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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규장각도서귀환하던날] 1차 도착분 75권, 수장고에서 24시간 숙면 ‘시차적응’

    [외규장각도서귀환하던날] 1차 도착분 75권, 수장고에서 24시간 숙면 ‘시차적응’

    #11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규장각 의궤는 귀환에 걸린 145년 세월만큼이나 뒷얘기도 많다. 귀환의 첫 단추를 꿴 이는 역설적이게도 친일 사학자로 분류되는 이병도(1896~1989) 전 서울대 교수다. #2이 전 교수는 1955년 프랑스로 유학 떠나는 제자 박병선에게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비롯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약탈해 갔으니 그것을 찾는 것이 사학도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틈틈이 찾아볼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 20년 뒤 박병선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별관 창고에 처박혀 있던 도서를 마침내 ‘발견’하게 된다. #31차 도착분 75권은 ‘시차 적응’을 위해 상자 5개에 담긴 채로 24시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숙면에 들어갔다. 온도·습도 등 주변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유물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박물관 관계자들과 에리세 박사가 공동으로 의궤 상태와 목록 등을 점검한다. ‘컨디션 체크’라고 부르는 절차다. #4의궤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두 번씩 번갈아 가며 운송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나(1, 3차분 책임)는 여객기 화물칸, 대한항공(2, 4차분)은 화물기를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 측은 “국보급 문화재인데 (화물) 전용기로 모셔 와야 한다.”며 은근히 경쟁사를 깎아내렸고, 아시아나 측은 “지난해 ‘고려불화대전’ 때도 여객기 편으로 아무 탈 없이 실어 날랐다.”고 맞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인즉 아시아나는 파리 노선에 화물기가 없고 대한항공은 화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의궤가) 깨지기 쉬운 도자기류가 아닌 책들이라 충격을 방지하는 완충재 사용 등 포장만 잘하면 화물기냐, 화물칸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정’했다. 두 항공사는 의궤 귀환의 역사를 의미를 감안해 비행기 티켓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미 정부 예산에 운송료가 책정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이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 화물기가 뜰 때는 ‘프랑스 경호원’(학예사)은 어디에 배치될까. 대한항공 측은 “화물기라 하더라도 (승무원 등을 위한) 좌석 8개가 있다.”면서 “프랑스 학예사는 이 좌석을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51993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돌려준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 1권은 국립중앙도서관에 거처를 틀었으나 이번 프랑스와의 협상에서 “모든 외규장각 도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중앙박물관으로 이사하게 된다. #6당초 정부는 145년 만의 귀환인 만큼 1차분 도착일에 환영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랑스가 자국 내 반감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고 우리 정부도 세 차례 귀환 일정이 더 남아 있는 상태에서 프랑스의 심기를 자극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없던 일’로 했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안주영·정연호기자 jya@seoul.co.kr
  • “민간차원 반환소송 악영향 우려”

    “민간차원 반환소송 악영향 우려”

    “무조건 박수칠 일은 아닙니다. 프랑스 정부와 맺은 합의문을 뜯어보면 1965년 맺은 한·일 협정과 맞먹는 굴욕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정부가 하루 속히 프랑스어 합의문과 실무 문건을 공개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시민단체 차원에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운동에 앞장서 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또 다른 이유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13일 서울 종로2가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황 소장은 문서 한통을 보여주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다른 문화재 요구 사실상 봉쇄 그가 내보인 것은 올 2월 7일 박흥신 주(駐) 프랑스 한국대사와 폴 장-오르티즈 프랑스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서명한 ‘조선왕조 왕실의궤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프랑스공화국 정부 간 합의문’이었다. 황 소장은 “합의문 제4조에 따르면 외규장각 도서를 포함해 프랑스에 있는 약탈 문화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환을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이는 프랑스 법원을 상대로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반환 소송도 사실상 봉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4조는 ‘프랑스의 한국에 대한 의궤들의 대여는 유일한 성격을 지니는 행위로서, 그 어떤 다른 상황에서도 원용될 수 없으며, 선례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이는 문화재 반환 요청 관련 당사자들을 대립되게 했던 분쟁에 최종적인 답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 소장은 “프랑스에는 외규장각 도서 외에도 갑옷, 투구, 고지도, 왕실 족보 등 다른 약탈 문화재들이 즐비하다.”면서 “외규장각 도서 대여를 반환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다른 문화재들도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조항으로 인해 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인 문화연대가 2007년부터 프랑스 행정법원을 상대로 진행 중인 외규장각 도서 반환 관련 소송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화연대는 1심에서 패했지만 프랑스 법원이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 문화재’임을 공식 인정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황 소장은 “국민 모금 운동을 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민간의 반환 요구 노력에 오히려 재를 뿌린 꼴이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5년 단위로 갱신되는 대여임에도 정부가 ‘사실상 반환’ 혹은 ‘영구 대여’ 표현을 쓰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남기려는 정부의 조급증이 또 한번 발동했다.”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합의문 제5조에 명기된 ‘대중 전시 시에는 동 합의문을 언급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제3기관이 대여를 요청할 경우 양측의 합의에 맡긴다.’ 등도 대표적인 굴욕 조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무 합의문’ 공개해야 그는 “우리 국민들은 자유롭게 외규장각 도서를 볼 수 없는 반면, 프랑스는 언제든지 마음대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들락거릴 수 있게 한 조항”이라며 “이 상태대로라면 (1866년 프랑스가 한국을 침략한) 제2 병인양요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서도 심각한 번역 오류가 지적되는 마당에 외교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외규장각 관련 합의문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에게 굴욕감과 문화적 치욕을 더 이상 안겨주지 않으려면 관련 합의문을 프랑스본과 함께 속히 공개해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된 황 소장의 간곡한 당부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4차례 운송비용 한국이 전액 부담

