 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따끔한 질타였다. 청원에 학생 대표로 참여한 남군은 “단순히 광고에서만 문제를 느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인물은 인증이라도 거치지만 음란 광고와 사진은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다.”면서 “넘쳐나는 음란물 중 최소한 광고만이라도 규제해 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음란물을 보고 공유하는 행위는 일상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방식과 수법은 나날이 ‘진화’한다. 컴퓨터로 내려받은 파일을 스마트폰에 숨기는 것은 예사다. 음란물을 포털사이트 웹하드에 올리고 페이스북의 비공개 모임을 통해 또래끼리 공유하거나 아예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음란 사이트 계정을 함께 쓰는 일도 있다. 성인인증은 걸릴 가능성이 적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주민번호로 간단히 해결한다. 카카오톡으로는 링크를 전달한다. 팝업창을 통해 우연히 음란물을 처음 접했다는 박군은 “하루에 많게는 7통까지도 음란성 스팸 메일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 학생도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 박군은 “솔직히 청소년기에 호기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음란물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남군은 “음란물이 곧바로 성범죄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성범죄의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군은 “누군가 음란물을 보고 내 가족을 향해 나쁜 생각을 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는 노군은 “성적 개방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잘못된 性관념 가질까 걱정” 학생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걸어 놓은 야한 광고를 자식들이 본다면 어떨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한국 조산원 “출산중 아기 죽었다”…입양 수수료 챙기고 호주로 입양

    최근 호주의 한 방송사가 20여년 전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호주인 여성의 충격적인 사연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양 수수료를 챙기려고 한국의 한 조산원이 친부모에게 “출산 중 아기가 죽었다.”고 속인 뒤 이 여성을 호주로 입양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호주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의 민영방송사 SBS는 1988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에서 태어난 후 호주로 입양됐다는 에밀리 윌(24·가명)의 사연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윌은 이상 없이 태어났지만, 조산원 측은 친아버지에게 “아이가 사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모는 실의에 빠졌지만 비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입양 수수료를 타내기 위해 조산원이 꾸민 거짓말이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 경남 진주시의 한 입양기관으로 옮겨졌고, 5개월 뒤 호주로 입양됐다. 입양 서류에는 “혼전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했다.”고 적혀 있었다. 진실은 지난해 윌이 자신의 두 아이를 위해 한국의 친부모를 찾으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윌은 “(친부모를 모르니) 내 아이들에게 어떤 유전적 질병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친부모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23년 만에 친부모와 재회한 윌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친부모가 출산 당시 혼인한 상태의 부부였고, 아이는 죽은 줄 알고 있었다는 것. 조산원이 거짓으로 사산 통보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호주에서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호주인 리 푸(25)는 “아무리 어려웠던 시기라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들의 잃어버린 삶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단 호주 네티즌(juyon*******)도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돈이라면 아이도 사고파는 탐욕과 혼외 출생아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사문서 위조에 해당 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7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차칸남자’는 한글 파괴… 표현 자유와 별개”

    “‘차칸남자’는 한글 파괴… 표현 자유와 별개”

    “굳이 소송까지 했냐고요? 한글이 무너져 가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대로(65)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결연해 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KBS 2TV에 방영 중인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의 제목이 한글 파괴에 해당한다며 지난 13일 서울 남부지법에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에 착수했고, 이 대표를 만난 지 하루 만인 18일 KBS는 드라마의 제목을 ‘착한남자’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라면서 “이 기회에 우리의 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초대 회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한글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장, 한글문화원 고문, 국어단체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글 지키기의 역사가 이 대표에게는 자신의 삶이 남긴 발자취와도 같다. 일제 치하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우리 말을 되살려 낸 것이라 그의 노력은 더욱 값지다. 그런 그에게 ‘차칸남자’와 같은 한글 파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글을 넘어 한글학자와 한글운동가들이 걸어온 길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제작진과 젊은 시청자들이 영화 ‘말아톤’을 예로 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공영방송이 언어 사용에 있어 지켜야 할 가치가 표현의 자유에 앞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드라마의 제목이 제작지원사 ‘치킨마루’와 비슷한 점을 지적하며 “돈만 내면 한글을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글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외국어와 외래어의 사용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무감각하게 한글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10년 넘게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네티즌’ 대신 ‘누리꾼’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에서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표의 한글 사랑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한글 운동에 뛰어들던 이 대표는 내처 이택로(李澤魯)라는 한자 이름을 순우리말인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대로, 우리말을 이대로 지키자는 결기로 읽힌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 발가락으로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 발가락으로

