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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 앞 여성듀오 제이 래빗 안방서 만난다

    홍대 앞 여성듀오 제이 래빗 안방서 만난다

    제이 래빗의 음악은 통통 튄다. ‘상큼하다’, ‘귀엽다’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유튜브 조회수 130만건에 이르는 ‘해피 싱즈’의 가사만 봐도 그렇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번쩍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즐거운 상상을 맘껏 즐겨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제이 래빗은 스물 여섯 살 토끼띠 동갑내기로 구성된 여성 듀오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동기인 정다운, 정혜선의 성을 따 제이(J)를 붙였다. 2011년 데뷔 앨범 ‘It´s Spring’에 실린 ‘요즘 너 말야’, ‘내일을 묻는다’ 등의 유튜브 동영상이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의 귀여운 외모도 한몫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큰 매력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이들의 음악이다. ‘옥상달빛’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홍대 앞 여성 듀오로 손꼽힌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31일 0시 5분 제이 래빗의 무대를 선보인다. 제작진이 새로 기획한 ‘말죽거리 음악다방’ 코너의 첫 번째 주인이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양한 사연과 신청곡을 모아 다방 주인으로 초대된 뮤지션이 사연을 읽고 신청곡을 불러주는 형식이다. 지친 말이 죽을 먹으며 쉬던 말죽거리가 여행자의 휴식처가 됐듯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다. 이어 오전 1시에는 커먼 그라운드와 김진호의 무대가 펼쳐진다. 색소폰과 트럼본, 트럼펫 등의 관악기를 바탕으로 재즈와 펑크, 소울 등이 결합된 음악을 선보였던 커먼 그라운드는 3집 이후 4년 만에 EP 앨범 ‘Shake it!’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완성도를 높이려고 지난해 하반기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을 더욱 다듬었다.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 tvN의 ‘SNL 코리아’에 고정 밴드로 출연하며 더욱 인지도를 높였다. ‘대한민국을 춤판으로 흔든다’는 홈페이지의 문구만큼이나 객석을 들썩거리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매력이다. SG워너비의 김진호는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 2월 발매한 솔로 1집 ‘오늘’의 노래를 들고 시청자를 찾는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소몰이 창법’을 벗어나 다양한 색채를 갖기 위해 애썼다. ‘과잉이 걷히고 진정성이 엿보인다’, ‘소몰이 가수라는 색안경을 쓴 채 그를 매도하지 말라’는 평을 받았다. “매순간 솔직하겠다”는 것이 2004년 데뷔 이후 9년 만에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한 그의 다짐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전문 번역가 부족… 한국문학 中 진출 저해

    중국에서 한국문학의 입지는 초라하다. 특히나 순수문학이 본격 소개되기는 기껏 5년 남짓이다. 중국에 한국문학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소설판 등이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에는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가 중국 10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도 200만부쯤 팔리며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젊은 남녀의 연애를 소재로 한 중국의 ‘청춘문학’ 시장이 사그라지면서 한국 대중문학의 인기도 한풀 꺾였다. 순수문학은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지원 사업을 늘린 2008년부터 집중 소개됐다. 박경리 ‘토지’, 박완서 ‘나목’, 신경숙 ‘리진’ 등 현대 문학과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이 번역됐다. 그러나 현재 번역원에 등록된 출간도서 836건 가운데 중국어로 번역된 책은 72건. 영어(199건), 불어(140권), 독어(113권), 스페인어(78권) 등에 비해 뒤처지는 편이다. 전문 번역가가 부족한 것도 한국문학의 중국 진출을 저해하는 요소다. 실력 있는 번역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오역(誤譯)이 많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작가회의에 참석한 한 통역가는 “중국에서는 조선족들이 한국문학 번역에 많이 참여하지만, 질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번역투가 아닌, 깔끔한 중국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양질의 번역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샤먼(중국 푸젠성)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영상문화의 홍수가 아무리 거세도… 문학의 힘 무시 못해”

    “영상문화의 홍수가 아무리 거세도… 문학의 힘 무시 못해”

