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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로 쓰러지는 아이들… 부모의 자녀 체벌 법으로 막는다

    학대로 쓰러지는 아이들… 부모의 자녀 체벌 법으로 막는다

    ‘부모 징계권’을 ‘체벌권’으로 잘못 인식 최근 5년간 학대당한 아이 132명 숨져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첫 ‘징계권’ 수정 몽골·네팔·日 등 자녀 체벌금지 명문화 “훈육 차원이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 부모들은 언제나 자신의 폭력행위를 ‘훈육’이라고 포장해 왔다. 지난 4일 천안의 9살 초등학생 A군은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 B(43)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히는 ‘훈육’을 받은 끝에 심폐정지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에서는 계부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달아나는 9살 여자아이를 한 시민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 기름을 부었다. 계부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을 안 듣고 거짓말을 해 때렸다”고 진술했다. 명백한 범죄임에도 훈육이나 가정교육의 방식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국가 감시망의 사각지대로 존재해 온 부모의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법무부는 10일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민법 915조 징계권 관련 법제 개선 및 체벌금지 법제화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이 수정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아동단체들은 해당 조항의 ‘징계권’이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허용하는 ‘체벌권’으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도 많아 징계권 삭제를 요구해 왔다. 이에 법무부는 해당 조항을 아예 삭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친권자 권리의무가 담긴 913조에는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시된다.법무부 관계자는 “민법상 징계권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만 해석하는데, 그 범위에는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통념을 벗어나는 체벌은 이미 아동보호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금지 및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2명의 아동이 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 “위기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2018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중학생 아들을 나무라며 뺨을 1회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호자에 대해 당시 법원은 “아들을 훈계하기 위한 징계권 행사 범위 내에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훈육’을 이유로 했더라도 체벌의 정도가 사회 통념을 벗어나고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은 대부분 아동학대로 판단해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민법 915조 자체가 실제 판결에서 많이 인용되거나 사용되지 않는 낯선 조항”이라면서 “민법에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문제를 법률화해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의 경우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중심으로 자녀 체벌 금지를 명문화했다. 2020년 현재 59개 국가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녀 체벌 금지를 규정한 개정 아동복지법이 올해 4월부터 발효됐다. 법무부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몽골과 네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네 번째 국가가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아동인권 전문가 및 청소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개정 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미혼부, 엄마 서류 없이 신고 허용”… 대법 ‘출생등록권’ 첫 인정

    “미혼부, 엄마 서류 없이 신고 허용”… 대법 ‘출생등록권’ 첫 인정

    난민 신분의 외국인 어머니가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는 미혼부의 아동 출생신고 요건을 간소화한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 ‘사랑이법’에 대한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한 것으로, 기존에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던 아동과 부모들도 구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는 A씨가 사실혼 관계인 중국 국적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신고를 허가해 달라며 낸 신청사건에서 이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 주지 않는다면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2013년 6월 귀화 허가를 받은 중국 국적 여성 B씨와 국내에서 사실혼 관계를 맺고 생활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 자녀를 출산한 뒤 곧바로 관할청에 출생등록을 신청했지만 B씨의 중국 여권 무효화로 출생신고에 앞서 등록해야 할 혼인신고부터 막혔고 결국 아이의 출생등록도 거부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법원 “사무장병원 의사에게 요양급여 전액 징수는 부당

    대법원 “사무장병원 의사에게 요양급여 전액 징수는 부당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개원한 ‘사무장병원’에 이름을 빌려준 의사로부터 불법행위 가담 등을 따지지 않고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A씨는 사무장병원의 개설 명의인이자 병원장으로 근무했다. 공단은 2013년 A씨가 사무장인 B씨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며, 그 기간에 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약 51억원을 징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사무장병원에서 일하게 됐는지 몰랐으며, 해당 병원이 사무장에 의해 개설됐다고 하더라도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았고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했다고 반발했다. 또 자신은 급여만 받았을 뿐 요양급여비용인 51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며, 징수처분으로 파산에 이르게 돼 공단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개설한 요양기관은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고,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될 수 없는 비용인데도 지급된 경우에는 이를 원상회복시키는 처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비슷한 취지로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무장병원의 개설과 운영 과정에서 A씨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은 채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얻은 이익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개설 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라면서 “이런 사정을 고려해 부당이득징수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檢 “영장기각 아쉬워… 법·원칙따라 수사에 만전”

    檢 “영장기각 아쉬워… 법·원칙따라 수사에 만전”