    외규장각 도서 296권의 항공 운송비 등 네 차례에 걸친 관련 비용은 어디서 부담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전액 부담한다. 올 2월 양국 정부가 서명한 합의문 제6조에 따르면 ‘합의 이행과 관련된 비용은 한국 측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외국 사례와 비교된다. 이탈리아는 1935년 에티오피아에서 약탈해 온 오벨리스크를 70년이 지난 2005년 조건 없이 에티오피아에 반환했다. 유네스코로부터 400만 달러(약 40억원) 지원을 받긴 했지만, 이탈리아는 운송 및 재건립 비용으로 16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에티오피아에 지불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물론, 학계, 종교계 등이 나서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이탈리아와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물이었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 운송과 관련해 정확한 비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지난달 맺은 실무 약정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제반 비용을 중앙박물관 예산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특수 운송비, 항공료, 보험료, 인건비 등을 합쳐도 비용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액수 공개는 거부했다. 우리 측 학예사가 프랑스에서부터 호송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프랑스가 국내 반발 여론 등 난색을 표시해 국제 관행에 따라 우리 측 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공식 인수인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떠나는 순간부터 한국 중앙박물관에 도착하기까지 프랑스 전문 학예사 한 명의 ‘밀착 경호’를 받게 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26일 은퇴하는 ‘첫 여성사제’ 민병옥 신부

    26일 은퇴하는 ‘첫 여성사제’ 민병옥 신부

    “처음 전도사로 부임받은 교회에서 신부님이 성경을 가르치라고 했는데, 남자 교우들이 여자한테 배울 수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더라고요.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20년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죠.” 어디에나 최초는 있다. 그리고 최초는 늘 고통과 신산한 삶을 피해 갈 수 없다. 민병옥(65) 신부는 한국 사회에 대한성공회가 들어온 1890년 이후 처음 탄생한 ‘여성 신부’다. 로마가톨릭과 달리 성공회 교회는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을 허용한다. 하지만 민 신부는 다른 남성 신부들과 달리 성공회 사목원(현 성공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무려 22년의 시간을 전도사로 지내야 했다. 그리고 2001년 4월 부산 주교좌교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10년이 지나 은퇴할 때가 돼 버렸다. 부산교구 소속의 민 신부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22년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정작 사제로 살아온 10년의 시간은 너무도 훌쩍 지나갔다.”면서 “사제 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처음으로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5년은 부산의 산동네 개척교회를 맡았고, 나머지 5년은 거제교회를 맡았다.”면서 “처음에는 선입견과 거부감이 있었지만 사실 교우들은 여자가 훨씬 많은 만큼 여신부가 목회활동을 하기가 오히려 훨씬 좋다.”고 여사제만의 장점을 얘기했다. 민 신부는 “교우들과 함께 지내면서 섬세한 감정으로 돌보고 자매처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점은 남자 사제들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장점을 확인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은 많았다. 민 신부와 함께 사목원을 졸업한 여자 동기가 두명 더 있었지만 모두 사제의 길을 포기했다. 그 뒤 10년 동안 신학대학원은 여자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사회 전체는 물론 교계 분위기도 보수적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주교좌교회에서 ‘여성 성직 10주년을 기념하는 감사 성찬례’를 가졌다. 민 신부가 힘겹게 다져 놓은 길 위를 따라온 후배 사제들은 이제 20명으로 늘었다. 그들은 민 신부를 위로했고, 축하했고, 그처럼 살겠다고 다짐했다. 민 신부는 “미국 여주교, 일본 신부 등도 직접 와서 축하해 주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축제처럼 즐겼다.”면서 “은퇴를 절감하기보다는 흥겨운 잔치처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여사제 후배들이 신앙의 성장과 함께 다른 전공을 갖고 사람들과 접할 수 있는 면을 넓혀 갔으면 좋겠다.”면서 “노래를 잘 불러도 좋고, 음식을 잘 만들어도 좋으며, 구체적인 기술이 있어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목회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는 오는 26일 부산주교좌교회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행복하고 감사해하는 삶이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는 신앙 문화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첫 은퇴 여사제’로서 걷는 새로운 길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고] ‘최고 드잡이공’ 홍정수씨

    이 시대 최고의 드잡이공으로 꼽히는 홍정수씨가 11일 오후 5시 별세했다. 73세. 고인은 최근까지도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단에서 드잡이공으로 근무하면서 미륵사 석탑 해체 작업을 도맡아 했다. 고인은 서울 숭례문과 덕수궁 돌담,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현충사,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비롯해 반세기 동안 무수한 석조문화재 보수에 드잡이공으로 참여했다. 이런 공로로 2007년에는 대한민국문화유산상 보존관리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 오전 5시. (031)810-5444.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외규장각 도서는 국보급…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