    “영상이 글의 행간을 옮길 수 있을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간과 침묵, 말줄임표와 마침표의 느낌을 영상이 오롯이 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이현수) “삶의 온갖 양상을 표현하는 문학만의 방식이 있다. 후세가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은 문학이라는 형식 아닐까.”(판샤오칭)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두 여성 소설가가 영상문화 시대 문학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소설가 이현수(54)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신기생뎐)의 원작자이고, 중국 소설가 판샤오칭(范小靑·58)은 직접 극본을 써 본 인기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문학과 영상이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큰 물줄기는 같지만 결국 지류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여성 작가가 지난 26일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열린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만났다. 1996년 제1회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씨는 소설집 ‘토란’과 드라마로도 각색된 장편 ‘신기생뎐’ 등을 쓴 중견 작가다. 제4회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판샤오칭은 국내 독자에게는 ‘맨발의 완선생’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제5차 한·중작가회의에도 참석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소설 분과에서 파트너가 돼 서로의 작품 ‘향화’(판샤오칭)와 ‘용의자 김과 나’(이현수)를 바꿔 읽었다. 화제는 문학과 영상문화의 문제에서부터 여성 작가의 정체성으로까지 종횡무진 옮겨 다녔다. 드라마 ‘푸에씨 집에 딸이 있네’의 극본을 썼던 판샤오칭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한 편만 쓰고 드라마 일을 그만뒀다”고 운을 뗐다. 제작자와 감독이 작품의 대중성과 흥행을 강요하는 데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고지 2000장짜리 소설과 500장짜리 드라마 극본의 보수가 비슷할 정도로 중국 드라마 작가의 보수와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순수문학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 소설은 나를 위해 쓰지만 드라마는 남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생뎐’이 원작의 취지와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각색되며 홍역을 치렀던 이씨도 “영상매체와 소설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기생뎐’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고 당시 그는 “다시는 드라마나 영화 판권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상업적인 작품들의 영향이 크다”면서 “과거 문학작품을 원작에 가깝게 각색해 방영하던 드라마처럼 순수문학과 영상문화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는 여성 작가의 정체성 문제로 이어졌다. 판샤오칭은 “여성 작가의 작품에는 여성이라는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와 이 작가는 모두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고 작품 세계를 평했다. 두 사람이 여성스러운 문체나 내용보다는 이야기의 보편적인 힘에 주목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문학이 심리뿐만 아니라 생리적 표출의 결과라는 점에서 작품에서 여성성을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다는 지점에도 동의했다. 판샤오칭은 “예컨대 군대를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군인에 대한 글을 쓸 때 세밀한 묘사보다는 남과 다른 시각을 중요시하는 게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성별 차이가 작품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견해다. 최근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 ‘나흘’을 낸 이씨도 “분단국가에서 남성들은 군대 문제를 자주 다루지만 여성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면서 “군대처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를 다룰 때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가 문학을 벼랑 끝으로 내몬 시대라는 진단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그 위기 앞에서도 창작의 자세만큼은 결코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 정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같았다. “소설가는 쏟아부은 노력만큼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문학의 진정한 가치란 본래 창작의 과정에서 빛나는 것이다.” 글 사진 샤먼(중국 푸젠성)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SF 정면승부

    SF 정면승부

    오는 30일 두 편의 블록버스터가 나란히 개봉한다. ‘반전의 교과서’라 불리는 M나이트 샤말란의 ‘애프터 어스’와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다크니스’다. ‘애프터 어스’는 주연을 맡은 윌 스미스 부자가 지난 5월 초 내한하며 이미 관심을 모았고,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곧바로 ‘아이언맨3’를 누르고 흥행수익 1위를 차지하며 한껏 기대를 끌어올렸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문을 여는 두 작품은 모두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영화다. 샤말란과 에이브럼스의 공통점은 사건의 일부만을 조금씩 노출시키면서 보는 이들을 감질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조각은 의뭉스럽게 끝까지 손에 쥐고 있다가 마지막에야 퍼즐을 맞추는 식이다. 장르는 달라지고 이야기의 규모는 커졌지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연출 스타일은 그대로다. ‘애프터 어스’의 배경은 인류가 떠난 뒤 황폐해진 3072년의 지구다. 무차별적인 파괴와 자원 고갈로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 인류는 새로운 행성 노바 프라임에 정착한다. 노바 프라임의 전사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와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는 우주선의 결함으로 지구에 불시착한다. 설상가상 부상을 입은 아버지는 거동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아들은 인간을 죽이도록 진화한 지구의 생명체들을 이겨내고 아버지와 함께 지구를 떠나야 한다. 이번 영화에서 샤말란은 ‘식스 센스’ 같은 강렬한 반전으로 승부수를 띄우진 않았다. 미스터리 서클을 다룬 ‘싸인’, 정체불명의 괴현상에서 살아남는 인류를 그린 ‘해프닝’ 등 전작들에서처럼 불가해한 영역에 대한 관심은 고수하되 이번엔 미지에 대한 인간의 공포로 초점을 옮겼다. ‘애프터 어스’는 미스터리 현상을 다루는 대신 지구 자체를 미스터리와 공포의 공간으로 만든다. 샤말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미래의 지구는 새롭고 위협적인 동식물로 가득한 곳이다. “나는 항상 인간이 미지의 것을 두려워 한다는 사실에 매혹됐다. 우리가 새 직장과 인간 관계를 두려워하는 것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 아닌가. 하지만 그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3’ 등으로 잘 알려진 JJ 에이브럼스는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설을 깨고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12번째 극장판을 성공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봉 직후 ‘아이언맨3’를 누른 흥행 성적이나 90%에 가까운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점수도 믿을 만하다. 에이브럼스도 “이 영화는 모든 점에서 전편보다 더 발전되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이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 커크(크리스 파인)는 임무 수행 중 일등항해사 스팍(재커리 퀸토)을 구하다 규율을 어겨 함장직을 박탈당한다. 행성연방의 최정예 대원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테러로 도심이 초토화되자 커크는 해리슨을 사살하라는 명을 받고 함장으로 복귀한다. 커크는 해리슨이 은신한 크로노스 행성으로 향하지만 외계 종족의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된다. 이 영화에서 에이브럼스가 던지는 ‘떡밥’은 해리슨의 정체다. 위기에 처한 커크 일행을 오히려 해리슨이 구해주면서 의문은 증폭된다. 해리슨의 계획은 중반 이후에야 조금씩 드러난다. 해리슨에 대한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의 설명은 이렇다. “영화의 대본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엔터프라이즈호를 가장 큰 곤경과 갈등에 빠뜨릴 수 있을까?’” ‘애프터 어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축은 부자 간의 갈등이다. 뛰어나고 냉철한 전사인 아버지는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아버지는 아들이 극한의 환경에서 흉폭한 생명체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제이든은 키타이를 “어리고 부주의하면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윌 스미스는 “사이퍼의 마음이나 자식을 험한 세상에 내보내는 부모의 마음이나 같다. 하지만 결국 부모는 아이가 홀로 서도록 돕는 존재”라고 말을 보탠다. 영화의 구상도 부자가 함께 했을 만큼 영화의 내외부에 부자 간의 유대감이 강하게 스며 있다. 일종의 성장 영화로 봐도 무리가 없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함장 커크와 일등 항해사 스팍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커크가 본능적이고 직감에 충실한 반면 스팍은 냉철하고 이성적이다. 쉴 새 없이 투닥거리는 사이 둘은 서로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위험을 맞거나 극복하는 것도 두 사람 때문이다. 인지도는 스미스 부자 쪽이 우세해 보인다. “영화가 흥행하면 가수 싸이와 노래를 부르겠다”는 윌 스미스의 팬 서비스도 뛰어나다. 하지만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크리스 파인과 재커리 퀸토 역시 미국에서는 이미 톱스타다. 재커리 퀸토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각각 드라마 ‘히어로즈’와 ‘셜록’으로 수많은 국내 팬을 확보했다. ‘아바타’의 조 샐다나와 ‘뜨거운 녀석들’의 사이몬 페그도 반가운 조연이다. SF 영화는 결국 상상력 싸움이다. 상상한 바를 얼마나 실감나게 구현하느냐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애프터 어스’의 시각효과는 ‘아바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조나단 로스바트가 담당했다. 로스바트는 1000여년 뒤 지구 생명체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물들을 관찰한 뒤 뼈와 골격, 가죽의 질감 모두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애프터 어스’는 소니의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 F65 Full 4K로 촬영한 첫번째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필름 카메라의 예찬자였다”는 샤말란이 테스트 촬영 뒤 “무결점의 완벽한 장비”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장점은 IMAX 3D다. 제작진은 영화를 구상한 뒤 ‘스타트렉이 아니면 대체 어떤 영화를 3D로 찍느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공간감을 강조하는 3D와 넓은 시야각이 핵심인 아이맥스가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그 결과 초반부의 화산 시퀀스는 ‘관객이 화산 속에 직접 들어간 것 같다’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클로버필드’, ‘슈퍼 에이트’의 네빌 페이지가 담당한 크리처 디자인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자연과 인간의 거리, 문학으로 좁히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문학의 역할을 모색하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26일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시에서 열렸다. ‘자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의 방식’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양국 작가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오늘날 자연을 노래하는 일은 부질없는 시대착오적 여가로 밀려나고 있고 (모두) 주머니에 담긴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게임을 하는 일에만 열중한다”면서 “오늘의 문학은 기계가 차단시킨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회복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기조발표자로 나선 난판 푸젠성 사회과학원장은 “우리는 한때 혁명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혁명이 지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의 당대문학은 새로운 해석과 탐구, 사상, 지혜, 용기,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 투입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난판 사회과학원장은 “중국 당대문학의 급선무는 진지하게 이 세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고 주변의 역사와 전방위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한국에서는 소설가 김주영·박상우·서하진·전경린·천운영, 시인 황동규·정현종·이시영·나희덕·김민정 등 약 20명의 문인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아라이 쓰촨성작가협회 주석, 리숭타오 중국시가학회 부회장, 양커 광둥성작가협회 부주석, ‘신세기 10대 청년 여류시인’ 칭호를 받은 안치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작가들은 26, 27일 이틀간 시와 소설 분과로 나뉘어 각자의 작품을 낭독한 뒤 작품의 의미와 배경, 양국의 문학이 자연과 인간을 그리는 방식 등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샤먼(중국 푸젠성)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오페라 ‘처용’ 26년만의 무대 귀환