    11일 부의심의위원회 열어 안건 논의 불기소 의견에도 기소 땐 양형에 영향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기소에 자신감을 보여온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기소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될 전망이다. 2018년 12월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7개월가량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우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민간 법률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삼성 측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적법성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왔다. 검찰은 삼성 측의 두 행위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불법행위로 봤고, 삼성 측은 정당한 경영 활동이라고 맞서왔다. 50차례 가까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장기화한 수사 끝에 수사팀이 최근 이 부회장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로 답을 정해놓고 상황을 짜맞춰 가는 검찰이 아닌 민간 법률전문가의 판단을 받고 싶다”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는 관련 규정대로 진행한다면서도 지난 4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심의위 무력화를 위한 영장 청구’라는 반발도 샀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민간 위원 250명 중 무작위 선별된 15명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기소 필요성 등을 판단하게 된다. 수세에 몰린 이 부회장으로서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만약 이번에 법원이 이 부회장 등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구속을 결정했다면, 이번 사안에 대한 법원의 1차적 판단이 나온 것이어서 수사심의위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수사심의위는 소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 과반 찬성 의견이 나오면 수사심의위로 이어지고, 심의위는 수사와 기소의 적절성 등에 대한 의견을 내게 된다. 심의위 의견이 수사에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총장과 주임검사는 이 의견을 존중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이는 이후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과 양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법원 “李 위법성 있지만 불구속 재판”… 법조계 “檢·삼성 무승부”

    법원 “李 위법성 있지만 불구속 재판”… 법조계 “檢·삼성 무승부”

    검찰은 자신하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불발됐고,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인신 구속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역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형국이다. 이번 영장 기각은 ‘적법 경영’을 주장하던 이 부회장에 대해 ‘위법성이 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재판을 통해 죄의 유무를 가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원 판단이 어느 쪽도 승자로 구분할 수 없는 무승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범죄행위로 본 검찰과 ‘정당한 경영 행위’라고 맞서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문은 이 부회장의 인지와 지시 여부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 심문에만 8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됐다. 검찰이 범죄혐의로 적시한 주요 대목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분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음에도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역시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이 같은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을 내렸다는 게 이번 수사의 골자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방안과 이 부회장 보고 및 수정사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이런 내용을 총망라한 사내 기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G’ 등을 앞세워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논리를 기업 경영 논리로 맞바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기업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삼성 측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검토·점검한 게 프로젝트G일 뿐”이라면서 “이 부회장은 해당 문건의 존부 자체를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맞섰다.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과 함께 이날 오후 9시 20분쯤 법정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심문 이후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이날 진술 등을 토대로 장시간 법리 검토를 진행한 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명 전원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라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이재용 운명 가른 ‘프로젝트G’… “불법 지휘” “적법 경영” 팽팽

    이재용 운명 가른 ‘프로젝트G’… “불법 지휘” “적법 경영” 팽팽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또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간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에 도착했다. 심문이 열릴 321호 법정 앞에는 국내 언론은 물론 AP·AFP 등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한국 재계 1위 그룹의 실질적 총수를 기다렸다. 굳은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바닥에 노란색으로 표시한 포토라인에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최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은 이 부회장에 이어 도착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에 대한 심문은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 순서로 심리를 이어 갔다.검찰이 범죄혐의로 적시한 대목은 크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분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음에도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역시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이 같은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을 내렸다는 게 이번 수사의 골자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1년 7개월가량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 가운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방안과 이 부회장 보고 및 수정사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이런 내용을 총망라한 사내 기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G’ 등을 앞세워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수사와 영장 청구를 “기소를 전제로 한 짜맞추기 수사”라면서 검찰 수사 논리를 기업 경영 논리로 맞바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기업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프로젝트G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각종 기업 규제 법안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전략을 모은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이 이번 수사에 반발하며 검찰에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은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에게서 의견서를 넘겨받아 우선 부의심의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이재용 기각] 무승부로 끝난 영장심사…수사심의위가 변수로

    [이재용 기각] 무승부로 끝난 영장심사…수사심의위가 변수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기소에 자신감을 보여온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기소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될 전망이다.2018년 12월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7개월가량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우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민간 법률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삼성 측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적법성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왔다. 검찰은 삼성 측의 두 행위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불법행위로 봤고, 삼성 측은 정당한 경영 활동이라고 맞서왔다. 50차례 가까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장기화한 수사 끝에 수사팀이 최근 이 부회장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로 답을 정해놓고 상황을 짜맞춰 가는 검찰이 아닌 민간 법률전문가의 판단을 받고 싶다”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는 관련 규정대로 진행한다면서도 지난 4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심의위 무력화를 위한 영장 청구’라는 반발도 샀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민간 위원 250명 중 무작위 선별된 15명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기소 필요성 등을 판단하게 된다. 수세에 몰린 이 부회장으로서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만약 이번에 법원이 이 부회장 등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구속을 결정했다면, 이번 사안에 대한 법원의 1차적 판단이 나온 것이어서 수사심의위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수사심의위는 소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 과반 찬성 의견이 나오면 수사심의위로 이어지고, 심의위는 수사와 기소의 적절성 등에 대한 의견을 내게 된다. 심의위 의견이 수사에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총장과 주임검사는 이 의견을 존중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이는 이후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과 양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이재용 기각] “재판에서 충분히 심리해야”…기소 후 재판 장기화 전망

