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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새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영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이하 ‘소년’) 속 열여섯 살 소녀 교코는 서서히 가까워오는 엄마의 죽음 즈음에서 남자 친구 가이토에게 문득, 하지만 단호하게 ‘섹스’를 요구한다. 푸릇하게 박동 치는 원시의 생명력을 품은 교코는 죽음을 앞두면서 본능적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굳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죽음의 충동을 일컫는 타나토스와 생명의 욕망을 상징하는 에로스는 이렇듯 불가분의 관계다. 소년, 소녀가 자란다는 것은 삶의 수많은 신비로움을 체험해 가는 것이다. 혹은 죽음의 과정이 주는 처절함과 무게감을 배워 가는 것이거나. ‘소년’ 속 섬마을 소년과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죽음이 닥친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대한다. 가이토는 거센 파도가 몰아친 다음날 파도에 떠밀려온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에 빠진다. 신화 속 비너스가 태어난, 생명의 공간인 바다이건만 가이토에게는 죽음과 배신의 공간이자 두려움의 대상일 따름이다. 반면 교코는 죽음이 예정된 엄마와 함께 찬찬히 남아 있는 삶의 기쁨을 누리며 죽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교코는 엄마의 침대를 둘러싼 이웃들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며 떠나보내는 극적인 체험 속에서 신과 교접하듯 자연으로 돌아간 엄마의 죽음을 지켜본다. 그리고 더욱 강렬한 생의 욕망과 희망을 찾게 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아마미섬이라는 공간에는 1997년 스물일곱 나이에 만든 첫 장편영화 ‘수자쿠’로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미학적 주장과 철학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남서쪽으로 멀찍이 떨어진 아마미섬과 그곳에서 바다를 터전 삼아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이미 철학적이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영화의 영상은 푸른 바다빛과 주황, 보라의 변화무쌍한 하늘빛, 빼곡히 들어찬 녹색의 숲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뭇 생명을 잉태하고 품는 바다는 삶과 죽음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적 공간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적 관계를 보여준다. 나뭇가지를 훑고 가는 바람과 그 틈새를 비집고 내리쬐는 햇살, 무섭게 덮쳐오는 파도와 폭풍이 지나간 뒤 잔잔한 해수면, 그리고 바닷속을 그려낸 마지막 장면 등은 ‘소년’이야말로 심미주의 영상의 최대치를 여실히 확인시켜 준다. 50대 안팎의 이들이라면 교코를 연기한 배우 요시나가 준(21)의 모습에서 청춘 시절 순결한 욕망의 대상이었던 영화 ‘테스’ 속 나스타샤 킨스키 또는 첫사랑의 설렘을 고스란히 받아준 ‘라붐’의 소피 마르소가 절로 떠오를 수 있다. 2014년의 청춘들 역시 20~30년 전 아버지 또래 세대들이 느꼈던 그 원초적인 날것의 감성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고, 강렬한 생명의 욕망의 시절이 있기에 세대 간의 틈새를 좁히기에 오히려 제격인 영화다. 주인공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픈 성장영화임에도, 지극히 아름답지만 다소 수위 높은 장면 탓에 안타깝게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9일 개봉.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한자·영어 공세 속 우리글 5000년 생존사

    한자·영어 공세 속 우리글 5000년 생존사

    한글전쟁/김흥식 지음/서해문집/520쪽/1만 7500원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문화와 역사, 사유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이 말인 탓이다. 저자는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말글살이를 단호히 ‘전쟁’으로 규정짓는다. 한글 대 한문의 전쟁이 500년 동안 지속됐고, 그 전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의 전쟁으로 형태를 바꿔 열전과 휴전을 반복하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영어 공용어화’ 주장까지 등장해 한글과 우리말에 전쟁을 걸어오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다. 문화폭력적인 표준어의 힘 등에 의해 시대 뒤쪽으로 스러져가는 소중한 언어들, 방언들이 전쟁터의 전사자처럼 속출하고 있다. 우리의 말과 글이 거쳐온 5000년의 시간을 ‘전쟁’이라는 틀 안에 넣고 바라보는 통시적 접근법을 큰 줄기삼았다. 또한 명멸해간 다른 언어와 비교 연구하는 시각을 덧붙였다. 말과 글을 둘러싼 숱한 논쟁들의 핵심 맥락을 객관성을 놓지 않은 속에서 쉽게 풀어낸다. 숱한 역사 속 사례들은 언어와 문자의 상실이 국가와 민족의 비극으로 바로 이어짐을 증명한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은 중국 대륙을 300년 동안 세계 최대 국가 지배자로서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언어와 문자를 사실상 상실하고 중국의 한족이 보호해줘야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와이의 왕 카메하메하 4세는 1855년 몰려드는 무역상과 거래하기 위해, 또 외국인과 대등한 관계에 서고자 ‘영어교육의 보편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왕이 바라던 대로 하와이에서 영어는 보편화됐고 미국 본토로 편입까지 됐지만, 정작 대부분 하와이 사람들은 저임금 노동자가 될 자유만 얻었을 따름이다. 책 말미 즈음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 영어가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온 시기는 1945년 이후로 잡아도 고작 70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100년 이상 영어 침략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뒤에도 우리말이 남아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오히려 특이한 생각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묻는다. 568돌 한글날을 핑계 삼아 음미해서 읽다 뜨끔해지는 경고들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99% 숨겨 둔 숨은 1%