    오페라 ‘처용’ 26년만의 무대 귀환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처용’이 2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87년 초연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했다. ‘처용’의 기본 바탕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 설화다. 동해 용의 아들 중 하나인 처용이 아내를 범한 역신(疫神)을 노래와 춤으로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인간을 역병에서 구하는 구원자적 면모가 강하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처용의 모습은 고뇌하고 실패하는 인간에 가깝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멸망해가는 신라를 구하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좌절한다. 연출가 양정웅은 “황금을 숭배하다 황금의 감옥에 갇힌 신라 사람들의 모습은 배금주의에 빠진 우리의 자화상과 같다”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도 달라졌다. 작곡가 이영조는 “바그너풍의 음악은 초연 때와 비슷하지만 이전보다 현대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면서 “서양적 요소를 그릇, 한국적 요소를 음식이라 생각하고 창작 오페라의 특성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처용 역을 맡은 테너 신동원은 “신이지만 인간의 나약함도 가지고 있는 처용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8~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1만~10만원. (02)586-5284.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난임이 여성 탓?… 임신 성공한 부부들

    난임이 여성 탓?… 임신 성공한 부부들

    “현대의학에서 불임은 더 이상 없다. 난임만 있을 뿐이다.” 의학의 발달로 난임을 극복하는 부부는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임신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난임인 부부를 괴롭히는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저 부부 문제 있는 것 아냐?’라는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다. EBS는 24일 밤 오후 9시 50분 ‘명의’에서 난임을 다룬다. 제작진은 난임이 과연 한쪽 배우자만의 문제인지, 난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제작진은 우선 난임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찾던 오랜 편견을 해부한다. 난임의 원인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40%, 원인 불명이 20%다. 여성 난임은 대부분 배란 장애나 난관의 폐쇄, 자궁 기형 등이 원인이다. 남성은 정자의 운동성과 기형, 정관 폐쇄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제작진은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설명하면서 난임의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난임의 극복 방법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성구·이원돈 원장이 설명한다. 이성구 원장은 7년 동안 난임의 고통을 겪었던 당사자다. 누구보다 난임의 고통을 잘 헤아린 덕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켰다. 이원돈 원장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최적의 배아 상태를 확인하고 손상 없이 자궁으로 이식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제작진은 난임을 극복한 부부들의 체험기도 보여준다. 오랫동안 난임의 고통을 겪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쌍둥이 아들을 출산하고 그 후 자연임신으로 셋째 딸까지 출산한 엄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극복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정기적인 호르몬 주사나 난자 채취 과정보다 무서운 것이 임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토로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시인協, 박정희·이승만 찬양 논란 ‘사람’ 전량 회수

