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성국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941
  • “폐관 위기 몰린 남산예술센터… 친일 재산, 공공재로 되돌려야”

    “폐관 위기 몰린 남산예술센터… 친일 재산, 공공재로 되돌려야”

    냉전시대 센터 불법 사유화 과정 추적 “서울시가 매년 10억씩 내는 게 옳은가 박원순 시장 직접 만나 적극 대응할 것”“유치진은 친일과 냉전을 이용해 만든 남산예술센터를 불법 사유화했습니다. 이런 공공극장을 임대하는 데 10년간 서울시민 세금 10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남산예술센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매년 10억원씩 들여 임대하는 것이 옳은지 이제 대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 유일 창작극 중심 공공극장인 서울 중구 소파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사진 위)를 지키기 위해 국내 500여 연극인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남산예술센터 공공성 확보를 위해 뭉친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공공정비)는 지난 1일 남산예술센터의 불법적인 사유화 과정을 추적해 담은 ‘유치진과 드라마센터’를 출간하고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1962년 4월 개관해 원형대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현대식 공연장인 남산예술센터는 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서울예대 소유로, 서울시가 임대해 서울문화재단이 공공극장으로 위탁운영하고 있다. 건립 당시 영향을 미친 인물은 ‘남한 연극의 아버지’로 추앙 받았지만 문화계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확인된 극작가 유치진이다. 유치진은 미국 록펠러 재단으로부터 4만 5000달러를 지원받아 현 부지에 극장을 조성했다. 이 부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땅으로 해방 후 한국 정부가 소유했다. 개관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특별명예회원으로 특별운영비를 주는 등 냉전시대 한미 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남한에 문화정책을 통한 이데올로기 주입이 필요했고, ‘민족연극’을 내세운 유치진은 2·3공화국 정치 실력자와 결탁해 설립 당시 국유재산이던 남산예술센터를 사유화했다”는 게 공공정비 측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조사에 참여한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법학박사는 “국가기록원 보존 문서인 남산예술센터 토지대장을 확인해보면 설립 당시 ‘국’(國)이라는 직인이 찍힌 국유재산으로 확인되는데 이후 박정희 정권의 많은 특혜를 통해 유치진의 사유 재산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유치진은 1966년 한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는 절대로 사유화되지 않는다. 우선 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드라마센터가 우리 연극 중흥의 모체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당시에도 연극계에서 일었던 사유화 의혹을 해명하는 데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치진은 남산예술센터를 자신이 세운 학교법인 한국연극연구원(현 동랑예술원)에 기부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서울예대와 임대계약을 맺고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창작극단에 무대를 제공해왔지만, 서울예대는 지난해 1월 돌연 서울시에 임대 종료를 통보했다. 3년 단위 계약에 따라 서울예대가 현재 입장을 고수하면 서울시와의 계약은 2020년 12월 종료된다. 연극인들은 서울예대 측의 계약 해지 통보로 “당장 올가을부터 남산예술센터 프로그램 구성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가 불법적으로 사유화된 재산에 연간 10억원이나 되는 세금으로 계약하는 구조가 온당한지를 묻고, 남산예술센터를 다시 공공재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인들은 그간 미국과 한국 정부에서 확인한 과거 기록물을 토대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1940년대 수동적·전형적 여성 캐릭터 각색에 노력”…국내 초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1940년대 수동적·전형적 여성 캐릭터 각색에 노력”…국내 초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1989년 브로드웨이 버지니아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이 8월 국내 초연된다. 무대 총지휘를 맡은 오경택 연출은 개막 한 달을 앞두고 “이미 30년 전 무대에 오른 할리우드 느와르 장르물의 시간적 거리와 문화적 거리를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오경택 연출은 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작품 특징과 연출 포인트 등을 밝혔다. 오 연출은 “왜 이 시대 한국에서 이 작품을 해야 하냐는 것은 연출자에게 있어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자 숙제였다”라면서 “스토리 진행은 문제 되지 않겠다고 판단됐지만, 원작 대본을 처음 보고 여성 캐릭터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느와르 장르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자체가 순종적인 여성, 충직한 비서, 욕망과 욕심을 위해 모든 사람을 이용하는 팜므파탈 등 매우 전형적이라 이런 캐릭터를 이 시대에 맞게 세밀하게 수정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오 연출은 또 “원작에서 한국적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들과 계속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코미디적 측면은 더욱 보강하고 강조했다”라며 “지금 우리 시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주역 ‘스타인’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은 “평소 강한 캐릭터를 주로 해 처음 작품 제안받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라면서도 “‘대극장에서 한 인물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도전의식이 생겼다”라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1인 2역으로 약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방송인 겸 뮤지컬 배우 정준하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기쁘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돼 영광”이라며 “걱정도 앞서지만 작품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만든 시나리오 속 세계 주인공 스톤의 스토리를 교차 구성한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8월 8일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차이콥스키 콩쿠르 홀린 ‘클래식 한류’

