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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플·폭력의 씨앗·가까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영예

    라이플·폭력의 씨앗·가까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영예

    독립·예술 영화 중심 전주국제영화제의 올해 대상은 브라질 다비 프레투(왼쪽) 감독의 ‘라이플’(국제경쟁), 임태규(가운데)감독의 ‘폭력의 씨앗’(한국경쟁 부문), 배경헌(오른쪽) 감독의 ‘가까이’(한국단편경쟁)에 돌아갔다.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3일 각 부문 수상작 14편을 발표하고 시상식을 열었다. ‘라이플’은 땅을 사러 온 부자에게 존립의 위협을 느껴 장총을 든 외딴 시골 목장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며 문명과 자연이라는 서부극 대립 구도를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멋지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까지 2관왕에 오른 ‘폭력의 씨앗’은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그에 대처하는 개인의 황망한 행동들을 보여 주며 폭력은 개인 영역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748편이 응모해 19편으로 추려진 본선에서 경합을 벌인 ‘가까이’는 진심으로 장애우들을 돕고 있지만 궁핍에 짓눌려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연 맹인 안마사의 안내견을 훔치게 된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이야기를 보여 주며 고독의 깊이를 묻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파문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담아 관심을 받았던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는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와 한국경쟁 부문 출품작 중 다큐멘터리 장르에 수여하는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6일 폐막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라이플’, ‘폭력의 씨앗’, ‘가까이’···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영예

    ‘라이플’, ‘폭력의 씨앗’, ‘가까이’···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영예

    독립·예술 영화 중심 전주국제영화제의 올해 대상은 브라질의 다비 프레투 감독의 ‘라이플’(국제경쟁), 임태규 감독의 장편 데뷔작 ‘폭력의 씨앗’(한국경쟁 부문), 배경헌 감독의 ‘가까이’(한국단편경쟁)에게 돌아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3일 각 부문 수상작 14편을 발표하고 시상식을 열었다. ‘라이플’은 땅을 사러온 부자에게 존립의 위협을 느껴 장총을 든 외딴 시골 목장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며 문명과 자연이라는 서부극의 대립 구도를 하드보일드로 멋지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까지 2관왕에 오른 ‘폭력의 씨앗’은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이에 맞선 개인의 황망한 대처들을 보여주며 폭력은 결코 개인 영역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748편이 응모, 19편으로 추려진 본선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가까이’는 진심을 다해 장애우들을 돕고 있지만 궁핍에 짓눌려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연 맹인 안마사의 안내견을 훔치게 된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고독의 깊이를 묻는 작품이다.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파문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담아 관심을 받았던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는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와 한국경쟁 부문 출품작 중 다큐멘터리 장르에 수여하는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6일까지 계속된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서바이벌 패밀리’가 폐막작으로 영화제 대미를 장식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흥행돌풍 ‘관상’이 마켓 상품이라고?

    흥행돌풍 ‘관상’이 마켓 상품이라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 영화 시나리오 마켓 당선작이 속속 영화화되면서 시나리오 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가 당선작에 눈독을 들이면서 시나리오 기획·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계에 신인 시나리오 작가를 등용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11일 영진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시나리오 마켓을 통해 영화로 완성된 작품은 21편에 이른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시작으로 ‘용의주도 미스신’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돼지의 왕’ ‘돈 크라이 마미’ 등이 시나리오 마켓을 거쳤다. 900만 관객을 돌파한 ‘관상’은 2010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동혁 작가의 각본을 바탕으로 했고,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는 2008년 공모전에서 수상한 임상윤 작가의 ‘유력한 용의자’를 영화화했다. 지난해에는 20편, 올해는 9편이 거래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시나리오 가격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500만~2000만원, 많게는 4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로 계약할 경우 작가의 저작권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진위가 운영하던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와 시나리오 공모전을 결합해 2006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시나리오 마켓은 말 그대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 제작사가 시나리오를 등록하고 거래하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다. 영화 제작자와 전문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매월 응모작 중에서 추천작을 고르고 분기별로 당선작을 선정한다. 당선작을 중심으로 영화사와 시나리오 작가 간 거래가 이루어지며, 당선작은 시나리오 멘토링과 기획 개발 등의 지원도 받는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매년 등록되는 600여편의 시나리오 중 영화로 완성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심사에 참여했던 영화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획·개발 아이템이 필요한 제작사에서는 당선작에 눈독을 들이지만 매매가 이루어진다 해도 시장성과 투자 문제 등을 이유로 제작이 무산되거나 영화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시나리오 마켓보다 더 많은 상금을 주는 공모전이 생기면서 전보다 시나리오의 수준이 다소 낮아진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 쉽게 기성 작가의 수준에 미치기 어렵다 보니 영화화 성공률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시나리오 멘토링 사업을 강화해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부고] ‘충무로의 대부’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부고] ‘충무로의 대부’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영화제작자와 극장업자, 감독으로 활동하며 ‘충무로의 대부’로 불렸던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이 지병으로 입원해 있던 중 심근경색으로 8일 0시 3분쯤 별세했다. 83세. 평안북도 용강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성균관대 정치외교과를 졸업한 뒤 친구의 권유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64년 합동영화사를 설립하고 1979년부터 서울극장을 운영하며 2000년대 초반 복합상영관이 생기기 전까지 국내 영화 배급의 주역으로 꼽혔다. 1964년 ‘계동아씨’를 시작으로 230여편의 영화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만희 감독의 ‘협박자’(1964)와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1980), 유하 감독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2), 신상옥 감독의 ‘증발’(1994), 김호선 감독의 ‘애니깽’(1996)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직접 감독으로도 나서 1971년 ‘애’(愛)를 시작으로 ‘쥐띠부인’(1972), ‘이중섭’(1974), ‘가고파’(1984), ‘이브의 체험’(1985), ‘무거운 새’(1994) 등 9편을 연출했다. 19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듬해 서울극장을 연 이후에는 영화 제작과 수입, 극장업을 겸했다. 1982년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으로 처음 심야상영을 시도했고, 1997년에는 서울극장을 증축해 7개 상영관을 만들면서 복합상영관 시대를 열었다. 중앙시네마타운과 이화예술극장, 영화나라, 부산 제일극장 등을 소유해 전국 최대의 극장 체인을 구축했다. 한국영화제작자협회(1974)·전국극장협회(1981)·서울극장협회(1988) 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대종상 영화발전 공로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배우 출신으로 서울극장 사장인 부인 고은아씨, 서울극장 부사장인 아들 곽승남씨와 딸 인숙·승경씨가 있다. 발인은 11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 (02)2072-2091.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붉은 가족’(6일 개봉)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김기덕(53) 감독은 “나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건드린 ‘뫼비우스’와 ‘피에타’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대중적 색채가 짙은 ‘배우는 배우다’나 ‘영화는 영화다’ 등도 ‘김기덕’이라는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유미와 정우가 주연하고 이주형 감독이 연출한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그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항상 감독이고 싶지 제작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피에타’나 ‘뫼비우스’는 어둡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보는데 제자 감독들에게 맡기는 것 중에는 경쾌하고 오락적인 영화도 많다. 그런 영화들도 내가 가진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을 맡은 영화는 연출한 감독이 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가 (감독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붉은 가족’이나 ‘영화는 영화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텐데, 인간이 살면서 풀지 못한 비밀 같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제라면 ‘붉은 가족’ 같은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어떤 모순을 다룬다.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풍산개’도 남북 문제를 다뤘다. -아버지가 상이용사이셨다. 6·25전쟁 때도 참전했었고 몸에 총알을 네 발 정도 맞으셨다. 제대 뒤에 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 살다가 돌아가셨다. 내겐 아픈 어린 시절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는 너무 폭력적이고 무서웠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 알게 됐다. 그게 분단의 현실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풍산개’는 남북 사이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지나친 이념 경쟁 속에 결국 이산가족이 피해를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붉은 가족’은 남한의 모순적 자본주의, 북한의 모순적 체제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정말 잊어버린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했다. →‘붉은 가족’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풍산개’ 이후에 당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서 이런 소재에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탕도 그렇고, 아버지의 상처도 잘 알고 있고, 철책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있었다. ‘붉은 가족’은 다른 영화에 비해 제작비도 적고 배우들도 덜 알려졌지만 이야기로는 앞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감독이 후배인 전재홍 감독에서 또 다른 후배인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자본이 감독을 교체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왜 가족이라는 단위를 선택했나.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다.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다. 남한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 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에 무척 비판적이다. -그렇게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게 남한 가족은 그 안에 포기하지 않는 정(情)이 있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피에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도가 ‘미선이가 엄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고 잔인한 것을 걷어내지 않나. 자본과 자기 생각이 중심인 사회지만, 나는 자본주의가 갈빗대 몇 개는 부러졌어도 구심점이 되는 등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무척 강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작위적이라고 하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무가 자랄 때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양분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내 영화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아쉽게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나무가 더 멋있다. 내 영화가 객관적으로 합의되는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더 넓고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서 보는 거다. →서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 -나는 내 영화가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같다고 생각한다. 잔설명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가는 내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내 살아온 방식이나 성장 과정에 기준점을 둔다. 문화 표현물이 가지고 있는 형식에 대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나친 서사나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전보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커진 것 같다. -‘붉은 가족’이나 ‘신의 선물’을 보면서 ‘이게 김기덕 영화냐’고 한다. 김기덕 영화 같지 않다는 뜻인데, 나를 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뫼비우스’나 ‘피에타’, ‘나쁜 남자’처럼 공격적이고 끝까지 가는 것으로 비쳐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인간적이라고도 한다(웃음). ‘붉은 가족’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나 모두 나인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영화를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차기작은. -항상 열심히 뭔가 쓰고는 있는데 뭐가 될지는 모른다. 내가 감독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쪽이 재미있는 것 같다. 특별히 국내 관객을 겨냥한 것도 아니고, 위험하더라도 내 생각을 순수하게 전하는 일이니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포크 여왕 장필순이 노래하는 ‘이야기’

