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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 잇는 명품 풀빵장수의 ‘명품’ 신념

    “우리 누가 더 불행한지 내기할래요?” “누가 더 불행한 걸 가지고 내기를 해?” “사람들 많이 하잖아요. 난 이러이러해서 슬퍼. 그러면 야, 나는 더한 일도 있었는데 말야 어쩌고 그러니까 내가 더 불행해. 그러면 다시 옆에서 듣던 사람이 난 이런 일도 있었다구 하면서 서로의 불행을 나누고, 위안을 얻고. 술자리의 태반이 그런 거 아니에요?”(134쪽) 소설가 김학찬(30)의 청춘은 스스로의 불행을 자조하며 서로를 위무하는 세대다. 아등바등 대학에 가 봤자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고시에 매달리지만 합격도 없다. 가진 거라고는 갚지 못한 은행 빚뿐. 이러니 외칠 수밖에 없다. “자, 건배.” ‘풀빵이 어때서?’(창비 펴냄)의 주인공은 풀빵 장수다. 아버지는 평생 붕어빵을 구워 온 붕어빵 명인이다. 주인공은 “가업을 잇는다”며 대학에 가지 않고 기꺼이 붕어빵 장수가 된다. 정규직이 되려고 애쓰는 대다수의 젊은이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 과장되더라도 신념을 갖고 자기를 건강하게 밀고 나가는 인물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붕어빵을 구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인공은 군 생활을 ‘붕어빵병’으로 보낸다. 좋아하고 잘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억지로 하는 일이 되면서 천직으로 여겼던 붕어빵 장사에 학을 뗀다. 작품의 묘사는 압축적이지만 몇 가지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폭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대 후 일본으로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다코야키를 접한 주인공은 다코야키 유학길에 오른다.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 재촉한다. “아들아, 나와 붕어빵은 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어. 어서 귀순하거라.” 붕어빵과 다코야키 사이를 줄타기하는 주인공은 자발적 탈락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저울질하는 대신 어떤 꿈이 더 가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아다. 작품은 “자신의 처지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덤덤한 적극성과 타인에 대한 은근한 연대감을 두루 갖추고 있어 새로운 사회적 자아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는 평과 함께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영화 프리뷰] ‘춤추는 숲’ 도심 한복판서 더불어 삽니다, 성미산 마을 공동체 이야기