    차이콥스키 콩쿠르 홀린 ‘클래식 한류’

    한국의 청년 음악가들이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매혹적인 노래와 연주로 대거 입상했다. 성악 부문에서 바리톤 김기훈(27)이 2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김동현(19)이 3위에 올라 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첼로 문태국(25), 호른 유해리(23)까지 4명이 모두 각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열린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는 한국인 음악가 4명이 진출해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날 김기훈은 남자 결선 진출자 4명 중 2위에 올라 은메달과 상금 2만 달러를 받았다. 김동현은 동메달과 상금 1만 달러를 수상했다. 연세대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석사과정 중인 바리톤 김기훈은 2015 서울국제콩쿠르 우승과 2016 뤼벡마리팀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4개 부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에 입학했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 1위, 루마니아 제오르제에네스쿠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위를 차지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영화 개봉 코앞에 두고…” 배우 전미선 빈소에 동료 등 조문 이어져

    “영화 개봉 코앞에 두고…” 배우 전미선 빈소에 동료 등 조문 이어져

    30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배우 전미선(49)의 빈소에 고인과 함께 작업한 배우, 스태프 등 동료들이 속속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전미선은 지난 29일 전북 전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을 위해 전주를 찾은 고인은 당일 오전 1시쯤 이 호텔에 도착해 혼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2시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는 “전미선씨는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길 바라며, 충격과 비탄에 빠진 유가족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남편인 박상훈 영화촬영감독과 아들, 어머니 등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장례식장 로비에는 ‘취재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되기도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최근작 ‘나랏말싸미’에서 고인과 부부 역할을 한 배우 송강호가 가장 먼저 빈소에 와 조문했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오랜 시간 빈소에 머물렀다. 이어 봉준호 감독, 배우 염정아·나영희·윤유선·정유미·윤시윤 등 고인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은 이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봉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실감이 안 난다”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1989년 KBS 드라마 ‘토지’로 데뷔한 고인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KBS 연기대상 조연상(2006), SBS 연기대상 일일극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2015) 등을 수상했다. 오는 24일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도 앞두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3억뷰’…BTS ‘상남자’ 뮤비까지 총 11편 돌파

    ‘3억뷰’…BTS ‘상남자’ 뮤비까지 총 11편 돌파

    그룹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3억뷰를 돌파했다. 또 지난 5월 한 달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어 수익을 올렸다. 30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014년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미니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Skool Luv Affair) 타이틀곡 ‘상남자’ 뮤직비디오는 이날 오전 4시 23분 유튜브 조회수 3억 건을 넘겼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7억뷰를 올린 ‘DNA’를 비롯해 ‘불타오르네’, ‘페이크 러브’, ‘마이크 드롭’ 리믹스, ‘쩔어’, ‘피 땀 눈물’, ‘아이돌’, ‘세이브 미’, ‘낫 투데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이어 ‘상남자’까지 3억뷰 돌파 뮤직비디오 11편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한국 가수 최다 3억뷰 뮤직비디오 돌파 기록으로, 지난 5월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후 이 부문 자체 기록도 경신했다. 이에 앞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월간 박스스코어(Boxscore) 정상에도 올랐다. 빌보드는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방탄소년단이 5월 한 달간 5000만 달러를 넘기며 월간 투어 최고 수익을 올렸다”며 방탄소년단이 월간 박스스코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5월 한 달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 시카고 솔저 필드,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브라질 상파울루 알리안츠 파르크 등 4개 도시 8회 공연을 통해 38만 4498장의 티켓을 판매하며 모두 5166만 6038달러(약 6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빌보드가 2019년 발표한 월간 투어 수익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빌보드는 “이렇게 빠르게 미국을 휩쓴 것은 외국어를 하는 아티스트로서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계를 홀린 한국청년들…바리톤 김기훈, 차이콥스키 콩쿠르 은메달

    세계를 홀린 한국청년들…바리톤 김기훈, 차이콥스키 콩쿠르 은메달

    한국의 청년 음악가들이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매혹적인 노래와 연주로 대거 입상했다. 성악 부문 바리톤 김기훈(27)이 2위,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19)은 3위에 올랐다. 김기훈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열린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남자 결선 진출자 4명중 2위에 올라 은메달과 상금 2만 달러를 받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동메달과 상금 1만 달러를 받는다.이번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음악가들은 김기훈과 김동현을 포함해 첼로 문태국(25), 호른 유해리(23) 등 4명으로 모두 각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결선 진출자 6명 중 4위에 올랐고, 올해 처음 시행된 금관 부문에서 호른을 연주한 유해리는 결선 진출자 9명중 7위를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4위부터 6위까지는 상장과 상금을, 금관과 목관 부문은 8위까지 상장과 상금을 준다. 연세대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석사과정 중인 바리톤 김기훈은 2015 서울국제콩쿠르 우승과 2016 뤼벡마리팀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4개 부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에 입학했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 1위, 루마니아 제오르제에네스쿠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위를 차지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처음 열려 4년마다 개최되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한국인 연주자는 1974년 정명훈을 시작으로 최현수, 백혜선, 임동혁, 신지아, 손열음, 조성진, 이지혜, 박종민, 서선영, 클라라 주미 강, 김봄소리, 강승민 등이 이 대회에서 수상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미술관으로 간 ‘외계인’ 무용가 안은미 “이곳에 오면 누구나 춤추게 될 것이다”