    포크 여왕 장필순이 노래하는 ‘이야기’

    지난 8월 11년 만에 7집 음반을 낸 가수 장필순이 7일 밤 12시 10분 EBS 스페이스 공감을 찾는다. 이른바 ‘원조 홍대 여신’으로 꼽히는 요조와 최근 미니앨범(EP)를 내고 활동을 재개한 록밴드 H2O는 밤 1시 5분 다음 무대를 채운다. 방송에서 선보일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은 2005년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 내려간 장필순이 홈 레코딩으로 완성한 음반이다. 함께 제주에 둥지를 튼 음악적 동반자 조동익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포크 음악의 산실이었던 음반기획사 ‘하나음악’ 출신의 이규호와 고찬용, 박용준 등이 참여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선정됐던 6집에 비해 일렉트로닉 요소는 줄고 어쿠스틱한 색채는 강해졌다. 예전에 비해 더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공간감을 확장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조동진의 5집 앨범에 실린 곡을 리메이크한 ‘눈부신 세상’은 장필순이 “앨범에서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랫말”이라고 밝힌 곡이며, ‘1동 303호’는 도시인의 고단한 일상을 전한다. 이외 5집 앨범에 실렸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TV, 돼지, 벌레’ 등 대표곡을 들려준다. 2004년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015B의 객원 보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조는 5년 만에 낸 2집 ‘나의 쓸모’를 선보인다. 1집에서 전 곡을 직접 프로듀싱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요조는 2집에서도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서정적인 가사가 결합한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2집을 작업하면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타이틀곡 ‘화분’ 등을 노래한다. 4집 ‘보일링 포인트’(Boiling Point) 이후 9년 만에 EP ‘유혹’을 발표한 H2O도 시청자를 찾는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던 보컬 김준원과 시나위 출신의 베이시스트 김영진, 기타리스트 타미김, 드러머 장혁이 반가운 신곡들을 연주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붉은 가족’(6일 개봉)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김기덕(53) 감독은 “나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건드린 ‘뫼비우스’와 ‘피에타’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대중적 색채가 짙은 ‘배우는 배우다’나 ‘영화는 영화다’ 등도 ‘김기덕’이라는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유미와 정우가 주연을 맡고 이주형 감독이 연출한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그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와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를 제작하면서 “제작자보다는 후원자에 가깝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수입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게 아니니까. 후원자라는 것도 이제 좀 올드한 느낌이고, 큰 차이는 없겠지만 후원자보다는 지원자에 가까울 것 같다. ‘메인스트림’이라고 하는 한국의 영화 학교 출신이 아니면서 영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첫 단추를 끼우기 어렵지 않나. 연출력이나 시나리오 집필력도 부족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쓴 시나리오를 건네면 (외부에서) 이야기에 관심도 생기고, 그런 상황에서 연출자의 재능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감독이고 싶지 제작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피에타’나 ‘뫼비우스’는 어둡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보는데 제자 감독들에게 맡기는 것 중에는 경쾌하고 오락적인 영화도 많다. 그런 영화들도 내가 가진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힘은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 중에 내가 해도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제작을 맡은 영화는 연출한 감독이 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가 (감독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붉은 가족’이나 ‘영화는 영화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텐데, 인간이 살면서 풀지 못한 비밀 같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제라면 ‘붉은 가족’ 같은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어떤 모순을 다룬다. 내가 못할 것은 없지만 나는 다른 욕심이 있다.  →‘붉은 가족’은 1억 2000만원으로 제작했는데 어떻게 마련했나.  -‘풍산개’와 ‘피에타’ 수입 가지고 하는거다(웃음). ‘풍산개’ 수익에서 남은 돈으로 ‘피에타’를 만들었고 ‘피에타’ 수익으로 ‘붉은 가족’과 개봉 예정인 ‘신의 선물’을 만들었다. 영화사들이 보통 (투자를 받지) 돈을 잘 안 쓰는데 나는 ‘실탄’으로, 제작비로 쓴다.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풍산개’도 남북 문제를 다뤘는데.  -아버지가 상이용사이셨다. 6·25 전쟁 때도 참전했었고 몸에 총알을 네 발 정도 맞으셨다. 제대 뒤에 거의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 살다 돌아가셨다. 내겐 아픈 어린 시절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너무 폭력적이고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두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 알게 됐다. 그게 분단의 현실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분단으로 고착된 현실에서 이념적으로 충돌하고, 그 안에서 풀지 못한 숙제 때문에 늘상 이리저리 살고. 이것을 조금 더 풀고 싶었다. ‘풍산개’는 남북 사이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지나친 이념 경쟁 속에 결국 이산가족이 피해를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붉은 가족’은 남한의 모순적 자본주의, 북한의 모순적 체제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정말 잊어버린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했다. 한 가족과 한 인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냉정하게 하는 것 같다.  →‘붉은 가족’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웃기는 이야기인데 ‘풍산개’ 이후에 당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서 이런 소재에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탕도 그렇고, 아버지의 상처도 잘 알고 있고, 경기 일산에서 휴전선 바로 앞에 오랫동안 살았고, 철책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있었다. 좋은 배우가 나오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은 다른 영화에 비해 ‘붉은 가족’은 제작비도 적고 배우들도 덜 알려졌지만 이야기로는 앞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이 후배인 전재홍 감독에서 또다른 후배인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자본이 감독을 교체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내 후배들이 들어가고 빠지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 더 깨끗하고 정직하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나 극장 수는 부족하지만 영화로서는 괜찮은 영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피에타’를 두고도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영화”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자본주의에 무척 비판적이다.  -그렇게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게 남한 가족이 그 안에 포기하지 않는 정(情)이 있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피에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도가 ‘미선이가 엄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고 잔인한 것을 걷어내지 않나. 