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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갑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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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신선대에서

    [길섶에서] 신선대에서

    도봉산을 올랐다.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분소에서 출발해 마당바위를 거쳐 신선대 정상을 밟았다. 중간중간 휴식하며 체력을 비축했건만 정상에 다가갈수록 거친 돌밭을 걷고 가파른 암벽을 쇠줄을 끌어당기며 오르는 여정이어서 땀방울이 절로 맺혔다. 하산하던 한 등산객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상에 휴대전화를 놓고 왔더라도 찾으러 가지 않겠노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말 그대로 신선이 즐길 만큼 절경이다. 특히 자운봉이 경이롭다. 아래에서 볼 때는 그냥 바윗덩어리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테트리스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인 게 감탄을 자아낸다. 기대한 자줏빛은 보이지 않지만, 등산객 마음은 보라색으로 물든다. 만장봉의 가파른 암벽을 오르는 등산객의 모습에는 절로 침을 삼키게 된다. 요즘 자연과 연애하는 기분이다. 자연에서 겸손을 배우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담소도 나누니 산행만큼 좋은 게 없다. 다음 데이트 코스는 어디로 할까.
  • [씨줄날줄] “잔술 팔아요”

    [씨줄날줄] “잔술 팔아요”

    음주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병 주문에 안주도 필수다. 미국은 위스키나 보드카를 안주 없이 전용 잔으로 주문해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위스키를 병째 주문하는 건 놀라운 뉴스였다. 10년 전 뇌종양학회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한국 의사들이 식당에서 위스키를 병으로 주문해 현지인들이 놀랐다고 지인이 전한다. 일본인들도 청주를 마실 때 병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인에게 술은 의사소통 수단이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는데 시간이 없으면 “다음에 밥 한 끼 하자”거나 “소주 한잔하자”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안부를 묻고 소통하는 매개가 밥이고 술이다. 밥만큼 술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친목 도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잔을 넘어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술이 약한 사람들로서는 이런 친목 도모는 압박 요인이다. 어제부터 식당에서 소주 한 잔 주문이 가능한 ‘잔술 판매 시대’가 열렸다.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주류 판매업 면허취소 예외 규정으로 명시돼 잔술 판매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예전에 허용된 와인이나 위스키뿐 아니라 모든 술 종류가 허용 대상이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것이다.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시대가 아니라 원하는 만큼 즐기는 것이 몸에도 좋고 고물가 시대에 맞다는 인식이다.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소주 한 병에 일곱 잔이 나오는데 잔술로 팔면 식당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건질 수 없어진다는 걱정이다. 한 잔에 대한 가격 책정을 두고 식당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잔술이 음주운전 유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잔술 시대는 소분·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1인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고물가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는 소용량으로 판매하는 축산제품이나 낱개로 판매하는 과일, 채소류가 늘었다. 소비자 맞춤형 잔술 판매가 병으로 주문하는 음주문화 변화는 물론 개비 담배 판매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 [길섶에서] 2030 미술테크

    [길섶에서] 2030 미술테크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새로운 만남은 삶의 활력소다. 큐레이터로 일해 온 지인과의 묵혀 둔 만남이 그러했다. 그를 통해 2030세대의 미술품 투자 열기를 알게 됐다. 그림 투자를 주제로 한 카톡방이 수두룩하고 미술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다니던 직장을 접고 미술작품 소개 등의 일을 하며 갤러리들로부터 자문까지 의뢰받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미술품 투자는 부자들의 관심사인 줄 알았는데 주식 투자하듯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젊은이들이 많다니 흥미롭다. 더 솔깃한 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미술테크를 안내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는 얘기. 미술작품은 심적 안정과 새로운 관점 제시 등 개인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수익 창출 기회까지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은행 이자보다 곱절 높은 수익 보장’은 조심할 일이다. 사기성 비즈니스가 젊은이들을 울리고 미술품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생기지 않길 바란다.
  • [씨줄날줄] 거지밥상

