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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사러 도서관 갑니다

    책 사러 도서관 갑니다

    A시 시립도서관 한쪽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규모의 서점이 차려져 있다. 매일 도서관을 오가는 수백명 넘는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여기서 책을 산다. 주말마다 가족나들이 삼아 찾아오는 단골손님까지 생겼다. 이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덤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쏠쏠하다. 유명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연,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등 시내 대형서점이 아니고서는 접할 수 없었던 도서 관련 행사들이 즐비하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어차피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도 할인혜택을 크게 볼 수 없으니 집 근처의 도서관 서점은 매력만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다 아예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을 만났을 때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머지않아 전국 공공도서관 곳곳에서 볼 수 있을 풍경이다. 6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에 ‘동네 서점’이 문을 열었다. 46㎡ 규모에 2000여권의 도서를 갖췄다. 책을 빌려보는 도서관에서 책을 사는, 기발한 역발상의 도서관 서점 1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빈사 위기의 중소 서점을 살리기 위한 취지에서 이곳에 동네서점을 유치하고,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전국 공공도서관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서관 서점’은 문체부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의 역발상에서 출발했다. 한국서련에서 지난해 전국 서점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문구점 등을 겸업하는 서점을 제외한 순수한 동네서점은 1625곳이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국공립 877개, 사립 385개 등 1262개. 전국의 도서관 수가 빈사 위기의 동네서점 수와 엇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했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국공립 도서관의 경우 입점 서점은 공공기관 임대사업 기준을 적용받아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크다. 성미희 한국서련 총괄실장은 “도서관에서 과연 책을 사볼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책을 읽는 수요가 결국 구매하는 수요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의 위력에 짓눌린 동네 서점이 도서관에 입점할 수 있다면 당장의 경영난 해소는 물론이고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책 문화 복지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는 “지역 서점 활성화 방안이자 도서관-서점 상생 방안으로서 이번 실험을 통해 성공모델을 만들면 다른 도서관으로 계속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도서관 서점 1호점의 주인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앞에서 33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의수(61)씨. 동네서점 4곳과 입점 경쟁을 벌인 김 대표는 “없던 도서관이 새로 들어서면 주변의 동네서점은 고사하게 되지만, 기존의 도서관과 연계하는 전략은 충분히 상생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군사 충돌 위험 키우는 MD의 악순환

    군사 충돌 위험 키우는 MD의 악순환

    MD본색/정욱식 지음/서해문집/288쪽/1만 2900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는 동북아안보 전략을 위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이다.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 한국 정부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이유다. 사드가 평택, 오산 등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될 때 곁들여 설치되는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1000㎞에 이른다.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포괄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개입력이 한층 높아짐은 물론이다. 가뜩이나 MD에 민감한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앞마당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들락거리는 것도 부족해 상시적으로 미군과 대면해야 하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반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쳐야 하니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그럴싸한 표현 뒤에 숨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중이다. 책은 MD를 단순한 무기체계로 보지 않는다. 국제 관계,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바꿀 중대 변수로 보고 있다. 미·일동맹은 한국까지 MD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북한은 이에 맞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힘을 기울인다→북의 이런 행보는 다시 MD 배치의 주요한 근거가 된다→중러협력체제의 강화로 군사충돌의 위험이 커진다. MD체제는 이처럼 전형적인 악순환의 고리 속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한다.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1972년 미국과 소련이 모스크바에서 맺은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부터 시작해 9·11 테러 이후 ABM조약을 탈퇴하고 MD체제 구축을 시도하는 미국, 그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대응,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사정까지 두루 다룬다. 이후 일련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직시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미·일정보공유 약정 체결,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 등을 통해 얼마나 은밀하게 꼼수를 부리며 MD에 발을 담가 왔는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물론 그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며 MD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려고 몸부림쳤지만, 한때 미국의 MD 참여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참여의사를 밝혔던 한계도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MD의 기계적 결함 가능성,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서, 미국의 해제된 비밀문서 등을 꼼꼼히 덧붙이고 있다. 책의 교훈은 간명하다. 절대안보의 추구가 절대불안을 야기한다는 것, 즉 ‘상대방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나도 안전해진다’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성균, 천의 얼굴…질릴 틈 없네

    김성균, 천의 얼굴…질릴 틈 없네

    얼떨떨했다. 연기를 한 대가로 이렇게 큰 돈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5년 전이었다. 사실 처음 오디션 볼 때만 해도 별생각 없었다. 10년 넘어선 연극판 생활은 힘겹기만 했고, 갓 태어난 아이 밑으로 들어가는 돈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공사판을 전전하던 중 마침 경상도 사투리가 되는 배우를 구한다 했다. 대구가 고향이니 단역이나 맡으면 다행이겠구나 싶었다. 영화 ‘밀양’의 송강호 대사를 주문하길래 그냥 보여줬다. 1차 오디션을 통과해 2·3차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간 뒤 처음으로 영화 대본을 받았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조폭의 2인자 박창우 역할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존재만으로도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하정우, 최민식 틈바구니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다.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시작한 연기 인생의 대전환점이었다.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 김성균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인생역전이었죠. 500만명 가까운 관객이 보셨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게 당연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한 찻집에서 김성균(35)을 만났다. ‘범죄와의 전쟁’이 발굴해 낸 배우다. ‘초록물고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송강호 이상의 강렬함이었다. 영화계에서 대본이 쏟아지던 중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만났고, 이를 통해 영화계의 인정과 함께 대중의 인기까지 얻게 됐다. “인생역전은 ‘범죄와의 전쟁’이었지만, 진짜 돈을 번 것은 ‘응답하라 1994’였었죠. 아우~ TV드라마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광고 많이 찍었습니다.” 이렇듯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범죄와의 전쟁’과 함께 ‘응답하라 1994’였다. ‘화이’, ‘이웃사람’ 등 일련의 영화를 통해 대중의 뇌리 속 사이코패스 역할에 적격화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인물로 각인됐던 것을 한 번에 뒤집었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포블리’ 삼천포가 그 안에 내재해 있음을 입증했다. 김성균은 대구 대건고 연극반에서 처음 연기하면서 대구 청소년연극제 등을 오르내렸다. 연기상 등을 받았고 친구들에게 우쭐거리며 까불었다. 지방대학 연극영화과를 가서도 “딱히 배울 게 없었다”며 1년 반 만에 자퇴해 버렸다. 대구·경남 지역 극단을 떠돌았고, 제멋에 취해 거들먹거리던 그는 거기에서 연기를 삶으로 받아들이며 지내오던 선배들에게 신나게 깨졌고 철이 들었다. 2005년 서울 대학로로 올라왔고 ‘강풀의 순정만화’, ‘서스펜스 햄릿’, ‘라이어’, ‘보고싶습니다’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내공을 차곡차곡 쌓았다. 많은 연극판 출신 배우들이 그랬듯 ‘범죄와의 전쟁’ 혹은 ‘응답하라 1994’의 김성균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깜짝 스타’가 아니었다. 12일 개봉하는 ‘살인의뢰’에서 그는 섬뜩한 가해자 이미지를 벗었다. 대신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는 피해자가 됐다. 범죄 스릴러 영화지만, 배배 꼬지 않는다. 시작하자마자 연쇄 살인범 강천(박성웅)의 존재를 보여주고, 그를 검거한 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강천의 손에 암매장된 은행원 승현(김성균)의 아내는 경찰 태수(김상경)의 동생이기도 하다. 아내가 묻힌 곳을 찾으려는 승현의 의지는 강천을 향한 복수심으로 불타게 된다. 영화는 사형제도의 정당성 및 사적 복수-자력 구제-의 불가피성의 정황을 만들며 함께 생각해 보자고 강조한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성균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형제도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고민해 볼 대목이 많습니다. 하지만 강천이 같은 연쇄 살인범이라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는 피해자 가족의 정서와 심경, 생활상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여전히 일상 속을 살아가면서 만날 수 없지만, 결코 잊을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문득문득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과 달리 이후 작품에서는 흥행의 부침도 겪었다. 영화를 올리면 수백 만명이 그냥 보러오는 게 아님을 알았고, 1만명, 2만명의 관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는 “앞으로 출연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겠지만, 평생 연기하면서 늙을 수 있다면 더이상 행복한 삶은 없을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실제 모습은 섬뜩한 범죄자보다는 삼천포에 더 가까웠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통령의 7시간, 국민의 7776시간’/박록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통령의 7시간, 국민의 7776시간’/박록삼 문화부 차장

