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상실… 연쇄이탈 예고/국민당 어떻게 될까
◎여권에 부분흡수… 정계개편 가속화/대행체제 장기화땐 운영난 불보듯
정주영대표가 창당기념일이 하루 지난 9일 상오 대표최고위원직 사퇴와 정계은퇴를 전격표명함에 따라 국민당의 장래가 매우 불투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3당체제로 유지되던 정치권 자체에도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엿보인다.
국민당은 지금까지 당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정대표 1인에게 의존해 왔다.따라서 정대표의 정계은퇴는 당운영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민당의 존립근거가 정대표의 사재였다는 점을 고려할때 국민당이 존폐위기에 몰리는 상황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자칫하면 국민당은 창당 1주년을 간신히 넘기고 공중분해될 우려가 짙어진 것이다.
물론 정대표가 떠난다고 해서 국민당이 당장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고 소속의원들의 정치적 장래가 난처한 지경에 빠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와같은 바탕에서 국민당의 정치적 앞날을 단기와 중·장기 두가지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우선 국민당은 정대표의 은퇴로 생긴 정치적 공백을 양순직 또는 김동길최고위원을 대표직무대행으로 내세워 당을 이끌어 나가며 정대표의 복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소속의원 상당수가 정치도의상 곧장 탈당을 결심하지 않고 정대표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서 정대표의 은퇴의사를 단순한 2선후퇴로 의미를 축소시키며 일선복귀를 설득하자고 결의한데서 이를 알수 있다.또 원외지구당 위원장들도 이날 하오부터 정대표의 대표직 사임과 정계은퇴를 결사반대한다며 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당내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정대표의 은퇴번복은 실현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대표의 은퇴가 변할수 없는 사실이고 대행체제가 장기간 계속되어 당운영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민자당에서 탈당해온 이른바 「입당파」를 제외한 의원들중 상당수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전망된다.
탈당예상의원들로는 강원출신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일 이호정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이날 송영진의원이 탈당하자 평소보다 비난이 훨씬 더 심했던 것도 이로 인해 탈당파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반증이다.
더욱이 몇몇 의원은 탈당시기를 놓친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해 이같은 우려의 가능성을 한층 더하고 있다.
국민당 소속의원의 상당수가 민자당에 뿌리를 둔 여권성향의 의원들이기에 별다른 대책이 없이 당이 표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여당으로 회귀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정치권은 3당체제에서 거여체제로 부분적인 재편을 이룰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선직전 민자당을 뛰쳐나온 이자헌 박철언 김용환 유수호 김복동 박구일의원등은 여당으로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성장배경이 전혀 다른 민주당에 갈수도 없을 것으로 보여 잔류를 고집하는 일부 창당파의원들과 합쳐 국민당을 지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짙다.하지만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하나 있다.
정대표가 비록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으나 자신의 6남인 정몽준의원을 통해 당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정의원이 아버지인 정대표를 대신해 실질적인 당운영을 맡는 것이다.
이때는 지금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3당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당내일각에서 아이디어차원 또는 기대수준에서 언급되고 있을뿐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당은 창당 1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당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정주영대표 정치일지
▲1월10일 통일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정주영창당준비위원장 피선
▲2월8일 창당대회
▲2월13일 정대표일가소유 현대주식매각,정치자금 2천6백여억원 확보
▲2월22일 국세청 현대그룹주식 조사
▲3월5일 정대표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초청간담회에서 「원자탄저장고 공사했다」발언,물의
▲3월24일 총선에서 31석 획득,제3당위치 확보
▲4월3일 롯데호텔 국민당창당발기인 초청만찬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의사 피력
▲4월17일 신문편집인협회 조찬간담회에서 「대통령후보로 도덕성 문제될 것 없다」고 언급.
▲5월15일 국민당 대통령후보로 정대표 선출
▲6월9일 정대표일가 현대주식 1천5백억원어치 종업원들에게 매각
▲11월16일 국민당 정대표와 채문식 가칭 새한국당 창당준비위원장 합당선언
▲12월3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집권후 3년내 내각제 실시,재벌해체등」언급
▲12월5일 현대중공업 자금담당여직원 국민당에 비자금제공 폭로
▲12월14일 이종찬의원과 당대당 통합선언
▲12월17일 한은,정후보의 「3천억원 여정치자금위해 발권」주장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
▲12월18일 14대 대통령선거시 3위득표(3백88만표)낙선
▲12월23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대선패배후 첫 의원총회에서 당무복귀선언
▲1월5일 정대표 이종찬의원과 통합파기선언.한은발권발언 실수인정
▲1월12일 정대표 2천억원 정치발전기금조성 백지화선언.검찰,정대표에 1차 소환장 발부
▲1월13일 검찰,정대표에 현대비자금관련 소환장
▲1월14일 정대표 출국금지,김해공항서 일본행저지
▲1월15일 정대표 서울지검에 출두
▲1월16일 정대표 클린턴 미대통령취임식 참석및 일본휴식차 출국
▲2월1일 정대표 일본에서 귀국
▲2월2일 정대표 검찰기소여부와 관계없이 정치 계속의지 천명
▲2월6일 검찰,정대표 불구속 기소
▲2월8일 창당1주년 기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