    지난달 21일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내부에 천막을 세웠다. 지하철역 내부에 천막이 세워지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18일로 29일째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회원들이다. 장애등급제란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 보조 서비스 등의 복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장애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많다. 지적장애 2급인 김모(36·여)씨가 그런 사례다. 김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다 2010년에 시설을 나왔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 중증 장애인에게 한정돼 있다.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김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제도 부작용이 크다. 지난 2월 경남 양산시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낸 60대 지체장애 남성은 부양의무제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 남성은 취직한 둘째 딸에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0만원의 생계비가 18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게 낙담한 그는 생활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 접근에 바탕한 현실적 지원이다. 중증 장애 1급인 방상연(40)씨는 “장애 유형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출산과 취업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정치권의 지지도 이어지지만 갈 길은 멀다. 천막 농성을 함께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김유미(32·여) 교사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하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복지 예산이 부족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지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발표했지만 대선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적 판정 체계를 연구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들 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들 왜?

    지난달 21일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내부에 천막을 세웠다. 지하철역 내부에 천막이 세워지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18일로 29일째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회원들이다. 장애등급제란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 보조 서비스 등의 복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장애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많다. 지적장애 2급인 김모(36·여)씨가 그런 사례다. 김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다 2010년에 시설을 나왔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 중증 장애인에게 한정돼 있다.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김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제도 부작용이 크다. 지난 2월 경남 양산시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낸 60대 지체장애 남성은 부양의무제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 남성은 취직한 둘째 딸에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0만원의 생계비가 18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게 낙담한 그는 생활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 접근에 바탕한 현실적 지원이다. 중증 장애 1급인 방상연(40)씨는 “장애 유형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출산과 취업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정치권의 지지도 이어지지만 갈 길은 멀다. 천막 농성을 함께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김유미(32·여) 교사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하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복지 예산이 부족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지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발표했지만 대선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적 판정 체계를 연구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성폭력 우범자 2만명 서면검사·주변탐문만?

    지난 11일 충북 청주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 살해하고 자살한 곽모(46)씨는 경찰 지구대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성폭력 우범자 관리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윗집에 살았던 여성은 물론이고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경찰관들도 이 사실을 몰랐다. ●법무부, 첩보수집 개정안 마련 올 8월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성폭력 우범자는 2만 73명이다. 경찰은 아동 대상 성범죄는 1회, 청소년·성인 대상 성범죄는 2회 이상 범행 전력을 지닌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재발 위험도를 구분한다. 우범자 관리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 그들의 생활실태를 직접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점관리 대상 우범자에 대해서만 관내 지구대 경찰이나 경찰서 담당자가 최신 동향을 매월 1차례씩 파악하고 있다. 곽씨와 같은 첩보수집 대상자는 3개월에 한 번 감시하는 게 전부다. 그나마 경찰이 우범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도 아니다. ‘관리 대상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거주지역 지구대 경찰관이 해당 인물이 등록된 거주지에서 실제로 생활하는지, 수입이 있는지를 주변 인물 탐문이나 운전면허 조회 등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또 깡통대책으로 그칠지 우려 ‘성범죄 우범자 관리 강화’는 경찰이 강력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습관처럼 꺼내든 대책이다. 연이은 성범죄에 경찰은 7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성범죄 우범자 2만여명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범죄 전과자들은 한층 잔인한 범죄행각을 보이며 거리를 활보했다. 경찰의 성범죄 우범자 관리는 법률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경찰청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인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와 직장 근무 여부 등을 6개월마다 확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1년마다 하던 성범죄 전과자 신상 정보 확인을 6개월마다 한다고 해서 성범죄 재발 위험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성범죄 신상 등록 대상자들의 실제 주거 상태와 위험성 등을 수시로 확인해도 모자랄 판에 6개월 주기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배경헌기자 kimje@seoul.co.kr
  •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하는데….” 20년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석근(57) 목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모(42)씨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뒤 이곳을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담안선교회는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7개 민간갱생보호시설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200여명의 출소자가 있다. 법무부 산하인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인천교도소장을 지낸 고 이정찬 목사가 1985년 설립했다. 출소자들은 원하면 최대 2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 담안선교회는 취업이 출소자들의 자립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용 재생 카트리지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이들을 돕고 있다. 임 목사는 서씨에 대해 “조금 더 이곳에 머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면서 “누군가 잡아 줬어야 할 때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지냈다. 나름의 사회생활도 하고 통제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혼자가 된 서씨는 다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임 목사는 서씨의 범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모든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출소한 2만 4626명 중 출소 후 3년 이내에 교정시설에 재입소한 비율은 22.5%에 이르렀지만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갱생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았던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0.4%에 불과했다. 특히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 5553명 중 초범 출소자는 8.5%, 2범 23.0%, 3범 30.7%, 4범 41.2%, 5범 이상은 50.1%를 차지해 출소자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담안선교회를 비롯한 갱생보호시설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위험천만한 범죄자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서영교(중랑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담안선교회의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월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 8000여명도 지역구 의원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법무부는 법무복지보호공단의 지역 지부를 새로 짓지 못하고 있다. 갱생보호시설과 지역 범죄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한 해 6만여명이 넘는 출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국립과 민간을 합쳐 800여명에 불과하다. 담안선교회에서는 지금까지 100쌍에 가까운 출소자가 결혼했다. 마약에 빠져 있던 한 여성 출소자는 남성 출소자와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이들도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한 뒤 새 삶을 찾은 임 목사의 말이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학점 거품 빼자니 학생 반발” 대학들 딜레마