    99% 숨겨 둔 숨은 1%

    ‘그들’에게는 영화 ‘명량’을 17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느니, ‘해적’이 스크린을 1000개를 확보했느니 하는 것은 다른 세상 얘기다. 그들은 스크린 1개를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관객 1만명을 넘긴 흥행 성적에도 환호한다. ‘그들’은 다양성 영화다. 나이, 성별, 계급, 장애, 교육, 섹슈얼리티, 인종, 종교 등 소재와 문제의식 속에서 차별이 아닌 다양성의 가치를 다루며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를 일컫는다. 다만 한국에서는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영화 유통의 측면에서 관객의 영화 선택권, 다양한 영화의 접근권 측면에 좀 더 치중한다. 흔히 상업영화와 구분해서 부르는 명칭인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다양성 영화의 심사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영화계에서는 예술영화 또는 저예산 독립영화, 국내 시장점유율 1% 미만 등의 작품이 해당된다고 추정할 따름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미국,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영화들은 모두 1%에 못 미치는 관객점유율을 기록했다. 영진위에서 선정되더라도 뾰족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 영화 쿼터제 등 의무상영 요구는 높지만 대기업 중심의 영화제작과 배급 관행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사 비용을 면제받고, CGV 무비꼴라주와 메가박스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등 예술영화 전용관에 걸릴 수 있어 그나마 안정적인 상영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화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기보다는 다양성영화로 분류되면 예술영화, 독립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다양성영화만의 박스오피스에서 높은 순위를 확보할 수 있어 일반 관객들의 접근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다양성영화의 박스오피스만 따로 떼어내 보면 그들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맨 윗순위는 ‘비긴 어게인’이다. 2일 300만 관객을 돌파한 ‘비긴 어게인’은 이미 어지간한 상업영화를 모두 뒤로 제쳐버렸다. 상업영화를 포함해 전체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다양성영화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준 맏형 격이다. 2009년 열풍을 일으켰던 ‘워낭소리’(293만 4409명)의 기록을 5년 만에 깨트렸다. 지난 8월 13일 개봉일 185개 스크린으로 시작한 뒤,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먼저 본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스크린은 무려 525개까지 늘어났다. 물론 순 제작비만 1000만 달러(약 105억원)를 넘겼으니 여전히 열악한 국내 영화제작 시장을 감안하자면 거의 블록버스터급이다. 하지만 예술영화로서 영진위가 선정한 엄연한 다양성영화다. ‘비긴 어게인’뿐 아니다.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과 가슴 아픔을 다룬 ‘베리 굿 걸’도 지난달 25일 개봉해 관객 10만명을 넘겼다. 국내 다양성영화로는 ‘족구왕’ 성적이 돋보인다. 토익점수도 없고, 학점은 바닥을 박박 기는, 대책 없는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만섭이의 좌충우돌 족구 열정이 친구를 얻고 ‘캠퍼스 퀸’의 사랑까지 얻는 내용이다. 영화가 내건 기조가 ‘사랑과 족구를 그대에게’다. 취업 준비에 인생을 몽땅 바쳐야 하는, 팍팍한 삶의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한 ‘헌정 코미디’다.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강퍅한 조언도, 어설픈 위로도 아닌 그저 어깨 한번 꾹 감싸주는 공감임을 환기시킨다. 20~30개 스크린에 불과함에도 벌써 4만 1000명이 봤다. 1만 6000명의 관객이 찾은, 다큐영화 ‘60만번의 트라이’도 조용히 다양성영화 시장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 오사카 조선고급학교(오사카 조선고교) 럭비부의 전국대회 도전기다. 오사카 조선고교는 매년 오사카부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장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강팀으로 부상한다. 일본 고교 럭비 100년사에 이처럼 짧은 시간에 전국 강호들을 제압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하나, 믿음, 승리’의 구호 아래 60만 재일동포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트라이(터치다운)를 향해 뛴다.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 ‘몽당연필’ 이후 자이니치의 힘겹지만 희망을 품은 삶은 다큐영화로 재현돼 어김없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의 손 안녕하십니까? 손저림 원인과 예방법은

    당신의 손 안녕하십니까? 손저림 원인과 예방법은

    때론 거칠고 투박해 보여도 이 손 덕분에 아장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고, 멀리 대처로 떠난 자식들에게 김치며 된장을 바리바리 싸줄 수 있고, 정교하게 반도체를 만들 수도 있고, 멋들어진 그림을 화폭에 담을 수 있다. 모든 이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온종일 스마트폰, 컴퓨터, 설거지, 청소, 아이 안아주기 등 쉴 틈 없이 써야 하는 것이 손이다. 그런데 특별한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건만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손이 저리고 쑤신다. 통증과 질환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날 리가 없다. 손은 54개의 뼈와 수많은 힘줄, 인대, 신경 등으로 이뤄진 신체기관이다. 미세한 한 부분만 이상이 생겨도 통증이 나타난다. 아주 작은 통증도 생활에 큰 불편을 줌은 물론이다. 손목에 힘이 없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고, 밤에 주로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발병률이 42%나 증가한 대표적인 손 질환이다. 집안일, 장시간 컴퓨터 사용 등에 따른 과도한 손사용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엄지 부위 힘줄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손목건초염 등도 자주 나타나는 손 질환이다. 또한 팔꿈치를 지나는 신경이 눌리며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척골신경 증후군과 목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한 흉곽 출구 증후군도 손 저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 당뇨도 손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은 1일 밤 10시 ‘저리고 시리고 쑤시고, 손 건강의 적신호’를 방영해 다양한 손 질환의 사례를 통해 손 건강의 중요성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한 예방법까지 알아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맨홀’ 서울 한복판서 소리 없이 실종된 10명… 연쇄살인 범인은

    [새 영화] ‘맨홀’ 서울 한복판서 소리 없이 실종된 10명… 연쇄살인 범인은

    볼 수 없는 곳, 갈 수 없는 곳은 두려움과 불안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도시의 일상 속 곳곳에 즐비한 맨홀 같은 것이다. 그 안에는 하수관, 가스관, 각종 전선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적인 업무와 관련된 극히 제한된 이들만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체험적 학습과 경험이란 것이 성립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다. 가족. 평소에는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지만 힘들고 지쳤을 때 서로 위로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다. 고난이 닥쳤을 때 지켜주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떤 극한 고통에서도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완성된다. 바로 그러한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세상의 맨 끄트머리로 내몰리는 것, 그 자체다. 영화 ‘맨홀’은 늘 곁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지하 공간인 맨홀을 공포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서울 도심 복판에서 최근 여섯 달 동안 10명이 실종된다. 범인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 수철(정경호)이다. 아빠에게 투정 부리며 전화 통화를 하던 여중생, 연애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가족 없이 세상 속에 내버려진 맨홀 꼬마(성유빈) 등이 수철의 범죄 대상이 된다. 또한 이들은 맨홀 속 수철이 마련한 ‘가족들의 공간-집’에서 새로운 가족으로 복원되기 위한 대상이기도 하다. 수철은 이들을 맨홀 속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자기만의 가족사진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자신의 뜻과 어긋나면 살해한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방식으로 가족의 해체와 결핍을 겪은 수철의 일그러진 욕망이 반사회적 범죄로 표출된 결과물이다. 청각장애 소녀 수정(김새론)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뒤 언니(정유미)와 함께 위태롭지만 그렇기에 더욱 공고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수정은 맨홀 꼬마를 데리고 나가고 싶지만 맨홀 탈출을 도와주던 꼬마는 머뭇거리다 끝내 그 손길을 거부한다. 꼬마에게 맨홀 바깥 세상이란 맨홀 속과 별 다를 바 없는 고립무원의 공간인 탓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꼬마는 스스로 다시 맨홀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홀로 쓸쓸히 죽어 가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제2의 수철’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신재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음습한 맨홀 공간을 팽팽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스릴러의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다만 주된 인물 서너명 외에 다른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그들의 특징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겉돌아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선택은 자유” 자본주의 사회의 환상일 뿐