    [씨줄날줄] 거지밥상

    ‘거지밥상’, ‘거지방’. 고물가에 미래가 불안해진 중국과 한국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소비 자제 행태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Z세대(1995~2009년 출생자)에서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 소비가 대세다. ‘총구이(窮鬼) 세트’는 이런 소비 행태를 잘 보여 주는 말이다. 총구이는 거지, 가난뱅이라는 뜻으로 총구이 세트는 거지밥상인 셈이다. Z세대들은 맥도날드나 KFC 등의 무료 시식 행사나 반값 할인 이벤트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거나 최저가 식재료로 직접 식단을 꾸린다고 한다. 노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국영 식당에 고소득 직장인들도 장사진을 이룬다. 이런 짠테크가 확산되면서 2위안(약 400원) 빵집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은 갈수록 늘어나고 일반 식당은 폐업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정보 제공 업체인 ‘치차차’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에서 폐업한 음식점은 45만 900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나 늘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카카오톡에는 익명의 회원끼리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목표 지출을 초과하면 쓴소리를 해 주는 ‘거지방’이 널려 있다. 정해 놓은 기간에 한 푼도 쓰지 않는 ‘지출 0원’ 도전이나 하루 1만원 이하만 쓰는 ‘만원의 행복’ 등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휴대폰 결제나 신용카드 대신 현금 사용으로 의도적으로 소비를 줄이려는 ‘현금생활’ 도전도 한다. 이런 움직임에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는 젊은이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고소득자들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면 경제 활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과거에는 면세점에서 고가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올리브영 같은 곳에서 가성비 중심으로 지출한다. 시인 새뮤얼 울먼은 78세에 쓴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라며 비탄의 얼음에 갇히면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라고 했다. 2030은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때다. 울먼의 지적처럼 2030이 신세를 비관하지 않고 적절한 소비 자제로 위기를 극복하며 미래도 밝히는 진정한 청춘이 되기를 응원한다. 박현갑 논설위원
  • [길섶에서] 거실 밖 우주

    [길섶에서] 거실 밖 우주

    휴일이면 종종 거실 창밖을 내다본다. 거실 방향이 도로 건너편 아파트와 마주 보지 않고 조경 공간을 향하고 있어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각종 나무와 화초가 식재된 화단이 눈에 들어온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이 찾아왔는지 나뭇가지가 살랑거린다. 주로 키가 큰 나무 가지들이 반응을 보인다. 촉촉하게 잎이 젖었건만 작은 녀석들은 자는지 움직임이 없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소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집이라도 있는 걸까. 참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담장 위에서 종종댄다. 어젯밤 주민들이 얘기꽃을 피우던 화단 옆 벤치는 물방울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작은 우주다. 새와 나무와 화초가 어울려 살아가는 작은 숲 세상이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앙상한 가지뿐이던 팽나무는 푸른 잎사귀로 예전의 위용을 자랑한다. 목련과 철쭉은 꽃이 져 볼게 없으나 내년이면 화사한 모습을 드러낼 게다. 집안은 아직 ‘꿈나라’. 하지만 곧 활기찬 일상이 기대된다.
  • [서울광장] 탈세계화 속 데이터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서울광장] 탈세계화 속 데이터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유전체 분석업체인 테라젠바이오에 따르면 중국의 유전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로 찾아와 분석기법을 배우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분석법을 개발했는지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인을 상대로 무료 마케팅을 펴다 정부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을 정도로 시장공략에 적극적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건강 및 의료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데이터를 둘러싼 글로벌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4월 미 상원은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 ‘틱톡’ 매각을 골자로 한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가 1억 7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틱톡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해 선거, 전쟁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여론조작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한 만큼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9개월 내로 팔아야 한다. 틱톡은 강제 매각이나 이용 금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소송으로 맞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아일랜드가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에서 자국민들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12억 유로(약 1조 7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위반을 이유로 부과된 벌금 중 최대 액수다. 최근 일본 정부는 라인의 51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분 정리를 압박 중이다. 라인야후는 일본인 9600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인 라인의 운영사다.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지주회사 지분을 소프트뱅크와 함께 보유 중인데 소트프뱅크가 총무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주사의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라인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네이버는 일본뿐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 2억명의 아시아 시장을 잃게 된다. 이런 일들은 모두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생긴 일이다. 세계화 시대 국경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토대로 한 인적, 물적 교류에 대한 규제 철폐 기류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장벽을 세우는 탈세계화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틱톡 강제 매각을 밀어붙이는 것이나 일본의 네이버 지분 정리 압박은 그 동기는 다르나 자국 보호주의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우리는 어떤가. 개인정보 보호나 플랫폼 지원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의 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회원이 무려 1400만명이나 된다. 내 정보를 중국 정부가 볼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이렇게 많은 이용자들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의 국가정보법 7조는 중국의 모든 조직과 공민은 중국의 정보활동을 지지, 협조, 호응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해외 플랫폼 이용 시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정부의 안내 부족이 아쉽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차단을 강화할 방안을 내기 바란다. 네이버 같은 국내 플랫폼의 해외 활동에 대한 외국 정부의 간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든 이커머스 산업이든 플랫폼 산업은 데이터 확보가 기본이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한국 정부로부터 1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고서도 사업을 계속 하는 건 그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 안보의 핵심 자원인 시대다. 국내외 플랫폼 간 데이터 전쟁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보위 등 관련 부처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경쟁에 나선 국내 기업의 데이터 활용 간 균형점을 찾기 바란다. 박현갑 논설위원
  • [길섶에서] 욕망의 이름

