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국회 난기류… 극한대결 우려
◎평민의원 임시국회 개회식 퇴장의 파장/정책다툼보다 명분 집착 “힘 겨루기”/보안법ㆍ광주보상 등 첨예대립 예상/급박한 민생현안등 처리도 불투명
20일 개회된 제148회 임시국회가 벽두부터 국회의장 개회사ㆍ운영방법 등 비본질적 문제로 삐꺽거리고 있어 임시국회 운영의 파란은 물론 민자ㆍ평민 양당이 극한대결로 나가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합당으로 거대여당인 민자당이 출범,여소야대의 4당체제가 무너진 뒤 처음으로 열린 이번 임시국회는 거여소야 정국운영의 시험무대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출범이후 민자당측은 『다수 여당이 되었다 해서 결코 오만하거나 독주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인내와 아량으로써 성숙한 민주정치상을 보이겠다』고 다짐해왔다.
평민당측도 이번 임시국회를 앞두고 『과거와 같은 강경투쟁은 자칫 국민지지 기반을 잃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합리적 정책대결을 통해 평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3당통합의 반민주성과 비도덕성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막상 정치의 실천무대인 임시국회가 열리자 양당은 평소의 다짐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재순국회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4당 병립체제가 해체되고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든 다수여당과 소수야당으로 양립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국정에 책임지는 정부ㆍ여당이 다수가 되고 이를 비판,견제하는 소수야당이 존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가 성숙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운영에 대한 일반적 언급」이란 김의장 측근의 해명도 일면 수긍되는 면이 있지만 가뜩이나 3당통합에 「알레르기성」 부정반응을 보이고 있는 평민당측을 자극할 소지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의장의 발언이 여권의 국정독주의사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김의장은 개회사 초고를 썼다고 밝히고 문제가 될 대목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권 수뇌인사들중 일부는 『않아도 될 말을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김의장 발언에 대한 평민당측의 「과격한」 실력행사도 칭찬받을 일은 못된다.
평민당은 김의장이 다소 귀에 거슬리는 언급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고함을 질렀으며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국민이 뽑은 선량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을 뛰쳐나갈 때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김의장의 몇마디 발언이 국정운영의 동반책임자인 제1야당의원 전원이 퇴장하고 국회를 공전시키기에 충분한 원인을 제공했느냐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평민당측이 「건전한 정책대결로 제1야당으로서의 위치부각」을 구호로는 외치면서 실제로는 어떤 구실만 주어지면 파행정치상황을 만들어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만들어진 양당체제에 「흠」을 내보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임시국회 개회에 앞서서도 민자ㆍ평민 양당은 임시국회 운영일정및 방법을 놓고 이견차를 해소못해 구체적 의사일정조차 짜지 못했다. 민자당은 자신들의 의석이 평민당의 3배에 달하고 있음을 들어 대정부질문 발언자수를 3대1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평민당측은 3대3으로 하자고 맞섰다. 양쪽이 적절히 양보,절충점을 찾아 나가겠지만 자기 몫을 모두 찾고야 말겠다는 「거인」과 무조건 동등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소인」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 합의에 의한 정국운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어찌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를 둘러싼 민자ㆍ평민간의 신경전을 볼 때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ㆍ광주보상법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시작된다면서 더욱 대립이 첨예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민자당 내부에서도 개정의 폭에 이견이 있으나 평민당이 보안법 폐지후 대체입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여야간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안기부법의 경우도 민자당측이 국회정보위원회 설치로 안기부 권한 남용을 감시하자는 주장인 반면 평민당측은 안기부의 국내 수사권의 전면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결국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등 두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미처리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대두하는 실정이다.
지방의회선거법ㆍ광주보상법ㆍ경찰중립화법 등과 국방참모총장제 신설을 골자로 하는 군조직법 개정문제등에 있어서도 민자ㆍ평민당은 상당한 이견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기내에 지방의회선거법ㆍ광주보상법 등 2개 법안은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민자당측은 지방의회선거법은 의원정수를 대폭 상향조정하고 광주보상법은 보상금액을 당초 안보다 상당히 높이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법안에 대한 절충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평민당측이 개회식 퇴장사태에서 시사했듯 이번 임시국회를 3당통합에 대한 공격,나아가 의원직 총사퇴및 내각불신임 요구 등 정치공세의 장으로만 이용하려든다면 「여야합의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국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민자당측은 「꼭」 처리하고자 하는 지방의회선거법ㆍ광주보상법 등에 대해서 표결통과를 시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파란」과 「파행」이 점철되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거여」의 힘을 과시않겠다는 민자당의 성숙된 자세,정책대결로 국민 심판을 받겠다는 평민당의 진지한 자세가 이번 임시국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란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집단퇴장 소동… 임시국회 이모저모/김 의장 통합당위성 발언에 야서 발끈/평민의원들 고함치며 의장에 삿대질/“문제될 것 없다”… 의장은 평민항의 묵살
20일 상오 정계개편이후 처음 열린 제148회 임시국회는 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항의,평민당의원들이 퇴장함으로써 개회 벽두부터 파란을 빚어 앞으로 국회운영이 평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
더욱이 평민당은 6인의 항의단을 구성,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의장은 이들의 면담마저 거부해 이번 임시국회가 여야의 힘겨루기 장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대두.