    [이재용 기각] “재판에서 충분히 심리해야”…기소 후 재판 장기화 전망

    검찰은 자신하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불발됐고,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인신 구속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역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형국이다. 이번 영장 기각은 ‘적법 경영’을 주장하던 이 부회장에 대해 ‘위법성이 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재판을 통해 죄의 유무를 가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원 판단이 어느 쪽도 승자로 구분할 수 없는 무승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범죄행위로 본 검찰과 ‘정당한 경영 행위’라고 맞서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문은 이 부회장의 인지와 지시 여부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 심문에만 8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됐다. 검찰이 범죄혐의로 적시한 주요 대목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분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음에도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역시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이 같은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을 내렸다는 게 이번 수사의 골자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방안과 이 부회장 보고 및 수정사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이런 내용을 총망라한 사내 기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G’ 등을 앞세워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논리를 기업 경영 논리로 맞바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기업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일성신약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삼성 측의 범죄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 측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검토·점검한 게 프로젝트G일 뿐”이라면서 “이 부회장은 해당 문건의 존부 자체를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맞섰다.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과 함께 이날 오후 9시 20분쯤 법정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심문 이후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이날 진술 등을 토대로 장시간 법리 검토를 진행한 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명 전원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라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호화 변호인단 앞세운 이재용 vs ‘프로젝트 G’ 들이민 검찰

    호화 변호인단 앞세운 이재용 vs ‘프로젝트 G’ 들이민 검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적법성 쟁점 檢 “승계 위해 주가·회계 조작” 판단 李 “정상적 범위 내의 경영 판단” 주장 檢 ‘옛 미전실’ 최지성·김종중에도 영장승계 구상 ‘프로젝트G’ 증거로 내놓을 듯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놓고 1년 7개월가량 수사를 이어 온 검찰의 칼끝은 결국 삼성그룹의 총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향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나와 자신의 구속을 막기 위해 항변해야 하는 이 부회장은 검찰의 기업수사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검찰 ‘특수통’ 출신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적법한 범위 내의 경영 판단이었는지, 이후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적법했는지 등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가조작이 이뤄졌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회계도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모든 범죄 의혹에 대해 “정상적 범위 내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 기류에 대해서도 “검찰이 기업 경영 행위에 대해 기소라는 답을 정해 놓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수사 자체가 검찰 인지수사가 아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때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며 2018년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가치를 4조 5000억원 늘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증선위 고발을 토대로 그해 12월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는 곧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넘어 삼성 합병과 이 부회장 승계 과정의 연관성 규명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공통적으로 적용했다. 특히 최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일명 ‘프로젝트G’라는 시나리오를 구상, 실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법원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수사와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측은 검찰이 혐의 입증 증거로 제시할 ‘프로젝트G’에 대해서도 “당시 삼성을 비롯한 기업 규제 법안에 대한 기업 체질 전환 방안을 적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이 부회장 개인 변호인단에는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최윤수(22기)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합류해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되며 영장 발부 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치소 입감 절차가 진행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법서라] 바짝 벼린 검찰의 창과 이재용의 비브라늄 방패