    [영화 프리뷰] ‘춤추는 숲’ 도심 한복판서 더불어 삽니다, 성미산 마을 공동체 이야기

    산. 톱 소리가 들린다. 나무 둥치에 전기톱을 박은 사내의 팔꿈치에는 한 여성이 엉겨 붙어 있다. “놓고, 놓고 얘기하자고! 아줌마가 빼야 나도 뺄 거 아니야.” ‘아줌마’는 흐느낀다. “뺀다고 약속하세요.” 뒤편으로는 똑같이 전기톱과 악다구니를 벌이고 있는 남성이 보인다. 윙~ 톱 소리는 계속된다. 그리고 날카로운 기계음을 가르는 ‘아줌마’의 울부짖음. 이 산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강석필 감독과 홍형숙 프로듀서의 ‘춤추는 숲’은 일종의 ‘홈 비디오’다. 부부가 10년째 살고 있는 성미산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이 일단 그렇다. 마을 풍경을 비추는 도입부가 단적인 예다. “파마하셨느냐”고 묻는 감독의 질문에 동네 아저씨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짓고, 감독의 친구쯤 되어 보이는 여성은 “낮술 먹고 들어가는 길이니 찍지 말라”며 너스레를 떤다. 형식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찍은 HD 화면에 주민들이 직접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덧붙여진다. 주민들은 빨래를 개면서 인터뷰에 응한다. 턱밑에서 인물을 찍기도 한다. 감독과 피사체 간에 내밀한 유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취다. 하지만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던 전반부와 달리 내용은 점차 무거워진다. 성미산 마을은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공동 육아를 모색하며 서울 마포구 성산동과 서교동 일대에서 시작한 공동체다. 2010년 홍익대 재단이 사범대 부속 초·중·고등학교를 성미산 일대에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갈등을 빚는다. 주민들은 산 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다. “약한 사람은 드러눕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루 15시간 이상을 천막에서 보냈던 이들의 목소리다. 관객들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있다. 천막은 쓰러진다. 150일 만에. 공사 부지 위로 나무는 넘어간다. 재독(在獨) 철학자 송두율에 대한 반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히스테리를 지적한 전작 ‘경계도시’(2002, 2009)처럼 부부는 결과보다 과정을 드러내는 데 천착한다. 현장 인부의 목장갑 낀 손이 렌즈를 가리는 숏이 대표적이다.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렌즈 너머의 표피가 아니라 이면에 도사린 질문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불가능한가.’ ‘춤추는 숲’은 마을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2편은 성미산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의 성장담, 3편은 마을을 만든 어른들의 이야기다. 부부는 “‘경계도시’를 끝내고 큰 산을 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의 치열함 대신 일상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의도와는 달리 개발 사회의 광풍은 부부를 다시 현장으로 이끌었다. 남은 두 작품에서 우리는 오롯한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상영시간 95분. 오는 23일 개봉.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세 명의 피아니스트, ‘음악의 형식’을 말하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 ‘음악의 형식’을 말하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음악의 형식’을 주제로 연주회를 갖는다. 금호아트홀은 오는 16일부터 3회에 걸쳐 올리버 케른과 아비람 라이케르트, 빌리 에디의 연주를 선보인다. 먼저 16일 첫 무대에 오르는 케른의 주제는 ‘악흥의 순간’. ‘악흥의 순간’을 처음 작곡한 것은 슈베르트다. 자유로운 음악적 이미지로 일기를 쓰듯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 소품집이다. 즉흥곡과 같은 기교보다는 단순하고 우아한 매력이 돋보인다. 전체 6곡 중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러시아 노래’라는 흥겨운 무곡풍의 3번 곡이다. 케른은 슈베르트의 작품에 이어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을 연주한다. 리처드 듀다스 한양대 교수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한 ‘악흥의 순간’이 초연된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스라엘 출신의 라이케르트는 30일 소나타를 주제로 무대에 오른다. 스카를라티와 베토벤, 스크랴빈, 슈베르트를 순서대로 연주하며 소나타의 변천사를 선보인다. 라이케르트는 “소나타의 매력은 기발한 형식에 있다. 특정한 상황과 분위기를 제시하고 그것을 발전해 나가면서 되풀이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성공적인 소나타 연주의 비밀”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서 “깊이 있고도 음악성이 탁월한 연주자”라고 손꼽힌 바 있다. 다음달 13일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레바논 출신 연주자 에디의 주제는 프렐류드(전주곡)다. “짧은 시간 안에 시적이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게 연주자의 말이다. 에디는 스크랴빈의 프렐류드 음반을 녹음하고 바흐와 라벨, 리아도프 등의 프렐류드를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다. 이번에는 쇼팽과 알캉, 포레의 작품을 연주한다. 국내 무대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헬러와 사크르의 프렐류드도 만나볼 수 있다. 8000~3만원. (02)6303-1907.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외로움 이기는 ‘음악의 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5)의 어머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전쟁 고아였다. 아버지는 날 때부터 없었다. 마을에서 그는 유일한 동양인 아이였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름은 손가락질의 이유가 됐다. 용재 오닐은 “어렸을 때는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음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녕?! 오케스트라’(이보영 지음, 이담북스 펴냄)는 지난해 9~10월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다. 악기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용재 오닐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야기다. 떨리는 오디션부터 무대 위에서 ‘섬집 아기’를 연주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용재 오닐은 음악을 통해 외로움을 채우고 세상에 마음을 열었던 경험을 아이들과 공유한다. “인생이란 불공평해. 좋은 패를 가진 사람도, 아주 나쁜 패를 가진 사람도 있지. 선생님도 그랬어. 하지만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신기하고 특이한 패를 너만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해.” 기획에서 방송까지 1년. 책은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용재 오닐과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녹여 냈다. 1만 3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민낯의 위인’을 만나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에 대한 전기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적었다.  “명성을 얻기 전 로댕은 고독했다. 그리고 나서 찾아온 명성은 아마도 그를 더 고독하게 했을 것이다.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새로운 이름 주위로 몰려드는 모든 오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댕에 대한 많은 오해들, 그것들을 해명하는 것은 길고도 힘든 과제이리라.”(‘릴케의 로댕’, 미술문화 펴냄)  릴케의 말처럼 이른바 ‘위인’들의 삶은 신화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인물의 양면성은 퇴색되고 공적만 부각되는 게 다반사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위대해진다는 것은 곧 오해를 받는다는 뜻이다”라고 비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에 완간된 돌베개의 만화 인물 평전 ‘세상을 바꾼 큰 걸음’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해 보기 위한 시도다. 인물의 업적과 성취만을 찬탄하는 대신 잘못과 실패를 공평하게 설명한다. 2011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넬슨 만델라, 에이브러햄 링컨, 지난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루쉰을 소개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찰리 채플린(임창호 지음)과 찰스 다윈(전미화·권용찬 지음), 레이첼 카슨(김성훈 지음), 윈스턴 처칠(김성재 지음)을 내놓았다.  이중 처칠 편은 인물의 공과를 균형감 있게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뛰어난 정치적 통찰력으로 1,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 영국을 구한 그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한편 여성 투표권 부여와 노동자 세력화에 적대적이었던 과오를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인도의 독립에 반대했던 제국주의자의 면모와 터키와의 전쟁 중 무리한 군사 작전으로 대패한 수장의 모습도 담았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곁들이는 것도 장점이다. DDT 살충제의 발명 과정을 통해 카슨이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거나 맬서스의 인구론이 어떻게 다윈의 진화론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식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다윈 편)와 오창길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카슨 편) 등 전문가가 감수에 참여했다. 중간 중간 ‘돋보기’ 코너를 통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사진의 발명과 뤼미에르 형제의 첫 영화, 무성영화의 전성기, 경제 대공황 등을 설명한 채플린 편이 좋은 예다.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글자가 많다. 아동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 알맞다. 1만 2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6:4 법칙, 아이언맨3 배만 불린다