    한국시인협회가 인물 찬양 논란을 낳은 시집 ‘사람-시로 읽는 한국 근대 인물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신달자 시협 회장은 2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한국시인협회를 생각하는 시인들의 질문에 답합니다’)을 통해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충실히 반영되지 못한 작품들이 일부 수록되었고 누락된 인물도 있는 등 시인들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며 시집을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시협 관계자는 “전날 밤 4시간여의 집행부 회의를 거쳐 시집의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면서 “초판된 시집 1000부 가운데 기증본 300부를 제외한 나머지 서점 유통 분량은 모두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협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시집 출판기념회 등 일체의 관련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시협은 최근 한국 근대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시집으로 펴내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물들의 공적을 부각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지난 22일 고영, 김요일 등 시협 소속의 시인 55명은 홈페이지에 “세속적 허명을 위해 시의 영혼을 파는 참혹한 양태를 맨 정신으로는 묵과할 수 없다”며 항의 성명서를 올리고 시집의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칸 영화제 감독님들 황금‘입담’상은 없나요

    칸 영화제 감독님들 황금‘입담’상은 없나요

    26일 폐막으로 막바지에 접어든 제66회 칸국제영화제가 황금종려상을 다투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상대에서 가장 크게 웃을 감독이 누구일지 지구촌 영화 팬들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의 현장 평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유력 작품들의 윤곽도 잡혀 간다. 인터뷰 홍보 경쟁에 여념이 없는 스타 감독, 배우들의 ‘준비된 한마디’도 연일 영화제의 화제다. 현지의 영화기자와 평론가 사이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작품은 코언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1960년대 미국 뉴욕 그리니치빌리지를 배경으로 활동한 포크 가수 데이브 반 롱크를 모델로 르윈 데이비스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연 오스카 아이작은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지만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라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압축해 지구촌 곳곳에서 영화 기사의 제목으로 부각됐다. ‘위대한 개츠비’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캐리 멀리건과 유명 팝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도 출연한다. 조엘 코언 감독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영화에는 특별한 플롯이 없다”고 전제한 뒤 “(영화 속) 고양이야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축”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을 더 설레게 만들었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작품들은 아시아권 감독들의 영화다. ‘죄의 손길’을 출품한 자장커 감독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폭력이 우려된다. 평범한 개인이 그런 폭력 속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지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발언 수위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과거’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디에서 작업을 하든 나는 이란 감독이지만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과 영화 간의 유대”라면서 “모든 영화는 관객 개개인의 것”이라는 명언을 던졌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수상 후보군에 들어 있다. 20편의 경쟁작 중 최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짚의 방패’. 그러나 감독이 현지 인터뷰에서 던진 ‘연출 철학’은 최고 평점을 받고도 남았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내가 가진 것으로 영화를 만들라’고 가르쳤다. 모두들 저마다 색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애쓰지만 자신이 가진 것으로 영화를 만들 때 독창성은 자연히 뒤따른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소장파 시인들 뿔났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특정 인사의 공로만을 치켜세워 논란이 된 한국시인협회의 ‘사람-시로 읽는 한국근대인물사’ 출판에 반발해 시인 수십여명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21일 문학계에 따르면 고영, 김요일, 박정대, 손택수, 함민복 등 소장파가 중심이 된 시인 수십명은 22일 시인협회 홈페이지에 집행부의 사과와 출간된 책의 전량 회수를 골자로 한 성명서를 게재한다. 이들은 성명서 초안을 완성한 뒤 20~21일 이틀간 시인들의 서명을 받았으며 서명에는 최소 50여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시협은 창립 56주년을 맞아 시집 ‘사람’을 출판했다.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살펴보자”는 서문과는 달리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사들의 공로만을 지나치게 부각해 논란이 됐다. 중진 시인 이태수씨가 ‘박정희’에서 ‘당신은 날이 갈수록 빛나는 전설’,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을 우리의 횃불’, ‘위대한 지도자요, 탁월한 선지자였습니다’ 등의 표현을 쓴 것이 대표적이다. 항의 성명에 참여한 한 시인은 “협회 회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시를 쓰는 것은 자유겠지만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더욱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제24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제24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김달진문학상이 올해로 24회를 맞았다. 시 부문에는 시집 ‘방!’의 정일근(55) 경남대 교양학부 교수, 평론 부문에는 평론집 ‘환상과 실재’의 오형엽(48)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가 각각 당선됐다. 월하 김달진(1907~1989) 선생이 나고 자란 경남 진해는 두 사람에게 묘한 공통분모가 됐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월하 선생과 동향인 정 교수는 ‘인연’을, 두 차례 진해를 찾았던 오 교수는 ‘바다’의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아우라를 떠올렸다.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시 부문 정일근 교수 “‘교과서 속 시인’ 만난 그 에너지로 詩作” “김달진 선생의 고향 후배 시인이 수상하기는 처음이에요.” 시 부문 수상자인 정일근 시인은 묵직한 목소리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대 국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4년 실천문학의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이 됐다. 올해로 등단한 지 30년인 그는 “11번째 시집 ‘방!’으로 ‘근속상’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평균 2년 6개월에 한번꼴로 시집을 냈는데 이번 시집은 꼬박 4년의 진통을 겪었다. 정 시인은 월하 선생과 인연이 깊다. 1996년 7회 때도 김달진문학상 후보였다. 또 2009년에는 ‘월하진해문학상’ 2회 수상자이기도 했다. “대학생이던 1980년대 초반 마산에 오신 월하 선생님을 뵈었는데 백발에도 형형한 그의 눈빛을 보면서 (저도) 열심히 시를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신문과도 인연이 깊다.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된 그는 당시 문화부장이던 박성룡(1934~2002) 시인에게 들었던 덕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좋은 시인이 될 거라는 격려를 해 주셨는데 그때 그렇게 가슴이 뛸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국어 교사로 있으면서 박 시인의 ‘풀잎’을 가르쳤는데 ‘교과서 속 시인’을 만났던 그때의 설렘은 두고두고 시작(詩作)에 에너지가 됐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1년 그도 ‘교과서 시인’이 됐다. 국정교과서에 그의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 실렸다. 1998년부터 전업 작가로 14년을 보낸 뒤 2010년부터는 모교인 경남대에서 교양학부 교수로 시를 가르치고 있다. “학사 학위밖에 없지만 ‘열심히 시를 쓰는 사람’으로 세상이 내 열정을 받아준 덕분”이라며 웃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평론 부문 오형엽 교수 “비평은 귀납… 텍스트의 비밀 밝혀내야” “거칠게 말하면 비평은 연역이 아니라 귀납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평가는 현상을 이끌어 가기도 하지만 드러난 현상을 뒤에서 추적하고 탐색하고 진단하기도 하죠.” 오형엽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성실한 비평가다. 거시적 이론이나 이념, 작가의 삶 같은 텍스트의 외연 대신 텍스트 자체의 면밀한 분석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가를 정신분석하는 대신 작품을 정신분석하는 것”이라는 말이 그의 비평가적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텍스트의 미로에 갇혀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오 교수는 “작품 자체를 존중하고 그 내부에서 텍스트의 비밀을 밝혀내는 ‘내재 비평’”과 함께 ‘문학사적 비평’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2001년 첫 번째 평론집 ‘신체와 문체’의 책머리에서 “현 단계 문학 비평에서 요청되는 것은 (중략) 텍스트에 대한 세밀하고 정치한 분석을 경유하되 다시 그것을 사회적, 문화적, 문학사적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 구성 능력”이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장 비평의 속성이 텍스트에 최대한 근접하고 그것의 맥락과 기원을 문학사적 상상력으로 탐색하는 작업임을 명징하게 보여준다”(문학평론가 유성호)는 평을 받는다. ‘신체와 문체’ ‘주름과 기억’ ‘환상과 실재’ 등 3권의 평론집을 관통하는 것은 형식과 내용의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는 작품의 ‘문체’가 형식이라면 작가의 ‘신체’는 궁극적인 내용이다. 비평은 표면에 드러난 형식을 경유해 이면에 도사린 내용에 닿는다. 시간의 흔적인 ‘주름’을 통해 ‘기억’에 접근하고, 작품에 나타난 ‘환상’을 통해 ‘실재’를 포착하는 식이다. 라캉 식으로 말하면 상징계와 실재계의 교차다. 오 교수는 “어느 때보다 평론의 위상이 위축된 것은 아쉽지만 비평가는 평론의 입지에 상관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존재”라면서 “평론을 계속할수록 에너지와 열정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아이와 어른의 경계, 중학생의 성장통