    [길섶에서] 욕망의 이름

    얼마 전 우편물 수령에 필요한 집주소를 잘못 적은 일이 있다. 래미안목동아델리체를 아델리체목동래미안으로 적었다. 입에 착 붙지 않는 외래어가 두 개나 붙은 주소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생긴 일이다. 주소 표기는 물론 방문객에게 주소를 알려줄 때도 불편하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초롱꽃마을 6단지 GTX운정역 금악펜테리움센트럴파크. 무려 25자나 되는 아파트 이름이다. 이렇게 긴 주소를 기억해야 하는 입주민이 아닌 게 다행이다. 대우건설이 지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 단지명이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이다. 반포라는 서초구의 부자 동네 이름을 내건 데에는 집값 상승을 노린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니면 주민들의 행정구역 개편 욕망을 띄워 보는 걸까. 지리적 위치는 변함이 없는데 이런 작명이 허용된다면 김포는 서서울로, 하남은 동서울로 하자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부족함 보완 위한 사교육은 필요… 선행·과열된 경쟁 조장이 문제”[박현갑의 뉴스 아이]

    “부족함 보완 위한 사교육은 필요… 선행·과열된 경쟁 조장이 문제”[박현갑의 뉴스 아이]

    ‘교사’로 남은 EBS 인기강사전국 다니며 EBS 현장 수능강의지방서도 소중한 제자 여럿 만나유명 입시업체서 스카우트 제안하고 싶고 해야 할 일 하려고 거절킬러문항과 공교육 역할교육 과정 수준서 이해·추론 요구다양한 난이도로 변별력 확보해야우리 모두 학폭 예방 CCTV 역할성공 기준·교육관 등 변화도 필요EBS 강의 활용팁온라인 강의, 자기주도 학습력 필요배울 내용 미리 읽어보는 예습 필수강의 도중엔 필기보다 이해에 집중국어는 사실·추론·비판적 독해 우선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보완을 넘어 교육 불평등 심화와 공교육 붕괴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학생 지도에 열심인 교사들이 많다. 서울 강일고의 윤혜정(44) 국어교사도 그런 경우다. 윤 교사는 교육방송(EBS)에서 잘 가르치는 수능 강사로 주목받으면서 몇 년 전 수십억원대 연봉을 주겠다는 대학입시학원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학교에 남아 아이들 지도에 여념이 없다. 지난 5일 학교에서 만나 교육현안을 물어봤다. -EBS 강사는 언제부터 하고 있으며, 계기는. “2007년 5월부터 하고 있다. 오랫동안 EBS 강의를 하고 있던 동료 선생님이 신규 강사 공모가 있다며 알려 주셨다. 신규 교사 발령 4년차에 접어들 때였고 도전해 보고 싶어 지원했다.” -수능 강의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교육방송의 수능강의 연구센터에서 파견교사로 일했다. 이때 대형버스를 타고 전국의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현장 수능 강의를 했다. 지방에 가면 학생들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까지 ‘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할 정도로 반겨 주었다. 이때 만난 아이들 중 지금도 결혼이나 장례 같은 기쁜 일, 슬픈 일까지 함께하는 소중한 제자들이 여럿 있다.” -유명 사교육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도 거절했다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의 자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은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 아이들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업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앞서기 위한 선행학습, 불필요하게 과열된 경쟁을 조장하는 일부 사교육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교육 강사와 학교 교사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강사의 역할은 강의 연구와 강의 및 교재 준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교사는 학생의 학업 지도 외 인성 및 생활 지도도 중요하다. 행정 처리도 해야 한다.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학교 교육의 질이 얼마나 더 향상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 업무를 할 전담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실 수업과 EBS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보고 수업할 때의 차이점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하다. EBS 수업은 카메라를 보고 하지만 그 너머에 앉아 있을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상상되는 편이다. 그래서 강의 중 질문도 많이 던지고, 그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하는 모습을 그리며 수업하는 편이다. 반말 어투가 중간 중간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인 것 같다.” -EBS 강의를 알차게 활용하려면. “온라인 강의는 강제성이 없기에 높은 자기주도 학습력이 필요하다. 또 모든 수업이 그렇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예습이 중요하다.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 보거나 문제들을 빠르게 풀어 보고 강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강의 도중에는 필기보다는 이해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는 지나친 배속으로 빠르게 듣기보다 집중해 듣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정부는 수능의 EBS 연계율을 낮춘 이유로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많이 사용해서라고 한다. 