자본과 자기 생각이 중심인 사회지만, 나는 자본주의가 갈빗대 몇 개는 부러졌어도 구심점이 되는 등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고 박고 부러지는 것으로 척추가 모두 훼손되는 건 아니니까. 꼭 비판적이라기 보다, ‘이런 것들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나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 위에서 벌어지는 ‘붉은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떠올렸나.  -애초에 계획한 것은 아니었고 쓰면서 발전시킨 부분이다. 그 장면을 쓰면서 마지막에 북한 가족은 어차피 죽을 테니까 (남한 가족의 모습을) 반복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겠다고 생각했다. 북한 가족을 유일하게 한 번 가족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죽음을 앞둔 북한 가족에게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붉은 가족’은 어떤 뜻인가.  -북한이 ‘빨갛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위험에 처하고 자기 발언이 약하고 무언가 게릴라적이고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붉은 깃발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붉은 색에는 ‘결집’에 대한 것도 있고 ‘피를 흘려서라도’라는 절체절명의 요소도 있다.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붉은 색이 주는 이미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가족이) 붉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들이 푸른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역설적으로 붉은 가족이라는 제목을 붙인 거다. 체제에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붉은 가족’에도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두만강’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저작권료가 있어서 결국 아리랑을 쓰게 됐다. 다 돈 때문이다.  →이주형 감독과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12월이나 1월쯤 개봉 예정인 문시현 감독의 ‘신의 선물’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현장 편집하는 스탭으로 처음 왔었다. 이 감독을 지켜 본 전재홍 감독 등이 굉장히 인간적이고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단편을 보라고 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인상 깊었다. 조감독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경험도 없었지만 치열하게 영화를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용감하게 연출을 맡겼다. 전재홍 감독에게 ‘풍산개’, 장훈 감독에게 ‘영화는 영화다’를 맡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한 가지가 좋으면 맡긴다. 실패하더라도 비용은 1억~2억원이다. ‘붉은 가족’은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살리면서 데뷔작으로는 잘 만든 것 같다.  →열애설이 나기도 했던 김유미와 정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나는 시나리오를 건넨 뒤에는 현장에도 잘 가지 않고 간섭을 안하는 편이다. 연기력 하나로 뽑았다고 들었다. 개봉관도 몇 개 잡혀 있지 않은데 (열애설로 관심이 높아져서) 우리한테는 사실 고마운 일이다(웃음).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무척 강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구조는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본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하나.  -물론 한다. 그런데 나무가 자랄 때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양분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균형을 잡는 거다. 내 영화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아쉽게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나무가 더 멋있다. 나는 더 큰 이야기, 더 큰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그렇게 훈련했다. 쉽게 말해 쓸데없는 것들은 안 보여주는 거다. 감성적으로 이미지를 길게 가져가거나 대사로 부연할 수도 있을 거다. 내 영화가 객관적으로 합의되는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더 넓고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서 보는 거다.  →서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  -나는 내 영화가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같다고 생각한다. 잔설명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가는 내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기존의 방식 대신)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성장 과정에 기준점을 둔다. 문화 표현물이 가지고 있는 형식에 대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나친 서사나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영화들이 전형적으로 쓰는 기승전결이 나에게는 거북스럽다. 중고등 교육에서 가르치는 필수라고 하는 요소들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붉은 가족’ 언론 시사회에서 “(상영관이 적은데)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라도 봐달라”고 했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시장에 여전히 문제를 느끼나.  -그 말은 인터뷰 마지막에 통제되지 않고 그냥 나왔던 말인데 본의 아니게 기사 제목으로 걸려서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을 하는 분들에게 죄송했다. 그건 심정적 발언이었지 정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거다. 자기가 만든 영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을 때는 정말 그런 심정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만든 영화를 누가 봐주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인들이 다 비슷할 거다. 대기업 문제는 수익을 내야 하는 자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불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가족’도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했는데 이걸 모닥불로 해서 산불을 만들고 싶다. 관객들이 상영관을 채워주고, 그걸로 상영 수익이 생기면 극장을 더 늘릴 생각이다. (메가박스 등에서 일부 상영관을 잡는 등) 멀티플렉스 계열에서도 작품의 뜻을 이해해줘서 놀라고 있다.  →전보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커진 것 같다.  -‘붉은 가족’이나 ‘신의 선물’을 보면서 ‘이게 김기덕 영화냐’고 한다. 김기덕 영화 같지 않다는 뜻인데, 나를 보는 이중잣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뫼비우스’나 ‘피에타’, ‘나쁜 남자’처럼 공격적이고 끝까지 가는 영화로만 비쳐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나를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인간적이라고도 한다(웃음). ‘붉은 가족’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나 모두 나인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영화를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영화를 보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학교에 가면 학교에 갇히지 말아야 하고 옷을 입으면 옷 속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야생을 가진 인간이니까. ‘뫼비우스’는 특히 그런 면이 있는 영화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굳이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항상 열심히 뭔가 쓰고는 있는데 뭐가 될지는 모른다. 두 세 개가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일단 ‘붉은 가족’이 잘 됐으면 좋겠다. 모닥불이 산불이 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감독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쪽이 재미있는 것 같다. 특별히 국내 관객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더라도 내 생각을 순수하게 전하는 일이니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100여년의 역사적 파고에 휩싸인 제주 해녀 4代의 상흔과 치유의 삶