    [법서라] 바짝 벼린 검찰의 창과 이재용의 비브라늄 방패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 이야기를 풀어 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할 수만 있다면 서초동 쇠톱으로 인사 발령장을 5등분 해 파쇄하고 싶습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을 출입처 삼아 오가면서도 이웃한 검찰청·법원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수학 공식처럼 틀리는 법이 없었고, 불의(?)의 인사는 공연을 담당하던 문화부 기자를 다시 잿빛 가득한 검찰청 기자실로 소환했습니다. 약 5년 만에 돌아온 이 ‘개미지옥’ 같은 출입처는 역시 현안을 찬찬히 뜯어볼 사치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삼바 사건’으로 부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이야기입니다. ●검찰, 4일 오전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 사회부 법조팀으로 인사발령 이틀째인 지난 4일 오전 11시 50분. 점심 자리로 향하던 길에 한 통의 문자 메시지 알림이 울렸습니다. 삼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핵심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전날 언론이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의 수사 타당성을 민간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낸 직후 나온 소식이라 곧 ‘삼성과 검찰의 심리전’, ‘삼성의 승부수에 검찰의 결정구’ 등의 구도로 묘사되기 시작했습니다. 분식회계와 시세조정, 콜옵션 등의 복잡한 개념이 얽힌 범죄 혐의 설명에 앞서 이번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부회장이 검찰에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필요성 및 결과의 적법성 등을 검찰이 아닌 민간 법률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제도로, 문무일 검찰총장 때인 2018년 검찰개혁의 한 방안으로 도입됐습니다. 수사와 기소의 독점적 권한을 가진 검찰이 아닌 민간의 시각을 반영해 주요 사건을 더욱 투명하게 처리하고 검찰을 향한 국민 신뢰를 높인다는 게 이 제도의 도입 취지입니다.애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은 완강히 부인하며 ‘적법한 범위 내의 경영적 판단’을 주장해온 이 부회장으로서는 검찰의 기소 기류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제도인 셈입니다. 자신과 삼성 측의 경영적 판단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기소로 기울고 있는 검찰의 시각에서 벗어나 250명의 민간 위원 중 무작위로 뽑히는 15명의 심의위원에게 이번 수사와 기소 등의 적법성 판단을 받겠다는 게 이 부회장 측의 요구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이런 사실은 하루가 지난 3일 검찰 출입 기자들과 삼성 그룹사 출입 기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또 하루가 지난 4일 검찰은 법원에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변경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검찰은 세 사람에게 자본시장법 위반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추가했습니다. 앞서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 부회장의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재용 측 “수사심의위 무력화” 반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당장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습니다.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 수사심의위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사건을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삼성 측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위해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져버렸다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지적을 ‘억측’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검찰 측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지난달 29일까지 두 차례의 이 부회장 소환조사에서 주요 내부 진술과 물증에도 이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하자 이후 회유 등을 통한 진술 오염(번복)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을 통한 신병확보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에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 재가가 났고, 수사팀은 3일 오전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정식 통보를 받고 법원에 청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즉 수사심의위 소집 무산을 위한 ‘반격’이 아니라 수사팀의 호흡에 따른 영장청구라는 것입니다.결국 이 부회장과 삼성의 운명은 다시 법정으로 넘어갔습니다. 사건 기소에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이 부회장의 ‘방패’도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이 부회장의 ‘비브라늄 방패’ 이 부회장의 호화 변호인단 중에서도 특히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이동열(22기)·최윤수(22기) 세 변호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정계와 재계 수사에 특화된 검찰 특수부 조직을 이끌었던 ‘특수통’ 검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장과 원전비리 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등을 거쳤습니다. 이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중앙지검 특수1부장, 중앙지검 특수부 등을 총괄하는 3차장을 지냈습니다. 최 변호사 역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과 중앙지검 3차장,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을 역임했습니다.여기에 대검 중수부장 출신 최재경(17기) 변호사도 지난 4월 삼성전자 법률 고문으로 합류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조직에서도 굵직한 사건만 전담해온 ‘수사의 달인’들이 이제는 현직 정예 수사팀에 맞서 의뢰인을 보호하는 상황입니다. 변호인들의 화려한 경력 덕분에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을 두고 ‘비브라늄 방패’라는 비유까지 나옵니다. 비브라늄은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물질로 외부 충격을 흡수하면서 더욱 강해지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이 부회장답게 최강의 변호인단을 꾸렸고, 검찰 역시 변호인단의 방어 논리를 깨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의 기세는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1년 7개월가량 이재용과 삼성이라는 거물을 상대로 수사하면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진술을 탄탄히 쌓았고, 기소를 두고도 수사팀은 물론 최상층부인 윤 검찰총장까지 반대의견 없이 똘똘 뭉쳐 있기 때문입니다. 현직 최고 수사력을 자랑하는 검사들이 대거 투입된 점 역시 자신감의 원천입니다.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수사했던 이복현(32기) 부장검사가 수사팀을 이끌고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삼성 합병 관련 의혹을 팠던 김영철(33기) 부장검사가 수사팀에 합류했습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맡아온 최재훈(35기) 부부장 검사도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1차전을 벌입니다.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수사팀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수사 필요성과 함께 그간 수집한 증거 일부를 공개하게 됩니다. 변호인단 역시 풍부한 기업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검찰 측의 공격과 이를 무력화할 법적 논리를 하나하나 직조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운명을 가를 법원 판단은 이르면 이날 밤늦게 나올 예정입니다. 구속과 기각 중 어떤 결정이 나오든 검찰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중 한쪽이 입을 후폭풍은 클 전망입니다. 마치 마블 영화 속에서 토르의 망치로 캡틴 로저스의 방패를 때렸을 때처럼 말입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법원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182억원 보수 증액은 부당”

    대법원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182억원 보수 증액은 부당”

    선종구(73) 전 하이마트 회장이 재직 당시 회사에서 받은 보수 증액분 182억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선 전 회장은 이번 판결이 파기환송심 등을 통해 확정되면 증액분 전액을 다시 회사 측에 반환해야 한다.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롯데하이마트가 선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선 전 회장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롯데하이마트는 선 전 회장 재직 당시인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정상적인 절차 없이 보수가 큰 폭으로 증액됐다며 부당 증액분 182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실제 2005~2007년 약 19억원 규모였던 선 전 회장의 연봉은 2008~2010년 55억원 규모로 크게 올랐다. 롯데하이마트는 또 선 전 회장이 회사에 그림을 8000만원에 매도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거래임에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선 전 회장의 배우자를 위한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회사 자금으로 월급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운전기사 급여 8800만원 반환 소송도 함께 냈다. 선 전 회장은 1998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회사 이사로 근무했지만 퇴직금 52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맞섰다. 1심은 “보수지급이 적법한 근거를 갖고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에게 보수 결정 및 지급에 관한 법령·정관상 임무 해태의 고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선 전 회장의 퇴직금 청구도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그림 매매행위, 배우자 운전기사 급여 등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선 전 회장이 요구한 퇴직금에서 그림값과 운전기사 급여 등을 제외한 5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대부분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선 전 회장의 보수 중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증액분 14억원은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결의가 없었다며 1심에서 지급을 명한 퇴직금 51억원에서 14억원을 뺀 37억원 지급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주주총회에서는 연간 보수 총액의 한도만 승인했을 뿐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 지급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원심이 이사의 보수 청구권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선 전 회장의 퇴직금, 그림값과 선 전 회장 배우자 운전기사 급여 반환 등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李 히든카드 ‘수사심의위’ 영장 발부땐 소집 안 될 듯