    대통령만 못하겠지만, 사실 국민들도 나름 바쁘다. 별일 없겠거니 하면서도 어린이집 보내 놓은 아이가 혹여 무슨 일 생기지는 않을까 심란하다. 난데없이 수십만원을 토해 내야 할 연말정산 명세서 앞에 다음달 생활비를 어디에서 더 쥐어짜야 할지 궁리한다. 치솟는 전셋값에 대통령 바람대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허덕거리는 자식놈 앞에 아비는 알량한 제 일자리라도 내주고픈 부질없는 바람을 갖는다. 타들어 가는 속 달래려 담뱃불 붙이다가 생계형 금연 대열에라도 합류해야겠다는 애먼 다짐을 한다. 국민들은 이렇듯 몸이 바쁘고 마음이 바쁘다. 대통령의 시간과 일정을 속속들이 알아야겠다며 쫓아다닐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이 남북 비밀회담의 내용까지 공개하는 등 온갖 비사를 담아냈음에도 국민들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받는 이유다. 그렇다고 무관심은 아니다. 집요하게 묻지 않을 따름이다. 특히 324일 전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부재했던 7시간을 잊은 것은 결코 아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 공식 침몰 시간이다. 청와대는 30분이 지난 오전 9시 19분 TV를 통해 세월호 사고를 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가 올라간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때부터 박 대통령은 서면과 유선으로 무려 21차례 보고를 받았다. 이미 오전 11시 19분 ‘전원구조 소식은 오보’라는 사실이 일찌감치 밝혀졌건만 청와대에서는 오후 1시 13분 버젓이 ‘총 370명이 구조됐다’는 유선 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7시간 남짓 만인 오후 5시 15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하고, 공분케 한 발언을 던졌다.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일에 입버릇처럼 써먹곤 하는 표현인 ‘골든타임’, 그 7시간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가던 304명의 생명은 국가와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날 이후 살아남은 이들은 퍼부은 술이 울화를 자극해 괜히 종주먹을 흔들어 대기도 했고, 길을 걷다 괜스레 눈시울을 붉히며 망연자실 주저앉기도 했다. 그러다 꾸역꾸역 밥을 욱여넣었고,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마구 낄낄댔다. 일상의 모습은 차츰 복원됐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희미해졌다고 시간 자체가, 사건 자체가 형해화된 것은 아니다. 희생자 304명 중 9명은 결국 바다의 포말이 되고 말았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든 세월호 특위는 특별법 통과 뒤 3개월을 표류한 끝에 5일 오전에야 특위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출범할 수 있게 됐다. 324일, 시간으로 따지면 7776시간이 흘렀다. 최장 1년 6개월 동안 진상조사에 나설 특위가 할 일이 많을 게다. 증인을 부르고, 동행명령권, 검찰 고발권 등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핵심은 하나다. 대한민국이 과연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나라인지, 대통령은 그 참사에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여야, 특위위원들이 진실과 양심에 눈감고 정치적 득실을 앞세운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7776시간을 기다려 온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7시간 때문에 숱한 의혹에 시달려 온 박 대통령의 마음도 마찬가지리라 믿는다.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19일 개봉 ‘리바이어던’

    [새 영화] 19일 개봉 ‘리바이어던’

    지난해 4월 304명이 바닷물에 잠겨가고 있던 시간, 국가 최고책임자의 행방은 묘연했다. 구조에도, 사후 조치에도 무기력했던 정부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내뱉었다. 정부여당의 또 다른 이는 “인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태연자약하게 ‘304명의 수장’을 주장했다. 한국사회에서 국가의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인들은 탱크를 몰고와 권력을 차지했고,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고문해서 죽인 뒤 ‘탁 치니 억했다’고 말했고, 시위하는 학생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했으며, 서울 용산에 높고 화려한 건물을 짓겠다며 세입자 5명과 경찰 1명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이렇듯 과거의 국가 폭력은 차라리 솔직하고 직접적이었다. 최근의 국가 폭력은 교묘해졌다. 사회 구성원끼리의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4·16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국가 정보기관의 부정선거 개입 논란, 최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등은 국가가 사회적 찬반 대립을 야기한 주요 사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64년 전 토마스 홉스(1588~1679)가 설파했듯 이렇게 국가는 괴물로 다가온다. 러시아의 세계적 거장인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바이어던’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다양한 형태를 고발한다. 러시아 감독과 배우가 그들의 사건, 시·공간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다. 정부가 작은 바닷가 도시의 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된 십대 아들, 재혼한 아내와 함께 아웅다웅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동차 수리공인 콜랴(알렉세이 세르브야코브)는 자신의 집터에 별장을 짓겠다는 시장의 탐욕에 맞선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경찰과 법원, 시정부 등이 모두 한통속인 상황에서 개인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돕겠다고 모스크바에서 찾아온 변호사 친구도 공권력의 살해 위협 등 직접적인 폭력 속에 쫓기듯 떠나게 되고, 콜랴는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콜랴는 시장의 꼭두각시 같은 판사로부터 15년형을 선고받는다. 속사포 같은 판결문 낭독은 권력의 일방성과 폭력성을 상징한다. 부패한 시장은 성당에서 신부의 설교를 듣던 중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더없이 자상한 표정과 말투로 나지막히 속삭인다. “신은 모든 것을 내려보고 있단다.” 권력의 또다른 속성은 뻔뻔함이다.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나오는 바다 괴물의 이름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문화의 해’를 표방한 러시아 정부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어졌으면서도 푸틴을 비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정부가 ‘사전 검열제’를 도입하게끔 만든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똑같이 문화융성을 얘기하면서 ‘영화 사전검열제’ 논란이며, ‘다이빙벨’ 상영 불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교체 논란 등이 터져나온 한국사회와 닮은꼴이다. 영화를 보며 개인의 무기력함과 함께 세상에 대해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면 이는 영화를 한국적 상황으로 봤음을 뜻한다. 사회적 메시지 외에 장중한 음악과 황량한 바닷가 풍경, 뼈만 남은 고래 등 미장센은 작품의 품격을 더욱 높인다.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학술, 아프리카를 보다