    “외규장각 도서는 국보급…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죠. 이것조차 20년 동안 각계의 노력이 있어서 겨우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더욱 지속적이고 더욱 끈질기게 반환 요구를 펼쳐야 합니다.” 지난 2월 문화재청장에서 물러난 이건무(64) 용인대 문화재대학원장은 오는 14일 한국에 들어오는 외규장각 도서를 ‘절반의 성공’으로 규정했다. 불과 두달 전까지 외규장각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그다. 미진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해야 할 과제 등이 더욱 크게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11일 서울 상도동 한 찻집에서 만난 이 원장은 “독도 문제에서 흔히 쓰이는 개념인 ‘실효적 지배’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외규장각 도서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것이 명백하며, 병인양요 시기의 약탈품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분명한 만큼 우리가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규장각 도서는 국가와 국민 모두의 문화재라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학술 자료로만 접근한다면 우리가 국민적 열망 속에 이를 지켜 낼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약해집니다.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무궁무진한 가치를 알리고 전시도 늘려야 합니다.” 이 원장과 함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둘러싼 ‘쟁점’ 10가지를 짚어 봤다. ① Q. 외규장각 도서 가치는. A. 국보급 요즘으로 치자면 정부 영상기록물이나 마찬가지다. 세밀한 그림이 있고, 그에 대한 꼼꼼한 기록을 담아 놓았다. 조선 왕조의 우수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 자료다. 예컨대 당시의 복식이나 왕릉 조성 과정·공법 등을 알 수 있다. 역사 속 어느 나라, 어떤 왕조에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학문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그 자체가 이미 국보급 문화재이다. ② Q. 국보 지정은 가능한가. A. 어려울 듯 소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보로 지정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법적 논란이 일 수 있다. 프랑스와 외교적 논란도 예상된다. ③ Q. 그렇다면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A. 가능 개인적으로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2007년 조선왕실의궤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지 않았나.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④ Q. 임대 조건은. A. 5년마다 갱신 우리 정부는 조건 없는 반환을 원했으나 아쉽게도 좌절됐다. 5년마다 임대 계약을 갱신하는 형식의 영구 임대다. 반환이 아닌 임대, 그것도 5년마다 프랑스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지라 자존심이 상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를 일단 확보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각도로 반환 요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⑤ Q. 대여를 반환으로 바꿀 가능성은. A. 끈질긴 노력 필요 독도의 영토 분쟁을 시도하는 일본에 맞서는 것은 1회적인 이벤트나, 또 다른 독도 개발 같은 것이 아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높이는 방법은 다른 나라 국민들, 세계 지성에 독도의 역사, 현재 등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외규장각 도서도 마찬가지다. 외규장각 도서가 어떻게 프랑스로 가게 됐는지,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를 지닌 문화재인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반환을 염원하는지 등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아주 끈질기게…. ⑥ Q.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A.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게 이미 서울대 규장각 수장고에 조선왕실의궤가 많이 있다. 조선 왕실의 풍속, 행정, 건축, 미술 등 풍부한 학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는 더욱 많은 국민들이 직접 누리고, 감동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활용이다.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를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당연하다. 7월부터 중앙박물관에서 외규장각 도서 특별전이 열리는데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전시해야 한다. ⑦ Q. 다른 문화재 ‘볼모론’ 진실은. A. 어불성설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외규장각 대신 우리의 다른 문화재가 볼모로 잡힌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외규장각과 비슷한 가치의 다른 문화재와 바꾼다는 등가 교환설도 낭설이다. 2015~2016년 상징적으로 외규장각 도서 일부가 프랑스로 건너가 전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와전된 것 같다. ⑧ Q. 문화재 해외 유출 실태는. A. 주먹구구식 파악 약 12만점 정도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솔직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실태 파악이다. 외국 박물관 수장고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어려우니…. 유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난관이었다. 약탈 문화재인지, 합법적 거래를 통해 나간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혔다. 예전에는 개인들이 선물로도 많이 줬으니까…. 변명하자면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진 지 50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⑨ Q. 앞으로 대응 전략은. A. 투 트랙으로 다음 달 문화재청에 해외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될 예정이다. 내가 있을 때 예산 등을 확보했다. 그동안 기존 국제교류과 1.5명 정도가 담당하던 일을 전담 부서가 생김으로 해서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진행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해외 문화재 환수재단’ 같은 것을 만들어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투 트랙(two track)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Q. 외국은 유출 문화재 어떻게 다루나. A. 佛·伊는 돌려받아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독일에 빼앗긴 문화재를 모두 돌려받았다. 당시 1870년 보·불 전쟁 때 프러시아가 약탈한 것까지 소급해 반환받았다. 이율배반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문화재를 해당 박물관에 ‘장기 대여’ 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해 1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미국 각지의 박물관으로부터 총 96점의 문화재를 돌려받았다. 국력의 크기에 비례하는 측면도 있지만 당장은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실천문학·문학과지성사 신임대표 문학계 희망을 말하다