    “선택은 자유” 자본주의 사회의 환상일 뿐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254쪽/1만 6000원 개인, 합리, 이성 등의 철학적 가치는 중세의 만연된 봉건적 가치 체계를 극복하고,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힘을 갖게 했다. 심화된 자본주의는 공동체의 해체는 물론 집단과 조직을 분화하는 결과를 낳았고, 개인을 자본의 부속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는 인간의 소외를 낳는 후기자본주의의 모순으로 확인됐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누구나 성공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가난은 열심히 일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입시켜 왔다. 현대사회의 이러한 흐름 속에 굴복하지 않고자 하는 개인은 중요한 시기마다 자기결정권의 이름으로, 즉 ‘주체적 선택’을 통해 거대한 사회 체계에 맞섰다. 게다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이런 선택조차 하지 못한 개인들에게는 삶의 순간 순간이 불안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슬로베니아 출신의 정신분석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레나타 살레츨에게는 어떤 삶의 양태를 통한 결과물도 신통치 않다. 결국 자본주의의 확대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들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혹은 ‘내가 직접 선택했다’는 주체성이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에서 결정해 제공하는 좁은 범위 안에서 허우적대는 것에 불과함을 역설한다. 실제로 일상 속 선택의 갈림길에서 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려는 필사의 노력은 대부분 권위 있는 이의 조언, 다수 사람들의 선택에 따른 쏠림 등에 의해 많이 좌우돼 왔음을 우리는 이미 익히 알고 있고 경험했다. 사실상 ‘강제적 선택’이다. 그랬음에도 선택을 통한 결과의 책임은 개인의 몫이다. 경영학 영역에서 비롯된 합리적·효율적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 사회와 개인들의 삶에까지 조장하고 만연시키면서 그 선택에 대한 책임, 결과물까지 개인에게 귀속시킨다는 얘기다. 그 결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동력이 상실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배우 사인받고 싶다면 ‘GV’ 사수

    부산행 기차표도 준비됐다. 회사에는 휴가원도 이미 내놨다. 숙소 예약도 어렵사리 마쳤다. 그렇다고 부산까지 가서 영화만 보고 간다면 부산국제영화제의 깨알 같은 재미를 놓치게 된다. 힘겨운 예매 전쟁에서 설령 실패해도 낙심할 이유는 전혀 없다. 스타를 직접 만날 수도 있고, 쏠쏠한 기념품을 챙겨 갈 수도 있다. 핸드프린팅, 각종 야외 행사 등 숨은 이벤트도 즐비하다. 영화제 개막을 일주일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 관련 이벤트는 모두 확정되지 않았다. 영화제 홈페이지(www.biff.kr)를 잘 살펴야 한다. 일단 ‘GV’라고 표시된 영화는 한 번 더 눈여겨봐야 한다. 게스트 비짓(Guest Visit)의 약자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이나 주연배우가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준비돼 있음을 뜻한다. 유명 배우에게 사인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개·폐막식 때는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잡으면 텔레비전에서 보던 레드카펫 위 스타들을 눈앞에서 보는 행운도 잡는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책 속으로 들어간 영화, 책에서 튀어나와 만들어진 영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비프 북라운지’가 열린다. 저자 사인회도 있다. 또한 집행위 측의 북투필름(Book To Film) 선정작 10편도 비치돼 있다. 북투필름이란 원작 판권 거래를 원하는 출판사와 영화감독 및 프로듀서가 만나 콘텐츠의 영화화를 논의하고 거래하는 장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설, 만화, 웹툰, 아동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엄선됐다. 소설가 성석제의 ‘투명인간’과 공지영의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 웹툰 ‘클로저 이상용’, 김해원 작가의 청소년 소설 ‘오월의 달리기’ 등이다. 이와 함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등을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평가받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와 인생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준비됐다. 다음달 9일 오후 5시다. 미리 예매해야 한다. 또 6일에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거장 벨라 타르 감독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亞 10개국 문화·관광정보 한눈에… 부산·인천 아세안축제 27일부터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가운데 부산과 인천에서 또 다른 아시아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 주최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국가의 다채로운 문화와 관광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14 아세안축제’가 27∼28일 부산, 30일 인천에서 열린다. 아세안축제는 동남아 종합문화행사로, 2009년 시작돼 올해가 여섯 번째다. 특히 올해는 아세안 간 대화관계 25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11∼12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주재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의미가 더욱 크다. 부산시민공원 다솜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27∼28일 행사에선 아세안 회원국인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 국립공연단 80여명이 전통 민속무용·가면극·군무·전통 기악 공연 등을 펼친다. 이어 30일에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북쪽 광장 무대에서 선보일 행사에선 아세안 회원국의 국립공연단이 다양한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이번 아세안 축제 행사 기간에 ‘10개국 관광홀 홍보부스’, ‘한·아세안센터 홍보부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부스’가 설치돼 각국의 관광정보 등을 제공한다. 아세안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사진으로 담은 ‘아세안 여행 사진전’(Colors of ASEAN)도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그날의 진실, 두 대사에 주목하라