    6:4 법칙, 아이언맨3 배만 불린다

    지난 6일 개봉 12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시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 역대 외화 흥행 순위 1, 2위인 ‘아바타’와 ‘트랜스포머3’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 흥행까지 넘보고 있다. 영화계는 ‘아이언맨3’의 흥행 성공이 외화에 유리하게 돼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가능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외화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는 불합리한 분배 비율(부율)이다. 지난 8일까지 ‘아이언맨3’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502억원 중 232억원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아이언맨3’가 거둬들인 5억 2580만 달러(약 5690억원) 가운데 한국에서의 수익은 4291만 달러(약 465억원,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 합계치)로 해외 국가 중 1위다. 한국 영화는 영화 입장권 수익의 13%를 세금과 영화진흥기금으로 제한 뒤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누지만 외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나누는 비율이 4:6(서울 기준, 지방은 5:5)으로 외화 배급사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다. 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흥행 가능성이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입에 치중했던 대형 단관 극장들이 해외 영화 배급사에 한정된 프린트를 가급적 많이 배정받고자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부율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과거 20년 이상 할리우드 영화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왔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이익집단이 생겨나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 시장은 UPI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해외 직배사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 독과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의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비를 뺀 순수익을 제작사(40%)와 투자사(60%)가 나누고 이 수익은 한국 영화 산업에 재투자된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 유리한 수익 배분에도 불구하고 수익 전체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이경규는 “4월이 비수기라 불황에 시달린 극장주들이 많아 상영관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극장에서 20분마다 상영하는 ‘아이언맨3’의 상영 횟수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개봉일인 지난달 25일 ‘아이언맨3’의 스크린은 역대 최다인 1228개로 점유율이 50.8%에 달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 4만 2803개 중 약 1만 3200개로 30.8%에 그쳤다. 심지어 ‘아이언맨3’의 스크린 수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1389개로까지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 2414개의 57.5%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날 상영한 한국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547개, ‘전설의 주먹’은 254개로 각각 ‘아이언맨3’의 39.3%와 18.2%에 불과했다. ‘아이언맨3’의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800여개 정도의 상영관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극장 측에서 상영관을 늘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3’가 5일 기록한 최다 스크린 수 1389개는 ‘트랜스포머3’(1409개)에 이어 역대 외화 가운데 2위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1154개), ‘다크 나이트 라이즈’(1210개)보다 훨씬 많다.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도둑들’(1091개)과 ‘광해, 왕이 된 남자’(1001개) 등 2편이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기업 계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부작용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다양성 영화의 열악한 배급 환경을 공개 비판하면서 이슈화됐다. 급기야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이 예술영화 전용관 설치를 골자로 한 일명 ‘피에타법’으로 알려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최근에는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특정 영화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30% 이상 점유 금지와 ▲전국 스크린 500개 또는 전체의 30% 이상 개봉 금지 ▲멀티플렉스에 1개 이상의 대안 상영관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복합상영관은 한 종류의 영화를 최대 2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하고 전체 횟수의 3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두고 있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조사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상영계약서의 이행을 유도하고 불공정 거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6대4 법칙,아이언맨3의 흥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6대4 법칙,아이언맨3의 흥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지난 6일 개봉 12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시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 역대 외화 흥행 순위 1, 2위인 ‘아바타’와 ‘트랜스포머3’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 흥행까지 넘보고 있다. 영화계는 ‘아이언맨3’의 흥행 성공이 외화에 유리하게 돼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가능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외화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는 불합리한 분배 비율(부율)이다. 지난 8일까지 ‘아이언맨3’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502억원 중 232억원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아이언맨3’가 거둬들인 5억 2580만 달러(약 5690억원) 가운데 한국에서의 수익은 4291만 달러(약 465억원,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 합계치)로 해외 국가 중 1위다. 한국 영화는 영화 입장권 수익의 13%를 세금과 영화진흥기금으로 제한 뒤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누지만 외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나누는 비율이 4:6(서울 기준, 지방은 5:5)으로 외화 배급사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다. 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흥행 가능성이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입에 치중했던 대형 단관 극장들이 해외 영화 배급사에 한정된 프린트를 가급적 많이 배정받고자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부율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과거 20년 이상 할리우드 영화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왔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이익집단이 생겨나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 시장은 UPI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해외 직배사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 독과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의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비를 뺀 순수익을 제작사(40%)와 투자사(60%)가 나누고 이 수익은 한국 영화 산업에 재투자된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 유리한 수익 배분에도 불구하고 수익 전체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이경규는 “4월이 비수기라 불황에 시달린 극장주들이 많아 상영관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극장에서 20분마다 상영하는 ‘아이언맨3’의 상영 횟수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개봉일인 지난달 25일 ‘아이언맨3’의 스크린은 역대 최다인 1228개로 점유율이 50.8%에 달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 4만 2803개 중 4253개로 9.9%에 그쳤다. 심지어 ‘아이언맨3’의 스크린 수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1389개로까지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 2414개의 57.5%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날 상영한 한국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547개, ‘전설의 주먹’은 254개로 각각 ‘아이언맨3’의 39.3%와 18.2%에 불과했다. ‘아이언맨3’의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800여개 정도의 상영관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극장 측에서 상영관을 늘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3’가 5일 기록한 최다 스크린 수 1389개는 ‘트랜스포머3’(1409개)에 이어 역대 외화 가운데 2위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1154개), ‘다크 나이트 라이즈’(1210개)보다 훨씬 많다.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도둑들’(1091개)과 ‘광해, 왕이 된 남자’(1001개) 등 2편이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기업 계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부작용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다양성 영화의 열악한 배급 환경을 공개 비판하면서 이슈화됐다. 급기야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이 예술영화 전용관 설치를 골자로 한 일명 ‘피에타법’으로 알려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최근에는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특정 영화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30% 이상 점유 금지와 ▲전국 스크린 500개 또는 전체의 30% 이상 개봉 금지 ▲멀티플렉스에 1개 이상의 대안 상영관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복합상영관은 한 종류의 영화를 최대 2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하고 전체 횟수의 3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두고 있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조사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상영계약서의 이행을 유도하고 불공정 거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100번째 루키 ‘로큰롤라디오’의 흥겨운 무대