본인 생각은 어떤가. “고1, 2 교실에서는 100% 교과서로 수업한다. 그러나 고3 수업은 현실적으로 연계교재인 EBS 교재 학습을 배제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교과서로 배우지만 수능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학습은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교에서 이런 부분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없애면 변별력 확보가 가능한가. “최근 몇 년간 국어의 경우 중하위권 학생들이 ‘나는 범접할 수 없어’라는 마음을 갖게 할 만큼 난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읽어야 할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고, 그 정보들이 구성되는 방식도 너무 복잡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수준의 지문과 작품들을 통해 빠르고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이해와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러한 문제들을 다양한 난이도로 출제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변별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수요는 여전하다. 학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EBS 교재 외 공교육 보완 수단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모든 사회 현상에 한 가지 원인만 있을 리 만무하듯 사교육에 대한 수요, 공급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하며 또 누군가는 공교육만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2023학년도 대입에서 제주도의 한 학생은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 학교 수업과 EBS 수업만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공부 방법과 그에 대한 믿음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국어 과목에서 점수를 잘 내려면. “국어의 모든 문제들은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라고 요구한다. 가장 기본은 다음을 잘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바꿔 말하자면 사실적 독해력, 추론적 독해력, 비판적 독해력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처음 보는 정보들을 정확하게 읽고 숨겨진 의미들을 추론하고 그것의 타당성, 적절성을 판단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한 뒤 문제 유형에 따라 정답을 판단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순서는 ‘기본 개념(지문 읽기), 유형(문제 유형 파악), 기출문제를 통한 연습’이다.” -교사 학부모로서 다른 학부모들의 교육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부모들을 보니 교육관이 다양하더라.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를 의사로 키우겠다며 선행에 집중하는 부모도 있고 대안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더라. 흔들리는 교육정책도 문제지만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고학력과 물질적 성취를 성공 기준으로만 삼는 게 진정한 성공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 상태는 어떻다고 보나.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업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하소연할 정도다. 아이들이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일, 행복한 일을 꿈꿔 볼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지난해 수능특강에서 담당 PD 제안으로 ‘괜찮아 이제는 바라만 보지 않을게’라는 캠페인을 했다고 들었다. 반응이 뜨거웠다는데 어떤 캠페인이었나. “학교폭력 예방에 학생, 교사가 모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캠페인이었다. 강의를 끝낼 때마다 해당 문구를 자막으로 띄우고 학폭으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학폭 피해자로 우울증에 걸려 자퇴까지 했던 아이는 이걸 보고 펑펑 울었고 다시 공부에 매달려 수능 모의평가에서 백분위 97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적기도 했다. 아이들이 더는 학폭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 폐쇄회로(CC)TV가 있으면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학생은 물론 선생님도 모두 학폭을 예방하는 CCTV가 돼야 한다고 본다.” ■윤혜정 교사는 성균관대를 나와 2004년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 EBSi강의는 2007년부터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수능특강을 하면서 강사 선호도 조사에서 3년 연속 최고 인기강사로 뽑혔다. 윤 교사가 집필한 ‘개념의 나비효과’는 2013년부터 지난 3월까지 133만부가 팔렸을 만큼 인기 교재다.
  • [길섶에서] 마음먹기