    실천문학·문학과지성사 신임대표 문학계 희망을 말하다

    봄은 왔건만 문학의 봄은 여전히 아득하다. 몇 년 전부터 제기된 ‘근대 문학의 종언’이라는 담론에서 허우적대다가 그마저도 흐지부지된 채 위기와 침체를 일상으로 여기며 지내는 형국이다.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이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대표들을 바꿨다. 드러나는 모양새는 조금씩 다르다. 실천문학이 과감한 세대교체로 젊은 얼굴을 골랐다면 문학과지성사는 묵직한 중량감의 인물을 택했다. 새 얼굴을 각각 만나 한국 문학의 미래와 최고경영자(CEO)로서의 포부를 묻고 들었다. 지향점은 같았다. 문학이 우리네 삶의 희망을 복원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유쾌한 진보 위해 세대교체 필요” 손택수 실천문학 대표 서울 망원동 사무실에서 만난 손택수(왼쪽·41) 실천문학 신임대표는 그저 평온했다. ‘초짜 사장’으로서 과도한 자신감도, 애써 속내를 감추려는 지나친 겸손함도 없었다. 이미 기획위원, 기획실장, 편집주간으로 6년 동안 실천문학의 복판에서 일해왔기에 달라질 바가 없는 탓이다. 대신 그는 다른 이유로 분주했다. 문학계에서 실종되다시피 한 담론을 복원해내야 하고, 진보의 가치가 결코 진부하지 않음을 입증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함께 떠맡을 젊은 작가들을 찾느라 삼고초려 중이다. “실천문학은 어느 개인의 출판사가 아닙니다. 1980년대 치열했던 사회 인식에서 출발해 공공의 꿈으로 만든 한국 진보문학의 공동체입니다. 문학으로 실천하고, 실천을 문학화할 수 있는 공동체를 다시 복원해야죠.” 실천문학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열망을 이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대와 손을 잡아야 한다.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다. 손 대표가 분명히 선을 긋는 곳은 ‘지루하고 진부한 리얼리즘’이다. 그는 “신나고 유쾌하고 늘 꿈틀거리는 새로운 상상력과 리얼리즘을 만나게 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덧붙였다. “진보의 가치와 진보의 문학을 얘기하면서 진부한 틀과 내용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는 “이를 위해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인 윤지관(57) 덕성여대 교수, 이은봉(57)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과 함께할 나머지 이사 2명을 젊은 작가들로 채울 예정이다. 또한 편집위원과 기획위원의 면면도 확 바뀐다. 공석이 된 편집주간도 필요하다. 목표는 하나다. 확 젊어진 실천문학을 위해서다. 손 대표는 “좌우 경계를 뛰어넘어 젊고 패기만만한 작가와 평론가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뭇 비장하다. ‘유쾌한 리얼리즘’을 얘기하면서도 비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위기의식은 충분하다. 1980년 만들어진 실천문학은 그동안 문학을 통한 사회 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폐간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필화사건으로 대표가 구속되기도 하는 등 시련도 컸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논의 지점마다 실천문학이 있었다는 자부심은 꼬박 30년의 시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게 했다. 그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문단 주변부로 비켜나 있는 작가들을 실천문학이 기꺼이 껴안을 것”이라면서 “다양한 진보의 프리즘과 연대하여 문학의 담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하는 한편, 정치사회적 담론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뭘 하더라도 문제는 돈이다. 그동안 실천문학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시집 ‘접시꽃 당신’, ‘체 게바라 평전’,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뜸했다. 실천문학은 이달 중 사무실을 옮긴다. 같은 서울 망원동이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긴축할 수 있게 공간을 좁혀 인근으로 이사한다. 대표이사 월급도 대폭 낮췄다. 1억 5000만원 증자 계획도 진행한다. 손 대표는 “본질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실천문학이 새롭게 출발해야 할 지점이 바로 청빈과 내핍이기 때문”이라면서 “도덕적 순결성을 무기 삼아 빚에 허덕이는 실천문학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문학 전체의 적극적인 변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갓 40대에 접어든 젊은 시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소액주주 111명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 전체의 뜻이기도 하다.
  • ‘中종교연구의 바이블’ 마침내 한글로

    책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중국의 사회 생활과 조직에서 종교는 어떠한 기능을 담당하였을까.’  ‘중국 사회 속의 종교’(중국명저독회 옮김, 글을읽다 펴냄)는 비록 ‘중국 종교 연구의 바이블’이라는 극찬까지 받고 있지만 무려 5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숨가쁘게 급변하는 현대 중국 사회를 읽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저자 양칭쿤(楊慶堃·1911~1999)은 중국 베이징 옌징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광저우 링난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한 중국인이지만, 피츠버그대학에서 정년을 맞고 명예교수로 활동하는 등 주요 학문 연구 활동은 미국에서 한 학자다.  책이 보여 주는 미덕 및 학문적 독창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보편적 시각으로 중국 사회와 사회 속 종교에 접근하면서도 중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가 품었던 의문의 시작은 유럽과, 인도, 중국 등 주요 문명 체계 중에서 유독 중국은 종교의 지위가 모호하다는 사실이었다. 뚜렷한 제도 종교가 없다는 점에서 서구로부터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취급받거나 기존의 도교, 불교, 유교 등도 기복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신앙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사회주의 중국으로 탈바꿈한 뒤에는 종교 자체를 부정해 왔으니 외부에서 회의적 시각을 보내는 것도 수긍할 만하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철학자 호적(胡適)은 중국을 종교 없는 국가로, 중국인을 종교에 현혹되지 않는 민족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양칭쿤은 “농촌, 도시를 불문하고 산재한 사묘와 신단은 중국 종교 신앙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불교와 도교는 독립적인 신학 체계와 교단을 갖춘 제도 종교이며, 민간 신앙 역시 종교적 기능과 가치를 지닌 분산형 종교”라고 말했다.  책의 생애 역시 저자의 인생 곡절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1961년 영어로 먼저 쓰였다가 2005년에야 중국어로 번역됐고, 이번에 우리말로 다시 옮겨졌다. 중국어판에 빠져 있던 마지막장 ‘새로운 신앙, 공산주의’도 다시 복원했다.  책이 첫머리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은 따로 있지 않다. 다만 책 전체에 걸쳐 중국인들이 대단히 종교적 인간임을, 또한 중국 사회 내부에 깊이 뿌리내린 종교적 관습은 이념도 사상도 훌쩍 뛰어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美 ‘맘 신드롬’ 되돌아온 열풍