    100번째 루키 ‘로큰롤라디오’의 흥겨운 무대

    2007년부터 ‘헬로루키’ 프로젝트를 통해 ‘국카스텐’과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몽니’ 등 수많은 신인 뮤지션들을 발굴해 온 ‘EBS 스페이스 공감’이 9일 밤 12시 5분 100번째, 101번째 헬로루키를 맞는다. 주인공은 ‘로큰롤라디오’와 ‘아시안 체어샷’. 4인조 록밴드 로큰롤라디오는 자작곡 ‘셧 업 앤드 댄스’(Shut Up and Dance)와 ‘유 앤드 아이’(You & I)로 “아날로그적 감성의 흥겹고 세련된 편곡과 관객을 춤추게 하는 기타 연주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2011년 결성된 이들은 정식 앨범 발매 없이 지난해에만 100여 차례가 넘는 클럽 공연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검증된 신인이다. 101번째 주인공인 3인조 록밴드 아시안 체어샷은 ‘소녀’와 ‘반지하 제왕’ 등 몽환적이고 묵직한 사운드로 “동양적 선율과 폭발력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이끌어 냈다. 2011년 결성됐지만 멤버 전원이 10년 이상 꾸준한 연주 활동을 해 왔다. 이들은 “최고의 연습은 라이브 활동 같다”면서 “100번째 루키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101번째가 된 만큼 100번째보다 1% 더 잘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그램에선 이들과 함께 지난 2~3월 오디션에 참가한 ‘스쿼시 바인즈’와 ‘노르웨이안 우드’, ‘스트레인지 메이저’, ‘새의 전부’, ‘We Hate JH’ 등 신인 뮤지션 5팀의 공연도 공개된다. 이 가운데 스쿼시 바인즈는 이달의 헬로루키를 아깝게 놓친 팀들 가운데 본선 진출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와일드 카드’에 선정됐다. 2009년 헬로루키로 선정됐던 ‘로맨틱펀치’의 축하무대도 펼쳐진다. 밤 1시부터는 6년 만에 5집 앨범 ‘뷰티풀’(Beautifool)로 돌아온 JK 김동욱의 무대가 방영된다. “사람들에게 외면받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용기를 잃은 적도 많았지만 이젠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 보사노바와 얼터너티브 록, 애시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며 전곡을 작곡했다. 2002년 1집 앨범 ‘라이프 센텐스’(Life Sentence)로 데뷔한 후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느낌”이라고 했던 그가 상업적 성공 대신 성장을 선택한 결과다. 가수 조정치와 ‘가을방학’의 정바비 등이 작사에 참여해 앨범의 수준을 한껏 높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유의 저음과 허스키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IOU’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윌스미스 父子, 영화 ‘애프터 어스’ 홍보차 내한

    윌스미스 父子, 영화 ‘애프터 어스’ 홍보차 내한

    윌 스미스(45)와 제이든 스미스(15) 부자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 것은 2006년 ‘행복을 찾아서’ 이후 7년 만이다. 파산한 의료기기 세일즈맨 아버지 밑에서 엉터리 유치원에 다니며 행복의 철자(happiness)를 잘못 적던(happyness) 영화 속 귀여운 꼬마는 이제 변성기를 맞은 소년이 됐다. 제이든은 “첫 영화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협업의 느낌이었다”고 설명할 만큼 훌쩍 컸다. 오는 30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애프터 어스’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스미스 부자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은 맡은 이 영화는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뒤,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3072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삼았다. 윌은 아들 키타이 레이지와 비행을 하다 지구에 불시착한 전사 사이퍼 레이지 역을 맡았다. “키타이는 불시착 과정에서 부상당한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협적인 동식물이 가득한 지구에 혼자 뛰어들어요. 다친 아버지는 아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죠. 둘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해요. 실제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나요? 험한 세상이지만 결국에는 자식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이겨 나가도록 하잖아요.”(윌 스미스) 윌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42)가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의 아이디어도 부자 간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윌은 “나도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배우면서 자란 만큼 아들에게도 영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연기도 중요했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면서 “아들이 영화 일을 계속해도 좋지만 세상은 넓은 만큼 삶을 즐길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윌&제이든 스미스 부자 내한…”영화 흥행땐 싸이·지드래곤과 앨범”

    윌&제이든 스미스 부자 내한…”영화 흥행땐 싸이·지드래곤과 앨범”

    윌 스미스(45·오른쪽)와 제이든 스미스(15) 부자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 것은 2006년 ‘행복을 찾아서’ 이후 7년 만이다. 파산한 의료기기 세일즈맨 아버지 밑에서 엉터리 유치원에 다니며 행복의 철자(happiness)를 잘못 적던(happyness) 영화 속 귀여운 꼬마는 이제 변성기를 맞은 소년이 됐다. 제이든은 “첫 영화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협업의 느낌이었다”고 설명할 만큼 훌쩍 컸다.  오는 30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애프터 어스’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스미스 부자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은 맡은 이 영화는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뒤,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3072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삼았다. 윌은 아들 키타이 레이지와 비행을 하다 지구에 불시착한 전사 사이퍼 레이지 역을 맡았다.  “키타이는 불시착 과정에서 부상당한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협적인 동식물이 가득한 지구에 혼자 뛰어들어요. 다친 아버지는 아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죠. 둘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해요. 실제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나요? 험한 세상이지만 결국에는 자식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이겨 나가도록 하잖아요.”(윌 스미스)  윌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42)가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의 아이디어도 부자 간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윌은 “나도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배우면서 자란만큼 아들에게도 영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연기도 중요했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면서 “아들이 영화 일을 계속해도 좋지만 세상은 넓은 만큼 삶을 즐길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영화 ‘맨 인 블랙3’ 홍보를 위해 방한했던 윌은 싸이의 신곡 ‘젠틀맨’ 후렴구를 부르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6일 경복궁과 YG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부자는 “영화가 흥행하면 싸이, 지드래곤과 각각 앨범을 내겠다”고 공언해 좌중의 환호를 받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괴물’ 보다 빠른 ‘아이언맨3’… 12일만에 600만명 돌파