    미술관으로 간 ‘외계인’ 무용가 안은미 “이곳에 오면 누구나 춤추게 될 것이다”

    “무용가들은 기념이 되는 해에 보통 레퍼토리 공연을 하지만, 저는 그게 싫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극장에서 3개월간 공연하면 힘들어서 바로 죽지만, 전시는 그렇지 않아요.” 항상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던 현대무용가 안은미(56)는 자신의 30년 춤 역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풀었다. 스스로 “나는 지구인이 아니다”라며 지구에서 신명나게 소통하고 언젠가 자기 별로 돌아가겠다는 그는 기자들 앞에 민머리에 벨기에에서 산 금빛 왕관을 쓰고 나타났다. 지난 26일 데뷔 30주년 전시회 ‘안은미래’(Kwon Future)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만난 안은미는 “제가 (춤을 춘 지) 30년이 된 것도 몰랐는데 그렇게 됐다고 해서 지난 30년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 전시를 선택했다”고 했다. “우리는 몸을 전시합니다. 관람하는 사람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요. 그들은 우리를 보고, 동시에 우리도 그들을 보는 거죠.”그는 “전시장에 들어오면 모두 할 수 없이 춤추게 될 거다”라며 “춤은 생명수고, 추상적 동작으로는 소통하지 못할 듯하지만 오묘하게 소통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안은미의 이름을 딴 전시회 ‘안은미래’는 그의 회고전이면서 미래탐구전이다. 30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토대로 제작한 연대기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전시를 비롯해 공연 무대와 기록 자료집 등으로 구성했다. 미술관 1층 철문을 열고 ‘안은미 월드’로 들어가면 안은미가 과거 공연에서 입은 옷들이 시간터널처럼 걸려 있다. 이 터널을 지나면 황금빛 찬란한 무용가 조형물을 맞이한다. 30년 땀방울이 빚어낸 그녀의 지금과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바닥에는 하얀 한복을 입고 큰 왕관을 쓴 안은미 사진이 담긴 투명한 공들이 빼곡히 깔려 있고, 벽에는 그의 이력을 연대기 형식으로 그린 그림들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어릴 때 함께 놀던 작가들이 이제 노년이 되고 있지만, 저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 지금 세계가 점점 침울해지고 있는데 더 신명나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가 그런 에너지를 팍팍 뿜어낼 겁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한 데뷔 31년차 외계인 무용가의 기운찬 답변이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젠더 프리부터 파격 구성까지…기대받던 그 연극 ‘일시 정지’된 까닭

    젠더 프리부터 파격 구성까지…기대받던 그 연극 ‘일시 정지’된 까닭

    관행 깬 섭외·360도 원형극 시도로 주목 승자 독식의 모순·시대 가치 묻는 작품날카로운 주제의식과 파격적인 구성으로 연극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묵적지수’(이래은 연출·극단 달과 아이)의 개막이 주연 배우 부상으로 취소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6일 “오늘부터 30일까지 5회차 공연이 출연 배우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취소됐다”며 “배우의 빠른 회복과 공연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묵적지수’는 2018년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으로,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가 초나라의 침략 전쟁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쟁을 통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성을 고발하며 ‘우리 시대에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기존 연극계 배역 관행을 깨고 배우 성별 구분없이 역을 맡긴 ‘젠더 프리 캐스팅’과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을 없앤 극장 출입구, 360도 원형 무대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역을 맡은 한 배우가 지난 25일 프레스콜(언론 시연회) 공연 중 다리를 다치면서 전체 공연 무산 위기에 놓였다. 전막 공연으로 준비된 시연회도 일부만 진행됐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배우는 공연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지만, 배우의 안전과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고려해 우선 개막부터 5회차 공연까지는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예매분은 환불해 드리고 있으며, 남은 7월 2일부터 7일까지 공연은 정밀진단 결과 등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 측은 또 이번 작품이 배우들의 활동성을 살린 360도 원형극인 만큼 무대 구조의 안전성 등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국어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뉴브강의 비극’ 달래주다