    100여년의 역사적 파고에 휩싸인 제주 해녀 4代의 상흔과 치유의 삶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인 구소은(오른쪽·49)의 ‘검은 모래’(왼쪽·은행나무)는 제주 우도와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를 중심으로 잠녀 가족 4대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100여년의 시간을 통해 “정착을 꿈꾸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디아스포라의 신산한 삶을 들여다본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1910년 한일합병 직후 우도에서 출생한 구월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라를 잃은 신세였던’ 잠녀다. 구월은 어려서부터 바다를 놀이터 삼아 자라나지만 일제의 수탈 아래 삶은 날로 가혹해진다. 일본 어민들은 제주 앞바다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잠녀들이 결성한 해녀조합은 총독부의 압제에 관제조합으로 전락한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이어지자 1941년 남편은 구월과 딸 해금을 데리고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80㎞ 떨어진 미야케지마로 이주한다. 미야케지마에서는 2대 해금과 3대 건일, 4대인 미유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가까스로 일본 땅에 정착한 이들의 삶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거세게 흔들린다. 구월의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가사키에 나갔다가 미군의 원폭으로 사망한다. 해금은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한태주를 만나 건일을 낳지만 한태주는 한국 전쟁에 북한군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다. 일본인과 재혼한 해금은 차별을 우려해 아들의 이름을 마츠가와 켄으로 바꾼다. 건일과 미유의 이야기에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재일 조선인의 정체성 문제가 도드라진다. 역도산을 ‘조센징’이라 멸시하는 일본인을 지켜보던 건일은 “일본 사람들과 똑같이”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건일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략) 출신 성분 때문에 이 사회에서 배척당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사회적 성공에 몰두하지만 딸 미유는 다르다. 미유는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일본 극우 집안의 자제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으면서도 “한국식 장 담그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검은 모래’는 해금과 건일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미유를 통해 깊은 역사적 상흔의 치유와 화해 가능성을 제시한다. 쇠락한 미야케지마를 바라보며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해도 저 바다와 바위들은 기억해 줄까” 라고 생각하는 미유는 작가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다. 미야케지마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검은 모래’를 썼다는 작가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던 작은 마을에서 갇혀 있는 에너지를 느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영탄조와 설명조의 표현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박스오피스] 서울 CGV 빼고도 ‘토르’ 1위

    CGV와의 상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다크 월드’가 박스오피스(흥행수익) 정상을 차지했다. 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르: 다크월드’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82만 7625명(누적 관객수 105만 3079명)을 동원해 개봉 첫 주 1위에 올랐다. 배급사인 소니픽쳐스와 CGV가 부율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어 서울 지역 CGV에서는 상영되지 않았지만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우주 재난 영화 ‘그래비티’는 34만 1028명을 모아 누적 관객수 231만 6190명을 기록했다. 지난주 1위였던 손예진 주연의 ‘공범’은 30만 6923명(누적 관객수 133만 9335명)을 동원해 3위로 떨어졌고, 서인국·이종석 주연의 ‘노브레싱’은 19만 807명(누적 관객수 28만 5067명)을 동원해 4위로 출발했다. 같은 날 개봉한 주상욱·양동근 주연의 ‘응징자’는 9만 8415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잉여는 청춘, 아직 싸우는 중

    잉여는 청춘, 아직 싸우는 중

    ‘잉투기’는 스스로를 ‘잉여’라 자조하는 청춘들에 대한 영화다. 온라인에서 아이디 ‘칡콩팥’을 사용하는 태식(엄태구)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러 나갔다가 아이디 ‘젖존슨’(김찬희)에게 기습당해 흠씬 두들겨 맞는다. 온라인에서 다투던 것이 ‘현피’라 불리는 현실 세계의 싸움으로 이어진 것인데, 이 장면이 촬영돼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태식은 큰 망신을 당한다. ‘칡콩팥’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태식의 과거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도는 등 신상도 공개된다. ‘젖존슨’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네 형인 희준(권율)과 그의 행적을 찾아다니던 태식은 ‘젖존슨’이 ‘잉투기’라 불리는 격투기 대회의 우승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벌이는 격투 대회를 두고 체육관 관장(김준배)은 “‘잉여’들의 격투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ing+투기, ‘우리는 아직 싸우는 중’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태식과 희준에게도 체육관에 다녀볼 것을 제안한다. 얼떨결에 두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고, 태식의 사연을 알게 된 관장의 조카 영자(류혜영)가 관심을 보이면서 ‘젖존슨’ 찾기는 동행을 맞는다. 영화는 기성 세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잉여’들의 문화를 충실히 묘사한다.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를 헐뜯으며 ‘키보드 배틀’을 벌이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 고액에 아이템을 거래한다. 고등학생 영자는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을 인터넷에 생중계하고, 시청자들은 실시간 채팅을 하며 먹방을 지켜본다. 채팅의 절반 이상은 ‘ㅋㅋㅋ’ 같은 파편화된 기호가 차지한다. ‘대박’이나 ‘X나’ 같은 과잉의 수사 없이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잉여짓’에 매달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무언가 결핍돼 있다. 태식은 아버지가 없고, 영자는 부모가 없다. ‘젖존슨’은 H.O.T가 한창 뜰 무렵 가수로 데뷔하지만 기획사를 잘못 만나 실패한다. 희준 역시 “늘 무시만 당하며 살아왔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싸울 대상이 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린다. 대입과 취업은 꿈조차 꾸기 어려운 ‘잉여’들은 사회라는 링 위에 올라가기도 전에 싸울 기회를 박탈당한다. 싸워본 적이 없는 태식은 싸우는 법도 모르면서 복수를 꿈꾼다. 영화는 ‘잉여’들을 비판하거나 꾸짖는 대신 승리할 기회도, 패배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던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위로한다.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엄태화 감독이 연출하고, 동생 엄태구가 주인공을 맡았다. 98분.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반성 없는 폭력성… 뒤틀린 쾌감