    중학생은 이상한 존재다. 열넷에서 열여섯. 당연한 말이지만 초등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니다. 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의 말을 빌리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몸과 마음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대상”이다. 창비가 50번째로 펴낸 청소년문학 ‘파란 아이’는 중학생을 위한 소설집이다. 공선옥, 구병모, 김려령, 배명훈, 이현, 전성태, 최나미 등 작가 7명이 중학생을 소재로 쓴 단편을 모았다. 좌충우돌 방황하는 청소년의 다종다기한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집이라는 형식은 적합한 선택이다. 표제작인 김려령의 ‘파란 아이’는 죽은 누나의 이름을 물려받은 소년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선우’의 입술은 익사한 누나처럼 파랗다. 딸을 잊지 못하는 엄마는 선우를 딸처럼 키운다. 죽음의 희미한 냄새가 동전의 뒷면처럼 성장의 통증과 맞물린다.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뒤섞인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그리는 중학생은 평면적이지 않다. 중학생은 ‘남자 되기’에 몰입해 위태롭게 가슴을 부풀리는 나이(전성태 ‘졸업’)인 동시에 “외로움이 뭔지도, 아름다움이 뭔지도 알 나이”(공선옥 ‘아무도 모르게’)다. 우주에 전쟁이 터지든 말든 여자 친구의 뾰로통한 표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배명훈 ‘푸른파 피망’) 부모의 보살핌을 떠나 홀로서기를 고민하기도(이현 ‘고양이의 날’) 한다. 자본주의의 비정한 논리(구병모 ‘화갑소녀전’)와 튀는 개인을 용납하지 않는 집단의 불합리(최나미 ‘덩어리’)를 조금씩 체득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중학생의 다채로운 고민을 그리면서도 작가들은 성장과 변화라는 열쇠말은 놓치지 않는다. 공선옥의 문장은 시나브로 열매 맺는 십대의 꽃봉오리를 예민하게 포착한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른 아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이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95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연내 영화계 표준약관 마련”