    그날의 진실, 두 대사에 주목하라

    “제보가 그렇게 쉬운 거면 세상이 이 꼴이겠냐?”(윤민철 PD) “당신은 모든 것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심민호 연구원)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제보자’(10월 2일 개봉)에서는 “진실이 중요하냐, 국익이 중요하냐”고 거듭 묻는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모든 이는 답한다. 진실이 중요하다, 진실이 국익이 된다고 대답한다. 영화는 10년 전 초미의 논란이 됐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모티프 삼아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사건은 국민 다수 정서와 관련이 깊었으면서도, 또 내용상으로는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영화의 유쾌하면서도 명쾌한 정리는 더욱 놀랍다. 영화의 프레임은 기실 살짝 ‘왜곡’됐다. 진실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국익’이 아니라 ‘진실이라 믿고 싶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이 영화의 진짜 프레임이다. 영화 속 젊고 열정적인 방송사 PD 윤민철(박해일 분)은 스쳐지나갈 법한 사소한 제보를 받는다. 거기에서 불법 난자 매매를 확인하고, 더 캐고 들어가다 당대 한국사회 불가침 성역과 같은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자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와 맞닿는다. 그리고 등장하는 공익제보자인 심민호 연구원(유연석 분). 이 박사의 거짓 행동과 거짓말에 대한 전국민적 환상을 깨뜨린 핵심적 활약은 심 연구원의 몫이다. 그는 윤 PD를 만나 용감하게 이 박사와 그에게 쏟아진 화려한 조명에 대한 진실을 외부에 알린다.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물론 국민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박사를 건드린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그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이 박사에 맞서다가 처절하고 쓸쓸하게 버려진다. 윤 PD 역시 회사 경영진의 반대와 비난을 쏟아붓는 국민 여론 속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벌판에 내던져진다. 이 과정에서 심 연구원과 윤 PD가 내뱉는 두 대사야말로 영화 ‘제보자’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윤 PD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내면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의 캐릭터는 청와대의 외압을 받고, 언론을 탄압하는 경영진에 맞서 직장에서 내침을 당하는 것도 감수하고, 또 감옥에 갈 것까지 각오하는 ‘정의롭고 영웅적인 언론인’으로 박제화됐다. 또한 영화 제목이 말해주듯 가장 중요한 역할이어야 할 내부고발자로서 심 연구원에 대한 캐릭터의 입체성도 다소 밋밋하다. 현실의 삶 곳곳에서 거짓과 늘상 만나고 좌절하며 소시민적인 안위, 현실로부터의 도피 등 세상과 타협하고픈 비겁함 등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더욱 필요한 캐릭터는 윤 PD가 아니라 심 연구원이다. 아예 영화 전면에 ‘영웅적 제보자’를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이러한 몇몇 아쉬운 대목만 빼면 영화는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복잡한 실제 사건 속에서 서사적 개연성을 충분히 갖춘 시나리오가 일단 훌륭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뒤 이를 군더더기 없이 끌고 나간 임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영화는 재미있는 만큼 가볍게 봐도 좋고, 사회적 울림이 있는 만큼 묵직하게 봐도 좋다. 가까운 한국 현대사 속에서 재벌의 로비를 받은 감사원을 내부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군부재자투표의 부정선거를 내부고발한 이지문 중위, 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등이 스크린 위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을 버린 이들의 용기와 삶을 되새겨 보게도 할, 사회적 함의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영화다.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더블-달콤한 악몽’

    [새 영화] ‘더블-달콤한 악몽’

    내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누군가는 쉽게 해치우며 나를 도와준다. 불친절한 식당 종업원 혼내주기, 술집에서 괴롭히는 건달 때려 눕히기 등. 그는 외로운 내 가슴 속 내밀한 얘기도 친절히 들어준다. 그런데 ‘참 고마운 그’가 직장에서 내가 애써 해놓은 일을 가로챈다. 매력적이면서 싹싹한 성격으로 동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게다가 가슴 졸여오며 지켜보던 나의 사랑까지 빼앗아 버린다. 어렵게 털어놓은 내밀한 얘기를 그대로 써먹어 가면서 사랑을 훔쳐 가는 파렴치한이다. 이쯤 되면 고마움이 아니라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해야 하는 대상이다. 문제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그’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성격만 정반대일 뿐 외모와 옷차림까지 똑같은 나의 분신이다. 영화 ‘더블-달콤한 악몽’은 도스토옙스키 초기 소설 ‘분신’을 원작으로 삼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19세기 소심한 러시아 최하급 관리 ‘골랴드킨’은 21세기-혹은 20세기, 산업화 사회 속 우유부단하고 존재감 없는 사이먼 제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로 탈바꿈했다. 골랴드킨이나 사이먼에게나 또다른 분신이 필요한 시점은 하나다. 나의 존재가 철저히 부정당할 때, 세상이 나를 멸시할 때, 내가 세상의 먼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존중받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때다. ‘또 다른 나’는 세상 모든 자아의 욕망이다. 그러나 골랴드킨이나 사이먼에게 가장 큰 불행은 원래의 나를 변화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 아닌, 원래의 나는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나’가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자아분열과 다름없다. 세상 바깥에 내던져진 주인공은 이제 나와도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원작 속 골랴드킨은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며 끝난다. 사이먼은 더 큰 불행으로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렇다고 영화가 어둡고 우울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상상력이 더해지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화면 속에서도 대단히 감각적인 감독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다. 눈여겨볼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리처드 아요데 감독이 어떻게 1970년대 신중현이 만들고 김정미가 부른 ‘햇님’을 접했는지 궁금하다. 굳이 한국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말이다. 영화를 본 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굳이 에티켓 때문만이 아니다. 야구뿐 아니라 영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청나라 황제와의 시공 초월한 사랑, 그다음 이야기

    청나라 황제와의 시공 초월한 사랑, 그다음 이야기

    미드, 영드, 일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치 않지만 ‘중드’(중국 드라마) 역시 나름대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3년 전 ‘보보경심’은 ‘중드 폐인’을 양산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보보경심’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작 ‘보보경심2’(원제 보보경정) 39부작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드라마 전문채널 CHING(채널 칭)은 24일 오전 8시 40분 ‘보보경심2’ 첫 회를 시작으로 월~금 오전 7시 40분(본방), 오후 3시 20분(재방) 방송한다. ‘보보경심’의 주인공이자 이 드라마를 통해 커플이 된 류스스(劉詩詩)와 우치룽(吳奇隆)을 비롯해 1편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나온다. 각 캐릭터의 개성, 인물 관계,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서도 새롭고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이어진다. 1편에서 평범한 20대 직장인이던 장샤오(류스스)는 우연한 사고로 광고판 전기에 감전돼 청조 궁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청조 옹정제와 닿을 듯 이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지속한다. 2편은 시공 초월의 설정은 마찬가지지만, 다시 현대로 오면서 시작된다. 2편의 1회는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옹정제와 사랑을 잊지 못해 힘겨워하던 장샤오가 우연히 옹정제와 똑같이 생긴 전텐그룹 부회장 인정(우치룽)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보보경심2’는 지난 4월 중국 저지앙 위성TV 방영 당시 시청률 1위를 차지했으며, 첫 방영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1억 6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누적 조회수 21억 400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중국 대륙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혼돈’ 오명에 갇힌 아나키스트, 자발적 공동체 그리다