    美 ‘맘 신드롬’ 되돌아온 열풍

    미국의 ‘맘(Mom) 신드롬’이 한국을 역(逆)강타하고 있다. 미국에서 출시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가 하면, 이 책 영문판과 신경숙의 다른 소설들까지 덩달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루 1192권 팔려 국내 베스트셀러 재진입 8일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집계에 따르면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한글판과 영문판 ‘플리즈 룩 애프터 맘’(Please Look After Mom, 크노프 펴냄)이 각각 국내 도서와 외국 도서 종합 일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 하루에만 ‘엄마를’이 1192권 팔려 6위에 오르는 등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도 재진입했다. 이는 2009년 3월부터 9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거칠 것 없는 기세를 보였던 ‘엄마를’ 전성기 때의 하루 최고 판매량(950권)을 뛰어넘는 기세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주간 종합 순위 19위에서 8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전체 판매량 170만부를 넘어서 200만부도 넘길 기세다. 연극에 이어 같은 제목의 뮤지컬도 곧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엄마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美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33위 미국 반응도 뜨겁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출간되자마자 아마존닷컴(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00위권에 진입하더니 8일 현재 3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미국 독자들의 ‘독후감 배틀’이 치열하다. ‘2인칭 시점이 산만하고 헷갈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2인칭 화자의 서술이 인상적이다.’ ‘힘이 넘치면서도 문장이 섬세하다.’ ‘한국이 얼마나 가족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게 됐다.’ 등등 호평이 압도적이다. 오히려 아마존닷컴이 평가의 균형감을 갖추느라 애쓰는 모양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신경숙의 다른 책 ‘기차는 7시에 떠나네’ ‘풍금이 있던 자리’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비롯해 ‘리진’ 프랑스어판, ‘엄마를’ 스페인어판 등도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기독교계, 한기총 탈퇴 가시화

    해체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회원 탈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기총 양대 조직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탈퇴 논의를 시작했다. 예장 통합 교단 소속 경북노회는 7일 “한기총 탈퇴를 공식 안건으로 하는 안을 지난 5일 채택했다.”면서 “오는 9월 교단 총회 때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소천아동문학상에 원유순씨

    소천아동문학상 운영위는 제43회 소천아동문학상 본상 수상자에 원유순(54) 동화작가를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수상작품은 흑인 혼혈 3대에 걸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 ‘김찰턴순자를 찾아줘유’이다. ‘김찰턴순자’는 사실적이고도 박진감 넘치는 문장,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신인상 심사위는 장편동화 ‘차이나 책상 귀신’을 쓴 권타오(49)씨를 제6회 신인상 수상자로 뽑았다. 시상식은 다음 달 6일 오후 서울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소천아동문학상은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65년 제정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7대 종단 지도자들 영화 ‘내 이름은 칸’ 단체관람 까닭은

    7대 종단 지도자들 영화 ‘내 이름은 칸’ 단체관람 까닭은

    5일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영화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 앞에 선 그들은 눈을 감고 기도했다. 누군가는 손바닥을 모았고, 누군가는 깍지를 끼었다. 서로 다른 몸짓과 방식이었지만 기도 내용은 하나였다. 서로 함께 지낼 수 있기를, 서로 함께 평화로울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한국 사회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간 함께하지 못하던 한국이슬람도 함께였다. 그런데 장소가 영화관이다. 이들은 ‘내 이름은 칸’을 단체 관람했다. 영화는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아 고통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9·11 테러’가 직접적인 소재가 됐다. 화자(話者)는 무슬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도 영화다. 진정한 사랑 앞에서 남자의 정신적 장애나 종교(이슬람교)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겼던 힌두교 여자가 막상 그 남자의 종교로 인해 아들을 잃고 나서 울부짖는 절규가 관객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런 아내를 위해, 그런 아내가 원하기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한마디를 미국 대통령에게 하기 위해 지난한 여정을 계속하는 무슬림 남자 ‘칸’의 커다란 눈동자는 오래오래 잔상에 남는다. 최근 ‘땅 밟기’(일부 개신교도들이 불교 사찰에 들어가 기독교식 예배를 본 사건) 등 종교 간 반목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종단 지도자들이 ‘내 이름은 칸’을 단체관람한 것은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행사를 기획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내 종교에 충실하다는 것이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오만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면서 “우리가 서로 (종교를 떠나)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맘(지도자라는 뜻)은 “코란에는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 민족과 부족을 창조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돼 있다.”면서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한발 물러서서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이 사회에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회장(길자연)이 직무정지 상태라 불참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정부 - 불교계 물밑에서 무슨 일이