    한국어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뉴브강의 비극’ 달래주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외로워도 외로워도 님 오지 않고/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지으네.” 검은색 연미복을 갖춰 입은 푸른 눈의 연주자들의 입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 낮고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한 몸처럼 다루는 악기는 잠시 옆에 두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부르는 악사들의 노래는 엄숙했고, 합창단이 아닌 연주단이 서툰 우리말로 부르는 노래에도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여럿 보였다. 가곡이 끝나고 공연장에는 20초가량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만 흘렀고, 이역만리를 날아온 연주자와 월요일 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애도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다뉴브 유람선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이고, 친구였다. ●이반 피셰르와 63명 단원들 엄숙한 합창에 20초간 정적 지난 24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 공연은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연주와 노래로 시작됐다. BFO를 이끄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이반 피셰르(68)는 본공연에 앞서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왔다. 최근 참담한 사고가 있었던 곳다. 이 사고로 많은 한국인이 희생됐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헝가리 국민과 부다페스트 시민들, 단원들과 저는 마음을 다해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작은 위로라도 전하고 싶다”며 63명 단원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도 BFO 측의 제안으로 추모의 글을 보내 “사고의 정확한 상황을 철저하게 확인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지휘자 이반 피셰르와 오케스트라가 헝가리를 대신해 깊은 조의를 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음악을 통해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피셰르는 1989년 부다페스트 연주회 당시 헝가리로 온 동독 난민들을 초대하고, 2015년 베를린 연주회에서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연주회를 여는 등 음악을 통해 인류애와 평화를 강조하는 ‘클래식 휴머니스트’로도 존경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쇼팽 협연 한편 이날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BFO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앙코르로 쇼팽의 프렐류드 4번과 브람스 6개의 피아노 소품을 선사했다. BFO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선사했고, 예정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1번으로 객석을 떠나지 않는 관객들에게 화답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에 경남 극단 예도 ‘꽃을 피게하는 것은’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에 경남 극단 예도의 ‘꽃을 피게하는 것은’이 선정됐다. 대한민국연극제 측은 25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수상작을 발표했다. 대상작인 ‘꽃을 피게하는 것은’은 사립고등학교 교무실을 배경으로 교사들의 고뇌와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예도 김진홍 대표는 “1989년 창단해 올해가 30주년”이라며 “이삼우 연출, 이선경 작가를 비롯한 단원들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금상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경기 극단 한네의 ‘꽃을 받아줘’가, 서울시장상은 강원 극단 파람불의 ‘고래’가 받았다. 은상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장상은 부산 극단 동녘의 ‘썬샤인의 전사들’, 한국연극협회이사장상은 전북 극단 창작극회의 ‘아부조부’가, 서울시의회 의장상은 제주 극단 가람의 ‘후궁박빈’이,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상은 대전 극단 셰익스피어의 ‘백년의 오해’가 차지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 이후 새 출발을 선언했던 대한민국연극제는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성추문을 일으켰던 극작가 김모씨가 ‘김지훤’으로 개명해 충북 지역 대표로 작품을 낸 것을 1차 심사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고, 뒤늦게 김 씨를 제명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연극제는 1983년부터 개최해왔던 전국 연극제를 2016년부터 확대한 국내 최대 규모 연극축제로, 내년 대회는 6월 11~30일 전남 4개 지역에서 열린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벤스케 서울시향 감독 “음악, 찾아가지 못하는 곳 없어야 한다”

    벤스케 서울시향 감독 “음악, 찾아가지 못하는 곳 없어야 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 오스모 벤스케(66·핀란드) 신임 음악감독이 평양 공연 의지를 포함해 시향 운영 방침을 밝혔다. 시향은 2015년 정명훈 전 음악감독과 박현정 전 시향 대표 사이 불화로 내분을 겪은 뒤 3년 넘게 음악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채 운영해 왔다. 공석을 채울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은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하나 되는 오케스트라’를 강조하면서 ▲‘원팀’ 정체성 확립 ▲세계적 음반회사에서 음반 발매 ▲시향 위상 확립 및 강화 등을 주요 운영 목표로 꼽았다. 그는 “오케스트라는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연주를 잘하느냐를 따지기보다는 각자 가진 재능과 연주 실력으로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감독이 지휘만 하고 단원들은 지시에 맞춰 연주하는 게 아니라 모든 단원들이 동료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최고의 소리를 구현하는 연주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유명 페스티벌 참여를 통한 국제적 명성 확보는 물론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 소외지역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국내 인지도 확보에도 힘쓰겠다”면서 북한 평양 공연에 대해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는 2015년 미국 정부가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발표한 후 미 오케스트라단 중 처음으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쿠바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강은경 시향 대표는 “벤스케 감독은 ‘음악은 전 세계 어디든 찾아가지 못하는 곳이 없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음악을 통한 외교적 기여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지젤’ 내려놓고…78년생 김지영 인생2막