    영화 감독과 프로듀서, 특수효과 인력 등의 임금과 계약기간, 처우 등을 명시한 표준약관이 올해 안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수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은 20일 “현재 작업 중인 연출과 제작, 기획개발, VFX(시각특수효과) 부문의 표준계약서를 올해 안에 완성할 방침”이라면서 “각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간 거래규범이 명시된 표준약관은 제작사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법적으로 보상을 청구하거나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다. 영진위는 지난해 5월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 권고안, 지난해 7월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 등을 발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에 앞서 영진위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과 함께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이행 협약식을 열었다.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개발 자문위원회’가 2011년부터 논의해 온 표준계약서에는 ▲옵션·단계별 계약 방식을 통한 합리성 확보 ▲작가의 권리 강화와 수익 배분 구체화 ▲제작(투자)사 위주의 독점적 권리 행사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형에 따라 계약서를 5종으로 세분화했다. 지상학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은 “진작 표준계약서가 마련됐다면 수많은 작가들의 형편이 훨씬 나아졌을 텐데 아쉽다”면서 “배급·투자사도 표준계약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 영화계로 이행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용서는 반성과 달라… 공소시효 폐지돼야

    용서는 반성과 달라… 공소시효 폐지돼야

    영화 ‘살인의 추억’의 결말. 범인이라 굳게 믿었던 박현균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범인과 일치하지 않자 서태윤 형사는 이성을 잃는다. 후드득후드득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서 형사는 박현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은 기차에 튕겨 나온다. 울부짖는 그를 시나리오는 ‘미친 사람 같다’고 묘사한다. 서 형사의 대사는 이렇다. “지금 끝장 못 내면… 영원히 안 끝날지도 몰라!” 서 형사를 연기했던 김상경(41)은 2003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끝났지만 서태윤은 지금도 범인을 찾아 헤매고 다닐 것 같다”고 했다. “범인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 것이 화가 치밀어 잠이 오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몽타주’에서 김상경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사건을 해결했다. “안 풀리던 것들이 10년 만에 풀리던 느낌이랄까요. ‘살인의 추억’에서는 끝이라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 영화에는 맺음이 있어요. 화해와 위안도 있고요.” 김상경이 맡은 청호는 15년 전 미제로 남은 유괴 사건에 매달리는 형사다.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서 청호는 아이를 잃은 엄마 하경(엄정화)을 찾는다. 기한 안에 범인을 잡으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지만 한철(송영창)의 손녀가 같은 방식으로 유괴당하면서 청호는 다시 범인을 쫓는다. 진범이 누구인지만큼이나 영화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다. “범인을 마주친 청호가 이런 말을 해요. ‘넌 스스로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돼. 용서는 니 몫이 아냐.’ 참회야 할 수도 있겠지만 반성과 용서는 다르죠. 용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피해당한 사람들,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어쩌겠어요. 제 자식이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저도 아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감독님처럼 저도 공소시효는 폐지돼야 한다고 봐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청호가 15년 만에 붙잡은 범인과 면회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다. 청호는 추궁 끝에 범인의 자백을 받아낸 뒤 범인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 김상경은 “다른 장면을 찍으면서도 면회실 장면에 대한 고민이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면서 “촬영날 바닷가에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오는데, 꼭 청호 속을 보는 것 같더라”고 했다. “청호가 범인과 거래를 해도 되는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마지막에 내리는 결정은 어떻게 보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우예요. 청호는 형사인데, 결국 어떤 식으로든 범행에 동조하는 게 되어버리는 거죠. 감독님이 ‘당신 딸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감독님의 판단에 동의를 했어요. 절대악도 없지만 절대선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게 맞다고 여기기도 했고요.” 당초 시나리오는 완성된 영화와는 달랐다. 15년 전 유괴 사건이 미제로 남은 데 청호의 과실이 더욱 컸다. 청호가 사건에 유독 집착하는 것도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투자사와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래 시나리오보다 다소 중립적인 청호의 캐릭터가 완성됐다. 청호의 캐릭터는 실제 형사처럼 사실적이다. 김상경은 출연이 결정되면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인물의 입장에서 자서전을 쓴다. ‘몽타주’를 준비하면서는 청호의 성장과정과 경찰 생활을 상상해 자서전을 썼다.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이후 형사역만 수십 번 넘게 제안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만족도를 채워 주는 역할이 없었던 탓이다. ‘몽타주’는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잔인한 아동범죄나 성범죄를 다루는 대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조에 빠져들었다”면서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실종되는 아이가 1만명이 넘더라고요. 하지만 다들 자기 일 아니면 무심하잖아요. 영화는 사회적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아들이 네 살인데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게 정의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청호는… 판단 내리기는 정말 복잡한 문제지만 결국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 쪽에는 서지 않을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연주는 믿을 수 없이 놀랍다. 부드러운 동시에 격정적이다. 그런 연주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피아노의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72)가 2011년 약관의 다닐 트리포노프(22)에게 남긴 말이다. 다음 달 11~12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트리포노프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손열음(27)과 조성진(19)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피아노 부문 우승뿐 아니라 전 분야 대상을 거머쥐며 ‘러시아의 신성’이 됐다.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은 이틀을 다르게 구성했다. 쇼팽을 절묘하게 재해석하는 그의 특기를 감상하려면 첫째 날을 주목해야 한다. 유명 콩쿠르와 음악 페스티벌에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쇼팽을 비롯해 스크랴빈, 리스트의 소나타 연주를 선보인다. 트리포노프의 테크닉을 확인하려면 둘째 날을 잡아야 한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에 정통 러시아 감성을 보탠다. “극적인 곡들을 주로 골랐다”는 그가 직접 꼽는 추천 곡은 ‘환상 소나타’로 알려진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이다. “젊은 시절의 스크랴빈이 작곡한 이 곡은 매우 드라마틱한 작품이에요. 바다의 이미지가 1악장과 2악장을 관통하는데, 고요함에서 성난 폭풍으로, 또 시냇물에서 거대한 바다로 변하면서 작품 안에서도 아주 큰 대조를 이루죠. 이어서 연주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에도 무한한 지평선의 이미지가 스며있어요.” 트리포노프는 “콩쿠르 입상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콩쿠르 입상 이후 발레리 게르기예프, 로린 마젤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선에서 출발한 손열음, 조성진과의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다. “조성진과는 사이가 무척 좋아요. 손열음과는 몇 주 전 모스크바에서 만났는데,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을 연주하는 걸 듣고 제 레퍼토리에도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콩쿠르에서는 사실 연주에 집중하느라 다른 연주자들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지만 기회가 되면 심도 있게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요.” 뉴욕타임스는 그를 “‘콩쿠르 정복자’답지 않은 부드러운 연주를 들려준다”고 평했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4만~8만원. (02)541-3184.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어둠속에서 가장 밝은 동진이의 눈