    “학점 거품 빼자니 학생 반발” 대학들 딜레마

    연세대가 서울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재수강’(한번 수강한 강의를 다시 듣는 것) 제도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학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재수강제, 학점 포기제 등 점수 부풀리기용으로 활용되는 제도들을 바꿀 필요성은 느끼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고학점 등 ‘스펙’(취업 등에 도움되는 조건)을 통해 청년실업을 뚫으려는 학생들로서는 학교가 취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모든 대학들이 함께 학점을 정상화해야 공평하지만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수도권 주요 대학의 교무 관계자들은 재수강 제한 등을 통해 학점 거품을 빼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실제 학사제도를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고려대 고위 관계자는 “재수강을 포함해 학사제도 전반을 바꿀 혁신적 개혁 방안을 연내에 마련,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수강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반발 등으로 손을 보지 못했다.”고 혁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재수강 등에 중복투자되는 비용이 연간 20억원에 이른다.”면서 제도 개선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경희대 관계자는 “재수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학생은 물론 교수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학점에 거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대학 학점은 상대적으로 짜다고 불만인 학생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런 판국에 어떻게 학점을 더 내릴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학점 부풀리기가 워낙 만성화되다 보니 취업·유학 때 국내 대학에서 얻은 고학점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공개한 2011년 182개 4년제 대학 평균학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대학 졸업생 가운데 A학점과 B학점을 받은 비율이 89.4%나 됐다. 여러 차례 재수강을 하거나 낮은 학점 포기제를 통해 학점을 ‘세탁’하는 일이 잦아진 결과다. 학생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절박하다. 자기 학교만 재수강 제한 등으로 학점을 낮추면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취업 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재수강제 폐지 검토’ 소식이 알려진 연세대에서는 신촌캠퍼스 총학생회가 ‘학생과 협의 없이 재수강제 개편을 발표했다.’며 11일 교무처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구조화된 고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수강 제한 등을 해도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배경헌기자 dynamic@seoul.co.kr
  •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여대 학군단(ROTC)에서 복무 중인 장교가 간암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절반 넘게 이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 훈육관인 오윤정(33) 대위는 지난 7월 20여년 동안 B형 간염으로 고생하던 어머니(56)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종양 부위를 절제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암세포 때문에 절제가 어렵다며 간 이식 수술을 권고했다. 오 대위는 간 제공을 자청해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어머니에게 떼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모녀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 대위는 2002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남동생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 왔다.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수술 뒤 군 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오 대위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누구보다 고생이 많았던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수술을 자원했다. 2004년 여군사관학교 49기로 입대한 오 대위는 초군반 과정을 전체 1등으로 마친 뒤 여군이 드문 보병 병과를 선택해 중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학군단에서 사관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 대위의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오 대위에게 교육을 받은 성신여대 학군사관후보생 30명은 헌혈증 350장을 모아 오 대위에게 전달했고 성신여대 교직원들도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장인 구덕관 중령은 “오 대위는 사명감과 열정이 투철하고 근무 성과가 출중한 보기 드문 재원”이라고 평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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