    ‘혼돈’ 오명에 갇힌 아나키스트, 자발적 공동체 그리다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제임스 스콧 지음/김훈 옮김/여름언덕/246쪽/1만 5000원 아나키즘. 모든 제도화된 정치조직, 또는 권력,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이다. 우리에게는 일본을 거쳐 ‘무정부주의’로 번역 소개돼 왔다. 그런 탓인지 무질서한 테러와 폭동, 혼동, 혼란 등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나키즘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무질서한 민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쓴 ‘아나키’(키잡이 없는 배)를 어원으로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1809~1865)이 처음으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쓰며 자신을 ‘아나키스트’라고 칭했다. 그는 아나키즘의 정수로서 위계와 국가 지배가 없는 상태에서의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협동을 강조했다. 아나키즘 이론은 그의 제자인 러시아의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폿킨에 이르러 더욱 체계적으로 심화됐다. 크로폿킨이 쓴 ‘상호부조 진화론’이 초기 대표적인 저서다. 하지만 정작 역사 속에서 철학과 사상으로서 제 대접을 못 받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때 사회주의 운동의 동지적 연대 관계였지만 프루동이 마르크스주의의 민주집중제를 강하게 비판했고, 마르크스 역시 아나키즘의 오류에 대해 집중 성토하며 균열이 생긴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는 아나키즘의 제 몫 찾아 주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체제에 반하는 불온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잡하고 고답적인 철학 사상 소개도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맥주 한잔 놓고 마주 앉아 얘기하듯 편안하게, 때로는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듯 열정적으로, 또 때로는 노회한 칼럼니스트처럼 우스개 섞어 조롱하면서 글을 풀어 가는 에세이에 가깝다. 신호등, 도로명 주소, 학교 교육 시스템, 농작물 재배 방식 등 우리네 크고 작은 현실 속에서 국가와 자본이 자신들의 지배 편의를 위해 얼마나 촘촘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아나키즘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또 그러한 질서에 맞서기 위한 ‘아나키즘적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 예일대 교수인 저자 제임스 스콧은 ‘아나키스트의 안경’을 끼고 대중운동, 혁명, 정치, 국가를 바라볼 경우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전한다. 지금까지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보지 못했던 통찰을 확인할 수 있고 아나키즘에 관해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열망도 볼 수 있으며 정치 활동에서 아나키즘의 원칙들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현상 또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이며 협조적인 공동체적 질서다. 그는 자신이 독일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하나의 예를 든다. 사방 몇 ㎞ 어디에도 자동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시골길 횡단보도 붉은 신호등 앞에서 인내심 있게 초록불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상의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관행을 읽는다. 그것은 시민적 책임 의식으로 포장된, 하지만 기실 현재 통용되는 법규명령을 어김으로써 받게 될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네 독자적인 판단을 정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호등이란 것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 목적임에도 일상 속의 사소한 탈주조차 익숙하지 않게 됐음을 뜻한다. 그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드라흐턴에서 실시한 신호등 철거 실험에서 신호등, 즉 강제적 조정 명령이 없을 경우 운전자, 보행자 등의 독자적 판단 능력이 더 좋아져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소개한다. 역설적이지만 규정을 지킬 경우 혼란이 더 커질 수 있음도 함께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 파리 택시운전사들의 ‘준법투쟁’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른 모든 규정을 철저히 지키기 시작하자 파리 교통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던 사례다. 스콧은 스스로 ‘아나키즘적 세계관을 결여한 상태’로 규정하면서도 아나키즘을 예찬한다. 또 그것이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과도 다름을 거듭 강조한다. 비공식적인 협동과 협조, 위계 없는 호혜적 상호 관계는 대다수 사람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며, 그것이 국가의 법이나 제도와 적대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즉 아나키즘적 상호 관계의 경험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친절함과 자본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틈바구니에 있는 동네 구멍가게, 채소가게가 동네 사랑방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동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약간 비쌀지 모르지만 비공식적으로 공공 안전, 주민 복지 등을 제공하는 공동체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명량’ 대박에도… 한국영화 관객수 오히려 줄었다

    ‘명량’ 대박에도… 한국영화 관객수 오히려 줄었다

    영화 ‘명량’이 1750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이뤘지만, 정작 올해 한국영화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 탓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미국영화는 오히려 관객 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결국 작품의 콘텐츠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18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모두 147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2편에 비해 양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관객 숫자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에는 9월 17일까지 9175만 2483명이 한국영화를 찾았지만 올해는 8373만 6162명에 그쳤다.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839만명), ‘타짜’(330만명), ‘군도-민란의 시대’(477만명) 등 어느 해보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 늘어나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다 올해 상반기 ‘수상한 그녀’가 예상치 못한 865만명의 대박을 터뜨렸음에도 나타난 결과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그동안 영화계 안팎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영화 시장 자체가 가라앉았다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국가별로 봤을 때 두 번째로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한 미국영화는 5755만 874명에서 6983만 296명으로 관객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7.3% 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한국영화의 콘텐츠 및 경쟁력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다는 주체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한 방증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개봉한 미국영화만 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416만명), ‘엣지 오브 투모로우’(469만명),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529만명), ‘혹성탈출-반격의 서막’(400만명) 등은 모두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영화 59.3%, 미국영화 37.1%이던 관객 점유율도 올해 각각 52.0%, 43.4%로 한국영화는 줄어들고 미국영화는 늘어났다. 조성진 CGV 팀장은 “올해 상반기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는 기대를 모았던 ‘역린’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이 400만명을 넘지 못했을 정도로 성공한 콘텐츠가 없었다”면서도 “여름 시장부터 서서히 성적이 호전되는 추세이고 가을 이후에도 좋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집계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때늦은 공포 때잊은 공포