    [길섶에서] 마음먹기

    감기에 걸렸다. 집에서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일한 게 화근이 됐던 것 같다. 잦은 마른기침에 목이 부어올라 약을 먹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웃통을 벗은 채 이른 더위를 식혔다는데 집에서 감기에 걸렸다니 기묘한 세상이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지인이 카톡으로 감기 조심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내 감기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본인이 걸려 조심하라고 보낸 것이란다. 아내는 20대 청춘도 아닌데 반팔 차림이니 걸린 것이라는 핀잔과 함께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성화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이 녀석과 빨리 헤어져야겠다. 세상사 마음먹기라고 감기를 통해 인연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벼운 병이든 중병이든 아픈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다.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음식 못지않게 건강한 마음먹기를 다짐해 본다. 잘만 먹으면 일상이 즐거워지니 제대로 먹어 보련다.
  • [서울광장] 의정 줄다리기, 솔로몬의 지혜를 보라

    [서울광장] 의정 줄다리기, 솔로몬의 지혜를 보라

    지난 2월 6일 보건복지부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의료계와 정부 간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대통령까지 나섰건만 의료계가 ‘증원 규모 재논의’ 주장을 고수하면서 풀릴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의 위기관리 방식이 아쉽다. 국민이 의사 수 확대에 찬성하는 것은 응급실을 비롯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 때문이다. 지방에는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서울로 오는 실정이다. 몇 달 걸려 어렵게 진료 예약을 해도 의사 얼굴을 보는 시간이라곤 5분 남짓이 고작이다. 이런 기형적인 의료체계를 개선하자는 데는 의료계와 정부의 뜻이 같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해법은 ‘선 의대 증원, 후 4대 패키지 추진’이다. 의사 수부터 늘리고,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증원의 82%를 지역에 공급하고, 2028년까지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증원 인력에 대한 구체적 배분안은 없었다. 필수의료 분야로의 배정 비율,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등 의료공공성을 보장할 구체적 내용이 없다 보니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돈벌이 되는 의료 분야와 서울로의 쏠림현상을 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고 본다. 의사협회는 정부안이 10년 뒤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의대 정원 확대의 ‘낙수효과’만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의료시장은 의사와 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어떤 분야보다 심하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대책 세우듯 물리력을 동원한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정부는 의사 못 이긴다”는 발언이나,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는 임현택 신임 회장의 협박성 발언은 이와 무관치 않다. 복지부는 이런 의사 집단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9전 9패로 귀결된 뼈아픈 의료개혁사도 있다. 지금은 의사 확대라는 공급의 당위성 전파보다 의료계도 인정하는 지역 및 필수 의료 위기 해결을 위해 늘어나는 의사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방안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의료계가 총선 뒤 단일 대안을 내겠다고 한다. 정부도 유연한 입장에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논의한다고 했다.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필수의료 수가의 인상 수준, 지역 필수 의료인력 공급을 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근무조건 구체화 등 필수 및 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안을 놓고 논의하면 의정 모두 승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 중에 스승이란 뜻의 한자어가 들어가는 것은 교사(敎師)와 의사(醫師) 등 많지 않다. 판검사는 ‘일 사(事)’, 변호사는 ‘선비 사(士)’를 쓴다. ‘스승 사(師)’에는 사람을 가르치고 병을 고치는 일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겨 있다. 게다가 ‘교사 선생님’이라는 말은 없지만 ‘의사 선생님’이라는 말은 병원에서 흔하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본분을 잊은 채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외면하고 자기주장만 고집한다면 의사를 ‘의사(醫事)’등으로 고쳐야 마땅할 것이다. 의사와 정부 모두 이스라엘 솔로몬 재판의 교훈을 생각할 때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자식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의 호소에 아이를 칼로 잘라 나누라는 해결책을 낸다. 그러자 한 여인이 차마 내 자식을 죽이지 못하겠다며 아이를 포기한다. 솔로몬은 이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판정한다. 희생을 토대로 한 참사랑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의정 갈등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대한 해법 차이에서 비롯됐다. 서로 힘자랑만 해서는 국민의 고통만 키울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환자만 힘들게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양보의 주체가 어느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 국민과 환자를 위한다면 말이다. 박현갑 논설위원
  • [씨줄날줄] 지방 유학 시대

    [씨줄날줄] 지방 유학 시대

    표준국어대사전은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유학(留學)’으로, 타향에서 공부하면 ‘유학(遊學)’으로 표기한다. 한자어 표기가 다른 건 해외 유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유학은 편하게 이동해 공부한다는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국외 유학이 많았다. 선진 문물을 배워 입신양명하려는 개인적 동기에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자원 외에 빈약하다 보니 인재 양성은 국가의 목표이기도 했다.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은 요즘 말로 하면 조기 유학파였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12세 때 당나라로 가 17년간 유학했다. 지금도 이런 해외 유학 수요는 여전하며 국가 위상 제고로 외국인의 국내 유학도 늘고 있다. 최근 이런 유학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종로학원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비수도권 의대 정원 및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수도권 학생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선호하는 지역으로는 충청권이 57.8%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인원 2000명 중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대학에 배분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 의대가 있는 권역의 고등학교를 3년간 다녀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인재전형 모집 비율을 60%로 높이도록 권고한 상태다. 현재 중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지역인재전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가 주소지를 옮겨야 해 얼마나 많은 지방 유학생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이 살 곳은 서울의 십 리 안팎뿐”이라며 자녀들에게 서울 거주를 권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개념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방 의대 유학은 열성적인 학부모들에게 구체적 선택지로 떠오른 상태다. 다산의 서울 선호가 ‘강남 8학군’과 ‘대치동 학원’을 넘어 ‘지방 유학 시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방 유학생들이 지역에 정착해 지방 소멸도 막고 지역의료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길섶에서] 국제 부부

    [길섶에서] 국제 부부

    유튜브에서 만난 국제 부부들이 있다. 해외 유학이나 여행, 그리고 외국어 학습 사이트에서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 전까지 ‘장거리 연애’는 기본이다. 거주지와 관계없이 영상 속 이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짧은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보는 듯 즐겁다. 해외에 사는 국제 부부의 일상 보기는 색다른 문화 체험 시간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남녀가 만나 결혼까지 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부터 식습관이나 종교 등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 요인이 한둘이 아닐 게다. 그런데도 결혼까지 한 걸 보면 사랑의 위대함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나 혼자 산다’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카메라가 담아낸다. 프로그램 편성권이 있다면 이를 국제 부부로 바꾸고 싶다. 1인가구 조명도 필요하지만, 저출산 시대 아닌가. 다양성과 포용의 대명사인 국제 부부들이여, 오늘도 힘내시라.
  • [씨줄날줄] 유전 MBTI