    정부 - 불교계 물밑에서 무슨 일이

    다음달 10일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이다. 봉축행사는 오는 11일 시작된다. 행사를 앞두고 정부와 불교계가 급격한 해빙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4일 당·정·청은 불교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같은 날 불교계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기간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사실상 허용하는 지침으로 이에 화답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전국 사찰에 내려보낸 봉축행사 실천 지침은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은 초청하지 않지만 개인 자격의 신행 활동을 할 경우 별도의 의전 없이 허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지난주 총무원 포교원장이 청와대 안에서 법회를 갖고 조계종 총무원 앞 출입금지 팻말을 철거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한 화해 모드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의 봉축행사 참석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개인적인 신행 활동은 기존대로 허용하는 것일 뿐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불교계 안팎에서 말들이 분분하다. 특히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참여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 380명의 명단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비난이 드높다. 정부와 불교계가 이렇다 할 계기나 특별한 ‘사건’ 없이 해빙되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으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한 불자는 “불교계가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조차 하지 않는 데다 반성 고백도 없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진행되는 조계종의 자정과 쇄신 5대 결사 운동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결기를 드세웠다가 흐지부지됐던 과거 전철을 되밟는 것이 아니냐는 점잖은 비판에서부터 자정과 쇄신의 5대 결사라는 것 자체도 이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근본적인 비판까지 내부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를 의식해 조계종이 정부와 여당을 향한 산문(山門)을 쉽게 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효 실천불교승가회 사무국장은 5일 “대정부 관계를 계속 폐쇄하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며 종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적 쇄신과 변화가 핵심”이라면서 “돌아가면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지만, 불교의 과거를 진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전체적인 의지가 너무도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정과 쇄신은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기반성을 선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불교계 또 다른 관계자는 “조계종 최고 수장이 정부 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가타부타 말하지 않은 채 5대 결사만을 얘기한다면 그 의지를 누가 인정하고 권위에 따르겠냐.”면서 “솔직한 자기 고백은 하지 않은 채 정부와 관계를 풀려고 하니 여러 가지 의문과 의심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라며 자승 총무원장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어느 정도 타협은 할지라도 5대 결사운동을 확 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근본적 쇄신을 위한 의지와 노력 자체가 의심받지 않는 상황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월 한반도 지형·선돌 국가지정 문화재 된다

    영월 한반도 지형·선돌 국가지정 문화재 된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한반도 지형’(사진 위)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4일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반도 지형과 같은 지역의 자연유산인 ‘선돌’(아래)을 명승(名勝)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들 자연유산은 앞으로 30일간 지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문화재위원회에 상정돼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최종 지정된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180 일원에 있는 한반도 지형은 평창강이 시작하는 지점이자 서강이 시작하는 곳이다. 주천강과 합쳐지기 전에 크게 굽이치면서 반복된 침식과 퇴적을 통해 동고서저 경사까지 한반도를 닮은 특이한 구조의 절벽지역을 만들어냈다. ‘영월 선돌’은 영월읍 방절리 서강가 절벽에 위치하며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이다. 약 70m 높이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제50호)로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며, 우뚝 서 있는 것이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고 하여 ‘선돌’이 되었다고 하는 전설 등이 담겨 있는 명승지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프로방스서 전해온 감성·사유

    너나없이 쓸 수 있는 일기 또는 여행기다. 하지만 이 평범한 형식의 산문은 예술의 공간과 인물을 넘나들며 금세 몸을 뒤튼다. 알베르 카뮈의 글과 흔적과 접속하며 문학의 향기를 잔뜩 피워내나 싶더니 빈센트 반 고흐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서는 빛과 색의 만찬을 한상 가득 차려낸다. 본업인 사회학적 사유 역시 빠질 수 없다. 경계짓기에서 자유로운 산문이 예술의 일부분이자 학문의 영역에 속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문학동네 펴냄)은 재불 사회학자이자 ‘전문 산책자’를 지향하는 정수복(57)이 발걸음을 프랑스 남쪽 프로방스로 옮겼다. 프랑스의 공간에 대해 쓴 세 번째 책이다. 정수복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돌아와 1990년대 환경운동연합, 사회운동연구소 등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그리고 2002년 ‘정신적 망명객’으로서 프랑스로 터전을 옮겨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객원교수를 지냈다. 그는 2005년 여름 꼬박 한달 동안 프로방스 지역의 몇몇 작고 한적한 마을들에 머물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자가 아닌 정주자(定住者)가 돼 느릿하고 단조롭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햇빛과 바람, 문학과 미술을 만끽하며 가진 성찰과 사유를 매일 기록으로 남겼다. 일기 중간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예술로서 사회학적 사유’의 글들이 들어 있다. 이는 ‘정수복식 글쓰기’를 완성케 하는 대목이자 그의 책이 단순한 여행기 또는 산문집을 넘어 예술과 교감하는 인문학적 산문집으로 자리매김되는 이유이다. 카뮈가 마지막에 살았던 루르마랭,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무대가 된 뤼베롱 산, 고흐가 말년을 지낸 아를 등의 기억은 이미 전작(前作)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과 ‘파리의 장소들-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과 또 다른 감성을 건넨다. 파리에서의 치열했던 지성이 조금 누그러진 느낌이다.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프로방스는 완전한 휴식의 시간과 공간이니까. 그는 “한국은 빨리빨리 병으로 인해 획일화됐고 그런 모습들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삶에 대한 영감을 메마르게 한다.”면서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느림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달자 시인 신작 출간] 종이에 담은 인간의 본성과 문학적 始原