    반성 없는 폭력성… 뒤틀린 쾌감

    펀치/이재찬 지음/믿음사/256쪽/1만 3000원 “나는 5등급이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어도 철저하게 위계화된 한국 사회에서 ‘5등급’이 갖는 의미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펀치’가 내포하는 전제이자 비극성이다.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나’는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논리를 폐부 깊숙이 체득하고 있다. “5등급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머리에서 외모까지 5등급은 영원히 날 따라다닐 꼬리표”다. ‘나’는 한국 사회를 매우 직설적으로 공격하고 비꼬며, 거기에서 이 소설의 뒤틀린 쾌감과 유머가 발생한다. “내 수학 성적은 내 바스트 사이즈만큼이나 제자리”이고, “한국 여자의 몸매는 전통적으로 ‘상체 빈약, 하체 튼튼’”이지만 “걸 그룹들은 그런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른 ‘가슴 육덕, 하체 부실’”이다. 기독교인들은 “교회만 열심히 다니지 이웃을 돌보지 않는”다. 외모 지상주의의 한국은 “내면이 없는 땅”이다. 가족은 ‘나’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결정체다. ‘나’는 “심장은 죽고 입만 살아 있는” 아버지를 ‘방 변호사’라 지칭한다. 전 국회의장의 폭행 사주 사건을 맡아 승소한 방 변호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전형적인 한국의 엘리트”다. 열성 개신교 신자인 엄마는 딸의 ‘인 서울’ 입학에만 관심을 갖는다. “모녀는 5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5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는 ‘나’의 냉소가 가족과 사회에 대한 가벼운 조롱이나 풍자보다 증오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웃음은 조금씩 서늘함으로 변해간다. ‘나’는 남 몰래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던 남자에게 부모의 살해를 사주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공무원이 되었으나 상사에게 “노예처럼” 당한 그는 ‘나’만큼 분노와 혐오로 뭉쳐 있다. 몇 차례의 공모 끝에 그는 ‘나’의 부모를 살해하지만 그가 자수를 생각하면서 ‘나’는 난처해진다. ‘펀치’로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진한 반성이나 후회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소설보다 더욱 소설 같고 무참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현실에서 벌어진다. 작가는 끔찍한 현실을 소설로 봉합하는 대신 “엄마를 죽인 범인은, 엄마 자신”인 사회의 살풍경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적인 것은 이 10대 소녀의 폭력성, 세상에 대한 반감 자체가 매우 매혹적이면서도 논쟁적이라는 사실”(문학평론가 강유정)이라는 평을 받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새 영화] ‘올 이즈 로스트’

    [새 영화] ‘올 이즈 로스트’

    수마트라 해협에서 1700해리 떨어진 인도양의 어느 지점.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는 부드럽게 찰랑이는 해 질 무렵의 바다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다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화물용 컨테이너가 떠다니고, 어디선가 낮게 깔린 로버트 레드퍼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말 한다는 게 별 의미 없다는 건 알지만. 내가 노력했다는 건 다들 알 거야. 진실하고 강하고 옳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이제 모든 걸 잃어버렸어.” 시간은 8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도 없이 ‘우리의 인간’(Our Man)이라고 명명된 레드퍼드는 바닷물이 들이치는 요트 안에서 깨어난다. 그는 첫 장면에 등장한 화물용 컨테이너가 요트 한 구석을 들이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요트 깊숙이 박힌 컨테이너를 어렵게 떼어내지만 조향 장치는 이미 망가진 뒤다. 망망한 바다 위에서 그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소금물에 젖은 라디오는 작동을 멈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몰아친다. 돛대가 부러지고, 임시변통으로 수리한 배는 바닷물로 가득 찬다. 가까스로 구명보트를 띄운 그는 무력하게 요트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본다. 식량도, 마실 물도 떨어져 간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올 이즈 로스트’는 오롯이 레드포드가 이끌어 가는 영화다. 대사는 거의 없다. 라디오를 통해 무용한 구조 신호를 보내거나 거듭되는 불행에 잠깐 신을 저주하는 것이 전부다. 호들갑 떨거나 불행을 과장한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레드퍼드의 지친 표정과 쇠잔한 육체를 통해서만 관객은 그의 막막함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그가 왜 바다 위를 떠돌고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유서로 보이는 첫 장면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었다는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할 뿐이다. 제목 그대로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바다는 최악의 불행이 닥친 뒤에도 더한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려는 듯 끊임없이 고난을 떠안긴다. 그래도 그는 절대 삶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올해 일흔일곱 살의 레드퍼드는 우리 중 누구라도 그러리라는 사실을 묵묵히 보여준다. ‘올 이즈 로스트’는 살아있다는 것의 숭고함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영화다. 106분. 7일 개봉. 12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고향으로 돌아간 제돌이와 친구들의 바다 생활 완벽 적응기

    고향으로 돌아간 제돌이와 친구들의 바다 생활 완벽 적응기

    지난 7월 18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지난 25일로 방류 100일을 맞았다. 2009년 5월 제돌이가 그물에 잡힌 지 4년 만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거친 돌고래들은 무사히 고향에 돌아갔을까. KBS 1TV 파노라마는 31일과 새달 1일 밤 10시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에서 방류된 돌고래들의 현재를 살핀다. 우려와 달리 세 마리는 완벽하게 바다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된다. 무리 합류와 먹이 사냥 등에 전혀 문제가 없고 사람에게 다가와 먹이를 구걸하지도 않는다. 제작진의 카메라에 포착된 제돌이는 무리 선두에서 광어를 물고 헤엄치는 모습을 보인다. 춘삼이는 다른 친구와 어울려 먹이 사냥을 하고, 삼팔이는 뱃머리에서 파도를 탄다. 국제 전문가들은 돌고래가 3개월 이상 생존하면 방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제작진은 제돌이가 바다에 돌아가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도 돌아본다. 2011년 7월 남방큰돌고래의 불법포획과 거래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복지와 동물권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동물보호단체와 학자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에서 20여 차례에 이르는 격론을 통해 이송과 먹이 훈련, 방류 등의 로드맵을 완성했다. 그 사이 돌고래들은 2년의 재판도 겪었다. 제돌이는 육지 생활 1538일 만에, 야생 방류 결정 425일 만에 어렵게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제돌이가 자유의 몸이 된 것과 달리 같은 날 그물에 잡혔던 복순이는 여전히 서울대공원에서 적응 훈련 중이다. 활기차고 호기심 많았던 복순이는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면서 먹이도 잘 먹지 않는 예민한 성격으로 변했다. 세계적인 돌고래 전문가 릭 오베리는 복순이의 상태를 ‘포획 우울증’으로 추정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만큼 고도의 감성과 지성을 지닌 돌고래가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 먹잇감조차 경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베리는 “서식지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말을 통해 서식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올 노벨문학상 수상 앨리스 먼로의 최근작이자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 미리 봤더니…