    ‘괴물’ 보다 빠른 ‘아이언맨3’… 12일만에 600만명 돌파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2주째 박스오피스(흥행수익) 정상을 차지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는 지난 3~5일 3일간 전국 1388개 상영관에서 186만 5109명을 모아 1위를 지켰다. 지난달 25일 개봉해 12일 만인 6일 오후 6시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아이언맨3’의 이 같은 흥행 속도는 역대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인 ‘괴물’이 10일 만에 514만 5681명, 11일 만에 571만 1648명을 동원한 것보다 더 빠른 기록이다. ‘아이언맨’이 2008년 같은 기간 동안 217만 3903명, ‘아이언맨2’가 2010년 315만 2200명을 동원한 것에 비해서도 급증했다. ‘아이언맨3’의 관객몰이는 다른 국내외 영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상영관수와 기존 시리즈에 대한 높은 충성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5일 ‘아이언맨3’의 상영횟수(2만 794회)는 나머지 10위권 영화의 상영횟수를 모두 합한 것(1만 6441회)보다도 20% 이상 많다. 김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 산업 구조 특유의 상영관 독점과 프랜차이즈물에 대한 높은 충성도가 맞아떨어진 사례”라면서 “영웅에 초점을 맞췄던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누적관객수 639만명) 등 다른 시리즈 3편에 비해 토니 스타크라는 주인공의 인간적 고민에 초점을 맞춘 것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요인”이라고 ‘아이언맨3’의 돌풍 이유를 설명했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사연을 바탕으로 지난 1일 개봉한 이경규 제작의 ‘전국노래자랑’은 3일간 582개 관에서 30만 6179명을 모아 2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45만 7599명이다. 어린이날이 낀 덕에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였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태풍을 부르는 나와 우주의 프린세스’가 328개 관에서 9만 5528명을 모아 3위, ‘니모를 찾아서 3D’가 212개 관에서 5만 2187명을 모아 4위에 올랐다.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은 5만 651명을 모아 5위를 차지했다. ‘1000만 영화’ 세 편을 잇달아 내놓으며 잘나가던 한국영화는 3월 이후 급격히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개봉한 ‘신세계’가 486만 명을 동원한 이후 한국영화 개봉작 중 2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더욱이 4월부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세에 밀려 4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39.8%에 그치며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아이를 수개월 독방에 가두고, 각목으로 때리고… ‘제천판 도가니’

    아이를 수개월 독방에 가두고, 각목으로 때리고… ‘제천판 도가니’

    설립 50년을 맞은 충북 제천의 아동양육시설에서 여러 해 동안 감금과 폭행 등 심각한 가혹 행위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원장과 교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설을 설립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원장을 맡았던 미국인 여성 선교사는 아동 보호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국민훈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상 등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제천판 도가니’라고 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인권위는 2일 시설 아동들을 감금, 학대한 혐의로 제천 J아동양육시설 박모(51·여) 원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제천 시장과 충북 도지사에게 시설장 교체와 지도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시설에는 총 79명의 보호아동이 있으며 설립 이후 1232명의 아동이 시설을 거쳐 갔다. 이 시설에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벌어졌다. 전임 사무국장으로 지난해 시설장이 된 박 원장은 아동들을 각목이나 몽둥이로 직접 때리거나 생활교사 등에게 폭행을 지시했다. 아동들의 도둑질이나 욕설을 막겠다며 억지로 생마늘이나 청양고추를 먹이기도 했다. 부원장의 며느리인 이모(42) 교사는 몽둥이로 아동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오줌을 싼다’는 이유로 베란다 난간에 아동들을 세워 뒀다. 다른 교사 6명도 일부러 밥을 굶기거나 대걸레 등으로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겨울에 아동들을 찬물로 씻게 하고 베개 등 생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른바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아동들을 가둬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물 3층 원장실 옆에 타임아웃방을 만들어 놓고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아동들을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씩 감금했다. 피해 아동들은 “3개월 동안 벽만 바라보고 지내 자살까지 생각했다”거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식사 시간까지 소변을 참았다”고 진술했다. 갇혀 지낸 아동들은 이 방 책상 서랍에 독방 수용에 대한 불만이나 욕설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박 원장은 “훈육에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전임 원장인 미국인 H(77·여)도 이런 인권 유린 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수년간 가혹 행위가 이어졌지만 감독 기관인 제천시는 일부 가혹 행위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시설 점검을 맡았던 충북 지역 상급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상담팀장은 해당 시설에서 2006년까지 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독방 수용과 마늘을 먹이는 행위 등에 대해 오히려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아동위원 등이 참여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지도점검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회계처리 감독을 강화하고 아동 치유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제천 양육시설 충격적 아동학대…“생마늘 먹이고 독방 감금,석달간 벽만 보다 자살 생각”

    제천 양육시설 충격적 아동학대…“생마늘 먹이고 독방 감금,석달간 벽만 보다 자살 생각”

    설립 50년을 맞은 충북 제천의 아동양육시설에서 여러 해 동안 감금과 폭행 등 심각한 가혹행위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원장과 교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설을 설립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원장을 맡았던 미국인 여성 선교사는 아동 보호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국민훈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상 등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제천판 도가니’라고 할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인권위는 2일 시설 아동들을 감금·학대한 혐의로 제천 J아동양육시설 박모(51·여) 원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제천 시장과 충북 도지사에게 시설장 교체와 지도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시설에는 총 79명의 보호아동들이 있으며, 설립 이후 1232명의 아동이 시설을 거쳐갔다.  이 시설에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벌어졌다. 전임 사무국장으로 지난해 시설장이 된 박 원장은 아동들을 각목이나 몽둥이로 직접 때리거나 생활교사 등에게 폭행을 지시했다. 아동들의 도둑질이나 욕설을 막겠다며 억지로 생마늘이나 청양고추를 먹이기도 했다. 부원장의 며느리인 이모(42) 교사는 몽둥이로 아동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오줌을 싼다’는 이유로 베란다 난간에 아동들을 세워뒀다. 다른 교사 6명도 일부러 밥을 굶기거나 대걸레 등으로 폭행을 휘두르고 폭언을 퍼부었다. 겨울에 아동들을 찬 물로 씻게 하고 베개 등 생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른바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아동들을 가둬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물 3층 원장실 옆에 타임아웃방을 만들어 놓고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아동들을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달씩 감금했다. 피해 아동들은 “3개월동안 벽만 바라보고 지내 자살까지 생각했다”거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식사시간까지 소변을 참았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 방 책상 서랍에는 갇혀 지낸 아동들이 독방 수용에 대한 불만이나 욕설을 빼곡히 적어 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훈육에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전임 원장인 미국인 H(77·여)씨도 이런 인권 유린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가혹행위가 이어졌지만 감독 기관인 제천 시청은 일부 가혹행위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시설 점검을 맡았던 충북 지역 상급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상담팀장은 해당 시설에서 2006년까지 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독방 수용과 마늘을 먹이는 행위 등에 대해 오히려 “인권 침해가 아니다”고 변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아동위원 등이 참여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지도점검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회계처리 감독을 강화하고 아동 치유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7년간 8000만원어치 챙긴 ‘경품왕’ 180명 주민번호로 가짜사연 ‘사기왕’