    [신달자 시인 신작 출간] 종이에 담은 인간의 본성과 문학적 始原

    1964년 등단했으니 반백년 가까이 시(詩)를 업(業)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희고 흰 여백의 종이를 앞두면 여전히 귓가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 종소리…. 시가 마음껏 뛰놀 그 공간을 마주하는 순결함은 스무살 그 시절의 설렘과 하나다. 신달자(68) 시인이 종이를 주제로 쓴 시 76편을 모아 시집을 펴냈다. 제목 역시 ‘종이’(민음사 펴냄)다. 그의 시편에 이르러 종이는 단순한 글감 이상의 의미를 띤다. 생명과 우주의 사유로 가 닿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며, 시와 더불어 위기에 처한 비운의 처지를 애달프게 노래하는 호출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문학적 시원(始原)을 내밀히 고백한다. 그가 종이와 맺은 ‘첫 경험’은 원초적이고 육감적이며 순정적이다. 아주 오래전 시인의 숙명으로서 종이와 자신 사이의 관계 사이에 놓인 비의(秘意)에 천착할 수밖에 없음을 퍼뜩 드러낸다. 신달자는 ‘나 어린 처녀 때/ 가랑이에서 물컹 살점 떨어지는 기미 있었는데/…/ 문 걸어 잠그고 나 그걸 종이에 묻혀 보았는데/…/ 종이에게 첫 여자를 바친/ 종이와 관계한’(‘꽃 비친다 하였으나’ 중) 자신으로 표현한다. 또한 ‘…/ 저 유리종이에 베이고 싶어 붉은 피 흘리고 싶어 서럽게 금 긋고 싶어/ 나 스무 살 가슴에 한 장 종이와 맞서기로/ 입술 베며 맹서했었네’라고 50년 전 어느날로 시선을 돌린다. 사라져 가는 종이에 대한 묵시록적 예언도 곁들인다. ‘인피가 있다는 거 알아?/…/ 문명의 기술보다 종이가 더 귀해지면/ 요즘 흔하다는 성폭행보다/ 사람들 피부를 겁탈?’(‘인피’ 중)이라고 적는다. 털 뽑고 피 씻어낸 생닭 한 마리를 보고서도 ‘아뿔싸!/ 나는 한 순간 필기도구를 찾고 있었네’(‘백지2’ 중)라고 고백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종이가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고 죽어 간다는 말도 나왔다.”면서 “7년 전부터 준비한 이 시집 속에 따뜻함, 영원함, 모성, 순수, 고향 등을 종합해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그리워하고 그 본성을 되찾아 보려는 한톨의 씨앗이자 한 시인의 종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갈무리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중간소설은 결코 소설이 될 수 없다”

    “중간소설은 결코 소설이 될 수 없다”

    현대문학사의 가까운 지점에 김홍신의 ‘인간시장’,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공간이 있었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존 로널드 로웰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도 마찬가지 영역에 머물러 있다. 대중소설, 혹은 상업소설이다. 역사, 추리, 판타지, 연애 등을 다루는 소설을 흔히 ‘장르 소설’이라 일컫는다. 본격소설(혹은 순소설)과 대비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간소설’(middlebrow fiction)이란? 말 그대로 본격소설과 상업소설의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다. 문학의 예술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을 모두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현대문학이 판타지와 팩션(팩트+픽션), 칙릿(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literature의 조어) 등을 주 대상으로 삼는 풍조 속에서 중간소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장르적 경계가 상당 부분 허물어진 상황에서 장르를 규정짓는 시도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움직임으로 비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현실을 딛고 나온 발언이 있다. “중간소설은 결코 소설이 될 수 없다.” 사뭇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문제 제기다.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내놓은 문학평론집 ‘언어의 그늘’(서정시학 펴냄)을 통해 중간소설이 품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는다. 문 교수는 “한 나라의 문학이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이 서로의 경계선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상호 비판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면서 “중간소설이 자신에게 주어진 경계선 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고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곧바로 “중간소설 옹호론자들이 본격소설의 본령과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할 때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며 논의의 장(場)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몇 년 전 거액의 고료를 걸고 제정된 뉴웨이브 문학상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기존의 중간소설 옹호론 핵심을 ▲중간소설은 세계문학의 큰 흐름이며 서사의 재미와 함께 문학의 품격도 겸비한 만큼 과거 대중문학에 비해 한 차원 높다 ▲기존의 본격소설 역시 중간소설의 다양한 자양분을 수용해야 그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최첨단 정보기술(IT) 수준에 맞춰 생산된 보편적 문화 콘텐츠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가져 보자 등으로 정리했다. 문 교수는 ▲소설은 사회의 모순과 치열하게 대결하는 고독한 투쟁의 여행임에도 이를 외면하며 멀티미디어적 상상력만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본격소설을 위축시키며 ▲세계화,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업화한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만큼 민족적 특수성에 기반해 세계 인류가 공감하는 내용이 더욱 필요하고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만드는 중간소설은 인간적 향기가 없는 문화 상품일 뿐이라고 조목조목 반박 논리를 곁들였다. 그는 “과거 현대문학의 흐름 속에서 이뤄진 실험과 파격이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시대의 모순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응전력이 그 속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문학은 지배 담론의 논리에 오염된 일상 언어를 비판하고 그 논리에 의해 추방된 그늘을 감싸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치 중간소설을 우리 문학의 미래인 양 표현하는 풍토가 만연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면서 “굳이 순문학이니 본격문학이니 하며 경계 짓지 않더라도 세상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문학이 지켜야 할 가치만큼은 엄연히 존재함을 주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엘리트주의를 앞세워 문학의 성벽을 굳건히 높이고자 하는 문단 주류 연구자의 고루한 아집인지, 아니면 흥미로움과 경박함이 문학의 외피를 쓰고 범람하는 풍조에 대한 외로운 저항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판단은 문학을 향유하는 독자의 몫이기도 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경숙 “미국에서는 신인작가 엄마의 울림 전하고파”

    신경숙 “미국에서는 신인작가 엄마의 울림 전하고파”