    올 노벨문학상 수상 앨리스 먼로의 최근작이자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 미리 봤더니…

    ‘디어 라이프’(문학동네)는 올해 은퇴를 선언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82)의 마지막 작품이다. “동시대 단편 소설의 대가”라는 노벨문학상 위원회의 찬사에 걸맞은 14편의 정교한 단편들이 담겨 있다. 12월 출간을 앞두고 예약판매에 들어간 ‘디어 라이프’를 미리 살펴봤다. 그동안의 작품이 그렇듯 ‘디어 라이프’의 단편들 역시 대부분 작가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1940~1970년대를 중심으로 평범한 인물의 일상에서 삶의 숨겨진 의미를 포착하는 주제 의식도 반복된다. ‘떠남’을 번역한 김명주 충북대 영문과 교수가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작품을 시작하고, 독자도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먼로가 목표로 하는 감각적 소설의 미학”이라면서 “(먼로의 작품에서는) 아련히 가슴으로 스미는 여운, 결국 느낌만 남는다”고 평한 것은 ‘디어 라이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차역에서 시작해 기차역에서 마무리되는 첫 번째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은 인생이라는 긴 여로(旅路)를 단편에 응축하는 작가의 무르익은 실력을 잘 보여준다. 그레타는 직장 탓에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남편을 잠시 떠나 어린 딸과 토론토로 출발하려는 참이다. 토론토로 직행하는 대신, 작가는 독자들을 과거로 우회시킨다. 집안일에 시달리지만 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레타는 문인 모임에 갔다가 칼럼니스트와 사랑에 빠진다. 그레타는 토론토 역에서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도 기차 안에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급하게 몸을 섞는다. 시도, 칼럼니스트와의 연애도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대체할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딸을 잃어버리고 난 뒤다. 딸은 무사히 발견되지만 그레타는 흔들리는 기차 위에서야 위태롭게 균형을 잃은 삶을 직시한다. ‘아문센’과 ‘안식처’, ‘코리’에서는 작가가 평생을 천착한 여성의 문제가 도드라진다. 1940년대가 배경인 ‘아문센’에서 시골 마을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했거나 약혼했거나 아니면 약혼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식처’에서 화자가 관찰하는 돈 이모의 삶은 “남편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집안일 이외에 헌신하는 여성은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 ‘코리’의 주인공 코리는 믿고 사랑했던 남자가 오랫동안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결론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사랑에 빠졌던 남자에게 버림 받은 ‘아문센’의 화자는 작품의 말미에도 “여전히 멍하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돈 이모는 처음으로 남편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상실에 대한 이미지는 작품을 관통한다. 부유했던 시절은 지나가고(‘자존심’), 사랑은 사라진다(‘아문센’ ‘코리’ ‘기차’). ‘자갈’의 화자와 ‘메이벌리를 떠나며’의 레이는 각각 언니와 아내를 잃는다. ‘자갈’의 화자는 사고인지 자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 언니의 죽음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레이는 4년간 간병하던 아내가 떠나자 그제서야 “오래전에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죽었다는 현실을 실감한다. ‘디어 라이프’에서 그 상실감은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나온 궤적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작가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은 표제작인 ‘소중한 삶’과 ‘눈’, ‘밤’, ‘목소리들’ 등 마지막에 실린 네 편의 회고록에 잘 드러난다. 작가는 “모든 부분이 사실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자전적”이라고 밝힌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담한 어조로 돌아본다. 작가는 표제작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심하게 때려 “비참함과 부끄러움에” 죽고 싶었던 일, 교사였던 어머니가 40대에 파킨슨병에 걸린 일, 집안일에 매여 부엌에서 소설을 읽으며 자란 일 등을 풀어놓으면서도 어머니의 입을 통해 그것이 “소중한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작가가 표제작 한편에 덧붙인 문장은 소설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것은 (중략)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인생일 뿐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문화 In&Out] 국고지원 끊긴 대종상영화제 순항할까

    법적 분쟁과 공정성 시비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종상영화제가 다음 달 1일 열린다. 올해로 50회를 맞았지만 국고 지원이 중단되는 등 영화제의 순항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대종상영화제에는 예심을 통해 총 21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7번방의 선물’과 ‘관상’ ‘설국열차’ ‘고령화가족’ ‘신세계’ 등 다섯 작품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에는 류승룡(‘7번방의 선물’)과 송강호(‘관상’), 이정재(‘관상’), 황정민(‘신세계’·‘전설의 주먹’)이, 여우주연상에는 갈소원(‘7번방의 선물’), 윤여정(‘고령화가족’), 장영남(‘공정사회’), 엄정화(‘몽타주’), 문정희(‘숨바꼭질’)가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본심을 진행해 심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종상영화제가 올해 무사히 진행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우선 영화제 운영을 맡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법적 분쟁에 휘말려 2억원 상당의 지원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았다. 국고 지원 사업을 맡은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영화제에 쓰이지 못하고 법원에 압류될 가능성이 있어 지급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추가 공고를 통해 지급하더라도 남은 사업 비용이 적어 소급금은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5개 부문을 휩쓸며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영화제 측은 일반인 심사위원 제도를 보완해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했지만 심사위원 수가 늘어난 것만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회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배우 박중훈이 참가 의사를 번복한 점도 논란을 더했다. 또 영화제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패소한 권동선 전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법원에 항고를 제기할 수도 있어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서울시 신청사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서울시 신청사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건축이라는 운명의 회오리에 빠져 있나 봐요.”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정재은(44) 감독이 계획한 ‘건축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부에 해당하는 ‘말하는 건축가’가 건축가 정기용의 세계를 담았다면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서울시 신청사의 건립 과정을 들여다본다. 건축 3부작을 시작하기 전 개발하고 있던 SF호러 영화 ‘오피스’도 최첨단 초고층 빌딩이라는 공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감독은 “어쩌다 이렇게 건축을 소재로 찍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전에 찍었던 ‘고양이를 부탁해’나 ‘태풍태양’에서도 도시는 주인공이었어요. 인천이나 서울 잠실 같은 공간들을 영화의 주인공만큼 애정을 가지고 탐사했었죠. 건축이라는 게 도시와 사람들에 대해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건설과 건축이라는 문화가 일종의 전환기에 접어든 것도 건축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신청사는 2005년 3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건립안을 채택해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청식을 열 때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이 집중하는 것은 7년에 이르는 지난한 건립 과정 중 마지막 1년이다. 서울시 신청사 콘셉트 디자인의 당선자였던 건축가 유걸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배제됐다가 ‘총괄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복귀해 1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그러나 건축가와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공사는 여전히 삐걱거린다. “서울시 신청사가 중요한 이유는 건설사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공사로 끝날 뻔했던 건물에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려 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건축가에게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찍다 보니 시공과 감리 등 여러 가지 영역이 함께 건축에 대해 고민해야 좋은 건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죠. 신청사에서 굉장히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하나의 사회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의 방향도 달라졌어요.” 2011년 10월 촬영을 시작한 감독은 서울시의 촬영 금지 통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약 1년 반 동안 400시간 분량의 영상을 기록했다. 106분으로 압축한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같은 신청사”의 숨겨진 서사다. 감독은 “담당자들의 입을 통해 드러내려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라면서 “하나는 ‘신청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였고 또 하나는 ‘만들어지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였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이 두 가지를 면밀히 따라가면서도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거나 성급한 결론을 통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지는 않는다. “결론을 정말 못 내리겠더라고요. 제 주장을 담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모든 사람의 결론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 안에 파고들어서 속 얘기를 꺼내 놓게 하는 대신 관객들이 그들의 위치와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영화 안에서 턴키 공사를 맡았던 삼우의 설계안도 보여주고, 유걸 건축가와 함께 공모했던 다른 건축가들의 디자인도 보여주잖아요. 만약 지금의 신청사가 마음에 안 든다면 관객은 어떤 건물을 올리고 싶은 건지 상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감독은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만으로도 신청사는 충분히 뜻깊고 좋은 건축물”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건축가가 박대받는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건축가의 의도를 일정 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신청사가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를 품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이 공간의 기억과 이야기를 손금처럼 품고 있다면 감독의 영화는 그것을 부지 바깥으로 확장시킨다. 그래서 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신청사의 다목적홀에서 영화를 상영해” 공간에 기억을 더하는 일이다. “3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제가 극영화를 찍으면 다큐멘터리 같다고 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극영화 같다고 해서 고민이에요(웃음). 아마 그 사이 어딘가에 제가 추구하는 영화적 현실이 있는 거겠죠. 영화가 장면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다큐멘터리는 장면의 현실적 제약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다큐멘터리는 그 빈 구멍들을 관객에게 맡기는 장르 아닐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키 17㎝ 초소형 신인류의 미래는