    학술, 아프리카를 보다

    철학·사회학·문학 등 한국의 인문학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서구의 이론을 수입, 모방, 재생산하는 것으로 존재 의의를 삼았다. 학문의 종속성은 그만큼 깊어졌지만, 덕분에 외국에서 유학해 해당 언어가 상대적으로 편한 학자들이 빠르게 이론을 수집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계의 어른 역을 자임할 수 있었다. 물론 전통문화를 다루는 몇몇 분야는 제외되겠지만, 이들은 오히려 서구 혹은 또 다른 제3세계를 배척하거나 무관심하게 절연시킴으로써 스스로 고립되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달 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산하에 문을 연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는 학술적 차원에서 세계의 변방 아프리카를 주목한다. 소장을 맡은 고인환 경희대 교수를 비롯해 김재용 원광대 교수, 고명철 광운대 교수, 이석호 한국외대 교수, 조해진 고려대 교수, 차선일 경희대 교수 등이 서구 중심의 교양 교육이나 담론에서 벗어나 보자는 뜻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첫 번째 결실이다. 고인환 소장은 “서구중심 담론을 벗어나는 학문적 풍토 마련이라는 과제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바랄 수 없을 정도로 해묵은 과제”라면서 “그간 학계에서 문제의식은 많았지만 단발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최소한 3~5년 이후 성과를 내다봐야 한다면 (연구소 개설을)이제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서구적 근대성과 구미중심주의를 넘어 아프리카·아메리카·아시아 등 비서구 세계와 문화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서구 학계의 창을 통해 바라본 서구 바깥의 개별 학자, 개별 이론 등을 주체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며, 한국적 상황에 접목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영문학자들이 오로지 서구적 상황에서 해석하고 반복해온 셰익스피어를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비판할 수 있는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단순히 서구 중심의 문화담론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문화적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고, 한국 문화 및 학문적 수준과 태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26일 연구센터 개소 기념으로 가진 학술대회에서 구미 중심으로 최근 진행되는 세계문학론의 불균형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프랑스 식민지 출신의 실천적 지식인 프란츠 파농(1925~1961)의 한국적 수용 사례를 심도 있게 다룬 이유이기도 하다. 김재용 교수는 “괴테가 180년 전 세계문학론을 처음으로 언급할 때만 해도 중국 소설, 인도 희곡 등 아시아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는 등 유럽문학과 아시아문학을 모두 아우르며 세계문학론을 펼쳤다”면서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유럽 바깥의 문학은 세계문학의 대열에 낄 수 없는 존재로 격하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요한 문학의 생산이 비서구 지역이나 구미에 거주하는 비서구 출신의 경계인 작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데도 여전히 구미의 이론가들이 세계문학론을 주도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세계문학론 담론의 주체가 비서구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한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흑인으로 정신의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에 나선 혁명가인 프란츠 파농은 영문학자를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서구에서 파농을 수용하는 학문적 이론의 흐름은 그를 민주화 투사로 바라봤다가, 학문적 영역에서 내쳤다가, 또 어느 순간 탈정치화된 이론가로 해석했다.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같은 흐름으로 소개되는 데 그쳤다. 차선일 교수는 “파농이라는 제3세계 출신의 흑인 사상가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우리의 시각이 서구 중심주의와 식민주의·인종주의 등에 감염돼 있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무크지 형태로 비서구적 담론을 공유·확산할 수 있는 잡지를 창간시키는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1918~2013)의 삶과 정치 철학 등을 연구하며 한국적 상황에 맞게 수용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대학들과 학술·문화 교류도 병행할 예정이다.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는 역사학· 철학· 문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궁극적으로는 학회 차원으로까지 발전시킬 전망을 품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新 평판 사회] 껍데기 아닌, 진짜 나를 찾아라

    [新 평판 사회] 껍데기 아닌, 진짜 나를 찾아라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갓 태어난 순간부터 가동된다. 신생아실을 나와 분유를 고를 때, 같은 반 왕따 친구의 손을 기꺼이 잡아주지 못할 때,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할 때,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 ‘좋아요’를 습관적으로 누를 때, 결혼 상대를 재고 따질 때, 성형외과 의사 앞에 앉아 견적을 받아볼 때, 은행대출을 받아서라도 아파트 평수를 늘려야 할지 고민할 때, 늙어 병든 몸 맡길 병원을 찾을 때조차 그렇다. 우리가 헤어나지 못하는 ‘그것’이란 타인의 시선, 즉 ‘평판’이다. 선택하거나 선택받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어김없이 평판에 의존한다. 마지막 묻힐 장지를 고르고, 수의를 고르고, 비문을 새긴 뒤까지도 가능한 좋은 평판이 유지되도록 모색한다. 평판(評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다. 어제와 오늘의 행적을 평가받으며, 사회적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이기도 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한 평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로부터 나오게 되는 평가, 즉 평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인과 집단 사이의 성실한 신뢰가 쌓이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사회심리학자, 인문학자들은 사회적 평판의 기준이 상당 부분 물질적 가치들로 채워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부모의 직업, 출신 학교,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회사 연봉, 외모의 미추, 인맥 등이 평판을 이루는 핵심 자료로 둔갑한다. 중심을 잃어버린 개인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평판의 순기능은 자취를 감추고, 역기능이 앞쪽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순간이다.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이나미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공동체 속에 살아가며 타인을 의식하고 배려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데 기여했던 평판의 개념이 21세기 들어 사실상 퇴화됐다”면서 “긍정적 기능은 사라지고 돈, 학벌, 인맥, 직업 등 세속적인 기준을 평판으로 삼는 부정적 기능만 남게 됐다”고 최근의 세태를 지적했다. 성숙한 인격과 품성 또는 내면의 능력 등이 아닌 ‘~카더라’ 식의 소문이 평판의 외피를 쓰고 떠돌기도 한다. 특히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흔히 ‘찌라시’로 표현되는 정보지 등의 뒷 담화를 통해 낱낱이 사생활까지 발가벗겨지곤 하는 연예인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심심치않게 일어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사람들은 남이 부러워하면 자신이 잘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평판은 그럴싸한데 내면의 모습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불균형이 삶을 휘청거리게 만든다”면서 “현대인의 우울증, 자살, 왕따 등 사회병리현상은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채 바깥의 시선을 중심 삼은 것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물어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부가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은 새로운 기획시리즈 ‘신(新)평판사회-껍데기 아닌, 진짜 나를 찾아라!’를 시작한다. 학벌, 인맥, 외모 등 껍데기가 아닌, 성숙한 인격과 땀 냄새 배어 있는 실력이 진정한 평판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 바라는 간절함에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수용소는 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수용소는 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인류/로베르 앙텔름 지음/고재정 옮김/그린비/465쪽/1만 9500원 인류(人類·mankind).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해 이르는 말이다. 인류의 명명 아래 어떠한 다른 차별과 구분은 없다. 현실은 다르다. 인류의 이름으로 인류를 착취하고, 군림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강제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평등과 존엄이라는 명제가 오랜 이상(理想)일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여전히 숙고되는 이유다. ‘인류’는 전후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제2차 세계대전의 ‘수용소 문학’ 중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로 평가받는 고전이다. 로베르 앙텔름은 알제리 전쟁 반대, 68혁명에 참가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아왔으며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그는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이다 1944년 6월 체포됐다. 독일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서 간더스하임을 거쳐 다하우 강제수용소로 옮겨진 뒤 1945년 4월 미군에 의해 해방되면서 풀려났다. 앙텔름은 그곳에서 겪은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성찰과 사유로 풀어낸다.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며 오로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했던 열 달의 시간이다. 그의 기록은 간더스하임으로 이송되는 시간에서 시작된다. 머리말에서 밝혔듯 그곳에는 가스실도, 시체 소각장도 없었다. 대신 ‘어둠, 지표의 절대적 부재, 고독, 끊이지 않는 억압, 점진적 소멸’ 등이 있었고 노역, 구타, 추위, 굶주림 등의 공포는 거대하지 않고 일상이 됐기에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인간다움의 지점은 삶에서,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3일 동안 갇힌 채 내달리는 열차에서 “내가 죽을 자리를 내 달라”는 말을 남기며 앉은 채 죽어 가는 사람을 보면서 앙텔름은 삶에 대한 예의보다 죽음에 대한 예의가 사라질 때 인간의 존엄성이 더 심각하게 훼손됨을 직시한다. 또한 수용소 철망 바깥에서 무심히 자신들을 바라보며 키득거리던 평범한 독일 처녀들, 농부들의 모습 속에서도 절망을 느낀다.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해 가져야 하는 책무에 대한 지적이다. 책은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인 ‘어머니들’을 표지로 썼다. 서로 어깨를 보듬으며 웅크린 사람들은 불안한 눈빛 속 사람다움을 결코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앙텔름이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中서 ‘별그대’ 틀려면 허가 먼저 받아야

