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진상조사단, 김천호사장과 국제통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25일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피살된 김선일씨의 실종 사실을 지난 3일 알았고,15일쯤부터 무장세력과 접촉했다고 밝히고 “최대한 빨리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김선일씨 피살사건 진상조사단(단장 유선호 의원)은 25일 저녁 국회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조사단이 김 사장 및 임홍재 주 이라크 대사와 나눈 국제통화 내용을 소개했다.유 단장과 조사단원인 정의용·최성·윤호중·이화영 의원은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국회방송실내 스피커폰을 이용해 이라크 한국대사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 대사 및 김 사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아무런 요구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열린우리당 진상조사단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선일씨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안 것이 6월3일부터였고,10일까지는 경찰이나 병원을 찾아다녔다.”고 말하고 “이런 사실을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6월14일에서 16일 사이 김선일씨의 억류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고,납치 사실은 이라크 현지 직원들과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협상은 억류 무장세력들과 한 것이 아니라 팔루자에서 가장 큰 무장세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김 사장은 지난 23일 연합뉴스 바그다드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는 “6월10일께 김씨가 무장세력에 의해 억류중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었다.
김 사장은 “15일부터 무장세력과 2∼3회 정도 만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협상 과정에서 그들은 ‘곧 풀어줄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했고,금전 등 요구 조건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무장단체로부터 ‘절대 무사하니 안심하라.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끝까지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그래서 20일까지는 김씨가 납치된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납치사건이 잘 해결될 줄 알고 대사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서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상 대상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매우 당황했다.”며 “태도가 바뀐 이유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와 이라크 현지 직원 2명으로 구성된 협상팀과 함께 팔루자에서 (협상측) 단체를 접촉했다고 밝히고 “(상대측에서) 여러 명이 나왔는데 높은 사람이 와서 우리를 조용한 곳으로 안내해 얘기했다.”고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김 사장은 “처음에는 협상측 무장단체가 김선일씨를 납치한 단체와 상하관계라고 했는데 나중에 상하관계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직속세력이 아닌,관계가 없는 다른 세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 사실상 엉뚱한 세력과 협상을 벌이다 구출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을 내비쳤다.그는 또 “팔루자의 (협상) 단체에서는 ‘한국사람들이 (자기들과) 별 상관이 없으니까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고,우리는 지금까지 그쪽 단체를 믿었으나 하루아침에 뒤집혔다.”고 말하고 “그 이후에는 경황이 없었고 변호사가 (상대측과) 계속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안됐다.”고 덧붙였다.그는 “(김씨가) APTN의 비디오 테이프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아마 억류한 측이 그렇게 시켰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한국에) 들어가겠다.정리하고 난 이후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그는 “(현지)대사관으로부터 귀국을 막는 압력을 받은 일은 전혀 없고,오히려 빨리 한국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김선일씨가 고인이 됐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이루 다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다.”면서 “김씨는 이라크에서 봉사하려는 마음에 아랍어 공부도 했는데,기금을 조성해 김씨가 당한 일을 김선일의 이름으로 이라크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복수’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홍재 주 이라크 대사는 우리당 조사단과의 통화에서 “지난 20일 김천호 사장에게 신원을 확인한 뒤에야 피랍사건을 알게 됐고,21일 아침 7시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긴급 협조를 요청했으며 다국적군 사령부에도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