○김대중총재 사인 보내
○…임시국회 개회식은 김재순의장이 개회사를 읽기 시작했는데도 의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시끌벅적하고 평민당 의석에서는 『조용히 해』라는 고함이 터져나오는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
이날 소란은 김의장이 『여소야대의 4당병립체제가 해체되고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는다수여당과 소수야당으로 양립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3당통합을 극찬하는 대목에서 촉발.
김의장이 정계개편의 당위성을 주장해 나가자 평민당 의석에서는 『뭐가 국민의 뜻이야』 『왜 쓸데없는 소리해』 『황금분할은 어디 갔어』라는 등 고함이 터져나왔고 김덕규수석부총무등 평민당부총무단이 의장석쪽으로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항의.
그러나 김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된 개회사를 계속 읽어 내려가자 의석 앞으로 나온 김영배총무가 김대중총재의 「사인」에 따라 전원퇴장을 지시해 평민당의원들이 한꺼번에 퇴장.
김의장은 평민당의원들이 퇴장한 후에도 준비된 개회사를 끝까지 낭독했는데 민자당 의석에서는 『잘했어』라고 성원.
○…한편 김재순의장은 평민당측이 개회사 내용을 문제삼아 퇴장한 후 「김의장의 사과없이는 김의장이 사회를 보는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항의한 데 대해 이동복비서실장을 기자실에 내려보내 해명.
이실장은 『총무회담등 국회운영이 이런 일로 인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다는 취지에서해명하게 된 것이지 개회사 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오해가 있다면 본회의에서 부연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취소 또는 사과할 대목은 전혀 없다』며 김의장이 평민당의 항의단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
○“공연한 트집” 비아냥
○…민자당의원들은 정계개편후 첫 임시국회 개회식이 평민당의원들의 퇴장으로 막을 내리자 군데군데 모여 「울고 싶던 차에 뺨을 때린격 아니냐」 「별거 아닌 것 가지고 공연히 트집잡는 구태의연한 방식」이라고 비아냥.
김영삼최고위원은 『세계가 다 변하고 있는데 우리 의회도 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사고를 해야 하는 때에 생트집만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
박준병사무총장도 문제가 된 김의장의 연설문을 검토한 뒤 『별 내용도 아닌 걸 가지고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며 『평민당이 사전에 전략을 세워 퇴장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민당의 고의성을 지적.
○강경대응 발언 잇따라
○…김재순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반발해 퇴장한 직후 격앙된 분위기에서 열린 평민당의원 총회에서는 김의장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3당통합에 대한 강경대응 발언이 속출.
그러나 3당통합 저지를 위해 단판승부보다는 장기적 대응전략을 짜놓고 있든 김대중총재등 지도부는 일부 의원들의 강경발언을 제어하며 ▲김의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성명서 채택 ▲항의단 파견 ▲김의장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향후 의사일정 보이콧 등 단계적 대응방안을 유도.
유준상의원은 『13대국회 개회시 4당구조를 「황금분할」이라고 지칭했던 김의장이 3당통합의 마각을 드러내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뒤 『의장의 사과가 없으면 모든 의사일정에 응하지 말자』고 제의.
박실의원은 『여권은 소수의 평민당을 회의장 퇴장등 분통이나 터뜨리고 다수결의 원칙하에 깽판이나 부리는 집단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저쪽의 대야합 구조를 분쇄하고 규탄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총사퇴해야 한다』며 평민당의 독자적 사퇴를 주장.
그러나 김총재는 『투약이 과하면 병에는 오히려 나쁘다』 『국민의 내일을 생각하면 자살해서는 안된다』며 강경발언을 누그러뜨리며 김의장의 사과가 없을 경우 의사일정 보이콧의 시기와 방법을 지도부에게 일임해달라고 요청.
이날 총회는 김의장과 3당통합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한편 당3역과 김봉호ㆍ유준상ㆍ박실의원 등 6인으로 항의단을 구성.
이 항의단은 하오 2시 국회 2층 의장실로 올라갔으나 김의장이 끝내 나타나지 않자 김동복비서실장에게 김의장의 소재를 따지며 의사일정에 혼선이 초래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철수.
○의석배치에도 못마땅
○…이날 첫 임시국회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본회의장의 각당별 의석배치.
4당시절에는 의장석에서 볼 때 오른쪽부터 무소속ㆍ공화ㆍ민주ㆍ민정ㆍ평민당순으로 배치,마치 민정당이 야3당에 포위돼 위축된 형국이었으나 이번에는 민자당이 중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좌우에 각각 평민당과 무소속을 거느리는 형국으로 변모.
평민당으로서는 의석배치가 종전과 변동이 없으나 민자당이 중앙의 의석을 차지한 데 대해 「거대여당의 비민주성을 드러내주는 독선」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
민자당내에서는의석배치 기준을 전현직 당직자및 4선이상 의원을 뒷줄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상임위별ㆍ가나다순으로 의석을 배열.
이에따라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박태준최고위원대행,김재광국회부의장이 뒷줄 중앙에 나란히 자리잡았고 그 좌우에는 박준규 전민정대표위원,채문식고문,이춘구ㆍ김윤환ㆍ최형우ㆍ김용채ㆍ최각규ㆍ이한동ㆍ정동성의원 등 전직 3당 당직자들과 김동영총무,박준병총장,김용환정책의장,박철언정무1장관,정창화수석부총무 등 현 당직자들이 차지.
민주당(가칭) 추진세력등 무소속은 이기택ㆍ박찬종의원이 뒷줄에 나란히 앉고 나머지 의원들은 민자당 왼편에 한줄로 배치돼 외로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