    키 17㎝ 초소형 신인류의 미래는

    [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1권 448쪽·2권 336쪽/1만 3800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제3인류’는 평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작품이다. 이야기의 규모가 크고 전개는 빠르지만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순간은 드물며 정치적으로는 편파적이다. ‘제3인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다. 프랑스의 고고학자 샤를 웰즈 교수는 남극 지하에서 키가 17m에 이르는 선사시대의 인류를 발견한다. 웰즈 교수는 자신이 ‘호모 기간티스’라 이름 붙인 초거인들이 8000년 전 지구에 생존했으며 수명은 1000살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거인들이 남긴 벽화에는 이들이 고도의 문명을 이루었으나 소행성의 충돌로 멸종했다는 점이 암시돼 있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동굴이 무너지면서 탐사대는 목숨을 잃는다. 작품의 주인공은 웰즈 교수의 아들인 생물학자 다비드 웰즈와 그의 동료인 내분비학자 오로르 카메러다. 웰즈 교수가 인류의 기원을 밝혀내려고 했던 데 비해 다비드와 오로르는 진화를 연구한다. 다비드는 인류가 점차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믿으며, 오로르는 특정 여성의 강한 면역력이 진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여긴다. 종교적 갈등과 핵폭탄의 위협 등으로 인류의 위기가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비밀리에 이들에게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라는 지시를 내린다. 연구 끝에 두 사람의 연구가 결합된 키 17㎝의 초소형 난생(生) 인류 ‘에마슈’가 탄생하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이란이 전쟁을 시도하면서 인류는 위험에 빠진다. 1세대 인류가 초거인이고, 2세대 인류가 현재라면, 3세대 인류는 초소형이라는 것이 베르베르의 상상이다. 문제는 아무리 허구적 상상력의 결과로 소설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최소한의 개연성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베르베르는 지구를 ‘가이아’라는 존재로 의인화해 1인칭 화자로 등장시키는데, 가이아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고비마다 나타나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초반부에 등장했던 초거인의 비밀을 가이아가 스스로 밝혀 가면서 이야기는 설명조로 변한다. 제3인류 연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환각 상태에 의지해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단점은 이슬람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나라”이고 독자가 많은 한국이 “혁신을 진정으로 권장하는 유일한 나라”인 데 비해 아랍 국가는 신형 원자탄을 개발하고 “뒷구멍으로 과격파 테러 단체에 돈을” 대주다 끝내 전쟁을 일으키는 곳에 불과하다. 작가의 편협함이 과연 상상력이라는 이름만으로 무마될 수 있을까. 출간 예정인 2부는 현재 번역 중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대기업 위주의 영화 환경 바로잡겠다”

    “대기업 위주의 영화 환경 바로잡겠다”