    옷이며, 빵, 커피, 치킨, 맥주, 화장품, 음료수 등 품목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배우 김수현, 전지현이 슬쩍 스치고라도 갔다 싶으면 족족 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 덕이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의 누적 조회수가 45억뷰를 기록할 정도의 신드롬이었다. 중국 젊은이들은 라이쯔싱싱더니(來自星星的?), 줄여서 ‘싱싱’이라고 부르며 전지현 따라 하기에 바빴다. 300만건에 달하는 관련 상품이 출시됐으며 해당 사이트의 광고 수익은 1000억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별에서’의 드라마 제작사는 중국 판권 판매로 6억 500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는 등 중국 내 각종 저작권 침해가 만연한 탓이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면 이 같은 ‘재주만 넘는 곰’ 신세이던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DVD 무단 복제 등 방지를 위한 장치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치 키 등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해 권리자가 사전에 걸어놓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시키는 행위가 중국에서 엄격히 금지된다”면서 “중국 내 불법 DVD 판매, 인터넷 업로드, 방송신호 불법 수신 등에 대해 지금까지 ‘사후 금지권’만 행사할 수 있었지만 향후 ‘사전 허가권’으로 강화되며, 권리 행사 기간도 기존 2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한류 콘텐츠의 중국 수출 시 사전에 합법적인 계약을 유도하고 콘텐츠 사용료를 받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저작권을 침해받았을 때 저작물 등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름 등이 표시되면 일단 권리자로 추정돼 신속하게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한·중 FTA는 ‘지식재산권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한다. 중국 내에서 한류 콘텐츠의 보호와 관련된 FTA 의무 이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재권위를 통해 문제 제기와 해결책 마련을 위한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송통신위, 미래과학창조부 등 문화·방송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나서서 중국의 광전총국과 함께 ‘한·중 문화산업정책협의체’를 구축해 현재 까다롭게 되어 있는 중국의 방송 규제 정책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면서 “해외드라마 쿼터제 등을 피할 수 있도록 방송공동제작협정 체결을 추진해 방송산업의 교류 협력도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전통문화 자료 한 곳에서 클릭 한 번에 검색 끝~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전통문화 자료 한 곳에서 클릭 한 번에 검색 끝~

    #장면1 문청(文靑) A씨는 내년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있다. 토건개발 광풍 속, 잘려진 장승을 둘러싸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오랜 시간 동안 내려오던 마을사람들의 불안과 갈등을 다루는 단편소설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등단의 영예를 안고 싶었다. 꼼꼼히 현장을 취재하기 전 일단 기초자료가 필요했다. A씨는 주저없이 컬처링 사이트(www.culturing.kr)를 두드렸다. 장승제를 여전히 지내고 있는 마을, 고전 속 장승의 모습, 지역별 차이 등의 각종 문헌 자료를 비롯해 사진, 오디오, 동영상까지 볼 수 있었다. #장면2 은퇴한 B씨는 전남 목포시에서 문화해설사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을 찾은 타지인들에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할 때면 뿌듯함이 절로 밀려온다. 다만 늘 좀 더 깊이 있게 목포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수박 겉핥기식이 되기 일쑤라 아쉬울 따름이다. B씨가 컬처링 사이트를 일삼아 검색하는 이유다. 지난 주말에는 삼학도 난영공원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컬처링 사이트의 이난영이 부르는, 지직거리는 ‘목포의 눈물’ 원곡을 들으며 당시 악보를 찾아 보여 주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필요한 자료를 찾아 여기저기 홈페이지를 헤맬 필요가 없다. 컬처링 사이트는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검색 사이트다. 역사, 문화, 민속, 고전 등 각각의 분야에서 국내 인문 자산을 갖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민속박물관,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화정보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7개 기관이 보유한 자료들이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제공하던 콘텐츠들을 한꺼번에 모아 보니 137만 건이 넘었다. 문서자료는 물론 사진, 일러스트, 전통문양, 영상, 3D, 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다. 방대한 분량의 콘텐츠는 ▲정치행정 ▲경제생업 ▲군사외교 ▲교통·통신·지리 ▲역사 ▲문학·출판·인쇄 ▲문화예술·종교 ▲문화유산·관광·과학기술 등 10개 주제로 대분류한 뒤 34개 중분류로 나누고 이를 다시 148개의 세부 항목으로 나눴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만족할 만한 심도 깊은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배경이다. 설 연휴 직전 사이트를 연 뒤 하루 평균 3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찾고 있다. 컬처링 서비스는 올해 더욱 확대될 계획이다. 일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 부문 업체들과도 연계해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박경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 본부장은 “전통문화,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없더라도 컬처링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성 문인은 물론 예비 창작자 등 일반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처링 오픈을 기념해 다음달 11일까지 컬처링 서비스의 오류를 찾는 ‘애정테스터’와 ‘축하 댓글 릴레이’를 펼치는 ‘지신밟기’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박근혜정부 3년차 (하)경제·교육·문화 분야] ‘박피아’ 양산… 인사 난맥상 비판 잇따라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안팎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출범하자마자 예술의전당 사장에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분야 간사를 맡았던 고학찬씨가 ‘낙하산 1호’로 임명됐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에는 선거대책위 홍보본부장이자 인수위 비서실 홍보팀장인 변추석씨, 상임감사에는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이었던 자니 윤씨가 안팎의 반발에도 연이어 임명됐다. “‘관피아’ 근절을 외치면서도 결국 ‘박피아’가 양산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후임도 정해지지 않고 1차관도 공석인 상황에서 전격 면직됐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말 ‘정윤회씨의 문체부 인사 개입설’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줬고, 박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자신에게 문체부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음을 폭로해 경질 배경을 짐작하게 했다. 최근에도 김희범 1차관이 6개월 남짓 만에 돌연 사표를 내고 한때 출근을 거부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인사 난맥상을 드러냈다. 반면 예산과 제도로 문화국가의 기초석을 세우겠다는 문화 관련 정책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적으로 내세운 문화재정 2% 확보 공약과 문화기본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2012년 4조 5724억원으로 1.41%이던 문화재정은 매년 조금씩 성장해 올해는 6조 1127억원(1.63%)까지 늘어났다. 문화기본법을 비롯해 문화다양성보호증진법, 지역문화진흥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등의 관련 법이 지난해까지 제정됐다. 문체부는 올해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인문정신문화진흥법 등의 제정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 관련 예산의 확보 및 법제화는 문화 향유 기획 확대 및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등으로 이어진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의날로 지정했고, 차상위계층을 위한 문화누리카드사업을 도입해 소외계층의 문화 수혜 폭을 점점 넓혀 가고 있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하고, 문화예술 기부금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추진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백투더비기닝