    [씨줄날줄] 유전 MBTI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인류의 적이었다. 하지만 의료과학기술이 바탕이 된 자가 진단키트 개발 등 의료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도 됐다. 11년 전 미국의 영화배우 앤절리나 졸리가 이용한 ‘소비자 직접(DTCㆍDirect-to-customer) 유전자 검사’도 그런 경우다. 오랜 기간 유방암과 씨름하던 어머니를 잃은 졸리는 이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도 유방암에 쉽게 걸릴 유전인자가 있음을 확인하고 예방적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치료 중심의 의학 트렌드가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었다. DTC는 유전자 검사 기관이 의료인 개입 없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양, 생활습관 및 신체적 특징에 따른 질병 예방과 유전적 활동을 알려주는 검사다. 국내에선 생명윤리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10곳의 유전자 검사 기관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는 인증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사 키트를 신청하고 타액을 채취해 보내면 된다.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업체는 이후 콜레스테롤 농도, 간식류 선호도, 과일 선호도, 근육발달 능력, 복부비만, 원형탈모 등 최대 165개 항목에 이르는 건강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해 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DTC 이용이 늘고 있다. ‘과학사주’, ‘유전 MBTI’로 불리며 주로 2030 젊은층의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2020년 1525억 달러에서 2027년 5088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8% 성장세가 전망된다. 이용자 증가에 따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유전자 검사 이용자가 늘수록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예방하려는 비용 지출이 늘 수 있다. 이용 과정에서 개인의 유전자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우리와 달리 미국,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은 정부 인증을 받지 않았다. 홍콩의 한 업체는 한국어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무료 이용 이벤트를 펼 정도로 한국인 공략에 적극적이다. 이런 미인증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국민의 유전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이다. 인증받지 않은 해외 업체는 국내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홈페이지 운영을 제한하는 등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 [길섶에서] 마음의 무게

    [길섶에서] 마음의 무게

    최근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환자가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차례 수술 이후 퇴원했다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안타깝다. 의료대란 와중이라 의료사고를 의심하면서도 입증할 방법이 없어 슬픔과 분노의 눈물을 흘렸을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요즘 환자들의 마음 무게는 얼마나 될까. 수술을 권고받고도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경우라면 불안한 마음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수술했다고 하더라도 회복까지 의료진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거리도 가슴을 짓누를 게다. 의사들은 어떨까. 의료 현장을 이탈한 자신들을 향한 환자들의 원망 어린 시선에 담긴 무게를 엄중하게 인식할까.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번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아프거나 다치지 말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의사는 환자를 이기지 못한다.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내리고 싶은 처방전이다.
  • [씨줄날줄] 1유로 하우스

    [씨줄날줄] 1유로 하우스

    인구 감소로 인한 빈집 문제는 선진국들의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100엔(약 900원)이면 시골에서 집을 산다고 할 정도로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거래가 성사돼도 시골 재생은 여전히 과제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13만 2000채의 빈집 가운데 46%가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지역에 있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귀농ㆍ귀촌인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없어 슬럼화 기운만 드리우고 있다. 유럽도 빈집 해법 마련을 고민 중이다.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탈리아의 마엔차 지역을 방문했다. 로마에서 100㎞쯤 떨어진 곳으로 산기슭에 자리한, 주민수 3000명이 채 되지 않는 시골이다. 최근 이 마을에서 ‘1유로(약 1400원) 매매 프로젝트’를 통해 빈집이 팔렸다고 한다. 마엔차 시장은 이 장관 일행에게 “건축사가 샀는데 리모델링을 해 2층집으로 꾸민다고 한다”면서 “1유로 빈집 매물에 대한 인기가 많아 10년만 지나면 마을이 몰라보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유로 프로젝트는 2004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지자체가 빈집 주인과 빈집을 찾는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인 역할을 한다. 거래는 리모델링이 조건이다. 계약 때 5000유로(720만원)를 담보로 내고 3년 안에 리모델링하면 돌려받는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마을주차장·생활정원 등의 생활기반시설(생활SOC) 등으로 공급하는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50억원을 들여 빈집 철거지원 사업을 한다. 집주인 동의 아래 한 집당 500만원씩의 철거비를 지원해 빈터를 주차장 등 공용으로 3년간 사용하는 조건이다. 지역 소멸의 그림자가 농촌에서 지방도시로, 수도권 외곽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빈집을 매매한다 해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한 쇠퇴하는 지역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게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되 성장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을 저성장과 저출산이라는 축소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발상의 전환에 더 집중해야 한다.
  • [서울광장] ‘카리나의 굴욕’과 군중심리