    초등학생 동진이는 앞이 자꾸 안 보인다. 어느 날부터 밤눈이 어두워지더니 낮에도 넘어지기 일쑤다.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은 동진이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불행하게도 아드님은 시력을 점점 상실해 가는 중입니다.” 고정욱(53) 작가의 새 동화 ‘점자 배우는 아이’(BF북스 펴냄)는 중도 시각장애 아동을 그린 작품이다. 멀쩡했던 시력을 잃어가는 만큼 동진이와 가족은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겹다. 작가는 맹학교 교사의 입을 빌려 장애를 인정하는 과정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에 비유한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부정과 분노, 협상, 좌절,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내가 절대로 죽을 리 없어’, ‘왜 내가 죽어야 해?’, ‘나를 살려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구나’, ‘나는 결국 죽어야 하는구나’. 동진이는 점자를 익히면서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각만큼 현실도 나날이 어두워진다. 아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운명을 원망한다. 부모가 다투는 날은 늘어나고, 동진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무력감이 찾아온다. 친구들은 점자책을 읽는 동진이를 두고 “손 끝에도 눈이 달렸냐”고 놀린다. 급기야 아빠는 힘들다며 집을 나가 버린다. 동진이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용서를 빈다. “아빠, 돌아오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돌아오세요.” 중도 장애인 가정에 대한 작품의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여기에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이 된 작가의 직·간접적 체험이 녹아 있다. 작가가 장애를 이겨내고 쓴 첫번째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고통을 이겨 내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꿈과 희망을 이루어 가는지 어린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진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맹학교로 전학가기 전 동진이는 오랜 시간 연습해 온 오케스트라와 함께 학예회 무대에 선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는데 학교 전체에 전기가 끊어진다. 갑작스러운 정전에 모두가 술렁이는 사이, 강당에는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둠 속에서 가장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은 어둠을 이겨낸 동진이다. 9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40대 이상 티켓파워 2030 넘는다