    [새 영화] 백투더비기닝

    시간여행은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의 로망이자 수수께끼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으며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입증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순간 더이상 자신은 존재할 수 없는 역설을 일컫는, 이른바 ‘할아버지 패러독스’ 이론은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또한 얘기한다. 미래에 의해 과거가 바뀌는 시간 인과율에 위배되는 탓이다. 골치 아프다. 과학 이론은 잠시 뒤로 미뤄두자. 상상의 나래는 과학자뿐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도 활짝 펼쳐진다. 현재의 결핍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욕망은 현재의 시간을 거스르거나 뛰어넘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든다.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오른 ‘백투더퓨처’ ‘터미네이터’ 등을 비롯해 최근 ‘인터스텔라’니 ‘타임 패러독스’ 등까지 시간여행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져 온 배경이다. 1편이 더 보태졌다. ‘백투더비기닝’. 10대들의 시간여행을 다룬다. 이들이 시간여행을 원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화학 시험에서 낙제를 면하기 위해 연신 과거를 되돌린다. 왕따시키는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슬쩍 빠져나와 과거에 열렸던 광란의 록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또 복권에 당첨돼 고급 스포츠카를 사기 위해 과거로 되돌아간다. 이렇듯 유치하거나 풋풋한 10대 청소년다운 욕망이지만 개인적인 탐욕이 피어오를 때 사달이 생긴다. 데이비드(조니 웨스턴)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타임머신을 개발해 결국 완성시킨 천재 과학도다. 여자 앞에서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그는 학교 최고 퀸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홀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 그러나 과거를 재구성할 때마다 미래는 계속 바뀐다. 과거 사건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방지해 현재의 결과를 바꾸겠다는 속내였지만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과거로 갔다 올 때마다 현재는 조금씩 틀어져 가기만 한다. 결국 마지막으로 자신의 7살 생일 파티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생전의 아버지를 만나면서 원천적으로 과거 재구성 시도 자체를 차단하려 한다. 10대들이 나와 낄낄대며 시간여행을 즐기는 영화는 그 눈높이에 걸맞게 결론도 교훈적이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물이고, 미래 역시 오늘의 산물임을 일깨운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고로, 헛된 상상은 접고 오늘에 충실하라!’ 원제가 ‘프로젝트 알마낙’이다. ‘알마낙’은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스포츠잡지 제목이기도 하다. 이제 보니 2015년은 ‘백투더퓨처’ 속 1985년의 10대 청소년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제이폭스)가 30년 뒤 미래로 여행을 떠나 날아다니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해이기도 하다. 딘 이스라엘리트 감독이 ‘백투더퓨처’에 보내는 오마주임을 곳곳에서 느끼게 한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87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 상업영화에 쏠리는 국내 극장가… ‘아카데미상 저주’ 이번엔 멈출까

    ‘아카데미상 특수? 아카데미상 저주!’ 이제껏 국내 극장가에서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신통찮았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전통적으로 상업영화보다는 작품성이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반면 국내 관객의 영화 취향은 할리우드 영화 중 상업영화에 더 쏠린 탓이다. 이미 개봉한 올해 87회 아카데미상 수상 작품들의 성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을 받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77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그런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8개 부문 후보작으로 각색상을 받은 ‘이미테이션 게임’은 22일까지 68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12년 동안 촬영하며 같은 시간 소년이 실제로 성장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보이후드’ 신세도 마찬가지다.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소년을 청년으로 힘겹게 키워 낸 억척 엄마로 열연한 퍼트리샤 아켓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겼지만 국내에서는 18만 8762명에게 선택되는 데 그쳤다. ‘국제시장’처럼 미국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아메리칸 스나이퍼’ 역시 6개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34만 4495명의 관객만이 봤을 뿐이다.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에디 레드메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삶을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도 27만 6704명의 관객만 확보했다. 물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들도 즐비하다. 이 작품들이 ‘아카데미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아니면 예의 ‘아카데미의 저주’에서 헤매게 될지 주목된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 등 핵심 4개 부문에서 수상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다음달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극중에서 배우 엠마 스톤이 꽃을 가리키면서 “모두 김치같이 역한 냄새가 난다”는 대사가 한국 문화를 폄하했다는 논란이 일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또한 음향상, 편집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위플래쉬’는 다음달 12일 개봉한다. 음악영화지만 탄탄한 짜임새 속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사는 이미 국내 영화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우주연상의 줄리언 무어가 열연한 ‘스틸 앨리스’와 ‘비긴 어게인’을 제치고 주제가상을 받은 ‘셀마’는 미국에서는 모두 지난 1월 초 이미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환동해 네트워크는 한반도 대륙 진출의 발판 돼줄까

    환동해 네트워크는 한반도 대륙 진출의 발판 돼줄까

    KBS1TV ‘시사기획 창’은 24일 밤 10시 한반도의 미래 성장 동력, 환동해 네트워크의 의미와 가능성, 주변 국가들의 준비 정도 등을 짚어 본다. 환동해 네트워크는 중국, 몽골, 러시아, 동해의 철도와 도로, 에너지 수송관 등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협력 및 교류까지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프로그램은 먼저 몽골을 둘러본다. 철도를 이용해 바다로 나아가는 해양 제국의 꿈을 키우는 몽골은 유목 국가이지만 석탄을 비롯해 금과 은, 우라늄에 희토류까지 갖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동안 중국·러시아에 원자재로서 자원을 수출해 왔지만, 철도를 연결해 북한 나진항까지 물류를 이동시켜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중국은 창춘(長春)과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연결하는 ‘창지투 개발계획’을 마무리하고 하얼빈에서 훈춘(琿春)에 이르는 고속철 사업의 완공도 눈앞에 두고 있다. 훈춘에 조성된 대규모 물류단지의 컨테이너 화물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중국 연안지대는 물론 세계로 수출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하산과 북한 나진 간 철도를 개보수해 자국이 확보한 나진항의 3호 부두까지 열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했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석탄이 시베리아 철도와 나진항을 거쳐 국내에 반입되기도 했다.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 나라 한국은 섬나라와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까지 끊임없이 대륙과의 연결을 계획하고 표방하면서도 북방 루트 개척은 번번이 좌절됐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통일 정책이 선제돼야 하는 이유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잊혀진 할리우드 톱스타 브로드웨이서 다시 날까