    여러 해 동안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로 가짜 사연을 보내 거액의 경품을 타낸 ‘경품왕’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모(42)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2006년 4월부터 이달까지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어낸 사연으로 8000만원 상당의 경품과 백화점 상품권 등을 타내 인터넷에서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는 현관에 쌓아둔 서류뭉치 등에서 180여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수집한 주민번호로 방송사 아이디를 만든 뒤 가짜 사연을 지어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냈다. ‘회사가 어려워 남편이 월급을 받지 못하자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몰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도움을 줬다’는 식의 가슴 찡한 사연들이었다. 극적으로 지어낸 만큼 경품에 당첨되는 일이 잦았다. 경찰은 “이씨가 7년 동안 이런 식으로 올린 사연이 2000~3000건 정도”라고 전했다. 수령한 경품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되팔았다. 이씨가 미처 팔지 못하고 경찰이 압수한 세탁기와 전기매트, 압력밥솥, 귀금속 등의 무게만 2t에 달했다. 잦은 당첨으로 방송국이 수상히 여길 것을 우려한 이씨는 엉뚱한 주소를 불러준 다음 확인 전화를 거는 택배원에게 실제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의심을 피했다. 또 인터넷 추적 등으로 경찰에 꼬리가 밟힐 것을 우려해 관공서의 민원용 컴퓨터를 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16일 성북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여러 개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두고 거짓 사연을 올리다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새터민 “탈북 브로커, 인신매매단과 다름 없어”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라고 했지만 맨 얼굴로 왔습니다. 선글라스를 쓰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가 거짓처럼 포장될 것 같았어요.” 30대 중반의 북한 이탈 주민 이소연(여·가명)씨는 울먹거렸다.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증언하는 자리에서였다. 이씨는 “북한군 4군단에서 10년을 복무하고 부모님도 대학교수였지만 먹고살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하루 한 끼 옥수수죽을 먹기도 힘들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6년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만 믿고 두만강을 건넜다. 그러나 브로커는 이씨에게 한국행 표를 건네는 대신 ‘뜀뛰기’를 제안했다. 그가 이씨를 농장 등으로 판 뒤 도망쳐 나오면 농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30%를 떼어 준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중국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브로커밖에 없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한국에 와서 북에 있는 가족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망쳐 나오면 브로커는 이씨를 다른 곳에 다시 팔았다. 이씨처럼 탈북한 여성들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몇 차례의 인신매매를 경험한 뒤에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2008년 북한 국경을 넘은 박소연(35·여·가명)씨도 브로커에게 속아 인신매매를 당했다. 박씨는 “한국에 가는 것보다는 돈을 벌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돈을 벌게 해준다는 브로커의 말이 매매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북한 정권 타도를 통한 인권문제 해결은 실질적인 인권개선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초래되는 남북의 긴장고조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게 된다”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인정과 체제안정이 오히려 인권 향상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혹시 내가 산 명품 반지도 ‘짝퉁’?

    서울 성북경찰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도용해 귀금속을 제작, 판매한 윤모(32)씨와 금은방 주인 이모(52·여)씨 등 12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동안 까르띠에와 샤넬, 루이뷔통 등 해외 브랜드의 제품을 본떠 17억원 상당의 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을 1100여개 제작하고 이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품과 동일한 양의 재료를 사용한 윤씨의 제품은 진품과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윤씨는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건물 지하에 공장을 차려놓고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 명함을 뿌려 도소매업자들과 거래를 텄다. 이씨 등 상인 11명이 고객에게 가짜 상표 귀금속을 권유한 뒤 윤씨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제작을 의뢰하면 윤씨는 제품당 1만 5000~7만원 정도의 수고비를 받고 4~7일 만에 제품을 완성했다. 상인들은 150만~300만원 정도 하는 정품 가격의 20% 수준에 제품을 판매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입소문을 듣고 중국과 일본 등의 해외 관광객도 몰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윤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전에 입주한 술집의 간판을 그대로 달아 놓은 채 공장을 운영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쫀디기·꿀맛나 “우리가 4대악이라고?”… ‘문방구 과자’ 눈물의 폐업