    “서점에, 한번, 가 봐야죠. 27년 전 첫 책(‘겨울우화’)이 나왔을 때도 그랬어요. 정말 서점에 내 책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이곳에서는 또다시 신인 작가니까…. 책 한 권, 직접 사 보려고요.” 오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미국 출간을 앞둔 신경숙(48)은 여느 때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국제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경숙의 목소리에 담긴 달뜬 기운은 쉬 감춰지지 않았다. 문학평론가인 남편(남진우 명지대 교수)과 함께 1년 일정으로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그는 현지 간담회 일정 등 책을 둘러싼 얘기를 전할 때마다 애써 에둘렀지만 애정을 담뿍 담아냈다. “출판사가 일정을 잡아 놓아 따라갈 뿐이지 솔직히 자세히는 잘 몰라요. 다만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말 ‘엄마’가 갖는 울림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해요.” ●5월부터 유럽 북투어… 7개국 출간 ‘엄마’의 영문판 제목은 그대로 직역해 ‘Please Look After Mom’이다. 5일 뉴욕한국문화원 리셉션을 시작으로 한달 동안 시애틀·필라델피아·피츠버그 등 미국 전역을 돌며 낭독회와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갖는다. 5월 18일부터 6월 17일까지는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영국·노르웨이·네덜란드·프랑스·폴란드 등 유럽 지역 북 투어가 잡혀 있다. ‘엄마’는 영문판 발간에 맞춰 이들 나라 언어로도 출간된다. 그런데 영문판 표지가 독특하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 사진이 조금 서먹했는데 자꾸 보니까 정이 들더라고요. 매그넘 사진 작가가 찍었대요. 뒷배경은 서울이고….” 매그넘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사진작가 그룹이다. 일부러 서울을 배경으로 찍었다고 하니 미국 출판사(크노프)가 그의 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초판으로 찍은 10만부는 예약 판매만으로 벌써 소진돼 2쇄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 엘르, 퍼블리셔스 위클리, 라이브러리 저널 등은 이미 일제히 서평 코너에 상찬을 실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4월의 특별한 책’에 올려놓았고, 반즈앤드노블 서점은 ‘2011년 주요 책 15권’에 포함시켰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7년 ‘태엽 감는 새’를 미국에서 낼 때보다 관심이 더 뜨겁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무라카미 책을 미국에 소개한 출판사도 신경숙 책을 낸 크노프다. ●하루키 美데뷔 때보다 반응 뜨거워 ‘엄마’ 영문판 책값은 24.95달러. 딱딱한 하드커버인 점을 감안해도 꽤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다 보니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은 아예 신경숙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엄마’ 영문판은 물론 ‘풍금이 있던 자리’,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딸기밭’ 등 신경숙 책 6종(한국어판)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대부분 중고책이다. 아마존 킨들은 ‘엄마’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낼 예정이다. 2008년 국내 출간된 ‘엄마’는 170만부가 팔렸다. 신경숙 소설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는 ‘섬세함’이다. 그 특유의 감성과 언어의 매력을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 “1년 가까이 번역자 김지영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덕분인지 영어 표현에 가깝게 돼 번역본처럼 읽히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출판계는 상실된 모성에 대한 애틋함은 언어를 떠나 세계 공통의 코드라는 점에서 신경숙의 미국 데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낯선 타국(他國) 생활에 더 정신이 쏠려 있는 듯했다. “아직도 낯설어서 헤매고 있어요. 지난해 9월 2일 (미국에) 왔으니까 일곱 달 돼가네요. 어? 벌써 7개월? 그 시간이 다 어디로 갔지?” 신경숙은 “서울에서 너무 정신없이 지내 쉬러 온 기분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쉬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티켓 끊어 한달에 한번씩 오페라 보고 전시회, 미술관, 음악회장을 다닌단다. 짬짬이 재미있는 대학 강의도 찾아 듣고 한참 어린 학생들과 독서 모임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고국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잊지 않았다.“왜 안 그립겠어요.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해 주는 말은 단 하나뿐인데…. 곧 내 책상 앞으로 돌아가야죠.” 그리고 덧붙인다. “한국 돌아가는 사정도 잘 모르고, 여기(미국) 일도 뭔가 벽이 하나 있는 것 같고, 약간 경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게 오래되면 곤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의 고향은 모국어’라는 명제가 새삼 떠오른다. 신경숙은 오는 8월 말 여름의 절정에 서울 평창동 집 책상으로 돌아온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조국·박세일 ‘화쟁’ 논한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각각 보수와 진보, 경제·문화 분야 등에서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공통된 키워드는 ‘화쟁’(和諍)이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다음 달 11일부터 평화재단과 함께 열 차례에 걸쳐 ‘화쟁 리더십 아카데미’를 연다. 정치, 경제, 국제 정세, 문화, 국가, 인권, 통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쟁적 삶과 실천을 연결 짓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조계사, 정부·여당 출입금지 팻말 치웠지만…

    조계사, 정부·여당 출입금지 팻말 치웠지만…

    ‘산문’(山門) 앞의 정부와 여당 인사 출입금지 팻말이 사라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9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 설치된 ‘출입금지’ 팻말을 치웠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템플 스테이(사찰 체험) 예산 삭감안 등을 강행 처리하자 조계종은 정부, 여당과의 접촉을 거부하며 전국 25교구 본사 등 모든 사찰에 일제히 출입금지 팻말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조계종 측은 “총무원장 스님의 지시로 팻말을 철거했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출입 금지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팻말 철거를 정부와의 화해 모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계종 측은 “자성과 쇄신 5대 결사라는 더 큰 틀의 방향을 잡은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28일 혜총 포교원장은 청와대를 찾아가 청불회 회원들과 법회를 가졌다. 같은날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열린 전국 25개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본사를 운영하다 보면 정부(인사) 등과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종단 지침 때문에 애로가 많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교단자정센터는 “노선 전환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행동들은 사부대중들에게 혼란과 오해를 줄 수 있다.”면서 “총무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주 선언과 5대 결사의 핵심을 다시 쥐고 절치부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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