    ‘지젤’ 내려놓고…78년생 김지영 인생2막

    무대를 비추던 조명이 꺼졌다. 객석에는 빨간빛과 분홍빛의 별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다시 조명이 켜지고, 붉은 커튼 사이로 순백의 낭만 발레 드레스(로맨틱 튀튀)를 입은 가녀린 여성이 나왔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 대형 스크린이 켜졌고,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영상을 지켜보던 여성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굵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객석의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보이며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지영! 김지영! 브라보!!”이름보다는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 ‘영원한 지젤’로 불렸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41)이 22년 국립발레단 생활을 마감했다. 쾌청했던 하늘 사이로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던 23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그의 퇴단 공연을 함께하기 위해 찾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오후 7시.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 커튼이 열렸다. 중세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한 시골 처녀가 건장한 체격의 귀족 청년의 구애를 받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가 국립발레단 소속으로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 ‘지젤’의 1막 도입부다. 1997년 당시 가장 어린 나이인 18세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김지영이 1999년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공연이 ‘지젤’이었다. 그는 평소 ‘지젤’을 “숙제 같은 작품”이라고 말해왔다. 만족을 모르는 그는 반복된 연습과 노력으로 김지영이 아닌, 춤추기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진 완벽한 지젤을 완성했고, 2011년 공연 ‘지젤’은 발레단 창단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김지영은 퇴단 공연에 앞서 “1997년 국립발레단의 첫 ‘해설이 있는 발레’의 ‘파키타’로 자신감에 넘쳐 무대에 섰던 소녀가 시간이 흘러 불혹의 나이로 국립발레단과의 마지막 무대에 선다”며 “이 순간을 항상 생각해왔고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고민했었는데, 정작 다가오니 감사한 마음만 쌓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같이 무대에 서며 젊음을 느끼게 해줬던 우리 동료들, 그리고 오늘 이 무대를 준비해주신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님, 오랜 시간 동안 크나큰 사랑을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오늘 제 춤이 여러분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강수진 단장은 “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나로, 단원들의 대표로 어쩌면 무거울 수 있었던 많은 타이틀을 내려놓고 이제는 오직 ‘김지영’으로 자유롭고 더욱 행복하길 응원한다”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지영씨는 발레단 최고의 발레리나”라고 격려했다. 10살 때 발레학원에서 처음 발레를 접한 김지영은 1997년 국립발레단 입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09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 후보까지 오르며 세계무대가 주목하는 발레리나로 거듭났다. ‘국립발레단 대표’라는 무거운 옷을 벗은 김지영은 올가을부터는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또 국립발레단은 떠나지만 은퇴는 아니다. 7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발레 오브 서머 나이트’ 갈라 무대 등 기회가 되는 대로 발레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없는 사람도 같이 살면 안 되나…‘신과함께’ 인간 존엄성을 묻다