    [서울광장] ‘카리나의 굴욕’과 군중심리

    K팝의 시장 규모가 연간 8조원이라고 한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형성된 국내 아이돌 팬덤이 해외로 확장되면서 30여년 만에 이룬 성과다. K팝은 한류 열풍의 일등공신으로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라니 잘 가꿔야겠다. 하지만 극단적인 팬덤과 이를 부추기는 기획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문제다. 지난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이 기획사 소속인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를 겨냥한 트럭 시위가 있었다.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하니? 사과해라, 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볼 것”이라는 내용이 전광판에 내걸렸다. 카리나는 이성 교제 소식에 흥분한 일부 극성 팬들의 소셜미디어와 트럭을 활용한 시위에 사과문을 냈다. 연예인은 ‘왕관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번 일은 연애 문제로 고개 숙인 ‘카리나의 굴욕’으로 K팝 산업의 이면을 보여 준다. 기획사의 상술에 시간과 돈을 쏟으며 쌓아 온 팬과 스타 간 ‘유사 연애’ 감정이 위협받으면서 터진 일이라는 것이다. 극성 팬들은 앨범 구매, 음원 스트리밍, 콘서트 참석, 가수와의 1대1 채팅 서비스인 ‘버블’ 등에 수백만원씩을 들여 가며 가수와 ‘유사 연애’하는 감정을 쌓는다. 기획사는 이런 팬의 충성도를 팬 사인회 참석 등 스타와의 소통 기회로 제시하며 덕질을 ‘돈질’로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예인 팬덤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인 귀스타브 르봉이 말한 ‘군중심리’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다. 그는 군중을 같은 공간에 모인 무리가 아닌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결합된 ‘심리적 군중’으로 본다. 그리고 군중에 대한 설득 수단으로 확언, 반복, 전염 등을 제시한다. 기획사가 팬들에게 티켓 구매 등이 스타와의 소통 기회를 높인다는 메시지를 확언, 반복함으로써 구매 열기는 전염병처럼 번졌고 급기야 불매운동 경고로 나타났다. 카리나의 굴욕은 이러한 군중심리를 활용한 기획사의 작전에 일부 팬들이 과몰입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문화계의 극성 팬덤보다 군중심리의 부작용이 더 염려되는 건 정치권의 극성 팬덤이다. 나치의 히틀러는 이런 군중심리를 활용한 대표적인 선동가다. 나치 지배 당시의 독일인들은 최면이라도 걸린 듯 유대인 학살 등 나치의 만행에 맹목적으로 동조했다. 이런 군중심리를 활용한 정치인들의 선동술은 지금도 여전하다. ‘개딸’이나 극단적 성향의 유튜버 등 정치 고관여층의 행태에서 드러나듯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응원에 그치지 않고 반대 세력에 대한 악마화 등 비이성적 행태가 난무한다. 보수·진보를 떠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극단적 정치적 팬덤은 ‘집단착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하버드대의 토드 로즈 교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결정인데도 다수의 선택을 따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집단착각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에 있는 아빠를 위해 만든 ‘아빠, 믿으세요’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러시아에 있는 1100만명의 우크라이나 친척들은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을 믿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실시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만을 진실로 믿는 심각한 집단착각을 보인다. 집단착각의 폐해는 외부와의 소통이 철저히 통제된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일상에서도 알 수 있다. 4월 총선이 다가온다. ‘패륜공천’, ‘종북정당’ 등 상대 진영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전쟁 수준으로 벌어진다. 믿고 싶은 정보만 편향적으로 받아들이는 집단착각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비판적 사고 능력을 토대로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다. 박현갑 논설위원
  • [씨줄날줄] 손목닥터 9988

    [씨줄날줄] 손목닥터 9988

    현대 국가는 복지국가라고 할 정도로 국민들의 복지 수요가 다양하다. 국민 행복과 직결되는 만큼 이런 공공서비스 제공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의 비효율성은 걸림돌이다. 서비스 제공 방식을 정교화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손목닥터 9988’도 이런 사례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걷기 등 건강 관리를 하면 포인트(1포인트=1원)가 쌓이고 이를 ‘서울페이머니’로 바꿔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시민 건강 증진 사업이다. 하루 8000보(70세 이상은 5000보) 이상 걸으면 200포인트, 건강 퀴즈에 참여할 경우 100포인트 지급 등 참여 유형에 따라 1인당 최대 10만 포인트를 준다. 서울시민 모두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는 의미에서 2021년 시작했다. 19세 이상 시민이면 홈페이지(onhealth.seoul.go.kr)나 스마트폰 앱에서 신청해 다음날부터 이용할 수 있다. 시는 45만명인 이용자를 올해 1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모집 방식을 선착순에서 상시 모집으로 바꾸고 75세였던 연령 상한도 없앴다. 그런데 시민 반응은 미지근하다. 구글의 이용자 평점이 비슷한 민간 앱 평점(4.5)의 절반 이하인 2.1점이다. 핵심 기능인 걸음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다. 잦은 팝업 화면에 스마트워치와의 연동 오류 등 화면 구성이 이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잦다. 시는 “민간 앱과 달리 포인트를 지급하려고 여러 기능을 추가하면서 오류가 많아졌다”며 “올 상반기 중 보완하겠다”고 한다. 공공 영역은 교육, 교통, 주택 등의 분야에서 민간과 서비스 경쟁 중이다. 공공은 공공성을, 민간은 수익성을 중시하기에 서비스의 효율성은 공공이 약하다. 하지만 의료나 교육 등 시장의 실패 보완이나 환경보호 등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한 공공의 개입은 필요하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이런 공공성 증진 사례다. 손목닥터 사업은 건강 증진과 포인트 적립을 연계한 복지서비스 모델이다. 하지만 시행 3년이 넘도록 여전한 불만은 행정의 비효율성을 보여 준다.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 증진도 사회적 목표다. 서울시는 이용자 불편 사항 제거에 힘쓰는 한편 민간기업과의 협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현갑 논설위원
  • [씨줄날줄] AI 커버곡