    때늦은 공포 때잊은 공포

    공포영화에는 몇 개의 익숙한 장치가 있다. 무엇보다 낯익은 공간과 시간, 늘 곁에 있던 이에게서 느끼는 낯섦이 일순간 무시무시한 공포로 비약하는 것이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으로 내던져진 뒤 겪어야 하는 초자연적 현상들로 소스라치게 만들 때도 있다. 서늘함을 넘어 오싹함이 들고 식은땀이 흐른다.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매력이다. 또 하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 한 번 더 그 매력은 발한다. 2시간여 동안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 공포, 두려움이 스르르 사라질 때의 그 안도감. 아무 일 벌어지지 않는 현실 속으로 돌아왔다는 편안함이다. 전통적으로 무더운 여름철이면 공포영화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온 이유다. 그러나 이제 여름이 아닌, 초가을에 공포영화가 대거 몰려온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가을철에도 여전히 무더운 탓이 아니다. 올해 여름 영화시장이 ‘명량’, ‘해적’, ‘군도’, ‘해무’ 등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흥행을 노린 대작들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틈새시장을 노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가을 개봉한 영화 ‘컨저링’이 예상치 않게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 ‘식스센스’가 14년간 유지하고 있던 기록을 깨고 역대 국내 개봉 외화 공포영화 1위에 올라선 데 대한 학습 효과이기도 하다. 올가을 공포영화는 실제 사실에 기초해 만들어진 정통 공포영화들부터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 단절되는 인간 관계 속에 드러나는 인간 본성 속의 마성 등 내용과 형식도 다채롭다. ‘콰이어트 원’과 ‘애나벨’은 실화에 기초한 공포임을 강조한다. ‘콰이어트 원’은 1972년 앨런 로버트 조지 오언 박사의 주도로 진행된 ‘필립실험’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실험으로, 영화는 ‘내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이의 고통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시작된다. 치료 과정을 기록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함께 영화 자체의 카메라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며 공포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15세 관람가로 18일 개봉한다. ‘애나벨’은 ‘컨저링’의 프리퀄(속편이면서 전편보다 시간상 앞서는 이야기)이다. ‘컨저링’에서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런 부부의 연구실 유리상자에 보관하고 있던, 악령이 깃든 인형 애나벨의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공포를 줬던 인형이 주인공이 돼 ‘컨저링’ 이전 사건들을 보여준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클래식 공포’를 표방했지만 실은 사람을 소스라치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 된다. 과연 ‘무서운 장면’이 뭔지 싶어진다. ‘애나벨’은 오는 10월 2일 밤 12시에 개봉한다. ‘좀비스쿨’은 한국형 좀비 영화다. 시간을 거슬러가면 무려 1981년 국내 좀비 영화의 시작 ‘괴시’가 있었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좀비가 나오는 ‘이웃집 좀비’, ‘미스터 좀비’, ‘인류멸망보고서’, ‘신촌좀비만화’ 등 가뭄에 콩 나듯 띄엄띄엄 좀비 영화가 만들어지긴 했다. 대부분 공포에 코미디를 뒤섞었다. ‘좀비스쿨’은 조금 다르다. 구제역으로 매몰된 돼지가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설정이다.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칠성학교에서 돼지는 교사를 물고, 교사 좀비 무리들은 학생들을 공격한다. 상황도 맥락이 없고, 서사도 엉성하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것을 낯설게 하고 일부러 B급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의도한 천재적 감독의 설정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렸다. 올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됐고,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녀’는 지난 1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다소 괴팍하지만 평범한 팀장이 있고, 인간 관계에 서툴고 상처받아 온 부하 직원이 있다. 부하 직원에게 일을 채근하던 중 ‘손가락 걸기’ 내기를 한다. 시간 내에 일을 마친 부하 직원은 팀장에게 손가락을 달라며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그가 사랑의 결핍과 갈구를 자학적이면서 피학적으로 풀 수밖에 없게 된 ‘마녀’임을 드러내는 과정이 공포스럽다. 나중에는 연민을, 또 마지막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놀랍게도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만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딱히 반전은 없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 주위에 숨어 있는 검은 그림자, 유독물의 진실

    우리 주위에 숨어 있는 검은 그림자, 유독물의 진실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시에 불산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를 진압하러 출동한 소방관들은 2시간 가까이 일반 방화마스크만 쓴 채 현장을 뛰어다녔고, 주민들은 4시간 뒤에서야 대피 방침을 전달받았다. 구미시도, 소방당국도 불산가스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한 탓이었다. 이 사고는 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가축 4000여 마리가 죽었고, 인근 주민 1만 2000명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생명과 재산의 심각한 피해를 통해 아픈 교훈을 얻었지만, 유독물 가스는 구미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85건, 올해 75건 등 유독물 사고는 여전히 잇따랐다. KBS 시사기획 창은 우리네 주거지 주변에 유독물 공장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만약 사고가 일어날 경우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는지 등 유독물 공장의 실태를 취재했다. 구미, 울산, 여수 등 지난해 유독물 사고가 난 10개 도시를 집중 취재했고, 유독물 현황 자료에 유독물 공장 주변의 유치원, 아파트, 요양병원, 학교 등 공공데이터를 접목시키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방식의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이렇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피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10개 도시 약 408만명이 유독물 업체 반경 2㎞ 안에 살고 있고, 유치원과 학교들도 수백개나 위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유독물 업체의 위험성 및 대피 방법 등을 알지 못한다. 유독물 업체들이 법에 따라 정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만, 정부는 ‘기업비밀’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내용은 16일 밤 10시 ‘수상한 이웃-우리 동네 유독물 보고서’를 주제로 구체적으로 방송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커버스토리] 1300억 매출 대박 그들만의 잔치로

    [커버스토리] 1300억 매출 대박 그들만의 잔치로

    ‘명량’은 이제 한국영화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44일 동안 1744만 3492명이 ‘명량’을 봤다. 매출액은 1344억 4573만원.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첫 영화임은 물론 3D 상영으로 고액 입장료 전략을 폈던 ‘아바타’가 세운 한국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1284억 4709만원)도 훌쩍 넘어선 기록이다. 영화가에서는 요즘 “이 기록들은 앞으로 통일된 이후에나 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통계청이 추산한 올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042만 3955명. 이 중 14세 미만은 719만 8984명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명량’은 ‘관람 가능 전체관객’ 규모 4322만 4971명 중 40% 이상이 봤다는 얘기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극장 출입이 쉽지 않은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638만 5559명임을 감안하면 ‘관람 가능 전체관객’은 더 줄어들어 실제로는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이 영화를 본 셈이다. 흥행 성적은 물론 총제작비 185억원 등 수치에서도 드러나듯 ‘명량’은 2011년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무려 3년의 공을 들인 대작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서서히 간판을 내려 가는 가운데 조만간 수익금 배분에 들어간다. 사상 최대의 ‘수익 잔치’ 앞에 투자·배급사, 제작사,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감독과 배우도 만면에 희색이다. 그러나 빛이 진할수록 그늘 또한 짙다. ‘명량’은 상영관 점유율 최고 39.8%, 상영 횟수 점유율 최고 52.3% 등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문화다양성의 위협, 관객의 영화 선택권 제한 등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영화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흥행 대박 속 수익 잔치는 이들 제작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영화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영화 한 편당 주연배우 3~4명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20~30%를 차지하고, 200명 안팎인 일반 스태프들의 임금은 제작비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흥행 성적이 좋아 수익 분배 잔치가 요란해질수록 현장 스태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커버스토리] ‘천만 영화’ 빛과 그늘