    [주말 인사이드] 쫀디기·꿀맛나 “우리가 4대악이라고?”… ‘문방구 과자’ 눈물의 폐업

    “씁쓸하죠.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잘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26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주택가. 1970~80년대 학교 앞 ‘불량식품’으로 이름을 날렸던 A제과의 공장은 텅 비어 있었다. A제과는 ‘빨대과자’로 등하굣길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과자업체. 2010년 공장 가동을 멈춘 김모(58) 전 사장은 3년간 남겨둔 공장 기계를 지난주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김 전 사장은 “아버지가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40년 넘게 해온 일인데 아쉬움때문에 쉽게 기계를 정리할 수 없었다”면서 “자식 같은 기계들을 용광로에 밀어 넣은 것 같아 며칠을 끙끙 앓았다”고 했다. 문방구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과자업체가 문을 닫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전 사장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먼저 학교 앞 문방구와 구멍가게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판로가 막혔다. 게다가 대기업 제품이 확산되면서 ‘영세 업체에서 만든 과자들은 깨끗하지 않고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정기적으로 품질 검사를 받으며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충실히 지켰지만 한 번 덧씌워진 ‘불량’의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김 전 사장은 “불량식품을 단속할 때만 되면 구청 직원 등이 만만한 우리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면서 “대기업에서 만드나 영세 업체에서 만드나 과자의 성분은 같다. 전기밥솥에서 만들든 가마솥에서 만들든 같은 밥 아니냐”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한 가지 악재가 더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을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과 함께 이른바 ‘4대악’으로 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의 단속 강화에 애먼 영세 과자업체들도 불똥을 맞은 것이다. 김 전 사장은 “처벌받아 마땅한 비위생 업체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장사하는 곳도 많다”면서 “평생 직장이라 생각하고 일했는데 요즘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현재 소규모 과자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열변을 토했다. ‘맛기차콘’과 ‘호박 꿀맛나’ 등을 만드는 한진식품의 김영기(42) 대표는 “‘영세 업체는 더러울 것’이라는 편견 탓에 중소기업 매출은 줄고 대기업 매출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적법한 신고 절차와 위생 검사 등을 마쳤는 데도 ‘불량식품’이라는 표현 때문에 우리 직원들까지 ‘불량직원’이 되는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쓰거나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 대기업보다 부족한 것은 포장과 마케팅뿐”이라면서 “영업 허가를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쫀디기’를 만드는 남일제과의 박성렬(42) 부장도 “몇 년 전부터 규제가 심해져 위생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제품과 공정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온다는 사람 없다고 마음이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에서 옥수수 과자를 만드는 한모(45) 사장은 “위해식품과 영세업체 제품은 구분해야 하는 데 불량식품으로만 매도되고 있다. 상인들끼리 모여 호소문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얼마 전에 경찰들이 공장에 찾아왔다가 소득 없이 돌아가면서 자기들도 대체 뭘 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서 미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영세 과자업체가 때 아닌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은 범정부 차원의 불량식품 단속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은 상설 합동단속체계를 구축해 올 6월까지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경찰 역시 100일동안 부정·불량식품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며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300여명을 식품 위해사범으로 적발했다. 문제는 ‘불량식품’의 애매한 정의와 실적 중심의 단속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불량식품을 ‘사전적으로는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을 의미하나, 통상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을 의미한다’고 모호하게 정의해 빈축을 샀다. 서울 시내의 한 일선 경찰은 “솔직히 어디까지 단속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문책까지 운운하며 압박하는데 실적이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 구청의 단속 담당자는 “실적 때문인지 불량식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경찰 등 관계 기관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세 업체의 제품을 불량식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오세욱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느낌상의 불량식품과 실제 불량식품은 다르다.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거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불량식품”이라면서 “똑같이 지자체 등의 관리·감독을 받는 제품인데 단순히 값이 싸고 문방구에서 판매한다는 이유로 불량식품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창순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천연색소와 합성착향료 등은 대기업이 만드는 과자에도 똑같이 들어가는 성분”이라면서 “특정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만 주의를 기울이면 섭취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품질 검사 기관으로 공식지정한 한 대학 산학협력단의 연구원 역시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모두 자가품질검사를 통과한 제품들로 이른바 ‘불량식품’들도 절대 다수가 검사를 거친다”면서 “검사를 통과한 제품들은 식약처에서 ‘이 정도면 판매해도 된다’고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속 때문에만 추억의 과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물 없는 학교’ 등의 시행으로 주요 판매처였던 문방구 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타격이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2만 4881개였던 소매문구점은 2011년 1만 5750개로 약 37% 감소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5년째 문방구를 운영하고 있는 이원구(75)씨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됐는데 식품 단속 때문에 더욱 힘들어져 가게를 급매로 내놨다. 젤리와 껌 등 5개를 팔던 과자류도 1개로 줄였다”면서 “슈퍼에서는 팔아도 되는 과자를 학교 주변 문방구에서는 팔면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에서 과자를 만드는 조모(34) 과장은 “문방구가 줄어들면 판로가 막힐 수밖에 없다. 동네 슈퍼에라도 납품을 해볼까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의견은 갈린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희연(41·여)씨는 “문방구 등에서 파는 과자들은 색깔도 자극적인 데다 성분 자체가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다”면서 “대기업 제품은 문제가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만 영세 업체들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우리가 불량식품들을 먹었던 것도 먹을 게 그것밖에 없어서였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최정은(32·여)씨는 “이런 과자들을 먹고도 잘만 컸는데 불량식품이라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면서 “4대악이라면서 과자업체만 단속하기 보다는 다른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찬반을 막론하고 사라져가는 추억에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같다. 직장인 홍민규(26)씨는 “볼 때마다 학창시절이 떠올랐는데 추억의 먹거리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광(39)씨는 “어린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달고나’도 ‘쫀드기’도 아쉬워하는 것은 언제나 나이든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동성애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문제… 이상한가요”

    “동성애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문제… 이상한가요”