    없는 사람도 같이 살면 안 되나…‘신과함께’ 인간 존엄성을 묻다

    “다 같이 살면 안 되나.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다 같이 살면 안 되나.” 하늘과 제일 가까운 동네, 서울 강북의 철거촌 한울동. 오락실에 딸린 작은 방에서 살던 한 독거노인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다. 한울동 사람들은 노인의 장례식에서 ‘다 같이 사는 세상’을 원망하듯 노래한다. 마을 담벼락 위에는 눈에 익은 구호가 적힌 하얀 천막이 걸려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두 편의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며 ‘쌍천만 관객’(총 2668만 7790명)을 동원한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 ‘신과함께’가 4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서울예술단이 전작 ‘신과함께_저승편’에 이어 재해석한 ‘신과함께_이승편’은 공연시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내내 2009년 용산참사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재개발 정책과 철거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지난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신과함께_이승편’ 프레스콜(언론 시연회)에서 창작가무극(뮤지컬)으로 재탄생한 자신의 작품을 처음 본 주 작가는 “원작자인데도 부끄럽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원작은 진짜 끝까지 암울한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안도’의 정서로 바뀌어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면서 “우울한 이야기다 보니 실제로 만화를 그릴 때도 고통스러웠는데, 뮤지컬에서는 여러 가택 신이 사람들을 돌보려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겨 있어 ‘아 나도 이렇게 그릴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시종일관 관객을 향해 ‘다 같이 살면 안 되나’라고 묻는다. 뉴타운 정책으로 들어서는 ‘크고 비싼 집’과 그들을 위해 ‘파괴되는 집’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진다. 원작에 더욱 무거운 메시지를 더한 김태형 연출은 “강남 한복판에서 철거민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당초 다른 공연 일정이 먼저 잡혀 있던 터라 김 연출은 작품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의 마음을 붙잡은 건 ‘공연장’이었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역삼동에서 철거민들이 시위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공연 스케줄을 뒤로 미루고 하겠다고 했죠.”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제작된 원작 ‘신과함께’ 중 이승편은 집에 깃든 신들이 그곳의 사람들을 지켜 준다는 내용의 제주와 경기지역 가택신앙을 바탕으로 그렸다. 여기에 용산참사라는 비극을 녹여 풀었다. 주 작가는 “원작 마지막 부분에 6명의 죽음을 예정하면서 끝을 냈는데, 용산참사 때 철거민 다섯 분과 경찰 한 분이 돌아가신 걸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보다 세상은 나아졌나’ 묻자 그는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그런 일(철거 폭력)은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잊어버리면 (인간성이) 소멸한다고 생각해요. 재조명하면서 잊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출 작업 초반 철거민 이야기 비중을 두고 고민하던 김 연출은 한 언론 보도를 보고 연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씨 얘기였다. 그는 아현2구역 강제집행 이후 3개월 이상 빈집을 전전하며 노숙인 생활을 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유서에는 남겨진 어머니를 위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 남겨져 있었다. 김 연출은 “‘2018년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이 철거 문제로 죽을 수 있구나. 이게 지나간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철거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김 연출은 “인간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고 이해했던 그런 것들이 소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철거와 재개발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누리고 가져야 할 기본적인 존엄성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창작가무극 ‘신과함께_이승편’은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강남 한복판서 울린 “여기 사람이 있다”...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강남 한복판서 울린 “여기 사람이 있다”...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살기 위해서, 함께 살고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싸우고 있죠. 제발, 한번만 도와줘요” 하늘과 제일 가까운 동네, 하늘 아래 한울동 철거촌을 지키는 가택신 ‘조왕신’(송문선)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철거민의 절절한 마음을 이렇게 전한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가득한 무대 왼쪽 구석엔 눈에 익은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여기 사람이 있다” 21일 첫 관객을 맞은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이승편’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는, 더 심화하고 있는 재개발과 철거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두 편의 영화로 제작돼 ‘쌍천만 관객’ 대흥행을 이끈 웹툰 작가 주호민의 원작 ‘신과함께’ 시리즈 중 이승 편을 가무극에 맞게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극의 배경은 서울 강북의 달동네 한울동. 어린 동현(이윤우)은 폐지와 고물 수집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할아버지(박석용)와 함께 산다. 한울동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 철거민들은 이주를 거부한다. 곧 철거용역 회사가 투입하고, 철거민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딱 10년 전 서울 용산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비싼 등록금과 아버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용역업체에서 일을 시작한 박성호(오종혁)는 돈과 양심 사이에서 수 없이 갈등하고, 가택신 대장 성주신(고창석)은 할아버지와 동현이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 감독은 “이 작품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이야기”라며 “사실 스케줄이 안 맞아 연출을 고사하려고 했는데 무대가 LG아트센터라고 해서 하겠다고 했다. ‘강남 역삼동에서 철거민이 시위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 수 있다고?’라고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첫 공연을 지켜본 원작자 주호민 작가는 “창작가무극이 영화보다 좀 더 명징하게 주제에 집중하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라면서 “원작자인데도 부끄럽게 눈물이 나더라. 참느라 고생했다. 서울예술단이 ‘신과함께’ 신화편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함께_이승편’은 29일까지 공연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일제 반출·전쟁 폭격…고려 지광국사탑, 108년 만에 고향 원주로

    일제 반출·전쟁 폭격…고려 지광국사탑, 108년 만에 고향 원주로

    일제의 불법 반출과 한국전쟁 폭격 등 한국 근·현대사 수난을 겪은 고려시대 승탑(僧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08년 만에 고향 원주로 돌아간다.문화재청은 20일 건축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원래 있던 곳인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보 제101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국사(國師) 해린(海麟, 984∼1070)의 승탑으로,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 장식으로 역대 가장 개성적이고 화려한 탑으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원주에서 서울로 옮겨졌다가 이듬해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 이후 경복궁으로 이전됐다가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10여 곳을 떠돌았다. 한국전쟁 중에는 폭격을 받아 파손되는 등 한국사의 고난을 함께 겼었다. 현재 법천사지에는 옛 승탑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으며, 승탑과 함께 조성된 법천사지 지광국사 탑비(국보 제59호)만 그 자리에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지광국사탑을 원주 법천사지로 이전을 결정했으나, 승탑의 원래의 위치에 보호각을 세워 복원하는 방안과 법천사지 내 건립을 추진 중인 전시관 내부로 탑과 탑비를 함께 이전하여 보존·전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존환경이 석탑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와 관계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청년이 구국의 영웅이라고? 기득권 책임을 떠넘기지 마