    대기업에 편중된 국내 영화시장의 생태계를 개선하겠다며 한국 영화 제작자들이 공공적 성격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해 지난 21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국내 영화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팽창하는데도 정작 창작자들의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저동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 사무실에서 리틀빅픽쳐스 설립의 주축이 된 제협의 이은(명필름 대표) 회장과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부회장, 최용배(청어람 대표) 부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 사람은 각각 ‘건축학개론’과 ‘광해, 왕이 된 남자’, ‘괴물’ 등을 만든 간판급 제작자들이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 중심의 영화 시장 개선을 설립 배경으로 밝혔다. -이은(이하 이) 영화 산업은 크게 제작과 배급, 상영으로 나뉘어 있다. 한국은 특정 대기업 몇 곳이 배급사와 극장을 모두 소유하면서 영화 시장에 적절한 경쟁이나 긴장 관계가 사라진 상태다. 영화 산업 전체가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에 종속됨에 따라 제작은 점점 하청화되고 있다. 제작자는 설 자리가 없다. -최용배(이하 최) 5~6년 전만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영화를 배급하는 곳이 있어서 극장이 훨씬 견제가 됐다. 배급의 목소리가 약해진 지금은 극장이 수익을 위해 멋대로 상영하는 구조다. 한 영화의 상영관이 1300개가 넘는 스크린 독과점이 심화됐다. 특정 영화사가 당장 혜택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게 반복될 때는 결국 피해가 돌아가게 되는 구조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정상적인 제작사나 배급사는 누구도 이런 현상을 원하지 않는다. →불공정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원동연(이하 원) 제작자들은 배급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소규모 배급사가 힘이 없거나 대기업이 배급사와 극장을 같이 가지고 있다 보니 배급사가 극장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다. 상영 1회당 1만원씩 부과되는 디지털 영화 상영 비용(VPF)을 제작사에 넘긴다거나 상영 수익을 제때 정산해주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극장 바깥에 붙는 홍보물이나 영화 예고편도 모두 제작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스크린 독과점이나 교차 상영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 청어람이 제작한 영화 ‘26년’은 VPF를 3억원 정도 내야 했다. 그 돈이 CJ CGV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출자해 만든 DCK 등에 흘러가는데 결국 제작사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부담하는 셈이다. 무료 초대권도 2005~2007년 대형 극장들이 발행한 것만 160만장이 됐다. 극장이 제작사의 이익을 취했다는 취지로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났다. 충무로 자본은 줄어들고 대기업 자본이 늘어나면서 대기업이 제작사에 불리한 조건을 요구하거나 제작사의 고유한 권한을 가져가는 경향이 심해진 것이다. →변화된 환경이 제작에 미치는 영향은. -원 감독, 배우, 핵심 스태프를 선정하는 권리를 투자·배급사가 갖고, 시나리오와 편집에도 관여한다. 창작의 핵심을 모두 결정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창작자가 하청업자와 다를 게 있나. 대기업 중심의 투자·배급사가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창작은 규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에서 제작사와 배급사 간에 통용되는 계약서의 90% 이상은 사실상 고용 계약서다. 제작사의 역할을 실제로는 배급사가 대신한다는 뜻이다. 그런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제작자로서는 굉장히 굴욕적인 일이다. →73개 제협 회원사 중 7곳만 리틀빅픽쳐스에 참여했는데. -이 최근 흥행작을 내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곳만 참여했다고 보면 된다. 몇몇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원에 이르는 동안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 개발을 하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참여 주주당 출자금이 5000만원인데, 여력이 있는 곳은 거의 다 참여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참여 주주 외 다른 제작사의 영화도 투자·배급할 계획이다. 배급 수수료도 낮춘다. →영화 관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호황 아닌가. -원 시장이 커졌다지만 10년 동안 영화 산업의 수익을 따져보면 대부분을 극장이 가져갔다. -최 문제는 일시적인 호황이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다. 잠깐 이익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이상 이 상태가 계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리틀빅픽쳐스를 만든 것이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그건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벌어진 심각한 문제들을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시각이다. 힘센 사람과 힘없는 사람이 무한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이 정의인가. 그런 논리가 있다 보니 대기업이 골목 가게와 동네 빵집을 모두 차지하게 된 건데, 그걸 밥그릇 싸움이라고 할 수 있나.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영화계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심각해졌다. →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그동안 영화계가 어느 정도 묵인해 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였다기보다 제작자가 자기 영화 만들기에 전념하면서 연대의 문제를 등한시했던 게 독과점을 심화시킨 원인이었던 것 같다. 리틀빅픽쳐스의 설립에는 편중된 시장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겨 있다. →연간 3편 정도 배급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최종 목표는. -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많이 나와 느낌상 3편이라고 대답한 것이지 확정된 부분은 아니다(웃음). 11월부터 구체적인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장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만 해도 이익은 영화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최종 목표는 상영과 배급의 수직 계열화를 바로잡는 일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영화 산업의 건강한 시장 기능을 선도하는 회사로 계속 남고 싶다. 한국 영화의 지킴이 같은 대안적 회사가 된다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좋은 일이 될 거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새 영화] 노라노

    [새 영화] 노라노

    “남들이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면 그야말로 민족 반역자”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난 뒤 전국이 미니스커트 열풍에 휩싸이자 한 신문이 내보낸 기사의 제목이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는 ‘25일 구류 처분’이 떨어졌고, 언론은 “미니에 속지 말자” “각선미에 자신 없는 여성은 긴 치마를 입을 것” 같은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만큼 미니스커트는 남성 중심의 경직된 사회에 충격을 던진 하나의 사건이었다.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뒤에는 한국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로 꼽히는 노라노(85)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노라노’는 “1947년 내 나이 스무살,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노라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해 열린 60주년 기념전 ‘라 비앙 로즈(La Vien Rose·장밋빛 인생)’를 중심으로 노라노의 삶을 돌아본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처음으로 노라노의 옷을 입었던 ‘신여성’들과 다음 세대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노라노를 “패션이라는 단어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패션의 역사를 개척한 주인공이라고 회고한다. 배우 엄앵란이 “대중문화의 기수”라고 치켜세우는 노라노는 최초의 기성복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여성들이 소비 문화의 주체로 등장하던 1960년대에 노라노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여자를 멋있고 당당하게” 만든 디자이너였다. ‘두개의 문’과 ‘종로의 기적’을 제작한 여성주의 미디어공동체 연분홍치마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주체적인 여성으로 독립했던 노라노의 삶이다. 노라노는 전쟁으로 일제에 끌려갈 처지가 되자 임시방편으로 육사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만 불합리한 시집살이를 참지 못하고 열 아홉살에 스스로 집을 뛰쳐 나온다. 노라노는 “시댁에서 잘 대해줬다면 디자이너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 갈 길을 가자고 결심했다”고 돌아본다. 희곡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라의 이름을 따 ‘노명자’에서 노라노가 된 그는 “지금도 낯선 길에서 선택할 용기를 잃지 않고 싶다”고 담담히 덧붙인다. 3년을 따라다닌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는 김성희 감독은 ‘인간 노라노’의 미시사를 통해 억압되고 배제됐던 여성의 욕구와 욕망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93분. 3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모바일로 체지방·방사능 측정한다… 손 안의 신세계 ‘스마트 프로덕트’

    모바일로 체지방·방사능 측정한다… 손 안의 신세계 ‘스마트 프로덕트’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본격화된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에 매진하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KBS 1TV 파노라마가 25일 밤 10시 ‘스마트폰 빅뱅 그 후’ 편에서 다루는 ‘스마트 프로덕트’가 주인공이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스마트폰에 연동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형 제품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나 체지방 측정기, 미아 방지를 위한 위치 확인기 등이 대표적이다. 신성장 사업의 하나로 각광받아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에서도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최재붕 성균관대 스마트융합디자인연구센터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다양한 제품들이 생활 패턴을 바꾼다는 점에서 없던 그릇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제작진은 ‘트라이코더’로 알려진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스마트 프로덕트의 세계를 자세히 조명한다. 공상과학(SF)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해 유명해진 트라이코더는 기기를 대기만 하면 심박수와 체온, 혈압, 호흡률 등의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모바일 의료기기다.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업체 퀼컴이 개발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한 업체에서 개발을 마친 뒤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은 모바일 의료 전문가인 에릭 토폴을 만나 모바일 의료기기의 혁신에 대해 들어본다. 제작진은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만든 모바일 결제 시스템 ‘스퀘어’도 소개한다. 도시는 스마트폰에 작은 카드 결제 단말기를 끼워 만든 스퀘어로 창업 3년 만에 기업 가치를 3조 4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북미 지역에서만 420만곳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했고 지난해 5월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제작진은 이와 함께 국내 스마트폰과 스마트 프로덕트 시장의 현주소를 짚는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똑같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두 번째 아이디어를 낸 쪽은 도태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누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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