    李 히든카드 ‘수사심의위’ 영장 발부땐 소집 안 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민간 전문가들이 판단해 달라”며 제출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는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히든카드’였다. 검찰 기소가 임박하면서 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간을 벌고, 유리한 여론전도 펼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이 부회장 측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일정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무관하게 예정대로 진행된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부의심의위원회 구성 등 규정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다음주 중 수사심의위 소집을 위한 ‘검찰시민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15명 위원 중 과반 찬성으로 부의가 결정되면 이 부회장이 바라는 대로 수사심의위가 열린다. 수사심의위는 민간 법률 전문가 집단 250명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이 부회장 관련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관건은 결국 법원의 판단이다. 수사심의위 전 단계인 시민위 개최 열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8일 이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먼저 열리면서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법원이 이 부회장 범죄 혐의를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만큼 시민위원회에서도 수사심의위 개회를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적법한 범위 내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이 시민위원회에서 더 힘을 얻을 전망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울연극제 대상에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서울연극제 대상에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지난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치러진 제41회 서울연극제 대상에 극단 수의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가 선정됐다. 작품은 40년 역사를 뒤로하고 폐관을 앞둔 단관 극장 레인보우 시네마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일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두고 “학교폭력과 노부모 부양, 성 소수자 등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다루며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해 아쉬움을 잘 표현했다. 연극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작품을 맡았던 구태환 연출은 “서울연극제 참가만도 영광인데 큰 상을 받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코로나19에도 끝까지 연극제를 안전하게 마무리해 준 서울연극제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수상은 재일동포의 삶을 그린 극단 실한의 ‘혼마라비해?’, 서로의 삶을 갈망해 ‘자리 바꾸기 게임’을 해보는 프로덕션 IDA의 ‘환희 물집 화상’에 돌아갔다. 연기상은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 심청 역을 맡았던 김정민, ‘피스 오브 랜드’의 유한마담 역 등을 연기한 나은선,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조한수 역의 박윤희, ‘환희 물집 화상’에서 에이버리 역을 한 이지혜가 받았다. 연출상은 ‘죽음의 집’의 윤상호 연출이 수상했다. 5월 2일 개막한 제41회 서울연극제에서는 8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객석제가 유지됐으나 총 80회 공연 중 42회가 매진되며 침체한 공연계와 관객 갈증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땀 젖은 무대… 이달도 눈물 젖는다