    “야, 담탱이가 너 상담실로 오래.” 소년은 조용히 일어나 상담실로 걸어갔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누구를 좋아해? 왜 남자가 남자를 좋아해. 너 변태야? 아니, 정신병자야? 왜 멀쩡한 애한테 입에 키스를 하냐고. 아이고 내가 더러워서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다.” 단편소설 ‘깊은 밤을 날아서’로 22일 제1회 육우당 문학상 당선자로 선정된 이은미(사진·31·여)씨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의 주인공 소년과 ‘도련’은 뿌리 깊은 차별을 겪다 우여곡절 끝에 교제를 시작하는 동성애자다. 이씨는 “동성애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문제”라면서 “동성애가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동성애를 그렇게 만들어 가는 사회가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육우당 문학상은 2003년 4월 윤모(당시 19세·필명 육우당)군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좌절해 목숨을 끊은 지 10주기가 된 것을 기려 제정됐다. 육우당은 “내 한목숨 죽어서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죽은 게 아깝지 않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맸다. 시조 시인을 꿈꿔 “세상은 우리들은 흉물인 양 혐오하죠/ 그래서 우리들은 여기저기 숨어살죠/ 하지만 이런 우리들도 사람인걸 아나요”(‘하소연’) 등의 시를 썼다. 이씨에게는 2000년 배우 홍석천씨가 커밍아웃한 것이 소수자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육우당의 자살 소식 등을 접하면서 폐쇄적인 교육 체계 안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의 성적 지향 조항 삭제 등에 대해서는 “동성애를 다룬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본다고 모든 사람이 동성애자가 되지 않듯 청소년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차별을 없애는 것은 동성애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평등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했다. “여성의 인권이 한 국가의 인권 척도가 된다고 하잖아요. 여성의 자리에 동성애자, 장애인, 일용직 노동자 같은 단어들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약자들이 불행한 사회는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행한 사회 아닐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단속요? 맨날 하는 건데요, 뭐. 우리 없어지면 무전기 업체들은 다 문 닫아야 할걸요?”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미용실 앞. ‘콜뛰기’(불법 자가용 택시) 운전기사 박모(27)씨의 무전기가 쉼 없이 울려댔다. 박씨가 모는 벤츠 E클래스 차량의 운전대 옆에는 무전기와 스마트폰 여러 대가 달려 있었다. 승객을 가장한 기자가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에게 “콜을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10분 만에 도착한 차였다. 콜뛰기를 불러준 남성은 “단속이 심하지만 ○○○ 소개라고 하면 바로 올 것”이라고 했다. 논현동에서 강남역 근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박씨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응, ○○아.” “오빠, 나 여기 ○○○ 앞.” 수화기 너머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무전기를 들더니 어딘가에 “남는 차 있느냐”고 묻는다. 배차받은 차량 번호를 듣고 박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검정색 ○○○○ 타.” 박씨는 무전기와 개인 휴대전화, 영업용 휴대전화를 쉴 새 없이 바꿔 가며 전화를 걸고 받았다. 역삼동과 선릉역, 강남역 일대의 유흥업소 위치를 줄줄 꿰고 있었다.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박씨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심드렁하게 말한 뒤 위태롭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콜뛰기 차량의 불빛은 여전히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초저녁 논현동 원룸촌 일대의 미용실과 네일숍을 출발한 콜뛰기 차량은 밤새 룸살롱과 모텔 사이를 누비다 새벽이면 다시 논현동으로 돌아왔다. 일대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밤 문화가 있는 한 ‘꽃배달’(유흥업소 여성을 실어 나른다는 뜻의 은어)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오후에도 원룸과 미용실이 많아 콜뛰기 차량이 몰리는 논현초등학교 인근에는 콜뛰기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에는 약 150m에 걸쳐 벤츠와 아우디, BMW 등의 고급 외제 차량이 즐비했다. 간혹 눈에 띈 모범택시들은 바쁘게 오가는 콜뛰기 차량과는 달리 빈 차임을 알리는 빨간 등만 켜져 있었다. 한 미용실 직원은 “택시와 달리 콜뛰기 차량은 술집 위치는 물론이고 여성들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면서 “술에 취해도 척척 데려다 주는데 번거롭게 택시를 탈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대기 중인 차량에 다가가 “콜뛰기하러 왔느냐”고 묻자 열이면 열 “아는 사람을 태우러 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내려진 창문 틈으로 유흥업소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여러 대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었다. 다른 미용실 직원은 “손님으로 온 여성이 콜뛰기 기사에게 요즘 단속이 심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더라”면서 “기사들도 단속에 대비해 손님을 여자 친구나 아는 여동생이라고 둘러댈 수 있도록 앞자리에 앉히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30대 중반의 콜뛰기 업체 대표 A씨는 “단속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면서 “잠시 주춤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교통법 위반으로 벌금만 몇 푼 내면 되는데 콜뛰기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속을 피하고자 명함을 돌리는 대신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일을 주선한다고 했다. 하루 12~13시간을 일하면서 약 150㎞를 주행한다. 2005년부터 콜뛰기를 해 왔다는 그는 “언론과 경찰이 콜뛰기 기사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고 가지만 오히려 매일 만나는 업소 여성들은 우리를 ‘삼촌’으로 여기며 믿는다. 손님을 내려준 뒤 집에 불이 켜질 때까지 지켜볼 만큼 서비스도 좋다”고 말했다. 또 “전에는 누워서도 월 500만~600만원은 벌 만큼 수입이 좋았지만 지금은 기름값과 보험료를 떼고 나면 월 200만원도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면서 “강남 콜뛰기는 이른바 조직의 ‘대빵’이 없어서 한 명만 잡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닭장차’(경찰 버스) 열 대가 와도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경찰의 인식과는 온도 차가 컸다.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에는 20여개 업체에 1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단속 이후에는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뛰기 기사들은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는 순찰차를 두고 “순찰차와 콜뛰기 단속은 별 관련이 없다. 서울청에서 잠깐 단속 나올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전했다. 일반 택시기사도 이른바 강남의 꽃배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택시기사 김모(71)씨는 “단속 때문인지 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 같지만 택시가 콜뛰기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호 무시는 물론이고 중앙선 침범과 역주행도 불사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콜뛰기 업체와 대부 업체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58)씨는 “대부 업체에서 유흥가 여성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테니 우리가 소개하는 콜뛰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더라”면서 “돈과 밤 문화가 있는 이상 콜뛰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 15건 추가 확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사례 1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15건 중 7건은 새롭게 피해 사례로 접수됐으며, 8건은 기존 피해 사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새로 들어온 7건 중 사망자가 발생한 3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한 CMIT·MIT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는 3세 남자 아이(2006년 5월)와 37세 여성(2010년 4월), 81세 여성(2010년 7월)이었다. 사망 원인은 모두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었다. 전체 15건의 추가 사례 중 사망은 4건이었다. 이로써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총 374건(사망 116건)으로 늘어났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사망자는 모두 2006~2011년 피해를 당했으며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알려진 2011년 말 이후의 피해 사례가 없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조사해 아직 신고되지 않는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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