    잊혀진 할리우드 톱스타 브로드웨이서 다시 날까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막다른 곳에 몰려 있다. 슈퍼 히어로인 ‘버드맨’ 시리즈 영화로 쌓았던 십수년 전 과거의 명성과 대중의 관심은 옛이야기다. 화려함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은 그를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절치부심하며 그가 준비하는 것은 연극 무대다. 브로드웨이 연극을 발판 삼아 잊혀진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물론 멀어져간 인기, 명성, 부를 되찾고자 하는 세속적 욕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던 아련한 초심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그를 더욱 채찍질한다. 현실이 녹록할 리가 없다. 하이에나 같은 연극 비평가들이 있고, 이미 연극판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 있다. 늘 불안하기만 한 삶은 이런 이들과의 갈등만으로도 벅차다. 여기에 홀로 있는 시간이면 자신이 한때 대단한 배우였다는 자의식이 똬리 틀고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치민다.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주변 물건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의 초능력을 부여해주면서 비루한 현실을 박차고 나오라고 유혹한다. 이제 그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영화 ‘버드맨’은 20여년 전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 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마이클 키튼의 실제 삶을 닮았다. 톰슨은 팬들의 환호성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은 외면한다. 젊은 애인이 임신 소식을 전하자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려 겁쟁이라는 비난을 자초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는 스타급 배우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으며 쇠락한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벌인다. 무대 위에서 진짜 술을 마시고, 연극 무대의 침대 위에서 여배우에게 추근대는 등 괴팍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상업성에서 비껴 서있다는 자부심과 우월감이자 무비스타들이 누리는 인기와 명예에 대한 깊은 곳의 질투심이다. 영화는 영화, 연극 등 연기예술가의 삶을 담은 ‘메타 연기예술’이다. 또한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대한 연극 무대의 신랄한 비판이자 생살여탈권을 쥔 판관 쯤으로 행세하는 비평가들에 대한 창작자, 연기자들의 통쾌한 반란이다. 마지막 대목에서 그는 분장실로 찾아온 헤어진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누군가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 뜨거운 키스를 나눈 뒤임에도, 혹은 그 뒤이기에 대답은 더욱 매몰차다. “지금 그 말, 못 들은 걸로 할게.” 선택은 명확해졌다.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무대로 향한다. 무대 위에서 “내가 왜 사랑을 구걸해야 하지?”라고 중얼거린다. 톰슨은 샤이너 앞에서 보란 듯이 탕, 한 방의 진짜 총을 스스로 쏘고 쓰러진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독설의 평론가는 퇴장하고, 샤이너는 당황한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이어진다. 영화 형식은 특히나 놀랍다. 컷의 분리가 없는 롱테이크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거의 대부분 영화 분량을 한 컷으로 담아내기 위해 모든 촬영의 청사진을 미리 만들고, 카메라를 마치 하나의 배우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해 리허설을 진행했다. 뉴욕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타임스퀘어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연극무대인 듯 넓게 써나간다.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서 무대가 바뀌고, 바뀐 무대에 새로운 배우가 등장하고, 공간의 제약이 있을 때는 현란하면서도 신비로운 카메라 워킹으로 화면의 연속성을 끊어지지 않게 이어간다. 이냐리투 감독은 “시간과 공간의 분리가 영화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늘 그렇게 작업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이것을 형식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3일(한국시간)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9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감독의 실험적 시도와 웅숭깊은 내용의 완결성은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3월 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설연휴 놀거리·볼거리] 설레는 연휴, 多 같이 놀자!

    [설연휴 놀거리·볼거리] 설레는 연휴, 多 같이 놀자!

    손꼽아 기다리던 황금연휴, 모두가 고향 앞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모처럼 온 가족이 손잡고 박물관, 전시장을 찾거나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다 보면 더욱 두터워지는 정(情)을 느낄 수 있을 게다. 마루에 둘러앉아 함께 TV만 봐도 마냥 즐겁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이 한가득이다. 고향 오가는 길 버스나 기차 안에서 흔들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도 함께 소개한다. ■ 영화 고향 친구들과는 화끈한 액션! 연로한 부모님과 추억의 복고! 설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영화, 애니메이션, 가족영화, 다양성영화 등으로 다채롭게 꾸려져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외화내빈’이다. 쏟아지는 외국영화 사이에서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조선명탐정2)과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내세워 버텨내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영국 냄새 나는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한국영화 ‘조선명탐정2’가 박스 오피스 맨 윗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모처럼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보기에는 코미디 또는 액션영화가 제격이다. 4년 만에 설 극장가를 다시 찾아온 ‘조선명탐정2’는 코미디에 액션, 어드벤처, 추리극까지 버무려 전편보다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타고난 탐정 기질을 이기지 못해 유배지에서 탈출한 김민(김명민)은 조선 시대 경제를 뒤흔든 불량 은괴 유통사건과 동생을 찾아달리는 한 소녀의 의뢰를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도전한다. 1편 흥행에 한몫했던 서필(오달수)의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18일 개봉하는 조니 뎁의, 조니 뎁에 의한 영화 ‘모데카이’ 역시 코미디 케이퍼 필름(범죄영화)을 지향한다. 영어 말장난 등으로 웃음의 정서가 약간 다르다는 비판도 있지만, 몸으로 웃기는 만국 공통 슬랩스틱의 미덕을 품고 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지금껏 봤던 액션 영화의 상투성을 멀리 한다. 첩보영화의 모양새를 띠면서 사회풍자 내용까지 담고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볼 영화로는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있다. 13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제시장’은 설 연휴 동안에 마지막 관객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부모님들의 신산한 삶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쎄시봉’은 1970년대 포크 음악의 산실인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윤형주, 송창식으로 구성된 트윈폴리오에 제3의 멤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 만들었다. ‘70년대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잔잔하고 따뜻한 포크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웰컴, 삼바’는 잔잔하게 볼만한 프랑스 영화다. 오랜 직장 생활에 심신이 지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불법 거주자로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삼바(오마 사이)의 특별한 인연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따뜻한 온기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의미 있게 그려낸다. 상업 영화에 지친 관객을 위한 독립영화도 있다. ‘꿈보다 해몽’은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아 무작정 무대를 뛰쳐나온 무명 여배우가 우연히 만난 형사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꿈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유준상, 신동미 주연으로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이다. 뿐만 아니다. 긴 연휴 방에서 뒹구는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야 할 부모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18일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와 ‘스폰지밥3D’가 개봉한다. 기존에 상영 중인 ‘빅히어로’와 함께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오즈의 마법사’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공연 아이랑 손맞잡고 ‘…암탉’ 볼까? 사춘기 아들과 ‘유도소년’ 볼까? 설 연휴 기간 동안 공연계에는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공연이 풍성하다. 특히 연휴 기간 동안 공연을 관람하거나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을 경우 적잖은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양계장에서 폐계(廢鷄) 취급을 받는 암탉 ‘잎싹’이 알을 품어 새끼를 안고 싶다는 꿈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험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고난도의 신체 연기로 닭과 오리, 철새, 족제비 등 동물들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3인 이상 가족이 예매할 경우 40%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 5000~7만원. (02)762-0010. 청소년을 둔 부모라면 연극 ‘유도소년’을 권한다. 유도선수인 청소년의 꿈과 방황, 성장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대학로의 흥행작이다. 전도유망한 고교생 유도선수 ‘경찬’은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고, 전국대회 메달에 운명을 걸고 찾은 서울에서 가슴 아픈 첫사랑을 경험하며 한뼘 성장한다. 메치기, 굳히기, 낙법 등 유도의 각종 기술들이 무대 위를 수놓으며 경찬과 유도부원, 코치, 첫사랑 ‘화영’과 그의 연적인 ‘민욱’ 등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설 연휴 기간 동안 45%, 가족 3인 이상 함께 관람 시 50% 할인된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전석 4만원. (02)744-4331. 뮤지컬 ‘로빈훗’은 영국의 전설 속 영웅인 로빈후드를 소재로 한 화려한 액션 활극이다. 깊은 숲 속에 온 듯한 무대세트 안에서 로빈후드와 의적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현란한 칼싸움과 딱딱 들어맞는 군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극 초반부터 휘몰아친다. 유준상, 엄기준 등 스타 배우와 규현(슈퍼주니어), 양요섭(비스트) 등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한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3만원. (02)764-7857. 조선후기 작가 미상의 풍자문학을 우리 소리, 몸짓, 놀이로 풀어낸 전통공연예술 ‘배비장전’도 볼 만하다. 제주기생 ‘애랑’에 홀린 ‘배비장’을 통해 양반의 위선과 허세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우리 춤과 음악을 1차원적 무용극으로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호흡에 기초한 몸짓, 장단, 선율, 놀이 등 전통예술의 다채로운 양식미를 살린 게 특징이다. 서울 정동극장, 22일까지, 오후 4시·8시, 4만~6만원. (02)751-1500. 국립국악원은 19~20일 오후 4시, 예약당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의기양양’ 공연을 한다. 웅장한 국악관현악을 중심으로 흥겨운 민속춤과 국악 동요, 신명나는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국악을 한데 엮어 선보인다. 공연 전반부는 ‘오방법고’로 새해를 힘차게 열고 남도민요 ‘성주풀이’로 한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 후반부는 어린이 음악극 ‘오늘이’를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주인공 ‘오늘이’와 ‘내일이’와 함께하는 ‘명절 동요 배우기’, 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민속악단의 ‘판굿’이 한데 어우러져 흥을 돋운다. 오후 2시부터는 야외 광장에서 널뛰기, 투호, 굴렁쇠, 짚신 썰매타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관람료 1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전시 긴 연휴 지루하다면…로마제국으로 시간여행 도심 곳곳 전시장에는 온 가족이 즐길 볼거리들이 풍성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가 열린다. 고대 로마제국의 화려한 도시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폼페이 유적을 조명한다.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예술 가치 높은 벽화들이 대거 소개된다.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의 순간을 담은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이 극대화된다. 4월 5일까지. (02)2077-900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일상의 유혹’ 전도 관심을 끈다.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현대 디자인과 유행의 근원이었던 18세기 프랑스의 낭만과 화려함을 보여 준다.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중요 장식예술품, 디자인 오브제 5만여점을 소장한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320여점이 해외 최초로 소개되고 있다. 18세기 파리의 저택을 모티브로 꾸민 전시공간 자체도 특이하다. 해설사들의 설명을 곁들이면 더욱 유익하다. 3월 29일까지. (02)584-7091.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의 ‘밀레모더니즘의 탄생’ 전은 사실주의 거장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보스턴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다. 미국과 일본 전시를 거쳐 한국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전시에서는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밀레의 4대 걸작인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의 휴식’, ‘양치기 소녀’ 등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또 밀레와 함께 파리 남쪽의 바르비종과 퐁텐블로에서 활동한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테오도르 루소, 클로드 모네의 초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담았던 밀레 등 바르비종파 화가들을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5월 10일까지. 1588-2618. 불운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 주는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됐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 나는 밀밭’ 등 고흐가 1881년부터 1890년까지 남긴 350점의 걸작이 최첨단 미디어 기술과 만나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전시는 1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5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모션그래픽 기법, 3차원 공간의 느낌을 살려 주는 3D 기법, 여러 대의 프로젝터를 연동해 만드는 와이드 화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의 변형 작업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한 걸작을 만날 수 있다. 3월 1일까지. 1661-0207.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물관 아이들 심심하다면…온 가족 함께 민속놀이 설 연휴 박물관, 고궁, 왕릉 등에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우리의 세시풍속을 체험하고 설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 매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8~22일 ‘설 한마당’을 개최한다. 양띠 해를 맞아 양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 체험, 설 세시 체험, 양띠 특별전 등 32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민속 체험에선 양 무늬가 있는 ‘한지 사각쟁반 만들기’, 복스럽고 탐스런 ‘양 인형 만들기’ 등 여러 만들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설 세시 행사에선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토정비결과 윷점 보기, 동물로 점치는 몽골의 새해 운수, 설빔 입기, 전통가옥 오촌댁 안에서의 세배 등 우리 고유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복조리, 연, 귀주머니, 연하장 등 설맞이 만들기 체험과 떡국에 쓰이는 가래떡, 강정 등 설 음식 맛보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 던지기, 고누놀이 등 전통놀이는 가족 대항과 자유체험으로 진행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20일 북청사자놀음의 진수를 보여 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인 북청사자놀음은 15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함경남도 북청 지방의 전통 민속놀이다. 40년 이상 국내외 제례연극제에서 호평을 받은 북청사자놀음보존회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국립경주박물관 전통놀이체험, 국립광주박물관 부적 찍기 체험, 국립전주박물관 전통공예품 만들기, 국립진주박물관 십이지신 탁본체험 등 전국 12개 지방 소재 국립박물관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경복궁 등 고궁(창덕궁 후원 제외)과 종묘, 조선 왕릉은 19일 하루 무료 개방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는 18~22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18~20일 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에서는 전각 아궁이에 불을 피워 온돌을 체험하고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는 ‘온돌 체험 및 세배 드리기 행사’가 열린다. 덕수궁과 경기 여주 영릉, 충남 아산 현충사, 충남 금산 칠백의총에선 윷놀이·투호 등 전통 민속놀이가 행해진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 명절에도 외롭다면…마음의 양식과 동거를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설 연휴 책을 읽으며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건 어떨까. 요즘 출판가에선 ‘미움받을 용기’가 단연 화제다.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한 일본 최고의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 고가 후미타케의 저서로,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체’로 쉽게 풀어냈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연휴 기간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겐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제격이다. 채사장은 글쓰기,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넓고 얕은 지식’을 알리고 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 오늘날 모든 이슈를 천일야화처럼 재미있게 풀어냈다. 거칠고 거대한 흐름을 꿰다 보면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 등 개별적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가며 하나의 의미를 완성한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00세 생일날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 ‘알란’의 삶을 담았다.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알란이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달아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코믹하고 유쾌하다. ‘광수생각’의 만화가 박광수가 자신의 인생에 힘이 돼 준 시 100편을 엮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는 어설프게 사업을 시작했다가 빚만 떠안았고 밤을 새우며 정성 들여 쓴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마다 자신을 붙들어 주는 힘이 된 건 ‘시’였다고 고백한다.릴케 바이런, 칼릴 지브란과 같은 세계적인 시인부터 김사인, 김용택 등 한국 시인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들을 담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설연휴 TV한마당 - 영화] 한국·태국·사우디 영화까지…봤던 영화 또 볼 필요없는 올 안방극장