    청년이 구국의 영웅이라고? 기득권 책임을 떠넘기지 마

    “뭘 보나. 경제를 살리자는데!”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성실한 나라 대한민국에 태어난 국민의 1990년대 시대정신은 역시나 ‘나라 살리기’였다. 그러나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국민의 눈물 어린 노력에도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애국심 넘치는 국민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어른들은 장롱 속 깊이 모셔뒀던 아이들 돌 반지와 금목걸이 등 몇 없는 귀금속을 꺼내 ‘구국 자금’에 보탰고, 학생들은 “나라가 어려운 마당에 외제를 쓰는 것은 매국”이라며 부끄러운 꼬부랑 글씨가 붙은 제품에 작은 태극기를 붙여 이를 가리고 다니며 ‘구국 염원’을 더했다. 국부가 빠져나간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대작 ‘타이타닉’ 안 보기 운동까지 일었다. 대한민국은, 그 국민은 역시 위대했다. 나라의 큰 기업들이 문을 닫긴 했지만 빠르고 슬기롭게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상처는 깊었다. TV 인기 방송에서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반복됐다. IMF를 졸업하고, 두 번째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4년 한국 사회 단면을 보여 주는 유행어다. 일련의 국가적 사태를 거치며 정치권은 늘 손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권력이 언제든지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기업은 세계로 뻗어 나가다가도 하루아침에 문 닫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위기감이 고조된 정치권과 기업, 또 그들과 명운을 함께하는 언론은 구원자로 ‘청년세대’를 주목했다. ‘청년세대’는 정당에 표를 줄 유권자였고, 기업에 지갑을 열 고객이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언론은 저마다 목적을 위해 ‘청년담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88만원 세대’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 ‘세월호 세대’ ‘달관 세대’ ‘촛불 세대’ 등 쏟아지는 청년세대론을 두고 이렇게 지적한다. “많은 ‘청년’ 담론은 청년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청년이라는 이름을 팔아 그 담론을 생산하는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이득을 도모한다”(15쪽). 또 “하늘 아래 같은 청년은 없고, 세대론은 무엇이든 주워 담는 마법의 상자로 활용된다”면서 ‘청년세대’ 담론 대부분이 실제 청년들의 현실을 왜곡·과장하고, 담론을 생산할 힘 또는 권력을 쥔 세력이 풀어야 할 사회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청년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 없잖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해외서 빛난 클래식★ 고국의 여름밤 빛낸다

    해외서 빛난 클래식★ 고국의 여름밤 빛낸다

    세계인의 눈과 귀를 매료시키고 있는 젊은 한국 음악가들이 잇달아 고국의 밤을 수놓는다. 독일 명문 악단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종신수석 플루티스트 조성현(29)에 이어 세계적인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첫 여성 종신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7)이 차례로 한국 클래식 팬들을 찾는다. 두 사람은 모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음악영재 발굴·육성 프로그램 ‘금호영재콘서트’ 출신이다. 20일 서울 연세대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조성현이 ‘금호아티스트-숨´ 무대를 꾸민다. 그는 2013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에 입단해 평소 우상이던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독일 vs 러시아’를 주제로 1부 ‘독일’에서는 바이올린을 위해 작곡된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와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2번을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으로 연주한다. 2부 ‘러시아’ 무대에서는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렌스키의 아리아와 프로코피예프의 플루트 소나타 D 장조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문재원이 조성현의 숨결에 선율을 더한다.7월 4일에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같은 무대에 오른다. 이지윤은 2017년 보수적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이 된 뒤 지난해 5월에는 단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종신악장에 올랐다. 현지 언론은 “400년 역사 속에 한 번도 여성이 이 자리에 오른 적이 없으며, 누구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오른 적은 없었다”면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목소리를 완벽히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윤은 이번 한국 연주회에서는 그의 첫 솔로 앨범에 수록된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안 모음곡을 시작으로 야나체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독일 ARD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벤킴이 호흡을 맞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한민국 뮤지컬 큰 발전의 시작”...카이·김준수·도겸이 그리는 뮤지컬 ‘엑스칼리버’

    “대한민국 뮤지컬 큰 발전의 시작”...카이·김준수·도겸이 그리는 뮤지컬 ‘엑스칼리버’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영화를 극장에서 감동스럽게 본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20년이 지난 이후 대한민국 영화가 최고의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대한민국 뮤지컬이 크게 발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월드 프리미어 개막을 앞두고 무대에 선 주연 배우 카이의 소감에는 그가 ‘엑스칼리버’에서 연기한 아더왕의 고뇌와 야망이 묻어났다.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엑스칼리버’는 첫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 시연회에서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과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로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EMK뮤지컬컴퍼니의 세 번째 작품인 ‘엑스칼리버’는 혼란기에 빠진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뮤지컬 ‘마타하리’ ‘데스노트’ ‘보니 앤 클라이드’ 등을 성공시킨 극작가 아이반 멘첼이 대본을 맡았다. 베테랑 연출가 스티븐 레인이 월드프리미어 연출가로 합류했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고대 영국풍의 켈틱(Celtic)음악으로 작품의 맛을 살린 와일드혼은 “켈틱 사운드로 구성된 플롯과 드럼 연주가 우리를 그 장소와 시간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와일드혼은 카이, 가수 도겸과 함께 아더왕 역에 캐스팅 된 뮤지컬 배우 김준수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김준수를 “코리안 브라더”(Korean brother)라고 칭하면서 “김준수와는 네 번째 협업인데, 아더 역할은 그간 함께 작업한 배역과 달리 굉장히 표현하기 힘든 배역임에도 정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 김준수, 도겸이 스토리를 이끄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에는 뮤지컬 배우 엄기준과 이지훈, 박강현이 아더의 ‘오른팔’ 랜슬럿 역으로 참여해 호흡을 맞춘다. 이복동생 아더로부터 왕위를 되찾으려는 모르가나 역은 신영숙과 장은아가 그려나간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이날 첫 공연을 시작으로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퇴근길 지친 그대여 60분용 공연 어때요