    땀 젖은 무대… 이달도 눈물 젖는다

    5월 공연 매출 전달의 두배로 껑충 6월도 회복 기대했지만 다중시설 집합 금지에 뮤지컬 대작들 줄줄이 취소·연기 국립발레단·무용단 공연…오케스트라 연주까지뮤지컬 대작이 대거 무대에 오르는 6월을 기점으로 긴 침체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던 공연계가 또다시 시름에 빠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오는 14일까지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하자 공연 취소 및 연기도 줄을 잇고 있다. 5월 공연계 전체 매출액은 112억 3846만원으로, 전월 47억 1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지만 코로나19 재점화로 완벽한 회복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대면 공연을 추진해 온 국공립 예술단체와 극장들은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다시 문을 닫았다. 지난달 28일 이미 음악극 ‘김덕수전’을 무대에 올린 세종문화회관은 개막 당일 공연만 관객을 맞았고, 29일 공연은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긴급 대체했다. 애초 공연은 31일까지로 예정됐지만 나머지 2회차는 안 하기로 했다. 더 큰 타격은 하반기 공연계 기대작 중 하나인 뮤지컬 ‘모차르트!’의 개막 연기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출신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아 김준수와 박은태, 박강현, 신영숙, 김소현 등 스타 배우들이 이름을 올리며 공연시장 정상화를 이끌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세종문화회관은 이 공연을 오는 11일 대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14일까지 6회 공연을 취소하고 개막일을 16일로 옮겼다. 다만 그간 국공립 공연장이 유지해 온 객석을 한 칸씩 띄워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 자체 기획 공연과 달리 공연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작품이라 거리두기 좌석제를 강제하기 어렵고, 대극장 공연이어서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을 받으면 적자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긴 코로나19 휴관을 끝내고 대면 공연을 펼칠 예정이던 국립발레단은 올해 시즌 첫 정기공연 ‘지젤’을 잠정 연기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관객과 다시 만날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공연이 잠정 연기돼 안타깝다”면서 “이후 재개 여부와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조율하겠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군 복무 중인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출연으로 예매 열기가 뜨거운 뮤지컬 ‘귀환’은 지난 2월 지방 공연에 이어 이달 서울 재공연도 코로나19 피해를 입게 됐다. ‘귀환’은 오는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16일로 미뤘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초연한 ‘귀환’은 올해 1월 말부터 국내에도 코로나19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2월 중 예정됐던 경기 고양과 안산 공연을 취소했다. 이 밖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낭만의 해석Ⅰ’(3일 예술의전당), 국립무용단 ‘제의’(5~7일 LG아트센터) 등도 취소됐고 지난달 22일 개막한 정동극장의 ‘아랑가’는 14일까지 공연을 중단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울시향 #여러분덕분에…오늘 온라인 콘서트 개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하는 정기 음악회를 무관중으로 온라인 생중계한다. 연주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무대 위 거리두기’도 시행한다. 애초 서울시향은 지난 6일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번 연주회를 오프라인 정기 공연인 ‘2020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소재 클럽발 ‘n차 감염’의 지속적 확산과 대형병원 의료진 감염 등 다중이용시설의 지역사회 감염 사례 등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로 변경했다. 예정했던 연주곡도 전면 수정했다. ‘#여러분덕분에’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기존 100명 안팎의 대규모 편성 대신 최대 50명의 단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할 수 있는 곡들로 꾸렸다. 서울시향은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스트라빈스키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 본 윌리엄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으로 구성을 바꿨다. 지휘는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맡는다. 벤스케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을 통해 “백신이 개발되거나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기 전까지, 콘서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며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100~200명 사람들이 한 번에 무대에 오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므로 말러 교향곡과 같은 대규모 작품 대신에 소규모 앙상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약 70분간 진행되며 서울시향 유튜브와 페이스북, 서울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함께 연주하고 함께 기도 함께 코로나 극복 … 자가격리 마다않은 용재 오닐의 처연한 위로

    함께 연주하고 함께 기도 함께 코로나 극복 … 자가격리 마다않은 용재 오닐의 처연한 위로

    “투데이 이스 베리 ‘특별한’ 데이 투 미. 디토 체임버스에게 큰 박수 부탁드려요.” 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는 일은 드물다. 연주자가 악기가 아닌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금기나 되는 것처럼. 두 시간 가까이 음악성 짙은 연주로 고조된 현장 분위기와 악흥을 일순간 깨버릴까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이례적으로 마이크… 후배·동료와 협주 첫 앙코르 연주를 마친 연주자는 거친 숨을 내쉬며 영어에 우리말을 뒤섞어 말을 이어 갔고, 검은 마스크를 한 탓에 목소리가 다소 갑갑하게 전달됐음에도 청중으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연주자가 숨을 고르는 구간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속에 열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2)의 연주회는 지긋지긋한 감염병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처연한 위로였다. 오후부터 굵은 빗방울이 반복됐던 26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 입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아직 여전한 감염병의 위험과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112일 만에 문을 연 공연장을 찾았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 2월 5일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정부의 위기단계 ‘심각’ 격상보다 선제적으로 휴관에 들어갔다. 이날 공연장 측은 입구에서부터 1m 간격으로 대기선 표시를 했고,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도 직원들의 안내와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마스크 착용,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한 본인 확인 및 문진표 작성, 비접촉식 체온 확인, 손 세정 등의 단계를 거쳐야 공연장 내 착석이 가능했다.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진행된 탓에 전체 723석 중 340석만 입장이 허용됐지만, 1~2층 가능한 객석은 모두 찼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용재 오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이달 초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고, 올해 예정됐던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공연 또한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한 위로를 주고 싶다”며 한국을 찾았다. 애초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의 독주회로 예정됐지만, ‘당신을 위한 기도’(Pray for You)로 공연명을 바꾸고 연주 프로그램과 협연자도 모두 용재 오닐이 직접 변화를 줬다. 프랑스 연주곡들로 구성됐던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마왕’, 오펜바흐 ‘재클린의 눈물’,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등 총 11곡으로 채웠다. 무대는 평소 용재 오닐이 “가장 아끼는 후배”라고 소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5)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36), 용재 오닐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시간을 꾸몄다. 앙코르 연주로 동요 ‘섬집 아기’와 2015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흑인교회 총기 난사 희생자 장례식에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할 때에는 마스크 위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거리두기 좌석제… 700석 중 절반 입장 ‘섬집 아기’ 연주 후 용재 오닐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와주신 여러분은 매우 용감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죠. 저는 여러분이 그리울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리뷰]검은 마스크를 쓴 비올리스트의 처연한 위로…리처드 용재 오닐 ‘기도’