    [설연휴 TV한마당 - 영화] 한국·태국·사우디 영화까지…봤던 영화 또 볼 필요없는 올 안방극장

    설 명절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쏠쏠하다. 흥행 성적이 좋았던 상업영화 외에도 다양성 영화, 아시아영화 등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다만 볼만한 영화들은 주로 자정 임박하거나, 넘기는 시간 즈음에 시작한다. 올빼미 생활을 일부 감수해야 한다. 연휴 첫날인 18일에는 ‘댄싱퀸’ ‘끝까지 간다’ ‘와즈다’ ‘감기’ ‘박수건달’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이 준비돼 있다. KBS 1TV에서는 밤 12시 20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 ‘와즈다’를 방송한다. 여성에게는 사회적 금기인 자전거를 타고 싶은 열 살 소녀 와즈다의 귀엽고 깜찍한 희망을 만날 수 있다. 설날인 19일에는 KBS 1TV를 통해 태국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코믹 호러 영화 ‘피막’(밤 12시)을 볼 수 있다. EBS에서 오전 9시 35분 방송되는 ‘피터팬’은 피터팬과 웬디, 후크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한 것이 이채롭다. 차례 모신 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다. 20일에는 ‘더 테러 라이브’와 ‘역린’이 준비돼 있다. KBS 2TV에서 각각 오전 11시 40분,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장이머우 감독과 궁리가 모처럼 의기투합해 만든 ‘5일의 마중’은 KBS 1TV에서 방송된다. 문화대혁명 격변의 와중에 헤어진 남편으로부터 ‘다음달 5일 돌아온다’는 편지를 받고 매달 5일이면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치매 걸린 아내의 이야기다. 이미 남편이 곁에 돌아왔건만 알아보지 못한 채 할머니가 되어서도 ‘5일의 마중’을 거듭한다. 남편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밤 12시에 시작한다. EBS에서 9시 40분 방송되는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역시 놓치면 안 되는 영화다. 21일 SBS는 ‘수상한 그녀’(밤 9시 50분)를 준비했다.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현재 중국에서도 ‘청춘이여, 다시 한번’(重返20歲)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돼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EBS는 ‘킹스 스피치’(밤 11시 10분)를, KBS 1TV는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밤 12시 25분)을 방송한다. 22일에는 KBS 1TV에서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밤 12시 25분)가 방송된다. EBS에서는 윌 스미스 부자가 연기한 감동 실화 ‘행복을 찾아서’(오후 2시 15분), 2009년 개봉된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주연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밤 11시)가 안방을 찾아간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설 연휴, 극장가서 뭘보지?…설연휴 상영작 예고편 모음