    [씨줄날줄] AI 커버곡

    본인이 직접 노래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부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최근 개그맨이자 가수인 박명수는 자신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 박명수’가 부르는 ‘밤양갱’이라는 커버곡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방송에서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들어 보니 어쩜 이렇게 똑같나.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연예인들 어떻게 해야 돼” 하며 혀를 내둘렀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AI 커버가 주목받고 있다. 커버곡은 가수가 자기 노래가 아닌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노래다. 인공지능 커버는 일반인이 박명수 같은 연예인이나 가수의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만든 노래다. 정교한 커버곡은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회 조회를 올릴 정도로 인기다. AI 커버곡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채널들이 있을 정도로 새로운 음악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공지능 커버 시장이 커질수록 법적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저작권법엔 AI 커버 제작에 사용된 원 노래의 저작권과 목소리 주인공의 저작인접권 침해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커버 인기가 노래 홍보를 뛰어넘는 단계로 옮아가면 분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활용 표시 의무를 담은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AI 커버곡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공익성을 가지며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저작권법은 공익을 위한 저작물의 사용과 복제를 저작권 침해가 아닌 공정이용으로 본다.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자사 기사를 무단 사용했다며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 오픈AI는 이 공정이용 조항을 들먹이며 반박했다. 하지만 가치 있고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법적 분쟁 못지않게 우려되는 건 이런 기술이 딥페이크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목소리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본인까지 깜짝 속을 정도의 딥보이스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는 확산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삶의 질은 향상시키고 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부작용은 줄일 안전한 보안기술이 나오기를 바라 본다.
  • [길섶에서] 사우나 예찬

    [길섶에서] 사우나 예찬

    종종 사우나를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열기로 가득한 사우나실은 쉭쉭거리는 수증기 소리 외 고요함 그 자체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말이 없다. 땀 냄새를 나누며 묘한 연대감을 느낀다. 눈을 감고 명상을 시도한다. 아쉬운 일, 짜증 나는 일 등 실타래처럼 얽힌 고민거리들이 떠오른다. 이마와 등짝에서 땀방울이 하나둘 떨어질수록 머릿속은 맑아진다. 세워 둔 모래시계의 모래가 아래로 다 떨어지면 냉탕으로 자리를 옮긴다. 온몸을 감싸는 짜릿함에 정신이 번쩍 든다. 몸무게가 조금은 줄었을 것이라는 즐거운 착각은 보너스다. 핀란드인들이 즐긴다는 겨울 사우나도 이런 기분일 게다. 좁은 사우나실에서 땀을 흘리며 보내는 시간이라곤 5분 남짓. 나를 정화하고 재탄생시키는 공간으로 이만한 게 없다. 사우나는 몸속 노폐물은 물론 머릿속 생각의 찌꺼기도 함께 배출하는 일거양득의 공간이다. 이용할수록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정신건강도 챙기는 일상의 충전소다.
  • [길섶에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길섶에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부산의 재래시장 골목길을 거닐다 레코드 가게를 발견했다. 오전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들이 많지 않은데 한 가게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세트테이프와 CD를 파는 가게였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가수들의 얼굴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에 카세트테이프라니 신기했다. 1980년대는 카세트테이프가 대세였다. 서랍 속 카세트테이프들과 카세트플레이어가 기억난다. 당시 마이마이나 워크맨 같은 휴대용 녹음기는 요즘으로 치면 휴대폰이나 다름없었다. 빈 테이프를 구해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 버튼을 눌러 녹음한 뒤 나만의 음악 차트를 만들었다. ‘빨리 감기’를 반복하다 테이프가 엉기거나 끊어지기라도 하면 투명 테이프로 붙여 재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레트로 흐름을 타고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한정 발매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있다. 추억은 마음에 담는 거라지만 다음엔 가게 주인과 얘기도 나누고 테이프도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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