    40대 이상 티켓파워 2030 넘는다

    “저기 나오는 ‘박치’ 할아버지 꼭 우리 영감 같네. 호호호~.”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복합상영관. 관객석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로 북적였다. 노년층 관객을 붙잡기 위해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사가 대한노인회 노원지구 회원 100여명을 초청해 상영회를 가진 자리였다. 제작사 인앤인픽쳐스의 관계자는 “평소 영화 관람 기회가 드문 노년층 관객을 초청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참석률 100%를 기록했다”면서 “22일에도 부산에서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버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도 주요 관객들의 연령층은 뚜렷이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만도 40대 이상이 20~30대 관객들보다 강력한 티켓 파워로 주요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17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상반기 관객수 상위 20개 영화 중 40대 이상이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절반에 가까웠다. 흥행 1위인 ‘7번방의 선물’(누적관객수 1280만명)은 40대 이상 관객이 42%로 가장 많았고 30대(37%)와 20대(18%), 10대(3%)가 뒤를 이었다. 흥행 2위와 3위인 ‘아이언맨3’(773만명·41%)와 ‘베를린’(716만명·41%)에서도 40대 이상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파파로티’(171만명·47%)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95만명·48%)에서는 관객의 절반에 가까웠고, ‘박수건달’(389만명)과 ‘라이프 오브 파이’(158만명), ‘오블리비언’(151만명)도 모두 4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50대 관객은 2006년 전체의 2.0%에서 올 상반기 전체의 약 7.0%로 3배 이상 뛰었다. 김형호 맥스무비 실장은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영화관을 찾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엔 반대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년층으로 확대되는 관객을 붙잡기 위한 상영관들의 전략도 다양해졌다. CGV는 45세 이상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노블레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사회를 열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표 검수원, 영화관 매점 인력을 노년층으로 채용하는 등 맞춤형 시장 전략도 선보인다. 메가박스는 지난 4월, CGV는 지난 1월 각각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고령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CGV 관계자는 “노년층 관객을 위해 ‘눈높이형 채용’을 하는 것”이라면서 “5060 관객들을 겨냥해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40년 만의 리바이벌… 66회 칸 영화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40년 만의 리바이벌… 66회 칸 영화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지난 15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는 ‘위대한 개츠비’를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물랑루주’를 통해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감독은 고전 원작의 재탕에 머물지 않았다. 1920년대 재즈 음악 대신 제이지와 윌 아이 엠 등 내로라하는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배경을 채우고, 프라다가 디자인한 의상으로 장면장면을 수놓았다. 거기다 고전영화로는 드물게 3D다. ■ <UP> 1920년대 배경 낯설지 않게 다가와… 역시 디캐프리오! 잘 알려진 고전을 영화화할 경우 반쪽짜리로 주저앉아버릴 때가 많다. 원작을 곧이곧대로 압축해 무미건조하거나 지나치게 각색해 원작의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의 맛을 풍부하게 살리면서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뮤지컬, 오페라,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매체적 요소를 영화에 요령껏 버무려왔던 감독은 ‘재즈의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원작의 간결한 스토리를 잘 잡아냈다. 원작은 주인공 개츠비를 통해 제1차 세계 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직후 불안과 안도가 교차하는 신흥대국 미국의 빛과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삶을 스크린에 온전히 투영시켰다. 우선 캐릭터 위주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간 덕분에 원작을 읽지 않았거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객들도 별 불편함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가 있다. 궁금증을 한층 부풀린 뒤 등장하는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모습과 옛 연인 데이지(캐리 멀리건)에 대한 변함없는 순수한 사랑은 로맨스 영화의 측면에서 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디캐프리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상류층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모한 낙관주의자 역을 맺힌 데 없이 소화해냈다. 그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캐스팅했던 루어만 감독은 순수하면서 로맨틱한 로미오와 야망과 집착으로 비밀스럽고 어두운 개츠비의 모습을 결부시켜 배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3D로 20세기 패션의 태동기인 1920년대의 고전적 의상과 매일 밤 흥겨운 재즈음악 속에 화려한 파티가 펼쳐지는 개츠비의 대저택을 보자면 당시 사람들의 환상과 허무함이 손끝에 잡힐 듯 생생히 전해온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DOWN> 사랑이야기 집중 피츠제럴드의 원작… 역시 못 따라가!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만들기 어려운 법이다. 원작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같은 고전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각본을 쓰고 로버트 레드퍼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한 1974년작도 평가는 시원찮았다. 역시나, 휘황한 광채를 뿜어내는 ‘루어만 버전’도 원작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원작의 줄거리를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로 지나치게 축소시켰다는 대목이다. 영화가 인물들의 표면적 관계에만 집중하면서 캐릭터의 입체성이 휘발되고 말았다. 상류층 출신의 데이지는 경제성장의 단꿈에 젖어 있던 1920년대 미국사회의 허망한 환상인 동시에 개츠비가 가질 수 없는 꿈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화는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열망에 깔린 사회경제적·계급적 맥락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화려한 파티 장면, 3D 효과 등을 통해 빈자리를 채워 보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잉의 불편함이 더 강하다. 몇몇 대목에서는 감독의 직접적인 해석까지 개입하면서 원작에 대한 기대를 배반한다. 예컨대 결말에 대한 묘사다. 원작이 개츠비의 총소리를 청각적으로 묘사한 반면 영화는 이를 매우 시각적으로 재현해 압축과 생략의 여운을 뺏아갔다. 원작에 없는 정신분석학자를 등장시켜 캐러웨이가 개츠비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게 한 설정도 마찬가지. “액자형식의 장치가 과하다”(영화평론가 듀나)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피츠제럴드의 생생한 문체를 영화가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아무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 한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 주는” 개츠비의 미소를 복원할 수는 없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가 진단한 이 영화의 신선도는 딱 반토막, 50%였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세계에 임권택 알린 종교 영화의 걸작

    세계에 임권택 알린 종교 영화의 걸작

    출가한 지 6년이나 됐지만 연인을 잊지 못하는 법운 스님은 번뇌를 주체하지 못하고 구도의 길을 걷는다.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된 지산 스님은 항상 술에 찌들어 사는 타락한 ‘땡중’처럼 보인다. 실망한 법운은 지산을 떠나지만 두 사람은 어느 절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달관한 부처처럼 자유분방한 지산의 모습에 법운은 차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만취한 지산이 동사하면서 법운은 지산이 파격적인 기행을 통해 얻으려 했던 구도의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EBS는 17일 밤 11시 15분에 영화 ‘만다라’를 방영한다. 임권택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은 영화이자 한국 영화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종교 영화다. 임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적극성을 보인 영화”라고 회고한 바 있다. 1979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은 김성동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종교지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한 김 작가는 조계종단과 마찰을 빚으며 승적을 박탈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임 감독은 “깨달음을 향해 한치의 낭비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두 스님의 모습을 통해 자기 완성을 위해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다라’는 198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세계 영화계에 임 감독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지산과 법운이 설경(雪景)을 걷는 롱숏(long shot)은 공간의 여백을 활용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정일성 촬영감독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자 임 감독이 그의 몸이 낫기를 기다려 촬영을 시작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당시 법운 역을 맡은 안성기가 대종상 남우주연상, 지산 역을 맡은 전무송이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동성결혼 합법화 헌법소원 낼 것”

    “동성결혼 합법화 헌법소원 낼 것”

    오는 9월 동성 연인과의 결혼 계획을 발표한 영화감독 김조광수(48)씨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조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결혼 상대인 김승환(29·영화제작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남들처럼 혼인신고 절차를 밟은 뒤 반려되면 헌소를 제기할 생각”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입법을 추진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동성 간 공개 결혼은 있었지만 헌소 제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불법이라고 하지만 합법이 아닐 뿐 법이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9월 7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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