    설 연휴, 극장가서 뭘보지?…설연휴 상영작 예고편 모음

    설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영화, 애니메이션, 가족영화, 다양성영화 등으로 다채롭게 꾸려져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외화내빈’이다. 쏟아지는 외국영화 사이에서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조선명탐정2)과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내세워 버텨내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영국 냄새 나는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한국영화 ‘조선명탐정2’가 박스 오피스 맨 윗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모처럼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보기에는 코미디 또는 액션영화가 제격이다. 4년 만에 설 극장가를 다시 찾아온 ‘조선명탐정2’는 코미디에 액션, 어드벤처, 추리극까지 버무려 전편보다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타고난 탐정 기질을 이기지 못해 유배지에서 탈출한 김민(김명민)은 조선 시대 경제를 뒤흔든 불량 은괴 유통사건과 동생을 찾아달리는 한 소녀의 의뢰를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도전한다. 1편 흥행에 한몫했던 서필(오달수)의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18일 개봉하는 조니 뎁의, 조니 뎁에 의한 영화 ‘모데카이’ 역시 코미디 케이퍼 필름(범죄영화)을 지향한다. 영어 말장난 등으로 웃음의 정서가 약간 다르다는 비판도 있지만, 몸으로 웃기는 만국 공통 슬랩스틱의 미덕을 품고 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지금껏 봤던 액션 영화의 상투성을 멀리 한다. 첩보영화의 모양새를 띠면서 사회풍자 내용까지 담고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볼 영화로는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있다. 13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제시장’은 설 연휴 동안에 마지막 관객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부모님들의 신산한 삶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쎄시봉’은 1970년대 포크 음악의 산실인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윤형주, 송창식으로 구성된 트윈폴리오에 제3의 멤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 만들었다. ‘70년대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잔잔하고 따뜻한 포크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웰컴, 삼바’는 잔잔하게 볼만한 프랑스 영화다. 오랜 직장 생활에 심신이 지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불법 거주자로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삼바(오마 사이)의 특별한 인연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따뜻한 온기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의미 있게 그려낸다. 상업 영화에 지친 관객을 위한 독립영화도 있다. ‘꿈보다 해몽’은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아 무작정 무대를 뛰쳐나온 무명 여배우가 우연히 만난 형사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꿈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유준상, 신동미 주연으로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이다. 뿐만 아니다. 긴 연휴 방에서 뒹구는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야 할 부모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18일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와 ‘스폰지밥3D’가 개봉한다. 기존에 상영 중인 ‘빅히어로’와 함께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오즈의 마법사’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5살 승훈이에게 귀를 선물하고픈 엄마 아빠

    5살 승훈이에게 귀를 선물하고픈 엄마 아빠

    “엄마, 승훈이는 왜 귀가 없어요?” 다섯 살 승훈이의 질문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천진하게 묻건만 엄마의 가슴은 미어지고 또 찢어진다. 승훈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작게 접혀서 태어났다. 청력이 거의 없다. 게다가 승훈이는 소이증과 동반된 안면기형까지 앓고 있다. 오른쪽 턱뼈가 왼쪽 턱뼈보다 짧아 자라면서 얼굴이 점점 비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탓에 신체발달도 점점 또래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정밀검사조차 받아 보지 못했다. 아토피가 심한 둘째 민영이,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승주와 승우 역시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승훈이 엄마는 이렇게 연년생으로 나온 네 아이들을 돌보느라 산후 조리도 없다가 결국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손목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처지가 이렇다 보니 승훈이 아빠도 직장을 못 다니고 육아를 해야 한다. 월 기초생활수급비 170만원이 여섯 식구의 가늘디가는 생계의 동아줄이다. 엄마, 아빠의 소원은 따로 없다. 승훈이가 밝게 자라도록 예쁜 귀와 반듯한 얼굴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승훈이의 수술비는 언감생심이다. 그전에 그저 제대로 된 검사만이라도 한번 받도록 해 주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설 직전인 17일 오후 5시 30분 승훈이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학교에 들어가기 전 귀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엄마 아빠의 힘겹고도 애절한 바람을 방영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모데카이’

    [새 영화] ‘모데카이’

    돈키호테는 쇠락한 중세의 귀족이다. 늙고 돈이 없으며 주야장천 기사도 소설만 읽어댄다. 모험 뒤 얻게 될 섬 하나를 떼주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산초 판사는 집도, 가족도 버리고 돈키호테의 충직한 시종을 기꺼이 자처한다. 무용담과 함께 애틋한 러브스토리는 필수적이다. 돈키호테는 시골 여인숙의 종업원을 둘시네아라 부르며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세르반테스는 소설 작품을 통해 400여 년 전 당시 스페인 귀족들의 행태를 조롱하고 풍자했다. 그럼 이런 스토리는 어떤가. 영국 귀족 가문의 후손이며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그림 수집을 즐기지만, 재정은 파탄 났고 대저택은 경매로 넘어갈 상황이다. 위기에 빠진 주인을 구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성실한 하인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우아하지만 몰락한 귀족의 쓸쓸한 뒷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학시절 이래 결혼한 뒤에도 여전히 자신의 아내의 마음을 놓고 경쟁하는 친구에게 썩은 치즈를 내놓으며 키득거리는가 하면, 그의 하인이 총에 맞든, 칼에 찔리든 나무 잎사귀 하나 떨어지는 것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미국에 건너가서는 천박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반쯤 벗은 젊은 여인들을 흘깃거리는 위선가의 이중성이 빠질 리 없다. 그는 뻔뻔하고 경박스러우면서 여전히 허풍만 떨기 일쑤다. 가문의 전통이라며 팔자 콧수염을 고집하는 자존심만 살아 있다. ‘모데카이’다. 마치 400년 전 문학 작품 속 돈키호테가 그랬듯 얄미우면서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다. 돈키호테가 당시 지배계급에 대한 비판과 조롱, 풍자에 집중했다면 영화 ‘모데카이’는 곳곳에 귀족에 대한 풍자를 남겨놓았지만 비판을 위한 풍자라기보다는 단순한 재미를 위한 풍자에 가깝다. 조롱이 빠지는 이유다. 여기에 친근함을 더했다. 특유의 익살맞은 표정과 함께 능글맞은 연기를 선보인 조니 뎁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테다. 영화는 귀족화가였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숨겨져 있던 전설 속 그림 ‘웰링턴의 공작부인’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며 벌이는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홍콩, 러시아, 미국, 영국 등을 오가며 벌이는 다툼은 박진감 넘치면서도 보통의 블록버스터류 영화와 다르게 만화적 상상력을 잔뜩 버무려놓은 점이 코미디 영화에 더 가깝다. 찰리 모데카이와 하인 조크(폴 베타니)가 주고받는 영국식 말장난은 만담에 가까워 자막 이상을 함축하고 있어 언어의 장벽을 절감하게 한다. 대신 둘이 몸으로 펼치는 만국 공통의 슬랩스틱 코미디만으로도 충분히 가가대소할 만하다. 모데카이의 아내 조한나(기네스 펠트로)에게 순정을 바치는 실패한 시인이자 현직 정보기관 요원인 마트랜드(이완 맥그리거)에게 돈키호테의 잔상이 어른거린다.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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