    [리뷰]검은 마스크를 쓴 비올리스트의 처연한 위로…리처드 용재 오닐 ‘기도’

    “투데이 이스 베리 ‘특별한’ 데이 투 미. 디토 체임버스에게 큰 박수 부탁드려요.” 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는 일은 드물다. 연주자가 악기가 아닌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금기나 되는 것처럼. 두 시간 가까이 음악성 짙은 연주로 고조된 현장 분위기와 악흥을 일순간 깨버릴까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첫 앙코르 연주를 마친 연주자는 거친 숨을 내쉬며 영어에 우리말을 뒤섞어 말을 이어갔고, 검은 마스크를 한 탓에 목소리가 다소 갑갑하게 전달됐음에도 청중으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연주자가 숨을 고르는 구간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속에 열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2)의 연주회는 지긋지긋한 감염병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처연한 위로였다. 오후부터 굵은 빗방울이 반복됐던 26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 입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아직 여전한 감염병의 위험과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112일 만에 문을 연 공연장을 찾았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 2월 5일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정부의 위기단계 ‘심각’ 격상보다 선제적으로 휴관에 들어갔다. 이날 공연장 측은 입구에서부터 1m 간격으로 대기선 표시를 했고,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도 직원들의 안내와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마스크 착용,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한 본인 확인 및 문진표 작성, 비접촉식 체온 확인, 손 세정 등의 단계를 거쳐야 공연장 내 착석이 가능했다.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진행된 탓에 전체 723석 중 340석만 입장이 허용됐지만, 1~2층 가능한 객석은 모두 찼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용재 오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이달 초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고, 올해 예정됐던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공연 또한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한 위로를 주고 싶다”며 한국을 찾았다. 애초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의 독주회로 예정됐지만, ‘당신을 위한 기도’(Pray for You)로 공연명을 바꾸고 연주 프로그램과 협연자도 모두 용재 오닐이 직접 변화를 줬다. 프랑스 연주곡들로 구성됐던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마왕’, 오펜바흐 ‘재클린의 눈물’,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등 총 11곡으로 채웠다.무대는 평소 용재 오닐이 “가장 아끼는 후배”라고 소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5)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36), 용재 오닐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시간을 꾸몄다. 앙코르 연주로 동요 ‘섬집 아기’와 2015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흑인교회 총기 난사 희생자 장례식에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할 때에는 마스크 위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섬집 아기’ 연주 후 용재 오닐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와주신 여러분은 매우 용감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죠. 저는 여러분이 그리울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노동자의 삶, 매일이 절벽 끝…내가 있는 곳이 高空이다

    노동자의 삶, 매일이 절벽 끝…내가 있는 곳이 高空이다

    426일 최장 고공농성 ‘파인텍’ 배경 땅 복귀 뒤 더 처절한 가족의 삶 담아“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하 소극장을 빠져나와 밤거리를 밝히는 빛이 보이는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100분 남짓 이어진 작품은 끔찍하게 현실적이었고, 간간이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너무 처절해서 더욱 슬펐다.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는 모든 일상이 벼랑 끝인 노동자들의 삶을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 왔다. 이야기는 426일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을 쓴 ‘파인텍 농성’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섬유회사 스타플렉스의 자회사 파인텍 소속 노동자들은 2017년 11월 모회사의 공장 가동과 노동자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을 이어 왔다. 이 농성은 지난해 1월 11일 노사의 극적 교섭을 통해 일단락됐다. 작품은 고공 농성자가 땅으로 내려온 이후의 삶을 그렸다. 남편이 굴뚝 위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동안 아내 정화는 마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두 아이를 키우며 또 다른 한국 노동 현실 속에 있었다. 무대의 배경은 ‘수입맥주 4캔 만원’ 광고 문구와 작동하지 않는 가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된 편의점뿐이다.배우들은 정화와 굴뚝에서 내려와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만의 독방 속에 갇혀 사는 남편과 어린 두 아이의 삶이 걸린 정화의 편의점 안과 밖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굴뚝이 있는 공장이나 극한 대치 상황을 벌이는 노사 분규의 현장은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 투쟁을 펼친 남편은 정작 자신만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깊은 우울증에 시달린다. 낮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서, 밤에는 배달 일을 하는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보람은 떼인 추가 임금을 받기 위해 정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정화는 보람이 준 체불임금 관련 서류를 점장에게 전하지 않고 망설인다. 이런 사정을 모두 다 아는 점장은 정화를 중간 관리직인 ‘매니저’로 높여 부르며 월급을 인상하고 편의를 봐줄 테니 보람의 일은 모른 척하라고 압박한다. 정화네의 어려운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방문 학습지 교사 선영은 지국장의 회비 수령 독촉에도 석 달치 회비가 밀린 정화에게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정화와 보람, 선영은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한국 노동계의 현실을 표출한다.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사 “이게 마지막이야”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반복하는 자본가, 노동자를 지켜 주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그리고 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팍팍한 노동자의 삶을 의미한다. 이달 31일까지 편의점 불을 켜 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리뷰]모든 일상이 벼랑 끝인 노동자의 삶…연극 ‘이게 마지막이야’