    [커버스토리] ‘천만 영화’ 빛과 그늘

    영화는 정교하게 분업화한 산업이다. 대단히 치밀한 투자 사업이기도 하다. ‘명량’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사소하게라도 분류 집계하고 있는 기록이라는 기록은 모두 갈아치웠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미 미국시장에서 개봉돼 지난 7일 기준 235만 281달러(약 24억 3200만원)의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고, 또 다른 해외시장을 겨냥해 현지 상황에 맞는 판본 편집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영화의 큰 산맥으로 우뚝 선 ‘명량’이 남긴 성과 및 과제를 살펴봤다. ‘명량’은 꼬박 3년 동안 무려 185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615명의 스태프가 제작, 연출, 조명, 녹음 등 각 분야에서 제작에 참여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제작, 개봉 이후 투자·배급, 마케팅까지 많은 이들의 진한 땀과 열정이 숙성된 ‘예고된 대작’이었다.<표 참조> ‘명량’은 곧 극장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간판이 내려지고 나면 막후에서 또 다른 잔치판이 시작된다. 풍성한 ‘수익 잔치’다. ‘명량’은 지난 11일까지 1344억원이 넘는 총매출액을 올렸다. 두말할 것 없이 한국영화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여기에 영화발전기금 3%, 부가세 10%를 공제한 순매출액은 1170억원가량이다. 극장 몫 절반을 빼고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측에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587억원이다. 여기에서 배급수수료 10%도 공제해야 한다. 남은 돈은 528억원. 다시 총제작비 185억원을 제하고 나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가 ‘명량’을 통해 거둔 순수익은 343억원이다. ●투자자들 표정 관리… “엄청난 고수익 아니다” 엄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통상적으로 6대4다.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작의 경우 7대3으로 배분하는 사례도 있다. 6대4로 배분할 경우 투자·배급의 실무집행을 맡은 CJ E&M을 비롯해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KDB산업은행,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총 20개 투자사는 순수익의 60%(206억원)를 투자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다. 7대3으로 계약했다면 240억원에 이른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배분 계약 및 투자사의 투자 비율은 ‘대외비’다. CJ 엔터테인먼트 등 투자사는 애써 표정관리 중이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총투자액 대비 110~130%의 고수익을 냈으니 성공한 투자는 맞다. 하지만 이것이 3년에 걸친 투자라고 본다면 연 30~40% 남짓에 그치게 된다. 또한 사상 초유의 대박 영화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짐짓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실제 영화 제작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 주체가 참여했던 만큼 실제로 나눠 갖는 수익 역시 분산되는 것이 사실이다. 윤인호 CJ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투자사들의 투자 지분 및 수익금 배분 방식은 계약서상 대외비인 만큼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그렇게 엄청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량 대박’의 진정한 수혜자는 제작사다.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가 순수익의 137억원을 가져간다. 7대3 배분 계약이라면 103억원 정도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빅스톤픽처스의 대표로서 최대 주주이다. 김 감독 개인으로서는 이미 적지 않은 연출료와 함께 흥행 수익에 따라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개인 수익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화계 주변에서는 김 감독의 경우 기본 연출료 최소 3억~4억원에 제작사 순수익의 1% 안팎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최민식·류승룡 등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주요 배우들 역시 영화계 관행상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만큼 기본 출연료 외에 가외 수입이 생긴다. 배우들의 출연료는 계약 내용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만, 주연배우라면 기본 출연료 7억원 안팎에 흥행 수익에 따라 최소 3억~4억원 이상은 더 챙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인공 최민식은 10억원쯤을 쥐게 되는 셈이다. ●영화생태계, 문화다양성 등 해묵은 논란 여전 1000만 관객이 들어온 영화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논란의 지점이 있다. ‘명량’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 점유율로 독과점을 얘기하는데, 그보다 상영점유율(상영 횟수)을 보는 것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돌풍 앞에 빠짐없이 나오는 스크린 독과점의 비난 여론에 대한 하소연이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개봉 이후 첫 번째, 두 번째 주에서 사실상 판가름난다. 상영 기간을 길게 하며 흥행을 끌어가는 방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른바 ‘와이드 릴리스’라는 이름으로 동시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방식이다.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반적이다. ‘명량’은 지난 7월 30일 개봉 첫날 전국 1159개 스크린에서 일제히 상영됐다. 스크린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33.6%였다. 또 이날 상영 횟수는 6147회로 42.3%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명량’은 입소문을 타면서 8월 5일 상영점유율이 52.3%까지 치솟았고, 스크린 점유율 역시 39.5%로 정점을 찍었다.<표 참조> 현재 국내는 복합영화관마다 10개 안팎의 스크린이 있고, 스크린당 하루 평균 7회 정도씩 상영하는 상황이다. CJ, 롯데, 쇼박스 등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극장 유통까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영화는 설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요즘 한창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투자·배급사, 제작사, 연출감독, 스태프 등 영화계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의견들이 엇갈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의원 측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면서 “의견 수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해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발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어쨌든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영화사업에 뛰어들며 한국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문화다양성 측면이 여전히 중요한 화두인 만큼 앞으로는 영화 제작뿐 아니라 투자, 배급 등에서도 적절한 영화생태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영화계 각 주체가 참여해 조율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는 물론 최근 세월호 참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영화인들이 정작 영화계 내부의 문화다양성 문제, 월 100만원 안팎의 저임금으로 버티는 영화계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 등에는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자신들 역시 대기업의 영화제작 시스템에 편입돼 해묵은 관행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커버스토리] ‘명량’에 묻혀 피지도 못한 영화꽃들, 뒤늦게라도 피어볼까