    퇴근길 지친 그대여 60분용 공연 어때요

    평일 장시간 관람 부담 줄여 ‘짧고 굵게’ 차별화 전략 눈길“현대무용은 다른 장르에 비해 공연 시간이 길지 않지만 관객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해 60분이 채 안 되는 55분 정도로 작품을 만드는 게 최근 세계 무용계의 트렌드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7월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초청 신작 ‘쌍쌍’의 공연시간은 60분이다. 이 공연은 ‘쌍쌍’과 함께 모라우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단편 ‘코바’로 구성됐다. 현대무용단이 지난해에 이어 오는 8월 재연하는 안성수 안무가의 ‘스윙’ 역시 공연시간은 65분이다. 관객이 공연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직장인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1시간 공연’을 잇따라 준비했다. ‘9 To 6’ 근무도 그저 꿈인 직장인들에게 평일 저녁 8시 시작해 2~3시간을 훌쩍 넘기는 공연을 즐기기란 더 꿈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무용단 관계자의 설명처럼 직장인들의 고충을 해결한 러닝타임 1시간짜리 공연이 속속 늘어나면서 공연장을 찾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서울의 상습 ‘교통지옥’ 지대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LG아트센터는 일찌감치 지역 직장인들의 고충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센터가 2011년 공연을 시작한 ‘러시아워 콘서트’는 오후 7시에 시작해 이르면 오후 8시 10분이면 끝난다. 오후 6시 퇴근해 1시간가량 공연을 즐기고 나오면 퇴근길 상습 정체구간이 풀려 있어 강남권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즈나 영화음악 위주의 대중적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의 ‘수아레 콘서트’도 퇴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1시간 공연’을 표방한다. ‘수아레’는 프랑스어로 저녁 공연을 의미한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시작해 1시간가량 진행된다. 순수예술 장르도 ‘1시간짜리 공연’을 내놓고 있다. 클래식이나 무용 등의 전막 공연을 어려워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문턱을 낮추고, 대형 공연들의 흥행 경쟁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획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무대에 올랐던 국립발레단의 갈라쇼 ‘댄스 인투 더 뮤직’의 러닝타임은 인터미션(쉬는 시간) 없이 70분으로 구성됐다. 주요 레퍼토리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짧고 굵게’ 공연을 즐기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예술의전당이 매달 선보이는 ‘아티스트 라운지’는 공연시간이 대체로 인터미션 없이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다. 가격도 1만원으로 저렴하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전 11시 열리던 공연을 2017년 7월부터 저녁시간대로 옮겼다. 낮 공연을 의미하는 ‘마티네’를 ‘수아레’로 바꾼 것으로, 각종 공연장에서 ‘마티네 콘서트’가 경쟁적으로 생기자 시간대를 옮기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프로그램도 소품이나 단악장 위주로 무겁지 않게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박진영·이상은 등 2명의 첼리스트가 선보인 3월, 테너 임형주와 바리톤 박성준 등 남성 성악가들로만 꾸민 5월, 색소포니스트 한기원과 피아니스트 최영민의 6월 등 매월 공연은 새롭게 구성하면서도 공연시간은 70분으로 늦은 귀가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주부나 학생 등이 주된 관객층일 수밖에 없는 낮 공연과 달리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기며 직장인으로까지 관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단독] 한국 언론 신뢰도, 4년 연속 부동의 꼴찌

    [단독] 한국 언론 신뢰도, 4년 연속 부동의 꼴찌

    세계 주요 38개국에서 진행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로 나타났다. 한국 언론은 2016년 해당 조사에 처음 포함된 뒤부터 4년 연속 신뢰도 최하위라는 불명예에 빠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13일 공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22%로 38개국 가운데 맨 뒷자리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는 38개국의 7만 5000여 명이 응답했고, 한국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식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2035명이 조사에 응했다.이번 조사에서 자국에서 보도되는 뉴스 ‘대부분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평균은 42%로 한국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핀란드는 신뢰도 59%로 해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고, 포르투갈(58%), 덴마크(57%), 네덜란드(53%), 캐나다(52%) 순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반면 한국은 2016년부터 올해 조사까지 20% 초반 신뢰도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신뢰도 35%였던 프랑스가 1년 만에 11%p 하락하며 38개국 중 37위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로 촉발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로 프랑스 내 정치와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면서 프랑스 국민들의 언론 신뢰도도 대폭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완(28%)과 헝가리(28%), 그리스(27%) 등도 언론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