    [리뷰]모든 일상이 벼랑 끝인 노동자의 삶…연극 ‘이게 마지막이야’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하 소극장을 빠져나와 밤거리를 밝히는 빛이 보이는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100분 남짓 이어진 작품은 끔찍하게 현실적이었고, 간간이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너무 처절해서 더욱 슬펐다.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는 모든 일상이 벼랑 끝인 노동자들의 삶을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 왔다.이야기는 426일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을 쓴 ‘파인텍 농성’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섬유회사 스타플렉스의 자회사 파인텍 소속 노동자들은 2017년 11월 모회사의 공장 가동과 노동자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을 이어 왔다. 이 농성은 지난해 1월 11일 노사의 극적 교섭을 통해 일단락됐다. 작품은 고공 농성자가 땅으로 내려온 이후의 삶을 그렸다. 남편이 굴뚝 위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동안 아내 정화는 마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두 아이를 키우며 또 다른 한국 노동 현실 속에 있었다. 무대의 배경은 ‘수입맥주 4캔 만원’ 광고 문구와 작동하지 않는 가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된 편의점뿐이다. 배우들은 정화와 굴뚝에서 내려와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만의 독방 속에 갇혀 사는 남편과 어린 두 아이의 삶이 걸린 정화의 편의점 안과 밖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굴뚝이 있는 공장이나 극한 대치 상황을 벌이는 노사 분규의 현장은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는다.목숨을 건 투쟁을 펼친 남편은 정작 자신만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깊은 우울증에 시달린다. 낮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서, 밤에는 배달 일을 하는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보람은 떼인 추가 임금을 받기 위해 정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정화는 보람이 준 체불임금 관련 서류를 점장에게 전하지 않고 망설인다. 이런 사정을 모두 다 아는 점장은 정화를 중간 관리직인 ‘매니저’로 높여 부르며 월급을 인상하고 편의를 봐줄 테니 보람의 일은 모른 척하라고 압박한다. 정화네의 어려운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방문 학습지 교사 선영은 지국장의 회비 수령 독촉에도 석 달치 회비가 밀린 정화에게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정화와 보람, 선영은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한국 노동계의 현실을 표출한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사 “이게 마지막이야”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반복하는 자본가, 노동자를 지켜 주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그리고 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팍팍한 노동자의 삶을 의미한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상 부문과 여자 최우수 연기상 부문 최종 후보(배우 이지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31일까지 편의점 불을 켜 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음식이란 삶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음식이란 삶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식사 의미 고찰 연극 ‘1인용 식탁’ 만화 각색 ‘궁극의 맛’ 등 무대에 이욱정 PD·전중환 교수 강연도 지난해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통해 인류 역사와 사회문제 등을 다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두산인문극장이 올해는 ‘음식’을 주제로 돌아왔다. 지난 6일 연극 ‘1인용 식탁’을 시작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 ‘두산인문극장 2020’ 푸드(FOOD) 시리즈는 다양한 연극과 강연 등을 통해 먹는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행위에 담긴 역사·문화적 의미를 고찰한다.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 첫선을 보인 ‘두산인문극장’은 해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주목받아 왔다.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등 매년 다른 주제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푸드’ 시리즈는 연극 3편과 강연 8회로 구성돼 7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식사의 의미를 고찰한 연극 ‘1인용 식탁’은 올해도 완성도 높은 두산인문극장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다음달 2일부터 20일까지는 츠지야마 시게로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연극 ‘궁극의 맛’이 무대에 오른다. 도박, 폭행, 살인 등으로 수감돼 살아가던 재소자들의 속사정이 음식을 통해 나타난다. 소고기뭇국, 라면, 선지해장국 등 평범한 음식 안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채우고 있던 ‘궁극의 맛’을 발견한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가 기획한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연출가 신유청이 연출한다. ‘두산아트랩 2020’에 선정된 극작가 황정은, 진주, 최보영이 각색을 맡았다. 연극 마지막 작품 ‘식사食事’(6월 30일~7월 18일)는 다양한 이유가 뒤섞여 발생하는 ‘식사’라는 사건을 통해 음식과 먹는 행위 안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욕망을 살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기도 한 극단 그린피그 대표 윤한솔이 연출을 맡는다. 미술, 음악,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데스, 이라영, 조문기가 공동창작으로 참여한다. 강연은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잘 알려진 이욱정 PD와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 진화윤리학자 김성한 교수, 약사 겸 푸드라이터 정재훈,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 등이 참여한다. 이 PD는 1일 ‘요리한다, 고로 인간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문명을 만들어 낸 음식인 빵과 국수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어 본다. 전 교수는 8일 ‘다윈과의 만찬’이라는 강연에서 맛과 요리, 음식에 미친 진화의 영향을 고찰한다. 각 연극과 강의는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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