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어선 귀순」 의미와 파장
◎“배타고 남으로” 북한판 엑소더스 시작/극심한 식량난 주민통제도 와해/올 여름이 고비… 대비책 서둘러야
12일 서해 백령도 해상을 통해 귀순한 안성욱,김형원씨 두가족 14명의 탈북은 이들이 북한에서 직접,그것도 북한선적 어선을 통해 귀순한 첫 「보트 피플」이라는 점에서 북한사회의 불안정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지난 87년 김만철씨 일가가 북한선박을 타고 귀순해 왔지만 이들은 일본과 대만을 거쳐 귀순했고 당시 북한은 김일성체제가 확고하게 주민통제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 지금의 상황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현재 북한은 아직 김정일체제가 공식출범하지 않았고 김정일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민들 전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따라서 최근 해외 제3국이나 군사분계선 등을 통해 탈북 귀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제 보트피플까지 발생한 것은 북한의 체제 동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과거 베트남이 패망하기 직전,또 쿠바가 공산화된 후 일단의 보트피플이 발생했던 것은체제가 한계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는 사례였다.
북한 전문가들은 식량난과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제 보트피플까지 만들어 냄으로서 앞으로 탈북사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그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최근 탈북자들은 김정일이 주민들의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권력기반을 굳히기 위해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동요는 더욱 심각해 질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김일성이 생존해 있던 90년에는 탈북자가 9명,91년 9명,92년 6명,93년 8명 등 한해 10명 미만이었으나 김일성이 사망한 94년에는 52명,95년 40명,96년에는 51명이나 됐다.특히 올해 들어서는 최고의 거물급인 황장엽씨를 비롯해 불과 5개월도 안돼 41명이나 탈북했다.특히 북한의 식량난이 최악의 상황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까지가 대량 탈북사태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날 귀순한 두가족의 탈북동기,귀순경로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나봐야 실상을 알게 되겠지만 당국은 이들이 처음으로 보트피플의 모습으로 귀순한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북한전문가들은 최근 조직적인 가족단위의 탈북사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감시및 주민 통제체제가 일부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이들은 예상되는 대량탈북사태와 함께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한 대비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탈북 망명 일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87.2.8=김만철씨 일가 11명
▲90.4.2=소련 유학생 박철진씨 등 2명
▲90.8.4=소련 유학생 김지일씨 등 2명
▲91.5=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고영환씨
◇94년
▲3.20=여만철씨 일가 4명
▲5.=강성산 정무원총리 사위 강명도씨
▲5.7=황광철씨 형제 등 3명
▲7.18=김일성대학 경제학부 강사 조명철씨
▲8.13=이철수씨 일가 3명
▲10.23=조창호 소위
◇95년
▲3.27=오수룡씨 일가 6명
▲10.11=용성무역합영부장 최주활 상좌
▲12.12=북한 최대무역회사인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최세웅씨 일가 4명
◇96년
▲1.7∼23=주잠비아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현성일·최수봉 부부 등 3명
▲5.23=공군 이철수 대위
▲5.31=과학자 정갑렬씨와 방송작가 장해성씨
▲6.30=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친척인 정순영씨 일가 3명
▲12.9=김경호씨 일가 등 17명
◇97년
▲1.22=김영진씨 가족 4명,유송일씨 가족 4명
▲2.12=북한 노동당 황장엽 국제담당비서 북경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망명신청
▲5.12=안성수씨 가족 6명,김원철씨 가족 8명,서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