    [커버스토리] ‘명량’에 묻혀 피지도 못한 영화꽃들, 뒤늦게라도 피어볼까

    곁에 있는 사람, 혹은 파워블로거나 언론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면 그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라면,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혹은 그저 궁금해서 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좋은 영화보다는 많이 보는 영화에 쏠리기 십상이다. 이렇듯 영화 선택에는 ‘밴드웨건 효과’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크다. 잘되는 영화는 더 잘되고, 안 되는 영화는 아예 선택받을 기회마저 갖지 못하고 만다. ‘명량’이 1700만 관객의 회오리 파도를 일으키던 그때, 우리가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놓치고 만 영화들이 있다. 뒤늦게라도 한번쯤 챙겨볼 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은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자본과 유착한 언론은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부각시킨다. 대중은 순수하게 분노한다. 정치권력은 공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공공재를 시장과 자본에 헐값으로 내놓는다. 1980년대 영국으로부터 시작해 전지구적으로 신성시되어온 민영화 흐름의 판박이 레퍼토리다. 이훈규 감독의 ‘블랙딜’은 민영화가 이루어진 1세대 7개 국가들을 직접 탐방했다. 영국의 철도, 칠레의 연금, 프랑스의 물, 독일의 전력 등 민영화 사례를 소개하며 민영화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면서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차분히 증언한다.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고. 의료민영화, 규제 개혁 등 민영화의 환상을 여전히 품고 있는 2014년 한국사회에서 고작 8909명만 보고 지나갈 수는 없는 영화다. 지난달 7일 개봉한 ‘모스트 원티드 맨’은 급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유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급부상하여 전 세계의 정보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함부르크다. 독일 정보부 소속 군터와 터키, 러시아를 거쳐 밀입국한 무슬림인 이사가 등장하며 미국 중앙정보부(CIA)도 등장하니 흔한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로 짐작될 법하지만 전혀 다르다. 숨가쁘게 뛰어다니거나 치고 때리는 요란스러운 액션이 없다. 또한 전형화한 선과 악의 갈등, 대립, 그리고 단선적인 문제 해결방식 등과는 거리가 꽤 멀다. 대신 느릿한 시선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뒤를 아주 천천히 따라간다. 어떤 외피를 띠건 모든 예술은 인간으로 향함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전국 극장에서는 눈 밝고, 인내심 있는 1만 4067명만 이 영화를 봤다. 지난 7월 16일 개봉했던 영화 ‘테레즈 라캥’은 개봉 전부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비교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박 감독이 에밀 졸라의 원작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다. 여주인공 테레즈 라캥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고모집으로 향한다. 고모의 일방적인 훈육 속에서 자라난 라캥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촌 카미유와 결혼한다. 그리고 어느 날 카미유의 친구 로랑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자라고 있던 거침없는 사랑과 욕망의 실체를 대면하게 된다. 에밀 졸라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그 관찰 결과를 영화 역시 잘 살려냈다.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 등 박 감독의 ‘박쥐’와 같고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보면 사유의 교직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역시나 1만 4385명이 보는 데 그쳤다. ‘동경가족’도 7월 31일 개봉해 3만 1256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영화 수장고 한 구석에 먼지 쌓이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 섬에 살던 노부부가 자식들을 보기 위해 도쿄까지 오지만 자신을 불편해하는 자식과 며느리를 만날 따름이다. 돈 많고 잘사는 큰아들과 둘째 딸이 부모를 냉랭하게 대하며 밖으로 내돌리는 것과 달리 막내아들과 그의 여자 친구는 다른 마음 없이 부모를 대한다. 2시간 26분짜리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개가 빠른 것도 아니지만 가슴 깊은 곳의 뜨거운 어떤 감정이 울컥 올라온다. 늙어버린 부모,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부모 생각에 가슴이 저릴 수도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기덕 감독 ‘일대일’ 베니스데이즈 작품상 수상

    김기덕 감독 ‘일대일’ 베니스데이즈 작품상 수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이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베니스데이즈’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고 이 영화의 해외배급사 화인컷이 10일 전했다. ‘베니스데이즈’는 이탈리아 영화감독협회와 제작가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로,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에 해당하는 부문이다. 앞서 김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빈집’), 황금사자상(‘피에타’) 등을 받았다. 김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일대일’은 권력의 부정부패와 싸우는 서민들의 이야기”라며 “민주주의의 죽음을 상징하는 비극적인 사건과 이를 파헤치다 결국 외롭게 죽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아픔을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 여고생이 참혹하게 살해되자 7명의 시민이 살인을 사주한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를 단죄하는 줄거리를 담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레미제라블’ 이어 또 佛 혁명영화… 이번엔 진짜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어 또 佛 혁명영화… 이번엔 진짜 뮤지컬

    또다시 프랑스혁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다.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이하 1789)이다. 2012년 18대 대선 직후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레미제라블’은 관객 590만명의 눈물을 자아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하게 했다. ‘1789’ 역시 제목에서 보여주듯 프랑스혁명을 소재이자 핵심 주제로 삼았다. 당시 작품이 뮤지컬 형식으로 영화화한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진짜 뮤지컬이다. 프랑스 공연 실황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하지만 단순한 실황 중계방송 방식이 아니라 3D로 다듬었다. 평면성의 한계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영화가 무대 공연예술로서 시각적 입체성을 강조하는 뮤지컬을 결합한다는 차원에서 3D는 절묘한 선택이다. ‘1789’는 프랑스 현지에서 지난해 최고의 뮤지컬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시골의 평범한 젊은이는 귀족들에게 대들다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며 파리로 간 뒤 로베스 피에르, 조르주 당통 등을 만나 혁명가로 변신해 프랑스혁명의 주역이 된다. 왕실의 가정교사이자 귀족 출신인 여인과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베르사유궁 왕족, 귀족들의 화려한 삶은 화려함 그대로, 궁핍과 가난 속 평민들 삶의 처참함은 역시 그대로 무대에서 배우 50여명의 군무로 유쾌하면서도 생생하게 재현된다. 또한 감성적인 발라드, 강력한 록 비트의 혁명성이 어우러진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공연 전부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한 ‘사 이라 몽 아무르’(Ca Ira Mon Armour)나 커튼콜 음악인 ‘푸르 라 펜’(Pour La Peine) 등은 노래 자체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즈업되는 배우들은 17조에 이르는 프랑스 인권 선언문을 한줄 한줄 읽어간다. 220년 전 먼 나라에서 명문화한 자유, 평등, 박애, 시민의 저항권 등에 까닭 모를 감동과 전율이 몰려온다. ‘1789’를 연출한 정성복 감독은 3D 촬영용 16대 카메라와 2D용 카메라 1대 등 모두 17대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여기에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와이어캠과 테크노 크레인 등 4대의 특수 장비를 동원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 나이트’ 등의 특수효과 감독 출신인 마크 와인가트너가 스태프로 가세해 3D의 깊이를 더했다. 생동감 넘치는 카메라 워킹과 함께 무대 위 작은 배역의 배우들에게도 살아 있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내년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이 예정된 작품이다. 그전에 오리지널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오는 18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데 이어 유럽 전역 1500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전체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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